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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약이다. 인생 대부분의 일에 들어맞는 말이다. 그게 선배의 일에서는 예외인 모양이다. 아니면 아직 약이 충분치 못했거나. 선배를 다시 뵙자마자 가슴 한구석이 확 조여들고 머리가 멍해졌으니. 얼굴을 붉혀 버리진 않았을까? 머릿속이 이렇게나 홧홧하면 안색도 태연하진 못할 듯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만은 스스로도 놀랄 만큼 덤덤했다. 그 인연이 끝난 뒤 숱하게 돌이키고 곱씹었던 덕분일까. 현실이 명백하니 추억에 취하지는 못하겠다는 말은 아예 다른 사람이 지껄이는 것 같았다.
쉽게 꺼낸 말은 아니었다. 그 예전, 선배가 처음으로 위태로워 보였던 때부터 바랐던 건, 선배가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않는 것. 감사하게도 선배와 가까워질 기회를 얻으면서 바랐던 건, 선배가 힘들 때 기운을 북돋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 처음엔 된 줄 알았다. 아니, 되어 가리라 믿었다. 저지먼트에서 그 개고생을 하는 와중에도 선배가 밝아지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나만 조심하고 잘하면 언젠간 선배가 건강한 자존감을 지니실 거라고, 힘든 일이 있더라도 함께하면 견딜 수 있을 거라고, 희망에 찼었다.
그게 다 내 착각임을 좀 더 빨리 깨달았더라면.
알고 보니 선배와 나는 서로 가까워져 한 점에서 교차하자마자 각기 다른 방향으로 뻗어 갈수록 멀어지는 직선 같은 사이였다. 선배는 나아지셨던 게 아니라, 밝아진 것 같은 모습 뒤에 곪아드는 상처를 감추신 거였다. 나와의 시간은 상처가 곪아가도록 부추겼을 뿐이다. 서현씨도, 새봄이도, 선배와 가까운 다른 누구도, 그걸 막지도 알아채지도 못했다. 그 결과 나는 선배에게 짐이 되었다. 힘들 때 서로 의지하고 응원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가장 먼저 내려놔야 한숨 돌릴 수 있는 짐. 헤어지자는 얘길 듣기 전까진 그 사실을 전혀 몰랐을 만큼, 나는 어리석고 둔했다. 그걸 깨달았을 땐 너무 늦은 뒤였다.
그랬으니 깨지지. 몇 번을 곱씹어도 이별은 필연이었다는 결론이었다. 그게 후회되고 아파도, 휴일이면 수 년 전 일곱살, 여섯살의 신체가 됐을 때 찍은 영상을 돌려보곤 했다. 우리의 유일무이한 교차점이, 이 지경이 되고도 그립도록 따듯해서.
아마, 선배도 그런 심정이시겠지. 그렇게나마 남을 수 있었던 건 감사하다.
하지만, 백 번 천 번을 곱씹어도 과거는 과거. 영상과 사진 없이는, 사이코메트리라도 동원하지 않고는, 잊힐 일만 남은 달콤한 꿈. 거기 취해 현실로 돌아가 봤자 똑같은 상처와 무력감이 반복될 뿐. 그러면서 이번엔 더 깊이 많이 다치겠지, 이제까지 쌓여 왔던 응어리에 새로운 상처가 더해질 테니. 그랬기에 선배의 손이 따스해도, 무릎까지 꿇을 만큼 동요한 모습이 안타까워도, 마주 무릎 꿇음으로써 밀어낼 수밖에 없었다.
" 추억은 힘이 없어요, 선배. 아무리 좋았어도 갈수록 묻힐 뿐이죠. "
설움 가득한 얼굴이 보기 아리다. 이 얼굴에 환한 웃음이 걸렸을 때 얼마나 안심되고 기뻤는지, 수줍은 듯한 미소가 머금어졌을 때 얼마나 설렜는지, 선배는 아실까. 그 모습들이 내 곁에선 다 허상일 뿐이었다는 게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뼈아픈지는?
" 정작 현실의 저는 선배가 힘들어지면 제일 먼저 내리고픈 짐인걸요. " " 스스로를 추스르기도 힘드실 때 짐이 되어서 죄송했어요. 제가 좀 더 믿음직한 사람이었더라면, 선배의 입장을 헤아릴 줄도 아는 사람이었다면 제 걱정까진 않으셨겠지만... 그러질 못했어요. 죄송해요. "
첫사랑엔 해피엔딩이 없다던가? 내 경우엔 딱 들어맞는다. 그래도 글루미엔딩 정도로 끝났으면 좋겠다. 선배가 힘들 때 짐이 아니라 힘이 될 수 있는 분을 언젠가 만나신다면, 그래서 지금처럼 지난날에 연연할 필요 없이 정말로 밝고 안정된 삶을 사시면 그렇게 될지도. 선배의 눈에 눈물이 비친 것도 같았으나, 거기 생각이 미치니 닦아 줄 수가 없었다. 그건 내 몫이 아니다.
" 저완 달리, 편히 기댈 수 있을 만큼 든든하고 좋은 사람 만나시길 바랄게요. "
그 사람이 누구일지 지금은 상상만으로도 부럽지만, 언제가 됐든 선배가 그런 사람을 만나셨을 쯤엔 이 엉망진창인 마음이 조금은 정돈되어 있길. 무력한 과거는 그런 기원과 함께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태오 입장에서 보면 리버티 때문에 계획이 틀어진 것도 그런데 거기에 한결이 추가타를 너무 거하게 날려서 그게 너무 치명적?이라 태오 자신이 스스로 계획을 뒤엎은듯한 기분일거같은 저지르고보니 일이 카오스하게 꼬여가는거 같아 당분간 흘러가는대로 두고 그사이 위안받으려? 서휘를 곁에 두는 것도 같고 라는 적폐가 소르르
서연주 >>691 1회차에는 10만원이었는데 3회차엔 3억으로 불어버리는 매직... 서연이 완전 지능적이야 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은우가 부원들 과보호를 좀 내려놓고 돈도 아낄지 아니면 자기 방식대로의 리터럴리 살신(+전)성인을 해버릴지 귀추가 주목되는걸! 새봄: 저도 비슷하게 계획하고 있는 거 있는데요 새봄: 이다음에 또 은우선배가 혼자 어디 가셨다가 위험에 처하시면 새봄: 진짜로 "기사" 한번 해보려구요~!(싱글벙글) situplay>1597047379>435 situplay>1597047193>290 >>699 으와...ㅜㅜㅜ 뭔가 씁쓸하고 헛헛한데 한편으로는 리얼하게 느껴지네...ㅠㅠㅜㅜ 흔들릴 지언정 무너지지 않게 스스로를 단도리하는 동안 얼마나 마음아팠을지88 티미지만 새봄이도 가장 힘들 건 서형이랑 철형이고, 그래서 >>223 이후로 서형이 꺼리지만 않는다면 힘이 되고 싶어서 만나러 가도 되냐고 연락해볼거 같다는 망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