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딸랑, 울리는 방울 소리에 회귀자의 시선이 문으로 향한다. 꽉 찬 가게에 음식점의 주인은 당신에게 자리가 없지만, 합석은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전해온다. 그리고 회귀자는 그런 당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같은 추락자임을 알았기 때문도 있었고, 자신이 이곳에서 그나마 큰 자리를 홀로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도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회귀자는 손을 번쩍 들어 당신을 불러 세운다.
“괜찮다면 합석 하겠습니까?”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다. (미하엘이라면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회귀자는 주문한 제 음식을 조금 늦게 내오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당신에게 말을 건넨 거였지만, 당신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어찌 됐든, 지금 그의 자리는 비어 있는 참이니 아무래도 좋을 것이다.
아마 벽에 기대어있는게 누워있는 것보다 좀 불편할지도 모르지만 막상 일어났을때는 누워서 잤던걸 후회하게 될테니까 말이다. 아, 어차피 그녀는 신이니까 상관없나. 그러나 신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자마자 불쾌한 기억들이 가득 밀려온다. 이러면 좋은건 하나도 없잖아. 어떻게든 기억을 넘기려 노력하던 나는 어느새 알레프가 잠들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 잘자요, 소녀 신님. "
아주 오랜만에 신이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내뱉은 것 같았지만 신기하게도 불쾌감은 없었다. 나는 그렇게 알레프가 더 좋은 꿈을 꿀 수 있도록 잠들어있는동안 머리를 몇번이고 쓰다듬어주었다고.
이곳은 ... 경계에 있는 상점이라고 했던가. 어느 경계라고는 딱 잘라 얘기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세계를 넘나드는 추락자라는 것을 감안했을때 이곳은 모든 세계의 경계선에, 정확히 말하자면 모든 세계가 맞물리는 어느 꼭짓점에 위치하는 상점이 아닐까 싶었다. 이곳의 주인은 추락자들을 대하는 것에 익숙해보였기에 어쩌면 이곳을 여러번 다녀간 사람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흠 ... "
상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으니 분홍머리의 소녀 한명이 눈에 띄었다. 철창 안에 갇혀서 죽은척하다가 뒤통수를 친 대범한 소녀. 문득 윈터가 첫날에 만나서 자신에게 옷을 선물해주었다던 그 소녀 같기도 했다. 아니 아마 동일인물일 것이다. 추락자들 중에 분홍머리는 일단 그녀 혼자뿐이었으니까.
" 안녕하세요. "
이곳의 주인과 무언가 얘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그녀를 향해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어쨌든 초면이고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 그래도 윈터 말을 들어봤을땐 나쁜 사람은 아닌것 같았으니까 뭔가 부담은 없었다.
분홍색의 앞머리가 길게 늘어져 얼굴을 가로지르는 조금은 특이한 머리였다. 물론 그것이 기가 막힐 정도로 잘 어울렸기에 이상하단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거기에 비슷한 색의 눈동자는 조금 신비로운 느낌까지 주고 있었다. 인사를 받아준 소녀는 이내 짧은 침묵 이후에 용건이 있냔 뜻의 질문을 던졌다.
" 아, 일단 처음 뵙겠습니다. 라클레시아 테시어라고 합니다. 윈터에겐 얘기 들었어요. "
이럴땐 아는 사람의 이름을 꺼내서 조금이라도 사이를 좁히는게 좋다. 노던 엘프식 처세술이랄까.
" 이름이 기니까 편하게 '라크'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
세월을 살아오면서 늘어난 것이라곤 입담과 얼굴 두께, 그리고 처세술뿐이었다. 예전엔 이런 것도 하나도 못했는데 살다보니 다 하게 되더라. 역시 세월이 답이라는 말은 괜히 있는게 아니었다. 어쨌든 나는 통성명이나 하자고 그녀를 불러세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변을 살짝 둘러보며 말했다.
" 여기가 익숙하신듯한데, 혹시 뭐하는 곳인지 알 수 있을까해서요. "
말하는 폼이나 둘러보는 모습이나 딱봐도 나 유경험자요, 하고 있었으니 자연스레 시선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초보 추락자인 나에겐 그저 경험자의 조언이 절실하다.
네게서 아는 이름이 나오자 미하엘의 얼굴이 더욱 더 펴졌다. 환할 정도로 미소 하는 얼굴에 미하엘이 그렇구나, 하고 대답을 이었다.
“윈터에게 들었어? 아~ 그쪽이 윈터가 말한 추락자인 모양이네. 나도 윈터에게 들었어. 정확하게 들은 건 아니지만. 아, 난 미하엘이야.”
반갑다는 듯 말하는 모습을 보면 네 처세술이 제법 통한 모양이었다. 생각해 보면 아는 이름만큼 상대가 안전항 사람인지 보장 되는 것이 어디 있을까. 미하엘은 네 이름을 두어 번 말하다가 고개를 까딱거렸다.
“익숙하냐고 하면 그렇기야 한데. 음, 그냥 상점이야. 온갖 것을 파는.”
미하엘은 그렇게 말하며 옆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것으로 보이는 그림자들을 가리켰다. 아니, 어쩌면 그림자가 구매하는 물건이 놓인 가판대를 가리킨 걸지도 모른다. 어찌 됐든, 미하엘의 손끝은 어딘가로 향해 있었고, 너는 그게 명확히 어떤 것(그림자냐, 가판대냐)을 가리키는 지는 몰라도 미하엘이 이곳을 설명하려는 것이라는 건 알 수 있겠다.
“진짜 별 걸 다 팔거든. 지금은 안 판다고 하지만. 솔직히 말이 안 되지 않아? 저기 저렇게 물건들이 놓여 있는데, 지금은 물건 배치가 안 돼서 안 판대.”
다행히도 윈터의 이름을 대는 것은 잘 먹힌듯 싶었다. 확실히 아는 사람의 이름을 말하면 경계심이 누그러지는 법이니까, 좋은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상대방의 신뢰를 약간이나마 얻어내는데에 성공한 나는 그녀의 설명을 들었다. 상점이긴 하지만 이것저것 파는 곳이고 가판대 위의 그림자들은 원래는 살 수 있는 물건이라고 했다. 지금은 주인장의 사정으로 구매가 불가능하다는 것 같고.
" 그럼 여기는 정확히는 '세계'가 아닌거군요? "
이런 상점조차 세계라고 정의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가 추락하게 되는 그런 개념의 세계는 아닌듯 싶었다. 애초에 이 상점이 전부라면 세계가 한 눈에 들어온다는건데 이렇게 작은 곳에서는 인구밀도만 잔뜩 높아질뿐이다.
" 원래 주인장 맘인 곳이 더러 있는 법이니까요. "
잡화점이란 그날그날 상품의 가격도 바뀌는 법이니까 정말로 주인장 맘대로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유의미한 정보를 얻은 나는 문득 소녀의 귀에 시선이 갔다. 윈터의 것과는 다른 고양이와 비슷한 귀. 수인들과도 오랜 세월을 함께한 나에겐 참기 힘든 유혹이었다. 아마 보들보들할테지.
" 미하엘은 고양이 수인인가요? "
근질거리는 손을 가만히 두려고 손을 꼭 쥔채 나는 상대방을 향해 물었다. 고양이 귀에 고양이 꼬리, 내 머릿 속에서 두가지의 조합이 향하는 정답은 단 하나!
한 갈래로 엮인 머리 끝에는 노란 꽃을 닮은 장식이 있었다. 그는 그 흔한 꽃의 이름마저도 몰랐지만, 새삼스럽게도…… 끄트머리에 달린 꽃 장식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듯했다. 사람들이 무엇을 꾸미곤 하는 이유는 이래서일까. 예쁘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신기한 것이라도 보는 양 머리꽁지 구경을 계속하던 그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하나는 어디에 있는데?”
잃어버리기라도 한 건가? 여하간 머리 정리는 끝났으니, 뒤돌아 있던 자세를 고쳐 미하엘을 바로 보았다. 수수한 빛깔의 눈동자 온유히 휘어진다. 올라 앉은 지붕의 마루 위를 짚으며 그가 상체를 앞으로 조금 기울였다.
”네가 좋아한다면 그대로 두려고.”
불편하다 해 봐야 조금 거추장스러운 정도지, 정말로 문제가 될 만할 수준은 아니었으니까. 그는 불편을 참는 일에 익숙하기도 했다. 엉망이 된 몸을 기워서 이끌고 다니는 짓에 비한다면 머리카락 걸리는 정도야. 하지만 곧 돌아온 답을 듣고서는 고개가 슬그머니 기운다. 그렇게 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걸까. 그는 순순히 수긍했다.
”……그러면 상황 보고 정할게.”
이어서는 무엇을 생각하는지 잠시 말이 없었다.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던 그는 곧 제 머리를 척 가리키며 말했다.
”다른 머리모양도 어떻게 하는 가르쳐 줄 수 있어? 자르기 전까진 알아두면 편할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