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윈터의 장난스러운 미소에 나도 마찬가지로 장난스런 미소를 띄우며 도시를 탐방하러 갔다. 도시엔 다양한 것들이 있었고 이것저것 구경하다보니 미하엘이란 소녀를 만나 무언가를 전달해달란 말을 들었다. 상당히 무겁고 큰 상자였는데 그것을 가져다가다 호기심이 동해버린 윈터가 상자를 열어버렸고 그 결과 이런 상태가 되어버렸다.
" 아무래도 상자를 열면 안되는거였나보네. "
내용물이 펑 터지는 것만 봐도 그랬다. 뭔가 장치가 되어있었거나 내용물이 원래 그런 것이었거나 둘 중 하나겠지. 거기에 화난듯한 마크의 분홍색 존재는 의뢰인이 보내는 패널티가 아닐까싶다. 배달하기 전에 이런 주의 사항은 해주면 좀 덧나나. 어쨌든 그것을 떨쳐내기 위한 윈터의 노력이 이어지고 그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져버렸다.
" 음 ... 첫번째는 미하엘에게 찾아가서 사과하는거에요. "
의뢰인이 누구였던간에 이 일을 맡긴 것은 미하엘이다. 그녀의 신뢰를 저버린 것이니 지금 가서 사과하면 받아줄지도 모른다. 다만 그 자리에 다시 갔을때 그녀가 그대로 있을지가 의문이긴하다.
의뢰인이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찾아가서 사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다만 그런게 날아왔을거라는건 의뢰인이 그래도 안전장치를 해둔 것이고 그것이 발동됐으니 자신이 맡긴 것이 어떤 상태가 되었는지 정도는 알았다는 것이다. 문책할거면 자신이 의뢰를 맡긴 사람들을 통해통해 우리한테까지 올 것이고 그때 사과하면 그만이다.
" 개인적으로는 두번째가 좋아보이네요. 미하엘은 다시 찾으려면 한참 걸릴거고. "
도시는 크다. 거기서 특정 누군가를 찾아 돌아다닌다는건 시간이 아주 많은게 아니고서야 좋지 않은 방법이다.
" 그리고 그렇게 중요한거였으면 걸쇠던 뭐던 해놨을테니까요. 생각보다 그렇게 중요한건 아닐지도? "
도시에서의 첫 만남은 내게 있어서 충격적인 만남이었다. 머리가 없는 사람이 흥신소에 의뢰하듯이 미션을 내걸었고 그걸 당연하단듯이 모든 이들이 보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천국인가, 지옥인가?"
적어도 말도 통하고 거래가 되는 걸 보아하니 지옥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는 것은 난 요즘 유행한다는 티비 프로그램처럼 다른 세상으로 넘어오게 된건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았던 나는 현기증이 밀려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만약 그게 정말이라면 앞으로 난 어떻게 하면 되는걸까? 복수는 둘째치고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한다는걸까? 원래 세상으로 돌아갈 수는 있나? 아니, 어쩌면 이게 더 나은 삶일 수도 있었다. 적어도 여기서는 내 뒤통수를 칠만한 녀석들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우선 지금 당장으로서는 이 답답한 상황을 해결하고 싶었다. 뒷골목을 돌아다니면서 반짝이는 조각을 찾느라 꽤나 지쳤으니 말이다. 난 머리 없는 상인이 주었던 표를 들고 다시 거리로 슬렁슬렁 걸어나와 목을 축일 만한 곳을 찾아 해맸다. 다행히 내가 생각하던 것처럼 이 곳은 그렇게 낙후된 곳은 아니었는지 카페처럼 보이는 곳을 찾았다.
간단한 음료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은 나는 그제서야 뭔가에 홀린 듯이 손에 꼭 쥔 이용권을 살펴보았다. 상업구역 이용권이라 적힌 종이는 내게 지금 이건 현실이야 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러면 맨 몸으로 떨어진 내게 있어서 이건 유일한 재산이란건데..."
그때 주문한 음료가 나왔다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카운터로 보이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혹시 크레딧도 받으시나요?"
내가 원래 살던 세상의 화폐를 보여줬지만 역시 아니나 다를까 쓸 수는 없는 것 같았다. 직원의 얼굴이 점점 굳어가는게 보였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그나마 가진 값어치 있는 것을 함부로 쓸 수는 없었다. 게다가 음료 한 잔에 꼴랑 두장 중 한장을 쓰기엔 너무나 아까웠다.
'어쩌면 두장으로도 모자란거 아닐까?'
잠시 지불을 멈추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자 점점 상황은 심각해져갔다.
// 우선은 이렇게 트러블을 만들어보았습니다~! 도와줘 윈터! 나중에 갚을게요!!(절대 안 갚음)
단순히 다른 세상의 문물을 떠올렸기에 불발된 것은 아닌 모양이다. 그랬다면 라이터 역시 만들 수 없었을 테니. 이것저것 시도해 본 덕택에 조건 중의 하나만은 분명히 알게 되었다. 음식은 아마 확실하게 불가능. 나무 쟁반도 라이터와는 달리 아직 유지되고 있다. 이런저런 실험을 하며 난문을 풀어가는 듯한 기분이 그에게도 썩 나쁘지는 않았다. 어쩌면 조금쯤은 재미를 느꼈을지도. 하지만 그것이 알레프의 상태보다 우선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갑작스러운 이상 반응을 보이는 알레프를 가만히 살폈다. 그리하여 나온 결론은.
[ 졸린 게 아닐까? 다른 사람들도 그러다 잠들었어. ]
그도 졸리다는 감각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곳은 숙박을 위한 공간, 밤이 깊어짐에 따라 피로를 호소하며 하나둘 방으로 사라지는 투숙객들의 모습은 짧은 사이에도 조금 보아 두어 안다.
알레프는 자신이 잠들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이곳에 떨어진 이후엔 무언가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그도 추락 이후 본래는 겪지 않아야 할 괴이한 감각을 여러 차례 느끼게 되었으니까. ……그저 일시적인 증상이라면 좋겠다. 수면은 죽음을 닮아 있다. 선명한 생기 반짝이던 눈이 서서히 감겨 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스스로 불멸하는 존재라던 장담마저 잊을 것만 같아진다. 그러나 네 신이라 했으므로 믿고자 한다. 꾸벅꾸벅 졸아 가는 모습에 손짓까지도 절로 조심스러워진다. 그는 바스락거리는 소리마저 줄여 가며 알레프에게 종이를 내밀었다.
그렇게 이야기하고서는 상냥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돈은 금방 얻을 것 같다면서, 돈 주면 알려줄게, 라는 말에 그만 크게 소리내어 웃어버렸다. 조금 경망스러웠을까. 잠시 웃으면서, 주먹을 말아쥐어 입가에 가져다대고는 쿡쿡거리다가, 간신히 숨을 고르고서는 상냥한 표정으로 안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이런 식으로 얻을 수 있다는 말씀이셨습니까? 또 당했군요."
피식, 웃고서는 주머니에서 돈을 절반 꺼내어 그녀에게 주었다.
"몇 푼 안되는 돈이지만, 당분간 여비로 쓰시기에는 부족함 없으실겁니다."
"헌데, 코우 양. 이전의 대화로 미루어 보건데... 검객이십니까? 괜찮으시면 사용중이신 검을 보아도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