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좀 썼다는 그 말에 그는 아무런 말 없이 입꼬리만 올렸다. 분명히 자신들의 시작은 서로 마음이 있어서 만난 것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그냥 연애를 한번 해보고 싶다, 그리고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는 가벼운 느낌으로 시작해보자라는 느낌이었다. 즉, 진심이 아니기에 그냥 적당히 씻기만 하고 나와도 이상할 것이 없는 사이가 아니겠는가. 허나 신경 좀 썼다는 그 말은 마치 처음보다는 조금씩 앞으로 전진하고 있다는 것 같았기에 유우키로서는 꽤나 만족스러웠다. 자신은 처음 그 제안을 받았을 때보다는 그녀를 눈에 담고 있었으니까.
이내 그녀가 횟수를 이야기하자 그는 난처한 웃음소리를 내면서 살며시 시선을 회피했다. 그렇게나 했었던가. 확실히 집에 바래다주기야 했었지만. 괜히 얼굴에 부채질을 하면서 그는 숨을 잠시 가다듬었다. 그러다 소원을 되돌려준다는 그 말에, 이어 자신이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는 그 말에 유우키는 두 눈을 깜빡였다. 이렇게 나올 것은 미처 예상하지 못한 탓이었다.
"그렇게 돌려줘도 괜찮겠어요?"
뾰로통하고 새침한 목소리가 상당히 귀여운 느낌이었기에 이내 그는 다시 작게 웃음소리를 냈다. 무슨 소원을 빌어볼까. 자신을 올려다보는 그녀의 말에 그는 잠시 생각을 하다 아무런 말 없이 제 팔에 힘을 살짝 주고 그녀를 자신쪽으로 끌어당겼다. 이어 근접한 거리에서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그럼... 나중에 모닝벨 음성 하나 만들어주시겠어요? 아침에 일어날 때, 히나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일어나고 싶거든요. 귀여운 느낌이면 좋겠지만... 무리하게 시킬 순 없으니까 그 정도는 저도 양보해줄게요. 후훗."
소원 들어주겠다고 했죠? 괜히 얄밉게 말하며 그는 일부러 웃음소리를 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그는 천천히 앞으로 향했다. 불꽃놀이까진 아직 시간이 있으니 천천히 둘러볼 생각이었다.
"링고아메 하나 사줄까요? 맛있게 하는 곳을 알거든요. 아마 올해도 노점을 열었을 것 같은데."
여름축제의 대표적인 음식인 링고아메를 거론하며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오른쪽 눈을 살짝 감아 윙크를 보냈다. 장난스러운 미소는 덤이었다.
딱히 그녀를 무시하거나 하는 발언은 아니었다. 하지만 실제로도 자신이 더 빨리 일어날 것 같은 것을 어쩌겠는가. 그녀가 늦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빨리 일어나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카와자토를 모시는 이로서 늦잠을 잘 순 없었으니까. 아야나의 등교 준비나 기타 이것저것을 보좌하는만큼, 당연히 그의 아침은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빠를 수밖에 없었다.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그는 다시 한번 작은 웃음소리를 냈다. 좀 더 큰 것을 빌어달라는 시위인 것일까.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는 자신과 그녀의 거리감과 관계에 대해서 조금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과 그녀의 현 거리는 어디까지 좁혀진 것일까. 딱 이 정도의 느낌이 좋지 않았나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그녀는 자신과 생각이 다른 모양이었다. 볼을 부풀이며 불만을 표하는 그 느낌을 바라보며 그는 잠시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기대하는 저 눈빛 속에서 자신은 뭘 읽어야 할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소원이야 당연히 많죠. 후훗. 그러면 정말로 빌고 싶은 것을 말해야겠네요. 솔직히 지금 단계에선 조금 빠르지 않나 싶어서 고민하긴 했는데..."
숨을 후우 작게 내뱉으며 그는 굳이 더 머리를 굴리지 않으면서 그녀에게 가장 바라는 것을 하나 이야기했다. 어떻게 생각할지는 이제 그녀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좋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오늘 외박한다고 이야기하고 불꽃놀이 다 보면 시라카와 온천으로 와요. ...말했다시피 오늘 저는 카와자토 쪽은 신경쓰지 않을거고, 오로지 히나만 신경 쓸거거든요. 그러니까 히나도 오늘은 다른 이 말고 저만 신경써요. 잘 방은 제공해줄테니까... 집에 가지 말고 오늘 하루는 저하고 계속 있어요. 아. 그리고.. 가져갈 것은 소원과는 별개로 가져갈 거예요."
그걸 소원으로 달라고 하고 가져가긴 싫거든.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그녀의 답을 기다렸다.
싫다고 하는 그 말에 그는 두 눈을 깜빡였다. 같이 있어달라고 하는 것이 오늘만인 것이 싫은 것인지, 온전히 서로를 생각하는 것이 오늘만인지는 싫은 것인지. 확실한 것은 오늘만 그런 것이 싫다는 것은 분명해보였다. 날카로운 눈으로 노려보면서 분명하게 거절을 하는 그 모습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는 조금 더 눈을 깜빡이다가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소원을 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히나는 히나대로 빌고 싶은 소원이 있는 거 아니에요?"
소원권을 다시 되돌려주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그렇게 잠시 고민을 또 하던 그는 일단 통행로에 방해가 되지 않게 살며시 그녀를 데리고 길의 가장자리 쪽으로 향했다.
"그렇다면 히나가 바라는 것을 저도 들어보면 안될까요?"
그녀가 바라는 것이 있기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이겠지. 오늘만인 것은 싫다라는 말을 했으니 특히나 더.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잠시 말을 고르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녀는 자신의 사정을 듣고 상관없다고 말한 이였다. 그렇다면 역시 계속 같이 있고 싶다고 하는 것일까. 그리 생각하며 그는 제 추측을 그녀에게 전달했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건데 오늘 하루만 쭉 같이 있는 거고, 이후엔 그렇지 않을거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죠? 그런거라면 걱정하지 말아요. 이후에도 시간이 되면 몇번씩 초대해줄테니까."
즉, 오늘만이 아니라 이후로도 그런 기회는 계속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해주려는 듯, 그는 말을 이어나갔다. 물론 자세한 것은 그녀의 생각을 들어봐야 알 수 있었으니, 일단 그는 그 정도로 말을 마치고 그녀의 답을 다시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