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찌... 종류는 잡다하게 많았는데, 노점이라 그런지 썩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불꽃놀이도 얼마 안 남았고, 괜히 이런 것으로 시간 낭비하기 싫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커플 시계를 맞추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미련을 버렸다. 꼭 오늘이 아니어도, 첫 데이트가 아니어도 괜찮으니까.
"네?"
그가 어깨를 톡톡 건드리며 불러와, 뒤를 돌았다. 꽃이 나비에 앉아있었다.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비는 기쁨과 장수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부활과 재생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것이 붉은 꽃을 품고 있는 것이라면, 죽어서도 사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되겠지.
대답 대신, 그를 올려보며 생긋 웃었다. 그가 건네는 머리장식을 가만히 받아들었다. 그것을 입에 물고, 두 손을 들어 하고 있던 장식을 뽑아냈다. 힘없이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등을 덮었다. 붉은 꽃 한 송이 아래로 꽃잎이 두 줄 이어져 내려오는 수수한 칸자시. 그것을 그에게 건네주었다. 꽤 오래 지니고 있었는데.
아까처럼 머리를 올려 묶는 대신 평소처럼 끈으로, 오른쪽으로 몰아 묶었다. 입에 물었던 것을 왼쪽 머리에 꽂았다. 매무새를 가다듬고, 다시금 그를 바라보았다.
불안한 마음에 심장만 두근두근 뛰고, 대답을 기다리는 그 찰나의 시간이 그에게 있어서는 너무나 길고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 아야나에게 뭔가를 선물할때도 딱히 이렇게 긴장되거나 심장이 뛰진 않았는데. 그런 생각을 절로 하며 유우키는 히나의 얼굴만 계속해서 진득하게 눈에 담았다. 그 짧고도 긴 시간동안 그의 머릿속엔 참으로 많은 생각들이 왔다갔다했다. 그리고 그 최종 도착점은...
생긋 웃는 그 모습을 바라보자 길고 긴 시간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 같아 유우키는 절로 안도할 수 있었다. 아마 가깝게 있었으니 그의 안도의 한숨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적어도 싫어하는 느낌은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겨우겨우 입꼬리를 조용히 올릴 수 있었다. 이내 그녀가 자신의 칸자시를 빼고 자신에게 내밀자 그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받아들였다.
자신의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평소처럼의 머리스타일을 하며, 자신이 준 머리장식을 살며시 왼편에 꽂자 그의 시선이 절로 그녀의 머리카락, 그리고 그녀의 얼굴로 향했다. 색이 너무나 잘 어울렸으며, 조화로움이 특히나 돋보인다고 유우키는 생각했다.
"예쁘네요."
그 목소리는 그녀의 물음과 거의 비슷하게 흘러나왔다.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절로 흘러나온 그 말에 스스로도 놀랐는지 그는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얼굴을 살며시 붉히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손에 쥔 장신구를 꽉 쥐는 일은 없었다.
"응. 너무 예쁘네요. 히나. 히나도 거울을 보고 확인해봐요. 마음에 들면 그거 선물로 줄게요. 그러니까... 첫 데이트 선물로 말이에요."
이 정도면 별로 부담스럽지 않지 않을까. 그리고 첫 데이트 선물로는 딱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괜히 자신의 뺨을 긁적였다. 아무리 그래도 반지나 목걸이 같은 것을 지금 주기에는 조금 빨랐으니까. 하지만 언젠가 주고 싶다고 생각하며 그는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그녀의 왼손으로 향했다. 그러다 황급히 고개를 올리며 그는 괜히 오른손으로 제 뺨을 긁적였다.
"아. 돈은 걱정하지 마세요. 저 그래도 돈은 많은 편이거든요. 히나에게 쓰고 싶어서 쓰는 거고 무리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이거 대충 뭔지 알 것 같은데 그... 이거 부르는 용어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뭐더라 왜 그 있잖아(짤) 이런 설정은 그동안 넣으면 머리 아플 것 같아서 염두에 안 두고 있었는데 상황에 따라선 유용하게 쓸 수도 있겠네 조언 감사다😎
그러면 센주의 아이디어에 >>257을 섞어서! 점점 속부터 썩어가고 있던 시점에 히데 조상님을 만나게 됐고, 본래라면 들어주지 말았어야 할 소원을 최초의 일탈로써 행하고 말았다는 걸로 해 볼까?😏 그래놓고선 책임은 자기의 이면에게 넘기는 걸로(화문제천: 아 이것도 다 중생 제도 겸 쓰디쓴 깨달음의 일환으로 내려준 경험입니다. 아무튼 완전히 제 탓인 건 아님ㅎ)
히데 조상님의 소원을 들으면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깨달음의 삯은 언제고 고가한 법이지요. 제諸 신불조차도 쉬이 돌이킬 수 없는 불귀로의 길, 당신이 무엇으로 인해 통악하시는지 압니다. 그러나 저는 뭇 유정을 제도하여 이로운 방향으로 이끄는 성중으로서 이곳에 임하였으니, 당신의 심뇌 덜어내기 위해서라 한들 타자를 해하는 죄업을 부추길 수는 없습니다." 우선 이렇게 말하면서 선을 긋기는 할 텐데, 그리고 잠시 뒤 부드럽게 웃으면서 이렇게 덧붙임→"……그러나 이 '화문제천'이 아닌 자라면 당신의 청 이루어 줄 신명 하처엔 있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눈치가 좋은 사람이라면 무슨 뜻인지 알게끔 넌지시 말하는데 히데 조상님이라면 당연히 알아채겠지😏
"대가는 참렬할 것입니다. 살아감은 본디 모두 고통일 따름이나 세상에 난 모든 이들은 각자의 행으로써 업을 지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현세로부터 지게 될 과보는 더없이 공참하니, 독 삼키거든 당신이 쌓을 수 있는 것으로는 오로지 죄업만이 남게 됩니다. 어떠한 공덕과 복덕도 당신이 저지를 극심한 죄 앞에 흐려질 터이며 무엇을 행하여도 앞으로의 모든 내생 괴로운 슬픔과 고한만이 기다릴지니, 생심코 묻지요. 당신께서는 정녕 그 독 달게 받으실 수 있으십니까?"
요러고... 쓰다 보니까 소원 들어주는 대가로 천 년의 고통을 약속하게 된 것처럼 말하게 됐는데 적당히 나락행 대신이라는 부분도 말했다고 쳐 주라(?) 이런 제안을 하게 된 건... 말 그대로 '일탈' 정도로 순전한 호기심에 가볍게 한 일일 것 같다🙄 히데 조상님이 파멸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무신 자신도 파멸로 확실히 이끌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는 건 어때? 승산 없다는 걸 알면서도 반역이라는 형태로 천상을 뒤엎어놓았던 것도 사실 이렇게 맞지 않는 껍질 쓰고 살 바에야 죽어도 좋다면서 자기파괴적인 방식으로 무작정 들이받은 거였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