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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행이고. 짧게 덧붙이면서 괜히 소년은 한숨 쉬었다. 능청스러워보이는 그 모습에 당장이라도 뺨을 주욱 늘려주고 싶었지만, 간신히 참아내고서.
"그냥. 별거 없으면 됐고."
그러다가.
"마시로가 꼬맹이기는 해."
코로만 흐흥 웃는 너를 따라 피식, 웃어버렸지. 어느새 다 먹은, 비어버린 접시 위로 숟가락을 올려놓고서는. 네가 나를 바라보자, 나 역시 너를 바라보았다. 가끔씩 이런 것들을 느낀다. 그러나 소년은 말 하지 않았다. 툭, 하고 부딪히면 산산조각나는 유리같은 이런 것을, 굳이 손 대어 먼저 깨트리고 싶지 않았다. 그저 그 위로 조심히 앉을 뿐. 한 마리의 고양이가 되어 자신의 체온으로 그것을 덥혀줄 수 있기를 바라며.
"월급의 반은 저축하려고. 어차피 쓸 데도 많이 없을테고... 뭐, 여행 다니느라 이래저래 쓰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만."
"그거 말고는 딱히."
그리고는 딸랑, 하고. 네가 숟가락 놓는 소리를 들었다. 잘 먹었다는 말에 씩 웃어보이고는, 너와 내 접시, 수저를 챙겨 싱크대로 향했다. 팔을 걷고 설거지를 하기 시작하면서.
색을 빼고는 미키 군을 잃어버린 소년의 손은 감촉도 형태도 판이합니다. 하지만 하나요는, 그 손이 심지어 희다는 정체성마저 잃어버렸을지라도, 기꺼이 옛 친구의 손을 붙잡을 마음이었습니다.
그것이 미키 군에게 중요하다면,
"하나요도, 많이 바뀌었어....."
그렇지만 그것이 미카즈키에게 중요하다면,
"하나요, 미키 군에게 마지막 편지도 선물도, 아무것도 준 게 없는데.....!!"
심지어 마지막으로 같이 한 약속마저도 빼앗겨버렸으니, 하나요는 떨어지는 눈물을 숨기려고도 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것을 생각하지만, 저 멀리에 떨어진 화과자와 심부름 봉투 뿐입니다. 그렇지만 아쉬움을 이제는 놓아주어야 할 때라는 것을 압니다. 미키 군에게 고개를 뻗습니다. 어떤 신호라는 것을 눈치채고 숙여주었다면, 뺨에 가벼운 입맞춤을 작별인사로 남겨주었을지도 모릅니다.
어느새 축제날이 다가왔다. 쿠레비야마 산기슭에 위치한 하네이 신사에서 매년 여름 개최하는 축제. 익숙하고 정겨운 그 이름. 이나리 신을 모시는 그 신사. 과거, 여우가 쿠레비호에 뛰어들어 홍수를 막았다고 하는 이야기도 전해 내려오던데. 진실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소년은 이런 정다운 것들을 좋아했다.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들. 히라무의 열쇠 같은 비밀들. 수수께끼들. 그렇기에 신사에 가면 기도하는 편이었다. 이따금씩 산책 겸 런닝을 나갈 때, 신사를 들러 기도하기도 했다. 학생회였기에 순찰 겸 점검을 나갈 일도 있었고.
매미 소리가 울린다. 느지막한 저녁이지만 아이들 뛰노는 정다운 소리도 들려오고. 오징어 구이의 달콤한 향기도 코를 간질인다. 올해 여름도 늘 그렇듯 오미코시를 들고 시가지를 순회한 다음, 하토가와에 띄워서 쿠레비호까지 옮기는 행사를 펼치겠지. 많은 가판대도 들어설 테고, 우리 학교의 학생들이 참여해 만든 부스도 절찬 영업중이리라. 소년은 흰색 반팔티에 청바지, 편한 런닝화 차림으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마네, 야키소바 먹고 갈래?"
"아냐, 괜찮아. 불 조심하고."
"회장님, 차 한잔 마시고 가세요! 저희 메이드복도 귀엽다구요!"
"하하, 다음에. 슬슬 밤 될테니까 너무 늦게 들어가지 않도록 하자."
그렇게 말하며, 흘러 내리는 땀을 손수건으로 슥 닦던 때에. 같이 돌아다니던 학생회 친구들이 말을 걸어왔다.
"회장, 이제 얼추 다 된것 같은데. 축제 좀 보다 가.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게."
"응? 아직 남았잖아. 저기도 점검해야하고... 슬슬 밤이니까, 아이들 인솔도 해야 할텐데."
"괜찮아. 제일 먼저 왔잖아? 집행부기도 하고. 할 일도 많을텐데, 좀 쉬어. 안 쉬면 억지로라도 쉬게 할테니까."
"...그러면 조금만 쉴까. 고마워. 너희도 너무 무리하지 말고."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손을 흔들고. 조금 걸어 신사 입구 계단에 털썩 앉았다. 하아, 그럼 오늘 일은 여기서 끝인가. 목마르네... 소년은 그리 생각하며 눈을 깜빡였다.
아마네 아오와 같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축제의 정 가운데에 위치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 견고한 유대의 거품 밖에서 서성이는 사람도 있는 법이었다. 마이구나? 야키소바 먹을래? 응 먹을래. 짧은 대화 후에 미야마 마이는 야키소바를 먹고 다시 축제의 거리를 걸었다. 어이! 미야마! 이것 좀 사가! 응? 와아- 마침 마시고 싶었어. 그렇게 몇 번. 빠르게 탕진된 지갑, 양 손에는 2개씩만 판다며 구매한 슬러시를 들고 쭉 걷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