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여기로 떨어지고 나서 얼마나 흘렀을까? 상점 안에만 박혀있다 보니, 시간의 흐름도 잘 모르겠다. 다음 세계는 언제 갈 수 있지? 무릎 모으고 앉아서 무료하게 시간만 죽이고 있으려니 좀이 쑤셨다. 제겐 쑤실 좀 같은 것도 없지만. 문득 소녀가 생각해낸 것이 있었으니─ 자칭 여왕의 새장에 갇혔었던 두 추락자들이었다. 고양이 귀의 분홍머리 여자아이는 여왕을 습격했었고 다윈이라는 추락자는 줄곧 기절해있던 게, 마지막으로 보았던 그들의 모습이었다.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상점 내부를 바쁘게 돌아다녔다. 멀리 갈 것도 없었다. 멀지 않은 곳에 그들이 있었으니까. 다만 둘은 무언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했다. 무슨 얘기를 하는 걸까? 소녀는 저만치 뒤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다가... 다윈과 눈이 마주쳐버린다.
"어..."
소녀는 잠깐 얼버무린다. 눈까지 마주쳤는데 모른 척 하기도 그렇고. "아, 안녕. 다윈이랑... 분홍머리." 그리고 슬금슬금 다가가 어색한 인사를 건네본다.
열심히 불만을 토로하던 미하엘은 누군가 다가오자 어, 하고 짧은 소리를 냈다. 이내 미하엘은 다가온 당신을 보며 어쩐지 반가운 기색을 보인다. 그러고 보니 지난 번 곰과의 전투에서 활약하는 걸 보았더랬다. 다윈과도 아는 사이 같고. 그러면 뭐다? 친구다! 하지만 그것과는 달리 분홍머리라는 부름에 미하엘이 삐쭉 입술을 내밀었다.
“아니지, 아니야. 분홍머리가 아니고, 미하엘. 안녕, 이름이 뭐야? 다윈한테만 알려줄 건 아니지?”
그러고는 헤죽 웃는 모습 뒤로 회귀자가 안도의 숨을 내쉬는 것이 보인다.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을 바라봤던 건 도와달라는 신호였는지도 모르겠다. 회귀자가 까딱 턱짓했다. 자신이 미하엘에게 당신에 관하여 소개시켜줄 법도 한데, 당신이 직접 소개하는 게 낫다고 여겼는지 그는 아무런 별다른 말없이 무사했냐는 말에 이번엔 고개를 끄덕인다.
“예, 당신도 무사한 모양이군요.”
그렇게 말하는 회귀자는 어쩌면 당신이 자신을 구하러(?) 왔다는 걸 모르는 걸지도 모른다.
미하엘이 운반을 부탁한 상자는 전차의 포신만큼 무겁습니다. 적어도 윈터에게는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걸쇠 하나 없이 허술하게 닫겨있는 뚜껑은 상자를 바닥에 질질 끌어도 들썩거리지 않았고, 이리저리 흔들어 보아도 안에 아무것도 들지 않은 것처럼 어떤 소리도 나지 않고 무게중심의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것은 정말 상자가 맞을까요? 상자처럼 생긴 통나무가 아닐까요?
한참을 고민하던 윈터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상자에 손을 가져다 대었습니다. 그리고 상자와 뚜껑의 이음매 부분을 살짝 밀어봅니다. 그저 뚜껑이 열리나 안 열리나만 확인해 보려고 했을 뿐이에요. 그런데, 아무리 덜컹거려도 미동을 않던 뚜껑이, 그다지 힘을 주지 않았는데도 빠끔 열립니다. 뚜껑이 열리는 순간, 펑! 터진 상자 안에서 수없이 많은 빛 조각이 쏟아져 나옵니다.
"함정이다!"
윈터는 반사적으로 상자 반대편으로 몸을 날려 바닥에 납작 엎드렸습니다. 주위가 고요해지자 손으로 제 몸을 더듬습니다. 다행히 피격당한 곳은 없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상자 쪽을 돌아보면 상자에서 쏟아져 나온 반짝이는 조각들이 도시로 날아가고 있습니다. 윈터는 그 광경을 보고 백린탄을 떠올립니다. 상자 안에는 지금까지 몇 개 주웠던 돌멩이 하나만 덩그러니 남아있습니다.
윈터는 이 상자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고민이었습니다. 의뢰를 맡긴 미하엘에게 가지고 돌아가면 그녀가 난처해질 것이 분명하니, 상자의 주인을 찾아가 솔직하게 말하고 사과하는 게 최선일 것입니다. 다시 목적지로 향하고 있으면 어디선가 날아온 분홍색 불꽃이 윈터의 주위를 빙글빙글 맴돕니다. 그것은 화가 난 듯해 보였지만 윈터는 그 모습이 퍽 귀여워서 그것을 무시하고 걸음을 재촉합니다.
윈터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이 어딘가 이상합니다. 마주 오는 사람은 윈터를 피하듯이 옆으로 빙 돌아가고 누군가는 골목에 숨어서 매섭게 노려봅니다. 미하엘이 준 약도를 따라 걷고 있으면, 어디선가 날아온 돌멩이가 윈터의 머리를 딱! 하고 때립니다. 윈터는 미하엘과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실수겠거니 하고 고개를 털고 말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