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앞서 했던 생각 중에 그런 생각도 있었다. 이 얘기를 하면 분명히 관심을 끌 거라고. 리라가 아니어도 비슷했겠지만 리라라서 나오는 반응도 있겠거니- 미리 예상을 해둔 덕에 리라의 반응을 무던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
"성운이는 피아노에요. 전에, 관심을 보이길래 아는 선생님을 연결해서 레슨을 붙였더니, 실력이 금방 늘어서요. 그대로 두기도 아까우니까요."
생각해보니 일종의 데뷔 무대 같은게 되는 거 같기도 하고. 연필 끝으로 볼을 꾹 누르며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가 되돌렸다. 합주 얘기에 온 신경이 쏠린 리라에게 뒷전이 된 찡찡이가 탈삭 눕는게 시야 한켠에 보여서 피식 웃었다.
"뭐- 보다시피요. 그 넓은 무대에 그랜드 피아노와 첼로 딱 둘만 올라가면 빈 공간이 너무 많고, 지루한 클래식 연주를 할 것도 아니고."
그러니 무대에 오브젝트를 배치한다던가 어떤 연출을 넣는다던가 하려는데 이미지만 두루뭉실할 뿐, 명확한 윤곽이 잡히지 않아 고심하던 중이었다.
"선배님은 뭐 하시는 거 없나요."
담담히 대화를 이어가며 연습장 구석에 단어 몇 개를 휘갈겼다. 의상, 조명, 배경? 등등이었다.
아메는 그대로 내 등에 기대 낮잠이라도 자려나 싶었지만 나도 리라도 신경 쓰지 않으니 슬그머니 일어나서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뾰족 솟은 귀 한 쪽과 까만 눈 한 쪽만 내밀고 리라를 빤히 보다가 돗자리 한 켠에 드러누운 찡찡이를 보았다. 까만 눈을 깜빡거리던 아메는, 먹다 남은 닭가슴살 간식을 물고 찡찡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찡찡이 앞에 간식을 놓고 조금 뒤로 가더니 엎드려서 찡찡이를 또 빤히 보았다. 꼬리를 흔들거나 헥헥대지도 않고, 그냥 가만히 쳐다볼 뿐이었다.
이제 막 훈련을 위해 격리구역 안으로 들어선 그녀가 잠깐 들어가려던 발걸음을 멈추며 의아한 표정으로 여성쪽에 시선을 두었다.
"왜 그러니?" "오늘은 뭔가 다른거 같슴다?" "음... 글쎄? 그동안 했던 훈련 방식하고 별로 다를게 없는거 같은데?" "그치만 더미가 아니라 타겟들뿐인데여? 증말 이게 어제 했던 수준의 난이도가 맞슴까?" "글쎄 맞대도~? 일단 들어가보셔~" "스읍... 먼가 사기당한 기낌이 낌서낌낌인데여..." [무슨 버퍼링 걸린것마냥 말하고 있거든,]
실험실 한켠에 구비된 사무용 의자에 앉아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한손으론 익숙한 토끼를 쓰다듬는, 그리고 다른 한손으론 막대사탕을 들고 있는 여학생이 농담 반 핀잔 반인 목소리를 덧붙였을까? 그것 때문인지, 아니면 너무 의자를 돌리고 있다 생각했는지 어느새 쓰다듬고 있는 손가락을 깨무는 토끼였다.
[아야야야!] "1편에선 모자던지고 2편에선 풍선껌으로 로프액션 하는 게임 주인공 생각나네여." [우이씨... 이 모자도 한번 맞아볼래?] "베에~"
물론 여학생도 쓰고 있던 모자를 던질 일은 없었지만 그녀도 행여나 맞을까 혀를 빼물면서 안으로 도망쳤다. 다만 격리실의 문이 완전히 닫힌 순간...
"머야, 왜 바닥에 점멸등이 타일마냥 있는 검까? 게다가 깜박이구 있어여." "......☆" "...슬마..."
이상한 불빛이 여기저기서 깜박이는 것에 불길함을 느껴 멀쩡한 바닥을 밟고 있었던 그녀의 선택이 옳았을까, 고정하고 있던 봉들이 일제히 분리되며 떨어진 타일들중 몇개는 2층은 족히 되어보이는 바닥으로 추락해 요란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더미는 아직 이정도까지 민첩하게 반응할수 없으니까~ 용암피하기 게임, 알지?"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그건 어디까지나 게임이잖아여! 이건 리얼이잖아여!" "어머, 다 무너져가는 건물에서 탈출하는 법도 깨우쳤던 애가?" [ㄹㅇㅋㅋ거든.] "그런거 안한지 1년 가까이 되었거덩여!!! 게다가 그때는 잡을만한 뭐라두 있었거덩여!!!" "아무튼 비상상황엔 다 대비해두었으니까 안심하렴~" "안심하구 싶어두 밑에서 바람이 솔솔 부는데여!!!" "아, 그러고보니 이쪽구역 아래에 뭐 있었지?" [에어로키네시스 훈련용 블럭이었던걸로 기억하거든.] "뭐, 점례 너라면 이정도는 할수 있지 않니?" [앞으로 어떤 상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리마인드 하는 것도 나쁘지 않거든.] "이게 학교 수업이었음 난리났을 검다!" [뭐래, 여긴 연구소거든.] "ㄹㅇㅋㅋ네요~♥︎" [쟨 왜 또 저기 아래에 있는 건지 모르겠거든...] "아아, 정말 절경이네요~♥︎ 오늘 일은 절대로 못잊을거 같아요~♥︎" "...... 환장하겠네 징쟈..."
>>115 어쩌면 서연이가 가장 일반적인 반응이 아닐까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딱히 편 안 들어준다고 해서 은우가 막 섭섭하게 생각하거나 하진 않을 거예요! 은우도 자신의 힘이 얼마나 위험하고 무서운 것인지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렇기에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서연이의 반응도 말이에요!
언제나와 같이, 헤드기어를 쓰고 목에 호스를 꼽은 채로, 알터의 훈련실에서 계수 강화 훈련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과녁을 향해 주변에 생성된 사물들이 맹렬히 빨려들어가 부딪히는 모습을 보다가, 성운은 다른 생각을 떠올렸다.
이런 식이라고 하면 투사체를 발사하는 타입의 다른 부원들의 명중률을 향상시켜줄 수 있지 않을까? 로운이라던가, 이경이의 화살이라던가, 리라가 만들어 던지는 이런저런 물체들이라던가, 동월이나 태진 선배처럼 근접공격을 주로 하는 대원들이 상대에게 훨씬 빠르고 쉽게 접근할 수도 있을 테고─ 청윤이의 공기탄도!
“성운아, 뭔가 문제 있니?”
성운이 중력 조정을 멈추고 생각에 빠져있자, 마이크로 성운을 향한 목소리가 들렸다. 성운은 잠깐 생각하더니, 어─ 하면서, 일부러 어리숙한 소리를 내며 관측창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순박하고 착실한 모범생 연기를 했다.
“이거 말이죠, 다른 사람들이 능력으로 만들어낸 물건도 유도시킬 수 있는 거죠.”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을 게다.” “그러면 아빠, 저, 우리 저지먼트에 청윤이라는 애가 있는데─”
서헌오 박사는 뇌전단 스캐닝 결과지를 바라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스캔 장면에 아무것도 찍혀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상하네, 하고 생각하면서 서헌오 박사는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의 전공은 뇌신경계였지 기계가 아니었기에, 전문 기사에게 문의도 해보았으나 뇌전단 스캐닝 장치에 이상이 없다는 대답만이 돌아올 뿐이다.
서헌오 박사는 몰랐다. 성운이 몰래 뇌전단 스캐닝 장치 내부를 뜯어보았음을. 그 장치의 설계도도 조회해보았음을.
그리고 스캐닝 장치가 작동할 때, 성운이 중력을 조정해 스캐닝 필터를 잠깐 옆으로 치워놓았다가 스캐닝이 끝나면 필터를 원래대로 되돌려놓는 꼼수를 부리고 있음을.
무언가 성운에게 특별한 내성이 생긴 것도 아니고 기계에 특별한 오류가 생긴 것도 아니다.
작은 얕은 수였다.
서헌오 박사가 결과지를 보며 고심하고 있을 때, 성운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박사는 결과지를 내려놓고는, 소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무슨 고민 있으세요? 안색이 안 좋으세요.” “─별거 아니다. 기계장치에 사소한 오류가 있을 뿐이야. 전문가에게 한번 더 문의해봐야겠구나.”
성운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아니라는 것처럼 여상스레 있다가, 입을 열었다.
“현태오 선배님이.” “······!”
서헌오 박사의 안색이 흠칫 놀란 색으로 바뀌었다. 성운의 얼굴은,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다는 듯 평온하게 웃고 있는 얼굴 그대로였다.
눈에 띈다라──. 확실히 백청이 선호하는 상황은 아니다. 날아서 이동한다니, 하울의 움직이는 성도 아니고…. 백청의 능력이 레벨 3에만 달했어도 부끄러움을 감수하는 건 한 명이면 충분했겠지만, 그건 지금으로서는 한없이 요원한 이야기다.
노을 속으로 걸어가면서, 백청은 부부장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다. 퍼스트 클래스가 인첨공의 최상부와 닿아 있으리라는 생각은 누구나 한 번쯤은 하는 것. 그러니 부장의 초능력을 복제한 AI 따위도 만들 수 있었겠지. 하지만 그것이 유착인지, 복종 관계인지, 아니면 상호 투쟁하는 관계인지는 퍼스트 클래스 본인에게 물어보지 않으면 영영 알 수가 없다. 최소한 그 집단이 '그림자'라고 지칭되는 명확한 실체라는 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저지먼트는 충분히 많은 것을 알아냈다. 인첨공의 많은 암부 세력 중 하나에 불과한 집단으로부터, 하나하나 단서의 실을 연결하며 도달해 갈 수 있는 목적지가 되었으니까.
백청의 관심을 끈 것은 유토피아 프로젝트에 관한 내용이었다. 퍼스트 클래스들을 상대로 싸움을 거는 건 보통 인간의 배짱으로는 불가능한 일. "…제 직관과는 다른 방식이네요. 만약 제가 인첨공의 고위 지배층이고, 퍼스트 클래스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싶었다면, 어떻게든 그들을 시민들의 눈으로부터 격리하고 분리시키려고 애썼을 텐데요. 긍정적인 시선이든 부정적인 시선이든, '주목'이라는 건 어쨌든 강력한 무기가 되니까요. 이를테면… 퍼스트 클래스가 대중의 악당이 되는 순간, 그들은 '무시'나 '멸시'가 아니라 '공포의 대상'이 되지 않나요? 그건… '약한 입지'가 아닐 텐데."
단순히 생각하면 '인첨공의 최상위 엘리트'라는 지위로부터 그들을 끌어내려서 입지를 약하게 만들려는 계획일 것이다. 백청도 그 설명으로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다른 추리를 덧붙이는 것은 억지이리라고도… 하지만 '직업병'의 영향으로 백청은 끊임없이 의심하고 또 의심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작전의 실패를 보복하기 위해 부부장에게 자객을 보냈다? 한 학구를 통째로 몰살할 계획을 꾸리는 인간들이, 고작 자존심이 상한 걸로 그런 일을 벌일까…?' 그 결과 뇌가 뜨거워지고, 사고가 과부하되고, 결국은 고개를 휘저어 지나친 의심을 거두기에 이른다. 아주 천천히. "…휴, 지금 고민해도 답은 나오지 않겠죠. 이럴 때 차가 필요한데."
어느새 병원에 도착했다. 커리큘럼에 시달리는 환자들이 넘쳐나는 인첨공의 특성상 병원이 스타벅스만큼 많기도 하지만, 학교가 병세권에 위치한다는 건 정말 큰 메리트다…. 백청은 고개를 끄덕이고 자동문 너머로 향했다.
피아노라! 답변을 들은 즉시 리라는 피아노 앞에 앉은 그의 친구와 첼로를 쥔 혜우가 무대 위에 올라 합주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공연이 진행될 무대는 댄스부 프로그램의 동선을 맞추기 위해 몇 번이고 올라가 본 적 있으니 머릿속으로 그려내기도 어렵지 않다.
"확실히 그렇죠. 축제 공연이기도 하니 텅 비워놓는 것보다는 적당히 꾸며주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으음..."
의상, 조명, 배경. 혜우가 메모한 글자를 가만히 바라보던 리라의 머릿속에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물론 아직 무슨 주제로 무대를 꾸밀지도 결정되지 않았으니 입 밖으로 내는 건 시기상조지만, 그렇지만—
"만약 나중에 무대 꾸미는 거 도와줄 사람 필요하면 저 불러줘요. 이런 거 좋아하고, 익숙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두 사람 공연하는 곳 꾸미는 데 거들 수 있으면 꽤 기쁠 것 같거든요."
권유 정도는 해볼 수 있지 않은가. 리라는 연필로 그려진 무대 구성 스케치를 가만히 응시하다가 이내 혜우의 눈을 바라보며 살짝 웃었다. 여름 중순 즈음 우연히 성운의 집에 방문했을 적 들었던 이야기들은 리라의 머릿속에 여전히 남아있었으니, 다만 두 사람이 행복하게 이번 축제를 즐기고 여러 근심 걱정을 털어냈으면 한다. 오지랖이라고 한다면 대꾸할 말이 없긴 하지만... 뭐. 사람이 살다 보면 오지랖도 부리고 그러는 거지. 그러나 줄줄 나오던 말은 뒤이은 혜우의 물음에 일시정지 한다.
"음~ 댄스부에서 댄스 공연을 준비하고 있긴 해요. 아직 참여가 확정된 건 아니지만 어떻게 될 지 몰라서 연습은 계속 나가고 있답니다~"
공연 준비에 손 안 댄 곳이 없으면서 참여 미확정이라니. 스스로 뱉어놓고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구태여 덧붙이지는 않았다. 아마 혜우라면 리라의 참여 여부가 불확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하지 않아도 어느정도는 알 수 있을 테니까.
"어쨌든 기대되네요. 성하제는 작년도 화려했지만 올해는 특히 더 볼거리가 많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서요. 꺽 즐거운 한때가 됐으면 좋겠다."
특히 혜우 후배님과 성운이 두 사람에게. 그런 말을 장난스레 덧붙이며 웃어보인다.
와중에 찡찡이는 먹다 남은 닭가슴살 간식을 물고 다가오는 아메와 눈이 마주쳤다. 까만 눈동자와 노란 눈동자가 서로를 탐색하다 보면 곧 앞에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 놓이게 된다. 찡찡이는 조금 물러나 엎드린 아메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내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면서 눈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드러누운 몸을 굴려 일어난 후 닭가슴살을 손으로 잡아 챱챱 뜯어먹기 시작했다. 챱챱. 고기 먹는 소리에 리라의 고개가 문득 연습장을 떠나 찡찡이에게로 돌아갔다.
'나에 대한 정보'라고…? 이름 김장수, 나이는 열다섯 살. 성별은 불명. 좋아하는 먹거리는 복어회, 싫어하는 건 콩고기로 만든 복어회. 독일 쾨니히스베르크에서 태어나 세계를 떠돌다가 허리케인에 휘말려 바다에 표류했고, 구로시오 해류를 타고 둥둥 떠서 인천에 오게 되었지. 인첨공 앞바다에 내가 처음 떠내려왔을 때 거대한 사이다 병에 들어 있었다고 해. 할머니가 만들어 주신 수수경단을 먹고 레벨3의 '애니멀 토킹' 능력으로 개, 전갈, 코끼리를 길들여서 강화도에 있는 오니를 퇴치하고 왔단다.
이게 정보원의 기본 중 기본, '정보 교란'이야. 방금 나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사이에 섞어서 말했지만, 전반적인 내용이 터무니없는 허풍이라서 너는 무엇이 진실인지도 모른 채 그 사실을 평생 놓친 상태로 살아가게 되겠지. 그리고 방금 이 말 때문에 네가 괜히 머리를 싸매고 잠을 설치는 동안, 나는 정말로 중요한 것을 훔쳐서 달아나는 거야──이상.
스트레인지에서도 음식을 팔거나 하는 노점상들은 존재한다. 보통은 영역에 들면 보호비라는 방식의 상납금을 적당히 받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보통 그 정도 크기의 조직들은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버는 경우가 많았고, 자경단 편을 들면 골치 아파지니 받는 만큼 추가적인 편의를 들어주는 경우도 많았다. 당연히 보호비를 냈으니, 질 나쁜 양아치가 나타나면 쫓아내는 식의 최소한의 활동을 해주는 것도 당연했고 말이다.
"참.. 바쁘네.."
오늘도 한바탕 하고 자기 자리에 누운 파란 스카프는 천장을 바라보며 이 참에 명상이라도 배워 정신을 안정시킬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부하가 헐래벌떡 들어왔다.
"큰일 났습니다!" "또 왜..?" "갑자기 무슨 알 수 없는 사람이 나타나더니 무단취식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뭐? 아니 뭔.. 그 정도면 알아서 처리 가능하지 않아?" "그런데.. 어르신께서 보냈다고 하고 있어서.." "...어르신?"
갑자기 어르신이 율럭키의 영역 쪽으로 사람을 보냈다고? 잠깐 피가 얼어 붙는 것 같았던 파란 스카프는 일단 다른 간부들에게도 알리라고 지시하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안경을 데리곤 빠르게 달려나갔다. 부하가 말한 장소에 가보니 진짜로 스트레인지에선 보기 힘든 양복을 빼입은, 한 남성이 서서 상인들의 말을 듣고 있었다.
>>152 염동력은 말 그대로 물체를 띄워서 뱅뱅 돌리거나 할 수 있는 사이코기네시스! 이건 말 그대로 객체에게 적용이 가능해요.
중력제어는 말 그대로 객체에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에게 적용이 가능해요. 정말 말 그대로 중력을 바꿔서 끌어당기는 힘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건 객체에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에게 적용하는 거예요. 막 염동력처럼 왔다리갔다리 이리저리 물체의 움직임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덧붙여서 염동력처럼 미세하게 물체를 움직이도록 컨트롤 하는 것은 더더욱 힘들고요.
덧붙여서 중력제어를 해도 염동력을 쓰면 그 공간의 영향을 받지 않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움직이게 하는 것도 가능하답니다.
>>152 이능배 전체를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염동력은 물체에 직접 힘을 가하는 것이고, 중력 조절은 물체가 '받는' 중력을 조종하는 것이니까요 염동력도 힘의 작용에 관한 초능력이라고 생각하면 중력을 포괄하는 개념,,, 이겠죠? 똑같은 공중부양으로 보여도 위로 '들어올려지는' 것과 위로 '떨어지는' 것의 차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
>>152 일단 나무위키의 중력 조작 문서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고, 단일 타겟을 대상으로 지정되는 한양이의 능력과 달리 성운이의 능력은 범위를 지정할 수 있다는 차이일까요. 그 외엔... 성운이의 능력은 세밀한 컨트롤이 안되지만 한양이는 가능하고, 한양이는 특정 대상에 무언가를 유도시킬 때 일일이 경로를 지정해줘야 하지만 성운이는 그냥 유도시키고자 하는 무언가의 중력축을 대상에게 고정시켜놓으면 된다는 정도려나요...? 한양이의 능력이 섬세하다면 성운이의 능력은 편리하다, 정도의 차이일 것 같아요. 캡틴이 설명해주시는 게 가장 정확하겠지만.
백청주가 만약에 투명화 능력을 가져갔다고 한다면... 플레어 극카운터 능력이 될 수 있었답니다! 정확히는 플레어가 일반적으로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될 수도 있어요. 다만 플레어도 능력 활용도가 엄청 다양하기 때문에 아예 공격을 못하는 것은 아니긴 하지만... 적어도 여러분들이 말하는 통칭 플레어 빔은 그냥 없는 페턴이 되겠네요.
제 4학구의 사람들을 모두 소멸시킬 정도의 강한 존재가 퍼스트클래스이며, 저들이 다른 사람들을 죽이지 말란 법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퍼스트클래스는 억압하고 통제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그것이 모두를 위한 길이며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인첨공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것이에요.
물론 반발하는 이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대부분의 이들은 퍼스트클래스를 모두 공포의 존재로 인식하게 될테고 억압하고 통제를 해야만한다는 여론이 생성될테고 그것을 이용해서 퍼스트클래스의 목에 공식적으로 목줄을 걸어버리고 그것을 빌미로 고립시켜서 마음을 파괴하고 더 나아가 이런저런 실험을 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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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제가 잘못 설명했네요. 공포의 대상이라고 각인시키려는 목적이에요. 제 4학구의 사람들을 모두 소멸시킬 정도의 강한 존재가 퍼스트클래스이며, 저들이 다른 사람들을 죽이지 말란 법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퍼스트클래스는 억압하고 통제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그것이 모두를 위한 길이며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인첨공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것이죠. 그러니깐 대중들의 여론을 통제해서 퍼스트클래스의 목줄을 채울 명분을 더 강화시키는 거에요. 퍼스트클래스를 마음대로 부리는 걸 더 정당화시키는 것이죠. 뭐 백청 양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는데, 걔네들은 그렇대요. 결국에는 인첨공의 높은 분들이나 그림자나 퍼스트클래스를 자기 입맛대로 완전히 통제하는 것도 목표거든요. "
아, 이걸 설명해주면 되겠다.
" 이거는.. 인첨공의 극비리에 가려진 어둠인데.. 우리 부원들은 다 알고 있는 내용이에요. 백청 양도 우리 부원이니깐 알고 있어야겠지. "
한양은 다시 청의 귓속에 작게 속삭이기 시작했다.
" 이 인첨공에는 '위크니스'라는 존재가 있어요. 퍼스트클래스를 통제하기 위한 인질이죠. 퍼스트클래스 그리고 퍼스트클래스의 주변인의 심장에 폭탄을 설치하고, 그 폭탄을 폭파시키는 리모컨은 높으신 분들이 가지고 있답니다. 이거 주변에 말하지 마세요. 이 인첨공에서는 퍼스트클래스,그림자,높으신 분들...그리고 우리 저지먼트만 아는 내용이니깐. "
그리고는 차가 필요하다는 말에 방금까지 위크니스를 얘기하던 진지한 표정은 어디로 가고, 방긋 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 그럼 치료를 다 끝내고, 식사나 하고 차를 마실까요? 지금까지 바쁘게 돌아다니느라 맛있는 것도 많이 못 먹었을 텐데. "
자동문을 넘어가며, 안 아프냐는 질문에 서한양은 표정을 찡그린 채로 웃으며 말했다.
" 아파요. 진짜 아팠어요. 엄살이 아니고요. 정말로 아팠어요. 근데 그거 알아요? 그래도 걔 은우보다 훨씬 약해요. 그런데도 죽는 줄 알았어요. 일단 지금 사람도 없겠다, 어서 접수부터 받아요. 백청 양이 치료받으면 딱 제가 예약한 타임이 될 것 같으니깐. "
" 네. 제가 잘못 설명했네요. 공포의 대상이라고 각인시키려는 목적이에요. 제 4학구의 사람들을 모두 소멸시킬 정도의 강한 존재가 퍼스트클래스이며, 저들이 다른 사람들을 죽이지 말란 법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퍼스트클래스는 억압하고 통제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그것이 모두를 위한 길이며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인첨공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것이죠. 그러니깐 대중들의 여론을 통제해서 퍼스트클래스의 목줄을 채울 명분을 더 강화시키는 거에요. 퍼스트클래스를 마음대로 부리는 걸 더 정당화시키는 것이죠. 뭐 백청 양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는데, 걔네들은 그렇대요. 결국에는 인첨공의 높은 분들이나 그림자나 퍼스트클래스를 자기 입맛대로 완전히 통제하는 것도 목표거든요. "
아, 이걸 설명해주면 되겠다.
" 이거는.. 인첨공의 극비리에 가려진 어둠인데.. 우리 부원들은 다 알고 있는 내용이에요. 백청 양도 우리 부원이니깐 알고 있어야겠지. "
한양은 다시 청의 귓속에 작게 속삭이기 시작했다.
" 이 인첨공에는 '위크니스'라는 존재가 있어요. 퍼스트클래스를 통제하기 위한 인질이죠. 퍼스트클래스 그리고 퍼스트클래스의 주변인의 심장에 폭탄을 설치하고, 그 폭탄을 폭파시키는 리모컨은 높으신 분들이 가지고 있답니다. 이거 주변에 말하지 마세요. 이 인첨공에서는 퍼스트클래스,그림자,높으신 분들...그리고 우리 저지먼트만 아는 내용이니깐. "
그리고는 차가 필요하다는 말에 방금까지 위크니스를 얘기하던 진지한 표정은 어디로 가고, 방긋 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 그럼 치료를 다 끝내고, 식사나 하고 차를 마실까요? 지금까지 바쁘게 돌아다니느라 맛있는 것도 많이 못 먹었을 텐데. "
자동문을 넘어가며, 안 아프냐는 질문에 서한양은 표정을 찡그린 채로 웃으며 말했다.
" 아파요. 진짜 아팠어요. 엄살이 아니고요. 정말로 아팠어요. 근데 그거 알아요? 그래도 걔 은우보다 훨씬 약해요. 그런데도 죽는 줄 알았어요. 일단 지금 사람도 없겠다, 어서 접수부터 받아요. 백청 양이 치료받으면 딱 제가 예약한 타임이 될 것 같으니깐. "
"일반적으로 해당 환자의 면회는 금지인데, 그래도 레벨 4에다, 저지먼트니까요…… 이번만입니다. 아시겠죠?"
태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내를 받아 1인 병실로 이동했다. 폐쇄병동에서 그나마 빠르게 안정을 찾은 희야는 이제 박 교수의 병원 1인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여전히 사람 대하는 걸 두려워하며 비명을 지르지만 무작정 공격하는 단계에서 많이 낮아진 것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피아를 가리지 않아 희야의 몸이 성치 않았던 탓도 있다. 태오는 병실에 도착해 눈치를 보는 간호사를 향해 이제 들어가겠다는 듯 고개를 까딱였고, 간호사는 노크를 하며 기다리다 대답이 들어오자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태오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희야는 새하얀 눈을 홉뜨더니 침묵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간호사는 불안한 눈으로 두 사람을 훑다 태오에게 호출 버튼을 알려준 것을 되새기며 자리를 떴다. 병실 문이 닫히고, 태오는 망설임 없이 희야에게 다가가 의자를 끌어오더니 자리에 툭 앉았다.
"네가 무슨 낯으로 왔나요." "왜, 오면 안 돼요?" "네가 벌인 일이잖아. 이 개*끼야." "네 그걸…… 어찌 확신할까요."
태오는 희야의 눈을 마주했다. 눈을 마주치는 걸 전혀 꺼리지 않는 것은 자신도 동일한 눈을 가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만 마주했을 때 읽어낸 희야의 속은 놀랄만큼 차분했고, 확신이 있었다. 방 온도가 삽시간에 내려가고, 태오는 살얼음이 끼는 손을 보며 눈을 흘겼다.
"너 아니면 누가 해?" "미안하지만 손 뻗을 자는 널렸지요." "지나가던 개가 웃겠어요. 어떻게 그때처럼 호버를 몰고 왔냐고. 기술력도 없을 텐데, 네 손이 닿았노라 의심할 수밖에 없잖아. 아니, 이상했어. 어째서 내 개가 아직까지 사경을 헤매는지, 그 이후에 이런 일이 터지는지. 너 아니면 누가 하냐고!" "……희야야."
역정을 내던 희야는 태오의 부름에 눈을 부릅 떴다. 왜. 어린 목소리 치고 살벌하던 기색에도 태오는 여상하게 말을 이었다.
"나는 혜우 안 건드렸어. 앞으로도 그럴 일 없고." "그게 여기서 왜 나와." "남이라고. 내가 왜 너희에게 신경을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 굳이 말을 해야 하나?"
태오는 눈을 휘었다. 손이 서서히 올라갔다. 희야는 첨예한 고드름으로 막아세우려 했으나, 정작 손찌검은 없었다.
"안희야, 결국 너도 다른 인간과 같아요." "하?" "내가 과거를 청산했다 말해도 믿지 않는 주제에, 네 과거가 청산될 거라 믿나요? 그 고매하신 솔리스의 단장이?"
손으로 입을 곱게 가린 태오의 입매가 휘었다. 흔들리는구나. 그 모든 것이 숨결로 느껴졌다.
"경이로운 자니 기적의 아이니, 만인이 떠받드는 선지자는 무슨……. 남에게 한 큐빗의 시야를 가졌노라 떠든 주제에 결국 시야 좁은 것은 너였구나 싶어요. 세상을 부정하며 네 책임을 남에게 덮기 급급하니 내 도움을 주러 왔으나 필요가 없겠어." "……그럼 네가 아니면, 누군데?" "……." "누구냐고."
태오는 눈을 내리 깔았다.
"누구냐고!!" "추측일 뿐이에요." "말해. 추측이라도 좋으니까 네 결백을 증명해." "……최근 4학구에… 네 곁에 있던 그 녹색머리 남자가 자주 드나들던데요." "스트레인지 사건을 조사한다고 했어." "……윤찬혁 그 사람이 4학구에서 멀쩡히 활동중인 건 알고요?" "뭐?" "스트레인지에서, 불법 커리큘럼으로 먹고 산다고……."
뱀은 본디 아가리를 벌리면 두 갈래로 분열된 혀를 내밀어 제 간교함을 증명하는 법.
"…그리고 안티스킬 하나를 매수했다는 소문이 스트레인지에 파다해요." "나가." "……내가 추측일 뿐이라 했잖아." "나가!! 내 개가 그럴 리가 없잖아, 나가! 꼴도 보기 싫어, 네 말 안 믿어, 안 믿어, 희야는 절대 안 믿어……." "실로 안타깝지요."
태오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희야는 태오가 문을 나서기도 전에 대성통곡을 하며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세로로 찢어진 동공이 그 모습을 잠시 훑다 문을 거칠게 닫고 나가버렸다.
>>206 사실 그래서 한양이도 위크니스는 필요악이라고 속으로 생각하는 묘사가 초창기 때 있었지. 그걸 밖으로 표출한 적은 없고.
그런데 한양은 높으신 분들의 만행을 보고 '통제'는 명분이고, 실질적으로는 부려먹기 위한 것임을 알았어.
사실 더 큰 이유는 한양의 뇌피셜인데(절대 오피셜 아님) 퍼스트클래스가 강하긴 하지만, 결국 이 힘의 모체는 인첨공인데 인첨공 자체의 힘이 위크니스를 만들어서 퍼클을 통제해야 될 정도로 약하나..이런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거든. 결국 '우리는 힘이 약하니깐 인질이라도 잡아야 된다!'라는 것 자체에 의문을 가지고 있는 상황.
사실 캡틴도 현실적으로 보자면 퍼클은 어느 정도 통제를 받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라서.. 물론 행동이라던가 그런 것보다는 능력 사용이나 그런 것들로는 어느 정도 제약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 편이랍니다. 풀파워로 능력을 못 쓰도록 뭔가 제어장치를 달아야 한다거나, 혹은 자신이 없으면 능력을 쓰지 않는 쪽으로요. 흑흑. 미안해. 은우야. 세은아.
하지만 높으신 분들은 그 통제로 끝나지 않고 그것을 빌미로 자신의 수족으로 써먹고 마구마구 부려먹고 굴리고 이용해먹는다는 것이 문제지요! (맞음)
>>210 혜성이는 초음파로 내부 구조나 숨어있는 이들을 모조리 색적해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겉으로 보이는 것을 모두 파악할 수 있고, 서연이는 겉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을 읽어낼 수 있으니 둘이서 힘을 합치면 공간 그 자체를 완전히 파악해버릴 수 있지요! 이경이는 누군가의 기억을 읽어낼 수 있는데, 그 기억을 토대로 그 기억속의 장소를 파악해낼 수만 있다면, 이제 서연이가 그 장소에 도달해서 그곳에 있었던 진실을 읽어낼 수도 있을테고요!
1. 그 사실은 안티스킬 내부에서 엠바고를 걸어둔 상태. 안티스킬의 사기 저하 문제도 있거니와, 스트레인지를 담당하는 안티스킬이 죽었다 하면 혼란이 생길 테니까. 2. 대신 스트레인지 사람들은 알음알음 정보를 쥐고 있겠지. 3. 그렇지만 바깥사람들은 모르지. 태오처럼 스트레인지와 여전히 연줄이 있으면 모를까, 희야는 스트레인지에서 손을 뗀 상태라 정보를 입수할 수 없어
그렇기 때문에 정보와 심리전 묘사는 늘 빡센 법이지... 아 다르고 어 다름을 표현해야 해서(스불재)
"과연, 그렇군요…." 자동문 안으로 발을 옮기기 전, 백청은 뒤돌아서 석양 사이로 드높이 솟아 있는 인첨공의 빌딩 숲을 올려다보았다. 금빛으로 반짝이는 창문들 가운데 어딘가에서는 그 지배자들이 이곳 지상을 노려보고 있을 것이다. "…지저분한 녀석들이네요, 역시."
원무 로봇에게 접수하고, 대기석으로 돌아와 앉았다. 아까 전까지는 어깨의 통증이 쿡쿡 쑤시는 담이나 근육통 수준에 불과했지만, 막상 병원에 찾아오자마자 크레졸 냄새를 맡고 프루스트해 버린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플라시보 효과 때문인지 욱신거림이 한층 심해진 듯했다. 병원을 무서워하는 건 절대 아니다. 병원을 무서워하는 건 절대 아니다. 중요한 내용이기에 두 번 쓴다…. 애초에 병원에 좋은 추억이 있는 인첨공 학생들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위크니스에 관한 건… 네, 어렴풋이 알고 있었어요." 백청은 시선을 돌리거나 낯빛을 바꾸지 않고 말했다. 백청이 말을 했다는 사실조차 주변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할 만큼 무덤덤한, 그러나 가까이서 본다면 의도적으로 무덤덤함을 가장하고 있다고 알아챌 수 있는 태도였다. "선배님이 나중에 만약 퍼스트 클래스에 입성한다면, 과연 누가 선배님의 인질이 될까요?"
『──대기번호 108번, 백청 님. 진료실로 들어오세요.』
실내 방송이 울려퍼지자 백청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얼마나 아팠는지를 이야기하는 부부장의 이야기에 귀를 쭈뼛하고 곤두세웠다. 뒷모습을 보인 채로 일어서 있어서, 살랑거리는 머플러 자락을 제외하면 표정이나 몸짓의 변화를 감지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려 왔다. "…그거 다행이네요. 그럼 선배님을 그렇게 만든 녀석은, 부장님이 직접 그것보다 훨씬 아픈 꼴로 만들어 줄 테니까." 백청은 한참이 지나서야 처방전도 받지 않고 '완치' 소견이 적힌 서류를 들고 의기양양하게 걸어 나왔다.
"자, 선배 차례예요. 다녀오세요, 식사하러 가야죠." 잠입 수사를 하면서 인첨공에 들어온 이래로 가장 맛있는 마라샹궈를 먹었다는 건 비밀로 해 두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혹시 간단하게 시간 되실지 물어봐도 될까요?] 혜우에게 수경의 간단한 연락이 닿았습니다. 그렇게 긴 시간을 빼앗지 않겠다는 말이라던가. 저번의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라던가.. 같은 말ㅇ 좀 지나갔을 것 같네요.
아마 저지먼트 부실로 와주시면 좋겠다고 했을 거고. 가게 되면 멀쩡해진 수경이 저지먼트의 테이블 위로 가벼운 간식거리들을(나름 생각해서 포장한 듯 청윤같은 단 걸 선호하지 않는 이들의 자리 위에는 볶음밥 무료쿠폰같은 다른 것이 떨어졌을지도) 혜우를 발견하면 수경이 눈을 내리깔면서
"샨챠 소장님께서.. 특히 감사하다고.. 이걸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약간 초대장처럼 생긴 고급스러운 봉투 안에는 인첨공 내에서 매우매우 유명한 디저트 카페의 저녁 코스 예약권이 들어있었습니다. 최소 1인, 최대 4인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고 결제는 미리 4인을 해두지만(샨챠가 해뒀다) 예약정보를 확인하고 4인 미만일 시 차액을 환불해주는 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초대장이 담긴 봉투를 혜우에게 내밀고 받는다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뒤 다시 저지먼트 테이블에 놓아두는 걸 반복하려 합니다.
스트레인지의 삶은 늘 힘들고 괴롭다. 여기 있는 이 이름 모를 스킬아웃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냥 밝은 미래가 있을 것 같아 인첨공에 들어왔건만 사기에 당해 돈을 모조리 날리고, 그 돈을 매꾸기 위해 사기를 치다가 결국 피해자이자, 범죄자라는 두가지 이름을 가지고 스트레인지 신세가 되었다. 스트레인지에서도 능력이 있다면 조직 같은 곳에라도 들어가겠지만, 그에겐 딱히 받아줄만한 곳도 없었다.
결국 소속조차 없는 그에겐 그저 쓰레기통들을 뒤지며, 뭔가 있을지 살피는 것 뿐이었다. 인적이 드문 곳을 다니다보면 대부분은 쪽박, 어떨땐 아무것도 없었지만 아주 가끔, 진짜 가끔은 대박이 터질때도 있는 것이었다. 그의 앞에 놓인 여행 가방, 수트케이스가 대표적인 예시였다. 수트케이스는 좀 헤진 부분이 있긴 했지만 매우 멀쩡했고, 안에 든 수트도 별 이상이 없었다. 이걸 암시장에서 판다면 분명 한달 정도 먹고 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었다. 거기에 안쪽에 들어있던, 잔금이 간 홀로그램 안경까지 나오자 이거라면 몇달은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미소가 절로 나왔다. 그때, 사이즈도 딱 맞는 이 옷을 입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스킬아웃은 주위에 사람은 커녕 쥐 한마리 없다는 걸 확인하곤 옷을 갈아입었다.
옷을 입으니 확실히 인상이 살았다. 홀로그램 안경도 껴보고 마치 부자처럼 폼도 잡아보고, 사기를 쳤던 시절을 생각하며 돈을 끌어들이려는 시늉도 해보던 그는 갑자기 사람이 나타나자 당황해 골목길로 숨어들었다. 그냥 길을 걸어가던 남성은 골목길에서 누군가 움직이던 것 같기에 호기심이 들어 골목길 안을 바라봤다. 그 자리에는 양복을 입고 홀로그램 안경을 낀 남자가 서 있었다.
"..거기서 뭘.. 잠깐.."
스킬아웃은 양복을 입었으니 돈 많은 사람으로 지목되어서 끌려나가 린치를 당하는게 아니냐며 눈을 크게 부릅뜨고 남성을 바라봤다.
"아..아 죄송합니다! 그 안경은.. 분명 어르신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남자는 헐레벌떡 이곳을 뛰쳐나갔다. 그렇게 사라진 남성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스킬아웃은 안경을 벗곤 잠시 바라봤다. 어르신이라, 분명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스트레인지에서 악명 높은 이름이니 말이다. 자신은 지금 그 휘하 인물로 보이고 있다는 뜻이겠지? 남자는 불길함이 들어 빨리 옷을 벗어버리려다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언제부터, 난 이 스트레인지를 나가지 않고 그저 먹고 살 생각만 하고 있었던거지?'
어르신의 부하라는 현재의 껍데기는 너무나 사기를 치기 좋은 조건이었다. 몇달, 몇년을 먹고 살 돈이 아니라, 아예 스트레인지에서 탈출할 거금을 벌 기회였단 말이다. 스킬아웃은 옅게 미소를 지으며 거리를 나섰다.
먼저 수트케이스를 암시장에 팔아넘겼다. 그리고, 남은 돈으로 목욕탕에 들어가 깨끗이 씼고, 이발까지 마친 그는 완벽한 엘리트의 모습이었다. 마치 훈장을 단 것 마냥 자켓 앞 주머니에 홀로그램 안경을 꽂아둔 그는 이곳저곳을 다니며 어디가 누구의 영역인가를 들었고, '무언가'를 찾았다.
사기를 칠때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었다. 너무 작으면 먹을게 없다. 너무 크거나 역사가 길어도 어르신의 조직과 잘 알 가능성이 높으니 위험하다. 자경단의 구역은 당연히 미친 짓이다. 그러다, 가장 좋은 구역이 있었다. 율럭키라는 조직. 3학구 스트레인지를 통합중인 역사가 길지도 않고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은 딱 맞는 조직. 타깃은 잡혔다. 이제, 남은 건 도박 뿐이었다.
스트레인지의 한 식당. 그냥저냥 평범한 오후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때, 양복을 빼입은 남성이 안으로 들어왔다. 단숨에 식당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고정되었다. 깨끗한 양복에, 단정한 머리. 스트레인지에선 절대 평범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사장님~ 장사는 잘 되시나요?"
서빙을 받던 사장은 팔짱을 끼고 말했다.
"그냥 그렇죠. 근데, 누구신데..?" "아, 전 여기 구역을 확인하러 온, 그 뭐랄까.. 감시관이랄까요? 이 식당도 율럭키 조직에 보호비를 내고 있죠?" "감시관이라니, 공무원이라도 되.."
사장은 홀로그램 안경이 뭔지 알아보지 못한 눈치였다. 그때, 단골 손님으로 보이는 사람이 사장을 막곤 말했다.
"이보슈 사장, 저 안경, 그 어르신이라는 사람들 부하가 끼는 안경이라구요..!" "진짜로..?"
사장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양복남은 여유로운 태도로 말을 이어갔다.
"안심하셔도 괜찮습니다. 전 그냥 이곳 상인 분들이 괜찮은지를 알아보며 율럭키가 어떤 조직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니까요. 사장님껜 아무런 불이익이 가지 않을겁니다."
사장은 마음이 약해졌는지 잠깐 기다리라고 하곤 음식을 내왔다. 양복남은 정신 없이 음식을 먹으며 사장과 손님들이 말하는 불만 사항을 말했다. 그때, 음식이 조금 안경에 튀자 혹시나 하는 생각에 휴지로 닦아내곤 조심스래 주머니에 넣었다. 밥을 먹고 한쪽 길거리에 앉은 남성은 몇몇 불평 많은 사장들의 불평을 들으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때, 그 무언가를 찾아낸 양복남은 슬그머니 주머니에 넣었다.
"이건 좀 어르신께 중요한 건데.. 하나 챙겨도 괜찮겠죠?"
일회용 뱀 문신. 이것만 있다면, 분명히 앞으로 잡힐 일은 없을 것이다.
"어이. 거기 양복남."
아마 올것이 온 모양이다.
조직의 본부에서 보스의 앞에 앉은 양복남은 커피를 들이키고, 간식을 먹으며 최대한 여유로운 태도를 유지하려고 애썼다. 왠지 모를 중압감이 계속 느껴졌지만.
"그래서, 우리 구역에 오신 이유가 뭐라구요?" "..어르신께서 보내셨기 때문에 온 겁니다. 특별 정찰 활동 같은 느낌이죠."
본인이 들어오기 전까지 휴대폰만 만지던 보스는 그렇게 어렵지 않게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 스스로를 다독이며 양복남은 말을 이어갔다.
"어르신께서 보내실만한 이유가.." "율럭키 같이 성장하는 조직을 확인하지 않을 이유도 없죠. 일종의 안전 테스트랄까요?" "그 상납금도요?"
역시 보스인가, 돌직구로 질문을 하다니. 땀이 흐를 것 같았지만 최대한 참았다.
"..어르신의 뜻을 제가 어떻게 감히 추측하겠나요?" "그럼 시장에서 밥은 왜 먹은거죠?" "그분들이 서비스로 주신겁니다. 안 먹는 것도 그렇잖아요?"
바깥에선 대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불안이 엄습했다.
"원하시지 않는다면 그만 가보겠습니다. 그 대신 어르신께는 제가 잘 얘기드리죠.." "..잠깐만요. 부하들하고 얘기해보고 다시 말하죠."
걸려들었다. 아마 90%는 끝난 것 같다는 생각에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아, 그러죠."
부하들과 대화한다며 나간 것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하지만, 뱀 비늘 문신 얘기가 들리자 피가 잠시 얼어붙는 것 같았던 양복남은 황급히 화장실로 향했다. 그러곤 일회용 뱀 문신에서 머리와 꼬리 부분을 찢고 자신의 팔에 붙였다. 머리와 꼬리 부분은 변기에 내려버리고 심호흡을 하며 급히 방으로 갔다.
그러고 보니 교내에서 학생의 능력레벨이 오르면 현수막까지는 아니더라도 학교 게시판에 이름 걸어놓고 누구누구 군/양의 레벨 상승을 축하합니다라던가 이달의 레벨 상승 학생이라던가 같은 공지를 하나요? 만일 한다면, 학생 본인이 교무부에 문의하여 자신의 이름은 그런 공지에서 빼는 것이 가능한지..
병원에 들어간 한양은 약냄새에 표정을 살짝 찡그리기 시작했다. 올해만 해도 건강이나 부상 이슈로 병원에 방문하는 것이 세 번째였다. 첫 번째는 레벨 4로 진입하기 전에 힘을 무리하게 쓰다가 탈진을 해버린 일. 두 번째는 리라의 담당상담가인 선경씨란 분을 소생시키기 위해서 능력을 무리하게 사용해서 빠르게 후송하고나서 기절해버린 일. 마지막으로 제로세븐에게 당한 일. 그 전에는 진짜 갈 일이 없었는데 말이야.
" 음. 알고 있었구나. "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하는 서한양이었다. "선배님이 나중에 만약 퍼스트 클래스에 입성한다면, 과연 누가 선배님의 인질이 될까요?" 라는 질문에 살짝 흠칫할 법도 했지만, 한양은 청의 태도와 같게 덤덤하게 얘기했다.
" 글쎄요.. 퍼스트 클래스가 될 잠재력이 있나 모르겠지만.. 아마 사람이 아니고, 동물일 거라고 생각해요. 제 애완견이지 않을까요? 왜냐면.. 저는 이곳에 혈연관계도 없고 , 애인도 없어요. 더군다나 은우와 가장 친하다고는 하지만.. 은우는 이미...예.. 제 관장님이나 다니는 절의 승려도 있긴 하지만요. 그럴 정도로 밀접한 관계는 아니거든요. "
유니온과 플레어의 위크니스는 누구인지 모르겠다. 디스트로이어는 자신의 의형제. 레드윙은 매니저로 추정이 될 것이고.. 크리에이터는 가족. 은우는 여동생인 세은이..웨이버는 남자친구인 신민우로 추정됐다. 그런데 한양에게는 저런 밀접한 관계를 맺은 사람이 인첨공에는 없거든.
" 하하.. 저도 나름대로 갚아줬답니다. 그 녀석의 75%를 망가뜨렸어요. 걔가 더 이상 임무수행이 불가능하다면서 도망간 거 있죠? 일단 어서 치료부터 받아요. "
얼마 지나지 않아서 청은 완치가 됐다는 소견서를 가지고 왔고, 한양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 잘했어요. 경미해도.. 완전히 나으니깐 확실히 다르죠? 저도 어서 갔다올게요. "
한양은 바로 들어가서 예정된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까보다 더 편안한 표정을 지은 채로 나와서 데스크에서 결제를 했다. 그리고는 청에게 다가갔겠지.
" 으아~ 말끔하게 나으니깐 좋네요. 이제 운동 다시 할 수 있겠다. 어서 식사하러 가요. 백청 양은 뭐 좋아하나요? "
사실 이런 고민을 할 필요는 없었다. 쉬어가는 공연으로 구성을 하면, 편곡과 연습만으로도 충분했다. 적당히 경쾌한 클래식과 팝송 어레인지로 곡을 편성하면 연주자도 관객도 가볍게 즐기는 공연이자 무대가 될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애매한 무대를 하고 싶진 않았다. 시시한 무대는 콩쿨이나 선보이기로 충분하니까.
"아마 소품이나 의상 관련으로 협업을 요청할 거 같긴 해요. 구체적인 디자인이 잡히거든 얘기할게요."
어쩌면 무대 오브젝트도 부탁하게 될지 모르지만 리라가 하는 말을 들어보면 뭘 부탁해도 다 들어줄 거 같으니 성급히 굴지 않고 나중을 기하기로 했다. 아직은 편곡도 손 대야 할 곳 투성이였다.
"댄스부 공연이 있었군요. 무리하진 마세요."
저지먼트 외에 하는게 있다는 건 느낌상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게 댄스부인 줄은 오늘 알았다. 그러나 무대를 오를지 아닐지는 모른다는 말에 그저, 무리하지 말라고만 하고 턱을 괴었다.
그리고 이번엔 내가 잠시 생각이 끊겼다.
"작년..."
그러고보니, 작년 이맘때, 나 뭐 하고 있었지.
작년에도 분명 성하제는 있었겠지만, 내 기억에는 없었다. 그 기간 내내 연구소 혹은 기숙사에 틀어박혀 뭔가를 하지도, 즐기지도 않았다.
그랬던 내가 이제 와서 뭔가 하려고 한다니. 문득 치솟는 무언가를 시선과 함께 조용히 내리눌렀다.
"이번엔 저지먼트 일도 병행이라 즐길 여유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저 그렇게만 말했다.
그렇게 숙였던 고개도 리라의 말에 같이 들려졌다. 내 눈에 들어온 건 찡찡이가 야무지게 뜯고 있는 하얀 고깃덩어리와 언제 나왔는지 조금 떨어진 곳에 엎드려 있는 아메였다. 혹시나 싶어 등 뒤를 살펴보니 먹고 남은 간식 조각이 안 보였다. 나는 아메를 다시 한 번 보고, 리라에게 말했다.
"아메가 남은 간식을 줬나 봐요. 걱정 마세요. 생 닭가슴살을 건조기로 말린 거에요."
시판 간식은 너무 간이 세다며 손수 닭가슴살을 손질하던 유준이 떠올랐다. 덕분에 덩달아 다른 것도 떠올라, 내 가방을 끌어당겨 뒤적였다.
"심심해서 만든 건데, 취향 맞으면 드세요."
그 말과 함께 중간 크기의 락앤락 통을 꺼내 나와 리라 사이에 놓았다. 뚜껑을 열자 달콤한 초콜릿 향이 물씬 올라왔다. 안에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다크초코 브라우니와 얼그레이 크림을 얇게 샌딩한 다쿠아즈, 테두리에 우박설탕이 도로록 뭍은 사브레 쿠키 등등이 들어있었다. 작은 보온병도 꺼내 미지근하게 식은 홍차도 한 잔 따라서 내밀었다.
서휘는 어정쩡한 자세로 앉아 제 측근의 속삭임을 들었다. 긴급한 전보라길래 제 고양이가 자퇴라도 한 줄 알았건만 막산 들어보니 김빠지는 얘기였다. 스트레인지는 넓고, 겁대가리 상실한 것들은 자신이 스트레인지에서 얼마나 미숙한 건지를 드러내고 싶은 건지 제 이름을 팔아먹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측근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3학구 율럭키의 영역에서 벌어졌습니다." "3학구?" "예." "아, 이래서 늙는 건 즐겁지가 않아. 내가 이빨 빠진 짐승인 줄 알고 득달같이 팔아먹으려 들잖아. 겁대가리 없는 녀석들." "사람을 보내 처리할까요?"
서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참에 좀 움직여야겠구나." "괜찮으시겠습니까?" "어떤 이유로 그리 걱정하는지 들어나 보자. 오늘따라 더 깍듯한 것도 이상하네." "심기가 불편하신 듯하여, 저희가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니 휴식을 취하심은 어떠신지……." "응? 걱정 해준거니? 하하! 나 기분 안 나빠."
자리에서 일어난 서휘는 빠듯하게 느껴지는 통증에 으, 하고 짧은 숨을 뱉고는 옷 매무새를 정리했다.
"고양이가 앙칼지게 굴어서 좀 다쳤을 뿐이지, 내 심기에는 이상이 없단다." "……마키나가요?" "이번에도 내 업보지, 뭐."
밖으로 나서는 서휘의 눈이 가느다란 호선을 그었다.
"간격이 있어도 깨물 면적은 있거든. 그러니 도망치게 내버려두라 해. 내가 잡을 테니." 그리고 현재, 인천 첨단 공업 단지의 바다 으슥한 곳. 외진 부둣가는 기능하지 않는 조명 탓에 더 어둡고 불길했다. 서휘는 퍽 오만한 자였다. 도망치게 내버려두라 한 뒤 여유를 가지고 추격한 주제에 운 좋게 이 부둣가까지 내몬 것을 절대 행운이라 여기지 않았다. 자신이 실행하고, 자신이 이루어낸 결과였을 뿐이다. 만일 스트레인지 밖으로 도망쳤어도 마찬가지였으리라.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이라잖니. 내가 부처보다 손이 좀 커서 말이다."
부두 끝은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가 기다리고, 근처에 정빅된 배는 을씨년스러움을 더했다. 어찌 되었든 안타까운 일이다. 조금이라도 빨리 손을 떼거나 주제를 알았더라면 지금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구나! 서휘는 노이즈 속에서 안타깝다는 듯 생각하고는 이내 어깨를 으쓱였다. 뭐, 주제를 알았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조졌겠지.
"내 이름을 팔았다며?"
서휘는 점차 남성을 몰아갔다. 남은 장소가 바다 깊은 곳밖에 남지 않을 만큼, 천천히, 그리고 넓은 폭으로 이동하며 뒤로 내몰았다.
"비늘엔 성의가 없어, 우리집 엔지니어들은 기름때에 늘 절어있는데 그것마저 없는 양복쟁이야……. 이리 엉망인 녀석이 내 이름을 파는 상황을 용납할 수 있는 건 두 개의 상황 뿐이란다."
단 한 번이었다. 성큼 다가와 그 붉은 눈으로 내려다보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네가 내 이름을 팔고 다닐 만큼의 객기를 지녔는지, 아니면 우리 고양이든지. 안타깝지. 너는 둘 다 아니더구나. 단 한 번이라도 날 마주하고 뻔뻔하게 굴었으면 난 네게 흥미를 가지고 살려주었을 텐데."
그리고 순식간이었다. 발로 남성의 복부를 거세게 걷어차며 부두 밑으로 추락하게 만들고자 함은.
"이 어르신이 너를 지켜볼 예정이다. 살아남아서 네 쓸모를 증명할 시간을 주지. 일주일. 그 안에 뭐든 해서 만족할 결과를 스트레인지에 퍼뜨리면 살아남게 해주마. 아니, 한 자리 줄 수도 있지. 쓸모 가득한 인재일 텐데."
할 수 있지? 물에 빠져 정신이 없을 자에게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전하고는, 눈을 휘었다.
"그리고 꼼수 쓸 생각 말아. 지금이라도 못 할 것 같으면 거기에서 수영 포기하고 숨 쉬는 것도 포기하면 될 테고. 내 지금 박제 하나 만들어지길 기다리는 동안 심심하니 유흥거리가 좀 필요한데, 잘 부탁한단다."
뱀이 눈을 휘었다.
"일이 잘 풀리면 율럭키의 아이들에게 술이라도 보내주든지 해야지."
그럴 일이 없어보이지만, 어찌 되었든. 뱀처럼 가는 미소를 뒤로 서휘는 반대방향을 향해 걸었다. 생사는 필요없다. 눈은 이미 지천에 깔렸다. 남은 것은 쓸모를 가늠하는 것과 고양이에게 잔뜩 할큄 당해 엉망인 어깨에 연고 바르는 일 정도겠다.
애완견이라…. 개파인 백청은 한양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림자'가 강아지들을 인질로 잡고 협박하는 모습을 떠올리자 자못 우스워졌다. 그들에게는 사람의 마음이 없을 텐데 과연 강아지의 소중함을 이해하고 있을까? 그래도, 남의 강아지를 잘못 건드리면 아주 큰일난다는 사실은 알고 있을 터. 존 윅 씨의 사례가 있으니까 말이다….
백청은 고개를 내리고, 자기 몸의 75%가 어느 지점인지를 유심히 가늠했다. 그러니까, 쇄골 아래로 다 터뜨렸다는 건가…. "그런데도 살아서 도망쳤다고요? 음…." 쇄골로 걸어서…. 그건, 무리였겠지…. 어딘가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지만, 아직까지 그 느낌을 직감으로 연결하기에는 백청이 쥔 단서가 부족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무엇을 끼워맞추려고 한들 억측에 불과해지리라. '복수'를 위해 찾아온 로봇, 반파된 채로 도망… 경고? '유토피아 프로젝트'와 같은 일련의 흐름을 막지 말라는 경고라고…?
'…뭐지? 무언가 앞뒤가 안 맞아. 왜? 왜 그렇게 인간적인 짓을? 그건 로켓단이나 할 일이잖아? 암부 세력이 아니라, 마치 스킬아웃 패거리나 마피아처럼…. 그건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다. 한양 선배님을 제거하려고 한 건, 어쩌면 부수적인 목표일지도. 그렇다면… 그렇다고 가정하면, 그 의도는 뭘까. 의도를 생각해 내….'
골똘한 생각에 빠져 있는 모습은, 한양이 진료실에서 나와 수납을 마치고 되돌아올 때까지 계속됐다…. "핫." 놀라서 조금 둥글어진 눈이 부부장을 올려다봤다. 꿈뻑꿈뻑, 흐릿한 수정구 같은 눈동자가 점멸한다. "…매운 거, 좋아하세요? 훠궈, 닭발… 부대찌개라든지." 먹는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백청도 여느 고등학생과 같은 얼굴을 짓는다. 먹는 행위에는 딱히 인생의 비참함이 끼어들 여지가 없어서 그런가 보다.
탁한 금색 머리카락에 스냅백을 푹 눌러쓴 스킬아웃은, 불안함이 묻어나는 시선으로 눈 앞의 존재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분명히 지금 이 스킬아웃보다 작아도 한참 작았다. 작다 못해 한주먹거리. 고등학생과 초등학생 수준의 체격차이. 그러나 그 얼굴에 온통 보라색의 나비 날개를 뒤덮고 있는 이것에게는, 주먹이 닿지 않았다.
악몽같은 경험을 했다. 분명히 그 조그만 것에게 주먹을 날렸는데 맞지 않는다. 아니 차라리 그것이 피하거나 막거나 유술로 받아치거나 했으면 그러려니 했겠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가만히 서있을 뿐이었는데, 스킬아웃의 주먹이 그것에게서 빗겨났다. 마치 강하게 흐르는 물에 밀려나기라도 하듯이, 마찰력이 0인 물체를 때리기라도 하듯이, 주먹을 휘둘러봐도 발길질을 해봐도 그 주먹도 발길질도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밀려 허공을 휘적이며 그것의 옆으로 흘러나갈 뿐이었다. 이래도냐! 하는 마음으로 옆에서 감아차듯이 킥을 날렸을 때, 오히려 자신이 무언가에 채여 휘둘러지듯 땅바닥으로 나동그라졌을 때는 그제서야 이놈이 능력자라는 걸 알았다. 그것도 최소 강능력자.
그러나 이럴 때에는 방법이 있다. 상대할 수 없는 상대라면 도망치는 게 최고의 상대법. 그러나 이 상대는 그것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분명 앞으로 내달린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은 발걸음을 앞으로 내딛었는데도 뒤로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행성의 궤도에 붙잡힌 위성마냥, 그는 그것에게서 도망칠 수 없었다. 쓰러뜨릴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상대.
···그 상대가 자신에게 원하는 것이 자신의 목숨이 아니라는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그것은 자신에게 스트레인지에서 흔히 돌아다니는 대포폰을 던져주었다. 그제서야 이 스킬아웃은 이 조우가 재수 옴붙은 불운이 아니라, 계획된 의도였다는 것을 알아챘다. 스트레인지에서 대포폰 쓰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만, 대포폰을 거진 주마다 한번꼴로 바꿔대는 괴짜는 드무니까. 그 드문 이들 중 한 명이 자신이었고. 스킬아웃은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그것이 자신에게 원하는 바를 들어주어야만 했다. 윤강목을 끌어내는 것.
“시키는 대로 다했으니까 이제 보내주는 거지?” “응, 그 정도면 괜찮겠네···”
하지만 괜찮다. 대포폰이라면 집에 몇 개나 있다. 한번 써먹은 대포폰을 다시 쓰는 건 결코 취향이 아니지만, 오히려 그 편이 더욱 확실하겠지. 여기에서 빠져나가서 집으로 돌아가면, 늦지 않게 강목에게 경고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나비뚝배기에 대한 진짜 경고를 강목에게 전달해줄 수 있을 것이다···
“잠깐만··· 스트레인지에서 누군가에게 뭔가를 의뢰했는데 맨입으로 보내긴 그렇지···” “···친구 판 돈을 나더러 받으라고?” “피묻은 돈도 돈인걸. 한두 번 만져본 것도 아닐 텐데 왜 그럴까.”
그 이상한 작은 괴물은, 품에 손을 쑥 집어넣었다. 스트레인지 사는 사람이 그렇듯 품에 손 집어넣는 동작에 스킬아웃도 흠칫했으나, 그의 품에서 나온 게 파릇파릇한 수표인 것을 알고 그는 조금은 안심했다. “자.” 한 3~4미터쯤 되는 거리를 두고, 그것은 스킬아웃에게 손에 쥔 것을 던져주었다. 스킬아웃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니 저 얄팍한 종이를 저렇게 가볍게 던지면- 그러나 이내 자신의 손안에 마치 제 집이라도 찾아들어오는 마냥 쏙 들어오는 수표를 보고, 스킬아웃은 더 놀랐다.
“대체 이게 무슨······”
오십만 원이 적힌 수표. 두 장이다. 이 정도면 확실히 평소 받는 수수료에 비해서도 후한 축에 드는 액수다···
“······그리고 하나 더 부탁할 게 있는데.” “···또 뭔데?” “너 오늘내일은 푹 쉬어.”
뭐?
스킬아웃은 말했다. 아니, 말했다고 생각했다.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 다음 순간 스킬아웃은 자신의 의식이 급격히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아니, 뭐, 이게, 지금, 무슨······ 그것을 마지막으로 금뚝이의 의식은 그대로 끊겼다.
" 네. 살아서 도망쳤어요. 컴프레스 볼을 사용하는 녀석이니깐.. 바닥이나 벽에 구체를 던져서 바람을 일으키고, 그 바람을 통해서 빠르게 도망갈 수 있거든요. 아 - 다치지만 않았어도 추격해서 아예 소멸시키는 건데.. 저도 긴장이 풀려가지고 쓰러지는 바람에.. "
다시 상대해야 될 녀석이었다. 퍼스트 클래스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녀석들이니.. 일단 확정되는 존재들은 제로 원..유니온은 그림자에게 협력한다는 확신이 들기 때문. 그 다음은 제로 파이브.. 크리에이터는 그림자에게 협력한 이력이 있으니깐. 그 다음은 내가 실제로 본 제로세븐. 은우는 이미 데이터가 뽑혔으니깐. 아마 레드윙의 데이터도 확정적으로 다 모았다면.. 제로 포도 있겠지.
매운 걸 좋아하냐는 말에 한양은 잠시 생각했다. 손가락으로 턱을 짚으며, 시선을 윗쪽으로 옮긴다.
사실 한양은 매운 걸 좋아하지는 않았다. 신라면 정도는 충분히 먹지만.. 불닭볶음면은 한 봉지라도 먹으면 하루종일 화장실에서 사는 신세였다. 그러니깐 혀는 괜찮은데, 몸이 감당이 안 된다는 거지.
하지만 훠궈,닭발 그리고 부대찌개..맵다고 하지만 한양이 감당할 만한 것들이라고 생각되었다. 생각을 끝낸 한양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청에게 이렇게 말했겠다.
" 매운 거 좋아해요~ 훠궈는 안 먹어봤어요. 궁금해지네요. 훠궈 먹어요. 그런데 제가 이 동네에 훠궈를 어디서 하는지 몰라가지고.. 청이 양이 안내해줄래요? "
금교 일은 금교 일, 저지먼트 일은 저지먼트 일, 혜우와의 일은 혜우와의 일로 구분지을 수 있지만 가끔 여러 범주를 아우르는 큰 고민이 생기기도 하죠.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행복한 결론에 도달한다는 건 불가능한 걸까? 모든 행복은 그만큼의 불행을 대가로 하는 걸까? 착한 이를 구하기 위해 나쁜 이를 구한 내 선택은 얼마나 옳았던 걸까? 정도려나요. 하지만 혜우주가 해주신 말씀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흐음, 각 사건은 구분짓더라도 하나의 큰 생각이 생기기도 한다는 거구나 각 사건마다 모순되는 혹은 이율배반적인 일이 생기거나 하면 더욱 그럴거고 그렇군 그렇군 나루호도 (끄덕끄덕) 아유 내 뻘소리가 도움이 되봤자지 성운주도 성운이도 너무 깊은 고뇌를 하지 않게 되서 그 점이 기쁘네
혜성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가장_싫어하는_호칭은 > 2챕터에서 크크큭맨이 했던 불량품? 맞나. 아무튼 그런 계열의 호칭은 싫어할 것 같지? 계열이라면 인신공격과 인격을 깎아먹는 호칭을 싫어할 느낌적 느낌.
자캐가_누군가에게_소중하다는_이유로_100명의_일반인_대신_구해졌다면 > 일단 흑화 아닌 흑화에 들어갑니다. 능력 사용할 때 빼고 소리 안지르던 애가 소리를 지른다거나 아니면 그런 말을 한 사람의 멱살이든 뭐든 잡고 이게 무슨 미친소리지? 하는 표정으로 다시 지껄여보라고 함. 소중하다는 이유로 구해졌다는 말 다시 들으면 어.......미쳐돌아가는 거지 뭐. 근데 의외로 무너지진 않을 것 같네 속으로 곪아있던 것까지 그날을 기점으로 전부 터져버리는 거라나 뭐라나
자캐의_지갑에_들어있는_것 > 가족들끼리 찍은 인생 네컷, 스토어샵에서 물건을 사고 받은 영수증들과 몇개의 적립 카드. 지폐 조금과 지원금용과 일반 카드, 학생증을 포함한 카드 너댓장.
>>361 불량품은...확실히 좋아할 수 있는 호칭이 아니지요. 물론 그렇게 부르는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도 사실 억지이고 기분 나쁜 것은 맞는 말이고...(흐릿) 으악...흑화 아닌 흑화라니요! 안된다! 혜성아!! 8ㅁ8 아무튼 그 와중에 또 가족끼리 찍은 사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혜성이구나...라는 느낌이에요!
>>362 하지만 그 말이 억지 논리라는 건 맞는 말인걸 그 말은 뒷사람에게도 타격을 입혔다고 (이런발언) 하지만 이혜성 흑화 한다해도? 제정신일 것 같고? 멀쩡해보일 것 같고? 아무튼 그넘 가족 사진도 소중히 하고 금이랑 찍은 사진이 있으면 그것도 소중히 하고....추억은 소중합니다 반응 감사 제리 인사
>>364-365 오늘도 변함없는 장문 반응이다 서연주 하이 일단 내가 컨디션이 안좋은 건 현생이 현생했을 뿐이며 볼일이 좀 있어서 아침부터 나와있어.....아이고 싫다 졸려죽어() 진단 두번째는 누구에게든 딜레마가 아닐까 우리 스레애들은.....어.....(잠시 고민) 아무튼 그럼. 금이? 둘이서 찍은 사진이 있으려나 이건 금주에게 물어보는걸로
>>385 바이오로이드는 기본적으로 인공생명체죠. 여기의 제로시리즈는 기계와 생체가 합쳐진 존재이긴 하지만요. 제로시리즈로 개조되는데 동의한 인물은 없어요. 그냥 그림자가 퍼스트클래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서 세포분양부터 해서 만들어낸 존재들이랍니다. 일종의 클론인데 어느 정도는 인간이고 어느 정도는 기계파츠인...기계와 인간의 결합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물론 기본적으로 뇌는 모두 AI인 제로에 의해서 통제되고 있지만요.
소품과 의상 디자인이라! 혜우의 말에 열렬히 고개를 끄덕인 리라는 기대 찬 얼굴로 미소짓는다. 그러나 퀄리티 좋은 그림을 그려내기 위해 디자인 자료를 찾아볼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하며 혜우의 연습장을 바라보다 보면, 현재 그의 능력이 다소 이상하게 뒤틀려 있다는 현실을 자각하게 되고 마는 거다. 물론 한장 한장 나눠 그리면 별다른 문제 없이 실체화가 가능하지만 심란함은 별개였으므로.
"네, 무리하지 않을게요. 최대한 이것저것 살펴보고 결정하려고요."
그건 꼭 리라 자신의 상태뿐만이 아닌 그가 무대에 오르게 됨으로써 필연적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될 댄스부원들을 고려한 말이기도 했다. 사건도 해명도 마무리 된 지 오래였지만 사람은 언제나 믿고 싶은 대로 믿고, 소문이란 것 또한 원래 잘 죽지 않는 법이니까. 어쨌든 결정할 날은 다가오고 있었지만 그게 오늘은 아니다.
"아. 그러네요! 저지먼트 업무도 있지, 우리는. 으음... 그래도 즐길 시간 정도는 있으면 좋겠다. 축제날이니까!"
솔직하게는 즐기는 것 이전에 지난 15주년처럼 별다른 일이 터지지만 않았으면 하고 소망하는 마음이 앞서지만 티내지 않는다. 생각은 보통 머릿속에서 그치지만 말은 씨가 될 수 있으니까. 대신해서 주의를 돌리게 된 건 동글동글한 털뭉치들이었다. 혜우의 말을 들어보니 다행히 이상한 걸 주워먹은 건 아닌 것 같아 안도한 리라는 납작 엎드린 아메를 바라보며 웃었다.
정말 알아듣기라도 한 것처럼 타이밍 절묘하게 애옹거린 찡찡이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은 리라는 곧 이어 이동 가방 측면에 달려있는 작은 보조 주머니에서 조그마한 수첩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적당한 크기의 치킨 모양 삑삑이 인형을 하나 그려내 아메가 엎드린 곳 근처에 내려놓는다.
"아메에게도 선물~"
그러고 나서 다시 혜우에게로 고개를 돌리면 어느샌가 눈 앞에 간식이 놓여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뚜껑을 열자마자 풍기는 달콤한 향기가 후각을 자극한다.
"우와! 예뻐! 혜우 후배님이 만들었다고요? 대단하다! 고마워요, 그럼 잘 먹을게요."
혜우 후배님은 요리도 잘 하는구나~ 가볍게 중얼거리며 눈을 빛낸 리라는 혜우가 건넨 홍차를 흔쾌히 받았다. 그리고 브라우니도 한 입.
"......헉, 대박. 맛있어."
이쯤에서 다시 되짚어보자면 리라는 입맛이 예민하다. 그건 다시 말해 요리의 맛을 잘 기억하고 구분한다는 뜻이고, 리라는 이전에 혜우의 딸기 초코 브라우니를 익명으로 받아 먹은 전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 한 입 먹고 눈치챘다는 거다. 지난날 익명으로 자리에 놓여있던 딸기 초코 브라우니의 요리사가 누군지에 대해서!
"혜우 후배님 베이킹도 엄청 잘 하네요. 가게에서 파는 디저트보다 맛있는 거 같아~"
—그러나 구태여 티를 내는 대신 칭찬만 몇 술 더 얹는 이유는, 지난날의 포푸리 건도 있었고 무엇보다 익명으로 보낸 이유가 있겠거니 싶어서였다. 이유야 어쨌든 본인이 줬다는 걸 알리고 싶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만드는 것 말고 먹는 것도 좋아해요? 저 티라미수 쿠폰 있는데, 나중에 시간 있으면 같이 갈래요?"
그 대신이라긴 뭐하지만, 뭐라도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 가벼운 제안 하나 정도는 건네보는 거다. 와중에 찡찡이는 닭가슴살을 다 먹은 뒤 엎드린 아메의 눈을 바라보며 제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명확한 감사 인사였다.
으앙 경진주... 8ㅁ8 한참 바빠보였는데 더 바빠지는구나... 현생 힘내길 바라고, 그동안 경진이랑 노는거 잡담하는거 다 즐거웠어! 아기딸기아이스크림왕자님 일상할때나 이벤트 할때나 입담이랑 행동이랑 다 재밌어서 즐거웠다🥺🥺 더 못 만나봐서 아쉽네... 일들 다 잘 풀렸으면 좋겠고 나중에 다른곳에서 익명으로 다시 만나는거야!!
>>443 일단 은우의 경우는 이러니저러니 해도 세은이의 안전이 제일 우선인 아이라서 세은이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정말 뭐든지 할 수 있는 그런 아이에요. 물론 스토리 진행에 따라서 조금 성향이 바뀌긴 했는데, 옳은 길을 위해서 나 자신이 희생한다 라는 빛보다는 내 동생과 소중한 이를 위해서 다른 이들을 희생시킨다라는 비율이 아직은 조금 더 크답니다.
세은이의 경우는 뭐 일단 위크니스 자체가 인첨공의 어둠 그 자체이기 때문에... (옆눈) 그리고 세은이도 결국 자기 자신의 목숨이 제일 우선인 아이라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목숨을 지키고 보존하기 위해서 배신을 할 수 있는 그런 아이거든요.
즐길 시간 정도는 있으면 좋겠다라. 그런 얘기를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성운의 얼굴이 떠올랐다. 연이은 행사들을 함께 해서 그렇겠지. 하지만 어쩐지, 성하제에서의 모습은 그리기가 어려웠다. 같이 무대를 오르는 것까지는 연상할 수 있어도 어째서인지, 축제를 함께 즐기는 건.
"별로 안 바빴으면 좋겠네요."
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기에 나 역시 그 정도로만 말하고 연필을 슥삭 움직였다. 연습장 속 무대에 의상, 환복? 이라는 단어가 적혔다.
아메는 찡찡이가 간식을 다 먹고서도 가만히 있었다. 리라가 장난감을 그려줘도 코 끝으로 킁킁 건드려만 보고 관심 없는 듯 하품을 쩌억 하고 눈을 깜빡였다. 보다 못한 내가 치킨 모양 장난감을 들어 아메 머리 위에 얹었는데 그마저도 가만히 있어서 좀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되었다.
그 사이 내가 사람용 간식(?)을 꺼내놓자 이번엔 리라가 들떴다. 홍차도 거절하지 않고 받길래 섭식에 문제는 없나보다 생각했다. 브라우니 먹는 모습을 빤히 보다가 다쿠아즈를 집어 내 입에 밀어넣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폭신한 식감을 만드느라 애 좀 먹었더랬지.
"좋은 재료를 쓰기도 하고, 재료를 안 아끼거든요. 저당이니 저칼로리니 하는 건 절대 안 쓰고."
그런 거 쓸 바엔 먹지를 말아야지, 라고 중얼거렸다. 식사는 몰라도 디저트는 진심이라서 그런 거 쓰는게 용납이 안 된달까. 연달아서 쿠키도 하나 집으며 리라의 말에 답했다.
"요즘 좀 바빠서요. 마음만 받을게요."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가볍게 제안을 사양하곤 쿠키를 씹었다. 굵직한 설탕조각을 씹다가, 문득 떠오른 일 하나를 입에 올렸다.
"아, 그러고보니, 저번에 성운이가 내 어릴 적 사진을 누가 알려줬다면서 보여주더라고요. 나도 그 홈페이지 갤러리는 잊고 있었는데 말이죠. 누가 찾았는지 용하기도 해요. 응."
바삭바삭바삭. 달달한 쿠키를 삼키며 리라를 힐끔 보았다.
"어떻게 알았어요? 이리라 선배님. 데 마레의 홈페이지, 뭐하러 들어갔어요?"
딱히 추궁하려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왜, 라는 의문이 강한 것은 시선으로 명백히 드러났겠지.
459 자캐의_영화_취향 은우 - 아무래도 액션 영화나 히어로 영화나 이런 것을 좀 더 좋아해요. 그 외에는 코미디 영화류도 좋아하는 편이에요. 세은 - 드라마류나 좀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영화류를 좀 더 좋아해요. 덧붙여서 둘 다 애니메이션 극장판 같은 것도 좋아한답니다.
462 자캐가_10년_전의_자신에게_편지를_쓴다면_어떤_내용을_담을까 아마 둘 다 어릴 때 자신이 당했던, 정확히는 부모님이 살해당했던 그 사건을 적을 것 같네요. 어떻게 보면 이 남매의 비극은 그때 그 사건으로부터 시작했으니까요.
113 자캐가_가장_행복했던_순간 은우는 아무래도 레벨5에 도달했던 그 순간이, 정확히는 퍼스트클래스에 도달하는 그때 그 순간이 가장 행복했을 것 같네요. 세은이는 인첨공에 와서 혜우나 수경이나 정하 등 친구를 사귀게 되었을 때가 정말로 행복했을 것 같고요. 인첨공에 막 와서 아는 것도 없고 커리큘럼은 힘든데 또래 친구들이 생긴거니까요. 모카고, 이야기해주세요!
>>446 459 자캐의_영화_취향 약간 소설 원작의 드라마물 좋아할 느낌이네요 462 자캐가_10년_전의_자신에게_편지를_쓴다면_어떤_내용을_담을까 지금 원수를 마주한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며.. 글쎄요.. 그저, 앞으로 힘내라고, 끝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113 자캐가_가장_행복했던_순간 볶음밥 먹을ㄸ..가 아니라 역시 어렸을때 경찰에 대한 꿈을 키워가던 시기가 아닐까요. 모카고, 이야기해주세요! 443 자캐는_어떤_이유로든_대답할_수_없는_질문에_침묵_vs_대답할수없다고말함_vs_말돌림_vs_기타 침묵하다 대답할 수 없다고 말할 것 같네요. 557 자캐의_필통_안에는_무엇이_있을까 샤프, 펜, 지우개, 수정테이프 등. 351 자캐는_위로받는_것에_익숙한가 익숙하긴 해요! 친구들이 위로해줄 순간이 있지 않겠어요? 집에서 볶음밥을 엎었다거나..뭐 그런 일이요! 목화고, 이야기해주세요!
치킨 모양 장난감이 머리 위에 얹힌 아메를 바라보며 소리없이 웃고 있자니 찡찡이가 살짝 일어나 아메에게 접근했다. 이에 냥냥펀치와 같은 혹시 모를 돌발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 이동 가방과 연결된 하네스 끈을 살짝 잡았지만, 다행히 그런 폭력사태는 일어나지 않는다. 대신 찡찡이는 아메의 머리 위에 올라간 장난감을 손으로 톡 쳐서 아메의 눈앞으로 떨어뜨리더니 앞발로 한번 꾹 눌러보였다.
삐꾹.
이건 이렇게 갖고 노는 거야— 라고 말하는 것처럼 몇번 더 장난감을 눌러보인 찡찡이는 그대로 서서 아메를 바라본다. 중간에 놀라서 도망쳤다면 굳이 거리를 좁히진 않았겠지만.
"확실히 디저트는 재료를 아끼면 안 되죠. 전 뭘 제대로 만들어 본 적은 없지만, 계량이 조금만 잘못되어도 레시피대로의 맛이 나오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그 말대로 몹시 달콤하고 묵직한 맛이다. 예전 같았으면 한 번 입에 대는 데도 꽤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겠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불안이며 강박 증세며 하는 것들이 많이 줄어들었기에 적어도 이런 편안한 상황에서만큼은 무례를 저지르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홍차를 입에 머금자 향긋한 향이 입안에 퍼진다.
"그렇구나. 하긴 바쁠 시기이긴 해요. 2학기에, 축제에... 우린 그것만 있는 것도 아니니까. 너무 무리하진 말고요. 물론 혜우 후배님은 잘 하겠지만!"
가벼운 사양에는 마찬가지로 가벼운 반응으로 대꾸하며 마지막 남은 조각까지 먹자 속이 든든해졌다. 그리고 슬슬 찡찡이를 데려와야겠다는 생각에 하네스를 당겼... 는데.
"어? 응?"
삐걱삐걱. 순간 리라의 관절들이 목각인형처럼 뻣뻣하게 삐끄덕거렸다. 그대로 천천히 돌아간 고개는 혜우의 두 눈을 마주하지만, 이내 그 시선은 마주본 상대의 어깨를 넘어가 초점을 잃고 먼 곳을 향한다. 그마저도 얼마 못 가서 돌아오긴 했지만.
"어... 떻게 나인 줄 알았어요? 아니지. 그걸 성운이한테 보여줄 만한 사람은 나밖에 없나? 으음... 그으게... 막 대단한 이유로 보게 된 건 아니고, 개인적으로 인첨공 연구소들에 대해 공부를 좀 하고 있었거든요. 모르는 게 워낙 많다보니 교양 삼아. 그래서 이것저것 본다고 데 마레 연구소 홈페이지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봤어요."
교양 삼아, 라고 말하기에는 꽤 딥한 부분을 파고 있긴 했지만 그건 일단 넘어가자. 이 자리에 어울리는 말도 아니고, 계기를 설명하자면 수경의 개인사로 넘어가야 하니 적절치 못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해야 할 건 그런 게 아니니까.
"......막 보여줘서 화났어요? 미안해요. 당사자 허락 받고 보여줬어야 했는데 너무 귀여워서 그만."
수경은 저지먼트 업무에 적절하게 다시 복귀해서 업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조금 더 상냥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모호한 듯한 인상이지만 자세히 보면 섬세하고 눈에 띄는 사람이었던 걸까요... 그건 중요하지 않을지도요.
그리고 수경과 서연이 예비인력으로 남아 있던 부실에 신고전화가 들어왔습니다...
대략적인 내용은 인첨공 어느 곳에서 스킬아웃들이 와장창 난동을 피우며 파손을 저지르고 있다.는 일이었지요. 수경은 서연에게 선배님. 같이 가실까요? 라고 물으며 장갑을 낀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리고 저지먼트가 도달한 곳은... 와장창박살이 나고 도난과 어지러짐이 발생했지만 아슬아슬하게 화마는 피한(대신 편의점 앞의 가로수가 타닥타닥 타고 있었다) 편의점 앞이었습니다. 스킬아웃들은 위협적인 것들을 들고 상점의 유리를 박살내고 있습니다... 그 곳이 서연의 알바지라는 사실은 불행이었을까요. 아마 서연의 핸드폰에는 오늘 알바는 안와도 된다같은 말이 있을지도요?
>>546 허둥지둥 부실문을 나섰다가 뒤늦게 수경의 이능력을 상기한 서연이었다. 누가 선배고 누가 후배인지 헷갈리지 않을수없는 그림이다
그래도 수경의 이능력덕에 문자그대로 순식간에 출동했고 수경이 베테랑답게 스킬아웃을 제압하고 안티스킬에게도 인계해준덕분에 서연은 화재가 커지지않도록 막는데 전념할수 있었다. 점포 카운터아래에 숨어있던 점원(별일이 없었다면 서연과 교대할 예정인 알바였다)도 주위를 살피려는듯 카운터위로 눈을 내밀더니 안티스킬까지 확인하자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아마 사장님께 보고하는거겠지
긴장이 풀어지자 작살난 일터에 골이 띵해지는 서연이었다 오늘 알바는 텄네 저 수박들 여긴 왜 와가지고...!! 지금 든 소화기로 끌려가는 스킬아웃들의 뒤통수를 까버리고픈 욕망과 그랬다간 자신도 폭행 현행범으로 현장체포당한다는 자제심 사이에서 서연은 갈팡질팡했다. 오늘의히어로 수경이 걱정스러운듯 말을 건네지않았더라면 의도치않게 소화기를 들었다놨다하는 운동을 했을지도 모를일이다
" 아! 응응!! "
서연은 제 폭력성을 감추려는듯 소화기를 바닥에 놓고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 덕분에 살았어!! 고마워~~ 여기 내 직장인데 저 수박들이... 아아아 오늘 일당 날아갔다으아으으... "
같이 출동하면서 어리버리깐것도 모자라 푸념까지 해버리는 상급생다운 구석이라곤 1도없는 서연이었다...
리라는 글씨가 빼곡히 적힌 편지지를 가만히 노려보다가 적당한 크기로 접어 봉투 안에 넣고 고양이 모양 스티커로 밀봉했다. 책상에는 쓰다가 망친 편지지들이 동그랗게 뭉쳐져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개중 몇 개는 바닥으로 굴러떨어져 찡찡이의 훌륭한 놀잇감이 된 참이다. 솔직히 이 편지는 쓰는 내내, 아니, 사실 지금도 이래저래 고민이 된다. 이걸 과연 보내는 게 맞나. 내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은 있나. 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도 없는데 이 행동 자체가 같잖은 위선이 아닌가.
그러나 중천에 떴던 해가 서서히 서쪽으로 기울 때 쯤, 리라는 결국 빗자루를 타고 창틀을 박차 4학구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약간 도톰한 편지 봉투는 4학구의 안티스킬을 통해 적법한 위험성 검사를 거친 후 수용소 내부로 전해졌을 것이다.
[ 진민호 경장님께 ]
근황입니다. 보라 양은 치료를 받으며 회복하고 있고 아린 양과 배우자 분은 정상적인 생활 중에 있습니다. 나중에 집에 가시면 걸어다니는 고양이 인형이 있을 텐데, 이상한 물건은 절대 아니니 안심해주세요.
제가 편지를 쓰는 게 맞는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렇지만 머리가 식고 나서 상황을 되짚어보니 전하고 싶은 말이 떠올라 짧게나마 편지를 작성합니다. 우선 당시 저를 포함한 저지먼트 전원의 대처와 분노는 정당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경장님도 충분히 알고 계시리라고 믿고요. 그렇지만 저 개인적으로 필요 외의 사적인 감정이 섞여 할말 못할 말을 제대로 가리지 못한 점은 마음에 걸렸습니다. 이 점 사과드립니다. 제 3자가 누군가의 부모됨과 사람됨을 함부로 논하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퍼스트 클래스와 위크니스의 사정과 심정은 같은 처지가 아닌 제 3자가 온전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는 영역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그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좀 주제넘죠. 그러니까 함부로 경장님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말은 하지 않겠지만... 같은 상황에 처해있었다면 저라고 크게 달리 행동했을까 싶습니다. 정말 화내야 할 대상은 따로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필요 이상으로 과격하게 말해서 죄송합니다. 경장님이 죽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두서없는 편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
추신. 집에 돌아가신다면 아린 양에게 고양이 나라 출장을 다녀왔다고 말해보세요. 추신 2. 독 안 들었으니까 드셔도 됩니다.
[ 3학구 목화고등학교 저지먼트 2학년 이리라 ]
편지 봉투에는 초콜릿맛 캐러멜과 기본 캐러멜 몇 개 그리고 벽에 붙이면 손을 핥거나 꼬리를 흔드는 등, 작은 모션 몇 개가 추가되어 있는 고양이 야광 스티커 서너 장이 동봉되어 있었다.
소화기로 사람뒤통수를 후려갈기려던 주제에 가볍게 패도된다는 수경의 말에는 도리어 굳어버리는 서연이었다 아무리그래도 법대로해야지라는 인첨공바깥에서의 사고방식이 배어있는 탓인지도?
그래서 끌려가는 스킬아웃을 보지않으려는듯 돌아섰다가 이어지는 반응에 서연의 머리는 일시정지되었다. 수경이 5만원권 지폐를 10장이나 집어서 내밀때까지도 서연은 눈앞의 상황을 파악하질못했다 그러니까 이게 지금 무슨... 눈이 수경의 손에 잡힌 지폐를 식별하여 5천원권이 아니라 5만원권임을 인지하고나서야 서연은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았다 그만큼 불가해한 상황인데 정작 돈을 건네는 수경은 평온한 미소만 띠고있다 이뭥미???????????
" 아 아니 아니 아니!!! 잠깐만 잠깐만!!! 일당은 일해서 받는거지!!! 그리고 내 일당 이렇게 안 비싸!!!! "
너무 두서없는 지껄임이라 스스로도 자괴감이 들어버리는 서연이었다 서연은 흘러내릴것만 같은 안경을 고쳐쓰면서 머리를 싸쥐었다가 가까스로 정신을 수습하고 정돈해서 말하고자 시도해보았다
" 걱정해준건 진짜로 땡큐 때땡큔데~~ 일 안하고 돈받는건 저기 저 수박들같은 날강도 아니면 거지잖아?? 그니까 어... 뭐 시키고싶은 일 있어? 오늘 알바는 텄으니까 맡겨주면 열심히할게!! "
말하자면 일일알바지!! 일하지않는자 먹지도 말랬다구~~ 거기까지 말하고서야 심호흡을 하고 진정하는 서연이었다
"........" "........" "...고양이 나라라." "...나가게 되면, 바로 집에 돌아가지 말고 한번 만들어볼까. 그리고...사진 찍어서 가지고 가볼까." "맛있네. 귀엽고." "........" "전에 편지를 보낸 아이도 그렇고, 이 아이도 그렇고..." "...이제와서 속죄를 생각하는 것도 웃기지만, 만약의 경우에는..." "이 아저씨. 조금이나마 도와줘볼까..."
"...도망치려 한다면 제압해야하는데 그렇다고 줄없는 번지점프를 시키기에는 좀 전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니까요." 진짜 줄없는 번지점프를 시키면(사실 따지고보면 낙하산 없는 스카이다이빙이 더 걸맞기는 하지만) 죽으니까 안되잖아요.
"보통 일당은 어느정도인가요...?" 수경의 능력 특성상 커리큘럼 겸 알바는 꽤 보수가 높은 편이었기 때문에 일당이 애매하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일 안하고 돈을 받...는 건 날강도 아니면 거지..." "....연지 연구소는 절 날강도나 거지라고 생각했다는 거겟..거겠군요. 아니 건가요.." 순간적으로 그렇게 더듬거리며 말한 수경이 침묵합니다. (딱히 연구에 크게 일조하지 않음에도 지원금을 탄다는 사실이라던가...를 생각해보니 날강도 아니면 거지라고 말하자 진짜 그런가. 라고 생각해버린 모양입니다.)
"...시킬일은.. 없는데요..." 안타깝게도 수경은 사이코메트리 같은 것을 사용하는 걸 보면 급격한 불안증에 빠져버릴지도 모르겠다여서. 시킬일이 없다는 매우 솔직한 답변을 돌려주려 합니다.
아메는 머리 위에 장난감이 놓여도 가만히 있었지만 찡찡이가 일어나자 귀가 쫑긋 솟으며 까만 눈이 찡찡이를 보았다. 주시하긴 하지만 도망가거나 물러나진 않았다. 머리 위 장난감이 떨어질 때 고개를 살짝 털었고 찡찡이가 눌러서 삐꾹 소리가 나자 갸웃하기도 했다. 아메도 일어나서 앞발로 장난감을 툭툭 건드리기는 했으나 막 소리가 날 정도로 누르진 않고, 되려 베개마냥 머리를 대고 누워버렸다. 모로 누워 편안히 늘어진 자세가 꼭 휴일의 인간() 같은 모습이었다.
요 고만고만한 털뭉치들이 나름대로의 교류를 하는 동안 이쪽은 이쪽대로, 나름의 대화를 이어갔다.
"맛은 물론이고 아예 조리가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해요. 오죽하면 베이킹 재료들이 뭐 안 됐어? 응 뒤질게, 하는 우스개소리까지 있겠어요."
만드는 사람 입장에선 웃을 얘기가 아니라는게 또 다른 웃음 포인트겠지만. 디저트가 너무 달고 다쿠아즈는 얼그레이 크림이라 홍차가 별로지 않을까 했는데 막상 마셔보니 은은한 훈연향이 잘 어울렸다.
"선배님도 힘내세요."
딱 좋게 식은 홍차를 몇 모금 마시고, 연습장을 보며 말을 이었다.
"잘 아시네요. 그런 거 찾아서 보여줄 친구가 성운이 주변에 선배님 밖에 안 보였거든요. 딱히 화난 건 아니니까 괜찮아요. 어차피 그 즈음 내 옛날 사진 보여주려고 데이터를 찾아왔는데 먼저 봤다길래 조금 놀라기만 했어요."
대놓고 홈페이지에 공개된 사진이니 누가 봐도 상관 없는 것만 있었다. 그러니 사진을 보여준 거 자체는 그저 그런 헤프닝에 불과했지만-
"그런데, 이적 예정이거나 소속을 고를게 아니라면 그다지 추천할 교양은 아니네요. 필요 이상으로 파고 들지 말아요. 어디에 어떤 모순, 불합리, 부조리가 있을지 모르잖아요. 거기에 닿았을 때, 스스로를 지킬 자신이 없다면, 적당히 해요."
그저 흥미 본위로 인첨공들의 연구소를 탐구한다는 건, 그리 좋지 않을 테니 무겁지 않게 그렇다고 경박하지도 않게 말하고 검지를 퉁 튕겼다. 손아귀에 걸린 연필이 한 바퀴 빙그르르 돌았다.
<[ 청윤아 ] <[ 나 성운이 ] <[ 별건 아니고, 나 궁금한 게 생겼는데 ] <[ 혹시 오늘 능력응용 훈련할 거면 나도 끼워줄 수 있어? ]
별나게도, 아직 서먹한 동기의 뜬금없는 연락이었다. 어제 자기 소속 연구소에서 커리큘럼을 하다가 문득 머릿속에서 뭔가 생각난 아이디어가 있는데, 그것을 검증해보고 싶다던가. 그래서 오늘은 어려운 과녁을 해보자고, 장비를 알터 측에서 빌려주겠다는 제안이었다. 청윤이 그것을 수락했다면, 오늘 교내 부속 연구실에는 청윤뿐만 아니라 청윤보다도 한결 눈높이가 낮은 동기가 청윤에게 손을 붕붕 흔들고 있었을 것이다.
성운이 가져온 것은 지름이 멜론 정도 되는 세라믹 과녁판을 매달고 있는 드론 여러 대였다. 세라믹 과녁판이 무언가에 명중할 때 명중 위치를 정확히 계산해서 점수를 산출한다나. 작동시키면 입력한 알고리즘에 따라 날아다니며 과녁판 역할을 하는, 요컨대 능력 훈련 과정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날아다니는 타겟이다.
다만 일반적으로 훈련장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과 다른 것은 이것이 여러 가지 알고리즘을 탑재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 중에는 극악으로 난해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있고, 3차원 삼중진자의 움직임에 기반한 것도 있다는 것이 성운의 설명이었다. 투사체 능력자들 중에서도 능력을 유도시키는 게 가능한 능력자들의 유도능력 향상 훈련용으로 사용한다는 모양이다.
하지만, 청윤의 능력은 엄밀히 말하자면 직선으로 발사하는 것뿐이지 아직 유도 쪽으로 능력을 개발해보거나 응용할 생각은 해본 적이 없을 텐데. 여기에 성운의 부가 설명이 뒤따랐다.
“잘 봐줘.”
성운은 핸드폰 앱의 작동 버튼을 꾹 눌렀고, 드론들 중 한 대가 신호를 입력받아 붕 날아올라서는 정말로 저게 맞출 수 있는 게 맞기나 한 건가 싶은 극단적으로 변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세상에서 제일 사악하고 교활한 곤충이 자기 기교를 최대한 다해 왈츠를 춘다면 저렇게 될까 싶을 정도로, 눈으로 쫓는 것도 버거울 수준이었다.
“저번 이후로, 사물에 적용되는 중력을 정중력-역중력으로만 바꿀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중력의 중심축의 방향도 바꿀 수 있게 됐어. 그리고 내가 원하는 물건들의 중력 중심축을 원하는 대상으로 바꿀 수 있게 됐는데··· 다시 말해 내가 원하는 사물들이 대상에게로 저절로 「떨어져내려간다」는 거야. 높은 곳에서 떨어진 물체가 지면을 향해 추락하듯이. 그런데 그 지면을 내가 정할 수 있는 거지···”
성운은 이내 주머니에서 동전 몇 개를 꺼내더니 그걸 공중에 아무렇게나 던졌다. 그리고 그것들은 땅으로 떨어지는 대신에- 맹렬히 허공을 가로질러서, 방향을 마구잡이로 뒤틀며 그 난해하게 날아다니는 드론의 과녁판으로 날아들었다. 파바박, 하고 무언가가 세라믹판에 꽂히는 소리. 성운은 다시 핸드폰 버튼을 눌러 드론을 이리로 불러들였다. 드론의 과녁판 정중앙 부근에 깔끔하게 꽂혀있는 동전 몇 닢이 보였다.
“생각해보니 이렇다면 다른 친구들과 협력해서 원거리 공격을 유도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거든. 그래서 말인데, 청윤아, 유도공기탄 한번 시도해보지 않을래?”
청윤이 수긍한다면, 성운은 버튼을 누를 것이다. 그리고 청윤이 공기탄을 발사할 준비를 마친다면 청윤의 공기탄에 중력축 변경을 부여했을 것이고, 두 사람의 능력이 함께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보여주게 될 것이다.
동월이 자기 자신을 괴롭게 하는 것 따위, 물어보지 않아도 이미 수경은 대답을 알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언젠 그러지 않은 적이 있던가?
" ..... "
자신의 손이 감싸진 것을 깨닫자 몸이 떨린다. 확실히, 수경의 입장에서라면 난처할만 했다. 자신의 과거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지금 찾는것이 무엇인지도 대충 알고있는 그녀였기에, 이 트라우마를 마주하는 동월을 보면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 없었겠지.
" .....그렇더라도, 그건, "
그래선 안됐다, 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안될 이유가 있나? 수경은 자신의 정체를 감출 권리가 있었다. 동월을 걱정하더라도 동월이 그것에 간섭할 이유는 없었다. 단지 지금 동월의 머릿속에 휘몰아치는 것은 그녀를 잊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 또 그녀가 지금껏 정체를 밝히지 않았던 서운함. 그 정도일까. 단지 죄책감이 차지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을 뿐이다.
" 하, 하.... 그래. 뭐가 두려웠든, " " 일단, 필요한 얘기는 나가서 하는게 좋을 것 같은데. "
잠시 밖으로 떠나가있던 정신을 붙잡고, 수경의 손을 붙잡은 채로 느릿하게 일어선다. 이곳이 어디인지 잊었는가. 사람의 상태 따위는 아랑곳 않고 쉴새 없이 공격을 해오는 괴이다. 탈출구로 가기 위해선 그저 이 복도 끝까지 움직이기만 하면 되니, 어려운 것은 없다.
하지만 어두운 복도 속에서, 동월은 잊고있던 것이 있었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트라우마를 겪어서인가, 아니면 요새 해이해져있었기 때문인가. 그런 의문은 중요치 않았다. 그저 기척을 죽이는 데에 달인인 녀석의 날카로운 팔에 찔려, 복부가 직선으로 관통당해있다는 사실이 현재로썬 제일 중요하겠지.
" 커흑... "
잠시 자신의 배를 뚫고 나온 것이 뭔가 확인해보았지만, 그것이 날카로운 그것의 팔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것의 가늘고 긴 팔을 따라 붉은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고, 피가 역류했는지, 동월의 입에서도 피가 한움쿰 새어나오는 것이 보인다.
조용함을 넘어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병실, 희야는 누군가 들어오기가 무섭게 몸을 웅크리며 크게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머리카락으로 온몸을 덮어가려 웅크린 모습은 커다랗고 하얀 고양이 같다. 오들오들 떠는 몸과, 난잡한 머리카락 너머로 당신을 보는 눈은 부어있었다. 떨림은 점차 잦아들고, 희야는 웅크렸던 무릎에서 손을 떼더니 뭐라고 말할 새도 없이 눈에서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우, 우우, 우……. 으…… 허어엉-"
단어가 되지 못한 뭉개진 발음과 함께 목을 놓으며 울어버렸다. 과거와는 명확히 다른 반응이었다. 항상 인간에게 호기심을 가지고, 인간과 자신은 다른 존재라고 생각하던 초월적인 자아가 지금은 그 나이보다 조금 어리고 보드라운 아이가 된 것 같았다.
한참을 엉엉 울던 희야는 눈이 퉁퉁 붓고 나서야 울음을 그칠 수 있었다. 훌쩍거리며 얼굴을 닦아줄 때는 눈을 꾹 감는 것이 오빠 보다는 동생에 더 가까웠다.
"희야가 더 미안해, 그러니까, 그게…… 희야가, 연락 자주 했어야 하는데."
희야는 몸을 웅크렸다. 고양이처럼 복슬복슬한 머리카락 너머로 이리저리 눈을 굴리다가 눈이 마주치자 소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희야 먹을래……." 하는 것에서, 당신은 느꼈을 것이다. 부서졌던 것이 돌아오고 있다.
"같이 있을래. 혜우랑 있으면 희야는 좋아."
망가진 희야가 돌아오고 있다.
"……그리고, 할 얘기도 있어. 아주, 긴 얘긴데. 그러니까."
데 마레가 조각조각 부서진 자아를 맞춘 뒤, 오랜 시간 공을 들인 결과가 빛을 발하고 있다. 호재였다. 그리고 희야는 무언가 말하려다 의료용 안드로이드가 들어오자 움찔 몸을 떨었다. 잔뜩 긴장하고 불안한 눈치로 안드로이드를 바라보다, 안드로이드가 손님이 있음을 인식하고 3시간 뒤에 찾아오겠노라 친절한 목소리로 안내하고 다시 돌아갈 적.
"…희야가 나쁜 짓을 해서, 혜우를 못 만났어."
고해성사가 시작되었다. 재단에 들어선 날, 소중했던 친구의 죽음, 비틀린 재단과 엇나가던 자신, 그 기간동안 만나지 못했음과 에어버스터에게 제압되고 지금 교화되었음을- 그리고 끝내 다시금 울었다. 미안하다며. 그 끝에서 희야는 불분명한 발음이나, 당신에게 고했다.
줄없는 번지점프라는 말에 표정이 싹 굳어서는 수긍한 서연이었다 텔레포트능력 하면 대중교통 이용안하고 목적지로 가거나 택배를 순식간에 운반하는 용도로 좋겠다고만 생각했지 그렇게 살상용으로 응용할수있을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능력이라는건 정말 활용하기 나름이구나. 더듬어 정보캐내는 내 능력도 저런식으로 변용이 가능할까?
"그래서 저는 줄없는 번지점프를 시키고 나서 확인 후 다시 땅에 내려놓아요." 아니면 번지점프가 아니라 다이빙 정도로 만들거나.
"일당이 그정도로군요. 저는 보통 물량 단위여서 들쭉날쭉해서 감을 못 잡았어요." "....그런 건가요..?" 정말 그런건지 서연을 바라보면서 살짝 눈꼬리를 처연하게 내리며 그렇냐고 물어보려 합니다...
"별로.. 원하는 것도 없긴 해요." 그렇지만 정말로 그렇게 일관하기만 하면 너무 빚을 지워두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요.
"그럼.. 아이스크림 하나만 사주실 수 있나요..? 잔돈은 가지시고요..." 아무래도 날이 선선해지긴 했지만 아직 초가을이라 간혹 여름날씨적인 경우도 있고 수경은 언제나 긴팔이었고 스킬아웃을 제압하느라 좀 움직이긴 했으니까요. 현금 5만원을 내밀고 가장 싼 아이스크림을 하나 가리키려 합니다.
갑자기 날아온 동기의 메세지에 청윤은 처음에는 아주 약간 놀랐다. 어쩌다보니 제법 오랫동안 함께 저지먼트에 있었음에도 왠지 서먹한 느낌의 성운이 훈련 제안을 했기 때문이엤다. 그래도, 어차피 앞으로 1년은 더 함께할 동료인데, 이 참에 친해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이 들어 청윤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연구실로 향했다.
"안녕 성운아. 그건.."
드론들을 보고 청윤은 왜 훈련에 드론을 안썼는지 갑자기 조금 아쉬워졌다. 분명 레벨은 4레벨인데 하는 훈련은 1레벨 시절이랑 달라진게 없는거 아냐? 같은 생각이 들었다. 뭐, 그건 그거고 지금은 훈련에 집중해야겠지.
"우와.."
드론들의 변칙적인 움직임과, 그 변칙적인 움직임을 뚫고 모조리 맞춰버리는 성운의 능력에 놀란 청윤은 잠시 뒷걸음질 치는 듯 싶더니 박수를 쳤다.
"대단하다.. 확실히, 정말 강력한 공격일 것 같은데?"
청윤은 웃으며 드론들을 보다가 손가락을 준비운동으로 풀곤 한번 손가락을 뻗어 공기탄을 날릴 준비를 했다.
"처음이니까 타이밍을 맞출 수 있게 쏜다고 할게..!"
공기를 모으고, 발사한다.
"쏜다!"
그렇게 공기탄을 발사해본 청윤은 잠시 생각하더니 은우 선배께 보여주던 때처럼 손가락 5개를 쭉 피고 성운에게 말했다.
"아까 동전을 던지는 걸 보니까 여러개를 한꺼번에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지? 그럼 이렇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머리를 대고 누워버린 아메를 가만히 바라보던 찡찡이는 무슨 생각인지 조금 더 거리를 좁히나 싶더니, 아메가 먼저 피하지 않았다는 가정 하에 그의 곁에 식빵을 굽고 앉으려고 했을 것이다. 편히 늘어진 모습을 보니 자신도 그러고 싶었던 걸까. 적당히 선선한 공기와 아직 따스한 햇빛이 어우러져 잠이 절로 쏟아지는 무드가 형성된다. 덕분에 이 고양이의 동그란 두 눈은 어느새 감실감실, 서서히 아래로 내려앉기 시작했다. 반대로 홍차의 카페인 덕에 리라의 정신은 조금 더 선명해진다. 적절한 시간의 적절한 카페인 섭취는 일상 효율 상승에 도움이 되니, 질적으로 훌륭한 디저트와 함께하는 오후의 티타임은 리라의 신체적 정신적인 피로를 상당량 풀어주었다. 예의 우스갯소리 또한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됐으면 됐지 덜어주지는 않았기에 리라는 소리내 웃고 만다.
그 다음은 마땅히 찔려야 할 시점이었으니 은근슬쩍 눈치 보는 얼굴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화가 나지 않았다는 것 하나는 다행인가.
"이름을 쓰지 않아도 행적 자체가 지문이었네요. 완벽한 익명 제보라고 생각했는데... 크흠. 아무튼 혜우 후배님이 화나지는 않았다니 다행이지만, 다음부터는 주의할게요."
너무 생각이 없었다. 변명에 가까운 말이지만 리라 본인이 돌 이전부터 미디어에 모습이 박제되던 과거를 가진 탓에 다소 무감하게 퍼나른 것도 사실이라... 으으. 부끄러운 일이다. 괜한 머쓱함에 손끝의 브라우니 부스러기를 돗자리 바깥으로 팔을 뻗어 털어내니 곧 산들바람이 불어와 얼굴을 식혔다. 그 바람의 온도만큼, 뒤이은 혜우의 조언은 적절히 서늘하고 현실적이다.
"그건~... 그렇죠."
기실 그 부조리, 불합리, 모순을 목격해서 탐색을 시작한 것이었지만 냉정히 보자면 혜우의 말이 옳다. 주제넘는 사실을 알아낸다면 과연 나는 그것을 감당할 수 있나. 알아낸 후 생겨날지도 모르는 여러 해프닝 또한, 감당할 역량이 있나.
"......그래도 그런 것들에 닿아있는 사람이 주변에 존재한다면, 해결책을 함께 찾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툭 튀어나온 말은 정제되지 않은 무의식의 편린이라 앞뒤 맞지 않고 뜬금없게 들린다. 하지만 굳이 말실수라며 정정하진 않았다. 모른 채 눈 돌린다 해서 저 구석진 곳에 도사리고 있는 것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기에, 어두운 면에 발 담그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면 하찮은 손 하나라도 거들어 도움이 되어주고 싶으니까. 우습지만 리라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분히 이상적인데다가 꽤나 허황됐고 주제도 모르는 오만임을 모르지 않지만.
"혜우 후배님 말대로 조심해서 할게요. 조언해줘서 고마워요!"
감히,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식빵을 굽던 찡찡이는 곧 길게 기지개를 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아메가 피하지 않았다면 이 작은 강아지의 머리를 한 번 핥아준 후 혜우에게 머리를 살짝 콩 콩 하고 부비고 리라에게 돌아왔을 것이다.
>>0 가끔 그런 날이 있다. 아무것도 하기 귀찮은 날들이. 옆에서 불만이 가득한 연구원의 말을 무시하며 훈련장에 누워있던 금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연구원들이 바랬던 대로, 발화 에너지를 최대한으로 모아 불꽃을 터트렸으니. 그 온도를 측정하는 연구원을 뒤로하고서 금은 훈련장을 빠져나간다.
>>631 "그러니까, 있잖아, 희야가, 그러니까…… 윤 선생님이랑, 응, 기억해……? 윤 선생님. 삼촌이랑 같이 있던 형.: "희야가 형 재단에서 생활했는데, 거기에서 형이 맨날 우리의 노력으로 너와 다른 사람들을 구하는 게 구원이라고, 구원 받을 수 있다고 했거든. 그래서 열심히 살았어, 희야." < 여기까지는 정상적임 "그런데, 재단에서 희야랑 가장 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걔가 괴롭힘을 받다가, 그러니까…… 뛰어내렸거든." "그 이후로, 다들 슬퍼하는데, 나쁘다고 알리려고 했는데, 엘리트라고 묻히고, 다른 재단 친구들은 다 커리큘럼에서 불이익 주고… 그래서." "왜 엘리트라는 것들이 본교의 노력으로 타인을 구하는 것을 막아세우는지 알 수 없어서, 죽은 자를, 신성한 본교의 일원을 묻으려 드는지 알 수 없어서……. 태양을 등지려 하는지 알 수 없어서." < 여기서부터 위험함 "그래서, 다들 눈이 돌아버려서, 저질러버렸어." "우리는 그게 구원인 줄 알았거든. 윤 선생님, 그러니까, 교주님이 그랬어. 구원을 막는 자에게 우리가 직접 안식을 주어야만 한다고. 그것이 진정한 구원이라고." "그러다가, 많은 것도 했어. 윤 선생님이 달라는 거 다 가져다주고, 그리고, 몸도 많이 아팠어.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강해지려면 연구원이랑 컨택해야 하니까. 수술도 하고, 윤 선생님이 아픈 날에는 약도 주셔서." "그런데 은우가 우리 개(태휘)랑 같이 우리를 습격했어…… 그리고, 그러니까." "나중에 병원에서, 희야가 한 일이 나쁜 짓이었다고 해서." "응." "그래서……. 나쁜 짓이 아닌 걸 알고 싶어서, 저지먼트에 왔는데." "……미안해. 희야가 나쁜 사람이라서."
태오는 뒤로 주저앉은 채 욕을 짓씹으며 눈을 치켜떴다. 평온한 한때를 묘사한 캔버스에는 대각선으로 선명한 오렌지 색의 직선이 그였고, 모서리에는 난잡하게 물감이 튀어있었다. 오늘따라 잘 그려진다 싶더니만, 그런 생각을 할 적이면 꼭 사건이 벌어지고야 만다.
"하, 씨……."
엉망이 된 캔버스만큼 태오의 모습도 엉망이었다. 미끄러져 넘어질 적 손을 짚은 곳이 하필 직접 색을 섞어 만들던 안료 그릇을 담아둔 테이블이었기 때문이다. 요란하게 뒤집히고 날아간 그릇들은 엎어져 머리 위에 자주색이요 연두색, 노란색이나 하늘색 자국을 남기고, 바닥도 엉망이었다. 태오는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벅벅 긁었다.
"이게 다 얼만데……!"
레이브의 개인작으로 수입은 벌 만큼 벌었지만 소비와 사치에는 그렇게 큰 뜻이 없던 삶을 살았기 때문일까, 이런 안료를 사는 것에도 손이 벌벌 떨렸던 나머지 남들이 들으면 펜트하우스에서 사는 미친 금수저가 사람을 기만한다 지탄하기 딱 좋을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뱉던 태오는 젖은 손에 덕지덕지 묻은 안료가 녹아드는 것에 드물게 짜증을 냈다. 그리고 손으로 얼굴을 덮어 가리며 한숨을 쉬었다.
"……."
그런 균열을 만들고도 평온하게 그림이나 그리니 업보를 받은 건지. 태오는 어두운 손아귀 속에서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그래도 나는 정당했다. 그러니까, 나는…….
"세상에, 고양아! 큰 소리가 났는데 괜찮……." "……." "걸작이네." ─ 뭐지? 넘어졌나? 얘가 넘어지는 날이 다 있네. "……." "아, 방금 내가 말로 꺼냈나?"
태오는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서휘를 보며 노골적으로 표정을 찡그렸다. 안 그래도 기분 잡쳤는데 누굴 놀리는 것도 아니고!
"나가요." "하지만 고양아, 거울을 보면-" "내가 꺼지라고 하기 전에 나가." "젊은 것이 싸가지는 더럽게 없어! 내가 나가고 말지, 나가고 말아!"
다시 닫힌 문을 쏘아보던 태오는 캔버스로 시선을 옮기며 앓는 소리를 냈다. 이걸 언제 다 치우고 수습하지? 이 미친 인생, 되는 날 하나 없기는!
>>690 꾹꾹 구겨져서 안겨? 있는 모습에 안불편해? 하고 물어볼 이혜성과 신경도 안쓰고 꾸깃꾸깃 안겨서 행복해할 금이.....귀엽군 15주년 때 관람차 타러 가기 전에 사진 찍으러 갔다해도 되고, 아니면 그 뒤에 둘이 놀러갔을 때 찍었다해도 되니까? 이혜성이 제안했을 건 당연하지. 대신 커플 느낌 낭낭하게 어떤 식으로 찍었을지는 금주가 말해쥬
>>685 호호... 정확히는 부수고 미술관에서 이제 항의하거나 조사를 받을 텐데, 미술관측에서 갑자기 '구속조사나 안티스킬 조사 말고 우리 쪽에서 해결하고 싶다. 레이브가 브로커를 보냈기 때문이다...'같은 이유를 대면서 나리가 독대하시고는
"레이브 쪽의 브로커란다." "요즘 작품이 계속 부서지니까 그게 유행인줄 아는 것 같은데, 그런 머저리들이랑 아가씨는 다를 거 아냐." "왜 그랬는지 들어보고 싶네." "레이브 선생님은 듣기만 하고, 그 머저리랑 같은 이유가 아니면 선처하길 바란대. 무얼 표현하고자 했어?"
라고 물으실거야... 요즘 내가 너무 피곤한 나머지 말투가 패치가 안 됐는데 잘 필터링 해줘
"상그리아일까...." "아니에요. 샹그릴라지요. 폐기하려고 노력하신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꽤 얻어냈답니다." "아아 그거.. 그럼.. 상그리아 맛일까 싶을지도." "전 그 맛을 모른답니다... 만일 무알콜이라고 해도요." "그럴만하긴 하군.. 그럼 딸기맛으로 할까?" 그게 무슨 소리에요. 같은 표정으로 당신은 그녀를 바라보았습니다.
수경의 오늘 커리큘럼은 연지의 커리큘럼이었습니다. 그 외 연구 협조였습니다. 유달리 좀 협조적이어서 왜 그러지.. 같은 표정이었지만.
>>719 불편하다면 무릎이라도 꿇는다니 너무 귀엽잖아 왠지 소파에 이혜성 앉아있고 금이가 이혜성 허리 끌어안고 허벅지에 머리 대고 꾸깃해져 있는 거 상상했어 귀엽다(흠) 어깨에 머리 비비는 것도 귀여워.....이혜성이 양손으로 머리 구깃구깃 쓰다듬어줄듯 뭐 리조트에서 같이 >누워서< 찍은 사진? 당장 이혜성이 플로라이드 카메라 있다고 해야만(?) 아주 좋은 구도다. 채택
>>720 그건 모르겠는데 아마 일을 그만두던가 아니면 근무지 바뀌면서 오전 근무 되던가 둘 중 하나일듯??? 그러니까 돈! 돈을 내놔!!!!
>>743 뭐? 그거 매우 흥미 유이니 입 다물지 말고 얼른 썰로 풀어보지 못할까(짤짤) 크아악 뇌가 과부화된다....전신 샷으로 찍었어도 상체 반샷만 찍었어도 좋은데 크아악 두장 찍어서 둘이 구도는 똑같은데 포즈만 살짝 다른 사진 나눠 가지고 있는거 너무 좋고 (뇌녹음) 금이 지갑에 뭐 있는지 알려줘(이러기) 지금보다는 나아져야지 야간근무는 사람 할 짓이 못돼(퍼석퍼석)
>>754 영화나 보면 그런 거 있잖아요. 앉아있는 마피아 보스 앞에 자리 잡은 거대한 호랑이. 자경단 리더인 혜성이를 지키는 금이랴 (IF로), 누가 혜성이를 찾아오면 눈 감은 채 머리 기대고 있다가도, 날카로운 눈빛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막... (??) 아, 금이의 지갑이라. 🤔 혜성이와 찍은 사진이 가장 먼저 보일 테고. ID 카드랑... 현금 조금. 어디까지나 평범한 느낌이에요. 혜성이는요?
>>765 situplay>1597041438>361 여기의 세번째에 이혜성 지갑속 사정이 있습니다 센세 크아악 순간 바닥에 앉아서 이혜성 무릎 위에 머리 기대고 눈 감은 채 있던 금이가 누가 찾아오면 한쪽 눈만 뜨고 들어온 사람 바라보는 그런 장면을 상상했다 느와르 한편 뚝딱이네(?) 평범한 느낌이라도 좋다 여고생 지갑이 간단하고 평범할 수 있지
>>772 그럴 줄 알고 미리 이불 속을 뎁혀두었지 후후 (옆자리에 슥)(토닥토닥) ㅋㅋㅋㅋㅋㅋㅋ 뒷발로 바닥 치는 것도 그렇고 완전 성운이더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오늘 하루만 저거 열몇번은 돌려본듯(?)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젠장 세상에 친칠라 키우면서 유투브 하는 집이 왤케 많은겨?!
서성운의 오늘 풀 해시는 자신이_서서히_유리로_변하는_병에_걸린다면_자캐는 “···어, 이러면 안되는데, 왜 이러는 거지······?”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지는 거야? 그 평범한 삶이라는 게 괘씸한 짓이야? 이런 일까지 겪을 만큼 나쁜 짓이기라도 한 거야?” “하다못해, 내가 죽어버린다고 해도 내 뒤에 남겨질 사람들은··· 엄마 아빠는··· 혜우는 어떻게 해···?” “······그렇구나. 멈추지 않는구나. 나는 결국 어느 순간 유리 조각상이 되어버리는 운명이구나. 아아, 이미 팔꿈치 아래론 움직이지 않네··· 하다못해 다리, 좀더 멋있는 자세로 굳었으면··· 어라, 깨졌네.” “·········저기, 내가 한낱 유리조각이 되어버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 있어. 같이 해줄래···?”
어느날_방의_물건배치가_바뀌어있다면_자캐는 “여보세요··· 응, 혜우야. 혹시 최근에 내 집에 왔다간 적 있어?” “별건 아니고, 내 방에 물건들 몇 개가 내가 나가기 전이랑 위치가 확연히 달라져있어서.”
자캐를_안으면_어떤_향이_나는가 당신은 성운을 폭 끌어안아 보았다. 섬유유연제 냄새, 로션과 크림 냄새, 그리고 상쾌한 숲속 냄새가 난다.
서성운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만든_송편은 송편. 성운이 빚었다고 한다. 반달 모양으로, 최대한 예쁜 모양이 되도록 공들여 빚은 티가 난다. 동글납작한 반죽 2개를 덧붙여서 만든 UFO 모양도 있다. 본인은 보름달 모양이라고 항변중인데 그냥 UFO다.
자캐의_감정의_쓰레기통은 다른 어딘가에 버리지 않는다. 버리지 못한다. 버릴 수 없다. 그래서, 자기가 버려야 할 감정을 자신에게 버리는, 자기 스스로가 감정 쓰레기통인 타입. 자기 자신을 간직한다면 낙원에 갈 수 있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과 순진하고 나약한 마음 따위로는 네가 원하는 낙원을 쟁취할 수 없으리라는 세상의 딜레마 사이에서, 불씨가 잘못 붙으면 유독한 증기를 내면서 영원토록 활활 타오를 쓰레기들이 마음속에 가득 쌓여버리고 말았다.
자캐가_좋아하는_패션스타일 스스로 입는 거라면 스트릿 계열. 가을 들어서는 야구점퍼에 후디를 매치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언더웨어는 딱 달라붙는 것을 입지만 상의는 오버핏을 선호하는 편. 그 편이 왠지 덜 갑갑하다나. 반바지나 스키니진 같은 것도 쉽사리 입는 편이다.
>>775 어...적지 않을까....? 왠지 적을 이미지 같은데 이렇게 되면 진짜 너무 그냥 찌들어보이잖아ㅋㅋㅋㅋㅋㅋ하겠지만(?) 그치 거기에 같이 찍은 사진도 포함이야 (복복복) K랑 기싸움하는 금이 귀여워 표정 구기면 K도 켁; 하면서 같이 인상 찌푸리고 그 사이에서 이혜성만 ??? 하는 표정 짓고ㅋㅋㅋㅋㅋㅋ 아니 대충대충ㅋㅋㅋㅋㅋㅋㅋㅋ같이 살면 머리 대충 말리는 금이 보고 이혜성이 드라이어기로 머리 말려주는 거 떠오르고 막
>>776 첫 번째 해시.... 너무 안쓰러워요. 처절해 보이기도 하고요.. 😥 그리고 성운이에겐... 아이 같은 냄새가 나는군요. (?) 나머지 해시도 잘 보았어요. 뒷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이 스트릿 패션이라. 어울릴 아이들이 많아서 이래저래 상상해 보고 기뻐 웃게 된답니다.. uu
>>787 갑자기 찾아온 평화라. 어떤 절대적인 존재가 그렇게 했을까. 두려울 수밖에 없긴 하겠죠. 망설 👀 아니 먹지 않는다면 다행이지만. 가지고 다닌다는 것도 불안하네요...
>>777 경제적이라고 하지요. (?) 기싸움하면서, 혜성이에게 못 다가오게 할 거라. 멀찍이서 혜성이에게 보고 할 K가 그려지네요. 아니 그래도 머리 말리는 것 까...... 🤔 (시트 짜면서 적어놨던 금이 TMI를 생각함) 혜성이가 고생이겠네요.... (?)
>>793 경제적이라고 하자 왠지 가계부까지 쓰는 거 생각하면 찌들어버린 사회인 느낌이 19세에(흐린눈) 멀찍이서 보고 하려다가 본인이 답답해서 다가오다가 금이가 아르릉해서 짜증내는 K와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혜성과 그 소동에 쳐들어오는 U씨....난장판(산뜻) 대체 무슨 TMI인거야 숱이 많다던가 그런건가? 괜찮다. 결정적일 때나 한번씩 찐하게 어리광 부리거나 그럴 이혜성이니까. 잊지말자 이혜성은 언니같은 막냉이 재질이다.
>>787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이죠?<<< 생각해보니 그러네요 무슨...무슨일이벌어지려는것이지? >>>당장 먹어버리는 것은 망설이지만, 버리지는 못하고 항상 가지고 다니<<< 캁 캹 켉 (몸부림치는중.)
>>788 인첨공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서 별이 가득한 밤하늘 보기라고 생각해요. 의수에, 의족을 하고요. 유리보다는 따뜻할 테니까... 전부 다 기억하고 그런 건 아니지만, 눈여겨봐둔 물건들(아끼는 거라던가, 거기 있어야만 하는 거라던가, 우연히 눈에 들어와서 기억하고 있던 거라던가, 아니면 내다버리려고 모아둔 거라던가)의 배치가 달라지거나 이부자리가 흐트러지거나, 살짝 뒤틀려있어서 찝혀서 잘 안 닫혀서 살짝 열어놓는 장롱 문이 완전히 닫혀있거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성운: “으음─ 뭐 특별한 냄새는 나지 않는 것 같은데 향수로 만들 수 있으려나 모르겠어.” “일단 오늘은 이걸로 만족해줄래?” (마주 꼭 끌어안음) “괜찮다면, 내 향기, 충분히 묻혀주려구.”
대주주님, 성운이는 그나마 가연성이라 불만 조심하면 그만인데 혜우는 날카로운 유리조각 내지는 쇳조각들이잖아요....... (물끄러미)
앗 이게 얼마만의 흑집사 에- 어- 아니 성운이.. 편하게 귀여워할 수 있는 캐릭터로 만들었긴 한데 그 정도로 귀티나는 인상은... 아니 못입을것도없나 👀👀👀
>>793 갑자기 마음에 들어서 사입은 야구점퍼가 금이가 큰맘먹고산 옷이랑 같은 옷이었다던가 하는 상황이 떠올랐어요! 👀
>>794 다들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리는 인첨공이라.. (흐린눈) 아 산뜻 ㅋㅋㅋㅋㅋㅋㅋ K만 보면 경계하니 왜 그렇냐고 묻는 혜성이의 모습이 그려져요. TMI는 아, 음 ◐◐ 시트에 적어놨듯이 생활력 빵점에. 귀찮음이 많은 아이라. 말리지 않고 그냥 다닌다던가 할 거라. 어리광... 아 으으으윽 단어만 들었을 뿐인데 심장이 간질간질하네요...
>>795 👀 성운이에게 오버핏인데, 금이에겐 아닌... (나쁨) (?) 우연한 상황에 금이, 웃으면서 잘 어우린다고 하겠네요.
>>799 인첨공의 아이들은 모두 일찍 어른이 되어버려....(흐린눈) 진짜로ㅋㅋㅋㅋㅋㅋㅋ뭐야뭐야?:0 왜이래? 하는 표정으로 어리둥절해하는 이혜성과 으르릉거리는 K의 허리를 잡고 질질 끌고 나가는 U군....진짜 산뜻한 난장판이다ㅋㅋㅋㅋㅋㅋ 아 생활력 빵점ㅋㅋㅋㅋㅋㅋ생활력 간단한 건 이혜성이 알려주면 되고 옆에서 이혜성이 사부작사부작 움직이면 금이도 졸졸 따라다니며 사부작사부작 움직일거라고 예상하고 있어서 괜찮다. 생활력 좋고 사부작거리는 거 많은 연상 어떤데 금이가 언니 ~~할래요? 하면 등 뒤에서 얼굴 푹 파묻고 으으응 하는 걸로 대신 대답하는 이혜성이라던가 (약간 자칫 잘못하면 어리광이 아니라 꼬시는 게 될지도 모르는 문장은 저멀리 걷어참)
>>806 나중에 K를 싫어하는 금이의 상황을 알고 나면 착잡해질 혜성이... 착하게 지내면 안 돼? 하면 적어도 으르릉 거리진 않을 듯해요. uu, >>졸졸 따라다니며<< 아 ㅋㅋㅋㅋㅋㅋㅋ 응. 열심히 배워서 앞으론 금이가 빨래랑 요리랑 다 하고 다닐 테니까. (??) 어떻긴요... 너무 좋아서 심장마비로 죽을 정도랍니다. uu
으으으으으으으윽 아 너무 귀여워서 정말... 앗, 그 👀 걷어차지 말아요?? 뭔지 엄청 궁금해요! (날아가 버린 문장 쫓아가기)
>>809 착잡해지는데 대체 왜 싫어하는지 명확한 이유는 짐작 못하는 이혜성(특:눈새) 착하게ㅋㅋㅋㅋㅋㅋ지내면 안돼?ㅋㅋㅋㅋㅋ왠지 우쭈쭈해주는 거 같잖아ㅋㅋㅋㅋㅋ하겠지만ㅋㅋㅋㅋㅋㅋ어딜가든 졸졸 따라다닐 것만 같아서 그만(??) 요리는... 요리는 이혜성이 어떻게든 해볼테니 빨래와 청소와 분리수거를!!!! 요리를 배우기 위해 태워먹을 냄비와 프라이팬이!!!(이런발언) 심장마비로 죽으면 안돼 어허이
>>810 하긴ㅋㅋㅋㅋㅋ 하는 건가요 ㅋㅋㅋㅋㅋㅋ 우쭈쭈해주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래야 혜성이의 말을 따를 금이라... 그리고 정말 졸졸졸 따라다닐 것 같긴 한데... 아 프라이팬 ㅋㅋㅋㅋㅋㅋ (이마침).... 몇 번 알려주려다가 처참해진 냄비와 프라이팬, 주방 꼴에 금이 차마 고개를 못 들면서, 요리는.... 포기하겠습니다. 이러겠네요.... 그러니 다른 거라도 잘 배우려 할테고...
>>820 센세 주무셔야죠... 안하지는 않을 것 같아서 그만ㅋㅋㅋㅋㅋㅋ착하게 지내면 안돼? 응? 하면서 고개 갸웃하는 이혜성....씁 사실은 호랑이가 아니라 여우였나(킹리적 의심) 그래도 안싸운다면 해주는 게 인지상정이지. 가르쳐주다가 처참해지는 주방을 보고 이혜성 심각하게 턱 괴고 생각에 잠겨있다가 금이 말에 머리 몇번 구깃구깃 쓰다듬어준 뒤 "그럴래? 그래도 다른 건 쉬우니까" 하고(하지만 새로 구입하는 프라이팬과 냄비들의 개수가 늘면 지출이 늘어서 현실적이 되어버린건 부정 못함) 순화해서? 순화....음..으음...서로 할일 하면서 있다가 먼저 금이 어깨에 툭 기대고 ㅋ..아니 뽀뽀할래? (순화) 하고 소곤소곤 묻는 이혜성이라던가?
"이 애가 우리 연구소에 잠깐 지내는 애라고?" "하긴.. 그들을 모아놓긴 어렵고..." 그들은 서류를 팔락팔락 넘겼습니다. 눈살을 찌프리기는 하지만 어린 당신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수가 없군요... 하지만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을지도 모르죠.
그래서 당신은 연을 놓았다고 했다.
"그럼 저..는 어떻? 되는 거?" "너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알 필요는 없겠지.." 결국 당신에게 남은 건 끝이 결정되었음의 선고 뿐이었지요. 그래도 그 곳에서 당신은 몇가지 사고 기법을 배웠습니다... 첫번째. 현실감각의 희미함을 일정 농도 이하로 유지하는 법. 두번째. 적절한 불신으로 마음을 가라앉히는 법. 세번째. 감정의 통제. 즉. 억누름. 별개로 감정을 발산할 때에도 이성 한자락을 잡는 법도. 네번째. 필요할 때 자기암시를 통해 조건을 충족시키기. 그 외에 다른 것도 배웠겠지.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너는 결국 공허해질 것이다. 너의 손에 쥐어져 있는 그것은 칼날이다. 너와 상대방을 전부 갈라버릴 수 있는 것이다. 망설임을 전부 부어ㅂㅓ
>>825 잠은 죽어서 자겠어요.. 호랑이라면, 단호하게 말해야 맞으려나요? 백호도 애정 하는 대상 앞에선 약하다고 하지요. uu 심각하게 턱 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정도면 금이 불과 관련된 것에는 전부 불 조절이 망한다는 저주에 걸린 건 아닌가 싶고.. 머리 꾸깃꾸깃 해주면 금이 진짜 고개를 못 들 거예요... 삐질삐질, 그 말에 고개 끄덕 일테니... 가스레인지 앞엔 얼씬도 하지 않겠네요.
>>839 ?? 선생님? 그거 아닌거 같아 우쭈쭈 어르면서 뺨에 뽀뽀하고 고개 갸웃할거라서 여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말한다면 그런걸로 하자(간단) 진짜로ㅋㅋㅋㅋㅋㅋ이쯤되면 얘는 불과 관련된 건 절대 만지면 안되는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이혜성....머리 꾸깃해주면 고개 못드는 금이 보고 괜찮다고 다독여주는 이혜성...햐 평화롭다(???) 어떻게 이 둘이 계약연애(대체) 그래도 불과 관련된 거 제외하고 열심히 해줄거라고 믿어 금이니까(찡긋)
>>841 ◐◐.... 농담이에요. 슬슬... 잘 거예요. 그래도 여우보다는 백호 이미지가 좋아서요. 그렇게 옆에서 도와줬는데 망친 것에 시무룩해 있다가, 다독여주는 것에 옅게 웃겠네요. 평화 ㅋㅋㅋㅋ 아, 그 앞에 놓인 주방의 꼴은 평화롭지 못하겠지만요. (?) 그러게요. 계약 연애라, 이젠 그 계약에 제대로 얽혀버렸으네요. 히히. uvu. 응. 동거하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혼자가 아니니까요.
훗날 돌아본다면, 10대 시절의 몇 년 쯤은 찰나와 같이 짧게 보일 것이었다. 지금을 괴롭히는 문제도, 시간이 지나면 별 것 아니게 될 것이었다. 분명, 지금 당장 뭔가를 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아주,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어떤 형태로든 모든 문제는 끝을 맞이할 것이었다.
하지만
"그랬구나. 희야, 나쁜 짓 했었구나."
일생이란 그저 흘려보내기엔 너무 짧아서
"그리고 희야도, 많이 힘들고 아팠구나."
그렇기 때문에 더 발악하고 더 발버둥치며
"그래도, 나한테 희야는 그 언제라도 희야야."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주길 기다리지 않는 거겠지.
"희야가 날 기억하려 해준 걸로 괜찮아. 미안해. 더 일찍 찾지 않아서."
그 사이에 놓칠 지도 모르는
"고마워. 돌아와줘서. 어서 와. 희야. 많이, 정말 많이, 보고 싶었어-"
소중한 것을 다시금 붙잡기 위해.
"까마귀면... 태오 맞지?" "걔는 또 왜, 으음." "...그 바보멍청이가." "으응, 알려줘서 고마워, 희야. 조만간 말 걸어볼게." "어차피 제대로 대답 안 해줄 테니까 일단 등짝이나 때려줘야지." "으휴, 정말이지, 손이 많이 가는 오빠들이야." "히히."
희야의 병문안을 다녀온 다음 날은 어김없이 합주 연습이 있는 날이었다.
전날 거의 못 자긴 했지만, 평소에도 자주 잠을 설쳤으니 괜찮겠지 싶었다. 물론 유준이 내 얼굴을 보고 끔찍하단 표정을 짓긴 했는데 성하제가 코앞인 마당에 어쩌겠는가, 무리해야지.
그래도 혹시 몰라 각성제 두 병을 마시고 가긴 했다. 낯빛 험한 거야 하루이틀도 아니니 대충 둘러대면 될 일이었다.
그렇게 오늘도 성운의 아지트에서 순조롭게 합주 연습에 돌입했다. 이전에 한 외출에서 좋은 편곡을 잡았기에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어, 잠깐, 성운아, 이 소절은 손에 살짝 힘을 빼고 눌러 봐. 어, 그렇게, 그러면 내가 흐름을 이렇게 타서, 그래, 이게 좋네."
나날이 실력이 늘어간다던 유준의 말을 증명하듯 연습 때마다 눈에 띄게 성장하는 성운의 실력 덕에 즉석에서 편곡을 가미해도 연습에 큰 지장이 없었다. 각성제 덕분인지 머리도 맑아서, 연습 후에 무대에 관해서 성운이와 얘기도 할 수 있-
"...어, 아, 어라." "야 야 코 막고 고개 숙여!"
기는 개뿔. 뚝뚝 떨어지는 코피에 그런 꽃밭 같은 생각이 무색해졌다. 유준이 놀라 급히 손수건을 꺼내 다가왔지만 내 몸이 비틀거리며 의자에서 넘어지는게 먼저였다.
아무리 그래도 각성제 두 병을 동시에 먹는 건 멍청한 짓이었구나.
새삼스러운 생각을 하며 무거운 눈을 그대로 감았다.
"아, X발, 기어코 일을 치네."
유준은 기절한 그녀에게서 첼로를 받아 수습하며 중얼거렸다.
그러길래 두 병을 못 마시게 했어야 했는데 잠깐 한 눈 판 사이 꼴깍 해버릴 줄 알았냐고.
무책임하게 정신을 놓은 그녀를 짜증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다가 성운을 보며 설명했다.
"저거 별 거 아니고 그냥 잠든 거다. 요즘 무대 기획하랴 여기저기 외출하랴 좀 많이 바빴거든. 어제는 특히 못 잔 거 같던데, 어떻게든 연습만은 버티겠다고 오기 전에 각성제를 두 병이나 마셨어. 안 그래도 약발 안 받는게 뭔 효과를 보겠다고 그랬는지. 나 참."
바닥에 털석 주저앉아 머리를 북북 긁던 유준은 혹시나 말 나올까봐 덧붙였다.
"말해두겠는데 난 한 병만 마시라 했다. 잠깐 눈 돌린 사이에 한 병 더 마신 건 저 녀석이니까, 자고 일어나거든 한 소리 해줘라. 합주가 뭐라고 저렇게까지 하냐. 성하제가 올 해만 있는 것도 아닌데."
마치 마지막일 것처럼 매달리는게 불안 그 자체이지 않나.
유준은 무심코 떠오른 생각이 튀어나오기 전에 삼켰다. 그리고 조용히, 눈을 감으며 마른 세수를 했다.
“그렇게 대단할 것도 없어, 요컨대 「락온」하는 느낌이니까··· 한번 락온만 하면 아무렇게나 던져도 맞출 수 있으니까.”
청윤의 박수에 성운은 쑥스러워하는 빨간 얼굴이 되어 손사래를 쳤다. 아무튼, 그 요지는 이거다. 그 「락온」을 동전같은 게 아니라 청윤의 공기탄에 적용하면 어떻겠는가 하는 것이다. 분명히 공기에도 질량은 있으니 잘 조정하기만 하면- 청윤의 손끝에 맺히는 기류에, 성운은 능력을 적용했다. 푸슉! 하는, 청윤의 귀에도 이미 익숙한 파공음과 작은 소닉붐이 뒤따랐고, 이내 정상적으로라면 절대 맞출 수 없을 것 같은 불규칙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드론의 과녁판에 퍽 소리가 났다. 멀리서도 과녁판에 작고 깔끔한 구멍이 뚫린 게 보였다. 성운이 던진 동전보다 중앙에서 좀더 멀리 벗어나 있긴 하다. 압축한 공기라 해도 동전보다 가벼운데다 탄속도 당연히 그냥 휙 던진 동전 따위보다 훨씬 빠르니 중력 유도의 영향을 확실히 덜 받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난해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멜론 크기의 과녁을 적중시켰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공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
“됐다, 성공했어!”
성운은 박수를 짝 치며 좋아하고는, 청윤에게 하이파이브를 청하듯이 손바닥을 내밀었다. 그리고 이내 청윤이 손가락 다섯 개를 내밀자 잠깐 고민했다.
“다섯 발을 제각기 여러 타겟에게 유도하는 건 조금 귀찮지만 가능하고··· 다섯 발을 한 타겟에게 한꺼번에 유도하는 걸 말하는 거지? 그건 더 쉬워.”
그리고, 성운은 청윤이 세는 카운트에 맞춰 청윤의 손끝에 생겨나는 공기탄에 연산을 부여했다. 다시 한 번 푸슈슉, 하고 파공음이 허공을 꿰뚫었다. 평소의 곧은 궤적이 아니라, 기하학적으로 구부러진 곡선의 궤적이 허공을 수놓았다. 과녁에 구멍이 패이는 게 먼저 보였고, 파바박 하는 소리가 1초도 안 되는 짧은 갭을 두고 뒤따라 그들에게 들렸다.
공기탄을 발사할 때 청윤이 뻗고 있던 손가락의 포지션을 180도 뒤집어놓은 듯한 탄착군이 세라믹 과녁에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두번째 시도에 이 정도라면, 청윤아─”
성운은 청윤을 돌아보았다.
“이거 성공이라고 해도 되는 거지?”
수학 문제와 커리큘럼과 너에 이어 네 번째로 무언가에 이토록까지 집중해 매진한 보람이 있어, 너와 함께하는 합주 레슨은 연인의 또다른 열정을 온몸으로 체감하는 차갑게 뜨거운 시간에서부터 빠르게 또 하나의 순조로운 교감의 시간으로 변화해갔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것은 그렇게 오래지 않았다. 중간에 편곡하고, 흐름이 어색하진 않은지 처음부터 다시 연주해보고 하면서 이제야 연주 한 번을 마친 참인데, 피아노와 첼로 듀엣에서 첼리스트가 코피를 쏟으며 기절해버렸으니 말이다.
그 순간, 성운의 눈앞에 누리랜드에서의 네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비강에서 피를 콸콸 쏟으며 의식을 잃는 모습에 성운은 채 표정조치 짓지 못하고 황급히 의자를 박차고 나와 네 어깨를 끌어안고 너를 받쳐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이 어떤 표정을 짓는지 성운 스스로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동안에 성운의 마음속에서 타오르는 감정들이 성운의 얼굴에 차차 스며나오기 시작했다. 경악, 비탄, 무력감, 아직 그 대상자를 확정하지 못한 들끓는 분노와 타오르는 증오··· 기어코 일을 치네, 하고 여상스레 말하는 유준에게로 그 항성의 표면 같은 눈이 향했을 때 유준이 네 상태를 성운에게 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차분하게 이어지는 유준의 설명에, 결국 오늘도 성운의 마음 속에 타오르는 불길은 자신이 불태워야 할 것을 찾지 못하고 잠잠히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꼬마의 얼굴 아래로 감추어져야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다 감추어진 것은 아니었다. 분노와 증오가 타오른 얼굴에는 재가 남았다. 비탄이라는 얼굴의 재가.
유준이 그것을 입밖으로 꺼내지 않는 데에 성공한 보람도 없이··· 성운 역시도, 유준의 생각과 거의 일치하는 직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아니, 그것은 이제서야 새삼스레 떠올린 것이 아니다. 예전부터 얼핏얼핏 들던 생각들이 지금 이 순간 다시 기억났을 뿐. 성운은 가만히, 자기 품에 기대어 하루하루 시들어가는 너를 바라보았다.
함께 있어주마고 약속했다. 언제까지 있어달라고는 약속하지 않았다. 그래서, 성운은 여러 번 네게 부탁했다. 네가 마음을 돌리기를. 내가 네게 죽어가는 삶이 아니라 살아가는 삶을 선물해줄 수 있기를. 나는 네게 적어도 이런 것들을 해줄 수 있다고, 그러니 할 수 있는 한 계속 여행하자고, 네게 그렇게 애걸했건만··· 너는 결국 네가 내릴 역을 정한 모양이다.
성운의 얼굴에 옅고, 흐릿한 웃음이 차차 걸렸다. 이것도, 저것도, 그 어느 것도 해줄 수 없다고 한다면, 이제 성운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네가 선택한 네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함께 해주다가, 그 목적지에 도달하면 너를 배웅해주는 것뿐이다. 어쩌면, 그때 너와 함께 거기에 내릴 수 있다면. 그제서야 소년은 자신의 손에 들린 기차표의 목적지를 볼 수 있었다. 하차역은, 낙원이 아니라 종말이었다.
"조금... 다르죠." 찾는 데에 도가 튼 것은 인정할수도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사라져버리고 나면 있었다는 사실조차도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 아닐까요? 동월이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베어내는 것은 무덤덤하게 보면서도 피를 뱉는 것은 어딘가 애석한 듯한 표정이 미미하게 드러나고 맙니다.
"....치료를 부탁..할 분은 있는데요..." 정중한 사과도 받았고 뺨도 한 대 때려줬어요... 라고 말을 하면서 눈을 슬쩍 피합니다. 아. 안데르 말하는 건가.(물론 수경이 뺨을 때렸다. 의 강도는 매우 약하다 못해 닿는 수준에 가까웠겠지만.)
"그러게요..." 어디로 갈까요.. 같은 한숨같은 목소리가 흩어져 사라집니다. 동월을 부축하려 시도하는군요. 그래도 지지대 역할은 해줄 수 있습니다. 텔레포트로 이동해도 효과가(걸어간 거랑 비슷한 효과) 있으면 그래도 되겠지만. 이해하고 있는 공간일지도 모르죠? 걸어가려 합니다.
해결을 돕는 것도 방법이지만, 함께 해준다는 걸 보여주는 걸로도 충분한 누군가가 있을 수 있다. 다시 원래의 온도를 찾은 혜우의 말을 듣고 있자니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그게 나쁜 느낌은 아니었기에, 아니. 차라리 좋은 쪽에 가까웠기에 리라는 방긋 웃으며 흔쾌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럴게요."
돌아온 찡찡이를 안아올려 무릎 위에 앉히니 그림자가 조금 길어진 게 보인다. 해가 넘어가고 있구나. 슬슬 돌아갈 때가 됐다고 생각할 즈음, 다시 혜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본 얼굴은 스냅백 챙의 그늘에 묻혀 다소 어둡게 보인다. 그러나 푸른색 두 눈동자만큼은 선명했다.
"데 마레에 대해서 묻는 거라면, 인터넷에 나온 것만큼만 알아요. 다른 연구소들도 아직은 비슷비슷한 수준이고요."
트릿 통에서 트릿을 하나 더 꺼내 찡찡이의 입에 넣어주며 그렇게 대답한 리라는 이내 찡찡이를 이동 가방에 들여보낸다.
"아. 따로 알게 된 건 건 태오 선배님도 예전에 데 마레에 계셨다는 것 정도...? 갤러리에서 봤어요. 어린 태오 선배님 사진."
이동 가방 지퍼를 올리는 동안 한번 더 바람이 불어온다. 넘어간 태양의 위치만큼 기온도 내려갔는지, 강하진 않더라도 꽤 서늘해진 바람의 온도에 리라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살짝 떨었다.
"휴, 이제 옷 따뜻하게 입고 다녀야겠네... 혜우 후배님도 따뜻하게 입어야 해요. 환절기에 감기 걸리면 힘드니까!"
그럼 이만 들어가 볼게요. 그렇게 한 마디 덧붙이고 일어나는 몸이 넘어가는 해를 등지는 바람에 그림자가 졌다. 때문에 또다시 바람 불어 흔들린 앞머리 너머 이마의 정체 모를 자국을 봤을지, 보지 못했을지는 오직 혜우만이 알 것이다.
스스로의 몸은 능히 지킬 수 있다. 애초에, 나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은 '죽지 않을' 각오가 필요하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절체절명에 몰린 순간 겁에 질려 심장마비로 쓰러지거나, 최대한 빠르게 죽음에 이르는 방법을 택해서, 눈앞에 보이는 미래를 에우는 가장 근원적인 공포와 모든 적들, 그리고 상황이 어긋난 다음 자기에게 찾아올 모든 환난과 고통으로부터 도망쳐 버리면 그만이겠지. 하지만 중요한 정보를 하나둘씩 보유하기 시작하면 마음대로 죽을 수 없고, 죽어서도 안 된다. 이렇게 설명하면 정보를 가족이나 자녀에 빗대어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 '지켜야 할 것이 있기에 살아야 한다'는 사고방식. 그러나 그것과는 약간 다르다. 자식이나 이혼한 배우자는 내버려 두면 알아서 살겠지만, 인텔리전스는 평생토록 자기 두뇌에 깃들어 산다.
그러니까 신부 수업은커녕 팔자에도 없는 몸싸움을 연마하고, 10cm 더 높은 벽을 뛰어넘을 수 있게 될 때까지 운명의 피앙세가 아닌 땅바닥과 키스하고, 정보를 내밀어 총알을 피하고, 목숨을 담보로 목숨을 건지며 끊임없이 이 지옥도에서 사활의 유일한 타개책을 궁리해 온 거다. 그리고 단언컨대, 커리큘럼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 담당의가 보여준 커리큘럼 대상자 '백청'의 차트에는, 나의 능력계수가 학원도시에서도 최하위 수준이라고 쓰여 있었다. 일개 풋내기 학생인 내가 차트에 적힌 수치들을 이해하지 못하리라고 생각해서 내밀었겠지, 내가 빼돌린 능력자 학생의 인적사항만 몇 개인데. 난 모든 것이 우스워져서 자신의 역량만을 믿고 달렸다. 초능력의 도시에서, '무능력자'인 나는 두 발만으로 달아나며 스스로를 구원해 왔다.
"나는 처음부터 말했다. 만만치 않을 거라고. 포기하려면 그 때 하라고. 지옥 끝까지 가겠다던 의지 벌써 꺾일 줄 알았으면 그 때 패서라도 막을 걸 그랬네. 그래, 애새끼들 감정 놀음이 다- 그렇지. 절절하니 애틋하니 해도 고작 반년이면 천년의 정도 다 식는게 애새끼지. 인해한다, 이해해."
빈정거리던 유준이 점을 찍듯 조소를 흘렸다. 비뚝 기울인 고개에 엷은 금발이 따라 살랑였다.
"장장 12년을 곯아들어간 걸 너 혼자, 고작 반년 만에 뭘 어쩔 수 있을 거 같냐? 난 기대도 안 했다. 내가 3년을 들였는데도 안 된 걸 너라고 뭐 하루아침에 할 수 있을까? 어림도 없지. 진짜 그러면 기적이지, 기적."
기적은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기적이라고 하지. 있는 것은 오로지 현실 뿐이기에.
"난 너한테 기적이고 나발이고 안 바란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네가 여기서 포기하고 놓는다고 해도 비난하지 않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관계의 끝이 보이는데도, 그러한데도 이 관계를 계속하겠다면, 뭐, 마음대로 해라. 그저 가만히 앉아 언젠가 찾아올 현실을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겠다면, 그래, 바라는 대로 해라. 그 때에도 그렇게 앉아서 그 녀석 붙잡고 그렇게 울고 있기나 해라."
차갑디 차가운 말만 남긴 유준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오늘 연습은 진작 글렀으니 이만 가보겠다는 말이 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