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눈을 떴을 때, 세상에는 나 혼자 뿐이었다. 주변을 둘러봐도 생명체란 것은 찾기 어려울 때, 뾱 뾱 뾱 소리를 내며 누군가가 다가왔다. 깊고 낮은 목소리를 내는 누군가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이렇게 말했다.
[ 이제부터 네 이름은 아야카에루다. ]
그 이후로 백년. 백년 동안 나는 연못에서 혼자 있었다.
처음에는 왜 혼자 내버려두는지 알 수 없었다. 이 커다란 연못 속에 나 혼자 내버려두고 가신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혼자 있고 싶지 않은데. 외로워. 얘기하고 싶어. 누군가와 같이 있고 싶어……. 아. 저기 사용인? 님들이 보인다. 저기요. 사용인님. 놀아주세요. 저기요?
[ 카마카에루 도련님이 또 잡혀서 돌아가셨다면서 요? ] [ 그렇죠. 이제 막 백년을 넘겨 나가신 도련님인데 안타까워요. ] [ 조심하셔야 하는데. 우리 아가씨께서는…. ] [ 또 저희들만 한 소리 듣겠네요. ]
아. 나는 귀찮은 존재구나. 그냥 혼자 헤엄치고 있어야겠다. 미안해요 사용인님들. [ 아야카에루 ] 는 혼자서도 잘 놀게요. 귀찮게 해서 미안해요…..
이 넓은 연못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깨우칠 무렵, 형제들이 나를 찾아왔다. 나나카에루, 모모카에루, 미나카에루. 셋 모두 언니들이었다. 언니들은 나를 보고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 너는 마지막 카와자토가 되어서는 안 된다 ]
이 말이 무슨 뜻을 의미하는지 나는 지금도 모른다.
[ 불쌍한 아이. 이 연못 속에서 아무도 신경써주지 않고….. ] [ 어쩔 수 없어. 백년 간은 이 곳에서 있어야만 하니까. ] [ 살아남아라. 꼭 힘내서 백년이 다 될때까지 버텨야 한다. 우리 아야카에루. 그럴 수 있지? ]
왜 언니들은 내게 [ 살아남아라 ] 라는 말을 건넨 걸까? 이 연못 속은 한없이 안락하고 아늑한데.
그게 무슨 뜻인지 나는 곧 알 수 있었다.
다른 족 캇파족이 쳐들어왔다. 그것도 카와자토 가 내부로. 전쟁이었다. 날붙이가 눈앞에서 수십개가 날아가기를 반복했다. 피가 이따금씩 연못으로 튀겨지기도 했다. 어린 나는 무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어린 아이니까. 연못 밖에서 나오면 안되는 어린 요괴니까. 사용인이란 사용인들은 이때 대부분 죽었을 거다.
겉으로도 보이는 선하다는 느낌. 어떠한 악의도 적의도 존재하지 않는 낯빛. 상냥하게 웃으며 저를 내려다보는 모습. 처음 봤을 때부터 나는 이 아이를 위해 태어난 존재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아이를 지켜주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고.
아야카에루는. 인간을 지키기 위해 태어난 거라고.
“아야나님. 오늘은 저희 무얼 하고 놀아볼까요? ”
인간은 어찌 이렇게 선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인간은 우리를 해치지 않는다. 인간은 우리들을 귀여이 여기고 보듬아준다. 때로는 우리를 즐겁게 해주고 놀아주기도 한다. 인간은 좋은 존재다. 인간은 상냥한 존재다. 다른 요괴들과는 다르게. 다른 요괴들은 싫어. 무서워. 그래서인지 모르겠다. 내가 연못에서 슬슬 나올 때가 되었을 때. 이렇게 유우 군을 향해 뻐끔거린 것은.
[ 유우 군 ] [ 아야나는 유우군의 수호천사가 될 것이와요 ]
언젠가 유우군이 도움이 필요할 때, 그것이 어떤 도움이든 간에 아야나가 그것을 이뤄줄게요.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원하든 간에. 아야나가 그것을 이뤄줄게요. 유우군은 이 연못에서 아야나를 외롭지 않게 해준 유일한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유우군.
[ 앞으로도 오래오래 같이 있어줘야 하는 것이와요 ]
뻐끔거리는 소리는 연못 밖으로 들리지 않는다. 오직 연못 속에서만 뻐끔뻐끔 소리로 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