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연구원 H의 하루는 아주 이른 시간부터 시작된다. 이번 해에 첫 직장으로서 목화고 산하 연구소에 발을 들인, 대학원을 졸업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이 신입 연구원은 말단 중 말단이라는 초라한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늘 새벽같이 일어나 가장 먼저 출근하곤 했다. 선배 연구원들이 쟤 저러는 거 며칠이나 가겠냐, 많아도 몇 주다, 이런저런 말들을 쑥덕이며 쏟아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몇 달 째 이 루틴을 유지하는 중이었다.
띡. 출입증 태그 신호음과 동시에 연구소의 정문이 열린다. 목화고의 등교 시간도 채 되지 않은 아주 이른 아침. 하품을 내뱉으며 잰걸음으로 출근하는 발걸음이 하나 있다.
- 흐아어어아어암...~ 응?
아니, 정말 하나인가? 문득 느껴지는 기묘한 감각에 H는 뒤를 돌아본다. 분명 발소리가 겹쳤는데. 그러나 그 자리에는 어쩌면 당연하게도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H는 늦은 취침과 이른 기상의 연속으로 인해 잔뜩 퀭해진 눈으로 허공을 멍하니 응시하다가 도로 몸을 틀었다. 뭐가 됐든 잠이 덜 깨서 그런가 보다, 그 정도의 태평한 생각으로 순간의 위화감을 아무렇지 않게 흘려넘긴다.
- 어씨, 엘베 왜 이래.
그러나 이 다음 일어난 일은 조금 더 피부에 와닿도록 기묘했다. H가 누르지 않은 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췄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 불이 다 들어오지 않아 어두컴컴한 연구소의 복도를 응시하다가 빠르게 닫힘 버튼을 누르고 본 목적지로 향했다. 물론 H는 절대적 과학력을 자랑하는 인첨공의 연구원. 미신 따위는 믿지 않는다. 그렇지만.
- 하필 멈춰도 여기 멈추냐. 괜히 오싹하게.
뭐, 찝찝한 건 어쩔 수 없으니까. 하필 멈춰선 곳이 직장 내 괴담의 무대가 되는 층이라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제 팔을 슥슥 문지른 H의 시선이 엘리베이터 내부의 버튼 판으로 돌아간다. 그래도 이제 지나왔으니까... 상관 없...
그런데 잠깐, 다 지나간 지금에서야 인지한 건데... 왜 아까 이 층의 버튼에 불이 들어와 있었지? 내가 실수로 눌렀나? 아니면. 아니면?
- 히익!
귀, 귀신이다?!
"후우!"
리라는 투명 망토를 끌러내린 후 먼지 투성이인 벽 뒤 커리큘럼실의 풍경을 한 번 둘러보았다. 손 안에는 어젯밤 미리 그려서 실체화 시켜둔 연구소 출입증 카드와 벽을 넘어오기 위해 사용한 분필 하나가 쥐여져 있었고, 등에는 백팩이 얹혀 있다. 출근하는 사람이 있어서 각오했던 것보다 비교적 눈에 덜 띄게 들어올 수 있던 게 행운이었다.
"그럼, 빠르게 정리를 좀 해 볼까."
백팩을 앞으로 돌려 멘 리라는 투명 망토에 먼지가 묻지 않도록 곱게 접어 넣은 후 가방 안에서 라텍스 장갑 한 짝과 붉은색, 푸른색 버튼이 하나씩 달린 하얀색 상자 하나를 꺼낸다. 붉은 버튼을 누르자 상자는 무엇이든 넣을 만 하게 충분히 커지고, 그것을 옆에 내려놓은 리라는 이윽고 벽 뒤 커리큘럼실의 낡은 캐비닛을 열었다.
여로가 웃곤 장난스레 이경의 입가 쪽으로 얼굴을 기울였다. 금방 고개를 휙 들어올리곤 자신의 얼굴을 못 보게 하려는 것처럼 고개를 슬쩍 치웠다. 귀 끝이 살짝 붉어졌다.
"그래서 좋아-"
여로는 이경이 어느 정도로 디저트를 먹을 수 있는지 떠올리곤 히죽 웃었다. 고양이를 먼저 보자는 말에 그는 잠깐 검지손가락 하나로 자신의 입을 가리고 미소지었다. 그리고 어딘가로 슬그머니 발걸음을 옮겼다. 인적이 드문, 나무가 많은 화단 쪽 방향으로 이경을 이끌듯 앞서서 걷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아기들을 데리고 나온 애가 있었어★"
그가 속삭이듯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다. 여로는 잡고 있지 않은 손을 동그랗게 말아, 확성기처럼 자신의 입에 갖다댔다. 고양이 울음 소리를 -매앩 소리에 가까웠다-를 흉내냈다. 배 쪽이 하얗고 등 쪽이 노란색인 고양이 한 마리가 작은 고양이 여러 마리를 데리고 나타났다. 여로는 큰 고양이를 슬슬 만지며 웃었다.
"얘, 나한테는 경계심 없으니까 경이도 한 번 만져볼래☆? 아기는 나도 아직 못 만져봐서-"
@혜우주 언제고 새봄이가 혜우와 터놓고 이야기할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했었는데, 서로 바쁘기도 하고 각이 잘 안나올거같아서 편지로 써봤어. 답장은 편하게 해줘! 혜우가 답장을 원하지 않는다면 무응답이어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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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저지먼트 부실에 있는 혜우의 책상 위에 하얀 편지봉투 하나가 놓여있다.
혜우에게
안녕! 갑자기 편지라 당황했겠다. 평소엔 톡으로 이야기했었으니 말이야. 다름이 아니라, 나와 너의 관계에 대해서 쭉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게 있거든. 지금까지는 나 혼자서만 생각해왔었어. 그런데 우리 사이가 많이 서먹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한 때 친구였던 만큼 너도 내 생각에 대해서 알 권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 물론, 알고 싶지 않으면 언제든 그만 읽어도 괜찮아.
우리가 초등학교 때까진 친하게 지내다 중학교 때 갈라지고 나서 연락이 끊어졌었지? 그 때 조금 많은 일이 있었어. 기억할 지 모르겠지만, 나랑 밖에서부터 함께 들어왔던 친구, 선하가 커리큘럼 중에 세상을 떠났었거든. 그래서 네가 힘들다는 게 톡으로도 어렴풋하게 느껴졌는데도 널 챙길 수가 없었어. 이유가 뭐가 됐던, 네가 가장 힘들 때 멀리서나마 힘이 되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리고, 우리가 다시 만난 뒤에도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새로운 인간관계가 생겼고, 단절된 시간동안 각자에게 많은 일이 있이 있었으니만큼, 예전같을 수는 없다고. 또, 너 역시 나와의 친구관계를 그렇게 의미있게 여기고 있지는 않다고 일방적으로 생각해왔어. 솔직히 말해서, 근 6개월동안 우리가 뭔가 특별히 교류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보니 그랬나봐. 그래서 두번째로 사과하고 싶은 건, 너에게 생각을 묻지 않고, 네 생각에 대해서나, 너와의 관계에 대해 결론을 내렸어서 미안해. 만일 네가 의향이 있다면, 나와의 관계에 대한 네 생각을 가르쳐주면 고마울 것 같아.
세번째로, 동료로서도 큰 힘이 되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일전에 김서연 선배의 보고서를 통해서 네가 몇년간 당해왔던 괴롭힘에 대해서 알게 됐어. 그래서 네가 가해자에게 왜 그런 언사를 보였는지도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지. 서형의 보고서를 접하기 이전에, 네게 왜 그랬냐고 물었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 하지만 당시에는 내가 물을 자격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었어.
너와 가해자의 악연이 오래됐다는 이야기도 소문으로 얼핏 들었음에도, 네가 폭행당했다는 사실 다음으로 신경쓰였던 게 네 말이었으니까. 자연스레 네 편에서 생각하기보다 양쪽이 어떤 잘잘못을 저질렀나부터 생각했으니까.
이야기가 길었지? 결론은, 지금이나마 잘못을 바로잡고 싶어.
나는 법적 조치나 학폭위 소집이 너를 향한 괴롭힘을 줄일 수 있는 방도라고 생각해. 사람들은 흔히 사실을 확인하기보단 들리는 대로 믿어 버리기 때문에 이미 퍼진 소문을 없애는 건 근본적으론 불가능할지도 몰라. 하지만 그런 조치들을 취하고, 너의 무고함을 대외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든다면, 사람들이 떠들 때 그걸로 반박이 가능할거야. 그렇지 않더라도 말하기 좋아하는 인간들을 표면적으로나마 억제하는 효과는 있을 거라고 생각해. 쉽지 않은 과정이라는 건 알지만, 네가 나중에라도 그럴 의향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돕고 응원하고 싶어.
오랜만에 상담 센터 커리큘럼이었다. 사실 오가는 게 귀찮은 것만 아니면 커리큘럼 중엔 상담 센터가 제일 편하다. 사이코메트리 장비에 데이터만 제공하면 간식 먹으면서 노가리 까도 되니까. 장비가 언제쯤 완성되려나? 어케 테스트 할지도 궁금한데. 센터장님께 여쭤 보니 구현까진 어찌어찌 되는데 아직 속도가 느리단다. 내담자의 경험을 읽기만 하는 게 아니라 유사 사례도 추려야 해서 빡센 모양이다.
그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냐는 센터장님의 질문에 요 며칠 내 속을 뒤집어놓았던 양아름 이슈를 대대대대 쏟아부었다. 사람 하나 괴롭히자고 프로그래밍된 봇 같다고 욕하고, 그 수박들이 지껄이는 거 모조리 구라고 걔네야말로 학폭 가해자임을 온 세상에 알려서 망신시키고 싶다고 버럭거렸다. 피해자가 아무 대응도 원치 않고 오히려 선처하니 답답하다고도 하소연했다. 이딴 발상이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인 걸 아는데도, 그런 태도로 그 수박들이 설칠 판을 깔아 주는 게 실은 헛소문이 안 사라지길 원해선가 하는 망상마저 들어 버린다고.
그렇게 마구잡이로 쏟아붓는데도 센터장님은 내가 말을 그칠 때까지 가만 듣기만 하셨다. 그러더니 물으셨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겠냐고. 딱히 없다. 양아름한테 들이받으며 녹취 따고 토실이한테 녹화도 부탁한 건, 그 수박들이 이제껏 떠든 게 쌩구라임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물증을 얻기 위해서였다만, 얻음 뭐해? 쓸 데가 없는걸. 난 피해 당사자가 아니니 써먹어 봤자 언론, 방송 같은 데다 터뜨리는 정돈데, 건 혜우가 안 원할 거거니와 까딱하면 혜우가 가십거리 돼 버리잖아;;;; 그럼 뭐 끽해야 보고서에 적은 대로 그때그때 반박하거나, 부장 말씀대로 교칙으로 단속하는 수밖에 더 있나.
그래서 짜증난다고 투덜거렸더니, 센터장님이 전에 내담자와 상담사에 대해 했던 얘길 기억하냐셨다. 무슨 얘기 말씀하시지? 얼른 떠올리지 못해 머쓱해하자 다시 얘기하셨다. 내담자를 바꿀 수 있는 존재는 내담자 자신뿐이고, 그 사실을 상담사가 잊었다간 내담자에게 매몰돼서 같이 망가지고 만다고. 그러면서 지금 내 상황이 상담사의 매몰과 비슷한 거 같다셨다. 크게든 작게든 변화를 바라고 직접 찾아오는 내담자조차 상담사가 변화시키진 못하는데, 변화하길 바라지도 않는 피해자나 가해자를 내가 바꾸는 게 가능하겠냔다. 그 문제는 피해자나 가해자가 변화하지 않는 한 해결될 일이 아니고, 그건 내가 부족해서도 잘못 처신해서도 아니라시면서. 거기까지 듣자 왈칵 눈물이 났다. 내 잘못이 아니란 인정이라도 받고 싶었던 걸까.
그런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하신 것처럼 센터장님은 내가 울음을 참는 사이 조곤조곤 말씀하셨다. 가해자의 얘기를 듣고 진상을 확인했고, 진상을 피해자에게 알렸으며, 괴롭힘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음을 공론화하지 않았냐고. 저지먼트이기에 책임감을 더 강하게 느꼈을 만은 하지만, 그만하면 제3자로서 할 수 있는 건 다 한 거라고. 그러면서 매몰되지 않으려면, 포기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다신다. 본인이 망가지기 전에 포기하기로 결단을 내리는 것도 용기라고. 듣고 보니, 우리 보육원에서 누누이 강조되었던 교훈도 그거였다.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하되 안 되겠다 각이 서면 즉시 포기한다.
그게 하루하루 수박수박하지 않을 방도라고, 그렇게 배웠었는데. 저지먼트에서 이래저래 부대끼다 보니 깜박하고 있었다.
거기 생각이 미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면서도, 내가 이렇게까지 포기할 타이밍을 못 잡게 되어 버린 원인들(그니까 저지먼트에서의 활동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더욱이 지금은 박형오와 유니온이 언제 다 없애 버릴지 모르는 상황이지. 이건 누구한테 물은들 노답인데. 그리 생각하면서도, 불가능할 거 같은데 목숨이 걸린 경우는 어쩌냐는 볼멘소릴 해 버렸다. 심상찮은 얘기임을 직감하셨는지 센터장님도 표정이 굳어졌다. 장마철의 공기처럼 답답하고 음습한 침묵 끝에, 센터장님은 조심스레 말씀하셨다. 목숨이 걸린 일은 포기 못한다고, 그렇기에 더더욱 포기할 일과 포기해선 안 될 일을 잘 가려야 한다고.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였지만, 다른 사람에게서 들으니 뭔가 더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정리해 보자. 양아름과 그 패거리를 변화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이유가 뭐든 그네들의 머리는 이미 혜우를 괴롭히기 위해 프로그래밍된 봇 수준이 되어 버렸으니까(명색이 인간인데 그 지경으로 전락한 게 어떤 의미에선 최고의 복수 같기도;;;;;) 혜우의 입장을 내가 이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나와는 사고방식이며 감성이 전혀 다른 타인이니까. 안 되는 것에 아득바득 매달리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걸 생각하자. 이 사건과 관련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누가 내 앞에서 혜우에 관한 소문을 떠들어 댈 때 진상을 알리거나 의심을 부추기는 것. 너무 정면에서 반박하면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반발 심리가 생길지도 모르니, 주의 깊게 듣는 척하다가 의문을 던져 보자. 그 소문대로라면 저지먼트의 남부원들은 벌써 한참 전에 혜우한테 반했어도 안 이상한데 난 어떻게 연애를 하고 있냐고.
한숨을 내쉬며 미간을 꾹꾹 누르는 동월의 안색은 퍽 어두웠다. 그야, 백방으로 찾아봐도 유익현이라는 이름은 없다. 동명 이인 정도야 있었지만,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익현과는 접점이 없었다. 인첨공 안에 있는 모든 유씨 남성을 찾아 이 소년의 아버지인걸 증명해야하나 싶었지만... 그건 수고도 수고인데다가, 현재 사정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 나는 어떻게 아는거야? " [........] " ........ " [무릇 사람이 사람을 아는 것에 이유따위는 불문...] " 썩을!! "
아무리 말을 해봤자 도돌이표다. 이 소년은 동월이 누군지 알고 있지만, 어떻게 알고있는지는 모른다. 소년의 기억은 단편적이다. 마치 사진만을 모아놓은 앨범 처럼, 자신의 인생을 단편적으로만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괴이부를, 그리고 괴이를 알고있는 에어 버스터, 부장과 상의를 해봐야하나?
" 집은 있냐? " [집이란 것은 돌아갈 곳이 있냐는 철학적인 질문으로...]
콰직! 결국 참지 못하고 능력으로 책상 하나를 동강내버린다. 그것을 놀란 토끼눈으로 바라보던 익현은, 이내 방긋 웃는다.
[없습니다!] " 하아... 대충 근처에 방이라도 하나 잡아줄테니까... " [그냥 너희 집에서 살면 안되는거야?] " 음... 일단 집이 좁고, 이미 같이 살고있는 식객(밥은 안먹지만)이 하나 있고, 또 자주 드나들게 된 사람이 있거든. " [뭣! 우리 월이가 드디어 연애를!] " 맞긴 한데 '우리 월이' 같은 소리는 집어치워주라. " [힝.]
어쩐지 대화를 나누면 나눌 수록 머리가 아파오는 기분이다. 어쩐지 성격이 자신과 닮은 듯한 느낌이 드는건 기분탓일까... 하지만 당장 생각하기도 벅찬 문제다. 지금은 더 큰 문제가 앞을 가로막고 있으니까.
[상대는 누구야? 역시....] " 닥쳐. "
어째서일까, 그 다음 말을 내뱉게 해선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잘라먹었다. 자신도 모르게 자동반사적으로 나온 그 말에, 동월 자신도 놀라 눈을 가늘게 떨었지만... 이내 다시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몸을 묻는다. 뭐냐, 진짜.
situplay>1597049200>376 " 글쎄? 그건 미래의 저지먼트가 할 일이지. "
정작 자기도 저지먼트다만... 뭐 아무튼,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다. 사실 지금 당장 생각하기엔, 혜우는 가버릴 생각이 가득하다. 붙잡는다고 붙잡아질지도 않을테고... 결국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미루는 것이다.
" 근데, 음. 항상 그렇잖아? " " 생각대로 되지는 않더라구. "
그건 좋은 의미이기도, 나쁜 의미이기도 했다. 당장 떠나고 싶어하는 혜우에겐 나쁜 의미일 것이며, 혜우를 좋아하는 누군가에게는 좋은 의미일지도 모르지.
" 그건 확실히 기대해도 좋을거야. " " 여긴 이미 증발된 물도 잡을 수 있는 사람들이 한가득이거든. "
대표적으로 보자면 정하 정도가 되려나?
" 걱정 마. 남탓은 안하는 주의니까. " " 나도 하나만 덧붙일까. "
흠, 하고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는, 말을 이어간다.
" 네가 소문을 신경 쓰는지 안쓰는진 내 알바도 아니고, 알 수도 없지만. " " 입장 정도는 확실하게 해두는게 좋을거야. " " 어찌됐건 널 돕겠다고 나서는 애들이 많거든. " " 네 입장에서 보자면 필요 없는 도움을 받고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 " " 그네들이 멋대로 도와줬느니 하는 꽉 막힌 소리는 하지 말고. " " 너도 알고 있었을거 아냐? " " 소문이 터진 이상, 가만히 있을 애들이 아니라는 것 쯤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