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상대가 이름을 물었고─ 그가 제 이름을 입 밖으로 내놓았다. 그 순간 청년은 괴이한 감각을 느끼었다.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무언가─ 개념 그 자체─ 아마 평범한 생명체였다면 스스로의 귀를 의심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청년은 태평한 반응 보였다. 추락자라는 특수성을 입은 덕인가─
"─그렇구나."
그리고 그의 말뜻에서─ 청년은 바다를 떠올렸다. 바다란 태곳적부터 존재해왔으며 절대 마르지 않고 순환하는 것이었으니. 영원을 간직한 바다와 영원을 뜻하는 이름. 하여간에 그에게 상대의 말은 어떻게 받아들여졌나면─ 영원과 영겁을 가리키는 지극히 평범한 단어였다.
"─아이온이라고 부르면 되는 거야?"
허락 구하듯 물어보고 나니─ 앞서 그가 물었던 것이 떠올랐다. 이름이 무엇이냐고. 청년이 제 턱을 매만지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청년은 스스로를 칭할 이름 따위 생각해두지 않았었다. 옛 이름은 잊어버린 지 오래였고─ 그를 대체할 이름도 따로 짓지 않았던 터라. 그의 방랑길에 인간은 없었고 오직 바다와 야수 뿐이었으니─
"나는─ 레비아탄이야."
대신 그는 흐릿한 기억 속에 남아있던 이름을 꺼내었다. 또한 이는 잊을래야 절대 잊을 수 없는 이름이었으니─ 오랜 추억이 떠올랐기에 청년─레비아탄은 무심코 미소지었다.
따라가자, 한 치의 두려움도 망설임도 느껴지지 않는 한 마디에 도리어 기묘하게도 마음이 편해진다. 금방 흘러내릴 것처럼 그렁그렁했던 눈물도 맺히는 데에 그쳤지만, 찡한 감각만은 코 끝에 길게 남았다. 불규칙하게 코를 훌쩍거리며 ..으응, 앓는 소리같이 대답하곤 주춤주춤 여자의 손을 맞잡는다.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서 오는 안도감, 알 수 없는 믿음직함, 그런 것들로 가득 찬 마음이.
중앙까지 이동하는 행렬의 속도는 그리 빠르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느리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따라가겠다고는 했지만 남은 미련이 발목에 달라붙어 발을 질질 끌며 느리게 걸었다. 누구 하나 빨리빨리 움직이라며 재촉하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죄인처럼 푹 숙였던 고개를 들어서 주변을 둘러본다. 아, 저 골목만 돌면.. 포르시티아인데. 또 덜컥 걱정이 맘에 들어앉았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마시는 잘 있는지, 혹시나 다치진 않았는지. ...골목이 보이지 않게 된 후로도 한참 그 쪽을 바라보다가 마지못해 고개를 돌린다. 여전히 맞잡은 손에 머물던 시선이 팔을 타고 올라가 얼굴에 멈췄다.
그러고 보니, 이름조차 모른다. 애초에 추락자가 맞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떠, 떨어진 사람.. 인 거죠, 언니도..?"
우물쭈물하다가 조심스레 묻는다. 제 딴엔 용기를 냈다곤 하지만... 남이 보기엔 여전히 풀 죽은 얼굴일지도.
아이온이라 부르기로 한 걸까. 이 또한 마음에 드는 울림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선뜻 긍정한 그가, 순전한 궁금증을 담아 되물었다.
“레비아탄은 무슨 뜻이야?”
처음 이름을 지을 때까지만 해도 몰랐던 것인데, 사람들은 대체로 이름에 제각각의 의미를 담는 모양이었으니. 지금껏 만났던 추락자들도 모두 그랬고 말이다. 통성명을 마치고는 다시금 앞을 보며 나아간다. 가야 할 길은 아직 길게 남아 있었다. 특별히 더 묻지도 않았건만 홀로 재갈이는 이야기도 그만큼 계속되었다.
”여기는─ 처음에는 이렇지 않았어. 내가 여기 온 지는 몇 주 정도 됐는데, 그때는 추락자에게도 다들 친절했거든. 분위기가 변한 건 최근 일이야.”
즐거운 담소라도 나누듯한 투였지만, 그 말에 담긴 의미마저도 시시껄렁하지는 못했다. 중간중간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서도 별다른 부연 없이 넘어가는 것을 보면, 이 화자는 그리 말솜씨가 좋지 않은 듯도 했다. 그사이 덧붙일 말을 고민하던 그가 무엇을 깨달았는지 “아.” 하고 탄사를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