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으로 지어진 이름, 타베모노스기. 모노리는 제 신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저를 미워하고 두려워 하는 인간들이 지은 것이니까. 섭취라는 행위는 모노리를 강하게 만들었다. 무엇을 먹으면 힘을 쓸 수 있기에. 그리고 살아가는 본질이 되며, 인간들 또한 무언가를 먹었으니까. 공양하는 인간들 중에서는 여러 종류가 있었다. 차라리 자신들의 마을이 무너져 내릴 바에야 다른 마을을 침략해 달라는 소원. 부디 흉년이 들지 않고 아이들이 잘 먹고 살 수 있게 해달라는 소원. 자신을 위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다 좋았다. 그렇기에 침략도 서슴지 않던 것이고. 그러나 섭취가 끝나는 일이 있던가. 모노리라고 인간과 다를 것은 없었다. 살기 위해서라지마는 필요 이상으로 섭취를 추구했다. 인간들 사이에서 끔찍한 죄로 여겨지는 것들 조차도.
두려움의 대상이 된 것은 그때부터였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두려워 않고 섬기는 이들도 있었다. 비록 적었지만. 그런 인간들은 수용을 잘 하고, 또… 그가 존경해 마지 않는 사람이었다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나, 사키나카 유이치라는 이가.
그는 평화로운 마을에 있던 지극히 평범한 이 되렸다, 식탐의 신은 이 마을에서 몇 번 공양을 받아본 적이 있었고, 그 중심에는 유이치라는 자가 있었으니. 면은 좀 튼 사이다. 앞으로도 저 이가 자신에게 공물을 준다는 핑계로라도 안면을 더 트고 담소를 나눌 사이가 되었으면 하는 욕심 또한 들었다. 물론 마을을 조금씩 도와 주는 것도 잊지는 않았고 말이다. 그러나 제아무리 평화로운 마을이라도 평생 평화롭지는 않다. 여상스럽게 주기적으로 마을에 방문하던 신은 하룻밤 사이에 초토화가 된 마을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가? 누구의 짓인가. 인간? 요괴? 신? 복수할 생각에 침식되어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가. 쥐잡듯이 마을에서 흔적을 발견하려 해도 못 찾았던가. 인간의 짓은 아니었을 것이다.
제 것을 건드리다니. 제 휘하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마을을 건드리다니. 신인가 요괴인가. 잡히면 그대로…
하지만 유이치는 원하지 않을 것이다. 별안간 고개를 치켜 든 신은 유이치의 집으로 달려갔다. 그는 이미 죽은 제 아내를 안고 눈을 간신히 뜨고 있었다. 집은 거의 무너져 내렸다. 신은 부부를 집밖으로 끌고 나왔다.
“미련한 짓은…하지 마십시오…” 참으로 신이 알던 유이치다운 말이었다.
“걱정 말거라. 이 마을 인간들은 그런 것 싫어하는 것 쯤은 안다. 나머지 것들이 엉망이 되고 인간들이 무사했다더라도 모두가 입을 모아 그대처럼 말했을 테지.”
간신히 숨을 내뱉으며 호흡하던 인간은 신을 향해 손짓했다. 신은 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나는 내 이름이 싫단다…그대와 같은 인간들은 드무니까 말이다.” 식탐의 신이 떨리는 목소리로 인간을 제 무릎에 눕게 한다. “……그렇다면, 사키나카 모노리는 어떠십니까.” 사키나카 유이치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소리 내어 웃었다. 신은 그런 인간을 보고 헛웃음을 지었다.
모노리는 유이치의 흔적이 제 이름에 남아 있음에 안도했다. 이것으로 살아갈 것이다. 타베모노스기는. 사키나카 모노리된 자는.
“섭취하지 못한다면 신생아만 못하노라. 그러나, 만일 내가 모든 것을 집어 삼킨다면…” 인간은 그저 살포시 미소지을 뿐이었다.
“다른 인간들은 내가 관여할 것이 아니라 생각했으나, 너와 같은 이들 때문에…내 편할 수가 없어졌구나.” “…” “하지만 이전의 나는 죄악과도 같았으니, 그대. 내게 두려움을 심어 주고, 내게 존경을 심어 준 그대. 나는…” “…” “사랑을 알아가며 살 수 있게 되었구나.”
탄식과도 같은 소리가 조용하고도 짤막하게 숨을 내뱉듯 나왔다. 인간은 헛숨을 들이켰고, 모노리는 즐거운 듯 웃었다.
“당신은 참으로 정이 많습니다.” “안다.” “또 누구보다 잔혹하지요.” “그것 또한 안다.”
인간은 미소지었다. 모노리 또한 그를 향해 웃어 주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른다. 그러나 모노리는 자신이 움직이기도 힘든 상태임을 알아차릴 수는 있었다. 손에 흙을 쥐고, 먹었다. 입 안으로 무작정 집어 넣었다. 인간은 자연으로 돌아간 지 오래되었다. 입가에 묻은 흙을 닦고, 일어선다.
"인간들은 현대에 들어서서 필요 이상의 음식을 탐미한다. 영양가와 관계없이 사치스러울 정도로 즐기는 그 음식들이 없으면 약해진 육신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식탐은 현대 인간들에게 필수적인 요소이며 음식이 없다면 살아갈 수 없다. 그렇다면 '식(食)'을 추구하는 인간들에게 있어서, 나는 필요한 존재가 아니던가? 잊혀져 사라지더라도 본질만큼은 남아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것으로 살아갈 것이다."
또다시 잃는다면 두려움 뿐이리. 그 전에 공포에 침식되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제자신이 쓸데없이 죄악을 저지르지 않는 것 뿐이다. 그리고 신앙이 줄어들어 제 힘이 약해지고, 종국에는 소멸된다더라도. 이렇게 믿으면 그들이 마중나와 주지 않을까.
오래된 무덤. 그러나 신사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높은 확률로 보존되어 있을 무덤. 모노리는 하굣길에, 오래간만에 그곳에 찾아갔다. 하고픈 말들이 많았다. 나는 여기에서 잘 지낸다고. 즐거운 나날이 많다고. ‘그 누구도 해치지 않았어요. 당신이 제게 이름을 준 이후로.’ “…”
나 지금 슬슬 나갈 거고 너무 시끄러워지는 거 싫어서 조용히 있었는데... 솔직히 지금 좀 많이 부담스러워. 슬슬 압박으로도 느껴지고 말이야. 아침에 일어나서 이런저런 말을 해야 할까 싶었는데... 내가 말 꺼내봐야 시끄러워질 것 같아서 조용히 있긴 했는데... 가만히 있으면 뭔가 계속 이런저런 말 나올 것 같아서 말이야.
화내는 것은 아니고... 그냥 조금만 자제해주면 어떨까 싶어. 아무튼 이 레스만 남기고 나는 슬슬 가볼게! 으으...다들 나중에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