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캐릭터들의 1차적인 목표라고 해야하나 시트를 냈을때의 이야기가 하나 둘씩 진행되거나 마무리 지어져가는 모습이 보여지고 있음. 이건 이제 시트를 냈을뿐만이 아니라 시트를 내고 어장을 체험함으로서 이 다음에 어떻게 할 거야? 라고 묻는 듯한 느낌을 줌. 여기서 적절한 답을 찾지 못한다면 캐릭터의 역할이 끝나고 그냥 나가는 방법 밖에 없는데 그동안 어장에서 한 것이 많다면 적절한 대답을 줄 수 있을것
개 알 찼 다 ! 요 근래 좀 뜸하던 진행을 간만에 대 포텐을 터뜨렸던 것 같은 화. 사실 이런 날이 있으니까 우리는 영서에 남을 수 밖에 없는거 아닐까.
일단은 먼저, 성자전 고생한 모두를 위해 축하해주고 싶음.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특히 학업 일정과 함께 스트레스와 초조함이 눈에 보여 안타깝던 린주나. 이미 전쟁스피커로 많은 수고를 했던 토고주도. 묵묵하게 제 할일을 진행해준 강철주도. 모두 고생 많았습니다.
기나긴 기간을 넘어, 마침내 처음 언급됐던 3보스가 토벌 되고. 이제 시나리오 3도 어련히 최후의 장에 돌입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마츠시타 린의 경우에는 외면하고 있는 나시네의 본성, 선과 악의 본질에 대해서 이번 시나리오 계속 시험받고 질문 받았고. 성자전에서만 개방과 히어로모멘트를 터뜨림으로써, 그야말로 절정기를 맞이했다고 생각합니다. 알렌과의 연애 조짐이 활발한거 같은데, 아마 이번일을 통해서 캐릭터가 전체적으로 크게 바뀔 수 있겠죠? 린은 시윤이랑 많이 친한 캐릭터인 만큼, 사실 나도 그 행보를 유심히 지켜봤습니다. 힘들어 하는것 같았는데 그래도 후련하게 끝낼 수 있고, 만족할만한 장면을 낼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토고의 경우는 념에 대한 경고를 받았는데. 확실히 얘기를 들어보면 제가 보기에도 에고소드와 교감을 통해 힘을 이끌어내는 기술을, 살짝 핫칠리페퍼버스터 느낌으로 쓰고 있으니. 그 응용은 훌륭하지만 아직 작동원리와 한계등을 파악...사실 파악할 시간이 없었죠. 전쟁 스피커 막판에 획득한 능력이고, 거의 그 직후 성자전을 위해 천자를 섭외하고 바빴으니까요. 스승님에 대한 플래그도 서 있고, 이번 기회로 고민하면 분명 성장할겁니다.
철이 같은 경우도 이번에 가족사가 꽤 풀렸네요. 철이의 가족사에 대한 독백 또한 인상 깊습니다. 솔직히 저는 저런 스토리텔링을 좋아해요. 왜 마이너한 기술을 쓰는가? 제가 봐온 마도진은 그렇게 효율적인 기술은 아닙니다. 설치에 턴고 걸리고, 둔하고. 캡틴조차도 살짝 실전된 괴팍한 기술이란 언질을 많이 해왔죠. 그러나 철이에겐 그 기술을 쓰는 이유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상자를 위한 열쇠. 이것은 철이의 핵심 키워드겠네요.
그리고 오늘 진행에서 알렌을 빼먹을 순 없겠죠.
사실 저는 2년전만 해도 알렌주의 언행에서 카티야에 대한 미련과 집착은 절대 못버릴거라 생각했습니다. 확고한 캐릭터성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외를 전혀 고려하지 않아 매력적이라곤 생각하지 않았어요. 제가 본 알렌은 정말 이기적인 캐릭터였거든요. 말투만 정중하지, 상대에 대한 배려보단 자기중심적인 태도가 느껴졌습니다. 그렇지만 정말 많이 고생한걸 압니다. 솔직히 알렌은, 옆에서 보면 살짝 터무니 없을 정도로 어설펐습니다. 나는 그 어설픔이 답답해서, 독설을 날리기도 하고. 때론 서로를 위한 거리로 무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꿋꿋히 노력 했어요. 어설픔으로 인한 실패, 자괴감, 우울, 그 모든걸 겪으면서도. 한번도 시트를 내리거나 동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왔음을 나는 봤습니다. 그 노력의 첫번째 끝이 와가는 군요. 나는 이제야 비로소 당신에게 진심으로 힘내세요 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린의 캐릭터에게 강한 호감을 품고 있는건 보면 압니다. 린주와 친한 것도 보면 알지요. 그러니까 그런 린주가 멘탈이 갈려나가는 와중에서, 성자전에 정말 참가하고 싶었겠죠. 도움을 주고 싶었을거고. 대국적으론 그게 옳은 선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눈 앞의 시민들의 희생은, 성자 토벌을 실패함에 비교해선 새발의 피일테니까. 그러나 당신과 알렌은 망설이지 않고 시민을 구하기로 택했었죠. 누군가는 여전히 미련하다고 할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어설프고 눈 앞밖에 보지 못한다고 할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나는 눈 앞에서 무고하게 희생되는 그런 사람들을. 어떠한 이유나 변명을 붙여, '어쩔 수 없다' 라고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바보같아도, 멍청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믿는 이타의 길을 걷는 것이. 내가 몇년 전 당신에게 그렇게 길게 설교한, 영웅의 설득력이라는 것이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번 에피소드, 당신은 멋졌습니다. 나는 거기서 처음으로, 알렌이란 캐릭터를 보았다 생각합니다. 나는 까다롭고 성격이 더러운 사람입니다. 내가 인정해줬음에 자신을 가져도 좋아요. 그러니 마지막 마무리를 더 이상 자괴도 후회도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모든걸 부딫혀보세요. 그럼 결국 잘 풀릴겁니다. 파이팅.
외 롭 다 이 사람들 고신때는 그래도 리액션이라도 잘 해줬는데, 요즘 다들 바쁘다 보니 UHN부터 지금 개판이 났는데도 주목을 못 받는 것 같아 참 서운합니다... 성자전 끝났으니 이제 나 힘든것도 응원해줄거지 얘들아?
뭐 농담이고(농담 아님).
이번 시나리오 고신을 끝나고 진짜 꽤나 한참을 빈둥 거리며 욜로 라이프를 펼치던 윤시윤에게 에브나가 응애 하고 잠드는걸로 스타트 싸인이 오더니. UHN 단두대 협상 매치와, 신 까꿍, 초대형 게이트 침식까지. 오바 하는게 아니라 비교적 진지하게 모든 캐릭터 통틀어 롤러 코스터로 구르고 박살나고 있는 윤시윤씨 같습니다.
그래서 싫냐고 물어보면, 그렇진 않습니다. 내가 이런걸 바래왔기도 하고. 사실 충분히 쉬었으니까요. 제가 누굽니까. 캡틴의 조언을 충직히 따라 난관이란 난관엔 다 들이박는 시윤주 아닙니까.
윤시윤이란 꽤나 독특한 조형으로 시작한 캐릭터입니다. 15살 막내가 정신연령은 최연장에 가까우면 재밌지 않을까? 그런 아이디에서 시작되었으니까요. 사실 그래서 기억이 가물한 사람도 있을거고, 신입들은 이젠 모르는 시기지만. 초창기의 윤시윤은 자기 호칭을 굳이 '아저씨'라고 부르고, 담배랑 술을 즐기며 떠오르지도 않는 과거를 그리워했습니다. 제가 윤시윤의 입장이었다면, 어른의 압도적인 경험속에 아이의 자아가 파묻혀 잡아먹히고. 어설프게 부활한 어른의 자아는, 과거를 그리워 하며 적응하지 못했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그 때의 윤시윤은 어른 스럽지만, 공감하긴 어려운 캐릭터였습니다.
그러나 수 많은 만남들이 쌓여.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쳐간 흔적들이 쌓여. 윤시윤은 점차 변했습니다. 놀랍게도 삼각관계 같은것도 해보고, 차여보기도 하고, 연애도 해보고. 무모한 대련속에 필사적인 저항으로 이겨보기도 하고. 누군가를 위해서 먼 땅에 훌쩍 넘어가, 머리를 박고 가르침을 청해보기도 하고. 말도 안되는 신대의 게이트에서, 시련을 겪기도 하죠. 거기서 윤시윤은 감히 신에게 인정 받습니다. 턱 없이 모자란 한낱 인간 주제에 신에게 인정받고, 그 아이를 부탁 받아요. 이는 깨달음으로 이어졌습니다. 더 이상 '과거'만을 바라볼 순 없었습니다. 자신에게는 '지금'을 인정해준 어르신이 있었고. 그 사람에게 맡긴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러니 윤시윤은 지금을 '직시' 하기 위해. 자신이 아저씨란 호칭 뒤에 외면하고 버려둔, 15살 소년과 마주봐야만 했습니다. 그 소년에게서 박탈한 것을 인정했습니다. 그 결과, 더 이상 '아저씨'는 없게 되었습니다. 다소 성숙한 15살 소년이 남았죠. 이제 더 이상 자신을 부정하지 않고, 그렇다고 어려보여야 한다는 강박에도 시달리지 않습니다.
여기까지가 과거에서 현재의 대략적인 스토리를 정리해본 것입니다. 참 많이도 바뀌었네요. 캡틴이 대운동회 시절 천자전에 히모쓸 때 '네 캐릭터성을 단장의 마음으로 끊겠다' 라고 비장하게 말했던게 아직도 기억납니다. 맞아요, 그 히모는 발동조차 못했지만. 나와 윤시윤에게 큰 영향을 줬습니다. 실은 그래서 최근 캔슬 되었을 때, 농담이 아니라 플레이어인 나 조차도 큰 충격을 받았던걸지도 모르죠.
그런 윤시윤의 이야기는 제 해석으론 일관적인 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묻혀버린 이야기'.
윤시윤의 전생 이주윤의 둥지작전은, 아직 상세가 명확하지 않습니다만. 실패 했습니다. 남들을 구하기 위해 무모한 작전에 투입되어 전멸했죠. 심지어 기록은 말소 당했습니다. 잊혀졌죠.
윤시윤에게 접근한 스라이머씨는 그의 클래식이라고 좋게 부르는 구닥다리 저격술에 집중했습니다. 철이와 더불어 가장 OLD 한 전법의 캐릭터인 윤시윤의 저격술, 그 중 역성혁명은 실전된 기술입니다. 잊혀졌죠.
윤시윤이 받은 특별 임무 고신의 게이트는, '재현형 게이트'입니다. 그들은 한 때 찬란한 신앙을 받았으나 뒤틀렸고, 혹한의 겨울속에서 끝없는 죽음과 탄생을 반복하고 있었으나. 더 이상 그들을 신앙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들은 그 외로운 게이트에서 춥고 고독한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잊혀졌죠.
윤시윤이 우연히 만나게된 돈 지오테씨는, 카자노 기사단의 대종사입니다. 그러나 카자노 기사단은 시민들에 의한 배반(으로 알려진 내부의 분열)으로 인해 멸망해 소식이 끊겼습니다. 잊혀졌죠.
윤시윤의 핵심 캐릭터 설정부터. 이어지는 큰 줄기의 이야기들 모두. 잊혀진 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이제는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이야기. 외롭고, 고독하고, 그리고...우리 사회에서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을 이야기.
윤시윤이란 캐릭터의 이야기는, 수많은 사건속에 파묻힌 그 고독한 이야기에. '의미는 있었다' 라고 말해오는 이야기였습니다.
강대한 괴물들 앞에 버러지에 불과했을지언정, 그 시절 신 한국에선 울고 웃고.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살고 죽은 군인들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부담만 크고, 실전성도 없다고 알려진 비효율적인 기술이 되었을지언정. 그 기술은 누군가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개발한 노력이 있었습니다. 차갑고 고독한 신의 굴레의 게이트에서도, 재현을 거부하고. 신위를 거부하고. 한 아이에게 삶의 온기를 전해주려고 했던 신의 의지가 있었습니다. 시민들에게 배신당했다는 오명을 쓰고, 타락한 동료에게 몰살 당했을지언정. 함께 모여 바보같은 이야기와 자신들의 기사도를 펼치던 기사단이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이것들이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했다고. 실패고, 무의미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윤시윤은 이것들을 결코 그렇게 부르지 못하도록. 그것을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딱히 누군가 시켜서도 아니고. 무언가 정신적인 강박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다만 그들을 좋아하니까. 그들의 삶의 족적이, 자신의 영혼에 크게 새겨져 감명 깊었으니까.
'잊혀진자들의 이야기'가 테마인 윤시윤은, 아이러니 하게도. 특별반 중에서도 그럭저럭 유명사가 되었습니다. 명성 스탯도 높아졌고. UHN에서도 주요 인물이 되었죠. 무엇보다 유일한 신명 '미들네임'과 기사직위를 가지고 있어, 대외적인 명성과 이름을 널리고 있는 캐릭터(물론 반장이나 별의 아이, 토고 등의 예외도 있지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윤시윤에게 있어서 이는, 자신이 드러나게 된다는 것은. 자신이 짊어지고 있는 이야기의 부각이자, 빛을 비출 수 있다고 여겨지는 것입니다. 재밌게도. 42레벨이 되고, 장비고 꽤 풍족해지고, 스킬도 비전도 넉넉해서. 캡틴 피셜 '너무 강해져서 곤란하다' 를 진짜로 들은 몇 안되는 캐릭터인 윤시윤입니다만. 자신을 어디까지나 '평범한 인간' 으로 소개하거나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일까요? 시윤주의 '헤헤 나 좀 약한데 더 강하게좀...' 같은 약코일까요? 사실 아닙니다.
D.O.A 의 영웅이란 노래 아시나요?
https://youtu.be/mft_bGuWW3k?list=RDmft_bGuWW3k
제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인데, 가사가 이렇습니다.
사내라면 누군가를 위해 강해져라 이를 악물고서 있는 힘껏 지켜 나가라 넘어진다 해도 상관없어 또 다시 일어나면 되니까 그저 그것만 할 수 있다면 영웅인 거야
영웅서가는 '영웅'에 대한 이야기죠. 나는 '영웅' 이란 캐릭터를 아주 좋아합니다. 멋있잖아요. 그럼 '영웅' 은 무엇일까요? 13영웅들, 유찬영 마냥. 압도적인 권능으로 인류를 구하고 지탱하는 사람들?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식으로 따지면, 우리는 우리의 적으로 나오는 멸망자나 프리핸즈의 수장이나 간부도 영웅에 집어넣어야 할겁니다. 그리고 힘이 없으면 영웅은 될 수 없다니. 그런건 너무 슬픈 이야기지 않나요? 난관에 비해 우리가 강하면 영웅, 약하면 실패자가 되는건가요?
나는 동의할 수 없고, 동의하지 않습니다.
영웅이란 의지의 발로입니다. 자기가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윤시윤은 자주 이야기합니다. '어떻게 살 수 있을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없어도, 어떻게 살아갈지만은 스스로의 권리'라고. 힘 따윈 바란다고 얻을 수 있는게 아닙니다. 재능 따윈 원한다고 얻을 수 있는게 아닙니다. 노력 따윈 반드시 보답받지도 않습니다. 성공 따윈 스스로가 조절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만 먹는다면, 자신이 지키고 싶은 누군가를 위해 살아갈 수만은 있습니다.
그러니까. 분명히. 위에 제가 적은 잊혀진 실패자들은, '영웅'입니다. 그들의 결과가 어찌한들, 운명과 시련속에서 자신의 길을 걸었으니까. 그러니까. 윤시윤은 자신을 계속 '평범한 인간' 이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결코 초인이고,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고, 비범한 권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삶을 택한 것이 아닙니다. 윤시윤은 자신에 대한 겸손과 비하를 위해 '평범한 사람'이 되려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면, '평범한 사람'도 영웅이 될 수 있다 증명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요 최근의 이야기들은, 마치 그걸 증명해보라는 일들의 연속입니다.
U.H.N의 압박 면접은 무척이나 심적으로 부담이 되었습니다. 동료들의 축출 소식과 함께, 팔아 넘기라는 제안을 받기도 하고. 칼날같은 위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믿어준 가디언 사람들을 팔아넘기는 실수를 저지를뻔 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몰리기도 하고. 에브나에게 돌아가서, 약한 소리를 하면서 하소연을 하기도 합니다. 윤시윤은 무적이 아닙니다. 완전한 어른도 아닙니다. 다소 어른스럽게 최선을 다할 뿐, 15살의 '평범한 소년' 입니다. 슬픔도. 기쁨도. 괴로움도. 지침도. 모두 제대로 느끼고, 서투른 면모와 실수도 합니다.
그 뒤에 찾아온 악신은, 의지를 완전히 꺾어버립니다. 저항하고자 했던 스킬도. 자신을 내심 바꿔주었던, 기적의 씨앗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짓밟혔습니다. 윤시윤이 구해진 것은 단순히 운이 좋아서입니다. 어떻게 구해졌는지,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그마저도 조금의 후유증으로 쌓아올린 강함은 모두 무너졌습니다.
'실패자가 되어도 포기하지 않으면 영웅'. 이렇게만 적으면, 멋진 울림입니다. 그러나 정말 실패와 무력함 투성이인 현실에서, 그것은 사실 그다지 멋있지 않습니다. 윤시윤은 요 최근 몸도 마음도 약해졌습니다. 실수도 많이 저지르고,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죽음의 위기도, 패닉도, 자신보다 강한 존재에 의해 유린당하는 경험이 이어지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나는 이렇게 느낍니다. '네가 여태 폼잡을 수 있었던건, 결과적으로 성공을 해냈기 때문인거 아니냐? 이런 상황에서도 네 잘난 신념을 떠들 수 있겠어? 실패에 정말 가치가 있어보여?'
사실 RP하는 나 조차도,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릅니다. 히어로 모먼트가 으깨졌을 때, 절망과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흑기사를 만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는다는게, GM의 입에서 전제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기서 내가 꺾이고, 윤시윤이 꺾인다면. 여태 내가 감동했던 이야기들이 모두 '실패자의 헛소리'로 전락하고 맙니다. 그러니 시윤은 한계에 몰려도, 결코 자신을 짓누르는 신에게 빌지 않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저를 용서해주세요.' 라고는 죽더라도 말하지 않습니다. 이 게이트에 강림한 신이 대단하고, 흑기사가 강하단건 잘 알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대답은 '엿이나 먹어라' 입니다.
역성혁명이 요즘 여러 큰 영향을 통해 성장의 줄기를 막고, 제가 역쪽이라고 투덜거리지만. 그럼에도 제가 정말 좋아하는 스킬이자. 그걸 버리고 강해지란 권유를 받더라도, 받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정확히 이와 같습니다.
평범하고 나약한 인간도 마음을 먹으면 신에게 반역할 수 있습니다. 영웅이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