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기억은 나이가 들수록 흐릿해진다지만 태오는 달랐다. 아직 약관 채 될 수 없는 나이지만 1년이 지나면 지날수록 기억은 더욱 선명해졌다. 태오는 이따금 자신이 읽었던 책의 내용을 더듬고 떠오르는 문장을 정확히 구사할 수 있다. 아직도 부모님과 함께 할아버지께 들키지 않게 숨어 지내고, 손을 잡으며 동물원에 갔던 날을 기억할 수 있으며, 어머니께서 봄볕 내리쬐는 따스한 날씨에서 미소 지을 적 주변에 만개하던 개나리를 기억하고, 아버지가 손에 쥐여준 풍선이 조잡한 캐릭터의 형상을 가졌음도 기억한다.
태오는 처음 머리를 열던 날을 기억한다. 하기 싫다며 승환의 품에서 오들오들 떨던 날도, 꽉 끌어안은 돌고래 모양 인형도, 발버둥을 치며 엄마와 아빠를 부르던 순간과 데 마레에 먼저 들어온 희야가 자기도 아팠다며, 엄마가 보고 싶다고 같이 구석에 웅크려서 훌쩍이던 순간도. 두 사람은 피가 이어지지 않았지만 형제가 되었고, 머잖아 동생을 맞이했다. 데 마레의 식구가 늘던 순간 느꼈던 새침함도 기억한다.
퍽 어여쁜 동생이었다. 하지만 태오는 조숙했고, 커리큘럼으로 인해 사람을 가까이하지 않던 성정 탓에 제게 무던히도 맴돌던 동생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먼저 다가올 적이면 밀어냈다. 그렇지만 낙숫물 바위 뚫듯 점차 스며들던 제 동생은 자신이 감기로 앓아눕던 날 끝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존재로 거듭났다. 소중한 나의, 우리의 동생. 태오는 아직도 그때 자신이 했던 말을 기억한다.
네가 미운 게 아니야.
더없이 아름답던 기억만 그렇게 뇌리에 자리면 좋을 텐데, 야속하게도 세상은 태오를 인첨공에 밀어 넣었다.
태오는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기억한다. 승환이 자신에게 몇 번이고 당부하며 이따금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남몰래 머리를 싸매던 날도, 자신에게 따로 교육을 시키던 날도, 편지를 쓰며 골머리를 앓던 날과 자신의 손에 쥐여진 새를 보며 기함하던 날도. ALTER로 가던 날 또한 기억한다. 낯선 곳에서 적응하던 날을. 친절하지만 데 마레와는 다르던 분위기를,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화병을 깨던 날 자신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쳐다보던 연구원의 표정을, 보고 싶던 얼굴을, 편지나 연락 하나 없던 데 마레를, 연락해도 받지 않던 희야를, 점차 들리기 시작하는 알 수 없는 소리를, 이해할 수 없음에서 오는 공포를.
옷깃을 붙잡으며 들려서는 안 될 것이 들린다 호소하던 자신, 약을 건네주는 연구원, 몽롱한 기운 속에서도 들려오던 것을, 자신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생겼다 판단하고, 아니라고 했을 때 선량하게 웃지만 속내로는 의심하던 사람들, 늘어난 약의 복용, 그리고 그 끔찍한 소리가 절정에 달하던 커리큘럼과 약을 먹어도 뇌를 쑤셔 들어오던 공포, 비명, 뛰쳐나가던 그 순간을. 그 순간에도 태오는 가족을 간절히 떠올렸으나, 2학구는 잔인했다. 자신을 연구소에서 탈출한 말썽쟁이로 보아 받아주지 않던 다른 연구소,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는 연구원……. 불신과 공포, 고통 끝에 도망쳐 도달한 곳은 데 마레가 아닌 스트레인지였다.
그리고 태오는 신데렐라를 기억한다. 폐기장에서 숨이 꺼져가지만, 결국 자신에게 무한한 삶을 준 안드로이드를 기억한다. 안드로이드의 고향을 찾아 떠난 길에서 도착한 메트로폴리스를 기억하고, 그 순간 느낀 경외심을 기억한다. 자신의 재능을 알아보고 일원으로 받아준 서휘의 얼굴 또한. 훗날 메트로폴리스에서 마주해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던 신데렐라도. 내 손으로 망가뜨리고 휘두른 형제와 그 길의 끝에 있던 저지먼트, 의견의 분열, 슬럼프, 자신이 던진 도박수, 흐르던 피와 놀라 입을 떼지 못하던 은우, 샹그릴라, 그림자, 대립, 끝내 자신을 인정하고 나섰던 날을.
그 모든 순간, 여전히 내 곁에 남아있던 가족을.
태오는 머리에 비녀를 꽂았다. 화려한 귀걸이가 귀를 장식하고, 높은 굽소리와 함께 낭창거리는 걸음을 뒤로 화려한 외투를 걸치며 밖으로 나섰다. "혜우야."
제 동생 발견하기가 무섭게 장갑 낀 길쭉한 손이 제 동생의 동그랗고 납작한 뒤통수를 어루만지고 품에 안고자 했다. 어조는 여전히 기운이 없으나 고아하다. 밀어내든, 밀어내지 않든 태오는 제법 선량하고 상냥한 눈길이었을 테다. "왜 이렇게 야위었어." 머리를 가볍게 쓸어주려 하면서도 태오는 느릿하게 미소 지었다. 희미하고도 이것이 미소가 맞는가 싶을 정도로 표정의 변화가 미미했지만 오랜 시간 자신을 봐온 당신은 이 표정 정도는 알아채겠지.
"네게 미리 말해주고 싶단다……. 이 내가 언제든 곁에 있다는 것을."
또한 태오는 성운에게도 다가갔다. 또각거리는 굽을 뒤로 태오는 성운을 내려다보았다. 그때 내 멱살을 잡을까 생각하고, 기어이 한대 치던 날에는 내가 고개를 치들었건만 이젠 상황이 역전되었구나. 아무렴 어떠하랴.
"성운아."
나지막한 어조로 태오는 허리를 숙였다. 눈을 마주하려 하며 입술을 달싹였다. "우리 혜우 잘 부탁해요, 알겠지?" 하며 속삭이고는 웃음을 지어보이는 것이 절대 고운 반응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안다.
"다시는 스트레인지로 들어오지 못하게……."
태오는 천천히 표정을 굳혔다. 태오는 이제 희미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서휘의 속내를 읽을 수 있었다. 계약서를 앞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서휘의 속은 깊은 희열과 쾌감, 그리고 희미한 걱정과 두려움이 느껴졌다. 자신을 잃을 수도 있다는 그 두려움에서, 태오는 한때 서휘의 가슴을 짚었을 때 느꼈던 공포와 상실에서 비롯되는 불안의 맥동을 떠올렸다.
다만 태오는 망설임 없이 지장을 찍었다. 나의 비늘 하나에 자리를 잡은 것이 여럿 있다. 나를 떠나고자 한다지만 결국 내 몸은 거대하고, 그쪽이 자리한 곳은 비늘 하나가 아니겠는가? 그러니 불안할 적이면 나를 부르짖고, 그 부르짖음 끝에서 나는 그쪽을 위해 머리를 치들겠다. 이제 남은 것이 이 방법밖에 없음을 난 안다. 평화로운 방법?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평등한 세상? 오, 짐승들 득시글하니 인첨공 바깥으로 한 걸음만 나서도 여전히 단합 하나 안 되는 족속들 모인 이 땅에서 어련하시려고. 내 기억하는 모든 것에서 느꼈던 감정 중에 좋을 것 하나 없음을 아는데 어찌 그런 것이 가능할까. 당신들은 이곳에서 자리를 잡아라. 지탱해 주는 존재와 함께 삶을 이룩하라. 다시는 그 빌어먹을 그림자 속에 발 담그지 말고, 떠나지 말아라. 어찌 되었든 나는 이 쭉 찢어진 동공으로 양분된 세계를 담으며 곁에 도사릴 테니.
"어린 빛무리야, 악한 자가 있는 것을 단죄하는 건 저지먼트지, 네가 해서는 안 될 일이에요. 네 증오를 이해하나 결국 너 또한 그들과 같은 길을 밟고 자멸하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니지요. 낙원을 만들 적, 희야는 네가 함께하기를 바라지 너를 남겨두고 가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
하겠지만
현태오는 이제 저기에서 '너 또한 그들과 같은 길을 밟고 자멸하겠구나... 오, 그야 학살자 단체의 훌륭한 전쟁병기가 되었잖니. 높으신 분들의 훌륭한 표본이 된 기분은 어떠니.'로 멘탈 갈아먹겠지...
키운다고. 노이즈로 비틀듯 입매 치켜올리며 흐릿하게 머금는 지쳐빠진 웃음은 가려지더라도, 변조 시스템으로 불쾌하게 노이즈 섞인 느릿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건 가려지지 않을 것이다.
"어르신께서 우리 비사문천에 관심을 가지고 보셨을거라 생각하지 못했군요. 캡틴인 저도 그렇지만 소속된 이들또한 관심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으니 이런 관심은 거북스럽기도 하군요. 어르신의 관심을 끌었다는 점에 기뻐해야할지, 아니면 경계하여 거리를 둬야할지 말이죠."
스트레인지라는 곳이 그런 곳이지 않습니까. 아시다시피. 고저없이 일정한 억양으로 예의 느릿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던 혜성은 문득 입을 다물었다. 인지저해 프로그램의 노이즈가 얕게 물결처럼 흔들렸다. 제 생각대로 해석하게 맞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상대의 의도대로 해석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상관없을테지. 느릿하게 날숨 내뱉으며 혜성은 어깨를 으쓱였다.
숨길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숨기라는 의도가 담긴 말이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은, 이겠죠. 바뀌지 않는 이상 지금은 더럽히지 않아도 된다는 선택지가 이제는 더럽혀야한다는 선택지로 바뀔 가능성은 충분히 있으니까요."
태오와 라바나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다가 담배를 꺼내 입에 물며, 혜성은 예의 고저없이 일정한 억양으로 읊조렸다. K가 알면 길길이 날뛰면서 욕으로 랩을 해대겠지만 가장 최악과 그나마 덜 최악인 선택지 밖에 없는 현 상황에서는 그나마 덜 최악인 선택지를 골라야한다. 상대는 스트레인지 내 영향력이 가장 크다. 그런 상대가 자신과 비사문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점을 이용할 수 있을 때 이용해야했으니까. 짙은 딸기향이 방안에 자욱하게 퍼지고, 노이즈가 흔들렸다.
태오가 밀어준 재떨이가 있는 방향으로 혜성은 상체를 기울인다. 재떨이에 담배 눌러끄며 혜성은 입을 열었다.
"답안지에 이미 답을 적어서 건네주고 맞는 정답을 고르라고 하지. 근데, 문제를 보니 답안지에 적혀있는 답은 틀린 답인거야. 그래서 맞는 정답을 찾아보려 문제를 풀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미 답이 적혀있는 답안지를 뺏어가버려. 그러면서 우리는 기회를 줬다고, 아주 유감스럽다는 듯이 이야기하더라."
흔들리는 노이즈 너머로, 일순 새파란 눈동자가 도깨비 불처럼 시퍼런 불꽃처럼 일렁이다가 노이즈 안으로 사라졌다. 짧고 건조하게 혜성은 웃음을 터트린다.
"내가 이곳에 와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그거야. 기회라는 말."
인첨공에 들어온 건 내 선택이었지만 스트레인지에 들어오는 선택을 하기 전까지 단 한번도 선택해본 적 없다. 그렇다면 내가 있을 곳을 선택하는 것까지 내가 선택해야 그나마 덜 억울하지 않겠어. 담배를 눌러 끈 혜성의 손이 태오의 어깨에 얹어지더니 그대로 누르듯 소파로 밀어붙히려 했을 것이다.
"어르신께 전해. 주시고자 하는 가르침은 감사히 받겠으니, 앞으로도 많은 가르침 부탁드린다고."
혜성은 이번에는 작게 키득거리는 웃음을 터트리며, 태오의 어깨에 얹었던 손을 떼어내고 한두걸음 뒤로 물러나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다. 가장 어두운 곳이라고 할지라도 빛은 들어오기 마련이다. 빛 들어올 곳 없는 지옥이라면 그곳에 빛 들어올 자리를 만들어내면 되는 것이다. 혜성은 그렇게 하기로 했다.
>>142 수경주 아앗...집안일. 해도해도 끝이 없고 안 하면 노답인 밑 빠진 독 같은 그것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힘내세요...
>>143 영희주 ㅋㅋㅋㅋㅋㅋㅋㅋ 개그 모드일 땐 핀트 어긋나기도 하는 거죠 뭐~~ 처음에 체리 쿠키 체리 타르트 만들어 주는 거 보면 사람들이랑 잘 어울릴 거 같던데요~~
>>144 혜성주 지들이 정한 답이 정답이라고 내놓았다가 다른 답 고를 시간은 안 주고서 기회는 줬다고 한다라... 혜성 언니가 인첨공에서 누적된 불만이 저 발언에 응축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8ㅁ8
>>146 철현주 네, 말씀해 주신 거 봤었어요. 근데 서연이는 쪽지 사건이 선배한테 부채감을 남겼으리라곤 생각 못해서 선배가 한 번의 잘못 운운했을 때 머릿속에 물음표가 찼을 거 같고...👀👀 저는 써먹을 수 있는 카드(???)인 줄 알았다면 써먹을 만한 더 큰 건을 노릴걸 하고 살짝 아쉬워질 뻔했다지요(◀주의 : 낯짝 티타늄)
학구 외곽. 스트레인지와 인접한 골목. 이리라의 위치가 마지막으로 찍힌 장소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해당 메세지에 의문을 가진 채 근처에 도착한 저지먼트 부원들은, 이윽고 멀지 않은 곳에서 리라가 톡방으로 보냈던 로켓 목걸이의 스케치와 똑 닮은 목걸이를 건 토끼 메이드를 만났을 것입니다.
@나랑 situplay>1597046305>71 situplay>1597046305>86
첫 번째로 토끼 메이드를 발견한 건 랑이었습니다.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느낌과 함께 도착한 장소에는 글레이프니르 멤버들에게 둘러싸인 채 서 있던 토끼 메이드가 있었고, 그는 랑을 성공적으로 허름한 벽돌 건물로 안내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줄곧 어딘가를 가리키던 귀의 움직임이 멎고 몸을 버둥거려 랑의 품에서 빠져나가는 걸 보니 아무래도 안내는 종료된 듯 합니다. 2층 높이의 볼품없는 건물은 의외로 별다른 위협이나 불길함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습격할 의도도,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는 느낌도 들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감 한구석에서는 오묘한 찜찜함이 감돌고 있었겠지만, 어쨌거나 당장 신경을 곤두세우고 맞서야 할 위험 요소는 없는 것 같습니다.
- 어?
그러던 중 건물 측면에서 누군가가 걸어나왔습니다. 데님 재질 볼캡에 어두운 녹색 머리, 하얀 마스크를 꼈고 손에도 하얀 장갑. 두꺼운 검은색 목폴라 스웨터. 이리라가 메세지로 보냈던 절도 용의자의 인상착의와 매우 흡사합니다. 아직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듯 어리버리한 얼굴로 타들어가는 담배만 쥐고 있으니, 제압하고자 했다면 어려움은 없었을 겁니다. 동료의 위기를 깨닫고 뒤늦게 튀어나온 스킬아웃이 두어 명 정도 더 있긴 했지만 그 정도로는 랑에게 위협이 되지 못했습니다. 혼자였어도 전혀 문제가 없었을 텐데, 심지어 당신이 가는 길을 따라온 동료들까지 존재했으니까요. 게다가 그들의 팔에 끼워져 있는 올가미 완장은...
- 어어어어? 히 , 히익! 저희한테 왜 이러십니까! 아니, 아닙니다! 다 잘못했습니다! 살려만 주십쇼!
그 완장과 랑의 인상착의로 인해 이들은 스트레인지 골목을 맴돌던 괴담 하나를 기억해낸 것 같습니다. 그래봤자 늦었지만요. 상황이 적절히 정리되었다면, 그들은 고분고분하게 이리라가 있는 곳으로 여러분을 안내했을 것입니다. 건물 외벽을 빙 돌아, 후문과 연결된 방으로. 하지만 이상합니다. 외벽을 돌아 건물 뒤쪽에 발을 딛는 순간, 가장 먼저 신발코에 치인 건 쓰러진 사람이었으니까요. 랑을 안내하던 스킬아웃이 기겁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이쪽의 동료인 모양입니다. 쓰러진 스킬아웃이 하나, 둘... 얼추 서넛 정도가 이리저리 뻗어있는 모습이 랑의 시야에 들어옵니다. 누가 이런 짓을 한 걸까요? 게다가, 널브러진 사람들 너머로 보이는 문은 누군가 미리 들어가기라도 한 것처럼 활짝 열려 있습니다. 그리고 문 너머. 손발이 묶였지만 적어도 다친 곳은 없어 보이는 이리라가 당신을 발견합니다. 안심한 듯 굳어있던 표정이 확 풀어지는 게 보입니다.
"어, 언니!"
다만, 이리라의 앞에는 정체불명의 누군가가 서 있습니다. 아차 가면을 쓴... 저건 누굴까요.
"엇, 그리고 그... 햄스터들!"
얘는 또 왜 이래.(?)
@서한양 situplay>1597046305>168
이윽고 랑의 품에서 빠져나온 토끼 메이드가 두 번째로 만난 사람은 자전거를 타고 도착한 한양이었습니다. 다년간의 저지먼트 생활로 갈고 닦아진 감이 활약한 것인지, 혹은 이동 경로상의 이점이었는지는 몰라도 한양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빨리 허름한 벽돌 건물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토끼 메이드가 또다시 먼 길을 헤매지 않아도 되었으니, 이 작은 인형으로서는 참 다행인 일입니다. 하지만 최종 목적지의 이른 발견과는 달리 진입만큼은 쉽지 않았습니다.
- 침입자다-!!!!
한양이 건물에 발을 내딛고 말을 거는 순간, 스킬아웃 세 명이 일제히 달려들어 한양을 공격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조금 전 랑과 글레이프니르 멤버들에게 동료들이 제압당하는 걸 목격한 탓에 잔뜩 독이 올라 있던 그들은 비교적 온화한 인상인 한양을 얕보기라도 했는지 꽤나 거칠게 달려들었습니다. 어쩌면 약간의 화풀이였을지도 모르죠. 정말이지 그러면 안 됐을 텐데요.
- 으으, 으으으... 콜록, 콜록. - 저 녀석, 뭐 하는 놈이야...
레벨 5의 힘이 없어도 저지먼트의 부부장은 충분히 강한 존재입니다. 주제를 모르고 달려들던 스킬아웃 셋은 참패했고, 더 이상 한양의 앞길을 막는 건 없습니다. 정문으로 들어가 1층 가장 안쪽에 있는 문을 열면(잠겨 있지만 한양에게 그런 건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겁니다.) 이리라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잠깐, 그런데 이 진동은 뭘까요? 그리고... 뭔가를 강하게 타격하는 듯한... 뭔가가 박살나는 것 같은 요란한 소음이 문 너머에서 들려옵니다. 미처 찾지 못한 스킬아웃 잔당이 건물을 무너뜨리기로 작정이라도 한 걸까요? 빠르게 진입해봐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안에 이리라가 있다면, 건물이 무너지는 순간 깔려 죽을 게 뻔하니까요.
그리고 만약 진입했다면— 글쎄요. 먼지 너머의 실루엣을 목격했을까요?
@이혜성 situplay>1597046305>197
많은 사람들이 토끼 메이드의 안내를 기반으로 하나 둘 건물을 찾아 진입했지만, 이곳에는 작은 인공 생명체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누구보다 일찍 도착한 사람이 존재했습니다. 혜성과 비사문천 멤버들은 혜성의 탐지를 기반으로 이동하여 이리라가 잡혀 있는 건물 뒤편에 안착합니다. 허름한 벽돌 건물 후면에는 뒷문이 나 있었고, 그 근처에는 사람이 여럿 모여 있습니다.
바글바글 모여 있던 스킬아웃들은 최근 스트레인지에서 이름 높은 '자경단'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 세 사람의 얼굴을 덮은 야차 가면을 보자마자 혼비백산하여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하지만 좁아터진 골목길에서 도망치려고 해 봤자 몇 보나 더 갈 수 있었을까요. 유달리 발이 빠른 한둘은 아슬아슬하게 도망쳤지만, 남은 자들은 처참하게 제압당한 채 바닥을 뒹굴며 혜성에게 뒷문을 걸어잠근 도어락의 패스워드를 고해 바쳐야만 했을 것입니다. 그 문을 열면 곧장 이리라와 마주할 수 있습니다. 고작 문 하나 넘자마자 마주치다니, 생각보다 보안이 형편없군요. 어쨌거나 이리라 또한 혜성을 알아보았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그 날의 기묘한 인물을요.
"당신, 순찰길에서 만났던 그 사람이잖아요... 여긴 어떻게?"
이리라의 눈빛에 경계심이 아른거립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이쪽은 비사문천이 스트레인지에서 어떤 존재인지 모르니까요. 혹시 한패로 오해라도 하는 걸까요?
—순간, 혜성의 등 뒤로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누군가의 인영이 비사문천의 리더에게 짙은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이를 깨닫고 혜성이 고개를 돌렸다면 당신은 익숙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비사문천이 미리 열어둔 후문의 문지방을 타고 넘어온 사람은 당신의 짝꿍이었으니까요. 다만 그걸 알아보는 사람은 아마 혜성뿐일 것입니다. 야차 가면에 평소 보지 못했던 느낌의 복장, 게다가 장소는 스트레인지. 누가 이곳에서 지우개를 빌려주던 온화한 인상의 친구를 만날 거라고 예상이나 할까요?
비사문천과 글레이프니르. 두 조직이 처음으로 대면한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느긋하게 서로를 탐색할 여유는 없습니다. 갑자기 두 사람이 서 있는 방의 한쪽 벽이 요란하게 울리다가, 이내 쩌저적 하고 금이 갔기 때문입니다. 이게 무슨 일일까요?
그 무렵, 토끼 메이드가 세 번째로 만난 사람은 영희와 서연이었습니다. 건물 사이사이를 뛰어넘는 격렬한 묘기의 여파로 기운이 많이 빠져버린 서연을 조금 측은한 표정으로 바라본 토끼 메이드는—물론 기분 탓일지도 모릅니다. 애초에 안면 근육이 제대로 설정되었는지도 알 수 없는 존재에게 표정이 있긴 할까요?—이내 조금 전 그랬듯이 귀를 움직여 영희와 서연을 건물로 안내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건물 외부는 꽤 고요합니다. 도착하기 전에 앞서 도착한 사람들이 미리 한바탕 청소를 해 뒀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방금 온 두 사람이 이 사실을 알기란 어려운 일이었을 겁니다. 때문에 영희와 서연은 보다 조심스럽게 행동하기로 했습니다. 사이코메트리로 건물의 기억을 읽어 이리라가 이곳에 있는지, 그리고 적의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알아낸 서연은 방과 연결되어 있는 듯한 창문으로 진입하자는 의견을 냈습니다. 그러나 영희의 생각은 조금 달랐습니다. 허름한 건물. 부식된 벽돌. 자고로 코뿔소라면 이 정도는 거뜬히 부술 수 있어야 합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기합 소리와 함께 내지른 주먹이 허름한 벽돌 건물에서 가장 약한 벽을 꿰뚫어서 무너트리고 거대한 구멍을 만듭니다. 방 안에 먼지가 가득 차오릅니다. 어쩌면 영희는, 그리고 그 뒤의 서연은 아직 걷히지 않은 먼지 너머로 누군가의 실루엣을 발견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이쯤에 한양이 잠긴 문을 어떻게든 해체하고 진입했다면, 서서히 먼지가 빠지는 동시에 네 팀은 비로소 서로를 인식할 수 있었겠죠. 그걸 원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아직 먼지가 빠지지 않은 지금이 유일한 기회입니다.
>>167 이혜성 잘알 리라한테는 "소문이 들려서. 스트레인지가 에어버스터에 의해 시끄러워지는 건 우리가 원하는 일이 아니기도 하고 말이죠." 하고 답했을 것 같아. 단원들 내보내면서 "먼저 가세요. 최대한 시간을 끌어볼테니." 하다가 한양이 서연&영희까지 들어왔을 때 틈 생기자마자 튀었을 이혜성(비사문천 캡틴 겸 저지먼트)임. 천천히 써죠
이곳은 평화로운 제 3학구랍니다. 물론 꽤 여러 소동이 있었던 것 같지만 인첨공의 평화로운 일상 같은 것이니까 넘어가도록 해요! 어쨌든 몇 번이나 문제를 일으켰던 우리의 교수님과 조수는 오늘도 뭔가를 만들고 있었어요. 아. 저건 어려져라 빔! 이네요. 정확히는 노화로 인한 장기 손상이나 신체 기능 저하를 막기 위해서 만들어진 장치랍니다. 일시적으로 몸을 어리게 만들어서 장기와 신체 기능을 강화시킨 후에, 거기서 줄기세포를 뽑아낸 후에... 라는 느낌의 과학적 이론 이야기는 패스하도록 해요. 솔직히 이런 것은 재미가 없잖아요?
"드디어...드디어...드디어 완성되었다!!"
"와! 박사님! 정말로 축하드려요!! 그럼 이번엔 어디서 실험할 거예요?"
"그냥 목화고등학교 쪽으로 쏴라."
"네? 그래도 되는 거예요?"
"몇 번의 실험을 체험한 후에 난 드디어 깨달았단다. 어차피 우리가 무슨 짓을 해도 이 실험은 항상 목화고등학교가 맞게 되어있어. 어차피 또 목화고등학교가 맞게 될 거... 그냥 우리가 먼저 쏘면 되지 않겠니?"
"그것도 그렇네요!"
아니. 이게 무슨 기적의 미라클 논리인가요? 이게 맞는건가요? 그렇게 항변해보지만 저는 나레이터일 뿐이기에 그 어떤 영향도 줄 수 없었답니다. 어쨌든 목화고등학교를 향해서 레이저 빔이 발사되었답니다.
그리고 레이저 빔은 목화고등학교 일대를 덮쳤어요. 파란색 빛이 번쩍번쩍하더니 이내 사르륵 빛이 사라졌답니다.
아. 갑자기 모든 것이 크게 보인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모두가 작아진 것 뿐이에요! 어린아이 느낌으로요. 정확히는 유치원생 정도의 크기네요! 하지만 초능력마저 어려진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어쨌든 늘 그랬듯이 도와주세요! 저지먼트! 유치원생이 되어버린 아이들을 지키면서 혼란을 막아주세요!!
/말 그대로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아이들이라는 느낌이에요! 이번에는 다이스가 없이 그냥 평범하게 돌릴 수 있어요! 현 1학년들은 5살, 2학년들은 6살, 3학년들은 7살로 고정이에요.
얘는 고민하는 기색도 없어. 금의 대답에 든 생각이다. 장난기 가득한 제 윙크에도 웃음기 없이 진지한 표정을 보고 혜성은 그 어떤 말도 내놓을 수 없었다. 제 것과 닮았으나, 제 것과 명확히 다른 채도의 눈동자에 자신이 비치는 짧은 순간이 견딜 수 없어서, 혜성은 비스듬히 방향을 바꿔 명료하게 자신을 담는 금의 시선에서 눈을 돌렸다. 속 죄이는 울렁거리는 감각이 이유도 모르게 부끄러워졌기 때문이다. 왜 이런 기분일까. 처음 입 맞췄을 때나, 고백을 받았을 때는 이런 기분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속이 울렁거릴까. 좋아한다는 말과 사랑한다는 말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부모님과 친오빠에게 느끼는 애정과 다른 느낌이라는 게 이런 걸까. 무난하다고 생각해서 고른 이 영화에서 나는 실마리를 잡을 수 없는 이 감정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까. 홧홧하게 열이 올라 뜨거워진 뒷목에 아직 남은 여름의 마지막 더위를 위해 틀어져 있는 영화관 에어컨의 찬바람이 닿았음에도 시원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영화가 시작되고 스크린이 밝아졌고 내용은 여느 로맨스 영화처럼 판이하게 흘러갔다. 시종일관 밝고 따뜻한 색으로 채워진 배경과 스쳐지나가는 주인공들의 일상, 몇번의 마주침이 있었음에도 서로를 의식하지 못한 채 지나치는 상황들. 어느새, 혜성은 제법 영화의 스토리에 집중하는 중이였다.
"으응-, 영화 시작했잖아."
손등을 누르는 손가락에 혜성의 손가락이 닿았다가 곧 부드럽게 감싸 깍지를 끼려하며 혜성은 금을 향해 작게 속삭였다. 그러다가 깍지낀 손을 어디에 놓을까 고민하는 것 같더니 금의 무릎 위에 깍지끼고 있는 손을 올려놓고 이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 혜성은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했다. 영화는 이제 주인공들이 오래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를 향해 열정으로 뜨겁게 타오르는 눈빛을 보내고 교환하며 서로에게 속절없이 소위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장면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비스듬히 턱을 괴고 스크린에 집중하고 배우들의 대화를 주의 깊게 듣는 혜성의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사뭇 흥미롭게 반짝거리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저지먼트 멤버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연기 속에서 빠져나온 것은 강수연. 다름 아닌 그녀 뿐이었습니다. 그 뒤로 그림자가 더 보이긴 했지만, 자신의 모습을 보일 생각이 없는 것인지, 굳이 앞으로 나갈 생각이 없는 것인지. 그 어떤 말도 들리지 않았고 그 어떤 모습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수연만 싱긋 웃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너는... 분명히 봄의 그..."
"기억하고 계셨네요. 덕분에 그때는 목숨을 건졌어요. 그 점, 정말로 깊은 감사를 드릴게요. 덕분에 저는 자살하지도 않고, 절망에 빠지지 않고 지금 이 순간까지 오게 된 거니까요."
"리버티의 공개방송에 선동이라도 되어서 거기에 있는거야?"
은우의 차가운 목소리에 수연은 오른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았습니다. 그리고 꺄르륵 웃음소리를 내뱉다가 역으로 차가운 목소리를 냈습니다.
"당신들이 말했잖아요. 악한 것이 잘못한거라고요. 잘못한 이들은 벌을 받아야죠. 봄에 왜 그런 병원 습격 사건 같은 것이 벌어졌어요? 왜 제가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해야했고 그런 약이 퍼진걸까요? 모두 안티스킬이 15주년 기념 행사인지 뭔지만 신경을 썼기에... 치안에 구멍이 생겨서 벌어진 일이잖아요. 저지먼트 여러분들이 그렇게 힘들게 구를 때... 이들은 어디서 뭘 했는데요? ...저는 그저 악한 이들에게 벌을 내린 것 뿐인걸요?"
자신은 아무런 잘못도 없다. 잘못한 것은 이들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수연은 살며시 등을 보이면서 수용소를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키득키득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김에... 죽이고 싶은 이도 있어요. ...말리려고요? 왜요? 저지먼트라서요? 아니면 도덕적이라서요? 도덕적이지 못한 행동을 그렇게나 한 이가 많은데... 왜 저만, 그리고 여러분들만 그렇게 선 안에서 놀아요? 솔직히 여러분들도 다 부숴버리고 싶지 않아요? 안 그래요? 저라면 그럴 것 같은데?"
현장은 아비규환이었다. 곳곳에 불길이 솟아 잿빛 연기가 시야를 가리는 가운데 공기가 매캐했고, 그 사이사이로 보이는 건 온통 피투성이로 널브러진 사람들이었다. 그 참상에 멍해졌다가 서연은 양볼을 후려쳤다. 뭐부터 해야 하지? 다친 사람들 응급 처치는 혜우가, 이송은 수경이가 해 줄 수 있으려나? (행여라도 모자라면 챙겨 온 구급 물품으로 땜빵해야지.) 병원에 연락은 정하가 돌린댔는데 그거 거들면 될까?
안 돌아가는 머리를 애써 굴리다 일렁이는 불길에 시선이 멎은 서연이었다. 불길이 번져 부상자가 더 늘어나거나 수용소에까지 옮겨 붙으면 수박된다;;;;; 불 어떻게 끄지? 소화길 챙겨올걸!!! 물탱크 같은 거 없나? 허둥지둥하다 부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진정하 " 정하야, 여기 불길 좀 꺼줄 수 있어? 수용소로 불이 번지면 곤란할 거 같아서! "
@유승엽 " 승엽아! 이 주변의 수분을 얼려서 불 꺼줄 수 있어? "
한편, 어쩌다 저지먼트들은 물론 안티스킬까지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는지도 의문이다. 보아 하니 자기 소개를 한 저 수박은 우리 부원들과 구면인 모양이다만, 그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모양이다만, 초면이고 전후사정도 모르면서 그 대화에 끼고 싶진 않았다. 지금 서연이 알아내려는 건 단 하나, 대관절 저 패거리가 무슨 수작을 부렸기에 사람들이 이 지경이 되었는가.
서연은 쓰러져 있는 사람에게 다가앉았다. 그리고 그 사람과 동료들이 제압당하기까지 벌어진 일을, 적들의 공격 수법에 중점을 둬서 파악하고자 시도했다. 부상자는 응급 처치부터 해야 한다는 가책을 억지로 털어내면서. 어떤 단서가 나오든 그걸 나머지 부원들에게 알리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 뒤에야 응급 처치를 시작했을 것이다.
@정하와 승엽이에게 불길을 꺼달라고 요청하고, 쓰러진 사람들한테 사이코메트리를 사용해서 리버티의 능력을 파악하려고 시도해 보겠습니다!!
님 그래서... 리버티는 우리를 전쟁병기로 민드는 이 인첨공에서 자유 어쩌고 하는데 지금 하는 꼴이 전쟁병기 양성이네용? ㅋㅋ 높으신 분들은 리버티 덕분에 손도 안 대고 코 푸는 격이겠다! 아니면 혹시... 리버티가 그짝인데 님이 이용당하는 건 아님..? 에이 설마... 복수 어쩌고 하면서... 본인이 이 사안이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고 걍 ㅎㅎ 죽인다니까 나도 복수나 해야지! 하는 인성 평균 드러내는 건 아니죠...?
서연은 사이코매트리를 사용해서 쓰러진 사람의 정보를 읽어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눈앞에 보이는 광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갑자기 빛줄기와 함께 가면을 쓴 4인조가 나타났고, 그 중 한 명이 손 끝에서 번개를 쏘았고, 그대로 안티스킬 본부에 명중했습니다. 이어 안티스킬 일원들이 우르르 뛰어나왔고 자연스럽게 전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중 키가 가장 작은 이가 번개를 쏜 이와 자신보다 살짝 키가 더 큰 가면을 쓴 이에게 각각 손을 댔습니다. 하얀색 빛이 손을 타고 흘러 상대에게 흘러들어갔습니다. 이어 빛을 받은 이가 땅에 손을 대자 갑자기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고 안티스킬 멤버들이 일제히 땅바닥에 엎어졌습니다. 마치 달라붙은 것처럼. 그리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 가면을 쓴 이가 휘파람을 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뒤이어 안티스킬 멤버들 중 일부의 눈이 붉어졌습니다. 그리고 이내 자기들끼리 난투극을 하는 모습이 펼쳐졌습니다. 어디 그 뿐일까요. 갑자기 어딘가에서 독수리들이 일제히 날아왔고 안티스킬 본부 위쪽으로 폭발물을 떨어뜨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독수리들은 모두들 사르륵 사라졌습니다.
그런 광경의 연속. 그것이 지금 이곳에서 펼쳐진 일인 모양입니다.
"무서워라. 병원에서 보였던 그 힘으로 저를 엎어치려고요? 하지만 저도 쉽사리 지진 않을건데 어떡하죠?"
"몇 명이 다치고 몇 명이 죽었건 그게 저희와 무슨 상관이죠? 선택은 자신들이 한 거예요. 리버티에 들어오려고 그런 행동을 한 이가 있다면... 결국 우리들의 사상에 동감하고 같이 하고 싶어하는 것 뿐 아닌가요? ...저희들이 협박을 한 것도 아니고, 오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했는데, 그런 행동을 하면서까지 왔다면... 그 생각을 존중해줘야 하는 거 아닐까요? 왜 그게 저희 탓이라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가네요. 후훗."
"평생 속죄... 그럴 수도 있겠네요. 애초에 그 정도 각오도 하지 않고서 지금 이 자리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죠? 나중에 속죄를 하면서 살아가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난 그때 내가 당한 것을 지금 갚아줘야겠어요! 그때는 힘이 없었지만, 이제는 그게 가능하니까! 자신들의 책임으로 그렇게 피해가 생겼는데... 아무런 사과도 사죄도 없고 마치 없던 일인양 지내고 있는 안티스킬 멤버도! 그리고 제가 반드시 죽여버리고 싶은 그 자도!"
"...복수의 대상이요? 후후훗. 후후후훗. 그럼 역으로 물을게요. 인첨공은 이렇게 될 수도 있는 것을 감당했나요? 그렇기에 지금까지 그런 짓을 저질렀나요? 이들은요? 결국엔 선배가 하는 말은 당하면서 살라는 말과 다를 것이 없잖아요. 왜 나만 당해야하는데? 왜?"
"들켰다고요? 일부러 드러낸거죠. 당신들이 와서요. 덕분에 감사 인사도 하고 싶었거든요. 당신들의 가르침. 악한 자가 잘못한 것이고 우리들에겐 잘못이 없다는 것을 알려줬잖아요. 그래서 악한 자들을 벌하는 것 뿐이에요. ...물론 저도 악이 되었지만, 그에 대해서는... 나중에 대가를 치루게 되겠죠. 하지만... 역시 전 갚아줘야겠어요."
"글쎄요. 수는 잘 모르겠네요. 누군가는 죽었고 누군가는 살았겠죠. 무슨 권리라니요. ...당한 자니까요. 그럼 선배에게 역으로 물을게요. 언제까지 참아야 하는데요? 제 온 몸이 박살나도 방치하고, 그런 사태가 일어나도록 만든 거나 마찬가지인 이들, 그리고 제가 죽여버리고 싶은... 원인을 제공한 이. 이들은 제가 당한 것만큼 당한 것이 있나요? 왜 저는 이렇게 되어야하고,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멀쩡한건데요? 고작 수용소에 갇혀있는 것이 벌이라고? 웃기지 마. 나는 그것에 동의한 적 한 번도 없어."
모두의 말에 가볍게 이야기를 하는 동안 혜우는 모두를 치료했고, 수경은 부상자들을 하나하나 옮겼습니다. 일단 죽은 이는 없습니다. 다만 상처가 상당히 심합니다. 스파크에 탄 흔적도 있고, 구타 당한 흔적도 꽤 있었습니다. 일단 당장 급한 불은 끈 모양입니다.
한편 정하와 승엽은 자신들의 능력을 사용해서 불을 껐습니다. 이내 연기가 천천히 사라졌고 그 너머에서 보이는 3명은 각각 가면을 쓰고 있었습니다. 자신들의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는 것일까요. 이어 수정 역시 자신의 얼굴에 하얀색 가면을 꼈습니다.
"......."
한편, 그 중에서 한 명이 휘파람을 작게 불었습니다. 그 순간입니다. 다시 하늘에서 독수리가 날아오기 시작했고, 근처에 또 다시 폭발물을 낙하시켰습니다. 이내 여기저기서 강한 폭발이 일어났고, 기계음이 울렸습니다.
"나는 안으로 들어갈게. ..내 타깃은 즉각 죽여버릴거고, 네 타깃은 나중에 데리고 갈게. 그럼 맡길게."
"......"
"......"
한 명이 보란듯이 수용소 안으로 천천히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다른 두 명은 이내 빛과 함께 워프하듯이 사라졌습니다. 그 자리에 남아있는 것은 다름 아닌 수정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되었네요. 수용소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는데... 물러나주면 안될까요? 응?"
그 순간이었습니다. 쓰러진 이들 중 몇명. 정확히는 6명의 눈빛이 붉게 물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테이저건을 꺼낸 후에 저지먼트 멤버를 겨눴습니다. 말을 하진 않았지만, 그 행동이 상당히 전문적이었습니다. 눈빛이 죽은 것도 아닌 것이 마치 '자신의 의지'로 그렇게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 아, 웃어서 미안해요. 수정양도 결국 자신을 습격한 블랙크로우랑 완전히 똑같은 인간이 되어서요. 블랙크로우를 잡을 때도 걔네들이 그러더라고요. 자신들은 그저 악한 인첨공을 불태우려는 것이라고. "
" 당신 지금 스스로를 자경단 내지 뭐 배트맨이라고 생각하나본데, 당신도 죄없는 시민 입장에서는 블랙크로우랑 다름이 없어요. 결국 당신도 예전의 당신처럼 죄없는 사람들한테 피해나 주는 거라고. 그냥 그때 죽든 더 다치게 하든 냅둘 걸. 어떻게든 살려줘서, 꾸역꾸역 바퀴벌레처럼 질기게 살았더니 한다는 게 결국 블랙크로우랑 똑같은 짓이잖아. X팔, 매달 해외아동한테 기부했더니, 커보니깐 소말리아 해적이 되어 있는 거랑 뭐가 달라. 안 그래요? 블랙크로우 MK.2 "
그렇게 리버티들은 수용소 안으로 들어가고, 안티스킬들은 저지먼트에게 테이저건을 겨누었다.
" 아오, 이 테이저건들만 처리하고 수용소 안으로 들어가야지. 여러분들은 저 없어도 저거 하나는 충분히 물리치죠? "
한양은 안티스킬들이 쥔 테이저건들의 입자자체를 전부 움직여서 흩어지게 만들고 그것이 파괴로 이어지게 만드려고 한다.
하늘에서부터 날아오는 독수리들의 모습에 성운은 하늘을 보았다. 그리고 위에서부터 떨어지는 폭발물들을 어딘가로 날려버릴 수 있다면, 근처의 적절한 인적 없는 곳이나 물속으로 유도시켜 피해를 최소화하려 할 것이다. 그게 불가능하면··· 어쩔 수 없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밖에 없겠고.
저 강수연이라는 사람과(병원 사건 당시 성운은 아직 격리 커리큘럼 중이었다) 저지먼트들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은 자신이 신경쓸 필요 없겠다. 지금 저지먼트 측에 저 테이저 건은 따위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고레벨 능력자들이 한 다스는 된다. 자신이 나서서 테이저 건을 죄다 고철뭉치로 만들어버리는 방법도 있으나, 굳이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손써줄 이가 있을 것이다. 대신 성운은 투명화 능력을 유지한 채로, 다른 리버티 멤버의 뒤를 따라서 수용소 안으로 발소리를 최대한 죽이고 잠입하려 시도했다.
"이번 일이 잘 되면 속죄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하잖냐, 네가 목표한 놈만 처리하면 얌전히 벌 받을 거냐?"
얌전히 잡히지도 않을 거면서 말은 많아. 랑은 쓰러진 사람들 중 붉은 안광을 내며 일어선 6명이 테이저건을 겨누자, 테이저건이 발사된다면 어떻게 피하면 좋을까 생각을 해본다. 위험 감지로 피해볼 수 있을까.
사라진 두 놈도 신경 쓰이고.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랑은 아니었기에, 랑은 방패를 세운 채 채찍을 꽉 쥐고 땅을 박찼다. 급박하게 닥칠 만한 위기에 신경을 기울이면서, 채찍을 휘둘러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인원의 팔을 채찍으로 감아 틀어 근처의 다른 인원을 겨누게 하려고 해 본다.
" 아, 웃어서 미안해요. 수연양도 결국 자신을 습격한 블랙크로우랑 완전히 똑같은 인간이 되어서요. 블랙크로우를 잡을 때도 걔네들이 그러더라고요. 자신들은 그저 악한 인첨공을 불태우려는 것이라고. "
" 당신 지금 스스로를 자경단 내지 뭐 배트맨이라고 생각하나본데, 당신도 죄없는 시민 입장에서는 블랙크로우랑 다름이 없어요. 결국 당신도 예전의 당신처럼 죄없는 사람들한테 피해나 주는 거라고. 그냥 그때 죽든 더 다치게 하든 냅둘 걸. 어떻게든 살려줘서, 꾸역꾸역 바퀴벌레처럼 질기게 살았더니 한다는 게 결국 블랙크로우랑 똑같은 짓이잖아. X팔, 매달 해외아동한테 기부했더니, 커보니깐 소말리아 해적이 되어 있는 거랑 뭐가 달라. 안 그래요? 블랙크로우 MK.2 "
그렇게 리버티들은 수용소 안으로 들어가고, 안티스킬들은 저지먼트에게 테이저건을 겨누었다.
" 아오, 이 테이저건들만 처리하고 수용소 안으로 들어가야지. 여러분들은 저 없어도 저거 하나는 충분히 물리치죠? "
한양은 안티스킬들이 쥔 테이저건들의 입자자체를 전부 움직여서 흩어지게 만들고 그것이 파괴로 이어지게 만드려고 한다.
수연이 하는 말을 듣기는 하지만. 그런가... 정도의 감상뿐입니다. 그 뿐이지요. 강렬한 증오와 분노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건 비교가 될만한 게 아니지.
"복수를 하려 시도할 수 있는 것도 인첨공 덕분이군요." "...괴로움을 돌보지 않은 것이 당신의 탓은 아니지만 죽음은 너무 편할지도 모르겠네요." 그 말을 하고 나서는 침묵하고는 리버티로 추정되는 이들이 능력을 쓰는 것을 봅니다. 독수리 정도와... 스파크에 탄 흔적... 가면을 쓸 것이라는 건 예상하기 쉬운 일입니다.... 그리고 사라지는 이를 보고는.. 고민합니다. 갈라지기엔 그럴...까요?
수경은 수연...쪽보다는.. 이미 들어가려 한 이들에게 이동해서 따라들어가보려고 시도했을 겁니다
"그래. 나는 네 마음을 모르고 입장도 모르지. 너또한 그럴게 분명하니 설득할 생각은 없고, 설득할 생각도 없어. 어차피 이야기해도.... 안들을 게 뻔한걸 무슨 이야기를 하겠어."
잠자코 이야기가 끝나기만을 기대리듯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던 새파란 눈동자가 설핏 가늘어졌다. 말이 끝나고, 그 말에 대꾸하듯 이어지는 혜성의 목소리는 고저없이 차분했고 다정하기까지 했으나 표정은 담백하기 짝이 없었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더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했다. 다만, 혜성의 눈동자가 흘끗 수용소 입구로 향했다가 다시 도록 굴러갔다.
"적어도 나는 그 안에 들어가야하거든. 제대로 대화를 해보지 못한 사람이 안에 있어서. 들여보내줄래?"
폭발음과 기계음. 주변이 온통 소음이었다. 숨 한번 들이마셨다가 내쉬면서 혜성은 탐지를 위해 하던 연산은 그대로 유지하고 다른 연산을 시작한다. 소리의 진동- 음파를 테이저건을 든 사람들의 손 부분에 응집하여 강하게 음파 충격을 줘서 떨어트릴 연산이었다.
-그렇군요. 그렇게 책임을 넘기고 넘긴 게. 스킬아웃과 엘리트와 열등생을 갈라친 게 인첨공이니까요. 원망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인첨공에서 사는 사람이라 그런지 우리도 다들 인첨공을 닮아가나 봐요. -윗물이 이러니 아랫물이 이미 영향을 받아서 윗물로 올라간다고 해서 달라지는 일이 참 어렵긴 하죠.ㅇ -안타깝네요. 같은 구정물에서도 노력하는 이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분들이시군요. 네... 노력으로 되는 거가 없다고 생각하셔도 상관은 없어요... 그게 쉬웠으면 여러분같은 분이 나올 일이 없었을테니까요... ....같은 말을 하는 걸 생각했지만 말로 나올 일은 없지... 그야. 인첨공 모두를 대차게 어유 다들 인첨공 높으신분 평균인성에 오염되었나보네요 하는 말이니까..
사상에 동감하고 같이 하고 싶다, 라. 태오는 아비규환이 된 주변을 둘러보다 노이즈 속에서 눈을 내리깔았다. 정말이지.
"실로 부럽군요. 그리고 가여웁지요. 진정 이 뜻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텐데, 명색이 우리를 막아세울 정도로 중요한 자가…… 그런 사상을 가지고 있으니. 목적이라곤 없는 곳에서…… 목표를 향해 홀로 달리는 사람들은 그 길이 외로워도 당신들은 들어주지 아니하겠지요."
속 편하게 살아 부럽다. 사상에 동감해? 말도 안 되는 소리, 혼란이 생기면 신이 나서 당신들의 이름을 명분삼아 날뛰는 종자들이 있는데, 그것 또한 받아들인다면 결국 자유와 혁명이고 뭐고 혼란을 일으키고 싶은 것이 본심 아닌가. 진정 그 뜻을 가지고 함께 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짓밟는 행위와 본인의 무지함을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말한다는 것이 얼마나 속 편하고 머리 비어있음을 드러날 수 있을 정도로 유복한 삶인지. 오, 저런 것들이 집단을 이끄니 저 중심의 축이 얼마나 약하겠어. 아무리 견고한들 흔들면 무너지겠지.
"실로 유감스러우나 그 정도 각오도 없어 보였어요. 너는 그저…… 목표도, 각오도 없이 복수심으로만 움직이며 어떻게든 되겠지, 내 힘든 것을 이렇게라도 알아주겠지 외치는 사람에 불과해보여요."
태오는 손을 고이 모았다. 악한 자가 잘못이라, 우리에게 잘못이 없다. 태오는 천천히 모은 손을 들어 제 입가를 가렸다. 그 말을 한 아이가 테러단체 리더였던 건 알고? 오, 안디면 더 환영이지.
"너는 인첨공이 감당이라고 했지만, 네 행동은 결국 그들에게 있어 이득이랍니다. 네 설마 대가를 치를 거라 생각하나요, 진실로?"
네 속내나 한 번 읽어보게.
"너는 실로 훌륭한데도요……. 축하해요, 전쟁병기로 거듭났군요. 리버티는 인첨공의 자유를 위해 싸운다고 하지만, 네 행동은 사적인 제재에서 비롯된 욕망에 불과하니, 결국 네 집단은 자유를 명분으로 날뛰는 불온종자이자 전쟁병기를 양성할 수 있는 훌륭한 샘플에 불과하답니다."
태오는 그리고 한 걸음 움직이며 앞으로 조신하게 걸었다.
"쏴요……. 잘 하잖아, 남의 목숨 똑같이 앗아가놓고 나는 정당하다 지껄여 봐요……. 너희는 그러기 위해 만들어진…… 실험을 위해 묵인되는 모르모트 집단이고, 결국 그렇게 쓸모를 다 하면 폐기되겠지요. 더 나은 집단이 표본이 될 테니까요……. 그때 너희가 옳았노라 할 수 있을 것 같나요. 퍼스트클래스가 있기 때문에 의기양양하게 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그들의 뒷받침이 될 뿐이지요."
동시에 노이즈 속 가려진 공막이 검게 물들었다. 그 속내를 모조리 파헤치기 위해.
"하나 묻지요. 지금 활동하는 너희 멤버 중에 왜 열등생은 없나요. 결국 싸울 수 있는 것은, 가장 핵심인 주역은 너희다 그건가요…… 너희도 인첨공의 레벨에 찌들어 그 능력으로 활약하고 '혁명'이라 주장하는 주제에 뭘 할 수 있으리라 믿나요, 진실로 믿어오긴 하였나요, 실은 불신하진 않나요."
순간 혼란스러웠다. 번개 능력자, 땅에 손을 대서 사람들을 못 움직이게 하는 능력자까진 알겠다. 근데 저 중 하나가 휘파람을 불자 독수리가 날아다니고 내분이 일어난다. 저 꼴을 보니 이 많은 사람들이 왜 고작 4명한테 당했는지 알 만도 하다. 근데 다른 사람들에게 빛을 흘려 넣는 사람은 뭐지? 저 빛의 역할은...? 머리야, 굴러라 쫌!! 아무리 그래도 이 많은 사람 중에 저 4명보다 고레벨 능력자가 없을 리는 없다. 그런데 다들 꼼짝도 못하고, 속절없이 세뇌당했다. 그렇다면??
" 조심하세요!! 저 넷 중에 제일 작은 사람은 초능력을 증폭하는 능력자예요! 사람을 세뇌하는 능력자도 있어요!! 잘못하면 세뇌당해서 내분 터져요!!! 나머지 둘 중 하나는 땅에 손을 대면 사람들이 못 움직이고, 마지막 하나는 번개 능력자예요!!! "
목이 터져라 소리치기를 되풀이했다. 내 능력으론 이런 걸 알리는 게 고작.
그러나 오래지 않아 다시 근처 어딘가에서 폭발음과 불길이 솟았다. 안 돼! 또 불 나면!!?
" 불장난 좀 작작해! 이런 수박!!! "
소화기를 가져왔어야 했어!! 발을 동동 굴리는 사이 수박 자식 넷 중 하나가 수용소로 들어갔고, 둘은 순간이동하듯이 사라졌다. 이걸 어째? 부장이 수용소 지켜야 한댔는데??
그리고 애써 외친 보람도 없이, 저쪽이 부상자들을 세뇌해서는 우리 쪽에 테이저건을 겨누었다. 이런 수박!! 속으로 욕을 내씹다가 멈칫했다. 지금 길을 막고 있는 저 수박은 휘파람으로 독수리도 부리고, 사람도 세뇌하나? 휘파람을 못 불게 막아야겠는데?? 무슨 방도가 없나? 궁리하다가 제가 들고 있는 구급 물품으로 눈을 돌렸다. 이거 생수도 들어 있어서 꽤 무겁지. 치료는 혜우가 충분히 할 수 있고. 그러면... 서연은 영희에게 속삭였다.
@김영희 " 영희야. 이 가방 좀, 저 흰가면 수박한테 냅다 던져 줄 수 있어? 너 힘 쎄잖아!!! "
@ 사이코메트리로 읽어낸 정보를 저지먼트 부원들과 공유하고, 영희에게 수연을 향해 구급 물품 상자를 투척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허접하며, 설득을 할 의지조차 없는 같잖은 논리...지만, 이걸로 알았어. 저녀석들은 진심으로 이게 옳다고 믿고있다. 자신의 의지로.
...언제부터? 이런 과격한 사상을, 계기가 있었다곤 해도 이렇게 쉽게? 마치...여로같은 초능력자의 능력에라도 당한것처럼.
젠장. 상황이 급박하다. 텔레포테이션 능력자도 있다니. 3명이 사라진 수용소쪽이 조금 더 급박하...겠지만, 후환을 남기고 싶진 않다. 눈 앞에있는 수연을 바라본다. 기분나쁜 미소야.
"...핑계가 필요했을뿐인 표정이네. 용서할 수 없어."
안티스킬쪽은 다른 사람들이 맡아주고 있는것 같으니, 나는 수연을 직접적으로 노린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호흡 마취제 병을 가볍게 열어, 그 안 입자를 빠르게 수연쪽으로 쏘아보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수연의 입과 코, 그리고 눈까지 얼굴 전체를 물로 한순간에 뒤덮으려한다.
왜 어째서 우리가 이런 처지에 놓여야 할까. 우리만 희생되어야 할까. 대화를 듣던 금은 머리가 지끈거려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속 안까지 전부 부패한 세상이라. 발버둥 치지 않으면 당하기만 할 테지만. 움직이지 말라는 말에 금은 하, 상대를 비웃는다.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는 저지먼트라. 무고한 사람들이 피해를 막기 위해 움직일 뿐이니. 금은 세뇌된 이들의 앞으로 약하게 폭발을 일으켜 넘어트리려 시도했다.
태오가 하는 말에 수연의 시선이 잠시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자신을 향한 매도와도 같은 말에 두 눈을 깜빡이던 그녀는 이내 오른손으로 입을 가리고 광기 가득한 웃음소리를 냈습니다.
"흔들어놓을 생각이세요?" (정말 딱 그 분이 말한대로야.)
"왜 열등생이 없다고 생각하세요? 바로 눈앞에 있는데." (아직 레벨 1인걸...)
"그 입을 조심하라고 듣긴 했는데... 역시 조심해야겠네요. 글쎄요. 일단 다 부숴버리면 알 수 있겠죠?" (웨이버님. 저는 당신의 말을 믿으며 흔들리지 않을게요.)
"그러니까 흔들 생각하지 마세요. 그 정도에 흔들릴 정도로 분위기에 휘말려서 들어온 거 아니거든요." (웨이버님만이 아니야. 그 분의 도움이 있다면...반드시...)
하지만 딱히 그녀는 흔들릴 생각이 없는지 그다지 귀담아듣지도 않았습니다. 이어 다른 곳으로 시선을 홱 돌려버리는 모습까지 보이네요. 하지만 적어도 태오는 어느 정도의 정보는 얻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요?
한편 성운은 자신의 능력을 써서 폭발물들을 일단 저 멀리 날려보냈습니다. 그렇기에 더 강한 폭발이 일어나는 것은 어떻게든 막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성운과 수경은 수용소 안으로 잠입했습니다. 각자의 능력, 그리고 도구를 사용했기에 딱히 들키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혜성 역시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서 테이저건의 일부를 떨어뜨리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그 틈에 빠르게 그녀 역시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한편 한양은 자신의 능력을 써서 테이저건의 입자를 지배하여 움직이게 했습니다. 바로 눈앞에서 테이저건이 분해되어서 서서히 소멸하듯 사라지는 것이 보입니다. 랑은 자신의 능력으로 테이저 건의 사선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다지 위험한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한편 그와는 별개로 채찍을 이용해서 한 명을 옆으로 홱 돌려서 다른 이를 겨누게 했고, 겨눠진 이는 깜짝 놀라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철현은 그 사이에 빠르게 빈틈을 노려서 수용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혜우는 자신의 능력을 써서 여섯명의 근육을 비틀었습니다. 이어 그들은 크아아악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다시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그 틈을 타서 정하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서 마취를 시키려는 듯 했지만 안타깝게도 수연의 얼굴은 가면으로 가라져있었습니다. 하지만 시야를 가로막는 것은 가능했습니다. 그 틈을 타 승엽은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수연의 팔과 다리를 얼려버릴 수 있었고, 그대로 움직임을 봉했습니다. 그리고 서연은 영희에게 구급 물품 투척을 요청했고 영희는 이어 콘크리트 파편과 물품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타이밍에 태진이 움직였습니다. 그가 주먹을 있는 힘껏 휘두르자 그 충격파가 파편과 물품에 명중했고 엄청난 운동에너지를 받아 수연에게 명중했습니다. 그대로 수연의 얼음이 깨지고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확 밀려났습니다.
"...다시 한번 권고할게. 리버티. 그쯤 해둬. 그 이상 하면..."
"그만둬. 정말로 그만둬! 리버티의 마음... 나는 이해할 수 있어. 적어도 나와 오빠는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하지만...이런 방법으로는 안돼. 안된다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잖아!"
은우의 말을 끊고 말을 하는 것은 세은이였습니다. 그녀는 일단 그녀를 설득해보려는 듯,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습니다. 물론 필요 이상으로 발을 옮기진 않았습니다.
"...나도 모두 파괴하고 싶었어. 그냥...다 엎어졌으면 했어. 난 위크니스니까. 방송에서 공표된 바로 그 위크니스니까. 그러니까... 누구보다 이곳이 싫고, 누구보다 인첨공이 저주스러워. 하지만 이런 방식은 아니야. ...이런 방식으로는 결국 우리를 병기로 만들려고 하고..."
그 순간이었습니다. 땅에서 스파크가 튀더니 콘크리트 파편이 붕 떠올라 그대로 세은의 몸에 제대로 강타했습니다. 비명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고 세은은 뒤로 밀려났습니다. 그 모습에 깜짝 놀란 은우가 바로 세은에게 달려가서 그녀를 안아주면서 어떻게든 잡았습니다. 그리고 랑은 그 순간 느꼈을 것입니다. 방금 그 느낌은 레벨5의 기운입니다. 그것도 상당히 위험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여기에 있는 모두가 당할 정도의 힘. 수연은 그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알긴 뭘 알아요." "...결국 당신은 리버티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우리와 함께 하지 않는다는 거잖아. 착한 척 위선 떨지 마." "인첨공에 대항할 용기조차도 없는 겁쟁이가..." "죽을까봐 겁만 먹고, 누군가가 구해주길만을 바라고 움직일 생각조차 없는 겁쟁이 따위가!"
이어 땅바닥에서 스파크가 강렬하게 흘렀습니다. 그리고 모두의 몸이 일제히 땅으로 끌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중력? 아닙니다. 위에서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끌어당기는 듯한 느낌입니다. 랑은 자신의 능력으로 몸에 있는 '기계나 철 부분'에서 불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편 수용소 안으로 들어온 이들은 안이 생각보다 고요하고 조용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한 냄새가 솔솔 풍기는 것 같습니다. 더 나아가 어딘가에서 찍찍거리는 소리도 들립니다. 이건 무슨 소리일까요?
일단 일직선으로 쭉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을까요? 일단 근처 벽에는 수용된 이들의 리스트가 담겨있는 서류가 있었을 것입니다.
참으로 많은 이들이 수용되어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는 박호수, 장승호, 진민호. 뭔가 이렇게 낯익은 이들의 얼굴도 보였습니다.
수용소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 혜성은 능력을 이용한 탐지의 범위를 최대한 펼칠 수 있을만큼 펼쳐 스캔하며 사라진 두명을 찾는 걸 시도했다. 수용소를 포함한 광범위한 능력 운용을 위해 연산을 했기 때문인지, 수용소 안에 들어서자마자 혜성은 잠깐 비틀거렸지만 금방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 어지럽고, 머리 아프다.
밖과 다르게 수용소는 조용했다. 마치 수용소 밖의 소동은 모른다는 것처럼. 어디선가 들려오는 찍찍거리는 소리를 무시하고 혜성은 언제부터인가 삼단봉보다 더 자주 소지하고 다니는 나이프를 꺼내며 벽에 붙어있는 서류들의 이름을 눈으로 훑는다. 익숙한 이름이 눈에 들어오고 혜성은 곧 진민호가 있는 위치를 찾기 위해 서류를 집었을 것이다.
혜성의 초음파가 주변을 훝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밖에서는 특별히 보이는 것은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근방에 사라진 2명의 모습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건물 안이 이상합니다. 여기저기에 쥐구멍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것은 작은 폭발물입니다. 그것도 리모컨으로 작동시키는 계열입니다.
진민호. 즉 크리에이터가 있는 곳은 3층 가장 오른쪽의 독방입니다. 그리고 그곳을 향해서 가면을 쓰고 있는 이가 천천히 걸어가는 것이 보입니다. 손에는 총을 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어깨에는 뱀처럼 보이는 것이 놓여져있었습니다.
일단 그 외에는 주변 폭발 소리 때문에 혼란에 빠진 것 같은 다른 수용인들의 실루엣도 보입니다. 아무래도 안에서는 제법 혼란이 있는 모양입니다.
안티스킬을 제압할 때 수연도 포함시켰어야 했다. 목표를 똑바로 직시하는 것은 때때로 시야를 좁히는 불상사를 일으켰다.
"세은아!"
콘크리트 덩어리에 강타당한 세은이를 보며 뒤쫓아갔으나 은우가 더 빨랐다. 뒤늦게라도 따라가 세은의 부상에 능력을 사용했다. 지금은 다수를 상대하는게 아니니 오롯이 세은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다.
"큭!"
세은을 케어하던 중, 바닥으로 당겨지는 감각에 그대로 엎어질 뻔 했다. 그러나 눌리는게 아니라 당겨지는 것이고, 랑의 능력이 감지한 것으로 보아 금속제가 촉매인 듯 했다.
이것들을 내려놓는게 과연 답일까? 내 도구는 살상 위험이 높아, 그리고 단순히 바닥으로 당기기만 하는 거라면-
나는 내가 지닌 금속제 도구들을 가방과 끈에 장착한 채로 바닥에 닿게 하며 자세를 다잡았다. 캐퍼시티 다운처럼 뇌를 흔드는 고통이 없으면 연산은 가능하니 수연을 똑바로 노려보며 안티스킬에게 했던 것처럼 세포들에 이상현상을 유발하려 했다. 특히, 전신의 근섬유를 뒤틀되 고통이 더욱 가중되는 쪽으로.
>>636 귀엽다 여로가 이경이 휘두르는 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경이 당하면 여러모로 당황할 것. 이경: (얘가 그새 운동을 좀 열심히 했나) 그리고 여로 위에 누워있는 거 자주 하고 있을 자세다! 위에 누워서 담담하게 휴대폰 한다거나 선물 주는 거 사실 눈치 채고 있었다거나!
다 부숴 버리겠대. 미친. 앞을 막은 수박한테 소름이 쫙 끼치면서도, 성운이가 폭발물을 날려 버린 건 든든했다. 2차 화재는 막았네. 다행이다. 성운이와 수경이가 수용소 안으로 들어갔으니, 먼저 들어간 수박도 막을 수 있겠지?
뒤이어 혜성 선배가 능력으로 테이저건 일부의 조준을 흐트러뜨리고는 역시 수용소 안으로 들어갔다. 그 직후 부부장이 뭔가 능력을 쓰는 것 같더니, 우리 쪽에 겨눠졌던 테이저건이 가루로 흩어지는 듯하더니 완전히 사라졌다. 에? 부부장 염동력자 아니셨나? 뭐지? 레벨 5는 능력이 저렇게도 되는 거였어? 얼이 빠져 있는 사이 나랑 언니가 채찍으로 세뇌된 적의 몸을 틀었고, 그 틈에 철현 선배도 수용소로 향했다. 빠르다! 거기에 놀랄 새도 없이 혜우가 적들에게 무슨 조치를 취했는지, 세뇌된 적들이 몸을 비틀며 주저앉았다. 치료 능력인 줄만 알았는데 공격도 가능하구나. 저렇게 활용하는 건 베테랑이라 가능한 거겠지?
포위에서 풀려났다고 마음 놓으려는데, 정하가 마취액을 수박에게 날리는가 싶더니 수박의 팔다리가 얼었다. 승엽이구나!! 그리고 영희가 역시나 그 엄청난 힘으로 던진 물품들을 태진 선배가 두들기면서 수박에게 유효타를 먹인 것 같다. 그 틈에 부장이, 아니 세은이가 다시 설득을 시도했으나, 수박이 갑자기 콘크리트 파편을 세은에게 날려 버렸다. 엄마야!!
반사적으로 세은에게 달려가려는데, 바닥에서 스파크가 번뜩이더니, 바닥이 몸을 끌어당기는 듯한 감각이 엄습했다. 이거... 아까 봤던 그 능력이다!! 나랑 언니가 감지한 대로면 기계나 철이 불길하다. 그니까 중력이 아니라 사람 몸을 자석으로 만드는 능력이었구나. 구급 물품 가방을 집어던져 버렸더니(그 안에 테이저건도 있었는데...ㅠㅠ) 기계나 철은 다행히 없고. 최대한 철에서 떨어져야 하는데. 건물 잔해의 철근도 위험하겠다. 일단 아스팔트로... 아 근데 못 움직이겠어;;;
@김영희 " 영희야, 지금 움직여져? 움직여지면 주변의 쇠란 쇠는 다 치울 수 있을까? 건물 잔해의 철근도 위험해!! "
수용소를 앞에 두고 있자니 속이 울렁거려서 견딜 수가 없다. 괜찮았던 것 같은데. 아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저 안 어딘가에 그 새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숨구멍에 달군 구슬을 몇 개나 쑤셔넣은 것처럼 몸속이 갑갑하다. 그러니 이 불쾌함은 자연스럽게 가까이 있는 자에게 돌려진다.
"설득이나 대화가 무용한 시점인 것 같은데요. 아니, 뭐... 거기까지 갈 것도 없나. 지금 저기서 저러고 있는 것부터가."
@현태오 그는 스케치북을 펼친다. 최근 무기 사전을 모작한 덕에 저격 소총은 이미 적절한 퀄리티의 그림으로서 네모반듯한 종이 안에 자리잡아 있었다.
"선배님, 여기요."
리라는 저격 소총과 맞으면 강렬한 통증을 유발하는—일반적인 비살상용 탄환에 맞은 통증의 약 5배. 그러나 통증만을 유발할 뿐 일반적인 것 이상의 상처는 나지 않는다.—비살상용 탄환을 함께 실체화 시켜 태오에게 건넨다.
그리고 스케치북을 뒤집는다. 뒤는 미리 그려진 그림이 있는 곳, 앞은 빈 종이가 있는 곳.
"예전에 정신줄 놓아가는 거 붙잡아 두고 좋은 말 예쁜 말 해줬더니 이상하게 알아들어서 저러고 있잖아요. 희야 선배님께 미안해서 어쩐담... 강수연 양. 너 그 선배님 기억은 하니? 널 업고 계단을 달리다가 총 맞고 큰일 나실 뻔 한 선배님은? 비상 퇴로를 뚫겠다고 그 좁아 터진 공간에서 다친 저지먼트 부원들은?"
종이에 고무 재질 끈끈이가 꽉 들어찬 풍선이 그려진다. 형광 분홍색의, 스케치북 하나를 꽉 채울 정도로 커다란 풍선이.
"아, 아니다. 기억할 머리가 있었으면 누가 봐도 제정신이 아닌 저딴 테러단체에 붙지도 않았겠지. 있죠, 강수연 양. 청소년이 생각 덜 여문 건 흠도 아니라지만 그걸 이렇게 학구 단위로 광고하면 흠이 된답니다. 본인 멍청한 거 광고해서 어디 쓰려고 그래요. 나중에 법관 앞에서 내 머리가 모자라서 그랬다, 어설픈 변명이나 할 때 증거품으로 내놓으려고 그러나?"
어차피 무슨 말을 해도 못 알아먹을 머리라면 굳이 말을 걸어 내 심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지만.
"자꾸 죽인다고 해서 말인데 하나 묻죠. 강수연 양 이미 사람 죽였나요? 이미 연구원 죽이고 거기 들어간 건가? 뭐, 그렇다면 할 말 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무슨 자신감으로 사람을 죽이네 살리네 논하는지 궁금하네요.
—정말, 하나하나, 공기 한 톨마저 짜증나지 않는 부분이 없어서.
"감당은 할 수 있고? 내가 병원에서 본 수연 양은 그 정도 그릇이 안 됐는데?"
커다란 고무 끈끈이 풍선을 실체화 시켜 터뜨린다. 바닥을 덮어 스파크를 차단할 수 있도록. 그로 인해 누군가 자석이 되어 엎어지지 않도록.
앞으로 나아가는 움직임은, 발걸음 대신에 아주 미세한 지향중력을 자신에게 적용시켜서 공중을 떠다니듯이 날아가는 것으로 간주한다. 마치 우주유영을 하듯이. 그것으로, 성운은 투명한 상태를 유지한 채로 아무런 소리도 없이 수용소의 더 깊은 곳으로 진입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진민호. 장승호. 박수호. 표해준. 아는 이름들이 조금씩 보이네.
저지먼트, 어째 호자 돌림들이랑 상성 안 좋지 않아?
그때 혜성이 인셋으로 전해주는 정보에, 성운은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혜성에게로 손을 뻗어 혜성의 몸을 약간 가볍게 만들어, 혜성의 움직임에 박차를 가해주어 더욱 빠르고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성운은 또한 혜성이 공유해준 건물 안의 폭탄들의 개수가, 자신이 전부 다 꺼내어올 수 있는 만큼인지를 생각해보았다. 십여 개 정도라면야 자신이 전부 빼돌려서 수경이한테 맡겨 어딘가로 보내버리면 그만이지만··· 그 이상이라면 가면 쓴 녀석에게 다가가 EMP 발생기를 사용해서 리모컨을 망가뜨리는 방법밖에는 없다.
아무래도 후자가 더 낫겠지. 성운은 은신 상태를 유지한 채로, 자신의 몸에 적용된 지향중력 계수를 더 끌어올려 속도를 조금 더 빨리하며 혜성을 따라 수용소 심부로 향했다.
금은 관자놀이를 손으로 지그시 누른다. 정신적 피로가 굉장하다.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그에 동조할 수도 없다. 그들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도 없다. 지금 여기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란 무고한 자들의 피해를 막으려고 할 뿐. 바늘로 쑤시는 듯한 두통이 지나면, 죄다 불태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까. 그때 세은이 다치는 것을 보고서 수연을 바라보는 금의 시선에 적개심이 비친다. 끌려가는 것을 버티려고 하며, 수연을 노려보며 작은 폭발을 일으키려 한다.
아차! 맞다. 발동 조건을 모른다. 다른 사람에게 빛을 흘려 넣는다...까지는 알았다만, 쟤네가 흩어지기 직전에 그 수를 썼으면 답없네. 그걸 깨달은 순간 나랑 언니에게 고마웠다. 마음 쓰지 말라고 일부러 알려 주신 거구나. 무식하게 쎈 자석 바닥에 붙어 버린 몸도 그렇고 여러모로 한숨 나오는 상황인데 거기까지 배려해 주는 세심함과 강인함이 고맙고, 멋있다.
"말했을텐데요. 당신의 말에는 더 귀를 기울이지 않을 거라고요." (끈질기네. 슬슬 짜증나게. ...일단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하는데...)
"애초에 왜 이렇게까지 하는거죠? 당신들에게 무슨 이득이 있는건데요?" (...크리에이터. 그리고 그 자식. 둘 다 죽어야만 해.)
태오의 말에 그녀는 굳이 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흔드는 것은 조금 힘들어보입니다. 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이, 이 일이 정의라는 듯이 확고하게 믿는 것 같습니다.
한편 콘크리트에 맞은 세은에게 혜우와 정하가 다가갔습니다. 혜우는 일단 빠르게 세은을 회복시켰고, 정하는 그녀에게 작전을 설명했습니다. 이어 세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만약 혜우가 바로 회복시켜주지 않았다면, 세은은 바로 움직이지 못하지 않았을까요? 아무튼 그녀의 피를 먹었고 이내 정하의 모습으로 변신했습니다. 그 모습을 눈이 가려진 탓에 수연은 보지 못했습니다.
모두가 끌려가는 듯한 압박을 당했습니다. 하지만 리라가 바닥을 고무로 덮었고 스파크를 차단했기 때문에 모두들 겨우겨우 끌려가는 것은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죽였죠. ..그 연구원을." "그러니까 여기 있는 거예요." "아무튼 구해준 것은 고맙다고 생각해요. 후훗. 그렇기에 이렇게 죄를 지은 자들에게 벌을 내리기 위해서 온 거잖아요. 몇 번을 이야기해요. 테러라도 상관없어요. 전 제가 당한 것을 그대로 갚아주고 싶을 뿐이니까! 그게 뭐가 잘못된건데요?" "...당신들도 다를 거 없잖아. 건드려지면 반격하고 제압하면서! 그게 지금 이것과 뭐가 다른데?" (...............) (...............)
표정은 웃고 있었지만, 태오는 읽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 너머에서 느껴지는 죄책감을. 이제와서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지만요.
어쨌든 모두의 행동이 자유롭게 바뀌었고, 그로 인해서 반격이 시작되었습니다. 서연은 영희에게 작전을 지시했고, 영희는 그에 따라서 철붙이들을 모조리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 수가 많았기에 한번에 다 치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겠지만요. 이어 랑은 수연의 목을 감듯이 채찍을 휘둘렀습니다. 하지만 이상합니다. 이건 인간의 몸을 건드리는 느낌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녀는 강한 불길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치... 지금 이 공격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 같은 불길함입니다. 혜우 역시 근섬유를 비틀어버리려고 했지만 이상합니다. 세포가 잡히지 않습니다. 마치...이 느낌은 차단되는 듯한 느낌입니다. 세포가 있어야 할 곳에 세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째서? 태진은 목을 꽉 조였지만, 역시 사람의 몸을 잡는 느낌이 아닙니다. 이건...철붙이? 더 나아가 영희의 주먹이 신장을 가격했지만 역시 사람의 몸을 치는 느낌이 아닙니다. 수연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살짝 뒤로 밀려나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그리고 금의 폭발이 수연을 덮쳤습니다. 그 폭발은 수연의 어깨 부분에 명중했습니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기계 장치들입니다. 피부 너머에 있는 것은 근육이나 혈관이 아니라 기계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전신이 부서져서... 인공 장기 등으로 대체된다고는 들었는데..몸마저도..."
"그래요. 이제 알겠어요? 제가 왜 분노하는 것인지. 왜 그 자식을 죽이려고 하는 것인지. ...몸의 대부분이 더 이상 사람이 아니에요. 심장이나 이런 것들은 사람의 것이지만, 몸의 대부분이 더 이상 인간의 것이 아니란 말이에요. 이런 꼴을 당했는데 참으라고? 이런 꼴이 나게 영향을 줬는데 안티스킬을 그냥 두라고?! 당신들이라면, 당신들이라면...그게 가능해?!"
그 목소리에는 강한 울분이 섞여있었습니다. 이어 은우가 빠르게 앞으로 달려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수연은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들었고 그것을 위로 팅겼습니다. 그리고 이내 엄지로 앞으로 퉁겼습니다. 강한 폭발 소리와 함께 레이저처럼 동전이 총알처럼 발사되었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은우는 두 손을 뻗은 후에 공기를 압축한 구체를 만들었고 그대로 날렸습니다. 강한 폭발과 함께, 은우가 뒤로 밀려났고 수연도 뒤로 밀려났습니다. 하지만 땅에 넘어진 은우와는 다르게 수연은 훨씬 빠르게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단번에 은우를 끝장내려는 듯, 은우를 향해서 동전 2개를 더 팅겼습니다. 강한 레이저가 빠르게 은우를 덮치며 날아갔습니다.
한편 성운은 폭탄을 꺼내려고 했지만 문제는 폭탄의 위치까지 정확하게 파악이 되는 것은 아니었기에 그것을 끄집어낼 수가 없었습니다. 혜성이를 통해 있다는 것은 알았으나 그것을 빼낼 방법이 없다는 것도 큰 문제였습니다. 그야말로 벽 여기저기에 있었고 벽 너머가 보이는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어쨌든 헤성과 함께 그는 3층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가면을 쓰고 있고 어깨에 뱀을 태우고 있는 리버티 멤버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근처의 철창 너머에는 크리에이터가 있었습니다.
"....!"
그와 동시에 벽이 박살이 났습니다. 그리고 한양은 안에 있는 크리에이터를 바라보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영문을 알 수 없었기에 크리에이터는 두 눈을 깜빡였습니다.
"뭐, 뭐니? 아저씨 완전 혼란스러운데 지금 이게 뭐인거니?!"
"움직이지 마."
이어 그 가면을 쓴 이는 빠르게 철창 근처로 간 후에, 크리에이터를 향해 총을 겨눴습니다. 그리고 뱀은 어느 순간 빠르게 움직여서 땅으로 내려갔고 천천히 기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크리에이터. ...네 죄를 심판하기 위해서 왔다. ...영웅? 네놈이 영웅이라고? 웃기지 마. ...네놈은 죽어 마땅한 죄인이야. 그러니까 여기서 처형해주마!"
"........." "아무래도..이 아저씨를 죽이기 위해서 온 이가 있는 모양이구나. ...죄값을 치뤄야 한다..이 이야기지?" "........." "이 아저씨.. 상황은 잘 모르겠지만... 죄값을 치뤄야한다면 치룰 준비는 되어있지만... 일단...상황 설명을 해주지 않을래?"
"...모른다고 하진 않겠지? 네가 납치한 존재를. ...그것 때문에 언니는, 언니가 얼마나 고통받았는지 알아? 그런데.. 그런데...4학구를 구한 영웅? 웃기지 마! 그딴 결말 따위 인정 못 해!!"
"........"
"...양심이 있는거야? 당신! ...당신을... 당신을 언니가 얼마나 믿었는데..당신은...당신이란 작자는!!"
"그렇구나. 이 아저씨... 그렇구나. ...그래. 죄를 저질렀지. 너는 그것을 원망하는거구나. 이 아저씨.. 목숨을 내주면, 조금은 그 기분이 풀리겠니?"
크리에이터는 조용히 가면을 쓴 이를 바라봤습니다.
한편 철현은 수경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수경도 승낙한 것 같고 철현도 일단 허락을 한 것 같으니 바로 움직이면 되지 않을까요? 어쨌든 이쪽도 빠르게 철창 근처로 가는 것이 좋을지도 모릅니다.
난 가끔 쟤를 보면 쟤가 후배들보다 더 막가파이지 않을까 생각해. 3층에 도착하자마자 크리에이터에게 말을 걸기도 전, 벽을 부수고 나타난 한양의 모습을 보고는 한 생각이었다.
"밖에 있는 애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리버티에 동조된 사람들은 전부 다들 다른 사람들에게 원망을 쏟을까. 정말로 용서하지 못할, 죽이고 싶을 정도로 밉고 증오스럽다면 지금처럼 네 원망을 전부 쏟아내고 받아달라고 어린애마냥 칭얼거리고 있지 않을텐데." "누가 누구를 심판한다는 거야? 곧 범죄자가 될 사람이, 범죄자인 사람을? 아니면 피해자가 가해자를? 너희들이, 리버티가 정말로 정의라고 생각해?"
단조로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면서도 혜성은 가면을 쓴 이의 몸에서 내려와 바닥을 기고 있는 뱀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근처에 뱀을 잡을 만한 게 있는지 주변을 둘러보다가 자신의 팔에 찬 완장을 이용해 뱀을 잡으려 시도했다.
분명 채찍은 목을 휘감는 데 성공했지만, 인간의 목을 붙잡는 느낌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불길한 감각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시각을 통해 해소되었다. 주요 장기를 제외한 전부가 기계, 이 정도였나?
"쯧!"
랑은 은우와 수연이 맞부딪힌 뒤 나가떨어지자 방패를 펼쳐 들고 달렸다. 수연이 기계 몸뚱이의 영향인지 조금 더 먼저 일어서고 있었으니까. 광선으로 보이는 궤적을 그릴 정도로 빠른 동전을 막아낼 수 있을까? 방패의 내구도가 그 정도일지는 알 수 없다. 아마 뚫릴지도 모르지만, 랑은 방패를 살짝 비스듬히 들어 레이저를 빗겨 내려고 했다.
태오 선배의 설득은 먹히지 않을 거 같다. 태오 선배는 그 능력으로 뭔가 다른 점을 포착해 내셨을지도 모르겠다만. 지금의 저 수박은 미친 거 같다고.
한편 세은이는 크게 다쳤지만 다행히 혜우가 회복시켜 준 거 같다. 마음이 좀 놓일 찰나, 정하가 둘이 됐다. 순간 어안이 벙벙했으나, 세은이의 능력을 쓸 수 있도록 정하가 준비해 줬다는 걸 깨달았다. 리버티가 세은이를 노린다고 판단해서 미끼가 되려는 거구나. 위험한데!!
그보다 이 바닥 이거 좀 어케 안 되나? 속절없이 끌려만 가는데, 바닥에 고무가 덮이며 번쩍번쩍 튀던 스파크가 차단됐다. 리라의 작품이구나. 나이스다.
" 리라야, 고마워!! "
미친 듯이 당기던 힘이 사라지니 좀 살겠다. 쇠붙이를 모조리 치워 준 영희에게도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혼자 치우기는 무리인 듯 하니 같이 치워야겠다.
" 영희야. 고마워. 미안하고. 같이 하자!! "
이걸 좀 치워 놔야 저 수박이 농간을 못 부리지. 그렇게 허둥지둥 움직이다 무심코 눈을 들었을 때, 섬뜩한 느낌이 엄습했다. 나랑 언니의 채찍도, 혜우의 능력도, 태진 선배의 힘도 통하질 않아?? 아연해질 찰나 금이가 수박의 어깨 쪽에 폭발을 일으켰는데, 그 이후 드러난 건...기계였다. 사람이 아니었어? 아니, 아니, 선배의 말을 들으니 원래부터 기계가 아니라, 사고 때문에 전신을 기계로 대체했나 보다. 그래서 복수귀가 되어 버렸구나.
" ...... "
할 말이 없었다. 내가 저런 꼴을 당한다면? 혹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저런 꼴을 당한다면? 그러고도 저런 수박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 힘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 하면 홧병 나서 죽을지도 모르고, 힘이 있다면... 날 이 꼴로 만든 수박들 죽이고 지옥 가겠다는 마음으로 가득 찰 거 같다. 진짜 수박이네.
눈이 화끈거려 외면하는데 엄청난 폭발 소리가 났다. 돌아 보니 부장은 넘어진 반면, 수박은 공격을 더 할 기세다.
" ??!! "
생각이라곤 없었다. 본능적인 건지 반사적인 건지도 모른다. 그저 코뿔소 팔찌를 부장에게로 던졌다. 그런 뒤에야 저걸로 공격이 약화되길 빌었다.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으므로.
피부 너머로 보이는 기계 장치들. 순간적으로 머리가 식었다. 리라의 시선이 짧게 흔들리다가 수연의 눈을 향한다. 그래, 저렇다면. 저 정도라면 미쳐버릴 만도 하지.
"은우 선배님!"
그렇지만 그게 대량학살을 정당화할 이유가 되나. 리라는 은우에게 날아가는 동전 두 개를 보고 가방에서 스프레이와 직사각형의 전기 흡수 장치를 꺼낸 후 곧장 달린다. 그리고 은우의 앞을 막아서는 동시에, 그 자신과 은우의 앞에 스프레이로 길게 선을 그린 후 그 선 위에 전자기 흡수 장치를 올려놓으며 실체화 시켰다. 전자기 흡수 장치와 선이 실체화 되며 만들어지는 단단한 벽이 자연스레 붙으며 레일건을 막으려고 한다.
" 미안합니다, 아저씨. 지금 '리버티'라는 녀석들이 혁명단이랍시고 인첨공에 복수를 한다면서 4학구에 테러를 하고 있었어요. 아마 아저씨는 수용소에 갇혀 있느라 아무것도 모르셨을 거에요. "
" 지금 상황이 말이 아니긴 한데.. 결론적으로 4학구는 리버티로 인해서 불바다가 되기 직전이지요. "
그리고 둘의 대화
"이 아저씨.. 상황은 잘 모르겠지만... 죄값을 치뤄야한다면 치룰 준비는 되어있지만... 일단...상황 설명을 해주지 않을래?"
"...모른다고 하진 않겠지? 네가 납치한 존재를. ...그것 때문에 언니는, 언니가 얼마나 고통받았는지 알아? 그런데.. 그런데...4학구를 구한 영웅? 웃기지 마! 그딴 결말 따위 인정 못 해!!"
"........"
"...양심이 있는거야? 당신! ...당신을... 당신을 언니가 얼마나 믿었는데..당신은...당신이란 작자는!!"
"그렇구나. 이 아저씨... 그렇구나. ...그래. 죄를 저질렀지. 너는 그것을 원망하는거구나. 이 아저씨.. 목숨을 내주면, 조금은 그 기분이 풀리겠니?"
이어서 한양은 능청스레 리버티에게 말했다.
" 저기요~ 보니깐 선혜양인 것 같은데.. 선혜양도 결국 리버티구나? 그런데 우리 민호 아저씨는 애초부터 죗값을 받기 위해 각오하고 그러신 거에요~ 민호 아저씨가 죗값을 받기 싫어서 지금 그러고 있는 게 아니라고. 그런데 왜 영웅이 된 줄 알아요? "
" 그거 내가 그랬거든. "
이어서 한양은 크리에이터에게 말했겠다.
" 아저씨. 아저씨가 저지른 일은 고작 총 한방으로 편히 가실 만큼 가벼운 죄가 아닙니다. 그 정도 일을 벌여놓고서는, 어찌 편히 가려고 하지는지요? "
" 일어나서서 녀석들하고 싸우셔야 됩니다. 아저씨가 소멸시키려고 한 4학구의 사람들.. 이번에는 그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싸우셔서 죗값을 치르셔야 된다고요. "
이어서 한양은 염동력으로 선혜가 총을 쏘기 전에 총의 입자를 전부 흩어지게 만들어서 총을 소멸시키고, 뱀까지 잡아서 공중에 띄우고는 못 움직이게 하려고 했겠다.
" 선혜양도 진정해요. 아저씨가 그러고 싶어서 한 짓이 아니니깐요. 아저씨도 결국 윗놈들의 지시로 어쩔 수 없이 그런 것이거든요? 막말로 크리에이터 아저씨가 아닌, 다른 퍼스트 클래스들에게 똑같이 명령해도 그랬을 걸? 당신도요...레드윙의 위크니스니깐 잘 알잖아. 퍼스트 클래스 사정이 어떤지요. "
" 솔직히 말해봐요. 당신도 알잖아. 민호 아저씨가 절대 고의적으로 그럴 사람이 아니란 걸. 그런데 아저씨한테 왜 화풀이를 하려고 해? "
" 그러니깐 리버티가 혁명단이 아닌, 괴뢰집단으로 보이지. 정작 나쁜 놈은 윗놈들인데, 만만한 게 아저씨죠? 그러니깐 너네는 그냥 괴뢰집단인 거야. 목표가 될 윗놈들한테는 정작 제대로 덤빈 적도 없고, 애들의 힘 없는 연구원이나 죽이라고 지시나 하니.. 너네는 그냥 겁쟁이인 거야. "
피부 아래 기계장치로 이루어진 수연의 모습을 보자 머리가 차갑게 식었다. 그 모습은 많은 것을 잃은 모습이었다. 금의 입술이 떨렸다. 그런 고통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었을 텐데. 절망에 몸부림칠 수밖에 없는, 그 감정을 맞이한다. 그토록 좌절하게 하고 세상을 절망으로 물들인 원한 어린 것들을 저주하는 것에. 이렇게 복수할 수밖에 없는 괴로움을 이해할 수도 있었기에. 안타까움과 동시에 모순된 감정이 금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당신에게도 우리에게도 모두 가혹한 운명이다. 하지만 이 운명에서도 끈질기게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더 이상 이런 악순환 속에 머물러서 안 되었으니까. 당신을 그대로 보낸다면 이 모습은 영원히 반복될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금은 피가 나도록 아랫 입술을 꽉 깨물었으니, 수연의 앞에 폭발을 일으키려 했다.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나야 좋지. 태오는 이득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아하, 그분이 뭘 더 알려준 게 없나 봐. 나는 인첨공이 유지 되어야만 하거든. 나는, 형제와 자매들은 그 불합리함이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거든.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존재 가치는 없으니까. 태오는 정의를 믿게 두고자 했다. 그리고 다시금 머리를 굴렸다.
"그래요. 더 얘기하지는 않지요."
정의를 믿게 두고 무너지는 걸 지켜볼까. 애초에 정의가 뭔데. 나 좋으면 정의, 아니면 악이잖아. 저것도 저 인간의 선택이니 그냥 관망하면 되는 것인가. 태오는 침묵했다
"그런데 우리는 전치 2주는 지켜요. 뭐……."
사람 죽인 전쟁병기가 말을 알아듣겠냐마는. 어차피 내가 괴롭구나, 하고 말해도 아니라면서 발악할 자에게 더 말할 것은 없다. 흔들지 않아도 스스로 기반을 흔들 자에게 뭘 더 말하랴. 그리고 드러난 기계 몸을 보며 태오는 움찔 떨었다. 얼굴이나 뇌, 주요 장기를 제외한 모든 것이 기계인가? 납득할 수 있냐면.
"……."
상대 잘못 골랐다. 태오의 눈이 먹이를 발견한 뱀처럼 빛나다가도 주변이 혼란한 틈새를 타 스르륵 섞여 사라지려 들었다. 최대한 높이, 저격할 장소를 찾기 위해서. 은우는...
성운은 투명화를 풀며 손을 뻗었다. 능력을 전개해서 가장 먼저 뱀을 허공에 띄워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들고, 하얀 가면을 쓴 이의 두 팔을 양쪽으로 잡아당겨버리고, 총을 손에서 잡아뽑아버리고, 두 다리도 양쪽으로 잡아당겨 허공에 단단히 고정시켜버린다. 그냥 허공에 띄우면 그만인 것을 이리도 복잡한 연산을 굳이 감내한 것은, 그녀가 폭탄 리모콘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허공에서 성운의 모습이 나타났다.
성운은 두 사람을 가만히, 파르르 떨리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형용할 수 없는 색의 눈이었다. 그나마 그 눈의 색에 가장 가까운 색을 가져다대자면 보라색이라 할 수 있겠으나, 그것은 결코 보라색이 아니었다. 인간의 이해가 닿지 않는 머나먼 곳의 색채가, 그러나 가장 인간적인 감정을 품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알아요. 당신이 무슨 마음으로 여기에 왔고 무슨 마음으로 그 사람에게 굳이 총을 겨누었는지 알아요. 나도 그 정도로 증오하는 이들이 있는걸. 앙심을 품고 있는 이들이 있는걸.”
“그런데 그럴 거면 적어도 자유의 이름을 함부로 가져다 도용하면 안되지 않겠나요? 리버티가 아니라 리벤저라고 하시지 그랬어. 안 그래···? 아무 대가도 치르지 않고 빠져나간 것도 아니고, 참회하면서 정해진 벌을 받고 속죄하고 있는 이를······ 당신이 감히 무슨 권리로!!”
성운의 시선은 이윽고 크리에이터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격앙된 성운의 언성이 쩌렁쩌렁 지하 동공을 울렸다.
“그리고, 그리고······ 진민호, 당신이 그러고도 아버지야!!! 웃기지 마!!!”
성운의 눈앞에, 서헌오 박사가 겹쳐보였다. 가족을 뒤에 두고 떠나간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아버지면, 당신이 그리도 끔찍이 가족을 위할 거면, 그리도 끔찍이 반성을 하고 싶으면, 빌어서라도 땅바닥에 기어서라도 어떤 신세 어떤 꼴이 되더라도 어떻게든 가족 옆에 함께 있어주려고 해야지, 하다못해 나를 살려두면 나를 죽이는 것보다 너희들에게 더 유용할 거라고 목숨 구걸이라도 했어야지··· 속죄를 위해 내 목숨을 가져가라고···? 아버지라는 인간이, 자기 마음 하나 편하자고 전부 다 포기해버리고 그렇게 떠나가겠다는 거야?!!”
성운은 팔에 채워진 팔찌들 중 리라가 준 팔찌를 벗겨냈고, 그것에 중력을 적용시킨 뒤 중력점을 진민호의 팔목으로 지정했다. 아무것도 가로막는 것이 없다면 그것은 허공을 가로질러 진민호의 팔목에 채워질 것이다.
“아버지는··· 그렇게 자포자기하고 우는 소리 하면 안돼···! 해서도 안되고, 할 필요도 없고, 할 이유도 없는 거야···!”
>>0 “요즘들어 사람을 제압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응용해서 사용하는 일이 잦구나.” “저지먼트니까요.” “─저지먼트라고 해도, 이런 훈련까지 필요할 정도로 일이 어려워지는 건 바라지 않았는데.” “언제는··· 우리가 바라던 대로 인생이 돌아가던가요.” “엄마 말이 맞구나, 성운아. 네가 너무 빨리 컸어.”
2개의 레이저는 은우의 몸을 꿰뚫어버릴 기세로 빠르게 날아왔습니다. 하지만 먼저 움직인 것은 다름 아닌 랑이였습니다. 랑은 방패를 들고 레일건을 막아서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어 리라가 그 자리에 도착했습니다. 단단한 벽, 그리고 방패에 레이저가 충돌했고 이내 강한 스파크가 일어났습니다. 그 와중에 날아온 서연이의 팔찌를 은우는 캐치했습니다. 이어 은우는 리라와 랑을 잡고 그대로 옆으로 굴렀습니다.
"무모하잖아. 둘 다. ...그래도 고마워."
이내 강한 폭발이 일어났지만 방패와 벽 때문에 어떻게든 충격파가 멀리멀리 퍼지는 것은 막아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랑의 방패는 산산조각 났고, 벽도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만큼의 엄청난 공격력이라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한편 태오는 은근슬쩍 모습을 감췄습니다. 어디로 간 것일까요? 여로는 그대로 수연에게 달려들었고 잠시나마 수연을 당황시켰습니다.
"뭐, 뭐예요!! 갑자기 뭐인 거예요?!"
안기진 않았지만, 그래도 잠깐의 빈틈을 만들어냈고 여로의 그 행동은 모두의 공격을 이어지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우선 금이의 폭발이 먼저 일어났습니다. 그녀의 폭발은 강한 충격을 주며 수연의 얼굴 부분에 데미지를 줄었습니다. 물론 얼굴 피부 너머에서도 역시 기계장치들이 달려있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얼굴을 공격받은 탓에 그녀는 두 손으로 방어자세를 취했습니다. 즉, 몸통이 비게 되었습니다. 이어 영희가 달려들었습니다. 허리를 잡고 직각으로 집어던졌지만 그래봐야 사람의 힘으로 던진 정도입니다. 하지만 공중으로 띄우는데는 성공했고 이어 태진은 전력 펀치가 그대로 수연의 몸에 명중했습니다. 말 그대로 공중으로 붕 떠오른 상태입니다. 강한 데미지가 느껴졌는지 그녀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내 수연은 씨익 웃었습니다.
주변의 철금속들이 모두 공중으로 붕 떠올랐습니다. 정확히는 수연이 있는 쪽입니다. 이내 그것들은 자석에 달라붙는 철붙이처럼 강하게 달라붙기 시작했습니다. 건물, 땅바닥, 혹은 저지먼트의 금속. 모든 것이 다 빨려들어가 이내 커다란 구체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수연은 그 상태에서 주먹에 힘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입니다. 혜우의 능력이 발동했고 그녀의 뇌근육에 영향이 생겼습니다. 물론 강한 충격을 주진 못했지만 연산을 어느 정도 방해해서 위력을 많이 줄일 수는 있었습니다. 처음 계획보다는 30% 정도 약화된 거대한 레일건이 땅을 향해서 낙하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은우가 떠올랐습니다.
"...그 레이저를 우리 애들에게 닿게 할 순 없어." "...가자. 컴프레스 볼."
이어 은우 근방의 공기가 일제히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작은 공이 되었고, 은우는 그것을 그대로 던졌습니다. 거대한 레이저 구체와 컴프레스볼이 충돌했고 강한 스파크가 튀었습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것은 강한 폭발을 일으켰고 은우는 물론이고, 수연까지 휘말리게 만들었습니다. 그 순간... 은우가 차고 있는 팔찌가 깨져버렸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서 데미지를 모두 상세한 은우는 여유롭게 하늘을 날아 안전지대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은우는 이어셋을 이용해 모두에게 통신을 보냈습니다.
"...나는 무사해. 낙하하면 바로 제압준비해."
"...질 수 없어. 질 수 없어. 질 수 없어!! 아직 질 수 없단 말이야!! 그 녀석을...그 녀석을 죽이지 못했는데!!"
점점 수연이 낙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내 그녀는 인간이 아닌 몸이었기에, 그대로 근처 건물 벽을 벅차고 땅으로 달려들면서 레일건을 준비했습니다. 일격이 곧 날아올 듯 합니다. 준비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릅니다.
한편 철창 근처에서는 또 다른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수경은 무사히 물건을 옮겨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혜성은 아주 가볍게 뱀을 잡는데 성공했습니다. 뱀은 꿈틀거렸지만 빠져나가지 못하고 그대로 혀만 낼름거릴 뿐이었습니다. 한편 성운은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서 가면을 쓴 이를 제압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뱀은 이내 공중으로 붕 떠올랐고 총도 뺏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내 그 가면이 벗겨졌습니다. 모두가 예상한대로 그 정체는 레드윙의 위크니스인 선혜였습니다.
"이거 놔! 놓으란 말이야!!"
"리벤저? 핫. 이름이 뭐가 중요해. 아무래도 좋잖아!! 참회? 벌? 웃기지 마. 무슨 벌을 받았는데! 영웅이 되어서 4학구를 지킨 이 칭송을 받는 것이 벌이야?! 알긴 뭘 알아! 당신 따위가 뭘 아냐고!! 내가 어떤 기분인지 어떻게 알아?! 아무도 몰라!! 언니가 어떤 기분인지, 내가 어떤 기분인지 말이야!!"
"살인자 따위 얼마든지 되어줄게! 얼마든지! 언니가 고통받은 것에 비하면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언니를 배신하고, 언니를 고문하고, 언니를 감금하고, 지금도 가끔 벌벌 떨게 만든 이 작자만큼은...절대로 용서 못해!!"
"...대신해달라고 한 것은 아니지만...알게 뭐야! 언니는...언니는...지금도 그것 때문에 상처를 받아서 힘들어하는데... 내가 그 정도도 못하란 법은 뭔데!!"
"심판에 자격이 필요해? 이쪽은 당한 쪽인데? ...정의? 핫. 정의가 아니면 뭐 어때. 우리들이 당한 것에 비하면...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어. 너희는 그럼 뭘 했는데? 바로 옆에 있는 퍼스트클래스에게, 그리고 그 반쪽에게 뭘 할 수 있었는데! 아무 것도 할 수 없이 그저 외면만 했을 뿐이잖아!! 그러면서 이제 와서 자격 운운하지 마!! 아무도 움직이지 않기에, 우리가 움직이는거야!"
"...이유 따위 중요하지 않아." "이유 따위...아무래도 좋아. 이 작자도...결국 이 작자도 협력한 거잖아!! 제대로 덤빈 적이 없어? 하핫! 두고 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앞으로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지 말이야!! 이건 어디까지나 시작일 뿐이야. 화풀이? 그래. 화풀이야. 왜 하면 안되는데? 나와 언니가 얼마나 억압받았는지, 얼마나 눈치를 보면서 살았는지, 얼마나 공포를 당하면서 살았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이까짓 화풀이도 하면 안되는거야?! 그럼 우리는 뭘 해야 하는데?! ...아무 것도 당하지 않고, 그저 말로만 들었을지도 모르고, 자기 일도 아니라서 잘 모르면...아는 척 떠들지 마!!"
"........."
그 울분을 들으며 크리에이터는 눈을 조용히 감았습니다. 그리고 입을 열었습니다.
"...내가 살아야한다고 했니? 이 아저씨가?" "4학구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싸워야한다고..."
"...이 아저씨를 신뢰할 수 있겠니. 한번은 너희들을 배신하고 일을 저지른 아저씨잖니."
"...너는...."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그 눈빛이 아주 잠시 혜성을 향했습니다.
"...나는... 살아있을 가치가 있는거니?" "......이 감옥을 나와... 아직 움직여야 할 가치가 있는거니?"
기도메타의 효과는 굉장했다!! 라고 해야 할까? 나랑 언니가 방패로, 리라가 벽으로 수박의 레이저를 막아 줬으니 팔찌랑은 상관없었지만. 암튼 살았다?? 다리가 풀릴 뻔한 순간 엄청난 폭발에 화들짝 구르다시피 했다. 잠잠해진 뒤에 보니 언니의 방패도 리라의 벽도 가루조차 안 남았다. 휘말렸으면 나도 작살 났겠는데??
그러는 동안 태오 선배는 어딘가로 사라졌다. 어디 가셨지? 두리번거리고 찾을 새도 없이 여로는 수박에게 육탄 돌격을 감행했다!!
" 여로야, 여로야, 위험해!!! "
죽으려고 환장했니 ㅠㅠㅠㅠㅠㅠ 기겁해서 소리 지르는데, 여로의 육탄 돌격이 의외의 효과를 냈다. 수박이 흐트러졌다? 그 틈에 금이가 수박의 얼굴에 폭발을 일으켰다. 얼굴도 일부는 기계 장치네. 끔찍하게도 당했네. 저 정도면 목숨 건진 게 기적인데?
뒤이어 영희가 수박을 잡아다 공중으로 던졌다. 진짜 대단하네. 저 덩치에 어떻게 저런 힘이 나오지? 하는 사이 태진 선배의 주먹이 수박에게 적중하며 수박이 붕 떠올랐다. 됐다! 태진 선배 주먹에 직격당했으면 기계고 뭐고......
그때 금속류가 수박 주변으로 떠올라 거대한 공처럼 뭉쳤다. 아까 영희가 치워 줬던(이후에 서연이 조금 거들어 치웠던) 잔해들까지 모조리. 저건 또 뭔데??!! 경악해서 최대한 멀리 피해 보려는데, 수박이 멈칫했다. 혜우가 무슨 조화를 부려 준 걸까? 한창 집중한 혜우를 돌아본 것도 잠시, 쇳덩어리가 떨어질 기세다. 저거 맞았다간 수박된다!!
" 피해요!!! "
그러고 내달리는데 부장이 떠올라 수박에게로 향했다. 그 뒤의 일은 서연으로서는 인지 불가능한 것이었다. 서연이 다시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된 건 공중에서 무슨 미사일끼리 맞붙기라도 한 것 같은 폭발이 일어난 뒤였다. 뭐야? 수박은? 부장은? 발만 동동 굴리는데 부장의 통신이 귀에 꽂혔다. 무사하시단다. 살았다. 이거 간 떨려서 원.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는 일렀던 모양이다. 수박도 무사해서 이쪽으로 달려들었다. 미치겠네, 진짜!!! 인제 팔찌도 없는데. 서연은 아직 후들거리는 다리를 억지로 놀려 엄폐물을 찾았다. 건물은 철근이 있어서 저 수박한테 털린다!! 아쉬운 대로 가로수 뒤에라도 숨어야지. 운이 좋다고 해야 할까? 이 난리통에도 가지는 앙상할지언정 줄기는 그럭저럭 남아 있는 가로수가 보였다. 냉큼 그 뒤로 숨었다.
"하고 싶은 말은 다했니? 그럼 역으로 다시 질문해도 될까? 벌. 받고 있지. 자식이 어떻게 지내는지 눈으로 보지 못하고 있으니까. 네가 네 언니를 끔찍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저 사람또한 딸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가장 끔찍한 벌일테니까."
퍼스트 클래스도, 위크니스도 아니기 때문에 저 마음은 알수 없으나, 자유로이 보지 못하는 가족이 있기에 조금은 이해할 수 있으니까. 단조로이 혜성은 말을 이었다.
"네 언니에게 물어보지 않고 하는 행동이, 네 언니에게 또다른 상처가 될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 네 분노에, 네 스스로의 감정에 휩쓸려서 언니도 나처럼 생각할거라고 단정짓는 건 이기적인 생각이야. 내가 네 언니라면 네 행동에 절대 기뻐하지 않을거고." "필요해. 심판에도, 정의에도 명분이 있고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있어야해. 적어도 네 언니가 심판을 하겠다고 왔다면 납득할 수 있었을거야." "너는 그저 네 분노를, 네 감정을,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장 하기 편한 상대에게 쏟는 것 뿐이야. 너와 네 언니를 그렇게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제대로 생각해봐. 그렇게 된 원인, 그 근원지가 어디인지."
혜성은 잠시 자신을 바라보는 크리에이터와 시선을 맞췄다가 곧 느릿하게 깜빡였다.
"당신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어떤 행동을 했는지 그리고 그 일들이 결코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 크리에이터." "그렇지만 그와 별개로 당신에게도 이유가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크리에이터가 있는 철창 쪽으로 혜성은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다면 철창에 손을 대고 혜성은 지긋하게 크리에이터를 마주했을 것이다.
"저에게, 우리에게 살아도 되는지 묻지 마세요. 여기서 당신이 죽는다면, 당신의 딸이 어떻게 될지 생각해요. 거기서부터 시작해요. 살아야될 이유는 그 뒤에 차차 생각해도 됩니다." "....아이가 기댈 수 있는 어른이 되어주세요. 아저씨."
당연하지만 방패만으로 막아낼 수는 없다. 방패를 넘어 팔과 몸통에 느껴지는 충격에 이를 악물던 랑은, 은우에게 잡혀 옆으로 굴렀다. 리라가 만든 벽이 아니었다면 아마 그대로 방패가 뚫렸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남아 있는 충격에 기침을 하던 랑은 고맙다는 은우의 말에 가볍게 어깨를 툭 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은우에게 향한 공격을 막아내는 것 자체는 성공, 그 다음에는... 나머지 부원들이 수연에게 달라붙어 틈을 만들어 냈고. 꽤 강한 간섭이 있었는지 수연의 레일건 규모가 조금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위협적인 건 사실, 이대로라면 직격-
"...그래야 막은 보람이 있지."
은우가 나서 대응하는 것으로, 수연이 공중에서 그대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포기하지는 않은 것 같지만.
랑은 다시 한 번 신경을 집중했다, 굳이 능력을 쓰지 않아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쯤은 알지만. 약간의 정보라도 더 얻어낼 수 있다면. 이제는 채찍 밖에 남은 게 없다. 랑은 채찍을 팔에 휘감았다 수연이 땅으로 떨어지는 궤도를 향해 휘둘렀다. 저 몸뚱이의 질량에서 나오는 힘을 자신이 온전히 감당할 수는 없지만. 채찍에는 전류를 흐르게 하는 기능이 있었으니까.
" 저거 이성이 완전히 나가버렸구만. 네. 이까짓 화풀이도 안 되는 겁니다. 크리에이터씨도 협력했죠. 근데 뒷사정은 알 생각도, 알아도 그저 그쪽이 꼴리는대로 받아들여서 화풀이를 하고요. 두 번 말하게 할래요? 아저씨도 결국 강제에 의해서 그런 거라니깐? 뭘 해야 되긴요, 뭘 하면 안 되는지는 잘 알고 있는데요? 이런 짓은 하면 안 되지. "
" 결국 당신들은 동물처럼 감정대로, 지 꼴리는대로 움직여서 다 파괴하는 집단 밖에 안 돼. 그렇게 아저씨를 죽여놓고, 레드윙이 ' 우리 선혜 잘했어~ ' 라고 퍽이나 좋아하겠다. 아저씨를 죽이면 레드윙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당신도 솔직히 모르잖아. 솔직히 아리까리하지? 당신은 당신의 소중한 사람이 어떻게 될 줄도 모르고 그냥 막 나가는 그저 이기적인 인간일 뿐이야. 그리고요, 아는 척은 그 쪽도 꽤나 만만치 않은데요. 민호 아저씨는 얼마나 핍박받고, 눈치 봤는지는 모르겠죠? 차라리 당신이 아니고, 아저씨가 리버티였으면 이런 짓거리까지는 안 했을 텐데. "
이어서 크리에이터는 자신이 살 가치가 있냐는 말에 한양은 끄덕였다.
" 네. 아저씨는 살아가야 될 가치가 있는 사람이에요. 4학구 사람들 누가 지켜요? 아저씨가 지키잖아요. 전후배경이 어쨋든 간에, 4학구의 사람들의 안전은 아저씨의 손에 달려 있어요. 아린이에게 여전히 자랑스러운 아버지로 살아가셔야죠. 4학구를 지키는 영웅, 크리에이터로. "
" 그거 아저씨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것도 아니잖아요. 저도 아저씨 이용해서 유토피아를 폐기시켰는 걸요. 쌤쌤으로 쳐요. 서로 그거 가지고 째째하게 따지지 말자고요. "
한양은 밖에서 레일건을 준비하는 수연의 몸을 염동력으로 압박하듯이 강한 힘으로 찍어대서 방해를 하려고 하며 민호에게 대답했다. 이 대답 만은 가벼운 말투로 괜찮다는 듯이 민호에게 웃어보였다.
혜성과 민호의 대화가 끝났을 쯤, 한양은 다시 말했겠다.
" 아저씨. 근데 그 전에 해야 될 일이 있어요. "
" 저기 앞의 선혜양에게 진심으로 사과는 하셔야죠. 아저씨도 아무 잘못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니깐요. 뭐 무릎도 꿇고 싶으면 꿇어도 좋고.. 그때 아저씨 은우하고 아라한테만 사과하셨잖아요? 아저씨 보라양하고 선혜양한테 많이 미안하시잖아요. 어서 사과하셔요. 본격적으로 싸우기 전에, 감정적인 앙금은 풀어야지. "
그리고는 선혜에게 말했잖아요.
" 선혜양도 아저씨의 사과를 받아주셨으면 해요. 저는요, 선혜양이 진짜로 아저씨를 죽일 사람이 아니라고 느껴져요. 속으로 ' 아, 이렇게까지 하는 게 맞을까? ' 라고 혼동이 오지 않나요? 서로서로 결국은 윗놈들 때문에 이용당하고 버려진 존재잖아요. 둘 다 피해자인데, 왜 피해자끼리 칼을 대냐고요. 선혜양이 얼마나 화가 나셨는지는 저도 이해해요. 말 심하게 해서 미안하고요. "
태오는 주변을 탐색하며 건물을 올랐다. 사람들이 대피한 건물은 오르기 수월했고, 옥상 문은 다행스럽게도 열려 있었다. 태오는 옥상에서 자리를 잡았다. 다리 한 쪽을 올려두고, 능숙하게 소총을 장전했다. 비살상 탄환이랬지. 스코프로 본 현장은 조금 더 끔찍하다. 저렇게 뛰는 사람을 맞출 수 있을까. 집중하듯 숨을 돌리자 바람이 분다. 삑 소리와 함께 망막에서 현재의 풍속과 방향을 알려준다. 총신이 살짝 돌아가고, 태오는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쳤다.
뭐, 괴롭겠지. 알지 못하면 너희는 다물고 있으라머 악을 지르고 싶겠지. 이런 삶을 살고 싶지 않았노라, 나는 이렇게 괴로웠노라 외치고 싶겠지. 이렇게라도 하면 다른 사람들이 내 고통을 알아주지 않을까, 나만 이렇게 괴로운 것이 아니겠구나 하겠지. 그렇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그러고 싶었더라면 처음부터 도와달라 말을 했어야지, 세상 사람들이 나처럼 속을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인간의 끝은 가장 추악한 감정이라더니 그 꼴을 보이며 지금도 저리 괴로워하는 주제에. 죽이지 못했다며 추악하게 낯가죽 드러낸 주제에.
"……나는 아마 평생이고 이해할 수 없겠지."
그럼에도 저것은 인간의 반응이라서. 태오는 방아쇠를 당김과 동시에 생각했다. 지금이라면 다시……. 아니, 아닌가.
“크리에이터도 피해자야!!! 진민호 씨는 그러고 싶어서 그랬을까?! 네 언니를 붙잡아다 고문하면서 즐기기라도 했을 줄 아냐고!! 차라리 진민호 씨가 고문을 즐기는 사디스트라서 그런 짓을 했다면, 나는 네 복수를 눈감아주었을 거야! 하지만 진민호 씨도 그 사실에 자책하고 괴로워했다고···!!”
“네 언니가, 보라가 그런 모진 고통을 당한 건 제로 프로젝트에 사용할 자료를 추출하기 위해서였어··· 이 시점에서 진민호 씨가 누구 명령으로 그런 일을 했는지는 뻔하지 않아? 그리고 그걸 거절하면 그 대가가 무엇일지도 잘 알지 않아?! 네 심장에 물어봐, 그 대가가 과연 뭘까, 뭐겠니, 응? 위크니스 님아!!!”
“그리고 크리에이터에게 그런 짓을 하도록 강요한 이들이 누구인지는 너도 알겠지?”
“너는 지금 보복을 하겠답시고··· 네 언니를 괴롭힌 「도구」를 부수려 하고 있는 거야, 그 「도구」로 네 언니를 괴롭힌 작자들에게 복수하는 게 아니라! 그래, 이 비루한 짓거리는!! 복수라는 이름마저도 아까워!! 화풀이야!! 엉뚱한 화풀이!!”
...이다만 훈련을 시작하기도 전에 그녀가 뚱한 표정으로 대꾸했고, 여성은 의문과 아쉬움이 담긴 표정으로 답했다.
"점례가 요즘 뭐가 그리 불만이 많은걸까~" [결국 스스로가 에바가 된걸지도 모르거든.] "즈는 이제 에바에 안 탈 거니까여..." [뭐래니.] "그동안 이 선생님이 했던 지도가 맘에 들지 않았던 거니...? 흑... 참 슬프단다..." [...그건 딱히 동의 못하겠거든.] "유라 너까지... ...뭐어, 최근들어서 훈련의 난이도가 좀 높아진건 이해하지만... 너희들이라면 충분히 해낼수 있고, 따지고 보면 그렇게 무리수인 것도 아니잖니?" [사심을 더하면 레벨 때문에 적당한 훈련은 오히려 실험성과로 보기 어렵다던가란 느낌이거든?] "이상하네... 너희들이 해킹할줄 아는건 기계뿐일텐데 어째서 내 마음이 읽힌 거지..." "그야 다 드러나잖아여..." [나도 알 정도인데 여기서 평생을 지내온 점례라면 더 잘 알거 같거든~] "스읍... 역시 이래서 가족끼리는 일하면 안된다는 건가..." "[?]" "아무튼~ 위에서 그렇게 하라고 했으니까 해보는 거야~ 체험학습, 이라는 느낌으로 임해보는건 어떠니?" [극기훈련은 분명 오래전에 폐지된 걸로 알고 있거든...] "인첨공이잖아여. 훈련교과는 연구소 재량인 검다." [...나도 모르게 학교라고 생각해버렸거든...] "암튼 그것도 그건데..."
저 멀리서 긍정일지 부정일지 모를 토끼의 거친 숨소리가 짧게 들려왔고, 여성은 그래도 주어진 훈련을 안할수는 없다는듯... 커다란 메카 비스무리한 것에 매달리듯 올라타 있었다.
"대체 왜 거기 올라가계신 검까..." "아아~ 저는 인질이라고 생각해주세요~ 꺄아~ 못된 거대 더미로봇이 절 납치하려 해요~" "...거 참 세상 살맛 난 인질임다." [저걸 보고 뭐라고 하던데... 스톡롤름 증후군이었나...] "아무튼 늦장부릴 생각이면 이쪽부터 달려들거니까~"
정말 말 그대로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여성 때문에 물리적인 공격은 무리였고, 그나마 그녀의 능력 덕분에 다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전해진다.
강한 폭발과 함께 벽과 방패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리라는 그 살풍경한 모습을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킨다. 욱신거리는 통증도 가슴의 답답함도 상황의 심각함에 무뎌지니 반대로 정신만 또렷해졌다. 이 상황에서는 차라리 다행이겠지. 리라의 눈은 곧 함께 바닥을 구른 은우와 랑을 향해 간다.
"새삼 뭘요. 저도 고마워요."
은우의 말에 답변하고 난 그는 그제서야 랑의 가시 목걸이 너머에 무엇이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눈을 짧게 깜빡여 꺼끌한 먼지를 떨쳐낸 리라는 이윽고 겉옷 주머니에서 카드 방패를 꺼낸다.
"언니, 지금은 내 거 써요. 나는 아까처럼 막을 수도 있으니까."
목걸이를 벗은 이유라면 아까 그 자기력 조작 능력 때문이겠지. 리라는 제 귀의 피어싱을 만지작거리다가 그 역시 제거해서 주머니에 넣은 후, 스케치북을 들었다. 대비해야 하니까. 하지만 그 전에. 리라는 종이에 적당히 길고 두께감 있는(아마도 랑의 목걸이와 폭이 비슷할)하얀 리본을 빠르게 하나 그려 방패에 둘둘 감은 뒤 랑에게 건넸다.
"이건... 그냥, 필요하면."
맞는 행동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지나치듯 봤을 때 목걸이를 벗는 걸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던 것 같아서, 그래서 지나칠 수 없었다.
직후, 강렬한 맞부딪힘과 함께 또다시 폭발이 몰아친다. 펜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리라는 굴렀던 자리에서 조금 움직인 후 겉옷 주머니의 포스트잇을 꺼냈다.
이번에는 아예 감싸주마. 진압용 클레이건이 평소보다 조금 더 큰 크기로 실체화 된다. 그것을 수연에게 겨누고, 조준.
철현의 제안에 크리에이터는 가만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습니다. 애초에 그래야 할 이유를 아직 그는 잘 모르겠는 모양입니다. 한편 그와는 별개로 크리에이터는 모두의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차례대로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습니다. 이어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그렇지. 물으면 안되는거지. 그게 맞지." "...아이가 기댈 수 있는 어른이라..."
"아버지로..살아가야한다라." "영웅은... 될 수 없지만, 아버지로는..."
"책임이라..."
혼잣말을 여러번 중얼거리는 와중, 크리에이터는 가만히 혜성을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조용히 고맙다는 말을 했습니다. 아마도 그녀의 답이 가장 마음에 와닿은 것이 아니었을까요? 이어 그는 선혜를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가만히 머리를 땅에 박았습니다. 그건 말 그대로 석고대죄의 자세입니다.
"미안하구나. 미안하구나. ...변명은 하지 않으마. 정말로 미안하다." "이 아저씨가..정말로 미안하구나." "하지만...이 아저씨. 아직 죽을 순 없는 것 같구나. 아직 해야 할 일이 있는 모양이니까..." "이 아이들을 도와서...책임을 져야 할 것이 많은 것 같으니 말이야."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다른 이들의 말에는 귀도 기울이지 않던 선혜는 그저 광기 가득한 웃음소리만 내뱉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광기 가득한 목소리를 이었습니다.
"언니가 이를 갈아도 상관없어. 내가 아는 언니는 절대로 그런 짓을 못 하니까! 그러니까 내가 대신 하는거야!!"
"명분과 납득할 수 있는 이유는 충분해!! 당신이라면, 당신의 소중한 사람이 그런 꼴을 당하면 그래도 똑같이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냉정한 척 하지 마!! 결국 자기가 안 당했기에 말할 수 있는 것에 지나지 않아!!"
"사과를 받아? 웃기지 마!! 웃기지 마아아!! 내가 죽일 이가 아니라고? 그걸 어떻게 알지? ...나는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 이 작자도, 당신들도, 다른 이들도 말이야."
"난.... 읏!"
그 순간이었습니다. 혜우가 심장을 건드렸고 선혜의 눈에 핏줄기가 가득 섰습니다. 이어지는 몸의 떨림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있는 힘껏 휘파람을 불었습니다. 이어 독수리가 여러 마리 울부짖었습니다. 그리고 주변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였습니다.
다른 이들은 모두 수연의 일격을 방어하기 위해서, 대처하기 위해서 준비하거나 숨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순간 모두가 소름 끼치는 기운을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랑은 숨을 쉬는 것이 힘들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바닥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수연은 물론이고, 은우 역시 그대로 땅에 처박히듯 쓰러졌습니다. 다른 이들도 모두 땅에 억압되듯 끌려들어갔고, 독수리들도 괴성을 지르면서 땅에 처박혔습니다.
이어 선혜는 물론이고 수연 역시 비틀거리는 손을 이용해서 팔찌에 차고 있는 장치의 버튼을 꾹 눌렀습니다. 이어 빛기둥이 튀어나왔습니다. 하지만 선혜는 무사히 사라질 수 있었으나 수연의 팔찌는 그대로 박살이 나버렸고 빛기둥도 사라졌습니다.
"꺄아아악!!"
"이건...."
한편, 밖은 모두가 억압되듯이 땅으로 끌려가는 듯 했지만 이내 그 기운이 풀렸습니다. 그리고 은우는 이를 악물었습니다. 그리고 특정 방향을 바라봤습니다. 거기에서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디스트로이어. 인첨공 제 3위. 철준의 모습이었습니다.
"오... 꽤나 손님이 많군. 리버티가 왔다고 해서 오긴 했는데... 뭐냐. 누가 리버티지? 에어버스터. 너냐? 아니면...저기 널부러진 녀석인가? 보아하니 완장이 안 보이는 것을 보면... 저지먼트는 아닌 모양인데."
"디스트로이어!!"
"뭐, 좋아. 이렇게 만났으니 잘 되었지. 일단 저 계집은 데려간다. 그리고 에어버스터. ...위크니스를 내놔라."
"뭐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야. 윗대가리들이 바라는 것을 해주려면 말이지. 위크니스를 모두 확보하는 것이 좋을 것 같거든. 그렇다면... 퍼스트클래스는 모두 그 자리에 억압이 될테니 말이야. 리버티에 협조를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겠지. ...안 그래? 나는 그게 가장 확실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렇다고 내 줄 것 같아?!"
"...이건 부탁이 아니라 지시야. 에어버스터. ...약한 녀석은 떠들 자격조차도 없어. 애새끼들 데리고 대장 놀이를 하니까 재밌는 모양인데... 네 위크니스는 최근 다른 위크니스와도 꽤 어울려다닌 것 같아서 말이지. ...그래서 이게 아니더라도 조사는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거든. 난..."
정하의 모습을 세은은 그 말을 들으며 강하게 몸을 떨었습니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숨만 죽이면서... 엎드려 있었습니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것으로 보아 상당히 무서운 것이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습니다. 갑자기 그 주변이 사이버공간처럼 변했습니다. 그 빛은 녹색 빛 그 자체였습니다.
"...아무래도 엄청난 녀석이 온 모양이구나." "이 아저씨는... 너희들을 도와주마."
"상황은 잘 모르겠고,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너희들이 기댈 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도록, 그리고...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