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이 쨩, 미안한데 오늘만 카구라(神楽) 대타 들어가 줄 수 있어?」 「으······ 나중에 아이스크림 사 주세요,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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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둘 다 하고 싶어서 캠핑장에서 처음 만나고 학교에서 안면을 튼 뒤에! 하나요짱 거리감 빨리 좁혀올 것 같으니까 학교에서 만나고는 앗! 응? 하고 만나서 학교에서도 친구를 했다가 최근 러브레터 전해준거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어🥰 둘이 같은 토박이다 보니까 초면은 힘들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음속 토키외라초 주민 400명) 어때..? 둘 다 먹는건 너무 욕심쟁인가?!
하늘이 파랗게 물들어온다. 이내 바다와 맞닿은 끝단이 해거름하니 색이 바뀌더니, 이내 붉게 달아오른다.
결국 나가쿠모 미카즈키는 잠들지 못했고, 그 끝에 결국 눈 밑에 음기 한 꺼풀을 더 덧칠한 채로 야구부 훈련에 나갔다. "니 오늘따라 피곤해 빈다. 개안나." "괜찮아. 고마워." 상투적인 인사가 몇 번 오가고, 거기에서 인간적인 소통은 끝난다.
나가쿠모 미카즈키는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에서의 삶을 그렇게 난파선처럼 보내고 있었다. 이미지 관리는커녕 '함부로 다가오지 말라'는 제스쳐를 취한다. ...그 덕분에 야구부원들과 필요한 유대 같은 것은 영 글러먹은 것 같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다른 사람을 가까이하기도 겁난다. 자신의 잔뜩 곪아버린 속을 내보이는 것도 무섭고, 지금 입은 상처만도 버거운데 다른 상처를 더 떠안을 것도 두렵다. 지금의 이 사람같지 않은 사람 몰골도 간신히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데, 다음번에는 진짜로 무너져버릴 것 같으니까.
그야말로, 난파선 같은 처지다.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삭막하고 무미건조하게, 오늘치 야구부 훈련도 흘러간다. 가방을 걸머지고 부실 문을 박차고 들어온 것이 바로 방금 전 같은데, 어느새 풀벌레 찌르르 우는 오후 1시의 뙤약볕 아래로 걸어나갈 시간이 되었다.
삼삼오오 모여가는 야구부 아이들이 멀어져가는 모습을 뒤로하고, 미카즈키는 가방을 걸머졌다. 그리고 문득 그 장면을 그려보았다. 일마들 봐라 내를 두고 가네 섭섭구로. 걸걸하게 사투리를 입에 걸면서, 아이들의 뒤로 주루룩 따라붙고는, 땀냄새고 더위고 아랑곳없이 저 멀어져가는 야구부 애들 한두 명의 어깨에 팔을 걸치며, 아 자슥아 듭다 끄지라, 하고 타박을 당하고는, 짜아슥 까칠하네 밥 못 묵읏나, 마 듭거던 아이스크림 하나씩 물고가자, 마트 어떤데, 하며 저 아이들 사이에 자연스레 끼어 하교하는 장면을.
그러나 미카즈키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일들을 견디기에는 자신은 고장난 난파선이라는 것을. 혼자는 외롭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버겁다. 아무 일도 없었던 척하기에는 상처가 아물지 않았기에, 버거운 일을 억지로 떠안느니 미카즈키는 혼자이길 택했다. 그래서 미카즈키는 가방을 짊어지고, 저벅저벅, 홀로 발걸음을 옮겨 할아버지 댁으로 향하는 길을 택했다.
그 길에서 마주친 것이 그 포스터였다. 청춘을 그대로 담은 듯, 두 미인이 서로 손을 잡고 강가의 다리 위를 가로질러 달려나가는, 축제 홍보 포스터.
평소라고 한다면 미카즈키는 주변시에 잡힌 그것을 별로 신경쓰지 않고 지나갔겠지만, 참으로 우연하게도 마침 그때 모자챙 아래로 주룩 흐른 땀이 눈을 찌르는 바람에 미카즈키는 고개를 살짝 쳐들고 눈가에 맺힌 땀을 손등으로 훔쳤고, 손등으로 땀을 훔쳐내고 다시 눈을 뜨는 그 순간에 포스터 안에 찍힌 소녀의 얼굴과 눈이 마주친 것이다.
>>257 좋아해줘서 고마워ㅓㅓㅓ!~~~~!!~!! >ㅂ< 청춘~!! 청춘~~~!!! 인 거야~~~!!!~!
응~! 괜찮을 것 같아~~!!~! 토키와라초 주민 400명이라니, 통폐합 위기 아냐~??!?!~~ ㅋ ㅋㅋ ㅋㅋ ㅋㅋ 아무튼 좋아~~!!! 첫 일상 돌릴 시점을 고민 중인데 학교에서 만나서 친구하는 장면으로 할래~? 아니면 학교에서 만나서 친구가 된 이후 시점으로, 인형 뽑기나 악세사리 가게나 음식점 같이 가거나 할래~?? 아니면 러브레터 바로 밭을래~~??
겉보기에도 퍽 오래되어 보이는 키리야마 저택은 현관에서부터 고즈넉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다른 곳은 몰라도, 한낮의 햇살이 열린 현관으로부터 쏟아져 들어와 비추는 고동색 목조 복도가 안쪽으로 쭉 이어져 있다. 그 복도의 시작이자 끝인 현관 앞에서 두 사람은 마주하고 있었다. 햇살을 등진 미카즈키와 그런 소년의 그림자와 햇살을 동시에 받는 스즈네가 있었다.
"으응~"
스즈네는 놓아진 손을 허공에서 두어번 쥐었다 펴길 반복했다. 비어버린 손이 아쉬워 보이기도 하고 잡는 형태로 굳은 손을 푸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반복 끝에 가벼이 쥐는 형태가 된 손이 하얀 원피스 위로 내리웠다. 작은 두 손이 겹쳐지니 어느새 다소곳이 선 스즈네였다. 조금 전까지 폴짝대던 행동이 환영이었던 듯, 차분한 스즈네가 한겨울의 푸른 눈을 지그시 마주했다.
어느 계절도 아닌 갈색빛 눈동자는 어느 형태가 되어도 따스한 온기 담긴 시선이었다. 밤하늘의 달이 만월이어도 반달이어도 달인 것은 변치 않듯.
"애웅."
두 사람 사이의 기묘한 공기를 먼저 흔든 것은 링링의 소리였다. 스즈네의 옆에 반듯이 앉아있던 링링이는 꼬리를 한 번 살랑이며 미카즈키를 향해 소리냈다. 그리고 앞발로 톡톡 스즈네를 건드렸다. 그리고 또 애웅애웅.
"헤~ 그런 거야~? 그렇네~ 응~"
뭔가를 얘기하듯 연신 울어대는 링링이를 보며 스즈네가 알아듣는 듯이 반응한다. 링링이는 소리만 내지 않고 살짝 일어나서 제자리를 한 바퀴 빙 돌거나 스즈네의 주변도 한 바퀴 빙 돌기도 했다. 현관을 폴짝 내려와 미카즈키의 주변도 한 바퀴 돌고서 다시 스즈네의 옆에 앉았다. 우우웅. 먁. 의미를 알 수 없는 소리로 말?을 마친 링링이를 생긋 웃는 얼굴로 바라본 스즈네가 그 얼굴 그대로 미카즈키를 보았다.
"다도 몰라도 괜찮아~ 그냥~ 편하게 앉아서 차 마실 뿐인 걸~"
스즈네는 다시금 미카즈키에게 차를 권하듯이 말했다. 다도회를 하는 것도 아니니 그저 편히 앉아서 차 한 잔 하면 되는 거라며. 아무 것도 모르면서 마냥 떼 쓰는 아이 같다가도 문득, 분위기가 달리 흐른다.
"얘. 미카즈키 군."
잔잔히 흐르는 목소리에 땡볕조차 유순히 숨을 죽인다.
"무얼 그리 무서워하는 거니? 무엇이 그리도 겁이 나니."
피하지 않고 정면을 향한 태도에 키 차이가 무색하게 시선이 맞춰지는 듯 하다.
"거기에서 여기까지. 한 걸음이면 돼."
"자."
작은 두 손이 미카즈키를 향해 내밀어졌다. 엷은 분홍빛이 감도는 말랑한 두 손은 무엇을 얹어도 기꺼이 감싸줄 것 같다. 오는 내내 차가운 손을 꼭 쥐어주었듯이.
>>217 (1) 대표적인 전설은 쿠레비호에 뛰어든 여우 전설. 먼 옛날 토키와라에서 강물이 불어났을 때, 이나리 신이 보낸 여우가 호수에 빠져들어 범람하는 강물을 막았다는 이야기야. 이 때문에 쿠레비호에는 여우가 잠들어 있다는 전설이나, 간혹 월척이 잡혀 올라오면 신통한 여우의 환생이라든지 여우님이 올려보내주신 선물이라는 믿음이 퍼졌어. 하토가와에 유독 홍수만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 게 신앙을 강화하는 원인이기도 하지.
그 이후로 하네이 신사에서는 이나리다이묘진뿐만 아니라 그 특정한 여우의 신격(정확히 말하면 이나리의 사자)도 함께 섬기고 있고, 에마에도 여우의 그림이 그려져 있어.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여우귀 무녀로 호객행위를 하지는 않아. 뿐만 아니라 여름 축제에서 오미코시 순회 루트는 하네이 신사 본전, 오타비쇼(안치소) → 토키와라 시내 → 하토가와강 → 쿠레비호 → 다시 하네이 신사로 복귀이고, 쿠레비호에서 가구라 공연을 올리면서 피운 봉화를 작은 등불에 옮겨서 다시 하토가와에 띄워내려 보내. 이런 문화는 (오봉 행사와 습합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쿠레비호에서 영험한 기운을 다시 내려보내서 강의 범람을 막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2) 학생들 사이에서 유명한 '소원을 이루는 전설'. 하네이 신사의 여름 축제와 무언가 관련이 있다는 것만은 분명한데, 소원이 이루어지는지도 불명이고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과연 무엇이 영향을 미친 건지도 검증된 바가 없어. 당연히 어린애들 사이에서 흔히 있을 법한 헛소문이라는 인식이기는 한데, 이상하게도 시트캐들 부모님 세대도 이 이야기를 알고 있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있는 걸 보면 뭔가 있긴 있나 봐...
대표적인 설은 세 가지. 첫째, 마츠리의 등불 내려보내기를 함께 하면서 소원을 빈다(또는, 쿠레비호에서 먼 바다까지 등불을 떠내려보낸다). 둘째, 하네이 신사에서 평소에는 보이지 않는 토리이를 지나간다. 셋째, 쿠레비호에 잠들어 있는 여우 님을 만난다. 그런데 둘째와 셋째는 물론 상상하기 어렵지만 첫째도 문제가 있는데,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환경오염 문제 때문에 등불은 아무나 흘려보낼 수 없게 되어 있고, 하구에 도달한 시점에서 수거된다는 거야...
여기까지는 시트스레에 나와 있던 이야기들이고...
(3) 마을 축제 기간에는 떠나간 귀신들이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있어. 이것까지는 평범한 오봉(백중날)과 전혀 다르지 않은데, 문제는 도깨비불이 나타나거나(과거에는 산불도 났다고 하고), 소중한 물건이 사라지거나, 방에 둔 물건의 배치가 바뀌는 등의 기현상을 동반한다는 점... 사실은 이것들이 자기를 지켜보고 있는 영혼의 소행이라는 거야. 여우님이나 요괴들의 장난이라는 썰도 있고. 풍속학자들은 이를 두고 '옛사람들이 축제 기간에 화재나 경범죄의 발생 수가 증가하는 경향을 설명하고자 만들어 낸 이론'이라고 풀이하지만, 이런 믿음을 신비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적지 않아. 유독 토키와라의 오봉에 이런 전설이 많은 이유는, 자신의 죽음으로 많은 죽음을 막아낸 여우의 신통력이 진짜로 혼령(+이에 이끌린 요괴들)을 불러오기 때문이라든지.
(4) 하네이 신사는 부지를 포함해도 그렇게 크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축제 기간이 되면 신사 속이나 주변의 산에서 길을 잃어버릴 정도로 넓고 어지럽다고 느낀다는 모양이야. 단순히 축제 준비 때문에 평소와 분위기도 변해서일 수 있지만, 마을 사람들이 평소에 '넓어 봤자 얼마나 넓겠어?', '어차피 호수가 보이는 쪽으로 걸으면 산길은 금방 빠져나오는데?'라고 생각할 정도니까 뭔가 이상하지... 정작 그렇게 길을 잃어버려서 몇 시간 동안 쩔쩔매던 사람은, 빠져나온 다음에는 헤맸다는 사실을 잘 기억조차 하지 못해. 이런 이상한 현상 때문에 '하네이 신사의 보이지 않는 토리이' 같은 도시전설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
하나요구나. 잘 지내고 있었네. 하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내면에 차갑게 채워둔 얼음 제방을 무너뜨리고 해일처럼 와르르 기억들이 밀려들어와버리고 만다. 미키군, 하고, 지금도 잘 기억하고 있는 그 목소리가 메아리쳐 오는 것만 같아, 미카즈키는 거기에 못박히듯이 서서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툭, 하고, 어깨에서 흘러떨어져내려 바닥에 볼품없이 내동댕이쳐지는 스포츠백이 마치, 기억의 비참한 파도에 뒤흔들린 난파선의 낡고 낡은 돛대가 마침내 부러지는 것 같다.
"하나요."
분명히 기억한다. 커튼 아래로 보이던 양말 신은 하얀 발목을. 그 뒤에서 자신을 놀래켜줄 생각으로 짓궂게 웃고 있던 소녀를. 미키군, 하고 상냥하게 불러주던 어떤 소녀와 함께 지내오던, 토키와라에서의 나날들을. 오사카에서 하루하루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육체적인 괴로움과 정신적인 괴로움 사이에서, 자신을 미카쨩, 혹은 미키군으로 계속 유지시켜주고 있던 것이 바로 그 나날들의 기억이었던 걸.
"하나요......"
분명히 기억한다. 나 얼마 뒤에 오사카로 간대, 라고 말하던 그날, 흐릿해지는 시야 너머로 물방울이 맺히던 네 눈가를. 마지막으로 만나서 재밌게 놀자. 하고 나누었던 그 약속을. 그리고 그 약속이 처참하게 깨어지던 그 비참한 날을. 아버지의 우악스런 손에 손목이 나꿔채여, 뒷좌석에 내동댕이쳐지고, 철컥 하고 잠긴 자동차 문이 아무리 애를 써도 요지부동이던 그 때의 절망을.
"아들과 아비가 함께, 보란 듯이 뛰어넘자는 거다! 저 마왕을!!"
자신은 전혀 생각도 없던 이야기를, 귓전에 쩌렁쩌렁 소리쳐대는 류우가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메아리치는 것만 같았다. 기억의 여기저기로 쩌렁쩌렁 울려간 메아리는, 이내 온갖 형태의 반향을 몰고 삼각파가 되어 또다시 난파선을 덮쳐왔다.
"내가 니네 학년이었을 때는 니들보다 더 고생했어! 사이오의 이름에 걸맞는 프로가 되는 길이라는 건 이런 거야!" "이게 내 행복이야. 나는 내가 원하는 행복을 주는 사람을 고르기로 했을 뿐인걸." "나는 그저 내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을 원했을 뿐인데, 네가 나한테서 그 사람을 빼앗아갔어. 그러니, 책임을 져." "내, 고시엔에 갈 끼다!"
"...슬퍼하지 마렴, 내 아들. 네가 살아감으로서... 엄마는 항상 네 안에서 살아있는 거야. 너와 함께. 내 삶을 네게 물려줄게. 그러니 아들, 내 아들... 결국에는 행복하기를 바라요."
소원이, 소원들이 비참하게 몰려온다
정신을 차려보니, 미카즈키는 달리고 있었다. 어깨에서 흘러내려간 스포츠백의 존재 따위는 잊은 지 오래다. 볼캡은 어느샌가 머리에서 날려가 없고, 땀에 젖은 까만 곱슬머리가 볼썽사납게 헝클어져 얼굴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숨은 공기를 채우는 게 아니라 폐를 틀어막고 있었고, 다리는 근섬유 하나하나가 갈가리 찢어져 비명을 지르는 것만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다. 결국 미카즈키의 다리는 더 이상 미카즈키를 지탱하는 데에 실패했고, 소년은 땅바닥에 볼썽사납게 나뒹굴었다. 피부에 부딪는 조약돌들이 아픈 것도 잊고, 소년은 황망히 고개를 들었다. 땅을 짚고 비틀비틀 들어올린 시선 끝에, 문득 그리운 풍경이 걸린다.
어느 작은 호수. 집의 뒤편으로 오솔길을 타고 조금만 올라가면 나오는 곳. 어릴 적, 할아버지가 알려준 비밀 장소. 두어 명의 동네 친구들과만 이런 곳이 있어- 하고 공유하던, 냇가가 흐르다 말고 낮은 폭포에서 떨어지며 만들어진 조그만 연못. ...동네 친구들과, 하나요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물장구치던 작고 얕은 연못.
정처없는 도주의 목적지를 이리로 이끈 것은 소년의 무의식일까. 추억의 그 순간으로, 모든 것이 잘못된 그 순간으로, 아니 어쩌면 그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소년의 옛 갈망이 그를 이리로 인도한 걸까.
그러나 소용없다. 여기에 당도한 소년은 미키군도 미카쨩도 아니라 나가쿠모 미카즈키였으니까. 그러니 아무리 물리적으로 그때 그 추억이 어린 장소에 도달하더라도, 결코 자신이 알던 그 옛날로 돌아갈 수 없으니까.
소년은 무릎을 꿇은 채로, 간신히 땅을 짚고 상반신을 일으켰던 손을 들어다가 땅바닥을 쾅 내리쳤다.
"나도, 나도, 나도......!" "나도 소원 같은 게 있단 말이야...!"
그 옛날과 지금의 현실의 가혹한 낙차가,
"하고 싶은 게 있단 말이야...!" "나도 행복하고 싶었단 말이야...!"
비참한 전단응력이 되어 소년을 부수고 있었다.
"나도," "나도 거기에 있었는데....."
잘 안다. 이제 와서 부질없다는 것을. 이제 와서 되돌아갈 수는 없다는 것을.
"돌려줘. 내 여름을 돌려줘... 내 토키와라를 돌려줘...... 그 날 하나요와 했던 약속을 돌려줘......"
깨어진 약속을 다시 붙여낼 수는 없다는 것을. 쏟아진 청춘을 다시 주워담을 수는 없다는 것을.
"나도, 나도 같이 있고 싶었단 말이야. 고시엔 따위보다 메이저리그 따위보다 토키와라에 더 있고 싶었는데. 어째서. 어째서 나만... 어째서 나만 이렇게 된 거야...... 어째서......"
오히려 그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소년은 비참한 울부짖음을 아무도 듣지 않는 곳에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
.....라는 것은 친구의 이야기로, 지난번 마이 쨩과 함께 대화하던 것을 친구가 목격한 것이 시발점입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반하는 순간은 3초면 된다고 하지요. 친구인 이토바야시 양의 말에, 그 3초는 3시간처럼 느리게 갔다고 합니다.
"헤에~"
호리이 하나요는 이토바야시 양의 이야기를 들으며 신기하고, 조금은 부럽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도 그런 사랑을 해볼 수 있을까?! 하나요에게는 아직 첫사랑의 경험은 없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 미, 미, 미야마 선배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예쁘게 하고 왔는데요. 저, 좀처럼 자신이 없어서...."
한 살 아래의 친구인 이토바야시 양은 올해 처음 만난 토키고의 같은 1학년생으로, 자신감이 없고 수줍은 여자아이입니다. 그렇지만 가린 머리카락 뒤의 눈은 누구보다 예쁘다고, 하나요는 칭찬하고 있습니다.
"에~ 일부러 예쁘게 하고 왔는데 직접 전해주는 것이 낫지 않아~~??" "그, 그, 그래도요.... 상상을 해도 심장이 떨려서, 바보같아 보일까 봐, 실수를 저지를 것 같고....."
싫어하면 어떡해요.,... 하면서 작은 입술을 움찔거리는 이토바야시 양. 호리이 하나요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흡! 하며 허리에 손을 얹었습니다.
"정 그렇다면, 하나요에게 맡겨~!! 틀림없이 잘 전해줄 테니까~~!!" "정말인가요....~!!" "응, 마이쨩도 이토바야시 양의 진심을 알아줄 거라구~~"
화색이 도는 이토바야시 양을 보고서 안심감을 주기위해 가지런한 치열을 드러내며 웃는 하나요입니다. 이토바야시 양은 떨린다는 듯, 한 손은 가슴에 얹고 다른 쪽의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건넸습니다.......
♥
"그렇지만 이런 소중한 편지를 어떻게 전해줘야 좋담...."
어딘가의 계단에서 이토바야시 양을 배웅한 하나요는, 건네받은 편지봉투를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고운 미색의 편지봉투는 만지면 부들부들, 요철이 있는 재질이었습니다. 미야마 마이를 보고 부드러워진 이토바야시 양의 마음을 의미하는 것 같아, 함부로 만지면 안 될 것 같아졌습니다. 귀여운 원형 스티커로 봉해두어서 내용물은 볼 수 없습니다. 뒤편을 보면 정성들인 글씨로 또박또박,
'미야마 마이 선배님에게.
토키와라 고교 1학년 x반, 이토바야시 카렌.'
하고 받는 사람과 전하는 사람의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으~음~~."
평소처럼 마이 쨩네 집으로캠핑장으로 그녀를 만나러 찾아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만, 이토바야시 양의 소중한 마음을 전하러 가는 것이라고 하니 자신도 긴장되는 하나요입니다.
"가자~!!"
마음을 먹고 걸음을 옮깁니다. 미야마 마이의 집 근처에 왔을 때, 문 앞에서 마이에게 라인을 보내는 하나요입니다.
- 마이 쨩- 마이 쨩네 놀러 왔어~ 들여보내 줄래? 그것이 어렵다면, 잠깐만 나와 주겠어? 중요한 일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