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담쟁이 덩굴을 그려내는 손이 간헐적으로 떨린다. 오늘만큼 저 매직미러가 신경 쓰이던 날이 없었다. 이쪽에서는 볼 수 없지만 저쪽에서는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이렇게 의식하는 날이 올 줄도 몰랐다. 색을 올리지 않은 덩굴의 스케치가 조금씩 길어지고 많아지며 한 페이지를 채워나가지만 리라의 정신은 현재가 아닌 과거를 부유한다. 조금 전 일어났던 상황이 끊임없이 리플레이 되며 정상적인 연산에 필요한 정신력을 갉아먹는다.
사각. 사각. 사각. 사각. 사각사각사각사각.
온갖 생각들이 근본없이 뒤얽히는 와중에도 눈과 손은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구불구불 이어지는 덩굴들이 종이의 네 모서리에 닿을 정도로 꽉 찼을 무렵.
- 잠깐, 나랑 학생! 멈춰요!
정신적으로 몰릴 때마다 튀어나왔던 나쁜 버릇이 가짜 식물의 형태로 실체화 되었다. 연필심이 부러지는 동시에, 하얀 담쟁이 덩굴이 폭발적으로 뻗어나가 커리큘럼실을 뒤덮는다. 당황할 틈도 없이 제 주변의 일부만 제외하고 벽과 천장을 가려내는 덩굴의 모습에 철없게도 안도감이 앞섰다. 순식간에 형광등까지 뻗어나간 담쟁이 덩굴의 잎은 빛을 가려 밝았던 커리큘럼실을 한순간 암실로 만든다.
"허억!"
그러나 열기를 띈 탄내 사이로 은은한 올리브 향이 성큼 다가와 그를 끌어안았을 때, 불안의 생장은 비로소 멈추었다. 동시에 공간을 게걸스럽게 집어삼키던 하얀 덩굴들이 힘을 잃고 하나 둘 중력을 따라 바닥으로 추락한다. 커리큘럼실의 하얀 형광등 불빛이 마치 태양처럼 쏟아져 내리며 두 사람의 실루엣을 온전히 드러냈다.
"......랑이 언니?" - 나랑 학생, 이리라 학생. 괜찮습니까?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어떻게 여기에— 아, 맞다. 참관하러 온다고 했었지.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 안에는 어떻게. 다만 깊은 판단 이전에 리라는 손에 든 그림 도구들을 떨어뜨리고 그저 랑을 마주 끌어안았다. 두근두근, 서로 맞닿은 두 개의 심장 박동이 이윽고 맞물리며 같은 리듬을 띈다. 그리고 그대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서야 리라는 고개를 들고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랑이 걸어온 길을 따라 타들어간 담쟁이 덩굴과 그 끝에서 들려오는 정인의 난감한 음성, 성환을 향한 사과의 목소리. 그리고 무엇보다...
"언니! 손!"
덜 가신 듯한 열기를 따라가다가 발견한 손의 상처가 현실에서 몇 센티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듯하던 감각을 다시 지상으로 끌어왔다. 리라의 얼굴에는 당황이, 그 다음에는 슬픔이, 죄책감이, 미안함이 차례로 스쳐간다.
"미, 미안해요... 정말 미안, 나 때문에... 아프겠다. 이거 덴 거죠. 불에... 치, 치료..."
불을 쥐게 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지독하게 마음이 아프다. 리라는 잠시 손 둘 곳을 모르고 허공을 휘젓다가 이내 조심스럽게 랑의 손을 감싸쥐었다. 난 왜 하필 오늘 그곳에 갔을까. 내가 거기에 가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들키지도 않았더라면 이럴 일은 없었을 텐데. 그저 무난히 커리큘럼을 마치고 웃으며 손 잡고 돌아갈 수 있었을 텐데.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요. 정말로..."
하지만 동시에 범람하는 불안을 기꺼이 뚫고 들어와 준 당신이, 한치 앞도 보이지 않게 그늘진 미욱함을 걷어내준 당신이 마치 별 같아서. 미끄러질 때마다 손을 잡고 끌어내주는 당신이 나의 구원 같아서. 그래서 리라는 랑의 손을 놓을 수 없다. 놓지 않는다.
저 멀리 놓인 모니터에 기록되는 뇌파 그래프가 점차 안정되는 동안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어쩌면 금에게는 숭배에 가까울 정도로 맹목적으로 당신에게 애정을 표현하던 그날들이, 언제 어떤 관계로 끝날지 모르는, 형벌을 받기 전까지 기다리는 날들에 가까웠을 지도 모른다. 금은 서로를 깊이 끌어안은 채 눈을 감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면, 알아가면 된다고. 그것이 당신을 사랑하지 못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심장이 죄여오듯 아파지고, 머릿속은 복잡하나 하나는 명확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렇게 체온을 나누는 이 순간의 충만함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었다. 이내 당신이 입을 맞춰오면 금은 경직된채 굳어버리고 만다. 혼이 빠진듯한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았으니, 심장 뛰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 같을 정도였다. 금은 통증에 가까울 만큼 황홀함을 느끼고 있었다. 당신이 그렇게 대답하면 정지된 것 같은 시간 속에서 서로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을까. 마음속에 품었던 상념들을, 째깍째깍 터질 듯 불안하던 초조와 불안은 사라지고. 다시 오지 않을 이 순간. 그때 당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에 금은 웃었다.
"맹세하지 않았습니까. 꼭 그렇게 만들고 말 것이라고요."
처음 만난 날로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애타게 이 순간을 기다렸는지. 금은 그렇게 대답하며 당신의 어깨를 감싸며 다시금 입을 맞추며 당신을 달랬다. 이제는 당신과 함께 할 더 나을 미래를 금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금은 애절한 사랑이 넘치는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았으니, 당신의 귀에 대며 낮게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