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수경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던 그 일련의 사건 이후 시간이 꽤 지났지만, 여전히 수경은 병원에 입원해 있다. 어떻게든 사건을 해결하긴 했으나, 완벽한 해결이 아니었다든가 하는 이유로 수경의 상태를 회복시키는 것이 필요한 모양이다. 구체적인 건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아직 십 대의 소녀가 그런 일들을 겪는 게 흔한 일도 아니거니와, 적당히 넘길 만한 일도 아닌 만큼 랑은 병문안을 가보기로 했다.
사실 병문안을 갈 기회는 많았지만, 굳이 가야 하나? 하는 생각도 있었다. 어차피 퇴원하면 볼 텐데. 그러나 퇴원하고 나서 저지먼트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싶어져서 퇴원하기 전에 한 번쯤 얼굴을 볼 생각이었다.
"여긴가."
그렇게 도착한 병원은, 생각했던 것 보다 평범했다. 랑이 수경과 함께 갔던 병원이라는 곳은 느낌이 영 좋지 않았기에 이번에도 그런 곳이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느낌이 전혀 없어, 랑은 또 그 나름대로 미심쩍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병원 안으로 들어섰다. 그렇게 수경이 입원해 있는 병실까지 안내받고 나면, 가볍게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드.. 들어오셔도 괜찮?아요요엣. 마치 혀를 씹은 듯한 말이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진짜 목소리가 아니라 그렇게 들리게 했을 뿐이라는 것을 랑은 능력의 발동으로 인해 알 수 있습니다. 문은 잠겨있지 않고 부드럽게 열리고. 수경은 등받침 쿠션에 기대어서 깨어 있기는 했지만 꼼작도 안하고 있는 상태네요.
-어..어서오세용? 당신을 어색하게 맞이하는 건 케이스입니다. 수경도 몸을 제멋대로 늘어뜨리고는 있지만, 고개를 꾸벅이며..
"안녕..하세요.." 간단한 인사를 하네요. 병문안을 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병문안 사실을 전달받았기 때문에 케이스는 좀 갈등한 것인가 봐요. 이상하리만치 정돈된 주위를 보니. 케이스가 병문안 안내를 받아서 올라오는 시간동안 계속 정리를 했던 겁니다.
당혹스러운 듯한 목소리가 들리고, 들어와도 괜찮다는 말이 전해지자(들린 게 아니었다) 그대로 문을 열고 들어선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등받침 쿠션에 기대 있는 수경과, 어색하게 자신을 맞이하는 케이스.
"몸은 좀 어떠냐."
랑은 케이스에게 가볍게 고갤 까딱여 인사를 하곤, 정돈되어 있는 병실을 한번 슥 둘러본 뒤에 침대 옆에 있을 탁자에 들고 온 달콤한 케잌을 올려놓았다. 포장 너머로 계피 향이 피어오르는 것 같다. 그리곤 침대 근처에 있을 의자를 적당히 끌어와 앉곤, 케이스를 쳐다보았다. 계속 있을 거냐는 듯한 눈빛.
"연구원 쌤한테 일단 이러이러한 문제로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커리큘럼에 집중할 수 없다고 해." "너가 정신적으로 힘들잖아? 쌤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뭐든 하실거야." "왜냐면 어쩔 수 없이, 연구원 선생님한테 제일 중요한 건 성과거든, 성과." "연구소도 마찬가지라, 상담비용 정도는 연구소 예산에서 나갈거구."
단풍이의 두 눈이 토끼눈마냥 동그래졌다.
"야, 그 방법을 몰랐네! ...근데, 우리 부모님도 저런데 나 상담받았다가 취업에 지장생기거나 그러진 않겠지?" "얘, 상담센터는 물론이고 정신과 병원도 비밀보장이 원칙이야~! 그런 건 드라마속에서나 있는 일이라구. 너가 밝히기 싫은 정보가 새어나갈 일은 없어! 아, 내친 김에 좋은 데 추천해줄까?"
...그렇게 해서, 우리 상담센터에는 내담자가 한명 더 늘게 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늘고 있는 거 아냐?) 나한테는 꽤나 잘 맞아서 라포형성도 꽤 된 곳인데, 단풍이에게도 잘 맞았으면.
"몸은... 아마 괜찮아질지도 모르겠어요.." 조금 비관적인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앞으로를 기대할 수는 있는 점에서 일단 나쁘지만은 않은 대답입니다. 대답하려 하고는 내려놓아지는 것을 흘깃 바라봅니다. 뭐가 들었는지는 모르겠다는 것처럼 고개를 기울이네요. 향은 살짝 맡을 수 있었지만..
눈빛에 쫄린 것처럼 흠칫하던 케이스는 케이크가 내려놓이는 것과 계피 향이 흘러나오는 것 같은 것에 갈피를 못 잡는 것 같습니다...
엑. 계피향이닭.... 같은 생각을 하는 게 보이는 표정을 짓는 케이스입니다. 만일 케이스가 초 단 것이나 다른 감각에 으에옑에엥.. 거리는 걸 보고 싶다면 있어도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결국 일어나서 나갈 것 같습니다.
"저지먼트가.. 병문안을 올 줄은 몰랐어요..." -그렇긴 하죵...? 말에 가시가 돋았다 까지는 아니었지만 저지먼트에게 기대하는 게 없다는 듯한 힘없는 말투입니다.
체스를 전혀 몰라 철현의 비유를 알아듣지 못한 서연이었다. 그나마 킹은 아는 말이라 수틀리면 유니온이 직접 나설지도 모른다는 의미려니 한 정도다. 유니온이 직접 나서 버리면, 대책이 있나? 정면 승부는 사실상 가망이 없고, 신의 가호라도 받아 기적적으로 우위를 점해 봤자 유니온이 시간을 돌리고 현실을 조작하면 노답이다. 짜증스레 이를 악물어 봤지만 달라질 건 없다. 하여 그 부분은 포기한다.
" 당장은 리버티 해체, 깡통들이랑 제로 박살내기가 답이라고 생각할래요. "
급한 불부터 끈다. 각도 안 나오는 일에 한눈 팔다 눈앞의 일들을 망치면 더 큰일이다. 그러니 유니온 대처법? 몰라, 수박!!!! 그딴 걸 내가 어케 알아!? 정답이 있다 한들 신이나 알겠지!! 지 입맛대로 당장 해치워도 될걸 리버티며 제로를 굴리며 번거롭게 구는 건 직접 개입에 제약이 있어서이리라는 행복 회로나 돌리고 치울란다.
근데 행복 회로를 돌려야 할 건 유니온 일만이 아니다. 토실이를 안은 채 영혼이 털려 있다가 뒤늦게 치즈 엎은 생크림의 온도부터 재 본다. 8도...면 완전 망한 건 아니지? 부실이 선선해서 살았다!! 시트야 어차피 식혀야 하는 거였고!! ...라지만 겉에 바를 크림이 없잖아. 어쩐다? 다시 만들어? 토실이를 안아든 채 끙끙거린 끝에, 서연은 토실이를 머리에 얹었다.
" 선배, 잠시만요... "
뒤이어 서연은 케이크 시트를 얇게 자르기 시작하더니, 단면도 식빵 반쪽 정도의 크기로 잘라냈다. 기왕 망한 거, 샌딩용 크림과 딸기 퓨레를 넣은 샌드위치(???)로 만들어 버릴 작정이었다. 딸기와 설탕과 레몬즙이 담긴 냄비도 도로 끓이기 시작했다. 퓨레가 다 끓으면 얼음 채운 보울에 얹어서 식히고, 그 사이에 샌딩용 크림 만든 다음에, 퓨레랑 크림 섞어다가 잘라낸 시트에다 발라서 시트 두 장 겹치면 샌드위치지, 뭐;;;;;
그렇게 퓨레를 끓이다 그만 기겁하고 말았다. 다 외워야 해? 전 과목을?? 지저스 크라이스트!! 딸케 레시피 하나도 못 외워서 토실이 동원하고 있는데 그걸 어케...... 상상하니 끔찍해져 하마터면 또 하던 일을 깜박할 뻔했다. 이크크!! 달콤상큼한 냄새에도 눈물이 찔끔할 거 같았지만, 다행히 어찌어찌 얼음 보울에 식히기 시작했다.
" 듣기만 해도 끔찍한데;;;; 선밴 그 과정을 다 거치셨겠네요... "
새삼 선배가 굉장해 보인다. 나더러 하라면 못해. 서현씨 능력을 쓴대도 뭐가 외워질 거 같지가 않아. 한쪽 귀로 지식을 쑤셔넣어도 다른 쪽 귀로 줄줄 새 나가지 않을까? 공부하다 헤롱거릴 제 모습을 상상했다가 바르르 고개를 흔들고는 마스카포네 치즈를 얹은 생크림이나 휘젓는 서연이었다. 이어 설탕도 넣고 휘핑 기계를 돌려서... 매끈하게 뿔이 바짝 설 때까지 돌렸다. 이제 퓨레가 다 식었으면 둘을 섞어다 샌드위치(???) 만들면 되겠는데...
" ...... "
말문이 막혔다. 내가 편하다면 존댓말이 좋다는 건 반대로 선배는 편하지만은 않다는 의미일 거 같아서. 좀 더 편해지면 말 놓아 달란 말도 난처하다. 저런 얘길 듣고도 존댓말을 쓰면 선배를 편히 대하지 못한다는 인증이잖아;;;;;;;;;; 하지만 서연으로서는 주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선배는 상급생이다. 나처럼 어리버리까서 상급생다운 구석이라곤 찾기 어려운 타입도 아니다. 아니, 그런 걸 떠나 편해지는 게, 선을 넘어 버리는 게, 반드시 좋은 일일까? 사람은 편한 상대는 알게 모르게 막 대하기 쉽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말이 괜히 생겼을까?) 나도 이미 선배한테 너무 많이 기대고 있고. 그런데 말까지 놓아 버리면, 경계심도 자제심도 놓아 버릴지도 모른다. 그 바람에 선배한테 내 감정 퍼붓거나 진상짓을 일삼게 되면...
" 그게... 저...;;;;;;;; "
머리가 지끈거려 딴청 부리듯 딸기 퓨레의 온도나 쟀다. 적당히 식었다. 그걸 앞서 휘저어 둔 생크림과 섞자, 하얀 크림과 발간 퓨레가 뒤섞이며 연분홍빛으로 조화를 이룬다. 그렇게 뒤섞인 샌딩 크림이 무슨 영향이라도 미쳤을까? 머릿속의 흐름도 뒤섞이기 시작한다. 일생일대의 희망사항이 선배 수능 치르기, 내년에 수능 보기가 된 판이다. 행복 회로 팽팽 돌려 봤자 당장을 충실히 살기도 아까운 현실이다. 이 마당에 저렇게 바라시는 걸 마다한다? 그러고도 후회 안 할 자신 있나?
" ...... "
이렇다 할 대답은 못한 채 샌딩 크림과 시트로 샌드위치(???)나 여럿 만들었다. 그러고는 (케이크를 제대로 완성할 수 있었다면 표면에 올려 두려던) 딸기는 씻어다 접시에 담아서는 샌드위치와 함께 내놓은 서연이었다.
" ...케이크 대신이에... "
아, 말이 안 나와. 눈을 질끈 감고 입술을 말아넣었다가 숨을 골랐다.
" 대신...이야. 딸기는 좋아하시... 좋아하는 거 같아서... "
말이 나오다 턱턱 걸리니 아직은 어정쩡하다. 선배를 도저히 못 보겠기도 하다. 그래도, 익숙해져야겠지. 정줄 잘 잡으려는 노력도 해야겠지. 조금이라도 후회를 덜 남기려면
/ 돌손은 돌돌 하고 웁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티미로 딸기 얘기는 오맨들씨 때 봤던 레스situplay>1597046305>443가 기억에 남아서 써먹어야지 벼르다 이번에 써먹었어요👀👀👀
>>476 새봄주 이게 뭔 일이래유?? 상담 센터 단풍이도 오나요??? (어버버)(진땀) 이, 이거 괜찮나?? 호옥~~시 상담 관련으로도 훈련 레스 쓰실 일이 있으면, 무슨 얘기를 주고받았는지 굳이 제게 말씀하실 거 없이 새봄주 편하신 대로 작성하셔도 됩니다!!! 어차피 서연이 훈련레스 땜빵용으로 만든 모브캐라 조종? 상관없어요. 센터장 쓰기 뭔가뭔가시면 그 센터 다른 상담사로 처리하셔도 돼요오오오오오
>>485 헉... 고마워!>< 사실 사심으론 새봄이까지는 센터장님이 좋은데 단풍이까지 했다간 센터장님 과로하실까봐 단풍이는 다른 상담사 배정받은 쪽으로 생각하고 있어 히히 그나저나 모브캐래도 공이 적지 않게 들어갔는데 기꺼이 써도 된다고 해주다니 ㅠㅠㅠㅠ 감동이야!! 만약에 훈련레스에서 등장시킬 일이 생긴다면 감사히(그치만 온화하면서도 현명한 이상주의자 느낌을 잘 살려다가!!) 잘쓸게! 고마워 서연주!!><
>>489 새봄주 아뇨 아뇨 별말씀을요@ㅁ@ 서연이 상담이야 제 입맛대로 하고 치우면 그만인데, 새봄이 상담으로 훈련을 하신다면 그를 통해 표현하시려는 바가 있을 텐데 제가 방해하면 안 될 거 같아서요!! 서로 시간 맞추기 힘들 수도 있고요👀👀👀 암튼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493 랑주 안녕하세요오오오오 >< 나랑 언니가 수경이 병문안 간 일상 보고 있어요!! 역시 시크하면서도 따숩게 주변 사람 챙겨 주는 나랑 언니예요오오오오(붕붕방방)(오두방정)
>>491 새봄: 원래 홈베이킹은 망해가면서 느는거예요 히히>< 에이 그래도 서형이 오직 철형 한 사람만을 위해 만든 딸기 디저트는 급을 달리하지!! 게다가 말도 놔주고...! 철현주가 답을 달기 전이지만 내가 다 달달하걸!!(흐뭇 >>494 아이구야 원래 설정주인은 서연주인걸! 방해는 무슨! 새봄주가 반한 건 서연주가 굴리던 센터장님이기도 하구 말야><
"그러면 좋겠다...이지만요.." "가능성은 희박할 거라도요..." 빤히 쳐다보는 것에 눈을 슬그머니 피하려 합니다. 어디로 피하던간에 다시 돌아오긴 할 것이고. 표정을 읽기 힘들도록 모호한 표정을 한껏 지어보일지도 모르는 일이군요.
"아무도 안 왔다기보다는..." "제가 계속 자다깨다 하니까 그 사이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은 있어요." 자다깨다 하는 사이에 저지먼트가 왔을지도 모르지만. 수경은 저지먼트가 병문안을 오면 좀 두려워할 수도 있었으니까요. 원래 내향성이 있어서 스스로의 본심이나 그런 것에 솔직함이 많지 않았지만 저지먼트 앞에서 그게 팍팍 파헤쳐지고 말해진 것은 미묘한 껄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 된 것이지요.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서 나아질 것이다. 로 넘길 수는 있는 일입니다..
"단 거... 감사히 받을게요..." 라고 말을 하고는 건네는 조각을 거절하지 않는 수경입니다. 향은 좀 강해서 흠칫하긴 하지만. 향을 민감하게 느끼는 편이라고 해서 맛을 잘 느끼는 거랑은 별개니까요. 케이스는 눈을 데굴 굴리면서 저도 한조각.. 이라고 웅얼거리다가 계피향이 물씬 풍기는 것에 으이에엥엙.. 거리는 괴상한 신음을 내며 한발짝 물러나려 하네요.
//집인데 잠깐만 빨래만 돌리고 조금만 쉬고..(이러다가 기절하면 1시에 깰지도모름(?)) 답레는 느긋하게 주셔도 되지만 앵커를 걸어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손바닥 위에 가뿐히 올라갈 만큼 아담한 크기, 섬세하게 세공된 표면에 금빛 테가 둘러진 하트 모양의 연한 라벤더색 유리함 안에는 진주빛 연고가 들어 있다. 그 옆에는 유난히 하얀 붕대 한 묶음과 반창고 한 세트가 줄지어 놓여 있었고, 가장 끝에는 연고를 만들기 전 시행착오를 거친 실패작들이 쌓여 있었다. 리라는 큼직하고 하얀 종이 봉투에 직접 만든 치료 키트와 작은 메세지 카드를 담은 후 책가방에서 길쭉한 마카롱 상자 두 개를 꺼내 동봉하고 검은 리본을 매듭지어 마무리한다. 실패한 연고들까지 조금 전 간식거리를 꺼낸 자리로 우르르 쏟아넣으면 준비는 끝난다. 다급한 시선이 텅 빈 교실의 시계로 향했다.
"휴우."
다행스럽게도 아직 정인이 데리러 오겠다고 고지한 시간으로부터 15분 정도의 여유가 있다. 리라는 즉시 짐을 전부 챙기고 저지먼트 부실로 달려간다. 그리고 랑의 자리에 검은 리본이 매듭 지어진 하얀 봉투를 내려놓았을 것이다.
[사랑하는 랑이 언니에게]
손은 좀 어때요? 많이 나았어요? 계속 걱정했는데, 연구원님 눈치도 보이고 무엇보다 저 때문에 다친 거니까 미안해서... 좀 늦어졌어요. 그것도 미안해요.
보라색 유리함에 담긴 게 제가 만든 연고예요. 상처를 더 빠르고 깨끗히 낫게 해 줄 거예요. 붕대랑 반창고도 비슷한 효과를 주고요. 집중해서 잘 만들었으니까 부작용 걱정은 안 해도 돼요! 마카롱은 언니 몫이랑 성환 연구원님 몫으로 한 박스씩 준비했어요. 주황색 리본이 언니 거, 크림색 리본이 성환 연구원님 거예요.
그 날 구하러 와 줘서 정말 고마워요. 언니가 그 자리에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어요. 아마 더 큰 사고가 났겠죠. 제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큰일 저지르기 전에 멈출 수 있었던 건 다 언니 덕분이에요. 정말, 정말 고마워요.
음... 그리고 왜 그렇게까지 능력 조절을 못 했는지도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네요. 사실 합동 커리큘럼 시간 전에 조금 일이 있었어요. 편지로 다 하긴 좀 많이 긴 이야기인데, 어른들이 좋아하지 않을 일. 특히 연구원들이 좋아하지 않을 만한 일을 하다가 담당 연구원님한테 들켰거든요. 아! 그렇다고 불법적이거나 불량한 일은 절대 절대 아니었고요! 그냥...... (고민한 듯 선이 구불구불 이어진 흔적) 랑이 언니는 벽 뒤에 사고 났던 커리큘럼실이 숨어있다는 이야기 들어본 적 있어요? 그거랑 관련된 일이에요. 어쩌다 보니 제가 그 이야기의 진위 여부와 속사정을 좀 깊게 알아버렸고, 이야기 속 주인공인 학생이 제 근처 누군가의 가족이라는 것까지 알게 되어버렸거든요. 그리고 그 누군가는 자신의 가족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건넜다는 걸 지금도 모르고 있고요. 슬픈 일이죠?
그래서 그 날 벽 뒤에 남아있는 학생의 물건을 정리해두러 갔었어요. 아직 가족분에게 어떻게 사실을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발견한 이상 계속 그 자리에 방치해두기만 하는 건 마음에 걸렸거든요. 그러다가 들켜버렸고, 혼날까 봐 혼자 겁먹어 있다가... 이어지는 커리큘럼에도 집중 못 하고... 그렇게 된 거예요.
저희 담당 연구원님 말이 맞아요. 제가 합동 커리큘럼 하기 전에 괜한 짓만 안 했어도 언니가 다칠 일은 없었을지도 몰라요. 오랜만에 같이 훈련하는 거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제가 망쳐버린 것 같아요. 미안해요. 그래도 그때 언니가 절 찾아서 달려와준 게 너무 좋아서, 안심돼서, 그래서 더 큰 일을 내기 전에 멈출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할 말이 많아서 정리가 잘 안 되네요. 그냥 제 옆에 랑이 언니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언제나 곁에 있어주고 단단히 붙잡아 줘서 고마워요. 저도 언니에게 그런 사람이라면 좋을 텐데, 과연 어떨지는 모르겠네요. 전 언니에게 그런 사람일까요? 그렇다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