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돌아오는 대답이 어쩐지 시원찮다. 도중에 말을 바꾼 것도 그렇고, 주변을 둘러보는 몸짓도 왠지 어색하게만 보인다. 상대가 퍼뜩 살펴보는 행동마저도 뚝 멈추고 나서는 어색한 정적만 그 좁은 구석 공간을 맴돌았다. 그는 그런 공기가 불편하지도 않은가 보다.무엇을 곰곰이 생각하는지 말이 없던 그가 불쑥 말했다.
“혼자 있고 싶어?”
완곡한 구석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직설이다. 기억하는 생애의 모든 순간이 고독했기에, 그는 넌짓 드러나는 표현이나 타인의 의도 따위에 어두웠다. 속되게 말해 눈치가 없다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런 그도 자신이 공감할 수 있는 일에만큼은 완전히 감을 못 잡는 편은 아니라서. 완벽한 고립을 꺼릴 뿐이지, 그도 따지자면 떠들썩한 것보다는 조용한 자리를 좋아하는 성향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결론을 직설적으로 내뱉은 시점에서부터 아직 갈길은 멀겠지만. 여하간 그는 상대가 그렇다고 답하기만 한다면 곧장 되돌아 나갈 의향이 있었다. 그런데 이야기가 이어지는 걸 봐선 완전히 그런 건 아닌 듯도 싶고. 그는 갈피를 잡지 못하여 아리송해 하면서도 천천히 다가가던 걸음 조금 더 이어갔다.
“나는 괜찮아. 나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나서 주기도 했고…….”
그때는 여차하면 또 한 번 조각나는 상황까지 각오했다. 하지만 알레프의 도움 덕에 사지부터 머리카락 끝까지 모두 멀쩡하니 잘 된 일이다. 그도 곧장 질문을 돌려주었다.
”너는 어때? 다친 데는 없어?”
제 기억이 맞다면 곰과의 싸움에 크게 휘말리지는 않은 듯했지만, 연행되어 오는 과정에서 다쳤을 수도 있으니까. 예의 상 돌려주기만 하는 말은 아니었다.
우와, 도, 도도, 독심술이라도 쓰시는 걸까? 동요하는 몸짓을 숨기지 못한 건 자기 자신인데 그런 것 생각도 않고, 그저 어떻게 생각을 읽은 건지 영문 모르는 얼굴로 깜짝 놀랄 뿐이다. 헉, 그렇다면 이런.. 이런저런 이상한 생각을 하면 읽힌단 이야기..? 뒤늦은 깨달음과 함께 또 쿵쾅거리는 심장, 저 이상한 생각 안 해요, 이상한 생각 안 해요, 머릿속으로 주문을 외듯이 반복하기만. .....상대 측에서 보면 그냥 수상하게 진지한 얼굴이 된 사람일 뿐이겠지만.
그와는 별개로, 제법 아프게 쿡 찔린 질문엔 꽤 오랜 시간 대답을 망설였다. 잠시 혼자 있고 싶어서 구석에 온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정말 이 가게 안에서 혼자가 되어버리면 그건 그것대로 또 무서울 것 같아서. 나는 어쩌고 싶은 거지? 지독하게 직설적인 질문으로 시작된 의문의 자아성찰 시간 잠깐, 거기에 눈치까지 조금 더해져서 나온 결론이란.
"그, 그냥. ..완전 호, 혼자 있고 싶은 건..... 아니고요, 그냥... 조, 좀, 진정하고 싶어서, 그랬, ..어요. 요샌 맨날 이상한 일만, 생기고.."
아무리 기억을 잃어 어떤 세상에서 살다 왔는지 모른대도, 세계를 마구 옮겨 다니거나 희한한 능력을 쓰는 세상이 아니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어렴풋이 그랬을 거라는 실 같은 희미한 느낌 뿐이었으나 뒤따라 이어지는 확신만은 묘하게 굳건했으니. 가게에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포르시티아가 그립다. 마시가 보고 싶어.
여왕이 곰으로 변하는 부분에서부턴 기억도 희미하게 잘 떠오르지 않는 것이, 아마 반쯤 혼절 상태였겠다 추측만 할 뿐이다. 갑옷 차려입은 병사들이나 여왕 곰이 이 쪽을 주목하지 않아서 정말, 정말정말, 정말정말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뒤늦게 든다. 그게 아니었으면 나, 난 이미 곰에게 깔리거나 찢겨서, 으아, 으아아악, 묘하게 창백해진 안색.
"....그, 그 때 계신 분들은 다... 여, 여기로, 오신.. 거죠? ..그, 그러면..... 그 고, 고, 곰도..?!"
생각해 보니 가게 주인이 늑대인데, 어딘가엔 커다란 곰이 있어도 이상할 게 없다...! 혹시 근처에서 얘길 듣고 있는 건 아닐까? 휙휙, 주위를 둘러 보더니 선반 틈새로 다른 통로를 살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