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연구원 H의 하루는 아주 이른 시간부터 시작된다. 이번 해에 첫 직장으로서 목화고 산하 연구소에 발을 들인, 대학원을 졸업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이 신입 연구원은 말단 중 말단이라는 초라한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늘 새벽같이 일어나 가장 먼저 출근하곤 했다. 선배 연구원들이 쟤 저러는 거 며칠이나 가겠냐, 많아도 몇 주다, 이런저런 말들을 쑥덕이며 쏟아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몇 달 째 이 루틴을 유지하는 중이었다.
띡. 출입증 태그 신호음과 동시에 연구소의 정문이 열린다. 목화고의 등교 시간도 채 되지 않은 아주 이른 아침. 하품을 내뱉으며 잰걸음으로 출근하는 발걸음이 하나 있다.
- 흐아어어아어암...~ 응?
아니, 정말 하나인가? 문득 느껴지는 기묘한 감각에 H는 뒤를 돌아본다. 분명 발소리가 겹쳤는데. 그러나 그 자리에는 어쩌면 당연하게도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H는 늦은 취침과 이른 기상의 연속으로 인해 잔뜩 퀭해진 눈으로 허공을 멍하니 응시하다가 도로 몸을 틀었다. 뭐가 됐든 잠이 덜 깨서 그런가 보다, 그 정도의 태평한 생각으로 순간의 위화감을 아무렇지 않게 흘려넘긴다.
- 어씨, 엘베 왜 이래.
그러나 이 다음 일어난 일은 조금 더 피부에 와닿도록 기묘했다. H가 누르지 않은 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췄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 불이 다 들어오지 않아 어두컴컴한 연구소의 복도를 응시하다가 빠르게 닫힘 버튼을 누르고 본 목적지로 향했다. 물론 H는 절대적 과학력을 자랑하는 인첨공의 연구원. 미신 따위는 믿지 않는다. 그렇지만.
- 하필 멈춰도 여기 멈추냐. 괜히 오싹하게.
뭐, 찝찝한 건 어쩔 수 없으니까. 하필 멈춰선 곳이 직장 내 괴담의 무대가 되는 층이라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제 팔을 슥슥 문지른 H의 시선이 엘리베이터 내부의 버튼 판으로 돌아간다. 그래도 이제 지나왔으니까... 상관 없...
그런데 잠깐, 다 지나간 지금에서야 인지한 건데... 왜 아까 이 층의 버튼에 불이 들어와 있었지? 내가 실수로 눌렀나? 아니면. 아니면?
- 히익!
귀, 귀신이다?!
"후우!"
리라는 투명 망토를 끌러내린 후 먼지 투성이인 벽 뒤 커리큘럼실의 풍경을 한 번 둘러보았다. 손 안에는 어젯밤 미리 그려서 실체화 시켜둔 연구소 출입증 카드와 벽을 넘어오기 위해 사용한 분필 하나가 쥐여져 있었고, 등에는 백팩이 얹혀 있다. 출근하는 사람이 있어서 각오했던 것보다 비교적 눈에 덜 띄게 들어올 수 있던 게 행운이었다.
"그럼, 빠르게 정리를 좀 해 볼까."
백팩을 앞으로 돌려 멘 리라는 투명 망토에 먼지가 묻지 않도록 곱게 접어 넣은 후 가방 안에서 라텍스 장갑 한 짝과 붉은색, 푸른색 버튼이 하나씩 달린 하얀색 상자 하나를 꺼낸다. 붉은 버튼을 누르자 상자는 무엇이든 넣을 만 하게 충분히 커지고, 그것을 옆에 내려놓은 리라는 이윽고 벽 뒤 커리큘럼실의 낡은 캐비닛을 열었다.
여로가 웃곤 장난스레 이경의 입가 쪽으로 얼굴을 기울였다. 금방 고개를 휙 들어올리곤 자신의 얼굴을 못 보게 하려는 것처럼 고개를 슬쩍 치웠다. 귀 끝이 살짝 붉어졌다.
"그래서 좋아-"
여로는 이경이 어느 정도로 디저트를 먹을 수 있는지 떠올리곤 히죽 웃었다. 고양이를 먼저 보자는 말에 그는 잠깐 검지손가락 하나로 자신의 입을 가리고 미소지었다. 그리고 어딘가로 슬그머니 발걸음을 옮겼다. 인적이 드문, 나무가 많은 화단 쪽 방향으로 이경을 이끌듯 앞서서 걷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아기들을 데리고 나온 애가 있었어★"
그가 속삭이듯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다. 여로는 잡고 있지 않은 손을 동그랗게 말아, 확성기처럼 자신의 입에 갖다댔다. 고양이 울음 소리를 -매앩 소리에 가까웠다-를 흉내냈다. 배 쪽이 하얗고 등 쪽이 노란색인 고양이 한 마리가 작은 고양이 여러 마리를 데리고 나타났다. 여로는 큰 고양이를 슬슬 만지며 웃었다.
"얘, 나한테는 경계심 없으니까 경이도 한 번 만져볼래☆? 아기는 나도 아직 못 만져봐서-"
@혜우주 언제고 새봄이가 혜우와 터놓고 이야기할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했었는데, 서로 바쁘기도 하고 각이 잘 안나올거같아서 편지로 써봤어. 답장은 편하게 해줘! 혜우가 답장을 원하지 않는다면 무응답이어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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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저지먼트 부실에 있는 혜우의 책상 위에 하얀 편지봉투 하나가 놓여있다.
혜우에게
안녕! 갑자기 편지라 당황했겠다. 평소엔 톡으로 이야기했었으니 말이야. 다름이 아니라, 나와 너의 관계에 대해서 쭉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게 있거든. 지금까지는 나 혼자서만 생각해왔었어. 그런데 우리 사이가 많이 서먹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한 때 친구였던 만큼 너도 내 생각에 대해서 알 권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 물론, 알고 싶지 않으면 언제든 그만 읽어도 괜찮아.
우리가 초등학교 때까진 친하게 지내다 중학교 때 갈라지고 나서 연락이 끊어졌었지? 그 때 조금 많은 일이 있었어. 기억할 지 모르겠지만, 나랑 밖에서부터 함께 들어왔던 친구, 선하가 커리큘럼 중에 세상을 떠났었거든. 그래서 네가 힘들다는 게 톡으로도 어렴풋하게 느껴졌는데도 널 챙길 수가 없었어. 이유가 뭐가 됐던, 네가 가장 힘들 때 멀리서나마 힘이 되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리고, 우리가 다시 만난 뒤에도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새로운 인간관계가 생겼고, 단절된 시간동안 각자에게 많은 일이 있이 있었으니만큼, 예전같을 수는 없다고. 또, 너 역시 나와의 친구관계를 그렇게 의미있게 여기고 있지는 않다고 일방적으로 생각해왔어. 솔직히 말해서, 근 6개월동안 우리가 뭔가 특별히 교류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보니 그랬나봐. 그래서 두번째로 사과하고 싶은 건, 너에게 생각을 묻지 않고, 네 생각에 대해서나, 너와의 관계에 대해 결론을 내렸어서 미안해. 만일 네가 의향이 있다면, 나와의 관계에 대한 네 생각을 가르쳐주면 고마울 것 같아.
세번째로, 동료로서도 큰 힘이 되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일전에 김서연 선배의 보고서를 통해서 네가 몇년간 당해왔던 괴롭힘에 대해서 알게 됐어. 그래서 네가 가해자에게 왜 그런 언사를 보였는지도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지. 서형의 보고서를 접하기 이전에, 네게 왜 그랬냐고 물었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 하지만 당시에는 내가 물을 자격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었어.
너와 가해자의 악연이 오래됐다는 이야기도 소문으로 얼핏 들었음에도, 네가 폭행당했다는 사실 다음으로 신경쓰였던 게 네 말이었으니까. 자연스레 네 편에서 생각하기보다 양쪽이 어떤 잘잘못을 저질렀나부터 생각했으니까.
이야기가 길었지? 결론은, 지금이나마 잘못을 바로잡고 싶어.
나는 법적 조치나 학폭위 소집이 너를 향한 괴롭힘을 줄일 수 있는 방도라고 생각해. 사람들은 흔히 사실을 확인하기보단 들리는 대로 믿어 버리기 때문에 이미 퍼진 소문을 없애는 건 근본적으론 불가능할지도 몰라. 하지만 그런 조치들을 취하고, 너의 무고함을 대외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든다면, 사람들이 떠들 때 그걸로 반박이 가능할거야. 그렇지 않더라도 말하기 좋아하는 인간들을 표면적으로나마 억제하는 효과는 있을 거라고 생각해. 쉽지 않은 과정이라는 건 알지만, 네가 나중에라도 그럴 의향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돕고 응원하고 싶어.
오랜만에 상담 센터 커리큘럼이었다. 사실 오가는 게 귀찮은 것만 아니면 커리큘럼 중엔 상담 센터가 제일 편하다. 사이코메트리 장비에 데이터만 제공하면 간식 먹으면서 노가리 까도 되니까. 장비가 언제쯤 완성되려나? 어케 테스트 할지도 궁금한데. 센터장님께 여쭤 보니 구현까진 어찌어찌 되는데 아직 속도가 느리단다. 내담자의 경험을 읽기만 하는 게 아니라 유사 사례도 추려야 해서 빡센 모양이다.
그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냐는 센터장님의 질문에 요 며칠 내 속을 뒤집어놓았던 양아름 이슈를 대대대대 쏟아부었다. 사람 하나 괴롭히자고 프로그래밍된 봇 같다고 욕하고, 그 수박들이 지껄이는 거 모조리 구라고 걔네야말로 학폭 가해자임을 온 세상에 알려서 망신시키고 싶다고 버럭거렸다. 피해자가 아무 대응도 원치 않고 오히려 선처하니 답답하다고도 하소연했다. 이딴 발상이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인 걸 아는데도, 그런 태도로 그 수박들이 설칠 판을 깔아 주는 게 실은 헛소문이 안 사라지길 원해선가 하는 망상마저 들어 버린다고.
그렇게 마구잡이로 쏟아붓는데도 센터장님은 내가 말을 그칠 때까지 가만 듣기만 하셨다. 그러더니 물으셨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겠냐고. 딱히 없다. 양아름한테 들이받으며 녹취 따고 토실이한테 녹화도 부탁한 건, 그 수박들이 이제껏 떠든 게 쌩구라임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물증을 얻기 위해서였다만, 얻음 뭐해? 쓸 데가 없는걸. 난 피해 당사자가 아니니 써먹어 봤자 언론, 방송 같은 데다 터뜨리는 정돈데, 건 혜우가 안 원할 거거니와 까딱하면 혜우가 가십거리 돼 버리잖아;;;; 그럼 뭐 끽해야 보고서에 적은 대로 그때그때 반박하거나, 부장 말씀대로 교칙으로 단속하는 수밖에 더 있나.
그래서 짜증난다고 투덜거렸더니, 센터장님이 전에 내담자와 상담사에 대해 했던 얘길 기억하냐셨다. 무슨 얘기 말씀하시지? 얼른 떠올리지 못해 머쓱해하자 다시 얘기하셨다. 내담자를 바꿀 수 있는 존재는 내담자 자신뿐이고, 그 사실을 상담사가 잊었다간 내담자에게 매몰돼서 같이 망가지고 만다고. 그러면서 지금 내 상황이 상담사의 매몰과 비슷한 거 같다셨다. 크게든 작게든 변화를 바라고 직접 찾아오는 내담자조차 상담사가 변화시키진 못하는데, 변화하길 바라지도 않는 피해자나 가해자를 내가 바꾸는 게 가능하겠냔다. 그 문제는 피해자나 가해자가 변화하지 않는 한 해결될 일이 아니고, 그건 내가 부족해서도 잘못 처신해서도 아니라시면서. 거기까지 듣자 왈칵 눈물이 났다. 내 잘못이 아니란 인정이라도 받고 싶었던 걸까.
그런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하신 것처럼 센터장님은 내가 울음을 참는 사이 조곤조곤 말씀하셨다. 가해자의 얘기를 듣고 진상을 확인했고, 진상을 피해자에게 알렸으며, 괴롭힘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음을 공론화하지 않았냐고. 저지먼트이기에 책임감을 더 강하게 느꼈을 만은 하지만, 그만하면 제3자로서 할 수 있는 건 다 한 거라고. 그러면서 매몰되지 않으려면, 포기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다신다. 본인이 망가지기 전에 포기하기로 결단을 내리는 것도 용기라고. 듣고 보니, 우리 보육원에서 누누이 강조되었던 교훈도 그거였다.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하되 안 되겠다 각이 서면 즉시 포기한다.
그게 하루하루 수박수박하지 않을 방도라고, 그렇게 배웠었는데. 저지먼트에서 이래저래 부대끼다 보니 깜박하고 있었다.
거기 생각이 미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면서도, 내가 이렇게까지 포기할 타이밍을 못 잡게 되어 버린 원인들(그니까 저지먼트에서의 활동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더욱이 지금은 박형오와 유니온이 언제 다 없애 버릴지 모르는 상황이지. 이건 누구한테 물은들 노답인데. 그리 생각하면서도, 불가능할 거 같은데 목숨이 걸린 경우는 어쩌냐는 볼멘소릴 해 버렸다. 심상찮은 얘기임을 직감하셨는지 센터장님도 표정이 굳어졌다. 장마철의 공기처럼 답답하고 음습한 침묵 끝에, 센터장님은 조심스레 말씀하셨다. 목숨이 걸린 일은 포기 못한다고, 그렇기에 더더욱 포기할 일과 포기해선 안 될 일을 잘 가려야 한다고.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였지만, 다른 사람에게서 들으니 뭔가 더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정리해 보자. 양아름과 그 패거리를 변화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이유가 뭐든 그네들의 머리는 이미 혜우를 괴롭히기 위해 프로그래밍된 봇 수준이 되어 버렸으니까(명색이 인간인데 그 지경으로 전락한 게 어떤 의미에선 최고의 복수 같기도;;;;;) 혜우의 입장을 내가 이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나와는 사고방식이며 감성이 전혀 다른 타인이니까. 안 되는 것에 아득바득 매달리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걸 생각하자. 이 사건과 관련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누가 내 앞에서 혜우에 관한 소문을 떠들어 댈 때 진상을 알리거나 의심을 부추기는 것. 너무 정면에서 반박하면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반발 심리가 생길지도 모르니, 주의 깊게 듣는 척하다가 의문을 던져 보자. 그 소문대로라면 저지먼트의 남부원들은 벌써 한참 전에 혜우한테 반했어도 안 이상한데 난 어떻게 연애를 하고 있냐고.
한숨을 내쉬며 미간을 꾹꾹 누르는 동월의 안색은 퍽 어두웠다. 그야, 백방으로 찾아봐도 유익현이라는 이름은 없다. 동명 이인 정도야 있었지만,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익현과는 접점이 없었다. 인첨공 안에 있는 모든 유씨 남성을 찾아 이 소년의 아버지인걸 증명해야하나 싶었지만... 그건 수고도 수고인데다가, 현재 사정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 나는 어떻게 아는거야? " [........] " ........ " [무릇 사람이 사람을 아는 것에 이유따위는 불문...] " 썩을!! "
아무리 말을 해봤자 도돌이표다. 이 소년은 동월이 누군지 알고 있지만, 어떻게 알고있는지는 모른다. 소년의 기억은 단편적이다. 마치 사진만을 모아놓은 앨범 처럼, 자신의 인생을 단편적으로만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괴이부를, 그리고 괴이를 알고있는 에어 버스터, 부장과 상의를 해봐야하나?
" 집은 있냐? " [집이란 것은 돌아갈 곳이 있냐는 철학적인 질문으로...]
콰직! 결국 참지 못하고 능력으로 책상 하나를 동강내버린다. 그것을 놀란 토끼눈으로 바라보던 익현은, 이내 방긋 웃는다.
[없습니다!] " 하아... 대충 근처에 방이라도 하나 잡아줄테니까... " [그냥 너희 집에서 살면 안되는거야?] " 음... 일단 집이 좁고, 이미 같이 살고있는 식객(밥은 안먹지만)이 하나 있고, 또 자주 드나들게 된 사람이 있거든. " [뭣! 우리 월이가 드디어 연애를!] " 맞긴 한데 '우리 월이' 같은 소리는 집어치워주라. " [힝.]
어쩐지 대화를 나누면 나눌 수록 머리가 아파오는 기분이다. 어쩐지 성격이 자신과 닮은 듯한 느낌이 드는건 기분탓일까... 하지만 당장 생각하기도 벅찬 문제다. 지금은 더 큰 문제가 앞을 가로막고 있으니까.
[상대는 누구야? 역시....] " 닥쳐. "
어째서일까, 그 다음 말을 내뱉게 해선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잘라먹었다. 자신도 모르게 자동반사적으로 나온 그 말에, 동월 자신도 놀라 눈을 가늘게 떨었지만... 이내 다시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몸을 묻는다. 뭐냐, 진짜.
situplay>1597049200>376 " 글쎄? 그건 미래의 저지먼트가 할 일이지. "
정작 자기도 저지먼트다만... 뭐 아무튼,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다. 사실 지금 당장 생각하기엔, 혜우는 가버릴 생각이 가득하다. 붙잡는다고 붙잡아질지도 않을테고... 결국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미루는 것이다.
" 근데, 음. 항상 그렇잖아? " " 생각대로 되지는 않더라구. "
그건 좋은 의미이기도, 나쁜 의미이기도 했다. 당장 떠나고 싶어하는 혜우에겐 나쁜 의미일 것이며, 혜우를 좋아하는 누군가에게는 좋은 의미일지도 모르지.
" 그건 확실히 기대해도 좋을거야. " " 여긴 이미 증발된 물도 잡을 수 있는 사람들이 한가득이거든. "
대표적으로 보자면 정하 정도가 되려나?
" 걱정 마. 남탓은 안하는 주의니까. " " 나도 하나만 덧붙일까. "
흠, 하고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는, 말을 이어간다.
" 네가 소문을 신경 쓰는지 안쓰는진 내 알바도 아니고, 알 수도 없지만. " " 입장 정도는 확실하게 해두는게 좋을거야. " " 어찌됐건 널 돕겠다고 나서는 애들이 많거든. " " 네 입장에서 보자면 필요 없는 도움을 받고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 " " 그네들이 멋대로 도와줬느니 하는 꽉 막힌 소리는 하지 말고. " " 너도 알고 있었을거 아냐? " " 소문이 터진 이상, 가만히 있을 애들이 아니라는 것 쯤은. "
아무튼 오늘 하루 캡틴은 참 스트레스가 터지고 있어요. 부업으로 좀 해주는 업무가 있는데 가이드 그대로 해줘도, 가이드에도 없는 내용을 가지고 이런이런 문제가 있으니 수정해달라고 해서 수정을 하니까 또 다른 담당자가 리젝트를 넣고 이런이런 문제가 있으니 이거 수정해주세요 하니까 또 수정을 해줬는데 또 다른 담당자가 와서 제가 보니까 이런이런 것이 어쩌고 저쩌고...
리라주는 드디어 해외로 가는구나... 많이 걱정도 되고 두렵기도 할 테지만 리라링의 인생에서 의미있고 배울 것 많고 너 많은 기회랑 넓은 시야, 세상을 체험할 나날이 되었음 좋겠네. 적응도 리라링이라면 잘 할 수 있을 거야~ 오너도 캐도 싹싹하니까 분명 가능할 거랍니다 조심히 다녀왕🫶
>>147 리라주 미국이라니 @ㅁ@!!!! 거기 새벽 5시가 여기 밤 9시인 곳이라니... 언어도 모국어만큼 익숙하진 않고 다인종 국가고 문화도 많이 다르고 그게 아니라도 새로운 환경이라 적응하기 쉽지만은 않으시겠지만 잘 지내시길요!!! 그런 일이 없길 바라지만 만에 하나 많이 힘드시면 칼귀국 하시고요~~~
>>148 캡 오늘 현생에 많이 치이신 거 같은데 얼른 훌훌 터실 수 있길 바라고요, 호주 여행이라~~ 가시게 되믄 코알라랑 돌고래는 물론 공원에 잔뜩 풀어져서는 인간을 구경하는 캥거루도 보고 즐기시라요!!!
>>155 혜성주 아쿠아리움 무서워요 8898ㅁ8888 딱 한 번 가 봤는데 끝이 제 허리 높이인 수조에서 튀어나온 상어한테 물릴 뻔요......................
>>156 태오주 엥? 엥? 금요일 이 시간에 일... 아, 약속 있다고 하셨죠? 돌희야 짝꿍 데려오기!!! (◀그거 아님!!!)
situplay>1597049235>150 8ㅁ8 먐미야~~!!!!! 흑흑 그렇겠지...? 솔직히 한국에 오래 있다가 가는거라 적응 걱정되긴 하는데...🫠 그래도... 그려 어케든 되겄지... 열심히 살아볼게요 아니다 싶음 돌아오고(?) 흑흑흑흑 고마어 나 얼리버드 세미한국인시간으로 살테니까 꼬옥 놀아줘야해🥺
situplay>1597049235>160 흑흑 사실 딴것보다 시차가 걱정이긴 한데 생각해보면 원래 한국에서 밤낮 바뀌어 산 날이 많았으니(요 반년간은 보통 제때 잤지만) 막상 가면 정말 세미한국인 시간일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품어보아... 🥺 힘낼게! 아니면뿌수고도망쳐오겟다.
>>211 (검색해보고옴) 크 든든하고 맛나보여🥹 헤헤 마싯게먹자! 버거에 토마토는 최고인거야... 조심할게!! 열심히 적응하겠다! 가서 운좋으면 지금보다 더 여유로워질수도 있긴 해 확률은 반반이지만🤔 이렇게 말하다 보니 정말 정해진게 별로 없는거 같군 얼레벌레지만 건강하게 살아남아볼게!! 매일 얼리버드해서 올테니 나랑많이놀아조!!!🥺
우선- 중학교 당시의 일은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해. 너도 너의 일이 있었고, 누구나 자신이 겪는 일이 가장 힘들고 무거운 법이잖니. 나야말로 그 때 네게 조금이라도 더 신경 써주지 못 해서 미안해.
네 생각에 대해서도 별 말 안 할게. 네가 그렇게 생각하게끔 만든 내 탓도 있으니까. 이해하니까, 역시 미안해 하지 말아. 솔직히 말해줘서 오히려 고마운 걸.
그렇지만 관계에 대해서는 되려 내가 묻고 싶어. 이미 한 번 결론을 내렸다면, 거기에 내가 의견을 낸들 의미가 있을까 싶거든. 이번 사건에 대해서 네가 내게 물었던 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고.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 거야?
이 참에 확실하게 정리하자, 해도 나는 널 비난하거나 하지 않을 거야. 다시 잘 해보고자 하면, 어릴 때 같진 않겠지만 나름대로 노력해볼게.
그리고 동료로서 큰 힘이 못 되어줬다고 했지만, 네가 준 과자집이야말로 동료로서 큰 힘이 되어줬어. 그 날 그렇게 남겨 준 사람은 너 뿐이었거든. 각자의 방법으로 움직여 준 부원도 있었지만 직접적인 걸 해 준 사람은 오빠 외에 새봄이 너 뿐이라 그 볶음밥 먹으면서 처음으로 혼자 하는 식사가 편안하게 느껴졌었어. 과자집도, 차분히 안정을 취하기에 큰 도움이 됐어. 지금도 잘 먹고 있구. 정말 고마워.
하지만, 나는 이번 일에 법적 사회적 조치는 취하지 않을 거야. 잘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럴 필요가 있나? 라고 생각하거든. 소문과 입방아는 줄일 수 있을지언정 아예 없애지도 못 하고 물 밑에서 돌던 말이 물 밖으로 드러났을 뿐인거라, 이러니 저러니 한들 내 인생이 진창에 처박힌 상태인 건 변함이 없거든.
그렇게 보이지 않겠지만, 나는 꽤 오래 전부터 지쳐 있었어. 아마 인첨공에 들어왔을 때부터, 지금도 그렇고. 그러니 이제와서... 라는 생각부터 들게 돼. 그렇게 됐어. 지금은.
situplay>1597049200>994 꽤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질문을 꺼내는 청윤과 달리 랑은 별다른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있었다. 그저 상대방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을 뿐.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려고 했다면 알아챌 수 있기야 했겠지만 그런게 아니라면 알아챌 수 없을 거다. 결정적으로 자신을 드러내기 전까지 자신과 청윤 모두 그 사람이 있었는지도 몰랐으니까.
"여차하면 안티스킬에 연락하거나 저희 연구소 쪽에 인원을 좀 더 요청할 생각이었죠, 그동안 제가 합세해서 시간 정도는 벌 수 있을 거 같아서요."
그런데 그럴 필요는 없었네요.
"두 학생 모두 보통 실력이 아니던데, 모카고 저지먼트죠? 소문은 많이 들었어요."
구성원 대부분이 레벨 3 이상이라고 했던가? 그 정도의 전력을 갖춘 저지먼트는 흔하지 않죠. 그렇게 덧붙이면서 웃던 연구원은, 갑자기 울린 알림음에 휴대폰을 확인하곤 머리를 긁적였다.
"음~ 어쨌든 상황이 잘 해결된 거 같으니까 저는 이만 가볼게요, 잘 해결됐다고 연구소에 알려야 하거든요."
그럼 이만! 하며 재빠르게 시야에서 사라지려고 하는 인물. 랑은 그 때까지도 가만히 서 있었다, 만약 청윤이 붙잡거나 쫓으려 했다면 제지했을 것이다.
용감하다는 청윤의 말에 그리 대답한 것을 마지막으로, 연구원은 마치 그 자리에 없어지는 것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청윤이 바라본 랑은 연구원이 있었던 자리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에게 향하는 목소리에 곧 시선을 돌려서 청윤을 쳐다보긴 했지만.
"...그러게."
청윤이 주변을 둘러보지만 도망치는 사람은 없다. 아직 랑과 청윤에게 당한 게 회복되지 않은 듯하고 일단 손이 결박되어 있어서 이동하기가 불편한 것도 작용한 듯했다. 게다가 아까 그 연구소 직원이 이미 신고를 한 건지 멀찍이서 안티스킬 차량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기에, 랑은 스킬 아웃들을 쳐다보면서 말을 이어갔다.
답장 써줘서 고마워. 답장을 받지 못해도 할 말 없는 내용이라고 생각해서 기대를 내려놓고 있었는데, 엄청 놀랐지 뭐야. 반가웠고. 내 마음의 짐을 덜어준 것에 대해서도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 이제부터는 우리가 단절된 시간 동안, 우리가 서로에게 힘은 되지 못했어도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한 거라고 생각하려고 해.
그리고, 나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노력할 의향이 있다고 말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내가 준 과자집과 볶음밥이 네게 도움이 되었다고 말해준 것도. 마저 할 이야기와는 상관없이, 고맙고 기뻤어.
다만 네가 지적했듯이, 내가 당시에 내린 결론과 지금의 생각은 비슷해. 내가 친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천혜우와 지금의 천혜우 사이에는 큰 간격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물론 지금의 나 또한 네가 친구로 여기던 초등학생 신새봄하고는 거리가 많이 있을 거야.
솔직하게 말할게. 나는 네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 현태오 선배에 대해서나, 네가 화가 났을 때 보이는 모습에 대해서 좋게 생각하기 어려워. 그리고 이렇게나 사이가 멀어진 시점에서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변해달라고 하는 건 무례한 짓이니 하고 싶지 않아. 내겐 그럴 자격이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아.
하지만 난 우리가 좋은 친구는 되지 못해도, 좋은 동료는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여러 전투를 거치면서 그래왔다고도 생각하고. 저지먼트 동료로서, 공동의 목표를 위해서 서로를 신뢰하고 협력하고, 서로가 저지먼트의 도움이 필요할 때 기꺼이 나서는 거. 그게 내가 바라는 거야.
솔직히 밝히자면, 내 편지의 용무는 혜우 너에게 내 생각을 알리는 것과, 김서연 선배에게 네 입장을 전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더 권유해 보는 거였어.
하지만 법적 조치를 취하고 싶지 않다는 네 입장이 확고한 것도, 그 이유도 답장을 통해서 잘 알 수 있었어. 앞으로는 내가 과거의 친분을 빌미로 네 결정을 바꾸고자 시도할 일은 없을 거야. 나야말로 이런 권유 해서 미안했어.
>>273 >>275 청윤주 아항~!! 청윤이한테 나쁜 일 생긴 상황을 염두에 두신 게 아니라 다행이에요 히히~☆ 빨간스카프 노란스카프 왜 모델이나 연예인 안 하고 율럭키헤요...?? 아니 저 외모면 어느 직종엘 가든 메리트가 있을 텐데!!! (카페에 가면 손님이 100% 늘어난다거나...)
>>274 리라주 으에 으에에에 그케 말씀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오오오 (제리인사)(쥐구멍)(슬라이딩)(모가지빼고굽신) 근데 진짜 리라 샤방샤방 요정 컨셉 무대 의상이래도 어울리고 완전 이뻐요!!
백색은, 여로를 보았다. 입가 쪽으로 얼굴을 기울이다 금방 고개를 돌리는 모습을 보았다. 귀 끝이 어떤 색으로 물들었는 지도 확인하였다. 과녘을 담담히 확인하던 눈빛이 세심하게 여로를 살피었다. 그래서 좋아- 라고, 말하는 여로의 모습을 보더니 슬쩍 다가갔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팔을 뻗고, 여로의 뒷머리에 손을 올리려 하였다. 그리고, 그 상태로 힘을 주어 당겨서,
입가가 아닌 그대로. 부드러운 온기를 나누려 하고. 아무렇지 않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무던하고 무감각한 모습으로 몸을 떨어뜨렸다.
".......응."
고양이를 보기 전, 그의 설명을 듣기 전 먼저 '장난'을 쳐버린 하얀 소년은 얼마 전에 아기들을 데리고 나온 애가 있다는 말에 담담히 대답했다. 목소리가 늘 그렇듯 좀 텀을 두고 튀어나왔지만, 다른 때보다 좀 더 그 사이의 공백이 길었다는 것을 여로는 알 수 있을 것이다.
여로가 '매앩' 비슷한 소리를 내며 부르자 곧 희고 노란 고양이가 한 마리 다가왔다. 작은 고양이를 몰고 온 아마도 어미 고양이. 여로의 제안을 백색은 거부하지 않고 몸을 웅크린 채 손을 뻗었
"...아."
고양이가 피했다. 하얀 소년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태연하게 손을 거둬들였다. 색이 없어서인지, 향이 없어서인지. 하얀 소년은 동물들에게 백안시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말이 길어지긴 했지만 내 조카를 잃어버리고 나서야 나는 아이들에 대한 생각을 많이 바꿨어, 연구 결과보다도 아이들이 건강해야 하고, 아이들의 심리 상태를 신경써야 한다고... 그렇게 생각하게 됐지."
그래서 아직도 경력에 비해 인정받는 편은 아니라고, 성환은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그러던 와중에 네가 슬슬 유명해지니까 연락이 오기 시작한 거야, 너도 알겠지만... 그 중에는 아이들에 대해 조금 비인도적인 수준의 커리큘럼을 실행하는 곳도 있었고."
"그래서 네가 그런 장소에 가지 않았으면 했어. 할 수 있는 게 없을 때 보고도 견디기 어려운 걸 보면 사람은 심리적으로 많이 고통스럽거든."
그리고 사실은...
"너라면 안전할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혹시 너를 보낸 걸 내가 후회할까봐 무서웠어."
분명 그 때와는 많은 것이 달랐음에도, 랑이 연구소에 협력하러 간다고 해도 여전히 랑의 담당 연구원은 자신이라는 것이 명확했음에도 성환은 쉽게 엄두를 내지 못했다. 심리적인 아픔이란 그런 것이다. 성환의 말이 멈췄다. 짧다면 짧은 과거의 이야기가 끝나고, 현재 심경까지 이야기를 마친 성환이 '이런 이야기를 꺼내게 될 줄이야.'같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랑을 빤히 쳐다보자, 랑은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뜨며 피식 웃었다.
"항상 운이 나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만큼은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드는군."
어쩌면 지금까지 항상 운이 좋았을수도 있겠다고, 성환이 자신의 담당 연구원이라 다행이라는 취지의 말을 꺼낸 랑은 사탕을 하나 꺼내 입에 물고, 나머지 하나를 성환에게 내밀었다.
"그걸로 됐어, 얘기하느라 수고했고." situplay>1597049200>320 랑은 리라의 답장을 받고 난 뒤 자신이 바깥에 있을 때 리라가 방문하진 않을까 싶어 되도록이면 실내에 머물렀다. 그러던 어느 날, 문자를 주고받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은 날에 리라에게서 방문하겠다는 연락이 왔고, 별관의 문을 열자 저만치서 잰걸음으로 다가오는 리라의 모습이 보였다. 혹시라도 리라에게 따라붙은 누군가가 있지는 않을까 싶어 잠시 주변을 경계했으나 이렇다 할 위협은 느껴지지 않았기에 느긋하게 리라를 배웅한 랑은, 자신의 손이 괜찮냐고 물으며 팔을 뻗는 리라를 마주 안아주었다.
"다 나았어."
그리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선물에 대해 설명하는 리라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찡찡이와 리라가 함께 찍은 사진을 확인했다.
"응, 예쁘네."
찡찡이 자랑에 고갤 끄덕이며 동의하던 랑은 작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리라의 머뭇거림에 리라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한참 동안의 머뭇거림 이후에 나온 자기는 어땠냐는 물음이 들리자 눈을 살짝 크게 떴다. 그리고는 대답 대신, 리라의 손을 덥썩 붙잡고 별관 안으로 잡아당겼을 것이다.
귀엽다고 이야기했을지, 아니면 다른 이야기를 했을지.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런 리라의 모습이 랑에게는 참기 어려울 정도로 비춰졌을 것이라는 사실일 것이다.
>>307 리라주 와 와 이 네카의 나랑 언니는 까만 고양이 요정 같아요!! 왠지 장난 치다 딱 걸린 느낌 ㅋㅋㅋㅋㅋ
>>316 >>329 혜우주 웃을 일이 늘어나면 좋죠!! 양아름은 메폴행 확정에 오빠들도 있고 유준이 아저씨도 있고 진씨도 사과하러 올 테고 혜우가 인복이 모자랄 일은 없을 테고요~ >< 헤헷~☆ 발랄해 보였다니 만족이에요! 근데 혜우는 원래도 1년만 할 생각이었군요👀👀 진짜 이번 기수 저지먼트 내년에 몇이나 남아 있을지...(호달달)
>>317 청윤주 약 끊고 미용에 힘써서 양지에서 그 미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거예요오오오오 (설레발) 그리고 귀엽게 봐 주셔서 감사해요!!! ><
카오스 고양이가 아지트에 아예 자리를 잡았다. 웃기게도 같이 밥을 챙겨주던 고양이들 앞에서 보란듯, 자신의 무릎 위를 차지하고 하품을 하는 게 꼭 간택이라도 했다는 행동 같다. 웅냥냥거리며 밥을 먹고 있는 길고양이들의 숫자가 몇마리 정도 늘어난 걸 눈으로 세어보던 혜성은 제 무릎 위에서 골골거리고 있는 카오스 고양이의 이마를 검지로 살살 문지르듯 쓰다듬고 부족한 양 입맛을 다시고 있는 고양이들 앞에 간식캔을 뜯어 쏟았다.
백색은 자신 저지른 짓을 아는지 모르는지, 분명 알겠지만 아무튼 무감정한 표정 그대로였다. 붉게 달아오른 여로의 표정을 눈길로 보고 마주잡은 손에 살짝만 더 힘을 주었다. 고양이 우는 소리가 작게 나는 곳에 하얀 소년은 고양이들과 함께 평온했다.
".."
비장의 무기라는 말에 그는 말 없이 여로를 보았다. 여로는 다가온 고양이의 엉덩이 부근을 가볍게 두드리고,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작은 육면체의 그것은 북어 큐브 트릿, 고양이가 좋아하는 간식인 모양이었다. 동물을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동시에 큰 관심은 없는 소년은 사실 츄르같은 것이 나오리라 생각했다.
여로에게 북어 큐브를 받은 백색은 그것을 손 위에 놓고 느린 속도로 앞에 내밀었다.
"...일만 할 거라고.. 생각은 안 해서인지. 놀랍진 않네."
약간 장난스러운 말을 한 그는 문득 떠오른 것처럼 입을 열었다.
"동물에게도... 기억은, 있으니까... 능력이 통하는데."
중간에 옅은 숨을 뱉은 뒤 이어서 말하며, 소년이 고개를 기울였다. 즉 억지로 친분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는 뜻이다.
한숨인지 그저 내뱉는 것인지 애매한, 그런 숨을 아주 느리잇하게 뱉은 백색은 자신의 손에 트릿을 먹기 시작한 고양이를 가만히 보았다. 손에 살짝살짝 닿는 고양이의 까칠한 혀나 먹는 소리, 그런 것들이 소년의 기억에 선명히 박혀들고 있었다. 무채색과 무향으로 보통은 백색을 꺼리는 고양이이지만, 역시 좋아하는 간식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사실상, 고양이 공용 간식이.. 되었네."
불쌍한 순대. 소년은 전혀 불쌍해하지 않는 얼굴로 담담히 말했다. 집에서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전혀 불쌍하지 않은 게 맞을 지도 모른다. 그는 순대가 하품을 하는 모습을 기억에서 잠시 꺼냈다 집어넣었다.
"..천천히..라."
하얀 소년이 여로에게 얼굴을 비비는 고양이를, 그가 쓰다듬는 것을 차분히 보았다. 오랜시간 친해지면 자신의 것이라 영역 표시를 한다라. 백색은 그 움직임에서 묘한 것이 겹쳐보였다. 예를 들자면, 눈 앞에 있는 여로가 자신에게 보여주던 것이라거나. 오늘 학교에서 나오기 전 했던 '무언가' 같은 것.
"..."
고양이가 트릿을 다 먹은 뒤 백색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낸 뒤 한 손으로 어찌저찌 손바닥을 닦았다. 그리고 천천히, 느긋하기 짝이 없는 속도로 여로에게 손을 내밀고, 그 턱을 살살, 긁으려 하였따.
1. 플레어의 능력을 맞으면 리라의 물건은 타들어갈 것인가 2.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피해도 누적되는가 3. 디스트로이어 이하 퍼클들이 힘을 합쳐도 플레어 하나를 이기지 못하는가 4. 플레어에게 본인 위크니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건... 좋을까(?) 5. 플레어 대적/코드 회수 두 루트 중 택1 혹은 인원분산으로 참여만 가능한가? 대적 -> 코드 회수 루트는 아무래도 어려우려나🤔 6. 플레어 대적 루트를 선택할 경우 플레어와 에어버스터의 코드 회수 루트는 그대로 폐기인가=코드를 다시 얻을 기회를 얻지 못하는가?
>>415 1.네. 타버립니다. 2.난이도 조절을 위해서 방사선 피폭은 없을 예정이에요. 3.그건 이제 경우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3위에서 7위가 모두 힘을 합쳐서 싸운다고 한다면 어떻게든 2위에게 비빌 수 있는 정도는 될 것 같네요. 4.그건..뭐..이제 여러분들의 선택 자유인 것으로! 5.대적->코드 회수 루트도 가능하긴 하지만 전개가 좀 바뀌게 되죠! 반대로 코드 회수->대적 루트도 전개가 바뀌고요. 6.폐기되진 않아요. 무엇을 먼저 하느냐의 차이지!
>>418 기억을 건드릴 수 있긴 한데... 알다시피 플레어는 감정을 잃어버린 존재이기 때문에 어설프게 건들면 반응이 없을 가능성이 크죠. 아무래도.
불쌍한 순대는 오늘 얼굴도 모르는 고양이에게 간식을 빼앗겼습니다. 물론 순대는 그 사실을 모르고, 안다 한들 바뀌는 일은 없다. 집사에게 다소 불평은 하겠으나.
"응."
백색은 담담히 대답했다. 곧 여로는 그에게 몸을 기울였다. 어느 정도 있던 거리가 머지 않아 가까이 다가오고, 백색과 꽤 차이나게 큰 키가 그를 덮는다. 긴 보라색 머리가 살랑이며 여로의 팔이 백색의 어깨 위를 지나 서로 얽히려 하고, 다가온 얼굴의 입술이, 백색의 것과 마주하였다. 그는 이 일련의 과정을 피하지도 않고, 담담한 얼굴로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런 점."
마주댄 온기가 떨어지고 서로 눈이 마주친다. 하얀색과 푸른색이 한동안 섞이다가, 여로가 뺨을 맞대며 흩어졌다. 말랑한 뺨에 비벼지는 사람의 체온에 백색이 느릿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뻗어진 손이 여로의 등을 쓸었다.
오늘의 커리큘럼은 웬 손님과 함께였다. 커리큘럼 하자고 이쪽으로 찾아온 경우는 CCTV 개발팀장 말곤 처음인데. 알고 보니 정기적인 커리큘럼이 아니라, 임시(???) 커리큘럼이었다. 자기네 고양이가 없어져서 찾아 달라나? 황당한 눈으로 봐도 연구원은 할 수 있지 않냐며 도우라고만 하더라. 우리 연구원 언제부터 흥신소 일도 맡게 됐대?;;;; 어이는 없었지만 일단 손님이 가자는 대로 따라갔다. 그러다 보니 벽에 붙인 전단이 보이기 시작했고(일정 간격마다 붙여 놨더라) 손님이 그 전단 중 하나를 떼서 내게 줬다. 몸은 하얀데 얼굴이랑 귀는 유독 진한 갈색에 눈은 새파란 고양이였다. 마지막으로 본 장소가 어딘지 물었더니 환기하던 중 창문으로 뛰쳐나갔대서 창문부터 사이코메트리를 사용해서 경로를 추적했다. 에어컨 실외기 뒤, 건물 벽 사이 같은 구석만 골라서 이동했더라. 그렇게 추적한 끝에 웬 골목길의 길냥이 쉼터에 꽉 웅크리고 있는 고양이를 찾았다. 집에서만 살던 녀석이라 길냥이들 틈바구니에 치였을 법도 한데, 길냥이 쉼터를 용케도 차지했네. 어쨌거나 무사히 찾았으니 됐다.
situplay>1597049235>390 새봄주 에고고 일케 긴 반응을 주셨는데 제가 못 봤었네요@ㅁ@;;; 사실 서연이가 이번에 선을 좀 많이 넘었으니까요👀👀👀 그만 나댈 계기가 필요해서 급조한 내용이었는데^c^;;;;;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네카도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해요~☆ 기분 좋은 김에 새벽 시간 틈타 뇌절이나 한번 하고 갑니다아아아
"......" "......" "저기요. A 씨." "그냥 아저씨라 해. 왜?" "그, 음, 궁금한게 있는데." "응." "의지한다, 의존한다... 라는 건, 어떻게 하는 거에요?" "음? 그게 무슨 소리냐." "그러니까..."
"...그렇게 된 거에요." "아, 그래서였나. 난 가십은 관심이 없어서. 고생했다." "히히. 그래서 저 대답은요?" "으음- 그걸 뭐라고 해야 하나. 상대에게 마음을 연다는 것일까." "그러면 끝이에요?" "상대에게 마음을 열고 믿음을 가지는게 의지, 더 나아가 어떠한 감정적인 지지를 추구하는게 의존, 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 잘 모르겠는데요." "나도 이런 걸 배우고 설명해 본 적이 없어서 어렵다. 보통은 어릴 때 얼레벌레 배우는 건데." "난 못 배웠나봐요." "그래 보인다. 그래도 사는데 지장은 없었나본데." "맞아요. 딱히 신경 안 썼어요." "그런데 갑자기 궁금해진 이유가 뭐냐?" "아까 한 얘기 때문에 주변이랑 조금 마찰이 생겼거든요. 정확히는, 법적 대응 같은 거 안 할 거라니까 왜 도와주겠다는데도 안 하냐, 그런 반응들을 받아서요. 나름의 이유를 설명했는데도 여전히 이해는 못 한 거 같고." "음. 그래서?" "그래서- 왜 그러지? 라는 걸 생각해봤는데, 도와주겠다는 걸 거절해서 그런가 싶더라구요. 그 일 터지기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고. 그런데 내 기준으로는 뭘 그런 일로 도움을 받지, 안 하면 그만인데, 이게 고작이라서, 왜 내 거절이 그런 반응을 불러일으킬까- 하다가, 내가 그들을 의지하려 하지 않아서 그런가? 에 다다랐죠." "으흠." "그런데 나 그거 모른단 말이죠. 의지라던가 의존이라던가. 정신병이라고 진단도 받았고." "사람은 누구나 알게 모르게 주변에 의지하고 의존하며 살아가기 마련이다. 병이라고 진단 받았다 해도, 너 역시 주변에 한 명 쯤은 마음 놓고 기대는 사람이 있지 않나?" "음- 으으음-" "가령, 가족이라던가, 친구라던가." "으음, 조금 더 설명 해주세요." "그러니까 나도 모른데도. 음. 예를 들어, 네가 당장 필요한 물건이 있는데 그게 너는 없고 네 가까운 사람이 갖고 있다는 걸 알아. 그럼 어떻게 할 거지?" "뭐- 내 거 사러 가겠죠?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럼, 네가 생전 처음 보는 곳에 가서 길을 잃었어. 주변에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고 지리도 모르는 곳이라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해. 그러면 어떻게 할 거냐." "그럴 때는- 오빠한테 연락할 거에요." "왜 오빠를 택했지? 선생이나 친구나 다른 사람도 있을 텐데?" "오빠는 바빠도 와 줄 테니까. 그리고 오빠는 내가 뭔가 부탁하는 거 좋아하거든요. 이번에도 나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알아서 다 해줬구." "그... 그것 뿐이냐?" "음, 그리고 오빠가 와주는게 제일 좋아요. 혼자 이상한데 간다고 혼도 안 내고 잔소리도 안 하는 걸." "그리고?" "그리고 또 뭐요? 이유가 더 있어야 해요?" "이유... 인거냐? 그럼, 만약 오빠가 오지 않는다면 어쩔 거냐. 다른 사람은 다 되는데 오빠만 연락이 안 된다면?" "그러면 뭐, 알아서 나와야죠. 모르는 곳이래도 인첨공일 거고 걷다보면 어디든 나오게 될 걸요." "오빠가... 처음부터 없었다면?" "그럼 애초에 고민도 안 하고 혼자 길 찾을 건데요." "......" "아저씨?" "...확실히, 너는 어딘가 고장난게 맞다. 독립심이 강하거나 자립심이 강한게 아니야. 네 사고방식에는 애당초 타인의 존재가 결여되어 있어. 타인이 네게 간섭할 여지 자체를 주지 않아. 너, 친구라고 부를 상대는 있냐?" "한 명은 있어요. 걔도 잠시 멀어졌었는데, 다시 만나고도 나를 친구로 대하겠다고 했거든요. 내가 어떻게 변했든지 그런 건 상관 없다면서요. 그래서 나도 걔를 여전히 친구로 생각해요. 잘 못 대해주긴 하지만." "네 그 사람들이 이젠 네가 필요 없다며 연을 끊겠다고 하면 어쩔 거냐." "...아마도... 한 번은 물어보겠죠. 정말 내가 필요 없는 거냐고." "정말로 그렇다고 하면?" "그러면 뭐... 어쩌겠어요. 보내줘야지." "가지 말라고 붙잡을 생각은 하지 않는 거냐." "그러고 싶은데, 아마 그러고 싶을 텐데... 모르겠어요. 그냥, 이제 정말 내가 어디에도 쓸모가 없어졌다는 생각만 들 거 같아요. 오빠도, 세은이도, 내가 필요 없다고 하면..."
...쨍그랑!
"아." "가만 있어. 내가 치우마." "네엥." "...그래서, 더는 네 주변이 너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하면, 어디 옥상에서 뛰어내리기라도 할 거냐. 목을 긋던가." "아마 그럴 거 같아요. 필요 없다는데 계속 있어서 뭐하겠어요. 사람도 안 쓰는 물건은 버리잖아요. 그거랑 같다고 생각, 아야." "같지 않아. 그럴 때 떠나지 말라며 붙잡는게 의존의 한 형태이고, 그 순간 네가 느낀 그 기분을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하는게 의지의 한 형태인 거다. 이해가 좀 되냐." "우...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는데요. 상대가 가겠다고 정했으면 내가 그런다고 무슨 소용이 있어요."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다. 상대가 무조건 굳은 결심으로 말 했을 거란 보장도 없고, 네가 그렇게 해주길 바라는 걸 수도 있다. 네가 독심술사도 아닌데 상대의 진심을 어떻게 알겠냐. 상대의 말에만 대답하는게 전부가 아니야. 그런 것도 살펴주는게 인간관계인 거다." "...주변은 나 이해 못 한다는 사람투성이인데도요?" "사람이든 사물이든 이해에는 시간이 필요하지. 넌 그들에게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었나?" "모르겠는데, 아닌 거 같아요." "그럼 판단하기에는 이르지. 그렇다고 해도, 결국 어떻게 할 지 결단을 내리는 건 너 자신이다. 그들이 생각할 동안, 너도 너 자신을 좀 들여다보지 그러냐." "뭐를요?" "글쎄다. 네 안에 뭐가 있는지 나는 모른다." "뭐에요 그게." "내가 해 줄 말은 그것 뿐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수고했다." "흥. 재미없어. 나 갈래요. 수고하셨어요." "어어."
"......그래. 거기 가서 이것들을 죄다 빼 왔다고." "네. 상담센터 옮기는 것도 불가피해졌고, 또... 지금이 아니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요."
또다시 새벽. 자연광 하나 들지 않는 지하 사무실에 세 사람이 모여 있다. 시현은 리라가 보인 하얀 상자 속 낡은 소지품들을 응시하다가 한숨을 내쉰다.
"깡도 좋네 진짜."
직후, 시현과 다미의 시선이 교차한다.
"리라야. 난 솔직히 반대야. 아니, 반대였는데... 그렇지만 네 말도 틀린 건... 하아... 대체 왜 이렇게까지 했니... 너랑 아무 상관 없는 일이잖아." "제가 아니라 선류빈 씨의 친구가 해 준 말이에요. 그리고... 상관 없지 않아요. 저에게 중요한 사람이 겪은 아픔은 곧 제 아픔이기도 해요. 그걸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선에서는 행동하고 싶다고요." "......에휴. 시현 쌤은 어떻게 생각해요?" "나야 원래 이 일에 관해서는 중립이었으니까."
다만 걱정되는 건. 시현의 시선이 리라에게 꽂힌다.
"선경 선생님께 말씀드리는 건 좋다. 하지만 공론화는 다른 문제야. 결코 작지 않은 사건 하나를 없던 일로 만들 수 있다는 건 곧 배후가 가볍지 않다는 뜻이니까. 거기에 대해선 제대로 알고 있는 거냐?" "제가 지금 아는 건 죽은 사람의 가족이 선경 선생님이라는 것뿐이에요. 하지만 단순 호기심으로 손댄 건 저고, 끝까지 파헤친 사람도 저니까 책임져야죠." "그럴 필요 없어." "그러고 싶어졌어요."
침묵. 리라는 상자를 닫은 후 작게 줄여 시현에게 건넸다.
"며칠 뒤에 찾으러 올게요. 그때까지만 부탁드려요. 갖고 다니는 게 마음은 편한데 또 잃어버릴까 봐 불안해서." "그래. 참, 다미 쌤아. 너도 리라한테 할 말 있다며."
움찔. 리라의 시선이 꽂히자 다미의 어깨가 짧게 경련한다. 연한 하늘색 눈동자가 책상 서랍에 상자를 넣고 잠그는 시현을 좇다가 다시 리라에게로 향했다.
"아. 그냥... 그날 내가 윤정인한테 그러는 바람에 네가 더 곤란해진 것 같아서." "뭐야~ 그런 거였어요? 전 괜찮아요. 그보다는 선생님이 저한테 줄곧 레벨로 거짓말 한 게 좀 더 서운한데?" "윽. 그것도 미안." "히, 됐어요! 사정 있다는 것도 들었고. 아직 그게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지만."
가뿐한 미소를 지으며 리라는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고 마침 돌아온 시현은 그런 리라에게 익숙한 노트 하나를 건넸다.
"어? 이걸 왜 시현 쌤이 가지고 계세요?" "윤정인이 버리고 갔거든. 원래 네 거니까 가져가. 대신 눈에 안 띄게 조치는 해놓고."
인첨공의 연구소에 대해 공부하던 노트. 리라는 그것을 빤히 바라보다가 주머니에서 포스트잇을 꺼내 마름모 모양 스티커를 하나 그려낸 뒤 실체화 시켜 노트의 표지에 붙였다. 그리고 스티커의 표면을 가볍게 톡톡, 두드리면 이내 노트는 스티커가 붙은 부분만을 제외하고 투명해져 보이지 않게 된다.
"8년 전 사건을 공론화하고 싶다 했지. 그렇지만 그게 당장 어렵다는 것쯤은 스스로도 알 거다. 위험하니까. 나와 다미가 가진 사정도 마찬가지야. 학생을 보호하는 건 센터 소속들의 의무고, 이 이야기를 해 주는 건 너를 위험하게 만드는 거다. 그러니까 지금은 돕지도 말하지도 못 해." "...그런가요." "그러니까 순서대로 하자. 선경 선생님께 진실을 알려드리는 것부터."
순서대로.
"이 다음부터는 더 많은 각오가 필요한 일이야. 그러니 뭔가를 하고자 한다면 준비해. 네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년 조금 더 남았지. 그 기간 동안 누군가 너를 쉽게 묻고 치워버릴 수 없도록 만들어 놔. 능력, 유명세, 인망... 무엇이든 최선으로 끌어올려서."
물론 끝끝내 하겠다면 말이지만. 시현은 리라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었다.
"중간에 관두는 게 제일 좋긴 한데. 생각할 시간 1년 넘게 줬으니까 그동안 제발 마음 바꿔라. 응?" "봐서요." "말은 잘 하지. 그럼 상담 날에 다시 보자." "네, 두 분 모두 쉬세요. 이만 들어가 볼게요!"
>>531 혜우주 으에 으에에 으에에에에 @ㅁ@;;;;;; 혜우가 서연이도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니겠죠?;;;;;; 다른 부원은 몰라도 서연이는 혜우가 신뢰할 만한 일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지라, 자긴 혜우한테 의지할 만한 사람이 아닌 걸 당연시하고 있는데요...👀👀👀 서연이 같은 입장에 혜우가 의지 안 한다고 서운해한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할 거예요!!!
>>565 리라주 만약 리라가 선류빈씨의 일을 공론화하고자 할 때 증인이 필요하다면 서연이는 기꺼이 증언할 거예요~~☆★ 1년 뒤면 스레 엔딩 뒤니까 서연이의 개입이 굳이 필요하지는 않으리라 판단되지만, 만에 하나 증인도 필요해질 경우 요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아아아아 ><
다음 날, 불안 반 기대 반으로 점심시간대에 급식실앞으로 가보니 역시나. <새봄쇼: 급식실 옆에 무엇이든 먹어드립니다>라고 적힌 작은 부스와 촬영장비가 있었고, 소장님과 연구원 선생님은 물론, 학생들도 몇명 몰려있었다. 진짜 하는구나. 비장한 마음으로 다가가려니, 함박웃음을 지은 소장님과 어쩐지 응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애도하는 것 같기도 한 표정의 연구원 선생님이 나를 반긴다.
"어서와라, 새봄아. 뭐 할지는 알지?" "그럼요, 저 소화제도 챙겨왔어요." "다 먹을 필요는 없으니까 무리는 하지 말고." "그럼요, 다 먹다간 저 진짜 죽어요..."
그렇게 해서, 팔자에도 없던 급식실 앞 새봄쇼의 막이 올랐다. 나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활짝 웃으며 마이크에 대고 제법 방송인인양 과장된 투로 입을 열었다.
@전교생
"안녕하세요! 저는 1학년 N반 신새봄입니다~." "제가 바로 음식물 쓰레기로 급식을 만든 장본인이에요, 헤헤." "사실 안 드시는 심정도 알아요. 얼마나 찝찝하겠어요. 성분은 새 음식이라지만 원재료가 음쓰였다니." "그래서! 제가 직접 급식의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서 나와봤어요~." "여기 현수막 보이시죠? 무엇이든 가져오시면 앉은 자리에서 먹어드립니다!" "물론 먹을 걸로 바꿔서요~."
//라는 건 저지먼트 부원들도 아무거나 가져와서 먹여도 된다는 이야기. 관심있을 시 여기다 앵커 달고 아무거나 가져오는 레스를 써주면 새봄이가 음식으로 바꿔서 먹는다!
일전 볶음밥에 사이코메트리했다가 기겁하며 감췄던 급식소의 비밀이 공개되고 난리가 난 모양이다. 그래서 새봄이가 자기 능력으로 차력쇼(???)를 하기로 한 모양이다. 저걸 도우려면 뭐가 좋을까 궁리하다 우리 점포의 쓰레기통을 털어 갔다. 잔반을 음식으로 바꾼 게 문제가 된다면, 한술 더 떠서 진짜 쓰레기도 음식이 된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다. (쓰레기통 미리 비워 두면 편하기도 하고) 대용량 쓰레기봉투라 새봄이가 다 먹기 힘들 테니 나도 반은 먹을 생각이었다.
" 새봄아, 이거 음...커다란 초콜릿으로 바꿔 줄래? "
같이 죽자 떡(???)도 먹었는데 이걸 못 먹을까? 이 참에 초콜릿 한번 원없이 먹어 보자!!
>>598 >>601 리라주 리라가 이번엔 장꾸 모드네요! 평소 리라라면 나랑 언니가 너무 소중해서 저렇게 올라타지 못할 거라는 적폐가 있었는데 막상 보니 귀여워요!!! 네네~ 만에 하나 필요하면이니까요!!! 어느 쪽으로든 리라가 만족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야광봉을 흔들 거시에오오오오 음 당분간 한식을 드시기 어려워지실 예정이니 한식 어떠세요?
>>602 새봄주 와 와 우와아 @ㅁ@ 매번 긍정적으로 봐주셔서 감사해요오오오 >< 새봄이 배 터뜨릴지도 모르는 폭탄을 던져 버렸는데 괜찮을지 모르겠어요👀👀👀
>>603 캡 푹 쉬셨다니 좋네요!!! 맛저하세요오오오~ 참 오늘 진행 단문 위주랄지... 무슨무슨 행동을 했다 정도로만 서술해도 괜찮을까요? 구체적인 내용이나 반응을 쓰기 어려운 환경이라서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608 >>613 >>618 태오주 와!!! 아기 너무너무너무 귀엽네요!!! 천사다아아아아!!!!!!! 애기 안고 있는 선수도 엄청 행복해 보여요~~~★☆ 근데... 해장은커녕 한 끼도 안 드셨으면;;;; 속 배려요... 단백질 음료+빵 조합처럼 같이 먹기 간편한 거라도 좀 드세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첫 손님이 서형이라니! 이건 출발이 좋은데! 해쭉 웃으며 서형을 반기려니 서형이 내민 건 제법 커다란 (20리터 종량제)려나? 쓰레기봉투. 안의 내용물은 미운떡으로 훌륭할 것 같은 쓰레기들이 가득하겠지. 하지만, 오히려 좋아! 뒤에 줄을 서거나, 옆에서 구경하고 있는 학생들이 경악하며 숨을 삼켰으니까.
"좋아요! 초콜렛이라... 그럼 종류별로 한번 만들어볼게요! 히히~."
내가 레벨 0일 때는 녹인 초콜릿 만드는 것도 벅찼지만, 지금은 한꺼번에 서너종류 정도는 너끈하지~ 뭘 만들어볼까! 테이블 위에 서형이 올려준 초콜릿을 올려두고, 잠시간 정신을 집중했다. 만들 건 초콜릿이지만, 이래저래 재료가 많이 필요하다. 카카오 열매를 숙성시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니까. 카카오 버터와 카카오 매스를 분리한 뒤, 이것저것 만들기 시작했다. 초콜릿 하면 흔히 떠오르는 태블릿 모양의 판초콜릿을 다크초콜릿과 화이트 초콜릿으로 만들고, 생크림과 헤이즐넛을 추가해 동그랗게 빚어 페레레X쉐도 만들고, 요즘 핫하다는 두바이 초콜릿(판초콜릿 안에 피스타치오 페이스트와 구운 카다이프를 넣은 것)도 만들었다. 이내 그것들은 연구원 선생님께서 타이밍 좋게 슥 밀어주신 큼지막한 쟁반 안에 담겼다.
"짜잔~!!" "초콜릿 하니까 생각나는 게 많아서 이것저것 만들어봤어요, 히히." "고마워요! 기미상궁 먼저 해보고 싸줄게요, 혹시 모르니까요~."
그렇게 뻐기면서 두바이 초콜릿부터 먹어봤다. 겉보기엔 그럴싸하지만 레벨이 낮을 땐 복잡한 레시피에서 실수를 내곤 했다보니 복잡한 레시피부터 확인하는 게 반쯤 버릇이 됐다. 지금은 그런 실수는 대량으로 만들어도 좀처럼 안 하지만. 다행히도, 입 안에서 얇은 초콜릿이 오독, 하고 부러지며 고소하고 바작한 내용물이 터졌다. 성공이다. 이야, 이건 다 못먹고 버리긴 아까운데? 마침 들고다니던 선물용 쿠키 케이스가 있어서, 그 안에 서형 몫을 차곡차곡 담아서 내밀었다.
"여기요! 전 먹다 죽을 거같으면 부실에 갖다두려구요. 서형도 너무 무리해서 먹지 말구요! 좋은 재료 고마워요, 형!"
>>636 >>637 헉 듣고보니 그럴싸한데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 음쓰먹기 싫거든 먹을 만큼 담아서 남김없이 먹어라! ㅋㅋㅋㅋㅋ 이렇게 보니 음식 남기면 가는 지옥인가 뭔가 현실판 같기도(???)(어쨌든 남은 음식을 먹긴 함) 그나저나 서형이 엄청 맛있게 먹어줘서 경악 반 먹음직스러워보여서 혼란스러움 반으로 갈릴 거같애 ㅋㅋㅋㅋㅋ
아마 한동안 인첨공 안은 조용했을 것입니다. 레드윙 관련 사건이 있고 나서부터 특별히 무슨 말이 없었으니까요. 점점 11월이 다가오고 있고, 입시 분위기는 슬슬 마무리로 저물어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 꼭 무슨 일이 벌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오늘도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무슨 일이 터졌기에 부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다들 토요일 하루 잘 보내고 있니?] [오늘은 조금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어. 혹시라도 시간이 되는 이들은 부실로 찾아와줘.] [뭔가 하고 있거나 쉬고 싶은 이는 오지 않아도 괜찮아.] [이번만큼은 더더욱 말이야.]
모두에게 은우의 톡이 들어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 부장님은 뭘 하고 있었던가요? 한동안 부실에서 보이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우연히 모습을 봐도 조금 진지한 얼굴을 짓고 인사만 하고 빠르게 어디론가 사라지는 일도 있지 않았던가요?
정확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일단 최근 부실에서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어쨌든 오고 말고는 자신의 자유입니다.
만약 찾아왔다면 언제나처럼 은우와 세은이가 각각의 자리에 있었고 둘 다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오늘의 간식은... 오늘은 쿠키로군요. 코뿔소 쿠키가 한가득입니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부원들의 얼굴을 본따서 만든 것도 있는 모양입니다. 오늘은 그다지 달지는 않은 쿠키로 준비한 모양입니다.
뭔가, 무척, 오랜만인 듯한. 백색은 미묘하게 고개를 갸웃하며 부실로 들어섰다. 무슨 일이 일어나서 가는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을 일으키기 위해 가고자 하는 날. 백색은 활을 챙기고 화살을 담아두고, 양궁가방에 담아 어깨에 걸쳤다. 그는 하늘을 보며 생각했다. 오늘은 날이 좋다. 백색은 은우와 세은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자리에 있는 쿠키를 보았다. 가득한 달지 않은 쿠키. 중간중간 있는 부원들의 얼굴 모습의 쿠키들은 뭐랄까.. 먹기 힘들게 되어있다고 백색이 생각했다.
그렇지, 지난주가 너무 평화롭다 했어. 오늘은 또 무슨 일일까.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건 가득한 쿠키들. 평소라면 맛있게 먹었을 텐데 어제까지 과자를 너무 많이 먹어서 좀 얹힌 것 같기도 하다. 그럴 땐 차로 누르고 먹으면 되지. 텀블러에 있는 물을 뜨끈한 보이숙차로 바꾸고 한 모금 넘긴 뒤 "잘 먹겠습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쿠키를 오독오독 씹어먹었다. 오늘은 쿠키가 담백하네. 든든하고 괜찮다.
"그래서 어떤 부탁이세요, 부부장 선배?"
이번엔 뭘까. 그림자? 리버티? 불량 녹음기 부자? 내가 할 수 있는 건 달콤해져라 정도지만 최선을 다할 밖에.
자신에게 눈을 윙크하는 혜우를 바라보며 세은 역시 웃으면서 윙크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인사를 하는 다른 이들에게도 인사를 보냈습니다. 한편 부실에서 잔 것으로 보이는 한양의 모습에 은우는 당황하며 그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보냈습니다. 어서 갔다오라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카톡으로 참여한다는 철현에게는 일단 음성이 텍스트로 자동 전환될 수 있도록 기능을 세팅하라고 지시를 했습니다.
"참고로 나는 이미 특벌전형으로 대학을 가기로 했어. 어쨌든... 다들 와줘서 고마워. 하지만 오늘 여기에 왔다고 해서 꼭 이후의 일에 참여할 필요는 없어. 솔직히 말하자면... 내 개인적으로는 끼이지 않는 것을 권장하지만... 뭐가 되었건 말은 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어 은우는 세은을 바라봤습니다. 그러자 세은은 핸드폰을 조작한 후에 화면을 홀로그램으로 띄웠습니다. 이어서 보이는 것은 위크니스와 퍼스트클래스의 심장에 있는 칩을 해제하기 위한 코드였습니다.
3번 [JAXT3%119087SAB0ACGYR] 4번 [1561234ZSE00ZEQBKABLO] 5번 [SZEYQ%!%!^!WTY0055CYB] 6번 [EZCU^%!D%AZXTEABAOHYD]
"얼마전에 제 4학구에서 그때 가져왔던 컴퓨터를 분석해서 그 안에 있던 코드 2개를 마저 확보하는데 성공했어. 이제 남은 코드는 2번과 7번. 즉... 플레어와 내 코드야. 그렇기에 리버티가 움직이지 않는 지금, 나는 마지막 코드 2개를 확보하려고 생각 중이야. ...솔직히....... ...세은이는 해방시켜주고 싶거든."
"......"
은우가 세은을 바라보며 세은은 아무런 말 없이 입을 꾹 다물었습니다. 그리고 은우는 계속해서 브리핑을 이어나갔습니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코드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포인트. 이전 블랙 크로우와 결전을 치뤘던 그곳은 바로 제 2위. 플레어가 지키고 있어. 다가오는 이가 있으면 다가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공격도 한다는 모양이야. 그렇기에 이번 작전은 제 3위, 제 4위, 제 6위까지 모두 동원해서 움직일 생각이야. 즉... 디스트로이어, 레드윙, 크리에이터. 3명이 함께 할 거야. 그리고 나도 거기에 포함되어있어. 나와 디스트로이어, 레드윙, 크리에이터가 플레어를 잡아두는 사이에 너희들이 그 지하로 진입한 후에 그곳에 있을 코드를 확보하는 것이 기본 작전이야."
거기서 은우는 잠시 말을 끊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을 본따서 먹은 쿠키를 먹은 후에 말을 이었습니다.
"...솔직히 안전하다고는 못하겠어. 위험하니까 빠지겠다고 해도 상관없어. 하지만... 나는 도와줬으면 좋겠어. 물론 빠진다고 해도 상관없어. 자유롭게 해줘. ...혹시나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물어도 돼."
/일단 기본 루트는 퍼스트클래스들이 플레어를 막는 동안 잠입하는 것인데... 플레어 레이드에 참가해도 상관없어요! 이 부분은 자유롭게! 8시 40분까지!
세은이는 걱정한 것보다 밝다. 한편 부부장은 부실에서 계속 업무에 시달렸는지 초췌하시고, 선배는 수능 직전이라 참석할 여유가 없는 모양이다. 그리고 부원들이 모이자 부장은 사뭇 비장한 투로 용건을 밝혔다. 세은이를 해방시키기 위해 코드를 찾으러 가겠다는. 그런데 거길 지키는 인첨공 2위 능력자 플레어가 어마무지한 강자인 모양이다. 수박씨는 물론 레드윙, 부장, 크리에이터까지 모두 그 플레어를 '상대'하는 동안 코드를 찾아와 줄 수 있냔다. 그러면서도 빠지고프면 빠지라고 할 정도면 플레어는 대체 얼마나 강력한 걸까. 4:1로 맞서도 시간을 끄는 정도가 최선이면 어쩌지? 그러라고 둬도 괜찮을까?
걱정이 되지만 다른 수를 모르겠다. 나는 전투력은 민간인과 다름없으니. 하지만 코드를 알아내는 쪽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오맨들씨의 노트북을 켜서 코드를 확인했듯이.
" 플레어가 그렇게 강하다면, 부장과 다른 퍼클 세 분뿐만 아니라 저희 부원들도 함께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근데 전 전투 쪽으론 전력이 전혀 안 되니, 코드 확보에 참여하는 게 그나마 보탬이 될 거 같아요. "
아, 그 때 강철준이 말한 임무라는 게 이거였나. 리라는 은우의 말을 가만히 경청하다가 옷 안에 넣어둔 머리카락을 슬슬 밖으로 빼냈다. 길고 숱 많은 머리카락이 어깨를 타고 흘러내린다.
"빠질 생각은 없지만... 다같이 플레어를 상대한 후에 코드를 확보하러 가는 건 어려우려나요? 물론 퍼스트클래스 분들이 모두 강한 건 알아요. 하지만 상대는 인첨공의 2위잖아요."
안전하지 않겠지. 하지만 이제와서 그런 걸 따지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그러니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이미 엎어진 물 위에서 가장 나은 루트를 찾아가는 것뿐이다.
"솔직히 고양이 발이라도 보태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인원 분산 전략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이건 잘못 분산되면 플레어를 마주하는 사람들과 코드를 가지러 간 사람들 둘 다 위험해질까 봐. 그런 걱정도 조금 들긴 하네요. 하지만 그 역시 퍼스트클래스 분들만 플레어를 상대하고 다른 부원들이 전부 코드를 확보하러 가는 것보다는 모두에게 안전한 계획이라고 생각합니다."
흘러내리는 머리끈을 머리에서 풀어낸 리라는 가만히 말을 잇는다.
"별개로, 일단 저도 같이 잡아두는 쪽으로 하고 싶네요. 레이저에 그림이 타는 건 똑같지만 꼭 그림만으로 제지할 수 있는 건 아니기도 하고."
느적느적 부실로 들어와 자리에 앉았을 금이라, 대학을 가기로 했다는 그 말에는 잠깐 삼학년인 아이들의 얼굴을 살핀다. 그리고 제 팔짱을 끼며 편히 등받이에 등을 기댄다. 그런 말에도 여기 모인 이들 중 빠질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을 알아서. 홀로그램에 띄워지는 코드를 보고서 눈을 가늘게 떠낸다. 지금까지 우리가 했던 일 중에 안전한 일이 있었던가. 이를 무시하고 빠지기에는 이미 모든 것에 깊게 발을 들인 상태였으니, 돌아가지 못한다면 끝을 보아야 할 수밖에 없었다. 금은 앓는 소리를 내다간 중얼거리듯 말한다.
"...내 칩? 제거 할거야. 제거해야만 하거든." "솔직히 내 입장에선 플레어와의 싸움에 너희를 끼우고 싶지 않아. 하지만 너희들이 하겠다고 한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무리하지 말고 조심해. 그리고 최대한 전면에 나서지 말고."
은우는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새봄의 말에 그렇게 답했습니다.
>>이경
"모르겠어. 난 플레어의 과거 이야기는 잘 모르거든.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 같은 상태였어."
굳이 기억의 동요를 일으킬 수 있다면 그때 문서에 적혀있었던 위크니스이자 지금은 죽었다고 하는 고모 관련 이야기가 아니겠냐고 하면서 그는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한양
"무리는 하지 마. 한양아. 플레어는... 솔직히 퍼스트클래스 4명이 다 덤벼도 이길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이야. 그만큼 위험해." "그리고 그림자는 나타날 가능성이 커. 솔직히 말하자면 움직이지 않는다면 이상하겠지. 코드가 있는 곳이니 말이야."
경우에 따라서는 그림자가 개입할 가능할 가능성이 크다고 은우는 판단하는 모양입니다.
>>청윤
"고마워. 도와줘서 말이야."
청윤을 바라보는 은우의 눈빛은 꽤나 기쁜 감정이 섞여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뭔가 깊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모습도 보였습니다. 물론 그게 뭔지는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서연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냥 말하지 않고 갈 생각이었지만... 그게 반복되면 내 지갑이 파산이 날 것 같단 말이지. 누구 씨 덕분에 말이야."
은우는 그렇게 말을 하면서 서연을 바라보면서 웃음소리를 냈습니다. 하지만 부원을 동원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에는 바로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미 함께 하겠다는 이도 있었으니, 참여를 한다고 해서 딱히 반대할 생각은 없어보입니다.
>>혜성
"그러는 너는 너무 피곤해보이는데 괜찮아?"
공부한다고 무리하게 온 것은 아니냐고 이야기를 하며 은우는 너무 피곤하면 좀 쉬어도 좋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걱정은 진심인 모양입니다.
>>혜우
"나? 응. 나도 갈 생각이야. 이번만큼은 나도 함께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거든." "하지만... 절대로 무리는 하지 마. 세은아. 그리고 혜우 너도. ...물론 너는 누구보다도 뛰어난 회복 능력자지만... 플레어의 앞에서는 그 능력으로 커버하는 것이 힘들 가능성이 높아."
회복이 문제가 아니라 모든 것을 소멸시켜버릴 수 있는 자야.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여로
"알았어. 그리고 너도 다치면 안돼. 여로야."
과거에 자신을 도구로 써도 좋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던만큼, 혹시나 또 자신을 희생해서 무슨 짓을 하지 않을까라고 걱정을 했는지 은우는 여로에게 그렇게 당부했습니다.
>>리라
"뜻은 알겠지만, 이미 들어가겠다고 하는 이도 있으니 말이야. 최대한 위험하지 않게 해결되길 바래야지."
그림자가 만약에 개입을 한다면... 어떻게 하면 좋으려나.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그는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퍼스트클래스 1명을 안으로 잠입시키는 것도 고려해야겠다고 은우는 생각했습니다.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요.
>>금
"그렇다면 가능하면 너는 잠입 쪽으로 갈 수 있을까? 안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적어도 대처할 수 있는 이가 필요해."
그림자가 개입할 확률이 높은만큼 비능력자들만 안으로 들어가게 할 순 없다고 판단했는지 은우는 금에게 그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일단 모두의 반응레스에요! 여기에는 반응하지 말아주세요! 바로 이어서 반응레스 작성해서 올릴게요!
"일단 너희들의 뜻은 잘 알았어. 그렇다면 나도 플레어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을 말해줄게. 플레어의 능력은 포토키네시스 계열 중에서도 최강의 능력이라고 손꼽히는 능력. '라디올리시스'야. 이 능력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방사능을 조종하는 능력이야. 플레어가 쏘는 빔은 모두 기본적으로 다 방사능이야. 물론 레벨5가 되고 퍼스트클래스가 되면서 이치를 비틀었고, 방사능 피폭이 되지 않는 방사능을 다룬다는 모양이야. 그러니까 싸운다고 해도 피폭되는 일은 없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요? 적어도 빔을 스쳐간다고 해서 피폭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그나마 다행인 수준이었습니다. 절대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림자에서 개입을 한다고 한다면... 너희들도 전에 본적이 있는 여자. 홍서아. 그 작자일 가능성이 높아. 이러니저러니 해도 3학구에서 계속 나타난 그림자는 그 작자였으니까. 그러니까 조심해. 그 작자의 능력도 공격 계열은 아니긴 했지만, 만일 기절하게 되면 꼭두각시 인형이 될 확률이 높아. 경우에 따라서는 또 변신할 수도 있어."
이전 4학구 때 변신했던 그림자 멤버를 떠올리면서 은우는 조심하라고 당부를 했습니다. 이어 그는 가만히 시계를 바라봤습니다.
"그럼 조금만 더 있다가 출발하자. 미리 준비를 확실하게 해. 이번 작전은 이전 작전보다 좀 더 위험해. 특히 플레어를 잡아두는 곳에 끼이겠다는 이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전면으로 나서지 마. 후방에서 서포트하는 식으로 부탁할게."
이번만큼은 부장 명령이야.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눈을 감았습니다.
/9시 15분까지! 아직 어디로 갈지 정하지 않은 분들은 확실하게 어디로 갈지 이번에 작성해주세요! 일단 마음을 정하고 대기하는 레스로 써주시면 되겠습니다!
"아이고, 제가 오해한 거라서 다행이에요. 그럼 그 코드, 꼭 구해올게요!" "...저는 코드쪽으로 빠질 거라 그렇게 걱정해주시니 좀 송구스럽긴 하지만, 감사합니다! 선배도 몸 조심하세요."
그나저나 서형한테 하시는 말씀을 들어보니 서형이 아니었으면 또 프린세스가 되실 생각이셨나보다. 하긴 공주는 그렇다 쳐도 파산은 곤란하지~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서형이 여러모로 현명했네. 그나저나 플레어의 능력은... 뭐라고요, 방사능? 야, 이건 내가 잘못했다. 고레벨이라고 피폭 안되는 건 아닌ㄷ... 아, 피폭은 안되는구나. 하기사 피폭되는 방사능이면 능력쓰는 자기부터 피폭돼서 죽었겠지.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그래도 맞으면 아프긴 아프겠지. 코드 쪽으로 빠진다고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싶지마는... 아, 그림자에서 개입할 수도 있구나? 홍서아라. 변신할 수도 있고, 기절하면 세뇌당할수도 있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수상한 사람이 있으면 달콤하게 만들어버릴게요~!"
그런 뒤, 언제나처럼 리라언니표 장비들과, 재료와 등반 장비 등이 든 든 임무용 가방을 챙기며 빠트린 게 없는지 꼼꼼히 점검했다.
부장 혼자 이승 탈출 넘버원스러운 시도를 하는 걸 막는 효과가 있었단 거잖아~ 농담에 가깝겠지만 그런 효과가 1이라도 있었다면 기꺼웠다.
그러면서도 바로 대답하지 못하시는 건 그만큼 이번 일이 위험하다는 의미겠지. 코드를 무사히 구하고 빠져나올 수 있어야 할 텐데. 사이코메트리를 적재적소에 쓸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이어 부장의 설명을 듣자니, 부장은 그림자의 개입 가능성을 거론했다. 홍서아...자연공원에서 시민들을 인질 삼으려던 작자이자 선배가 치를 떠는 인물. 기절할 경우 꼭두각시가 될 수 있다면 여로랑 비슷한 능력일까. 변신 위험은...혜우가 일전에 써 준 보고서대로 치아를 최우선으로 공격해야 하나? 들키지 않고 넘어갈 수 있다면 그게 최선이겠지만.
암튼, 준비해야지. 부장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뭘 가져갈지 궁리해 본다. 폰과 워치, 코뿔소 팔찌, 리라표 총은 항상 갖고 다니고 있고, 잠입하려면 짐이 가능한 한 적은 게 좋을 거 같은데, 맞다!! 위험하니 토실이는 부실에 두자.
" 토실아, 여기서 기다려 줘. 알았지? "
그리고...혜우는 플레어를 상대하겠다니,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응급처치 용품을 챙기는 게 좋을까? 거기까지 챙기고 다시 한 번 의사를 밝혔다.
" 코드 확보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요. 다들 조심해 주세요. 플레어에게 가는 분들은 특히요. "
잠입 쪽으로 가달라는 대장-은우-의 말에 금은 눈을 동그랗게 떠내다가, 대답 대신 옅게 웃으며 어깨만 으쓱여 보였으니, 그것은 분명 알겠다는 대답이었을 것이었다. 이어하는 설명에서 방사능이라는 단어에 다시 얼굴을 찡그린다. 피폭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당하면 큰일이겠다 생각한다. 그리고 이어 언급되는 그 이름에 혀를 차 낸다. 방해가 되는 것이 너무 많아. 금은 출발하기 전, 각자 위치를 정하는 이들을 살피다 잠깐 물끄러미 혜성을 본다.
"다들 조심하십시오."
이건 달리 혜성에게만 하는 말이 아닐 터다. 금은 모두에게 들리게 말하며, 시선 마주친 이들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인다.
각자 각오를 다질 시간은 충분했을까요? 아니면 조금 더 필요했을까요? 뭐가 어찌되었건 이제는 출동해야 할 시간입니다. 슬슬 약속시간이니까요. 은우는 가장 먼저 앞장서서 나섰습니다. 이전 블랙 크로우의 아지트가 있었던 그곳을 향해서 세은 역시 따라나섰습니다. 그리고 아마 부원들도 하나둘 따라나서지 않았을까요?
해당 포인트에서 약 300m 떨어전 골목길. 그곳에는 먼저 도착한 디스트로이어와 레드윙, 그리고 크리에이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 편을 바라보면 300m 앞쪽에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플레어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아직 플레어는 이쪽을 눈치채지 못한 듯 보입니다.
"호오. 부원들을 데리고 온 거냐? ...애새끼들이 겁도 없이 잘도 왔군. 뭐...좋아. 듣자하니 몇명은 플레어 저 녀석과 싸운다고 했었나? ...발목 잡진 마라."
"그렇게 거칠게 말하는 아저씨는 요즘 인기 없다는 거 몰라요? 아무튼 안녕! 저지먼트! ...오늘은 잘 부탁할게. 아. 그리고 코드는 고마워!"
"솔직히 아이들을 끌어들이고 싶진 않지만... 이번만큼은 잘 부탁하마. 얘들아."
디스트로이어, 레드윙, 크리에이터는 각각 그들에게 말했습니다. 이어 은우는 가만히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갈 이들은 여기서 대기해줘. 그리고 플레어의 발목을 잡을 이들만 신호에 맞춰서 가자. 그리고 최대한 플레어의 시선을 잡아끄는 것부터 시작해야해. 그리고 플레어를 밀어내면 잠입조들은 일제히 뛰어들어가. 플레어가 있는 저 위치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어. 다만... 아마 내 생각이 맞다면 여전히 돌로 막혀있을거야. 그러니까 돌을 파괴해서 들어가야 하는데... 새봄이. 너는 할 수 있지?"
그녀의 능력. 그것을 이용하면 아마 가볍게 돌을 없애버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그는 숨을 내쉬었습니다. 이어 그는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습니다.
"절대로 죽지 마. ...비겁하다는 말이 나오더라도 살아남아야만 해. ...슬슬 준비하자. 작전 시작이다."
이제 슬슬 움직이려는 모양입니다. 각자 포지션대로 움직입시다. 플레어를 잡아둘 이는 은우와 퍼스트클래스들을 따라 이동하고, 다른 이들은 대기하고 상황을 지켜보도록 합시다.
테이저건 배터리도 괜찮고, 장비들 상태도 양호하고, 재료도 넉넉하고... 좋아, 준비 완료! 보이차를 한모금 넘기고 부장선배와 세은이를 따라가니,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그 중 하나는 내게 유감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내 유감은 덜었으니 됐다. 오늘도 괜히 자극할 생각은 없고. 그래서 세 사람을 보며 간단하지만 예의바르게 인사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어쩐지 동명의 노래에 나오는 구절처럼 나간 것 같지만, 뭐 어때. 작전대로, 퍼클들과 발목잡기 조부터 출격하는 모양이다. 우린 대기하고.
"아직 부실 전체를 과자집으로 만들지 못해서요, 죽고 싶어도 못 죽어요~." "몸조심들 하시고, 이따 뵈어요!"
플레어 전담조를 배웅하고 대기하는 동안, 가볍게 몸을 풀어뒀다. 오늘도 맨벽을 등반해야 할수도 있으니 말이지.
백색은 마주한 퍼스트 클래스에게 다시금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슬쩍 물러섰다. 별로 남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그는 흘깃, 여로를 바라보고 시선을 돌렸다. 다치지 않는 건 힘들지만 적어도, 큰 문제는 없기를 바랐다. 백색이 걸음을 살짝 옮겨 플레어가 있는 방향을 보았다. 300m, 저 먼 곳에 플레어가 있다. 백색은 잠시 저곳까지 자신의 능력이 닿을 지 의문이 들었다.
마치 활을 겨누듯, 다리를 어꺠 넓이로 벌리고 선 백색의 눈이 정확히 '플레어'를 향했다. 그 손끝에서 종이학이 비행하여 플레어를 향했다. 과연 어떤 기억을 가져올 것인가..
금의 시선을 느꼈는지, 피로한 표정으로 금을 바라보던 혜성은 슬쩍 미소를 지어보이고 잠시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 눈을 감았을 것이다. 피로감은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 금방 사라질테지만 잠시만이라도 피로감을 날리기 위한, 동시에 긴장감을 누그러트리기 위한 행동이기도 했다.
곧, 이동할 시간이 다가오자 아무렇지도 않게 눈을 뜬 혜성은 약속장소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플레어의 모습과 미리도착해있는 퍼스트클래스들을 향해 목례를 해보인 혜성은 잠시 느릿하게 눈 굴려서 주변을 둘러본다. 바닥을 비롯한 주변을 둘러보던 혜성은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를 집어들었다가 낮은 높이에서 툭 떨어트린다.
이정도의 소리라도 충분하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누가 또 있을지도 모르겠다. 없으면 다행이고."
플레어를 비롯한 퍼스트클래스들을 제외하고 저지먼트 부원들또한 제외한 상태로 능력으로 만들어낸 거대한 탐지계에 걸리는 생명체를 파악하려하며 혜성은 주머니에서 약을 꺼내 입안에 떨어넣었다.
이경의 눈에 보이는 기억은 가을 초순의 일입니다. 정확히는 2학구에 있는 오지덕 박사의 연구소에 다녀온 직후의 일입니다. 플레어는 지금 그 자리에 서있었습니다. 그리고 서아와 연락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을 무슨 일이 있어도 사수하렴.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게 막아. 저지먼트도, 스킬아웃도, 다른 잔챙이들도. -말을 듣지 않으면... 다시는 고모를 만날 수 없다는 거 알지? -만나고 싶지? 말을 잘 들으면 진료가 끊어지는 일도 없고 차후에 다시 만날 수 있을거야. -그러니까... 말 잘 듣도록 해. 플레어.
"...알겠어." "...그러니까... 꼭 만나게 해 줘." "...보고 싶어."
그 후로 쭉 플레어는 이곳을 지킨 모양입니다. 일부 스킬아웃이 겁도 없이 접근을 한 모양이고, 리버티 멤버들도 접근을 한 모양이지만 예외없이 모두 소멸되었습니다. 그 모습을 플레어는 초점없는 두 눈으로 그저 공허하게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을 다를 이들을 보면 금은 가볍게 목례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한다. 안으로 들어갈 이들은 대기해달라는 말에 금은 적당한 곳에 자릴 잡으며 심란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핀다. 목적지와 거리가 좀 있긴 하지만. 감시가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떨치지 못한다. 작전을 설명하는 대장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비겁하더라도 모든 수를 써서라도 살아남는 것이 우선이다. 묵묵히 듣기만 하던 금은 앞서 나갈 교란조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본다.
그러고 고개 숙여 인사는 했지만, 역시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아무리 강해도 신체는 인간 신체고 목숨은 하나니까.
" 퍼클 여러분께 이런 소리 뱉어 버리면... 수박 씨는 특히 황당하시겠지만, 그래도 조심해 주세요. 아무리 강해도 목숨은 하나니까요. "
그 뒤 부장의 지시를 들었다. 내려가는 계단을 돌이 막고 있지만 새봄이가 뚫을 수 있다는 얘기까지. 물 같은 음료로 바꾸면 바로 진입할 수 있겠다. 그 밖에 선배와 청윤이, 금이, 여로가 잠입조구나. 아무튼 부장의 지시대로 지금은 대기하고, 잠입하면서는 조심, 또 조심해야지.
" 네!! 모두 조심하자구요!! "
다들 무사하길!! 그리고 내가 부디 짐은 되지 않게 처신할 수 있길. 그렇게 기원하는 서연이었다.
>>777 저번에 정보가 나오긴 했는데 플레어의 위크니스인 고모는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있었는데 결국 죽었어요. 하지만 칩이 폭발하지 않게 정지시킨 후에, 고모는 빼돌렸고 다른 좋은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어서 지금은 만날 수 없다고 속이고 있어요. 그림자도 2대 대표이사도요.
감정없는 목소리란 백색에게는 일상과도 같은 일이라, 별 감상이 없었다. 짙은 남색 머리가 가장 앞에 나선 것을 바라보다 백색은 적당한 위치에서 멈춰섰다. 무감정하고 공허한 목소리에 무언가가 섞일 수 있다는 걸 백색은 알았다. 아마 오늘 생길 지도 모르는 감정의 색은 썩, 칙칙할 것이나. 백색은 하얀 눈을 가만히 올리고 플레어를 바라보았다.
"해야할 일이, 있어서."
그러다 툭, 손가락으로 제 옷자락을 건들였다.
곧 백색의 의지에 따라 어느 기억이 이 곳에 있는 인원들에게 공유되었다. 그 기억이란 플레어가 이 곳을 막게 된 경우. 방금, 백색이 확인한 그 기억을 인원들에게 공유한 것이다. 백색의 시선에만 보이는 종이학들이 순간 범람했다 사그라진다.
공허한 눈빛. 일전 2학구에서 얻은 정보대로라면 저 상태가 된 것 또한 뇌 수술의 영향일 것이다. 심장의 칩은 둘째 치더라도 머릿속의 그것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은... 지금으로선 없으려나. 크게 나이 차이가 나지도 않는 것 같은데 생체실험에 이용되어 저런 상태라니. 물론 이 인첨공에 래트 취급 아닌 초능력자가 몇이나 되겠느냐만은.
"딱히 죽이러 온 건 아니에요."
죽이러 온 게 아니다, 가 아닌 죽일 수 없다, 가 더 맞는 말이겠지만 어쨌거나 살의를 품고 말고의 차이는 크다. 저쪽이 그걸 헤아릴 수 있으면 좋겠는데.
"여기를 막고 있는 이유, 그림자의 간부가 한 말 때문이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어서 왔어요. 그러니까...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요? 예전에 몇 번. 이렇다 할 교류는 없었지만 지나쳤던 몇 번의 접점을 고려하면 당신도 우리를 그렇게까지 죽이고 싶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 ...그 여자가... 그 대머리가... 여기에서 막으라고 했어. ...임무... 거역하면 안돼. ...수행해야만 해. ...방해한다면 죽일 수밖에 없어."
모두의 말에 플레어는 공허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세은은 앞으로 걸어가더니, 플레어와 정면으로 마주했습니다. 그러자 자연히 플레어의 시선이 세은에게 향했습니다.
"플레어! 일단 경계하지 말고 우리들 말부터 들어줘요! 당신에게도 딱히 나쁜 이야기는 아니란 말이에요!"
"...에어버스터."
이어 플레어의 시선이 은우에게 향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은우를 향해서 저벅저벅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오른손을 들어올렸습니다. 그 순간 깜짝 놀란 보라가 은우를 향해 몸을 날렸습니다. 와락 덮치듯, 그녀는 은우를 안고 땅으로 엎어졌고 그 순간, 은우가 서 있던 곳으로 레이저가 빠르게 날아갔고 저 뒤에 있던 벽이 말 그대로 녹아 없어졌습니다.
"...왜 여기에 세은이를 데려왔어? ...당신은... 적어도 당신은 그러면 안될텐데. ...역시 당신은 존재해선 안되는 이야. ...당신의 존재가 저 애를 불행하게 만들고 힘들게 만들어. ...당신만 죽으면 되는데."
"저, 저게!!"
디스트로이어가 이를 빠득 물고 앞으로 다가가려고 했지만, 플레어의 시선이 디스트로이어에게 향하자 디스트로이어는 순간 쫄았는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은우선배들이 말로 플레어를 설득하는 사이. 나는 조금씩 빙 돌아서 플레어의 뒤편으로 접근했다. 은우 선배가 말해줬던 대로, 돌벽을 안쪽부터 조금씩 녹차로 만들면서. 플레어가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조금씩 천천히 바꾸어가는 게 내 전략이라면 전략이었다. 숨어있을 찰나, 플레어가 움직였다. 은우선배를 향해서. 은우선배에겐 미안하지만, 지금이 기회다! 나는 곧장, 얇게만 남겨두었던 돌벽을 마저 녹차로 만들고, 잠입조 일행들에게 손짓하며 입모양으로 재촉했다.
'서둘러요! 지금 들어가야 해요!'
다행히도 은우선배는 레드윙 씨가 데리고 피해주신 모양이다. 그럼 우리는 우리 할 일을 해야겠지. 일행들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며 플레어가 지키고 있던 내부로 숨어들었다.
플레어를 맡기로 한 사람들이 다가가 플레어와 대화를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도 잠시, 플레어가 은우를 향해 뭔가 쏘는가 싶더니 서연이 알아챌 새도 없이 은우가 서 있던 벽이 녹아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수박씨도 바로 나서지 못하는 게, 정말 무시무시하게 강한 자인 모양이었다. 맙소사!!!
괜찮아야 할 텐데. 이래저래 걱정이다. 부장도, 퍼클들도, 우리 부원들도, 특히나 혜우는 지병도 있는데 괜찮을지. 안 그래도 다른 사람들 회복에 주력하다 보면 스스로를 돌보기 쉽지 않을 텐데. 끝까지 유니온을 저지하고 인첨공을 바꿔 놓으리라 밝혔던 결의를 믿어 볼 따름이다. 더구나 내가 여기서 걱정하고 있어 봤자, 달라질 건 없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코드를 확보하는 것. 그래야만 플레어를 상대하러 간 사람들도 마음 놓고 후퇴할 수 있을 테니.
하여 서연은 건물 잔해에 몸을 숨겨 가며, 조금 전까지 플레어가 밟고 있던, 지하로 향하는 계단이 있다는 위치로 이동하고자 했다. 그리고 새봄이 잔해를 녹차로 만드는 걸 확인하고서는 곧장 안으로 진입하고자 했다. 새봄에겐 고맙단 의미로 엄지를 치켜들어 보이면서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 그렇겠지. 말마따나 그렇게 되어버렸으니까. 하지만 세은에게 반응하는 것도 그렇고, 당시 발견했던 기록과 조금 전 이경이 전달해준 기억을 고려하면 '아무것도' 라는 말은 맞지 않는다.
"정말 아무것도 느낄 수 없나요? 그렇다면 거역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이유가 뭐죠? 무엇도 느낄 수 없고, 아낄 수 없고, 특별히 여길 수 없다면 어째서 세은 후배님의 안위를 고려하고 당신에게 사람을 죽이라고 명령하는 자들의 말을 들어주고 있나요?"
사실 모든 이유는 이미 알고 있다. 다만 지금은 조금 더 시간을 끌어야 한다. 공격이 날아오지 않을 정도로, 그러나 귀에 거슬릴 만큼 충분히 자극적이라 어쩌면 말라붙은 마음에 더한 균열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리란 기대를 품을 수 있는 말들로. 그로 하여금 정해진 임무만 수행하는 저 행동 패턴을 망가뜨릴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
"거역하면 안 된다는 이유는 역시 당신의 가족 때문인가요? 소중한 사람, 약점이요. 그림자의 간부가 당신의 가족을 보호해주겠다고 했나 봐요."
"...좀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사람은 원래 막 죽이면 안 되는 존재입니다. 당신도 알다시피,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지고 있던 목숨은 하나뿐이니까요. 아무리 도덕 관념이 무너진 사람이라도 인간 사회에 곁들여져 살아간다면 최소한 그 사실을 이론으로서라도 체득하고 있을 거예요. 그건 그림자의 간부도 마찬가지겠죠."
그런데.
"이곳에 접근하는 인간들을 모두 죽여버리라고 명령한 자들이 과연 당신에게 관련된 자의 목숨이라고 무겁게 생각할까요? 전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당신은 플레어, 퍼스트클래스 2위이니 그 힘의 가치를 고려해서 관련자의 목숨값 또한 무겁게 측정했겠지만... 상식적으로라면, 그랬겠지만..."
문득 얼마전 들었던 조언이 떠오른다. 허황된 희망을 쫓는 사람에게는 진실을 알리는 것이 구원이라고.
"......목화고등학교 저지먼트는 얼마 전 2학구 오지덕 박사의 뇌과학 연구소에 조사를 나간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당신과 관련된 자료를 입수했어요. 거기에는 당신의 위크니스에 대한 정보도 적혀 있었어요. 과거부터 아주 최근의 정보까지. 당신이 지금까지 모르고 있던 이야기 전부가요."
모두가 플레어를 잡아두는 사이, 새봄은 계단을 막고 있는 돌을 녹차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그들은 모두 안으로 잠입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이경이 능력을 발동해서 기억을 희미하게 만들었기에 그들의 행동은 들키지 않았습니다. 일단 잠입조는 그 안으로 들어서는데 성공했습니다.
<잠입조> 그들은 계단을 따라 쭉 내려갔습니다. 얼마나 내려갔을까요? 봄에 이곳에 내려온 이들은 아마 적당히 거의 다 내려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정말로 거대한 공간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컨베이어 벨트 장치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위를 타고 흘러가는 것은 다름 아닌 '샹그릴라'입니다. 그것도 검은색 샹그릴라입니다. 아무래도 검은색 샹그릴라는 바로 이곳. 허수학구에서 생산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일단 근처를 바라보면 어떤 건물이 보입니다. 정확히는 봄에 혜우가 다가갔었던 바로 그 건물입니다. 그곳으로 다가가면 카드키를 꽂을 수 있는 장치와 함께 패스워드를 입력하는 자판이 있었습니다.
카드키. 그것은 아마도 이전에 뇌과학 연구소에 갔을 때 봤었던 그것이 아니었을까요? 아마 은우가 출발 전에 청윤에게 줬을 것입니다. 패스워드는... 뭘까요? 어디서 본 기억이 있는데 혹시 기억이 나나요?
그와는 일단 내부의 분위기는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저 검은색 샹그릴라가 무수히 많이 생산되고 있는 것이 기분 나쁘게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이곳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진품'입니다.
<플레어 조> "뭐야. 너! 왜 막는건데?!"
혜성이 디스트로이어의 팔을 잡고 뒤로 물러나라는 듯이 끌어당기자 디스트로이어는 살짝 당황하며 혜성을 바라봤습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그저 혜성을 빤히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이어 혜우는 플레어를 향해서 팔뚝으로 목을 걸어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플레어는 아주 유연하게 그 움직임을 피하면서 그대로 자신의 오른손에 화려하게 반짝이는 '빛'으로 만들어진 클로를 생성했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헤우의 등을 내려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세은이 바로 플레어를 막아섰습니다. 혜우를 공격하지 못하게 두 팔을 벌려서 막아섰습니다.
"그만둬!! 플레어! 혜우를 공격하지 말아줘! ...그림자의 명령 따위.. 그림자의 명령 따위 왜 듣는 거에요! 다른 이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요! 한양 선배의, 혜우의, 리라 선배의 말에 귀를 기울여줘요!"
이어 플레어는 잠시 멈칫하면서 세은을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혜성, 한양, 리라의 모습을 바라봤습니다.
"...나에게 하는 말... 맞아. 어느 정도는 맞아. 그래서?"
이어 플레어는 가만히 팔을 움직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한양의 능력으로 어느 정도 움직임이 봉쇄되었습니다. 자연히 다시 한번 플레어의 시선이 한양에게 향했습니다.
"......에어버스터를 편들어주기 위해서 이렇게 모인 것은 아니겠지? 하고 싶은 말이 뭐야?"
한편 리라의 말. '소중한 사람, 약점이요. 그림자의 간부가 당신의 가족을 보호해주겠다고 했나 봐요.'라는 말에 플레어의 시선이 리라에게 향했습니다. 언제나처럼 감정이 전혀 보이지 않는 얼굴이었지만, 그 시선은 리라를 똑바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날 이용하기 위해서는... 함부로 대할 수 없어." "...너도 알텐데. 위크니스가 무엇인지.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말이야." "...나를 이용하기 위해서라도... 내 위크니스의 안전은 보장될 수밖에 없어. ...그럴 수밖에 없어."
"...하지만 이상하네." "...왜 단체로 모여서 그런 것을 이야기하는거지." "...뭘 알고...뭘 말하려는거지?"
리라의 말에 관심을 보이는 듯 하다가 왜 이렇게까지 말을 하는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플레어는 살며시 고개를 옆으로 돌렸습니다. 그리고 아무런 말 없이 원래 서 있던 장소를 가만히 바라봤습니다. 그와는 별개로 은우는 리라를 보면서 이야기했습니다.
"안돼. 리라야! ...그 사실은... 너무 위험해!"
"...그렇구나. ...침입한 이가 있구나. ...돌이 없어졌어. ...그냥 없어졌을리 없어."
"...임무를 속행. ...모두 제거한다."
이어 플레어는 기합을 넣었습니다. 그녀의 몸에서 노란색 빛이 천천히 반짝였습니다.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이어 디스트로이어는 리라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습니다.
"야! 애새끼! 뭘 말하려는건진 모르겠는데 지금 상황 위험하니까 뒤로 빠지던지 아니면 빨랑 말 끝내!! 딴 녀석들도 다 뒤로 빠져!! 여기서부터는 너희들이 나설 영역이 아니야!"
"아저씨는 잠깐 물러나 있어요. 애새끼들이 대화를 좀 하겠다는데, 어른이면 기다려줄 수 있잖아요."
디스트로이어의 말에, 플레어를 바라보고 있던 눈 돌려서 흘끗 바라봤을 뿐 다시 시선을 플레어에게 향하며 혜성은 무감하게 중얼거린 뒤 디스트로이어의 옷을 잡았던 손을 떼어낸다.
"그래서라니. 스스로도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하고 판단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까 참...안타깝다."
혜우의 앞을 가로막는 세은의 모습에 혜성은 여차하면 확성기의 on버튼에 손을 대고 활용할 수 있도록 자세를 잡고 경계했다. 길지 않은 시간, 안으로 후배들이 잠입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플레어의 기세가 급변하자 곧바로 확성기의 버튼을 눌렀다. 동시에 카람빗의 칼날로 바닥을 긁는다.
확성기가 켜지면서 나는 노이즈 같은 소음의 진폭과 정반대의 소음의 진폭을 일으키기 위해 행동이었다. 소리와 소리가 부딪혔을 때 어떤 효과가 일어나는지, 그 결과물이 플레어에게 통할지는 모르겠다.
"이래 위험하나 저래 위험하나 똑같이 위험하다면, 말하고 위험한 게 나아."
확성기가 켜지며 나는 소음과 카람빗으로 바닥을 긁어서 낸 소음이 서로 부딪히도록 연산한다.
백색의 능력이 무사히 통한 듯, 플레어가 그들의 진입을 눈치챈 것은 이미 늦은 뒤였다. 이제 백색이 해야할 일은 생존과, 보조였다. 즉 전면에 나설 일은 없었다는 뜻이며 백색은 디스트로이어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곧바로 뒤로 물러섰다. 다만, 무언가 이야기하려는 리라에게 시선이 갔다. 가방에서 활과 화살을 꺼낸 백색은 그것이 무용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위에 화살을 걸고 플레어를 보았다.
".."
필요한 것은 틈. 백색은 잠시 고민했다.
네 명의 퍼스트클래스와 현재 대치하고 있다. 그 사실에 대한 기억을 조작, 소거하여 이 곳에 있는 인물의 수를 착각하게 만든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오래 지속하는 건 힘들다. 상대를 하고 있으니 곧장 새로운 기억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기회를 보자. 차분히 물러서서 상황을 살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간 끝에 철문을 열고 진입하자 광활한(???) 공간이 펼쳐졌다. 여긴 어디래? 지하가 이렇게나 넓다고??
놀란 것도 잠시.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움직이는 물건에 눈이 갔다. 오맨들씨가 갖고 있던 모형과 똑같이 생긴 것. 바이오로이드를 퍼클급으로 강화하지만 인간이 복용하면 6시간 만에 폐인이 된다는, 검은 샹그릴라다. 이거 가져가서 연구하면, 실험 대상이었던 차일드 에러를 회복시킬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는 모른다만 아무것도 안 할 경우 가능성은 볼 것도 없이 0이다. 하여 서연은 검은 샹그릴라를 최대한 많이 움키고자 했다.
이후 한 건물에 이르자 카드키를 꽂을 수 있는 장치와 함께 패스워드를 입력하는 자판이 보였다. 카드키는 부장이 청윤이에게 줬던 거 같고, 패스워드는... 서연은 오지덕 박사의 연구소 조사 직후 제가 작성했던 보고서 파일을 폰으로 확인했다.
" 젠장.. 결국 이렇게 되는구만! 리라씨!! 일단 빠져요!! 안 그러면 리라씨도 당해!! "
서한양은 플레어의 몸에서 빛이 나는 것을 보고는, 그는 이치를 벗어난 힘을 전개하기 시작한다. 바로 플레어 주변의 '공간'을 '물체'로 가정하여 구부리는 식으로.. 마치 플레어의 공간 주변을 구체처럼 구부려서 공격이 같은 편에게 안 가게 하려고 시도했다.
그리고는 크리에이터에게 무언가를 외친다.
" 아저씨! 아저씨의 능력으로 플레어가 있는 공간 안의 시간의 속도를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나요?! 저 공간 속에서만 시간의 속도를 극대화시켜서, 순식간에 계속해서 변하는 정보량을 플레어의 머리에 강제로 주입시켜서 과부하 상태가 오게 만들려고요! 아마 저 작은 공간에만 시도하는 것이니, 무리는 아닐 거라고 믿어요! "
그리고는 디스트로이어에게도 말한다.
" 아저씨도! 아저씨는 저 공간 겉면에 중력을 부여해서 눌러줄 수 있나요! 솔직히 내 출력으로는 저 녀석을 오래 잡아두기 힘들어요! 저는 공간을 구부린다는 것이 가능한 거지, 오래 잡을 출력은 없어요! 그러니깐 아저씨가 힘을 부여해줘야 돼-!
모두가 잘 들어오고 있는지 확인하려니, 서형이 엄지를 치켜올려보인다. 뿌듯함에 히쭉 웃으며 같이 엄지를 치켜올리고 맨 뒤에서 모두를 뒤따르려니 문득 아쉬워졌다. 아, 성규가 있었다면 감쪽같이 잠입할 수 있었을 텐데. 아니다, 그 친구 덩치는 크지만 고작 중학생인걸. 어린애를 이런 싸움판에 끌어들일 순 없지. 그건 그렇고 서둘러야겠어. 머뭇거리다간 들킨다.
그렇게 해서 안으로 들어가보니, 역시나 검은색 샹그릴라가 무수하게 생산되고 있었다. 이걸 챙겨두면 나중에 증상 완화제를 만드는 데 좀 도움이 되려나? 근데 이것도 짜가면 어떡해? ...아니야, 상식적으로 생각해, 신새봄. 짜가를 이렇게 많이 만들어서 뭐하려고? 저건 진짜야. (가능하다면) 고민하다, 서연이 샹그릴라를 챙기는 모습을 보고는, 자신도 샹그릴라를 가방에 가득 차도록 챙겼다. 살아돌아가면 열심히 약학 공부해봐야지. 연구소에도 자문 구해보고.
만약 들킨다면 박형오를, 제로 시리즈는 니네 통제대로만 움직이는 바이오로이드가 아니라고, AI 제로를 너무 믿지 말라고 전파고프긴 하다. 그네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당신들까지 다 죽이는 거라고도. 그렇게라도 해야 제로를 조금이라도 견제해 줄 거 같아서. 홍서아가 내 말을 안 믿으면 1도 소용없겠지만;;;;;;
그렇겠지. 이용하기 위해서라면 함부로 대할 수 없을 것이고, 안전은 보장될테다.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그렇게 다뤄졌을 것이다. 하지만— 리라의 시선이 플레어의 두 눈동자에 가 닿았다. 불꽃을 담은 것 같은 한쪽 눈, 반대로 차가운 물 같은 한쪽 눈. 위험한 용광로와 냉각수를 연상시키는 빛깔에 문득 두려움이 몰려오지만 여기까지 말한 이상 되돌아 갈 길은 없다. 게다가 사실은,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무엇인지 알아요. 알고 있으니까 말하려는 거고요."
다만 동시에 들려오는 은우의 목소리가 그를 주저하게 만든다. 물론 그렇겠지. 유일하게 감정적으로 대하는 존재가 사실 오래전부터 잘못되었다는 걸 알게 되면 무미건조한 저 사람이 어떻게 돌변할까. 붉게 타오르는 듯한 눈동자가 신경쓰인다. 하지만, 뒤이어 들려오는 혜성과 디스트로이어의 목소리에 재차 마음이 가닥을 잡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플레어가 동료들의 진입을 눈치챘다. 그들이 안전하게 코드를 확보하려면 플레어는 저 안이 아닌 여기에만 신경을 쏟아야 한다.
"동의해요, 혜성 언니. 죄송해요 은우 선배님. 저 역시도 똑같이 위험하다면 말하는 게 더 나은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얼마 전에 조언을 들었거든요. 덧없고 찾을 수 없는 희망을 쫓는 이에게 진실을 알려주는 것이 오히려 그 사람을 구하는 일이라는 조언이요."
한 차례의 호흡이 지나간다. 연한 라벤더색 눈동자가 플레어를 똑바로 바라본다.
"목화고 저지먼트는 얼마 전 2학구에서 오지덕 박사, 즉 그림자 간부의 자료를 입수한 바 있습니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있었어요. 플레어의 위크니스는 칩 삽입 수술의 부작용으로 의식 불명이 되었다가 사망했다. 다만, 그로 인해 플레어가 폭사하는 것은 막아야 하므로 해체코드를 이용해 위크니스 칩을 정지시켰다."
두 눈으로 담았던 기록과 서연의 보고서에 적혀 있던 내용을 종합해 내뱉는 동안 줄곧, 리라는 심장에 경련이 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당신에게는 고모님의 사망 사실을 숨기고 있으며, 만나고자 하는 마음을 먹으면 칩으로 통제했다고. 그렇게 써 있었습니다. 위크니스를 새로이 선정하는 게 아닌 사망 사실을 의도적으로 은폐하는 방식을 쓴 건 아마 당신의 감정이 대부분 제거되었기 때문이겠죠."
또다시 한 차례의 호흡.
"다시 말하지만 이건 그림자 간부의 연구소에서 발견한 자료의 내용입니다. 전부 사실이고, 목화고 저지먼트 전원이 증인이에요. 모두가 그 내용을 읽었으니까요. 그리고 저는... 많은 고민을 거쳤지만 결국 당신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행동하는 당신이 소중한 사람의 안위를 속이고 기만한 자들의 명령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잠입조> 밑으로 내려간 잠입조는 일단 검은색 샹그릴라를 챙겼습니다. 아무래도 이것을 조사하려는 것일까요? 그리고 여로는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당장 보이는 것은 없었습니다. 그나마 저 편에 컴퓨터가 하나 있었습니다. 저것으로 장치를 끌 수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근처에서 쇠파이프도 몇 개 떨어진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챙겨가는 것이 좋을까요?
하지만 그 와중에 새봄이 자신의 능력으로 컨베이어 벨트를 과자로 바꿨습니다. 자연스럽게 컨베이어 벨트는 멈췄습니다. 하지만...정말 이대로 괜찮았을까요? 딱히 비상벨이 울리지는 않았지만, 정말로 이대로 괜찮은 것이 맞을까요? 그래도 당장 검은색 샹그릴라가 계속 생산되는 것은 막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건 플라스틱이 아니라 진품 샹그릴라입니다. 그것도 검은색 샹그릴라. 완전체입니다.
하지만 과연 여기서만 생산을 할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어쩌면 다른 곳에서도 생산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한편 청윤은 서연이 알려준 패스워드를 입력했고 카드키도 삽입했습니다. 그러자 닫힌 문이 열렸습니다. 안은 일직선 복도로 쭉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봅시다. 아마도 코드가 있다고 한다면 이 안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플레어 조> 자신을 향해서 화살을 겨누는 이경을 바라보며 플레어는 특별히 무슨 행동을 더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분명하게 경계하는 눈빛은 보이고 있었습니다. 한편 자신에게 빠지라는 듯이 이야기를 하는 혜성의 모습을 바라보며 디스트로이어는 괜히 머리를 긁적이며 일단 뒤로 물러났습니다. 한편 소음과 소음이 충돌했고, 그것은 강한 충격파가 되어 플레어에게 명중했습니다. 이내 플레어의 몸이 뒤로 크게 밀려나는 듯 했지만, 이내 플레어는 아무렇지도 않게 뒤쪽으로 레이저를 쏘았고, 그 반동으로 자신의 몸이 쓰러지지 않게 유지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 "...그것은 내 위크니스가 눈을 뜨는 것." "...그러니까... 임무. 수행해야 해."
혜우의 말에 대답을 한 후, 플레어는 다시 오른팔을 들어올렸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한양이 움직였고, 공간을 비틀었습니다. 그 덕분에 플레어의 움직임은 순간적으로 멈췄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플레어는 저항하며 몸을 천천히 움직였습니다. 이어 요청이 들어오자 디스트로이어와 크리에이터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시간을 다룰 수는 없을 것 같지만...일단 이 아저씨. 한번 해보마!" "명령하지 마라. 일단 살고 봐야 하니까...도와주기는 하마!"
이어 크리에이터는 자판을 치듯이 행동했고, 디스트로이어는 바로 중력을 가했습니다. 그 순간, 플레어의 움직임이 멈췄고, 그녀는 표정을 일그렸습니다. 아픔을 느끼기는 하는 모양입니다. 적어도 당장 공격을 하는 것은 막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입니다. 리라의 말을 들은 플레어는 순간적으로 움찔했습니다. '사망했다.','사망했다.','사망했다.','사망했다.' 그 말을 조용히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플레어는 중얼거렸습니다.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안 믿어. 안 믿어. 안 믿어. 안 믿어. 안 믿어. 안 믿어. 안 믿어."
"그런 말 안 믿어어어어어어어어!!"
그 순간이었습니다. 한양과 크리에이터, 디스트로이어. 셋 다 엄청난 충격파에 균형을 잃고 밀려났을 것입니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것은 온 몸이 활활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는 플레어의 모습이었습니다. 공간이 뒤흔들리고, 가만히 있기만 하는데도 몸이 불타버릴 것 같습니다. 등 뒤에 있는 둥근 광채는 그야말로 '플레어' 그 자체입니다.
불꽃을 머금은 존재. 태양과도 같은 존재.
바로 그것이 제 2위. 플레어가 아니었을까요?
"........"
"...!"
"일났네. 젠장."
은우와 레드윙은 겨우겨우 자리에서 일어섰고, 디스트로이어는 작게 혀를 찼습니다. 이어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세은이 바로 플레어에게 다가갔습니다.
"플레어! 진정해요! 플레어! 물론...충격이 크겠지만...꺄아악!"
그 순간이었습니다. 플레어의 오른손이 번쩍하더니, 세은의 어깨에 화상이 생겼습니다. 비명소리와 함께 세은은 어깨를 부여잡고 다리를 굽히고 고통스러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