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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 정도, 스쳐지나간 적이 있는 얼굴이다. 나가쿠모 미카즈키라는 소년은 타인에 대한 관심이 매우 저조한 편에 속했지만, 그런 미카즈키의 눈에도 이따금 한 번씩 아, 스쳐지나간 적 있는 얼굴, 하고 기억될 정도로 또렷한 인상을 가진 사람이 없지는 않다. 세이야 츠키도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었고. (엔도 선생이 언급한 대로, 이름에 똑같이 달이 들어가 있다는 점도 한몫 했다) 그러나 평소와 같이, 말 한 번 섞어볼 일 없으리라 하고 데면데면 스쳐지나갈 사람이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했는데 막상 이렇게 통성명을 하게 되니 기분이 묘했다.
592 자캐는_요즘_유행하는_노래_1초_듣고_맞히기를_얼마나_잘하는가 노래 데이터가 비교적 부족한 편이어서 중하위권에 가깝지 않을까 싶네요. 들어본 노래는 딱 알아차릴 수 있지만 스치듯 들었다거나. 들어보지 않은 건 당연히 모르니까... 1초만 들어도 뭔가 정보는 많은데 그 정보를 말해봤자 제목이 나오지는 않으니까.
35 자캐는_남의_생일을_잘_기억하는_편_vs_잘_잊는_편 잘 기억하는 편이에요. 생일을 들었다면.
284 대중교통_환승1번에2시간_vs_환승4번에1시간_자캐가_고르는_루트는 시간을 정확하게 확인해서 동선을 짜고 4번에 1시간.
>>157 ...일단 1초만 듣고 정보가 나온다는 시점이 엄청나. 나는 내가 잘 모르는 노래 1초 듣는다고 해서 뭘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은데! 아무튼...생일은 잘 기억하는구나! 기억력이 좋아! 이즈미는! ㅋㅋㅋㅋㅋ 환승 4번에 1시간..우와...그거 생각보다 되게 힘든데..이즈미는 참을성이 대단하구나!
시종일관 떠들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말이란 건 우물 속 물과 같아서 일정 부분 퍼내면 다시 차오를 때까지 기다려야 그 위로 두레박을 던질 법 했다. 드물게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데. 그게 스즈네였다. 그러니 소년이 이제부터는 입을 다문다 해도 자리가 조용해질 일은 없었다. 무엇보다 스즈네의 말 대부분은 영양가가 없기도 하니까.
그 속에서 의미 있는 답을 원한다면 직접 두레박을 던지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그러면 스즈네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대답한다.
"당연하지~! 네가 숨 쉬며 앞을 보는 한~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도 있는 거야~"
탁한 물감 떨어뜨린 듯 흐려지는 눈빛이 그저 접힌 눈매 탓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테니. 그마저도 깜빡 내려지는 눈커풀에 가려져 찰나였겠지만은.
"응~ 조심해~ 나야 쪼그매서 뛰어다녀도 완전 괜찮지만~"
스즈네의 해맑은 목소리가 재잘거렸다. 통통통통. 가벼운 발소리가 목재 복도를 따라 걸었다. 아까의 툇마루가 나올 때까지 걸은 만큼의 복도를 한 번 꺾어가며 지나가니 문이 나온다. 아마도 뒷마당으로 나가는 문 같다. 그 앞에도 작은 현관이 있어서 스즈네는 거기 놓여 있던 작은 슬리퍼를 신었다. 그리고 미카즈키에게도 성인 남성용으로 보이는 깨끗한 일반 슬리퍼를 한 켤레 내주었다.
"그거 신구~ 별채로 갈 거야~"
설명이라기엔 많이 부족한 말을 한 스즈네가 문을 열자 잠시 잊었던 여름의 더위가 훅 끼친다. 흐악. 열기를 얼굴에 정면으로 맞은 스즈네가 숨 들이키는 소리를 냈다. 덥다~ 더워~ 그렇게 종알대며 제법 묵직해 보이는 문을 끼이익 열었다. 그러자 작은 놀이터 같기도 한 뒤뜰이 환히 보여온다. 좌측이 작은 연못과 정원수들로 꾸며진 조경이라면 우측은 연녹색 잔디가 보드랍게 깔린 넓은 뜰이다. 그 중간을 가로지르는 야외 통로가 있었다. 보도블럭처럼 밋밋한 돌을 쭉 깐 길 위는 천장이 있어서 그늘이 드리워 있었다. 아마 이 길의 끝이 일 하는 곳이지 않을까. 그 예상이 맞다는 듯 스즈네가 부지런히 걸음을 내디뎠다.
"요 끝에~ 토키와라에 공급하는~ 찻잎 만드는 작업장이 있어~ 오늘 할 일은~ 찻잎 갈기~"
주구장창 맷돌 돌리는 노가다지용~ 히히~ 하고 가는 동안 스즈네가 말했다. 그리고 마저 갈 동안은 제목을 알 수 없는 노래를 흥얼거렸다. 기분 탓인지 스즈네의 슬리퍼 소리가 그 노랫소리의 박자에 맞춰진 듯 싶다. 이윽고 뒤뜰을 가로질러 약간의 대나무들을 지나간 그 끝에 저택과 마찬가지로 전통 가옥의 형태를 한 작은 별채가 나온다. 인기척 대신 은은한 찻잎향과 댓잎향이 감도는 별채로 다가간 스즈네가 역시나 잠금 없이 닫혀 있던 문을 열고 안으로 이끈다.
"자자~ 시간은 금이라구~!"
문을 열 적 어디선가 통! 하고 죽대 튕기는 소리가 들리고 사라졌다. 뒤뜰에 흐르는 물이라도 있는 것일까. 본 저택보다 훨씬 조용하고 적막한 별채 안은 바깥보다 진한 찻잎향이 감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