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전임자가 길길이 날뛰며 당신도 그 악독하고 무례하기 짝이 없는 것에게 당하지 말라며 뼈에 사무친 조언을 건네고, 몇 년 만에 다시 재회한 형이 네가 정말 연구원의 길을 제대로 걷고 싶다면 그런 말썽 많은 애들에게도 소홀하지 않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위로했을 적엔 꽤 걱정했다. 커리큘럼을 진행하는 목화고 연구원 커뮤니티에서도 제법 유명한 문제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 만난 학생은 문제아가 아니었다. 커리큘럼을 꺼리는 모습이 적나라하긴 했지만 본질적으로 과묵하고, 정중하되, 배려심이 있었다. 싫은 모습을 보였지만 커리큘럼엔 늘 진심으로 임했다. 고분고분 커리큘럼에 따르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꺼낼 적에는 누군가의 속내를 읽고 제멋대로 휘두른다던 전임자의 말과 달리 상처받은 몸을 드러내기 보다 숨기는 법을 먼저 배운 작은 학생에 불과했다.
스스로에게도 벽을 쌓고, 자신의 삶도 타인처럼 멀리 보며, 가시를 세울 힘마저 없어 세상의 거친 파도를 순응하며 휩쓸리는 가여운 아이. 큰 상처를 받고 이미 타고 남은 잿더미를 사람들은 조금만 파헤쳐 보고 기침을 하다 멋대로 악독한 것이라 판단하고 결단 지은 것이었다. 그 순간부터 그는 학생을 위하겠노라 다짐했다. 세상에 대한 불신이 지나치게 깊은 내담자를 보고만 있을 수 없었고, 동시에 이 학생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어졌다. 어쩌다 이런 상처를 얻은 걸까. 그렇게 소장님께 학생에 대해 보고를 올리는 날 넌지시 물었고, 소장님은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옮긴 연구소에서 문제가 생겨 행방불명 되었던 아이라고. 그는 인첨공의 부조리하고 끔찍한 실체 때문임을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었다. 인첨공의 어두운 곳에서 고통받던 아이. 언제부터 그 마음의 문을 닫았을지 감히 상상할 수 없으나, 그 곁을 지켜주는 사람 하나 없었음은 누구라도 잘 알았기에 시선이 계속해서 닿을 수밖에 없었다.
작게는 작품을 만들 때 드러내는 내면이나, 크게는 그 손짓, 이야기를 할 때 보이는 무의식적인 반응, 상처받은 사람들이 보이는 시선……. 잔잔하게 이야기를 꺼낼 적엔 메마른 입술을 한 번 달싹이고 그 끝에서 입술을 축이는 버릇이 있었고, 고민을 할 적에는 손가락을 들어 일정한 박자로 두들기는 버릇이, 웃음이라기엔 지나치게 맥이 빠지는 숨소리에서는 꼭 숨을 갈무리하는 버릇까지. 어느 순간부터인지 학생에게 집중했고, 서로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다.
이 학생이 언젠가 마음의 상처를 인정하고 내려두는 날이면 어떻게 될까, 저 잔잔한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면 어떨까. 괴로웠던 순간을 괴로웠노라 얘기하며 그 상처를 훌훌 털어내면 어떨까.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어둡고, 인첨공의 악의는 빛을 갈망하는 학생을 향했다. 저지먼트를 향한 시련이 계속되고, 끔찍한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어째서 학생이 행복해질 수 없게 두는 거지, 어째서? 그리고 학생이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전화를 건 순간, 한결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에 빠졌다.
누군가를 갈망하면서, 드러낼 수 없으니 몽중의 자아가 대신할 정도로 망가졌구나. 그는 그날 잠을 잘 수 없었다. 대신 있지도 않은 신에게 손을 모아 기도했다. 밤을 온통 새운 다음 날, 학생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죄 자르며 자해를 했으며 그 상황을 제 형이 발견했으니 어서 와서 수습을 도와달란 연락을 받았을 적, 그는 신을 향해 끔찍한 욕을 속으로 담아내었다. 정신이 나가버린 학생의 꼴은 엉망이었고, 병원에서 창백한 안색과 오르내리는 가슴팍을 지켜보며 그는 생각에 잠겼다. 세상에 악한 것이 너무나도 많다. 죄다 치워버리고 싶다. 고통받는 학생의 앞길을 방해하는 저것들을 다……. 동생이라고 알려진 존재 덕분에 그는 한 차례의 균열을 억누를 수 있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을 알았다. 또한 학생이 제 입으로 시인했다. 그런 일을 만들 것이라고.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그는 학생의 기둥이 되어주고 싶었다. 가느다란 손이 떨리면 잡아주고, 실컷 울고 난 후에는 얼굴을 닦아주고, 두려움에 몸을 떨면 안아주며 안정을 주고 싶었다. 꿈을 꾸게 만들고 싶다. 보호하고 싶다. 저 얼굴이 웃는 것을 보고 싶다. 고통받지 않게 하고 싶다. 인생이라는 길을 걸을 적 옆에서 함께 걷고 싶다. 죽음을 꿈꾸는 저 아이의 죽음을 훼방놓고 싶다. 저 캔버스에 그리는 작품이 나였으면 한다. 긴 머리카락을 쓸어주며 아름답노라 속삭이고 싶다. 이따금 이유 없이 안으면 마주 안기를 소망한다. 괴로운 일이 있으면 울부짖으며 누구보다 나를 먼저 찾길 바란다. 매달려서 울기를 소망한다. 모두 털어놓기를, 그렇게 주변의 방해물을 모조리 치우는 명분을 얻고 싶다. 괴롭히는 모든 것을 밀어버리는 동안 그 눈을 가려주고 싶다. 귀를 막아주고 싶다. 누구도 괴롭힐 수 없게끔 영영 품에 가두고 싶─
아, 이러면 안 되는데. 거슬리게 굴면 치우는 방법이 뭐였더라? 악의가 가득한 세상에서 널 지키려면 나 또한 악의를 품는 수밖에 없어서. 그것을 내 아버지와 형은 일찍이도 깨달았구나. 이제야 모든 갓이 이해가 간다.
그는 동공과 홍채를 구분 지을 수 없을 만큼 새까맣게 물든 눈으로, 성하제의 카페에서 태오에게 벌어진 상황을 담았다.
전세는 역전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불리해졌다고 보는게 좋을까. 저 검은색 기운은, 확실히 위험했다. 하지만 동료를 잃고, 친구를 잃고, 청력까지 잃어버린 지금. 그들은 다시금 상기했다. 서로를 믿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이미 늦어버린 깨달음이었지만, 슬픔과 분노는 잠시 미뤄둔채로, 그들이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차피 그림은 이미 부숴졌고, 그것은 분노했다. 그렇다면 이제 거리낄 것은 없겠지.
바람이 분다. 녹색 기운이 휘몰아친다.
태풍같은 바람이 그것의 주변으로 둘러졌다. 마음 속의 분노를 한데 담아, 바람으로 하여금 쏘아낸 은우가 공중에 떠서 그것을 향해 팔을 뻗는다. 수많은 칼바람들이 그것의 옷을 찢고, 몸을 찢고, 또 찢는다. 그럴 때마다 그것의 웃음소리는 점점 커진다. 이윽고 은우가 그것의 움직임을 잠시나마 막기 위해 압축된 공기를 쏨과 동시에 거대한 태풍의 돔이 해제되었고, 그것을 기점으로 모두가 땅을 박찬다.
가장 먼저 수경이었다. 그녀의 자랑인 텔레포트를 이용해 그것이 압축탄에 맞는 것과 동시에 뒤를 잡은 수경은, 그것을 아주 높은 곳으로 보내버리려 했다. 하지만,
[죄송합니다만.]
이미 고막이 파열되어 들릴 리 없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역시나, 머릿속에 직접 전달하는 방식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 목소리가 울리자, 수경은 놀란 듯 잠시 멈칫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선 안되는 것을 알고있었는데도.
[이 정도로는 안됩니다.]
토옥, 아주 살짝. 닿았는지조차 모르게, 그것의 검지손가락 끝이 수경의 미간을 건드린다.
그녀의 마음속은 이미 위태로웠다. 마치 거센 태풍을 만난 산 속 오두막처럼 창문은 거세게 흔들리고, 나무로 된 몸통이 덜그럭거릴 정도로 위태로운 마음이, 그렇게 무너져내린다.
마음 속에 구멍이 나버린 그녀는, 결국 무언가 거대한 공포를 만난 것 처럼 머리를 양 팔로 감싸쥐고 처절한 비명을 내지른다. 대체 무엇이 그렇게 무서운 것인지, 공포에 질린 얼굴을 돌리고 이리저리 텔레포트로 도망을 시도하던 수경은... 결국, 마음 속 어둠에 눈이 가리워져 퇴로를 찾는 것을 포기하고 미술관 구석에 몸을 웅크린다.
이대로 멈춰설 수는 없었다. 다음은 혜성이었다. 자신이 쏘아낼 수 있는 최대한의 전력으로 초음파를 쏘아낸다. 바닥과 천장이 뒤틀리고, 고막이 파열되지 않았다면 가볍게 뇌까지 전달되었을 끔찍한 초음파가 그것을 덮친다. 일순 움직임이 멈춘 듯 보였지만, 이내 들어낸 얼굴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더 이상 어떻게 움직임을 막아야 할지, 머릿속으로 수많은 계산이 오가고 있던 그 때, 혜성의 뒤로 이미 모두 처치한 줄 알았던 일반 개체가 달려들었다.
- 혜성아!!!!! -
아아, 인간이란 참으로 어리석다. 들리지 않는 것을 알고있었으면서도 고요한 외침을 내지른다.
결국 뒤늦게 인기척을 알아챈 혜성이 능력을 해제하고 팔로 자신의 얼굴을 막아내며 고통을 예감하려는 찰나에, 그 일반 개체는 혜성을 무시하고 그것에게 달려든다. 그것도 이런 상황은 예상하지 못한 듯, 눈을 크게 떴지만... 이미 상황은 벌어져있었다.
얼마나 수없이 돌에 갈았을지 모를 정도로 날카로워진 파이프 하나가, 그것의 가슴을 꿰뚫고 들어간다. 그것은 검은 피를 내뱉지만, 그것 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듯이 파이프를 비틀어 더욱 더 깊게 꿰뚫는다. 고요한 미술관 한가운데에는, 검은 피를 뱉어내는 그것과 숨을 몰아쉬는 일반 개체가 있었다. 잠깐, 숨을 몰아쉰다? 괴이는 숨을 쉴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개체의 몸이 허물어진다. 온 몸의 뼈가 뒤틀리는 소리 뒤에 그들은 개체가 무엇이었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의태를 사용한 세은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머리에 울려퍼지는 것은, 분노였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자신들의 머릿속에 그것의 분노가 담겨져 들어오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실제로 그것은 인정할 수 없다는 듯, 온 몸을 버둥거리며 자신의 몸을 꿰뚫은 파이프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이미 심장이 있던 위치부터 뚫고 들어가 목 방향으로 나와있는 파이프에서 벗어나는 것은 힘들어보였다.
몸을 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것은, 양 손을 뻗어 세은의 얼굴을 잡아낸다. 필사적으로 얼굴을 들어올려 자신과 세은의 눈을 맞추었지만, 자신의 눈에 있던 노이즈는 이미 사라져버리고, 그저 빛을 잃어버린 혼탁한 눈이 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결국 그간의 발악이 허망하게도, 그것의 몸은 바닥으로 기울어졌다. 싸움은 끝났다.
은우는 그것이 쓰러지는 것을 인지하자마자 세은에게로 뛰어간다. 세은의 몸도 같이 기울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은이 바닥으로 무너져내리기 전에 붙잡은 은우가 무어라 소리친다.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대충 알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세은은 의태를 하기 위해선 상대방의 피를 마셔야 한다. 그렇다면 일반 개체로 변한 세은이 마신 것은.... 사람도 아닌 것의 피를 마신 대가는 혹독할테다.
은우가 소리친다. 세은이 천천히 입술을 움직인다. 혜성은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지켜보고 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혜성이 은우의 어깨로 손을 뻗으려는 찰나, 강한 바람이 그녀를 밀쳐내었다. 몇 걸음 정도 물러난 혜성이 당황한 눈빛으로 은우 쪽을 보지만, 은우는 그저 슬픈 눈빛으로 혜성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명백한 축객령이었다.
떨리는 손을 감추기 위해 주먹을 쥐어낸 혜성이, 이를 꽉 물고 수경이 틀어박힌 곳으로 움직였지만, 그녀는 이미 그곳에 없었다. 제대로 싸우지 못한 죄책감이었을지, 아니면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일지. 혜성은 알 수 없었다. 아마 영원히 할 수 없겠지. 결국 혜성은 홀로 미술관을 떠나야했다. 미술관의 육중한 문이 닫히기 직전에 돌아본 문틈 사이로는, 서로를 꼭 끌어안고 있는 남매의 모습만이 비출 뿐이었다.
[A.E.P. 작전 보고 작전 참여자 : 6명 생존자 : 1명? 사망자 : 2명 실종자 : 3명
현재 정신 감정을 격렬하게 거부하고 있는 생존자 1명을 격리시키고 인해 박물관으로 인원을 파견하여 상세한 결과를 확인할 예정. 생존자 [이혜성]은 육안으로 살펴본 결과 2등급의 정신 오염이 진행된 것으로 보임.]
보고서가 너무 짧은데. 흠. 뭐 상관 없나. 어차피 말소만 확인하면 몇 줄 더 적어서 내면 되니까. 건너편 방에 있는 이혜성은 꽤나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료들의 죽음과 실종이 꽤나 큰 충격으로 다가온 모양이다. 거기에,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입을 안열고 있으니 원... 천천히 정신 상담을 진행하며 상태를 완화시키고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이것은 태오의 이야기이자 저지먼트의 이야기가 되었다. 태오의 말소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하다는 말씀을 남깁니다... 다만, 음. 적어도 지금 저의 부족한 필력 치고는 만족할만한 3편짜리 작품이 써졌다고 생각합니다. 캐릭터를 빌려주신 여러분께 모두 감사하며, IF임에도 죽게 만들어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싶습니다.
덤으로, 왜 비명을 지른다는 표현만 있고 "아아악!" 같은 의성어가 없는건지 의문을 가질수도 있어 첨언을 해놓자면 가장 첫 번째 이유로, 모두가 청력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고요한 외침일 뿐, 그런 의성어는 필요하지 않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 그냥 제가 의성어를 제대로 못쓰는 느낌이라... 쓰면 뭔가, 어색하다고 해야하나? 🤔 뭐 아무튼 그렇습니다.
>>63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물론입니다 언제든 쓰십셔!!!! 물론 망하지 않는게 제일 중요하겠지만...!
"머, 슨배임은 딱히 그런건 신경 안쓰시는 쪽이라고 생각은 했슴다. 쑥맥인지, 아님 일부러 그런쪽 플래그는 피하려 하는건지 몰라두 말예여.
모처럼의 데이트 때 갑자기 눈알이 여러개 달린 거대고양이가 뛰쳐나온다거나 하는건 즈도 사양이지만여."
그럴것 같았다는 무덤덤한 표정과 제 입가에 가져다 댄 손, 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모르는건 또 아닐테다. 괴이부다 뭐다 해도 결국엔 학생들의 모임, 어찌되었던 공동체, 사람과의 접점... 싫어도 알게 되는 사사로운 것들은 하나둘쯤 있을테다. 청춘이라기엔 다소 난잡하고 험난하긴 하지만, 그 외에는 어디까지나 그 나잇대에 맞는 행동을 하고 있으니까.
그런 부분에서도 단지 그 모든 것들을 그럴듯하게 흉내낼 뿐인 그녀는 여전히 주변을 살피고 배워나갈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아잇 증말루... 그거 아직두 꿍하게 담아두고 계셨슴까~?"
동월이 말하는 불청객, 그녀라면 당연히 알수밖에 없는 인물이었다. 물론 평소에도 간섭을 자주하는 편이긴 했지만 그날은 무언가 경계라도 하듯 유독 심했으니까,
"...헤히~ 너무 나쁘게 생각하진 마십셔~ 슨배임두 아시잖슴까? 중학생까지만 해두 엄청난 문제아였던거 말임다. 물론 갱생은 했지만~~~
...감시 한두명 붙는건 어쩔수 없게 되었으니 말임다."
그 감시의 이유가 재범방지 같은 단순한 의미는 아니지만... 어찌되었든 자신에게는 물론 상대방에게도 썩 유쾌하진 않겠지.
"그래두... 이번엔 확실하게 물려뒀지 말임다? 제대로 즐길수 있을 거라 생각함다~?"
꽈악, 하고 행여나 벗어날 새라 동월의 양 어깨를 잡은 채로 (그럼에도 벗어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만) 마주보고 있던 그녀는 여느 때처럼 생글거리는 미소와 함께 서서히 달라붙어서는 가볍게 이마를 부딪혔다.
뿌리쳤다 해도 어떻게든 끈덕지게 들러붙어서 부러 귓가에 속삭이려드는건 다르지 않으려나?
"둘. 이. 서. 게. 임. ☆"
그리고선 곧장 파앗, 하고 떨어져서 키득거리는 것 또한 마찬가지일테고...
"머... 드는거야 딱히 상관 없구... 어차피 무슨 총이든 기계구조든 다 알고 있으니 재조립 하면 그만이지만 말임다. 근데 머랄까... 음...
암튼 거시기한 검다."
다시금 차분하게 가라앉아 고심하는듯한 그녀의 동공에 아지랑이처럼 맴도는 푸른빛과 옅은 주황빛,
"그게 참 신기하게도 말임다? 딱히 싫어하는 것도 아닌데, 몸이 안받아주는 느낌? 이에여."
지극히 모순적인 말이지만, 말하는 당사자가 그녀였기에 오히려 모호함은 그럴싸한 이야기로 닿을지도 모른다.
그저 심리적인 무언가가 작용한 것일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있는지는 스스로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지만... 좌우간 그녀에게 있어 트리거라는 개념은 여러 의미로 작용하고 있었다.
"흐흥... 여전히 갈피를 못잡는 휴먼이네여... 정답은..."
아무리 느긋하게 걷는다 해도 인첨공은 인첨공, 번화가는 번화가, 도착한 곳은 학교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게임센터였다.
한 차례 소란이 있었다. 희야는 혜우가 다가오자 뿌듯하게 나 이제 바깥 나와도 된다! 싶은 표정으로 혜우를 쳐다봤고, 근처에 있는 성운을 향해 5분만 여자친구를 빌려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렇다. 희야의 눈치가 이미 둘은 사귀는구나~ 예쁜 사랑이구나~를 시사하고 있었다. 떠먹여주는 것을 한 입 와앙 먹으며 방글방글 웃던 희야는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며 꼭 합주를 보겠다고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까지 했지만, 막상 승환은 한결을 쳐다보는 시선을 차갑게 굳히고 있었다.
"징계위원회를 열어야겠어."
그 한 마디 뿐이었고, 태오는 마저 일을 시작했다. 시끄러운 카페 내부. 모든 마음의 소리를 들으며 초연함을 유지하는 모습이 우습다. "주문하신……."
태오는 잠시 주문서를 다시 확인했다. 메이드의 미소, 특별 요청사항…….
"……."
매도. 미친 인간들이 세상에 많구나 생각하며 태오는 손님을 벌레 보듯 쳐다보며 몸서리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