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이 새끼 봐라. 태오는 눈을 흘겼다. 잘난 부탁이라, 그래, 잘나긴 했지. 그렇지만 인간이 다 그렇다는 것이 무엇이 잘못 되었나? 모두 똑같지 않나, 죄다 나와 다르단 점에서 같지 아니한가, 태오는 지금 당신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제대로 된 자아가 성립되기 전부터 이미 삶 깊숙하게 깊게 각인되었고, 자신이 하지 않으면 남이 피해를 입을 테니 온전히 받아들여야만 하는 삶을 수긍해야만 했던 존재에게 있어 당신의 말은 별세계와 다를 바 없다. 둘은 주어진 배경이, 주어진 삶이 다르다. 당신은 태오에게 있어 그런 존재였다.
"그 희망을 누가 밟았는데."
태오는 허탈하다는 듯 툭 뱉었다. 내가 여기 왜 왔는데. 내가 살아가며 부모 이후로 희망 거세게 짓밟은 사람이 누군데. 지독한 피해망상은 태오의 삶에 깊숙하게 자리했다. 네 아버지가 내게 약을 주었다. 나는 심히 정상이었으나 당신들 사이에서 나는 들어서는 안 되는 것을 듣는 존재가 되었다. 내가 인간이라고 들으며 자랐던 것을 의심하고 끝내 뒤집은 계기가 무엇이었는데. 내가 여기 와서 희망을 온전히 내치고 이렇게 된 근본적인 이유가……. 아니지. 이건 모두 내 단천함으로 비롯되었지, 인간들이 다 그렇지, 인간은 모두 이런 존재지, 나를 인간으로 규정짓고 다시 내칠 존재지, 다시-
"하."
태오는 툭 떠밀리며 당신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그 조그마한 아이 다시는 못 만났다는 것밖에 없는데, 네 모를 수도 있다마는 15주년 때 행한 것 있으면서 저리 군다 생각했을 적, 태오는 거센 충격과 함께 뒤로 나자빠졌다. 거센 주먹질에 나뒹굴고 한참을 일어서지 못했다. 체격은 제법 봐줄만 한 사람이라지만, 당신이 쳤을 때 느낀 것 있었을 것이다.
"……하하!"
지나치게 맥없다. 몸이 겉껍질에 불과하다 생각 들 정도로 나약하다. 체력이고 뭐고 죄다 이 몸뚱이 지탱하는 것에 쏟아붓는 사람처럼 약해빠졌다. 후들후들 떨며 겨우 몸을 일으킨 태오는 고개를 돌리고 잠시 콜록거렸다. 입안이 비리고 코가 시큰거린다. 이는 나가지 않아 다행이지만 주먹 한 번에 이딴 모습이라. 태오는 속으로 우습다 생각했고, 참지 못하고 날카로운 웃음을 뱉었다. 봐, 힘 있는 것들은 이래. 속내 읽는다고 기분 나쁘다고 하면서도 정작 제 힘 이렇게 써놓고 내 기분 나빠하면 퍽이나 싫어하지. 인간이란 죄다 똑같은 버러지요 바닥 기는 것은 나겠지. 우습고도 단천하기 짝이 없구나!
"……너는 남의 속 읽을 수 없다 말했던가? 그렇다면 속 시원히 얘기하도록 하지. 네 아버지가 내 인생을 망치는 첫 걸음을 떼줬어도 난 너를 여기서 나가게 해주려고 했고, 널 도우려 했다. 왠지 알아? 네가 그 사람의 아들이기 전에 인간이니까. 네가 혜우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고, 그 작자와 피가 이어진 게 어디 잘못이겠나? 그러니 내 참았다. 속으로 몇 번이고 참았어. 아무리 네가 번잡스레 굴러도 넌 죄 없겠거니, 이 바닥 굴러와서 활개쳐도 그러려니 했지. 그러니까 너를 이리 살려준 거고."
뻔뻔하고 번잡스러운 것들. 태오는 몸을 비틀비틀 일으켰다. 그리고 당신을 향해 다가가더니, 툭, 하고 가볍지만 힘겨운 손짓으로 당신을 골목 밖으로 밀어내려 들었다. 동시에 입에 고인 피를 툭 뱉었다. 이 피를 더 넘어오지 말라는 듯 거칠다.
"단, 지금 대화에서 네 아버지가 어떤 것도 얘기하지 않았음을 알아서, 그리고 너 또한 아무것도 모르면서 내게 지금처럼 얘기하란 모습에 부아가 치밀고 속이 뒤집혔다. 됐어? 이제 내 용건을 말하지. 목숨값 치는 셈치고 네 애비, 그러니까 서헌오한테 전해. 당신의 훌륭하던 실험 쥐가 뒤져가는 핏덩이 구했으나 구차한 감정 드러내지 말고 평소처럼 쥐새끼가 있었나 하는 생각으로 잊고 살라고. 자, 이제 거래는 끝인 거고. 내 사정을 이해하라고 하진 않겠다. 어차피 인첨공에서 흔한 일이니까. 나는 내일부터 널 똑같이 대할 테니 싫으면 그것도 내일부터 다시 얘기해. 멀리 대해주든지 그 빌어먹을 오해 풀든지 할 테니 네 바라는 걸 얘기하란 말이다."
태오는 그대로 뒤를 돌았다. "당신도 나와. 뒤 그만 밟고." 당신이 쫓아오려 하든, 아니면 뭔가 하려고 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곧이어 시선을 따라 누군가 나타났다, 노이즈로 얼굴을 가린 남성의 가슴팍으로 희게 땋은 머리카락이 보인다. 거대한 체구의 남성이 골목 안으로 다시금 들어가는 태오의 곁에 서 나란히 걷더니만, 고개만 돌려 당신을 흘긋 쳐다보는 듯하다 고개를 온전히 돌려 옆에 선 태오를 부축하듯 허리를 다정히 한 팔로 감싸 안았다.
"세상에, 어쩜 좋아. 그나마 가진 건 얼굴밖에 없는데 다 망가졌네. 이제 어디에 써먹지?" "입." "화났어? 흠, 이것도 나쁘진 않지만. 형식적인 얘기다마는 달래줄까?"
병실을 박차고 들어온 성운을 보며 유준은 어떤 반응도 없었다. 흔한 놀람조차 없이, 오히려 결국 이런 날이 오고 말았다는 듯 체념한 듯이 담담한 목소리로 성운의 혈액형을 묻고 가볍게 붙여진 환자용 침대와 침대 사이로 수혈 기기를 배치했다.
시시각각 검붉게 식어가는 나와 피만 덜 흘렸지, 비슷한 몰골을 한 성운의 각기 다른 두 팔을 한 줄기 수혈관으로 잇고 그 중간에 피가 오가는 수혈용 팩을 두었다.
그리고 각각 얄팍한 이불 한겹씩 덮어주는 것을 끝으로 병실은 다시 정적에 휩싸였다.
...그 흔한 시계 하나 없는 병실에선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감각이 모호해졌다. 특히 이 특별 병동은 그 모호함이 심했다. 마치 잠시 현실과 멀어진 듯한 그런 이질감까지 들었다. 그런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러려니 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제일 먼저 그것을 느낀 건 유준이었다.
"...습, 쯧..."
직접수혈을 진행시켜놓고 잠깐 쉬려 앉는다는게 그만 그대로 졸고 말았다. 목이 뻐근해질 정도로 기울어진 채 졸았으니 짧은 시간은 아니었다. 유준이 잠 덜 깬 눈으로 수혈관과 수혈팩을 살펴보니 별 문제는 없었다. 새삼 철렁였던 심장을 쓸어내리며 두 학생을 번갈아 보는데 분명 잘 자고 있는데 뭔가, 뭔가 위화감이...
"...어?"
한 번 보고, 다시 보았을 때 성운의 몸이 줄어있었다. 정확히는 처음 봤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고 해야 하나? 옷은 그대로인데 몸만 줄어 있었다. 잘못 본 건가 싶어 느슨해진 옷을 짚어보자 꽉 차 있었던 옷이 푹 꺼졌다. 그 아래 보이는 작고 가느다란 체형의 실루엣에 유준은 기함하려는 입을 막았다.
대체 무슨 커리큘럼을 받길래 신체가 이렇게 순식간에 변형될 수 있는 것인가.
유준이 그것을 깊게 생각하기 전에 내 정신이 돌아왔다.
"ㅇ,윽..."
힘겹게 앓는 소리를 내며 눈을 뜨자 새하얀 조명이 눈을 찌르듯 비추었다. 조명에 놀라 파르륵 떨자 뒤늦게 몸 여기저기서 통증들이 느껴졌다. 정말 말 그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파 무심코 몸을 감싸려 팔을 움직였다가 유준에 의해 왼팔이 붙들리며 움직임이 저지당했다. 딱 내가 못 움직일 만큼 꾹 누르는 것에 고통이 더해져 자유로운 오른손으로 침대를 두드리자 피곤에 찌든 목소리가 들려왔다.
"팔에 수혈관 꽂았으니까 가만히 능력이나 돌려. 그리고 눈부터 제대로 뜨고."
피로에 찌들었으나 그 속에 묘한 분노와 같은 감각이 느껴지는 목소리에 나는 잠자코 능력을 전개해 내 몸부터 회복시켰다. 그제서야 근육이 풀리고 덜 아문 상처들이 나으며 조금 후에는 다시금 눈을 뜨고 빛에 시야를 적응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겨우 눈을 뜬 내가 가장 먼저 본 건 내 얼굴로 날아오는 큰 손바닥이었다.
철썩.
유준의 입장에선 가볍게 휘두른 팔이었겠지만 내게는 그것만으로도 골이 흔들릴 정도의 타격이었다. 그 순간까지만 해도 나는 유준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아 불만을 표하려 입을 열었으나 유준이 옆으로 비키며 보이는 옆 침대의 모습에 거기 누워있는, 작은 소년의 모습에 그만, 입을 벌린 채로 말문이 막혀버렸다.
"......어, 째서...?"
얼마 지나서 겨우 내뱉은 말은 고작 그거였다. 어째서, 성운이, 어떻게 , 저 모습으로, 왜, 여기에. 차마 말로 나오지 않는 의문들을 꿰뚫어 본 듯 피곤한 유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불렀다. 너 이 꼴 났는데, 저번처럼 대충 아팠다고 둘러댈 재간이 없어서 그냥 오라고 불렀어. 어차피 수혈용 혈액도 필요하던 참에 잘 와줬지. 그래, 온 건 내가 불렀는데, 왜 저렇게 됐는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이유는 알지."
신체가 급격하게 변할 정도의 과격한 감정 변화. 나는 일찍이 그걸 본 적이 있었고 그 이유도 알았다.
나 때문이야.
"네 탓이다."
유준의 진보라색 눈동자가 나를 응시했다. 그 퀭한 눈이 꼭, 그의 눈처럼 보여 그 책망의 시선이 꼭, 그가 보내는 것 같아 호흡기 속 잇새가 다다닥, 울렸다.
"네가 감당 못 할 일을 벌였기 때문에, 네가, 책임도 못 질 사람을 곁에 들인 까닭에, 너로 인해 저 아이까지 망가져 가고 있는 거다. 천혜우."
담담한 선고에 시야가 흐려졌다. 호흡기를 착용했는데도 가빠지는 숨결이 참을 수 없이 아팠다. 분명 상처는 다 나았고 더 아플 곳도 없는데 숨을 쉬는 것조차 고통이 되어갔다.
내가, 내가 어리석은 탓에, 내가 멍청해서, 내가 이런 인간이라서...
"...미안해, 미아, 미안해, 성운아, 미안해..."
수혈관이 꽂힌 팔을 들어 성운에게 닿으려 했다. 그러나 내 팔은 원하는 대로 들어지지 않았고 유준이 들어서 성운의 손에 닿게끔 해준 후에야 작아진 그 손을 쥘 수 있었다.
며칠 전만 해도 내 손을 감싸주던 큼지막한 손이 지금은 내 손 안에 감싸일 정도로 작아졌다. 그 작은 손의 감각으로부터 두 번이나, 원치 않는 변화를 겪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이 밀려와 소리 죽여 울었다.
나 역시, 내가 그토록 경멸한 인간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는게 너무나 한심하고, 지리멸렬하고, 끔찍해서...
"미안해... 미안해, 내가, 미안해..."
성운의 손을 꼭 쥔 채 필사적으로 성운의 몸을 회복시켜주며 울었다.
그렇게 난리를 칠 때는 하나도 안 아팠는데 지금은 다 나아서 아플 곳도 없는데 울음으로 인해 몸이 떨릴 때마다, 숨이 들썩일 때마다 누가 내 살을 저미는 듯이 고통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