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는 지금의 상황을 살핍니다. 한 쪽은 더이상 망념을 늘릴 수 없으니 망념화 직전에 빠진 상황. 남은 둘은 아직 망념의 여유는 있지만, 변수가 너무나도 많은 상황. 그의 전투 방식과는 거리가 멉니다. 아무리 많은 변수라도 지배할 수 있을 때. 그 변수를 손에 넣을 수 있을 때. 천자는 거대한 황서비고라는 조직을 지배했습니다.
그러나, 이 전투는 처음부터 끝까지 변수의 투성이입니다. 갑작스럽게 알 수 없는 힘을 휘두르는 암살자나, 그 짧은 시간에 념을 다룰 수 있게 된 거너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드루이드까지.
" 참. "
그러니 그냥 웃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말도 안되는 것들을 조종해야한다?
" 네녀석들 지휘관이 다 탈출한 이유는 알겠군. "
그로써는 당연하다시피한 이야기일 겁니다. 그리고 천자의 시선은 천천히 눈 먼 성자에게로 향합니다.
눈 먼 성자. 마누엘 카스티요는 아직 제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헤일로와 기적을 조금씩 사용했을 뿐. 자신의 방식이 옳음을, 자신의 방법이 옳음을 증명하고 싶은 듯한 그 행동이 여기까지 그들의 승리를 이끌었을 뿐입니다. 그러나 암살자의 강대한 신성은 그의 방법을 부정했고, 결국 그의 방식은 부정되고 말았습니다.
믿음은 무엇보다도 견고한 성채이나, 그 틈에 조금의 이물질이라도 끼어드는 순간 그것을 빼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집니다. 왜? 자신이 이뤄낸 견고한 '앎'이 그 외의 것들을 부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 눈 먼 성자의 기적은 부정당했습니다. 그리고 믿음이 무너진 이들의 말로는 항상 쉽게 끝나지 않았습니다.
눈 먼 성자는 자신의 두 눈을 손으로 누릅니다. 그것도, 꽤나, 거칠게. 어쩌면 눈이 짓뭉개질 정도로 거세게 누르고 있음에도 그는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웃고 있습니다.
주저앉은 채로, 그는 하늘을 향해 손을 뻗습니다. 그러나 그 하늘은 아무런 답도, 목소리도 그에게 주지 않을 것입니다.
" ......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곧 그는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킵니다. 짓이겨진 눈도, 몸에 있던 상처들도. 모두. 거대한 신성에 의해 치료되고 있습니다.
" 그래. 그래. 그렇죠. 내가, 내가...... "
히죽.
" 내가 틀렸어. "
등 뒤의 헤일로가 마치 수백의 광륜처럼 떠오르고, 그의 등 뒤로 백색의 날개가 피어납니다. 두 눈에는 성인의 문양을 상징하는 두 개의 헤일로가 해와 별처럼 떠오릅니다.
" 그래. 좋게 말해서 의념 공진은 좋은 기술이지만 여타 비전이니 무공이니 하는 것들과는 다른 느낌에 가깝다. 좋은 깃술이지만 어렵고, 그것을 이해하는 데에도 엄청난 깨달음을 요구하지. 깊게 말하면.. 그래. 멋이 없다. "
그는 그것을 흔쾌히 말하면서 웃습니다.
" 1세대의 방식들이 그러했듯 의념 공진도 비슷하다. 의념 공진이라는 것을 처음 개발해야 할 때는 거대한 신체를 지닌 몬스터들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었지. 그러니 의념 파장을 극단적으로 맞춰 강대한 진동으로 상대방의 방어를 깨부순다는 정신 나간 방법을 사용하게 된 것이기도 하다. "
그러면서 채구열은 태호를 바라봅니다.
" 너. 선천적으로 힘이 강한 편은 아니었지만 각성 이후에 유독 그런 현상이 강해지진 않았나? 기이한 괴력을 발한다거나. 아니라면 타인의 스테이더스에 비해 신체 스테이더스가 과하게 발전되어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
>>485 눈을... 뜹니다!
아아, 낯선 천장... 그리고 옅게 풍겨오는 약냄새...... ...한약?
" 어이구. 일어났구만. "
꽤 나이가 지긋해보이는 노파는 백도자기에 담긴 액체를 내려두며 라비에게 내려놓습니다.
" 자자, 쭉 들이키게. 몸에 좋은 거야. "
>>491 이동합니다.
...... 지독한 풍경입니다. 땅은 이미 메말라 모래가 되었고, 풀의 흔적은 있으나 뿌리 내릴 힘도 없어 그 뿌리째로 뽑혀 나뒹구는 풍경이란.
그 순간. 시윤은 알 수 없는 살기를 느낍니다.
온 몸이 쭈뼛 세워지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며 시윤에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움직여라. 살고 싶다면!!!
콰아아앙!!!!!!!!!!!!!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자 기마와, 그것을 탄 채로 꽤나 얇은 듯한 검을 휘두르는 검은 기사.
...... 흑기사!!!!!!
이걸로 끝인가, 하고 시윤이 허탈한 미소를 지을 때.
라만차로
수많은 공간을 가로치르며, 시윤은 자신의 앞에서 흑기사의 일격을 막아내는 기사를 보고 미소를 짓습니다.
광륜처럼 떠오르는 헤일로, 백색의 날개. 해와 별과 같은 신성. 하하. 결국 이런 전개다. 서로의 믿음과 정의가 격돌하며 누가 더 옳은가를 증명해내야 한다. 우리들의 정의와 믿음? 그런 건 솔직히 난 잘 모른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에 난 너무 못난 사람이니까. 하지만, 이런 못난 나라도 할 수 있는 게 있으며 선택할 수 있는 게 있다. 여기까지 오게 만든 이들, 올 수 있도록 도와준 이들을 잊지 않고 내가 내린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
눈 먼 성자. 지금은 그저 눈 먼 자가 되어버린 그는 축복이란 이름으로 강제로 선택을 내려 그들을 방황케했다. 고로 난 그가 틀렸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증명하겠다.
토고는 탄환에 념을 불어넣는다. 전쟁 스피커에게도 증명했듯이 난 그에게도 증명하리다. 선택은 스스로 내리는 것이며 타인에 의해 휘둘리면 안된다고.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고 나아가야 한다고.
"좋아. 해보자! 니가 맞는지, 내가 맞는지 증명의 시간이데이!"
총구를 성자에게 겨눈다. 아직 그가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지만, 뒤는 알아서 봐준다고 하니까... 그것을 믿는다.
#념이다! 념! 념을 담은 탄환을 눈 먼 자, 마누엘 카스티요에게 쏜다! 몸통을 향해서 타당타당!
천국에서 쫓겨나 추락하던 루시퍼가 저랬을까 부정을 추구하면서도 그 것이 선이라는 망집에 빠진 한 성인의 말로를 지켜보며 린은 간소하게 성호를 그었다.
답은 빛나지 않는다. 모든 죽음이 그러하듯 어두운 곳에서 최후를 기다리며 그림자 속에 숨어 있을 뿐이다.
'그러하시다면 떨어지는 길을 배웅해드리겠습니다.' #은신
--------- 토고토고
광륜처럼 떠오르는 헤일로, 백색의 날개. 해와 별과 같은 신성. 하하. 결국 이런 전개다. 서로의 믿음과 정의가 격돌하며 누가 더 옳은가를 증명해내야 한다. 우리들의 정의와 믿음? 그런 건 솔직히 난 잘 모른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에 난 너무 못난 사람이니까. 하지만, 이런 못난 나라도 할 수 있는 게 있으며 선택할 수 있는 게 있다. 여기까지 오게 만든 이들, 올 수 있도록 도와준 이들을 잊지 않고 내가 내린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
눈 먼 성자. 지금은 그저 눈 먼 자가 되어버린 그는 축복이란 이름으로 강제로 선택을 내려 그들을 방황케했다. 고로 난 그가 틀렸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증명하겠다.
토고는 탄환에 념을 불어넣는다. 전쟁 스피커에게도 증명했듯이 난 그에게도 증명하리다. 선택은 스스로 내리는 것이며 타인에 의해 휘둘리면 안된다고.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고 나아가야 한다고.
"좋아. 해보자! 니가 맞는지, 내가 맞는지 증명의 시간이데이!"
총구를 성자에게 겨눈다. 아직 그가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지만, 뒤는 알아서 봐준다고 하니까... 그것을 믿는다.
#념이다! 념! 념을 담은 탄환을 눈 먼 자, 마누엘 카스티요에게 쏜다! 몸통을 향해서 타당타당!
그런데, 나 왜 여기에...? 하는 의문이 분명 들었다. 마지막 순간의 기억이 배 위였을 텐데...
아리송한 기억에 인상을 쓰며 내가 술이라도 먹었던가? 하고 기억을 되짚어보고 있을 즈음. 문 바깥에서 들리는 따듯하고, 인자하기까지 한 목소리에 황급히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 문을 빠르게, 그러나 무례할 정도로 벌컥 열 정도는 아닐 만큼의 세기로 섬세하게 조절하여 문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