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깊이 파고들 정도로 중요한 일이라고는 생각지 않은 탓일까, 그는 별달리 되묻지 않았다. 그보다는 뒤이어지는 말이 더욱 의문스러웠다.
“설레?”
과연 음험한 의중이라곤 조금도 없었던 모양이다. 능글맞게 되묻기보다는 정말로 몰라서 어리둥절한 반응이었다. 애당초 그가 가슴이 두근거리는 듯한 감각을 이해하고 있을지부터 문제고. 더군다나 알아듣지 못한 부분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갑자기 진지한 표정이 되어서는 슬며시 제 귀를 붙잡아 보는 것 아닌가.
“얇은가……?”
……이 정도 수준의 관용어조차 이해하지 못한 모습을 봐선 정말로 사기를 조심해야 할 것 같기는 하다. 마지막 말에는 손가락으로 제 턱 가벼이 짚는다. 미하엘이 번거로울 것이 걱정되기도 했고, 지금 이 머리가 썩 마음에 들기도 했으니까. 고민에 걸린 시간은 짧았다. 그리 오래지 않아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698 설레? 하고 되물을 땐 언제고, 이제는 제 귀를 잡으며 얇은가? 하는 모습이 퍽 귀엽다. 그 모습을 보건대, 정말로 너는 어떤 의도도 없이 한 말이었고, 거기에 이어 미하엘이 하는 말의 몇몇 부분을 말 그대로의 의미로 이해한다는 걸 알았다.
그러고 보니 너는 네 세계에서 홀로 있었다고 했던가. 얼마나 오랫동안 있었는지는 몰라도, 처음 만났을 때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것 등을 생각해 보면 네가 홀로 있던 시간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오랜 시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귀가 얇다는 건, 이 말 저 말에 잘 휘둘린다는 의미였어.”
넌 사기 당할 것도 조심해야겠다. 미하엘은 진심을 담아 충고했다.
“머리는 이런 식으로, 올려 묶는 방식이나 이렇게 나누어서 양갈래로 묶을 수도 있구.”
이내 미하엘은 네게 머리하는 법을 몇 가지 알려주기 시작한다. 로우 포니테일이나 하이 포니테일은 기본이요, 양갈래에, 만두머리에······. 나중에 직접 해서 보여줄 수도 있다며, 리본 머리나 뿔 머리 같은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가 뚝 멈추기를,
“근데 대부분은 예쁜 애들이 많이 하는 머리 스타일이긴 한데. 으음.”
너를 빤히 바라보는 것이다. 온화한 네 눈동자를 들여다 보다가, 빵글 웃는다. 이젠 머리가 길어졌으니 제법 소년보다 소녀라는 느낌도 든다. 아, 그래도 아이라는 느낌은 아닌가? 아무튼 다시 본래의 이야기로 돌아와, 네가 예쁘냐고 하면 어쩐지 미묘해지는 것이다. 얘를 예쁘다고 봐야 하나, 예쁘장하다고 봐야하나, 뭐 그런 의미로.
“넌 예쁘다는 말 괜찮아?”
그래서 묻는 거겠지. 그건 꼭 괜찮다고 하면 제가 알려준 머리 스타일도 소화해낼 수 있을 거라 믿는 듯했다.
그래도 존대에 대해선 딱히 말이 없는 것을 보니 딱딱한 호칭만 싫어하는듯 했다.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말을 놓은 사람이 없네. 사실 주시자로 있을때부터 누군가에게 말을 놓은적이 없다보니 오히려 존대가 훨씬 편해졌다. 주시자 시절엔 그렇게 말을 놓아버리면 지나치게 친해져버리는 사람이 생길까봐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기 위해 그랬던 것이다. 가까워지면 실수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영원을 사는 우리들에게 사소한 실수도 결국엔 쌓이는 법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난 겉으로는 모두가 평등해보여도 최초의 주시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상사 취급을 받기도 했으니까.
" A.A가 파는 물건에는 추락자들이 같이 떨어질 수 있게하는 물건도 있는건가요? "
모든 추락자가 다른 세상에 떨어지는 것은 아닌듯 했다. 물론 각자 다르게 떨어지는 것이 기본값이지만 특수한 물건이 있다면 항상 같이 다닐 수 있다는 것일까. 곰의 저주인지 뭔지 덕분에 지금의 추락자들은 항상 같은 세상에 떨어지게 되었지만 그것도 어느 목적이 해결 된다면 나중엔 떨어지게 될테니. 그럼 그 전에 좀 사두는게 좋으려나.
" 지칠때까진 해봐야죠. "
아무리 오래 살아서 시간 개념이 희미하다고 해도 감정의 소모라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는 법이니까 말이다. 물론 아직 그런게 느껴질 정도는 아니긴 했지만. 더 물어볼 것이 있냐는 말에 나는 잠시 고민했다가 고개를 저었다. 이곳은 상점이라 공간도 한정 되어있어서 물어볼만한게 많이 없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