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람이 오지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날은 어두워지고 있는데다가 비까지 내리는 최악이라고 불러도 될 상황. 그러다가 어떤 집을 발견합니다, 주변에 머물곳은 없고 거기 뿐입니다. 이상하기도 했지만 실례를 무릅쓰고 문을 두드립니다. 잠시후 안에서는 금발의 소녀가 나와서는 맞이해주었습니다. 사정을 설명하고 집에 머물면서 소녀와 잡담을 나누웠고 밤이 깊었으므로 그 집에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날이 떠오르고 소녀의 배웅과 함께 집을 나섰는데 이번에는 다시 길을 잃지 않도록 소녀가 함께해주었습니다. 덕분이였는지 무사히 마을에 도착했고 보답을 위해서 소녀와 만나려 했습니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다시 길을 걸었을때 보게되는 것은 남겨진 폐허 뿐이였습니다. 마을 사람들도 소녀에 대해서 모르는 듯 했지만 짐작되는 것은 있어보였고 그때가 되어서 소녀의 정체가 무엇이였는지를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 마을에는 옛부터 전승과 함께 전통이 이어져왔는데 '일곱 똬리'라고 불리는 것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그저 오래된 전통이어서 하는 것일 뿐,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번의 경험은 그것에 연관짓기에는 충분했습니다
무신의 가진바 신앙은 요기로우며, 사토 가의 인간에겐 피의 응보라기엔 하 우스운 저주가 흐른다. 하면 해야할 일은 무언가. 해야할 일은 뚜렷한 경계를 지어 조상과 후손의 관계를 요계에서 신계로 옮겨 규정하는 것으로, 아주 먼 옛적부터 그것을 가능토록 한 것이 신앙을 나타내는 뭇 신사神事다. 꼭 탁자 가장자리에 접어서 걸친 부채처럼 말이다.
어린 인간 아이의 의식이 완벽하려면 얼마나 완벽하며, 갓 신에 젖은 인간의 의식이 성에 차려면 얼마나 성에 차겠는가. 함으로 특별히 자비심을 베풀어 신사의 신으로서 손을 내뻗는다. 냉철한 작법조차 없이 되는대로 촛불을 켜고 잡히는 대로 기도를 올리는 것은 곤란하다. 경계를 흐리게 만드는 행위로, 무신은 그로서 더욱이 요괴로 된다. 그것은 길가의 이끼 낀 사당과 같은 것, 더럽기에 떨쳐야 하는 것. 신성한 불忌火을 피우기 위한 까닭에 부시와 부싯돌을 건넨 것 또한 그러한 연유로, 마땅한 절차과 상징을 엄수하며 엄숙히 치른 신사야말로 그 씨신의 흠향하여 마땅한 신앙이 될 것이다.
어느 날은 이 조잡하기 짝이 없는 신사도 점차 그럴싸한 구색을 갖추어가겠지. 훗날 필연에 따라 떨어진다 해도─ 그것을 잘 알고 있다고 해도─ 올리는 것이야말로 제 소관의 일이기 때문에─ 오르고자 하는 간원을 들어 그 공물을 기꺼이 받아든다. 그 손을 붙잡는다. 네 나에게 청하였기에 내 이끄는 길 따라가렷다. 신과의 거래는 신성하여 불가침한 것이요, 네 굳이도 공물이라고 그 입으로 직접 일컬었으므로, 내 네 손 어느 날 내치더라도─
"묘한 말씀을 하시는 분이시어라. 기백 년을 내려져오고 미래영겁으로까지 이어질 피는 그 자체로 힘을 가져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것, 지혜로서도 그렇지만 관례로서도 도저히 생각하지 못할 일이랍니다? 그것도 옛 근간을 마찬가지로 버리지 아니하신 분께서. 모성이야 좋지만, 감정에 취해 일을 너무 가볍게 보시는 게 아니온지요?"
모성이야 한평생 홀몸으로 살아온 신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성질이라지만, 셀 수 없이 아득한 세월을 살며 보아온 것이 있다, 들어온 것이 있다. 그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하며 살가운 양 눈썹을 늘어뜨리지만, 진실로 마음 깊이 와닿는 바는 없다. 차라리 걸리적거리는 물건이 아닌지?
그런 쌀쌀맞은 마음을 숨기며 경계의 역할을 마친 부채를 쥔 채 손을 모으자, 소맷자락의 츠유가 우아한 양 드리운다. 신은 눈매를 가늘게 하며 가엾다는 양 웃었다.
"하물며 류지 님은 신의 길을 걸으실 분. 잘못된 방식으로 모셔 다시 재앙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 말씀은 고쳐서 새로이 말씀하셔야 할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희 누이, 하 기운도 넘치셔서... 일이 틀어지면 어찌될지 저조차 장담하지 못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