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세상이 어찌 돌아가든, 진행 중인 연구는 손을 놓을 수 없는 것이었다. 하여 오늘도 한 연구실에서 구성된 연구원들과 한창 몰두하고 있었는데-
"음- 여기, 3번 확인 좀." "오케 확인-" "거기, 배양 쪽은 어때?" "......" "거, 혜우 양?" "......"
한창 배양 진행 중, 두 번이나 불렸는데도 쉽사리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옆에서 실실 웃으면서 쳐다보는 인물이 거슬렸기 때문이었다. 그 인물이란 다름아닌 진이었다.
"아나, 이 진! 니 담당 내비두고 여서 뭐하는데!" "으음? 내 담당? 준이 지금 회의 중이라 할 거 없어서- 히히." "그럼 거 앞에서 지키고 서야지 뭐하는데! 쪼개지 말고 나가라. 어? 우리 지금 바쁜 거 안 보이냐?" "그치만 할 거 없으아아니 나갈게 나갈게!"
능실능실 웃으며 어떻게든 눌러앉으려던 진을 태도에 빡친 연구원이 으릉대어 쫓아내었다. 후다닥 나가면서도 참 깔끔하게 사라지는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작업에 몰두했다.
"배양, 이상 없어요." "오케이-"
연구는 그 뒤로 한 시간 정도 지난 후에 마무리 되었다.
"...후......"
약냄새와 빡빡한 분위기에서 풀려나자마자 곧장 늘어졌다. 애용하는 복도 의자 엎어져 골골대고 있는데 뭔가 차가운게 찰딱! 하고 뺨에 붙었다. 파드득 몸을 떨며 고개를 들자 진이 웃으며 레모네이드 캔을 내밀었다.
"오늘도 고생했네! 이거 마시면서 쉬어!" "...감사합니다."
빤히 쳐다보다가 음료를 받으며 일어나 앉았다. 그러자 냉큼 내 옆에 앉은 진이 커피캔을 땄다. 유준이 즐겨 마시는 브랜드의 커피였다. 나 역시 음료의 마개를 열어 천천히 마시고 있으니 옆에서 얘기가 들려왔다.
아까와 달리, 차분한 목소리였다.
"다른 연구소나 시설의 대부분은 모르는 얘기였겠지만, 여기 영락에 소속되고 소속이었던 학생이나 연구원들은 애진작에 알고 있었어. 능력자 양성의 목적이 병기화라는 것. 솔직히 빡쳤지. 지들이 뭔데 나를 병기로 쓰려고 해. 하지만 마냥 분노할 수도 없었어.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인첨공에 들어와 최초의 커리큘럼에 사인을 한 건 나 자신이었으니까."
후우, 내쉬는 숨에 커피향이 낮게 깔렸다.
"당시 내 담당에게 얘기를 들었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착각이 들었어. 나는, 바깥에 가족들조차 버리고 홀로 들어왔거든. 지긋지긋한 가족들과 멀어져 혼자서도 잘 살아보겠노라고. 그런데 이게 뭐야. 거지 같은 연구소에 걸려 구를 대로 구르다가 겨우 영락에 옮겨져서 한숨 놓는가 싶었더니 이제는 능력자의 실체가 병기라고? 그러니 눈앞이 캄캄해졌지. 괜히 들어왔다, 가족이 지긋지긋해도 바깥이 낫다, 이제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목소리에 깊은 절망이 한 순간 스며들었다.
"그랬는데, 그 자리에서 담당 선생님이 그러시더라. 뭘 하고 싶냐고. 물어봐야 뭐해. 내가 뭘 하든 언제 어디서 얼굴도 모르는 놈들 의향 하나로 나 같은 순삭되는 건데. 그래서 그거 그대로 말했다? 그걸 뭐하러 묻냐고, 기분 X 같다고. 그랬더니 선생님 완전 빵터져서, 보는 내가 어이가 없었지. 뭐야, 이 미친 놈은. 그것도 안 숨기고 툭 내뱉으니까, 선생님이 그러더라. 능력자가 병기로 쓰이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 사실이라 해도, 그것이 지금 당장은 아니지 않느냐. 그렇다면 그 언젠가가 나 자신에게 닥치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걸 해봐야 하지 않겠냐. 설령 그게 세상에 아무 영향 없는 일이라고 해도, 뭐든 해놓고나면 나한테는 의미 있는 일이 되지 않겠냐고."
히히히히! 그제야 경박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당장! 은 아니고,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진 연구소에 다니며 능력을 기르고 졸업 후에는 당장 포토그래퍼로 활동했어. 소소한 칼럼 같은 걸 쓰는 기자도 겸해서 말야. 인첨공 안, 갈 수 있는 곳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풍경을 기록했어. 여러 영상을 찍기도 했지. 네가 저번에 성하제 무대에서 쓴 영상, 그거 내가 만든 거다? 특히 마지막에 엄청나게 공을 들였지! 모두가 매일 살아가는 거리의 풍경을 이렇게도 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거든!"
휙, 땡그랑!
빈 캔을 경쾌하게 분리수거 통으로 던져 넣은 진은 앉을 때처럼 훌쩍 일어나더니 나를 보고 씨익 웃었다.
"나 말고 다른 동기선배후배들도 다 그래! 여기에 나오지 못 하거나 안 나오는 놈들도 있긴 한데, 적어도 모인 애들은 영락을 지킬 거야. 우리는 거창한 대의 따윈 없어. 그냥 우리에게 삶의 목표를 정하게 해준 은혜를 이제야 갚을 뿐인 거니까."
가벼운 손길이 머리 위를 토닥였다.
"그러니까 이쁜 후배도 하고 싶은 대로 해. 듣자하니 저지먼트라며? 나대기 좋은 명분도 있네. 참지 말고 소리 치며 싸워. 저 윗대가리들이 능력자를 그저 병기로 보고 있다면, 절대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고, 그딴 생각 다신 못 하게 완전 뒤집어 버리는 거야! 오케이?"
진이 주먹을 쥐어 내게 내밀었다. 잠시 그 주먹을 바라보다가, 내 주먹을 내밀어 툭 맞댔다. 그 와중에, 저 멀리서 이 망할 기지배 어디갔어- 하는 고함이 들려왔다. 유준의 목소리임을 인지하자 진이 이크, 하며 소리 들리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그럼 이쁜아! 나중에 보자!"
그러고 코너를 돌아 얼마 안 지나서 고함투성이 대화가 들려왔다.
"아! 이 진! 내가 희의실 앞에서 기다리랬지!" "하하하하하 자기야 미안!" "이 X이 드디어 미쳤나!!!"
>>303 칠라: “너희에겐 그저 너희 일이었다, 한 마디로 끝나는구나.” “너희가 그 아이에게 무책임하게 저지른 그 모든 고통이, 너희 좋을 대로 너희에게 주어진 말들을 곡해하고 한 아이의 모든 것을 손에 넣어 너희 좋을 대로 이용하려 들었던 그 모든 악덕이, 한 마디로 정말 쉽게도 끝나는구나···?” “그러니 너희도 아주 조금이나마 느꼈으면 해. 너희가 너희의 일이라는 명분으로 무엇을 건드리고 무엇을 흔들었으며 무엇을 저질렀는지.”
두 사람뿐, 아무도 없이 텅 빈, 두 사람을 위해서 비워두기라도 한 것만 같은 지하철역 역사가 깊은 심해 위에 뜬 보름달의 달빛으로 물들었다. 떠오르는 태양이 얼마나 이 역사를 환하게 내리쬐고 있건 상관없었다. 여기에는 너와 이 소년 단 둘뿐이었으니까. 성운은 네 품에 머리를 기댄 채로 너를 꼭 잡고 있었다. 세 번째 얼굴이라고 생각했던 그 얼굴이, 네 노랫소리에 떨며 흔들림없는 수면 위에서 잘게 바스라져 한 점 물결로 흐트러져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손의 떨림이 조금씩 잦아들어갔다.
네 노래가 끝났을 때, 성운은 네 품에서 고개를 살며시 들었다. 그리고 그는 입술을 벌렸다.
그게 시작됐을 때, 나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고, 내 안의 무력함 속에서 길을 잃었어. 나는 혼란스러웠고, 모든 걸 쏟아버리고 말았어. 마음 속에 이런 걸 담고 있는 게 나만이 아니라는 걸 찾기 위해서.
내 안의, 하지만 그것들이 쏟아져나간 빈 자리만이, 내게 남은, 내가 느낄 수 있는 진실이었어. 잃을 것 없이, 갇혀서, 공허하고 외로웠어, 다 내 잘못이야, 내 잘못이라고 생각했어.
내겐 치료가 필요해, 나는 느껴보고 싶어, 내 생각이 결코 현실이 아니었음을. 놓아주고 싶어, 너무나도 오랫동안 짊어져온 고통을.
치유받고 싶어, 느껴보고 싶어, 진짜 무언가와 가까워지는 감각을. 나는 찾고 싶어, 내가 줄곧 원해온, 내가 속할 어딘가를.
“저기, 동화책에서 읽은 말인데.”
성운이 그 말을 내어놓은 것은, 노래가 모두 끝나고 뒤이어진 말도 다 끝난 후 네 정당한 요구가 입에서 귀로 손에서 손으로 전해진 뒤였다.
“혼자서 길을 잃으면 그건 방황이지만······”
네 손 안에 꼭 쥐인 성운의 손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그 앞에서 한쪽 무릎을 굽힌 너를 보며, 성운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는 남아있는 한쪽 손으로 조심스레 네 턱을 감쌌고, 살며시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네 입술 위에, 작은 무언가가 내려앉았다. 아직 작고 미미한, 흔들림의 여파가 남아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기억하고 있던 것과 똑같은 그 온기의 흔적이.
그는 네 입술 위에서 속삭였다.
“둘이서 같이 길을 잃으면, 여행이래.”
그리고 성운은, 팔을 뻗어서, 네 머리를 꼭 끌어안았다. 네 얼굴에 와닿는 폭신한 온기와, 코끝에 걸리는 희미한 숲의 향기가 참으로 낯익었다.
“그래. 이 모든 게 다 끝나면 우리 같이 떠나자. 어디로든.”
포옹이 끝나고서야, 성운은 차근차근 덧붙였다. 형용할 수 없는 색. 그나마 가장 가까이 불러줄 수 있는 색이 보라색일 뿐, 보라색이라고 일컫기에는 인간의 인지 바깥을 벗어난 색. 그러나 네 앞에서는 조그만 수국꽃처럼, 차분하고 나직한 색.
별이 제 궤도를 찾았다.
그리고 다른 두 가시를 짓누르고 있던 가장 길고 커다란 가시가, 공포의 가시가 뽑혀나왔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가장 길다란 가시에 짓눌려있던 두 개의 가시가, 성운의 마음에 그대로 박힌 채로 그 끄트머리를 바깥으로 치켜들었다. 분노와 증오라는 이름의 두 자루의 가시가. 성운은 조용히 선언했다.
“위험한 목적지를 정해야겠어.”
제 궤도를 찾아온 별의 빛은 어딘가 더욱 선명하고 날카로운 것이 되어 있었다. 그것이 어디로 겨누어지는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대가를 치르지 않고 그들의 세상에서 그 뒷면으로 도망쳐버린 이들을 향한 것일까, 아직 해결되지 않은 그와 너와 네 오라비에게 엮여있는 문제를 향한 것일까, 그들에게 다가올 미래의 위협을 향한 것일까. 아니, 어쩌면 그것은, 너를 제외한 모든 것에 겨누어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