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 삐죽여 봤자 표정 읽기에 서투르니 삐진 티 읽어내지 못했다. 만약 알아보았더라도 한참은 늦게 걸렸으리라. 하여 무신은 몹시 당당하게도 재차 공언해 버리는 것이다.
"저것이나 너나 도토리 키 재기건만 견주긴 무얼."
내려다보는 낯짝 여전히 무신경하기만 하다. 한쪽 눈썹 휙 치켜 올리고 도리어 제 쪽에서 무어가 문제냐는 양 쳐다보고 있으니 소녀의 마음을 참 몰라준다……. 그러나 무신은 얼굴 알아보는 데 둔감하더라도 다른 감각은 기민했다. 녀석 목소리만 들어도 이 뒤로 귀찮은 상황 벌어질 게 뻔하리라 짐작하기도 어렵지 않았다. '에에잉'이라는 괴상한 감탄사 다 끝나기도 전에 무신의 행동이 더 빨랐다. 요괴의 말문 떼이려는 순간 그는 곁에 있는 노점을 향해 손 뻗어, 진열된 음식 하나를 집어들고 벌어진 입 안에 냅다 쑤셔넣으려 했다. 동작은 신속했지만 그리 거칠지는 않았으리라. 그저 영문도 모르고 간식을 물게 생겼을 뿐이지. 입 안에 꽂아넣으려 한 음식은 축제를 맞아 화려한 토핑을 잔뜩 얹은 달콤한 초코바나나였다. ……그런데 이 야만 신, 계산은 어쩌려고? 노점 주인은 아직 어안이 벙벙해서 돈 달라는 말 꺼낼 생각도 못 한 듯 보이고, 이 '여고생의 틀에 갖힌 야만신'께서는…… 어라. 한데 그 무신이 웬일로 순순히 제 품 안을 뒤져 현금을 꺼내는 것 아닌가. 그리고 가격표를 확인한 다음 말없이 가게 주인에게 돈을 내어 주었으리라. 심지어 돈을 던지지도 않았다!
>>61 3월달이 되면서 아무래도 많이 바빠진 것 같긴 해. 음. 일단 어느 쪽이건 캡틴이 편한대로 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해! 일단 이벤트를 계획한 것들도 충분히 있어보이니 말이야! 내 생각에는 나츠마츠리 기간을 1주 늘리고 휴식 기간을 1주로 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지만 말이야.
안녕하세요? 소유물 되는 개구리입니다. 주인님의 횡포로 그만 입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아니 하지만 이렇게 달콤하게 입이 막히는 거라면 몇번이고 입이 막혀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는 생각을 하며 초코바나나를 맛있게 냠냠 하려 하였다. 그러면서 걷는 것 멈추지 않는다. 이 어린 요괴 에스코트는 철저히 해보이려 하는 것이다.
한참 길을 걸으며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 사이, 어느덧 주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게 들려오고 있었다. "저기 보러 가자" "곧 있으면 시작이야" 같은 말들. 오이잉 하며 눈이 땡그래진 채 제 주인을 돌아보는 어린 요괴 되겠다. 이 제 서 야 입에 물린 초코바나나를 다 먹은 아야나, 사람들이 웅성이는 쪽으로 가보자고 손으로 가리켜 보이려 하였다.
>>53 우 오 옷 히데주 천재잖냐wwwwwwwwwwww 나는 그런 설정 좋다구😘 화문제천으로 산 시간은 신생 전체를 통틀면 비교적 짧지만, 그 시절에는 비사문천+태양신이 길러준 신이었던 만큼 제법 센 신이었다 생각하고 있거든! 그러면 소원으로는 구체적으로 어떤 걸 빌었어? 내용에 따라서 어떻게 반응할지 갈릴 것 같다🤔🤔 윤회런하게 만들어주는 건 신격적으로도 충분히 그렇게 해줄 것 같으니까 채택!! 하........ 히데미의 불행에도 이유가 생겨 버렸구나.... 이렇게 되면 카가리도 선관 전이랑은 다르게 히데를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네
>>57 하여자특 나왔으면 아야나한테 돈 달라고 했을걸............🙄 하여자특) 유치원생도 삥뜯음
자취하고 있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었다. 자취라기보단 부모가 둘 다 사라져주어서 혼자 살게 된 것이지만 말이다. 자세한 가정사에 대해서는, 지금은 입을 닫아두기로 했다. 스스로에게는 세상 후련하고 기쁜 일이었으나, 상냥한 당신이 걱정을 하지 않을 리 없으니까. 거짓말을 하는 것은 싫지만, 괜히 들먹여 데이트를 망치기 싫었다.
링고아메 대신 다른 것을 사주겠다는 말에 그를 돌아보았다. 어두운 밤거리, 줄지어 늘어선 가게들의 잔잔한 조명에 비친 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귀엽다는 말을 속으로 삼키고서 검지 끝으로 뺨을 가볍게 쿡 찔러보기도 했다.
게다를 신은 발을 신경 써주는 걸까. 평소보다 느린 걸음으로 보폭을 맞춰오는 것에 사랑받고 있음을 느꼈다. 그와 함께하는 지금이 더할 수 없이 행복했다. 너무 가까이 붙으면 걷기 불편했지만, 제 쪽으로 끌어당기는 손길에, 그에게 더욱 밀착했다.
"저도 야키토리 좋아해요."
그는 다코야키나 야키소바, 야키토리 같은 음식을 좋아한다고 했다. 역시 간편하고 깨끗하게 한 입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좋다. 음식 취향이 비슷한 것은 기뻤지만, 역시 키스가 신경 쓰인다고. 그렇다면, 마츠리에서는 가볍게 입술만 내어주고, 나머지는 온천에 돌아가서 양치를 한 이후에...
"먀아아악...."
당황하면 습관처럼 나오는 괴상한 비명을 내지르며 부끄러움에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대체 어디까지 생각해버리는 건지. 안 돼 안 돼.
"앗, 아무것도 아니에요. ... 좋아요! 구경하러 갈래요."
그가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기도 전에 허둥대며 대충 둘러대고는, 감았던 팔을 풀고서,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장신구 가게 쪽으로 도망치듯 도도도 달려갔다. 중간에 발을 삐끗할 뻔했지만 다행히 꼴사납게 넘어지는 일은 없었다.
장신구를 파는 노점은 마츠리라면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다. 먼저 도착해 진열된 물품들을 주욱 훑어보았다. 귀걸이는 당신이 착용하지 않고, 목걸이는 조금 과해. 역시 팔찌가 무난할까. 팔찌 쪽으로 눈길이 가면, 노점 주인이 맘에 드는 것이 있으면 착용해 봐도 된다고 해온다.
입에 뭘 물려 주니 한결 낫다. 적어도 음식을 먹는 동안에는 엉뚱한 짓거리 안 하게 되니 말이다. 평소에도 이리 예상이 가게 군다면 얼마나 좋아. 야금야금 먹는 꼴 한참동안 빤히 쳐다보게 된 것은 그래서다. 떠들썩한 소음의 한가운데에서도 귀로는 제각각의 소리들을 기민하게 잡아내었다. 무언가 행사라도 하는 모양이지. 시끄러운 자리가 싫다고는 해도 어찌 되었거나 신을 위한 제의다. 이제는 마츠리라 해도 극진하고 진실된 모심의 의미는 찾아보기 힘든 유락의 축제로 퇴색해가는 실정이라지만, 즐겨 두어 나쁠 것도 없다.
"그래, 가지."
무신은 처음보다는 한결 풀어진 표정으로 따라섰다. 눈 아래에 보이는 까만 머리통, 돌아보면 간간이 비치는 얼굴, 등 뒤로 늘어뜨려 찰랑이는 머리칼. 모든 것 눈에 담으며 참 새삼스러운 생각을 했다. 작아서 앞은 제대로 보이나 싶은 주제에 요리조리 잘도 인간들 헤치고 다닌다 싶다고.
자신의 뺨이 그녀의 검지로 콕 찔리자 그는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봤다. 자신도 저 볼을 콕 찔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일단 자제하기로 하며 ㅡ정확히는 조금 미룬 것에 가까웠다.ㅡ 그는 일단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것에 집중했다. 그녀가 더욱 밀착해오자 그는 두 사람이 걸어가는 것이 불편하지 않도록 자세를 살며시 가다듬었다. 다른 이에게 충돌하지 않는 것도 중요했지만 걸어가는 것이 힘들어지면 안될테니까.
"후훗. 그러면 야키토리가 보이면 사줄게요. 그 외에도 먹고 싶은 것이 있다면 사도 괜찮겠네요. 날씨가 더우니까 빙수를 먹는 것도 괜찮을테고요."
일본의 여름은 유난히 습하고 더웠다. 오죽하면 교토 같은 곳에 가면 염분을 섭취해야한다고 오이를 소금에 절여서 꼬치에 꽂아서 팔겠는가. 물론 자신은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먹고 싶진 않았기에 그는 막 머릿속으로 떠오른 오이꼬치를 애써 머릿속에서 힘껏 지웠다. 나중에 빙수가게가 보이면 그때 하나 정도 사서, 나눠먹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는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장신구 노점을 구경할건지에 대해 그녀의 답을 기다리자 나오는 것은 영문 모를 특유의 비명소리였다. 고개까지 세차게 젓는 그녀의 모습에 유우키는 어라? 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녀가 구경하러 가겠다고 이야기하며 감았던 팔을 풀고 안으로 들어가자 그는 굳이 더 생각하지 않으며 그녀를 따라 노점으로 천천히 향했다.
노점 안엔 상당히 이것저것 다양한 장신구들이 있었다. 팔찌에 목걸이, 귀걸이, 그리고 머리에 낄 수 있는 머리 장신구까지. 자연히 유우키의 시선은 머리 장신구로 향했다. 꽃 모양, 동물 모양, 전통 문양 등등 참으로 다양한 디자인이 있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이 멈춘 것은 다름 아닌 멀리서도 쉽게 눈에 보일 것 같은 강렬한 붉은 장미를 몸에 품은 금색 나비 모양의 장신구였다. 시선을 확 사로잡을 정도로 강렬하게 화려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럼에도 그 색이 상당히 곱고 예쁘며 그녀의 머리색에 너무나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유우키는 생각했다. 가격을 확인해보니 그렇게 비싼 가격은 아니었다. 아니. 다소 비싸다고 해도 크게 문제는 없었다. 이 마츠리에 쓰려고 모아놓은 돈이 있었으니까. 이어 유우키는 그것을 손으로 집었다. 그리고 팔찌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어깨를 손으로 톡톡 쳤다.
"히나. 팔찌 보는 도중에 미안하지만 여기 좀 잠깐 보시겠어요? 이거, 히나에게 정말로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만약 그녀가 돌아본다면, 아마 그는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그 장신구를 보여주면서 싱긋 웃었을 것이다. 물론 그녀가 마음에 들어할지에 대해선 불안감이 있었으나, 그는 애써 그 불안감을 티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