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41 젠젠 부담 아니라구 괜찮아 이 간접적이란 건 U군이 지나가듯 "이봐 캡틴, 내가 캡틴 보니까 생각나는 꼬맹이가 하나 있는데~"하고 혜우를 언급함 (이름은 말 안 하고 어떤 꼬맹이 라고만 함) 혜성이 이걸 들었다가 뭐 일상이나 진행 중에 혜우를 보고 U군이 해준 얘기가 겹쳐보임 > 혹시 얜가? 하는 의구심?만 들게 하는 수준인겨
그저 살기 위해서 발버둥쳤을 뿐이다- 라고 생각했다. 태오의 말에 발작하듯 말과 생각이 튀어나온다. 아니, 이런 말을- 누군가에게 비슷하게 들었던 적이 있다. 누구였더라? 강수호였다. 아, 그랬지. 그 때도 이런 식으로 대화가 흘러갔다. 유한은 신경질적으로 박박 머리를 긁어대기 시작했다. 눈 앞의 상대가, 현태오가, 이제는 제 친구인지 아니면 머릿속 헤집어대는 빌어먹을 구렁이 새끼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그정도로 유한의 신경은 날카로워졌고 머리속이 한번 뒤집어져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마치 잘 쓰고있던 탈이 말 한마디에 부숴진 것처럼 어쩔 줄 몰랐다.
"강수호, 이, 개자식..."
웃음 튀어나오자 유한은 시야가 어지러워짐을 느꼈다. 제 팔이 붙잡힌 손이 마치 뱀에게 감긴 느낌이라 소름이 돋았다. 머리가, 이상하다. 아까까지만 해도 패닉 상태였던 정신이 또렷하게 돌아온다. 아니, 탈이 벗겨지고 본 모습이 되었음이 더 옳다. 무엇인가 뚝 끊어진 것 같기도 하고, 아예 마음속 깊은 곳 어딘가로 정신이 침전한 기분도 들지만.
가장 정확한 것은 역시- 기억났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자신이 어째서 인간 흉내를 내고 있었는지를.
"죽여버릴거야."
강수호가 되고 싶었으니까.
유한은 태오 목에 감았던 손을 힘을 주어 풀어버렸다. 유한은 마치 죽여달라는 태오의 표정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떠오른 그 기억에, 그리고 결국 눈 앞의 사내 때문에 그 동경이 잠시 부서진 비참함에 그는 분노하여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좀처럼 주먹에 힘이 들어가지 않기에 심한 부상은 아니겠지만 사정없이 태오를 후려쳤다. 슬펐다, 화가 났다, 허탈했다. 이 기분은,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만큼 거지같았다. 어째서 이런 기분이 드는지 잘 안다. 눈 앞의 사내가 보여준 태도 때문이다. 모든 것에 신물난다는 듯한 그 개같은 눈이, 자신을 바라볼 때마다 참을 수 없었다. 자신은 그 신물나는 것을 가지지 못하여 안달이 나 있는데!
강수호가 되고 싶었다. 강수호처럼 되고 싶었다. 강수호가 가진 것을 가지고 싶었다. 강수호가 받는 것을 받고 싶었다. 강수호가 행동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싶었다. 강수호가 하는, 그 모든 것이, 가진 모든 것이, 미치도록 부러워서, 결국 그와 같게 되었다.
그런데 현태오 너라는 사내는.
"죽여버릴-"
거야. 라는 말도 끝맺지 못하고 태오의 얼굴 옆에 주먹이 날아와 스쳐 태오의 얼굴에 날카롭게 상처가 났을지도 모르겠다. 유한은 당황과, 분노와, 그리고 알 수 없는 감정이 섞인, 실핏줄이 잔뜩 선 눈을 부릅뜨고 태오를 바라보았다. 가쁘게 숨을 몰아쉬고 있던 유한은 허공에 머물던 제 손을 회수하고는 키득키득 웃었다.
"그래, 이게 네가 바라던 모습이냐?"
유한 자신이 숨겨두었던, 어쩌면 들키기 싫었던 치부를. 기어이 들춰내어버린. 이렇게나 추하고, 제 우상과는 동떨어진 모습을. 유한은 눈을 부릅뜬채로 조용히 눈물 흘리면서도 웃으며 물었던가.
>>92 (같이 뽝실뽝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약간 처음에는 싸우는게 싫어서 물러나있었는데 지금은 후배들 코뿔소 짓에 어휴; 하고 전체 상황 보려고 뒤로 물러난 이혜성이라는 적폐가 있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2챕 끝나면 색채화가 더 심해지지 않을까 생각하는 중이라서(스트레스와 기타등등으로) 이혜성 이제 관련 연구소 찾아다닐듯 이러고 그래 리라야 언니 믿을게..
>>96 🤔 웅 녜 ? 하지만 설정의 매운맛이라는 건 상대평가가 아니라 절대평가인 것을요 당신도 충분히 A야
>>97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웅니~~~ㅠㅠㅠㅠ 지휘관의 고충을 저지먼트에서도 느끼고 자경단에서도 느끼고 있어 어쩔거야... 2챕 끝나면 더 심해져?? 하긴 그럴만도 한데 아이고야 8ㅁ8 많이는 안 아팠음 좋겠다 알록이달록이들아... 레소난티아의 머리를 아프게 하지 말 것... 👍 맡 겨주시라(리라야 잘해)
>>112 이게 위키에도 있는 것처럼 이제까지 커리큘럼 받아도 미동 없던 레벨이 갑자기 급상승 하면서 단기간에 부작용이 밀려온거니까 그 부작용의 부작용이 색채화라는 공감각이라는 느낌? 맞다 병걸렸냐고 했지ㅋㅋㅋㅋㅋㅋㅋㅋ그정도로 성운이나 태오처럼 사랑 눈으로 보이지 않는 눈까지는 아닌데 진짜 임팩트 오지는 쨍한 파랑이니까 그래서 멍 때리면 주변 색들이 같이 일렁거리는(뇌절) 반응 고마워 복복
>>117 크아악 케이크 빌런이다 크아악 앗 맛있는 묘사는 아니지만 맛있다고 하니 좀 더 노력해서 묘사에 힘써보겠습니다 나는 행동 지문이나 상황 지문 묘사는 못해도 내면 묘사는 자주하니까 일단 저 혼종을 보고 이혜성이 연산에 혼란 안느끼게 눈 질끈 감고 하는 것부터() 얼른 졸업을 해버려야만
달콤한 유혹을 억누르며 먹을까 말까 진지한 고민에 잠겨있던 찰나, 자리를 틀고 앉은 건물 안쪽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정확히는 나무 같은 단단한 것이 박살나는 소리가. 빨간모자는 화들짝 놀라 소리의 근원지를 빤히 바라보다가 이내 옷을 털고 일어나 입구로 향했다. 짚더미도 해체되어 막힌 게 없으니 내부를 들여다보기는 수월하다.
"어?"
안쪽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숲이라는 공간이 원래 질서정연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걸 모르지 않지만 이건 궤를 달리했다. 망가진 나무 조각들이 이리저리 튀어 바닥을 뒹굴고, 거기에서 더 잘게 떨어져 나온 것 같은 먼지가 공기 중을 떠돌다가 코로 들어와 목을 자극한다. 콜록콜록, 가벼운 기침을 토해낸 빨간모자는 곧잘 망토 주머니에서 포스트잇을 꺼내 간단하게 생긴 랜턴을 그려낸 후 건물 안으로 발을 들였다. 걸어 들어갈수록 풍경은 점점 살벌해진다. 부서진 판자들, 그리고... 벽에 박힌... 쇠막대?
"뭐지? 사냥꾼이라도 있는 건가?"
정말 사냥꾼이라면 고작 빨간모자 쓴 어린애 따위를 해칠 이유가 딱히 없을 테니 경계할 이유도 없겠지만, 별개로 벽에 박힌 쇠막대를 보고 있으면 섬뜩해지는 게 사실이다. 누군가를 공격할 의도가 명백한 무기라는 건 오래 마주보고 싶은 물건과는 거리가 머니까.
부스럭. 끼익.
그리고 한순간, 빨간모자가 바닥에 너저분하게 굴러다니는 무언가를 밟은 동시에 누군가의 걸음이 빨간모자의 그것과 겹쳤다. 이윽고 낮게 울리는 으르렁 소리와 배가 고프다는 중얼거림이 명확히 귓속을 파고든다. 누구지?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으면 의문의 인기척이 점점 가까워지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머잖아 마주치게 된다면. 익숙한 얼굴에 익숙한 체구, 하지만 꼬리와 갈기털, 쫑긋 선 귀를 가진 늑대를 마주치게 된다면—
"랑이 언니?"
비로소 현실 감각이 조금 더 살아나게 되는 거다.
"......귀가 왜 그렇게 쫑긋하게 커졌어요? 손도 복슬복슬해졌고."
마법이 온전히 풀릴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결코 완벽하지 않은, 딱 상대방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현실감만 돌아온 빨간모자 리라는 늑대 랑에게 천천히 다가간다.
"아니.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언니 배고파요? 어떡한다. 흐으음..."
그렇게 질문한 빨간모자 리라는 잠깐 고민하는 듯 싶더니, 바구니 뚜껑을 살짝 열어 늑대 랑에게 안의 간식거리들을 보여주었다.
"이건 할머니 드릴 거긴 한데, 배고프면 힘드니까 나눠줄게요. 하지만 그 전에 여기서 나가요! 이 안에 사냥꾼이 있는 것 같거든요. 잘못하면 잡혀갈지도 몰라!"
응? 그런데 빨간모자가 늑대를 사냥꾼으로부터 도망치게 해 줘도 되나? 동화의 법칙에 따른 근본적인 의문이 들면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전기가 흐르는 것 같지만, 상대의 얼굴을 가만 들여다보고 있자니 그런 법칙 따윈 이제 아무래도 좋아지는 것 같다. 빨간모자 리라는 활짝 웃으며 늑대 랑의 손을 붙잡았다.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바구니를 팔에 낀 채로. 갈레트를 굽느라 온 몸에 밴 버터 냄새를 지우지도 않은 채.
>>0 차라리 몰랐더라면, 아무 것도 모르는 멍청이였다면, 그랬었다면... 연구소 영락은 현재 재적 중인 학생이 몇 없었다. 인첨공의 학교들이 사설 연구소의 학생 영입을 꺼리는 편이기도 하고 영락의 방침상 너무 많은 학생은 오히려 커리큘럼의 질을 떨어뜨리기에 적극적으로 새로운 학생을 포섭하기보다 이미 재적 중인 학생을 조금이라도 더 신경 쓰는 편이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유일하게 연구소 내 별개 공간을 쓰는 학생이 바로 그녀였다.
몇날며칠을 머리 싸매게 하던 뇌파 기록으로부터 해방되고 얼마나 지났을까. 사소한 일들은 몇 있었지만, 그걸 제외하면 별 일 없이 지나갔다.
솔직히 나로서는 다행인 일이었다. 그녀의 신변을 우려해 그런 장치를 몰래 착용하게 하긴 했지만 그게 작동한다는 건 그만한 일이 생겼다는 의미니까. 막연히 생각하던 일이 현실로 일어나게 됐을 때의 대처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니 그 장치가 쓰이길 바라는 마음 반, 바라지 않는 마음 반, 그랬었는데...
덜컥
"음?"
잠깐 사무실에 들렀더니 낮잠 자던 아메가 깨어서 간식을 먹고 있었다. 못 보던 간식이 책상에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그녀가 온 듯 했다. 오늘은 커리큘럼 하는 날도 아닌데 왜 왔을까.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그녀가 돌발행동 하는게 하루이틀도 아니니 오늘도 그냥 심심해서 놀러왔나보다 했다. 다시 사무실을 나가 복도를 걸을 때, 그런 얘기를 듣기 전까지는...
"어머, 박쌤. 오늘 커리큘럼 아니었어요? 왜 여기 있대?" "네? 그게 무슨 소리에요?" "박쌤 담당인 그 애- 아까 저 쪽으로 가던데? 걔 전용 실습실 그쪽으루요." "그래요? 뭐 두고 온게 있ㄴ"
때마침 지나가던 연구원과 짧은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다. 다른 바이오키네시스 담당인 연구원은 조금 전 실습실로 가는 그녀를 보았다고 알려주었다. 커리큘럼도 없는데 실습실을 갔다니, 불안이 제일 먼저 엄습했다. 그러나 애써 아닐 거라며 말해보았지만 언제나 불안한 예감은 적중하는 법이었다.
대화 도중 긴 복도 저편에서부터 들려오는 파열음과 괴성이 있었다. 마치 짐승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에 연구원은 흠칫했고 나는 머리를 헤집으며 급히 몸을 돌렸다.
빠르게 걷던 걸음은 이내 달음박질이 되어 긴 복도를 내달렸다. 두어번 굽이진 복도를 지나 무방비하게 열린 실습실 문을 박차고 들어가자- 안에 비치되어 있던 철제 스툴을 양 손으로 들고 숨을 몰아쉬는 그녀가 있었다. 이미 실습대 하나를 넘어뜨리고, 내부 유리선반들의 절반은 깨부순 후였다.
그리고 그게 끝이 아니라는 사실에 나는 잠시 얼이 빠진 채 그녀를 보고만 있었다.
"헉, 후욱... 흐, 흐흐, 흐흐흐...!"
챙그랑! 콰직... 쨍강!
그녀는 숨을 고르자마자 다시 의자를 휘둘렀다. 가는 팔로 잘도 의자를 휘두르며 아직 부수지 못 한 유리선반들을 마저 부수고 중간에 걸린 실습대는 의자로 몇 번 내리치더니 바닥에 고장해 둔 다리를 휘게 만들어 또다시 넘어뜨렸다. 유리 깨지는 소리와 쇠로 된 실습대 넘어지는 소리가 섞인 굉음이 울렸다. 그걸로도 안 풀리는지 넘어뜨린 실습대를 의자로 내리치며 그녀는 광소하고, 절규했다.
"흐흐, 흐히히... 하, 하하, 아하하! 하하하하하! 친구? 치인구? X발 그래 아주 잘난 친구 나셨다 이 X발X들아!!!!!"
쾅! 쾅! 쾅! 쾅!
"내가 기다린게 잘못이야? 내가, 힘도 없고 능력도 없는 내가! 아무 것도 못 하고 기다리기만 한게 잘못이야?!"
쾅! 쾅!!!
"차라리 밉다고 하지!!! 미워서! 싫어서! 그래서 그 동안 모른체 했다고!!! 찾지도! 기다리지도! 않았다고!!!!! 차라리 그렇게 말하지, 차라리!!!!!"
쨍그랑! 트드득...
삐비비빅. 삐비비빅...
"왜 X발 왜!!!!! 왜!!!!!!!!!! 사람 미치게 만든게 누군데 왜!!!!!!!!!!!!!!!!!"
그녀의 손에서 의자가 날아가 부서진 선반들 사이로 처박혔다. 한 섞인 절규 속에 가죽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녀가 빈 손에 어느새 큼지막한 유리조각을 들고 있었다. 새빨간 궤적이 엉망이 된 실습실 안에 흩뿌려졌다. 붉게 물들어가는 다리로 일그러진 실습대를 짓밟으며 그녀는 계속 내뱉었다. 들을 사람 하나 없는 빈 실습실 안이 그녀의 헛소리로 가득 채워졌다.
"이 X끼고 저 X끼고 뚫린게 입이지 아주. 어? 뱉으면 다 말인 줄 아나 봐? 아하하, 하하하하하?! 그래, 이 X끼 저 X끼 다 똑같아. 한결같이 나를 가지고 놀다 버리고 그리고!!!!!!!!!!! 그래놓고 뻔뻔히 돌아와도!!!!!!!!!!!! 그러려니 해야 하는 거 겠지 그치? 내 주제에 뭘 바라 아무 것도 못 하는 등신X끼가 X발 주제를 알아야지!!!!!"
퍽! 퍽! 콰직! 퍽!!!
"그런데,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내가 그렇게 잘못했어? 내 존재가 잘못됐어? 내 주변은 죄다, 멀어지고, 떨어지고, 사라지고, 없어지는데! 왜 너희만 그래? 왜? 나는, 나는 혼자였는데, 어떻게 너희는 그래? 안희야, 나더러 소중하다매, 잊지 않으려 노력하기까지 했다며. 현태오, 너도 그랬잖아, 너도, 마지막 날, 소중한 동생이라며, 네가 네 입으로 말했잖아, 네가, 너희가!!!!! 그 잘난 주둥이로 씨부려놓고!!!!! 그걸 그렇게 내다버려?! 니들이 어떻게 그래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니들이! 그 사람하고 똑같이, 아니, 어떻게 그 사람들보다 더할 수가 있어! 그들을, 그 인간들은 차라리 대놓고 죽으라고 했는데!!!!! 니들은, 지키지도 않을 희망을 내 안에 박아놓고, 그걸 버려?! 그걸, 나를, 버려서 이렇게 썩어들어가게 만들어?! 그래놓고 뭐? 뭐? 미운게 아니야?! 기억하려 했어?! 개소리 작작 해 안희야 현태오 이 개X발X끼들아아아아악!!!!!!!!!!!!"
콰장창!!!!!
다 부서진 유리선반의 잔재를 여린 팔이 훑고 지나갔다. 지나간 자리에 붉은 궤적이 질척하게 남겨졌다. 단단히 미친 듯한 그녀의 행보에 나는 잠시 잊고 있었다. 그녀에게 채웠던 장치가 이상을 감지하고 알람을 울려대고 있다는 것을 선반의 잔재에 주먹을 내려치며 울부짖는 그녀를 보느라 느끼지 못 하고 있었다.
"나는! 말도 못 하고 혼자 미쳤는데 너희는! 니들은 잘난 친구X께서 쉴드도 쳐주고 아주! X발 아주 잘도 살았지 어!!!!! 아니야?! 아니면 반박해 보던가 아니면!!!!! 니들이 겪었다는 거, 당했다는 거! 티끌만큼이라도 내뱉어 보라고!!!!!"
빠각-
순간, 불길한 파열음이 나며 일순 공기가 멈췄다. 그녀의 다리가 선반 기둥을 걷어찬 순간이었다. 본래라면 벽에 고정되어 있었을 선반이 기우뚱 하더니 한 렉이 분리되어 그녀를 덮쳤다. 실습대 넘어지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소리가 실습실을 꽉 채우더니 곧 요란한 알림음 만이 내 귀를 때렸다. 그녀에게 착용시킨 장치가 파괴되었을 때 나는 알람음이었다. 실습대에 걸쳐 쓰러진 선반 아래로 그녀의 팔이 길게 나와있었다. 슬금슬금 번지는 붉은 웅덩이와 함께.
"...하아..."
짜증을 한숨으로 내뱉으며 난장판이 된 실습실을 가로질렀다. 넘어진 선반으로 다가가 그 밑을 보자 머리를 맞았는지 기절한 그녀가 선반과 실습대 사이에 엎어져 있었다. 다행히 깔린 부위는 없어서 그녀를 끌어내기만 하면 되었다. 이게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엉망인 몰골에 다시금 한숨을 쉬며 폰을 꺼냈다.
>[방금 알람 터졌지] >[그거 영락에서 터진거다] >[올 거면 XX병원으로 와서 의국에 내 이름 대] >[저번의 그 병동으로 안내해줄거다] >[안 와도 되고 서두를 것도 없다]
중요한 내용만 보내긴 했는데 과연 제대로 다 보긴 했을지 모르겠다. 빠르게 톡을 전송하고 점점 더 붉게 물들어가는 그녀를 안아들었다. 이제보니 서서히 푸르스름해지는 팔다리나 안아드는데도 유리조각 소리가 나는 걸 보니 평소보다 더 성가시겠단 생각부터 들었다.
"조각 언제 다 빼냐..."
...영락의 부속 병원, 그곳의 특별 병동은 본 연구소와 연결된 구간에 있었다. 연구소에서 위중한 부상을 입은 학생을 급히 옮겨 제때에 치료 받을 수 있게 하는 곳이었다.
보통은 잘 쓰이지 않는 그곳을, 그녀는 단골마냥 쓰고 있었다. 학기 초부터, 작게는 교통사고 골절에서, 크게는 과출혈과 뇌진탕이 의심되는 수준까지- 참으로 다양한 사유로 병동을 사용하던 그녀는 오늘도 그 병동의 침대 하나를 차지하고서 산소호흡기를 쓰고 있었다. 옆에는 심박을 알리는 기기와 다른 기기들이 대기 중이었다.
그리고 나도 있었다. 채 마르지 않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백의를 걸치고 그녀의 침대 옆에 서서
"...어, 왔냐?"
하고, 태연하게 방문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 나는 어떻게 비출까. 이런 것도 못 막은 멍청이로 보일까, 아니면.
"마침 잘 왔다. 너 혈액형이 뭐냐? 얘 수혈을 해야 하는데 맞는게 여분이 없다네."
상황에 맞지 않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며 누운 그녀를 바라보았다. 침대가 원래 그랬던 것처럼 새빨갛고 그녀 역시 검붉은 색으로 얼룩덜룩했다. 언뜻 보면 사람이 아니라 넝마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나마 본능은 작동하는지 수많은 상처가 서서히 나아가고 있었지만 얼굴부터 발끝에 이르기까지, 성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라는 건 눈에 뜨게 확실했다.
그는 과연 그녀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내가 말 할 수 있는 건, 전부 직접 만든 상처란 거다. 습격이나 사고 같은 건 없었어. 전부, 스스로 낸 것들이다."
덤덤하게 그 모습을 보여주며 말하고 대기 중이던 기기들을 매만지며 수혈할 준비를 했다. 이윽고 새로운 기기가 규칙적인 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한 발 물러서 입가를 매만졌다.
심히 담배가 물고 싶었다.
그 뒤에도 나는 평소와 달리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적합한 과정을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행하고 필요에 의한 말이 아니면 조용히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목화고의 여름방학이 거의 끝나기 직전이었다. 카페에서 휴대폰을 보던 한양을 부르는 한 예쁘장한 여학생이 보인다. 한양은 살짝 불쾌한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을 했다.
" 왜 반말이죠? "
" 아..미안해요. 서한양 학생 맞으시죠? "
여학생은 곧 사과를 했고, 한양에게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한양과 한 브로커가 마약을 거래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한양은 이 사진을 보고는, 꽤 당황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고 여학생은 웃으면서 말했다.
" 일 커지기 싫으면 따라오시죠? "
그렇게 한양이 여학생을 따라간 곳은 스트레인지에 위치한 허름한 아지트였다. 안에는 껄렁껄렁한 남자들과 불량한 여학생들이 낄낄거리며 들어오는 한양을 조롱했다. 그 중에서 우두머리로 보이는 한 흑발의 곱슬머리인 남성이 일어나며 한양에게 다가갔다.
" 너 레벨 5 유망주잖아. 그런데 어떡하냐? 레벨 5에 닿기도 전에 콩밥이나 먹게 생겼는데? "
" 그러게 왜 마약거래 하는 걸 우리한테 들켰어? 감옥에 가기 싫지? 그러면 우리가 시키는대로 해. 너는 남자니깐.. 그래도 음지에는 수요가 꽤 있겠네. 돈 많은 아주머니나 아저씨들ㅇ.. "
" 아오 X발, 담배냄새. "
녀석의 협박은 신경쓰지도 않고, 아지트 내부의 담배냄새에 불쾌감을 표하고 있는 서한양이었다.
" 너.. 내 말이 장난으로 들려? "
한양은 조롱하듯이 웃으면서 말했다.
" 사진 다시 봐봐. 그게 마약인지 홍삼인지. "
" 뭐? "
아까 한양을 데려온 여학생은 당황하며 사진을 다시 봤고, 사진의 물건을 자세히 보니, 마약이 아니고 그저 붉은 홍삼박스를 거래하고 있었던 사진임을 알고서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기 시작했다.
" 등신들... 스트레인지 내부에서 은밀하게 거래하면 다 불법인 줄 알지? 고맙다. 아지트까지 친히 모셔줘서. "
[3일 전]
아까와 같은 카페에서 후드를 뒤집어 쓴 왜소한 여학생과 한양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얼굴에는 누구한테 맞은 듯, 멍이 났고 초췌해진 여학생은 떨면서 한양에게 말했다.
" 한양아.. 나 좀 살려줘... 이제는 정말 죽을 것 같아.. "
" 무슨 일이야? 자세히 말해봐. "
" 석달 전에.. 아는 친구를 통해서 알게 된 애들이 있었는데.. "
요약하자면 내용은 이러하다. 스트레인지의 한 조직이 이 여학생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서 친해진다. 그리고나서 여학생을 강제적으로 범죄행위에 동참하게 하거나, 자신도 모르게 범죄에 연루시킨다. 그 점을 협박해서 자신들의 돈벌이나 텍스트로는 표현하기 역겨운 장난감으로 사용했다는 것. 한양은 표정이 굳어진 채로 말했다.
" 너는.. 걔네들 연락 다 무시하고, 당분간 내가 빌린 방에서만 지내. 지금 당장 방 하나 예약할 테니깐.. "
" 잠시만! 그러면.. "
" 걱정마. 3일이면 해결할 수 있어. "
[현재]
" 이 역겨운 새X들.. 내가 너네한테 덜미 잡힐려고 거래를 몇 번이나 했는지 알아? "
" 전부 이 녀석 조져-!!! "
말해 뭐해? 바로 한양을 제압하려고 하는 녀석들. 곱슬머리는 너클을 끼고, 오른쪽 주먹으로 한양의 왼쪽 턱을 강타하려고 했다. 곧게 직선으로 날아오는 주먹. 너클을 꼈기에 한방이라도 허용하면 치명타였다. 사실 이 너클은 사용자의 숙련도에 따라서 효율성이 천차만별이다. 기본적인 리치가 짧기에, 주먹을 쓸 줄 모르는 놈이 사용해도 별 차이가 없다. 왜냐고? 주먹을 던져도 맞지를 않는데, 그거 껴봤자 무슨 소용이야. 약한 힘을 보충하는 무기가 아닌, 기본적으로 깔린 실력을 바탕으로 위력까지 올려주는 무기지.
체중을 정확히 실기 위해 비튼 뒷발과, 반격의 데미지를 완화시키기 위해서 당긴 턱, 혹시나 모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올린 왼손 가드, 한양이 자세를 안 잡힌 틈을 타서 공격하는 타이밍 등. 이 곱슬머리 녀석도 근본 없이 길바닥에서 구르기만 한 녀석은 아니었을 거다. 문제는 서한양 앞에서는 이런 녀석도 근본이 있어도, 근본이 없는 녀석으로 바뀌게 된다는 거지. 공격을 하기 전에 무의식적으로 미리 살짝 돌아가 있는 어깨와 허리로 주먹의 방향을 예측하고, 상체을 오른쪽으로 살짝 숙여서 주먹이 빗나가게 만든다. 곱슬머리는 왼쪽 주먹으로 숙인 한양의 턱에 어퍼컷을 꽂으려고 했지만, 한양은 이미 녀석의 왼쪽 어깨 옷깃을 잡아서 당기고 있었다.
' 왜 이렇게 빨라..? '
주먹을 뻗기 위해서 체중과 중심이 실린 녀석의 왼쪽 발. 즉, 이 부분을 툭 건드리기만 해도 중심이 무너지기 쉬웠다. 한양은 녀석의 후속타를 차단하고, 오른쪽 발로 중심이 몰린 왼쪽 발을 빗자루처럼 땅을 쓸듯이 쓸었다. 그렇게 녀석의 왼발은 공중으로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녀석의 왼쪽 깃을 잡은 한양의 오른손. 단순히 후속타를 차단하려고 잡은 것이 아니었다. 녀석의 중심이 무너지면 그대로 당겨서 넘어뜨리려고 하는 것.
' 이게 시합인 줄 아나.. 왼발로 먼저 땅을 짚어서 중심을 찾고, 오른발로 이 녀석의 얼굴을 기습해야지. '
그렇게 반격을 하려고 한 곱슬머리지만, 한양은 여유롭게 말했다.
" 내가 실내에서 싸울 때 무의식적으로 파악하는 게 있어. "
" 바로 모서리들. "
곱슬머리는 바닥으로 쓰러지는 것이 아니었다. 바닥으로 쓰러지는 도중에 걸리는 한 테이블. 그 테이블의 모서리에 왼쪽 관자놀이가 제대로 강타를 당하는 것이었다. 곱슬머리의 왼쪽 관자놀이에서는 출혈이 나기 시작했지만, 워낙 충격이 심한 탓에 반격도 하나 못해보고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다른 녀석이 서한양을 기습하기 위해서, 뒤에서 한양의 어깨를 오른손으로 붙잡았다. 한양은 태연하게 오른손으로 녀석이 잡은 손의 손가락 중 하나를 잡아서 우드득, 부러뜨려 버린다.
" 뒤에서 공격할 거면 바로 쳤어야지. "
손가락이 부러진 녀석은 고통에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고, 한양은 "더럽게 떽떽거리네"를 작게 속삭였다. 그대로 왼쪽 팔꿈치로, 몸을 왼쪽 뒷방향으로 회전시키면서 녀석의 오른쪽 갈비뼈를 강타해서 쓰러뜨린다. 그 틈에 한 녀석이 나이프를 들고 한양에게 달려들기 시작한다. 아마 뒤에서 기습한 녀석을 처리하느라 두 손을 다 써서 빈틈이 생겼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 감히 칼을 들어? "
달려오는 녀석이 한양의 거리로 들어와서 본격적으로 칼로 공격을 하기 시작하려는 순간이었다. 녀석의 턱 중앙. 한양은 녀석이 거리 안으로 들어오자, 왼발을 앞으로 차서 녀석의 턱 중앙을 올려찬 것이다. 녀석의 얼굴이 그대로 위로 올라가고, 잠시 뇌의 흔들림을 느끼면서 주춤거린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정면을 봤을 때는 왼손에 재떨이를 쥔 한양이 가까이 와있었다. 그대로 녀석의 입에 재떨이를 강제로 물리게 한 뒤에 오른쪽 주먹으로 녀석의 볼을 여러 번 강타하기 시작한다. 녀석은 무릎을 꿇고 쓰러지면서 입안에서 입에 물린 재떨이와 흐르는 피 그리고 부러진 이빨들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 다 뱉었어? "
칼을 쥔 녀석은 무릎을 꿇은 채로, 불안한 눈빛으로 한양에게 시선을 옮긴다. 이내 곧 한양의 여유로운 눈과 마주쳤다. 이 말이 끝나자, 한양은 꿇은 녀석의 얼굴을 오른발로 세게 차면서 기절시킨다.
나머지 녀석들은 전의를 상실한 채로 떨기 시작했다. 이 조직에서 가장 강한 녀석들이 떼로 덤볐음에도, 능력 없이 간단하게 제압한 한양을 보고서 싸울 의지를 잃은 것이다.
" 아.. 팰 생각은 없었는데.. 갑자기 덤벼가지고.. "
서한양은 " 이게 무슨 꼴이니? " 라며 작게 말하고는, 녀석들의 아지트를 뒤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녀석들이 피해자를 협박하는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폰들을 발견했고, 한양은 아직 안 쓰러진 녀석들에게 묻기 시작했다.
" 이거 피해자들한테 사용한 핸드폰들이지? "
" 대답. "
" 네... "
" 패턴 뭐야? "
" 전부 다 'ㄴ' 모양이요... "
" 잠시만.. 어, 맞네. 땡큐. 너네 이거 말고도 입금받은 통장이나 계좌들 있을 거 아니야. 아, 잠시만. 저기저기 금고가 있네. 이 새X들 전산추적 막으려고 전부 다 현금으로 받았구만. "
" 영상부터 시작해서 음지와의 컨택까지.. 여기 다 있구만? 너네 이거 단순히 몇 년 가지고 안 끝나. 그거 알아? 나는 너네 팰 생각이 없었어. 대신 이 증거들 싹 다 긁어모으고, 너네랑 같이 거래한 음지의 위험한 분들까지 같이 엮어서 보내버릴려고 했거든. 나와서도 존X 불안하라고. "
" 근데 이게 생각보다 쉽게 잘 풀리네? 알아서 아지트까지 모셔다주고, 이곳에 증거가 다 있어. 저 노트북들도 챙겨야겠다. 불만 없지? 당연히 불만 없어야지. 불만 있으면 여기서 뒤지는 거야. "
그렇게 서한양은 녀석들을 교도소로 보내버리는 것은 물론이요, 바깥에 나와서도 음지의 녀석들에게 죽을 때까지 위협을 받을 만한 정보나 증거들까지 싸그리 챙겼다. 염동력으로 모든 증거물들을 공중에 둥둥 띄우며 나가기 시작했다.
" 내가 말했지만, 너네가 미성년자라도.. 이거 몇 년으로는 안 끝나. 그래도 도망갈 생각은 하지마. 그냥 안티스킬이 잡으러 올 때까지 얌전히 기다려. "
누가 힘에 도취되었느냐 묻는다니, 우습다. 세상이 흑과 백으로만 이루어진 새카만 뱀은 시선을 흘겼다. 그 빌어먹을 장소에서 약자였던 네가, 지금은 제힘이 어느 정도인 줄 아는 녀석이 당연하게 사고를 쳤는데 그것이 도취가 아니라고? 아직도 자신이 약자라 생각하나? 그 당시 약자였을지 모르나 지금은 살기 위해 발버둥 친 것이 아니면서, 네 당연하다는 듯 단천한 탐심으로 비롯되었으면서. 당신의 신경질적인 모습에 태오는 천천히 눈을 좁혔다. 제 목을 붙잡기 전까지 그 순간을 지켜보며 제 뒤집어지는 속내와 당신을 가늠했다. 끔찍한 시선이다. 목 부여 잡힌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아마 모든 것이 끝난 이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커다란 구렁이 같은 시선은 절대 끝내지 않을 것이다.
"끄으- 흐흐- 으흐흑-"
숨이 막혔지만 발버둥 치지 않는다. 관자놀이에 심장이 하나 더 달린 것처럼 맥이 쿵쿵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이대로 계속된다면 머리가 터져버릴 것만 같다. 창백한 납색 얼굴에 피가 몰려 붉은 기운이 어리고, 눈이 뜨거웠다. 그렇지만 고통스럽고 삶을 갈구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 이 순간이 더없는 영감을 주고 있었다. 솔리스가 말하던 낙원으로 곧 당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당신의 입에서 속내를 먼저 뒤집은 자의 목소리가 들렸으나 귀가 먹먹하여 잘 들리지 않았다. 숨이 턱없이 모자라 이젠 웃지도 못했다. "……."
당신이 목을 놓자 태오의 표정이 굳었다.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굳은 표정이 꼭 안드로이드 같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실실 웃던 것과 달리 이 모든 것이 끔찍하다는 듯한 무표정이 얼굴에 자리했다. 이성이 돌아오고 감정이 식는 건 누구보다 빠르지만, 그간 억누르던 모든 것이 그것보다 더 빠르게 치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추잡하고 음험한, 심지어 끔찍한 생각이 사고 회로를 지배했다. 머리의 피가 식는다. 태오는 인형처럼 가만히 있었다. 당신이 주먹을 휘두를 적에도 무력하게 맞기만 했고, 코에서 피가 흐르고 다시금 입안이 터져도 고통스러운 기색 한 번 없었다. 입은 일자로 꾹 다물리고, 표정 없는 낯가죽에 쿡 박힌 구렁이 같은 눈은 끊임없이 당신을 향했다. 아니, 자신만의 어떠한 생각 속에 푹 빠진 것 같았다.
마침내 뺨에 새빨간 실선이 그인다. 붉은 궤적이 생기고 피가 흘렀다. 코, 뺨, 입안할 것 없이 화끈거렸다. 태오는 깊은 생각을 끝마쳤다는 듯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눈이 뻑뻑한 걸 보니 어느새 부었나 보다. 당신의 눈에 서린 감정과 달리 태오는 여전히 차분했다. 빌어먹게 차분했고, 끔찍하게, 세상 모든 부정적인 미사여구를 지금 붙여도 턱없이 모자랄 만큼 차분했다.
"……추하네."
당신은 치부를 들켰고, 무너진 듯한 모습을 지금 보여주었다. 짐승이어야 옳다. 그렇지만 어째서 태오의 눈에 비친 당신은 인간으로 보이는 걸까, 왜 네가 인간인 척을 하듯 멈춘 거지, 바라던 모습이냐며 물을 정도의 이성이 왜 있지, 왜 나만, 왜 나만, 왜? 어째서 나만 인간 탈을 저렇게 당연하게 쓸 수 없지? 왜 너는 자비를 갈구하지도 않았으면서 운 좋게 사람들이 손 뻗었지? 뭐가 좋다고 그렇게 웃었다가 울지? 왜 너만! 너도 짐승이잖아, 나만, 나만 외롭게 이리 짐승일 리 없잖아……. 나만 외롭게 여기 틀어박힐 리가 없지 않은가. 태오는 고개를 느릿하게 돌리더니 입에 고인 피를 툭 뱉었다. 당신의 면전에 뱉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로 색이 선명하고 끈적했다.
"상당히 추해…… 그러니까…… 왜 멈췄어."
잔뜩 졸려 쉬이 돌아오지 않는, 끽끽 새는 듯한 목소리가 흘렀다. 다시금 태오는 질문했다. "왜." 천천히 손을 든다. 당신의 팔을 긁어내 피가 맺힌 긴 손가락으로 제 얼굴을 덮어 가렸다. 나만 외로이 짐승이다. 야생에서 보호받고자 도와달라 했더니 하필 사육사 손에 걸린 나머지, 인간 틈새에서 활개쳐도 사냥도 당할 수 없었는데. 사육장 안에서 일어나는 흔한 일로 폐사할 수 있었는데. "아……." 짧은 탄식이 아쉬운 것 같았다.
"다 식었잖아. 기껏 좋았는데……."
기회였는데. 더는 혼자 있지 않고 저기 내가 불태운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었는데. 나에게만 오지 않는 차례 드디어 얻고 나는 카타르시스와 함께 무한한 영감 속을 거닐며 영영 나 추구하는 진리 찾고자 떠나고 남겨진 살덩이로 걸작을 완성할 수 있었을 텐데……. 이번에도 망했다. 이번에도 작품은 완성할 수 없다… 어쩌면 내 평생……. 태오는 음울하게 읊조렸다.
"바라던 모습이냐고, 아니, 바라던 것과 달라…… 알량한 인간의 경계 때문이라면, 아니면 네…… 지금 이 모습 들키기 싫었더라면 그 어떤 시도도 말았어야 할 것이… 주제 한 번 알려줬다고 날뛰다 멈추는 꼴이 제법 같잖아……."
왜 너는 그 모습을 추하다 여기는가. 태오는 안면을 더듬거리다 제 목을 두어 번 쓸더니 쥐었다. 스스로는 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힘을 주었으나 스스로 할 수 없다. 손의 힘이 무력하게 풀리고 시야는 당신에게 맺힌다. 뱀 같은 손이 뻗어 나와 당신의 양 뺨을 콱 쥐려 들었다. 당신을 쳐다보는 듯싶으나 실상은 허공에 대고 멍을 때리는 듯한 시선 뒤로, 눈 색이 짙어진다. 이것의 눈 본디 비색 아니었는가, 마치 당신의 선배 중 하나인 안희야와 같이, 색이 꼭 물드는 듯한 착각이…….
"왜. 비참해?"
당신의 속내 의도적으로 파고들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었다. 비참하면 내게 알려줘. 어디까지 비참하고 괴로운지. 네가 인간이라면 인간의 마음이 어떤 건지 알아내서 자료로 삼아야겠으니까.
>>339 (비척비척 타고올라감.) 택배가 털리는 건 난생 처음 당해봐서 충격이 더 크네요. 아무리 그래도 이런 수준의 동네까진 아니었는데... 그것도 그렇고 ㅋㅍ 이양반들이 배송오기 전에 전화 한 번 달라고 요구사항에도 써놓았는데(연락이 아니라 통화라고 써놨음) 무슨 유령마냥 놓고가면어떡해!
>>337 아이고야... 아니 놓고 가는 건 요즘 택배들이 그러니까 그렇다 치고 그걸 훔치는건ㅋㅋㅋㅋㅋㅋㅋㅋ 대체 뭐지 뭐하는 놈이지...🤔 세상 정말 요지경이로다... 환불요청했구나 잘했어 그나마 바로 필요한 건 아니라 다행이긴 한데 진심 황당했겠다 훔친 놈 흰색 옷에 빨간 국물 묻길 기원
>>346 강제입원이되는거에요?!?!?! 그치만 수경이 텔레포터잖아 그거되는거야??? 애초에 가족도 아니고 법적으로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서도 하 근데 이로서 지금 병원이 제대로 된 병원이 아닌 건 명확해졌군 미치겟네... 하긴 제대로 된 곳이면 케이스가 일하고 있지 않았겠지 누가 중학생한테 간호사 일 시켜
방금전까지 인간이었던 이. 하지만 그 자는 더 이상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상반신은 인간의 모습이었으나, 두 팔은 전갈의 팔과 가까운 모습의 집게팔, 그리고 두 다리는 거미를 연상시키는 8개의 날카로운 다리, 그리고 뒤에는 전갈의 날카로운 독침이 달린 꼬리. 그야말로 인간과 거미와 전갈이 합쳐진듯한 키메라의 모습입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은우와 아라는 작게 혀를 찼습니다.
"쫀 거 아니지? 에어버스터?" "누가 쫄았다는거야. 오히려 질릴 뿐이야. 대체 뭐야. 저건..."
"크크큭. 뭐긴요. 이것이야말로 과학의 정수 중 하나입니다. 인간의 몸은 너무나 나약하고 연약하기 짝이 없다는 거 잘 아시죠? 그렇기에 그런 인간의 몸을 강화하기 위해선 다른 생명체의 DNA구조를 적용해서 강화시킬 수밖에 없지요. 조금도 죄송하지 않지만 여러분들은 이 이상 나아갈 수 없습니다. 크크큭. 크크크큭. 자. 크리에이터. 알고 있죠? 제가 여기서 절대로 쓰러지면 안된다는 사실을 당신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겠죠? 그리고 당신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를 쓰러뜨리거나, 잡거나 죽이는 것은 물론 여러분들의 자유이긴 하지만... 그렇게 하면, 제가 꼭 돌봐줘야 할 환자들이.. 더 이상 제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되겠지요."
그것은 명백한 협박에 가까운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협박은 저지먼트에겐 통하지 않을지라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유효할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그 증거로, 땅의 녹색 지대가 반짝였고, 윤태의 몸이 녹색으로 반짝였습니다.
"포기하고 돌아가주지 않겠습니까? 애초에 저는 여러분들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에어버스터가 강요했습니까? 아니면 웨이버가 위협했습니까? 애초에 4학구가 어떻게 되던지 당신들에게 무슨 영향이 있단 말입니까?"
"정말 순수하게 정의감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닐테고... 당신들 같은 실패작 따위가 그렇게 발버둥쳐서 대체 뭘 얻는단 말입니까? 실패작.. 아. 실패작도 너무 고급적인 표현이로군요. 크크큭. 죄송합니다. 폐기물 여러분."
그 말은 마치 도발을 하는듯한 모습입니다. 그리고 이내 윤태는 살짝 다리를 들어올린 후에 있는 힘껏 땅을 내려찍었습니다. 그 순간입니다. 모두가 밟고 있는 땅. 정확히는 윤태의 전방 일직선 방향으로 이어지는 지면이 묘하게 물렁물렁해지는 듯 합니다. 기분 탓일까요? 아니면...
이제 고등학교 2학년생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작달막한 키에, 성장이 그대로 멈춰버린 듯한 앳된 코와 올망졸망한 입, 선명하고 또렷한 눈망울, 솜털 가시지 않은 얼굴에 뽀얀 피부, 소박하고 검소한 셔츠에 후디차림- 마치 하얀 털 지닌 조그맣고 무해한 동물 같던, 당신으로 하여금 혜우의 양심을 책망하게 만들었던 그 길잃은 어린 왕자 같은 아이 말이다. 당신은 이 인첨공이라는 사막에서 떠돌던 작은 소년을 조종사 대신 만났고, 그 아이는 장미꽃이나 여우 대신 고양이와 함께였지. 그리고 이제 그 고양이는 아홉 개의 목숨이 무색하게도 갈가리 찢긴 몰골을 한 채로 병상 위에 누워있다.
그런데, 막 수술을 끝낸 병동의 문을 박차고 들어온 이것은··· 당신이 기억하던 그 어린 왕자와는 무언가 다른 존재가 되어있었다.
당신만큼 크지는 않았지만 당신의 코끝에 눈높이가 닿는 정도의 키, 차갑게 날이 선 코와 칼자국처럼 찢어진 입, 무엇이라 형용해야 할지도 이제는 말할 수 없는 기괴한 광채를 품고 인간의 빛을 잃어버린 눈동자, 중국 서브컬쳐 포스트 아포칼립스 핸드폰 게임에서 볼 법한 칙칙한 회색의 갈가리 찢긴 테크웨어풍 외투 아래에 차려입은 방검복, 그것도 몇 차례에 걸친 전투의 흔적이 역력한. 무엇보다, 피 튄 자국과 검댕자국이 얼굴에 묻어, 「2천 야드 밖을 바라보는 눈」을 하고 있는 그것은, 어린 왕자라기엔, 차라리 유령이었다.
초점이 맞지 않는 공허한 눈으로 성운은, 당신의 피아노 학생은, 병상 위에 누워 있는 혜우에게서 시선을 들어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안다. 당신도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그러나 결국에 그 모든 것은 아무런 소용도 없다는 것을.
아아. 다 소용없는 일이었어.
아무리 크고 강하다고 한들, 아무리 유능하고 기민하다고 한들, 이 아이 스스로에게서 이 아이를 지킬 수는 없다는 것을.
“히히히.”
유령은 입가만을 끌어올려 히쭉 웃었다. 너 혈액형이 뭐냐? 하는 말이 마치 고약한 조크라도 되는 듯이.
“히히히히히히······ 히히히, 하하, 아하하하하하·········.”
마치 억지로 양 입꼬리를 갈고리로 걸어 잡아찢을 기세로 잡아당기기라도 하는 마냥, 괴롭기 그지없는 웃음이 유령의 얼굴에 질척질척 달라붙었다.
“아, 이 모든 게 웃겨서 어쩌죠··· 나 O형이긴 한데··· Rh형이 안 맞으면 어떡하게요········· 기껏 O형인데, 혜우가 Rh 마이너스기라도 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게 맞다고 해도 소용이나 있으려나·········. 아, 당신도 나도, 참 엉뚱한 구멍에 빠져있는 셈이네요···.”
유령은 칭백한 회색의 외투를 벗어다가 아무데에나 휙 내팽개쳤다. 그리고 군데군데 긁히고 박살난 방검복도 덜컥덜컥 벗어다 되는대로 집어던졌다. 그제서야, 성운은 갈기갈기 찢어진 슬랙스에 구겨진 셔츠차림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성운은 있는대로 소리를 죽인 웃음을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이게 정말로 지독한 게 뭔지 알아요···? 결국에는 전부 다 소용없는 일이라는 걸 다 알아도······ 당신도 나도··· 여기에 있는 이상,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한다는 거······. 아하하하하···. 버섯이야, 버섯. 사람이 아니라, 버섯이라고.”
하하, 하아. 웃음은 한숨으로 겨우 꼬리를 맺었다. 성운은 그대로 팔을 둥둥 걷고는, 혜우의 옆 병상을 가볍게 발로 톡 떠밀어 거리를 좁혔다. 병상이라는 게 그렇게 가벼운 물건도 아닌데 그것은 아주 부드럽게 살며시 병상간의 간격을 좁혔다. 성운은 그 위로 신발도 벗지 않고 대충 비척비척 기어올라 누워버렸다.
성운은 다른 이의 도움 없이도 허공으로 쉽게 떠오를 수 있었다. 리라가 만들어준 헤르메스의 신발이 있으니 공중에서의 방향전환도 쉽다. 성운은 자신의 몸을 가볍게 공중으로 띄워올리며, 부원들 중에 윤태가 물렁하게 만든 지면의 영역 안에 든 사람이 있는지 살펴보고 그런 이가 있다면 그 역시 공중으로 띄워주었을 것이다. 자신은 띄워올리는 것밖에 못하지만, 부부장님이 무언가 조치해 주시겠지─ 성운은 다른 데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는 윤태가 물렁하게 만든 지면을 과중력으로 짓눌러 보았다.
자폭을 할 것으로 예상했던 진윤태는 뜻밖에도 변신을 했다. 아니, 변태라고 해야 할까? 갖은 생물들의 특징만을 모아 접합한 듯한 진윤태의 외모에 그만 그렇게 중얼거리고 말았다.
"뭐야 저거. 해부하고 싶다."
...방금 전까지 긴박했던 건 까맣게 잊을 만큼의 임팩트였다는 의미로 치자.
아무튼 변했어도 머리는 멀쩡한지 폐기물이니 뭐니 중얼거리길래 그럼 그렇지,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더불어 올라오는 녹색 전자효과를 보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피곤하다느니 어쩌니 했지만 어쨌든 듣고 있다는 거군. 그렇다면.
"이봐요. 크리에이터. 당신 진짜 이럴 거야? 이 세상에 하물며 능력자들이 모인 이 인첨공에 딸을 봐줄 의사가 저 새X 하나 뿐이라고 생각해? 저 새X 아니면 안 돼? 왜 그렇게 쩔쩔매는 건데? 진정 자식을 위한 길이 뭔지 몰라서 이러는 거야 지금?"
되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말을 내뱉으며 꺼낸 방패를 치켜들었다. 일단은 자리를 지킨 채로 진윤태를 타겟으로 잡고, 그의 거미 하반신- 수많은 다리들이 연결된 그 관절 부분에 일제히 세포 이상을 일으키려 했다. 신경이 뒤틀리거나 관절이 비틀리거나- 어쨌거나 움직임을 봉인할 수 있게.
때맞지 않는 질문이 던져졌다. 하지만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은 아니다. 리라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종이에 여러 개의 육면체를 그린 후 실체화 시킨다. 공중에 게임 맵처럼 다양한 형태의 육면체가 둥둥 띄워진다.
"다들 바닥 조심해요!"
바닥이 물러진다는 건 결코 좋은 징조로 볼 수 없다. 크리에이터가 뒤를 봐 주고 있는 이상 이것도 임시방편에 불과하겠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으리라. 리라는 곧 작게 줄여서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빗자루를 꺼내들고 원래 크기로 되돌린 후 올라탔다. 그대로 가만히 고민하던 그는 곧 작은 사과를 그려내서 크크큭맨의 입을 향해 던진다.
"말이 너무 많아."
원래 사과는 벌레의 천적인 법. 게다가 이 사과는 터지는 동시에 액화질소를 크크큭맨에게 흩뿌릴테니, 닿은 자리는 얼다 못해 괴사하고 말 것이다.
땅이 물렁물렁해지자 아지는 특수 신발을 이용해서 위로 뛰어올랐습니다. 그리고 청윤은 아지의 손을 잡고 뛰어올랐습니다. 리라는 빗자루를 타고 날아올랐고, 모두가 착지할 수 있도록 육면체를 실체화시켰습니다. 성운은 자신의 몸을 공중으로 띄웠고 마지막으로 한양은 뜨지 못하는 이들을 모두 한번에 띄우는데 성공했습니다. 한편 은우는 자신대로 풍압을 이용해서 날아올랐습니다. 그리고 오른손으로는 아라의 손을 잡고 공중에서 바람을 이용해 둥둥 떠 있었습니다. 다만 퍼스트클래스 두 명은 바로 공격하지 않고 잠시 상황을 살폈습니다. 성운은 땅을 가라앉히려고 한 모양이지만, 오히려 땅은 쉽게 파졌고 아주 큰 구덩이가 생성되었습니다. 별로 힘도 주지 않았는데 이 정도입니다. 마치 찰흙 같은 느낌입니다.
하지만 반격을 가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청윤의 공기탄이 윤태의 몸에 명중했습니다. 헤우는 세포를 노려 비틀었습니다. 그리고 리라는 얼려버리려는 듯, 사과를 던졌습니다. 하지만 윤태는 그저 크게 웃었습니다. 몸의 녹색 빛이 아주 살짝 줄어들긴 했지만, 전혀 타격이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아니. 타격을 넘어서서 그 공격은 그대로 되돌아갔습니다. 청윤은 자신이 쏜 공기탄에 몸이 약하게 명중했고, 혜우는 자신의 다리가 확 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며, 리라는 오른쪽 다리가 살짝 얼어붙을 정도로 차가운 것을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 애들? 크크큭. 친구 말인가요? 그게 당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한건가요? 그럴리 없잖아요? 안 그런가요?"
"그런 하찮은 도발이나 하다니. 크크큭. 폐기물은 역시 폐기물답군요. 더 떠들어주세요. 과연 그런 발언들을 하면서 얼마나 뇌를 굴리는지 뇌 활용 비율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싶거든요."
"크리에이터에게 아무리 도움을 요청해도 소용없어요. ...크크큭. 정말 바보같은 인간이 따로 없지만... 심정은 이해합니다. 그 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들 편을 들 수 없어요. 단순히 저만의 문제라고 생각합니까? 정말입니까? 크크큭."
"돈. 돈이라. 그거 좋죠. 돈. 아주 명확하군요. 유일하게 납득이 되는 사유군요. 고작 돈 따위에게 영혼을 파는 것이 정말로 딱 폐기물 같은 느낌이라서 좋고 말이에요. 그보다 통속의 뇌? 크크큭. 할 수 있으면 해보십시오. 당신 같은 폐기물 따위에게 그런 것이 가능하다면야!!"
모두의 말에 대답을 하며 윤태는 빤히 뒤를 돌아봤습니다. 그러더니 단번에 높게 뛰어올랐습니다. 그 모습은 허공을 밟고 올라가는 모습입니다. 이것도 저 자의 능력인 것일까요? 그리고 그는 단번에 혜우를 집게팔로 낚아챘습니다.
"...우선 당신부터 천천히 정리해주도록 하죠. 크크큭."
그 순간이었을 것입니다. 헤우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전신에 무슨 영향이 가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몸이 아주 쉽게 아스라질 것 같은 공포도 조금은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요? 물론 겁을 먹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요. 한편 랑은 이대로 가면, 혜우의 몸이 그대로 쿠키처럼 아스라드는 불길한 기운을 감지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그건, 모두에게 공유되었겠지요.
"자. 울어보십시오. 빌어보십시오. 목숨을 살려달라고 요청해보십시오. 크리에이터에게 아무리 말을 걸어도 구원은 오지 않고 당신을 구할 수 있는 이도 없습니다! 크크크큭."
"......"
이어 은우는 가만히 아라를 바라봤습니다. 아라 역시 은우를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은우는 그 상태에서 이어셋을 이용해서 모두에게 통신을 보냈습니다.
"모두의 공격이 튕겨나가긴 했지만, 녹색 빛이 사그라졌어. 아저씨의 능력은 생명체 그 자체에게 적용되긴 힘들어. 즉, 저건 일종의 베리어겠지. 그리고 특성으로 봤을때 일정 수준을 막아내는 베리어. ...나와 아라가 뚫어낼게. 너희들은 베리어가 걷어지면 움직여. 이건 명령이다."
명령. 부탁이나 지시가 아니라 반드시 그렇게 하라는 명령을 내리며 은우는 단번에 아라와 함께 공중으로 높게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은우는 손에 거대한 녹색 구체를 생성했습니다. 그리고 아라는 마찬가지로 손 위에 물을 모아 아주 커다란 물 구체를 만들었습니다.
"핫. 코뿔소들아. 제대로 안하면 나중에 진짜 혼낸다! 에어버스터보다 내가 더 세거든?!"
"우리 부원에게 명령하지 마!"
이어 은우는 구체를 있는 힘껏 집어던진 후에 터트렸습니다. 강한 풍압이 윤태의 몸에 명중했고 뒤를 이어 빠른 속도와 강한 힘으로 몰아치는 거대한 파도가 윤태를 덮치듯 내리쳤습니다. 물론 혜우도 있긴 했으나 베리어의 힘 덕분일까요. 딱히 혜우에게 영향이 가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녹색빛이 번쩍하더니 이내 두 공격은 튕겨자나갔고 은우와 아라를 그대로 덮쳤습니다. 하지만 녹색 빛은 사라져버렸지요.
"이쪽은 신경쓰지 말고 가!"
/...7번째. 성운이의 소중한 존재를 붙잡는다....(옆눈) 미안해요! 커플 1호야! 내가 정말로 미안해!! 8ㅁ8 (석고대죄) 9시까지!!
" 아저씨도 계속 하찮게 도발하잖아요. 아저씨도 역시 폐기물이군요! 왜 그런 모습으로 변하신 거예요?! 적어도 애는 낳아야..! 아.. "
" 발X부전이라 이미 포기하신 거구나.. "
여러 아이들이 공격을 하긴 했지만, 공격이 먹히질 않았다. 이건 크리에이터의 능력인 거야. 굳이 물리적인 타격이 아니어도, 공격을 반사해내는 그런 배리어. 저번에 상대했던 녀석과 비슷한 능력이야. 그렇다면.. 배리어를 압도하는 출력량으로 밀거나.. 혹은 배리어에 닿기 직전에 공격을 다시 회수하거나. 배리어에 닿는 공격을 반대로 적용해서 되돌려주는 방식이면, 배리어에서 회수하는 공격 역시 반대로 돌려주지 않겠어? 이게 될려나 모르겠지만.
' 지면만 재질을 변경하는 게 아니야.. 심지어 공기도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것 같아. '
윤태가 허공을 벽 삼아서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내린 분석이다. 이어서 윤태는 짚게로 혜우를 낚아챘고, 혜우가 위험하다는 것이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여기서 공격을 하자니, 크리에이터의 배리어 때문에 무용지물이 된다. 젠장..내가 방금 생각한 방법을 시도해봐야겠어. 어라?! 은우잖아?
" ..... "
" 알았어. "
역시 압도적인 출력량으로 배리어를 뚫은 뒤에 공격을 하려는 것이군. 두 퍼스트클래스라면 가능해. 바로 뚫을 수 있겠어.. 그렇게 은우와 아라의 공격은 튕겨졌고, 둘은 상당한 데미지를 입었겠다. 하지만 배리어가 사라졌어.
" 지금이에요. "
한양은 무전으로 지금이 공격할 때임을 전파하고서는, 윤태를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 폐기물..처리 실시. "
한양은 자신이 끌어낼 수 있는 출력량을 끌어내서, 윤태의 척추를 강하게 잡아서 으스러뜨리려고 했겠다. 아예 못 움직이게 말이야. 궁금했거든. 지금의 계수면 키메라의 힘으로 강해진 척추는 얼마나 힘을 줘야 박살을 낼 수 있는지.
>>535 성운은 다음에 할 행동을 생각하고 있었다. 발밑의 땅에 저중력을 걸어 지표면을 약화시키고, 저 사람에게는 과중력을 걸어 땅에 파묻어버리면 잠깐이나마 움직임을 봉인할 수 있을지도. 아니면 신체 일부에 과중력과 역중력을 반대 방향으로 걸어서 뜯어버린다던가- 아니면 가볍게 만들어서 허공에 띄운 다음에 이 영역 밖으로 던져버리는 건 어떨까?
그리고 그 모든 생각이 윤태의 행동 하나에 모두 사라졌다.
“······그렇구나. 결국 중요한 건 그딴 게 아니었어.”
성운은 무언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윤태의 배리어가 깨어지는 순간, 성운은 능력을 최대출력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혜우를 붙들고 있는 집게발이 어떤 모양인지 자세히 보았다. 집게발을 위아래로 조이면서 혜우를 가로로 집어들고 있다고 하면 위쪽 집게에 역중력과 아래쪽 집게에 정중력을, 집게발을 좌우로 조이면서 혜우를 세로로 집어들고 있다고 한다면 그중에서 아래쪽에 조금이라도 가까운 집게에 역중력과 위쪽에 가까운 집게에 역중력을 가장 강한 강도로 부과할 것이다.
집게발이 벌려지면서, 억지로 뜯어지도록.
그리고 집게발이 벌려지면서 혜우가 떨어지면, 성운은 허공을 내달려 혜우에게로 달려가 혜우를 붙잡고는 빠져나가려 할 것이다.
공격이 돌아오자 피할 틈도 없이 다리가 얼어붙었다. 리라는 동상의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며 가까스로 비명을 삼킨다. 다행인 건 원래 의도했던 공격보다 다소 약화되었다는 것. 그대로 되돌려 맞았다면 다리 하나를 잘라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자니 순간 오싹해져서 하마터면 중심을 잃을 뻔 했지만 겨우겨우 오기로 견뎌냈다. 아니, 사실 노력할 필요도 없었다. 이어진 행동은 리라의 이성을 거의 끊어놓기 충분했기 때문이다. 표정 사라진 얼굴, 감정 죽은 눈동자는 정확히 목표물만을 노린다.
"통 속의 뇌라..."
지나가듯 들었던 철현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재차 스친다. 그거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는데?
아라와 은우가 공격을 가하는 동안 잠시 땅에 내려온 리라는 스케치북 위에 대략 10개의 선을 그리고 약 1.6m 길이로 실체화 시켰다. 한 손에 쥐기 적당한 두께의, 보기보다 가벼워 던지기에도 적합한 끝이 뾰족한 쇠막대가 그의 주변에 깔린다. 개중에 두어 개는 조금 더 명확한 폴암의 형태를 띈 동시에 날 끝에 전기가 튀고 있었으니 공격하기 무리 없을 것이다.
이윽고 벽이 사라지자 리라는 그대로 빗자루를 타고 날아오른다. 그리고 품 안의 포스트잇에 그려진 작은 알을 실체화 시켜 진윤태에게 던졌다. 알이 깨졌다면, 시꺼먼 두족류의 거대한 촉수가 흘러나와 진윤태를 속박하려 했을 것이다.
랑은 땅이 마치 찰흙처럼 변하는 걸 보고 뒤로 조금 물러섰다. 일단 신체능력도 비약적으로 상승한 것 같고, 게다가 능력은 굉장히 대응하기 까다롭다. 자신처럼 능력 자체로는 견제할 수단이 없을 경우는 더욱. 타격을 입히려면 손을 대야 할 텐데, 상대방이 그 공격에 반응하지 못할 거라는 판단은 안일하다.
적어도 뭔가 저 괴상한 것과 자신의 몸 사이에 무엇이든 있어야 했다. 그리고 저 망할 보호막도 치워야 하고.
"후... 뭐 이 정도만 해 줘도, 이름값은 하는 거 같군."
보호막에 대한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에어버스터와 웨이버, 은우와 아라가 공격을 퍼부어 베리어를 해제했기 때문. 그렇다는 것은 어쨌든 직접 부딪힐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었으므로 손에 쥘 무언가만 있으면 된다.
"이렇게 딱딱 맞아떨어지면 기분이 썩 괜찮고."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랑은 리라가 잠시 내려와 만들어 낸 쇠막대를 집어 윤태에게 집어던진 뒤, 조금 더 창에 가까운 것을 단단히 쥐곤 아직 물러지지 않은 땅을 찾아 밟으며 윤태에게 접근했다. 조금씩 가까이, 그리고 창이 닿을 게 분명한 거리가 됐을 때 팔의 근육이 강하게 수축하는가 싶더니 마치 작살을 쏘듯 창을 윤태의 갈비뼈 쪽을 노려 내찌르려고 했다.
크리에이터는 응답이 없었고, 모두의 공격은 배리어로 인해 튕겨져 나왔다. 나 역시 내가 쓴 능력의 여파로 자리에서 이동할 수가 없었다. 회피하지 못 하는 서포터만큼 공격에 취약한 존재도 달리 없었다.
집게발에 낚아채여가며 그럼 그렇지, 하고 생각했다.
"진윤태 씨, 너무 뻔한 거 아냐?"
나는 집게발에 잡힌 채로 킥, 웃었다. 무시무시한 갑각에 의해 곧 몸이 두동강 날 지도 모르지만 분명 두려웠지만 집게발에 팔을 올려 턱을 기대곤 여유롭게 웃었다.
"보아하니 바이오키네시스도 아닌 사람이 이런 시술을 했으니 어딘가 불안정하겠지. 그걸 건드릴 능력자가 마침 나였고. 그러니 제일 먼저 처리하고 싶었겠지? 너무 뻔하잖아. 그런 도발은."
나는 집게발에 가볍게 손을 올려 어떤 방해도 없는 상태로 능력을 최고치로 전개했다. 접합된 모든 관절, 근육, 신경계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세포들을 빠르게 증식시켰다. 세포 회복이란 말은 달리 말하자면 이상증세인 세포 역시 회복 시킬 수 있다는 의미니까 거부반응의 세포가 진윤태의 몸 구석구석을 장악하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능력을 계속 사용했다.
그러면서 여유로이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미안한데, 나도 적잖이 미친 X이라서, 몸뚱이 두동강 나는 거 쯤이야 안 무서워. 뭐, 좀 아쉬울 뿐이지. 이럴 줄 알았으면 유서나 써놓고 올 걸- 정도?"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아지였습니다. (앞으로 4턴 더 능력 사용 가능) 꼬리를 잡긴 했고 그것을 부수려고 했지만 이상합니다. 상당히 단단합니다. 물론 부숴버릴 수 있을 것 같지만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이상하게 팔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딱 접촉한 부분만 힘이 안 들어가고, 오히려 살이 물렁물렁해질 것 같습니다. 이건 단순히 기분 탓일까요? 어쨌든 청윤이 계속해서 꼬리를 공격하고 있었기에 조금만 더 힘을 주면 꼬리가 부숴질지도 모르지만... 이대로 꼬리를 계속 잡아도 괜찮은 것이 맞을까요?
정하는 자신의 능력으로 조직을 일부 찢는데는 성공했습니다. 상당히 연해진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내 그녀의 공격이 윤태를 덮쳤습니다. 윤태의 온 몸이 꿈틀거리기 시작했고 윤태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일그러졌습니다. 그리고 크게 비명을 질렀습니다. 생각보다 데미지가 크게 들어간 것일까요? 한편 철현의 말에 대답을 하려고 했으나 은우와 아라. 예외없이 공격을 피하지 못했는지 두 사람은 그대로 하늘에서 땅으로 추락했습니다. 아마 데미지가 꽤 들어가지 않았을까요?
이어 한양이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서 척추를 으스러뜨리려고 했지만 이게 무슨 일일까요. 이게 정말로 일반 생명체의 척추가 맞을까요? 강철보다 더 단단한 것이 상당히 쉽사리 꺾일 것 같지 않습니다. 물론 힘을 더 꽈악 준다면 어떻게든 가능할지도 모르나 힘이 상당히 들어갑니다. 그리고 성운은 집게팔을 어떻게든 벌리게 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역시나 그 힘이 보통 강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상당히 단단하고 무겁습니다. 물론 그의 능력 특성상 그렇게 힘들진 않았지만 일반적인 강철보다 훨씬 더 단단한 느낌이라는 것을 성운은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어쨌든 혜우는 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 리라는 알을 꺼내는데 성공했고, 두족류가 등장했습니다. 촉수가 흘러나와 윤태를 구속하려고 했지만 윤태는 피식 웃었습니다. 이내 두족류의 촉수, 더 나아가 그 몸은 과자처럼 으스러졌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윤태의 몸이 멈췄고 로운의 물결이 그대로 윤태를 덮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 순간 윤태는 작게 신음소리를 내뱉었습니다. 어째서일까요? 물이 약점인 것일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요?
한편 랑은 쇠막대를 집어들어 윤태에게 집어던졌습니다. 하지만 그 창은 가볍게 튕겨나갔습니다. 그리고 갈비뼈에 던진 것 또한 아주 가볍게 튕겨나갔습니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막대가 쿠키처럼 윤태의 몸에 닿는 순간 박살이 났습니다. 아주 힘없이 말이죠. 그 순간 랑은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지금 상태에서는 접촉하게 될시, 저렇게 무서질것이라는 불길한 기운'을 말입니다.
한편 혜우는 붙잡힌 상태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세포를 증식시켰습니다. 이어 윤태는 표정을 찡그렸습니다. 순간적으로 움찔했지만, 당장 반응을 보이진 않았습니다. 그 순간, 그의 몸이 사르르 아스라지는 듯 보였습니다. 마치 허물이 벗겨지는 것처럼. 그리고 이내 허물이 벗겨지며 그는 편안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크크큭. 꽤나 노력을 하시는군요. 하지만 그래봐야 헛수고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정하가 만졌던 부분을 잠시 바라보는 모습을 모두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어째서일까요. 한편, 윤태는 단번에 점프했습니다. 그리고 리라의 몸을 그대로 집게팔로 잡은 후에 땅으로 내려찍었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습니다.
"...당신을 아주 잘 알고 있지요. 당신에 대해서 조사는 끝났거든요." "당신. 여기서 무슨 가치가 있으신가요?" "혼자서 뭘 해보려고 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한 불쌍한 폐기물 같으니." "리얼리티 프로퍼테이션은 그야말로 위험능력으로 구분되어 철저하게 관리를 받는 이. 하지만... 당신은 정말로 그 정도의 가치가 있긴 합니까?" "......당신에게 요구되는 것은 그저 귀엽고 예쁜 인형이 아닐지요?" "레드윙에게 질투를 느끼지는 않으시는지요? 그렇다면 레드윙이 없어진다면, 그 자리는 당신이 차지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귀엽고 예쁜 인형으로서 말이죠. 갖고 싶지 않나요? 그 영광을..."
그 순간입니다. 윤태의 독침이 번뜩였고 그대로 리라를 찌르려는 듯, 빠르게 내려찍기 공격이 들어왔습니다. 그 상태에서 윤태는 있는 힘껏 팔을 휘둘렀습니다. 근처에 있는 이들을 모두 날려버릴 생각인 것일까요?
"닿는 순간, 팔 하나는 나갈 각오를 하십시오. 크크큭. 그 정도의 용기가 있습니까?"
땅의 녹색 기운이 천천히 반짝이기 시작했습니다. 또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것일까요. 하지만 당장, 윤태의 몸에 베리어는 켜져있지 않았습니다.
"말했지!!!!죽기보다 싫은게 있다고!!!" 그리고 지금 말해도 그렇지만, 내 뒤엔 믿음직한사람밖에 없으니까. 분명 내 공격은 유효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저자식 가까이에 있다. 그럼, 총공격을 할 뿐이야. 천천히 휘둘러지는 팔을 본다. 갑각류는 껍질안에 살이 연약하댔나. 그리고 팔의 궤도에 맞춰,왼손을 끼워넣는다. 만약 닿는다면 그 안의 수분의 부피를 그대로 증폭시킨다. 그리고 나는 왼손이 그대로 날아가겠지. 만약 닿지 않는다면... 배 아래로 기어들어가, 저놈의 얇디얇은 배때지에, 한번더 최후의 일격을 날리리라. 내 오른손째, 터트려버려서.
내리찍히는 꼬리를 타겟으로, 성운은 강하게 역중력을 걸었다. 제아무리 몸이 단단하다고 해도 그것에 무게가 존재하는 이상 중력의 힘은 거스를 수 없다. 행동하면서, 성운은 크게 휘둘러지는 집게발에 과중력을 걸었다. 저 집게발을 으스러뜨리는 것은 무리겠다만, 제대로 휘둘러지지 못하고 땅에 처박히게 하는 정도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다른 이의 삶을 함부로 단정지을 자격같은 거, 너한테 없어.”
그리고 가능하다면, 성운은 리라를 붙든 집게발에도 역중력을 걸어 들어올리려 시도할 것이다. 리라가 집게발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끔.
생각했던 대로 공격이 먹히지 않는다. 창이 오히려 박살이 나버렸다, 분명 쥐고 있던 건 단단한 쇠막대였는데 쿠키라도 된 양 바스라졌단 말이다. 하는 수 없이 손에 쥔 게 없어진 랑은 두어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겉으로 보기에 위협적인 건 둘째치고, 동시에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 어느정도인지를 명확히 모르니 쉽사리 다가갈 수가 없다. 결과적으로 물리적 접촉을 할 수 없으니 주의를 끄는 것도 어렵다. 피해를 입힐 수 없는 상대를 뭣하려 신경쓰겠는가.
무르게 하는 것과 단단하게 하는 것을 동시에 할 수 있는가? 쇠막대가 박살난 걸 보면 쇠막대가 약해졌다고밖에 볼 수 없다. 단단해진다고 해서 멀쩡한 쇠막대가 부스러질 수는 없을 것 같으니까. 그렇다면 지금은 닿아선 안 된다, 헌데 그럼 대체 언제 닿을 수 있단 말이지?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윤태가 점프를 하는가 싶더니, 리라가 붙잡히자 랑은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말이 X나게 많다."
랑은 닿게 됐을 때 무슨 일이 생길지 따위는 뒤로 한 채 윤태와 리라 쪽으로 달렸다. 땅에서 녹색 기운이 반짝이는 게 보이긴 했지만, 지금 당장 뭘 할 수 있겠는가. 팔 하나로 된다면 그쯤 내주마. 랑은 겉옷을 벗어 한쪽 팔에 휘감은 채로 윤태에게 뛰어들어 꼬리를 붙잡고 윤태의 등에 발을 디딘 채 있는 힘껏 잡아당기려고 했을 것이다.
내리찍히는 꼬리를 타겟으로, 성운은 강하게 역중력을 걸었다. 제아무리 몸이 단단하다고 해도 그것에 무게가 존재하는 이상 중력의 힘은 거스를 수 없다. 그러면서, 성운은 역중력의 범주를 윤태의 온 몸으로 넓혔다. 윤태가 공중으로 번쩍 들어올려지도록. 저 휘두르는 집게발이 우리의 머리 위를 의미없이 스쳐지나가도록. 리라를 땅에 메다꽂은 집게발이 뽑혀나가도록. 다른 이들이 공격하기 쉽도록.
아지의 공격을 보고 알아냈다. 저 녀석, 몸이 단단한 것도 있지만..자신에게 닿는 사람의 몸의 재질을 변경했어. 그리고.. 내 염동력은.. 분명 레벨 4 최상위의 힘인데도 척추가 전혀 말을 듣지 않아. 엄청나게 단단해. 하지만 단단한 적이어도 무언가 약점이 있을 거야. 정하와 로운양의 공격에 데미지를 입는 모습을 보였어. 물이 약점인 걸까?
혜우양의 공격에는 오히려 탈피로..탈피? 저 녀석..분명 절지동물의 키메라야. 절지동물은 탈피를 했을 때가 가장 약하지. 지금 저 강철같은 몸도 약해졌을 터.. 그렇다면 다시 공격한다. 어디를? 녀석의 다리관절 말이야. 지금 저렇게 연해졌을 때를 노려야지.
다리부터 못 움직이게 해서 전투력을 급격하게 낮춰버린다.
" 리라양! 조금만 참아요! "
서한양은 공중에 뜬 채로, 윤태의 다리 마디를 이어주는 관절들.. 그 관절들을 염동력으로 잡아서 최대한 세게 비틀려고 했겠다.
상대가 리라를 붙잡고서, 내리찍을 듯 독침을 치켜 올리는 것에 피가 차갑게 식는다. 그에 금은 상대를 죽일 듯이 내려다보며 불같이 화를 냈으니, 솟아오르는 분노를 언젠가 연습해 보았던 기술로 상대에게 표출한다. 독침이 달린 전갈 꼬리며, 단단한 껍질 중에서 그나마 연약해 보이는 여러 포인트에 발화 에너지를 모아 터트리려 시도 한다.
탈피도 해? 리라의 얼굴이 대번에 구겨졌다. 저걸 더 이상 인간이라고 부를 수는 있나? 인간적인 생각도, 인간의 육신도 없다면 저 존재를 누가 인간이라고 정의할 수 있지? 전치 2주 룰의 효력은 아직도 유효한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두족류의 촉수가 무너지는 동안 다음 공격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빗자루에서 몸이 떨어지고, 공중에서 바닥으로 강한 힘이 동반된 채 추락하고 만다. 강한 충격에 순간적으로 시야가 암전되고 얼굴께에서 피 냄새가 울컥 올라온다. 내상을 입었나? 어디가 부러진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때맞지 않게 약간 졸린 것도 같다.
"아아아아아악!"
그리고, 곧 의식과 시야가 정상으로 돌아오면 신체의 통증이 한꺼번에 올라온다. 곧장 정신줄을 놓아버리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그를 죽일 듯 누르고 있는 괴물의 도발 덕분이라는 게 아이러니하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눈을 꾹 감았다가 뜬 리라는 진윤태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조사, 를... 발로... 했니? 사람, 우습게, 보는 것도... 정도가, 있지...!"
그리고 타이밍 좋게도, 이쪽으로 달려와 꼬리를 붙든 랑과 성운의 역중력은 빠져나올 틈을 만들어 주었다. 움직임이 느려지고 압박이 약해진 찰나의 순간, 리라는 이를 악물고 몸을 뒤틀어 집게발에서 빠져나온 뒤 꼬리를 붙들고 있는 랑을 붙잡았다.
"언니, 조심해!"
그리고 그대로 진윤태에게서 되도록 멀리 떨어지려고 했을 것이다. 잡아끌었던지, 같이 데굴데굴 굴렀던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뇌... 들고 크리에이터랑 눈마주치면 알아서 "아저씨는 너희들이 거기까지 가는 걸 바라지 않았단다." 하고는 "이제 아저씨가 봐줄 필요가 없겠구나." 하면...
철현이 "왜요, 아저씨도 이렇게 되고 싶나?" 혜우 "킥!" 하고 어이없단 듯 웃고 리라 "이렇게 된 게 누구 때문인데요?" 아지 "하지마안... 이렇게 되는 건 무서운걸요오~ 싸우지 마아~" < 오버리미트 발동중 여로 "아하?" 태오 (뇌 소중히 안고있음...) 정하 (T 발언)
아지는 빠르게 뒤로 후퇴했습니다. 아무래도 무리하게 공격을 할 생각은 없는 듯 보입니다. 이어 윤태의 모습을 가만히 살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움직인 것은 다름 아닌 철현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후배가 예쁘지도 않고 귀엽지도 않다고 크게 외치며 탈피한 부분. 정확히는 정하가 건드렸던 바로 그 부분을 막대 파편으로 찔렀습니다. 어떻게 된 것일까요? 정말로 푸욱 들어갔습니다. 그에 윤태는 크게 괴성을 지르면서 몸부림을 쳤습니다. 그렇기에 다른 이들을 신경쓰지 못했고 독침의 움직임도 순간 멈췄습니다. 집게팔로 꽈악 조이는 힘도 꽤 줄어들었을 것입니다.
이어 정하는 윤태의 집게팔에 자신의 손을 집어넣었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능력을 발동했습니다. 이어 딱딱한 껍질에서 작은 폭발이 일어났고 엄청나게 빠르게 물렁물렁하게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정하의 왼손 역시 아래로 축 쳐졌습니다. 마치 뼈가 부서진 것처럼,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이어 로운이 빗방울을 총알처럼 쏘아댔습니다. 물렁물렁해진 집게팔에 닿아서 그런 것일까요? 윤태는 다시 괴성을 질렀습니다. 상당히 아픈 모양입니다. 청윤은 아지의 도움을 받아 균형을 잡았고, 꼬리를 향해서 계속 공격했습니다. 꼬리가 부서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고, 껍질 부분에 금이 가는 것이 천천히 그녀의 눈에도 보였을 것입니다. 이어 성운은 꼬리를 자신의 능력으로 공격했고 그 힘을 따서 랑이 자신의 힘으로 꼬리를 찢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금이 가지 않았다면 어림도 없겠지만, 아지와 청윤이 미리 공격을 해서 금을 낸 것이 결정타였습니다. 역중력으로 몸을 띄우려고 했지만 좀처럼 몸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당연했습니다. 집게팔을 땅에 박고 있는걸요. 뽑으려고 했지만 쉽지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이쪽도 만만치 않게 저항을 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어 한양의 중력이 작용했고, 다리 관절이 꺾여나갔습니다. 그 때문에 윤태는 힘이 빠져 털썩 주저앉았고, 덕분에 집게팔에도 상당히 힘이 빠졌습니다. 뒤이어 금이의 폭발 공격이 이어졌고, 이미 부서진 독침이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버렸고, 휘두르던 집게팔 역시 박살이 나버렸습니다.
그 사이에 무사히 빠져나온 리라는 랑을 안고 데굴데굴 굴렀습니다. 하지만 랑의 두 손 역시, 물렁물렁해진 상태입니다. 아무래도 능력에 영향을 받은 것 때문이 아닐까요. 일단 심하진 않았기에 정하는 물론이고 랑 역시 혜우의 치료를 받으면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한편, 랑은 빠져나오면서 묘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심장'과는 반대쪽이 있는 부분입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그곳의 위치와 함께 이대로는 싸움이 계속해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불길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한편 혜우는 은우와 아라에게 갔고 두 사람을 치료했습니다. 두 사람 다 어떻게든 일어설 수 있었고, 혜우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습니다.
"...크으! 이 날파리 같은 폐기물들이!"
한편, 윤태는 빠르게 뒤로 물러섰습니다. 그리고 힘을 주었습니다. 찢어졌던 분위가 다시 푸욱, 하는 느낌으로 튀어나왔습니다. 녹색 진물이 뚝뚝 떨어졌고, 철현이가 찌른 곳은 검은색 연기가 피슈우웅 하는 느낌으로 터져나왔지만 아직은 더 움직일 수 있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쪽도 조금 지쳤는지, 윤태는 숨을 내뱉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그의 몸통. 정확히는 엉덩이 부분에서 하얀색 실이 튀어나왔습니다. 뒤이어 윤태의 몸이 붕 떠올랐습니다. 그와 동시에 몸에 녹색 빛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유감이군요. 몇 번을 해도 소용없습니다. 또 다시 베리어는 켜질테고, 몸을 박살낸다고 한들, 다시 복구시키면 그만이 아니겠습니까? 크크큭. 퍼스트클래스 2명에게 맡기시렵니까?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결국 당신들에게 승산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습니다. 윤태의 바로 위에서 은우가 모습을 스윽 드러냈습니다. 그의 눈에는 붉은색 안광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아마, 3학년 동기들은 2학년때, 그리고 작년에 1학년으로 활동했었던 이들은 딱 한 번 정도 그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래요. 그건... 인정사정없이 모두 인천 앞바다에 총기를 든 이들을 집어넣었을때의 그 무자비한 모습이었습니다. 이어 은우는 윤태의 머리를 붙잡았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주변 공기를 압축했고 그대로 터트렸습니다.
"내 소중한 부원들에게 폐기물이라고 지껄이지 마. ...폐기물아."
소리가 사라지는 소리와 함께 강한 폭발음이 들렸습니다. 눈을 뜨기도 힘든 강한 돌풍이 그곳을 감쌌습니다. 모두가 눈을 떴을 때는, 녹색빛이, 그리고 더 나아가 땅에 있는 녹색 기운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보였을 것입니다. 마치 그 근방의 지대를 싹 날려버린 것처럼... 당연하지만 은우는 그대로 땅에 추락했습니다. 눈이 좋은 이를 피를 뱉는 모습도 아마 보이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윤태 역시 땅에 추락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천천히 다시 몸을 일으켰습니다.
"크크큭. 어리석긴. 베리어가 켜져있는 것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그 정도의 힘을 사용해서 대체 뭘 한단 말입니까? 참으로 어리석기 그지 없군요. 그냥 자살을 하고 싶으셨던 겁니까? 크크큭."
"...폐기물 여러분들에겐 참으로 안타깝게 되었군요. 기회를 잃어서 말이죠. 퍼스트클래스의 도움을 기대하고 있었을텐데 말이죠."
마치 별 거 아니라는 듯, 정말로 쓰잘데기없는 짓을 했다는 듯 그는 은우를 강하게 조롱했습니다. 이어 고개를 돌려 그는 저지먼트 멤버들을 바라봤습니다.
"아니면 계속해서 싸우겠습니까?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싸움을? 당신들의 체력이 얼마나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이어 그는 은우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향했습니다. 집게팔을 있는 힘껏 올린 것으로 보아 그대로 은우를 내려찍으려는 모양입니다.
은우의 일격에도 데미지를 입지 않았고 은우는 땅바닥에 널부러진 상태였습니다. 정말로 쓸데없는 짓일까요? 애초에 이대로 싸움을 계속 한다고 한들... 끝이 있을까요? 도망치려면 지금입니다.
유한은 방패를 들어올린 후에 은우를 향해 멀리서 달려갔다. 은우까지 꽤 거리가 있었든, 아니든 간에, 유한이 은우에게까지 도달하는 것은 꽤나 손쉬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 능력 덕분이었다. 빠른 속도를 살려 은우에게 다가간 유한은 방패를 비스듬하게 들어올려 내려찍는 집게팔을 흘려냄과 동시에, 남은 한 손으로는 땅에 널부러진 은우를 들어올리고서는 재빠르게 윤태에게서 벗어나는 것이다.
은우가 다친 모습을 보고서는 부장님! 하고 소리를 지르다 유한이 구하는 것을 보고 작게 안도의 숨을 내쉬는 것이다.
"기절시키거나 무력화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 "지금부터 가까이 접근할게요. 내려가고 싶으면 내려가도 괜찮아요."
능력을 쓴 탓에 평소보다 딱딱한 목소리지만 청윤에게 퍽 다정한 어투로 타인에게 들리지 않게 속삭이고서 청윤이 그대로 있었다면 함께, 청윤이 내려가길 바랐다면 내려주고서 윤태의 뒤로 빠르게 돌아가 방패의 모서리로 목 뒤를 강하게 쳐내려 한다. 죽지는 않아도, 기절시키기 위해 힘을 조절한다.
몸이 죽도록 욱신거린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함께 있는 랑의 상태를 살피고 있으면 통증 따위는 피가 식는 것과 동시에 온데간데 없이 가라앉았다. 괜찮을 리가 있나.
"......혜우 후배님!! 여기 치료 좀 부탁해요!!"
기어코 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리라는 떨리는 손으로 품 안에서 포스트잇을 꺼냈다. 보아하니 물 같은 것이 효과가 있었던가. 그렇다면.
@이로운 @진정하 @서성운 리라는 포스트잇에 게임에서나 나올 것 같은 포션 병을 5개 그린 후 로운과 정하에게 다가가 병을 건넸다.
"물에 풀면 산성을 띄게 만드는 약이에요. 아까 공격하는 거 보니까 효과가 있을 것 같아서."
@서한양 그리고 한양이 그에게 진검 하나를 요구했다면, 바닥을 구르는 스케치북을 펼치고 그 자리에서 가장 잘 그려져 있던 검 하나를 꺼내 건넸을 것이다. 단단하고 날카롭게 만들어지도록 했다. 그런 말을 곁들이면서.
이내 다시 랑의 곁으로 돌아간 리라는 스케치북을 몇번 더 넘겼다. 그곳에는 온갖 벌레들이 그려져 있었다. 낙서처럼 작고 대충, 많이 그려진 벌레들도 있고 정밀하게 묘사된 큰 것도 있었다.
"야."
진윤태를 바라보는 눈동자 아래 핏물이 비친다.
"감히 누굴 건드려."
곧, 리라의 스케치북에서는 각양각색의 벌레들이 기어나온다. 크고 작은 그것들은 일제히 윤태에게로 돌진한다. 그리고 이 공간에서 오로지 진윤태만을, 진윤태의 모든 것을 뜯어먹을 태세로 달라붙어 갉작이려 했을 것이다. 단단한 껍질도, 여린 점막도, 눈도, 귀도, 입 안까지... 모두 다.
전략 게임의 기본은 사용할 수 있는 말은 전부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 역시 포함이었다.
은우와 아라의 감사에 당연한 걸 했다는 의미로 어깨를 으쓱였다. 이 판에서 가장 강한 말을 최우선시 하는 건 당연했다. 두 사람이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을 시켜준 후 빠르게 흐르는 상황을 지켜보았다. 저 합성된 몸체에 닿아도 신체에 어떤 손상이 오는 듯 했다. 그것들을 다 파악하기 전에-
강렬한 돌풍에 반사적으로 얼굴을 가렸다. 잠잠해진 후 눈을 뜨자 추락한 은우와 내려찍으려는 진윤태가 있었다. 다행히 한이가 은우를 회수하는 듯 해, 이어셋으로 말했다.
"유 한! 부장님 이쪽으로 데려와!"
그리고 전체 통신으로 통보했다.
"전원, 치료 들어갑니다."
한이 은우를 데리고 오면 은우의 어깨에 한 손을 올리고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진윤태를 제외한 전원의 부상 치료를 위해 능력을 전개했다.
진윤태에게 닿아 생긴 부상, 전투 중 생긴 자잘한 근육의 피로도와 잔상처들까지 전부- 내 머릿속에 새긴 모든 의학적 지식을 동원해 회복의 이미지를 능력으로 전개하며 이어셋으로 하나 더 말했다.
"이리라 선배님, 수술용 톱을 하나 만들어서 이쪽으로 던져주세요. 받는 건 알아서 알게요."
녀석은 다시 신체를 재생하여서 움직임의 제한을 없앤다. 아무리 자르고 부숴도 다시 회복을 한단 말이지. 더 강해지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야. 이 싸움..계속 이렇게 가다가는 우리가 먼저 지쳐서 쓰러진다. 거기다가 크리에이터의 배리어.. 작전상 후퇴가 현명한 판단이려나?!
" ?! "
" 은우! 그만둬-!! 그 이상은 너도 위험해!!!!! "
하지만 늦었다. 은우의 혼신을 담은 일격에, 녹색지대는 전부 깨져버렸지만.. 은우가 피를 토하며 쓰러져버렸어.
" ....리라양.. 진검 하나만 만들어줄 수 있어요? "
그렇게 리라가 만든 진검을 손에 쥔 서한양. 아까처럼 여유로웠던 표정은 어디 갔고, 입에서 차가운 공기를 천천히 뱉으며 천천히 쉼호흡을 하기 시작한다. 한양은 밝은 평소의 온화한 표정을 버리고, 차갑고 공허한 무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대로 자세를 잡은 뒤에, 염동력을 자신의 몸에 적용시켰다. 자신의 몸을 총알이라 생각하고, 염동력으로 굉장히 강하게 밀었겠다. 그렇게 은우에게 다가가는 윤태가 반응도 하기 전에 윤태의 품 안으로 파고들려고 했겠지.
" 내 친구 건드리지 마. 건드릴 거면 나부터 죽여. 아니, 건드리면 나한테 죽어. "
윤태가 능력을 발동하기도 전에, 한양은 염동력을 이용한 가속도를 이용해서 진검으로 랑이 말해준 심장의 반대쪽을 찌르려고 했겠다. 그냥 찌르는 것이 아닌, 염동력의 가속력과 힘을 최대한 압축시켜서 말이야. 칼을 염동력의 힘을 줘서 더 견고하게 만들고, 칼을 뻗는 몸에 염동력으로 가속을 줘서 녀석의 심장 반대편을 관통하려고 했다.
자신이 어떤 반격을 당할지는 상관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과 가장 친한 녀석이 죽기 직전이었기에, 무의식적으로 나선 것 뿐.
재생하는 신체에 심히 불쾌한 기색이란 표정으로 금은 혀를 쯧 차 낸다. 재생조차 못하게 태워버려야 할까 생각할 때 은우가 나서면, 금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눈을 감았다 뜨면, 변한 현장의 상황을 살피던 것도 잠깐이다. 위험한 은우의 모습에 당황하나 양아치가 그를 구하러 가는 것에 안도한다. 조롱에 대답은 않고 주의를 제 쪽으로 끌 요량으로 다시 능력을 사용하니 폭발을 일으켜, 상대의 살점을 날려버리려 시도한다.
아마 혼자서였다면 그대로 팔이 박살난 채 땅에 꼴사납게 쓰러져 있었을 것이다. 물론 지금 양 팔이 간당간당한 상태긴 했지만 그럼에도 랑은 꽤 멀쩡한 상태로, 꼬리를 뜯어낸 뒤 리라와 함께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
"오른쪽... 심장 반대쪽에 뭔가 있는 거 같다. 그쪽에 틈을 만들어보는 게 좋을 것 같군."
다시 한 번 베리어로 감싸인 윤태, 그리고 다시 한 번 그걸 벗겨낸 은우. 한이 은우를 무사히 받아내고 혜우에게 간다면... 그 뒤는 신경쓰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게다가 부러지기 직전의 연약하기 짝이 없어진 팔만 멀쩡하면 바로 달려들었을 텐데 생각하던 차에, 혜우의 대응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팔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렇다면 할 건 하나뿐. 랑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한 번 창을 주워들었다. 할 수 있는 걸 한다. 한 번으로 안 된다면 계속해서 시도한다.
"헤이 내가 마실 마티니를 이 여자가 대신 만들어도 돼?" (넉살 좋게 저 친구가 체험하길 바라니? 하면서 웃는 바텐더) "ㄴㄴ 이 여자 또한 바텐더야" (그럼 말이 다르지! 컴온컴온) "왜 나를 시 키나 요??" "ㅋㅋ" "ㅋㅋㅋ" "아오" "어이 착실하게 팔을 흔들잖냐"
우지끈 하는 소리가 몇 번인가 건물 안에 울렸으나,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아무래도 이 층에는 없나 보다. 심기가 불편해지는 와중 달콤한 냄새까지 풍기니 허기가 져서 참을 수가 없다. 만약 아예 늑대로 변한 상태였다면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을지도.
그러던 와중 박살난 판자를 누군가 밟는 소리가 들려 랑은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갤 돌렸다. 무의식적으로 으르렁대면서 달려들기 직전,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를 알아채면서 랑은 가까스로 이성을 붙잡았다.
"리라냐?"
일단 리라가 맞다. 생김새라든가, 목소리라든가. 그런데 옷차림이 평소와는 좀 다르달까, 게다가 허락 없이는 스트레인지로 들어오지 않기로 약속했을 텐데. 잠깐만... 여기가 정확히 어디더라? 어째 조금 이성이 오락가락하는 것 같은 느낌에 이를 드러내던 랑은 북슬북슬한 손을 들어 미간을 꾹 눌렀다.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는 너는 왜 여기에-"
있는 거냐고 묻기 전에, 자신에게 다가온 리라가 바구니 뚜껑을 열어 간식거리를 보여주자 랑은 냄새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단숨에 파악할 수 있었다.
"너 이거... 직접 만든 거냐?"
묘한 현실감이 자꾸만 끼어들고 있지만 그보다 원초적인 욕구가 자꾸만 이성을 깎아먹는다. 평소보다 훨씬 뛰어난 후각 때문에 더욱... 제대로 정신을 못 차리던 와중에 자신의 손을 덥썩 붙잡은 리라의 행동에 정신이 들었으나 버터 냄새가 짙어지자 이게 간식거리뿐만 아니라 리라에게서도 나는 냄새임을 알아차리고는, 그대로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리라를 빤히 쳐다보았다.
한 번만 깨물어 볼까.
그런 터무니없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마 한 번쯤 깨물었을 것이다.
"...쯧."
갑작스레 날아든 쇠막대만 아니었다면. 랑은 순간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곤, 손(발?)을 뻗어 쇠막대를 측면에서 쳐냈다. 바닥에 쇠막대가 부대끼는 소리가 들리고 랑은 건물 내부를 노려보다가 마주 잡은 리라의 손을 한번 꼭 쥔 채 잡아당겨 바깥으로 나섰다.
정말 다행히도 집게팔이 은우를 찌르기 전에 유한이 은우를 구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윤태는 그런 유한을 공격하려고 했지만 당연히 속도를 따라잡진 못했습니다. 그대로 은우는 회수되었습니다. 이어 혜우의 치료가 시작되었습니다. 아마 다친 이들은 모두 하나같이 회복이 되었을 것입니다. 리라의 팔찌도 있었으니 적어도 다들 치명타는 피할 수 있기도 했고 말이죠.
모두의 공격이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아지의 방패 공격이 날아갔지만 방패는 이내 물렁물렁해지더니 쿠키처럼 부서졌습니다. 리라의 벌레가 윤태에게 달려들었지만, 그 벌레들은 일제히 먼지처럼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로운의 물 공격이 날아왔고 산성이 되긴 했지만, 껍질을 약하게 하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청윤이 공기탄을 발사했고 껍질에 명중하긴 했지만 그대로 결정타를 주기는 힘들어보였습니다. 그럼에도 껍질이 상당히 단단한 모양이니까요.
이어 금의 폭발이 이어졌습니다. 로운의 활약으로 인해 물렁물렁해진 곳이 터져나갔고 윤태가 표정을 찡그렸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여로의 돌이 날아왔고, 하필 거기에 또 맞아 윤태의 입에서 큭 하는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하지만 그뿐이었습니다. 태진이 자신의 힘으로 머리를 후려갈기긴 했지만, 닿는 순간 태진의 손이 순간적으로 물렁물렁해졌습니다. 그렇기에 제대로 타격이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성운의 창들이 날아오긴 했으나 역시 그마저도 바스라졌습니다.
이것이 그의 능력. 덴시티 인듀스먼트입니다.
"크크큭. 약해. 약해. 약해. 약해. 약해. 인간의 힘으로는 고작 그 정도겠지요. 그렇기에 저는 키메라의 몸이 된겁니다. 안 그래도 단단한 몸. 강력한 근육. 그리고 강한 체력. 거기에 제 힘으로 제 몸은 그 무엇보다 단단해진 상태. 그 누구라도 뚫을 수 없고, 설사 다친다고 해도..."
이내 그의 껍질이 천천히 벗겨졌습니다. 산성으로 약해진 부분은 다시 원 상태가 되었고, 자잘한 상처 역시 이내 다시 회복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회복하면 그만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이 싸움은 절대로 끝나지 않습니다. 절대로 말이죠! 크크큭. 당신들같은 폐기물이 뭘 할 수 있단 말입니까? 대체 뭘? 뭘? 뭘? 뭘? 뭘? 뭘? 정말로 어리석은 이들의 발악이란 이리도 재밌군요. 아직도 포기하지..."
하지만 그 순간이었습니다. 어느 틈이었을까요. 모두가 공격을 하는 도중, 한양의 공격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이내 랑의 공격 역시 이어 들어왔습니다. 그 일점이 순식간에 관통되었습니다. 그 순간 그의 전신에서 검은색 연기가 강하게 뿜어져나왔습니다. 그리고 세포가 꿈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변신했을 때처럼 살결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을 것입니다.
"...이, 이 자식. 이 자식들.. 감히 어떻게?! 어떻게?! 네놈들이 거길 어떻게?!"
처음과는 달리 그의 목소리에서 여유가 없어졌습니다. 붉은색 핏줄이 눈에 가득 섰고, 이내 검과 창은 물렁해지는 듯 했으나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대로 꽂혀버린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이내 검과 창은 툭 떨어졌습니다. 물렁물렁해지긴 했기에, 미끄러지듯 툭 떨어졌지만요. 확실한 것은 '부서지지 않았습니다.'
"...이..이..쓸모없는 폐기물 따위가!! 감히! 감히!! 감히!!! 퍼스트클래스가 쓰러졌으면 포기하고 도망이나 칠 것이지!! 너희 둘도 에어버스터처럼 헛짓거리를 하다가 쓰러지고 싶은거냐!!!!!!!! 감히... 감히... 감히.. 과학의 성과의 가치도 모르고 감히이이이이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목소리에 분노가 가득 섞였습니다. 그 상태에서 윤태는 한양과 랑의 몸을 집게팔로 가로채듯 낚아챘습니다. 그리고 찢어버릴 것처럼 강하게 옥죄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랑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몸이 바스라질 것 같은 불길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헛짓거리를 한 퍼스트클래스의 부하답게 너희 둘도 머리가 안 돌아가는구나. 그렇게 개죽음을 당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죽여주마... 폐기물 따위가.... 아무런 성과도 가치도 없는 쓸모없는 폐기물 따위가!! 뇌파 그래프 이외에는 그 어떤 가치도 없고, 의미가 없는 폐기물 따위가아아아!!!!!"
"말을 듣지 않는 병기 에어버스터가 어리석게 혼자 방금 자폭한 것처럼 너희들의 머리도 쓸모없는 모양이니... 죽어라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