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과자집을 재건축하러 학교가 끝나자마자 부실에 들르려니, 책상에 종이 몇 장이 놓여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확인해 보니, 서형이 쓴 보고서였다. 주제는, 혜우가 당한, 아니 당해온 학교 폭력에 대한 것. 오늘은 과자집 잠시 쉬어가야겠구나. 가방을 내려놓고 보고서를 집어 들어 찬찬히 읽기 시작했다.
서형의 보고서를 통해 접한 혜우의 몇 년간은, 그야말로 참혹했다. 수십 명에 달하는, 바로 어제, 혜우에게 내가 널 너무 몰랐다고 말한 나만큼도 혜우에 대해 모를 학생들에게 비공개 계정으로 도촬과 명예훼손을 당해왔을뿐더러, 물리적인 폭력 또한 오늘이 처음 당한 게 아니란다. 혜우가 왜 자신을 짓밟고 헐뜯은 것들과 똑같은, 저속한 방법으로밖에 대응할 수 없었는지 (또는 그렇게 보였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아졌다. 혜우가 레벨 5에 달한 것은 올해다. 레벨이 낮았던 시절도 있었을 거다. 내가 레벨 0에서 시작했던 것처럼. 혹은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어쩌면 혜우도 지금의 자신이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 다 몰랐을 수도 있겠다, 가르쳐준 사람이 없었을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를 포함해서. 그렇다 보니, 혜우를 끔찍이도 아끼는 태오 선배를 괜히 탓해볼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초등학교 시절 친구였던 나도 혜우가 이런 일을 지속적으로 당하는 걸 몰랐고, 혜우와 가해자와의 악연이 오래되었음을 짐작했던 시점에서도 혜우의 발언으로 내가 받은 충격만 생각했으니까.
그거랑은 별개로, 중요한 건 이제부터다. 서형이 애써서 조사해 준 덕에 이렇게 공론화가 되었으니까. 혜우의 말에 대한 내 입장을 무를 수는 없더라도, 동료로서, 그리고 저지먼트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서형이 보고서를 통해 모두에게 지속되고 있는 폭력을 차단하기 위한 대책에 대한 아이디어를 요청했으니까. 일단, 생각을 하려면 머리가 돌아가야 하니, 차라도 마셔야겠다. 텀블러 속에 있는 물을 뜨끈한 보이차로 바꾸고, 급한 대로 지우개를 밤양갱으로 만들어 먹으며 머리를 굴렸다.
제일 만만한 건 징계, 학폭위, 법적 조치 등이지만 서형 말대로 이건 혜우의 의사에 달린 일이다. 그러니 보류. 소문 확산이라도 막아보자니... 이것도 저것도 애매하다. 우선 리라 언니가 혜우에 대해서 말하고 다니는 학생들의 입을 박쥐로 틀어막아 보긴 했지만, 서형이 보고서에 적은 대로 반발심리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우리 반에도 혜우에 대해 관심이 없던 아이들조차 이러다 억울한 사람이 박쥐에게 물리는 거 아니냐고 언짢아하는 여론이 생겨버렸으니까.
내 경우에는, 약 먹은 거 아니냐던지, 남의 연구원에게 꼬리 친다든지 하는 뒷담은 그냥 무시했더니 편했다. 내가 재미있는 반응을 보여주지 않고, 날 까던 애들도 그 애들의 생활이 있다 보니 내가 눈에 띌 때만 쑥덕거리고 말았으니까. 하지만 혜우의 경우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대응법이다. 혜우는 사회적 위신에 치명적일 수 있는 헛소문으로 인해 햇수 단위로 고통받아 왔으니까.
그래서... 모르겠다. 도저히 대안이 떠오르질 않는다. 내가 딸기 생크림 케이크와 홍차만큼이나 좋아하는 조합으로 뇌를 깨워봤는데도, 뾰족한 수가 떠오르질 않는다. 그저, 교칙에 따른 징계와 학폭위나 법적 조치를 통한 처벌이 강경하게 이루어지고, 그것이 모두에게 알려지는 것만이 반발심을 최소화하면서 확실하게 추가적인 폭력을 막을 방법이라고밖에 생각이 되지 않는데, 그건 혜우가 원치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서형이 제안한 방법 - 관련한 발언을 접할 때마다 반박하기도, 현시점에서 실천할 방법 중엔 가장 실효성 있는 대안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부원 개인의 호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방법이라는 생각도 들어버리는데, 그렇다고 뾰족한 대안이 떠오르지도 않는다.
지난번에 보고서 써줬을 때처럼 좋은 생각이 마구마구 나와서 제안서 형식으로 쓸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것도 은우 선배한테까지는 전달이 안 된 것 같지만….)조급해하지 말자. 그런다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도 아니잖아.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여봤지만,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게 씁쓸해서일까, 양갱 맛조차도 떫게 느껴진다.
혜우 문제에 대한 보고서까지 올리고 보니 딱 수업 마칠 시간이다. 양아름 그 수박도 교내 봉사 시작했겠지? 눈이 새봄이가 만들어 준 <미운 사람을 위한 떡>으로 돌아간다. 이번 재료는 먼지, 빈 과자봉지, 페트병으로 만들었댔지? 지금 이 끓는 속을 생각하면 더한 재료로 만든 걸 맥이고 싶지만!! 개똥 마시멜로 같은 걸 자꾸 만드는 건 새봄이 정신 건강에도 해로우니 이 정도가 적당할 거다. 하여 <미운 사람을 위한 떡>을 모조리 위생 비닐에 담고 새봄이에게 메시지나 남겨 두었다.
situplay>1597049157>464 @신새봄 [ 새봄아~ 이번 미운 떡 완판이야~ ]> [ 내가 다 가져감~☆ ]>
아! 깜박할 뻔했다. 선배한테도 알려 놔야지. 나 사고 친다고;;;;;;; 근데 뭐라고 보내야 덜 놀라지??
situplay>1597049157>675 @강철현 [ 선배~ ]> [ 나 새봄이표 미운 떡 대량 배달 가~ ]> [ 눈눈이이만 하고 올게!! ]>
그러고 양아름을 찾아 나갔더니 오늘도 현관 청소를 도맡았나 보다. 자, 그럼 양아름 개싸움 시즌2, 이번엔 증거 확실히 남긴다. 토실이를 근처에 내려 준 다음, 폰을 맡기고 동영상 촬영 버튼을 눌렀다.
" 쟤랑 얘기하는 거 다 찍어야 돼! 알았지? "
그러고 토실이의 머리를 쓰다듬은 뒤, 혹시 몰라서 워치의 녹취 기능도 활성화하고 양아름에게로 갔다.
" 안녕? " " 이 시간에 청소하면 배 안 고파? " " 먹을래? "
복수할 때는 자기 무덤도 파랬던가? 그 말대로 나도 하나 먹었다. 내가 안 먹으면 수상쩍은 음식으로 여길지도 모르니. 음, 먼지와 빈 과자봉지와 페트병은 달콤바삭하군. 그렇게 하나하나 먹으면서 양아름도 쿠키를 먹기만 기다리는 서연이었다. 그리고 양아름도 쿠키를 먹기 시작해서 쿠키가 완전히 동나면 입을 뗄 것이다.
" 좋았어? 내가 니들한테 솔깃하니까? " " 야, 나 솔직히 니들 얘기에 꽤 공감했거든. " " 나도 좋아하는 사람 문제로 천혜우가 되게 부러웠어서 " " 내 남친이 실은 천혜우한테 반해 있다면 나도 슬플 테니까 "
거짓말은 아니다. 공감해서 솔깃하긴 했으니. 물론, 양아름이 태오 선배 같은 능력자였다면 그때도 이미 구라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며 들었다는 사실을 들키겠지만
" 근데 암만 생각해도 이상하더라? " " 니들 말대로면 천혜우는 아무때고 수십 명을 꼬시는데 " " 내 남친이랑 썸은커녕 별 교류조차 없었어. " " 둘 다 저지먼트에 반 년 넘게 있고도 "
사실 거기까지였다면 이렇게까지 빡치진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너무 부러운 나머지 열폭해서 원망했고, 그런 애들끼리 모여서 이말 저말 나누다 보니, 뭐가 사실이고 뭐가 착각인지 분간 못 하게 된 딱하고 한심한 인생들이라고 그렇게 갑갑해하고 말았을 거 같기도 하다.
" 그래서 니네 중학교 가서 조사해 봤지. " " 내가 사이코메트리스트거든~ " " 천혜우는 고백이란 고백은 다 거절하던데 " " 니네가 천혜우를 사사건건 괴롭히더라? " " 그럼 누가 남자에 미친 걸까? " " 고백 다 거절하는 쪽? 아님 고백받았을 뿐인 사람 괴롭히는 쪽? "
뭐 눈엔 뭐만 보인다더니...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짐짓 혀도 찼다.
" 뒷담은 기본에 대놓고 욕하는 것도 예사고 " " 책상 버리기, 물건 숨기기, 쓰레기 투척, 의자 나사 빼놓기 " " 것도 모자라 창고에 가두기까지 하데? " " 어휴, 말하기도 입 아프다. " " 그 짓거릴 2년이나 했으면서도 안 지겹디? " " 아직도 인첨스타에서 뒷담거리 축적하게? " " 뒷담거리 모으는 방식이나 떳떳하나? 스토킹에 도촬에! " " 내가 사이코메트리스트랬지? 니네 아이디 다 외웠어. "
사실 외우진 못했고 반복해서 확인할 수 있는 거지만 거기까지야 설명할 필요 있나~?
양아름도 성격이 보통은 아니니 서연의 입을 막고자 폭행을 시도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맞았든 맞지 않았든 더욱 독기를 올렸을 것이다.
" 잘~한다! " " 하교 시간이라 구경거리 되기 딱인데? "
신나게 쳐 보라고 부러 팔도 으쓱해 보였을 것이다.
" 그래도 경고 정도는 해 줄게. " " 난 천혜우가 아니라 김서연이야. " " 폭행엔 학폭 신고 아니겠어~? " " 듣자니 어느 고렙 신발에 찍찍이 넣었던 친구들은 " " 깔쌈하게 무기정학 먹었다더라고~? " " 넌 뭘 먹으려나? "
내 레벨로 으름장 놓고픈 마음도 솔직히 들었으나, 거기까진 차마 할 수가 없었다. 이미 레벨 유세는 부릴 대로 부렸다. 화제 돌리자.
" 아님 이번엔 구라 타겟을 나로 돌려 볼래? " " 나도 스토킹에 도촬하고? "
솔직히 이건 무섭다. 수십 명이 작정하고 소문 내면 하지도 않은 일로 쓰레기 되는 걸 직접 봤는걸;;;; 그래서 움츠러들 거 같은 걸, 박형오와 유니온을 생각하며 버텼다. 곧 죽을지도 모르는데, 수박!!! 헛소문이 대순가?
" 할 테면 해 봐. " " 대신 다시 한 번 말해 줄게. 난 천혜우가 아니야! " " 가만 당해 줄 인간은 아니란 의미야!! "
보육원 시절이라면 꿈도 못 꿀 일이지만 지금은 내 생활 전반을 챙겨 주는 연구원도 있고, 저지먼트 부원들도 있다. 나 엿 먹이면? 내가 동원할 수 있는 합법적 수단 총동원해서 니들도 엿 먹인다!!!! 아, 저지먼트 말이 나왔으니...
" 참! 니 희망사항은 접수했다? " " 저지먼트에 니네 구라 공론화했거든. " " 니가 나한테 헛소문 내 달랬던 거까지 싹 다! " " 근데 나까지 구라 타겟으로 삼으면 어떻게 될까? " " 볼 만하겠는데?! " " 내가 너네라면 천혜우에 관해서도 입 닥치겠다만 " " 할 테면 해 봐! 적어도 난 가만 안 있을 테니!! "
이걸로 선전포고 끝. 서연은 보란듯이 워치의 녹취를 마무리했다.
" 지금 이거 녹취했다? 니가 입벌구라 증거가 필요하겠더라고~ " " 청소 잘해라~ "
/ @혜우주 들이받아 봤는데 소문 줄이는 효과가 있을지 도리어 역효과일지는 모르겠네요^c^;;;; (서연이가 제 무덤 파 버린 건 아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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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야, 왜 즈는 떼어놓는 검까! 우우!"
마치 당연한 일이라는양 고개를 끄덕이던 당신이 자신에겐 필요하지 않겠다는 말을 하자 그녀는 잔뜩 옹졸해진 표정이 되어선 허공에 주먹을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팔부터 손목까진 굳어있으면서 그 위의 손만 빙글빙글 돌아가는건 그거대로 우스꽝스럽지 않을까?
"킹치만... 세모랑 동그라미는 커녕 네모랑 동그라미도 동시에 정확하게 그릴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잖아여? 그래서 그냥 밤꿀쓰담짬뽕은 양보하기로 했슴다."
그녀라면 기계처럼 정확한 궤적을 그릴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장난으로까지 누군가를 때리려는 취미는 없었기에, 아마 당신에게는 무의식적으로 솜방망이같은 앞발만 내민 토끼 꼴을 보였을지도 모른다. 대신 어째선진 몰라도 자신에 대해선 머리에 닿는 것이 꿀밤이던 쓰다듬는 손길이던 가리지 않았으려나? 일단 타인에게서 전해지는 행동에 대해선 무언가 딱자르는 면이 없는 그녀였으니까,
"흐믐... 음... 믐..."
반대로 자신이 좋은 동료이거나 지원군인지 모르겠다는 당신의 말에 그녀는 한껏 심각해져선 입가를 손으로 매만지며 고민에 빠지는듯 했다.
"머, 가끔은 아무거나 썰어봐서 대환장파티가 열어지기도 하지만서두... 솔직히 슨배임이 진짜 아무 생각도 없이 그랬겠슴까? 즈가 항상 예측하지 못한 결과에 대비하는 것처럼, 반대로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수법일 거라고 생각함다."
물론 정말로 그나마 고른 최선의 선택, 불가피한 차선책일수도 있었을 것이며, 어쩌면 정말로 즉흥적으로 벌이는 행동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녀는 그것이 딱히 문제가 되진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둘이 상대해야 하는 것은 애초에 예측할수 없을 뿐더러 대부분 비협조적이며, 불합리했기에 그걸 타파하려면 똑같이 변칙적인 행동을 하거나 반대로 강행돌파를 할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머... 찐으루다가 아무 생각이 없었대두 그걸로 뭐라 할 생각은 애초부터 읎었어여. 아무리 그래두 짬이 있는데 그게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이었겠슴까?
...아무튼, 문제없는건 차치하고서라도 든든하단 검다!"
그녀는 그렇게 딱잘라 말하며 푸스스 흩어지는 웃음을 보였다.
"무엇보다 따분하지 않으니까 좋슴다!"
...어쩌면 이게 본심이었을지도...
"킹치만 귀여운걸 어쩌겠슴까~ 넘 웃다가 폐가 빵하고 터져버릴지두 몰라여~?"
마치 철통방어라도 하듯 이젠 손이 아니라 팔까지 사용해 얼굴을 가리려는 당신을 보며 그녀는 더 의도적으로 키득거렸다. 게다가 이런 상황이 생길 때마다 소위 말하는 '맛있는 리액션' 을 보여줬으니까, 물론 지금의 '귀여움' 과 어릴적의 '귀여움' 은 조금은 궤가 다르겠지만... 어쨌든 귀엽다는건 변하지 않겠지.
"? 뭘 그런걸 벌칙으루다가 걸구 그래여. 걍 '줘.' 하믄 될 일이징."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여기저기 뒤적거리던 그녀가 생각지도 못한 곳 (머리카락 사이) 에서 작은 사진을 꺼내더니 살짝 겸연쩍은 표정이 되어 사진을 이리저리 뒤집어보다 그대로 당신에게 건네주었을까, 그러고보니 어릴적엔 이런 빛바랜 색깔의 머리카락이 아니었더랬지, 이러나 저러나 그녀는 외모만큼은 어머니와 판박이였기에 매끄러움보단 까끌함에 가까운 까만 머리카락이 특징이었더랬다. 그나마 눈동자의 위치가 자신이 보는 방향을 얼추 알려줄 뿐 나머진 흐릿하기 그지없는 외모, 그 나잇대에 흔히 있을 법한 붙임성 있는 분위기조차도 없는 부정적인 의미로서의 인형같은 질감.
"응응! 그런검다! 재밌으믄 그만임다! 겸사겸사 다른 사람한테 문제도 안된다믄 더없이 좋구여!"
일단 그녀도 엄연히 사회화가 된 일반적인 사람들 중 한명이었기에, 타인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자신의 즐거움을 챙기는 부류는 아니었다.
"...... 할 많 하 않..."
갑자기 정색을 하며 축약한 말을 한 단어씩 끊으며 말하던 그녀는 근엄한 표정이 되어 당신을 바라보다가 지긋이 눈을 감고선 천천히 고개를 저어보였을까, 그 단호함은 기껏 사와 쪄낸 단호박이 전혀 달지 않았던 느낌과 비슷했다.
물론 그녀답게 한 표정인 상태가 그리 오래가진 않았을테지만,
"헤에- 그-렇슴까? 전혀 알지 못했던 세계라... 'A Whole New World' 인 검까?"
분명 다른 의미로 말했겠지만... 어째선진 몰라도 그녀의 생각은 조금 어긋난 망상을 품고 있었다.
"...않이, 애초에 이때껏 집밥을 먹자고 청하지 않은게 쇼크임다... 즈는 언제나 오픈 다 도아인데... 슨배임은 아니었던 검까..."
한숨을 깊게 내쉬는 그녀의 모습은 영락없는 '시늉' 이었지만, 연기 치곤 제법 사실적이기도 했다.
"없는 콩깍지가 영원하길 바란다니... 슨배임두 글러먹었네여~ 머, 글러먹었대두 충분히 사랑스럽지만여. 걱정 마십셔~? 슨배임이 아무 것두 못하는 응애가 되어두 즈는 항상 보필할수 있으니까 말임다~"
...라는 말은 되도록이면 온화한 표정으로 해야 좋은 의미로 와닿건만, 아무리 미소를 지어봤자 흐리멍텅한 눈동자는 역효과를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그거야~"
두말하면 입아프다는듯 그녀는 다시금 머리카락 속을 뒤적거리더니 무언가를 써보였고... 그것은 다름아닌 '全知' 라는 한자가 써진 아이마스크였다. 대체 이런 괴랄한 상품은 어디서 구한 걸까...
"...흐믐~"
넖게 벌린 양 팔, 여전히 옅게 보이는 미소, 살짝 기울어진 얼굴, 쓰고 있던걸 벗어 다시금 시선을 맞추던 그녀의 눈매가 한껏 얄팍해지더니 당신이 이따금씩 들었던 익숙한 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언젠간 굳이 알고 싶지 않다고 해도 계속 말해버릴 텐데? 애석하게도 이 레코더는... 조금 망가져있으니까,"
학기 초에는 서로 서로 안면도 익힐 겸 먼저 연락도 하던 나였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단톡방을 들여다보는 것조차 거르기 일쑤였다.
요근래 내가 먼저 연락을 보낸 사람은 한 손으로 꼽고도 손가락이 남았다.
그랬던 톡에 새로운 대화창이 생겨났다. 부른 이는 김서연, 저지먼트 부원이었다. 그저 할 말이 있다는 이유로 부실에 와달라길래 간단히 답장으로 보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금 갈게요]>
무슨 용건일 지는, 예상이 되고 있었다. 이 사람의 능력을 생각해보면.
...오래지 않아 부실에 도착하니 잘 준비된 다과상과 함께 서연이 있었다.
인사말 대신 고개를 까딱이며 들어가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보기만 해도 맛있어 보이는, 아마 새봄표인 디저트와 까만 커피가 나름 신경 써서 준비한 티가 났다.
그 다과상과 서연을 번갈아 보다가 먹으란 권유가 들리자 쿠키에 손을 뻗었다. 포슬포슬 부드러운 버터 쿠키는 제법 잘 먹는 것 중 하나였다. 일부러 천천히 먹었는데도, 쿠키를 한 세 개쯤 먹었을 때에야 서연은 나를 부른 용건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뭐, 예상한 내용이었다. 중학교 시절까지 조사한 건 예상 밖이었지만 생각해보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지 않나 싶고.
할 말이 많아 보이길래 일부러 말을 아꼈다. 쿠키를 우물거리며 하고 싶은 말, 묻고 싶은 말, 속 시원하게 다 털어놓을 때까지 듣고만 있었다.
아, 물론 듣고 있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거나 마저 말 하란 듯 손짓을 하기도 했다. 기분 나쁘다던가, 화가 난 티는 전혀 없었다. 톡을 받은 순간부터 줄곧, 내 상태는 평온했다.
어느덧 접시에 담겨있던 쿠키가 움푹 줄어들고 서연의 말이 지극히 당연할 질문으로 마무리 되자 잠자코 손을 뻗어 케이크를 한 조각 집었다.
그래, 초콜릿 케이크 조각 하나를 그대로 손으로 집어들어와 입가로 가져가며 내 말을 시작했다.
"일단, 사과하실 거 없어요. 그런 사건과 소문이 들리면 진상이 어떤 건지 궁금해서 찾아볼 법 하다고 생각해요. 선조사 후보고이긴 한데, 자진해서 얘기를 해주니 뭐라고 할까, 기분이 나쁘다기보다 존경스럽네요. 감탄스럽기도 하구요. 그 행동력이."
그제야 싱긋 웃어보이고 케이크를 한 입 먹었다. 달콤한 크림과 빵의 조화가 정말 환상적이었다. 기분 좋게 케이크를 삼키곤,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보자. 질문을 몇 개 했었죠. 제일 먼저 인첨스타의 비공계에 대해서 아는지. 네, 알아요. 중학교 때 내게 환심을 사려던 어떤 멍청이가, 지랑 만나주면 이런 말 안 돌게 해주겠다면서 보여줬거든요. 웃기지 않나요? 그걸 보여줬다는 건 지도 그 계정을 팔로우 했다는 건데, 그 안에서 그들과 똑같이 나를 씹었다는 건데- 만나주면 거기를 조용하게 만들어주겠다? 계정주와 팔로워 전부 죽이기라도 할 셈이었을까요? 거짓말이겠지만."
앞서 서연이 보냈던 녹취 파일을 잠깐 틀자 양아름의 목소리가 들리길래, 바로 껐다.
"정말 철두철미하게 증거들을 모으긴 했지만, 이런 대답을 하게 되서 미안하게 됐어요. 선배. 나는 학폭위도 고소도, 하물며 복수도 할 생각이 없어요. 뭐라고 해야 할까. 그런 걸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거든요. 분명 몇 년을 시달렸고 앞으로도 시달릴 거고, 이제부터는 더한 일도 당할지 모르지만, 그런 생각을 해도, 복수심이라던가 억울하다던가, 그런 기분은 들지 않아요. 그래서 이번 사건도 선처로 넘어간 거구요."
후후, 작게 웃고 케이크를 또 한 입. 이럴 때 당분은 참 좋은 성분이었다. 그저 평범한 다과회를 하듯 계속 말했다.
"난 단 한 순간도 참은 적이 없어요. 참을 것이 없었거든요. 그 시절에-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더라. 어쩌면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살았을 지도 모르겠네요. 말 한 기억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주변과 통하질 않아서. 걔들이 나 말고도 다른 타깃을 잡고 있다면 나 만의 문제는 아니긴 하겠네요. 그러면 그 부분을 찾아서 그 부분으로 걔들을, 음, 단속해 주면 좋겠네요. 내 일은 아무래도 좋으니까요."
먹고 있는 케이크와 달리 내 말과 목소리는 무미건조했다. 서연에게 과연 내 말들이 어떻게 들릴까 궁금했다. 아마 평생 알 수 없겠지만.
"저지먼트에서 의무를 다하고 있는 건 내가 그러기 위해 여기 있기 때문이에요. 저지먼트 활동을 하기 위해 저지먼트에 들어왔으니, 당연한 일이잖아요? 당연한 일에 대해 역으로 의무를 받을 이유는 없다고 봐요. 아, 물론 선배가 보고서를 올리든 어딘가에 이 사건을 공론화 하든, 선배가 손수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하는 거니 자유롭게 해주세요. 난 또, 조사부터 마음대로 해놓고 뭘 그런 걸 묻나 했네요."
손 안에서 점점 작아지며 뭉그러지는 케이크 조각을 조심조심 입 안에 밀어넣고 씹었다. 혀로 누르기만 해도 무너지는 그 잔해를 꿀꺽, 삼켰다. 손에 남은 크림 덩어리를 혀끝으로 살짝 핥곤 말했다.
"다음은 뭐더라, 아, 건강 문제. 원래 체질적으로 약했고 후유증이 꽤 남긴 했는데, 내 능력이랑 약만 잘 먹으면 사는데 지장 없대요. 기술이 더 발전하면 이 이상의 치료도 가능해진다니 그 때까지 살아만 있으면 되겠죠. 아마. 그리고 다음 질문은-"
스트레인지 관련이라. 흠, 하고 숨을 한 번 고르고, 대답을 이었다.
"죽고 싶어서, 정확히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어서, 그럴 만한 곳을 찾아다녔죠. 이 도시에서 스트레인지만큼 그러기 좋은 장소도 달리 없으니까요."
후후후! 무슨 농담이라도 한 듯 웃었다. 크림의 유분이 번들거리는 손을 티슈로 닦기 시작했다.
"선배, 나는 몸도 몸이지만 정신적으로도 온전치 못 한 인간이에요. 딱히 그런 일들을 겪어서가 아니에요. 태어나면서부터거나 혹은 아직 자아도 의지도 없는 시절에- 머리인지 마음인지 혹은 둘 다인지, 망가뜨려졌고, 그래서 어딘가 좀 많이 어긋나 있어요. 내가 그런 일을 겪는 건 내가 살아있기 때문이니 죽으면 된다고 생각한게 예시죠. 거기에 아무런 희노애락도 없어요. 내겐 그게 보통이자 이성적인 판단이거든요."
다 쓴 티슈를 뭉쳐 부실 쓰레기통으로 휙 던져넣었다.
"그리고 소문이란 건 말이죠, 한 번 퍼진 이상, 거둘 수도 자를 수도 없는 거에요. 더는 내 귀에 들리지 않게 되었다고 해서 사라졌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전혀 아니죠. 갓 뿌려졌을 때면 모를까, 이미 4학구까지도 뻗친 소문을 무슨 수로 거둘 수 있겠어요."
가볍게 말하며 표정 또한 가볍게 미소지었다. 커피를 마셔 입가심을 하곤, 말을 조금 덧붙였다.
"별 거 아닌 개인적인 일을 이렇게나 파헤치고 나름 진지하게 생각해 준 것은 고마워요. 하지만 그건 확실히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나는 이 일에 대해 수습이나 대책 같은 건 바라지 않아요. 보고서를 올려 대책을 생각하고 실행하는 건 저지먼트나 선배의 자유지만, 조금 전 선배가 말했듯이, 선배가 원하고 저지먼트가 원했기 때문에 했을 뿐인 거에요. 하지 말라곤 안 해요. 단지 '나를 위해서' 라곤 말도, 생각도 하지 말아주세요. 아, 내 일을 반면교사 삼아 앞으로의 일어날 지도 모를 사건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는 거라면 오케이네요. 바로 바로 대입하기 쉬운 사례가 있으면 대안과 방법을 찾기도 쉬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