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실은 섞여보고 싶었다. 아니, 섞이지 않아도 좋았다. 남들이 근본부터 다르다며 손가락질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단지 단 하루라도 저 틈에서, 불안함 하나 없이 나도 남들과 다를 것 없다 생각하며 마음을 놓고 싶었다. 안온한 일상을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혹여 내가 일을 벌일까 안절부절못하는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조금만 다른 모습을 보여도 규범을 들이미는 것이 아니라, 실로 가여운 것을 보는 듯한 눈으로 약을 건네주는 것이 아니라, 이상한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에 떠는 것이 아니라.
단 하루만이라도 편해지고 싶었다.
원치 않았다. 듣지 않고 싶었다. 위로라도 받고 싶었다. 누군가의 품에 안겨 다 괜찮다고 듣고 싶었다. 이상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부드럽게 어깨라도 토닥였더라면…….
태오는 자신의 뺨을 더듬었다. 보드라운 살갗과 목 주변에서 살랑거리는 앵화색 머리카락이 어여쁘다. 조그마한 손은 길쭉하니 올곧은 손가락을 가지고 있고, 고양이를 닮은 듯, 그리고 뱀을 닮은 듯 길게 올라간 눈꼬리가 새침하다. 태오는 거울에 비친 조그마한 자신의 몸을 보았다. 옷이라고는 모조리 헐렁해져선, 그나마 질질 끌리는 화려한 도포로 간신히 몸을 덮어 가리고 피백으로 허리를 묶어 고정한 것이 꼭 동양 판타지에서 니오는 영물 같았다. 어떠한 표정도 없이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던 태오는 비녀를 역수로 쥐었다.
그렇지만 이런 방식으로 바란 적은 없다. 하교 후 잠들었다 깨니 변한 모습이 우습다. 다시금 느껴보라 기회를 주지만 이미 늦었다. 이미 다 내버리고 어여쁜 장식처럼 매달아 더는 쓸모가 없는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도 편해질 수 없음을 알고, 섞여봤자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임을 알아 내려놓았거늘 지금 기회를 주어봤자 당최 무슨 소용인가?
처참한 파열음과 함께 거울이 산산조각이 났다. 우수수 쏟아지는 유리 조각을 멀거니 내려다 보던 태오는 아무렇지 않게 몸을 돌려 걸었다. 거울 조각이 발바닥에 박혀 조그마한 붉은 족적을 남기고, 긴 옷에 쓸려 짤그락대는 소리를 냈다. 사슬에 얽매인 뱀이 기어가듯 스산한 소리였다.
드디어 연구원이 사이코메트리를 필요로 하는 상담 센터를 찾아냈다!! 조건에 맞는 델 찾느라 얼마나 고생한 줄 아냐고 생색 잔뜩 내기에 적당히 응대하고 센터로 향했다. 센터에서 도입하려는 건 내담자가 자기 고민을 생각하며 손을 댔을 때 그 고민을 분석해 주는 장치란다. 사이코메트리를 접목한 기술로 내담자의 고민을 포착한 뒤, 유사한 상담 사례를 추려서 맞춤형 상담 방식을 찾도록 하는 게 목표라나? 좋은 방법이라고 고개를 끄덕이는데 센터장님이 뜻밖의 이야기를 던지시더라. 그런 장치를 완성해도 상담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단다. 인첨공 특성상 내담자 중에는 능력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은데, 그 사람들이 가장 바라는 능력 성장은 상담을 받는다고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거다. 상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는 내담자가 고통스럽더라도 현실을 수용하며 스스로와 화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그래서 샹그릴라 문제가 한창 불거졌을 땐 상담이 마약보다 못한 거 같다는 자괴감도 적잖이 느꼈고, 내담자의 심정을 보다 정확히 포착하면 효과가 있을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커리큘럼을 신청한 거란다. 그런 하소연을 듣고 나니 어쩐지 책임감이 생겨 전력으로 사이코메트리를 사용했고,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협조하기로 했지만, 커리큘럼을 마치고 돌아가는 돌아가는 길은 어쩐지 멀게 느껴졌다. 마약만도 못한 상담이라...그런 결말이 나진 않았으면 좋겠다.
"하하, 흔들리지 않을 거라더니. 스스로의 속내는 그리도 사람이고 싶었노라 곱씹고 있군요..." "연구원을 죽여놓고, 사람이고 싶다라." "높으신 분들의 의중대로 잘 살아주어 고마워요, 전쟁병기가 있어 기쁘군요." "..." "그런데, 그건 알고 있나요?" "그렇게 굴면 널 누구도 위로해주지 않아요... 네 동료들이 너를 위로해줄 것 같나요? 오... 아닐 걸. 당신과 같은 생각으로만 이루어진 존재들인데, 자기들 살 일만 급급하지 네 사정 따위 알 필요가 무엇 있나요. 적당히 고개 두어 번 끄덕이면 넘어올 텐데." "어찌 확신할까요, 그렇지요..." "내가 그 속을 들었거든..."
대분류: 인투이티브 앱티튜드(Intuitive Aptitude) 소분류(특화능력): 킬러 인스팅트(Killer Instinct) 개요: 데인저 센스의 역방향으로 커리큘럼이 진행될 경우 개발되는 능력. 분석을 시작하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조합해 어떻게 해서 저 상대를 해치울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궁지에 몰아 죽일 수 있을까가 머릿속으로 저절로 계산된다는 얘기. 심리적으로 약한 사람이 이 능력을 개발하면 위험하므로, 해당 능력을 가진 능력자들은 주기적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한다. 꼭 사람이 아니라 사물을 박살내는 방향으로도 작동한다. 어디까지나 시뮬레이션이기 때문에 실제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신체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몰아치는 윤슬을 성운은 멀거니 보고 섰다. 무어라 말을 하려 하지도 않고, 무어라 간섭하려 하지도 않는다. 알기 때문이다. 서로 함께 데 마레에서 보내온 시간은, 자기 자신이 무슨 수를 써서도 쫓아갈 수가 없다는- 아니, 쫓아가려고 들 자격마저도 없다는 사실을.
그래서 성운은 자리를 뜨고자 했다. 그들에게 시간을 내어주고자 했다. 연분홍 꽃잎같은 비늘이 내려앉은 자리에, 떠돌이별이라고 불러주기도 민망한 조그만 좀생이별 하나가 비칠 자리는 없으니까. 그러나 그때, 태오의 목소리가 날아와 성운을 그 자리에 못박아버린다.
성운은 가만히 태오를 올려다보았다. 멀거니, 가만히. 그러다가 조심스레 입을 연다.
“태오 선배······ 당신도, 위험한 목적지를 정했군요.”
그러면서, 성운의 입가에 서서히 웃음이 피어난다. 아주 골계로운 것을 보았다는, 그런 웃음이다.
“당신, 혜우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외면하고 계시네요.”
성운은 잠깐 태오가 자신에게 한 말을 한번 더 되뇌어보다, 결국 나직하게 까르르, 웃어버리고 만다.
“당신을 위해서 혜우가 지옥으로 들어가려는 걸··· 내가··· 막는다니. 선배님. 농담이 너무 고약하세요.”
그리고 성운의 얼굴 위에 드리워있던 웃음은, 쓰라린 색을 띄어버리고 만다. 내가 있는 평온한 일상과 당신이 있는 지옥, 둘 중의 하나밖에 고를 수 없다고 하면 망설임없이 후자를 고를 사람이 천혜우인 것을. 당신은 그다지도 당신이 혜우에게 갖는 의미를 외면하는가.
“마음을 읽을 줄은 알면서 이해할 줄은 모르는 사람. 사람을 지옥에서 구할 수도 있는 동앗줄로 당신의 목을 졸라매고 있는 사람. 가엾은 사람. 불쌍한 사람이에요, 당신.”
성운은 웃었다. 그리고 결국 그것도, 다 내 탓으로부터 시작된 일인 것을. 아비의 손에 흥건히 묻은 태오의 피가 그 아들에게까지 흐르고 있었다. 성운은 눈을 감았다가, 차근히 말을 이어갔다.
“태오 선배는 항상 선배가 다른 이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외면하고 있네요. 당신이 스트레인지 어딘가로 사라진다면, 쟤는 결국 당신을 찾아 사망의 골짜기까지로라도 내려갈 아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세요.”
내가 저 아이에게 그럴 수 있듯이. 성운의 말은 한 마디 한 마디가 진심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혜우를 붙드는 게 아니라 혜우의 옆에 있어주는 것뿐이에요. 말해둘게요. 혹여나 그 날이 오거든··· 나는 혜우를 차마 말리지 못할 거라는 걸. 그저 당신을 찾아온 혜우 옆에 있을 거라는 걸. 그때는 저지먼트가 아니라··· 한낱 사람으로서 그 옆에 있겠지요.”
태오를 바라보는 성운의 눈은, 더 이상 형용할 수 없는 색이 아니라 알리움 색으로 곱게 피어 있었다.
"화를 잘 안낸다고 내가 착한 사람으로 보이나 본데 화를 잘 안내는 거지 화를 못내는 게 아니라는 걸 왜 모를까. **. 사람이 착하게 웃고 있으니까 끝까지 우습지?" "시끄러워. 안그래도 능력 때문에 두통약을 비타민처럼 씹어먹고 있으니까 소리지르지마. 아파서 그래? 괜찮아. 사람은 뇌가 흔들리고 고막이 터지고 근육이 좀 찢어진다고 해서 쉽게 안죽어. 버텨, 그걸로 안죽어."
>>223 와이거너무좋은 이거 만약 태오가 옆에서 보고있는거면 살짝 어깨 두드리면서 너 지금 야차가면 튀어나왔다고 알려줘도 좋을 거 같고 리라가 ?? 어라 하면서 이거저거 찾아다니는 것도 좋고(멈추지 않는 정보캐기 본능) 랑이가 미심쩍어하다가 멀지 않은 미래에 동일인인거 알게 돼도 재밌을거 같고 😏😏
된다구 그럼해야지(팔걷어붙여!)
>>224 "양심"
>>225 이사람 얼마나 안좋았던 것인가 🥺 우우 안아프고 맛난것만 먹고 살아야 하는데 혜우우
>>236 어느쪽 루트를 가도 아주 맛있는 전개겠구나. (츄릅) 금이가 보고 나중에 캐물어서 이혜성이 고해바치는 것도 재밌겠다. 히히히... 히히히. 망상이 멈추지 않는 소문 퍼지면 일단 나리측에서 넌지시 경고 같은 거 던져줄 것 같지 (흠) 대신 무리하지 말라. 필요한 정보는 대충 썰풀이 식으로 넘겨줄테니까
"하나는 제대로 알고 있군요. 지나친 관심이 독이 되는 것을 알고 있으니 특히 더 마음에 들어 하시는 듯하지요."
했을 듯... 다른 얼간이들은 좋다고 하는데 너는 일단 나리가 찍은 이유가 그거 부터야... 하는거지 흐흐히
나 진짜 미쳐 답안지 비유에 먐미 죽다. 태오 그 말 듣자마자 깔깔 웃더니 소파로 꽉 밀리면 얼씨구? 싶은 표정으로 느릿하게 고개 올려 쳐다보는데 혜성이 그림자 때문에 눈만 드러나는 듯 어둡게 가려지면 좋겠당... 막
"후회하지 않길 바라. 우리의 가르침이 네게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모르겠다마는 행운을 빌어요."
하겠지... 이렇게 빛과 어둠 대비되는 거 너무 좋자너... 와중에 라바나는 .oO(우효 미인이 둘.) 이런 생각 하고 있을 것 같구🤔
아마 태오가 혜성이 나가기 전에 눈 느릿하게 굴리다가 "저기." 하고 부르더니
"부장은 고사하고 네 연인한테 들키지 마. 너 나랑 일하는 거 들키면 그쪽 억장 무너지는 거라서."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
>>169 이거는 내가 대사로만 이어보겟다잉...
"잠깐…… 시간을 내어주지 않을래요. 단 둘이서 할 이야기가 있는지라."
"……그래요, 위험한 목적지. 남들이 보기엔 그렇겠지만 내겐 가장 안락한 고향으로 돌아가는 일이랍니다…. 내게 가장 위험한 목적지는 여기였어요."
"……."
"이해하면 가치를 매긴 것의 순위가 달라지나." "내가 읽을 줄 안다 해서 이해할 이유가 어디에 있죠." "성운아, 나는 말이에요…… 읽고 싶은 적…… 한 번도 없었어요. 단 한 번도. 난 이런 능력을 바란 적이 없어. 그런 걸로…… 지옥에서 구할 수도 있는 동앗줄이라며 덜컥 쥐여놓는데 그게 남의 지옥을 구하는 건지 내 지옥을 구하는 건지 너희가 어떻게 알아."
"그 아이는 내려가지 않아." "외면한 것도 아니야. 소중할 리가 없잖니? 그건 역린이 될 뿐이에요…… 타인에게 역린이 되는 꼴을 보일 수는 없지. 나는…… 그저 하나 스쳐가는 것일 뿐이에요. 그 아이는 내려가지 않아……."
"……."
아마 여기에서 어깨 위에 손 고이 얹고 허리 숙여서 속삭이지 않을까
"이미 지장 찍었어. 계약 조건은 이번 겨울까지 목화고 저지먼트로 남을것." "자의였고, 내 판단이었단다." "나는 여전히 2학구가 끔찍하게 싫다. 연관된 모든 것이 싫어. 그렇지만 그 산물인 너를 호오의 균형이 맞지 않는들 미워하지는 않기로 했단다. 하여 너와 네 연인을 최대한 이곳에 남게끔 도우고자 한 것을 두고."
"불쌍한 사람이라 판단하지 마..."
"네 잘못 또한 아니랍니다..." "나의... 판단이지요." "……나는 이쪽에서 일하는 것이 천성임을 느꼈으니 이제는 오히려, 그쪽 아버지에게 감사하고도 있어..." "이는 목하 내 선언하니... 와위 일절 없답니다."
작게 숨죽인 금의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깍지 끼려는 당신의 손가락을 금은 순순히 받아들였으니, 무릎 위에 올려진 깍지 낀 두 손의 무게감을 더욱 선명하게 느낀다. 금은 영화를 보는 동안에도 당신의 얼굴을 자주 쳐다본다. 틀어지고 있는 영화보다, 영화에 빠져있는 당신의 얼굴에 시선이 더 가는 것이었으니. 영화를 감상하고 있을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금은 궁금해한다. 그리고 영화 속 주인공들의 관계가 눈에 띄게 변할 때마다, 우리 둘도 그렇게 될까 생각하게 된다. 우리에게도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는 믿음, 자연스럽게 공유 되는 일상과 추억 같은 것들이. 서로에게 향하는 사랑의 증거가 될 장면이 있을까. 대본에도 없는 우리 관계의 끝이 어떻게 될지. 그때 당신에게 했던 그 약속을 이루는 장면으로 남을 수 있을까. 비극적으로 끝나지 않고, 지금 보고 있을 로맨스 영화와 같은 장면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불균형적인 관계를 생각하던 때, 어느덧 영화 속 장면은 그토록 놀랍게도 가까이서 서로를 스쳐갔지만, 아직 서로를 의식하지 못했던 첫 장면의 그 장소에서 금발의 여주인공과 남자 주인공이 서로 입 맞추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언니."
남들에게 방해 되지 않을 작은 소리로 금은 당신을 부른다. 그리고서 다른 손을 들어 당신의 턱을 손으로 쓸어 올리려 한다. 그 손길은 마치 예술가가 턱 선을 그리듯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당신이 어떤 표정으로 금을 보았던, 어두운 조명 아래 금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금은 당신에게 서서히 거리를 좁히며, 숨소리가 가까울 정도로 다가온다. 서로의 눈을 마주하는 그 순간에 금은 혜성에게 입 맞춘다. 사랑의 이야기는 스크린 안에만 있지 않을 것이었고, 대본이 없더라도 우리를 찍을 필름은 충분할 것이었다.
능력이 성장할 때마다 불안정해지는 징조가 있었는데 최근 그 징조가 서서히 보이고 있다고. 조만간 성장할 것이란 증거이니 기쁜 일인 동시에 어쩌면, 그 순간마다 내 앞날을 선택한 것일지 모른다고. 그러니 조심하라고.
그런 얘길 들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런 일을 겪는걸까.
알았다 한들 피했을 리도 없지만.
"......"
아침에 눈을 뜨니 천장이 평소보다 높았다. 갓 깬 직후라 착각인 줄 알았는데, 위화감은 그 뿐 만이 아니었다.
푹신하고 편안하게 느껴져야 할 잠자리가 너무 크고 낯설었다. 방 안의 공기가 새삼 싸하게 코를 찔렀다.
최근 바꾼 방향제의 향이, 이렇게 독한 거였나?
그 단 한 줄의 생각을 하는데 체감상 10분은 걸린 듯 했다. 그마저도 내 생각이 아닌 듯 낯설게 느껴졌다. 눈을 깜빡이는 것도, 몸을 일으키는 것도, 숨을 쉬는 것도.
모든게, 낯선 세상이었다. 낯설게 느껴지는 세상이었다.
"......"
폰 하나조차 두 손으로 들어야 할 만큼 작은 손이었다.
침대 머리맡의 폰을 가져와 톡톡 번호를 눌렀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신호음이 몇 번 가고 달칵, 하며 상대방이 받았다.
[...여보세요...]
아직 잠에 취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어쩐지 조금, 소름끼쳤다. 그리고 또 하나 중대한 사실을 깨달았다. 목소리가 안 나온다는 것.
[뭐야... 아침부터... 또 사고쳤냐...?]
수화기 너머에선 계속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가만히 있으니 곧 에휴, 하는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기다려... 갈 테니까...]
뚝, 끊긴 폰 화면을 물끄러미 보다가 이불 속에 웅크렸다. 평소에도 킹 사이즈는 크다고 생각했지만, 오늘은 유난히 더 크게 느껴졌다.
그로부터 한시간쯤 지나 현관 덜컹이는 소리가 들렸다. 저벅저벅, 성인 남성의 발소리가 방으로 다가와 문을 연 순간, 문 특유의 덜컹거림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역시나 비명도 못 내고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눈만 내밀고 있으니 낯설면서도 낯익은 그- 유준이 다가와 들여다봤다.
"...뭐야 이게. 애가 됐잖아? 얼레, 머리랑 눈은 또 왜 이래?"
다소 조심성 없이 이불을 들추고 머리카락을 만지며 중얼거리던 그는 이내 뭔가 떠올린 듯, 한숨을 쉬며 저벅저벅 걸어 어디론가로 갔다. 멀리 간 건 아니고, 방에 있는 붙박이장으로 가서 제일 큰 담요를 꺼냈다. 푹신하고 부드러운 양모 담요를 가져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선 손짓했다.
"나와. 연구소 가자."
그가 무릎 위에 펼친 담요를 보고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그리고 이불 속에서 얼마간 꼼지락거리다가, 느릿느릿 기어서 그 무릎 위로 갔다. 제대로 올라간 것도 아니고 털퍽, 엎어진 등 위로 담요가 침낭마냥 둘러졌다. 곧 담요 끄트머리가 내 정수리를 덮고, 다시금 찾아온 어둠에 눈을 감았다.
일어났을 때 느꼈던 건 지독한 위화감이었다. 좌우로 고개를 돌려도, 주변의 모든 것이 높아보인다. 침대맡을 더듬거려서 찾은 핸드폰이 유난히 무겁고 크다. 그 전에 잠옷 겸 실내복으로 입는 옷 자체가 치렁치렁하게 길어 손 하나 빼내려면 온갖 애를 써야했다. 겨우 뺀 손으로 핸드폰 전화번호부를 뒤지다가 문득 얼굴을 싸쥐었다.
이럴 때 연락할 사람이, 이렇게 없었나. 여물지 않은 조그마한 손이 결국 제 담당 연구원의 번호를 누른 건 당연한 결과였다. 조졌네 진짜. 생각이 머리에 스쳤다.
"능력을 사용하는데 문제는 없고, 신체에도 썩 문제점이 보이지 않는다. 근데 너 말고 다른 애들도 비슷한 것 같더라. 학교 전체가 발칵 뒤집혔어." "궁금한게 있는데.." "말해봐라. 듣고 대답해줄지 판단할게."
왜 애 옷을 들고 다녀요? 소매를 둘둘 말아올린 품이 큰 웃옷 밑단을 잡아 당기며 혜성은 담당 연구원에게 물음을 던졌다. 바람이 차오른 혜성의 뺨을 담당 연구원이 한손으로 잡고 누르니 찼던 바람이 빠지며 므읏- 하는 해괴한 소리가 혜성에게서 튀어나온다.
[이런 모습은 괜찮지요?] [기분 나쁘기는 하지만. 놀랍도록 안정적인 기분이에요] 수경은 가만히 앉혀진 채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정말로 귀엽네요~ 하지만 영향이 없었다는 건 제법 놀라워요.. 그래도 학교는 가야 할까요? 간단한 병가를 내기 위해 케이스가 살금살금 갔지만 다 어려진 모습을 보고 다시 돌아왔을지도요.
-다 어려져있던데요! 가도 될걸요! "글쎄. 섬이 아니라 바다에 흔들리기에 갈 수 있겠니...?" "상태도... 커리큘럼이 덜 된 상태이고. 어쩔 수 없지. 커리큘럼을 한번 하는 수 밖에.." 어린 당신에게 그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커리큘럼을 가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인식범위의 확장을 위해서였을까요? 물론 연지에서는 하지 않았을 거지만요.
성운이한테 짬때린다 < 이걸로 받아들일 수도 있거니와 혿야 보고 그렇게 보인다면 사과할게...🥺 그런데 내가 오너적 관점으로 변명하면 성운이가 혜우 앤캐라서 조금이라도 더 '잘 부탁해' 서사 챙겨주고 싶어서 그런거였지 짬때리려는 의도 아니었어 진짜... 아 왜... 있잖아 소라게 짤로 퇴장해주는 그거... 진짜 그거... 아 진짜.....
캐적으로도 자기도 안 되는 거 아니까 성운이에게 짬때린다 < 그 의도 아니었음 진짜 아니었음..... 성운이가 갠이벤 때 혜우를 적극적으로 구했고, 거기에서 태오가 구하려 뛰다 성운이 보고 천천히 멈추고 자리 떠나버린 묘사를 기점으로 '이제 내가 없어도 혜우는 잘 있겠구나 쟤랑 있으면 행복할 테고 저 두 사람이 쭉 행복하면 좋겠다'를 판단하고 '그 암부 녀석들이 두 사람을 다시 노리면 어쩌지'하는 마음으로 자진해서 지장 찍은거지 이 레전드 회피형이 짬때린다 < 있을 수 없음 소통의 부재+오너의 오지랖으로 벌어진 문제였던 것 같아
그리고 있잖아... 개인적으로... 성운이가 서사 메인이라 생각해...🥺 난 성운이가 늘 메인이면 좋겠구 실제로도 그렇게 보고 있다구... 항상 1호 보면서 음. 마히다. 하고 있다구...🥺🥺🥺🥺🥺 알아서 할 수 있는데 오지랖 부려서 미안하구 만약 성운주가 넘 힘들면 없던 걸로 해주라
그런데 진짜 그 의도 아니었어 늘 말하지만 진짜로 성운주 잘못 단 하나도 없으니까 미안하다고 안 해도 좋구 그냥 내가 예민한 거라 그래 최근 한달 간 보았듯이 잠 식사 일 균형 하나도 안 맞아서 더 삐쭉해진 거니까... '얘 또 히스테리 부리네 줘패야만'으로 받아들여줘...🥺 아니 그런데 이러면 균형 안 맞는다고 성운주 갈구는 사람 되는 거잖아 그거 진짜 그런 의도 아니에요..... 진짜 아니야 나 악독하지만 사람 착하려고 노력해.... 아니근데이러면악독한사람이결국또갈군다이렇게되는 우우우🥺
안녕했냥, 제군들. 오랜만에 찡찡이 타임이다. 잘 지냈는가? 나는 그새 조금 더 크고 튼튼해져서 안정적으로 이 집의 먹이사슬 꼭대기를 차지했다냥. 중간에 집을 습격한 귀 쫑긋 솜덩어리들이 있긴 했지만, 이제 다 쫓아냈으니 아무도 나를 막을 수 없다냥. 내 구역은 평화롭다냥!
...그랬어야 했는데! 이건 또 뭐냐아아아앙!!!!!!!!
자고 일어났더니 캔따개는 어디 가고 웬 쥐콩이 나타났다냥!!!!!!!!!!
"우와아아아아..." "우우우우우우..."
희비가 엇갈리는 소리가 집 안을 채웠다. 찡찡이는 꼬리를 좌우로 살랑거리며 식빵을 굽고 앉아 거울 앞에서 제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는 조그맣고 까만 뒤통수를 응시한다. 작은 키, 작은 손발, 새까만 머리카락... 도대체 넌 누구냥. 갑작스러운 등장이 당혹스러움과는 별개로 어린애라서 쫓아낼 수도 없으니 난감하게 됐다.
호박색과 검정색의 동그란 눈동자들이 마주친다. 찡찡이는 놀란 눈으로 바짝 다가와 앉은 정체불명의 쥐콩을 응시했다. 뭐, 뭐 어쩌라고냥...... 근데 어째 캔따개를 좀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저 반짝거리는 눈이나, 머리카락이랑 손에서 나는 냄새가 너무나도 비슷하다. 아니 똑같다. 마치 동일인처럼.
호박색 눈이 가늘어진다. 설마...
"......애앵..."(......캔따개...?) "와. 찡찡이도 평소보다 커진 거 같아! 히히, 귀엽따." "오오오옹."(대체 뭔 짓을 하고 다니면 자꾸 이상하게 변하는 거냥.) "응? 시간? 그르네, 이제 학교 갈 시간 되긴 했네. 으으음~ 근데 이 상태로 학교... 어쩌지, 옷이..." "우오오옹..."(난 그런 말 한 적 없다냥... 그보다 그 꼴로 학교를 가겠다는 거냥...)
마음대로 해석해 듣는 걸 보면 캔따개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찡찡이는 스케치북을 들고 와 펼쳐놓고 고민하는 쥐콩을 찬찬히 훑었다. 윤기 나는 까맣고 긴 머리카락, 긴 속눈썹에 크고 반짝반짝한 검은 눈, 꼬맹이 주제에 캔따개와 똑 닮은 이목구비, 말랑해 보이는 뽀얀 볼...
"아!"
고민도 잠시, 쥐콩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는 듯 종이 위에 무언가를 슥슥 그려나갔다. 어쩐지 평소보다 제대로 그려지지 않아 약간 애를 먹는 듯했지만, 그래도 결국엔 뭔가를 완성해 실체화 시킨다. 이런 걸 보면 역시 캔따개가 맞는 것 같은데.
이변을 눈치챈 것은, 침대에서 내려와 발을 딛었을 때 였다. 뭔가 몸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아무래도 작아져있다니. 원래도 그렇게 큰 키는 아니었지만... 더 작아지니 기분이 별로 좋지는 않았다. 내려와서 거울을 보니 어이고야. 생각보다 상황은 심각했다. 그냥 몸이 작아진게 아니라 완전히 어려졌다. 별로 생각나고 싶지는 않았던 어린시절이 머릿속에 떠오르며 한숨이 쉬어진다. 검은 눈. 그래. 원래 그의 눈은 검었더랬지. 점점 커가면서, 그의 말마따나 머리가 하얗게 새는 것 처럼. 어린 그에겐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가 그의 눈마저 하얗게 만들어버린걸지도 모르겠다.
" 다 써러버이고싶따. "
이런 젠장! 발음이 샌다! 아무리 겉모습이 어려졌다곤 해도 이건 아니지! 동월은 짧아진 혀를 어떻게든 늘려보이겠다는 듯, 거울 앞에서 아이우에오를 열심히 발음한다. 그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동월은 여느때와 같이 밖으로 나갔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원래 들고다니던 칼이 상당히 무거웠다는 점일까. 바닥에 칼을 질질 끌며 어거지로 밖으로 나간 동월은(그냥 칼을 두고 가는게 좋았을지도 모르지만) 어떻게든 칼을 들어보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 익... 이이익...... "
6살짜리의 힘으로는 길고 무거운 장검을 들기가 꽤나 버거웠지만... 어떤게든 힘을 낸 동월이 칼을 일자로 드는 것에 성공했다! 양 손으로 칼자루를 잡고 머리 위로 곧에 들어올린 것에 불과했지만, 아무튼 든건 든거다.
" 어, 어아...? "
하지만 그것도 잠시. 높게 들어올려진 칼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몸이 앞으로 쏠린다. 당연하게도 칼을 놓지 못한 동월은 그대로 앞으로 쏠렸고...
" 와악, "
철푸덕! 써겅!!!
귀엽게 넘어지는 소리와, 귀엽지 못한 썰리는 소리. 넘어지면서 무의식적으로 능력을 발현한 동월의 칼이, 눈앞에 보이는 ATM기를 정확하게 반으로 갈라버렸다.
위용위용!
슬프게도 ATM의 알람 장치는 썰리지 않았고, 반으로 갈라진 ATM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비상 알람이 미친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 ..... "
동월은 자신도 여기서 울고 있는게 경찰에게 잡혀가지 않는 방법일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옷 크기 줄여드려여! 한 벌에 오천언!!" "안대! 너무 비싸자나!" "...그럼 삼처넌!!!"
줄어든 옷을 입고 어떻게든 학교에 왔더니 거의 모든 학생들이 어려져 있었다. 게다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학생들이 대다수였고.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이 축소축소 빔 레이저건이 필요할 때다! 그렇게 생각한 리라는 가판대를 그려내 세워두고 교문 근처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시작도 전에 5000원이 3000원으로 깎여버리긴 했지만.
"삼처넌도 비싸!" "아! 채영이 언니는 돈도 많으면서 구래! 그리고 이미 맞는 옷 입었자나! 언닌 필요 없자나요! 가!" "원래 있는 놈이 더하다는 말 모르냐? 암튼 깎아! 누가 3000원이나 내고 줄여달라 하겠냐고! 질질 끌고 다니구 말지!" "이익."
이거 영업방해야!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리라는 가판대의 숫자에 줄을 그어 지운 뒤 새롭게 썼다. 1000원.
어릴 적, 수박 먹는 날은 꿀꿀한 날이었다. 숟가락으로 먹어도 과즙 조금에 건더기와 씨 몇 알 푸는 게 고작이었고, 썰어 먹어도 한 조각으로 땡이었다. 더 먹어 보겠다고 기를 쓴 적이 없진 않았으나 소용없었다. 기를 쓰고 달려들기는 보육원 형제자매들도 마찬가지였기에. 그래서 언제부턴가 세상 싫은 것들은 모조리 수박에 갖다붙였다. 그랬더니 수박 먹는 날이 차츰 편해졌다.
" 아 쫌!!!!!!!!!! "
어린애 목소리? 서연은 제대로 못 뜬 눈을 비볐다. 입에 물었던 헝겊이 또 빠졌나 본데, 이게 이렇게 큼직했던가? 그러고 보니 베개도 꽤 높아졌고, 옷도 이상하리만치 길고 헐렁하다. 불편해. 겨우겨우 일어났더니 방이랑 방 안의 기물도 거대해져 있다. 서연의 침대와 룸메의 침대 간 간격도 훌쩍 넓어졌고. 그 사이에 떨어진 베개는 원래라면 서연의 머리에 날아왔을 법한데...
" ??!!??!! "
룸메의 침대로 시선을 돌리자마자 기함을 했다. 룸메는 간데없고 룸메랑 닮은 어린애가 있...??
헐. 헐. 진짜 헐이다. 룸메도 나도 6살 어린애가 됐다. 다행히 머릿속은 그대로인 거 같다만.
" 야, 우리 어쩌냐? 학교는? 나 알바도 가야 되는데. "
-" 지금 그게 문제냐?? 당장 입을 옷도 없구만!! "
그렇지. 18살에게 딱 맞는 옷이 6살에게 맞을 리가 없다 보니, 겉옷이고 속옷이고 죄다 줄줄 흘러서 강제 나체 쇼 직전이다. 수박! 어쩐지 꿈자리부터 찜찜하더라니. 또 흘러내리려는 옷자락을 바짝 움키며 머리를 굴리는데, 폰이 울렸다. 옷을 잡고 있어야 하니 한 손밖에 못 쓰는데, 폰도 6살짜리의 한 손으로는 조작이 쉽지 않다. 망할.
그래도 확인한 보람(???)은 있었다고 해야 할까? 영희도 어려졌단다. 단체로 다 어려졌나? 무슨 일이야? 서연은 옷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룸메에게로 가...려고 했으나, 침대에서 내려오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몸이 작아지니 뛰어내려야 되네;;; 착지한 순간 옷자락을 밟는 바람에 넘어질 뻔했다. 그러고서 룸메에게로 가려니, 저거 올라가는 거까진 귀찮다.
" 야, 내려와 봐. "
-" 왜? "
" 너한테 사이코메트리 쓰면 뭔 일인지 알까 해서. 내 몸에 손대는 걸론 발동 안 돼. "
그렇게 확인해 본 결과 우리 학교 전체가 웬 레이저 빔에 피폭됐는데, 그게 어려진 원인인 듯하다. 다행히 효과는 일주일 정도인 모양이고.
" ...그렇대. "
알아낸 사실을 영희에게도 톡으로 보냈다.
[ 여기도 그래 ]> 김서연 [ 웬 미친 수박이 여따 쏜 레이저 때문인 듯 ]> 김서연 [ 일주일 정도는 이 상태로 존버 타야 할 거 같아 ]> 김서연
>>396 적어도 혜우 서사에 있어서 태오주와 태오의 서사가 방해 혹은 스트레스 였던 적은 없다 되려 희야와 태오 덕에 혜우의 캐릭터성이 다채로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되었지 선관 맺고 썰 주고받고 해온 모든 과정에 단 1의 불편함도 불만도 없었다고 맹세할게 조문 잘 다녀오고, 현생 잘 추스리고, 비늘 반질반질하게 윤기 살려서 돌아와 기다릴게
서사 관련으로는 굳이 말 안 얹을게. 난 당사자들도 아니고 하니... 그치만 제 3자 관점에서 본 감상을 굳이 덧붙이자면 나는 태오주가 다른 사람들 서사 사이에서 민폐라거나 불청객이라고 느낀 적 한번도 없어. 그러니까 너무 자기 미워하는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다. 그게 쉬운 건 아닐테지만, 그래도 노력은 해보는거야!! 태오주는 다정한 사람이니까 당장 마음 안 좋은 지금은 몰라도 약간 안정된 후에는 스스로에게도 그 다정함을 쏟아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현생은 요즘 심해보이긴 했는데 진짜 엄청 심각했네 지금 어장이 문제가 아닌데 이거? 아무 걱정 하지 말고 그냥 푹 쉬고 와. 오늘 조문 다녀와야 한다고 하는 거 보면 그것도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여유 될 때마다 눈 붙이고 액체류라도 야금야금 챙겨먹고!
스트레스로 체중 줄어드는 거 별로 좋지 않은 조짐인 거 아니까 더 걱정이네🥺🥺 일단 태오주 말대로 며칠간은 다른 거 신경쓰지 말고 그냥 태오주 건강만 생각하며 푹 쉬어. 이런거 저런거 중요하다지만 정작 그걸 하는 본인이 안 좋으면 다 무슨 소용이겠어... 다 아는 말일 테니까 너무 길게 얘긴 안 할게. 그래두 응 너무신경쓰지말고🫳🫳
다른 사람들 다른 일에 너무 신경쓰지 말고 푹 쉬고 돌아오자. 태오주랑 태오는 모카고의 (당나라)미인입니다 휴먼. 당신이 없는 모카고. 상상하고 싶지 않다.<<압박주는거x 뭔소린지 알지? 살앙행.
서사에 대한 문제는... 불가피했습니다. 평온한 삶을 살고 싶어하는 성운과, 스트레인지의 지옥도가 자신의 고향이라 여기는 태오. 그 두 사람 모두와 함께하고 싶어하는 혜우. 더군다나 태오의 그런 태도는 성운의 아버지가 만든 것이고, 태오는 그럼에도 성운과 혜우가 자신과 달리 양지에서 살기를 바라고 있고. 톱니바퀴 세 개가 맞물려서 돌아가려고 한 당연한 결과네요. 이것은 온전히... 매운 것을 못 먹는 성운주의 탓이니, 차마 같이 떨어져주지 못한 성운주의 탓이니 제 고집을 탓해주세요.
썰 반응은... 감히 말하지만 당신도 함께 가기를 바랐다며 눈물흘리는 성운이를 써왔긴 한데... 태오주께서 마음이 홀가분해지시거든, 그리고 그때가 되어 태오주께서 원하시거든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태오주가 너무 고민하고 스트레스 받고 있었네. 우선, 너무 자책하지 마. 자신을 탓하지 않아도 돼. 지금 현재 놓인 문제를 직시하고 노력하고 있는 태오주가 중요한 거야. 그리고 힘들 때마다 이렇게 참치들이랑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눠줘. 우리는 언제나 태오주를 이해할 수 있으니깐. 끙끙 앓다가는 태오주만 더 힘들어져서 그래.
오지랖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최대한 건강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어. 맛있는 것도 꾸준히 먹고 말이야. 우울하고 지칠 때면 잠시 바깥을 천천히 뛰어다니는 것도 좋아. 자신을 위로하고, 너무 급한 마음 가지지 말고 천천히 일어났으면 좋겠어. 다른 참치들도 마찬가지지만, 태오주 역시 귀중하고 소중한 사람이기에 자신을 탓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일단 웹박수도 확인했고 윗레스도 확인했어요. 서사에 대해서는 제가 뭐라고 할 순 없지만... 태오가 모카고에 어울리지 않는 이라는 것은 분명하게 할게요. 그리고 여러모로 일도 많고 힘드신 것 같고.. 조문이라.. 일단 삼가고인의 명복을 빌고 며칠 동결하신 후에 푹 쉬시는 것도 추천드려요. 지금 보니까 스레를 뛸 상황이 아닌 것 같아서...아무튼 조금은 쉬셨으면 하고 바랄게요.
애기가 된 퍼클은 은우밖에 없으니까... 은우만 풀어보자면.. 7살이 되어버린 은우는 일어나서 또 연구소에서 무슨 짓을 했구나라고 한숨을 내쉬면서 결국 해탈해버렸답니다. 일단 아침밥 해야하는데 키가 이전보다 작아져서 뭔가 다 꺼내기도 힘들고 그러는지라 고민하다가 풍압을 이용해서 자기 몸을 붕붕 띄워서 요리하는 중이랍니다. 프라이맨을 두 손으로 들고 계란 프라이 뒤집으려다가 힘이 부족해서 아코! 하기만 하고 계란 프라이는 전혀 뒤집혀지지 않는 것이 포인트라면 포인트에요!
세은이는 이제 그 옆에서 의자에 앉아서 빨리 밥 달라는 듯이 두 다리를 흔들면서 한손에는 포크, 한손에는 숟가락을 들고 빤히 은우를 바라보고 있어요. 그런데 옷이 아무래도 크다보니까 막 소매가 흘러내리는 그런 느낌이 될 것 같네요. 그러다가 이제 외삼촌에게 전화해서 이런저런 상황이 벌어져서 어린아이 옷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도움도 요청하고... 그러다가 이제 의자에서 내려와서 도도도 하는 느낌으로 밥솥으로 간 후에 작은 손으로 밥을 힘들게 퍼담으면서 한숨을 내쉴 것 같아요. 갑자기 작아져서 불편하다고 투덜거리는 식으로요.
situplay>1597046379>396 비슷한 이야기 나올 때마다 하는 이야기인데, 현생이 우선이란 건 솔직히 알고 있을 거고... 여기서 글로 어떤 식으로 위로하는 게 좋을지도 잘 모르니까 나는. 그냥, 온전히 시간 쏟고 왔으면 좋겠다. 무리하지 말고. 사람이 관계 없이 살 수 없다지만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사람 간의 관계니까 이상한 거 아니다, 게다가 여기 캐릭터들간의 관계는 창작의 영역이라 실제보다 보이는 게 많고, 다소 과장되고 어두운 게 좀 심한 감도 있으니까 영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평소 즐겁게 봤던 책이나 잔잔한 다큐멘터리 같은 거 찾아보면서 마음 가라앉히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결국 선택은 태오주 몫이니까.
곤란한가. 순백색의 아이는 외모에 걸맞지 않는 무감각한 낯이었다. 방 안에 혼자, 이불이 가지런히 덮인 침대 위에 짧은 다리를 달랑거리며 앉아있고, 살며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능력상의 문제는 없었다. 본래부터 크다고 할 수 없던 몸집이 과하게 작아졌다. 이 시기는 아마, 대략 다섯 정도. 이 무렵에 무슨 일이 있던가. 잘못보면 맹인이라 생각할 정도의 하얀 눈이 가라앉았다.
지금까지 한번도 연애라는 이름의 감정 교류를 해본 적 몇번쯤 있었지만 그 모든 연애라는 이름의 감정 교류에서, 쌓인 경험이 자신의 애정관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했다. 이론적으로는 우정과 연애의 차이점을 알고 있지만, 직접 경험해본 바, 혜성은 그 둘의 차이점을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혜성은 무난하게 '데이트니까' 라는 이유로 픽한 로맨스 영화 속 주인공들의 감정이 바뀌는 변화의 순간을, 주인공들이 번갈아가며 감정을 부정하고, 고민하고, 결국에는 서로를 좋아한다고 인정하는 흐름을 제법 흥미진진하게 관람하고 있었다. 감정을 고민하는 단계에서 주인공들이 서로의 친구들에게 '좋은 친구일 뿐이야.' 라는 대사를 치는 장면에서는 스크린 불빛이 반사되어 한층 더 새파랗게 빛나는 눈동자를 바라보면 공감의 감정도 깃들어 있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영화에서 나오는 거 전부 해봤던 거 아닌가. 흥미진진한 얼굴로 사뭇 진지하게 스크린을 응시하다가 혜성은 문득 생각했다.
어라? 스쳐지나가는 생각에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 들어찼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감정을 눈치채고, 서로를 좋아하고 있음을 빠르게 인지하는데. 어째서 나는 차이점을 모를까. 스크린 속 주인공들이 고난과 역경을 겪으면서도 결국에는 행복해지는 결말처럼, 우리도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까. 내가 네 감정을 이용하는 거라면? 첫만남의 장소에서 입맞추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혜성은 정리하기 힘든 생각의 물음표에 파묻히고 있었다. 작게 귓가에 닿는 금의 목소리에 혜성은 퍼뜩 정신을 차린 것처럼 옆자리에 있는 금에게 눈을 굴리려했다.
"잠.."
눈을 네게 향하는 것보다, 턱을 당겨올리는 네 행동이 조금 빨랐다. 동시에 쿵, 하고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 것 같다. 마무리 짓지 못한 말이 단어가 되어 작게 튀었다가 목 안쪽으로 기어들어간 건 제 심장 뛰는 소리가 너무 가깝게 들려서라고 생각했다. 숨소리가 가까워졌을 때 방금 전까지 스크린을 담고 있던 혜성의 새파란 눈동자가 목적지를 잃고 흔들리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다. 입맞추는 순간, 혜성은 깍지껴 잡고 있는 제 손에 평소보다 조금 세게 힘을 줬다.
"너-.. 너... 여기 밖이야. 누가 보면 어쩌려고."
입맞춤이 끝나고 입술이 떠나갔을 때 목소리를 낮춘 채 혜성은 빠르게 속삭였다. 영화의 화면이 절정으로 흘러가며 스크린이 잠깐 밝아졌다. 머리카락으로 가려지지 않은 얼굴을 온통 빨갛게 물들이고 입을 달싹이던 혜성은 곧 한쪽 눈썹을 찡그리며 흐릿하게 미소를 짓고 다른 손을 금의 턱에 가져다대고 손가락 끝으로 쓰다듬었을 것이다.
>>472 그야 비사문천은 떠오르는 신생 조직이니까(??) 그러게. 일단 비사문천에 대리인이자 스트레인지 생태에 좀 빠삭하다는 설정으로 제일 처음 입단한 K가 글레이프니르에 대해서 이혜성한테 설명했다는 식으로 하고 싶어 남들이 아는 만큼? 근데 거기서 조금 더 알려줄지 아닐지는 랑주가 끌리는대로 해달라. 얼마나 주듯 맛있게 먹을 자신있음
>>510 오케이 그럼 K는 비단의 얼굴은 아는걸로. 혹시 나중에라도 필요하면 조금 더 자세히 물어볼게. 랑주 없으면 리라주한테 뜯어내는 걸로(?) 그럼 랑의 얼굴은 모르는 걸까? 아니 근데 깽판........수습하는 걸 본다라.. 그럼 글레이프니르가 스트레인지에서 사라진 것에 대한 이유?도 아는걸로?
서헌오 박사의 눈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은 경악해야 하는가, 호기심을 가져야 하는가, 짜증을 내야 하는가. 전혀 예기치 못한 이 사태 앞에서 자신은 어쩌면 좋단 말인가. 서브젝트 제로가 「만든 적 없는 프리셋」의 형상을 하고 있다. 그것도, 여섯 살 정도 시절의 모습. 인첨공에 오기 전 자신이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있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신의 외동아들의 모습이 아니던가.
그것은 지금 서헌오 박사가 손수 MRI 투영장비를 세팅하고 뇌전단 스캐너의 필터를 갈아끼우고 나서도 그랬다. 뇌전단 스캐닝- 이미 아들과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한 절차였지만, 지금 아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성운이도 이해해주겠지. 모든 준비를 끝내고, 서헌오 박사는 성운을 돌아보았다.
대여섯 살 남짓의 성운은, 공중에 둥실둥실 떠서 입에 사탕을 문 채로 어린이 커리큘럼 대상자를 위한 비치도서를 팔랑팔랑 읽고 있다가 아버지의 눈길을 알아채고 아버지에게 시선을 돌려보였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평소보다 더 수척하고 더 피곤해보이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그 속도 모르고 히물히물 해맑은 미소를 지어버리고 만다.
“성운아. 내 아들. 이리 오렴. 잠깐만 아버지랑 사진 두 장만 찍자.” “사진? 무슨 사지인?”
책에서 눈을 뜬 채로 고개를 갸우뚱하는 성운은 보며, 서헌오 박사는 손을 뻗었다.
“아주 특별한 사진이란다. 네 속마음을 찍어주는··· 한 장이면 돼, 얼른 찍고, 혜우 만나러 가자.” “혜우? 혜우···” “너도 알잖니? 영락에 있는 네 친구.”
그리고 서헌오 박사는 성운의 팔목을 살며시 잡으려 했다─ 그러나 그의 손은, 허공에서 미끄러져 공기 사이를 쭉 빠져 지나갔다. 마치 무언가에 밀려나 궤적이 억지로 바뀐 것 같았다. 그는 어안이벙벙한 얼굴로 잠깐 성운을 바라보다가, 다시 성운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으나, 그때 성운의 얼굴에 떠오르는 표정을 보았다. 아무 것도 모르는 어안이벙벙함 사이에서, 단어 하나가, 딱 하나만이 씨앗처럼 뿌려져 한 갈래 잎사귀를 틔웠을 때의 그 표정을.
혜우. 보고 싶은 사람.
얼굴, 기억나지 않는다. 목소리, 기억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었는지 모른다. 그저 혜우라는 이름에서, 문득 희미한 고양이같은 모습이 마치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명씩 갖기 마련인 상상친구처럼 그 마음속에 자리잡았을 뿐이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히 그 모든 거스름을 거슬러, 망각을 헤치고 6세의 성운에게 자리잡은 「있을 수 없는 기억」이었다.
“혜우우··· 아빠아, 나 혜우랑 놀다 올게.” “···성운아?”
그리고, 누구도 손대지 않은 출입문이 덜컥 열리더니, 성운의 몸은 헌오가 붙들 틈도 없이 그대로 허공을 가로질러 문 밖으로 빠져나가버리고 말았다. 성운의 능력은 중력제어, 계수는 200 언더. 편향 중력을 자신의 몸에 적용시켜, 자신이 원하는 위치로 「떨어져날아가는」 성운의 저 기동법은, 현재 알터 내에서 동원할 수 있는 자원으로는 따라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성운의 아버지는 손바닥으로 관자놀이를 짚었다.
애 옷 사오겠다고 달려나간 성운의 어머니에게는 대체 뭐라고 말을 해야 한단 말인가?
>[ 너도 몸조심하고 ]
공교로운 우연일까. 유준이 그 메시지를 보내자, 띠링 하는 메시지 수신음이 유준의 바로 코앞, 유준의 시선을 가로막고 있는 핸드폰 너머에서 울렸다. 그리고 유준이 핸드폰 너머로 시선을 들어보면, 대체 언제, 어디서 들어왔는지 모를, 사이즈보다 몇 배는 헐거운 옷을 거적때기마냥 두르고 공중에 둥둥 떠있는 여섯 살쯤 되어보이는 꼬마가, 푸른빛 도는 까만 머리에 짙은 진회색 눈을 한 꼬마가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고 자신을 올려다보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얼굴에서 유준은 어렵지 않게 어느 한 사람의 얼굴을 그 꼬마의 얼굴 위에 겹쳐볼 수 있었겠지. 짧으나마 눈에 익은 꽁지머리를 하고 있었던데다. 아마 저지먼트 중에서, 제일 원래 얼굴과 현재 얼굴의 격차가 적은 사람일 테니까.
발신인 : ALTER / 국장 서헌오 제목 : 학생 행방 문의 내용 : 근시일 내에 한번 찾아뵙고 이야기를 나누어보려던 차에 이런 식으로 공교롭게 연락이 닿게 되어 삼가 연락을 드립니다. 영락의 박유준 박사님이 맞으신가요. ALTER에서 연구원직에 종사하고 있는 서헌오라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오늘 목화고 저지먼트에 발생한 괴현상과 관련하여 학생의 행방에 대해 문의드리고 싶습니다. (아래에는 사진이 첨부되어 있다. 대단히 공교롭게도 지금 딱 대뜸 혜우 만나겠다고 유준의 앞에 동실 떠 있는 이 쬐그만 것과 정확히 똑같이 생긴 사진이다.) 해당 학생의 유력한 행선지들 중 하나에 영락이 있기에 부득이 연락드리게 되었습니다. 위 학생을 발견하시면 말씀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미 아실 수 있겠지만, 그 아이는 4레벨에 달하는 중력 제어 능력자입니다. 사고의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꼭 부탁드립니다.
여학생이 손을 들어 통통 두드리는 것은 누가봐도 묵직하다 느낄만큼의 커다란 쇳덩이들이었다.
"그... 일단 즈는 막 괴력을 쓴다던가 그러는 능력이 아니지 말임다...? [그치만 뭔가 들기만 하면 죄다 아프게 만드는 능력인건 맞는거 같거든. 평범한 탄환도 철갑탄 정도의 위력으로 바뀌는데 그런걸 아무렇지 않게 보여주던걸 생각하면 딱히 불가능한 영역은 아닐까 싶은데?] "아니, 일단 내구력은 별개란 말임다... 뭣보다 아무리 훈련이라고 해도 학생한테 총을 쥐어주는건 어떻게 되어먹은 연구소임까..." [이런 훈련 한두번 해보는 것도 아니고, 원래 이런 곳이란건 점례 너가 더 잘 알고 있을거라 생각하거든?] "으에... 탈룰라..." [뭐래... 암튼, 내가 전달할건 끝이거든.] "...그나저나 오늘은 왜 유라만 있는 검까?" [어라? 선생님이 얘기 안하고 가셨다니 의외거든? 음... 조만간 '가족 모임'이 있을거라고 했는데 그게 언젠가가 아니라 곧이 될 예정이거든. 그래서 이래저래 손이 가는 일이 많으니까, 오래 걸리진 않겠지만 아마 훈련종료 예상시간보단 일찍 오신다 했었나...] "에반데여..." [넌 어떻게 매일 한번씩은 꼭 에바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거든.] "전생엔 에바라는 이름의 서양인이었나봐여." [...그거야말로 에바거든...]
한숨과 함께 고개를 가로젓던 여학생은 이내 연구원 몇명의 지시를 받자 그녀에게 손을 흔들어보이며 훈련장 밖으로 빠져나갔다.
"애효... 인생... 이래서야 연구소에 흔히 있는 모르모트랑 머가 다른 검까...
...아, 맞구나? 고오급 모르모트였던걸 까먹엇수."
그렇다고 또 주어진 일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 무엇보다 그녀는 투정은 부릴지언정 곧이곧대로 따르는 편이었으니까 말이다.
껴안는 행동은 물리적인 관점에선 닳을지 어떨지 의견이 분분해도 대개 정신적인 측면에선 채워지는 것이었으니까, 따뜻함, 포근함은 물론 살아 숨쉬는 모든 것을 안으면 생기는 감각이지만 사람, 인간이어야 느낄수 있는 무언가도 있었다. 아마 그런걸 유대감이라고 했었을까... 묘한 궁금증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치만 슨배임, 혹시 모르잖슴까~ 한번 더 속는 셈 치구 먹어줄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럴 리 없겠다만...
"에엥... 치킨이라니, 넘 쉬운 선택지잖아여~"
확실히 치킨이라면 가장 무난하면서도 앞서 꺼낸 둘에 비하면 한없이 극호에 가까운 음식이겠지. 물론 가장 좋은건 그 둘 중 무엇도 가까이하지 않는 것이겠지만...
"사실 그렇게 말한 즈도 어떻게 해야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임다! 머, 그래두 지금만큼은 최고의 선택지라고 할수 있지 않을까여?"
생글거리며 웃어보이는건 덤이었을까, 적어도 지금같은 표현은 분위기에 따라 짓는 형식적인것이 아닌, 그러고 싶기에 보이는 표현과 감정이었으니 말이다.
"헤에~ 증말 알면 알수록 이상한 슨배임이네여~? 그런것까지 비슷함 어쩌자는 검까~ ...머, 그래서 좋은 거지만 말임다~ 좋은 사람에게 공통점이 있다는건 그리 나쁘지 않은 기분이니까여."
최악의 선택지라고 해도 함께할 거라던가, 곁에 있어도 계속 보고 싶다고 생각한다던가, 분명 당신의 성격상 내던지듯 한 말은 아닐테지만... 그렇기에 더욱 신기한 사람이라고 여겼던 거니까.
일단 그녀 역시 당신의 그런 모습들을 바로 옆에서 보고 있음에도 더 다양한 모습을 보고 싶은건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자 그럼 어디 한번 진짜 데이트를 시작해볼까여! 참고로 싫다고 드러눕기 전까진 계속 끌고다닐 거니까여~"
물론 당신이 거절도 못한 채 계속 끌려다니거나 하진 않을테지만, 그녀 특유의 넘쳐나는 체력을 감당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일테다.
//구에에... 현생에 떠밀려 죽어가고 있서오... 당분간 전처럼 잠깐잠깐 오는 느낌이 될거 같아서 넘 루즈해지면 안되니깐... 끝에서 갑자기 텀이 느려져가주구 미아내 월월주!!! 😭😭😭😭😭😭😭😭😭
한숨이 절로 나온다. 목소리가 제 것 같지가 않다. 얇은 목소리를 버릇대로 낮게 내면서 잔뜩 늘어진 옷자락을 대충 여민다. 이대로는 못 돌아다녀. 그렇기에 먼저 성환을 찾아가 대충 사정을 설명하고 후드를 받아 입었다. 여전히 크긴 하지만.
상황 자체는 예전에 있었던 해프닝과 비슷한 것 같다. 목화고 학생들만 당했다. 기억대로라면 일주일 정도... 그동안은 어쩔 수 없이 어린아이 모습으로 지내야 한다. 대강 거울을 보니 7살 무렵인 것 같은데. 뚱한 표정으로 거울을 쳐다보던 랑은 교내에 있는 것이 무료해 바깥으로 나갔다. 바깥으로 나가면 보이는 건 놀이터, 생각보다 어린아이가 된 학생들이 꽤 모여있다. 작아진 몸에 깃드는 동심...같은 건가.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리는 게 귀찮아 대충 검은 머리끈으로 묶은 랑은 터벅터벅 소리를 내며 놀이터로 향했다.
- 나랑 놀 사람 여기여기 붙어라!
적당히 미끄럼틀 아래라든가, 그늘에 앉아 쉬려고 했더니 근처에서 발랄한 목소리가 들려와 자연스레 시선을 옮긴다. 검은 머리에 검은 눈, 개구쟁이 느낌인데... 저런 녀석이 있었나?
"구경이나 해 볼까."
아니면 진짜 학생들 사이에 섞인 어린아이라든가. 그런 쪽의 호기심이 동해 랑은 여로의 말에 반응하는 대신 그늘에 앉아 여로를 쳐다보았다.
자기중심주의적 낭만충인 성운주 입장으로는... 첫날 서로 재밌게 놀고 헤어졌는데 성운이에 대한 첫인상(?)이 좋게 남은 혜우가 밤중에도 자다 말고 성운이 보고싶어하는데 그때 성운이가 혜우네 집 창문을 노크했으면 좋겠다는... 같이 하늘을 나는 세발자전거 타고 밤하늘구경을 했으면 좋겠다는 그런 천진난만한 장면에 대한 음습한 낭만이 있는거에요... 키모한인간이라죄송합니다.
>>747 어 아 아하! 그 표현을 괴사라고 해버렸는데, 정확히 내가 생각한 건 신체 일부만 (팔 한쪽/다리 한짝 이런식) 세포분열을 가속화해서 노화로 인한 기능상실이 가능한가? 그리고 이 부분을 절단한 후 새로운 신체로 수복 가능한가? 였어 이게 레벨 5 되면 가능하단 걸로 이해하면 될까?
아닌게아니라 알터 역시도 미증유의 혼란을 겪고 있었다. 그렇잖아도 연구원들이 아예 연구소에서 생활하는 봉쇄 절차를 밟고 있는데, 거기다가 목화고 소속 학생들 몇몇이 어려져버리는 바람에 뜻하지 않은 육아 스레··· 아니 육아물을 뭉탱이로다가 찍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혼란한 가운데, 성운은 어지럽고 시끄러운 알터를 떠나서 이름만이 기억나는 자신의 애인을 찾아 3학구를 어린 몸으로 가로질러 영락에 도착해서는, 열린 창문으로 들어와서 유준의 사무실 한가운데 둥실둥실 떠있는 것이다.
<[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서성운 학생의 어머니를 보내겠습니다. ] <[ 안티스킬의 유호란 소령입니다. ]
답신 역시도 간결하고 실용적으로 돌아왔다. 연구원들 사이의 연락이라는 것이 대개 그런 풍조로 이루어지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영락도 알터도 바쁘기까지 한 판이라. ···그러나 그뿐만이 아니고, 조금 신경쓰이는 연락도 같이 들어왔다.
<[ 혹시 영락 측의 목화고 학생들 중에도 정신적 과거회귀라거나 하는 현상이 발생한 바 있습니까? ]
─그리고 아이들은 그런 것에는 그렇게 아랑곳하지 않았다. 유준이 두 꼬마를 지켜보며 한숨을 내쉬는 사이에. 새까맣게 물들어있는 먹빛의 눈과 밤하늘 한 모금을 떠다 담아놓은 것 같은 오묘한 흑회색의 눈이 서로 가만히 마주보고 있다. 네가 찾는 혜우 저깄다, 하는 말도 필요없을 뻔했다. 눈을 마주친 순간 알아볼 수 있었을 테니까.
성운이 창문을 통해 들어왔으니 망정이지, 만약 정문을 통해 로비를 가로질러 들어왔다면 제법 큰 소란이 일었을 것이었다.
현재 영락 역시 거의 모든 연구원들이 연구소의 사택에 머무르고 있으며 연구소를 보호할 명목으로 과거 학생이었던 능력자들이 각양각색으로 모여 있었으니, 제 아무리 투명 자켓을 입은 성운인들 걸려서 붙잡혀 마구 귀여움을 받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유준은 창문을 닫고 잠금을 걸었다. 그리고 연락을 확인했다.
...영락의 목화고 학생 중에도?
잠시 고민하다 손가락을 움직였다.
>[알겠습니다.] >[해당 이상현상은 영락 소속 중에서는 확인된 바가 없습니다.] >[서성운 학생은 해당됩니까?] >[일단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
영락의 방침 중 하나. 소속된 학생의 세부 상태를 외부에 가능한 노출하지 않을 것.
"...혹시 모르니까 말이지..."
유준은 작게 중얼거리며 등 뒤 책장에 기대어 섰다. 성운의 어머니- 유호란 소령이 영락에 도착해 로비 데스크에 방문을 알리면 즉시 폰으로 알람이 올 것이었으니, 그 전까지 애들을 보는게 그의 일이었다.
어른들이 각자의 사정으로 정신없을 사이, 두 아이는 서로 모르는 모습으로 대면했다.
"......"
나는 여전히 누운 채로 작은 성운을 바라보았다. 이 현상은 아마도 몸만 어릴 적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는데 성운은 어쩐지 그게 아닌 듯 보였다.
기억에 문제가 생긴 걸까.
그럼에도 나를 보는 밤하늘빛 눈동자는 성운이 맞았다. 신기할 정도로, 성운의 느낌이 그 크고 둥근 눈동자에 담겨 있었다.
"......"
나는 나를 향해 뻗어오는 희고 작은 손을 보았다. 내게 닿으려는 것일 테니, 내 손을 내밀어 잡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몸은 너무도 무거웠고, 입은 여전히 말 하는 법을 몰랐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누운 채 고개를 조금 기울여서 그 손이 내 얼굴 내지는 머리에 닿을 수 있게 하는 것 뿐이었다. 닿는다면 아주 느릿하고도 미미하게 손에 부비는게 고작이었겠지.
>>789 (오물오물당함) (쨔무쨔무 꾹꾹꾹이..) 걱정마세요, 무리해서 오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여가를 즐기러 오는 길인걸요. 퇴근하고 나서의 저녁 여가시간을 출근하기 전의 새벽 여가시간으로 미룬 것뿐이구, 새벽에 일어나면 게임숙제 하는 거랑 여기에서 시간보내는 게 낙이니까요... (부비부비빅.)
그녀의 몸이 어려지고 기억이나 인지능력의 여부가 불분명했지만 그럼에도 영락의 소장은 그녀에게 커리큘럼을 이행할 것을 지시했다.
물론 최근에 하던 실험과 같은 내용이 아닌 극초기에 하던, 그것도 식물 만을 대상으로 하게끔이었다.
가끔 보면 소장, 아니 교수님은, 인간적인지 기계적인지 모르겠어.
영락의 연구원 박유준은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를 커리큘럼용 훈련실에 데려다주었다. 훈련실은 출입구와 관측용 유리창을 빼면 거의 밀실에 가까운 곳이었다. 물론 환기와 정화는 꼼꼼하게 하니, 당장 바닥에 누워 자도 위생상 문제가 없을 곳이기도 했다.
"자- 오늘도 어제 했던 거 똑같이 하자. 어제처럼만 하면 돼."
유준은 훈련실에 미리 가져다 놓은 아이용 의자에 그녀를 앉히며 말했다. 진이 신나게 사 온 옷 중, 연하늘색 투피스 드레스를 곱게 차려입은 그녀는 가만 있을 때도 그렇지만 이렇게 앉혀놓으면 꼭 인형 같았다.
저 생기 없는 눈동자가 비스크 돌의 유리 눈알과 매우 흡사했으니.
"...얼른 끝내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유준은 어쩐지 그녀의 모습이 서글프게 느껴져, 일어나기 전에 두어 번 정수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훈련실을 나와 관측실로 옮겨갔다. 관측실에서는 이미 능력의 사용 여부를 감지하는 센서 등등이 일정한 기계음과 동작소리를 내며 작동하는 중이었다.
...훈련실에 홀로 동그마니 앉은 그녀의 주위로 가지 꺾인 관엽식물 몇 그루가 배치되어 있었다. 이 꺾인 가지를 원래대로 붙여내면 오늘의 커리큘럼은 종료였다. 관측실의 유준은 전날 시간이 얼마 정도 걸렸으니 오늘도 비슷하거나 조금 빠르게 진행되지 않을까 하고 예상했다.
그 예상이 적중한 듯, 멀리서도 눈에 보일 정도로 꺾인 가지가 움직였다. 관측실 내부에선 능력 사용을 감지한 기기에서 변화된 신호음이 들려왔다. 그래, 그렇게만 하면 된다, 라고 생각하던 유준은 계속 이어지는 기기의 신호음에 이상을 느꼈다.
뭔가 잘못됐다.
라는 감이 든 순간, 관측실을 나가려고 했으나 마치 타이밍을 맞춘 듯 영락의 소장이 들어왔다. 소장 주현성, 그는 나가려는 유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지금 가선 안 되네. 잠자코 지켜보도록." "그... 알겠습니다."
유준은 순간적으로 소장의 지시를 거스르려 했으나 이내 소장의 분위기도 평소와 다름을 깨닫고 잠자코 돌아섰다. 다시금 바라본 훈련실 내부에서는-
"이게 대체...!"
작은 관상용에 불과했던 관엽식물들이 마치 야생에서 자라는 것 마냥 성장하고 있었다. 이미 그녀의 모습마저 가려 육안으로 관측할 수 없었으나 기기들의 신호가 그녀의 상태는 양호함을 알려주고 있었다. 마치 열대우림의 한 조각마냥 변해가는 훈련실을 바라보며 주 소장이 입을 열었다.
"박 군은 저 아이의 근원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근원 말입니까? 그야 데 마레에서 배운 것이 아닐지." "허허. 그건 인첨공에 들어온 이후 아닌가. 그 이전 말일세." "그건... 모르겠습니다. 어렴풋이 박대받고 자랐다는 것 외에는 아는 것이 없으니까요." "그런가. 허면 박 군의 일이라 여기고 생각해보게. 박 군의 과거로 빗대보면, 어떤 생각, 어떤 결심으로 살게 될 것 같은가?" "제, 과거라면..."
유준은 계속해서 자라는 관엽식물의 이파리를 보며 생각했다. 그 속에 조그맣게 웅크리고 있을 그녀를 떠올렸다. 옥죄어오는 그 사이에서 필사적으로 스스로를 지키고 있을-
"...저라면, 어떻게든 나아갈 방법을 찾을 겁니다. 찾아서 실천할 겁니다."
잠시 침묵 후에 유준이 대답하자 주 소장이 허허, 웃으며 화답했다.
"그렇군. 그렇다면 저것이 저 아이가 택한 그 방법일세."
그 말에 유준은 훈련실을 바라보던 눈을 깜빡였다.
그 한 순간, 훈련실을 가득 채우던 식물의 모든 이파리가 색을 잃고 무너져내렸다. 마치 불에 타 형체를 잃듯 희게 시들어 파스스 쏟아지는 잔해 사이로 다소곳이 앉은 그녀- 천혜우가 눈을 감고, 지금 이 순간을 음미하고 있었다.
유준은 그 모습을 보며 오싹한 전율을 느꼈다.
관측실 내부에선, 관측 대상의 계수 변화를 알리는 신호음이 두 사람의 정적을 더해, 요란히도 울렸다.
[하지만 지금은 네가 하는 것을 용납할 것이랍니다...] 그건... 네가.. 지금은 관대하게 보아줄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랍니다... 기묘하게 안정적인 당신은 당신을 바라보았습니다. 당신은 안도하는 것을 기억하나요? 어린 당신이 가지게 된 것이 몇 개 떠오르는데. 어째 하나같이 좋은 게 없는지. 낯설지만 익숙한 듯한 얼굴을 희미하게 떠올리나요?
[그 존재가 네게...그리고 나에게 가능성을 줬지만.. 지금은 아니야.] 푸르렀나? 푸르지 않았나? 얌전히 앉은 당신이 산산조각 낼 수 있는 것은 다른 영역의 일입니다.
"..." [지금은 다다르지 않아도 되는 일이지] 당신이 어떻게 알고 있나요? 라는 침묵에 그것은 깔깔 웃었습니다. 기분나쁜 쇳소리가 섞인 웃음소리가 흐트러집니다. 영원이거나, 황금이거나.. 같은 소리를 하지만 그만두고는 대답해주지 않습니다. 지금이지나가면 또다시 끔찍해질 테니까. 아예 여지를 주지 않을 건가봐요? 신체적으로 어려져버린 당신의 상태를 알기에 가지 않을 수 없는 연지로 가면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할 것 같습니다. 상태를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 필요하니까요. 이 당시의 그녀의 신체를 아는 이는 연지에 아무도 없었으니까요. 커리큘럼을 분석하여 적절히 중화하는 것을 하는군요. 무거운 몸을 가볍게 만들고, 남아있는 것을... 현실에 붙잡는 감각의 강화로. 농담이기는 하지만 차원미아가 되면 곤란하잖아요?
<[ 정밀하게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 <[ 정확히는, 서성운 학생이 진단을 거부하고 천혜우 학생을 만나겠다고 가버려서. ] <[ 모쪼록 선처 부탁드립니다. ]
아마 대부분의 연구소가 다 비슷한 방침이 있을 테고, ALTER 역시 예외는 아니다. 아니, 그 연구주제며 연구방식의 특성상 알터의 보안은 다른 연구소보다 오히려 훨씬 더 엄중한 면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숨겨야 하는 이면의 이야기. 겉으로 드러난 표면만을 바라보면 알터는 그 명성에 비해 허술하게까지 보이는 면이 있었다. 지금 박유준에게 연락해온 서헌오 박사가 눈앞의 이 작은 아이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일까.
그러나 어른들이 뒤에서 아이들을 두고 무어라 입방아를 찧고 어떤 고민을 하건,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깜빡, 하고 똘망똘망한 그 밤하늘 색깔의 눈은, 인간의 색채의 영역을 뒤로 두고 온 보라색과도 네 앞에서 꽃말 품은 보라색과도 달랐으되 다르지 않았다. 너와의 추억 대부분을 어딘가에 잊고 왔으나, 그럼에도 네가 어떤 존재인지만은 기억한다- 머리로 기억한다기보단 마음으로 남겨놓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 손은 여전히도 예전과 똑같이 네게 따스했으니.
네 옆에 사르륵 내려앉은, 이제는 너와 덩치가 비슷해 보이는 그 아이는 고사리같은 손길에 네 머리 기대어옴을 보더니 네 하는 양을 가만히 바라본다. 무언가 이렇다 할 말을 꺼내지는 않는다. 그 대신 성운은 마치 무언가 떠올리듯, 머리가 아니라 마음이 기억해내기라도 한 듯이 팔을 활짝 벌리고는 너를 꼬옥 끌어안아버렸다. 솜털 가시지 않은 폭신한 볼이 부비적, 하고 다가오는 게 느껴진다. 네가 기억할지 모르겠다. 그날, 뜬금없이 프리허그를 하지 않겠냐고, 네가 이 아이를 이다지도 사랑하게 될 줄 전혀 생각지 못했던 그 날 말이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이 소년은 꼬물대는 움직임으로 자기 품안에 네가 좀더 편하게 기대뉘일 수 있는 자세로 고쳐앉을- 아니, 숫제 네 옆에 같이 누워버릴 것이다. 네가 기진맥진해 있거나 시무룩해 있을 때 그가 종종 그랬던 것처럼.
한 손만 쓰려니 마음대로 안 돼서(맨날 치던 톡인데도 몸이 작아지니 근육이 뜻대로 안 움직여진다.) 몇 번이고 오타가 나오는 걸 겨우겨우 수정해 가며 답하고 있자니, 영희가 리라에게 자라나라 빔을 그려 줄 수 있냔다. 어? 영희 천재다!? 어쩌면 상황이 빨리 수습될지도?? 기대 만발로 단톡방을 바라봤으나... 리라도 자라나라 빔은 무리인가 보다.
룸메한테 상황을 알리고 며칠을 버틸 추리닝과 속옷을 바리바리 가방에 쑤셔 넣었다.(교복은 줄였다간 일주일 뒤에 노답이고.) 근데 당장 뭐 입지?
급한대로 반팔티를 원피스처럼 입기로 했다. 빨래집게며 더블클립 등 남는 옷자락을 집을 만한 물건을 총동원해서. 작아진 손으론 원하는 만큼 집기도 쉽지 않았다만 룸메가 얼른 다녀오라며 도와줘서 가능했다.
그러고 나니 이번엔 양말과 신발이 문제다. 양말은 흘러내리고, 신발은 질질 끌고 다녀야 하는 데다 무거워...
" 수박... "
신발을 차 버리고 양말을 여러개 신었다. 룸메랑 같이 발목 부분은 끈으로 여몄다.
" 별로다... "
꼴이 완전 버려진 어린애잖아. 보육원에서 더러 봤던 모습들이 떠올라서 구리다. 게다가 두 사람이 며칠 입을 추리닝과 속옷으로 꽉꽉 채운 가방도, 6살 피지컬엔 끔찍한 짐이다. 가방이 지금 내 몸만 해!!! 것도 모자라 문 하나 여는데도 팔을 한껏 뻗어야 했다. 환장한다.
" 갔다 올게... "
[ 지금 나감 ]> 김서연 [ 이따 봐!! ]> 김서연
룸메에게 인사하고 단톡방에 알리면서도 한숨만 폭폭 나온다. 이 정도면 휴교 안 하나? 몰라! 이 상태로 개근은 무리야아아아...
>>819 수경주 에? 레벨5를 왜 못 써먹어요?? @ㅁ@;;; 찍기만 하시면 쓸 데 천지일 거 같은데요... 수경주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는 게 최고지만요. 건 그렇고 아침부터 불닭마요라니 너무 자극적인데요... 뭐가 됐든 위를 보호할 만한 음식도 같이 드세요 ㅠㅠㅠㅠㅠㅠㅠ
>>0 불길한 전조를 겪어본 적 있는가? 소설이나 영화 같은 미디어에서 보았다거나, 현실의 사고사례를 보았다거나, 아니면 직접 느꼈다거나. 멀리서부터 수면을 헤치며 다가오는 삼각꼴의 지느러미라던가, 우산을 챙기지 않은 날에 피부로 와닿는 습기라던가, 한계에 달한 구조물에서 하나하나 튕겨져나가는 리벳이라던가, 불길하게 뿌드득 소리를 내는 밧줄이라던가··· 그 뒤에 닥쳐올 불행을 예고하는 전조 말이다. 그러나 간혹 어떤 종류의 불행은, 전조 없이 급작스레 닥치곤 한다.
바로 지금, 아무렇지 않게 한담을 나누다가 갑자기 천장에 처박힌 이 두 스킬아웃처럼 말이다.
“커흑.” 우당탕 와그르르르 쿠웅.
천장에 처박힌 것은 이 둘뿐만이 아니었다. 복도에 놓여있던 정수기, 집기, 진열장, 의자 같은 모든 것들이, 천장으로 와르르 쏟아져오른 참이었다. 귓가에 울리는 요란한 소리로 미루어보건대─ 아마, 그들이 있는 이 온 건물의 모든 것들이 천장으로 쏟아진 모양이었다.
그러나 이 기괴하고 변칙적인 불행은, 단순한 불행이 아니었다. 파멸이었지. 그리고 이건 그 첫 단계였고.
그들이 고개를 들고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하고 말할 틈도 없이, 중력의 방향이 바뀐다. 다시 바닥으로 모든 것들이 굉음을 내며 쏟아진다. 그리고 이윽고 벽면으로 내동댕이쳐지고, 다른 벽면으로, 다시 바닥으로, 천장으로, 온갖 부딪히는 소리, 부서지는 소리, 빠그러지는 소리를 요란스레 몰아치며,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모를 기상천외하고 괴멸적인 공격은 건물 안에 있던 이들이 전원 행동불능 상태가 되고서야 끝났다.
그리고 박살난 창문 위로 두 사람이 떠올랐다.
얼굴이 나비 날개에 뒤덮인 작달막한 사람 하나와, 그보다 머리 두 개는 커 보이는 스냅백 꾹 눌러쓴 건장한 사람이 하나. 스냅백 눌러쓴 사람은 완전히 질린 표정이었다.
“미친······”
윤강목의 입에서 자연스레 그런 소리가 나왔다.
학기 초만 해도 작달막해서 주먹질 하나도 변변히 못하는 주제에 저지먼트입네 하고 완장만 차고 목소리만 커서 가소롭기만 하던 그 쥐콩만한 꼬맹이가, 대체 언제 이런 괴물이 되었단 말인가. 성운은 인식저해장치-리라에게 부탁해 만든, 얼굴을 나비날개로 가리는 장치-를 킨 채로 창틀을 가볍게 뛰어넘어서는 강목이 창문을 넘어 들어올 수 있도록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자, 이제 가져올 수 있지? 네 데이터.” “어, 그, 그래.” “···괜히 이상한 짓 하지 마. 그러면 나 엄청 섭섭할 거야, 내 친구 강목아.”
잡음이 낀 나직한 목소리. 그것만으로 그 낭랑한 음색과 대비되는 무기질적인 어조에 소름이 돋을 지경인데, 그 목소리의 주인이 무슨 짓을 할 수 있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현장을 앞에 두고 있는 강목에게 그 괴리감은 더욱 실재감 있는 위협이 되어 다가오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반응이 시원찮다. 다들 고등학생인가? 아니면 원래 요즘 애들은 이런가? 여로가 다른 아이들과 노는 것을 포기하고 자신 쪽으로 쪼르르 걸어오자 랑은 눈을 가늘게 떴다.
"뭐."
어쩌다 보니 조금 퉁명스럽게 말이 나오긴 했는데, 아무래도 이 녀석은 진짜 꼬맹이 같기도 하고. 게다가 자연이라는 이름은 자신의 기억 속에는 없다. 목화고 학생 전부를 아는 게 아니니까 목화고 학생이 아니라고 단정지을 순 없지만 적어도 자신이 아는 사람 중에는 없으니까. 어떡할까, 저리 가라고 해?
어린이의 단점. 팔다리가 짧다. 그 말인즉, 같은 거리라도 평소보다 더 멀게 느껴진다는 거다. 리라는 어쩐지 평소보다 배는 더 길게 느껴지는 학교의 복도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왜 가도가도 끝이 안 나는 것 같지.
"아아! 다리 아파아!"
500원 동전이 가득 들어있는 큼지막한 하얀 자루—어느 정도 무게 감소 효과가 있다고 설정한 그림이었지만 그래봤자 6살 꼬맹이가 오랫동안 들고 다닐 정도는 못 됐다.—를 질질 끌고 가던 리라는 문득 복도 한가운데에서 멈춰버렸다. 아, 그냥 빗자루를 탈까. 하늘하늘한 원피스 위에 걸친 가디건 주머니를 뒤적이면 작게 줄어든 빗자루는 여전히 거기 있다. 하지만 리본을 풀어서 원래 사이즈로 돌리면—
"헉. 이거도 넘무 큰데?"
165cm 고등학생의 몸에 맞춘 것인 만큼 쥐콩만한 6세 꼬맹이에게는 지나치게 긴 빗자루만이 드러날 뿐이다. 리라는 잠시 고민하다가 빗자루에 도로 리본을 묶은 뒤 포스트잇과 펜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바깥으로 통하는 복도 창문을 열어젖힌다.
@나 랑
형광 녹색의 앙증맞은 비행 접시가 목화고 주위를 유영한다. 여러 교실과 부실을 스쳐가던 그 비행 접시는 곧 목화고 저지먼트 부실의 외부 창문 앞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그 위에는 검은 머리를 양 갈래로 묶은 꼬맹이가 앉아있었다.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고, 사이즈에 맞지 않는 큼지막한 가디건을 걸친 꼬맹이는 안정적으로 비행 접시를 허공에 주차시킨 후 몸을 주섬주섬 틀었다.
"어!"
그러던 중, 부실 안에 있던 사람과 우연찮게 눈이 마주친다. 주황색 눈동자와 검은 눈동자가 허공에서 맞부딪혔다. 다른 색깔의 눈동자. 다른 길이의 머리카락. 그러나 알아보지 못할 리 없다. 적어도 리라는 그랬다. 이미 한 번 본 적이 있었으니까. 조그마한 얼굴에 밝은 미소가 번졌다.
저지먼트 부실에서 저지먼트 부원을 마주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지금 이 순간 그게 랑이라는 건 리라의 입장에서는 명확한 행운이다. 아니, 행복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나? 어쨌든!
"엉니~!"
똑똑. 덜컹덜컹. 창문을 노크하듯 두드린 후 열어보려는 시도가 이어진다.
"잉? 잠겼네... 랑이 언니~ 이거 열어주면 안대여?"
근데 내 목소리 들리려나? 창문 때문에 안 들리나? 고개를 갸웃거리던 리라는 이내 겉옷 주머니에서 포스트잇을 꺼내 뭔가를 끄적인다. 그리고 곧 삐뚤빼뚤 서투른 글자가 쓰인 종이를 창문 유리 가까이 들이밀었다.
[언니 창문 열어주면 안돼요?]
그러던 중, 유리창에 비친 제 얼굴을 확인하면 아직 랑은 그의 어린시절 모습을 모른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저 리라예요]
한발짝 늦게 정체를 밝히면 아마도 창문이 열렸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리라는 창문 턱을 가뿐히 넘어 부실 안으로 들어와서는 랑에게 냉큼 달라붙었겠다.
여로가 자신이 아는 이름에 놀란 기색을 보였다. 어린이인 탓에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것도 한 몫했다. 여로는 곧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고민에 빠졌다. 둘이서 할 수 있는 것. 처음부터 거짓말로 나섰으니,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기에는 조금 많이 어려울지도 몰랐다.ㅡ더군다나 그의 신체 나이는 다섯 살이었다!ㅡ 여로가 계속 고민하더니, 곧 결정한 것처럼 씩 웃었다.
"우리! 숨바꼭질이나 땅따먹기할래?!"
한참동안 고민하더니, 나온 결론이었다. 둘이서 놀 수 있을만한 건 이런 것들 뿐이긴 했다.
- 소문이 들려서. 스트레인지가 에어버스터에 의해 시끄러워지는 건 우리가 원하는 일이 아니기도 하고 말이죠.
혜성은 그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캡틴의 지시에 비사문천 단원들은 먼저 자리를 떴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조금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을까요. 다만 그것도 오래가진 못했습니다. 앞서 말했듯 한쪽 벽이 요란하게 무너지며 강한 먼지바람을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사라졌네."
그 먼지가 걷혔을 때, 혜성은 이미 사라진 뒤였습니다. 이리라는 조금 전까지 야차 가면을 쓴 기묘한 인물이 있던 곳을 응시하다가 이내 랑이 서 있는 방향에 시선을 맞췄습니다. 찾아와줬구나. 고마워요. 그렇게 말하는 듯 부드러운 미소가 만면에 퍼져나갑니다.
이어진 영희의 강렬한 대사에 의식이 있는 스킬아웃들은 혼이 완전히 나가 갓 태어난 염소처럼 파들거리며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런 영희를 뒤로 하고 달려오는 서연을 보자 이리라는 살짝 웃어보입니다.
"응, 괜찮아. 나 멀쩡해. 여기까지 와 준 거야? 고생했어, 고마워!... 아, 팔이 묶여서."
그리고 서연을 마주 토닥여 주려는 듯 팔을 들어올렸지만, 아직 손발이 청테이프로 묶인 상태라 쉽지 않습니다. 난감한 웃음을 지은 이리라는 말마따나 피곤함이 역력한 얼굴로 덜 가라앉은 먼지가 풀풀 날리는 방 안을 둘러봅니다. 마침 비슷한 시기에 진입한 한양 또한 리라와 얼굴빛이 비슷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연한 일이죠. 벽이... 냅다 부숴졌으니까...
"그, 음... 혹시 칼 가지고 있는 분? 저 좀 풀어주실 수 있나요?"
묶인 팔을 들어보이던 이리라의 시선이 곧 아직 의식이 있는 스킬아웃에게 돌아갑니다.
"......아깐 차마 말을 못 했는데, 내가, 아니 당신들 진짜... 하아... 됐다."
왜일까요. 어째 두려운 기색이나 충격보다는 질린다는 기색이 더 역력합니다. 그러나 그런 의문도 이어지는 말 하나면 금방 해소될 것입니다.
"랑이 언니, 그리고 부부장님이랑 서연이랑... 영희 후배님? 저 물어볼 게 있는데요." "......아니. 사실 물어볼 것도 없긴 한데, 보통 무슨 사업을 같이 하고 싶다고 사람을 납치하기도 하나요?"
질문이 아닌 듯한 건 기분 탓이 아닙니다. 뒤이어 이 사건의 전말이 이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설명되었을 테니, 그에 대해 어떤 생각을 품었을지는 각자에게 달렸겠습니다.
"아무튼 다들 고마워요! 황당한 게 크긴 했지만 놀라기도 많이 놀랐는데... 역시 우리 부원들이라니까~"
엉망진창 먼지 투성이 현장 속. 꼬질꼬질한 토끼 메이드의 목에 걸린 로켓만이 곱게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팔다리가 자유로워진 이리라는 손발목을 가볍게 털더니 자리에서 몸을 일으킵니다. 이제 이 말도 안 되는 사유로 시작된 난장판을 정리할 때입니다.
흔쾌한 대답. 그러나 서연의 상태는 그리 흔쾌하지 못했다. 기숙사 복도가 이렇게 길었나? 그래도 복도는 평평하니 갈 만은 한데...계단이 이렇게 높았나? 한 계단 한 계단이 지금 내 다리 길이의 1/3도 넘어!! 평소엔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다녔던 데에서부터 제약이 생기니 환장하겠다! 우리 주변이 비일반적인 신체를 지닌 사람에겐 이렇게나 불편한 곳이었구나!! 거기에 움직일수록 옷가지도 무겁게 느껴지다 보니, 2개 층을 내려와 기숙사 현관에 이르렀을 땐 영희도 갑자기 조그매져서 왔다갔다 하긴 힘들 거라고 먼저 가 있으라 한 게 후회될 거 같은 기분이었다. 아놔, 리라가 있는 데까진 또 어떻게 가지? 그때 단톡이 다시 울렸다.
[김영희]: 서연 선배~ 먼저 도착했어~ [김영희]:리라 선배가 바로 앞에서 가판대에서 옷 크기 줄어들기 서비스 하고 있으니까 옷 작게 만들고 부실에서 보자~
앓는 소리부터 새고 말았다. 벌써 도착했다고? 아놔... 서둘러야 하는데 낑낑대느라 더블클립과 빨래집게와 끈 따위로 고정한 옷도 도로 풀어질락 말락이다. 이런 수박!! 수경이한테 텔포를 부탁하는 톡을 써 버렸다. 그러고 보내기까지 누르려다 허둥지둥 액정을 껐다. 내가 썩었지! 수경이도 쪼그매져서 당황했을 텐데 이런 일로 오라가라 할 생각을 해!? 걔한테 받은 돈도 안 갚아 놓고??
한숨이나 푹 쉬고는 옷이랑 양말이나 어떻게 가다듬으려는데 가방을 막 당기는 듯한 힘(???)이 느껴졌다.
" ? "
복슬복슬 온기 어린 감촉. 토실이다. 상황이 상황이라 두고 나왔는데 어느 틈에 따라왔대?
" 토실아, 너 그거 못 들어~ 무거워;;; "
고맙기도 하고 딱하기도 해서 웃다가 궁색하게나마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 토실아! 그거 들지 말고~ 가다가 내 옷 흘러내리면 이 이 집게들로 좀 잡아 줄래? "
알아들었는지 토실이가 폴짝폴짝 땅에 내려와서는 콩콩거린다. 죽으란 법은 없구나~
" 고마워. 잘 부탁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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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실이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20분 뒤에나 교문 앞에 도착한 서연이었다. 원래였다면 서연의 느릿한 걸음으로도 5분이면 왔을 거리지만, 이번엔 토실이가 빠릿빠릿하게 옷을 잡아 주지 않았더라면 도중에 나가떨어지고 말았을 거다.
어쨌거나 20분이나 걸리고서도 (서연과 마찬가지로 옷을 줄이겠다는 일념하에) 줄지어 있는 어린이들을 보자 서연은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한 벌당 500원이란 톡을 봤던 덕에 돈은 확실히 챙겨 왔다만, 이래서야 오늘 안에 옷 줄이겠나?
[ 난 인제 줄섰어... ]> 김서연 [ 죽을 거 같애ㅠㅠㅠㅠㅠㅠㅠㅠ ]> 김서연
[ 사람 엄청 많네;;; 리라도 고생이겠다... ]> 김서연
개근은 포기한다 쳐도 커리큘럼이랑 알바는 곤란한데;; 아득히 긴 줄을 보며 망연해하는 서연이었다.
망했다. 아침에 그 난리 통을 겪은 것도, 옷 줄이기까지 그 난관을 거친 것도, 커리큘럼에서 놀림감이 된 것도 다 망한 거지만, 제일 망한 건 알바다!! (사장님이 꼬맹이라며 나가라는 걸 바짓가랑이 붙들어 가며 나라고 어필했다. 수박...... ) 유니폼 조끼는 거의 코트 길이에 카운터는 지금 내 키만 해........ 공병 상자를 발판으로 둬서 가까스로 높이는 맞췄으나, 작아진 손은 소근육 발달도 덜 된 상태라 손님이 고른 물건을 포스기에 찍는 것조차 쉽지가 않다. 봉투에 담는 건 사실상 한세월. 보다 못해 셀프로 담는 손님들도 있다. 하긴 지금 이 몰골은 영락없이 사장님이 어린애 앵벌이시키는 꼴이니 무리도 아닌가? 나처럼 꼬맹이가 되어 버린 울 학교 학생이 오면 서로서로 한세월이다만.
점포 청소는 또 어쩔? 대걸레가 지금 내 키의 두 배는 되고 무게도 원래 몸일 때보다 3배 4배는 무겁게 느껴지니 대걸레질 한 번이 빡세다. 사람 살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거기까진 꾸역꾸역 했으나... 가장 큰 문제가 닥쳤다. 물류 입고. 보자마자 장난 치지 말고 점원 데려오라는 물류 담당자에게 사정 설명하기까지 얼마나 답답했는지. 그래도 허리가 폴더폰이 되도록 굽신거려 가며 점포 안으로 옮겨 주십사 빌었더니 친절히 도와는 주셨다. 아아, 세상은 아직 따뜻해......
근데, 이제부터 시작이네. 저걸 다 제자리에 진열해야 한단 말이지. 이 꼴이 되어서 키 안 닿는 데 천진데. 하아~~~ 결국 한숨이 나오고 만다. 사장님 가시지 말랄걸 그랬나? 요새 은근 농땡이 많이 피웠어서 차마 있어 달랄 수가 없었는데. 알바 끝나는 시간까지 무사할까, 나?? 남은 시간이 암담하게 느껴졌지만, 어쨌든 사다리를 챙기러 창고로 향하는 서연이었다.
고생 고생 개고생해서 가까스로 커리큘럼 시간에 맞췄더니, 연구원이 대폭소하며 무슨 강아지 쓰다듬듯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주 내 꼴이 웃음지뢰지? 불퉁해져서 시킬 거나 시키라고 쏘아붙였다. 오전에 룸메한테 능력 쓰면서 느끼긴 했지만, 이 꼴이긴 해도 다행히 능력엔 이상이 없다. 그래서 오늘은 일전에 연구원에게 부탁했던, 읽는 속도를 빠르게 하는 데 주력했다. 이제까지와 같은 방식이었다면 말끔히 다 읽었을 정보도 빨리 읽으려니 은근 놓친다. 속도를 더 높여야 급박한 상황에 써먹어 볼 텐데, 쉽지가 않네. 꾸준히 하는 거 말곤 답이 없으려나? 그래도 좋은 점 하나. 커리큘럼 시간엔 어린애 몸이 된 것도 덜 신경 쓰이더라. 도로 커질 때까지는 빡훈련할까 보다...
아...망했다. 책상이 너무 높아서 공부하기 어려워... 아무리 공부가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로 하는 것이라지만 이건 아예 손 발이 문제다. 에라이 모르겠다. 오늘은 그냥 쉬는 날이다. 이런 날도 있어야지. 정말로 오랜만에 저지먼트 소집일이 아님에도 공부를 하지 않았다.
"뭐하지?"
가장 먼저 한 일은 도서관 어린이 코너에 가서 학습 만화책을 보는 것이다. 일반 만화와는 다르게 학습만화는 학습만화만의 재미가 있다. 그러나 덩치도 큰 고3이 도서관에서 만화책을 본다면 고3이 공부도 안 한다며 따가운 눈초리를 받을 것이고 학습만화를 본다면 딱한 눈초리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이젠 7살의 몸, 아주 당당하게 멋지게 대놓고 만화코너에 가서 만화책을 본다. 아뿔싸! 늦었다.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을 줄이야!!
카페에가서 음료수를 마신다. 이럴수가! 이렇게 음료가 컸었나? 한손으로 들지 못해 두 손을 써서 음료를 들고 마신다.
다리가 짧아져서 그런지 평소에는 금방 지나갔던 거리도 시간을 제법 써야했다. 이대로라면 긴 거리는 가지 못한다.
금은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도, 망설이지도 않았다. 당신의 속삭이는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그런 당신의 말에 금은 숨을 깊게 들이 마셨다. 그래, 남들의 시선이 향할 수도 있었으니. 이는 결코 쉬운 행동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만큼 금은 당신이 사랑스러웠다. 화면 속의 연인들이 부러웠다. 그러니 이는 위험을 감수할 정도의 가치가 있는 행동이었다. 잠깐 스크린이 밝아지면, 당신은 미소 짓고 있는 금을 볼 수 있을 것이었다. 달콤 하도고 감정이 넘치는 미소. 당신을 바라보는 금의 눈빛은 점점 더 선명해지고 강렬해지니, 당신은 어느 때보다 열정적인 후배를 곁에 두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아무도 우리에게 관심이 없을 테니까요."
그렇게 말하는 금의 목소리는 조용하지만 단호했다. 금은 자신의 턱에 닿는 당신의 손가락에 살짝 턱을 들어 올렸다. 스크린 빛에 비치는 당신의 눈동자 안에 자신이 있었다. 금의 마음은 조금 더 뜨거워졌고,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이어지며, 엔딩 스크롤로 이어지며 다시 어두워질 때. 금은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가, 눈을 감고서 당신의 입술을 다시 찾았다. 그리고 극장의 불이 들어오는 순간에 물러나니 개구진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창고에서도 수난은 끝나지 않았다. 창고 문 여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는데, 사다리가 나보다 커.
" ...................수박 "
깊숙한 데에서 치미는 빡침. 오늘 일당 두 배 아니 세 배 달랄 거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씨알도 안 먹힐 소릴 해 버리겠다고 헛된 다짐을 하는 서연이었으나, 꾸물거릴 때가 아니었다. 입고된 물품 죄다 바닥에 깔려 있는데 이때 손님 몰리면 노답이다.
하여 낑낑거리며 사다리를 옮기는데, 토실이가 어따 진열하면 되냐는 듯 물품 옆에서 콩콩거렸다. 너밖에 없다. 대충 낮은 데 둘 수 있는 먹거리는 토실이한테 부탁하고, 내 키가 안 닿는 데 올려야 할 것들을 한아름(그래 봤자 쪼그매진 몸이라 평소의 1/3이나 될까 말까다) 드는데...
망했다. 손님이다. 어린이네? 나처럼 봉변당한 울 학교 학생이야, 찐어린이야? 어서 가시라는 말부터 나올 거 같았으나 꾹 삼키고 기본 멘트를 꺼냈다.
" 어서 오세요.............. "
근데 이 어린이 낯이 익다. 철현 선배랑 무지 닮았는데? 선배 동생? 아니, 성하제 끝나서 외부인은 다 나갔잖아. 설...마? 서연은 안경을 고쳐 쓰던 습관대로 콧등에 손을 올렸다가, 안경을 안 써도 앞이 잘 보이는 상태라는 걸(어려져서 유일하게 좋은 게 이거다) 다시금 깨닫고는 눈만 깜박였다.
자신의 이름에 조금 놀란 듯한 기색을 보이는 여로를 보는 시선이 가늘어진다. 이름에 뭐 문제라도 있나? 아이들은 느끼는 게 바로바로 얼굴에 나타나는 법이니까. 랑은 상황이 조금 낫긴 했지만 그래도 몸이 어린아이인 건 마찬가지인지라 표정이 완전히 변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여로가 알아챘을지는 모르지만.
선배는 어려진 게 싫지만은 않은가 보다. 몸을 보란듯이 이리저리 움직인다. 난 불편한 거 투성인데. 사람마다 이렇게 다른가? 생각하다, 허리랑 목이 안 아프단 말에 짠해졌다.
" 저희 아직 10대거든요. 벌써 만성 통증이 있으시면 어떡해요? 일주일 지나면 도로 원래 몸 되나 보던데. "
한숨 섞어 툴툴거리다 흠칫했다.
" 선배, 머리는요? 머린 괜찮으세요? "
어려졌으니 서현 씨가 능력을 쓰기 전의 상태가 됐을 텐데, 순식간에 어려졌다가 다시 순식간에 나이가 들면? 그렇게 갑작스러운 변화가 생겨도 문제 없나?? 자신으로선 어쩔 도리가 없는 영역임을 아는데도 그 부분은 못내 신경이 쓰여 버리고 만다. 못 하는 건 빨리 포기할수록 편한 법인데.
" 리라가 괴물도 만들었어요? "
누구에게나 말랑뽀짝한 리라, 아이돌로서 무대에서 공연하는 리라만 봤던 서연으로서는 오히려 리라가 괴물을 그리는 게 상상 불가인 영역이었다.
" 에? "
어라? 듣고 보니. 원재료가 종이인데 왜 세탁은 가능, 아니, 오히려 해 줘야 한댔는데??
" 그러게요. 리라가 능력을 쓴 종이는 물에는 면역이 생기나?? "
불에도 생겼다면 무적일 텐데. 아쉬워하다 선배가 토실이의 냄새를 맡는 통에 헛웃음이 나와 버렸다.
" 저 씻을 때 같이 씻기거든요!! "
이물질 묻으면 세탁해 줘야 한대서 아예 그렇게 관리하고 있다. 토끼 인형에서 사람 샴푸 냄새가 나는 게 어색할지도 모르지만 알 게 뭐야? 짐짓 입을 삐죽거리던 중 기숙사 얘기에 양심통이 왔다.
" 어... 저... 사실 데려와 놓고 룸메 꼬셨어요. 동물 아니고 인형이라고. 인형인 거 인증 못 했으면 룸메가 저 죽이거나 퇴사시켰을걸요? "
정말 그럴 기세였어. 다짜고짜 토실이를 데려간 첫날 싹싹 빌었던 걸 회상하며 몸서리를 치는 서연이었다.
그러나 정말 몸서리를 쳐야 할 것은 따로 있었으니, 하라는 물품 진열은 안 하고 놀아 버렸다!!
" 아, 안 그래도 이거 다 정리해야 되는데에에에에... "
그 바람에 다른 부원의 도움을 받으란 권유에 순간 솔깃했다가, 결국 뒷머리를 긁고 마는 서연이었다.
" 제 일이잖아요. 해도 제가 해야죠. 안 그래도 태진 선배께 신세 질 때마다 제 일당 쪼개 드려야 할 거 같고 양심통 오는걸요. 이 상태는 일주일만 간다니까 그 동안엔 존버해 보려구요. "
이러니저러니 해도 목화고 학생 전체가 7살 이하의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이상, 가장 안전한 곳은 학교 내다. 그 중에서도 익숙한 장소, 저지먼트 부실. 랑은 헐렁한 후드티를 입은 채 소파에 파묻히듯 앉아 막대과자를 입에 물고 있었다. 오물오물, 끝부터 차근차근 씹어먹는 중이다.
어린아이의 몸은 체력이 과다하다. 그리고 연약하다. 의식하지 않으면 여기저기서 경보가 울려댈 정도. 차근차근 위험한 게 아닌 것을 구별하다 보니 정신이 없어서 조용한 장소에 찾아온 것인데. 분명 아무것도 위험한 게 없는 장소임에도 갑작스럽게 위화감이 느껴졌다. 그것도 창 밖에서.
"?"
랑이 창을 쳐다보는 동시에 창 밖에서 리라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무슨 비행접시 같은 걸 타고 있는데. 랑은 눈을 가늘게 떴다. 아마 목화고 학생일 텐데, 저런 걸 타고 다닐 만한 사람이 있나?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빗자루를 타고 다니는 리라였는데, 자신이 아는 리라와는 많이 다르게 생겼다. 특히 머리카락과 눈의 색이.
긴가민가 하면서도 소파에서 내려와 창문 쪽으로 다가간 랑은, [저 리라예요]라고 쓰인 포스트잇을 발견하자 창문의 잠금장치를 풀어 옆으로 밀었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창문 턱을 넘어오는 리라를 붙잡은 랑은, 자신에게 달라붙어 볼을 비비는 리라의 모습을 보며 '혹시 정신도 어려졌나?' 생각하다가 말았다. 그랬다면 자신이 누군지 몰랐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