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고막이 아닌 뇌를 찔러들어와 계속 듣고 있으니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가 아까 픽업하러 갔을 때 나갔어야 했다. 지금처럼 기력 더 떨어지기 전에 일어났어야 했는데 제때 판단을 못 한 내 불찰이었다.
나가지 못 한다면 정신이라도 붙들어야 하니 다 식은 카푸치노를 가져와 몇 모금 들이켰다. 카페인이 그나마 정신 놓는 것 만은 막아줄 것 같았다.
한양이 겨우 조용해진 참에, 숨 좀 돌리고 이를 뿌득 갈았다. 내가 왜 이래야 하나 하는 억하심정이 입을 열게 만들었다.
"저지먼트로 얽혀야 하냐는 사람이 아까 오자마자 부부장이란 단어는 몇 번을 말했는지 알아요? 누가 보면 작업 걸려고 별에 별 구실을 다 갖고 오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고. 그런데, 솔직히 말해봐. 저지먼트 아니었으면 같은 목화고고 나발이고 나한테 말 안 걸었을 거잖아, 안 그래?"
치밀어오른 짜증은 어느새 말끝도 잘라먹었다. 카푸치노를 다시 마시고 옆눈으로 흘겨보며 말을 이었다.
"진짜 뚫린게 입이라는 말이 딱이네. 이성으로 안 본다면서 좋다느니 매력이니 마음에도 없는 소릴 잘도 하고. 솔직함? 직설적? 몇 번 겪어봐. 지긋지긋하단 소리가 아침에 눈 뜰 때마다 나올 걸? 면식은 무슨 빌어먹을. 직함 떼고 교문 나서면 뒤도 안 돌아볼 인간이 혓바닥만 살았어 아주."
하! 헛웃음에 속이 시렸다.
"아, 강아지 카페. 그거 말할 때만 해도 내 머리가 좀 녹아있었지. 이 X 같은 도시래도 뭐, 열심히 하면 잘 살 수 있을 거 같았어. 내가 비록 여기 버려졌어도 X발 노력하면 될 줄 알았다고. 그런데 현실이 또 통수를 쳤잖아. 믿고 의지했던 사람들은 내가 모르는 비밀 투성이였고, 이 망할 도시는 지멋대로 자폭이니 뭐니를 하겠다니. 그래, 자폭 그깟거 막는다고 쳐. 그럼 뭐가 되는데? 믿어봤자 통수 맞는 현실은 그대로고 누굴 만난들 한없이 불안하기만 하겠지. 그럴 바에는 그래, 차라리 내가 사라지는게 낫지. 어차피 죽든가 살든가 둘 중 하나면 내가 이 바닥을 뜨는게 낫지. 어."
하다보니 반쯤 혼잣말이 되어버렸지만 멈추지 않고 그냥 생각나는대로 내뱉었다. 그리고 음료 한 모금 마시고, 서한양을 향해 말했다.
"니가 뭔데 점수를 메기고 W랄이세요. 사람 개빡돌게 만들고서 혼자 좋댄다. 아주."
고개 절레절레 젓고 마들렌 하나를 집어들었다. 잠깐 떠들었지만 욱한 탓인지 당이 뚝 떨어진 듯 했으니까.
서한양은 혜우의 말을 듣고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오우..."라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끄덕 흔들기 시작한다. 그런 다음 다소 낮아졌지만, 그래도 가벼운 톤으로 대답하기 시작한다.
" 혜우씨~ 내가 말하는 게 짜증나고 귀찮을 수 있다는 거 알아요~ 방금 거는 나도 들어도 화났겠다. 딱히 화내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는데. 음, 역지사지의 자세 갖기, 이거 적어둬야겠네. 근데 진짜, 내가 여기서 작업 걸려고 별에 별 구실 갖고 오는 것 같다고 느껴지는 건 좀 억울한데..? 물론 내가 부부장이라는 직함을 사용해서 접근하는 게.. 이건 사실이네. 혜우씨가 이건 잘 짚어줬다. 어우, 냉철해. 근데 사실은 그 직함이 아니어도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혜우씨가 방금 말한 건 '인간 서한양'으로서 고쳐볼게요, 응? "
서한양은 잠시 짧게 옅은 웃음을 짓고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 맞아요, 저지먼트가 아니었다면 우리 사이가 이렇게 얽히지 않았겠지. 근데 지금 봐봐요. 우리가 저지먼트에서 같이 일하는 사이고, 그걸 기반으로 서로 대화해왔잖아요? 안 그렇나? 그렇게 따지면 모든 관계는 다 무의미해져야지.. "
그는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 그리고 솔직함과 직설적인 말, 진짜 힘들다는 거 알아요. 근데 가끔은 그런 솔직한 대화가 필요한 거 아닌가? 계속해서 마음속에 쌓아두기만 하면 더 힘들어지잖아.. 아, 이거는 전에 말한 사정이 있었지. 이거에 대해서는 혜우씨가 말한 사정 고려해서 입 닫고 있을게요? 하지만 혜우씨가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해주는 게, 나한테는 오히려 도움이 돼요. 내가 더 나아질 수 있게 해준다니까? 다른 부원들은 그래도 내가 꼴에 선배라고 돌려서 말하는데, 어우 혜우씨는 화끈해. 이거 비꼬는 거 아닙니다? 진짜 도움 되니깐. 아, 물론 '인간 서한양'이라는 놈이 이렇게 날카롭게 직설적으로까지 말해서야 알아듣는 사람이라서 그런 것도 있구요? "
서한양은 말을 이어갔다.
" 나는 강아지 카페에 대한 것도 진심이었단 말이야? 그런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솔직히 나도 처음 볼 때 혜우씨 그냥 얼마 안 보고 갈 후배라고 생각했어요. 아아, 이거 가지고 뭐라고 욕해도 좋아요. 인정할게, 내가. 예예, 인정합니다~ 그런데.. 난 솔직히 강아지로 서로 만난 다음에 좋은 후배라 느끼기 시작했어요. 아, 그리고 이성으로 안 좋아해도 매력을 느낄 수 있지?! 남자도 남자한테 뭐 동경심이나 그런거 가지면 다 게이고, 여자도 그러면 다 레즈비언이게?! 혜우씨, 이거는 좀 너무 나갔다.. 내가 막 크리에이터 아저씨에게서 매력을 느꼈다고, 그 아저씨를 막..어..사랑하지는 않잖아요? 아..씨..하필 예시가 왜 유부남이냐.. 어쨋든.. "
그는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덧붙였다.
" 어쨋거나.. 무슨 말을 들어도 부정적으로 느껴질 텐데.. 아, 이거 이해가 안 간다는 게 아닙니다? 지금까지 힘들게 살아오고, 상처도 많이 받았으니깐 안 그러는 게 더 이상하죠, 예예. 나였어도 사람한테 마음 열기 엄청 겁났을 거니깐요. 정작 진심으로 마음 열었는데, 배신이나 당하고.. 그게 한두 번이면 몰라, 서너 번 계속 되면 그것이 본인의 운명처럼 느껴질 테니깐.. 혜우씨 진짜 고생하셨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혼자 다 끌어안기는 너무 힘들잖아요. 서로 도와가면서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보는데... 계속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면 더 힘들어질 거예요. 사람한테 마음을 열기 어려워도, 조금씩이라도 시도해보는 거죠. 그런 용기가 결국 혜우씨를 더 강하게 만들고요.
그러니까, 힘들 때... 저는 일단 마음에 안 들 테니깐 1순위로 재껴두고... 같은 1학년 동기나 윗 선배라도 먼저 터놓고 얘기해봐요. 혼자서 다 끌어안고 있지 말고. 뭐, 믿고 얘기 들어줄 동기나 윗선배들 많잖아요.. 정하나 청윤씨나 리라씨라던가.. 하.. 그리고 이런 얘기하면 또 욕 먹을 것 같은데.. 사라질 생각은 하지 마세요. 혜우씨 이런 생각할 정도로 엄청 힘든 거 이해하긴 하는데.. 어우.. 그래도 이건 아니지.
사라질 생각은 하지 말아요. 힘든 거 이해해요. 진짜 이거는 내가 생각해도 무책임한 발언인데, 욕 바가지로 먹을 각오하고 어거지로 땡깡 좀 부려볼게요. 혜우씨 지금까지 견딘 걸로도 충분히 강한 사람이니깐, 조금만 더 용기를 가지고 힘냈으면 좋겠다고요. "
"그리고 혜우씨, 내가 점수 매기고 그러는 건 그냥 장난이에요. 그런 걸로 사람 화나게 하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어거든요. 그냥 좀 더 가볍게, 저라도 좀... 어.. 유순하게? 받아주고 싶었거든요. 근데 오히려 더 화나게 만들었네. 미안해요, 히힛. 물론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혜우씨가 바로 마음이 풀리는 건 아닐 테지만, 딱히 긁으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걸 알았으면 해서요. "
서한양은 그렇게 커피를 다 마시고는, " 어우 잔소리 그만할게! 이만 꺼질게! 꺼질게! 더 욕 먹다가는 나 울겠다. " 라고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도 평범하게 자랐으면 저랬을까 싶었다. 그런 비참한 시작이 아니라, 아주 보통의, 평범한 삶을 살아왔다면 이 빌어먹을 인첨공이어도 미치지 않고 버틸 수 있었을까.
라니, 전제부터가 말도 안 되는 소리지...
막혀오는 목을 남은 카푸치노로 적시고 포크로 치즈케이크를 쿡쿡 찌르며 입을 열었다.
누가 멋대로 가게 냅둘 줄 알고?
"그걸 다 알면서 계속 말을 거는 건 나를 아주 가지고 놀겠다는 의미로 밖에 안 보이는데, 그게 작업질이 아니면 뭔데? 내가 한 번은 모른 척, 한 번은 확실하게 싫다고 말 했잖아. 그랬는데도 끈덕지게 들러붙는게 작업질이지."
부드러운 케이크가 씹을 새도 없이 목으로 넘어갔다.
"이봐요, 서한양 씨. 나는 도움이 필요한게 아니야. 까놓고 말해줄게. 나는 들러붙어서 기생할 존재가 필요해. 이런 나라도 거부하지 않고 마냥 받아줄 인간이 필요한 거라고. 내가 어느날 목을 졸라도 순순히 졸려 줄 그런 사람. 그런데 그거 당신이 해줄 거야? 아니지? 진정하? 이청윤? 이리라? 걔네는 해줄 수 있을 거 같아? 아니지, 오히려 걔들은 내가 제일 멀리 해야 할 부류야. 그 주변도, 전부 다. 나 같은게 그 인생에 끼었다간 무슨 동티가 날 지 모르는데, 내가 무슨 염치로 믿고 마음을 열어. 아닌가? 걔들의 뭘 믿으란 건지 모르겠다고 해야 하나? 내 본질을 알면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타인을?"
푸흐흐흐. 건조한 웃음소리. 까맣게 죽은 눈이 한양을 보았다.
"그런 나한테 도와주겠다면서 이성으로는 안 보겠다니 그만한 기만도 없는 거야. 알겠어? 차라리 거짓말로라도 도와주는 대가로 몸이 목적이라 하지 그랬어. 그랬으면 그 많은 말들 듣는 척이라도 해줬을 텐데. 어떡하나. 그렇게 떠들었는데 다 헛수고네. 아아, 타고난 것도 어떻게든 노력하면 될 거라 생각하는 그 마인드가 참 싫어. 본인 말은 그렇게 하면서 내 말은 전혀 안 듣는 것도 정말 열받고."
남은 음료가 든 머그컵을 들어올렸다. 절반 이하로 줄은 크림색 커피를 살랑살랑 흔들고 그걸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덕분에 결심이 섰어. 사라질까 말까 했는데, 역시 나는 사라지는게 좋겠네. 물론 발 담근 일은 끝까지 하고 갈 거니까 걱정 마. 아마도 올해- 그래, 올해 임기가 끝날 때까지는 저지먼트에도 학교에도 있을 거야. 그게 끝나면, 당신들 앞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거고. 아, 못 할 거라곤 생각하지 마. 나는 지난 반년간 커리큘럼 재료로 내 몸도 쓴 사람이야. 당신도 저번에 봤잖아? 번개에 뛰어드는 거. 전신이 불타도 그러려니 하는데 맥 하나 슥 긋는게 어려울까. 뭐, 이건 반쯤 농담이지만."
머그컵을 천천히 비우고 내려놓았다. 격렬히 짜증을 냈던 모습은 어느샌가 사라지고 평소와 같은, 공허한 모습이 거기 있었다.
서한양은 혜우의 말을 듣고 잠시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까지는 진심이었다. 설령 본인을 계속 싫어한다고 해도, 욕을 먹어간다고 해도, 아무리 본인이 서툴어도 어떻게든 도움이 되어주고는 싶었으니깐. 같은 저지먼트라는 울타리인 것도 사실 이유에 속했다. 미우나 고우나 어쨋든 자신의 후배가 힘들어하니, 본인에게 휘두르는 발톱을 감당하고서라도 조금 더 낫게해줄 길을 찾고 싶었으니깐. 설령 자신이 이상한 녀석으로 오해받아도 상관 없고, 꾹 참았으니깐.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안에서 무언가가 뚝 끊긴 느낌. 그리고 이 마저도 진심이었다.
악의가 담긴 진심.
" 와, 혜우씨. 정말 대단하네요. 그렇게 자기 비참함을 자랑하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기생할 존재가 필요하다니, 그게 자랑인가요? "
그는 냉소적인 웃음을 지으며 계속 말했다.
" 목을 졸라도 순순히 졸려 줄 사람을 찾는다고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건 그냥 자기 연민에 빠져서 현실을 도피하려는 것뿐이야... 타인을 끌어들이지 마세요. 진정하? 이청윤? 이리라? 이건 당신 말이 맞네. 당신 같은 사람이 끼어서 동티가 나면 안 될 사람들이야. 그 사람들이 너무 불쌍해. 지금까지 당신을 좋은 친구, 선배로 생각했을 텐데. 근데 이거는 철저하게 타인이 아닌 본인의 탓인 건 알고 있죠? 그건 당신이 그 동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배신당했든, 그건 상관 없어요. 결국 그 핑계로 자기자신을 묶어두고 포기한 것이네요. 결국 본인의 문제인데.. 그걸 아직 배신하지도 않은 사람들을 잠재적 배신자로 규정하면서, 본인을 스스로 묶어서 한다는 말이 기생할 존재가 필요하다라.. 당신의 문제가 맞네. 아, 당신의 얘기를 들어보니깐 본질이 정말 악하긴 하네요. 그런데 그거는요, 돌변이 아니고 '각성'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
한양은 혜우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 도와주겠다고 하는 사람에게 기만이라니. 참, 황당하네요. 그래요. 계속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세요. 평생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라고. 일기에도 써놓지 그래요? 그래도 당신이 그따구로 말을 해도, 나는 당신이 하는 착각과 똑같은 오해를 받아도 힘든 사람들을 도울 테니깐. 그리고 당신이 말하는 기생할 존재, 그건 명백히 비참하고 추한 모습이거든요. 그런데도 그걸 당당하게 말하네요. 혜우씨, 그건 당신이 노력할 의지가 없다는 거예요. 그냥 자기 연민에 빠져서 모든 걸 포기한 것, 그게 당신의 본질이라고. "
한양은 고개를 들어 혜우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 그리고, 사라지겠다고요? 그건 또 다른 도피예요. 당신은 지금까지도 그렇게 도피해왔으니까, 이번에도 그럴 거라 생각하겠죠. 그런데, 그게 진짜로 당신이 원하는 거예요? 사라질 결심을 했다면, 그렇게 비참하게 구는 대신 정말로 무언가를 바꿀 용기를 가져졌을 텐데- 아니다, 아니다. 내가 이제 무슨 의무로 이런 말까지 건네냐. 나도 참 미쳤지. "
>>765 태오의 손길은 부드럽지만 동시에 매서웠다. 채찍이 너울거리듯 팔꿈치로 내려온 소매가 한 번 휘었다가도 손짓을 따라 일직선으로 쭉 뻗었다. 그리고 짝, 소리 났을 테다. 누구라고 봐줄 일 없다는 듯 매정하게 손 휘두른 뒤, 소매 속으로 조신하게 거두면서도 눈길 흔들릴 일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