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도시는 불온한 침묵으로 술렁인다. 이를테면 가득찬 기름통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린 등화 같은 꼴이다. 불은 시끄럽게 타지 않지만, 약간의 자극만으로도 위태로운 균형이 무너지거나─ 혹은 처음부터 비뚤게 걸려 있던 등이 자연히 고꾸라지는 일만 남은, 그런 비유가 퍽 어울리는 상황. 일견으로는 잠잠해 보일지라도 그 괴괴한 적막으로부터 진정 평온한 감상을 느끼는 이는 아무도 없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거리낌 없이 도시를 나돌았다. 주민들이 추락자를 적대하기 이전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태도였다. 적대는 고통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타인이 선사한 것이라면 상처와 증오마저도 기껍게 받아들이는 그에겐 변화한 분위기는 근심거리 축에도 들지 않았다. 그나마 걱정에 가까운 감정마저도 자신이 아닌 다른 추락자들을 향하고 있었으니, 그는 상황을 파악하고도 스산한 분위기 속에 홀로 평화로운 유일한 사람이었을 테다.
정처 없이 한가로이 걷던 걸음이 어느 순간 멈추었다. 도시의 분위기가 흉흉해진 뒤로는 추락자도 기존 주민들도 좀처럼 거리에 나오지 않으려 했다. 외출을 하더라도 대부분은 필요한 용무만 해결한 뒤 서둘러 돌아가곤 했는데, 목적 없이 방황하는 듯한 사람을 오랜만에 본 탓이다. 또한 시선이 짧게 머문 사이 무언가를 하나 더 깨달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상대가 추락자라는 사실과, 어딘가가 좋지 않은지 기침을 한다는 것. 모든 생물을 곧 죽을 목숨처럼 여리게 여기는 불멸자를 불러들이기에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그, 그냥 계셔도 괜찮은, 데요.. 금방 떨어진 거라면, 노, 놀라셨을 테고, 여전히 더듬거리며 눈치를 보는 기색이 역력하나 굳이 도움의 손길을 마다하려는 눈치는 아니었다. 어쩐지 사내를 바라보는 시선에 슬금슬금 작은 호의같은 것이 깃든 것 같기도. 눈이 마주친다면 멋쩍게 웃기만 한다. ...헤, 헤헤,
"그, 그럼요. 얼른 다녀, 오, 올게요!"
아마 운이 좋으면, 빠, 빵이나 샐러드 같은 것도, 가져올 수 이, 있을 거에요, 손에 들고 있던 걸레를 기대어 놓는다고 한참 허둥거리다가, 세 번이나 걸레자루가 균형을 잃어 바닥에 부딪히고 난 뒤에야 머쓱한 얼굴로 방을 나설 수 있었다. 내려가는 계단에 가까워질수록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떠들썩한 소리가 점차 선명해진다.
이 양반들이, 취해가지군 애한테 진상을 다 부리고 말야, 이러면 난 다시는 댁들한테 술 안 팔라우. 미안합니다, 내 단단히 일러 둘 테니 부디.... 너네 둘, 제대로 고개 안 숙여?!..
입구 근처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에 고개를 빼꼼 들이밀어 상황을 살필까 싶었으나, 얼굴 벌겋게 취한 아저씨들이 혼나는 일을 멀거니 구경하는 건 손님 체면 상 영 아닌 것 같아 까치발로 종종 걸어 몰래 부엌으로 들어간다. 작게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기를 몇 분, 들어갔던 것처럼 까치발로 슬그머니 걸어 나오는 소녀의 손엔 스튜는 물론이며 작은 빵이나 과일 같은 것들이 쟁반 위에 제법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계단 앞에 이르러서야 혼자 먹기엔 제법 많은 양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과일같은 건 놔 뒀다가 나중에 먹어도 좋으니까. 니아니? 인기척을 느낀 여주인의 발소리가 들리자, 이크. 혹여 들킬세라 재빨리 층계를 올랐다.
줄곧 마른 기침 내뱉던 청년의 앞에 낯선 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긴 회색 머리칼과 중성적인 외양의 인간. 그리고 예와 같은 기묘한 동질감. 이유 모를 기운이다. 그도 자신과 동류라는 것인가. 하지만 어떤 부분에서 동류인지조차 지금은 알 수 없으니─ 그가 말을 붙였는데 어떠한 꺼리는 기색도 없어뵜다. 청년은 조용히 의문을 품었다. 바다 야수를 닮은 모습이 두렵지 아니한 것인가. 적어도 제가 오가며 마주쳤던 도시 주민들은 명백히 이쪽을 꺼리고 있었으니까─
"아니─ 아픈 데는 없어."
상념도 잠시 청년은 고개를 가벼이 저었다. 그는 청년을 걱정해주고 있었다. 명백히. 청년은 타인의 호의가 생소하면서도 기꺼웠다.
"그냥 조금─ 조금 건조해서 그런 거야."
청년은 입가를 가렸던 손을 거두었다. 그리고 저 머나먼 지평선으로 시선을 옮기었다. 잠시간 숨 들이쉬고 내뱉던 그가 상대를 똑바로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