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18 ??????? 랑아....짝지야.... >>네가 하는 일에는 이유가 있겠지<< 이게 친구의 신뢰인가...나 좀 감동했잖어 진짜 이거 너무 너무 아니냐고 랑이랑 근접으로 붙으면 이혜성 절대 못이길 것 같아서 계속 거리 두고 싸우다가 노이즈 꺼지고 아 조졌네 하는 표정 짓는데 랑이 뒤돌아서서 가는거 보고 얼떨떨해지는 거 너무 느와르 한편 뚝딱
일단 겉모습은 리라의 그림체와 동일하기 때문에 리라가 복사기 수준으로 그림을 그려서 만드는 것이 아닌한 결국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을 거예요! 어디까지나 손으로 그려야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위조품이냐라고 한다면... 엄밀히 말하자면 '불에 타는 성질'이 추가적으로 붙기 때문에 순수 오리지날은 아니랍니다. 물론 설정에 따라서 그런 특성이 되기는 하겠지만요!
담당 연구원에게 소견을 물었다. 커리큘럼의 성과로 능력이 개방될 준비까지는 되어 있었지만, 『존재감의 저하』라는 것을 실증할 방법이 없어 그간 레벨 부여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증언. 당연히 그렇다. 연구 대상이 되는 순간 그들이 작성하고 있는 차트와 감시 카메라의 시야에서 사라질 방법은 없게 된다. 그리고 초능력의 세계에서 초심자에 해당하는 나는, 힘의 컨트롤이 미숙한 와중에도 생명의 위협에 놓인 나머지 이 능력을 과활성화하여 사용했다는 것. 그치만 저러고 나서 나는 임상실험에서 거부 반응을 겪는 피험자처럼 며칠 동안이나 끙끙 앓았는데. 하여튼 이제 나는 공식적으로 '저능력자'다.
또 한 가지 숙제. 능력의 대분류 『텔레파시』는 정신에 감응하는 계통의 능력을 통틀어 말하지만, 『리코그니션 미싱』은 정(positive)의 능력과 부(negative)의 능력 가운데서 고르라면 오직 후자에만 해당한다. 타인의 뇌에 어떤 인상, '내가 없다는 상상'을 심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를 타인의 인식에서 '지우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 남에게 전화를 걸어서 어떤 문장을 들려 주는 것과, 남에게 전화를 걸어서 어떤 문장만큼을 뇌에서 빼 버리는 것의 차이를 생각하면 간단하다. 어떻게 단련하지? 누군가에게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고 말하면, 그렇게 말한 시점에서 코끼리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뭐, 지금까지도 초능력 없이 잘 해 왔으니까.
오랜만에 진행한 영상 시청 커리큘럼은 무난하게 진행되었다. 잔잔한 판타지 영화는 한동안 요란했던 정신을 효과적으로 안정시켜 주었고, 덕분에 리라는 간만에 연구소를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설 수 있었다.
'이리라도 공연 설까?'
그대로 이변이 없었다면 꽤 괜찮게 하루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을 텐데. 출입구에 접근하기 위해 복도 모퉁이를 돌기 직전,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자신의 이름에 리라는 잠시 걸음을 멈춘다.
'내 동생 친구 댄스부인데 걔도 아직 모른대.' '성하제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모르는 거면 사실상 안 한다는 거나 다름없겠네. 하긴~ 여름방학부터 평판 나락 갔는데 나 같아도 쪽팔려서 무대 못 선다.' '엥? 너 말하는 게 좀 이상하다. 걔 좋다고 하지 않았었냐?' '아무것도 모를 땐 그랬지. 너도 그때 인터넷에 올라온 글 다 봤잖아? 게다가 월광고 또라이 사건만 해도 봐라. 그런 애랑 엮이면 인생 피곤해져.'
저런 말은 좀 더 밀폐된 공간에서 하는 게 좋을 텐데. 데뷔했다면 진작 파파라치한테 찍혀서 인성 논란 났을 말본새다. 리라는 그대로 걸어나가는 대신 모퉁이 벽에 등을 기대고 섰다. 굳이 마주치기도 싫으니 빨리빨리 사라져 줬으면.
'으하학! 미친 놈이네. 야, 이리라가 너랑 엮여줄 생각은 있대?' '같은 학굔데 못 엮일 건 뭐야?' '자신감 미쳤네... 근데 이리라 연애할걸? 확실하진 않지만.' '뭐? ...상대가 누군데? 걘 인터넷도 안 해?' '그 왜—'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묵직한 가방이 막 입을 열려던 한 학생의 어깨를 강타했기 때문이다.
'씨x, 뭐...' "누구라고?" '......' "왜 갑자기 조용해졌지? 더 말해봐, 나도 궁금하네~" '아니 미친, 야, 잠깐...'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성큼성큼 다가온 리라의 발이 상대의 발을 강하게 짓밟는다.
'아!' "이름 모를 친구야, 뒷담화를 하려면 은밀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탁 트인 곳에서 동네방네 다 들리게 하면 어떡해. 더 망가질 평판도 없는 사람이 홱 돌아서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탁탁. 가볍게 어깨를 두드리던 하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웬만큼만 하면 나도 신경 안 써. 그래도 선은 지켜야지. 다른 사람까지 끌어오면 어떡해."
뒷말이야 익숙하지만 이건 좀 기분이 나쁘다. 자근자근 밟던 발이 천천히 떨어져 나가나 싶더니, 상대의 정강이를 강하게 걷어찼다.
'억!' "자, 오늘 이후로 네 인생은 피곤할 일 하나 없이 쥐죽은 듯 조용하고 평탄하기만 할 테니 걱정하지 말아~ 응? 그럼 조심히 들어가?"
손을 털며 물러난 리라는 바닥을 구르는 가방을 집어올린 후 곧장 핸드폰을 꺼내든다. 그리고 옆에서 뭐라고 입을 놀리든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그 자리에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진이 언니. 저 커리큘럼 끝나서 지금 잠깐 부실 갈 건데요~ 네. 내일부터 무대에서 연습하니까 준비 미리 해야죠. 우리 '본무대까지' 잘 해봐요! 화이팅~"
핸드폰 너머 댄스부장의 목소리 텐션이 올라가는 게 스피커로 고스란히 전해진다. 통화가 종료되자, 리라는 온갖 부정적 감정으로 버무려진 꼴불견 표정을 한 뒷담화 2인조를 돌아보며 가볍게 손을 흘들어 보인다.
저지먼트에는 잡일을 하는 담당들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물론 그들에게도 이름은 있지만, 아마 그 이름이 오래 기억될 일은 없지 않을까요? 잡일 담당이 대부분 그런 느낌이었으니까요. 지금 걸어오는 남학생도 마찬가지입니다. 1학년 남학생인 그 아이는 세은과 같은 반입니다. 그리고 세은을 몰래 마음에 품고 있는 아이이기도 합니다.
"...후..."
오늘은 좀 더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그렇게 다짐하며 남학생은 자동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자리에 앉아있는 은우의 모습이었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핸드폰을 들고 뭔가 이것저것 톡톡톡 치는 것 같습니다. 보통 은우는 부실 안에선 핸드폰을 잘 만지지 않는 편인데 무슨 일일까요? 아. 아무래도 뭔가 용무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 1학년 남학생은 그러거나 말거나 은우에게 다가갔습니다.
"에어버스터 선배! 서류 가지고 왔어요!"
"어?! 어..어..어흠. 쿨럭. 쿨럭. 응. 고생했어."
그러자 은우는 화들짝 핸드폰을 숨겼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이에게는 보이고 싶지 않은 내용인 모양입니다. 노트북 화면을 보니 그냥 바탕화면만 떠 있었습니다. 아니. 자세히보니 작업 표시줄 쪽에 디저트 카페라는 제목의 창이 있었습니다. 남학생은 흐응...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가만히 은우를 바라봤습니다.
"에어버스터 선배. 디저트 카페 가려고요?"
"...그, 그걸 왜 묻는건데? 따, 딱히 너하고는 상관없지 않아?"
"아니요. 의외라서요. 선배..정말로 디저트를 좋아하는구나 싶어서요."
"...좋아하면 무슨 문제라도 있어?"
"아니요. 아니요. 그런 것은 아니고요. 세은이 영향인가 해서...아. 혹시 세은이도 이런 디저트카페 좋아하죠? 혹시 뭐 좋아하는지 살짝만 알려주면 안될까요?"
"......그건 왜?"
"아뇨. 아뇨. 그냥 같은 1학년이고 그러니까...... 그, 그 이상은 프라이버시에요! 프라이버시! 아무리 에어버스터 선배라도 알려줄 순 없어요!"
"...흐응..."
은우가 도끼눈을 뜨고 남학생을 가만히 바라봤습니다. 그러자 남학생은 휘파람을 불면서 살며시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렸습니다. 묘하게 추궁하는 눈빛인 것 같은데, 기분 탓인걸까요? 어쩌면 동생을 건들려고 하는 자를 향한 오빠의 작은 적대심이 아닐까요? 물론 진실은 알 수 없었습니다.
"아, 아무튼 좋아하는 것만 알려주세요!"
"세은이에게 직접 물어보면 되잖아. 왜 그걸 나에게 굳이 물어봐?"
"아니.. 하지만 뭔가 직접 물어보면 부끄럽기도 하고, 에어버스터 선배는 잘 알 거 아니에요."
"...세은이는 그렇게 간접적으로 캐묻는거 싫어할 것 같은데? 직접 물어봐."
"......거, 거절하면요. 왜 물어보냐고 물으면요? 그럼 어떡해요? 그러지 말고 알려줘요. 네?"
"......하아."
이어 은우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진 모르겠지만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그러자 남학생은 살짝 당황해서 은우를 바라보면서 다시 질문했습니다.
"에어버스터 선배?"
"...아냐. 됐어. 됐어. 아무튼 난 분명히 말했어. 자리 좀 비울게. 화장실."
"아. 네."
이어 은우는 자동문을 통해서 밖으로 나갔습니다. 오른쪽으로 꺾어서 가는 것 같아보입니다. 사실 말이 좋아 화장실이고, 잠깐 바람을 쐬러 나간걸지도 모르죠. 아마도지만 말이에요.
하지만 정확하게 3분 뒤. 왼쪽 복도에서 천천히 걸어오던 은우는 자동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그러자 남학생은 어라? 하는 표정으로 은우에게 물었습니다.
"에어버스터 선배. 화장실 엄청 빨리 갔다왔네요."
"응? ...빠른가? 모르겠네."
차후 남학생은 세은이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으나 거절당했습니다. 물론 그 이유를 이 남학생은 아마 평생 모르지 않을까요?
그거 안드로이드 버전 투기 도박장이거든 일반 슬롯머신도 있구 요청하면 딜러들 나타나서 블랙잭이나 바카라도 해줌 근데 본 도박은 투기 도박인데다... 훨씬 과격하고... 부품이 사람에게 튀어도 상해에 대한 배상 안 한다고 못 박아뒀지만 누구보다 인간의 폭력성을 제어하고 휘두를 줄 안다는... 그런 느낌의 도박장이랍니다... 폭력과 무절제함에서 나오는 극한의 아드레날린! 그런 느낌
부장의 허락이 떨어지자 마자 재빠르게 부실로 들어온 리라가 부실 안을 활보(?)하기 시작했다. 강력한 빛을 내뿜는 천체의 등장에 어둠의 자손들(??)은 으 으아아 하며 안전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물러서거나 했다. 일단 서예부실 안은 다른 교실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창가에 화초가 놓여 있고, 교탁 위에 먹과 화선지가 놓여 있고. 벽에 서예 작품이 걸려 있고, 책상마다 화선지와 벼루 등이 올라가 있는 것 말고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냐."
어쨌든 처음에 봤을 때부터 연습은 착실히 하고 있는 것 같았으니. 최근 나쁜 일들이 많이 일어났던지라 그런 부분에서 영향이 있지는 않을까 생각은 했지만 일단 생각보다는 괜찮은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랑은 서예부도 축제 때 뭔가 하냐는 말에 어깨를 으쓱인다.
"글쎄, 아마 작품 전시 정도는 하겠지. 다른 건 모르겠다."
일단 랑은 딱히 내놓을 만한 작품이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일단 다른 부원들이 열심히 뭔가를 쓰고 잘 말려서 보관하는 걸 보았기 때문에 그럴 거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던 것 뿐. 그 이외에 뭔가 할지는... 글쎄, 부원들의 분위기를 보면 나서서 뭔가 할 만한 느낌은 아니다. 전시 자체는 공을 들여서 할 것이다. 축제 때가 아니면 누구에게 자신들의 결과물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겠는가. 다만 리라의 말을 듣고 보니 꽤 괜찮은 것 같다고 생각해 랑은 부장 쪽을 쳐다보았다.
"몸에 한자 써 준다고 하면 올 거냐?"
리라에게 그리 넌지시 묻고는, 대답을 듣기 전에 먼저 자신의 자리 쪽으로 다가간 리라의 손에 이끌려 자신의 자리 앞에 선다. 책상 위에 놓인 화선지, 그 화선지를 적셔 만든 글자는 딱 두 자였다.
동 凍 청 靑
투박한 느낌의 획이 이어진 두 글자. 다른 때라면 주제를 정하거나 했을 테지만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을 때면 랑은 이 두 글자만 몇 번이고 쓰곤 했다.
"별 거 없는데."
기대하는 듯한 리라의 모습에 그리 덧붙이면서 화선지를 쳐다보던 랑은, 리라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말을 이었다.
그는 한때 위크니스를 이해할 수 있었다. 비슷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위크니스처럼 소중한 사람에게 목줄이 생긴 게 아니었다. 이따금 찾아오는 끔찍한 순간 때문에 그는 늘 담배를 물게 됐다. 심신의 안정은 독한 술과 담배, 혹은 약물로 다스려야 하는 것이 스트레인지였다. 그러나 술은 명정하니 정신을 흐리게 하여서 아니될 일이고, 약물은 그 뒷감당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억지로 피우던 것을 자연스럽게 여겼다.
이따금 연기를 뻐끔 뱉으며 중얼거리곤 했다. ……인간들은 그런 법이지. 하고. 당최 무엇이 인간들은 그런 법이라고 몰아가느냐 물으면 그는 고개를 기울였다. 그리고 생각에 잠기고, 입을 벌렸다. 뻔한 대답이었다. 그는 타인에게 목줄이 달리면 그런 끔찍한 일이 있냐며, 어떻게든 발악하는 주체를 이해한다며 조소했다. 이윽고 피우던 것을 까딱이며 '타인이 목줄로 잡혀있으면 이타심에 불타는 인간들이란 그런 불합리한 일이 있노라며 길길이 날뛰는 유전자가 각인된 게 분명하다'며 경박하게 낄낄대곤 했다. 그리고 타인이 아닌 홑몸에 달려있으면, 잠시 생각하던 그는 환멸스럽다는 듯 눈을 흘겼다.
차라리 죽지 그랬냐고, 악행을 하고 싶지 않다고, 살고 싶다는 네 이기심이 남을 더 죽이지 않았냐고 하는 존재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스스로 단정지었다. 뭐라고 할 새도 없이 내가 '어떤 것도 하지 않고 죽으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거니와 슬퍼할 타인도 없으니 죄책감이 사라진다며 담배를 대충 비벼 껐다. 입을 벌려 혀에 짓누르는 걸 볼 때면 끔찍한 취향에 몸서리가 쳐졌으나, 그는 아랑곳 않았다. 그리고 재 섞인 침을 바닥에 툭 뱉고는 자리를 떠나기 전 중얼거렸다.
나라고 안 해봤겠냐고. 죽지는 않으니 그 지랄이라며 돌아갈 적엔 늘 흰색 머리를 단정히 땋은 누군가가 곁을 지켰다. 나는 익히 짐작할 수 있었다. 죽지는 않는 이유가 저기 있구나.
차르륵, 후두둑. 천으로 만든 주머니에서 플라스틱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각종 소형 전자기기가 쏟아져 나왔다.
- 뭔데 이거, 너 이런 거 가지고 다니냐? "이 주변에 잔뜩 있길래 털어왔는데."
- 아이 씨, 이게 뭔줄 알고 이렇게 막 털어와! 하아... 이거 카메라잖아, 이건 녹음기고. 씨- 이게 이 주변에 있었다고?
하, 분명 탐지기로 확인했는데. 비단이 그리 중얼거리는 걸 듣던 랑은 하품을 하면서 소형 카메라 중 하나를 쥐어 들고는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빠직, 하는 소리와 함께 카메라가 박살이 나는 소리가 작게 들리는가 싶더니 랑은 산산조각 난 카메라에서 멀쩡하게 남은 SD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작동은 하는데 아무것도 안 들어있는 것도 있었어, 저장매체가 있는 건 몇 개 안 돼." - 그래서, 뭐 어떡하라고.
랑은 이번엔 녹음기 하나를 집어 마찬가지로 부쉈다. 역시 멀쩡하게 나오는 SD카드.
"확인해 달라고, 설치한 놈들도 작동하는지는 확인 해봤을 거 아냐." - 너 설마 이게 그 놈들 소행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예전처럼 굴려고? 그냥 니 직감이면 다 OK다 이거냐?
랑은 무어라 대답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가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오싹함에 카메라 더미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점멸하는 붉은 빛을 확인하자마자 반쯤 열린 창문으로 있는 힘껏 그것을 집어던졌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창문이 와장창 소리를 내며 실내로 유리 파편을 흩뿌린다.
- 아 X발! 내가 이러니까 이딴 식으로 가져오지 말라고 했잖아! 뭘 확인하라는 거야 XX! 확인하다 터져 뒤지라고? 다시 한번 경고하는데, 가져오지 마. 찾았으면 그냥 갖다 버려, 태우든지 부수든지 지지고 볶든지 맘대로 하라고. 그 대신 여기에는 가져오지 마.
서예부실 내부는 일반적인 교실과 비슷했지만 벼루와 화초, 화선지 등 이런저런 오브젝트들의 영향으로 인해 어딘가 과거와 현재를 섞어놓은 듯 오묘한 분위기가 풍겼다. 오버테크의 본고장인 인첨공의 일상 속에서 이런 느낌을 받기는 사실 쉽지 않은 일이라, 리라는 꽤 흥미롭게 풍경을 눈에 담는다. 공기 중에 배어든 먹의 향기가 차분한 분위기에 박차를 가한다.
"응! 그리고 사실 전 아직 올라가는 게 확정된 건 아니라서요. 부원들이랑 합의해서 상태를 보고, 괜찮을 것 같으면 그때 올라가기로 했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어서... 아, 그래도 연습은 계속 참여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이번에는 기획부터 제 손 탄 부분이 많아서~..."
묻지도 않은 사족을 덧붙이는 이유는 뭘까. 리라는 평소 그랬듯 한 마디에 열 마디로 대답하다가 이내 머쓱한 듯 말끝을 흐리고 웃어버린다.
"당연히 오죠! 몸에 써 줘도 오고 안 써 줘도 올 건데? 전시 한다니까 그거 보러도 와야 하고~ 전시면 랑이 언니 것도 전시하는 거죠?"
그리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화제를 물 흐르듯 따라 넘어오는 거다. 연한 라벤더색 눈동자에 동凍과 청靑이라는 글자가 고스란히 비춰진다. 다소 투박한 느낌이긴 하지만 획이 시원스럽고, 일반적인 붓글씨를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보다 생동감이 느껴지는 게 꽤 개성있었다. 물론 리라가 그렇게 글씨 보는 눈이 좋은 건 아니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그런 사람의 눈에도 한눈에 보일 만큼 나름의 개성이 있다는 뜻이겠다.
"잘 쓴다."
진심 담긴 감탄이 무의식적으로 흘러나온다. 글자가 써지지 않은 화선지 모서리를 손끝으로 톡톡 건드리던 리라는 곧 다시 랑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별 거 있는데! 언니 글씨 잘 쓴다! 물론 저는 서예는 안 해봐서 잘 모르지만, 뭔가 시원시원하고~ 일반적으로 서예 하면 떠오르는 글씨랑 좀 다른 거 같아요. 좋은 쪽으로!"
그러다가 뭔가 써보고 싶은 게 있냐는 질문이 던져지자, 한껏 조잘대던 입은 잠시 다물어진다. 이어지는 고민은 길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진지하게 이루어졌다.
성운은 뒷말을 씹어삼켰다. 여러 가지 말들이 입 안에서 와글와글 튀어나가려 드는 바람에 말문을 닫은 자기 자신과 달리, 그의 아버지는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는 것 같았다. 그가 허둥대는 사이, 성운은 입 안에서 와글대는 말들 중 가장 먼저 잡히는 것을 골랐다.
“많이 궁금한 게 있어요, 아버지. 현태오 선배 말이에요. 그 텔레패스. 보컬 텔레파시 능력자. 이 연구소에 있었다면서요.” “···그래··· 그랬지···.”
성운은 드르륵, 하고 의자 하나를 끌고 와서 서헌오의 맞은편에 앉았다. 헌오는 차마 일어서지 못했다.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도 못했다. 목관절은 철근 같았고, 다리는 콘크리트 덩어리 같았다.
“그때 태오 선배가 연구소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어떤 일을 당했었던 건지. 알고 싶어요, 아버지.”
>>160 설정 자체는 상관이 없는데 공식 세계관의 설정으로...그러니까 즉 메인 스토리에서도 적용되는 설정으로는 하기 힘들다는 점은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전부터 성운주가 쓰는 웹박수의 내용을 읽어보면서 느끼는 것은 물론 성운주의 특성이겠지만 마치 공식 세계관에 추가해줬으면 하는 느낌으로 쓰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아무래도 원래 세계관에 있던 설정은 아니니까요. 그 점은 양해해주세요. 그리고 안티스킬이 살처분을 한다고 되어있는데 안티스킬이 그런 일을 하진 않을 것 같고... 저 정도 일을 하려면 특수부대 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네요. 안티스킬이 막 저렇게 사람 죽이고 다니진 않아요. 아무리 그래도... (흐릿) 그런 일은 보통 특수부대가 도맡아서 하니까 특수부대 쪽으로 넘겨주시면 될 것 같네요.
덧붙여서 해당 설정을 풀어주고 테러 등의 범죄로 이용할 정도면 그리고 그런 것이 원칙으로 되어있을 정도면 이용하려는 시점에서 특수부대가 바로 싹 쓸어버릴 것 같으니 그 부분은 참고해주세요. 사실 스트레인지의 대형조직이라고 되어있는데 한낱 스킬아웃이 저런 것을 이용하긴 힘들 것 같고 암부와 연결이 되어있다거나 한다면 어떻게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이렇게 해도 정도가 심하면 특수부대가 움직이겠지만요.
>>0 "...라는 이야기가 있었슴다~" [뭐야, 우리도 알고 싶거든.] "그러게~ 치사하게 마지막 나레이션 부분같은 말만 해도 어떤 이야기였는지 하나도 모르겠거든~" "...머야, 언제는 즈한테 제 4의 벽 넘지 말라매여..."
탁 트인 공터, 선선한 공기, 옹기종기 모인 이들 외에는 어느 누구도 없는 공간. 마치 세 사람만의 소풍인듯 했지만...
"그래서, 여기서 하면 문제 없는 검까?" "장소 확보도 확보지만... 혹시나를 대비해서 사람도 물려놨으니 어지간해선 큰일은 일어나지 않으려나~" [꼭 그러다가 큰일나는 전개가 있었거든...] "어머나, 얘! 그런건 더 픽션이야 픽션~" [여기도 픽션은 맞거든.] "어허!!! 갈!!! 그들에게는 논픽션임다!!!" [나 슬슬 어지럽거든 이런 조합... 그나저나 그럼 오늘 훈련이...]
여학생이 그렇게 말하며 주변을 둘러보자마자 불길한 미소를 지어보이던 여성은 작은 단말기를 주머니에서 꺼내 버튼을 눌렀고, 기다렸다는듯이 작은 터렛같이 생긴 것들이 구체로 이루어진 바퀴를 굴리며 이곳으로 오기 시작했다.
"헐, 여기서 모래반지 빵야빵야는 안되는거 아닌가여..." "그래서 특별히 테이저로 준비했지~ 일단 유라의 능력데이터를 기본으로 삼은 모델이니까 얕보면 안될걸~?" [먼젓번 검사가 그것 때문이었나...]
여학생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쉬다 평소의 모습과는 다르게 재빠르게 뛰쳐나갔고, 그녀는 그런 모습을 보며 벙찌다가 날아온 전기충격에 팔을 붕붕 휘둘렀다.
"크아아아악 가로쉬 됨다!!!" "언젯적 네타를 꺼내는 거야..." "호드를 위하여!!!" ["이런데서 그런 발언 하면 안되거든!"]
>>171 검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결코 그 설정을 공식 설정이나 스토리에 적용시켜달라거나 등장시켜달라거나 하는 생각은 없으며, 저번에 어딘가에서는 그런 경우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씀해주셔서.. 👀 기본적인 개념이나 용어에 대한 설정을 최대한 모카고 세계관과 이질감없이 융합되는 데에 주안점을 두고 쓰다 보니 그렇게 느껴지신 듯합니다. 설정의 재량권은 전적으로 캡틴에게 있음을 이해하고 그에 동의하고 있으며, 그것을 전제로 모카고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단지 이런이런 설정을 사이드 2차창작설정 정도로 독백이나 개인이벤트 등에 사용해도 괜찮은가에 대한 문의였어요.
그런 일은 보통 특수부대가 도맡아서 하니까 특수부대 쪽으로 넘겨주시면 될 것 같다는 조정에는 동의합니다만, 염려하시는 내용으로 보아 해당 설정을 사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무리일 듯하니 해당 설정은 파기하겠습니다.
>>181 성운주에게 뭐라고 하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일단 설정을 검토하는 제 입장에선 일단 그렇게 말을 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그러니까..이를테면 다른 사람의 서사에 그런 설정이 나왔는데 왜 스토리에선 그거 적용 안돼요? 라는 웹박수를 제가 R1 시절때인가 받은 적이 있거든요. (눈물) 그렇기 때문에 일단 이런 부분은 말할 수밖에 없기도 하고 그래서..(털썩)
염려하는 것은 없어요. 단지 한낱 스킬아웃이 그것을 다루기엔 아무래도 너무 스케일이 큰 것 같은지라...스킬아웃 기준으로는 말이에요. 블랙 크로우도 결국 샹그릴라라는 엄청난 것을 가지고 왔디만 뒤에 암부가 있었으니까요. 그런 느낌이랍니다.
물론 스킬아웃도 자체적으로 뭘 할 순 있지만, 아무래도 저 정도면 암부가 뒤에 있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 같거든요. 그리고 특수부대 건이라면... 사실 대놓고 막 파괴공작 벌이고 인첨공 죽어라! 이런 느낌으로만 사용하지 않으면 암부가 뒤에 있으면 바로 개입하고 그러진 않을테니까 (물론 정도가 점점 심해지면 개입함) 사용해도 상관없어요.
AMPD(Anomalous Multispectral Personality Disorder, 변칙성 다중스펙트럼 성격장애)는 커리큘럼을 통해 능력을 개화한 능력자들에게 드물게 나타나는 일련의 정신병리적 인격장애의 총칭이며, 알터에서 가장 먼저 정의된 용어이다.
과도한 커리큘럼의 부작용이나 약물 부작용, 혹은 능력 사용 및 피폭의 부작용으로 야기된 지나친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인격이 무너져 발생하는 비가역적인 정신질환을 칭하던 단어로서, Amped로 변질되어 그 환자들을 가리키는 비칭으로도 쓰이고 있다. 알터의 주임감독관인 서헌오 박사의 균열장 이론에 입각한 연구는, 이 현상을 강렬한 감정으로 생겨나 능력의 근원이 되는 정신의 균열이 지나친 감정의 폭주 혹은 피해로 인해 과도하게 확장되어, 균열이 생기면 안될 영역에 균열이 생겨버린 결과로 정의했다.
보통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될 정도의 심각한 편집증과 망상장애 및 환각을 동반하며, 이러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발생해 환자를 극단적으로 예민하고 난폭하게 만들고, 환자들은 이로 인해 간헐적으로 이성이 결여되어 폭력적인 성향을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중증으로 치달으면 환자는 이성과 자아 거의 대부분을 소실하고 환각과 망상에 교란된 직감과 위기감, 단편적인 트라우마에 의지해 몸을 움직이며 무차별적으로 파괴행위를 반복하는 존재로 전락한다.
균열의 과다한 확장으로 인해 생긴 병이기에, 앰프드 환자는 보통 자신이 갖고 있던 계수보다 더 강한 능력계수를 보여주는 것이 보통이며 일반적으로 2레벨에서 3레벨 정도의 엘리트 관문 문고리를 잡고 있거나 문턱을 막 넘어선 수준의 능력을 갖고 있다. 중증의 앰프드 환자이거나 앰프드가 되기 전에 강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을 경우 3레벨 극후반대 혹은 4레벨 초중반대에 달하는 능력계수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대부분 학생-적대적인 커리큘럼을 수행하는 연구소 및 검증되지 않은 불안정한 커리큘럼을 수행하는 비인가 연구소에서 발병율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AMPD를 일으킨 능력자들은 운이 좋으면 체계적인 치료대상이 되며, 더 운이 좋으면 그 치료를 통해 쾌유하는 경우도 존재하나, 자연 치유는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대부분은 버려지거나 처분되거나 감금되거나, 감금되었다 탈주하여 난동을 부리다가 안티스킬에 살처분당하는 것으로 그 결말을 맞이한다. 앰프드는 보통 저지먼트에게는 절대로 처리를 맡기지 않으며, 안티스킬 특수부대가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학생들 사이에선 거의 도시전설로 취급받는 존재이나, 인첨공의 어둠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스트레인지의 대형 조직의 경우 연관된 연구소에서 제공받은 앰프드를 감금해두었다가 풀어놓거나, 능력계수를 감소시키는 대신 앰프드 발병률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리는 약물을 조직원에게 먹여 조직원을 의도적으로 앰프드화시켜서 테러 등의 범죄에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동청이란 겨울에도 푸른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나무는 겨울이 되면 잎사귀를 모두 떨어뜨리기 때문에 푸르지 않다. 그러나 그런 나무 가운데에 푸른 부분이 드문드문 보이곤 하는데, 이것은 나무와 같이 자라나 그 나무와는 다른 것으로, 겨울에 그 어미나무의 잎이 다 떨어지더라도 혼자 푸른빛을 띈다. 즉 동청이란 겨우살이의 한자 표기이며, 아예 겨우살이 동苳이라는 한자도 존재한다.
>>223 정당하신 지적이에요. 확실히 하겠습니다. 캡틴의 의사를 따르는 한에서 개인 스토리 등에 사용하셔도 좋아요.
👀👀👀 캡틴이 발언하신 내용에 따르면, 개인 독백 등에서는 사용해도 되지만 공식 스토리에 등장하거나 플레이어가 공식 스토리에 끌어들일 수는 없다고 해요. 특히 특정 조직이 앰프드를 무기로 사용한다던가 하는 상황은 신중히 사용해달라고 하셨어요. 그러니 해당 설정을 자유로이 이용하시되 캡틴이 조정을 요한다고 하면 캡틴의 조정을 우선해주세요.
사실, 태오는 진절머리가 났다. 고작 데 마레의 정보를 더 얻을 수 있다는 이유로 원치 않는 커리큘럼을 지속하게 한다니. 그 연구원이 데 마레 산하 소속인 건 어떻게 안 걸까? 그리고 자신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아는 사람이면서 왜 이번에는 단호하게 커리큘럼 얘기를 꺼내는 걸까? 태오는 핸드폰으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화면을 터치하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문장 하나를 보내는 것도 어렵지만, 마음은 금세 정리가 되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나리라면 연구원에 대한 정보를 꽉 쥐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자신과 관련된 인물이라면 사람을 써서라도 바깥의 정보를 캐오시는 분이니까. 그렇지만 커리큘럼 얘기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기분이 상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태오는 서휘에게 큰 기대가 없다. 자신이 서휘의 속을 이용하듯 그 또한 자신을 이용하는 관계일 뿐이다. 남의 상처 따위는 휘두를 약점밖에 안 되겠지. 어차피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어떻게든 그 유막이라도 붙잡아 물 아래로 끌고 내려가고자 하는 것이지만. 태오는 마저 자판을 두드리고 전송 버튼을 눌렀다.
[커리큘럼실에서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그날, 한결은 오지 않았다. 연락은 읽었지만 답장은 없다. 하교할 시간이 훌짝 넘어 야자가 끝나는 시간까지 덩그러니 커리큘럼실에 남아있던 태오는 인내심을 새롭게 기르는 법밖에 배우지 못했고,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데 마레는 지금 난리가 났다. 목화고에 파견된 연구원들은 모두 휴가를 내 연구소의 테러 수습과 개인의 안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고, 아니무스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또한 이번 테러로 인해 희야도 돌봐야 할 테니. 태오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의자를 밀어넣고 커리큘럼실을 나갔다. 어두운 복도를 걷고, 그 끝자락에서 마스크를 쓰며 후드를 뒤집어 썼다. 아직 접선이 어려울 정도로 테러 규모가 크다는 어렴풋한 정보를 얻은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태오는 학교 밖을 나서다 걸음을 멈췄다.
그러고 보니, 한결 선생님이 그때 정색하던 모습이 나리와 비슷한 것 같았는데. 그렇게 퍽 닮은 꼴은 아니라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곱씹어 보니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덩치도 그렇고, 가끔 보여주는 모습도 그렇고. 생각과 생각의 꼬리를 끝없이 이어가던 태오는 세상에 닮은 사람은 많다고 결론지었다. 더 생각하기도 지치거니와 아직 물증도 부족하고, 마음의 준비도 안 됐다. 태오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곤 하늘을 올려다 봤다. 가을이 다가오는 밤하늘은 몹시도 새까맣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시선을 꽂던 태오는 귀에 무선 이어폰을 끼다 멈칫했다.
─ 왜 지금까지 기다린 거지, 어째서?
이건 귀에 꽂히는 목소리가 아니다. 뇌에 관통하는 듯 울리는 목소리에 태오는 시선을 좌우로 굴렸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이어폰을 마저 끼고, 보란 듯이 기운을 쭉 빼며 걸었다. 마스크 속으로 태오가 입술을 달싹였다. 걸렸구나. 입질이 시작됐다. 이제 고전적인 게임을 할 시간이다. 승자는 늘 태오였고, 난적이긴 하지만 이번에도 이길 것이라 믿고자 했다.
흠! 일단 이걸 하게 된 계기는 수경이랑 일상하면서 케이스에게 로벨 연구소와 암부에 대해 듣게 된 다음부터야! 같이 일상했을때 케이스가 수경이한테 이상한 거 먹여서 재우고 같이 대화를 좀 했었는데 그 내용이 리라로서는 그냥 넘어갈 수가 없는 내용이었거든 당장 눈 앞에서 수경이가 약먹고 쓰러졌고(...) 케이스도 첨엔 경계했는데 얘가 딱히 원해서 그러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여하튼 케이스로 하여금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나서 얘네를 도와줄 방법을 찾거나 최소한 불건강한 환경에서 멀어질 수 있게끔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이쯤에서 알게 된 거지... 얘는 케이스가 말한 로벨 연구소고 암부고 뭐고 정확히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그래서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그 뒤로도 여러가지 일이 있었잖아? 그림자 아지트인 4학구 연구소라던가 기타등등으로🤔 그래서 아 나는 인첨공에 대해 아는 게 정말 별로 없구나, 이런 생각도 덤으로 하게 됐고 그로 인해 거리감도 조금은 느꼈고... 이렇게 있다가는 평생 이방인으로 살겠구나 같은 생각도 했었지
지금은 기존의 목적(수경이와 케이스를 암부인지 로벨인지에서 분리한다)+이곳에 섞이기 위한 노력 정도의 이유로 공부하고 있다!
=캐릭터적으로 하고 싶은 건 수경이(+케이스)를 돕는 거! 오너는 이 계기를 기초로 다른 사람들 설정도 알아가고 리라를 좀 더 인첨공에 푹 담구고 싶어서(?) 하게 되었다!
-그래서, 메트로폴리스에서 잃은 걸 복구하고 싶다...인가요? "그렇지. 덤으로 그 메트로폴리스의 이들에게 성대한 엿도 먹이고 싶고."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가볍게 한 존재였지만, 고개를 갸웃하기만 합니다.
-굳이 이런 헛됨에 기대지 않아도 가능할텐데 말이지요... 그들을 귀찮게 만드는 것은 어려우나 어렵지 않을 것이다. 라는 것에 그는 움찔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문제죠. 항상 그렇지요?
-명확하지 않으면 명확하지 않을 수 밖에 없으니까요... 허망함과 재해와 어디에도 섞일 수 없는 것처럼 붕 뜬 듯한 존재에게 그는 순간적으로 후회했으나 마음을 다잡았을 것이다.
-모든 것을 토해내 주세요. 그것이 속삭인다. 단 한번을 위해서 라는 듯이. 마음을 다잡고 토해야 합니다.
수경의 오늘 커리큘럼은 연지에서 수행되었습니다. 회피 쪽도 회피지만 능력을 소모하여 일종의 공격을 해내는 것이 어떻게 보일까.. 같은 것이 주된 목적이었기에. 꽤나... 혹독한 편이었지요 하지만.. 다른 점이라면 제대로 하고 있다는 점일까요? 파편화되지 않은 것이라던가...
같이 손을 잡고 헤매던 소년과 소녀는 또다시 길을 잘못 들었고, 서로가 서로의 손을 놓쳤다가, 같은 웅덩이에 풍덩 하고 빠져버리고 말았다. 싸늘한 흙탕물에서 헤어나려 발버둥을 친 끝에 소녀는 소년의 손을 잡는 데에 성공했으나, 소년의 손은 여지껏 한 번도 그랬던 적 없었을 만큼 차가워져 있었다. 성운은 눈을 들고, 나직이, 웃었다.
“내가 무언가를 무서워하면, 그건 그게 나를 힘들게 할 수 있다는 뜻이야··· 내가 말한 적 있을까. 나는 어쩌면 네가 나를 원하는 것만큼 가치있는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네가 과거의 고통에 잠겨 모든 이들이 보는 앞에서 정신을 잃는 것을 막지 못했다. 네가 네 스스로를 갈가리 찢는 것을 막지 못했다. 네가 네 자신을 누군가에게 빼앗기는 것도 막지 못했다. 네가 존재하지 않는 공포에 질려 무너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 매 순간, 그는 매 순간을 그가 얼마나 부질없고, 초라하고, 쓸모없는지 계속 확인받고 있었던 것이다. 유준이 던지려다 차마 그러지 못해 입을 다물었을 그 야멸찬 말들도 그 하나였고.
그 모든 것들에는 그가 어쩔 수가 없었던 저마다의 자명한 이유가 있었으나, 그것이 그 일들이 성운의 가슴속에 상처로 남는 것을 막아줄 방패가 되지는 못했다. 네가 그 소년의 말을 아직 기억하고 있을까. ‘그게 좋은 일만은 아니겠죠. 다른 사람들보다 널 한번 더 보게 될 테고, 네 일에 조금 더 걱정하고, 어쩌면 조금 더 참견하려고 할지도 모르고··· 어떤 궤도에 널 올려두려 할지도 모르고.’ 그리고 고사리 손으로 조심스레 건넨 조그맣고 하찮은 마음들은, 현실의 차가운 빙벽에 족족 부딪혀 남김없이 찌그러졌다. 이제 내밀 게 바닥난 게다.
“매분, 매초, 매순간 그걸 확인받는 건··· 부질없고, 쓸모없고, 의미없다는 걸 계속 확인받는 건··· 힘들더라, 혜우야. 계속 잘못된 선택만을 하고 있다고, 힘겹게 제출한 답안들에 전부 다 빗금이 죽죽 쳐지는 기분은······.”
그리고 이제는 비로소 살아보려는 네 발버둥을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회광반조로 오해하고 말았고, 네가 그것은 오해였다고 정정해주었으나─ 무너져버린 선반의 받침목을 다시 괴었다고, 떨어진 물건들이 저절로 선반으로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선반에 가득 쌓여있던 상처들 아래에 비참하게 깔린 채로, 성운은 숨을 쌕쌕 몰아쉬듯이 조금씩 떨리는 말을 이어갔다.
“혜우야. 나 고백할 게 있어. ···네 옆에 내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지. ······어떤 돌이킬 수 없는 대가를 치르더라도. 나, 그 자리가 따뜻한 햇살 아래였으면 했어··· 꽃바람 흩날리는 나무그늘 아래였으면 했고, 뙤약볕 아래 수영장이었으면 했고, 시원한 바람 불어오는 도서관이었으면 했고, 첫눈 내린 마당의 겨울햇살 아래였으면 했어. 그럴 만한 곳을 너랑 같이 찾고 싶었어. 그런데, 잘 안된다. 아파··· 많이 아파··· 아프다고 말하기 싫었는데··· 내가 어떤 고통을 느껴도 너보다는 덜 아플 테니까 말하기 싫었는데. 꾹 참고, 아무 티도 안 내고··· 멋지게, 너를 데리고 너와 같이 따스한 햇살 아래로 나가고 싶었는데··· 나는, 많은 것을 잘못했고, 많은 길을 잘못 들었고··· 많은 결정을 잘못 내렸지만··· 적어도 이렇게까지 쓸모없고 싶지는 않았는데··· 같이 행복하고 싶었는데···”
성운은 손을 들어서는 네 손을 꼭 잡았다. 차가웠다. 웃는 얼굴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생각만큼, 잘, 안되네.”
내 잘못이야. 하고, 성운은 다시 한번 더 되뇌었다. 네 잘못이야! 하고, 세 개의 얼굴이 질러대는 쩌렁쩌렁한 고함소리가 성운의 머릿속에 울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생각만큼 잘 안되는데도. 번번이 결국 내가 네 옆에 있어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사실만 분명해지는데도··· 그런데도 아직도 나는 너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 어디에 도착하더라도, 네 옆자리에 있을 수만 있다면··· 적어도 그것만이라도······.”
안데르: 그냥 저는 약을 들고 온 것 뿐인걸요. 케이스: 로벨님은 진짜 숨넘어가기 직전에서야 흥미로운 걸 봤다는 듯한 얼굴로 관통된 걸 들고 관찰하다가 해줄 거고 칼리스는 관통된 동월이를 폭행하고(어유 성깔하고는) 관통된 거 최대한 아프게 뽑으려 한 다음에나 해주려 할 것 같았고 저는 말을 잔뜩 한 다음에 했을 것 같았다나요~ 수경주: 그럴것같아서 안데르를 불렀어.
흠 리라는... 그랬구나 할 거 같다!(?) 그때 금이가 힘든 일이 있었다거나 스트레인지로 향하게 된 이유라거나 하는 걸 알게 되면 괴로웠겠다, 하면서 공감해주려고 하겠지만 스트레인지에서 지낸 일 자체는 거기서 살았구나 정도? 담백한 반응이지 않을까! 같이 지낸 아이들 이야기까지 듣게 되면 보고싶냐고 물어볼 것 같기도 하고🤔
>>333 칠라야 나한테 너무 많은 기대를 하는거 아니니 (근 일주일째 지병크리로 앓고있음) 저기서 혜우가 할 말 미리 정리하자면 그래 기다릴게.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괜찮으니까 푹 쉬어. 그 동안 내가 네 옆을 지켜줄게. 네가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내가 네 옆에서 네 곁을 지켜줄게. 네가 얼마나 최악이어도, 지쳐 쓰러져 있어도, 네가 내 유일인 건 변하지 않으니까. 대충 이런 느낌?
>>336 그런 것치곤 하나 만족하셨는데...! 그렇더라도 병은 빨리 나으시길 바라요... 레스는 천천히 주셔도 좋으니까 88 남은 하나는... 성운이의 부정을 한번 더 부정하는 거네요. '네 잘못이 아니야, 부질없지 않아, 쓸모없지 않아, 의미없지 않아' 정도일까요 ...그런 말이 나올 상황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요 👀
정적이란 뭘까? 아무런 소리도 없이 흘러감을 뜻했다. 싸늘함이란 뭘까? 살을 스쳐지나가는 날카로우면서도 차가운 행렬이다. 소외란 뭘까? 모두와 함께함에도 결국 그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이다. 외로움이란 뭘까? 그 모든 것을 알게 된 내가 겪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감정이란 뭘까? 머리로는 알고 있음에도 마음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것이다.
세피아톤의 세상, 더이상 모노크롬으론 남아있지 못하던 빛바램이 끝내 눈물로 얼룩졌다. 참 이상하지... 분명 나에겐 허락받지 못한 것이었을텐데, 심지어 내가 어째서 이러는지도 알지 못하는데, 마치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라는양 흘러나왔다.
...아무래도 좋았다. 고통이라는 것에도 무뎌진지 오래였다. 딱히 통각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두려움이란걸 느끼지 못했기에 다치는 것에도 연연하지 않았고, 쌓여가는 상처만큼 나는 더욱 질기게 살아가고 있었기에 살이 베어져도, 바늘에 찔려도 넘어져 긁힌 상처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익숙해진 물건들이었다. 도망쳐봤자 의미가 없었다. 그렇다면 불필요한 발버둥보단 차라리 체념하고 모두 받아들이는 것이 해결법일지도 모른다.
어느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연구원들도, 내 신변에 문제가 없다면 될대로 되라는 식이었다. 단 한명만 빼고,
그들은 언제나 '어른의 사정'을 들어 나의 삶과 섞이려 하지 않았다. 단 한명만 빼고,
결국 내가 할수 있는 거라곤 빛바래어져 더이상 흰색이라 할수 없는 도화지에 검은색을 덧대어 세상의 다양함을 구별할 뿐이었다. 나에게 칠할수 있는 색을 나누어준 사람은 한명뿐이었기에.
...참 비겁한 어른들이지. 내 몸엔 멋대로 손을 대면서 정작 내가 스스로를 상처입히진 못한다는걸 알고 있었다. 거울을 바라보는 시선이 붉게 물들어갔다. 항상 내가 봐왔던, 나를 다그치던 시선이었다. 왜 하필이면 이런 때에 떠오르는 걸까, 나는 이 사람에게 화를 내고 싶지 않은데, 이 사람이 잘못한게 아닌데, 잘못은 다른 사람들이 했는데...
거울에 손을 뻗어 그것을 지우려고 해봐도 지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붉은 시선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있는 힘껏 주먹을 뻗었다. 더이상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금이 갈때까지 반복했다. 잔뜩 부은 손에서 흘러내리는 것을 닦아내도 여전히 붉은색은 남아있었다. 얼굴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눈만큼은 솔직했으니까,
그나마 내가 할수 있었던건 얼굴을 감싸쥐고 소리를 지르는 것 뿐이다. 어차피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았으니까, 나의 존재를 알리는 절박함은 고요함 속에 자연스레 묻혀갔다.
나는 내 삶을 제대로 부정할 수 있는 방법을 몰랐고, 그나마 할줄 알았던 것은 그 나잇대의 아이들이 할법한 단순 가출뿐이었다. 어차피 집에 있는 어느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으니까, 나에게 뭐라 하는 사람도 없었다.
잔뜩 눌러담았던 것을 풀어내고나면 늘 그렇게 정처없이 떠돌아다녔다. 두려움을 느끼지 못했기에, 겁을 먹을 일도 없었기에, 당연한듯 심야의 네온사인마저 하나둘 사라져가는 거리를 돌아다니다 길이나 공원의 나무에 기대어 앉아있을 뿐이었다.
어느누구도 신경쓰지 않을테니까, 그게 정상인 곳이니까, 신경 쓸 필요도 없으니까, 그저 그렇게 머리를 식히고나면 돌아가 눕는게 일상이었고, 눈을 뜨고나면 푸른색과 붉은 색으로 얼룩진 손을 보고서 나를 다그치는 사람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게 정상이었으니까,
...라는 안일한 생각을 품고서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사치란 걸까? 이젠 혼자만의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겠다는듯, 어느때부턴가 눈을 떠보면 또 다른 아이가 똑같이 나무에 몸을 기댄 채로 옆에 있었다.
한밤중에 집 밖에 있는건 아무렇지도 않다는듯이, 이런 일탈을 하는게 나 혼자만의 전유물은 아니라는듯이, 당연하다는 양 어깃장을 놓았다. 그러면서 칠칠치 못하게 침까지 흘리는건... 혼자만의 세상에 틀어박혀있는 나를 조롱하기 위해 찾아왔다는 걸까?
이거 과거구나 단 한명은 세리쌤일까? 마지막에 등장한 아이는 소녀A 인 것 같고... 토끼굴이 만들어지기 전에 있었던 일이구나 아 나너무심란 🤦♀️ 애린이부모님 이걸 보고 정말 느끼신 게 없습니까? 당신들은 최악의부모에요 화가나다 아기톡기야...🥺🥺🥺🥺🥺🥺 간만에 애린주 글 봐서 좋은데... 슬퍼...
>>363 아마도 지금 성운이가 붕괴한 걸 말씀하신 거겠죠. 불은 꺼질 테고, 슬픔은 혜우가 달래주겠지만, 마음속에 아직 가득 쌓여있는 갑갑함과 분노 같은 것들은... 그대로겠죠. 인위적으로 터칠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폭발하거나 세월에 풍화되길 기다려야 하는 감정들이니 너무 마음쓰지는 마세요. 혜우에게도 해결불가인 문제들이 있는 것과 결이 같은 일이니까요. 여전히 유일이라고 확언해준 덕에 위기는 모면했지만, 혜우의 마음속 이야기를 너무 억지로 긁어낸 것 같다고 생각할 것 같으니(사실이 그랬고요) 아마 다음번에는 좀더 오래 참을 거라 생각해요.
>>364 흐음 아마 혜우랑 같은 결은 아니라고 생각해 혜우는 그 방식이 과격할 뿐이지 제대로 발산해서 해소하고 있는 반면에 성운이는 그대로 누적되고 축적되고만 있는 거잖아 이번 일로 혜우가 그걸 깨달았으니 어쩔수없이 그 부분을 살피게 될 거야 자연스럽게 폭발하거나 시간에 맡겨 풍화시키기에는 너무 많으니까 성운이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혜우는 분명히 말해줬어 참지 말라고 욕심 부려도 된다고 그런거 다 말해달라고 혜우에게 변화를 바란다면 성운이도 함께여야 한다고 생각해 뭐 혜우도 성운이가 겪었던 기분을 느끼게 하고 싶다면야 잠자코 지켜보겠지만
내 손을 잡는 작은 손이 몹시 차가웠다. 겨우 들어올리는 고개짓은 힘겹고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금방이라도 흔들려 까무룩 사라질 것 같았다. 목소리는, 두말 할 것도 없이 희미하고 위태로웠다.
그런 성운이 건네는 말에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전부 아니야."
건네준 모든 것들이,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네가 내게 주었던 모든 것, 전부 그렇지 않았어. 부질없지 않았고, 쓸모 없지 않았고, 의미 없지 않았어."
이제는 나보다 차가워진 손을 내 뺨에 얹었다. 그 살결에 도는 희미한 온기를 그 손에 전해주기 위해.
"네 눈이 줄곧 나를 바라보았기에 내가 이 자리에 있음을 실감했고, 네가 내 걱정을 했기에 나는 내 자신을 비로소 마주볼 수 있었고, 네가 그 모든 아픈 순간에 내 곁을 지켜주었기에 나는 삶을 택할 수 있었어. 네가 준 모든 것이 지금의 나를 이루었어."
뺨에서 손을 내려 내 가슴팍에 얹었다. 그 아래 선명하게 뛰는 심박을 전하기 위해.
"우리가 함께 하는 것에 어떤 대가도 필요 없어. 그저 바라기만 하면 돼. 소망하고, 소원해서, 우리가 스스로 이루면 돼."
나는 성운의 무너진 선반에 내 손을 뻗었다. 혼자 들지 않아도 된다고, 모든 걸 짊어지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응. 기다려줄게. 네가 다시 일어나 걸을 수 있게 될 때까지, 네 옆에서 기다릴게. 네가 지금껏 내게 해줬던 것 이상으로, 이젠 내가 네 옆을 지켜줄게. 얼마를 쉬어도 괜찮아. 아픈 모습, 못난 모습 보여도 좋아. 네가 어떤 최악이라 할 지라도, 지쳐 쓰러져 있어도, 그 모든 순간에도 넌 내 유일이니까. 하나 뿐인 내 작은 별님이니까."
차게 식은 성운의 몸을 추슬러 내 품에 끌어안았다. 내 어깨를 베개 삼아 내어주고 내 품을 소파 삼아 고이 품어주었다. 다리로, 팔로, 자그마한 몸을 감싸고 숨소리조차 들릴 그 사이에 조용히 속삭였다.
"고마워. 성운아. 언제나 내 곁을 지켜줘서. 이렇게 아파 쓰러졌는데도, 그럼에도 나를 사랑해줘서. 이제는 내가 네 곁을 지킬 테니, 마음 놓고 푹 쉬어. 눈 감고, 내게 기대서, 아무 생각 말고 쉬어."
조심히 손을 들어 성운의 눈을 감겨주려 했다. 그리고 성운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쥐고서, 이름 모를 자장가를 작게 흥얼거렸다.
부디 편안한 휴식을 취하길.
당일치 실험을 마치고 연구실을 나오는데 소장님이 나를 부르셨다. 일이 있어 4학구에 가는데 같이 가겠느냐고 물으셨다.
고민할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나는 4학구 미술관으로 가게 되었다.
그 곳에서 새로이 단장되어 돌아온 신데렐라를 만났다. 관람객을 발견하면 유쾌히 부르며 다가오는, 특유의 절뚝이는 걸음이 되려 안심되었다.
"...안녕, 신데렐라. 새 옷이 정말 잘 어울리는 걸."
가까이 다가온 그와 대화를 나눴다. 일상적인, 마치 어제도 만난 듯한 대화였다. 그리고 돌아서 다른 아이들도 만나러 갔다.
한 바퀴 빙 돈 후에 마지막으로 보러 간 건 [Mare]였다.
의사소통이 되지 않고, 움직임조차 없는 작품 앞에서 나는 하염없이 서 있었다. 계속 서 있다보니 다리가 아파 미술관 직원에게 부탁해 간이 의자를 하나 빌렸다. 그걸 그 앞에 두고 앉아 계속 바라보았다.
망막에 새길 듯이, 혹은 무언가 생각하듯이.
이윽고 미술관 직원이 다가와 곧 폐관할 시간이라고 알려주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반납하고 밖으로 나왔다. 때마침 일을 마치신 소장님을 만나 다시 3학구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그런 대화를 나눴다.
"...제가 레벨 5가 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음- 글쎄요. 어떤 의미가 있으면 좋을 것 같나요?"
나는 턱을 괸 채 어둑해지는 창 밖을 보며 대답했다.
"아무 의미도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냥, 필요하면 쓰고, 아니면 있는 줄도 모르는, 그런 것이요."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나요?"
그 질문에 나는 대답했고 소장님은 웃으셨다. 그리고 꼭, 그렇게 되길 바란다고 해주셨다. 그저 그런 대화였다.
모두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아니, '잠시' 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았다. 저지먼트는 어떤 말도 해서는 안됐다. 입 밖으로 무언가를 내뱉는 자의 말로가 어떤건지는 이미 익히 들어왔다. 하지만, 눈앞에서 동료의 죽음을 목격한 자들의 내면은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제 잡졸들은 없다. 그것이 ▮▮▮에게 신경을 쏟고 있을 때 화력을 집중한 저지먼트가 모두 말소했다. 이제, 가장 중요한 적만이 남았다. 일반 개체들은 아무리 말소해도 며칠만 지나면 금세 복구된다. 특수 개체를 모두 말소하고, 해당 지역의 말소 작업을 거쳐야만 비소로 그 괴이는 사라진다. 그러므로, 아무리 많은 일반 개체를 말소했더라도 저것을 말소하지 못하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는 얘기였다. ▮▮▮의 죽음마저도.
다만, 그들이 간과한 것이 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났다곤 하지만,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왔던 그들의 호흡이 여전히 녹슬지 않았을거라 생각한 것. 물론 실제적으로는 녹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입 밖으로 아무 말도 뱉을 수 없는 지금, '소통'의 부재는 꽤나 뼈아픈 손실이었다. 게다가, 그것이 주변에 정신을 흐리게 만드는 기운을 알게 모르게 흩뿌려놓은 덕분에, 안 그래도 부족한 집중도는 더욱 떨어져버렸고...
그것을 향해 달려가던 철현, 혜성의 초음파, 수경이 텔레포트로 날린 거대한 구조물. 모두가 은우의 바람 공격에 의해 이리저리 날아가버렸다.
눈앞에서 동료의 죽음을 목격한 은우의 분노는 강한 바람을 일으켰고, 그로 인해 그것을 향하던 모든 공격이 방향을 잃고 주변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벽에 부딪혀 바닥에 널부러진 철현은, 아무래도 뼈 어딘가가 잘못된 것인지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좀처럼 일어나질 못했고, 바람을 타고 잘못 날아간 초음파와 수경이 날린 구조물들은....
안타깝게도, 그것이 숨겨놓은 미술품을 부숴버리고 말았다.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알아챌 틈도 없이, 자신의 아끼는 애장품이 박살난 것을 알아챈 그것의 표정이 굳어간다. 그리고, 누구라도 아름답다고 말했을만한 그것의 분홍빛 머리칼이 검게 물들었다는 것을 인지했을 때에, 아까 일반 개체가 내지르던 비명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크고 찢어질 듯한 비명이 울려퍼졌다.
그것은 절망이며, 슬픔이며, 집착이었으니. 너희는 이제부터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리라.
모두는 알고 있었다. 이 비명은, 저것이 직접 지르는 비명이 아니다. 그야 저런 평온한 모습과 굳게 다물린 입술로 어떻게 이런 비명을 지른다는 말인가? 하지만 그럼 이 소리는 어디서 들려오는 것인가. 난잡한 상황에서도 베테랑들 답게 머리로는 끊임없이 생각을 이어가고 있었고, 머지않아 하나의 진실에 당도하게 된다.
이건 머릿속에 직접 울리는 것이다. 저것의 마음이 전해져오고있는 것이다. 저것은 심지어, 소실된 그림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낼 생각에 희열을 뿜어내고 있다. 그런 생각이, 무의식이 저지먼트 부원들의 머릿속을 타고 들어온다. 머리가 없는 누군가는 알아채지 못할 생각이었다.
땅이 울리고, 벽에 금이 가고, 천장이 뒤흔들린다. 어떤 커다랗다는 말로도 형언하기 힘든 비명이 모두의 이어플러그를 파고들어, 내부에 있는 고막을 갈기갈기 찢어버린다. 황급히 귀를 막아보지만 그 틈새를 타고 들어오는 소리를 막을 수는 없었다. 순식간에 저지먼트 전원은 청각을 잃었다.
그럼에도 불굴의 의지로 일어난 철현은, 그것에게 달려가 자신의 마지막 힘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묵직한 주먹을 날린다. 아니, 날렸다고 생각했다. 순간적으로 터진 고막과 거대한 소음. 그로 인해 망가져버린 달팽이관은 철현에게 균형감각을 전해주지 못했고, 결국엔 허공에 주먹질을 하며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는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그가 누구인가. 그마저도 뒤늦게나마 알아챈 철현이, 다시 손을 휘저어 그것의 멱살을 잡아내었다. 그것은 과연, 용기인가 만용인가?
여기저기 금이 가 삐그덕거리는 뼈를 무시하며, 신경을 타고 뇌로 전달되는 고통을 무시하며, 철현은 움직였다. 주먹이 뻗어지고 발이 휘둘러진다. 그것은 철현의 공격을 피할 생각이 전혀 없는 양, 그저 웃음지으며 공격을 전부 맞아줄 뿐이었다. 일반인보다 단단한 그것의 피부는 철현의 주먹과, 발에 의해 타격을 입는다. 시퍼런 멍이 생기고 상처가 나 붉은색일지 모를 피가 새어져 나온다. 하지만 단단한 것을 두드리는 철현의 주먹과 발도 성하지 못했다. 으깨진 주먹의 뼈와 발의 뼈는 더 이상 그를 지탱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철현은 마지막 힘을 모아, 어거지로 힘을 내 그것의 멱살을 잡고, 자신의 머리를 휘두른다.
안면에 정확히 들어간 철현의 머리가, 잠시나마 그것에게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게 만든다. 하지만 뒤로 젖혀진 그것의 고개가 저지먼트 부원들에게 향하고, 뒤집어진 그것의 표정을 확인한 저지먼트는 경악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
그 고통마저 행복하다는 듯이 웃고있는 그것의 얼굴은 말 그대로 광기였다.
다시 고개를 든 그것이 철현과 마주하자, 철현은 깨달았다. 자신의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그와 동시에 머리 위에서 위화감을 느낀다. 피할 수 없는 무언가가 떨어지고 있었다. 움직일 수 없고, 피할 수 없다. 뭔진 몰라도 맞으면 확실히 죽을 것이다. 그렇기에 철현은 미소지으며, 저지먼트 대원 모두를 돌아본다.
" 내.... "
쾅, 그것이 유언이었다.
하늘에서 떨어진 빈 액자. 사람만한 크기의 액자. 꽤나 고풍스러운 디자인으로, 미술관에 굉장히 어울리는 프레임이 씌워진 액자가 머리 위로 떨어지고, 당연하게도 그 무거운 액자를 머리로 받아낸 자는 무사할 수 없었다. 강하게 바닥으로 내리꽂힌 반동으로 인해 흩날린 먼지가 걷히자, 그저 액자에 밑에 누군가가 있었다는 듯이, 붉은색 피가 사방으로 튀어 잔해만을 남기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비어있던 캔버스에는 누군가의 그림이 떠오른다. 마치 안개가 낀 듯 제대로 알아볼 수 없는 그림이었지만, 그 액자를 보고있는 모두가 머릿속에 동시에 떠올린 그 그림의 이름은 [부서진 남자]였다.
그것이 웃는다. 자신의 작품을 사랑하는 예술가의 광소였다. 모두가 경악한다. 어라, 너희는 작품을 사랑하지 않아?
숨도 못 쉬고 읽었다. 쭉 지켜보니 진짜 월주가 캐해 천재라는 게 느껴지는데 내가 아직 풀지 않았던 설정까지 끄집어냈음... 철현이가 희생한다는 전개에서 눈물 흘리고... 3학년 동기조가 이렇게 분열된다니 이게 또 맛도리 포인트인데 저 절규가 진짜 저 절규가 하아. 진짜... 너무 맛있음 님이 그냥 태오주 해주면 안 돼???(?)
풀지 않았던 설정이라니 어느 포인트일지 또 궁금해지는군... 🤔 철현이가? 희?생? 이거 소설적 표현으로 풀어드리죠
[그것은 희생이 아니다. 최전선에서 몸을 던져 싸우는 군인들이 '나는 총알받이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을 품을 수는 있으나, '국민들을 위해 희생한다' 라는 생각을 하는것이 아닌, '적들을 물리쳐 다른 이들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 처럼. 단지 최선을 다해, 쓰러트리기 위해 싸웠을 뿐이다. 그 싸움에서 패배한 것 뿐이다. 그는 패배로 하여금 어떤 이득을 얻기 위해 희생한 것이 아니다. 단지 싸우다가 전사했을 뿐인 군인이다. 누군가는 허무한 죽음이라며 비난할지도 모른다. 다만, 그렇다면 허무하지 않은 죽음은 어디에 있는가? 모든 죽음은 허무하다. 다른 누군가의 죽음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나? 정말로?]
■본 보고는 정기보고에 속합니다. 현재 스킬아웃 중, 수상한 집단에 대해 포착되었습니다. 신흥 집단 A는 여기저기, 확장세를 크게 뻗치고 있다고합니다. ■최근 스트레인지 중심가 부근에서 대형 도박장에 대한 소문이 있습니다. 평범한 도박장치곤, 스케일, 소문, 폐쇄성 모두 꽤나 레퍼런스 체크를 따지는 모양입니다.
※(이건 보고 저지먼트 보고서 승인 올리기 전에 삭제해주세요 은우선배. 대충 캐물어본 결과, 신흥 세력의 이름은 율럭키라고해요. 이것저것 캐묻긴 했지만, 딱히 소득은 없었어요. 그리고 도박장같은경우, 꽤...꽤 전문적이에요. 메인 스테이지는 로봇 투기장. 외견은 사람이랑 비슷한것들도 있지만...정말 도박의 요소를 제외하면 아슬아슬하게 선을 안넘지만, 인간형에다가 가감없이 부서지는 바람에 사람들의 쾌감을 말초적으로 자극하는 느낌이애요. 그리고 그 안드로이드들 ai가 미묘하게 좋은건지, 컨트롤러가 진짜 엄청난 실력을 가지고있는건지는 모르겠지만...실전을 거친 저지먼트로써도 꽤나 위협적인 전투 AI였어요. 마치 진짜 사람처럼. 그렇다고 서브 스테이지도 작은편은 아니에요, 블랙잭, 룰렛, 카바라같은 정석적인 녀석들도 꽤나 큰 돈이 왔다갔다해요. 따낸 판돈 1200만원을 일시에 현금으로 지급했어요. 조직규모는 작은편이 아니에요. 카드 영수증은 스트레인지 근교의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 정보상한테 듣기로는 그냥 듣보잡 스킬아웃이 바지사장으로 있는 모양입니다. 아마 그런데가 수십군데는 있을거에요...일단, 자세하겐 모르고, 딱히 여기까지 손뻗치는건 저지먼트 입장에선 오지랖입니다만. 동향은 주시하는게 좋을것같아요.)
보고승인 : 최 은 우[인]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태오주@캡틴@청윤주
자, 여기서 태클걸것, 이건 정하가 몰랐을만하다, 아니면 이거 은우한테 들어가면 굉장히 안될만한거야?! 싶은것들! 말씀해주세요!!
>>482 :0 아니 이게 무어야 (삐명) 미치겠네 내가 지금 반응을 제대로 못하는 게 한일 정도로 맛있고 매운 썰이다...... 레벨 5 소나키네시스의 위험성은 별로 생각 안해봤는데 이렇게 보니 이혜성도 그럭저럭 위험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며 썰 풀어준 정하주에게 감사를 맛있다 쩝쩝
1. 메인 도박장은 스트레인지 제일 깊은 곳에 있다... 내부를 설명하는 건 괜찮지만, 정하가 간 것과 더불어 만일 정하가 계속 서사에 들어올 거라면(환영) 당장은 서브일 확률이 높은데 이 점 괜찮은가...? 1-1. 이렇게 단호하게 메인 도박장이 깊은 곳에 있다고 하는 이유는 현태오 서사에서 메트로폴리스 메인 도박장이 '얕은 곳'에 있었더라면 진작 2학구 끌려가서 뇌 따이고 4학구 의학 박물관에 박제될 서사였기 때문이거든....😏 아니라고? 내가 안희야 때부터 현태오 있었다고 했지. 태휘의 힘조절 실패로 즉사하는 모브라고.
나는 내 캐한테 가차없다.😏
2. 뭐 이건 캡틴이 알아서 판정하겠지만 은우야 쓸어버리지는 말아주라 현태오가 과부되면 난 좀 슬플 것 같아 너도 친구의 알콩달콩(글록과 함께함) 스토리를 응원해줄거지? (은우 봄)(현태오 비설과 내 아슬아슬한 시트를 봄)
파란 스카프와 안경에겐 옥상에서 떠오르는 아침해를 보며 별 의미없는 잡담이나 나누던 평범한 아침이었다. 아래 쪽이 시끌시끌해 내려다보니 어딘가에서 밤을 새고 온 듯한 빨간 스카프와 몇몇 부하들이 있었다.
"쟨 또 어디가서 그렇게 놀고 왔으려나.. 그냥 잠이나 재"
파란 스카프는 빨간 스카프는 늘 저런다며 무시하려고 했지만 안경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파란 스카프의 스카프를 잡곤 끌고 내려갔다.
"으이.. 굳이 그렇게 끌고 내려올 필요가 있어,,? 어쨌든, 빨간 스카프 너.. 뭐하고 왔냐..?" "응..? 음.." "이런 곳이 새로 생기다니! 너무 좋네!!!"
부하들을 끌고 새로 생긴 도박장으로 온 빨간 스카프는 놀자판으로 그동안 약 판매 등으로 번 돈을 판돈에 아낌없이 쏟아붓고 있었다. 그 와중에 들고 온 마약을 주사하는 것도 잊지 않고 놀자판으로 즐기고 있었다.
"오.. 거기 귀여운데..?"
그때, 안드로이드 투기장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고 블랙잭에 적당히 돈을 넣던 민트색 머리의 여자를 보곤 빨간 스카프는 다가가더니 갑자기 어깨동무를 했다. 옆에서 싸움에 열광하던 부하들 중 몇명은 이를 보곤 당황했는지 빨간 스카프를 말리려고 했다.
"야! 방해하지 마!"
빨간 스카프는 손을 휘둘렀다. 능력을 쓴 것도 아니고 그냥 뿌리친 것에 가까웠지만 부하들은 놀라 허둥지둥 물러났다. 그러곤 빨간 스카프는 좀 더 여자에게 무게를 싣곤 말했다.
"안녕? 이름이 뭐야? 난 율럭키라고 요즘 빠르게 크는 단체의 간부거든~. 돈도 많고, 능력도 있어! 독 같은 약물들을 만드는 능력인데... 에이! 다른 몸에 뭐 씌우고 빠르게 달리는 놈이나 머리 좋은 놈, 실하고 바늘 쓰는 놈은 놀릴때 빼곤 다 재미 없단 말야! 너도 우리 조직에 들,,"
도저히 보질 못하겠는 부하들이 다시 뜯어 말리려고 했다. 그때, 정하는 21을 잡으며 블랙잭에서 돈을 땄다.
"오! 뭐야! 그거 대박이네! 와..1!!"
박수를 짝짝짝 쳤다. "어...모르겠어..."
빨간 스카프는 그렇게 말하곤 비틀거리며 자신의 방으로 갔다. 부하들이 귓속말로 조심스래 말하자 안경은 한숨을 쉬며 말했고. 파란 스카프는 부들거리며 화를 냈다.
"...빨간 스카프를 막을 능력자라도 한명 더 스카우트 해야하나.." "이이이이이 망할 약쟁이가!! 그러다 저지먼트가 진압하러 오면 다 죽는다고!!!"
그런데 정말로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제가 저 투기장 관련으로 이것저것 설정을 받았는데 정하가 갈 수 있을만한 곳은 제가 알기로는 합법이거든요. 일단은. 불법적인 루트는 진짜 깊숙한 곳에 가야하는 것으로 아는데 그건 지금의 정하는 들어갈 수 없는 것으로 제가 알고 있는지라...
>>517 사실 정하는 쉬운듯 안쉬운게, 은우는 율럭키쪽은 안건드렸으니까. 그냥 잠입수사나 해볼까? 수틀리면 저지먼트 버스터콜하면 크리에이터도 때려집는데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정도의 안1마인드중이라. 빨간언니가 와서 야 또보네! 너 우리조직 돌아올래? 하면 거절 못하는 정하 특성상 어 어ㅓㅓㅓㅓ....어어러러....네? 뭐 잠입수사하는셈 칠까요? 가 될 가능성이 크다
홧김에 지르는 건 한순간이었고 대가는 가혹했다. 공연 참여를 확정하며 커리큘럼 일정의 조율을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담당 연구원의 탐탁치 않은 표정뿐이었다. 애초에 교내활동을 늘리는 데 있어서 부정적이었으니 당연할지도. 저지먼트야 가입 직후부터 무섭게 레벨이 오르기 시작했으니 원리야 어찌됐든 꾸준한 참여가 이득이라고 판단했겠지만 댄스부는 아니다. 담당 연구원의 눈에 댄스부 활동은 잘 쳐줘야 심적 안정에 조금 도움이 될 뿐인 시간낭비였을 뿐이니까.
그러나 어떻게든 설득을 마치고 나면 리라의 몸에는 이마의 붉은 봉합선 대신 작은 지혈용 반창고만이 남는다. 신경 활성화를 위한 약물 요법이라는데, 적어도 뇌를 지지는 것 만큼 울렁거리진 않는다. 오히려 힘이 넘치는 것 같기도 하고. 덕분에 무난히 연습을 마치고—
다시 아침이 찾아왔다. 전신에 뻗치는 약간의 근육통을 제외하면 꽤 개운한 하루의 시작이다. 리라는 찡찡이의 밥을 챙긴 후 교복을 입고 창문을 열었다. 빗자루를 타고 날아오르면 기분 좋은 가을 바람이 얼굴을 간질인다. 오늘은 꽤 괜찮은 하루가 될 것 같다. 그런 확신이 들었다.
아직 무대에 올라간 게 확정은 아니라는 리라의 말에 지금쯤이면 결정되는 게 보통인 거 같은데 생각해본다. 뭐 그만큼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거겠지, 리라의 말대로 이번에는 리라가 손 댄 부분이 많은 모양이니까.
"너 편한 대로 하면 되겠지. 공연한다고 하면 보러 가려고 하긴 했는데."
물론 리라가 무대에 오르지 않더라도 나쁘진 않았다. 무대에 올라가 있는 시간 대신 아마도 자신과 만나서 이리저리 돌아다니게 되겠지. 그건 그것 나름대로 알차게 보내는 게 아닐까 싶다. 다만 이야기를 더 이어가지는 않았다. 자신이 꺼낸 화제를 리라가 재빠르게 따라왔기 때문이다.
"글쎄, 난 딱히 전시할 작품이 없는데."
다소 투박한 붓글씨를 보며 잘 쓴다고 감탄하던 목소리는 어째서 자신이 감탄했는가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태워버릴 거라고 하면 어떻게 반응하려나.
"내 이름은 아냐."
서예를 할 때 자신의 이름으로 많이들 연습을 하지만 이름에 쓰이는 한자는 난이도가 일정하지 않아서 어떤 사람은 쉽게 쓰는 반면 어떤 사람은 이름을 쓰는 게 고역인 경우도 있다. 랑은 굳이 따지자면 후자에 가깝다. 이름에 획이 많이 필요했으니. 아무튼 쓰여 있는 건 자신의 이름이 아니었기에, 랑은 화선지에 쓰인 동청이라는 글자를 내려다보다가 화선지를 들어올렸다. 팔락, 하는 소리가 작게 들린다.
"얼 동에 푸를 청, 동청이라고 읽는 거야."
유의어는 많다. 얼 동 대신 겨울 동을 쓰더라도 의미는 통한다.
"내 이름은 이렇게 쓰고."
그리 말하며 새로운 화선지 한 장을 꺼내 놓고, 먹물에 붓을 적셔 시원시원하게 글씨를 써 내려간다. 앞서 언급하길 이름을 쓰는 게 쉽진 않은 편이지만 그래도 그만큼 자주, 오래 연습한 것 역시 이름인지라. 삐끗하지 않고 써낼 수 있었다.
뭐어...당장 내가생각하는 암부는 말야. 사람 근육을 찢고 재생시키면 근성장이 되잖아? 그러니까, 적절하게 사지의 근육을 찢는 능력자랑 재생능력자가 함께한다면 그사람이 받을 고통을 제한다면 근육맨으로 만들 수 있는거지. 예를들어 순간이동 능력자가 시야로 닿은 물체를 향해서만 본인포함 닿은 사람들을 텔레포트가 가능하다! 라고하면 그 사람의 눈을 인공눈으로 대체해서 일정한 스팟만 보게만들고, 경량화시킬 부분을 경량화시켜 들거나 메고 다닌다던지... 음, 전연령틱하지 않은 발언이였을지도
제1학구에 잠입. 행정학구에서 흘러나오는 정보는 하나같이 값비싸지만, 그만큼 위험하다. 특히 정책 결정에 관련된 내용이라면, 표면상으로는 언젠가 공표되고 보도되어 대대적인 홍보를 거칠 정보라 해도 '날것'의 상태에서는 인첨공의 온갖 어두운 측면에 닿아 있다. 어떤 연구회사와의 유착, 어떤 반인륜적인 소재의 사용, 어떤 외부 강제력의 개입…. 정보를 원하는 사람들은 그저 테마주로 한몫 잡고 싶을 뿐이지만, 지배자들은 이런 정보가 새어나가길 원치 않는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런 정보를 빼내는 날파리들을 모조리 죽이고 싶어한다.
그래서 오늘은 호위 임무다. 말하자면 정보 조달을 위한 정보 조달, 더 쉽게 설명하면 '망 보기'. 정보원이 원하는 지대에 쳐들어가 정보를 빼내기 전, 빼내는 동안, 그리고 빼낸 뒤 도망칠 때까지, 나는 주변 지대를 전부 파악하고 감시하며 정보 탈취의 위험 요소를 최대한 제거한다. 의뢰인이 어떤 정보를 위해 어디에 침입하며 그 정보의 가치는 얼마인지, 의뢰인이 위기에 처하면 과연 나를 팔아넘기고 도망칠지, 나도 알 수가 없다. 그저 요구하는 구역의 잠재적 위험 요인을 식별할 뿐. "여기는 '키위', 주위 상황은?" 애초에, 정보상인끼리는 서로 본명을 밝히지 않는다. "…여기는 '도도', B 섹터까지 클리어 확인. 타겟 에어리어에 돌입해도 좋습니다." 이상.
보러, 와준다고. 랑의 한마디에 순간 마음이 술렁인다. 불안? 기대? 설렘? 걱정? 어쩌면 그 모든 것이 한데 섞여 심장 틈틈히 스며들었다. 보러 와준다면, 그렇다면... 그렇다면 잘하고 싶다. 가장 잘 하는 걸 제대로 해내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걸 본 랑이 우쿨렐레 연주와 노래를 칭찬해주었을 때처럼 한 마디 건네준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만 같다. 화제는 이미 넘어갔으니 이 주제에 대해 굳이 말을 덧붙이진 않았지만, 그런 생각을 혀 아래 머금고 리라는 살짝 웃었다. 마음에 달린 저울의 무게가 한쪽으로 묵직하게 기울어진다.
"얼 동에 푸를 청, 동청이라..."
곧 이어지는 설명에는 열성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얼 동 자에 푸를 청 자라. 얼어서 푸르다는 걸까, 얼어도 푸르다는 걸까. 낱말의 뜻만 두고 보면 무엇을 지칭하는지 확실히 알 수 없어서 흐음— 하고 짧은 숨을 내쉰 리라는 머잖아 다시 랑을 올려다보았다.
"이 글자는 왜 쓰고 있었어요?"
자유 주제인 상황에서 자연스레 떠오르는 단어가 이름이 아닌 다른 것이라면 어떤 의미로든 특별히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이겠지. 뜻이 마음에 들어서, 만약 그게 아니더라도 다양한 이유로 인상 깊은 탓에 손끝 혀끝에 맴도는 이유가 있을 텐데. 동청이라는 글자가 랑에게 무슨 의미일지 리라는 조금 궁금해졌다.
"우와."
약한 의문을 뒤로 하고 다시 화선지로 돌아간 눈동자는 시원시원하게 그어지는 획과 붓 끝의 움직임, 화선지가 적셔지는 모션 하나하나를 머릿속에 저장한다. 원래 붓이라는 물건은 다루기 어렵다. 그림을 그릴 때는 물론이고 글자를 쓸 때는 더더욱 그렇다. 지나치게 부드러워서 조금만 잘못 조절해도 확 번져버리니까. 때문에 복잡한 한자가 이토록 매끄럽게 눈 앞에서 생성되는 것을 직관하는 경험은 꽤 신선하고, 그래서 대단하게 느껴지고 마는 거다.
"이게 언니 이름이구나~ 예쁘다! 이게 나, 이게 랑. 그렇게 읽는 거 맞죠? 한자 뜻은 뭐예요?"
아직 덜 마른지라 함부로 손댈 수 없어 화선지 위로 손끝만 움찔대던 리라는 이내 실수로 건드리기라도 할까 아예 손을 제 등 뒤로 감춰버렸다.
"이걸로 전시해도 될 거 같은데요? 멋있는데!"
보통 자기 이름을 전시작으로 내세우는 사람이 있는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아니, 그보다 이 자식... 아까부터 랑이 선만 그어도 멋지다고 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게 딱히 빈말처럼 들리지도 않고.
"......아니면 누구한테 선물로 줘도 좋을 거 같고~ 아, 랑이 언니 이름 선물로 받으면 그게 누구든 엄청 좋아할 거 같은데. 그쵸~"
......수동적으로 요구하는 걸 보니 콩깍지든 뭐든 마음에 든 건 확실한 듯하다. 능청스럽게 고개를 기울여 랑과 눈을 맞춘 리라는 이내 웃어버렸다.
"이름 전시하라는 건 농담이에요. 물론 정말 그래도 아주 멋지겠지만! 음~ 보통 뭘 할 때 따로 주제가 정해지지 않았으면 가장 좋아하는 걸 하는 게 제일이잖아요, 그게 하는 재미도 있고요. 저희 같은 경우에는 이번 해 댄스부원들이 다들 동작이 큼직하고 활동적인 안무를 좋아해서 공연도 그런 식으로 구성했어요. 그러니까— 언니가 제일 좋아하는 건 뭐예요? 그걸로 써서 전시해도 좋지 않을까요?"
물론 꼭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만약 한다면 그런 방법도 있으니까~ 가볍게 덧붙이는 목소리는 마냥 즐겁게만 들린다.
>>566 >>573 헤헤헤헤 희희희희!!! 마음에 들어보이니 아주 기분이 조아용~~~ 체격차 부각되는거 넘좋지🤤 신청서 쓸때마다 몹시 신경쓰고 있다구~~ 느껴진다니 매우 영광🤭 의상 오마카세였는데 잘그려주셔서 넘좋구... 후후 후후후 후후 작가님은 의도하시지 않았겠지만(?) 나는 샘플을 보고 이건. 이 배경은. 랑이거다. 하고 넣은 게 맞지롱~~ 폐교 별관 공간 떠올라서 넣은거 맞다!! 그렇게 보면 더 맛있다!!(????)
“어 그래 기억난다. 얼마 전에. 거··· 내가 좀 억울한 문제로 사소한 분쟁을 겪고 있을 때··· 고맙게도 나 도와줬던 거.”
나비날개 뒤에서 정체를 드러낸 얼굴을 보고, 강목은 반갑다는 듯이 알은체를 했다. 그리고 웃는 얼굴 그대로 이마를 찌푸리며, 지금 이 상황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그의 입에서 신랄한 빈정거림이 나왔다.
“그것보다 더 이전에 내가 너한테 그랬었던가 기억이 안 나네? 정히 커리큘럼을 받아도 능력 발현이 안되는 무능력자라면 인천대교 위에서 1인 1회 한정 인생리셋 커리큘럼이라도 해보라고 그랬었는데 진짜 그짓해서 뭐가 진짜 된 건가 그때 제법 그럴듯한 능력 발현해서 좀 놀라긴 했어.”
그는 딱히 지금 상황에서 도망치거나, 피할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은 듯했다. 그에게 있어 서성운이라는 이 작은 저지먼트는 어디까지나 자기 아래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 나비대가리가 너라는 거 알고 나니 좀 웃기기도 하고 골때리기도 하고 그런다? 야, 친구야. 이제 뭐가 되기 시작해서 신나는 건 알겠는데, 너 지금 뭐 건드리고 있는지는 알고서나,” “강목아. 윤강목.”
그렇게 계속 말을 이어가던 강목의 목소리를, 성운의 목소리가 대뜸 뚝 잘랐다. 그 여리여리하고 채 변성기도 안 온 목소리를 가지고 나직하고도 단호하게 날을 세워서, 누가 봐도 말을 뚝 자르는구나, 하고 끼어들어서는, 성운은 자기 말을 이어갔다.
“내가 너랑 이야기하러 온 건 맞는데··· 네 감상 같은 잡담 들을 시간 없거든.” “허!”
강목은 뜬금없이 우스운 것을 본 것마냥 헛웃음을 허허 웃더니, 이빨을 꽉 깨물며 와락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날렵한 눈이 위아래로 흰자위를 드러내며 고압적이고 사나운 얼굴이 되었다.
“친구야. 너랑 나랑 서로 공사다망해서 못 보는 사이에 내가 많이 편해졌나 보다?” “친구라는 건 원래 이렇게 편한 사이 아닐까? 이 자리 만드느라고 네 친구 설득하는 게 퍽 힘들었거든. 그러니까··· 우리 이야기나 좀 하지 않을래, 너한테 꽤 좋은 이야기일 텐데.” “어, 그래, 이야기 좋지. 그런데 우리 서순은 지켜야지, ■만아? 오랜만에 좀 맞자.”
자신의 말이 리라의 마음에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켰는지는 잘 모른 채로 랑은 동청이라는 글자를 왜 쓰고 있었냐는 물음에 잠시 침묵을 지키며 글씨를 쳐다보았다.
"그냥, 태워버리려고."
다소 논리적이지 않은 대답이다. 앞선 질문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 수 없는 그런 대답. 왜 썼느냐? 태워버리려고. 누가 듣는다면 무슨 이런 대화가 다 있느냐 했을지도 모르는 그런 문답이었다. 그럼에도 랑은 개의치 않고 그리 대답했다. 정말 태울 거니까. 그리고 그런 대화는 잠시 미뤄두고 화선지에 쓰인 자신의 이름을 가리키며 읽어보는 리라에게 고갤 끄덕여 준다.
"뭐... 성은 딱히 의미를 두진 않으니까, 랑은 이리 랑 자를 쓰고 있다."
그러니까 늑대다 이 말이다. 세상이 랑을 늑대라고 부르고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간단히 설명을 하고 나서 리라가 선물로 받고 싶다는 듯한 소극적인 어필을 해 오자, 리라의 눈을 마주 바라보다가 말을 이었다.
"마르면 줄게."
그리곤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본다. 곧 종이 칠 시간이 되어간다.
"좋아하는 거라... 이리라를 써서 전시하는 건 좀 신경 쓰이지 않나?"
결국 이름을 전시하는 게 되기도 하고, 자신의 이름도 아니니 아무렇게나 전시할 만한 것도 아니다. 랑은 자신이 가볍게 무슨 말을 한 건지는 잘 이해하지 못한 채로, 아까 치워두었던 화선지(동청이 쓰여 있는)를 집어들고 복도를 쳐다보았다.
옷차림이 한결 가볍다. 품 넓고 화려한 외투를 필참하던 평소와 달리 오늘은 검은 후드집업을 걸쳤다. 머리카락은 볼캡 속에 꾹꾹 눌러 담더니 푹 눌러썼으며, 마스크를 써 비구를 가리고, 비척비척 걸어 2학구와 3학구의 경계 골목을 느릿하게 돌듯 훑었다. 곧 성하제고, 자신이 생각한 하나의 작품을 위해서는 3개월 안에 많은 것을 준비해야만 했다. 일단 헤이커는 졸업할 예정이다. 데 마레의 수복을 지켜보며 개입의 때를 지켜봐야 하고, 그리고 또……. 태오는 눈을 흘기며 어둠 속에 숨었다. 방범용 순찰차가 지나간 탓이다.
"……."
빛이 사라지자 안도하면서도 그렇게 내키지 않는다고 느꼈다. 동시에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승환이 잘 정착시켰던 도덕성이 정작 서휘의 손을 거쳐 이지러진 탓이다. 이런 일을 하면 질타와 할난을 받고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만 한다는 강박과 어차피 될대로 되는 것이 인생인데 무엇 가책을 느끼냐는 자유로움이 서로 내면에서 상충하며 싸우고 있었다. 요 몇달 간은 강박이 이겼다. 저지먼트로 활동하며 섞이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도가 뒤집히고 있었다.
한 순간에 죄인이 영웅이 됐다. 그저 위크니스로 협박 당했다는 이유로 행동은 질타 받을지언정 언젠가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날 것이 뻔하다. 유니온의 새장을 부수고 싶다던 발언도 발언이지만, 자신을 정당화하며 악을 뿌리 뽑겠다는 어중이떠중이의 모임도 신경을 써야만 했다. 악을 뿌리 뽑는다라. 태오는 마스크 속에서 한숨에 가까운 웃음을 흘렸다.
선과 악이 명확하지 못한 곳에서는 무엇이 악이고 무엇이 선인가? 제 잣대로 판단하면 그것이 선이고, 그것이 악이며, 그 행동이 정의이자 신념인가? 태오는 뒤로 돌아 3학구로 향하는 골목으로 들어서며 생각했다. 그렇다면 나도 정의롭겠노라고. 결국 인간은 전부 그런 존재라고. 하여 뒤집힌 판도 내부에서 할 수 있을 정명한 일을 하는 수밖에.
─ 네가 왜 여깄지?
다만 이건 예상 밖이다. 태오는 섬찟한 감각에 뒤를 돌았다. 누구도 없었으나 머리에 꽂힌 소리를 무시할 수 없었다. 이곳은 경계라 한들 2학구고, 하물며 2학구에서 겪은 일은…….
"……하."
태오는 조소를 뱉더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래. 여긴 인첨공이지.
"……."
여긴, 인첨공이지.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른다. 2학구, 2학구에, 미쳤지, 내가 2학구로, 괜한 감상에 젖어 가장 큰 위험을, 가장, 가장 큰 위험을 간과했다. 계획에 미쳐 위험을, 위, 위험을, 2학구, 2학구에─
당신은 토해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토해낸 것에는 감흥이 적은 것처럼 동일한 모습이에요. 당신은 겁을 먹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게 다가와서 당신을 올려다봤습니다. 그게 눈웃음을 쳤지요. 헛됨을 찾아왔으면서 지금 겁을 드신 건가요?
-잊지 마세요. 적당한 피곤함 정도로는 한번뿐이니까요? 뭐. 사람은 잊고 말기에 사람인 것이지만요. 라는 웃음기 섞인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을 겁니다.
어쩌면 그래서, 그것은 그 자신이...한자로 쓰여진다고 하면 딱 그 한자가 쓰여질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당신은 바뀌었고. 그래서 기회를 얻었을 겁니다.
산산조각난 파편! 부품이 사라진 채 서 있는 것들. 아드레날린이 당신의 핏줄을 내달리고 있다. 카지노의 슬롯머신에 앉던 자신과는 작별이라는 것처럼 그것을 외면하지 못하던 이는 홀린 것처럼 투기장으로 내려갔겠지. 피 대신 기름이 흩어질 거란 상상과는 다르게 피를 무척이나 닮은 것이 흩뿌려진다. 하지만 그에 튕기는 것은 금속성 소리를 냈고, 옅은 윤활유의 향은 어딘가 시었다. 당신은 이해하지 못한 채로 손을 뻗었고..유달리 많은 인원. 유달리 이상하리만치 드는 확신...
그리고.
한 안드로이드가 당신을 향해 웃었죠? 한순간이었기에 당신만이 그 표정을 본 것이 분명했지만. 당신은 믿을 수 없었을 겁니다. 안드로이드 간의 투기도 오락성과 예능성과... 그리고 불확실성을 위하여 약한 것들. 강한 것들. 중간적인 것들을 밀어넣는 들끓음이 있는데. 누가 보아도 희생양삼는 것들...일 텐데. 그 흰 웃음을 띄었던 얼굴에 눈이 고정된다. 그리고 귓가에 속삭여지는 것 같은 말이 떠오른 건 우연이었지만 필연이었겠다.
-자신감을 가지는 게 어때요? 어째서 당신의 허리춤에 작은 인형이 있던 걸까요?
그리고 당신의 화려한 역배는 보답을 받았으리다.
-무엇을 보고 있나요? "잃어버린 자. 고독한 자. 해방될 자. 그리고 흐릿한 형체와 미친 존재....겠지요." -전부 그녀로군요? "티는 커리큘럼을 하고 있나요?" -으음. 오늘은 정신적인 부분이지요. -저를 구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아요." -단호하시네요. 그들은 그들이 내려다보는 곳에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지쳐서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요. 누군가는 손을 들어 누군가의 뺨을 올려붙였고. 그도 부족하다는 것처럼 유리...질의 무언가를 던져 맞춘 듯 쨍그랑 하는 소리가 들렸고. 누군가의 머리에 맞아 누군가는 피를 흘렸을 겁니다... 이동시켰기에 잔해는 쓰레기장으로 직행했겠네요. 그렇죠?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성운의 가슴팍께를 노리고 부웅, 하고 미들킥이 날아들었다. 그게 퍽 하고 저 조그만 몸뚱이를 걷어찰 때 그게 케흑 소리를 내며 옆으로 떼굴떼굴 나가떨어지는 것을 보는 게 강목이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한 치의 차이를 두고 허공을 휭 하고 맥없이 가르는 미들킥. 뒤로 딱 한 발짝 살짝 스텝을 밟는 것으로, 성운은 강목에게 두들겨맞을 때면 항상 시작으로 겪던 그 일을 피해낸 것이다. 성운은 한숨을 푹 쉬었다.
“너는··· 진짜 안 변했다.” “어얼─ 우리 쥑쥑이는 못 본 새에 뭔가 좀 늘었다 그지. ···사람 열받게 하는 솜씨가!”
강목은 헛나간 발차기를 깔끔하게 거둬들이고는, 거리를 살짝 좁혀서 이번엔 살짝 찌르듯 하는 발차기를 내질러온다. 성운은 이번에도 내지르는 방향의 바깥 방향으로 몸을 살짝 빼돌리는 것으로 발차기를 피했다.
“아이, 약이라도 처먹었나 이 새■가 띨롱땔롱···”
예전 같았으면 그대로 처맞아 나자빠지고는 뭐라고 말하지 않아도 안 움직이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서 더 때려주기 좋도록 준비하고 있는 모습에 나름대로 흐뭇함을 느꼈던 강목이었다. 그런 강목이기에 이 상황 중 무엇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요즘들어 되는 일이 없는 판에 뭐 맛있는 거라도 먹고 기분전환이라도 하려고 했더니 약속한 친구 대신 옛날에 심심할 때마다 패던 샌드백놈이 나와서는 갑자기 같지도 않게 기어오르는 이 모든 상황이 불쾌하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강목을 주먹을 꺼내들고 사우스포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가볍게 스텝을 밟아서는, 스트레이트 한 대 날려주는 것으로 시작하려 했─
그러나 그 다음 순간, 온 세상이 휘릭 뒤집어지더니 눈앞이 번쩍하는 바람에 강목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일순간 자각하지 못했다. 프로급에서도 통한다고 칭찬받은 스트레이트 펀치인데, 그걸 쏙 피하면서 자기 팔뚝을 팔꿈치에 낀 이 조그만 녀석이 자기 멱살을 덜컥 잡던 장면은 한 박자 늦게 머리속에 떠올랐다. 유도?
그때 덜컥 자기 멱살을 틀어쥐던 손아귀 힘이, 절대로 144cm밖에 안 되는 이 왜소한 체격에서 나올 리가 없다는 것까지도 떠올렸다면 강목은 적어도 이어지는 참변까지는 당하지 않아도 되었을 테다. 그러나 잔뜩 열이 받은 강목의 머리에서 나오는 사고는 거기까지 닿지 못했고, 강목은 눈을 부라리면서 일어서려 했다. 그리고 빠악, 하고, 강목은 몸을 일으키던 무릎에서 느껴지는 격통을 느끼며 몸을 채 다 일으키지 못하고 한쪽 무릎을 꿇은 상태로 주저앉고 말았다. 무릎 위를 발길질로 찍힌 것이다. 강목은 고함을 지르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다음번의 빠악 하는 소리는 무릎이 아니라 강목의 광대뼈에서 울렸다. 한쪽 무릎을 꿇은 강목의 머리를 정확히 노리고 들어온 돌려차기에 클린히트당한 강목은 그대로 옆으로 풀썩 자빠졌다.
그 자리에서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한 일격이지만, 그것은 강목의 뺨에 격통을 남기고 강목을 쓰러뜨렸을 뿐 강목의 의식을 끊지는 못했다. 다리가 짧아서 원심력을 제대로 못 받아 제 위력을 못 내는 건지, 아니면 그 전치 2주 제한규정 때문에 힘을 조절하고 있기라도 한 건지, 그도 아니면 그냥 봐주고 있는 건지··· 세번째 가능성에 생각이 닿자 쓰러진 강목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강목은 땅을 짚은 채로 몸을 일으키지는 않고 낮은 자세로 거의 반쯤 구르다시피 해서, 거리를 벌리고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어깨와 머리 사이 빗장뼈를 노리고 날아드는 성운의 발끝을 보고, 강목은 거의 척수반사적으로 가드를 올렸다. 퍼억.
이게 40kg도 안 되는 저체중 꼬맹이의 발차기가 맞나? 날아차기에 클린히트를 당하는 일은 면했지만, 무게중심도 제대로 못 잡은 상태로 생각하지도 못했던 육중한 발차기를 막은 탓에 강목은 또 무게균형이 깨져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강목아. 일어나. 난 이야기를 하러 왔다니까.”
차분한 목소리가 강목의 귓가를 울렸다.
“쓸데없는 주먹다짐은 그만두자.”
분명 그건 이성적으로 상대를 설득하는 소리로 들렸지만, 열이 오를 대로 오른 강목의 귀에 그것은 너 나한테 못 이기는 ■밥이잖아. 하는 소리로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강목은 모른다. 이미 자신이 성운에게서 괄시를 한 번 당했음을.
성운은 쌍봉을 뽑지도 않았다.
그 사실을 모른 채로, 강목은 눈을 까뒤집고 치켜뜬 시선을 성운에게로 향했다. 그래 처음부터 이렇게 하고 볼걸. 익숙한 것부터 하고 볼걸. 하고, 강목은 성운의 발목을 주 타겟으로 연산을 시작했다.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발목이 덜컥 집어들린 성운이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리도록.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능력 연산을 잘못했나? 강목은 연산을 한번 더 해본다. 그러나 성운의 발목은 그 자리에서 옴짝달싹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 다시 한 번 더─
자기 코앞에서 딱 하고 튕기는 손가락에, 강목은 시선을 들었다. 어느샌가 자박자박 발걸음을 옮겨 눈 앞에 다가선 성운이 강목을 가만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강목아. 쓸데없는 힘싸움 하러 온 거 아니라니까··· 이제 그거 나한테 안 통해.” “너 이새끼. 나한테 무슨 짓 한 거야.” “뭐, 내 발목 잡아들고 거꾸로 매달려고 했는데 안되는 거? 그거 너한테는 아무 짓도 안했어. 그냥 내 능력으로 니 능력을 눌러놓고 있는 것뿐이지.” “···아?” “그러니까 가망없는 짓에 시간 그만 끌고, 강목아. 우리 얘기 좀 하자.” “···뭐 약이라도 처먹고 왔냐? 아니면 뭐 뇌에 불법시술이라도 받았냐. 뭐야. 뭐인 거야.”
그제서야 왜 자신의 능력이 아무런 효과도 내지 못했는지 거의 본능적으로 직감한 강목은, 어처구니를 잃어버린 표정으로 허망하게 성운을 바라보았다. 성운은 쑥스럽게 웃으며 뒤통수를 긁적였다.
“응─ 심신양면으로 좀 많이 굴러다니긴 했어.”
그러다 성운은 얼굴에 웃음기를 싹 지웠다.
“강목아. 난 그런 유치한 짓거리 하기 싫어. 너랑 이야기가 하고 싶을 뿐이야. 그러니까 우리··· 이야기를 좀 하자. 우리 친구잖아. 응?” “하아··· 알았어, 알았다고, 이 새■야. 니 똥 굵다.”
결국 강목은 굴욕을 꾹 참으며 이를 악물고, 거의 항복선언이나 다름없는 말을 내뱉고 말았다. 성운은 그제서야 얼굴에 다시 평소의 웃음기를 띄며, 한쪽으로 고갯짓을 했다. 아직 설치를 하지 않은 새 벤치가 거기에 있었다. 그리고 성운은 시선을 돌렸고, 바로 그때, 강목은 그 때를 노려 성운의 발목에 다시 능력연산을 전개했다. 기습적으로 가해진 능력연산에, 성운은 옛날 그때처럼 휘까닥 뒤집혀올라와서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발목이 붙들린 채로 거꾸로 대롱대롱 매달린 자세가 되었다. 됐어, 먹혔다! 강목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공중에 매달린 채로, 성운은 빙그르 돌아서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강목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강목은 그러거나 말거나, 손을 두둑두둑 풀고 목을 딱딱 돌려보며 성운에게로 아주 여유작작하게 걸어왔다.
“근데 그전에 우리 정산할 건 정산하고 가자, 그렇지? 서로 유감없이?”
그리고 강목은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딱 로우킥으로 후려갈기면 좋을 것 같은 위치에 떠있는 머리를 날리고 로우킥을 부웅, 하고 후려갈겼다.
하지만 그것은, 성운에게 오늘 처음 날린 발차기처럼 허망한 헛발질이 되어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헛날아간 발 위로 어느새 자세를 가다듬고 허공에서 휘릭 몸을 뒤집고 있는 성운이 보였다.
“강목아. 진짜로 정산할 거 다 정산하려면··· 너 나한테 한 일주일 밤낮은 처맞아야 되는 거 알아?”
그 말을 끝으로, 강목은 자신의 턱을 무언가 거대하고 통렬한 압력이 콱, 하고 들이박아오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몸뿐만 아니라 자신의 의식까지 자세와 균형을 잃고 몸과 함께 무너지고 있다는 것까지도.
기절해서 쓰러진 윤강목을 보고, 땅에 착지한 성운은 한숨을 푹 쉬었다. 아아, 이러지는 않으려고 했는데 홧김에 주먹질했네. 하여간에 이놈이고 저놈이고 왜 이렇게 협조를 안 해주는 걸까.
situplay>1596986069>645 원래 어떤 관계였는가 situplay>1597032450>780 한동안 서로 얼굴 못 봤다가, 이젠 서로 어떤 위치에 서있게 되었는가 situplay>1597032487>11 그날 성운이 강목을 구해준 게, 어떤 일을 불러왔는가 situplay>1597032487>647 성운은 왜 다시 강목을 조사해보기로 결정했는가
situplay>1597041438>316 강목이랑 만나려고 situplay>1597041438>318 성운이가 이번주에 한 일 situplay>1597042097>558 그리고 오늘자 훈련의 인트로
보통 왜 썼느냐고 묻는다면 좋아해서, 또는 쓰기 쉬워서, 손에 익어서, 그런 말들이 돌아올 거라고 예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정작 랑의 대답은 리라의 예상 범위를 한참 벗어나 있었다. 앞선 질문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기 어려운 대답. 태워버리려고. 어째서? 하지만 왠지 반사적으로 떠오른 되물음을 입밖으로 곧장 내기는 어려웠다. 그건 또 어째서인가. 글쎄, 잘 모르겠다. 다만 대답이 돌아오기 전 잠깐의 침묵이 신경쓰인다. 얼 동에 푸를 청. 글자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은 이미지인데, 마음에 들지 않을지언정 그냥 파기하는 것도 아니고 태워버린다라.
"이리 랑 자구나~ 흠. 저번에 큰 늑대 된 것도 그렇고 늑대 귀 달렸던 것도 그렇고, 그냥 우연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이름을 따라간 거 같기도 하네요. 우리 언니가 늑대처럼 멋있긴 하지~"
이름부터가 이리 랑이라면 하늘이 점지해 준 이미지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생각해보면 리라 자신도 누리랜드를 갔을 때 무의식적으로 랑에게 줄 머리띠를 늑대 귀 모양 머리띠로 골랐었다. 글자를 보던 고개가 다시 랑에게로 돌아간다. 연한 라벤더색 눈동자가 검은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나 싶더니, 이내 살짝 휘어진다.
"그동안은 '사랑' 에서 따 와서 랑인 줄 알았어요."
그리고 나오는 건 영 실없는 소리다. 동시에 자주 생각하던 것이기도 했다. 사랑, 나랑. 사랑하는 나랑. 뭐 그런 식으로. 사심 가득이긴 해도 나름 어울리지 않나.
—어쨌거나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어필 대성공! 리라는 랑의 서예 작품을 획득했다! 부실을 소란스럽게 하면 안 되기에 환호성은 생략했으나 이미 표정에서부터 기쁨이 흘러넘친다. 잘 가져가서 예쁜 액자에 넣어둘까—...
"......어?"
하지만 이런저런 상상은 뒤이어 날아온 초강력 무자각 공격에 썩둑 끊어지고 말았다. 미소로 가득 차 있던 얼굴이 조금씩 조금씩 붉어진다. 뺨도 코끝도, 이젠 이마도...
"그! 그런가?! 그럴? 수도 있겠구나? 그렇구나아~... 하, 하하... 헤헤."
아. 고장났다. ......아니, 잠깐. 아직 고장나면 안 되는데!
정신 차리자, 이리라. 양 손을 들어 제 뺨을 가볍게 탁탁 친 리라는 옥상에 올라갈 거라는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끄덕인다. 활활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고 싶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태운다' 는 말이 자꾸만 신경쓰였기에.
연구소 일하랴 애들 성하제 연습 봐주랴- 몸이 한 세개는 있어야겠다고,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인첨공이래도 그 바람을 이룰 수는 없어서 오늘도 어김없이 연구소에 출근해 맡은 일을 처리하고 커리큘럼을 짜고 방과 후 쭐레쭐레 들어온 저 길고양이 같은 담당 학생을 연구실에 집어넣었다.
요즘 같은 것만 시킨다며 입이 댓발 나온 걸 못 참고 꼬집어버리긴 했지만.
푸른 머리 살랑이는 뒷모습이 투덜대며 사무실에서 사라지면 비로소 유준에게도 한숨 돌릴 시간이-
삐리리릭!
"...아, 젠장."
소장실 호출이었다.
느릿한 걸음으로 고요한 복도를 지나 영락의 소장실 앞에 도착했다. 들어가기 전 괜히 가운 한 번 털고 가볍게 문을 두드리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어와요, 하고 돌아왔다.
유준이 문을 열고 들어가니 갓 내린 청차의 향이 은은하게 내려 반겨주었다.
"어서오게. 음, 거기 앉아있게나. 이제 따르기만 하면 되니." "예에."
유준은 피곤한 걸 숨기지 않으며 대답하고 소장실의 접대용 소파에 앉았다. 푹 늘어진 유준을 보고 중년의 소장이 후후, 웃었다.
"박 군은 어째 표정 편한 날이 없구나. 그렇게 힘드니?" "말해 뭐합니까. 저 애 보는 거 질색인 거 아시잖슴까." "잘 알지. 그럼에도 영락에서 그 애를 맡을 연구원은 너 뿐인 것도 말이다." "아이고, 뭘 또 시키시려고 벌써부터 비행기를 태우시는지." "나름 칭찬이었다만, 배 꼬아 듣는 것 보니 어지간히도 힘들구나." "어련할까요."
소장은 매끈한 도자기 찻잔에 잘 우린 청차를 따라 들고왔다. 한 잔은 유준의 앞에, 다른 한 잔은 그의 손에 들고서 마주 보는 자리에 앉아 느긋히 한 모금 넘겼다.
유준 역시 곧 자세를 바로잡고 찻잔을 들었다. 한동안 서로 차를 음미하는 시간이 흘러갔다.
그렇게 흐르던 적막의 시간 가운데, 누군가 말의 포문을 열었고 담담한 대화가 나즈막히 이어졌다. 주로 최근의 커리큘럼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래서- 박 군도 모르는 것이군?" "전혀요. 감도 안 잡힙니다." "흐음, 그런가..." "뭔가 수를 써야 합니까?" "아니, 그냥 두자꾸나. 내 들은 것이 없진 않으니, 어떻게든 될 것이란다." "그럼 그런 줄 알겠습니다."
조금은 모호한, 그런 내용도, 살짝 끼어있었다. 한 모금 넘긴 차의 향에 묻혀 사라질 만큼 소소하고 하찮은, 그런 내용이-
꺼져가는 불길. 네 품안에 안겨있는 것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렇게 칭할 수 있겠다. 너무 많은 비바람에 잠겨, 한때 별이었던 빛마저 잃어버린 채로, 초라하게 꺼져가는. 모든 불은 어느 순간에 그렇게 꺼지기 마련이다. 그 불길만큼 따뜻하지 못했던 다른 모든 것들을 등진 채로.
그러나, 네가 그 소년만큼 따뜻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너는 그 소년이 얼마나 따뜻했는지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너는 불가를 떠나거나 불씨에 모래를 끼얹는 대신에, 조금의 부싯깃과 따스한 입김을 불어주는 것을 택했다.
“·········”
성운은 가만히, 네 가슴팍에 내려앉아 있는 자신의 자그만 손을 보았다. 누구의 온도인지 모를 미적지근한 온도 아래에, 나지막이 콩, 콩, 하고 뛰는 박동이, 네가 더불어 건네는 말만큼이나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는 듯했다. 성운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너를 가만히 올려다보던 성운의 눈은 여전히 혼탁했다. 그러나 그 망막 위에 빛무리가 반짝 내려앉는 게 보인다. 어느샌가 창밖으로 먼동이 터 햇살 끄트머리가 방안으로 새어들어오고 있었다.
“······고마워.”
성운은 나직이 덧붙이고는, 붉게 부르트고 새까맣게 기미가 내려앉아 엉망진창이 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아무 저항 없이 네 품안에 봉제인형마냥 폭 안겨들어왔다. 38kg. 네가 기억하고 있는 성운의 몸무게. 그것보다도 성운이 많이, 많이 가벼워져 있는 것만 같았다. 계속 안고 있다 보면, 이것이 네 체온일까, 이 아이의 체온일까. 조금씩조금씩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너는 꺼져가는 불길을 다시 돋우기를 택했다. 그것이 바로 지금 당장 예전처럼 기세좋게 타오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차츰차츰, 천천히, 그것은 불길을 다시 되찾아갈 것이다. 옆에 네가 있으니까. 모닥불은 항상 옆에 있어줄 누군가를 바라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네가 약속해주었으니까. 자신의 옆에 네가 있다는 것을.
"상실자, 고독한 자, 해방된 자, 흐릿한 형체이자 베를 짜는 자, 미쳐있는 인간.... 그리고 결국 패배자이자 끝까지... 최후에 남아있을 자..." "그게 나를 보는 너의 시선이니?" "내려다보는 시선이지요." "그렇구나." "과거는 현재를 만들고, 기억은 증명하지요." "기억을 받아들이고, 기억에 사로잡혀있는 걸까.." "안데르. 그 앨리어스가 마음에 들었을까?" "이건 적어도 제가 선택한 것이니까요." "네게 들이밀어진 것들이 무엇이었지?" "에...., 아우룸..., ...., ......, 아르.., 아크... 같은 것이었지요..." "네가 그런 선택을 할 줄은 몰랐단다. 아쉽구나." ".......싫진 않으셨잖아요..?" "그렇지. 싫은 건 아니었지. 다만 그뿐이란다."
다만 대외적으로 드러나지 않았고 스트레인지 사람들도 모른다! 오로지 나리와 제사장만이! 안다!
메트로폴리스와 여타 스킬아웃의 관계도 알려주자면
메트로폴리스가 유흥거리로 각 스킬아웃을 끌어모으고, 스킬아웃들은 도박장에서 제각기 만남을 가지고 즐기면서 단결시키는 중개자이자 서비스업 비슷한 그런 거. 여타 스킬아웃 조직들은 그런 메트로폴리스를 '중립구역' 처럼 보고 있지 않을까 싶어 :3c 거기서 싸우면 다른 조직들도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나리가 손 까딱여서 대기하고 있던 '머글의 아바다케다브라'를 가진 녀석들이 조져주니까(...) 어찌보면 공생관계겠네 :3~~~
>>0 뒤늦은, 그리고 나 혼자만의 여름방학을 슬슬 끝낼때가 된것같다. 쉬고 놀면서 느낀건데, 역시 나는 내 맘에 안드는건 전부 없애버려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인가봐. 예를들면. 이런것도.
분명히 저번 빨간 스카프는, 이렇게 말했지. '마약'같은것도 판다고말야.
"미안한데, 피부가 갈라져서 부르트는정도는, 보습크림만 바르면 전치로 안쳐서말야. 피부미용의 영역이지. 그렇지 않아? 그러니까. 빨리 말해."
이미 떡진 화장이 다 부르튼, 한 여자아이를 붙잡고 말한다. 이렇게 말하면 조금 악질같지만말야...미안한데 저기가 먼저 칼을 꺼냈다구? 요즘 스트레인지가 많이 물이 흐려졌어. 적어도 지킬건 지키고, 이렇게 쉽게 칼이 왔다갔다 하는덴 아니였는데...한 제작년 부터인가.
하아...
"지금, 상황 파악이 안되나본데, 마약등의 거래는 중죄야. 특수법에 걸린다고. 알아? 그리고 저지먼트는 경찰에서 일정부분 권한을 위임받았고. 이제 알겠어?"
"남은인생. 평생 후회하면서 살고싶어?"
그렇게 말하며 여자의 눈을 본다. 분명 떨리곤 있지만, 딱히 횡설수설하는모습도, 동공의 확장도, 퀭하거나 비현실을 보는듯한 착각도 없어. 내가 주사를 팔에 박고 온몸을 비틀면서 신음을 내는 꼴을 안봤다면, 그리고 그 꼴 그대로 나한테 와서 나한테 이걸 팔려는 모습을 안보였다면, 그리고...저 길다란 손목보호대 아래에, 수많은 칼과 주사자국을 못봤다면. 전혀 의심하지 못했겠지. 동정이 갈 정도야. 하지만, 이 상태로는, 더더욱 많은 희생자를 낼 뿐이야.
"당장말해. 좋은 방법이 있으니까, 저 마약에서 빠져나오고, 뒤탈도 없을거라고 약속해. 말해. 그건 어디서샀어...? 그리고, 그걸 처음 하게된 이유. 말해줘."
빠져나오게 한다는건 진짜야 당장...재워서 이경이랑 여로한테만 데려가도, 마약에 대해선 깔끔하게 잊고 새로 살아갈테니까. 물론, 주변을 한번 싹 정리하고 단체로 조져야겠지만.
>>864 1-2.리얼리티 계열의 능력으로 있을 수는 있겠네요. 일단 능력 리스트 중에서는 없어요.
3.스토리 라인은 괜찮을 것 같네요. 잘 다듬으면 될 것 같아요! 다만 팁을 주자면 지금 저대로만 한다면 솔직히 코뿔소들은 그냥 두면 개이득 아님? ㅋㅋㅋㅋ 이럴 것 같은지라... 확실하게 개입할 이유는 필요할 것 같네요. 저라면 스케일을 키워서 본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시범용으로 3학구의 한 지역만 건드려볼까..ㅋㅋㅋ 식으로 생각을 해볼 것 같지만 어디까지나 팁으로만 생각해주세요!
목화고등학교 댄스부의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눠져 있다. 1부가 끝난 후 타 동아리의 공연이 두어 개 있고, 그 이후에 다른 컨셉의 2부 공연을 진행하는 식이다. 오늘은 1부 공연 안무의 보충 연습을 진행했다. 몸을 움직이다보면 자연스레 열이 오르고 구슬땀이 흐른다.
"이리라, 에너지가 좋다. 오늘은 박자도 안 밀리고." "저 어제 연습 때 박자 밀렸었어요?" "살짝? 엄청 신경 쓸 정도는 아니야. 지금은 다시 잘 하네. 담당 연구원이랑 커리큘럼 이야기는 좀 나눠봤어?" "아~ 응, 대충이요. 적어도 공연 전까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컨디션 난조 겪을 일 없을 거예요." "그럼 다행이구. 참! 우리 단체복 두 개 다 왔어. 리폼 시안 잡아놓은 거 지금 하자." "네! 맡겨만 주세요~"
스케치북을 꺼내고 한 페이지씩 넘겨가며 목화 모양 목걸이와 와펜 등을 그려낸다. 마지막으로 목화솜처럼 몽실몽실한 손목 액세서리와 머리띠까지 그려내면 기본적인 준비는 끝난다. 리라는 댄스부장과 눈빛을 교환한 후 가위를 들었다. 의상 리폼의 시간이다!
MOKA DANCE CLUB 12기 'COTTON CANDY' 1-a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우리의 사이 beautiful 내일도, 내일모레도 기억해, 영원히 반짝일 순간 Wait, wait Hmm, mm, mm Na-na-na, na-na, na-na-na, na-na Na-na-na, na-na-na-na, na, na-na 이렇게 만나서 반가워 내일 또 봐, 안녕
늑대로 만들어버리는 존재가 이름을 살피고 그런 일을 벌였다거나 같은 실없는 생각을 하던 랑은 자신의 눈을 마주보던 리라의 눈이 부드럽게 휘어지는 걸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것도 나쁘진 않은데."
사랑이라. 사랑이라는 말 자체는 한자가 아니니까 그렇게 되면 순우리말 이름이 되겠다. 오히려 그게 좀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신의 글씨를 받아들던 리라의 얼굴이 천천히 빨개지자 눈썹을 살짝 비틀었다. 뭐지? 갑자기 열이라도 나나.
"뭐, 아무튼 그런 것도 있고 해서... 나는 전시에 낼 작품이 없다. 만약 한다고 하면 손이나 팔 같은 곳에 글씨나 써주겠지."
그러면 샘플 정도는 준비해 둬야 할 테니까 그게 전시라면 전시겠다. 자신의 글씨를 보고 써달라는 사람이 올까 같은 생각을 하느라 다른 곳을 보던 랑은 리라가 뺨을 탁탁 치는 소리에 시선을 돌리다가 손을 붙잡혔다.
"그럼 갈까."
랑은 리라의 손을 붙잡은 채로 발걸음을 옮겨 부실을 빠져나왔다. 부장에게는 적당히 눈짓한다. 오늘은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라는 의미긴 했지만 부장이 알아들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오지 않으면 그러려니 하겠지.
그렇게 부실을 뒤로 하고 복도를 걸어 위로 올라가는 계단을 하나하나 밟는다. 옥상에 오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목적지가 달라지는 일은 없었기에 두 사람은 곧 옥상에 도착했을 것이다.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열어젖힌 옥상 문 너머로 보이는 회백색 바닥과 철조망이 씌워진 난간, 그리고 그 너머와 위로 펼쳐진 하늘이 두 사람을 반긴다.
랑은 천천히 옥상 한가운데로 걸어가더니, 주머니에 넣었던 동청이 쓰인 화선지를 꺼내들었다. 내리쬐는 햇빛을 받아 옅게 바닥에 그림자를 만드는 화선지. 랑은 잠시 그 종이를 쳐다보다가 리라에게 시선을 돌렸다.
불이 날아와 부하들을 덮쳤다. 누군가는 머리에 불이 붙어서 놀라고 옷에 불이 붙은 부하는 마구 굴러서 불을 급히 끄려고 했다.
"너희 같은 애들을 태워버려야 스트레스가 풀려서~ 어차피 한 두명 정도는 죽어도 모를거고."
불을 발사한 남자는 멀리서 걸어왔다. 파이로키네시스 능력자, 아마 계속 스트레인지에서 난동을 부린다던, 그 능력자 집단의 멤버인 듯 했다.
"잘가~!"
저벅저벅 다가가던 남자는 손을 뻗곤 불을 모아 다시 한번 발사하려고 했다. 그때, 벽에 큰 구멍을 뚫곤 누군가 튀어나왔다.
"하아..진짜.. 이딴 쓰레기들은 쓰러트려도 계속 나타나네.."
"형님~ 저희도 쓰러트릴 사람은 남겨놓으실.."
파이로키네시스 능력자는 파란 스카프가 능력을 써 무너뜨린 벽에 휘말려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그와 동시에 파이어키네시스 능력자를 뒤따라오던 일렉트로키네시스 능력자는 당황한 듯 뒷걸음질을 치다 파란 스카프에게 달려들었다. 한편, 파이어키네시스 능력자도 완전히 제압이 된 건 아니라 어느새 불을 다 끈 부하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야 이 개.."
일렉트로키네시스 능력자는 바로 능력을 발동해 파란 스카프의 오른쪽 팔에 전기를 흘려보냈다. 파란 스카프는 고통스러워하다 갑자기 힘을 줘 일렉트로키네시스 능력자를 벽에 던졌다. 마치 로프 반동을 하듯 벽에 부딪혔다 튕겨나온 일렉트로키네시스는 파란 스카프에게 얼굴을 두방 맞곤 한번 더 능력을 써서 돌진해 부딪히자 벽에 제대로 부딪히곤 기절했다.
"이.. 벌레들이..!!!" "앗 뜨거!!!"
한편, 부하들은 고전하고 있었다. 파이어키네시스의 한쪽 팔을 붙잡고 다른 한명은 주먹을 날렸지만 파이어가 다시금 뿜어져나와 혼비백산하며 흩어지길 반복했다.
"아우씨.. 겁나 아프네.."
턱을 부여잡던 파이어키네시스 능력자는 뒤에서 인기척을 느끼곤 황급히 불을 발사했지만 이미 능력을 발동해 막이 둘러진 파란 스카프에겐 먹히지 않았다. 결국 제대로 날아가 벽에 처박힌 파이어키네시스 능력자도 기절했다.
"너희 괜찮냐?" "...이 녀석들은 어떻게 할까요..?" "그냥 주민들이 알아서 신고해서 경찰에 넘기든, 연구소에 넘기든 하겠지.." "그.. 약은 불에 타버렸는지 없어져" "아아아아악!!!! 안돼!!!!"
여기저기 그을리고 화상을 입은 부하들은 파란 스카프의 절규에 놀라 황급히 현장을 벗어났다.
"24시간 후에 죽는다면 뭘 하고 싶어?" 태오: "……굳이 24시간을 다 채울 생각은…… 없답니다." "그 이전에 가는 것도…… 실로 현명한 선택이지요……." (태오는 느긋하게 자신의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이제 보니 머리카락을 새끼줄을 꼬는 것처럼 앞으로 매듭짓고 있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뭘 먼저 바로잡을 거야?" 태오: "아, 이전에도……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요." "내 과거를…… 너는 바로잡아야 할 만큼 잘못된 것으로 단정지으니…… 그 편협한 시선에 진저리가 난다고……." "……." "뭐, 네 시선이…… 틀린 건 아니지만요…… 인간은 그런 법이지요. 나와 조금이라도 다르면…… 잘못되었다 판단하니까요. 네 의견은 지당히도…… 옳은 편이란 거예요, 네에." (태오는 당신을 쳐다보다 시선을 먼저 옮겨버렸다.)
"됐다. 각자 갈 길 가자." 태오: "……현명한 선택이군요." < 평상시 "갈 길은 있고?" < 단단히 화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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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애를 죽였어! 그애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서휘: "자주 듣지만, 들을 때마다 놀라운 발언이야, 학생." "잘못이 있어야만 죽는 것이 능사는 아니지. 다만 그건 대외적인 발언이고, 우리 학생은 고양이 친구니 알려주도록 하마." "네 친구가 내게 빚을 졌단다. 아주- 많은 빚을. 이자는 불어가고, 일은 안 하고, 그렇게 갚지도 못하는 주제에 거래를 요청하는 용기가 가상하여 들어주었더니 은혜도 모르고 먹고 튀려 하는데 그럼 내 짭새에게 넘기리? 스트레인지 사람이?" "어때, 정당한 명분이지? 네 친구라 믿던 것의 뒷면은 그리도 추악했단다. 그런 것에게 딱 맞는 최후지."
"어쩌다 그렇게 예의가 없게 된 거야?" 서휘: "얘, 거울 보고 다시 얘기하렴. 나 정도면 인첨공에서 상위에 드는 인품이라 생각하는데."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 주는 제일 큰 애정 표현은?" 서휘: "……." (서휘는 시선을 돌렸다.) (시선 끝에선 태오가 제 어깨를 손으로 문지르며 욕을 씹어 삼키고 있었다.) "요즘 애들은 고자극이니 상상의 맛이니 하는데 내가 굳이 말 안 해도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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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오늘 너무 스트레스받았어..." 한결: [어떤 일이 있었는지 훌훌 털어놓아줄 수 있을까요? 들어줄 테니까요. 풀고 싶은 만큼 풀고, 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요. 오늘 힘든 일이 있었다면, 그만큼 풀어야죠.]
"처음으로 죽여 버리고 싶다고 생각했던 사람은 누구였어?" 한결: […….] [부모님이요.] [그 당시에는 너무나도 미웠어요. 지금도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이젠 밉지 않네요.] [……남이니까요.]
"이제 그만 나를 놓아 줘. 라는 말을 들으면?" 한결: (한결은 침묵하더니 그저 미소만 지었다.)
복도를 가로지르는 동안에도 한번 달아오른 얼굴의 열기는 가실 줄을 몰랐다. 그들이 복도를 거닐며 어떤 말을 나누었던, 혹은 그렇지 않았더라도 리라의 뺨은 여전히 붉은색 수채 물감을 번져놓은 것처럼 눈에 띄게 발그레 했을 것이다. 서예부실에서 나오기 전에 확인했던 랑의 반응을 보면 정작 심장을 터뜨린 장본인은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여기까지 생각이 닿으면 태연한 상대의 얼굴을 본인와 비슷한 색깔로 물들여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올라온다. 물론 당장 갚아줄 생각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리라는 오늘의 일을 기억할 것이다. 무자각 하트 어택, 완전 유죄!
그럼 자체 홍보도 되고 괜찮지 않을까. 그런 말도 흘러가듯 던지고 나면 어느새 옥상 문도 코앞이다. 덜컹 소리와 문이 열리면 슬슬 가을 냄새를 짙게 품고 휘날리는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리라는 여름보다 훨씬 덜 무겁고 한결 맑아진 공기를 한숨 깊이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응, 당연하지! 어디 보자... 여기 있네요. 성냥."
그제서야 얼굴의 열기도 조금씩 가라앉으니, 리라는 랑과 함께 옥상 한가운데로 자리를 옮겨간 후 랑의 주머니에서 성냥 한 갑을 꺼냈다. 그러고 보면 성냥은 왜 가지고 다니는 걸까. 적어도 리라가 알기론 랑은 흡연자도 아니었고, 흡연자더라도 보통은 라이터를 들고 다니지 않나. 성냥갑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많이 보지 못했다. 정말 그저 종이를 매번 태우기 위해서 들고 다니는 걸까? 그렇다면 왜? 랑에게 성냥갑을 내밀던 리라는 문득 손을 내려 동청이 쓰인 화선지를 톡 건드려 보았다.
"매번 이렇게 태우는 거예요? 이 글자만? 아니면 다른 것도?"
얼 동에 푸를 청.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시선은 그 글자에서 한동안 떨어지지 않았다. 처음엔 특별히 좋아하는 단어 같은 것일 줄 알았는데, 이제 보면 좋아한다기보다는.
"부실 휴지통 보니까 다른 사람들은 망친 글씨 그냥 버리기도 하는 거 같던데. 게다가 언니 건 망쳤다기엔 글씨가 단정하고... 꼭 태워야 하는 이유가 있어요? 하지 말라는 건 아닌데 그냥 궁금해서."
싫어하는 건가? 이 글자가, 이 한자 두 개가 뜻하는 바가 뭐길래. 그런 생각과 함께 성냥갑에서 빠져나온 성냥 하나를 집어든 리라는 이내 그것을 랑에게 건넨다.
"손 안 데이게 조심해야 해요!"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드럼통 같은 곳에 넣어서 태울 줄 알았는데—지금 생각해보면 학교에 그런 게 막 굴러다닐 리가 없다.—보아하니 맨손으로 태우려는 모양이다. 불, 싫어하지 않았나. 괜찮은 건가. 얕게 깔린 걱정 뒤로 서늘한 바람이 분다.
지금 감기 숙주 상태라 반응이 영 좋지 못한데 양해를 하냐냥도 글씨 못쓰는구나 쀼장 우린 동지에요(하파) 설향이가 한양이 서예 번역해주면 되겠다(?)
후 그리고 태오야 무슨소리니 24시간 지날때까지 못 죽게 할 것이다 이이싸람아~~~~🥺 와중에 서휘씨 상상의 맛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빵터졌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기어깨괴롭히지마세욧~!!!(?) 앤드 한결쌤 첫인상의 말랑함을 유지하면서 집착스위치 on이라니 이거이거 맛도리내요 마히다🤤 단단다람쥐와 하얀짱큰뱀의 집착을 받는 분홍 뱜미
그 사이에 유죄 판결까지 내려졌다는 건 꿈에도 모른 채 리라와 함께 옥상에 오른다. 몸에 글씨를 써주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자랑해야겠다는 말에는 피식 하고 웃을 뿐이다. 그러고 보니까 피부에는 딱히 써본 적 없는 것 같은데. 연습이라도 해야 하나.
아무튼, 옥상에 올라와서 성냥을 꺼내달라는 부탁을 하자. 리라는 별 어려움 없이 성냥을 꺼내서 랑에게 건넸다. 랑은 성냥갑을 받아들고, 잠시 리라에게 화선지를 내민다.
"잠깐 들고 있어."
그리곤 성냥갑을 한 번 흔들어 안에 성냥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달그락. 하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적어도 한 개비 정도는 남아있는 것 같다. 그제서야 성냥갑을 열어 안에 있던 성냥을 꺼내 든 랑은, 성냥에 불을 붙이기 전에 매번 이렇게 글씨를 태우는 거냐는 리라의 질문이 들려오자 고갤 저었다.
"굳이 태우러 오는 건 이거 정도. 다른 건 못 썼다 싶으면 그냥 버리는 거지."
그리고는 태워야 하는 이유가 있느냐 묻자.
"...미신 같은 거지, 저주라든가."
감정이 실려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런 점에서 마냥 농담 같지도 않은 대답을 하던 랑은 성냥을 성냥갑에 탁 하고 쳐 불을 붙였다.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불타는 성냥, 잠깐 움찔하는 느낌도 있었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는 듯 랑은 리라에게 건넸던 화선지를 돌려받아 끝부터 불태우기 시작했다. 화선지는 얇았기에 불타는 소리 같은 건 들리지 않았다. 주변이 정말 조용했다면 들렸을지도 모르지만, 옅게나마 바람이 불고 있는 옥상에서는 들을 수 없는 소리일 것이다.
그럼에도 화르륵, 하는 것이 들리는 것처럼 불은 빠르게 화선지를 물어뜯고 글씨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랑이 붙잡고 있는 부분에 어느 정도 가까워졌을 때, 랑은 손을 높이 들고는 그대로 화선지를 놓아 버렸다. 바람에 흔들리던 화선지는 유일하게 그것을 고정하고 있던 힘이 사라지자 불꽃에게서 벗어나려는 듯 솟구쳤다.
그런 움직임이 무색하게도 불꽃은 악착같이 따라붙어, 결국에는 한 줌의 재만 뱉어내고 사라진다. 그렇게 불타 없어진 화선지가 마지막으로 있었던 허공을 가만히 쳐다보던 랑은, 리라에게 시선을 돌렸다.
>>968 ㅋㅋㅋㅋㅋㅋㅋ응 맞다! 하기로 했으니 아주 열심히 해보일거래~~ 후후 태오는... 리라의 선배에게 휘말려...... 그렇게 됐다(?) 아니 길티챌린지 듀엣ㅋㅋㅋㅋㅋ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밌긴 한데 리라 나리(태오네 나리)한테 슥삭되는거 아니냐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