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제 볼을 찌르더니 이젠 자신의 귀에 대고 속삭이듯 캐묻고 있는 여로의 모습이 지금 그에게 있어선 상당히 얄밉기 그지 없었다. 아니. 왜 여기에 달라붙어서 이러는거냐고. 대체 뭘 원하는건데? 그렇게 생각을 하다 '블랙윙'이라는 말에 그는 고개를 홱 돌리면서 여로에게 따지듯이 이야기했다.
"레드윙이야! ...아니아니아니.불렛. 불렛."
순간적으로 시선이 쏠리는 것을 느끼면서 그제야 목소리를 낸 은우는 빠르게 말을 정정하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잠시 사람들이 수상하게 바라보긴 했지만 특별히 무슨 말을 하진 않았다. 분위기가 정리되는 것에 은우는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선글라스를 살며시 내려서 여로를 빤히 바라봤다. 그 눈빛이 묘하게 찌릿찌릿한 느낌이었다.
"새치기를 할 것 같아? 그런 행동은 필요없어. 농담이라도 그런 말 하지 마. 저지먼트가."
그런 꼼수는 절대로 안된다는 듯이 은우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리고 선글라스를 다시 제대로 낀 후에 그는 여로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지나가는 길이야? 아니면 너도 여기에 관심이 있어서 왔어? 말해두는데 옆에 줄을 세워주진 못해. 내 뒤로도 사람들이 꽤 많은 것을 보면 알겠지만 말이야."
어쨌든 유명하게 알려진 퍼스트클래스는 '에어버스터'와 '웨이버'뿐이었다. 그 외의 이들은 기밀이며, 아는 사람들만 알 뿐. 모르는 사람들이 절대다수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레드윙이라는 이명을 굳이 계속 입에 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은우는 불렛이라는 말에 괜히 힘을 줘서 강조했다.
"...그러면 다행이긴 한데..."
뭔가 확실하게 말을 끝내지 못하고 은우는 사렴시 말끝을 흐렸다. 물론 의심하고 싶진 않지만 여로는 영 미덥지 못한 면이 있다고 그는 생각한 탓이었다. 수상쩍한 눈빛을 살짝 보이지만, 특별히 무슨 말을 하진 않으며 그는 괜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쓸데없이 오버해서 생각할 필요는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수상한 사람이라니. 그렇게 수상해보여? 아니. 물론 그럴 것 같긴 한데 어쩔 수 없잖아. ...일단 모습을 감추고 온 거기도 하고."
그러니까 자신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하지 마라고 이야기를 하며 은우는 마스크 위로 자신의 검지손가락을 살며시 올렸다. 그리고 괜히 자신의 이명이나 이름을 말하지 말라는 듯, 마스크 위에서 지퍼를 잠그는 시늉을 했다.
"응. 앨범을 살까 해서. 그 외에 무슨 이유가 더 있겠어? 일단 난 불렛의 노래 좋아하거든. 팬까지는 아니지만 말이야."
-오늘의 케이스 쿠킹~ 즐거운 간식거리를 만들어요~ (와장창! 깨장창!) 는 분노의 홈카페가 되었다고 합니다(?) 케이스가 감정기복이 심한 게 원인입니다... 그야 아무래도 능력을 계속 사용하다 보면 그럴 수 밖에 없지요... 고양이가 보는 느낌은 안데르와 수경이 합니다(?)
"....." 뒷정리는 수경이 했습니다(?) 텔레포트로 슉슉 정리가 가능하다는 점이 매우 부럽다는 듯 케이스가 쳐다봤지만 부엌을 개판쳐놓은 죄로 무릎을 꿇고 손을 들고 있어요. 감정기복이 가라앉으면 우울해지니까.
"빌린 부엌이라서 잘 청소해야 하는 게..." 힘드네요. 라고 생각하며 앉아있는 안데르를 힐끗 봅니다.
오늘은 양평해장국을 저녁으로 먹는 서한양. 얼마 기다리지 않아서, 생각보다 양이 많은 해장국 한 그릇이 나왔다. 붉은 국물 안에 선지,소내장,우거지,콩나물이 들어간 양평해장국. 한양은 먼저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숟갈 떠서 마셔본다.
" 아으.. 씨.. 이거지.. "
분명 술을 마시지도 않았는데(당연히 마시면 안 되지만), 속이 풀리는 느낌은 뭘까?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얼큰한 국물.. 한양은 반찬 옆에 있는 정체 모를 소스에 고추절임 1/3스푼,들깨가루 2/3스푼,고추씨기름 한 스푼을 넣어서 섞어주기 시작한다. 붉은 소스가 된 이 양념 위에 소내장을 푹 찍어서 먹어본다. 고소한 맛과 매콤한 맛.. 쫄깃쫄깃하고 구수한 이 맛들.. 너무 좋은 걸. 아, 아직 메인이 남았어. 선지가 있잖아.
식사를 하던 도중, 한 양복을 입는 남성이 한양의 앞에 앉는다. 고가의 양복과 장신구들.. 그리고 말끔한 인상과 헤어스타일. 누가 봐도 돈 꽤나 가진 사람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 남성은 한양에게 자신의 명함을 건네주었다. 이 남성은 인첨공에서 잘 나가는 경호업체의 직원이었고, 곧 레벨5가 된다는 한양을 수소문해서 찾은 것이었다. 남성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 곧 졸업이잖아요? 이제 일주일만 지나면 레벨 5라고 하시는데.. 저희 업체에 오시면 연구로 버는 비용은 우스울 정도로 연봉을 고액으로 잡아주고, 원하시면 초호화 호텔을 자택으로 제공해줄게요. 자동차 역시 제공해주고요. 아, 국산차는 절대 아니랍니ㄷ.. "
" 왜 사람 기분 나쁘게 수소문해서 밥 먹는 데까지 찾아와요? "
" 네..? "
" 아니. 내가 레벨 5가 곧 된다는 건 어떻게 알고, 또 내가 밥 먹는 곳은 어떻게 알고 왔냐구요. 지금까지 저에 대해서 스토킹 한 거 아닌가요? 경호업체보다는 흥신소 같은데요. "
" .....불쾌하셨으면 죄송합니다. 저희의 불찰입니다. 하지만 서한양씨는 우리 회사의 꼭 필요한 인재이기ㅇ.. "
" 안 해요. "
" 뭐라고요? "
" 안 한다고요. "
" .....당신의 인생의 질을 훨씬 높힐 수 있는 곳이 이 회사입니다.. 생각할 시간도 없이, 바로 거절하기에는.. "
" 3초 생각했으니깐 어서 가주시죠? 밥 다 식겠다. "
" 진심입니까...? "
" 네네~ 아, 왜 이렇게 남자가 나한테 집착하려고 하지. 나 그런 쪽은 취향이 아닌데. "
" .....알겠습니다. 평생 그런 해장국이나 먹으면서 사시지요.. "
그렇게 남성은 표정을 구기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가게를 나갔다. 한양은 아직 많이도 남은 소내장과 콩나물을 숟가락으로 떠서 먹고,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신데렐라를 위한 드레스가 얼추 완성되어 간다. 사흘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바느질에 몰두한 덕분이었다. 실을 꿰는 태오의 손은 엉망이었다. 골무를 끼운다고 해도 바늘에 찔리면 아플 수밖에! 방금도 찔렸는지 손끝이 새빨갛다. 그동안 태오는 작품의 옷 대다수를 직접 만들었지만, 마땅한 재봉틀은 구비하지 않았다. 전부 하나하나 바느질을 해야 직성에 풀리는 깐깐한 성격이기도 하지만, 자수나 자잘한 무늬는 재봉틀이나 다른 도구로 구현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예술가의 손은 무엇보다 훌륭한 도구였다. 홍옥을 꿰던 태오는 가만히 팔을 벌리고 서있는 안드로이드의 쇄골 부근에서 시선을 집중했다. 역시 여기 말고 조금 아래에 꿰는 게 나았을까? 드레스를 안드로이드의 가슴팍에 대보았지만 도통 가늠하기 어렵다. 일단 마저 꿰자 싶어 태오는 바느질에 다시금 집중했다. 누군가 문을 열고 작업실로 들어오는 것도 모를 정도로 바느질에 푹 빠져 있었다.
"오늘도 열심이구나."
갑작스러운 손님의 방문에 손이 삐끗한 나머지, 엄지를 쿡 찌르고 들어오는 바늘에 태오는 몸을 움찔 떨었다. 태오는 시선을 돌리지도 않고 주먹을 꾹 쥐며 피를 대충 짜내고는 바지에 슥 닦았다. 어차피 검은 바지니 아무도 모른다.
"……오늘은 상납 일이 아닐 텐데요." "언제는 내 그 날짜에만 왔더니?" "그건 아니지만…… 작품을 만들 땐 방해하지 않겠다며 오지 않았으니 말이에요……."
나리는 태오의 예술을 존중했고, 아낌없이 후원했다. 아니, 나리가 있었기 때문에 태오는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만일 도박장에서 일하지 못했더라면 예술은커녕 지금까지 폐기장을 전전하며 고철 줍는 까마귀 신세를 면치 못했겠지! 태오는 아무리 나리가 싫어도 그 사실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저 사람이 없었으면 레이브는 없다. 태오의 마음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나리는 태연하게 안드로이드 곁으로 다가가더니 주변을 느긋하게 한 바퀴 돌았다. 이리저리 살펴보는 시선이 크리스마스 아침이 되어 트리에 숨겨진 선물이 있는지 찾아보는 아이처럼 천진난만했다.
"피부에 새롭게 묘사를 했구나!" "네에."
피부 실리콘을 벗겨 외골격에 직접 혈관 파츠와 모조 근육 파츠를 붙이는 작업을 하고, 새로 붙인 피부 실리콘에는 잔주름을 묘사해 사실성을 더했음을 금세 깨달은 나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감탄했다. 언제 보아도 레이브 특유의 사실적인 묘사는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한참을 안드로이드 주변을 맴돌던 나리의 시선이 이번엔 태오가 바느질을 하고 있던 드레스에 닿았다.
"입혀보고 작업하지 않는 거니?" "바늘이 들어가기엔…… 신데렐라는 지금 이 상태로 균형을 잡는 게…… 복잡해서요."
아무래도 발의 크기가 맞지 않아 넘어질 우려가 있었다. 납득한 듯 새빨간 눈동자가 안드로이드의 몸체를 한 번, 그리고 태오를 한 번 보더니 이내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섰다. 태오는 첫 번째 장식의 마무리 바느질을 위해 바늘을 몇 번 움직이고는 실을 잘라내며 바늘꽂이에 꽂아둔 뒤에야 고개를 들 수 있었다.
"그렇다면 네가 입어보는 건 어떠니." "농담도." "난 제법 진지했단다. 체형도 마침 비슷한 것 같고, 그 장식 부분은 입어봐야 할 것 같으니 말이다."
나리는 손가락으로 홍옥을 꿴 자수를 톡 건드렸다. 태오가 방금 마무리 한 부분이었다. 마침 태오도 이 부분을 지대하게 신경 쓰고 있던 탓에, 이런 건 귀신같이 알아챈다는 듯한 눈으로 나리를 향해 시선을 꽂을 수밖에 없었다. 나리는 시선을 가뿐히 무시하고는 태오의 손에서 상냥하게 드레스를 거둬들였다.
"내 작품 보는 눈이 있잖니. 자, 일어나 보렴. 입기 불편하게 만든 듯하니 도와주마." "……도울 필요 없어요." "스스로의 힘으로 입을만한 옷이 아닌 걸 알면서." "내 입을 옷이 아니었으니 그랬지요……." "그래서, 이대로 신데렐라에게 입히고 말 생각이니?"
태오는 나리를 향해 시선을 온전히 꽂았다. 여상한 시선이지만 나리는 저게 자신을 최대한 노려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태오는 자신의 존엄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예술성을 택했는지 눈을 슬쩍 좁히고는 한숨을 쉬며 상의를 벗었다. 나리는 익숙하다는 듯 태오에게 다가가더니 드레스의 착용을 도왔다.
"내 묻고픈 것이 있단다." "무엇이든…… 하문하시지요." "어찌 그리 신데렐라에게 집착할까, 옷도 평소랑 다르게 이리 공을 들이고."
태오는 목뒤의 리본을 매주는 손길에, 바스락거리며 구겨진 앞 매무새를 정리했다. 확실히 이번엔 공을 들이긴 했다. 지금껏 여러 작품이 공을 들였지만 이번처럼 하나하나 세심하게 새로 신경 쓰는 것은 처음이나 다름없었다. 쇄골을 일부 드러내는 네크라인과 함께 부드럽게 퍼지는 은은한 하늘색 시폰과 튤을 덧댄 새하얀 드레스는 태오의 몸에도 제법 잘 맞았고, 긴 머리를 대충 볼펜으로 틀어 올려주는 손길에 고개를 맡기던 태오는 눈을 흘겼다.
"질투하는 걸까요……." "어찌 질투라고 생각할까, 나는 그저 묻고 싶었을 뿐인데." "거짓말은 내 머리에 다…… 들린답니다." "이래서 독심술사들이란."
나리는 볼펜을 꾹 꽂아주며 잔머리를 정리해주곤 태오의 어깨를 부드럽게 잡아 에스코트하듯 거울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고작 죽은 놈 하나 기리자고 작품까지 만들더니 이젠 새로 드레스까지 지어주나 싶어서 말이다."
태오는 거울 너머의 자신을 보았다. 틀어올린 머리, 얌전히 모은 손, 새하얗고 우아하니 끝단이 풍성한 드레스……. 결혼을 앞둔 신부 같기도 했지만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아 비참한 끝을 기다리는 제물 같기도 했으며, 은은하지만 창백한 색감 덕분에 죽은 자를 위해 직접 맞춘 수의 같기도 했다. 쇄골 주변에 수놓은 홍옥 장식은 역시 조금 밑으로 내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시선을 들어, 거울 속의 자신을 쳐다보는 붉은 시선을 마주했다.
"당신이 죽였으니까요."
그 순간을 다시 회상하니 입안이 바짝 마르는 것 같다. 신데렐라의 최후는 끔찍했다. 아름다운 죽음이라기엔 개죽음에 가까웠다. 인생을 셈했을 때 보상받았으면 받았을 사람이지 그렇게 눈도 못 감고 죽을 자는 아니었다. 태오는 그 순간을 똑똑히 기억한다. 자신의 죽음을 직감했으면서 정작 자신과 눈이 마주쳤을 때, 이런 곳은 오지 말고 어서 도망치라는 듯한 눈빛으로 어른이 아이에게 행해야 할 마땅한 도리를 지켰던 모습과 안심시키기 위한 웃음을. 그리고 처참한 몰골과 함께 다시는 일어날 수 없게 되었다. 뇌리에 한 번 박혔던 그 순간은 잊을만하면 태오의 꿈에서 나타나곤 했다. 그놈의 어른의 도리가 무엇이길래. 태오는 그 원인을 잘 알았다. 거울로 눈을 마주라는 저 새빨간 시선의 탓.
"내 그가 아직까지 살아있었다면 수소문을 해서라도 찾아 죽였을 테지." "질투하였나요……." "그보다 더 추잡한 감정이지. 네 작품에 신데렐라가 없었을 텐데 어찌 죽이지 않을 수 있을까." "……."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물렸다. 누가 먼저 뭐라고 할 새도 없이 불편한 침묵이 오갔지만 두 사람은 이미 제 속내를 꿰뚫은 지 오래였다. 태오는 몸을 돌려 나리를 마주했다. 등허리를 감싸는 사부작대는 소리와 함께 큼직한 손에 몸을 온전히 맡기자. 나리는 느릿하게 허리를 숙였다. 평소와 같이 수벽 하나의 간격으로 막아 세웠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당신을 증오하되 존경해."
태오는 손을 부드럽게 잡아 내렸다. 숨결이 느껴지는 거리에서 나리는 입술을 달싹였다.
"내 심장에 꽂을 비수를 준비했길 바라마."
긴 손가락이 턱을 감싸 쥐고 엄지가 입술을 짓눌러 긴 세로의 벽을 세웠다. 고개를 기울여 엄지 하나의 간격만큼 가까워진다. 그림자는 빈틈없이 메꿔지고, 쇄골께의 홍옥 장식이 찰랑거렸다.
단지 그런 사이다. 수벽이 거둬진들 엄지가 새로이 가로막는 사이. 엄지가 가로막기 때문에 결코 닿을 일 없고, 그렇기 때문에 서로의 감정을 수단과 패로 삼아 누구보다 잘 이용할 수 있는 사이. 다만 수벽만큼 철저히 선을 그을 수 있는 것은 아닌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