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저벅, 저벅─. 걸음 하나 옮길 때마다 풀잎이 짓이겨진다. 흙을 밟는 감촉이 퍽 괴이하다. 물기 없이 메마른 공기가 뺨을 스치우고 지나간다. 뜨거운 햇살에 피부가 바싹 말라온다. 주변엔 온통 아름답고 푸르른 식생이 자라있음에도─ 아까 전부터 줄곧 숲을 활보하고 있던 청년에게는 이 광경이 생소하기만 할 뿐이다.
"─하아."
청년이 갈라진 숨을 내쉬었다. 낯선 환경의 식생들, 처음 보는 형태의 짐승들. 드넓은 대양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어딜 보나 이곳은 그의 고향 땅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곳은─ 어딘가의 별세계라도 된다는 것인가. 다른 세계라는 게 정말 있다면 말이지만─ 이 청년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창공을 누비고 있었다. 아니, 누볐다기보단 추락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었다. 그리고 추락 이전에는 심해를 유영하고 있었고─
"─건조해."
거친 목소리가 성대를 긁어대었다. 바다 야수는 뭍에서 오래 머물지 못한다. 바다 야수를 닮은 청년도 그런 기질을 조금이나마 물려받았다. 바다 야수와 달리 해수(海水)에 몸 담그지 않는다 하여 죽진 않지만─ 그럼에도 너무나도 건조하다. 청년은 제자리에 멈춰서 숨을 골랐다. 와중 멀지 않은 거리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이곳의 토착 생명체인가. 그의 반쪽짜리 시선이 기척의 근원지를 향했다.
윈터는 가까이 다가오는 라크의 의중을 알아차리고 손을 내저었다. 전력 질주를 했을 때에 가슴과 목구멍이 따끔거리는 정도의 통증일 뿐이다. 일시적으로 신체 능력을 과도하게 사용했기 때문으로, 이 정도의 소량 객혈은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이다. 그녀는 옆으로 돌아누워 눈앞의 풀때기와 흙을 만지작거렸다. 풀은 봄 날씨의 것이고, 흙은 부드럽고 촉촉하게 젖어있다.
"하기야 그 정도로 오래 살았으면 안 해본 게 뭐가 있겠어. 천막은 거추장스럽고 불은 안 돼. 너무 눈에 띄잖아. 여기가 산지도 아니고, 저기 망루에서 내려보면 곧바로 보일걸? 네 말대로 땅을 파고 그 위에 캐노피를 덮는 방법이 가장 간단하고 안전하겠지."
구시대적인 참호전은 그녀도 몇 번 경험한 적 없지만, 야전에서 몸을 숨기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은 참호만 한 것이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두 사람이 들어갈 만한 땅을 파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문제는 땅을 파낼 도구가 마땅히 없다는 것이다. 그녀는 흙을 한꼬집 쥐어 라크의 다리께로 장난스럽게 던졌다.
"손으로 팔까? 아니면 다시 들어가서 삽이라도 훔쳐 올까. 어차피 지금부터 야영할 건 아니니까. 내가 잠깐 들어갔다 오는 건 일도 아냐."
정신을 차린 뒤에 보게 된 것은 낯선 정경이다. 던전에서도 본 적 없을 이름 모를 나무가 우거진 숲. 순간 던전 브레이크로(던전을 클리어하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으로) 일대의 던전화가 진행되었나 싶었지만 이런 종류로 구현이 되는 던전은 노련한 S급 헌터인 태빈에게도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갑자기, 딴 세상에 홀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면.
말도 안 되는 가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낯선 숲으로 떨어지기 직전에는 분명 나는 □□□의 □□를_
“윽-”
그저 숲에 오기 전 기억을 되짚어보려 했지만 극심한 두통과 이명에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떠올리기조차 싫었다. 혼란스러워 주저앉아 머리를 부여잡고 찡찡거려봤자 아무것도 바뀌지 않겠지. 이해했다. 이번엔 이곳에서 살아남으면 되는 거지?
태빈은 멀지 않은 거리에서, 영문모를 동질감이 느껴지는 바다와 눈이 마주쳤다. 단순히 다가오고 있을 뿐인데 해일이 자신을 덮치고 있다는 감각. 평소라면 이런 기척이 느껴지는 자에게 말을 걸지 않았겠지만.
토착 생명체로 추정되는─ 그럼에도 기묘한 동질감이 느껴지는 생명체가 청년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키 크고 화려한 장식을 군데군데 두른 남자. 청년은 말끄러미 그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어떤 연유에서인지 그는 제게 익숙한 언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 말뜻은 쉬이 이해하기 어려웠고─ 청년은 깊은 생각에라도 몰두한 양 대답하지 않았다. 기다란 뱀 꼬리를 좌우로 휙휙 흔들기만 할 뿐이었더라.
"현지인? 아니, 난 이곳 사람이 아니야."
머지않아 적막을 깨어내는 건조한 음성. 어떤 감정조차 실리지 않은 무미건조한 울림이다. 그보다,
"─헌터?"
낯익은 단어였다. 청년은 한쪽 손을 들어 제 턱을 매만졌다. 비늘 돋아난 손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당신은 작살꾼이야?"
헌터는 사냥꾼, 사냥꾼이란 곧 바다 야수를 사냥하는 작살꾼을 말한다. 그리고 이는 청년이 한때 내세웠었던 직업이었으며─ 그러나 눈 앞 남자의 생김새는 무척 이질적이었다. 자신과 같은 부류라기엔 너무나 거리감 있었다는 의미이다. 해인의 외형적 특징이 드러나지 않은 건 물론이고 바다 내음 풍기지도 않았으니─ 게다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발음의 이름은 또 무언가. 배, 태, 빈. 청년은 상대의 대답을 기다리며 조용히 그 이름 곱씹었다.
내 의도를 알아차린듯이 괜찮다며 손을 저어 거부 의사를 표현하는 윈터를 나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객혈을 하는 것을 보고 걱정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다만 움직이는 것을 보면 정말로 큰 상처는 아닌것 같아서 일단 손은 내려놓았다. 누워서 흙을 만지작이던 윈터는 땅을 파고 천을 덮자는 제안을 했다. 그녀의 말대로 이게 눈에 안띄고 좋은 방법이긴 할 것이다.
" 다시 안에 들어가는건 리스크가 좀 있을 것 같네요. "
윈터가 던진 흙이 발 아래에서 흩어진다. 그녀는 다시 들어가서 삽이라도 훔쳐오겠다지만 그것은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았다. 당장 가게의 천을 훔쳐서 경비병 위로 점프해서 빠져나온 참이다. 경계는 당연히 강화 되어있을테니 다시 들어갔다가 잡힐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보였다. 물론 윈터의 신체능력이라면 가뿐할지도 모르지만 괜한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어보였다.
" 근처에 두꺼운 나뭇가지들이 많으니까 이걸로 파면 어느정도 파질꺼에요. "
다행히도 여기는 숲이니까 땅을 팔만한 두께의 나뭇가지들은 지천에 널려있었다. 만약 부족하다면 근처 나무에서 꺾어도 되는 것이고. 다만 나뭇가지로 땅을 파는 일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는 것인데 두명이 들어갈 정도의 땅을 파려면 아마 꽤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고민을 했지만 결론은 결국 하나였다.
" 그리고 저는 좋아하는 사람을 위험한 곳으로 혼자 보내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
부드러운 미소를 띈채 얘기한 나는 내가 먼저 적당한 나뭇가지를 집어들고선 땅을 파기 시작했다. 표토는 나뭇잎들이 썩어서 만들어진 것들이 많아서 부드럽게 파지지만 어느정도 파내려갔을때부턴 힘을 주어야 제대로 파지기 때문에 체력이 중요했다. 내가 체력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구덩이를 만들기엔 아무래도 역부족이 아닐까 싶긴하다.
" 너무 넓게는 못만들겠네요 ... "
삽이 있어도 천의 크기가 한정되어 있어서 둘이서 딱 붙어서 앉는 정도가 한계이지 않을까 싶다.
⋯⋯건포도? 식빵인 머핀에 건포도라고?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설마 상식이 통하지 않는 괴이인 건가! 위험해⋯⋯!
라고 생각하며 멈춰서려던 순간, 멀리 갈 것도 없이 바다 건너 나라에서는 컵케이크를 머핀이라고 불러 왔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언어의 장벽뿐만 아니라 태어난 세계 자체가 다르니 표현이 다른 것은 당연할진대, 그럼에도 이렇게나 놀라 버리다니⋯⋯. 음식에 대한 상식의 붕괴는, 아무리 지식이 많은 나 같은 존재라도 흠칫하게 만드는 위력이 있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방금 대화를 통해 알아낸 것이 있다면, 이 남자의 세계에도 '카카오'나 '포도' 등, 내가 '살았던' 행성과 동질적인 식생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것을 '초콜릿'이나 '건포도(레이즌)' 같은 형태로 가공해서 먹는다는 것 또한 내 원래 세계의 '정보'와 동일하다. 비슷한 문화와 문명은, 비슷한 사고방식을 암시하기에⋯⋯. 요지는, 이 남자의 행동을 내가 원래 지닌 상식으로 재단하고 예상하는 일이 '그나마' 쉬워지리라는 것.
⋯⋯인간을 비롯한 지성체들에게는 기본적으로, 자기 우주와 문명이 오로지 혼돈스러운 발전의 결과로 만들어진, 복잡하고도 유일한 존재일 거라는 착각이 잠들어 있다. 그래서, '다른 세계의 존재'라고 말하면 그들이 분자 구조의 근간부터 자기들과는 다른 무언가일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말지. 방금 내가 '건포도 머핀이라니 있을 수 없다'고 놀란 것처럼.
그러나 이 세계에 떨어지고부터 눈치챈 것은, 문명이란 건 결국 비슷비슷한 형태로 진화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아무리 낯선 곳이라고 해도 자신의 상식을 믿으면 나아갈 수 있다⋯⋯.
"초콜릿이랑 건포도라⋯⋯." 그것들은 분명히, 내가 평생 맛볼 일 없는 단맛이겠지. "잠깐만, 세계에 「끝」이 있다는 말입니까? 그러니까, '닫힌 계'의 의미로? 아니면 우주의 물리적인 한도가 정말로 도시 하나 크기라고요?"
처음 듣는 정보다. 지금까지는 도심에서 멀리 나가지를 않았으니까⋯⋯. 그러면, 무한정 도망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782 네 말에 미하엘이 비싯 웃는다. 안 될 건 뭐가 있겠어~ 다소 여유롭기까지 한 대답을 내보이며 날아드는 돌에 짧게 으악 소리를 냈다. 역시 안 되겠다.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던지 해야지.
그리하여 때아닌 지붕 위 장애물 달리기가 시작 된 것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재미있기보다는 조금 불안했다. 지붕이 무너져 내릴 수도 있었고, 미끄러질 수도 있었다. 물론 마구잡이로 험악하게 넘어지지는 않을 테지만─, 그럼에도.
어느 정도 사람들이 쫓아오지 못하는 위치에 달하고 나서는 미하엘은 아하하 웃음을 터뜨린다. 재미있어서가 아닌, 상황이 마냥 우습기 때문이다. 아까 보았느냐며, 지붕 위로 올라오지도 못하던 주민들이 돌이나 열심히 던져대던 것이 웃기지 않느냐며 말하곤, 숨을 열심히 골랐다. 그 와중에도 네 숨은 평소(그걸 평소라고 할 수 있다면)와도 다름이 없어 조금 부럽기도 했다.
“아까? 처음 만났을 때? 아니면 지붕 위에서? 아니다.”
미하엘은 찰파닥 주저앉았다. 능력 쓰던 것을 멈추자 눈앞이 뱅글뱅글 돌았다. 코끼리 코를 하고 열 네 바퀴를 돈 것만 같은 어지러움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도와주면 네가 내 길잡이를 해줘야 한다는 거였고, 지붕 위에서는 튀면 된다고 말하려던 거였어~”
와하, 어지럽다~ 까르륵 웃는 것이 여간 어린아이 같은 웃음이다. 미하엘은 네게도 옆에 앉으라는 듯이 바닥(정확히는 지붕 위지만)을 팡팡 내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