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멀리 보면 눈에 띌 일 없고 가까이 보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보잘것없는, 어느 누군가들의 이야기.
소소하디 소소한 원망과, 분노와, 회한과, 비탄이 뒤섞인 흔해 빠진 신파극 한 편.
이제, 그 마지막 장의 커튼이 올라간다.
시간이 흘러 성하제의 첫 날을 맞이했다. 외부인의 출입이 자유로워지는 이 시기엔 안 그래도 북적이는 인첨공이 더욱 활기를 띄었다.
평소엔 동기동창들과 삼삼오오 돌아다니던 학생들도 각자 찾아온 가족, 지인,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여념없는 모습들이 가장 많이 보이는 날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가족과 만난 모두가 행복한 날은 아니었지만.
철썩!
3학구의 고급 호텔, 그 중에서도 스위트룸에서 방의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파열음이 터졌다. 단 두 글자의 텍스트로는 담아내기 어려운 소리였던 만큼 그 소리의 주인공 역시, 무사하지는 못 했다.
"아, 윽, 흐윽, 아ㅍ... 아파, 아파요... 왜 이러는 거야..." "우는 소리 듣기 싫다. 김 실장."
딱 봐도 쿠션감 좋아보이는 리클라이너에 앉은 중년의 남성이 손짓하자 룸의 입구에 서 있던 정장의 남성이 걸어왔다. 그는 한 손에 잘 접은 손수건을 들고 있었는데 그걸 '듣기 싫은 우는 소리'를 내는 존재의 입에 물렸다.
거부권 따위 없었다. 억지로 입을 벌려 다소 우악스럽게 물려넣으니 어느새 방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그 정적을 즐기듯, 중년의 남성은 핏기 묻은 손으로 술잔을 들었다. 잔을 흔들어 얼음을 달각달각 녹이며 창 밖을 바라보았다. 인첨공의 화려한 야경이 카펫처럼 깔려있었다.
"참으로 사치스러운 광경이군. 그렇지 않나?"
방 안 누구도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대답을 바란 것이 아니었으니.
"이토록 사치스러운 곳에 보내줬으면, 조용히 살 것이지, 감히 자금을 빼돌려?"
그 말에 손수건을 문 이가 움찔 떨었다. 이미 몸이 떨고 있는 것으로 보아, 손수건이 없었다면 이 부딪히는 소리가 선명했을 것이었다.
중년의 남성은 그 와들와들 떨리는 어깨를 보며 술 한 모금을 넘겼다.
"...달란다고 다 준 네 어미도 문제다만, 주제 파악도 못 하고 여기에서까지 방자하게 군 네가 제일 문제지. 아직도 모르겠더냐? 내가 너를 보호하기 위해 여기 보낸게 아니라, 널 가두기 위해 보냈음을?"
흡, 작게 숨 들이키는 소리가 났다.
"'그 일'만 아니었어도, 너 같은 건 자식으로 인정하지도, 여기까지 보내가며 살려두지도 않았을 것을. 네 어미는 물론이고, 네 얼굴만 봐도 구역질이 난단 말이다."
드득, 손톱이 바닥의 부드러운 카펫 위로 긁혔다.
"그것도 모르고 좋다고 뛰어오는 네 꼴을 보는 건 제법 우습긴 했다. 내 여기 온 이유를 충분히 만족스럽게 해주었어."
중년의 남성은 술잔을 든 채로 일어나, 바닥에 주저앉은 이의 앞까지 다가갔다. 그리고 다정한 손길로 일으켜 세워주- 지 않고, 술잔을 기울여 그 머리 위로 독한 술을 부었다.
졸졸 흐른 술에 단단한 얼음이 섞여 머리에 부딪히고 바닥을 굴렀다. 곧, 방울방울 맺힌 술이 소리없이 카펫을 적시기 시작했다.
"너를 거둔 것 자체가 내 실책이었으니, 너 만을 탓하지는 않겠다. 그러니 이제 다시는, 내 눈에 띄지 말고, 내 귀에 들리는 일 없게 해라." "...아ㅃ" "김 실장." "아빠!"
철썩!!!
중년의 남성은 새된 소리가 나오자마자 다시 그 뺨을 갈겼다. 이미 붉은 뺨에서 기어이 터지며 피가 벽에 튀었으나 그러거나 말거나, 중년의 남성은 그의 수행원을 시켜 방에서 내쫓았다. 말 그대로, 열린 문 밖으로 밀어 벽에 부딪히는데도 가차 없이 문을 닫았다. 한 번 굳게 닫힌 문은 다시 열리지 않았다.
얼굴의 반이 붓고 터진 이는, 멍한 눈으로 문을 바라보다가, 터덜터덜 걸어, 호텔 밖으로 나갔다. 바깥에는 행복하고 즐거운 사람들의 소리로 가득했다.
어디로 눈을 돌려도, 모두 웃는 사람들 뿐이었다. 가족과, 친구와, 지인과 함께인 사람들 뿐이었다.
최소한 올해의 성하제만큼은 즐거웠을까? 저지먼트의 카페에서 한창 난장판을 (마침 이쪽으로 놀러온 여학생의 얼굴에 케이크를 정성스레 문대고 깔깔거린다거나, 여성의 커피에 비엔나 소시지를 넣고서 당당하게 [비엔나 커피] 라는 망발을 내뱉어 '너, 그런거 먹니...?' 라는 표정을 짓는걸 구경한다거나) 부리기도 했으니 여러모로 즐겁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커다란 축제라고 모두다 참여한다 한들 결국엔 사람이니 쉬어가는 때가 있어야 하는 법... 일텐데...
다른건 몰라도 정신력과 체력 하나만큼은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그녀는 매일같이 치맛자락보다도 더 팔랑거리는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이유라 함은...
"감자가 부족함다..."
시무룩한 표정이 되어 멈춰서는 고민하고 있던 찰나, 갑자기 자신의 손을 잡은 이가 보이길래 얼른 그쪽으로 시선을 옮겼을까?
"ㅘ? 슨배임이 왜 여기 있어여?"
분명 그녀가 알기론 오늘은 비번이라 오지 않아도 될 이가 눈 앞에 있는게 아닌가,
잡은 손은 그대로, 잠시 침묵을 지키던 동월이 이내 같이 놀러나가자는 말을 꺼내자 바로 얄궂은 느낌의 가는 눈초리가 되어 잡히지 않은 반대편 손으로 제 입가를 가리며 키득거렸다.
캡캡! 혹시 있어? 훈련 레스에 등장시킬 자체 npc 스킬 관련해서 질문이 있는데, 1. 혹시 작은(국수그릇 사이즈 정도) 무생물의 시간이나 상태를 과거로 되돌릴 수 있는 능력도 혹시 있을까? 2. 없으면 혹시 정사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훈련레스 안에서만 있다고 해도 돼?
남성의 태도는 천박하되 기품있었다. 아무렇게나 쏟아내는 말은 저열한 단어로 무장했지만, 그 손짓 하나하나와 누군가를 세심하게 어르고 달래는 눈빛이나 몸짓은 귀한 보물의 가치를 아는 수집가 같다.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과 태오가 어울리냐면 그건 또 아닐 테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매사 조용하고 선을 그어 속세를 초월한 듯한 태오와 물질적인 것에 둘둘 싸인 남성은 물과 기름처럼 어딘가 섞일 수 없는 부분이 명확히 있었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같았다.
"하하! 재밌네. 우리 학생은 아직 희망적이라 부러워 죽겠어…… 한철 봄날을 사랑하는 건 좋은 법이지, 아무렴."
인간의 삶은 한철 봄과 같단 시선이니, 꼬일대로 꼬였다. 짐승들이 사람의 삶을 바란다라, 지나치게 인간 중심적인 생각이지 않나? 남성은 당신의 눈을 여유롭게 마주했다. 그 시선이 제법 오래 닿았어도 유감스럽단 기색 하나 없었다. 인간의 삶을 바란다면 그건 결국 되다 만 어중간한 녀석인 것이다. 남성은 당신이 눈을 접어내리며 웃자 태오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래, 누군가 억지로 족쇄를 채워 되다 말아 승천 한 번 못하는 네가 여기에 있었다.
"그놈의 인간들, 조만간 밀어버리든 해야지."
툭 던지는 말이지만 이어지는 태오의 쓸데없는 설명으로 잘 돌려 생각해보면 '여기에서 학생들 더 다치는 꼴은 못 보겠으니 위험한 일에 손대지 말고 말썽도 그만 부리고 있던 곳에서 행복하게 살기나 하시지!' 정도가 아닐까. 글쎄, 아마 그럴 것이다. 아마도.
……이 정도면 스트레인지에서 아주 부드러운 편이라 생각했는데. 라고 답하려던 순간 태오가 저지른 행동에 남성도, 당신도 적잖은 충격을 받은 듯싶다. 남성은 태오가 더한 짓을 저지르기 전에 얼굴을 꽉 손가락으로 부여잡으면서도 다른 손으로 당신의 치맛단을 가리켰다.
"학생, 재부터 털어."
그리고 태오를 어르고 달래는 소리가 당황에 가득 차있다. "자, 태오야, 앞에 친구 있잖니. 밈미. 밈미 있는데 이러면 돼, 안돼?" 하는 것이 아직 한참 어린 아이를 가르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차마 지울 수 없으나 상대는 곧 스물 되는 청년이니, 태오는 붙잡힌 얼굴 속에서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크게 움찔거린 남성을 보니 뭘 했는진 가려졌어고 뻔하다. 더는 안 되겠다 판단했는지 남성이 태오를 꾹 눌렀다. 지탱할 것 없이 뒤로 넘어간 태오는 소파에 털썩 등을 대고 눕더니 몇 번 므믕, 하는 소리를 내다 조용해졌다.
"……물이야 당연히 줄 수 있지. 그런데 학생, 대단히 미안하지만 얘가 싸가지 없고 앙칼진데다 성격 한 번 지랄맞지만, 한 번만 존엄성을 살려줄 수 있겠니?"
누가 싸가지가 없고 앙칼지고 지랄맞다고……? 남성은 안드로이드를 호출하며 당신에게 짤막히 부탁했다. 아무래도 이번 일은 서로 못 본 것으로 넘어가자고. 남성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한 줄기 흘렀다. 천하의 어르신마저 처음 겪어본 미지의 공포였다.
꼬마 아가씨의 주문을 받아 음료를 가져다 준 뒤에 비슷한 나이대의 꼬맹이들의 주문은 몇 번 받았지만, 여전히 다른 손님들 접대는 저조하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랑이 그다지 무섭지 않은 모양이다. 복장 때문인가. 아니면 일단은 메이드처럼 얌전히 있는 모습 때문인가... 흉터를 보여주지는 않았으니 그럴지도 모르겠다. 목에 항상 하고 다니던 가시 목걸이도 리본 밴드로 대체했으니 생각보다 괜찮게 보이는 걸지도.
오히려 눈치를 보기 시작할 나이대의 청소년들이나, 어른들은 자신을 대하길 조금 껄끄러워 하는 것 같다. 물론 랑은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적당히 여유로운 것도 좋지. 인기가 만점이라 여기저기 불려다니면서 주문을 받는 녀석들을 보면 상대적으로 여유가 더욱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무리 그래도 일단은 메이드고, 직원이니까 청소라도 할까. 손님이 빠져나가 잠시 비어 있는 테이블로 걸어가, 테이블에 남아 있는 잔과 빨대 등을 쟁반에 올려두고 테이블을 헝겊으로 닦아낸다. 미리미리 치워두지 않으면 다음 손님이 지저분한 자리에 앉을 수도 있고, 주문 받느라 바쁜 녀석들이 이것까지 하게 두는 건 아무래도 좀 그렇지.
그렇게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자니, 저만치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 아~ 이게 뭐야, 맛도 없고 양도 적고. 이런 걸 이 돈 주고 팔아? ㅋㅋ참 나, 나 돈 못 내. - 주인님, 이러시면 곤란해요... 분명 방금 전에는...
- 뭐? 내가 별로라는데 어쩌라고, ...뭐,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주면 생각이 좀 바뀔 것도 같은데~ 너 여자애 맞지? - 네? - 아니~ 정장 입긴 했는데, 라인을 보니까 딱 그런 느낌이라서. 사진 한 장이면 참 기분 좋겠네~
- 싫음 말아~ 나도 돈 내기 싫으니까, 아~ 서비스도 엉망이고 아주 그냥 겉멋만 들었구만.
이쯤 들었으면 됐다. 랑은 쟁반을 내려놓고 굽 소리를 내며 손놈과 집사 후배 사이로 걸어들어갔다.
"사진 하나면 되나?" - 아 깜짝이야, ...뭐 이렇게 커. 크흠, 뭐 그렇지. 내가 인심 쓰는 거라니까? 사진 한 장만 찍게 해주면 돈도 내고 좋게좋게 갈게.
"카메라 가져와."
랑이 옆에 서 있던 집사 후배에게 카메라를 가져오라고 말하자, 손놈은 괜찮다는 듯 손을 흔들며 가방에서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꺼냈다.
- 아~ 나도 카메라 있거든, 이걸로 찍었으면 좋겠는데. "얼른 찍어."
말이 좀 짧은 것 같은데? 뭐 그것도 좋지~ 이런 느낌의 메이드도 있으니까, 같은 소리를 하며 손놈은 카메라를 손에 쥐고, 랑을 잠시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 근데, 남자야 여자야? 내가 보니까 여기 딱히 성별에 맞춰서 입은 거 같지는 않더라고? 근데 솔직히 그거 그냥 보고 어떻게 알겠어? - 흐음... 난 솔직히 남자 사진은 관심 없고, 여자애를 좀 찍고 싶은데, 너 여자 맞긴 하지? 치마도 엄청 길어서 뭐 확인할 수가 없네.
- 확인도 할 겸 내가 원하는 포즈로 부탁할게~ 찍을 준비 다 됐으니까. - 저, 저기! 선배.. 이렇게까지 안 하셔도 돼요, 제가 해도 괜찮-
랑은 검지손가락으로 집사 후배의 입을 살짝 눌러 말을 멈추고는, 가슴께에 장식해 둔 리본을 풀었다. 그리고 그게 손놈이 카메라를 통해 본 랑의 마지막 모습이었으니. 랑은 박살이 난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힘겹게 뱉어낸 사진을 집어들었다. 점차 선명해지는 사진, 박살이 나는 와중에도 임무를 완수한 카메라가 뱉어낸 그 사진에는 랑의 주먹만이 찍혀 있었다.
"자, 네가 원하던 사진이다."
그리 말하며, 얼굴이 온통 붉게 범벅이 되어 기절한 손놈의 주머니에 사진을 꽂아준 랑은 마찬가지로 붉은 것이 뚝뚝 떨어지는 손을 들여다보다가 앞치마를 내려다보았다. 앞치마에도 붉은 얼룩이 졌다. 쯧, 하고 혀를 찬 랑은 옆에서 멍하니 서 있던 집사 후배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0 늪처럼 서서히 몸을 삼키는 찐득함에 불쾌감을 느끼기도 전에, 목덜미의 솜털이 쭈뼛 곤두서는 싸늘한 느낌이 엄습해, 가까스로 몸을 일으키고 앉았다. 황망한 마음으로 내 침대였던 거대한 쿠키 반죽을 망연자실하게 쳐다봤다가 고개를 들고 보니…. 내가 알던, 단풍이와 함께 쓰던 기숙사 방은 온데간데없이, 말 그대로 쿠키 반죽 지옥이 펼쳐져 있었다. 벽은 물론, 침대, 책상…. 모든 것들이 반쯤 쿠키 반죽으로 변해있었고, 그 한 가운데, 나의 룸메 단풍이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다, 단풍아, 저..." "...니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제대로 된 문장을 뱉지도 못해 황망하게 입을 떼는데, 단풍이의 싸늘한 목소리가 자르듯 방 안을 울렸다. 그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사고 쳤다. 의도했든 안 했든 상관없이, 지금 이 사태는 내 책임이다. 왜냐면, 멀쩡하던 기물을 이 지경으로 만들 수 있는 건, 나뿐이니까. 심호흡하고, 단풍이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 내가 자는 사이에 능력을 발동하는 사이에 기숙사 방을 엉망으로 만들었어. 네 침대랑 책상이랑…. 다른 물건들도 망가트린 것 같아. 다시는 이런 일 없게 연구소에 도움을 구하고, 망가진 것들은 책임지고 새 걸로..." "새 거? 새 거라고?"
격앙되어 확 높아진 목소리로 단풍이가 받아치며 짓는 헛웃음에, 심장이 터질 듯 빠르게 뛰었다. 방이 엉망이 된 거 이상으로 뭔가 잘못되었다는 예감이 들기도 전에, 단풍이가 바르르 떨리는 손끝으로 침대 쪽을 가리켰다. 그 방향에는, 단풍이의 침대 모양으로 굳은 쿠키 반죽 위에, 희미하게 어떤 실루엣이 보였다. 저건... 설마.
"...소월이 유품은 어쩔 건데? 어쩔 거냐고!!"
자세히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내가 쿠키 반죽으로 만들어버린 건 기숙사 기물만이 아니었다. 단풍이가 항상 침대에 두고 자던, 에나멜로 밤하늘색 배경에 작고 하얀 달과 단풍잎이 그려진 로켓 펜던트. 그 안에 든 죽은 단풍이의 애인, 명소월 씨의 사진. 세상에 단 하나뿐이던 물건을, 내가 망가뜨려버린 거다. 단풍이와 친해진 것도 단 하나의 버팀목을 잃어버린 고통을 공유하고, 서로에게서 자신을 비춰보고, 사는 게 뭐 같아도 앞세운 사람들의 뜻을 잇기 위해서라도 잘 살아남아 보자고 의기투합하면서였다. 그런데 내가, 얼마나 쓰라린 것인지 모를 수가 없는 상처를 헤집는 것이나 다름없는 짓을 저질렀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책임질 수 있을까. 단풍이가 울음을 터뜨리며 내 멱살을 잡아채고 흔드는데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사과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아는데도, 입안에 맴도는 미안하다는 말이 너무나도 알량하게 느껴져서. 단풍이는 내 멱살을 붙든채 한참을 울다가 손을 떨구고 주저앉았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던 걸 어떻게 돌려놓을 건데…? 뭐, 시간을 돌리기라도 하게?"
단풍이를 부축하지도 못하고 따라 몸을 낮추던 그 순간, 단풍이가 한탄하듯 내뱉은 말에, 도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시간을 되돌린다. 나는 확실히 그런 능력은 없다. 하지만, 이 인첨공 어딘가에는 가능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단 하루, 아주 작은 범위라도!
"…돌려 볼게. 고쳐 볼게." "뭐? 이게 미쳤나, 지금 뚫린 주둥아리라고 아무 말이나…." "내가 돌리겠다는 게 아니라, 돌릴 수 있는 사람, 찾아볼게. 오늘 안으로! 여기 인첨공이잖아. 나는 못해도, 누군가는 저 목걸이의 시간을 되돌릴 수 있을 거야. 무슨 수를 쓰든, 부탁해 볼게."
지체할 시간이 없다. 나는 단풍이의 대답을 들을 새도 없이, 기숙사 탕비실로 가서는, 칼과 비닐봉지, 휴대용 용기를 가져와, 유품이 있던 자리의 쿠키반죽을 조심스레 잘라내 비닐봉지에 싸서 용기 안에 넣고 모양이 망가지지 않도록 완충재 삼아 구긴 비닐봉지를 빈 공간에 조심스럽게 채운 뒤 뚜껑을 닫았다. 용기를 가방 안에 넣어 챙긴 뒤 다시 단풍이 앞에 꿇어앉아 고개를 숙였다.
"내 능력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고 심각하게 폐를 끼쳐서, 유품...까지 그렇게 만들어서 미안해. 이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연구소를 통해서 대책을 논의하고 실행했어야 했는데, 내가 잘못했어."
알량한 사과라도, 몇번이고 하자. 단풍이가 더는 듣기 싫다고 할 때까지. 그리고 단풍이가 내게 하는 말은, 욕이든, 비난이든, 한탄이든 듣자. 유품을 고치는 것 못지않게, 제대로 사과하는 것도, 나 때문에 피해를 본 단풍이의 감정을 받아내는 것도 중요하니까. 고개를 숙인 채, 대답을 기다리고 있으려니, 꺼질 듯 희미한 목소리로, 단풍이가 내뱉었다.
"…꺼져…. 그거 고칠 때까지, 연락하지 마. 말 걸지도 말고." "…응."
무거운 마음으로 방(이었던 것)을 나와 제일 먼저 기숙사 사감실로 향하려는데, 이미 사감 선생님과 교직원 선생님 몇 분이 이쪽으로 달려오고 계셨다. 하긴, 벽이 통째로 쿠키 반죽이 되었을 테니 그 안에 다른 사람이 알려도 벌써 알렸겠지. 사정을 설명할 겸 이실직고했고, 당연하게도 퇴소 조치당했다. 멀쩡한 짐은 연구소에 연락해서 가져가게 할 모양이다. 연구소에 사정을 설명할 때 이야기가 더 빨라지겠다. 물론 된통 깨지고 지지고 볶이는 것도 빨라지겠지만, 딱 하나만은 우선 해결하고 깨지든 볶이든 할 거다. 단풍이의 목걸이를 고쳐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거. 그리고 그 사람을 통해 유품을 고치는 거. 결과가 어떻든, 그리고 단풍이가 평생 날 용서하지 못한다 해도, 꼭 해내야 한다. 아니, 해낼 거다.
포토카드를 판다고? 개인 소득이라서 은우가 그냥 내버려뒀나. 과한 이득을 얻을 것 같, 혜성은 카페에 잔뜩 몰려서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그득하게 앉아있는 손님들을 보며 생각을 고쳐먹었다. 충분히 얻을 수 있겠는데. 누군지는 몰라도 장사 잘 되겠다. 그나저나 저지먼트 포토 카드면...금이 것도 있으려나. 카페를 오픈했을 때는 물론, 운영되고 있는 시간동안 본적이 없는 금을 떠올린다. 그러고보니 오늘 얼굴을 못봤네. 오픈하자마자 바로 근무에 투입됐으니까- 어쩔 수 없나.
잠시 내부에 소란이 일어났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타서, 입구 쪽 몰린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굳어 있는 금의 옆으로 다가간 혜성은 빼꼼 고개를 내밀어 학생들을 향해 생긋 웃어보인다.
"안녕, 후배님들 맞을까? 미안하지만 금이 좀 데려가도 돼? 안쪽이 지금 바빠서 서빙해야할 사람이 필요하거든. 대신 다른 집사가 안내를 맡아줄건데.. 괜찮을까?"
곤란해보이길래 끼어들기는 했는데 괜찮은거겠지 이거. 학생들과 금의 사이로 자연스럽게 흐르듯 끼어들어 제 허리 뒤로 돌린 손 하나를 금에게 보이도록 브이를 해보이며 혜성은 학생들의 괜찮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부드러이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보답이라기엔 좀 그렇지만 서비스로 주문하면서 이렇게 생긴 메이드가 음료수 한잔씩 무료로 제공받으라고 했어요, 하고 말하고. 내가 살게."
브이를 해보였던 손으로 혜성은 금의 손을 가만 잡으며 제 몸을 가까이 붙히고 소곤소곤 귓속말을 했다.
1.본의는 아니긴 하지만 안티스킬에 의해서 피해를 입은 이에요 2.목화고등학교 저지먼트 중 만난 이도 있어요 3.선공개한 장면에서 나온 대사는 실제 저지먼트 멤버 중 누군가가 했던 말을 인용한 거예요 4.기계 장치는 단순히 폼으로 단 것이 아니라 그게 있어야만 하기 때문에 하고 있는 거예요
"저는 그렇겠지요.." "...하지만 나쁜 건 아닐 거에요." 그저.. 제자리를 찾아간다에 가깝고.. 그리고.. 그게 동월 씨께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라고 말을 하지만. 어딘가 가라앉는 듯이. 저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텅 비워갈 듯한 눈...
-후훗... 케이스 리포트에요. 그리고 어디선가 간지러운 듯한 속삭임이 들렸을지도. 청량한 듯한 그런 속삭임 이후에. 수경에게 도움이 필요하냐는 물음을 하며 눈을 마주하면 수경은.. 흔들리는 듯한 눈을 꾹 감았다 뜹니다. 하지만.. 굳지 않고 갈팡질팡하는 듯한 그런 표정일까요? 생각만으로는.. 그렇잖아요?
[아니요. 라고 할 수 있겠지요?] 분명 수경이 무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지만. 그 떨리는 표정과는 전혀 다른 말이 들립니다.
[하지만... 지금이니까요.. 나중은 어떻게 될 지는 몰라요.]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의 내용은 단호하다면 단호했기에 조금 흔들리는 듯한 수경의 표정은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분명 수경이 말하는 것을 들은 것 같다고 느낄 수 있기는 합니다..
-아직은 괜찮은 건 사실일 거에요. 물러나는 게 어때요? -네에? 시간도 시간이잖아요? 수경의 목소리같던 것들이([]가 붙은 말들) 살짝 흔들리는 듯하다가 청량한 듯한 목소리(-가 붙은 말들)로 바뀌어지며 백발의 포니테일과 하늘색 눈을 가진 고양이상의 소녀가 당신의 뒤에서 눈을 깜박이며 바라보고 있습니다. 나름 정중하게 한번의 기회는 주는 걸까요? 수경은 침묵하는 것처럼 입을 다물고 눈을 내리깔고 있습니다.
"……있죠, 네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니에요. 그렇다고 인첨공의 모두에게 일어나는 일도 아니고, 때 아닌 불운도 아니에요. 그들이 악하기에 벌어진 일이에요. 악한 것이 잘못이에요. 약한 것이 잘못이 아니랍니다. 레벨 1이기 때문에, 약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도 아니고, 우리 또한 레벨 0과 1로 이루어졌지만 어떻게든 싸워서 너를 지키고자 했잖아요. 그러니까요."
>>75 그러게?(죽여놓고 안 정함) 역시 커리큘럼 지지직 당하다가 골로 간걸로 하자!(대충) 새봄이가 잃은건 밖에서 같이 인첨공에 들어온 절친이야>< 이건 원래 있던 설정!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래도 기물파손을 넘어 긱사 파손으로도 갈수 있었으니 긱사 입장에서도 난감했을 것 같다! 고 생각하면서 썼어>< 그리고 역시 연구소로 가야지! (혼나고 사람 찾고 짐풀고 다시 혼나고... 두둥
>>77 제어가 안 되는 능력자는 자연재해같은 걸지도! 읽어줘서 고마워 히히><
>>80 그건 매우 고마운 제안! ...이지만 새봄이는 연구소로 자의 반 강제 반으로 끌려갈 예정이라서 히히 그래도 제안 고마워! ><
초창기에 태오주가 희야주일 적 샹그릴라 사건이 터지고 학생 하나가 몸을 대다수 인공장기와 의수의족으로 갈아야 할 정도로 크게 다친 사건이 있단다... 그리고 블랙 크로우라는 위험한 스킬아웃이 그 환자가 있는 병원을 테러하고 그랬는데... 희야가 딱 저 대사를 하고... 무너질뻔한 아이를 다잡아줬더니
아무튼 지금 저들이 하는 말을 저도 설명을 하자면 챕터1에 나온 적이 있는 수현이라는 아이가 있는데 이 아이가 샹그릴라 사건 때 제대로 폭행을 당해버려서 진짜 태오주가 말한대로 인공장기와 의족을 달아야만 하는 사태가 벌어졌었답니다. 아무튼 병원에 있었는데 이 아이를 멘붕시키기 위해서 블랙 크로우라는 스킬아웃 집단이 병원에 처들어왔었고... 실제로 거의 성공할 뻔 했는데 저지먼트 애들이 막아서는데 성공했거든요.
두 번 잡아먹으면 창귀는 이올이라 하여, 호랑이의 광대뼈에 붙어 계곡의 함정이나 쇠뇌들을 모두 흐뜨려놓는다.
세 번 잡아먹으면<clr>, 창귀는 육혼이 되어, 호랑이의 턱에 붙는데 자기가 아는 인간의 이름을 전부 알려준다고 한다.
「거기로 가면, 공격 받는다?」
밝은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면 길바닥에 쭈그리고 앉은 자색 머리칼을 아무렇게나 넘긴 남학생이 당신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을 것이다. 안광이 죽어버린 벽안이 당신을 빤히 응시했다. <clr linen>나 대신으로 바쳐질 인간이다. 「이리 와 봐, 지금 나도 저 쪽으로 가다가 공격 받았거-」
당신이 움츠리자, 남학생은 오라는 듯 손짓하더니 당신이 가려던 골목길을 손 끝으로 가리켰다. 멀리서, 비명과 무언가 때리는 파열음, 타격음이 들린다. 남학생은 한 손으로 턱을 괴곤 당신을 빤히 응시했다. 목이 자꾸 아래로 푹 꺼지려 했다. 아, 인간인 척 해야... 「.... 가버렸네.」 그것이, 저 인간의 이름을 아느냐 했을 때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신은 그의 말을 다 듣기도 전에 몸을 돌려, 다른 방향으로 도망쳤다. 어쩌면, 소름이 끼쳤는지도 모른다. 아무도 없는 골목길 앞, 가로등 밑에 쪼그리고 앉은 그 남학생의 모습이 이질적이었을지도 모른다. 다음부터 이름을 알아오라 명해, 나는 허리를 숙였다. -
두 번째 만남은 꽤 금방 찾아왔다. 그 때도 밤이었다. 다만, 조금 다른 길목이었다. 그는 이번에도 쪼그리고 앉아 지친 듯이 숨을 몰아쉴 뿐이었다.
「어- 뭐야-? 또 만났네-? 뭐, 이상한 거 하려는 건 아니고- 」
그는 히죽 웃곤 당신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전단지였다. 근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며,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너는 내게 이름을 물었다. 지금당장 나는 네 이름을 먼저 알려달라 했다.바쳐도좋지. 너는 아직은 어렵다면서 후다닥 도망갔다.
「아- 또 가버렸네-」 그것이 재차 묻기에, 나는 보면 알지 않느냐 대답했다. 나는 네가 떠난 길을 바라봤다. 조금만, 더.
-
완전한 밤이었다. 휘영청 뜬 달빛에 모든 걸 의지해야 할 정도로 어두운 듯 밝은 듯 그런 밤. 그는 처음 만났던 길에서 건물 외벽에 몸을 기댄 채 서 있었다. 입에 무언갈 물고 있기에, 당신은 그에게로 다가가서 학생이 그런 걸 피우면 되냐고 잔소리를 하려 했다.
「에- 이거, 촬영 소품인데- 진짜라구☆?」
직접 만든 건지, 종이가 투박하게 말려있었다. 불을 표현하기라도 한 듯 한쪽 끝이 빨간 셀로판 테이프로 감겨있는, 정말 조악한 실력으로 만든 종이 담배였다. 그는 키들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뭐야- 그 쪽, 나 걱정이라도 한 거-? 아, 맞다. 우리 같은 학교던데, 이름 뭐야-?」
당신이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물었다. 그는 히죽 웃으며, 겉에 걸치고 있던 가디건을 슬쩍 벗었다. 조금 오래되어보이는, 당신과 같은 교복이다.
「거기다가 같은 동아리였다구-? 눈치채는 거 늦구나-? 뭐, 나도 사람 이름이나 얼굴을 기억하는 걸 잘 못하니까 피차 일반인가-」
당신은 그를 본 기억이 없는 듯, 희미하게 있는 듯 하다. 그는 당신에게로 악수하자는 것처럼 손을 뻗었다.
「나는 ㅡ인데, 너는 이름이 뭐야?」 저 멀리서, 그것이 기쁜 듯 붉은 두 눈을 빛냈다 그가 웃으면서 친근한 어조로 물어 와, 당신은 이름을 내뱉었다. 아.그것이 아가리를 쩍 벌려, 네 목을 입에 넣었다 아 아!!!
너는 내게 네 이름을 알려줬다. 너무나 그것이 기뻐서, 어찌할 정도를 모를 정도로 기뻐서 나는 깔깔 소리내어 웃었다. 네가 날 멍하니 바라봤다.
「하하-! 속았구나!」
아, 내 목. 목이, 기이하게 아래로 꺾여서 계속 들지 못하고 있었다. 더 이상, 인간인 척 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야 알아챘구나. 너는 처음부터, 내 다음이 될 제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단다.
-
//괴이 여로땅 3차 창작을 해보자->생각해보니, 여로땅 창귀도 잘 어울리는데...?->의 결과물.
흑화...라고 해야할까... 사실 안티스킬에게 원한이 있기는 해요. 당시에 안티스킬이 15주년 기념식 준비 철저하게 해야한다고 거기만 집중 경비를 서고 3학구는 사실상 내팽겨치다시피 했거든요. 이것 때문에 은우가 진짜 고생을 많이 했었는데... 아무튼 안티스킬이 그렇게 했기 때문에 블랙 크로우가 별 문제없이 테러를 일으킨거니까요!
>>138 사이드는 풀어볼게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아 금주가 사이드를 풀면 나도 사이드 정도는 풀어보도록 할게 한번 가보자고~~ 뭐하고 있는 사진인지 물어보면..이혜성 창고에 숨어있는 사진 꺼내서 보여주고는 "그냥, 귀여워서 샀어." 할 것 같다. 다른 대사가 떠올랐지만 이건 수위에 알맞지 않은 것 같으니 혼자 보도록 하겠다 어딜 도망가ㅋㅋㅋㅋㅋ이리 나와ㅋㅋㅋㅋㅋㅋㅋ(끄집어내서 복복)
>>0 "나... 솔직히 좀 충격이었거든..." [진심으로 충격이었거든...] "머야, 둘 다 왜그래여." [너때문에 내 얼굴이 반들반들해졌으니, 책임져.] "다음에 와두 그럴 건데여? 유라는 생크림 마사지, 세리쌤은 고기고기." "아니, 그건 좀 참아주지 않을래...?
놀러온 것은 좋았지만, 본의 아니게 봉변을 당한 두 사람의 질겁하는 반응에 그녀는 도리어 의문이라는듯 둘이 있는 유리벽 너머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전히 방패로 더미들을 때리고 몰아쳐오는 공격을 진압봉으로 막는건 여전했지만,
[뭐, 그래도 싫진 않거든. 작년엔 성하제 같은거 신경쓸 겨를이 없었으니까. 연례행사도 그렇지만...] "그때는 별로 유쾌한 이야기가 아니지 않니?" [그래서 이렇게 화기애애한 것도 오래간만이란 느낌이거든~ 하마터면 올해도 공칠 뻔했단 느낌이거든~] "뭐... 올해들어 겨우 네 소식이 닿은건 선생인 나로서도 다행이긴 하지만..." [꽤 힘들었거든~ 차라리 살면서 매번 실연을 겪는게 나을거 같거든. 아직도 환청이 들릴 정도니까,]
방금 전보다도 격렬한 타격음, 더미들을 하나하나 때려눕히던 방패가 부서짐과 동시에 너덜너덜해진 더미의 복부에 진압봉을 찔러넣어 그대로 휘두르자 그것은 정확하게 유리벽 두 사람의 사이에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부딪혀 분해되었다.
"굳이 그때 얘기를 하고 싶다면 여기로 와서 하지 않을래? 이번엔 반대로 내가 멱살을 잡아줄까?
누군 좋아서 이때껏 히히덕거리고 살았는줄 알아? 애초에 표정변화도 없고, 그나마 할줄 아는거라곤 매일같이 화만 내는거고, 그러다 갑자기 사라지고, 돌아왔더니 집안에 틀어박혀서 연락 하나도 없이 몇달을 나오지 않던 애가 갑자기 총천연색이 되어서 멀쩡하게 학교생활을 하면, 그게 이상한거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어?
아니면... 익숙해지지 않은건 나뿐이라는 거야?"
그녀의 혼탁해진 시선에선 익숙한 감정이 끓어오르고 있었을까, 다만 이젠 깊이 잠겨 흐릿한만큼 쉽게 가라앉은 이질적인 빛깔은 잠깐이나마 붉은 빛을 띄고 있었다.
-글쎄요.. 저는 그런 것을 봐도 알 수도, 관여할 수도 없는 타입이니까요... "케이스... 그게." -티를 인형으로 만들다니요~ 애초에 사람 취급이나 받을 수 있어요? 너절한 것인걸요... -저는 사람 취급을 잘 해주려 하고 있어요. 고개를 갸웃하는 케이스입니다.
-아하... 저는 충분히 기회를 드렸답니다? 케이스가 동월의 말을 듣고는 한숨을 깊게 내쉬는 것 같더니. 주섬주섬 홀스터에서 바이알과 주사기를 꺼내고 주사기에 약물을 채우려는 것 같습니다.
-티 언니. 우리 좋은 말로 하고 있었잖아요? 저는 생각보다 많이 편의를 봐주고 있었답니다.. 라는 케이스는 약물을 채운 주사기를 앞으로 내미는 것 같습니다. 의외로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군요. 수경은 움찔하면서 동월을 바라봅니다.
-적어도 제가 티 언니한테 주사를 놓아야 하는 상황이 되고 싶지는 않은걸요. 정교한 맞물림. 하지만 동월이 움직인다면 어딘가 몸이 무거운 듯한 느낌이 들지도 모릅니다... 케이스를 향해 부는 듯한 바람. 가만히 서 있기만 하는 듯한 케이스. 유달리 밝아보이는 조명. 흔들리며 길어지는 그림자. 무거워지는 듯한 공기. 마치 슬로우모션인 것처럼 케이스의 움직임이 너무 잘 보이지 않나요? 마치 대놓고 보라는 것처럼. 피곤해지도록
"너무 무거운 말이라서 잘.. 정리되지도 않고.. 말할 수가 없어요..." 말할 수 없다는 것이 어쩌면 힌트일지도 모릅니다만. 수경은 적어도 동월이 다치는 걸 바라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게 말을 한 건 멀어지기를 바라는 것도 있을까요
혜성은 눈가를 찡그리며 남자를 응시했다. 인첨공이 아니었다면 평생토록 마주할 일이 없는 타입이며 동시에 결코, 자신이 좋아할 수 없는 타입의 인간이다. 종잡을 수 없고, 통제하고 휘두르는데 익숙한 사람이라 판단하자니 또 사람을 완전히 물건처럼 굴려먹는 사람은 아닌 것 같고. 찡그려졌던 눈가를 펴면서 느릿하게 눈 깜빡인다.
"칭찬 감사합니다."
혜성은 남자의 말에 차분하게 감사인사를 꺼냈다. 태오와 남자가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만큼은 부모와 자식같다. 소름끼치도록 꼭 닮아있는 시선에서, 본능적인 거부감이 느껴졌다. 그가 자신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지. 남자가 태오에게 시선을 돌렸을 때 혜성은 눈과 눈 사이를 손가락으로 지그시 눌러 두통을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스트레인지의 영향력 있는 조직을 이끄는 사람들은 이렇게 인간미가 없나? 아니 인간미라고 표현하기 좀 그런가. 어쨌든.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생각이 정리되지도, 답이 나오지도 않는 상황에 더 생각을 이어나가는 건 무의미한 짓일테지.
아니면 ─ 단순히 내가 이 스트레인지의 생태를 이해하지 못하는 걸지도 모르고. 이어지는 남자의 말에 혜성은 느릿한 웃음을 짧게 터트렸다. 아무리 태오의 설명이 있었다고 한들 저런 말을 듣자마자 해석할 수 있을리 만무하잖아. 현태오 바보 멍청아. 멀쩡한 정신으로 해석해줘도 모자랄 판에 술에 취해서 산송장이 되어버린 먐미 같으니- 라는 생각은 예상하지도 못한 태오의 돌발 행동에 깨끗하게 산화되어버렸다.
충격과 혼란이다. 귀를 새빨갛게 물들인 채, 입을 뻐끔거리면서 상황을 파악하려 정지한 머리를 억지로 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던 혜성은 남자의 지적에 아? 하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치맛단에 떨어진 재를 내려다봤다. 곧 재를 털어내긴 했지만 표정 여전히 얼빠져 있다.
"─ 네? 누가 싸가지 없고 앙칼지다고요? 아! 네에... 노력해볼게요."
누가 싸가지 없고 앙칼지다고? 쟤가? 그냥 현타 쎄게 온 흐느적거리는 낙지 아니었나. 한참 얼빠져 있던 얼굴이 보기 좋게 붉어져서 제 손으로 얼굴을 감싸 가리며 혜성은 겨우 남자의 말에 대꾸하며 주머니에서 약통을 꺼낼 수 있었다.
스트레인지에 중립지대가 생겼다지만, 싸움이 줄어들진 않았다. 오히려, 율럭키처럼 새롭게 통합하거나 재편에 성공한 조직들이 스트레인지에 다시금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크고 작은 충돌이 발생하는 일이 늘어났다. 물론, 능력자 테러리스트들처럼 막나가는 녀석들, 반대로 좀도둑들이 뭉친 도적단 같은 점조직들도 생겼지만.
"하아.. 머리 아프네.."
안경은 조직의 자금과 일정을 모두 관리하느라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그의 실력은 분명 유능했지만, 솔직히 좀 과중했다.
"불만사항 정리는 좀 추가 인력을 뽑아주시.. 뭐야!" <현재 거래를 통해 얻은 자금을 들고 도망치는 녀석들이 있기에 추격중입니다! 이상입니다!>
"어디인데! 한번 말해봐!" <지금 OO길과 OO반점 앞을 지나고 있습니다!>
안경은 급히 3학구 지도로 화이트 보드판을 뒤집곤 위치를 표시했다.
"그 녀석들 아마 구룡채성 근처로 갈꺼야! 그럼 잡기 골치 아파질태니 꼭 그 전에 잡아야 된다!" <으윽.. 그 녀석들 새총으로 저와 함께하던 동료들을 전부 기절시키고 있습니다..!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직후 격렬한 싸움 소리가 들리자 안경은 파란 스카프에게 말하려다 지쳐서 잠들었단 것을 기억하곤 근처에 있을 인원들을 합류시키는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
<쓰러트렸습니다! 이상입니다!> "..뭐?"
오늘 새롭게 소개할 율럭키의 하급 간부인 군모입니다. 군모를 쓴 것을 제외하면 큰 특징 없는 남성이지만, 율럭키에 대한 충성심 만큼은 아주 뛰어난, FM이란 것이 특징이죠. 어쨌든, 5명 쯤 되는 도적단의 아지트 근처까지 추적한 군모는 믿을 건 망치 하나 뿐이니, 저 도적단을 쓰러트리긴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아니, 새총으로 날린 기절탄을 망치로 쳐내는 걸 보니, 가능할지도요..?
"뭐야..?" "각오하는게 좋을겁니다..!"
군모는 바로 도적단원 중 한명에게 달려들어 망치를 휘둘러 쓰러트렸습니다. 도적단원은 그러자 후다닥 도망치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단숨에 다리의 근력을 강화시켜
스트레인지에 중립지대가 생겼다지만, 싸움이 줄어들진 않았다. 오히려, 율럭키처럼 새롭게 통합하거나 재편에 성공한 조직들이 스트레인지에 다시금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크고 작은 충돌이 발생하는 일이 늘어났다. 물론, 능력자 테러리스트들처럼 막나가는 녀석들, 반대로 좀도둑들이 뭉친 도적단 같은 점조직들도 생겼지만.
"하아.. 머리 아프네.."
안경은 조직의 자금과 일정을 모두 관리하느라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그의 실력은 분명 유능했지만, 솔직히 좀 과중했다.
"불만사항 정리는 좀 추가 인력을 뽑아주시.. 뭐야!" <현재 거래를 통해 얻은 자금을 들고 도망치는 녀석들이 있기에 추격중입니다! 이상입니다!>
"어디인데! 한번 말해봐!" <지금 OO길과 OO반점 앞을 지나고 있습니다!>
안경은 급히 3학구 지도로 화이트 보드판을 뒤집곤 위치를 표시했다.
"그 녀석들 아마 구룡채성 근처로 갈꺼야! 그럼 잡기 골치 아파질태니 꼭 그 전에 잡아야 된다!" <으윽.. 그 녀석들 새총으로 저와 함께하던 동료들을 전부 기절시키고 있습니다..!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직후 격렬한 싸움 소리가 들리자 안경은 파란 스카프에게 말하려다 지쳐서 잠들었단 것을 기억하곤 근처에 있을 인원들을 합류시키는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
<쓰러트렸습니다! 이상입니다!> "..뭐?"
오늘 새롭게 소개할 율럭키의 하급 간부인 군모입니다. 군모를 쓴 것을 제외하면 큰 특징 없는 남성이지만, 율럭키에 대한 충성심 만큼은 아주 뛰어난, FM이란 것이 특징이죠. 어쨌든, 5명 쯤 되는 도적단의 아지트 근처까지 추적한 군모는 믿을 건 망치 하나 뿐이니, 저 도적단을 쓰러트리긴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아니, 새총으로 날린 기절탄을 망치로 쳐내는 걸 보니, 가능할지도요..?
"뭐야..?" "각오하는게 좋을겁니다..!"
군모는 바로 도적단원 중 한명에게 달려들어 망치를 휘둘러 쓰러트렸습니다. 도적단원은 그러자 후다닥 도망치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단숨에 다리의 근력을 강화시켜 폭발하듯 앞서가 다시금 망치로 쓰러트렸습니다. 남은 3명은 서로서로 눈치를 보다 단숨에 달려드는군요.
"이 정도론.. 절 못 쓰러트린다구요!!"
철모는 해머로 3명의 몽둥이를 막곤 힘을 잠시 겨루더니 단숨에 밀어내곤 한명은 해머의 머리를 감싸쥐곤 주먹 지르듯, 다른 힌명은 등을 해머로 내리쳐 쓰러트렸습니다. 마지막 녀석은 군모의 손을 공격했습니다. 아뿔싸, 해머가 손에서 날아갔습니다.
"..자 이제 어쩔..커헉!"
잠깐의 어색한 대치가 이어지는 듯 싶더니 주먹 한방에 쓰러진 마지막 도적단원이었습니다. 군모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연락을 했다.
"쓰러트렸습니다! 이상입니다!" "아, 이 녀석들은 잡아서 스트레인지 한바퀴 돌리며 본보기 삼는 것이 어떨지 감히 제안합니다!"
오픈 첫날이라 그런가, 손님이 끊일 줄 모른다. 그리고 자고로 사람이 몰리는 곳에는 그 머릿수만큼의 사건사고 또한 몰리는 법이다. 당장 리라가 겪은 것만 해도 몇 개인가. 별 말도 안 되는 율동 리퀘스트를 받아줬더니 만족도 박살에, 무단촬영 되어서 틱X에 올라가기나 하고... 맙소사, 고난도 이런 고난이 없지.
그러나 그런 것쯤은 지금 본 광경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전 아이돌이라는 이력 탓에 인지도가 높고, 누구에게나 쉽게 호감을 살 법한 애티튜드를 구사하는 리라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유난히 지목이 잦은 탓에 쉴 틈 없이 손님들에게 불려가고 있었다. 그건 랑이 진상을 상대하고 있을 때에도 크게 다르진 않았지만, 어디든 요란하면 시선이 쏠리는 건 당연한 일. 주문하던 손님의 시선이 그를 떠나 한쪽으로 처지자 리라의 고개 또한 같은 방향으로 돌아간다.
- 아~ 이게 뭐야, 맛도 없고 양도 적고. 이런 걸 이 돈 주고 팔아? ㅋㅋ참 나, 나 돈 못 내. - 주인님, 이러시면 곤란해요... 분명 방금 전에는...
진상인가. 가엾은 동급생(또는 후배)를 바라보던 리라의 눈에 측은함과 옅은 짜증이 서렸다. 완장 빼고 코스튬 입고 있으니 우리가 저지먼트로 보이지도 않는 건가? 마음 같아선 당장 달려가서 저 상황을 저지하고 싶지만, 자리와 자리 사이에 거리가 있어서 섣불리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는 사이 리라가 주시하고 있던 테이블에 익숙한 실루엣이 등장했다. 아, 랑이 언니다. 이제 안심... 안... 안... 안심해도... 되어야 했는데.
- 근데, 남자야 여자야? 내가 보니까 여기 딱히 성별에 맞춰서 입은 거 같지는 않더라고? 근데 솔직히 그거 그냥 보고 어떻게 알겠어? - 흐음... 난 솔직히 남자 사진은 관심 없고, 여자애를 좀 찍고 싶은데, 너 여자 맞긴 하지? 치마도 엄청 길어서 뭐 확인할 수가 없네.
주문이 완료되기 무섭게 등 뒤에서 뭔가를 때려부수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히익, 하는 제 손님을 뒤로 한 채 고개를 돌리면 박살 난 폴라로이드 카메라와 붉게 범벅이 된 얼굴로 기절한 녀석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리고 주머니에 들어가는 사진까지.
누군가 손놈을 부축해서 나가는 걸 가만히 바라보던 리라는 주문서를 든 채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 아, 내 카메라...!
겨우 정신을 차린 손놈은 학교 층계참 어딘가에 구겨져 앉아 망가진 폴라로이드 카메라와 장렬히 촬영을 실패한 사진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웅얼웅얼 앞에서는 뱉지도 못할 욕이나 짓씹으며 쌍코피 터진 코를 탈지면 돌돌 말아 막고 있는 꼴이 참 장관이다.
"손님." - 뭐, 으아아악!
그래서였을까. 뒤에서 접근해 온 인기척을 눈치채지 못했던 건. 낮은 구두를 신은 발이 상대의 등을 짓밟았다. 팩 고꾸라진 손놈의 손에서 빠져나간 사진이 팔랑이며 옆으로 날아간다.
- 넌 또 뭐야 X발! "놓고 가신 게 있어서요. 가져다 드리려고 왔는데... 어머, 다친 것 좀 봐. 많이 아프세요? 이걸 어쩐담~"
등에서 앞으로 쭉 미끄러진 발은 그대로 옆얼굴을 가볍게 뭉갠다. 비명 지르는 손놈을 무시하고 자리를 살짝 옮긴 리라는 날아가려고 하는 사진을 가까스로 집어올렸다.
"흠." - 아 뭔데! 제대로 찍지도 못했거든! "찍었잖아. 카메라 부서져서 나오지도 않을 줄 알았는데... 휴. 이건 내가 가져갈게?" - 아니 일단 발 좀 치우고... 어? 어어? 너 이리라 아냐? 야! 아이돌이 사람 이렇게 패도 돼? 당장 발 안 치우면 이거 인터넷에 올린다?! "그럼 너는 손님이라는 이유 하나로 가게 직원들 괴롭히고 희롱해도 되고?" - 이씨. 손님이 왕이라는 말 몰라?! "와, 방금 그거 딴 사람들이 들었으면 너 전치 2주 간당간당했다. 나라서 다행인 줄 알아. 아니, 이 상황이면 나라서 다행인 게 아닌가..."
꾹꾹. 짜증 담아 관자놀이를 짓밟던 리라는 집사복 주머니에서 형광 녹색 메모지를 꺼냈다.
"뭐, 너무 걱정 마. 난 자비로우니까 한 4시간 정도로 끝내줄게."
- 으악!
잠시 후, 목화고 운동장에는 하반신만 말 인형에 끼워진 켄타우로스 같은 형태의 누군가가 출몰했다. 목에 [아름다운 서비스를 원한다면 개념을 탑재하도록 하자!][성숙한 소비자 정신에 고운 서비스가 깃든다!] 라고 쓰여 있는 팻말을 걸고 형광 녹색 말 하반신 인형탈(?)에 고정된 채 강제로 다그닥 다그닥 달리고 있는 그는 쌍코피가 터진 듯한 못난 얼굴을 한 채로 주변에서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를 필사적으로 외면하고 있었다. 리라는 창문 밖으로 그 절묘한 광경을 즐겁게 감상하다가 손에 들린 폴라로이드 사진을 제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음, 역시 탈진하든 말든 24시간으로 할 걸 그랬나. 감히 누구한테.
"랑이 언니~ 아까 이상한 사람 온 거 봤어요. 걔 때문에 피곤했겠다. 카메라 부숴졌는데 다친 덴 없고요?"
머잖아 창가를 떠난 리라는 다시 주문을 받기 전 일하는 랑의 등 뒤로 다가가 가볍게 백허그를 했을 것이다. 앞치마 주머니에 하트 모양 산딸기맛 막대사탕과 별 모양 레몬민트 막대사탕을 쏙 넣어주는 것도 물론 잊지 않았다.
>>186 애꾸: ..솔직히 이런 거에 거부감이 있어서.. 파란 스카프: 귀여운 애들도 있고 나쁘진 않잖아요! 어.. 쟤 저지먼트였..?! 안경: 귀여운..? 글쎄.. 퍼슈트나 근육남이 메이드복 입는거.. 나도 솔직히 거부감이.. 여기 돈은 얼마나 벌려나? 빨간 스카프: 오! 저기 민트색 머리 여자애다! 우리 조직ㅇ브븝..(입을 막힘) 군모: 밥만 먹고 가겠습니다! 그리고 모브인 보스에게는 대답 같은 건 없답니다 하하하
>>226 파괴력 강하다. 이 깜냥이 강하다....! 금주야 사이드 풀어주라 수줍고 부끄러움 많은 금이도 귀여운데 사이드 푼 버전의 금이도 아주.....맛있습니다 하아아아아 진짜 (이마 팍팍) 잠깐 엇갈렸다가 마주치는 시선, 심장소리가 들릴정도의 거리에서 말해줘 하고 입맞추는 이혜성 떠올라서 이미 관짝임
-말싸움... 하.... 이게 말싸움처럼 보이시나요? 제 입장에서는 말할 수 없는 걸 자끄 캐묻는 것처럼 보이는걸요. -말할 수 없는 게 있다는 걸 왜 이헤하지 못하시는 건가요? 말했다가 해를 입으면 책임져 줄거에요? 순간적으로 욱한 것 같은 케이스의 말이 당신을 향해 나옵니다. 그에 따라 주위 공간 자체에 지직거리는 듯함이 생기는군요. 당신이 보는 것이 어쩌면.. 전부 그녀.. 케이스가 의도한 것이었다면?
언제부터 혼동하기 시작한 걸까요? 당신이 노래를 부르기 전부터 이미 그 과도할 정도의 기묘한 감각들이 당신을 옭아매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야 초견살에 가까운 패턴이니까요. 물론 파훼하는 법도 존재하지만. 빠르고 신속한 끊어쓰기는 당신의 목적을 수행하기에 어려움이 없도록 만들어줍니다.
-저는 자비로우니까요. -못 만나게 하는 건... 아니도록 노력은 해볼게요. 당신의 뒤에서 축 늘어진 수경을 붙잡은 케이스가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당신 앞에 존재했던 건 무엇이었지요? 다시 보면 작은 고양이 인형 하나에 불과했을지도 모릅니다. 어쩐지 주위의 풍경 또한 어색한 듯한 그 느낌이 기묘하게 드는데요.
-정말이지... -'수경'은 당신을 꽤 기대하고 있을 거에요. 만나게 되면.. 참아줄 것 같은데... 속삭이듯 말하며 뭔가 장치를 작동시키려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질문을 하면 대답 자체는 해줄 겁니다. 그것이 할 수 없다라는 것이라고 해도요.
동월의 말이 채 이어지기도 전에 그녀가 받아쳐버리자 자연스럽게, 하지만 힘을 주지 않은 가벼운 주먹이 조용히 하세요를 시전했기에 그녀는 보다 더한 리액션으로 찌그러지는 시늉을 해보였다.
"우씨... 그름 갑자기 불려나갔다던가 아님 볼사람이 있는거 말고 머가 더 있슴까..."
라고 말한 그녀였지만 방금 전의 자신의 말을 다시 되짚어보았다. 전자면 몰라도 후자라면 굳이 행사복장을 입을 필요가 없지 않을까? ...물론 그 생각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뒤이어 들려오는 말에 금방 흘러내려가 버렸다.
"엩."
이번엔 다른 의미로 그녀가 침묵하게 되었다...만 보랏빛 눈동자에 미묘하게 스민 푸른색이 차분하고 이성적인 감정을 대신 표현하고 있었다.
요컨데 말하자면, 동월의 한마디에 쓸데없는 고찰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름 진짜루 일하지 가짜루 일함까?"
진짜로 일하고 있는게 아니라면 이끌려가 같이 놀 시간을 가지자는 말에 목을 뒤로 빼며 이상한 표정을 짓던 그녀는 어슷한 웃음소리와 함께 가볍게 어깨를 으쓱여보이는 동월이 잡고 있는 손을 살짝 당기는 무언의 신호를 보내자 마찬가지로 새어나오는 미소와 함께 완연한 반짝임을 눈가에 흩뿌렸다.
"그치만 재밌게 일했으니까 재밌게 놀 필요두 있다구 생각함다!"
매사에 고려할만한 감정의 팔레트가 적은 그녀이기에, 어쩌면 그녀를 마주하는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제법 단순한 성격인 걸지도 모른다. 애초에 당신이라던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잡아당기지 않는 이상 계속 카페에서 분주하게 돌아다녔겠지.
나는 네가 그 거대한 운명의 소용돌이에 뛰쳐들지 않길 바란다. 네가 뛰쳐들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너는 지나치게 고통 받아오며 살아왔다. 네 상처를 헤아릴 수 없으니 지금이라도 보호를 받아야 마땅한 존재고, 이 세상이 네게 손아귀를 뻗지 않기 위해서는 너를 온실에 두어 애지중지 키울 필요가 있다.
너를 고통스럽게 만든 것이 잠잠해질 때까지. 하나, 둘, 셋, 넷, 거기에서 스탭 밟고, 골반 신경 쓰고. 태오는 가이드에 맞춰 다시금 춤선을 점검했다. 춤이란 것을 춰본 적은 없지만 주변에서 강제하는 피나는 노력과 채영의 갈아먹는 듯한 1:1 레슨은 태오를 무대에 세울 정도로 만들긴 했다. 그래, 갈아먹는 듯한 1:1 레슨……. 태오는 마침 또 신나게 거울 앞에서 인권을 빼앗긴 채 갈리고 있었다.
이런 운동은 헤이커로 링피트 했을 때 빼곤 없는 것 같은데! 태오는 틀어올린 머리를 뒤로 후, 하고 짧은 숨을 내쉬었다. 어쩌자고 방범 부저가 달린 개구리에게 넘어가서 나는……. 다시금 음악이 들리고, 태오는 체념한 듯 고개를 숙였다. 이젠 음악에 맞춰 몸이 저절로 움직일 지경이었다.
그렇게 셔츠 사이로 손을 넣었을 적, 누군가 연습실 문을 두드린다. 음악이 멈추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빼꼼 내민 댄스부 후배가 태오가 옷 매무새를 정리하는 걸 확인하고 소곤소곤 입을 열었다.
"오빠, 잠깐 시간 있어요……?" "있답니다." "그, 연구원 선생님이 오셨거든요. 오빠 만나러 왔대요."
문이 온전히 열렸고, 그 뒤에서 한결은 부드럽게 눈을 휘었을 뿐이다. 한결의 손에는 댄스부 부원들을 위한 간식이 담긴 봉투가 들려 있었고, 나눠먹으라는 듯 후배에게 그걸 건네주며 느릿하게 손을 움직였다.
[방해했나요?] "아니오. 괜찮습니다." [5분 정도만 시간을 내줬으면 해요.] "…커리큘럼 관련한 용무입니까?" [네. 태오 학생의 제안은 받아들이지 않고자 해서요.]
한결이 손을 움직이는 걸 보며 후배는 간식을 안고 주변 부원들에게 나눠주면서도 신기한 듯 시선을 자꾸 힐끔거렸다. 커리큘럼 하면서 들었는데 텔레파시 연구원 중에 말을 못 하는 분이 계신다던데, 그게 저 사람이구나. 그것보다 태오 선배는 한결의 손짓을 다 이해하고 있으니 새삼 신기했던 탓이다. 태오는 땀을 닦으며 후, 하고 짧게 숨을 고르더니 거울 앞에 놓인 생수병을 따 목을 축이고는 손을 움직였다.
- 실로 유감스럽습니다. 제 제안이 퍽 흥미로우셨을 텐데도요. [……데 마레에서 논의가 끝난 상황이라 저도 어쩔 수 없답니다. 미안해요.] - 데 마레에서? [네. 테러가 벌어졌어도 학생을 위해 일해야 하니까요.]
한결의 시선이 태오의 행동에 얌전히 꽂혔다. 목울대가 움직이는 것도, 손을 움직여 자신과 수화를 하는 것도. 한결은 지난 세월 동안 오래 방황했고, 마침내 어느 정도 수긍의 길을 밟고자 했다. 그래, 커리큘럼을 받던 중 자신은 태연하게 얘기하고 있다 생각하나 몸은 가여울 정도로 떨고 있을 때면 안아주며 달래주고 싶었다. 그리고 직업 윤리가 한결의 마음을 깊게 찔렀다. 상담사와 내담자에게 있는 선을 넘으려 들다니, 미련한 짓이다. 하물며 지금까지 받아온 마음의 상처를 헤아릴 수 없는 존재다. 자신은 내담자의 안타까운 사정을 공감한 나머지 유대감이 생긴 것이지 사적인 감정이 없다고 생각했다. 태오가 기억하지 못하고 정신적인 문제와 함께 몽유병 증세를 보이며 제게 연락을 할 적이면 몇 번이고 그 사실을 상기했다. 뛰쳐가서 달래주고 같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들어주다 먼저 끊거나 잠드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가만히 있었다. 잠은 모두 깨버렸으나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그러니, 이제 다 괜찮을 거예요.]
그렇지만 이젠 아니다. 여기는 결국 인첨공이다. 도덕은 귀여운 사치품으로 거듭나는 곳. 직업 윤리를 이미 깨버렸기에 존재하는 거대한 도시. 그런 끔찍한 것들과 비교하자면 이 정도는 애교 수준 아니겠는가? 그러니 나는, 이 정도는 정당한 일이다. 그렇게 합리화를 마치고 통보까지 마친 한결의 표정은 어딘가 후련해보였다. 태오는 그런 모습에 페트병을 내려놓고 걸음을 옮기더니, 한결의 지척에서 고개를 올렸다. 자신보다 머리 하나 더 큰 한결의 덩치에도 태오는 가만히 눈을 반개한 채 침묵을 유지하다, 대뜸 한결의 연구원증을 움켜쥐고 아래로 쭉 당겼다. 중심을 잃고 휘청이며 태오와 강제로 시선을 마주친 한결은 눈을 휘었다.
[고통 받지 않을 테니까요. 평생.] "실로 유감스럽습니다. 선생님. 감정에 휘둘리시면 아니 될 일이지요." 한결의 눈이 태오의 시선을 온통 삼켜버릴 듯 새까맣다. 태오는 한결이 떠나는 그 순간까지 자신의 손이 떨리고 있음을 눈치챌 수 없었다. 뭔가 읽어버렸다는 사실조차도, 한결이 자신이 여기 있다는 것을 아는 것도……. 어쩌면 제 무의식이 상황을 받아들이길 거부하고 스스로 지운 것일지도 모르는 그 모든 것을.
각오는 했지만, 쉽지 않다······ 왠지 평소보다 더 쉽게 지치는 것 같다. 성운은 백룸에서 고개를 들어보았다. 그제서야, 자기 몰골이 보였다. 핏기가 없는 얼굴, 기미가 내려앉은 눈가, 초점이 잡히지 않는 눈. ···응, 컨디션이 좀, 안 좋네. 나 피곤한 걸까. 하지만 아직 그의 몫의 근무시간은 많이 남아있었고, 그저 안색이 좀 나쁘다는 이유로 그것을 피하고 싶지는 않았다. 일단 이 안색을 좀 가려야 한다.
화장을 해야 하려나? 하지만 화장같은 거, 해본 적이 있기는커녕 그럴듯한 화장도구도 없는데. 누가, 누가 날 좀 도와줄 사람이···
잠시 휴게실에 들렀다가 돌아와보니 밀린 주문이 잔뜩이었다. 거기에 여기저기서 서비스를 억지로 요구하는 진상들과 자리와 가격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는 손님들.
거기다가, 이런 곳에서 필연적으로 있는 재질의 손님들까지. 서비스직은 이래서 피곤하다니까. 소음들을 하나씩 묶는 것처럼 약간의 이명만 들리도록 능력 연산을 마치고 능력을 사용하면 잠시동안 카페에 정적이 찾아온다. 어리둥절한 손님들의 표정에 혜성은 모르는 척 들어온 주문들을 서빙하는 중이었다.
>>317 오늘 혜우 훈련에 혜우 아버지랑 혜령이 꺼낼 건데 그거 보고 참고할래? 도저히 성하제 기간에 일상은 못 하겠어서 (먼산)
그랭 (보따리 개방)
https://www.youtube.com/watch?v=OWpIGlwS-pg 타이타닉 https://www.youtube.com/watch?v=kW5OkPB-UIA Shape of You https://www.youtube.com/watch?v=FKdFrE4vjuo 샹들리에 https://www.youtube.com/watch?v=LZxaUKxVwr4 캐리비안 https://www.youtube.com/watch?v=jNRrdDwBAMM 라캄파넬라 https://www.youtube.com/watch?v=3k6yn8Yc8CA golden hour (이거 연주하는 자세 해보고 싶음) https://www.youtube.com/watch?v=6adA5okupTI La Vie En Rose
내가 원래 이런거 생각하고 그런거 좋아하는지라 ㅋㅋㅋ 위에서 몇곡만 추리거나 그냥 다 해버린다고 하거나 연출이나 그런거도 성운주랑 얘기해서 정할까 하구
일단 내가 대충 생각한 무대 연출은 연주하는 동안 배경에 연주곡과 어울리는 영상 쏘고 환각 가능한 능력자에게 부탁하거나 해서 입체적인 사물이나 동식물을 곡별로 무대에 배치한다 정도?
아 글고 의상 말인데, 시작은 성운이 드레스, 혜우 연미복으로 해서 중간에 바뀌는 걸로 하면 어떨까 싶고 이거 의상을 리라한테 부탁하는거지 상의는 둘 다 민소매 드레스 셔츠 위에 성운이는 기장 짧은 정장핏 마이, 혜우는 제비꼬리 달린 연미복핏이고 하의가 이제 성운이는 치마고 혜우는 부츠컷 정장바지인데 특수한 기믹으로 버튼 하나만 딸깍 하면 성운이는 반바지에 허리 뒤로 큼지막한 리본이 달리게 되고 혜우는 사선으로 프릴 달린 머메이드 드레스로 변하는거! (아이고 숨차)(?)
>>321 아, 일상은 안되는 거군요... ...... (위장약 풀매수.) 가장 마음이 가는 건 타이타닉이고, 라 캄파넬라랑 골든 아워도 좋아보여요...! 물론 다 한다고 해도 좋을 것 같네요. >>>한번 각 잡고 하는 것도 좋지 않은가 ㅎ<<< 적극 동감이에요. 의상도 구성이 좋아요...!
소란 속에서 영혼이 나간 금이 있다. 어떻게 일이 이렇게 된 걸까. 몰려드는 아이들을 안내하려 노력할수록, 오히려 사람들이 더 늘어나기만 했다. 그러니 혜성이 금이를 보았을 땐 여학생들에게 둘러싸인 금이 있었다. 금은 혜성만이 알아볼 수 있을 미묘하게 곤란하단듯 지친 미소를 짓고 있었을 것이다. 금은 중간에 잠깐 매니저격인 아이에게 도와달라고 눈빛을 보냈지만, 오히려 잘하고 있다는 듯 엄지손가락만 치켜 올리고서 가버렸다. 사적인 부분까지 물어오는 아이들에 금은 귀찮다고 내치지도 못하고, 영혼 없이 웃고 있을 뿐이었다.
"아."
그 순간이었다. 아이들 사이에서 당신을 발견한 순간. 금은 반가운 마음에 한결 밝아진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며 웃었다. 이어 당신이 등을 보이며 선 채, V자 사인을 보내면 금은 아이들을 어떻게 해산시킬 생각인지 걱정이 들었을까. 다행이도 모인 아이들은 그런 당신의 말에 아쉽다는 표정이었으나, 서빙이라면 안에서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인지 알겠다며 흩어지거나, 가게로 들어갔다. 금은 당신의 속삭임에 안도하듯 작게 숨을 내쉬며, 따라 작게 속삭였을 것이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이끌려 휴게실로 마련된 곳에 도착하자 금은 앞머리를 쓸어내리며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어떻게 이대로 도망칠까 생각하던 때. 그제야 당신의 복장을 제대로 주시했다. 당신을 쳐다 보았다가, 부끄러운 듯 시선을 돌리고, 다시 당신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금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금은 당신에게 조용히 다가와, 메이드복 상의에 달린 장식을 만지며 말했다.
"분명 다른 스타일의 메이드복도 많았을 텐데요."
자꾸만 당신에게 시선이 이끌리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도 볼 것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불만인지라. 그 불만과 걱정, 그리고 집착을 담은 목소리로 말한 금은 살짝 입술을 깨물며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밤이었다. 서한양은 하필 그 시간에 비번도 아니기에 꾸벅꾸벅 졸면서 카페를 보고 있었다. 딱히 하는 것이 많은 건 아니지만 밤에 카페를 보자니깐 여간 피곤한 것이 아니었다. 커피를 더 마시자니깐 속이 버티지를 못하겠고. 다른 에너지음료를 마시자니깐 몸이 감당이 안 될 것 같았다.
" 이 시간에는 손님 안 오겠지.. "
아니다. 낮에 비해 없을 뿐이지, 손님들이 계속 오고는 했었다. 낮에는 사람이 북적여서 정신이 없던 것에 비해 밤은 괜찮았지만, 문제는 이제 피로도가 계속해서 누적된다는 것. 서빙을 하자니깐 제대로 듣지를 못하여서 엉뚱한 테이블에 갖다주는 일이 종종 있기도 했다. 대부분 뭐라고 하지도 않고,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깔깔 웃는 손님들도 있었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아, 당연히 놀러왔으니깐 즐겁겠구나.
" 주문하신 커피들 나왔습니다~ "
한양은 커피들을 한 테이블에 서빙한다. 그러나 테이블의 한 여성이 한양을 다시 부른다. 한양은 속으로 ' 올 것이 왔구나. 또 뽕짝 부르고 튀어야지. '라고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여성은 꽤나 큰 액수의 금액을 팁이라고 주었다.
성하제 내내 저지먼트 부실에서 집사 노릇이나 하면 어쩌지 싶었는데 알고보니 제대로 비번인 날이 있었다.
하긴, 인원이 이만큼이나 있는데 돌아가면서 쉬는 것도 있어야지.
때마침 성운과 비번인 날이 겹치기도 해서, 내가 먼저 말했다.
"이 날 같이 성하제 구경 가자. 합주 연습은 충분하구, 우리도 노는 시간은 있어야지?"
사실 앞으로 있을 합주나 혹시 모를 일을 생각하면 비번인 날은 푹 쉬게 해주는게 좋을지 모르지만 휴식을 꼭 집 안에서만 하란 법은 없으니까. 외출했다 너무 피곤하면 일찍 돌아오는 방법도 있고 하니 가볍게, 어디어디 가보자는 얘기만 하며 일정을 정했다.
그리고 비번인 날, 한층 가을다워진 날씨에 살짝 포근한 차림을 하고 나왔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니트 치마, 목이 살짝 깊게 파인 딱 붙는 긴팔 티셔츠, 몽실한 니트 가디건에 굽 낮은 단화까지. 가을 느낌 물씬 나면서도 편안한 차림을 하고 약속 시간에 맞춰 성운을 만났다.
그리고 미리 얘기했던 것처럼 함께 하루를 보냈다. 거리를 구경하거나, 타 학교의 축제를 방문해보기도 하고 맛있어 보이는 것들을 사서 같이 나눠먹고 학생들이 만든, 규모는 작아도 재밌어 보이는 부스를 체험해보기도 하며 성대한 축제를 하나둘 만끽해 가고 있었다.
꼭 놀기만 한 건 아니고- 중간에 길 잃은 아이를 만나 근처 안내소에 데려다주거나 기념으로 나눠주는 풍선들이 강한 바람에 날려갈 뻔 한 걸 잡아주었다거나 뭐 그런, 소소한 저지먼트 모먼트도 있었을 지도.
아무튼 그렇게 즐겁게만 흘러갈 것 같던 하루였으나 돌연 갑자기, 예상치 못한, 바라지 않은 손님이 찾아들었다.
그 때는, 잠시 벤치 같은 곳에 앉아, 해가 지기 전에 4학구도 가볼까 하는 얘기를 하던 중이었다. 다음 날은 얄짤없이 카페 일을 해야 하니 너무 무리하지 말까- 그런 대화를 하던 중이었는데
"혹시... 혜우니?"
갑자기, 누가 나를 불렀다. 앳된 여성의 목소리였다. 돌아보자 검은 머리, 검은 눈의, 갓 스물 넘겼을까 싶은 여성이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그 뒤에는 판박이처럼 닮은 중년의 남성이 함께였다.
그 존재만으로도, 스스로 숨이 턱 막히는게 전신으로 느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성은 혼자 계속 말했다.
"혜우, 맞지? 너무 오랜만이라 못 알아볼 뻔 했어. 음, 머리는 염색한 거니? 눈은 렌즈? 아님 이런 이상한 곳에 살면 다 그렇게 되는 거니? 오면서도 참 특이한 사람들을 많이 봐서. 우후후."
그 여성- 나의 언니 되는, 그녀, 혜령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말을 이었다. 내 반응 따위는 중요하지 않음을 전신으로 시사하며.
"여름에 아버지가 한 번 다녀가셨잖니. 그 때 네가 무대에서 쓰러졌다는 얘길 듣고 어떨까 싶어서 와 봤어. 그런데 이번엔 안 쓰러지는 구나? 무대가 아니라 바깥이라 그런가? 아쉽다, 네가 그 방에 있을 때처럼 바닥에 엎어진 모습이 보고 싶었는데. 그 때 네 모습, 정말 잘 어울렸거든. 기억하긴 하니? 못 해도 상관없긴 해."
혜령이 말을 하는 걸 잠자코 듣고 있으니 어쩐지 예전처럼 긴장하거나 눈 앞이 어지러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차분해지고 담담해졌다.
지금의 나는 혼자가 아니고, 더는 그들의 말에, 행동에, 휘둘릴 필요가 없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깨달았으니까.
그래서 나는 입을 열었다. 한 손에 성운의 손을 꼭 쥐고서.
"그나저나 여긴 왜 이렇게 좁고 답답하니. 이렇게 좁은 도시에서 살다니, 시궁쥐도 이것보단 더 넓은 하수구에 살 거야. 음, 안타까워라. 평생 나갈 일도 없이 갇혀 살아야 한다니 정말-" "그 말 하려고 오셨나요?" "어, 응? 지금 뭐라고 했니?" "그 말, 하려고 오셨냐고 물었어요."
내가 말을 하자 놀란 건 혜령 만이 아니었다. 여태 심드렁한 눈으로 저 먼 바닥 혹은 손목시계만 보던 그- 아버지도, 눈을 크게 뜨며 놀람을 감추지 못 했다.
"어, 그- 렇지? 이런 보잘 것 없는 곳에 갇혀 사는게 어떤지 구경이나 하러 온" "그럼 구경 마저 잘 하세요. 저는 가볼게요." "ㅈ, 잠깐! 나랑 아버지가 여기 있는데 간다고? 네가 가면 어딜 가는데?" "어디긴요. 내 집이지. 내가 직접 마련한, 내가 사는 내 집 말고 어디로 가겠어?" "너, 너 지금 나한테 반말" "그래, 반말 했다. 어쩔래? 다짜고짜 찾아와서 면전에 대고 무례하게 구는 사람한테 내가 예의 지켜줄 이유가 뭐가 있겠어?"
혜령은 말문이 막혔는지 말을 잇지 못 했고 아버지도 마찬가지로 보였다. 나는 둘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내가 이런 인간들에게 인정 받고 싶어했다니, 정말 스스로가 한심스럽다.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망정이지." "ㄴ, 너," "나 뭐, 나를 낳아서 여기 보내준게 누구인데, 그런 소리 하고 싶어? 이렇게 보러 와준 걸 감사하지는 못할 망정, 그런 말 하려고? 정신 좀 차리세요. 예? 나 이제 당신들한테 연연하지 않아요. 당신들 같은 사람하고 가족이 아닌게 오히려 다행이 됐어. 혹시나 바깥에서 살아서 당신들하고 똑같은 사람이 됐다고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져." "아ㄴ" "그러고보니 당신, 아직도 그들이 시키는 대로만 하고 정해놓은 삶만 사나요? 그러고보니 뉴스 봤어요. 어느 기업 자제분하고 약혼 하셨다다고. 어머, 축하할 일이네요. 고작 스물하나에 연애도 없이 집안끼리 맞춘 약혼이라니. 하지만 그것도 다- 저 잘난 분들이 정해주신거니, 불만 따윈 없으시겠다, 그렇죠?" "천혜우! 그 쯤 하지 않으면" "오, 내 이름을 기억하긴 하네요? 그런데 뭐요. 그 쯤 하지 않으면 뭐? 나를 다시 데려가느니 어쩌니 하시려고? 이걸 어쩌죠. 나 여기 인첨공에서 제법 알아주는 인재가 되었거든요. 게다가 공교롭게도 말이죠, 내 능력이 의학계와 바이오 산업에 밀접한 것이라서요. 아, 그러고보니 천 씨 집안 기업이 병원과 의료계였네요. 내 능력인 바이오키네시스의 영향력을 그대로 받는 영역 말이에요."
거기까지 말하니 혜령과 아버지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혜령은 분노로 인해 얼굴이 붉어지고, 아버지는 주먹을 세게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얼마나 세게 쥐었는지 손바닥에서 피가 떨어지는게 보이길래 태연히 그걸 회복시켜주었다. 그러자 이상함을 느낀 아버지가 손을 보고 경악하는게 그대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끝까지 자존심을 지키려는지 이 악물린 말이 들려왔다.
"너, 분명히 후회할 거다." "후회는 당신이 하겠지. 평생."
나 역시 끝까지 지지 않고 받아친 후, 성운의 손을 고쳐 잡고 성운을 바라보며 홀가분하게 웃었다.
[얘기 좀 하죠.] [성하제니까 만날 수 있을 거 아닌가요?] [성하제에도 저는 바쁘지만 시간은 내어드리죠. 그만한 일이길 바란답니다] 언젠가의 누군가는 큰 용기를 냈습니다.
"그래서.. 어떤 용무로 저를 만나고자 하신 건가요?" "정말 몰라서 묻는 건가요. 차해리." "제가 신경쓸 만한 일이 아니었는데 불러낸 것에 판단이 가까워지고 있으니까요" 이런 카페에서도 암호화된 홀로그램을 통해 무언가 업무를 하고 있는 이를 질렸다는 듯 바라보는 이입니다. 아니 업무는 그럴 수 있습니다... 진정 당신이 두렵다 느낀 것은 심리적 지배와 모든 걸 망설임 없이 내던질 수 있는 그 눈 때문이었기 때문이죠.
"왜 나한테 거짓말을 했지?" "사람은 누구나 거짓을 가질 수 있다는 걸 모르시진 않겠지요?" ".....네게 뭔가를 기대하면 안된다는 걸 알긴 하지만 이건 내게도 문제되는 일이니까." "...죽었다면서 왜 살아있어?"
"같이 카페에 가지 않을래요?" 저지먼트가 운영하는 카페..에 가서 데이트를 하는 거에요. 라는 말에 선화라 불리는 이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끝이 다가올 때를 알고 있지요?
오늘의 커리큘럼. 무난한 편입니다. 이동범위도 이동범위지만, 섬세함을 중점으로 시도해봤군요... 텔레프래그 시범으로 결합된 것을 분리하는 등의 커리큘럼 보조수행도 돕고 있습니다...
날 잡고 푹 쉬고 나니 어제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결 나은 상태다. 지금 폐공장 아지트에서 머물고 있는 혜우를 위해, 밤마다 알터에서 받아온 각성제 주사를 꽂아가며 불침번을 선 영향이 없잖이 있었던 모양이다. 발걸음은 어제보다 더 경쾌했고, 목소리는 어제보다 더 상냥했다. 물론 그래도 메이드 업무의 피로는 여전했지만, 거기에 대해서 성운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다.
그도 그럴 게, 상냥하기 그지없는 집사님이 쉬는 시간마다 케어를 해주시는 덕분에.
“···고마워요.”
하고 나직이 말하던 성운은, 그러다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눈을 땡그랗게 떴다. 그게 무슨 소리니, 집사집사님.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도 드는 것이다. 평소라면 온 얼굴이 새빨개져서 손을 푸다닥 내저었을 테고, 지금도 눈을 땡그랗게 뜬 채로 또 뺨이 따뜻하게 상기된 게 느껴지긴 하지만, 조금의 미친 짓이라면 해도 되지 않을까. 모처럼 평소에는 입을 수 없는 옷도 입었는데. 여기엔 우리 둘뿐인데. 조명도 이렇게 흐릿하니까─ 별 관련은 없지만─ 나도, 한번쯤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응. 성운은 손을 내젓는 대신에 땡그랗게 커졌던 눈을 조금 가늘게 접었다.
노동이여, 노동이여, 아름다운 노동이여!!! 오픈 전의 조용함을 즐기며 역할에 몰입하기 위해 테이블에 앉아있으니 무언가를 깨달을 것만 같았다. 그렇구나, 진정한 메이드도는 내 안에 있었던가야. 진정한 메이드도는... 손님들이 메이드가 필요하게 하는 것... 곧바로 손님이 들어오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어쩔 수 없지. 진정한 메이드로 거듭난 나 유승엽의 힘을 보여줘야...
"아~ 뭔 아침부터 뭔 애프터눈 티고! 차리기 귀찮은데 걍 커피만 무라 주인님아."
손님이 이런걸 좋아하면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지. 모두가 예의차리는 메이드와 집사라면 누군가는 가라를 해야만 한다. 그것이 밸런스라는거니까...
옆에 서있는 조그만 꼬마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혜령이나 그 아비되는 이 눈에는 중학교 초년생 정도로나 보일 조그만 소년이, 분명히 키가 작아 올려다보는 눈임에도 내려다보는 것 같은 시선으로 그 두 사람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것도, 참 딱하기 그지없다는 듯한 차게 식은 시선으로, 가만히.
이 광대한 우주의 그 무엇도 없는 완전히 비어있는 공간, 공허. 한낱 인간의 몸으로 감당하기에는 터무니없이 거대한 공허가 겨우 이 자그만 소년의 눈에 담겨있었다. 그 눈에 가만히 바라보아지고 있으면, 마치 그 공허가 자신들을 주시하는 것만 같은 기분에 그들은 일종의 코스믹 호러를 경험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도 잠시, 성운은 그 차갑게 가라앉은 눈을 이내 혜우에게로 돌리고는 혜우의 팔을 꼭 끌어안는 게 아닌가. 성운은 나직이, 네게 들릴 정도로 말을 건넸다.
“참 많은 게 설명되네······ 혜우야, 고생 많았어. 나는 어쩌면 그들이 더 잔악무도하고 사악하며 일반인보다 한 차원 높은 방향으로 뒤틀린 사고를 지닌 싸이코패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겨우 한 사람의 인생을, 네 인생을 모조리 망치기 위해 생각도 하지 못할 수많은 이유들과 발상들과 수단을 궁리해두는, 그런 미친 놈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방약무인하고 오만하고 얄팍하기 짝이 없을 뿐인, 아무것도 아닌··· 제 주제보다 더 많은 것을 손에 쥐고 있을 뿐인 흔해빠진 사람들에 불과했구나. 그래서 다행이야. 내가 네 곁에 함께 있을 수 있어서.”
그러다가 하수구 어쩌고 운운하는 그들의 말에, 성운은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뭐 너비로만 보면 하수구 사이즈가 맞긴 하고, 여기서 벌어지는 일들 꼬라지를 볼작시면 하수구라는 말도 과찬인 수준이다만,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이 제 눈에 보이는 대로 제 좋을 대로 지껄이는 게 참 우스워서. 초견만으로 대충 느낄 수 있었던 이 사람들의 얄팍한 됨됨이를 너무도 확실하게 증거해주는 그들의 거동이 우스워서. 성운은 입을 열려 했다.
그러나 네가 먼저 입을 열었고, 성운은 부드러운 미소를 건 채로 다시 그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것은 네 싸움이다. 네 손을 잡아주는 것. 그것으로 충분하겠다. 그리고 너는 아주 훌륭히 그 싸움을 치러냈다.
─많은 것을 잃어버렸고, 많은 것을 빼았겼지만, 그럼에도, 너는 네게 채워진 부당한 족쇄를 끊어내버릴 정도로 강해졌구나.
성운은 마음속이 한결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할 말을 잃고 붉으락푸르락해져 있는 바깥에서 오신 손님들께 손님맞이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웃는 얼굴로 입을 열어 한 마디 덧붙였다.
“뭐, 기왕 이리 오셨으니 인첨공에 오신 걸 환영한다는 말씀 정도는 해드릴게요. 당신들이 하수구라고 부르는 이 곳이 당신들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대한민국의 미래의 산실이라는 사실을, 하수구에 목줄 매인 당신들 처지를 잘 보시고 가시길 바라요.”
그러나 그때, 분명히 후회할 거다. 하는 말이 성운의 귀에 와서 박혔다. 성운은 너를 올려다보며 “잠깐만.” 하고 덧붙였다. ─그때, 너는 문득 무언가 불길한 기운을 직감했다. 그리고 성운의 손을 꼭 잡았다. 손 안에 마주쥐인 손에서 급속도로 빠져나가려는 온기를, 그게 빠져나가기 전에 붙들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들에게로 시선을 돌리려던 성운은, 조금 깜짝 놀란 얼굴로 다시 네게 시선을 돌렸고 옅게 웃어보였다.
“응, 그래··· 저 사람들에게는, 아깝지. 하지만 혜우야, 그래도 할 말은 해두고 싶어서.”
하며 성운은 그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당신.”
그렇지만 그 말이 그 천씨 부녀의 귀에 곧이 들어왔을지는 모르겠다.
길거리에 놓여있는 모든 사물들이, 주차되어 있는 수십 대의 차들이며, 쓰레기통이며, 의자며, 낙엽이며 하는 것들이, 하나도 남김없이 일제히 들려올라와서는 마치 천씨 부녀를 바라보는 것처럼 그들에게로 그 앞부분 되는 부분을 돌리고 온 하늘을 뒤덮으며 도열해있었기 때문이다.
“후회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한 치도 모르면서, 함부로 후회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 마.”
나직하고 상냥하게, 하나의 목소리가 허공을 가르며 그들에게 날아왔다. 그리고 그 사물들은 다시 일제히 자기가 원래 있던 위치로,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내려앉았다.
“혜우야, 가자. 모처럼 비번일인데, 시간 너무 썼어···”
성운은 애교와 보챔의 중간 정도 되는 소리를 하며, 맞잡은 혜우의 손을 톡 잡아당기며 이끌었다.
남매로 보이는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아서도 티격태격했다. 얼핏, 사이가 안 좋아보였지만, 오빠인 쪽은 제대로 동생을 챙겨주고 있었다.
"주문은 뭘로 하시겠습니까?" "나 나나나나 팬케이크랑 파르페랑 오므라이스랑" "하나만 해 하나만. 다 먹지도 못 하잖아." "그치만 다 먹고 싶어." "아오 귀찮아. 그럼 지금은 오므라이스랑 주스 먹어. 팬케이크랑 파르페는 이따 먹고." "이따? 또 올 거야?" "안 오면 큰 형한테 이를 거잖아." "응! 그리고 큰 언니한테도." "으 쯔증느... 아무튼 오므라이스만 해." "응! 오므라이스 두개랑 주스 두개요!" "야 왜 두 개냐?" "오빠도 먹어야지!" "뭐? 참나. 그러든가."
그 모습을 보고있자니 은은한 미소가 지어졌다. 나는 그들의 주문을 받아 조리하는 쪽에 전달하며 하나 개인적인 요청사항을 넣었다.
여로가 친구들에게 웃으면서 점수표를 내밀었다. 친구들과 웃던 그가 문득 부실 아래, 운동장 쪽을 응시했다.
"!"
그게 실수였다. 시야에서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 보여, 그는 황급히 창문 쪽에서 시선을 돌리고 머리카락을 등 뒤가 아닌 가슴께 쪽으로 몰았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어째서? 어째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그것을 드러내어선 안 되었다. 무엇보다, 잘못 봤을 가능성도 있잖은가.
"야, 성 여로! 이 정도 주면 되냐?"
.dice 1 6. = 6
다시 시선을 돌려, 아래를 내려다봤다. 머리색이 비슷한 정도의 다른 사람이었다. 그렇지, 그 머리 색이 흔하니까. 여로는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그런 그의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의 친구가 점수표를 팔랑이며 물었다. 그가 언제 그랬냐는 듯 천연덕스럽게 자신의 친구 쪽으로 향했다.
잠깐 홍보하고 오겠다는 말을 남긴 여로는 소품으로 주머니 속에 넣어뒀던 회중시계를 꺼내서 시간을 확인했다. 달각, 소리와 함께 뚜껑이 열렸다가 닫혔다.
"손님이 더 몰리면, 저지먼트에도 좋겠지-"
그가 손에 끼고 있던 흰 장갑을 입으로 물어서 벗었다. 이유는 모르겠다만, 그냥 이렇게 해서 벗는 게 더 편했다.
일어나면, 저지먼트가 운영하는 카페로 와서 메뉴를 시켜먹어
그는 발걸음을 옮기며 허공에 말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축제 때, 의외로 피곤해서 쉰다고 꾸벅꾸벅 조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니만큼, 자신의 쓸모를 이렇게 증명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법이다.
데프콘이라니. 가족들에게 공개할 수 있는 랩이 압도적으로 적은 래퍼의 이름인건가. 뭐야 것보다 얘 찌그러졌어요. 아무튼 자신의 말에 갑작스러운 침묵을 지키는 애린을 보며 고개를 기울인 동월은, 그녀의 눈동자를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언제나 보랏빛을 유지하는 눈동자였지만, 이따금 알 수 없는 색채를 띄곤 하는 그녀의 눈빛. 몇몇 색채는 대충 어떤 감정을 표현하는건지 알아차린 것도 있지만, 이렇게 푸른 빛이 감도는 느낌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
" 그래서, 진짜로 일하니까 안간다는거야? "
라는 질문이 무색하게도, 손을 당기자 예의 그 반짝임을 흩뿌리며 재밌게 놀겠다고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며 재차 웃음을 터뜨린 동월은, 느릿하게 그녀를 끌고 나가려 하며 생각에 잠긴다.
" 확실히, 뭐 할지 안정하긴 했군. "
일단 무작정 놀러가자고 끌고나오긴 했는데... 성하제를 즐기러 나온 것이 이번이 처음이긴 했다. 작년엔 14주년때와 마찬가지로 괴이 속에 있었으니까. 이렇게 생각하니, 자신이 그렇게 부르짖던 청춘은 과연 잘 살아있는가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 으, 그래도 비번인데다가 너랑 놀러 나왔는데, 생기다 만 것들을 썰러 가고 싶진 않은걸. "
표정이 꾸깃해진 동월이 질색하는 반응을 보인다. 그야 성하제가 아닌가! 물론 작년이나 재작년엔 현실 세계에조차 있지 못했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오늘이다. 주변인들에게 청춘을 부르짖으면서 자신은 청춘을 즐기지 않고 있었다니. 생각해보니 자기자신의 복지가 너무 안좋은 것 아니냐며 툴툴거린다.
소란스러운 카페에 능력을 사용해서 잠시나마 조용하게 만들기 n분 전의 이야기.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큰일이었네. 그렇게까지 사람이 몰릴 줄 몰랐는데, 역시 입구에서 안내하는 건 저지먼트가 아닌 다른 애들이 해야할지도 모르겠어."
휴게실에 들어오고 나서야, 금의 손을 놓아준 혜성은 한숨을 폭 내쉬는 것과 별개로 별것 아니라는 어조로 중얼거렸다. 그 수많은 인파들 중 번호를 물어보거나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거야-..응, 물어볼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쳐지나가기도 해서 혜성은 잠깐 제 입가를 손으로 덮었다.
손 떼어낸 건 아무말 없이 가까운 거리에서 제 메이드복 장식을 만지작거리는 금의 모습 때문이다.
"처음에 입었던 메이드복이 좀 더러워져서 갈아입은 거야. 마음에 안들어? 예쁘지 않아?"
살랑살랑한 프릴이 있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적 없어도, 평소의 사복과 비슷한 느낌이기 때문에 잠시 서빙하는 걸 걱정하긴 했지만. 불만스러워하는 기미가 드러나는 얼굴 마주하다, 눈 도록 굴린다. 휴게실에 누가 들어올 기미는 없어보이고. 혜성은 답답하게 꽉 조여매고 있는 금의 넥타이를 검지와 엄지로 만지작거렸다.
"질투했어?"
만지작거리던 손을 넥타이 매듭 사이에 꾹 밀어넣어 느슨하게 당기더니 매듭이 풀리지 않도록 감아쥐고 이번에는 혜성이 금에게 가까이 다가갔을 것이다. 작게 말 속삭이며 느릿하게 눈 깜빡인다.
나는 좀 한 것 같아. 질투. 금의 뺨에 가벼운 입맞춤을 남기고 혜성은 장난스레 웃음을 지어보였다.
-해를 입는 기준이 오락가락해서 선을 가늠하기 어려운게 원인 중 하나죠. -그건 지배하는 자의 좋은 수법이에요. 무너뜨리고 눈치를 보게 만드는 그런 변덕적임에 무기력을 주는 게... -....그래서 저는 직접적인 말을 하는 걸 대부분 포기했고요. 주사기? 쓸 생각 없었다. 당연하지. 그걸 주사하는 것보다 능력 쓰는 게 더 쉬우니까. 그냥 상대방이 이걸 보더니 그건 좀. 하면서 협상을 하려 했다. 정도의 우위를 잡기 위한 습관이었을 겁니다 게다가 그게 보이는대로 진짜 주사기라는 보장도 없었죠?
-...뱅뱅 돌리는 건 그게 일종의 변명거리니까 그래요. -상대방의 방심을 유도하고, 말을 이끌어서 속내를 읽고, 말을 많이 하면서도 우리들의 속내를 비추지 않기 위한.. 그런 커리큘럼적인 것의 영향일지도요? 라고 하지만 스스로가 전했듯이 방심을 유도하고 비추지 않는다는 걸 생각해보면 완전히 믿기는 어렵습니다.
-전 나름대로 정직하게 구는 편이에요. 이 전하는 것 덕분이라면 덕분일까요. 하지만 그건 확실하죠. 케이스는 나름대로 정직한 편이에요.
-오해를 한 것 같아서 한가지만 정정해주자면. -수경이 당신을 참아준다는 얘기에요. -....당신을 만나는 걸 기대하고 있을 거에요. 그럴 때면 정말 괜찮아 보이는데... 애석함이 전해집니다.
-오늘의 대화나 저지먼트를 언급하지 않는 걸 추천해요. 옛날의 해후를 푸는 것은 어떨까요? 케이스와 수경이 사라지고 나면. 조용해질 겁니다....
"자고 있을 때 주의해야겠네요"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심각하지 않게 넘깁니다. 농담 반을 잘 넘긴 것이겠지요. 여로의 반응에 눈을 조금 내리깔고는 감사합니다...라고 작게 말하고는 넣고싶은 걸 골라보라는 것에.. 최근 신상품이라고 써 있는 곽과자를 하나.. 골라서 집어넣으려 해봅니다. 맛이 어떤지 좀 궁금했던 건가 봅니다...
"먹는 것은.. 음... 대체식량 같은 거요?" "농담입니다." 단백질 배양으로 만든거면 의외로 먹을만한 걸지도 모르는 일입니다만. 달달한 거나 간식 종류를 생각해보면
"단 거 보다는.. 의외로 짠 거일지도요." 본인의 취향이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합니다. 약간 맛이 강하다! 의 범주라면 단 거 보다는 짠 게 강할 확률이 높은 거려나요
홀에서 들어온 오더에 맞춰, 성운은 능숙하게 볶음밥을 볶았다. 모양 잡기 좋게 살짝 찰기를 살려서 볶은 밥을 모양틀에 눌러담고, 펀치로 치즈를 찍어내고는 잘게 잘린 김가루로 곰의 이목구비를 만들고 얇게 썬 비엔나 편을 반으로 잘라서 곰의 귀 안쪽까지 표현한다. 그리고 촉촉하게 익혀낸 오믈렛을 담아내면 곰돌이 오므라이스 완성.
그리고, 점심때가 되자 식사를 마치고 음료 한 잔 하러 온 손님들이 이상하게 많아진 통에 성운은 서빙을 위해 바삐 움직여야 했다. 여로의 능력을 이용한 호객이 굴린 스노우볼이라는 사실은 모른 채로.
그렇게 바쁘게 서빙을 하는 사이, 무언가 반짝이는 게 있었다. 전자기기로 보이는 그것은 손에 들려있었는데, 너무 낮은 위치에서 이상할 정도로 높은 앵글을 바라보고 있었고... 반짝이는 작은 렌즈에 그렇잖아도 짧은 편인 조그만 메이드의 치마 아래가-
그리고 그 다음 순간, 그것은 갑자기 그 손에서 미끄러져 땅으로 덜컥 떨어졌다. 낙하거리가 약 3~40cm 되었을까. 그나마도 우레탄 내지는 나무 타일 위. 그 정도 낙하에 핸드폰이 손상을 입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제일 운없어봐야 액정이 살짝 손상을 입는 정도려나.
그러나 땅에 떨어진 그것은 겨우 그 정도의 거리를 낙하했음에도, 너무도 처참히 박살났다. 액정은 구겨져서 튕겨나가고, 유심칩은 접히고, 섀시는 찌부러지고, 메인보드는 반토막나고... 무슨 한 수십 미터쯤 되는 바위 벼랑에서 내던지기라도 한 듯한 몰골이 된 핸드폰을 보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경악스런 표정을 한 외부인의 어깨를 하얀 고사리손이 톡톡 쳤다.
하마터면 치마 아래를 찍힐 뻔한 작고 가녀린 메이드였다. 그녀- 아니, 그녀인지 그인지 구분하기 힘든 앳된 얼굴의 메이드는 평소대로의 웃는 얼굴을 짓고 있었다.
"저희 저지먼트는 학생경찰 동아리입니다. 단순한 선도활동뿐 아니라, 규정과 법률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제압 및 체포할 권한 또한 있음을 명심해주시기 바랍니다, 주인님. 그러면 즐거운 오후 티타임 되시길 바랍니다."
주인님이라는 호칭보다도 더 부끄러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놓는 그녀야말로 어쩌면 이런 직업에 최적화된 존재가 아닐까, 물론 아무리 그녀라도 모든 이들이 부끄러워한다는 '그 동작' 같은건 안하겠지만...
"모에 모에 큥-♡"
대상이 대상인지라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행동이었을까, 신장 170에 상식에서 벗어난 비주얼을 가진 여자애가 그런걸 해봤자 당혹스러울 뿐이겠지만... 가장 가까운 예시로 한 테이블에 둘러앉은 세명의 어른과 원래는 두명이었어야 할 학생 한명, 그리고 한마리에게는 충분히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스트레인지 사람들은 다 이런 것인지, 아니면 이 남자가 유별난 것인지. 시종일관 느긋하니 당신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던 남성은 끌끌 웃었다. 그렇지 뭐, 자신같은 사람과 대화하면 퍽 머리 아픈 일일 테지. 그것도 인첨공 바깥에서 와서, 자신이 지금 큰 사건에 휘말렸지만 그 깊은 어둠까지 온전하게 확인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더욱이. 남성은 인첨공에서 벌어지는 일을 안다. 그에게는 눈과 귀가 있었고, 자신을 위해 얘기해주는 거래 대상도 있으니.
소파에 등을 기대 누워 제압 아닌 제압을 당한 태오는 발 끝을 느릿하게 까딱였다. 하지 않을 테니 이 손 좀 놓아달라는 무언의 항의였지만 충격에 휩싸인 두 사람이 태오의 항의를 보았을 리 없다. 남성은 여전히 태오의 얼굴을 붙잡고 있었고, 다른 손을 천천히 들어 자신도 모르게 제 미간을 덮어 가리며 꾹 눌렀다. 깊은 심호흡을 하는 모습이 처음 보았을 때 여유롭게 태오 얼굴에 위스키를 쏟던 순간과 판이하게 달랐다.
"……내 뺨에 이거, 누구 짓인지 안 봐도 알지 않겠니. 치마 수선비는 주도록 하마."
남성은 뺨에 길게 그인 붉은 자국을 보니 남성에게는 퍽 싸가지 없고 앙칼진 듯하다. 하기사, 싱싱한 낙지도 낚싯줄에서 걸려 나오면 한참을 꿈틀거리다 지랄맞게 어통을 빠져나가려고 빨판을 총동원하거나 물기까지 하니, 의외의 면일지도 모르겠다.
"…뭐?"
물론 그게 지금 중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남성이 당신을 슥 돌아보고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싶은 표정을 지었다. 한 눈에 봐도 착잡한 표정을 뒤로 입을 벌리다 단어를 뱉지 못하고 다물던 남성은 침묵 끝에 깊게 한숨을 쉬었다.
"그…… 음, 그래, 미안하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쓰레기는 맞지만 남에게 쓰레기라 인정 당했을 때는 또 기분이 다른 법이다. 언제는 신경이라도 썼냐마는 일단 학생 앞에서 자신의 윤리관을 재고해야 할 상황이니 신경 쓰는 척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남성은 태오가 다시금 발 끝을 까딱이든 말든 눈을 슬쩍 피했다.
"……내가 태오를 아끼긴 하지만 그런 사이는 아니란다."
아! 공매도를 이렇게 오너입이 아닌 캐입으로 얘기하니 주식 더 사봤자 무엇하겠는가! 하물며 저 둘 사랑 빼고 다 한다고 공식으로 얘기까지 해버린다! 남성은 안드로이드가 물병과 컵을 가져와 공손히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따라주자 마시라는 듯 미간을 꾹 누르던 손을 슥 저었다. 그리고 "마시렴." 하고는 잠시 착잡한 듯 또 허공을 노려보더니 마저 대화를 이었으리라.
"그래. 그런 일이 있긴 했다마는 아직 우리 사이가 그런 건 아니라서 말이다. 그래… 그…. 뭔가 벌어지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 그렇다고. 아무튼…… 그래……."
아, 낡고 지쳤다.
"……스트레인지를 계속 돌아다닐 거라면 선물 하나는 주도록 하마. 우리 애가 폐를 끼쳤는데 이 정도야 못 하겠더니."
태오는 높은 굽소리와 함께 혜성을 한 번 부르더니, 주변에 금이 있었더라면 익숙하다는 듯 초콜릿 하나를 툭 던져주려 하며 고이 손을 모았다. 어깨에는 긴 장옷을 걸치고, 옆이 트인 창파오 형태의 앞치마 속에는 검은 머메이드 라인 메이드복이 발목을 아슬아슬하게 덮고 있었다.
"……그때 말인데요… 이것만 알아주었으면 해서요. 잠깐 시간 나지요?"
이 미친 메이드가 부원들 다 듣는 앞에서 뻔뻔스럽게 '도박장'의 일을 꺼내려는 것을 당신은 안 봐도 알았으리라. 태오는 느릿하게 입술을 뗐다.
"들었겠지만…… 그 사람이랑 그런 사이 아니에요…… 술김에 좀 저지르긴 했다마는 일단 그건 아니야…."
충격 발언! 현태오, 양아치를 넘어 인간 쓰레기가 되었다!
그리고 뭐라고 할 새도 없이 휙 자리를 떠났겠지. 이 싸가지 없고 앙칼진 중화 메이드 같으니라고. 사건은 희야에게 나가 죽으라는 케첩 아트를 선보인 뒤 벌어졌다. 승환의 예쁜 손과 고운 말 혼내기에도 한참을 중지와 케첩 살인예고(?)로 티격태격하던 중 연구 자료 때문에 늦은 한결이 부실 카페 안으로 들어섰다. 성하제에도 끊이지 않는 승환의 대학원생(이었던 것) 굴려먹기 덕분에 한결의 눈 주변이 퀭했다.
"고생 많았습니다. 커피 한 잔 하지요. 아니면 달리 마시고 싶은 것 있나?" [감사합니다, 교수님. 아니, 소장님……. 커피로도 충분합니다.] "우와 얼마나 굴려먹으면 교수님 소리가 나와요-?" "태오야, 커피 한 잔 추가해도 되겠니?" "물론이지요……."
주문을 추가하기 위해 카운터로 걸어가는 태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한결은 태오가 다른 것을 서빙하며 커피를 추출하는 것을 기다리는 시간 동안 승환과 짤막히 커리큘럼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희야는 케첩이 뿌려진 곳을 피해 볼이 빵빵할 정도로 오므라이스를 크게 떠먹고 있었다.
"어찌 되었든 한결 연구원 말은 잘 알았고, 우리도 그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니 말입니다. 그 일은 재고하도록 할 테니 걱정 말고 커리큘럼에 전념하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빈 접시를 치울 때, 사건이 벌어졌다. 손님 하나가 태오를 물끄러미 보더니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킥킥 웃었고, 서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태오의 옷깃을 툭 잡은 것이다.
"주문하실 것이 있으신지요……." "아까 보니까 메이드의 미소? 같은 것도 팔던데. 그거 추가해도 돼요?" "미소 말씀이신지요……." "그런데 그거 진짜예요?" "……무슨 말씀이신지."
태오는 속을 읽을 줄 아는 자였기에 두 남성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어리석은 것들, 적당히 상대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빠져나가기도 그런 상황이다마는 늘 그렇듯이 초연히 넘길 수 있었다.
"여기. 여장한 거예요? 허리도 그렇고." "곤란합니다. 손님." "에이, 방금 메이드 미소 샀잖아요, 웃어야지. 여기 서비스 엉망이라고 말할 거예요." "손님." "농담, 농담! 번호는 어때?"
낄낄대며 웃던 남성은 태오의 허리에 손을 뻗더니 낚아채듯 끌어 당겼다. 몸과 달리 이상할 정도로 쉽게 끌려와 휘청이던 태오는 남성의 무릎 위에 앉으며 드물게 눈을 홉떴다.
"그러지 말고 여기 앉아 봐. 여기. 오빠라고 부를래? 뭐 주사 같은 거 맞아?" "……." "왜 그렇게 조용해~ 다 너 귀여워서 그러는 건데. 끝나고 시간 비어? 같이 저녁은 어때?" "……." "왜 대답이 없어? 싫어? 에이, 그러지 마~ 뽀뽀~"
뺨에 억지로 입을 대고 머리를 쓸어주는 손길을 뒤로 한결의 새까만 눈동자가 상황을 담았다. 희야는 태오의 성격을 잘 알기에 개입하지 않고 오므라이스에 집중하고, 승환은 "저, 저!" 하고 일어서려 했으나 한결의 손이 승환을 부드럽게 달랬다. 그리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데 이거 진짜야? 뭐 넣은 게 아니ㄹ-"
한결이 남성의 앞에 섰다. 191cm의 위압적인 키를 가진 탓에 남성을 한참 내려다보던 한결의 뒤로 LED등 특유의 쨍한 역광이 드리운다. 새까만 눈동자가 남성을 향하고, 이내 남성의 무릎 위에 강제로 끌어안긴 태오를 향했다.
"뭐야, 할 말이라도 있어요?" "……." "어이, 말을 하라고." "……." "사람이 말을 하라고 하잖아- 어!!! 말을 하라고, 쳐다보지만 말고- 벙어리냐?"
한결은 느릿하게 눈을 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남성은 어이가 없다는 듯 욕을 짓씹더니 태오를 휙 밀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들었고, 태오는 힐 때문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털썩 앞으로 고꾸라졌다.
"누구 놀리는 것도 아니고, 어? 미쳤냐? 갈 길 가든지 하라ㄱ-"
남성이 허공을 날았다. 아니, 정확히는 떠올랐다. 멱살이 잡혀 너무나도 쉽게 30cm 정도 공중에 뜬 남성은 옷이 늘어나는 소리와 함께 켁켁대더니, 한결과 눈을 마주치자 발버둥 치던 것을 멈췄다. 부드러운 미소가 굳고 정색하는 표정 너머로 무언가 보았기 때문이었다. 승환은 크게 놀랐는지 어버버거리고, 희야는 와중에도 오므라이스를 한 입 크게 떠먹고 있었다. 한결이 입술을 벙긋거렸다.
저희 예의 차립시다.
그리고 내팽개치듯 남성을 자리로 툭 던지고는, 균형을 잡기 위해 비틀대며 일어나는 태오를 향해 한 걸음 걸어갔다. 그리고 일어서는 것을 도와주며 빈 태오를 의자에 잠시 앉혔다. 허리를 숙인 한결이 태오의 옷 매무새를 정리해주듯 손을 움직이더니, 눈을 마주치며 태오의 뺨을 엄지로 쓸어주다 양뺨을 부드럽게 손에 담았다. 그 모습을 보던 승환의 표정이 굳고 희야는 먹던 것을 삼키며 눈을 가늘게 떴다.
"……커피는 곧 내오도록 하지요." - 앞으로는……. "……."
한결은 입술을 벙긋거리다 천천히 허리를 숙이며 무릎을 굽히더니, 태오의 발목을 살피다 괜찮은 것을 확인하고 눈을 내리감았다 뜨며 고개를 천천히 올렸다.
- 도와달라 말해. 사람 미치게 만들지 말고.
그리고 뭐라고 할 새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란을 일으켜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눈을 가늘게 뜬 뱀이 무언가 생각하다 커피를 내오기 위해 의자에서 일어섰다.
집사 라는 것은, 언제나 고된 일을 도맡아서 한다. 집안일, 식사 준비, 청소 등등. 여러가지 잡일들을 맡아서 하는데 불만이 없을 리가 없다. 게다가 그것 뿐만이 아니라, 진상들로 인해 불만은 더 가중된다. 그 불만이 해소되지 않는 한은 계속해서 쌓이고 쌓일 것이고, 결국에는....
오후가 되어 사람이 북적이게 되자 하나둘 잡음들이 생겨났다. 각자 대처를 잘 하고 있었으니 딱히 신경을 안- 쓰기에는 크게 눈이 가는 쪽이 둘 있었다.
하나는 내 연인이었고 하나는... 그냥 태오였다.
성운이 쪽은 이미 폰을 부순 뒤에 봐서 한박자 늦긴 했지만 빗자루와 쓰레받이를 가져가 성운의 경고를 들은 손놈의 눈 앞에서 부서진 폰의 잔해를 쓸어담으며 말했다.
"이 정도로 끝난 걸 다행으로 아십시오. 손님."
친절히 웃는 얼굴로, 유심칩을 구두굽으로 으깨버렸다. 이거 복구할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말란 의미로.
다음은 태오였는데, 이쪽은 그것이 참... 뭐지, 싶은 장면의 연속이었달까. 특히 태오를 구한? 저 남자 손님이 한 말, 아니 그 입모양이 참, 기묘해서. 멀찍이서 빤히 보다가 안 소장님과 희야가 있는 테이블로 다가갔다. 그리고 꿋꿋이 오므라이스를 먹던 희야의 볼을 콕콕 건들며 키득였다.
외출할 정도로 나아졌구나. 다행이다.
"희-야 귀여워- 오므라이스 맛있어? 왜 케첩 부분은 안 먹어. 내가 먹여줄까? 희야한테만 해주는 서비스-"
희야가 숟가락을 넘겨줬다면 케찹글씨를 문질러 뭉개고 잘 떠서 자, 아- 하세요, 도련님,을 시전했겠지. 아니면 뭐 희야의 말랑볼이나 만졌을 거고.
"맞다. 희야, 삼촌, 저 성하제 무대 올라가요. 애인이랑 합주 하기로 했거든요. 날짜랑 시간은 문자로 알려드릴게요. 꼭 오셔야 해요. 응? 꼭이야?"
다른 사람을 세우되 자신보다 더 사람을 대하는데 거리감이 없을 이를 세워야 할 것이라고. 서빙에서도 아웃, 호객에도 아웃이라. 다음번엔 어디로 빠져야 할지. 귀여운 장식을 만질 적에, 마음에 안 드냐는 물음에 금은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예쁘지 않냐는 그 물음에 다시 위아래로 당신을 살펴보는 것이었으니, 붉어지기 시작했던 얼굴은 귀까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당신의 그런 모습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것에 질투를 느끼는 것을 금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온전히 나만의 것이어야 하는데. 남들이 넘보지 못하게 자신의 것이라는 흔적을 남겨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고개를 숙이며 가까이 붙던 금은 당신의 목에 가볍게 입 맞추고, 생긋 웃어 보이며 장식을 매만지던 손을 거둬 내린다. 당신의 손을 잡아 깍지 끼며, 놓인 소파쪽으로 움직이며 당긴다.
"방금 전 소란으로 바쁠텐데. 올 사람도 없을 거라, 조금만 더 있다가 가면 안 됩니까?"
스트레인지의 생태를 안다고 해도, 처음부터 이 곳에 자리잡고 최상위를 독점하고 있는 조직과 비견할 바 못된다. 인정하고 있는 일이다. 본래 자리잡고 있던 별 하나가 길 잃어 방황하다가 이제사 겨우 숨돌리며 정착할 곳을 찾았다. 별이 나고, 정착할 곳은 인첨공의 어둠이 도사리고 있는 스트레인지라는 점이지만. 그러나. 혜성은 다시금 라이터 부싯돌을 틱, 튕겼다. 자신은 끝까지 이방인으로 남는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선택한 이 최악의 선택을 무를 생각 없다.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괜찮아요. 그을린 치마를 수선할 비용 정도는 제 선에서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남자의 말에 혜성은 예의바르고 부드러운 태도를 고수했다. 한번도 대면해본 적 없는 군림하고 통제하는데 익숙해보이는 저 남자에게 일말의 흠결이라도 잡히지 않도록 행동하는 게 우선이다. 일단, 다치지 않고 멀쩡하게 여길 빠져나가야하니까. 그래, 멀쩡하게. 혜성의 시선이 잠시 태오에게 머물렀지만 곧 제 손가락 사이에서 타들어가고 있는 담배를 향해 떨어트리며 입에 물었다. 제 동기인 지금은 소금에 박박 씻겨진 낙지처럼 축 늘어져서 간간히 꿈틀거리고 있는 반쯤 살아있는 걸로 추측되는 저 소파 위의 낙지가 원래는 앙칼지고 싸가지 없다는 사실은 제쳐두자.
"네? 아니었어요?"
남자의 변명-아닐수도 있지만-에 되려, 혜성은 한쪽으로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며 되묻고 말았지만 이어지는 말에 대꾸하지 못한 건 타이밍 좋게 안드로이드가 컵에 물 따라주자 약통에서 진통제 두알을 꺼내 입안에 넣고 물로 삼키는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쟤를 아껴? 근데 아끼는 것 치고는... 약이 목으로 넘어갔지만 정신 사납게 지나간 상황들로 바짝 마른 몸이 수분섭취를 더 원했기에 혜성은 두번째로 채운 물컵을 기울이는 상황이었다.
"─ㅍ, 푸흡...!"
혜성은 결국 물을 뿜어버렸다. 평범하게 자라서, 공교육의 폐해로 교과서식 교육을 받은 19살 여고생이 듣기에 남자의 말은 평범한 여고생의 상식을 부숴버리기 충분했다. 무슨 말인고 하니, 그런 말인 것이다. 더불어 저 소파 위에서 꿈틀거리며 살아있음을 어필 중인 낙지.. 아니 제 동기의 사생활을 나름 적나라하게 들었다는 점도 있다. 지금 내가 무슨 소리를 들은거지? 뭘? 아니 그러니까 뭘?! 이걸 내가 듣는 게 맞아? 혹시 인첨공은 다 이런 식이야? 혹시 이게 사실 인첨공 연애 스타일이야? 혼란스러운 머리는 가지 말아야할 방향까지 생각을 끌고 가며 온통 머리속을 물음표로 가득차게 만들었다.
결국 혜성은 사레 들려 기침을 하며 두통약을 한알 더 꺼내서 삼키기 이르렀다. 세상에 맙소사. 물을 마시는 표정에 생기가 사라져 있었다.
"이리라야~ 너네 카페 물이 왜 이러냐. 무슨 안쪽 바깥쪽에서 특별히 엄선한 미친놈들만 오는 거 같네."
할 일 없는 백수 마냥 어슬렁어슬렁 걸어들어오다가 마침 눈에 걸린 진상 한 마리를 뒷덜미 잡아다 쫓아낸 시현은 눈에 보이는 아무 테이블 의자나 뺀 후 대충 걸터앉았다. 마침 바로 옆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던 리라는 쓰레기나 식기들을 치운 뒤 시현의 앞으로 다가온다.
"간땡이가 처부었나, 저지먼트 부실에서 뻘짓하는 것들이 왜 이리 많아? 넌 괜찮냐?" "저야 뭐, 이런 거 안 익숙한 친구들이 걱정이죠. 근데 쌤은 여기 왜 오셨어요? 밖에 잘 안 돌아다니시잖아요." "뭐? 누가 그래? 나 친구 많거든?" "네에~ 주문하시겠어요?" "이 자식 이거 이거 어른 말을 안 믿네..." "주문?"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문서에 볼펜으로 아메리카노(H) 한 잔을 작성하는 리라를 바라보던 시현은 턱을 괴고 테이블을 손끝으로 두드린다. 아직 별 문제는 없는 것 같지만 이대로 내버려 두기엔 찜찜한데, 어째야 하나.
"근데 다른 선생님들은요?" "두 분은 활동하러 나가셨고 경 선생님은 원래 목화고 안 오시잖아." "왜요?" "......너 모르냐?" "제가 뭘 몰라요?" "아니다. 나중에 직접 여쭤봐." "아 진짜! 궁금하게 해 놓고 뭐야! 그럼 쌤은 왜 오셨는데요?" "'뭐야' 는 반말이고 인마. 그리고 이리라야, 입장 바꿔서 생각해봐라. 갑자기 아녜스 센터에서 메이드 집사 카페 행사 한다고 하면 워메 이게 뭣이다냐 한번 구경이나 가보자 싶지 않겠니." "......그건 그렇죠."
톡. 톡.
"쌤. 근데 주문하실 거죠? 편히 앉게 해 드리고 싶은데 여기 보다시피 자리가 부족해서..." "뭐?" "네? 주문이요." "방금 했잖아." "어? 진짜네."
영구적인 이상이 온 건 아니다 좀 저러다가 원래 기억력으로 돌아올 것! 의외로 머리 파직파직 때문은 아니고 약물 커리큘럼 때문이라서(원래 먹던거랑 성분-작용기전 겹침 이슈=저도 모르게 오버도즈->부작용으로 깜빡깜빡) 물론 이거나 저거나 지속되면 문제긴 하지만 괜찮을 것이다
저는 한결쌤이 신경쓰여요 할무니 왜 할무니가 서휘씨보다 한결이가 더 무섭다고 했는지 어제 새벽 글이랑 오늘 글까지 읽고 제대로 느낌
>>0 수색 3일째 여기는 부적구. 한마디로 일축하자면, 미친 공간이다. 한 자리에서 2시간 이상 잘 수 없다. 그 누구와도 오랫동안 눈을 마주쳐선 안된다. 피를 흘려선 안된다. 글을 써선 안된다. 글을 읽어선 안된다. 안되는 것 투성이지만, 하나하나 착실하게 지켜나가니 일단은 생존을 이어나가고 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 좋은 소식은 유지혁의 흔적을 찾았다는 것. 나쁜 소식은 이자식이 피를 흘린 것 같다는 것.
시간 싸움이다. 최소 2일. 그 안에 찾아내지 못하면, 확실하게 죽는다. 그게 지혁이 될 수도, 내가 될 수도 있다. 물론, 둘 다 일수도 있는거지.
한결쌤 댄스부 연습실에서 태오한테 연구원증 잡혀서 딸려온 거 다 봤을듯😏 그리고 이런 애들이... 진짜 무서운 법이지...🤦♀️ 대놓고 집착하는 애들은 그러려니 하는데 무슨 생각 하는지 모르면 진짜 그 그래 곤충인 거야(비유를 해도 이딴 비유) 곤충들 보면 눈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잖아 일단 눈은 마주쳤는데 언제 내게 날아들지 모르는거임
성운의 말이었다. -어제 혜우에게 함부로 수작을 부린 놈(나가다가 갑자기 제 발에 제가 걸려 넘어졌다만 성운이 알 바는 아니다) 말고도, 아까 자기 치마 밑으로 카메라를 들이밀던 놈 말고도, 바깥사람들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그런가 이상할 정도로 험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태오가 수작에 걸렸을 때에는, 유한이 아니었더라면 성운이 태오에게 알량한 정의감 운운하는 빈정거림을 듣는 한이 있더라도 나설 생각을 했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결과적으로, 성운은 위기감을 느꼈다. 좋은 취지로 시작한 코스프레 카페가 소돔과 고모라가 된 것을 은우가 저녁에 와서 본다면, 즐겁자고 시작한 카페 활동이 와장창 엔딩을 맺게 될 테니.
성운은 이김에 카페에 저지먼트 활동을 홍보하자는 취지를 곁들이자고 작심하고, 치워뒀던 인쇄기를 연결해 안내문 몇 장을 뽑았다. 저지먼트는 일종의 학생경찰 선도부로 인첨공의 치안을 위해 일부 사법권을 적법하게 부여받은 학생 자경단이며 인첨공의 주민들을 섬기는 자세로 치안 유지에 임한다는 마음을 되새기기 위해 이런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다는 그럴듯한 구실을 덧붙여둔 안내문이었다. 안내문을 부착하기 좋은 이젤을 구해다가 안내문을 걸고, 성운은 자처해서 이젤과 함께 입구에 서서는 손님들을 맞이하는 인사를 하는 역할을 맡았다. ...옆구리 허리끈에, 수갑이 눈에 보이도록 꺼내어 걸고 말이다.
" 뭐... 내가 그렇게 계획적인 인간은 아니라. " " 그런 코스도 짜져있어? 어지간히 할거 없는 인간들이 짜뒀나보구만. "
정작 자신도 지금 신세가 다르진 않았다. 축제라곤 해도 대충 유명한 놀거리나 먹거리 정도만 알지, 세세하게 뭐가 있는지 까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 싫어. 이상한거야. 이런 날에마저 그것들 만나라고? 사양이야. "
괴이부, 그러니까 괴이 현상을 관리하는 부라고는 해도 학생들이다. 매일매일을 지옥 속에서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하루 쯤이야 휴식시간이 주어져도 괜찮지 않을까? 꼭 그것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충분히 힘냈다. 잠깐, 아주 잠깐이겠지만... 달콤한 휴식 정도는 허락받아도 괜찮은게 아닐까?
" 맞아. 이번엔 제발 무탈하게. 저번에 조금 즐기긴 했지만, 그래도... " " 둘이 놀기로 했는데, '불청객'이 나타난건 기분이 좀 많이 나빴거든. "
뭐 덕분에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곤 하지만... 그래도, 그 불청객 때문에 시간을 꽤나 많이 빼앗겨버리기도 했었지. 악의는 없어보이긴 했지만 뭐랄까... 뭔가, 이렇게 말하면 좀 미안할진 몰라도 불길한 느낌을 받았으니까. 그 광기와도 비슷한 무언가는...
" ...? 총 쏘는거? 근데 총을 드는건 안돼? "
그런게 뭐가 있을까? 동월은 생각에 잠겼다. 총모양으로 생긴 무언가는 안되는데, 총은 쏘고싶다라. 뭐, PC나 휴대폰으로 FPS 게임이라도 하자는건가? 어려운 문제에 해답은 좀처럼 쉬이 나오질 않았다.
" 뭐야, 너 총 싫어해? " " 나도 뭐, 총은 잘 안쓰긴 하지. "
방아쇠를 당기는 도구라고 해봐야 리라에게 받은 와이거 건 밖에 없었다. 확실히 총은 편리한 도구지만, 그것은 또한 편리하게 사람을 죽이는 도구다. 흔히들 농담삼아 '살살 맞으면 안아프다' 라고 하지만, 실제로 그게 불가능하다는걸 알고있을테다.
" 뭐 그래서, 수수께끼 정답은 뭐야? "
동월은 뱉은 말은 지킨다. 애린이 하고 싶은것을 하자고 했으니, 오늘은 얼마나 해괴한 일이든 같이 해줄 의향이 있었다.
>>578 리라: 히히(할무니 를 한입 베어먹 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시현아 리퀘 잘 받았지 조만간 가보자고
채영이 그 상황 완전 오타쿠필터 끼고 관전하고 있었을거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덩치 큰 순진무구 연구원이 내가 뽑아온 원석미인날티남고생에게 멱?살잡혀 온다? 리디북스도 이만큼 재밌진 않았다!(이럼) 물론 태오가 넘 싫어했으면 어이 아저씨 나가요 이랬겠지만 그러기엔 한결쌤이 보기에 너무 말랑곰돌이였어
둘 뿐인 곳이지만 작게 속닥거리듯 주고받는 문장들. 예쁘다는 말과 질투했다고 솔직한 답을 하는 목소리에 혜성은 작게 키득거렸지만 이어지는 금의 행동에 이어질 다음 스텝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웃음을 멈췄다. 넥타이 매듭을 잡고 있는 손은 어느새 집사복 베스트를 잡고, 다른 손은 고개 기울여 제게 가까워진 금의 목 뒤 척추로 이어지는 부근에 얹기에 이르렀다. 스쳐지나간 부분만 딱 열이 고여있는 기분이라서 얹고 있던 손을 꼼지락거리더니 꾹 움켜쥐었다가 손을 놓는다.
"으응?"
같이 더 있으면 위험할 것 같은데. 도록, 눈 굴리던 혜성은 깍지 껴진 제 손에 힘주며 못이기는 척 소파로 걸어갔다.
"잠깐만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둘만 아는 비밀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휴게실을 나와 한참 바삐 움직이다가 혜성은 자신을 목소리에 시선을 들었다. 이런 별칭 아닌 별칭으로 자신을 부를 사람은 한명 뿐이지만, 그 사람이 지금 자신을 부를 이유가 있는지에 대한 생각이 먼저 의문으로 떠올랐다.
혜성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너댓개 띄워진다.
"왜 그래, 먐미? 주문 잘못 들어간거 있어?"
근데 쟤는 저런 옷을 입어도 잘 어울리네. 신기하단 말이야. 너댓개 떠오른 물음표 사이로 생각하던 혜성은 이어지는 태오의 말에 잠시 눈 깜빡인다.
"시간이야 나는...."
잠깐만. 설마? 아니지? 저 뭍에서 한 하루 반나절 정도 방치된 낙지처럼 구는 쟤가 그 일을 이야기하려는 건 아니겠지? 설마, 여기서? 진짜 그런거면 쟤는 진짜 미친 놈.. 혜성의 한쪽 눈썹이 치켜올라간다.
미친놈인가. 진지한 생각이었다.
"무..무슨..."
진짜로 미친놈인가봐. 쟤. 진심을 담은 생각이었다. 혜성은 난데없이 핵폭탄 하나를 떨어트려서 사람 정신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사라져버린 제 동기의 뒷모습을 보며 말을 잃었다.
한양과 비슷한 또래들의 고등학생이 서빙을 하는 한양을 멀리서 보면서 낄낄 웃기 시작한다. 이내 곧 녀석들은 본인들이 먹던 과자조각을 하나씩 한양의 머리에 던지기 시작한다. 한양은 뒷통수에 과자가 맞자, 뒤를 돌아보지만 과자를 던진 학생들은 한양을 보며 낄낄 웃는다.
" 워워~ 우리 아니야~ "
" 하아... "
한양은 저 학생들을 보며 푹 한숨을 쉬고, 학생들은 한양이 쫄아서 아무것도 못한다면서 자기네들끼리 웃어대기 시작한다. 주변의 손님들도 시선이 찡그려질 정도로 한양에게 은근슬쩍 던지는 과자가 많아지거나, 지나가는 길에 발을 걸기 시작한다. 한양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그저 한양이 순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저지먼트 부원들은 알 것이다. 저거는 참는 게 아니고, 어떻게 족칠지 고민하는 것이라고.
" 음? 누가 커피 더 시켰나? "
한양은 아이스 커피 하나를 일행의 테이블로 가져간다. 학생들은 어리둥절하지만, 저 한양이 잘못 주는 건가 싶어서 공짜커피라고 좋아하려는 순간에 ..
" 이 X발아, 서비스 죽이지? 과자가 졸라게 꼬소해서 옷에 냄새가 가시질 않아요. 너도 커피향 좀 깊게 입혀줄게. "
한양은 그대로 일행의 주동자의 머리에 커피를 부어버렸다.
" .... "
" 이 개X끼들은 서비스를 줬는데 왜 고맙다는 말이 없어? "
" 아, 너네들 말고. "
카페에는 금랑이와 설향이는 언제 데려왔는지, 금랑이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 이 개X끼가..! "
" 우리 애기들한테 하는 말이야? "
커피에 젖어서 분노한 학생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지만, 한양은 발굽으로 학생의 발등을 팍 찍어버린다. 학생은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 다시 앉아버렸다.
전임자가 길길이 날뛰며 당신도 그 악독하고 무례하기 짝이 없는 것에게 당하지 말라며 뼈에 사무친 조언을 건네고, 몇 년 만에 다시 재회한 형이 네가 정말 연구원의 길을 제대로 걷고 싶다면 그런 말썽 많은 애들에게도 소홀하지 않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위로했을 적엔 꽤 걱정했다. 커리큘럼을 진행하는 목화고 연구원 커뮤니티에서도 제법 유명한 문제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 만난 학생은 문제아가 아니었다. 커리큘럼을 꺼리는 모습이 적나라하긴 했지만 본질적으로 과묵하고, 정중하되, 배려심이 있었다. 싫은 모습을 보였지만 커리큘럼엔 늘 진심으로 임했다. 고분고분 커리큘럼에 따르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꺼낼 적에는 누군가의 속내를 읽고 제멋대로 휘두른다던 전임자의 말과 달리 상처받은 몸을 드러내기 보다 숨기는 법을 먼저 배운 작은 학생에 불과했다.
스스로에게도 벽을 쌓고, 자신의 삶도 타인처럼 멀리 보며, 가시를 세울 힘마저 없어 세상의 거친 파도를 순응하며 휩쓸리는 가여운 아이. 큰 상처를 받고 이미 타고 남은 잿더미를 사람들은 조금만 파헤쳐 보고 기침을 하다 멋대로 악독한 것이라 판단하고 결단 지은 것이었다. 그 순간부터 그는 학생을 위하겠노라 다짐했다. 세상에 대한 불신이 지나치게 깊은 내담자를 보고만 있을 수 없었고, 동시에 이 학생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어졌다. 어쩌다 이런 상처를 얻은 걸까. 그렇게 소장님께 학생에 대해 보고를 올리는 날 넌지시 물었고, 소장님은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옮긴 연구소에서 문제가 생겨 행방불명 되었던 아이라고. 그는 인첨공의 부조리하고 끔찍한 실체 때문임을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었다. 인첨공의 어두운 곳에서 고통받던 아이. 언제부터 그 마음의 문을 닫았을지 감히 상상할 수 없으나, 그 곁을 지켜주는 사람 하나 없었음은 누구라도 잘 알았기에 시선이 계속해서 닿을 수밖에 없었다.
작게는 작품을 만들 때 드러내는 내면이나, 크게는 그 손짓, 이야기를 할 때 보이는 무의식적인 반응, 상처받은 사람들이 보이는 시선……. 잔잔하게 이야기를 꺼낼 적엔 메마른 입술을 한 번 달싹이고 그 끝에서 입술을 축이는 버릇이 있었고, 고민을 할 적에는 손가락을 들어 일정한 박자로 두들기는 버릇이, 웃음이라기엔 지나치게 맥이 빠지는 숨소리에서는 꼭 숨을 갈무리하는 버릇까지. 어느 순간부터인지 학생에게 집중했고, 서로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다.
이 학생이 언젠가 마음의 상처를 인정하고 내려두는 날이면 어떻게 될까, 저 잔잔한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면 어떨까. 괴로웠던 순간을 괴로웠노라 얘기하며 그 상처를 훌훌 털어내면 어떨까.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어둡고, 인첨공의 악의는 빛을 갈망하는 학생을 향했다. 저지먼트를 향한 시련이 계속되고, 끔찍한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어째서 학생이 행복해질 수 없게 두는 거지, 어째서? 그리고 학생이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전화를 건 순간, 한결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에 빠졌다.
누군가를 갈망하면서, 드러낼 수 없으니 몽중의 자아가 대신할 정도로 망가졌구나. 그는 그날 잠을 잘 수 없었다. 대신 있지도 않은 신에게 손을 모아 기도했다. 밤을 온통 새운 다음 날, 학생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죄 자르며 자해를 했으며 그 상황을 제 형이 발견했으니 어서 와서 수습을 도와달란 연락을 받았을 적, 그는 신을 향해 끔찍한 욕을 속으로 담아내었다. 정신이 나가버린 학생의 꼴은 엉망이었고, 병원에서 창백한 안색과 오르내리는 가슴팍을 지켜보며 그는 생각에 잠겼다. 세상에 악한 것이 너무나도 많다. 죄다 치워버리고 싶다. 고통받는 학생의 앞길을 방해하는 저것들을 다……. 동생이라고 알려진 존재 덕분에 그는 한 차례의 균열을 억누를 수 있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을 알았다. 또한 학생이 제 입으로 시인했다. 그런 일을 만들 것이라고.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그는 학생의 기둥이 되어주고 싶었다. 가느다란 손이 떨리면 잡아주고, 실컷 울고 난 후에는 얼굴을 닦아주고, 두려움에 몸을 떨면 안아주며 안정을 주고 싶었다. 꿈을 꾸게 만들고 싶다. 보호하고 싶다. 저 얼굴이 웃는 것을 보고 싶다. 고통받지 않게 하고 싶다. 인생이라는 길을 걸을 적 옆에서 함께 걷고 싶다. 죽음을 꿈꾸는 저 아이의 죽음을 훼방놓고 싶다. 저 캔버스에 그리는 작품이 나였으면 한다. 긴 머리카락을 쓸어주며 아름답노라 속삭이고 싶다. 이따금 이유 없이 안으면 마주 안기를 소망한다. 괴로운 일이 있으면 울부짖으며 누구보다 나를 먼저 찾길 바란다. 매달려서 울기를 소망한다. 모두 털어놓기를, 그렇게 주변의 방해물을 모조리 치우는 명분을 얻고 싶다. 괴롭히는 모든 것을 밀어버리는 동안 그 눈을 가려주고 싶다. 귀를 막아주고 싶다. 누구도 괴롭힐 수 없게끔 영영 품에 가두고 싶─
아, 이러면 안 되는데. 거슬리게 굴면 치우는 방법이 뭐였더라? 악의가 가득한 세상에서 널 지키려면 나 또한 악의를 품는 수밖에 없어서. 그것을 내 아버지와 형은 일찍이도 깨달았구나. 이제야 모든 갓이 이해가 간다.
그는 동공과 홍채를 구분 지을 수 없을 만큼 새까맣게 물든 눈으로, 성하제의 카페에서 태오에게 벌어진 상황을 담았다.
전세는 역전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불리해졌다고 보는게 좋을까. 저 검은색 기운은, 확실히 위험했다. 하지만 동료를 잃고, 친구를 잃고, 청력까지 잃어버린 지금. 그들은 다시금 상기했다. 서로를 믿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이미 늦어버린 깨달음이었지만, 슬픔과 분노는 잠시 미뤄둔채로, 그들이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차피 그림은 이미 부숴졌고, 그것은 분노했다. 그렇다면 이제 거리낄 것은 없겠지.
바람이 분다. 녹색 기운이 휘몰아친다.
태풍같은 바람이 그것의 주변으로 둘러졌다. 마음 속의 분노를 한데 담아, 바람으로 하여금 쏘아낸 은우가 공중에 떠서 그것을 향해 팔을 뻗는다. 수많은 칼바람들이 그것의 옷을 찢고, 몸을 찢고, 또 찢는다. 그럴 때마다 그것의 웃음소리는 점점 커진다. 이윽고 은우가 그것의 움직임을 잠시나마 막기 위해 압축된 공기를 쏨과 동시에 거대한 태풍의 돔이 해제되었고, 그것을 기점으로 모두가 땅을 박찬다.
가장 먼저 수경이었다. 그녀의 자랑인 텔레포트를 이용해 그것이 압축탄에 맞는 것과 동시에 뒤를 잡은 수경은, 그것을 아주 높은 곳으로 보내버리려 했다. 하지만,
[죄송합니다만.]
이미 고막이 파열되어 들릴 리 없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역시나, 머릿속에 직접 전달하는 방식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 목소리가 울리자, 수경은 놀란 듯 잠시 멈칫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선 안되는 것을 알고있었는데도.
[이 정도로는 안됩니다.]
토옥, 아주 살짝. 닿았는지조차 모르게, 그것의 검지손가락 끝이 수경의 미간을 건드린다.
그녀의 마음속은 이미 위태로웠다. 마치 거센 태풍을 만난 산 속 오두막처럼 창문은 거세게 흔들리고, 나무로 된 몸통이 덜그럭거릴 정도로 위태로운 마음이, 그렇게 무너져내린다.
마음 속에 구멍이 나버린 그녀는, 결국 무언가 거대한 공포를 만난 것 처럼 머리를 양 팔로 감싸쥐고 처절한 비명을 내지른다. 대체 무엇이 그렇게 무서운 것인지, 공포에 질린 얼굴을 돌리고 이리저리 텔레포트로 도망을 시도하던 수경은... 결국, 마음 속 어둠에 눈이 가리워져 퇴로를 찾는 것을 포기하고 미술관 구석에 몸을 웅크린다.
이대로 멈춰설 수는 없었다. 다음은 혜성이었다. 자신이 쏘아낼 수 있는 최대한의 전력으로 초음파를 쏘아낸다. 바닥과 천장이 뒤틀리고, 고막이 파열되지 않았다면 가볍게 뇌까지 전달되었을 끔찍한 초음파가 그것을 덮친다. 일순 움직임이 멈춘 듯 보였지만, 이내 들어낸 얼굴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더 이상 어떻게 움직임을 막아야 할지, 머릿속으로 수많은 계산이 오가고 있던 그 때, 혜성의 뒤로 이미 모두 처치한 줄 알았던 일반 개체가 달려들었다.
- 혜성아!!!!! -
아아, 인간이란 참으로 어리석다. 들리지 않는 것을 알고있었으면서도 고요한 외침을 내지른다.
결국 뒤늦게 인기척을 알아챈 혜성이 능력을 해제하고 팔로 자신의 얼굴을 막아내며 고통을 예감하려는 찰나에, 그 일반 개체는 혜성을 무시하고 그것에게 달려든다. 그것도 이런 상황은 예상하지 못한 듯, 눈을 크게 떴지만... 이미 상황은 벌어져있었다.
얼마나 수없이 돌에 갈았을지 모를 정도로 날카로워진 파이프 하나가, 그것의 가슴을 꿰뚫고 들어간다. 그것은 검은 피를 내뱉지만, 그것 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듯이 파이프를 비틀어 더욱 더 깊게 꿰뚫는다. 고요한 미술관 한가운데에는, 검은 피를 뱉어내는 그것과 숨을 몰아쉬는 일반 개체가 있었다. 잠깐, 숨을 몰아쉰다? 괴이는 숨을 쉴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개체의 몸이 허물어진다. 온 몸의 뼈가 뒤틀리는 소리 뒤에 그들은 개체가 무엇이었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의태를 사용한 세은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머리에 울려퍼지는 것은, 분노였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자신들의 머릿속에 그것의 분노가 담겨져 들어오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실제로 그것은 인정할 수 없다는 듯, 온 몸을 버둥거리며 자신의 몸을 꿰뚫은 파이프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이미 심장이 있던 위치부터 뚫고 들어가 목 방향으로 나와있는 파이프에서 벗어나는 것은 힘들어보였다.
몸을 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것은, 양 손을 뻗어 세은의 얼굴을 잡아낸다. 필사적으로 얼굴을 들어올려 자신과 세은의 눈을 맞추었지만, 자신의 눈에 있던 노이즈는 이미 사라져버리고, 그저 빛을 잃어버린 혼탁한 눈이 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결국 그간의 발악이 허망하게도, 그것의 몸은 바닥으로 기울어졌다. 싸움은 끝났다.
은우는 그것이 쓰러지는 것을 인지하자마자 세은에게로 뛰어간다. 세은의 몸도 같이 기울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은이 바닥으로 무너져내리기 전에 붙잡은 은우가 무어라 소리친다.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대충 알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세은은 의태를 하기 위해선 상대방의 피를 마셔야 한다. 그렇다면 일반 개체로 변한 세은이 마신 것은.... 사람도 아닌 것의 피를 마신 대가는 혹독할테다.
은우가 소리친다. 세은이 천천히 입술을 움직인다. 혜성은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지켜보고 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혜성이 은우의 어깨로 손을 뻗으려는 찰나, 강한 바람이 그녀를 밀쳐내었다. 몇 걸음 정도 물러난 혜성이 당황한 눈빛으로 은우 쪽을 보지만, 은우는 그저 슬픈 눈빛으로 혜성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명백한 축객령이었다.
떨리는 손을 감추기 위해 주먹을 쥐어낸 혜성이, 이를 꽉 물고 수경이 틀어박힌 곳으로 움직였지만, 그녀는 이미 그곳에 없었다. 제대로 싸우지 못한 죄책감이었을지, 아니면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일지. 혜성은 알 수 없었다. 아마 영원히 할 수 없겠지. 결국 혜성은 홀로 미술관을 떠나야했다. 미술관의 육중한 문이 닫히기 직전에 돌아본 문틈 사이로는, 서로를 꼭 끌어안고 있는 남매의 모습만이 비출 뿐이었다.
[A.E.P. 작전 보고 작전 참여자 : 6명 생존자 : 1명? 사망자 : 2명 실종자 : 3명
현재 정신 감정을 격렬하게 거부하고 있는 생존자 1명을 격리시키고 인해 박물관으로 인원을 파견하여 상세한 결과를 확인할 예정. 생존자 [이혜성]은 육안으로 살펴본 결과 2등급의 정신 오염이 진행된 것으로 보임.]
보고서가 너무 짧은데. 흠. 뭐 상관 없나. 어차피 말소만 확인하면 몇 줄 더 적어서 내면 되니까. 건너편 방에 있는 이혜성은 꽤나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료들의 죽음과 실종이 꽤나 큰 충격으로 다가온 모양이다. 거기에,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입을 안열고 있으니 원... 천천히 정신 상담을 진행하며 상태를 완화시키고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이것은 태오의 이야기이자 저지먼트의 이야기가 되었다. 태오의 말소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하다는 말씀을 남깁니다... 다만, 음. 적어도 지금 저의 부족한 필력 치고는 만족할만한 3편짜리 작품이 써졌다고 생각합니다. 캐릭터를 빌려주신 여러분께 모두 감사하며, IF임에도 죽게 만들어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싶습니다.
덤으로, 왜 비명을 지른다는 표현만 있고 "아아악!" 같은 의성어가 없는건지 의문을 가질수도 있어 첨언을 해놓자면 가장 첫 번째 이유로, 모두가 청력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고요한 외침일 뿐, 그런 의성어는 필요하지 않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 그냥 제가 의성어를 제대로 못쓰는 느낌이라... 쓰면 뭔가, 어색하다고 해야하나? 🤔 뭐 아무튼 그렇습니다.
>>63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물론입니다 언제든 쓰십셔!!!! 물론 망하지 않는게 제일 중요하겠지만...!
"머, 슨배임은 딱히 그런건 신경 안쓰시는 쪽이라고 생각은 했슴다. 쑥맥인지, 아님 일부러 그런쪽 플래그는 피하려 하는건지 몰라두 말예여.
모처럼의 데이트 때 갑자기 눈알이 여러개 달린 거대고양이가 뛰쳐나온다거나 하는건 즈도 사양이지만여."
그럴것 같았다는 무덤덤한 표정과 제 입가에 가져다 댄 손, 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모르는건 또 아닐테다. 괴이부다 뭐다 해도 결국엔 학생들의 모임, 어찌되었던 공동체, 사람과의 접점... 싫어도 알게 되는 사사로운 것들은 하나둘쯤 있을테다. 청춘이라기엔 다소 난잡하고 험난하긴 하지만, 그 외에는 어디까지나 그 나잇대에 맞는 행동을 하고 있으니까.
그런 부분에서도 단지 그 모든 것들을 그럴듯하게 흉내낼 뿐인 그녀는 여전히 주변을 살피고 배워나갈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아잇 증말루... 그거 아직두 꿍하게 담아두고 계셨슴까~?"
동월이 말하는 불청객, 그녀라면 당연히 알수밖에 없는 인물이었다. 물론 평소에도 간섭을 자주하는 편이긴 했지만 그날은 무언가 경계라도 하듯 유독 심했으니까,
"...헤히~ 너무 나쁘게 생각하진 마십셔~ 슨배임두 아시잖슴까? 중학생까지만 해두 엄청난 문제아였던거 말임다. 물론 갱생은 했지만~~~
...감시 한두명 붙는건 어쩔수 없게 되었으니 말임다."
그 감시의 이유가 재범방지 같은 단순한 의미는 아니지만... 어찌되었든 자신에게는 물론 상대방에게도 썩 유쾌하진 않겠지.
"그래두... 이번엔 확실하게 물려뒀지 말임다? 제대로 즐길수 있을 거라 생각함다~?"
꽈악, 하고 행여나 벗어날 새라 동월의 양 어깨를 잡은 채로 (그럼에도 벗어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만) 마주보고 있던 그녀는 여느 때처럼 생글거리는 미소와 함께 서서히 달라붙어서는 가볍게 이마를 부딪혔다.
뿌리쳤다 해도 어떻게든 끈덕지게 들러붙어서 부러 귓가에 속삭이려드는건 다르지 않으려나?
"둘. 이. 서. 게. 임. ☆"
그리고선 곧장 파앗, 하고 떨어져서 키득거리는 것 또한 마찬가지일테고...
"머... 드는거야 딱히 상관 없구... 어차피 무슨 총이든 기계구조든 다 알고 있으니 재조립 하면 그만이지만 말임다. 근데 머랄까... 음...
암튼 거시기한 검다."
다시금 차분하게 가라앉아 고심하는듯한 그녀의 동공에 아지랑이처럼 맴도는 푸른빛과 옅은 주황빛,
"그게 참 신기하게도 말임다? 딱히 싫어하는 것도 아닌데, 몸이 안받아주는 느낌? 이에여."
지극히 모순적인 말이지만, 말하는 당사자가 그녀였기에 오히려 모호함은 그럴싸한 이야기로 닿을지도 모른다.
그저 심리적인 무언가가 작용한 것일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있는지는 스스로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지만... 좌우간 그녀에게 있어 트리거라는 개념은 여러 의미로 작용하고 있었다.
"흐흥... 여전히 갈피를 못잡는 휴먼이네여... 정답은..."
아무리 느긋하게 걷는다 해도 인첨공은 인첨공, 번화가는 번화가, 도착한 곳은 학교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게임센터였다.
한 차례 소란이 있었다. 희야는 혜우가 다가오자 뿌듯하게 나 이제 바깥 나와도 된다! 싶은 표정으로 혜우를 쳐다봤고, 근처에 있는 성운을 향해 5분만 여자친구를 빌려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렇다. 희야의 눈치가 이미 둘은 사귀는구나~ 예쁜 사랑이구나~를 시사하고 있었다. 떠먹여주는 것을 한 입 와앙 먹으며 방글방글 웃던 희야는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며 꼭 합주를 보겠다고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까지 했지만, 막상 승환은 한결을 쳐다보는 시선을 차갑게 굳히고 있었다.
"징계위원회를 열어야겠어."
그 한 마디 뿐이었고, 태오는 마저 일을 시작했다. 시끄러운 카페 내부. 모든 마음의 소리를 들으며 초연함을 유지하는 모습이 우습다. "주문하신……."
태오는 잠시 주문서를 다시 확인했다. 메이드의 미소, 특별 요청사항…….
"……."
매도. 미친 인간들이 세상에 많구나 생각하며 태오는 손님을 벌레 보듯 쳐다보며 몸서리를 쳤다.
창문 바깥으로 소란이 느껴지긴 하지만 그다지 흥미가 동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이 복장이 지저분해졌다는 게 중요하지. 앞치마에 붉게 얼룩이 생겨서 일단 벗어뒀지만... 색이 잘 빠질지는 모르겠다. 물론 저지먼트 내에서 탈색 정도는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녀석들이 꽤 있으니까 그렇게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진상 퇴치라고는 해도 소란을 일으켰으니 아마 지명은 어렵겠지. 뭐 이건 이거대로 나쁘지 않다. 느긋하게 있을까.
그 전에, 카메라 렌즈부터 시작해 카메라 자체를 박살낸 탓에 주먹에 생채기가 생겼다. 말 그대로 생채기라서 한 번 닦아내고 거즈를 대고 있으니 피는 금방 멈췄으나... 이 손으로 돌아다니는 건 아무래도 좀. 이미 손에 굳은살이 잔뜩 박혀 있어서 손님들이 원하는 느낌의 메이드 손은 아니긴 하지만 원래 손바닥은 잘 보이지는 않으니까 상관 없다. 문제는 손의 바깥쪽 피부에 상처 자국이 났다는 것, 음료를 가져다 줄 때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갈지도 모른다.
그런 이유로 혹시라도 피가 스며나오는 걸 막기 위해 붕대를 한 번 감고, 그 위에 흰 장갑을 착용했다. 그리고 한쪽 손에만 장갑을 끼면 아무래도 눈에 띄니까, 자연스럽게 나머지 한쪽 손에도 장갑을 착용하면 끝. 조금 유난 떠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그래도 투박한 손을 보이는 것보다는 낫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앞치마를 갈아입으면 다시 영업 준비 완료다.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쭉 펴고 있던 동안, 뒤에서 다가온 누군가가 자신을 끌어안자 손을 내렸다. 위험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목소리도... 익숙하다 못해 헷갈릴 일 없는 목소리였으니.
"괜찮다."
그것보단 다른 손님들이 놀라지나 않았을까가 조금 신경 쓰였다. 리라의 손이 움직여 앞치마 주머니에 막대사탕을 집어넣고는 사진을 회수했는데 가져도 되냐고 묻자, 입을 열어 대답했다.
"그냥 주먹 사진이잖아, 상관 없다만."
어쨌거나 허락이니까. 행복하게 웃으며 돌아가는 리라를 보던 랑은 주머니에서 사탕을 하나 꺼내 입에 물고는 피식 웃었다. situplay>1597044231>464 그러면 이제 뭘 해볼까. 홀에 나와 서기는 했지만 인원이 딱히 모자란 건 아니라서 랑은 조용히 홀을 둘러보는 게 전부였다. 해야 할 게 꼭 있다면 하겠지만 그런 것도 없어 보이고. 아까 전에 있었던 잠깐의 소란은 카페의 전체적인 분위기 덕인지 지금은 별 영향이 없는 것 같다.
"흐음."
이참에 한 번 연습이라도 해 볼까, 사람이 많이 몰리는 만큼 상대하기 귀찮은 유형의 사람들도 꽤 오니까. 대부분은 별 일 없이 알아서 잘 해결되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좀 아니꼬운 건 사실이다. 귀찮게 하는 사람보다 귀찮게 하지 않는 사람이 훨씬 많아서 그런 것인가. 그 반대면 어떨까- 같은 실없는 생각을 하던 랑은 생각의 방향을 틀기로 했다. 데인저 센스, 위험 감지라는 다소 애매한 설명이 동반되는 능력이다. 그리고 그런 애매함이 사용자의 역량을 시험한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한 번 연습을 해볼 생각이다. 일반적으로 직접적인 위험이라고 판단되지는 않는 것을 위험이라고 인식한다면 어떻게 되는가...같은.
일단 이 장소에서 신경써야 할 부분으로 랑이 꼽은 건 아까 전과 같이 부원들이 상대하기 곤란한 사람들의 유형이다. 단순히 폭력적이거나 버르장머리가 없는 건 굳이 인식하려고 하지 않아도 눈에 금방 드러나니까 제외해도 좋겠다. 어차피 날붙이 같은 걸 들고 들어오는 건 따로 생각하지 않더라도 알 수 있을 테니까. 그럼 주로 감지해야 할 부분은...
"저긴가."
랑은 메이드복 차림의 쬐끄만(성운아 미안하다) 성운과 그 성운의 다리 쪽에 반짝이는 기계를 확인하고는 발을 움직이려다가 멈췄다. 그 기계, 그러니까... 휴대전화가 바닥에 떨어져 걸레짝이 됐기 때문이다. 그다지 높은 위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었음에도 아주 개박살 직전까지 간 휴대폰, 그리고 성운이 대응(웃는 낯만 봤을 뿐이다)하고 떠나가는 것까지 확인한 뒤에야 랑은 신발 굽 소리를 내며 그 테이블로 향했다. 박살난 휴대전화를 보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혹은 재수 옴 붙었다는 듯 투덜대던 손님의 뒤로 걸어가 어깨에 손을 올렸다.
"다음 번에 걸리면 다른 게 걸레짝 될 줄 알아."
작게 속삭이듯 그리 이야기한 랑은, 맛있게 마시라는 듯이 어깨를 두드려 주고는 자리를 떴다. 근처에 정리가 필요한 테이블이 보였기 때문이다. 뒤에서 느껴지는 시선에는 신경을 끈 채, 랑은 테이블을 정리했다.
축제첫날은 운좋게 친절점수 최고점을 받아서 리라한테 답례도 하고 영화티켓도 얻었는데 오늘은 삽질의 연속이다 주문입력 잘못해서 엉뚱한메뉴 내놔 오므라이스에 케첩 바르려다 손님한테 뿌려버려 원한품은 연구원덕에 진땀빼 재수없는일만 한꺼번에 겪었다 그러고나니 낡고지쳐버려 서빙을 하면서도 내가 누구고 여긴 어딘지 모르겠다 나중에라도 카페알바는 절대 안하리라고 다짐하는 서연이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한 테이블에 서빙을 마치고 좀은 기계적으로나마 맛있게드시라는 인사까지 하고 들어가던중 고양이퍼리슈트를 입은 철현이 서연의 시야에 들어왔다 메이드복 입은모습은 절대 노출하기싫었나보다 웃음이 나면서도 그 바쁜와중에 저렇게 기발한반칙을 해버릴 두뇌회전력이 감탄스러운 서연이었다. 한편으로는 아무리 가을이라도 아직 덥다면 더운날씨인데에다 어린손님들에게 몸으로 장단맞춰주고 있으니 저러다 탈진하는건 아닌지 불안하기도 했다. 그래서 서연은 철현이 접대중인 테이블을 주시하다가 은근슬쩍 난입해버렸다
>>737 ─일단 나름대로 앞에 게시판을 세워두고 수갑을 찬 채로 손님맞이를 한 게 보람이 있어, 아까에 비해서는 행실이 불손한 주인님들의 입장이 줄어든 것 같아 성운은 이마를 닦았다. 그렇게 생각하며 성운은 치마 양끝을 살며시 잡아 사뿐 들어보이며 다리를 꼬고 살며시 허리를 숙였다.
“어서오세요, 도련님, 아가씨, 좋은 오후입니다.”
다행이다. 이제 부장님이 오셔도 멀쩡히 돌아가는 카페를 보여드릴 수 있어. 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던 차에, 주방을 맡고 있던 부원이 달려와서는 성운을 찾았다. 곰돌이 모양 팬케이크를 구워달라는 오더가 들어왔는데, 지금 순번 인원 중에 그걸 할 수 있는 게 성운뿐이라나. 물론 어려운 일은 아니었기에, 성운은 흔쾌히 주방으로 총총 달려가서는 능숙하게 틀과 팬에 버터를 바르고 반죽을 부었다.
"방심할 때를 노리면 그건 어쩔 수 없지만..요?" 농담기가 있는 말에 옅은 미소를 지어보입니다.
"대체식량이라곤 하지만.. 그.. 실패작이라기보단 성공작에 가까운 걸 먹어본 일이 있다니까요." 그런 기억도 있었다. 라고 생각하는 수경입니다.
"맛 구분은.. 하는 편이에요." 여로가 맛 구분은 하는거지? 라고 묻자 눈을 깜박이면서 조금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진짜에요. 라고 하기는 하지만. 좀 두루뭉술하게 느끼는 편입니다...
"저는.. 보통 물만 마시는 편이긴 한데.." "과일 주스 괜찮죠. 이 브랜드가 꽤 평이 좋더라고요." 물은.. 크xx탈 라xx 같은 종류를 타는 것도 괜찮더라고요. 라는 말을 하면서 그게.. 에이드나 이온음료 종류려나요? 라면서 이온음료를 들어올립니다. 화사하게 웃으며 흰 원피스 같은 거 입으면 의외로 모 이온음료 파란색 광고 어울릴지도 모르는 일이려나요?
>>801 은우는 요리가 취미이고 요리 진짜 잘하니까요! 그리고 세은이는 놀랍게도 메이드옷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좀 그런 하늘하늘한 옷을 좋아하거든요. 하지만 은우로 변신한 이유는 오빠 한번 망해봐라! 마인드로 하는 거라서... 괜찮아요!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남매싸움이랍니다. (어?)
>>812 결국 시작되었군요. 저거...(팝그작)
>>813 안녕하세요! 리라주! 일상을 찔러준 것은 감사하지만 리라주도 상대적으로 엄청 많이 돌린 감이 없지 않아있어서...(흐릿) 오늘까지는 평소에 돌리지 못한 분들 위주로 돌려보려고요. 하지만 이대로 가면 제가 일상을 계속 못 돌릴 삘이니 내일부터는 얄짤없이 그냥 찌르는대로 다 돌릴 것이에요. (진지)
사람의 마음을 간지럽히고, 심장을 빠르게 뛰게 만들던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카페로 복귀했던 금은 사라졌던 것에 매니저격 아이에게 야단을 맞았다. 이번엔 어디서 뭘 하고 있었냐며, 일손이 부족해 큰일이었으니 당장 서빙이나 도우라는 말에 금은 혜성을 곁눈질로 바라보며 매니저인 아이에게 겸언쩍은 표정을 지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또각또각, 굽 높은 소리가 마침표를 찍으며 근처에 멈춰 섬에 금은 다가온 당신, 엔지니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장신에 굽 높은 힐까지 신고 있으니, 되게 사람을 홀리는 듯한 매력이 있는 듯. 완벽해 보인다고. 생각하던 때 초콜릿이 날아오면 금은 받아들며, 고맙다는 듯 옅게 웃어뵌다. 혜성과 대화를 무슨 대화를 나누는 것에 의아하게 바라보며 귀를 기울이며 듣던 것이, 가만 서서 무엇을 하냐며 다시 야단을 맞는 것이었으니. 금은 걸음을 옮기면서도 시선은 둘에게 둔다.
목화고의 축제지만 엄연히 외부인에게도 개방되는 행사다. 그러다 보니 학교 축제에 오는 게 당연하다시피 한 학생들부터 그 부모님, 형제 자매들까지 방문객은 다양한 편이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부스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고.
그리고 저지먼트는 메이드&집사 카페라는 학교 축제라면 하나쯤 있을 법한 부스를 운영한다. 운영 주체가 저지먼트라는 점이 약간의 괴리감을 유발할 수는 있지만 다들 잘 해주고 있다. 진상도 좀 있긴 하지만 다들 저지먼트니까, 문제는 없다.
그보다 조금 더 어려운 건... 진상은 아니지만, 사람의 기운을 쏙 빼놓는 존재가 있다는 점이다. 바로 아이들. 얌전한 아이들도 있는 반면 신나게 돌아다니는 아이들도 있다. 야외 부스라면 그건 그것대로 괜찮았겠지만 여기선 식사도 하고 음료도 마시고 서빙하는 사람이 잔뜩 있는 장소. 랑은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아이 둘 정도에 눈도장을 찍어두었다가 동선을 미리 밟아 붙잡았다.
- 악 잡혔다! "도련님, 재미있는 걸 찾는 것 같은데..."
붙잡혀서 소란스럽게 구는 녀석들의 입에 사탕을 물려 주고, 손을 붙잡은 채 아직 케첩으로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오므라이스가 있는 테이블을 찾아 걷는다. 그 와중에도 계속 쉬지 않고 움직이려 하는 게... 에너제틱하다.
"실례합니다, 주인님. 여기 꼬마 도련님들이 그려 주는 케첩 그림, 어떠십니까?" - 예? 아... 저는 따로 그림을 그려달라곤 안 했었는데요?
카페는 상상 이상으로 영업이 잘 되고 있다. 덕분에 부원들은 밤낮없이 바쁘고. 하지만 이것도 나름의 추억이니, 정신이 없을지언정 모두 즐거워 하는 게 표정에서부터 보인다.
리라는 마침 제 몫의 일을 다 끝마치고 잠시 휴식하던 중이었다. 요리에 관련한 건 리라의 실체를 아는 몇몇 친구들이 극구 뜯어말려서 식재료 근처에 접근조차 할 수 없었으니 그에게 할당된 업무란 전부 주문 받기, 서빙, 서비스 제공이 끝이었다. 아, 거기에 정리정돈 업무도 추가. 어쨌든 주방에는 얼씬도 못 했다는 소리다. 그리고 그건 대부분의 시간을 손님들의 눈에 잘 띄는 홀에서 보내야 한다는 뜻이고, 공교롭게도 이리라는 인파가 아무리 많다고 한들 눈에 더럽게 잘 띄는 특성을 지녔다.
"이리라 학생."
말인즉,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는 거다.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내일 시간 됩니까? 확인하고 기록할 게 있는데." "축제 기간 동안은 커리큘럼 안 하는 거 아니었어요?" "그런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겠죠. 대단한 건 안 합니다. 전기자극 쪽은 성하제 끝나기 전까지는 안 하기로 협의했으니 제외하고... 중간 계수 측정 및 상황 봐서 약물 추가 정도. 그건 몸에 크게 무리 가진 않으니까. 전극처럼 어지럽진 않았죠?" "네. 그런데," "그럼 됐고. 시간 언제 비어요." "으음... 오전 오후 저녁 다 바쁠 거 같긴 한데..." "비번 내고 와요. 아니면 새벽에 일찍 와도 되고." "그럼 일찍 갈게요." "알았습니다. 5시 30분까지 커리큘럼실로 와요."
정적.
"......근데 그건 왜 들고 왔습니까?" "그냥, 여기까지 오셨으니까요. 커피 드실래요?" "됐습니다." "저희 부원이 라떼아트도 했는데."
그녀는 손님이 주문한 메뉴를 듣고서 고민에 빠졌다. 대체 어떤 사람이 이렇게 먹는단 말인가, 1층은 소고기, 2층은 버섯, 3층은 양고기, 4층은 두부, 5층은 돼지고기, 6층은 콩고기... 고기와 그의 유사종으로 불리는 종류들을 얹은, 상상도 못할 음식의 탑이었다. 물론 그녀도 이런 음식이 인첨공에 존재했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 그것들을 굳이 몰아서 할 생각은 없어. 이미 다 끝낸 일들도 있고. 아직 건드리기에는 시기가 애매한 일들도 있고. 괜히 남은 기간을 아예 놀아버리겠다고 한번에 끝내려고 하면 이상한 데서 빵꾸가 날 수도 있거든. "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한양은 그랬다. 부부장 특성이야 이런저런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해야 되긴 하지만 , 그 정도가 과해지면 여러 곳에서 자잘한 실수나 누락이 나오기 마련이었다. 그러면 또 수습해야 되고. 부부장 인수인계를 끝내기 전까지 하면 되는 것들이니깐 너무 마음을 급하게 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당장 안 한다고 큰일 나는 것들이 아니니깐 괜찮았다!
" 3년 아니야. 6년이야. 중학생 때부터 시작했으니깐. "
3년이라는 말에 6년이라는 대답을 보이며 쓴웃음을 보인다. 참 오래도 있었지. 중학생 때는 다른 저지먼트였었지만.
" 없어도 상관없어. 없으면 없는대로 살면 되지. 옆에 있어주는 애인이 없어도, 행복하다면 그걸로 된 거야. 당연하게 있어야 될 존재가 아니거든. 나는 굳이 없어도 될 존재를 만드려고 노력하는 게 너무 귀찮고 힘들어. 아, 그치. 애인 없으면 너무 외롭고 못 살 것 같은 사람들은 노력해야지. 걔네들은 해야 돼. "
" 근데 나는 딱히 뭐..쩝.. 내가 아쉬워서 노력할 일은 없겠네. "
한양은 본인부터가 이미 연애에 대한 갈망이 약함을 밝히며 옅게 웃음을 보였다. 삶의 우선순위에 연애는 저어~~ 멀리 떨어져 있는 느낌이랄까. 연애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할 수 있으면 하는 거고, 못하면 그냥 안 하는. 그렇다고 딱히 노력을 들일 생각이 없는 그런 것이었다.
" 애늙은이..나도 너네들이 듣는 요즘 노래도 듣는단 말이야.. 그 뭐냐.. 내가 좋아하는 밤양갱.. 달디 달디 단 밤양갱.. 애늙은이 프레임 너무 억울해.. "
꼴에 애늙은이 프레임에는 매우 억울한 듯한 반응을 보이는 한양이었다.
" 제대로 왔거든요? 인첨공 밖에서는 한 네임드 호텔에서 별장건물 하나를 더 만들어서 피자를 전문적으로 팔더라고. 그 호텔하고 피잣집이 인첨공까지 들어왔고. 저기, 저기야. 근데 예약 안 했는데 입장 가능하려나? 사람들 별로 안 보이니깐 가능하겠지. "
한양은 호텔 근처에 있는 역삼각형의 특이한 모양의 건물을 가리키며 따라오라고 말했다. 한양을 따라서 들어가면 카운터와 테이블들이 보이게 되고, 벽면 전체는 유리이기에 밖의 야경이 훤히 보였다. 안에는 사람들이 아직 많지 않았고, 한양은 직원의 안내를 받아서 창과 가까이 위치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는다. 메뉴판을 펼쳐보고는 살짝 고민하는 투로 말하기 시작했다.
" 미친.. 시그니처가 10만원이 넘어가네.. 근데 나 여기 처음이거든? 뭐가 맛있는지 나도 잘 모르는데.. 그냥 시그니처 먹을까? 너무 크기는 한데, 한 네 명은 모여야 먹을 듯. 6가지 맛이 들어간 사각형 피자야. "
"땀으로 샤워해서 지금은 안돼." "샤워하고 와." "귀찮아" "숨 쉬는 건 안 귀찮냐?" "가끔 까먹어" "미친" "네가 이렇게 만들었잖아" "네가 원했잖아" "인정" "빨리 씻고 와.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자겠냐?" "다른 직원들 많아서 안돼" "평소에 부장이랑 부부장한테 일 엄청 떠넘긴다며?" "할 말이 없네"
철현은 낄낄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얼굴을 찌푸리고 다시 앉는다.
"좀 쉬었다가 저 앞 가게로 와. 저지먼트의 퍼리메이드가 이렇게 쓰러져 있으면 사람들이 좋아하겠어?" "화이팅이에요!"
서현은 서연을 응원했다. 서연이 힘이 나도록 서현이 능력을 썼는 지 안 썼는 지는 서현과 서연만 알 것이다.
쑥맥이냐는 말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지만, 플래그를 피한다는 말이 나오자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잠시 조용하던 동월은, 고개를 돌려 무표정한 얼굴로 애린을 응시했다.
" .....알고싶냐? "
애린이 알고싶다고 했던, 알려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던. 동월은 이내 피식 웃으며 애린의 고개 너머로 시선을 잠깐 주었을 것이다.
" 뭐... 지금 말해주진 않을거지만. " " 알고싶으면, 이따 사람 없을 때 물어봐. "
동월은 애린과 비슷해서, 물어보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또한 마찬가지로, 굳이 먼저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왜일까, 구태여 먼저 입 밖에 내버렸다. 자기가 한 말은 언제나 지키기에, 정말로 나중에 물어본다면 제대로 대답해줄 것이다.
" 안담아두게 생겼냐. 네 말마따나, 데이트 방해받은거잖아. "
툴툴거리면서 바닥에 있는 돌을 발로 톡 차버린다. 그래도 이번에는 확실하게 물려뒀다고 하니... 그 불청객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동월로써는 그저 애린의 말을 믿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동월은, 자신이 신뢰하기로 한 사람으로 애린을 골랐었다.
" 뭐, "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갑자기 어깨가 잡혀 붙들리자 무슨 일이냐는 듯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깜빡거리며 그녀와 마주보다가, 천천히 달라붙어 이마를 부딪히자 팔을 살며시 들어 손가락으로 볼을 콕 찌르려 했다. 하지만 그 뒤에 뭐라 말을 잇기도 전에, 더욱 달라붙어 귓가에 속삭이자 숨을 삼켰다.
" 너, 너.... 거리감 안챙기냐? "
팟 떨어지자 자신의 귀에 손을 가져다대고 몸을 살짝 뒤로 젖힌다. 이제와서 그런 말을? 이긴 하지만 갑작스러운 기습에는 약한 법이었다. 그러다가 시선을 옆으로 돌리고는, 일단은 축제 현장으로 걷기 시작했을 것이다. 얼굴을 보여주지 않기 위함이려나?
" 뭔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별로다 이거지? "
그래서 결국 뭘 하는건가 싶었는데, 결국 들어온 곳은... 게임센터?
" .....또 놀린거냐! "
는 놀린건 아니겠지만 뭐, 아무튼 한번 외쳐보았다.
" 여기서 총 쏠만한거라고 하면... "
현대 시가전을 능가하는 시간이 위험한 게임도 있고, 죽음의 집이라는 좀비물 게임 같은 것도 있다. 아늑하게 게임하고 싶다면 정글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괜찮을테다.
>>947 우연이었군 역시 우연은 드라마보다 드라마 같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인이 얼마나 사가지 없이 굴었을까 일단 애들 눈에 보이는 건 내일 커리큘럼 하러 와요. 커피는 됐어요. 이정도였을거 같긴 한데 후후 자빠뜨리는 것도 좋지 성운주가 원하는 쪽으로 해주는것이야~
이름이 비슷하면 잘못부를때 많지 보육원에서의 가벼운 혼란을 떠올리는 서연이었다 그리고 둘 다 끝글자가 현이면 철현의 집은 현자가 돌림자인가 생각한것도 잠시. 철현과 서현이 주고받는 만담에 서연은 또다시 웃참챌을 해야만했다 숨쉬는걸 가끔 까먹는다니 하여튼 넉살좋으시다니깐~
그러던중 '네가 이렇게 만들었잖아'라는 말이 귀에 턱 걸렸다. 저거 진담이야? 숨쉬는게 귀찮게 만들었다고?? 선배가 원했다는건 또 뭐고??? 어디까지가 농담이고 어디부터가 진담인지 모르겠어서 혼란스러운데 철현이 낄낄거리면서도 일어나질못하니 당혹스러움이 더해진 서연이었다 상태 진짜 안좋았네...
그런데 서연으로서는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났다 좀전의 대화며 제대로 못서는 철현이 불안한데 그와 모순되게도 마음이 차분했다 뭐지 이거?? 얼떨떨해있는데 앉았던 철현이 생각보다 금세 일어섰다 어리버리한 상태로 서연은 철현에게로 다가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