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허리를 끌어안고 제 가슴팍에 귀를 갖다대는 예싱하지 못한 행동에 유우키는 자신의 심장소리를 가라앉히려고 애썼다. 하지만 심장이 어디 주인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이던가. 당연히 심장고동 소리는 그의 의지와는 다르게 크게 울렸을 것이고 귀를 가져갔으니 아마, 제대로 들려오지 않았을까. 끄응... 작은 신음소리 같은 것을 약하게 내뱉으며 유우키는 시선을 옆으로 살며시 치웠다. 허나 이어 들려오는 그 말에 그는 다시 고개를 앞으로 하며 그녀를 살며시 내려다봤다. 그리고 그 말에 이어 대답했다.
"허락을 구하고 가져갈 것 같나요? 제가? 내주고 싶지 않다면, 그 날. 저를 밀치거나 뿌리치거나 혹은 아예 멀리해주세요."
지키고 싶다면 그 정도로는 하라는 듯. 그는 그녀의 의사는 굳이 묻지 않겠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평소 다른 사람의 생각을 묻거나 배려해서 행동하는 일이 많았으나 아무리 그래도 그런 것까지 허락을 구하고 싶진 않은 탓이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뺨 세 대까지는 내줄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는 이어지는 그녀의 말이 끝나자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제가 그러고 싶은 거예요. 히나."
나츠마츠리. 불꽃놀이도 화려한 그 축제에서 데이트를 하는데 사귀고 있는 이보다 다른 이를 먼저 생각하는 것은 아무리 그래도 실례였다. 자신 역시 반대 입장이라면 싫을테니까. 적어도 그 날은 그녀에게 올인을 하리라 생각하며 유우키는 제 자신에게도 굳은 다짐을 보냈다.
허리를 놓은 손이 풀리고,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날 무렵, 그녀의 머리카락이 제 얼굴을 살며시 스쳤다. 간질간질하면서도 묘하게 부드러운 향이 코 끝을 스치는 것 같아 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잡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허나 그 충동을 조심스럽게 가라앉히며 작게 미소를 머금었다. 자리에서 온전히 일어나 괜히 자신의 귀를 살짝 손으로 정리하며 그는 쭈욱 기지개를 켰다. 이어 히나에게 다가갔고 자신을 향해 내민 손을 바라보며 그 손을 잡으며 부드럽게 깍지를 꼈다.
"오늘은 시간이 조금 더 날 것 같은데... 히나가 바쁘지 않다면 조금만 돌아서 갈래요? 가끔은... 그러고 싶어서요."
그녀가 어떻게 답을 할지는 모르겠으나, 어찌되었건 아마 그는 그녀를 데리고 하교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녀를 집에 데려다주고, 자신 역시 집으로 천천히 걸어가려고 하며.....
"체육제. 서로 열심히 힘내봐요. 후훗. ...같은 팀이기도 하고, 우리... 같은 계주잖아요?"
괜히 그렇게 격려해보기도 하고.
/상황상...막레가 되려나? 그렇게 될 것 같으니 이걸 막레로 올릴게!! 일상 수고했어! 히나주! ...히나의 유혹은 엄청나구나. 진짜 위험했다...
앉을 것을 권유하는 가벼운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멀리서 들려오는 산새 소리에 여유를 찾으면, 그제서야 아름다운 풍경이 작은 두 눈에 들어선다.
지저귀는 매미와 야생꽃을 맴도는 여름 나비, 야금 나무를 뜯는 풍뎅이까지. 고즈넉히 가려진 그늘 사이 쏟아지는 햇살 한줄기 아래, 소중한 보물들이 한데 모였다. 땅강아지 앉은 자리에 맺힌 이슬이 미처 가시지 않을만큼 깊고 작은 공간. 그 속에서 소년은 동급생의 응원에 답하듯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가벼워진 몸은 나무 기둥, 풀 사이를 열심히 오간다. 채집망에 쏙 들어오는 곤충들은 어느새 큰 통 안을 가득 채운다.
"이라믄 좀 시시한데, 기히히..."
짧은 숨바꼭질이 끝나고. 아카땅이 앉은 자리, 의자를 편채 한껏 으쓱해진 목소리가 되었다. 작은 것들이 꼬물이는 통을 곁에 내려둔채. 헐렁이는 나시로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훔쳐낸다.
그 존재는 그리 말하며 무표정한 얼굴을 풀고 미소짓는다. 어딘가 느긋한 태도로 그의 행동을 지켜본 그 존재는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던 것일까. 땀방울을 훔쳐내는 당신을 보며 그 존재는 슥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럼 더 쉬었다 돌아갈레? 아니면 지금 돌아갈레?"
그 존재는 그리 말하며 살짝 찌뿌둥한 몸을 풀듯 가벼운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다만 어딘가 어설픈 것이 '이런게 있었지' 수준으로 보고 따라하는듯한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당신이 바라본 청춘의 풍경을 그 존재는 그저 무덤덤하게 한번 슥 둘러보고는 웃는 표정에서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간 것이다
타케코가 고양이년에게 열을 쏟던 애착으로 붙잡던 알 바 없다만, 충동으로 주홍색이 된 타케코 면상 보기도 차츰 지겹다. 상판 두개 번갈아 보다가 둘 사이에 껴서 검둥이 어깨에다 팔 둘렀다. 꽃도 아닌 주제에 뼈대는 가늘기만 하다. 높이도 턱없이 낮다. 시선 맞추려 허리 절반 굽히는 즉슨 등마루가 뻑적지근하다. 굽은 곳을 여분의 손으로 두드리며 가능한 길게 목을 모로 돌렸다. 끝장에 몰린 토끼마냥 겁먹은 얼굴에선 덜 익은 짐승 잡내가 났다. 입꼬리만 웃었다. 넉살 좋아 보여? 묻고 싶었다. 초면부터 난장 다 부려놓고 인제 와서 네 편이라는 양 웃어주니 좋냐며, 눈으로 신문했다.
"내가 말하고 있잖아."
"쏘리. 근데 네코머시기인지 X발인지 나는 좆도 관심 없거든. 나중에 해, 나중에. 아니면 스미레나 더 챙기던가. 어쨌건 히데미랬지? 잘 먹을게. 답례로 줄 건 없고, 애들도 다 모였겠다. 너도 낄래?"
눈길 돌려 모인 얼굴을 훑었다. 인어 허벅지 몰래 더듬던 때처럼 검둥이 머리털 부드럽게 간질였다. 삐죽 튀어나온 한 가닥이 거슬린다. 검지에 말아서 끊어져라 당겼다. 타케코는 정수리까지 독이 올랐고, 구로키는 한눈에 봐도 뺨이 시뻘겋다. 또 외간 년 무너트릴 생각 한창임이 여부없다. 미야비는 유달리 심술 난 낯짝이며, 사에코 정신머리야 늘 별천지에 살았으니 산통 깨는 소리도 여상스럽다. 가쓰는 두말없이 개병신같았다. 남자 새끼가 땍땍거리며 말에 토닮도. 기생오라비 낯짝 믿고 뭐라도 되는 양 씨부렁거리는 것도. 써먹기 좋아 옆에 뒀지만, 오늘처럼 이따끔 제 성질 드러내는 와중엔 당장 저 반반한 따귀 힘껏 후려쳐야 분이 풀렸다. 미야비와 사에코를 각기 한 차례씩 건너봤다. 여름이 중천인데, 우연찮게 둘이 시선 닿으면 서로 한파만 쏴댄다. 가쓰 저 새끼도 어제 꼬봉 노릇하느라 함께였다고 지 입으로 말하지 않았나. 히데미인지 뭔지 놔줬다. 앙금 한데 뭉칠 구실로 가쓰 머리채 낚아 아래로 눌렀다.
"병신아, 네가 처신 똑바로 못해서 우리 공주끼리 저게 뭔 꼴이야."
미동 못하게 힘껏 붙잡아 둘 사이로 머리통 갖다 댔다. 구로키가 가쓰 허리를 걷어찬다. 몸통이 반절 꺾인다. 그제야 미야비, 사에코, 가쓰 셋이서 눈높이 동일하다. 미야비만 애상하는 해바라기 기질 여즉 버리지 못함을 안다. 고개가 미야비 향하도록 잡아 틀어 실컷 보게 해줬다.
>>103 서로 놀란거냐구 ㅋㅋㅋ 애초에 귀청소가 목적이긴 했는데, 한턴만에 끝나버렸지 뭐야. 배경이나 분위기를 너무 쎄게 잡아버려서, 살짝 급발진 버튼 눌려서 나중에 읽으면서 혼나지 않을까 마음 엄청 썼다구. 그래도 가벼운 미미츄 정도면 걱정 안해도 되겠지! 앞으로 더 조신해질 예정... 이번 일상 나로서는 너무 위험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