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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친한 듯이 들이닥치기는 했지만 사실 카나타와 스즈네는 그렇게 친하지는 않았다. 어릴 적부터 알았지만 묘하게 거리감이 있다고 할까. 스즈네는 카나쨩이라고 부르는데 카나타는 아직도 키리야마라고 부르는게 눈에 띄는 거리감이다. 그래도 스즈네는 상대만 잘 해주면 좋았다. 싫은 티 안 내면 상대도 괜찮은 거 아니냐는 조금 제멋대로인 생각이었지만.
"와~ 카나쨩이랑 축제 돈다~ 으응~?"
흔쾌히 얻어낸 동의에 기뻐하던 스즈네는 곧 카나타가 뭔가 가져와 내밀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것을 보았다. 그건 밀크캬라멜이었다. 단 것을 좋아하는 스즈네가 그걸 사양 할 리가 없다. 기쁨으로 눈이 반짝반짝해진 스즈네가 방긋 웃었다.
"먹을래 먹을래~ 고마워~ 카나쨩~!"
스즈네의 양 손이 카나타의 손과 밀크캬라멜을 같이 쥐고 파닥파닥 흔들려 했다. 그리고 박스를 열어 하나 입에 쏙 넣고 우물거리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을 것이다. 부스에 있는 내내 팔기만 했지 먹은 건 없었으니 이 작은 캬라멜 하나가 참으로 달콤했다.
"카냐쨩도~ 자~ 놀기 전에 당충전이야~"
볼 한 쪽 볼록하게 오물거리는 스즈네가 캬라멜 하나를 더 꺼내서 카나타에게 내밀었다. 포장을 반쯤 까서 위로 들어 내미는게 입에 직접 넣어줄 셈 같아 보인다. 들어올린 손 뒤로는 마냥 헤헤거리는 스즈네가 있을 뿐이다.
카나쨩이라는 호칭은 이제 와서는 카나타도 굳이 무슨 말을 더 하지는 않는 호칭이었다. 물론 이 나이를 먹고 '쨩'이라고 불리는 것은 조금 부끄러운 것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부르겠다는데 그렇게 부르지 마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자신이 익숙해지면 되지. 라고 생각했던 것이 언제의 일이었더라. 소꿉친구인 츠키와 코하네만큼은 아니지만 이 아이와도 꽤 오래 알고 지냈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카나타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고맙긴. 두 개나 따서 내가 먹을 하나 빼고 다른 하나는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 중이었거든. 가져간다면 나야 고맙지."
물론 그대로 집으로 가져가거나, 같이 일하는 친구들에게 주는 방법도 있겠으나, 이왕 이렇게 된 거 달콤한 것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선물로 줘서 나쁠 것은 없었다. 저렇게나 좋아하니 줘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절로 하기도 하며 그는 괜히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응?"
그 와중에 자신에게 커러멜을 주려고 하는... 정확히는 마치 입에 직접 넣어주려고 하는 그녀의 행동을 바라보며 그는 두 눈을 깜빡였다. 그의 눈동자가 슬쩍, 아직 부스에서 일하고 있는 다른 이들에게 향했다. 헛기침 소리를 한 번. 그는 그녀의 손에서 커러멜을 챙긴 후에 자신의 입에 쏙 집어넣으려고 했을 것이다. 만약 실패했다면 그냥 순순히 입에 넣어주려고 하는 것을 받아들였겠지만.
"...가자. 그래서 어디에 가고 싶어? 일단 전체적으로 둘러보는 것이 나을까?"
부스를 열기 전에 대충 이곳저것을 둘러보긴 했지만 작년, 그리고 재작년과 크게 차이는 없다는 것이 바로 카나타의 생각이었다. 금붕어 잡기라던가, 사격이라던가, 혹은 먹거리 가득한 부스라던가... 하네이 이나리 신사에 가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앞서 말하기도 했지만 재차 남는 걸 준 거라는 카나타의 말에도 스즈네는 에~ 나 남은 거 처리반 아닌데~! 라며 히히 웃기만 했다. 남은 거 처리하려고 줬다기에는 아무렇게나 둔 것도 아니었으니까. 알고 지낸 시간이 있는 만큼 말은 저렇게 해도 속 생각은 다를 것을 얼추 아니 웃으며 가벼운 농담으로 넘길 수 있었다. 그래도 조금 얄미우니까 일부러 부스에 보는 눈이 있을 때 캬라멜을 내밀었지만.
"이히히~"
장난기 가득하게 웃은 스즈네는 캬라멜을 가져가려는 카나타의 손을 샤샥 피했다. 평상시 망충해보이면서 이럴 때 행동 하나는 누구보다 날렵하다. 기어코 직접 입에 먹여주고서야 뿌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음~ 나 아직 아무것도 못 해봐서~ 다 하구 싶은데~"
카나타는 이미 사격을 즐긴 모양이지만 스즈네는 오전부터 부스를 돕느라 아직 즐긴게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밤이 깊도록 다 돌고 싶지만 카나타의 일정도 생각해야 하니까. 잠시 축제 전경을 머릿속으로 떠올려보곤 몇 곳을 추려냈다. 머릿속으로만.
"그으럼~ 가볍게 한바퀴 돌구 신사에 가자~ 제일 먼저 금붕어랑 요요츠리 낚시~!"
가볍게라는게 스즈네의 기분이라면 카나타는 각오해야 할 지도 모른다. 알 지 모르겠지만 스즈네는 체구에 비해 체력이 철철 넘치는 타입이니까. 렛츠 고~! 한 걸음 타닥. 앞으로 나선 스즈네가 휙 돌아서더니 카나타를 보고 그렇게 말했다.
"그렇게 멋진 유카타 입었는데 잔뜩 놀지 않으면 손해라구~ 카나쨩~ 얼른 가자~"
조그만 가방 든 손을 붕붕. 흔들면서도 남은 손은 카나타에게 내밀었다. 잡으라는 것 같은데 안 잡아도 그만일 것이다. 어쨌거나 게다 달각거리며 낚시 부스로 향하는 것은 같을 테니.
선물이야. 선물.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카나타는 그와는 별개로 딴 커플 키홀더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고민했다. 두 개 다 자신이 가질까. 다른 하나는 누군가에게 줄까. 차후에 천천히 생각하면 되겠지. 그렇게 결론을 내리면서 커러멜을 받아가려는 순간, 그녀가 손을 피하자 그는 응? 하는 표정으로 가만히 스즈네를 바라봤다. 기어이 먹여주고 말겠다는 그녀의 행동에 그는 못 말리겠다는 듯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일단 받아먹었다. 딱히 어린애도 아니고 이 정도로 부끄러움을 타진 않았다. 물론 나중에 돌아온 후에 방금 그거 뭐냐고 묻는 질문공세는 받아야 할 것 같지만. 어쩌겠는가.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게 기어이 그는 또 적당히 결론을 냈다.
"...전부? 시간이 되려나. 휴식시간 끝날 때까지. ...뭐... 어떻게든 되겠지."
자신에게 주어진 휴식시간을 어떻게든 전부 활용하면 깊게는 아니어도 가볍게 전부 보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카나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내민 손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덥썩 잡아주며 천천히 앞으로 걸었다.
"...다음에는 비번일 때 이야기해줘. ...그쪽이 좀 더 여유롭게 볼 수 있잖아. 아무튼 금붕어와 요요츠리? ...좋아. 실력을 보여줄게."
자신만만하게 말을 하지만, 어쩌면 하나도 낚지 못하고 끝날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일단 말이라도 자신감을 넣어보려는 듯, 그렇게 이야기하며 카나타는 미소를 조용히 지었다.
"아마 저쪽일거야. 가자."
부스를 열기 전에 대충 둘러봤기에 어디에 뭐가 있는지는 파악이 끝난 상태였다. 자연스럽게 낚시 부스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그는 가만히 근처에 있는 다른 부스들도 조용히 바라봤다. 참으로 이것저것 다양하게도 있다고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애초에 돌아가는 데 성공한 적이 있기나 한가. 항상 발을 들였다 하면 깊어지기만 하는 마음 속의 늪. 초점 잃은 눈과 히죽 웃는 얼굴. 일순간 흐르는 두 사람 사이의 정적. 농담을 주고받았다기엔 어두침침한, 어딘가 조금 비뚤어진 청춘의 찰나가 잠깐 스쳤다. 미카즈키는 다시 또렷이 스즈네를 바라보며 "그러면 곤란한데요." 하고, 무덤덤한 무표정으로 말한다. 농담의 반응이라기엔 심히 정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단 맞장구친다고 쳐준 거다. 끔찍하게 못 칠 뿐.
낮잠이라. 밤잠도 제대로 이룬 지 오래된 미카즈키에겐 꽤 낯선 단어다. 괜찮겠는걸, 하고 생각은 해보지만, 누구나 쉬이 하지는 못하는 그것. 어딘가 잘 가지 않는 길이나 초행길을 건너다가 저 식당, 저 가게 괜찮겠는걸, 하고 생각해보고는 그냥 지나치는 것처럼. 스즈네가 찻잎바구니를 들고 들어오자, 미카즈키는 자리에서 일어나 스즈네에게서 찻잎바구니를 받아들어주려고 했다. 스즈네가 내어준다면 어디 놔두면 되는지 물어보고 거기 두었겠고, 내어주지 않는다면 얌전히 물러났을 것이다.
그리고 미카즈키는 스즈네가 내미는 하얀 마스크를 얌전히 뒤집어썼다. 그리고 스즈네의 설명을 차근차근 들으며, 스즈네의 행동 하나하나를 주의깊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집중력과, 집중력을 발휘할 때 함께 발휘되는 관찰력은 미카즈키가 마운드 위에 올라서는 원동력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는 스즈네의 지시대로 손을 맷돌 손잡이 위에 얹었다. 그리고 그 손등을 포근한 손바닥으로 짚을 때, 스즈네의 손 안에 다시 한 번 느껴지는 우악스러운 손아귀.
"재채기는 걱정 마세요."
스즈네가 재채기를 언급하자, 미카즈키가 대답했다.
"외할아버지가 가르쳐준 게 있거든요. 재채기가 나올 것 같으면, 혓바닥을 입천장과 위쪽 앞니 뒤에다 붙인 뒤에, 입천장과 앞니를 당기듯이 빨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러면 재채기가 멈춘다고."
...? 이상한 재주다.
"혹시 재채기 때문에 투구 타이밍 놓치거나 하지 말라고, 가르쳐주셨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미카즈키는 스즈네가 시범을 보여준 대로 조심스레 주걱으로 찻잎을 퍼다가 맷돌 구멍에 소르륵 부어넣고는 스즈네를 따라 천천히 맷돌을 돌리기 시작했다. 도로록. 도로록.
스즈네가 돌리는 것과 정확히 똑같은 박자, 똑같은 느낌의 똑같은 소리를 내며 맷돌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미카즈키는 츠키의 옆모슾을 바라보았다. 거기에선 어떻게 보내셨나요, 라고 물어보기엔, 그 어딘지 모를 타향을 곱씹어보는 츠키의 모습이 왠지 씁쓸해보여서 미카는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타향에서의 기억을 곱씹는 게 괴로운 일인 것은 자신도 마찬가지 처지였어서. 그래서 미카는 그 화제를 미루어두기로 했다.
운동하는 사람이라는 건 어렵잖게 알 수 있겠다. 일단 일본인으로서는 드물게 껑충하게 큰 키에, 딱 벌어진 어깨라던가, 운동복 아래로 드러나는 글래머러스한 몸매의 실루엣이라던가, 단서는 많았으니. 거기서 뭔가 더 알아봐야 할 이유가 없을 뿐.
그러나 다만, 이 때 츠키의 옆모습에서, 미카는... 아까부터 왠지 츠키에게서 느낀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문득 떠올렸다. 이 얼굴, 어디서 봤다. 그리고 그것이 떠오르자, 츠키의 얼굴을 어디서 봤는지도 금방 떠올랐다. 아.
"...그러고 보니,"
확인을 마친 서류를 받아들고, 엔도 선생에게 연락한 다음 갈라서면 되는데... 그 전에, 미카즈키는, 무심코 무턱대고 그렇게 말을 꺼내어버리고 말았다.
그때 엔도 선생의 눈에 띄인 게, 하필이면 미카즈키였다. 곱상한 얼굴과는 영 다른, 딱 벌어진 어깨와 잘 다듬어진 몸매. 엔도 선생 못지않게 우락부락한 '장정' 아닌가. 엔도 선생이 미카즈키를 축제에 끌어들이는 것을 그 할아버지인 텐이치로가 아주 탐탁하게 여겨 엔도 선생에게 오히려 권장을 하고 있는 판이기도 하고, 미카즈키는 지금까지 엔도 선생의 말에 큰 반항 없이 말을 다소곳이 잘 들어왔으니 이런 때에 부려먹기엔 딱인 일꾼인 셈이다. 다만 역시 그 핫피며 머리띠며 하는 것들에서는 미카즈키도 인상을 구겼다.
혹시 그렇지 않을까 싶었지만 역시나랄까. 카나타는 휴식 시간이 정해진 모양이다. 그럼 잔뜩 즐기는 건 힘들겠다고 가볍게 보고 지나갈 수 있는 건 그래야겠다고 스즈네도 비슷하게 생각했다. 지금 이렇게 생각해도 막상 놀다보면 제멋대로 굴게 될 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응응~ 열심히 돌아다니면~ 어떻게든 될 거야~"
스즈네가 쭉 내민 손은 무안하지 않게 카나타의 손과 맞잡아졌다. 체구 차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큰 소년의 손을 꼭 잡은 스즈네는 카나타의 옆에서 달각달각. 걸어갔다.
"비번일 때~? 그 때도 놀아주려구~? 카나쨩 상냥해~"
북적이는 축제 거리를 걸으며 스즈네가 꺄륵 웃었다. 그럼 비번날 또 놀아달래야지~ 라며 어린아이처럼 재잘거리고. 자신만만한 카나타의 말에는 우히~ 하고 얄미운 소리를 냈다. 어디 한 번 실력 좀 볼까~? 하고.
"응응~"
둘러보기도 못 했던 스즈네로서는 위치 파악을 한 카나타가 이끌어주는게 편했다. 손도 잡고 있으니 중간에 딴 길로 샐 염려도 적었다. 혼자면 당장 앞에 있는 곳부터 보느라 시간 낭비 제대로 했을 것이다. 이끌어주는 이가 있으니 편하다고 생각하며 지나치는 부스를 눈으로만 슥슥 훑던 스즈네는 카나타의 말에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그리고 히죽~ 하고 웃었다.
"헤헹~ 토키와라 토박이 앞에서 감히 낚시 내기를 하자는 거야~ 카나쨩~? 그렇게 자신만만하다가는 큰코 다칠 텐데~ 헤에엥~"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스즈네도 딱히 잘 하는 편은 아니었다. 어쩔 땐 하나도 못 낚아서 나중에 히비키나 시키루가 와서 요요 하나 건져주곤 했다. 그래도 오늘은 내기라니까 왠지 잘 할 것도 같다. 이유 모를 자신감에 고개를 크게 끄덕인 스즈네는 당당하게 말했다.
"이럴 때는 정석적인 소원권이지~ 안 되는 거 빼고 다 들어주기야~"
사실 뭘 걸어야 할지 모르겠어서 냅다 소원권을 걸어버린 거지만. 스즈네는 내기에서 이기는 것보다 그냥 같이 노는게 더 좋았기도 하고.
"재밌겠다~ 나보다 못 건지면 카나쨩 놀려야지~"
내기야 어찌됐든 이 상황 자체가 즐거운 듯 스즈네가 손을 크게 흔들거렸다. 걸음도 크게 크게 내딛었다가 다시 평소 보폭으로 돌아오며 이히히~ 웃기도 했다. 그렇게 가다보면 저 앞에 금붕어와 요요츠리 부스가 나란히 보인다. 마침 금붕어 앞이 비었으니 바로 가면 될 듯 하다.
"...어차피 논다면 비번일 때가 더 낫지 않을까라고 말한 것 뿐이야. ...나도 축제는 좋아하니까."
그땐 다른 이들도 같이 부르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카나타는 당장 떠오르는 얼굴들을 하나하나 수를 셌다. 니시키리는 이런 자리 안 좋아하려나. 다음에 물어볼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살며시 다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다 그녀의 입에서 토박이라는 말에 그는 피식 웃었다.
"너만 토박이야? 나도 토박인데?"
태어날 때부터 쭉 토키와라에서 자랐고 지금도 토키와라에서 살고 있다. 토박이라는 조건은 비슷하지 않은가. 물론 토박이라는 것이 과연 이 내기에 얼마나 영향을 줄 지는 알 수 없었다. 애초에 그녀도 진지하게 말하는 것은 아닐테니, 적당히 그 분위기에 맞춰주며 그는 이내 한번 더 피식 웃었다.
여기서 졌을 때 과연 상대가 뭘 빌지는 알 수 없었기에 그는 강한 승부욕을 불태웠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해서 이긴다는 법은 없었지만. 어쨌든 자신도 금붕어잡기는 꽤 많이 했으니 쉽게 지는 일은 없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는 금붕어와 요요츠리 부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러다가 다시 스즈네를 바라보며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다가 네가 지면 그대로 돌려줘도 되는 거 맞겠지?"
물론 말만 이렇게 할 뿐. 실제로 놀린다고 해도 얼마나 놀리겠는가. 금붕어 앞이 비어있어 금붕어 쪽으로 간 그는 그녀의 손을 놓았고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깔끔하게 그녀 몫까지 계산한 후, 그는 자신이 먼저 하겠다고 이야기를 하며 종이 뜰채를 집어들었다. 이어 그는 가만히 물 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금붕어를 바라봤다. 꽤나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상당히 컨디션이 좋아보였다. 저런 것은 잡기 조금 어려운데.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가만히 타이밍을 눈여겨보다가 마치 고양이가 물 속의 물고기를 잡는 것처럼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이건 타마가 배고플 때 내 다리를 팍팍 치기 권!"
강하게 기술명 같은 것을 외치면서 그는 금붕어를 낚아채려고 했다. 과연 몇마리나 낚였을까? 그건 두고봐야 알 일이었다.
/ .dice 0 10. = 10 마리!
기술명까지 외친 이상 여기서 0마리가 나오는 것이 더 재밌을지도 모르겠다만 과연 어떻게 되려나!
안개 속으로 공을 던지는 일은 얼핏 보면 무의미한 행동 같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증기의 장막은 소리마저 삼켜버리니. 고심하여 던진 콩주머니가 조각난 돌조각이 되어 돌아올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 앞으로 나아가는 이에게 운무는 차근히 한 걸음씩 나아갈 길을 보여주었다. 무엇을 던져도 말간 유리구슬로 바꾸어 발치로 굴려 되돌려주었다. 어느새 손 안 가득 모인 구슬들이 잘그락거리며 웃을 만큼.
어색한 맞장구에 어레레~ 진짜 그래버린다~? 라며 키드득 웃어버리는 스즈네처럼.
미카즈키가 거들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자 작은 손이 단호히 까딱. 움직였다. 괜찮으니 앉으라는 신호가 분명했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너무 부산히 움직이면 주변에 먼지가 일어나니 말이다. 그 손짓만큼 단호하면서 간결하고 똑부러지는 설명이 그 뒤에 이어졌다.
설명 도중 스즈네는 미카즈키의 시선이 자신의 행동을 유심히 쫓고 있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말보다 정확한 몸짓으로 설명을 보충했다. 찻잎 주걱을 들고 내려놓는 것. 한 번에 뜨는 찻잎의 양. 가까이 다가가서 맷돌 돌리는 감각을 알려줄 때는 작은 손을 한껏 펼쳐 소년의 손을 덮고 꼭 쥐어 돌리는데 드는 힘과 돌에서 손잡이를 통해 느껴지는 갈림의 감각이 조금 더 생생히 느껴지도록 했다. 그러는 도중에 필연적으로 미카즈키의 등과 어깨에 스즈네의 몸이 꾸욱 밀착하게 되었지만 스즈네의 태도는 한없이 진지할 뿐이었다. 충분히 움직여 감각이 전해졌겠구나 싶었을 때 스즈네의 손이 미카즈키의 손등을 톡톡 두드려주고 살며시 떨어졌다.
"으응?"
재채기에 대한 주의를 주며 옆자리에 앉던 스즈네는 미카즈키가 말한 희안한 비방에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생전 처음 듣는 방법이니 말이다. 당장 들은 대로 따라해봤지만 재채기가 나오려던 때가 아니라서 그런가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기억해두기로 했다.
"희안한 방법이네~ 나도 도중에 간질간질하면 해봐야겠다~"
그렇게 말하고 스즈네도 손을 움직였다. 먼저 도로록. 도로록. 맷돌을 돌리자 곧 옆에서도 같은 박자와 같은 감각으로 맷돌이 돌기 시작했다. 살짝 어긋나 있던 소리가 어느 순간 딱 맞춰 돌아가기 시작한다.
기묘한 이중주를 들으며 맷돌을 돌리던 스즈네는 옆을 힐끔 봤다. 처음인데도 버벅이지 않고 매끄럽게 맷돌을 돌리는 미카즈키를 보고 손을 까딱였다. 한 손은 계속 맷돌을 돌리며 보란 듯 남은 손을 뻗어 물 흐르듯 찻잎을 떠서 돌고 있는 맷돌에 넣는 것을 보여주었다. 어느 정도 맷돌에 익숙해진 사람에게 알려주는 요령인데 미카즈키는 감각이 좋은 듯 하니 바로 알려준 것이다. 그렇게 멈추지 않고 맷돌을 돌려가다가 문득 작은 발짓으로 탁. 탁. 탁. 탁. 박자를 탔다. 작은 흥얼거림이 박자에 맞춰 흘러나왔다.
"도토리를 따라가도 갈 수 없어요~ 숲 속의 자그마한 레스토랑~"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을 노래가사가 자근자근 이어진다. 작업 중에 부르니 약간 노동요 같기도 하다. 실제로 스즈네는 노래를 막힘 없이 부르며 작업에도 전혀 지장이 없었다. 맷돌이 구르는 소리마저 하나의 반주처럼 흥얼거림에 섞였다. 끝까지 다 부르고 나면 여운이 남은 듯 콧노래를 흥얼대며 작업을 계속해갔다.
"흐흥~ 그래도 아까 내가 놀자고 와줘서 기뻤으면서~ 카나쨩도 부스에만 있었으면 분명히 심심했을 걸~ 놀고 싶었을 걸~"
아니야아~?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여 자신보다 키가 큰 카나타를 올려다보며 말하는 스즈네. 악의 없는 장난기가 한가득인 얼굴은 지치는 일이 있을까 싶을 만큼 해맑게 웃고 있었다. 스즈네는 우히히~ 하고 철 안 든 아이 같은 웃음소리를 내곤 맞잡은 카나타의 손을 더 꼬옥 쥔다. 사실 네가 더 기쁜 거 아니냐고 되묻는다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응! 하고 대답했을 것이다.
"에~ 음~ 흥이야~ 카나쨩이 하두 자신만만하게 말하니까~ 아무튼 승부는 실력이야아~!"
토박이 운운한 건 분위기를 타서 해본 말이라 저렇게 태클을 걸면 맞받아칠 말이 없었다. 그래서 스즈네는 딱 봐도 할 말 없는데 괜히라는 것이 보이게 에이잇~ 하고 파닥거렸다. 그러다가 네가 지면. 이라는 카나타의 말에 안 져~ 안 질 거야~ 라며 스즈네 나름의 자신만만함도 내보이고 말이다.
티격태격 하다보니 금새 금붕어 잡기 앞에 다다라 스즈네도 요금을 내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하지만 카나타가 한 박자 빨랐다. 금새 계산해버리고 먼저 하겠다며 앉는 카나타를 보고 그 옆에 앉아선 우우~ 하고 조잘거렸다.
"먼저 하려고 내 거까지 계산해버리구~ 카나쨩 치사해~ 우우우~"
나름대로 방해공작이기도 했으나 카나타가 진지하게 금붕어잡기를 시작하자 스즈네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구경했다. 누가 더 많이 잡나 내기해놓고 카나타가 잡을 때마다 와 잡혔다! 라며 즐거워했다. 생각보다 팔팔하고 날쌘 금붕어들을 희안한 기술명까지 외쳐가며 잡는 모습에 파하하! 웃기도 했다.
"타마가 배고플 때 다리치기 권이래~~ 그게 뭐야~~ 아하하하!"
스즈네가 신나게 웃는 사이 카나타의 차례가 끝났다. 그 기술명이 도움이 되긴 했는지 자그만 그릇 안에 무려 열 마리나 담긴 금붕어를 보고 헤에에~ 하고 놀랐다. 그리고 질 수 없다며 유카타 소매를 둥둥 걷어올리고 종이 뜰채와 그릇을 받았다. 의기양양하게 수조 앞에 앉아 금붕어 잡기를 하는 스즈네는 카나타가 그랬듯 사뭇 진지했다. 그 모습만큼 그릇에도 금붕어가 착실히 담겼다. 하나 둘 셋 넷... 어느새 아홉 마리째를 담고 제법 큼지막한 열 마리째를 올려 그릇으로 옮기는 순간!
"잡았ㄷ, 아아앗~!"
순조롭게 옮겨지던 금붕어가 갑자기 팍 하고 튀어오르더니 꼬리 지느러미로 스즈네의 그릇을 내려쳤다. 그 반동으로 기울어진 그릇에서 물고기들이 주르륵 흘러 수조로 돌아가버렸고 종이 뜰채도 찢어졌다. 겨우 수습한 그릇엔 단 세 마리의 금붕어만 남아있었다. 그렇게 끝나버린 내기에 스즈네의 눈에 물기가 핑 돌았다.
"방금 거 잡았는데... 담기만 하면 됐는데... 열마리였는데..."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인지라 승부를 납득하기도 현실을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걸까. 찢어진 뜰채를 들고 금방이라도 울 듯한 눈으로 카나타를 보던 스즈네가 쩌그려 앉은 채로 카나타의 유카타 소매를 살짝 잡았다. 그리고 바로 옆의 요요츠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거어 저걸루 한 번 더 하자아... 응? 저걸로 하면 이럴 일도 없으니까아~"
제안을 수락할 지 말 지는 카나타가 정할 일이다. 어쩐지 다시 한다고 해도 다시금 깔끔하게 지는 미래 밖에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재대결 하게되면~ 다이스 없이 이번에야말로 카나타가 완벽하게 이겼다~! 로 하면 어떨까 하구 써봤어~ 요런 전개 마음에 들면 이대로 이어줘~ 찡긋~ ( • ᴗ - ) ✧
딱히 그녀의 말을 카나타는 부정하지 않았다. 누가 되었건 일단 축제 때 같이 노는 것을 그는 나름 좋아하는 편이었다. 작년도, 재작년도 혼자서 즐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같이 즐겼었고. 축제가 끝나기 전에 최대한 이것저것 즐기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카나타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정리했다. 그러면서 좁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지나갈 땐 먼저 앞장서서 살며시 길을 넓혔다.
"안 치사해. ...원래 이런 것은 누가 내도 상관없는 거잖아."
다음엔 네가 내면 되지. 그렇게 무덤덤하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이내 금붕어 잡기에 도전했다. 바로 옆에서 즐거워하는 목소리, 웃는 목소리. 모든 것이 들리긴 했지만 그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조용히 금붕어를 잡는 것에만 집중했다. 하나, 둘, 셋, 넷... 열. 깔끔하게 그 정도로 잡고 일부러 종이 뜰채를 물에 넣어 찢어버린 그는 가만히 통 속에서 헤엄치는 금붕어를 바라봤다. 이렇게 많이 잡아가도 키울 수 없는데. 역시 안에 넣는 것이 좋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조심스럽게 주인의 허락을 받아 물 속에 금붕어들을 집어넣었다. 놀라지 않게 천천히. 조심스럽게. 그리고 그제야 그녀의 웃으면서 하던 말에 대답했다.
"...실제로 이렇게 치는걸. 그 외에도 여러가지가 있지만 오늘은 이 정도로만 보여줄게. 이거 나름 유용해."
이어 그는 그녀가 금붕어를 잡는 것을 바라봤다. 생각보다 잘 잡네. 나보다 더 잡는 거 아니야? 그런 생각이 들어 그는 절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침을 꿀꺽 삼켰다. 딱히 진다고 해서 손해보는 것은 아니지만, 역시 이런 내기를 하게 되면 승부욕이 불타기 마련이었고, 그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마지막 열마리 째 금붕어가 팍하고 튀어올라 그릇을 내리쳤고 그 때문에 물고기들이 수조로 돌아가는 것에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두 눈을 깜빡였다. 세 마리만 남아버린 금붕어들을 가만히 바라보던 카나타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울지 마. ...열 마리로 칠테니까. 그 정도면 세이프야."
무승부라는 결과가 나왔지만 지지 않은 것으로도 그는 별 상관이 없었다. 소원권?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이었다. 애초에 딱히 소원으로 빌만한 뭔가가 떠오르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럼에도 주어진다면 뭐라도 구상을 해보기야 하겠지만... 저편에 있는 야키소바라도 하나 사달라고 할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자신의 소매를 꼬옥 잡고 요요츠리를 가리키는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어차피 즐길만큼은 즐길 참이니까. 이번에는 네가 먼저 해. 아까는 내가 먼저 했으니까."
참고로 난 저걸 더 잘해. 그렇게 말하는 카나타의 표정은 상당히 여유만만했다. 그리고 그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실제로도 매우 잘하는 편이었으니까.
"...참고로 난 소원권을 얻으면, 야키소바와 초코바나나를 요구할거야. ...축제 요리니까 먹고 싶어."
매년 누군가와 축제를 즐겼던 카나타와 달리 스즈네는 되려 축제 때마다 얌전했다. 매 해마다 카페 부스에 앉아서 아는 얼굴이 보일 때마다 해맑게 웃으며 인사는 했으니 축제에 있었구나 싶지만. 그 해맑은 웃음소리가 축제 부스에서 울린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기껏해야 게임류 부스만 몇군데 도는 걸로 끝이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축제의 화려한 전경을 그저 멀리서 눈에만 담게 되었던 건.
그랬던 스즈네가 올 해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카나타와 같이 금붕어 잡기를 했다. 선뜻 내기까지 응해 지지 않을 거라며 큰소리 땅땅 쳤지만. 결과는 운명의 장난처럼 잡은 금붕어마저 놓치는 바람에 지고 말았다. 훌쩍. 아쉬움과 서러움을 담긴 소리를 내던 스즈네는 괜히 금붕어들을 향해 중얼거렸다.
"우우우... 니네 나빴어..."
그런다고 저 물고기들이 들을 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아쉬움 철철 넘치는 결과에 요요츠리로 다시 하자고 하니 카나타도 그러자고 했다. 게다가 선공까지 내어준다는 말에 방금 전까지 울먹이던 스즈네의 얼굴이 파아앗! 하고 밝아졌다.
"응! 고마워~ 카나쨩~"
에헤헤~ 금새 다시 웃게 된 스즈네는 남은 금붕어 세마리도 마저 물에 풀어주었다. 그리고 부스 주인에게 재밌었어요~ 하고 인사하고 옆 부스로 옮겨갔다. 카나타의 유카타 소매를 잡은 채였으니 자연스레 스즈네의 종종걸음을 따라가게 되지 않았을까. 바로 옆이니 멀리 갈 것도 아니었고.
"소원권인데 야키소바랑 초코바나나로 돼~? 카나쨩~ 남자애가 담이 작네~"
기분 풀리자마자 종알거리며 요요츠리 앞에 선 스즈네. 이번에 내가 낼 거야~ 라며 자신과 카나타 몫을 계산했다. 짤랑짤랑. 잔돈을 받아 손목에 건 주머니 가방에 넣은 스즈네는 카나타의 유카타를 놓고 다시 수조 앞에 앉았다. 아까 그랬듯이 이번에는~! 이라며 기운차게 갈고리를 물에 담갔지만...
"힝이야..."
이번엔 한 개를 건지기도 전에 갈고리에 건 종이가 뚝. 끊어지는 바람에 시작부터 지고 말았다. 연달은 두 번의 완벽한 패배 앞에 스즈네는 울먹이는 것을 엄어 풀이 팍 죽었다. 진 것도 진 것이지만 역시 한 개도 못 건진게 너무 아쉽기도 해서였다.
"저거어 한 개만 건졌어도... 우우... 이제 카나쨩 차례야~"
그래도 순서는 끝났으니까. 스즈네는 옆으로 꼼질꼼질 움직여서 카나타가 요요츠리를 할 수 있게 비켜주었다. 그러면서 눈으로는 방금 건지려 했던 흰색과 하늘색 요요를 보고 있었다. 카나타가 끝나면 한 번 더 할까. 같은 생각을 하면서.
담이 작다고 말하는 스즈네의 말에 카나타는 피식 웃으면서 그렇게 대꾸했다. 소원권이라고 해도 너무 큰 것을 바라는 것보단 적당히 소소하게 끝나는 것이 좋았다. 거기다가 야키소바와 초코바나나 맛있지 않은가. 반대로 그녀는 뭘 요구하고 싶길래 저렇게 말하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카나타는 스즈네가 계산하는 것을 바라봤다.
"...참고로 묻는거데, 넌 뭘 빌건데?"
스즈네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딱히 생각하는 것은 없지 않았을까. 그렇게 추측을 하며, 그는 물음을 마쳤다. 그리고 그녀가 요요츠리를 하는 모습을 바라봤다. 하지만 이번에는 하나도 건지지 못하고 뚝 끊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어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장난치듯 가벼운 목소리를 뱉었다.
"...시작 전에 토박이가 어쩌고 한 것은 어디로 간 거야? 봐. 이건 이렇게 하는 거야."
이어 그는 그녀가 자리를 비켜주자 그 자리에 섰다. 이어 그는 잠시 집중하는 듯 하더니, 아주 능숙하게 방금 그녀가 건지려다가 실패한 하늘색 물풍선을 끄집어냈다. 이어 빨간색, 보라색, 검은색, 파란색. 딱 그 정도 끄집어내자 자연히 종이가 뚝 끊어졌고 그는 숨을 후우 내뱉었다.
"이겼네."
무덤덤하게, 하지만 입가에 미소를 살며시 머금으며 승리를 선언한 카나타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 맨 처음에 꺼냈던 하늘색 물풍선을 그녀에게 내밀었고, 다른 것들은 모두 반납하겠다는 듯이 물 속에 집어넣었다.
"...이거 노렸었지? 가져가. ...이번 거 돈을 낸 답례야. ...야키소바와 초코바나나는 별도야."
그 두 개는 확실하게 받아가겠다는 듯, 그는 장난스러운 목소리를 살짝 섞어 입가에 미소를 계속해서 머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