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한 자리의 모든 것이 지독하게 넘실댄다. 끝도 없이 퍼붓는 빗물의 수기水氣도, 흐름을 담지 못해 흘러넘치고 마는 강물도, 빗속에서도 흐려질 줄 모르고, 질척하게 거듭 번져가는 모진 감정들마저도.
아, 범람하는 원이여.
친인척이란 녀석들에게 당치 않은 원망을 받는 일은 제법 지긋지긋하다지만, 이는 모두 마뜩잖은 감정을 받고도 제 무종務從 참기로 한 탓이다. 그나마도 이제까지는 자식의 정을 보았기에 간신히 억누른 판이었다. 한데 혈연도 아닌 것에게마저 헛소리 들어 줄 이유가 있나? 비를 막던 그늘이 사라지자 빗물이 어김없이 몸을 적셨다. 거센 빗발에 옷자락이며 머리칼 모두 순식간에 젖어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릅뜬 두 눈만은 음울한 암색暗色의 풍광 속에서도 형형히 번뜩인다.
"너는 내가 미울 테지. 밉다면 어느 정도로 증오하느냐? 그 원심, 내 기대만큼은 된다면 좋겠구나."
적개는 마찬가지의 살심으로 돌려주고, 비통한 원념이야 조소로 돌려주리라. 그리하기만 한다면 침중한 원한은 외려 반가운 것이 된다. 마침내 그리도 기다렸던 이름 듣자 무신은 호쾌하게도 웃었다.
"영호할사 멋진 이름이로세! 하면 이제는 내 차롄가. 나는 전함前銜으로는 천중의 일원으로서 비사문천을 섬기던 신복이었으며, 태양신 신쿠노오우지의 양녀다. 또한 사토 씨 가문의 시조로 명은 본디 ■■■■이나 씨자氏子들이 칭하기로 야마후시즈메라 불리지. 자부子婦의 증오심이 고까워 이 자리에서 맞붙고자 하느니라."
앞뒤조차 재지 않고 도발에 급급했던 방금과는 달리 그가 곧장 덤벼드는 일은 없었다. '소개'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한 그러리라. 앞서는 차마 억누르지 못한 투지가 들끓어 다소 성급했다지만 '무도'는 곧 그의 신격인지라, 예도를 지킬 정도의 인내는 아직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들뜨는 기의만큼은 전연 다스리지 못한다. 잠자코 있으려 해도 스멀스멀 치솟는 흥분감에 고약히 오른 입매 괴이하게 움찔거린다. 그런 낯짝으로도 무신은 자못 유쾌한 기색으로 답했다.
"나야 모르지. 무어, 그것을 왜 저주라 하는지도 모르겠군. 나로 인해 미쳐간다고? 미친들 나와 그리 다르지도 않더구나. 천질로서 이리 난 고로 내겐 이러한 삶이 응연하건만 인간에겐 그것이 궁고窮苦인가?"
안녕하세요 아카가네 아오이입니다만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죽을 뻔했습니다. 시왕과 차례로 인사 나누고 황천까지 눈에 담고 왔는데요 황천길로 간 누이를 오라비가 구하러 간 사례가 있듯이 아우를 누이가 구하러 오는 일도 없지는 않겠지요? 아 그 오라비도 하남자처럼 튀었구나... 그러니까 우리 누나는 설마 하여자처럼 굴지는 않겠지요???
등판에는 시원하게 신발 자국이 남은 채 압사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몸을 뒤집혀 멱살 짤짤이를 당하는 멀대 같은 소년... 이라기보다는 청년의 모습은 하남자의 현현 그 잡채였다. 웃는지 우는지 비굴하게 히힉거리며 말을 간신히 정리하여 매가리 없이 휘적대는 손을 한 뼘 근처의 그늘을 가리킬락 말락하는 모습은 한술 더 떴다.
"그, 그늘로... 좀... 나... 더워서.. 더워서어... 못 움직여서... 으응..."
situplay>1597044235>184 크아악 너무 늦어져서 미안타 오케이 오케이 히데주가 말해준 데까지 전부 료카이했다 👌 와키노에 대해서 조금 고민해봤는데, 히데노리 특유의 신의 절대성에 대해 느끼는 인생무상에 한스푼 짜임새를 더 추가하기 위해 히데노리가 복수의 기회를 눈앞에 두고 칼을 떨군 것은 어느 정도 아오이가 간섭한 것이다, 라고 처음 히데주가 제안한 것처럼 설정을 변경하는 것이 어떤가? 간섭한 이유는 그거지, 무대의 아름다움을 보러 온 것이지 더러운 피가 튀는 것을 보러 온 것은 아니다─ 라는 KAMISAMA 특유의 오만한 마인드에서 비롯한. 정확히 어떤 식으로 간섭했는지는 모르더라도, 어쨌든 「우연히」 눈을 마주침으로서 히데노리가 멈칫한 결과로서 이어졌겠지. 아오이는 다른 건 몰라도 히데노리가 연기하고 춤추는 모습만은 참으로 아름답고 고왔지, 하고 기억하지 않을런지.
신을 모시는 것은 퍽이나 까다로워서, 글이나 말로 풀이하자면 상당히 긴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골치가 아픈 것은, 잘못된 해석으로 벌어지는 사건이다. 똑같은 그림을 바라보았도, 어느 부분을 시야의 중심으로 잡고 해석범위를 넓혀가는 것은 순전히 개인의 차이인지라 하나의 해석이 온전히 존재하는 신앙의 메뉴얼을 똑같이 바라본다한들 그것을 보고 취하는 행동은 여러갈래로 흩어진다.
무카이 카가리가 사토의 시조가 되어만 주고 그들을 방치하자, 그녀의 축복을 갈구하는 사토의 괴물들이 아야카미에서 행한 모든 악업들이 그 증거이고.
사토의 망령들에게 홀린 사토 레이지가 동생을 지키고자, 도시에서 자신의 패거리를 만들고, 지네의 문양을 등에 업고 행한 모든 폭력이 그 증거이다.
사토 레이나는 짙은 한숨을 내쉬며 아카가네 아오이를 바라보았다. 류지는 어찌하여 이런 것을 주워왔나, 역시 사토의 피가 문제인가 살짝 원망도 해보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은 주워담을 수 없다.
" 말 하나 하나에 두가지 뜻을 품고 있으니, 옛날 옛적 당신을 모시던 사람들은 참 고민이 많았겠어.. "
결국 아오이의 말에 수긍한 레이나가 살짝 물러나긴 하였지만 그녀의 금색 눈동자에 서린 노기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물러난 것은 아오이에게 따지는 것을 무르기로 한 것 이지. 자신의 아이에 기분 나쁜 검붉은 실을 칭칭 감아대는 그 갑충에게 물러날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 .... "
하지만 역시 기묘한 녀석이었다.
사토 레이나는 자리로 돌아와 기계를 닦으며 반사되는 아오이의 모습을 훑어보았다.
정말로 저 기묘한 신은 자신이 저지른 죄업도 안다는 듯 굴고있으니 그 모습이 마치 거울 같았다.
후두둑 쏟아지는 빗소리는 점점 커지고, 레이나와 카가리의 시선이 교차한다. 그녀의 원심을 조롱하는 카가리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던 레이나는 천천히 시선을 내려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원령에게 홀려, 동생을 지키고자 신관이 되어_ 그저 공놀이를 좋아하는 그 어린아이가 폭력을 휘둘렀다.
그 지저분하고 끈적이는 도심의 구석에서 이게 옳은 것이라고 믿고, 어리석게도 자신을 갉아먹은 끝에 죽어버렸다. 싸늘해진 그 아이를 끌어안고 손에 묻은 피에 절망한다. 상실은 지긋지긋하게도 겪었으니 별거 아닐 것 이라 생각한 자신을 비웃듯, 눈물이 쏟아진다.
" .... "
레이나는 우산을 얌전히 접고 옆으로 힘없이 던졌다. 쏟아지는 빗물이 그녀의 눈가를 타고 흘러내려 눈물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지금 아야카미에 쉴새없이 내리는 이 비가, 그녀의 눈물인듯 강에서 부터 넘처흐르는 강물이 그녀의 증오인듯
어느새 발등이 잠길정도로 차오른 여러 감정의 물이 그녀들을 잠기게 하려는 듯 쉴새 없이 차오른다. 너를 용서하지 않는다 라는 맹렬한 원한이 차갑게 첨벙거리며 끌어당긴다.
" 당신의 존재 자체가 사토에겐 시련이고, 죄업이야. "
늦어도 너무 늦는다 설마 길을 잃었나?
어머니는 오랜만에 아야카미에 오신거고 카가리는... 생각해보니 카가리는 자기 멋대로 행동할테니 애초에 마중에 안맞을지도 모른다.
" 비가 이렇게 오는데 말이야 "
슬쩍 하늘을 올려다보자, 여전히 비는 쉴새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아무튼 서두르자 싶어 서두르기 시작하자 철벅거리는 느낌과 함께 발목까지 차오른 빗물에 고갤 갸웃거릴 수 밖에 없었다. 이러다 홍수라도 나는게 아니려나 ..
" ? "
아무튼 물웅덩이를 해치고 겨우 전진한 나는 서로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는 카가리와 어머니를 발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