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시즌에 나를 처음으로 이곳에 데리고 와서 견학시켜준 사람. 나의 담당으로 사바캔부터 마구로 기념, 그리고 시니어 시즌까지 함께했던 트레이너. 시니어 시즌 겨울에 아무런 말도 없이 편지만 남기고 떠나버린 사람. .......나를 이렇게 만든 사람. situplay>1597038191>1 히다이 유우가 situplay>1597038191>2 메이사 프로키온 situplay>1597038191> situplay>1597039238> situplay>1597041174> situplay>1597044204> situplay>1597046156> situplay>1597046776>
"자 소년, 내가 뭐라고 했지?" - ...꼭 말해야 해요? "어." - 요괴르을... 믿지 마라... 언제든... 배신한다아... "그리고?" - 돌변하면 바로 죽여...라. "그렇지." - 근데 저는 메이사 못 죽이는데요. "안 죽이는 거잖아." - 아니 못 죽인다고요. 걔가 돌변하면 저 한입거리거든요? 아저씨 너무 저를 과대평가하는 거 아녜요?!"
카페 27의 사장, 아다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 녀석 말을 지지리도 안 듣는다. 배우는 건 기이할 정도로 빠르고 재능도 출중한데 말대꾸를 씨발 쉬지를 않는다. 남중생 아니랄까봐 쫑알거리고 말꼬리 잡으면서 선생 말 안 듣는 데엔 도가 텄다.
그러나 떠올린다.
- 걔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 그래, 우리랑은 비교가 안 되는 놈이라고. 몇 번이고 환생하면서 음양사 짓을 해온 거물이니까. 지금은 뭔 문제가 있는지 기억을 못해도... 찾기만 하면 그 요괴랑은 혼자서도 맞붙을 수 있어. - 잘못 본 거 아니냐...? - 그 소년의 영체랑 직접 이야기 나누고 확인했으니까 틀림 없어. 그 영체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면.
실력이 보장된 동료의 평가. 거기에 희망을 거는 거다. 이 동네는 어쩌면 올해를 넘기지 못하고 초토화될 수도 있기에. 전력은 늘려둬서 나쁠 게 없었다. 저 소년이 그 독한 대요괴만 제압해도 어쩌면 승산이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니까 짜증을 꾹 눌러담고 의수로 밧줄을 가리켰다.
"이게 있으면 도망은 칠 수 있겠지. 소년에게 필요한 건 각오야, 왕가슴을 앞에 두고 도망칠 각오." - 그딴 각오 필요없어요! 그보다 전부터 O코로텐이라던가 저한테 성희롱 좀 그만하라고 젠장―!!
가리킨 밧줄은 새까맸다. 여우라고 하면 불, 그리고 교활한 2인자에 유부를 좋아하는 이미지지. 그건 일본에 사는 녀석들이 공통적으로 떠올리는, 여러 속성을 통합시킨 여우라는 상징이다. 그리고 그 여우녀석이 여우로 태어난 요괴인 이상 거기에 자유로울 수는 없다.
저 밧줄의 색은 불을 극하는 물의 색을 상징하고, 한 매듭 꼬을 때마다 늑대의 모피털을 한 올씩 넣어 염원과 함께 엉겨넣었다. 완성한 밧줄을 끊어낼 때에는 백면금모구미를 끝장냈다고 전해지는 카즈사노스케의 검과 같은 종류를 썼다. 이 정도면 약간의 시간동안 대요괴를 묶어둘 수 있을 터. 물론, 이 모든 견적은 그 여우 녀석이 이 물건을 모를 때의 이야기였다―
'그런 각오 있겠냐고...'
왕가슴을 앞에 두고 도망칠 각오라니, 사람을 얼마나 하남자로 보는 거야? 물론 내가 운 나쁘게 대요괴한테 코꿰여서 일가족이 하트동공최면 당한 채 함께 등교하고 함께 자고 함께 씻는 생활을 하고 있다지만, 그 정도의 하남자는 아니라고. 뭣보다 함께 씻은 지도 꽤 돼서 이제 메이사 앞에서 태연할 수 있다.
하지만 역시 그 아저씨... 못 미더워. 이 평범해보이는 밧줄이 진짜 메이사를 억누를 수 있단 말인가? 한다면 어떻게 써야 하지? 카우보이처럼 휘두르다가 목에 걸고 당겨야 하나.
'역시 답은 연습 뿐이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훈련을 끝마치고 돌아오자마자 방으로 올라가 메이사에게 기세좋게 외쳤다.
"―나한테 묶여줘야겠어 메이사!"
. . . ...그리고.
"...이, 이렇게 하는 건가...?"
메이사의 허리에 밧줄을 한바퀴 두르고, 쓰레기 봉투 묶듯이 묶었다가 핀잔을 잔뜩 들었다. 폰에 매듭법을 띄워놓고 번갈아보면서 헤매고 있는 게... ...아 젠장, 나 하남자 같아.
훌렁 하는 메이사의 웃옷자락을 가까스로 잡아당겨 저지한다. 예전에는 눈 뜨고 당했을텐데 지금은 눈 질끈 감고 대쉬해서 정확히 옷 아래를 잡고 버틸 수 있게 됐다. 힘의 차이가 느껴지십니까? 매일 대요괴한테 여러모로 이지메 당하다보면 이렇게 된다. "묶을 뿐인데 벗는다니 너 대체 뭔 생각하는 거야!?" "넛, 너 왜 그렇게 응큼해 애가?!" 하는 호통을 잠깐 치고, 다시 건전한 속박 타임에 돌입.
쓰봉묶듯이 묶고, 줄을 당기며 "어때 메이사? 옴짝달싹 못하겠어?" 하는 나에게 성대한 꾸짖을 갈이 들어온다. 아니, 그러니까 아저씨 이딴 썩은 밧줄로 성격 나쁜 대요괴는 못 잡는다니까요. 대체 뭘 그렇게 호언장담한 거야? 나 진짜 OO치 아저씨 못 믿겠어 이러니까.
맨날 나한테 성희롱하는 것도 닉값해서 그런지도 몰라. 으, 모쏠OOOO치라고 생각하니까 속 안 좋다. 그렇게 속으로 매도도 좀 쏟아부었다. 그보다 이 아저씨, 진짜 밧줄 쓰레기장에서 주워온 건 아니겠지? 나한텐 아무 냄새 안 나는데.
...그렇게 찝찝해하며 밧줄에 코를 킁킁대는 틈을 타 메이사가 내 폰을 멋대로 두드려 그런 걸 띄워놨다.
"아― 너 진짜! 교란시키고 성희롱하는 거 그ㅁ... 그보다 내 물건 맘대로 보지 말라고 이 망할 여우가아아아―!!!!"
몰래 샀는데 언제 들킨 거지?! 이래서 같이 사는 건 안 돼, 글렀다고. 아무 말 안 하길래 괜찮은가 싶었는데 이미 들킬 대로 다 들켰나보다. 어쩌면 침대 아래에서 끄집어내져 멋대로 불태웠을지도 모르는 일. 피눈물 난다.
화면을 보면... 온몸을 제압하기 좋은 매듭법이 띄워져있다.
"―――네가 해달라고 한 거다."
내 빨간 책의 원수를 갚겠다, 그 일념으로...!!!!!!! 내가 밧줄과의 사투를 끝냈을 때, 침대 위에는 팔다리가 뒤로 한데 묶이고 전면부는...... ... 그나저나 얌전하네. 분명 중간에 갑갑해애애애 하면서 뿌리치고 창문 바깥으로 나가버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내가 띄워둔 그 묶는 법을 해볼 생각인 것 같다. 헤헤헤, 넘어왔구나 유우가! 네가 보는 그 책에도 있었던 거니까, 분명 이랗게 하고나면 유우가도 못참고 잔뜩 후히히 해버리겠지💕 말로는 엣치치💕하고 놀리면서도 묶기 쉽게 팔을 들거나 다리를 붙이거나 유우가가 시키는대로 하거나 아무튼 협조하는데.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점점 몸에 닿는 밧줄의 면적이 늘면 늘어날수록 기분이.. 뭔가.... 처음엔 '유우가 힘조절 못하는구나💕 귀여워💕'하고 생각했는데, 점점.... 힘조절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 아니 오히려 힘조절은 딱 좋을 정도다. 무시무시한 재능.. 아니, 전생의 기억같은건가? 문제는 이... 뭐지...? 이 밧줄이 문제인가?
뭔가 찜찜한 이 기분이 뭔지 탐색하는 사이에 이미 몸은 꽁꽁 묶였고, 유우가가 발바닥을 슬쩍 간지럽혀왔다.
"꺄앙💕"
일부러 간드러지는 목소리를 내면서 몸을 꿈틀 움직여보려고 하는데... ....어라. 몸이... 어라...? 유, 유우가 너무 세게 묶은 거 아냐? ...어지간한 밧줄은 힘만 주면 툭 끊어지니까, 이번에도 그러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힘을 주지만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유, 유우가... 이거.. 이 밧줄 뭐야?!" "뭐, 뭘로 날 묶은 거야?? 이, 이거 안 풀린다고오?! 윽, 으끄으으윽...!!! 뭐, 뭐야 이거!!"
흡, 끄흡 하면서 아무리 힘을 줘도 풀리질 않는다. 당황스럽다. 이번생의 유우가를 만나고서 이렇게 당황하는 건 처음일 정도로 엄청나게. 꼴사납게 보이겠지만, 어떻게든 몸을 이리저리 꼼질거리면서 유우가를 본다. 이, 이게 뭐냐고 유우가!!
"큭.... 방심했다..." "이거... 평범한 밧줄이 아니구나..... 그 애송이 녀석이냐?? 그자식이 무슨 수작을 부린거ㅇ..아니지, 그, 그녀석에게 넘어간거야 유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