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5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스승과의 회의를 마치고 교국으로 떠나기 위한 채비를 꾸리는 야견. 간악한 마교도들의 땅이다. 대비는 많이 해두어 나쁠 것이 없지. 여러 환단에 환약, 여차하면 쓸 자금에 팔천군이 준 비보까지. 그렇게 모아둔 짐을 보니 한가득이다. 덕분에 야견은 흑천성의 관문에서 꽤나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아니 검문을 하는건 좋다만, 짐 하나를 일일히 보는건 무슨 일이람.
"저기 문지기 양반. 서로 귀찮으니 검사했다치고 갈 길 보내주면 안되겠소?"
"지금 자네가 문제가 아냐. 앞에서 검문을 하는 처자...? 가 기묘한 옷 같지 않은 옷을 가지고 와서 한참 검문 중이라고."
응? 그렇게 말하고 보니 관문의 행렬 앞쪽에서 문지기들 여럿이 누군가에게 따지는 것이 보인다. 어라 저 머리카락은....?
초절정이라 함은 어디에서 함부로 취급받는 존재가 아니다. 당장 흑천성으로 치환하여도 군이나 그에 준하는 고수와 동격인 것이다. 분명히 그런데...
"거 참! 그냥 옷이면 옷인거지! 왜 이렇게 사족을 붙이실까!"
스스로 미풍양속의 파괴자를 자처하는 초절정이면 조금 이야기가 달라진다. 마지막 순간 위대한 용왕임이 드러날 벚꽃머리 고수, 주리유(예명)의 첫 등장은 단언컨대 화려하고 강렬해야 했다. 그런 생각으로 초장부터 금모구미의 궁장을 입고 입성을 시도하니 이 모양이다. 왜 그러는지, 무슨 생각인지는 나도 십분 이해하지만! 이쪽도 물러설 수 없는 사정이 있어!
"몸에 열이 많아서 어쩔 수가 없어! 익힌 무공이 극양 중에서도 극극양이라서! 그렇잖아도 요즘 날씨가 풀리는데 껴입고 다니면 나는 쪄죽으라는 걸까!"
그러나 흑천성의 법률은 지엄하다. 문지기들은 절절매면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아니 물러서지 못하는 건가? 저런 차림으로 성내를 돌아다면 문지기들부터 '저런 거'를 들인 벌로 호되게 장을 맞을지도 모른다.
고개를 빼곰 옮겨 주선생에게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야견. 자신이 추천해준 지인이 곤란을 겪고 있다면 도와주는 것이 도리겠지. 물론 주선생이 그 정체를 모를 수상한 사람이기는 했지만 그 실력은 인정해.... 이쯤에서 야견의 사고는 정지하고, 충격을 먹은 고양이마냥 멍해진다.
“저게 뭐시다냐...?”
주선생이 입고 있는 옷...? 옷 맞나? 탓이다. 허례허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야견이지만 하란의 옷은 이 시대의 윤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 고개를 흔들며 눈앞의 문화적 충격에 어떻게든 깨어나려 한다. 그건가? 눈 둘 곳이 없게 만듬으로서 비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그런건가? 여튼 야견의 두뇌는 빠르게 결론을 내린다.
“선생님.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은인에 대한 한치의 망설임도 없는 손절. 황급히 뒤돌아가는 아견. 아니, 분명 가희 노릇을 한다고는 들었지만 저런 옷을 입고 올줄은 몰랐지. 그러나 뒤에서 느껴지는 강한 눈초리에 야견의 몸은 멈추고 만다. 막 절정에 오른 야견에게 초절정 고수의 압박은 목숨의 위협과도 같은 것이다. 아아 부조리에 순응해야만하는 약자의 설움이여...
“그래서...그 천쪼가...아니 옷은 대체 뭡니까. 동영에서 구해왔다는게 설마 그거요 주선생?”
조금 시간이 흘러 야견은 문지기를 설득. 양공을 익히다 정신이 살짝 훼까닥 해버린 고수라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돈 몇푼으로 구워삶아 하란을 성 안으로 들여보내는데 성공한다. 인근의 찻집에서 몸을 쉬며 질문하는 야견이었다.
저런게 바득바득 이름을 불러댄다. 무시하고 지나가려 해도 시선이 무수히 꽂힌다. 당장의 개쪽을 모면하기 위해 인이 찍힌 자는 인을 박은자에게 오는 게 순리다. 야견의 인맥과 말발과 경지의 삼박자로 성문의 소란은 종료되었다. 아직도 잔불처럼 남은 시선을 피해 둘은 찻집 안으로 피신하였다. 사실, 피신하고자 하는 자는 한 명이었지만.
"이거 비싸게 치르고 구했다? 이래봐도 내 목숨값의 절반이라구."
"동영말을 내가 모르니까.. 자세한 사정은 몰라도 이런 게 잘 먹히나봐."
예. 참 비싸보입니다. 아무리 비싼 원단을 쓰면 뭐하나. 들어가는 원단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수준인데. 변발한 동영 오랑캐들 수준하곤.. 어디서 맹한 외지인이 굴러오니까 기회를 노려 사기를 친 것이 분명하다. 대체 어떻게 초절정 고수를 상대로 사기를 친 걸까?? 초절정 고수의 정신과 담력이 역으로 작용하여 저런 옷을 입고도 견딜 각오를 다지는 흐름으로 간 모양이다.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가 되겠다고. 내가 그 때 말했었지? 그러니 당분간은 이런 느낌으로 있을 생각이랄까?"
새롭..새로운...하... 그녀를 쳐다보는 자, 그녀와 동행하는 자에게 새로운 경지의 낮뜨거움을 선사하겠다는 뜻인가?
그래도 여러번 가르침을 얻은 은인이자 고수를 대하는 입장이니 예를 지키려 한 야견이었지만, 하란의 대책없는 이야기에 돌직구를 던지고 만다. 아니 속세를 떠나서 유유자적 사는 도인이구나 싶었는데, 그러면서 현실감각이랑 금전감각도 같이 떠나 버린건가? 싶은 심정이었다. 물론 눈앞에 있는 이는 야견과는 비교를 불허하는 부를 지녔다는 사실은 야견은 모른다.
“여튼 성안에 있는 동안에는 이거 쓰고 다니쇼. 봄이라곤 해도 그 모양으로 돌아다니면 입돌아가...”
그러던 와중에 하인이 야견이 부탁한 장옷을 가져온다. 이를 받아 하란에게 건네는 야견. 검은색 일색이지만 옷감은 나름 좋은 것을 쓰는 모양이다. 야견이 흑천성에 들어올 때 옷을 맞춘 포목점에 부탁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말 한 바를 충실히 실천하고 계시군. 응원하겠수다.”
야견은 눈 둘 곳을 찾지 못하면서도 씨익 웃으며 그리 말한다. 물론 야견은 아직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하란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해서 실천에 옮긴 일. 더 나은 자가 되기 위한 일에는 경의를 표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이리라.
“그런데 그 옷으로 스승님 보러 가려구요? 그 꼰대 분명 어버버 댈게 분명한데. 아 아깝다 그 자리에 있었어야 하는데!”
그거랑 별개로 할말은 하는 야견이었다. 젠장 그 재밌는 광경을 놓치다니 아까워죽겠네.
“그러고보니 가희 일을 하시겠다 했지? 지금 가장 위문이 필요한 치들이라면 그 금봉파 벼락부자 놈들일까.”
그녀는 야견의 눈을 피하며 입을 삐죽거렸다. 이 인간이 정녕 야견이 아는 주선생이란 말인가. 동영에서 인격을 탈취, 교체당하는 봉변을 당한걸지도 모른다. 불가의 깊은 가르침인 제행무상이 무엇인지, 그녀는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아니면 마라의 딸내미 흉내를 내는 것이던지.
지금 그녀가 야견이 준 장옷을 지금만 입는 척 하다가, 본성에 들어갈 때는 다시 벗겠다 생각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후자가 더 가까워보인다.
물론 이런 행동들은 동영에서 있었던 일을 그대로 말하였을 때, 복건성 용왕이 동영으로 도망간 금모구미의 악의를 계승하여 다시 중원을 타락에 빠뜨리려 한다는 오해를 사기 좋으며. 타락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것이 오해가 아닌 진실로 읽힐 수도 있기에 적당히 둘러대는 것이었다.
간단히 말해, 이 옷이 달기와 포사가 입던 바로 그 옷임을 밝힌다고 생각하자. 그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안다. 살해당함이 기본값이고, 애완동물로 전락하는 것이 차선이며, 최악은 죽음과 삶 그 중간에 걸려서 끝없는 착취의 굴레에 빠지는 것이리라.
"금봉파. 나도 들었어! 흑천성 막내 신입이라지? 그런데 왜 하필 거기?"
그녀가 생각하기에 반드시 자빠뜨려야 하는 세력이 적어도 셋. 혈검문, 팔룡방, 그리고 장강수로채다. 혈검문과 팔룡방은 본진 개천궁의 안전을 확보하고 용잡이들마저 끌어안아 감화시킨 용이라는 명성을 얻기 위해. 수로채는 그 자체로 수군이자 사략함대 예비군이며 장차 장강을 넘을 수 있는 발판이다. 하지만 만만찮은 그들을 함락시키려면 포석이 필요하다. 비교적 흑천성에 늦게 들어와 아직 머리가 말랑말랑한 금봉파라던가.
“....혹시 진짜로 여우에게 홀리거나 한 건 아니죠 선생? 아니 주생이라고 부르기도 뭐한디. 당분간은 주누님으로 부를까나아...”
야견은 조용히 너무나도 달라진 주선생의 눈을 바라보며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다 입을 연다. 사람이 달라져도 너무나도 달라지지 않았는가.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야견의 식견은 얕아 눈앞의 용왕이 겪어온 수라장과 그 내면을 파악하는 일은 요원한 것이었다. 더욱이 은인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멋도 없다. 그녀가 땅에 발을 딛기를 원한다면 그리 맞아주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마음을 정리한 그는 호칭을 그리 바꾸기로 했다. ...솔직히 이런 모습의 하란을 선생이라 부르는 것이 좀 힘들기도 했다만.
“금봉파 놈들이 보낸 선봉이 제갈세가한테 완전 싸그리 밀렸거든. 본단까지 밀리는 것도 금방일꺼요. 맘 같아서는 그쪽으로 가서 주워먹을 것들이 없는지 살펴보고 싶긴 한데...”
야견은 오히려 잘 됐다는 듯이 낄낄 웃어대며 그리 말한다. 딱 봐도 금봉파에 대한 동지애는커녕 흑천성에 대한 충심도 없어 보이는 모습이다. 야견에게 있어 조직은 큰 의미가 없으며, 중요한 것은 그것을 구성하는 사람이었다. 약한 녀석들은 떨어져나가면 그만이고, 그 가운데 나타나는 새로운 강자가 그 자리를 매꾸면 된다. 아마도 하란이 몇몇 사파를 함락시킨다는 본심을 말해도 반응은 비슷하겠지. 물론 그게 수월하리라 생각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그럼 무희일을 하시겠다니, 어떻게 노래부르고 춤출지 정도는 생각해뒀겠죠? 뭐, 그 장옷을 벗어던지는 순간 시선이야 집중되겠지만.”
그녀가 쥔 찻잔은 망가진 곳 없이 매끈하다. 하지만 금이 가면 파고들기 쉬운 이치. 이 이치를 석공들만 아는 건 아니다. 집을 잃고 눈물 흘리는 문파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많다. 천재적인 전략으로 빼앗긴 집을 되찾아주는 것 말고도 말이다. 애초에 전략을 꺼내기 어렵지.. 상대는 제갈세가다.
"남은 목숨값 절반으로 얻은게 춤, 노래 같은 것들. 천하일절의 기예지. 들어봐."
누구 밑에서 얼마나 혹독하게 조각되었는데. 평생 무공이나 익혔지 기예가 이토록 힘겨울 줄 누가 알았나. 흙먼지 속에서 사람을 쪼개는 일에 비하면 누워서 떡 먹기라고 생각했건만, 끝장을 보려면 어느 분야든 뼈를 깎아야 했다.
"♪ ♪ ♫ ♪ ~ ♪ ♪ ♫ ♪ ~ "
시범은 길지 않았다. 이렇다 할 기교도 없이 겨우 8개의 음으로 부르는 흥얼거림. 그러나 풀을 오래 씹었을 때 느껴지는 단맛처럼. 귓 속에 깃털처럼 파고든 소리가 오랫동안 남아 바스락거렸다. 나머지 노래가 뒤이어 불러진다면 이것은 정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