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성하제는 모카고의 커다란 축제다. 모카고 학생뿐만 아니라 외부인도...(이하생략) 그렇기 때문에 가끔은 예상치 못한 방문객도 오는 법이다.
"아 여긴가? 화사하구만~"
쨍한 노란색 머리카락이 빛을 받아 반짝이는 듯하다. 게다가 잔뜩 화가 난 것 같은 눈썹에 매서운 눈매까지. 복장도 대놓고 나 성깔있는 사람이오~ 자랑하는 듯한... 찢어진 데님 바지에 마찬가지로 데님 자켓, 보통은 쉽게 소화하지 못하고 잘 입지 않는 느낌의 데님 세트다. 그 자켓 안에는 자줏빛의 민소매 터틀넥 셔츠를 입은 여성이 카페 안으로 들어오며 휘파람을 불었다.
그런 여성의 뒤에 따라붙어서 일이 터지지 않게끔 신경을 쓰는 듯한, 동그란 안경을 쓴 동그란 남성. 즉 성환은 비단을 잘 구슬러 비어 있는 테이블에 어떻게든 앉았다.
"킥, 좋을 때다. 나이 먹어서 이런 옷차림을 누가 해 보냐." "아무것도 안 드실 거에요? 일단 주문을 해야... 아 저기!"
"뭐냐."
" "?" "
랑은 직원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았고, 랑과 비단, 성환의 눈이 마주쳤다. 잠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은 표정을 짓던 셋 간의 침묵은, 비단의 웃음소리로 깨졌다.
"크하하! 꼴이 그게 뭐냐? 아주 순딩이 다 되셨어?" "어... 랑아, 아니지, 아니. 랑 학생, 여기서 일하고 있었어요?"
"...아무것도 안 시킬 거면 나가. 방해된다."
말하는 도중에도 킥킥대는 소리에 랑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비단의 팔을 붙잡아 일으키려고 했으나. 비단은 웃음을 딱 멈추곤 입꼬리를 올린 채 손가락을 까딱였다.
"어이쿠, 이래 보여도 지금은 손님이거든? 어디 보자... 이걸로 할까? 오므라이스 어때? 케첩 뿌리지 말고, 통은 가져와." "아 나는..." "2인분, 무슨 말인지 알지?" "아니 나는..." "언능 가져와라!"
그리 말하며 메뉴판을 탁 하고 덮어버린 탓에, 성환은 반쯤 울상이 되어 랑을 쳐다보았다. 랑은 측은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성환을 마주 보다가 주문표를 작성하고 주방으로 돌아갔다. 얼만큼 시간이 지났을까, 오므라이스가 테이블에 놓이자 비단은 킥킥대면서 오므라이스 옆에 놓인 케첩 통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림 좀 그려주시죠, 메이드 양?" "...쯧."
"지금 혀 찬 거냐? 혀 찬 거지? 캬아~ 아주 살기 좋은 세상이다 그치?" "해 줄 테니까 얼른 먹고 꺼져." "말이 심하네, 일단 그려나 줘봐. 내가 듣기로 손님들이 서비스 평가도 한다더만. 잘 받으려면 잘 하셔야죠?"
랑은 하는 수 없이 인상을 팍팍 쓰며 케첩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옆에 있던 성환도,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던 거 같긴 하지만...
"아하하, 전 한 게 없는데... 리라 선배랑 다른 선배들 친구들이 고생 많았죠! 그래도 폐는 되지 않은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히히."
좀... 많이 찔렸다. 나름 노력은 했지만 상황 돌아가는 걸 반은 이해를 못한 탓에 사실 철형이랑 진형이랑(다음에 만나면 이렇게 부를거다!) 만담하고 노닥거린 적이 더 많았으니까. 물론 끝에 가서는 그 배드파더한테 화가 나서 적극적으로 덤비기는 했었는데, 그 아저씨가 나랑 생각하는 게 비슷했더라면 무척 폐가 되었을 테니까. 나라면, 기어이 딸과 배우자가 위험한데 고딩들하고 찌그랙째그락 거릴 생각을 했다면, 그 고딩 중에 제일 약한 애를 인질 잡아서 원하는 걸 얻어냈을 테니까. 근데 그 아저씨가 원하는 게 뭐였는지 난 아직도 모른다. 보고서를 다시 뒤져봐야 하나? 그래도 저렇게 말씀해주시는 건 최소한 발목은 안 잡았다는 거겠지! 히히, 다행이야.
찔려하는 와중에, 선배는 핸드폰을 찾으시려고 뒤적거리셨다. 아이고, 좀 단순한 동물을 고를 걸 그랬나? 그나저나 핸드폰을 아침에 두고 오셨다니. 그리고 그걸 지금 아셨다니. ...이거 역시 시급 계산해서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 핸드폰이 없어도 눈치채지 못하실 만큼 정신없으셨던 거 아냐. 게다가 우리 리라 언니 무대도 서시는데! 무심코 생각이 많아진 나머지 프롤레타리아로서 붉은 혁명을 일으키고 싶어질 찰나, 금새 머릿속이 깨끗이 비워졌다. 리라언니가 엄청나게 미쳐버리도록 귀여운 북극여우 캐릭터를 그려버리신 거다!! 입이 절로 딱 벌어졌다.
"헐... 언니 못하는 게 뭐예요? 춤도 추시고, 용모도 천재적이시고... 아니아니, 엄청 귀엽게 잘 그리셨잖아요!! 저 이거 인첨톡 이모티콘으로 나오면 살 것 같아요!!"
무심코 언니라고 불러버린 것도 자각하지 못한 채 점점 더 흥분으로 목소리가 높아지려는 찰나, 말랑떡 북극여우들이 리라언니의 손길에 그림에서 튀어나왔다. 그걸 본 순간, 자제할 새도 없이 난 코노에서 아무리 불러도 도달하지 못했던 득음의 경지에 도달하며 제자리에서 펄쩍 뛰고 말았다.
"꺄아아아!!!! 살아있는 마시멜로같애!! 귀여워!!!!"
그 말랑떡 북극여우 친구들이 위풍당당하게도 쓰레기봉투를 짊어지고 교실을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던 중, 리라 선배의 목소리에 가까스로 진정하고 행주를 집어들고 테이블을 하나씩 닦아나가며 대답했다.
"네, 선배~! 실은 저도 성하제를 본격적으로 즐기는 건 올해가 처음이에요! 음, 뭐랄까... 작년까지는 의식하지 못했는데 인첨공이 그 전까지는 평소에 조용힌 편이었구나, 했어요. 요즘은 외부 손님들도 많이 오시고 복작거리잖아요~ 히히. 리라 선배는요? 카페도 하시고 무대도 준비하시고 하느라 엄청 바쁘실 것 같은데, 혹시 비번일 때 다른 부 부스도 한번 돌아도 보셨어요?"
화영은 온화하게 미소 지었다. 눈가는 촉촉하고, 촘촘하게 쌓아올린 화장으로도 붉은 기운을 감출 수 없었다. 코 끝이 찡하다. 품에 안은 아이가 낯설지만 익숙하다.
"그래…… 오랜만이야, 리라야. 이모라고 불러줘서 고마워."
평생 이모가 되어주고 싶었으니까. 리라를 한 번 품에 가득 안은 화영은 눈가에 맺힌 눈물을 보며 조심조심 손수건을 꺼내 닦아주려 했다. "우리 리라, 예쁜 얼굴에 눈물자국 생길라." 하는 것이 가식 일절 없었다. 화영은 얼굴을 찬찬히 보더니 다시금 어쩜 이리 예쁠까! 하고 속으로 감탄하며 부드럽게 입꼬리를 올렸다. 제 눈에도 고인 눈물을 손수건으로 콕콕 찍듯 닦는 것도 잊지 않았다.
"리라야, 이모는 누군가 네가 거기 있었다고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우리 리라 안 잊고 살았지. 데뷔한 것도 다 보고, 시상식 때 공연하던 것도 보고. 이모도 정말 보고 싶었어."
처음 봤을 때는 엄마 손 잡고 오던 조그마한 꼬마였는데. 인첨공에 두고 온 제 아들과 배아파 낳은 작은 아이 생각이 나 유달리 더 아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저 아이들 생각이 나서가 아니라, 아이이기 때문에 아낀 것 같다. 이렇게 작은 아이가, 혼자 어른들도 가득하고 스크린이라는 평생 남을 기록물에 남고자 하는 의사나 책임감을 가졌을 리가 없었을 테니까. 그래서인지 더 아껴주고, 촬영이라는 것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의미있는 것임을 알려주고 싶었다. 자의든 타의든 하는 일이 앞으로 쭉 이어진다면, 이렇게 친절한 사람들이 한 명이라도 더 곁을 지켜준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그런 아이가 어느덧 고등학생이 되었고, 그 이전에는 화려하게 데뷔까지 하며 사랑을 받았는데 어떻게 기억을 하지 못할까!
"여기 일단 좀 앉으렴. 오래 서서 근무할 텐데 힘들 거 아니니. 잠깐 이모가 시간을 산 거야. 알겠지? 먹고 싶은 것도 주문하고. 여기 케이크 정말 맛있더라."
화영은 다소곳이 손을 모으더니 예전처럼 장난스럽게 눈을 휘어 보였다. 몰래 간식을 챙겨주던 그 순간처럼 작게 키득거린 화영은 당신의 질문에 잠시 제 남편을 쳐다보았다. 호쾌하고 시원한 인상의 중섭은 여전히 태오에게 시선을 꽂고 있었지만, 화영의 눈길이 닿자 시선을 돌리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연예계에서도 잉꼬부부라는 소문이 자자했지만, 과장이 아닌 실제였던 모양이다.
"그게……."
다만 화영은 말 끝을 흐렸다. 학생이면 찾아주겠다는 얘기에 이미 대화 한 번 나눴지만 또 나눠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욕심이 들어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편도 계속 태오를 보고 있었고, 이 정도는 괜찮을 것이라 다짐한 화영은 손을 들어 태오를 살짝 가리켰다.
"……저, 리라야. 저기 저 학생 말이야. 그러니까…… 잘 지내고 그러니? 학교에서라든지… 친구라든지."
그렇게 시선이 계속 태오를 향하는 화영의 눈길이 어딘가 이상하다. 친척이라기엔 너무 깊은 후회가 있었다. 한때 연예계에 무성했던 소문이 있다. 사랑의 도피를 했던 화영에게 아이가 분명 있었다고, 그 두 사람이 도피를 하고 다닐 당시, 조그마한 아이가 곁에 있었음을 목격했다고. 그렇지만 결국 거짓으로 판명난 것이.
"허?"
그리고 대답을 듣던 중 중섭의 포크가 툭 떨어졌을 적, 화영은 머뭇거리던 것을 멈추고 고개를 번쩍 들어올렸다. 허리를 껴안는 장면을 보자 눈에서 당황이 차오르더니 분노가 이글거리고, 태오가 자연스럽게 곁에 붙을 적에는 충격에 차오르고 있었다.
"……리라야, 혹시 저 사람 누군지 아니?"
……꼭 고등학생 딸이 엄마도 진짜! 나 공부하느라 바빠서 남자친구 없다니까! 스카 다녀올게! 하고 성질이란 성질은 다 내더니, 막상 스카는 개뿔 화장할 거 다 하고 어디서 뺀질뺀질 놀기만 하는 못 미더운 남자친구랑 끌어안고 다니는 걸 목격한 어머니의 눈처럼.
>>0 너무 순조로워서 불안할 정도였던, 그렇지만 돌이켜보니 나름 험난도 했던 연구소에서의 하룻밤이 지나고, 드디어 내가 찾던 분과의 만남이 성사되었다. 사람 머리 크기 이내의 무생물에 한정하여 상태를 과거로 돌릴 수 있는 분이고, 능력으로 인한 피해도 복구하신 적이 있는 분이라고 했다. 나만 잘하면, 단풍이에게 준 상처를 조금이나마 만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기대감에, 잠을 이루는 것도 퍽 어려웠지만, 억지로 잠을 청했다. 잠을 못 자서 부탁드릴 때 잘못하면 안 되니까.
약속 시간이 한참 남았는데도 학교가 끝나자마자 기숙사에서 유품을 챙겨, 약속 장소이자 내 직장인 카페 블랑 에트 느와르(Blanc et Noir)로 달려갔다. 자리를 잡고, 냉수를 마시며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자니, 한 사람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엄청난 거구에, 구릿빛 피부를 가진 사람이었다. 머리는 짧았고, 인상은 퍽 날카로우면서도 묘하게 앳되어 보였다. 일어서고도 머리를 젖혀야 할 만큼 크지만, 왠지 나랑 나이가 비슷할 것 같은 느낌. 어쨌거나 그 사람이 이쪽으로 다가오자, 확신했다. 이분이 그분이구나.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이삼 연구소 소속, 목화 고등학교 1학년 신새봄이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화행중 3학년 한성규라고 합니다. 단 연구소 소속이고요. 말씀 편하게 하세요."
엄청난 동굴 저음이다. 그 생각이 한성규 씨가 마주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 순간 들었다. 아니, 그런데 말을 놓으라니, 내가 아쉬운 처진데…. 그건 어디까지나 내 입장이긴 하지만서도. 아니다, 이런 걸로 실랑이 할 때가 아니지.
"제가 부탁드리는 입장인데…. 그럼 놓...을게요, 아니 놓을게?" "네네, 그래 주시는 게 제가 편해서요. 그나저나 부탁하실 게 있으시다고 들었는데…."난 성규에게 쿠키 반죽으로 변한 유품을 보여주며 상황을 간략히 설명했다. 이틀 전 새벽에서 아침 사이, 내 능력이 폭주해서 주변의 기물을 쿠키 반죽으로 만들었고, 내가 쿠키 반죽으로 만든 물건 중 작은 것 하나를 원상으로 복구해 주길 부탁하고 싶다고.
"정말 중요한 물건이라…. 초면에 실례지만 꼭 좀 부탁할게."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성규는 유품을 유심히 살펴보다, 입을 열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돌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목걸이죠? 안에 종이… 사진이 든. 빨리 가져오셔서 내용물도 복원이 될 것 같네요. 아마… 일주일 정도면 될 거예요."
"...! 정말? 고마워! 진짜 고마워!"
됐다. 유품을 돌릴 수 있다는 게 확인되자마자, 안도한 나머지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래도 그런 모습까지 보이는 건 역시 아니라서 꾹 참고 고맙다는 말만 되풀이하는데, 성가 헛기침하고는 입을 열었다.
"아니에요, 저도 누나 능력에 대해서 전해 들어서, 누나한테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 온 거니까요." "그랬구나, 뭐든 말해줘. 내가 레벨 2긴 하지만, 능력이 안 되면 손으로라도 만들어볼게." "네, 그럼… 디저트를 하나, 만들어주실 수 있나요? 제가 아주 어렸을 적에... 인첨공에 들어오기 전에 먹었던 디저트인데요."
하나? 평생 전속 파티시에라 쓰고 노예라 읽는 모양새로 부려 먹어도 기꺼이 할 참이었는데. 그걸로 되겠냐는 물음이 입안에 감돌 때, 청천벽력 같은 말이 이어졌다.
남성은 눈을 휘었을 뿐이다. 귀애하는 아이일 뿐이다. 좋은 상품 가치를 가진 녀석이고, 소중한 인재이기도 하다. 사적인 감정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적어도 연인으로 발전하고 싶은 욕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남성은, 그리고 태오는 각기 사랑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이다. 그런 추잡한 것을 가질 리가 없지. 태오는 자리를 떠나며 어깨를 으쓱였고, 곧 닥칠 재앙을 모르고 있었다.
"나?"
파르페와 푸딩을 기다릴 적, 남성은 테이블 위에 올려둔 손에 깍지를 끼더니 느긋하게 반문했다. 누구냐고 묻는다면 뭐라 답해야 할까. 여기에서 할 말은 정해져 있었다.
"자발적 차일드 에러 후견인."
그렇게 얘기하고는, 혜우의 소개에 눈을 정확히 마주했다. 새빨간 눈동자 사이에 박힌 뱀을 닮은 동공이 태오를 꼭 빼닮아 있었다.
"아! 그래, 네가 혜우구나. 태오에게 얘기 많이 들었단다. 어쩜, 이런 동생이 있으면 당연히 아낄 법도 하지."
남성은 제 몫의 말차 푸딩을 뜨더니, 한 스푼 입에 넣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신세를 진 건 이쪽이지, 싶은 눈길이었다.
"뭐, 그래, 당사자가 얘기하진 않을 테니 말이다. 침묵으로 일관했겠지. 기껏해야 몰티저스 몇 개 쥐여주면서 상황을 빠져나가려 들었을 테고."
대체 왜 알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다.
"2학구 연구소에서…… 정서적인 학대를 견디지 못하고 도망친 아이를 내가 거뒀단다. 그리고 7년 동안…… 그래, 안온하고, 평온하게 지냈지. 잠재된 게 있길래 펼칠 수 있게 도와주고, 받았던 상처를 좀 치료해줬더니 7년이란 세월이 지나버릴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세월 참 빠르지!"
뱀의 아가리 속 자리하는 혀는 두 갈래다. 한 쪽은 진실을, 다른 쪽은 거짓을 시사하기에, 뱀은 거짓말만 할 수 없는 존재로 거듭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아직도 다 안 나아서 걱정이 되는데, 고등학교는 가야겠다고 난리를 쳐서 말이다. 그래서 보내준 이후로는- 글쎄, 난 모른단다. 우리 태오가 17살 된 이후로는 따로 살았거든. 걔도 사생활이 있잖니. 나는 적당히 송금해주고, 가끔 얼굴 보는 정도란다."
혜우야, 까마귀가 많이 아파. 몸도, 마음도. 그런데 혜우야.
"충분한 답이 되었니?"
희야는 태오가 가끔 무서워. 그 와중에 태오는 굽이 또 끼더니, 기어이 넘어지는 참사를 겪고 말았다…….
>>0 "...또 올검까?" "[응.]" "에반데..." [아직도 메이드복 입고 있는 너가 더 에바거든.] "이래뵈두 틈틈히 바꿔입고 있슴다. 뿌우~" "그것보다 요즘 하나가 풀이 좀 죽어있던데... 무슨 일 있었니?" [아... 그거...] "...자업자득임다." "?" [어... 점례 도촬하다가 걸렸거든...] "...... 하아... 인생이란 뭘까..."
제2의 삶을 살기 시작한지 이제 겨우 10년차를 향해가고 있는 극히 평범한 연구원인 여성에겐 이런 잡다한 해프닝들은 늘 있으면서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일들이었다. 아무리 연구소가 미쳐돌아간다고 해서 본인까지 그 대열에 합류할 생각은 없다지만... 미치광이들의 틈바구니에선 정상인도 얼마 못간다는 이야기가 실로 들어맞는 말이었으려나.
[사실 뭐 컴플레인이라던가 소문이라던가 날 것도 없었고, 점례 선에서 해결되었지만... 선생님도 알거거든. 걔는 점례 말이먼 껌뻑 죽는거,] "오히려 출입 금지 당한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안간거라는게 더 머리가 아파오는데..." "머, 그래두 딱히 잘못한건 아니고... 늘 있던 일이니까 내일은 차 한 잔 마시면서 얘기나 잠깐 하자고 하려 했거든..." "정말인가요!!" ""[......]"" "...... 아하핫♥︎" [깜박이 좀 켜줬으면 좋겠거든...] "빛 속에 숨는 애가 깜박이를 켜봤자 의미가 있니?" "그릉가... 머, 아무튼 그런검다. 따지고 보믄 좀 심했던거 같으니까여." "~♥︎" "뎃..." [저기... 곧 훈련 들어갈 시간이거든...] "즐기시게 냅둬~" "않이!!! 세리쌤이 구해주셔야져!!! 당신 딸랑구잖슴까!!!" "나보다 점례 네 말을 더 잘 따르는데 어쩌겠니~" [...하. 하. 하. 개판이거든...] "도움!!! 썸바디 헬 미!!!" [...헲 아니었어...?] "차라리 지옥에 가는게 좋다는 거구나... 녀석..."
작은 사람모양 구속구에 갇힌 그녀, 토끼의 단말마와도 같은 비명과 몸부림은 격리실의 케이지가 열리며 훈련의 시작을 알리기 전까지 멈추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폐라니! 그 상황에 같이 있어준 것만으로도 할일 잘 한 거예요. 위험하다고 느끼면 빠져나가도 괜찮았는데 계속 있었잖아요. 그런 상황에서는 사람 하나하나, 동료 서로서로가 의지가 되고요."
진심이다. 사전에 빠져나갈 수 있는 팔찌를 전원에게 배부하고 나갔던 임무였다. 그만큼 위험했고. 사실 중간에 빠져나갔다 한들 그 누구도, 그게 누구라도 감히 나무라지 않았을 거다. 애초에 부장님은 위급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계속해서 도망치라고 언급하시기도 했으니까. 그러니 도망친다는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곁을 지켜준 건 고마운 일이지.
"멋졌어요, 새봄 후배님도."
무엇보다 심각한 상황에 긍정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있는 건 의외로 분위기 환기에 큰 도움이 된다. 당시에는 머리 끝까지 열이 올라 있어서 관심을 못 뒀지만, 그때 언뜻 들렸던 토론 주제는 꽤 흥미롭기도 했고. 이쪽도 일단은 그림으로 음식을 만들 수도 있으니 더더욱 그랬다. 그림을 실체화 시킨 음식은 소화기관으로 들어가면 도로 종이가 되는가,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것도 아니었으니.
"마음에 들어요? 다행이다. 북극여우라기에는 너무 동그랗기만 해서 맘에 안 들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귀엽다고 해 줘서 고마워요! 흐음~ 이모티콘이라."
그나저나 그거 나쁘지 않은걸. 모처럼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고 있으니 부수입 벌어들일 용도로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세상엔 쟁쟁한 작가들이 많으니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응? 그러고보니 디지털로 그린 그림 또한 실체화가 되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쓰레기를 처리하러 가는 말랑떡(?)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니 문득 옆에서 격렬한 반응이 들려왔다. 리라는 살짝 놀라 제자리에서 펄쩍 뛰는 새봄을 바라보다가 이내 따라 웃었다.
"그렇게 귀여웠어요? 뿌듯하네! 여기 다 치우면 집에 갈 때 작게 하나 그려줄게요. 약소하지만 좋은 반응 보여준 보답이에요."
정작 여기서 제일 귀여운 건 눈 앞의 후배님 같지만. 가볍게 웃으며 테이블을 마저 닦아낸 리라는 이내 빗자루를 들었다. 부스에서 음식을 판매하니 위생을 위해 중간중간 쓸어주었는데도 이 정도라니. 역시 사람 많은 데 장사 없구나. 바닥에도 이런저런 잡다한 쓰레기들이 잔뜩이다.
"맞아요, 저도 확실히 작년에는 여기가 이렇게 복작거리는 곳인 줄 체감하지 못했거든요."
그건 저지먼트가 아니어서이기도 했고, 마음이 온전히 회복되지 않아 교외에서 보낸 시간이 상당히 적기 때문이기도 했다. 휴일에는 보통 기숙사와 댄스부실을 오갔고. 1학년 때 만난 친구들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아직도 세상물정 몰랐을지도 모르겠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훌쩍 커버렸으니, 시간이 참 빠른 거 같다니까. 벌써 가을이다.
"전 아직 다른 동아리 부스는 못 돌아봤어요. 새봄 후배님 말대로 공연 준비랑 카페 일이 바쁘니까~ 그래도 비번 때는 시간이 좀 빌 것 같기도 해서 그때 쭉 돌려고요. 데이트도 할 수 있으면 하고... 새봄 후배님은 좀 구경했어요?"
그런데 잠깐. 선배... 라고.
"그리고 있지. 음... 언니, 라고 불러도 괜찮아요. 그게 더 친근하게 들려서."
새봄 후배님만 괜찮으면 그렇게 불러줄래요? 그렇게 덧붙인 리라는 다시 슥슥 비질을 하기 시작했다. 이 자식... 아무래도 새봄이 지나가듯 외쳤던 언니 소리를 들어버린 모양이다. 마음에 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