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상태를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아마 그런 느낌일 것이다. 어딘가 부러지거나 출혈이 나있는 것은 아니다. 병 때문에 극심한 고통을 느끼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문자 그대로, 살아가기 위한 기력을 송두리채 뽑힌 느낌이다. 전신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고, 머릿속엔 안개가 낀듯 사고가 회전하지 않는다. 나라는 인간이 가진 거의 모든 능력이 반토막 난 것 같다. 사실 레벨이 반토막이 났으니 틀린 말도 아니지.
"....."
나는 누워있는 동안 꿈을 꾸었다. 언제나처럼, 내가 겪었던, 그렇지만 내가 겪지 않았던 일들에 대한 내용이었다. 무슨 내용인진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그 곳에서 소리치거나, 혹은 비스듬히 주저앉아 체념하듯 주변을 살폈을지도 모른다. 꿈을 꾸는 내 안색은 창백했을 것이다.
"...으."
부스럭, 부스럭, 세상이 부숴지는듯한 소리와 함께 나는 눈을 떴다. 눈꺼풀의 무게조차 지금은 감당하기 힘들고, 잠겨버린 목에선 쉰소리만이 나왔다.
"...암살을, 하러오다니...대범한데..."
따라서 나는 평소보다 세박자쯤 늦게 눈 앞에서 메스를 들이댄 여자애를 인지했고, 내 딴에 평소답게 농담을 건네려 노력했으나. 목이 메여 마치 죽어가며 간신히 뱉어낸 유언같은 소리나 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여선이 상태를 체크 해봤다면, 다소 놀랐을지도 모른다. 상태이상 '접신(???)'이라는 녀석이 레벨을 20이나 감소 시키고 있는 상태니까. 무당이나 걸릴법한 심각한 수준의 상태 이상을 종교랑은 별 관련도 없는 이 남자가 걸려있다는 것은, 어지간히도 '재수없는 일'을 겪었던 것이리라. 언제나 고지식한 올곧음을 걸친채로, 과도하지는 않지만 그 기세를 차분하게 드러내던 그는 실제로 당신이 처음보는 수준으로 꺾여있었다.
"일단은 고맙다. 목이 마르던...참이었거든."
내밀어진 컵을 잡아 들려는듯 어깨가 가볍게 움찔거리지만, 팔은 제대로 올라오지 않았다. 결국 그는 간신히 고개를 돌려, 내밀어진 빨대를 입술로 물어 미지근한 물로 간신히 목을 축였다.
"....진찰 해봤어? 상태는 좀 어때. 회복...될 것 같나...?"
그는 피로감이 역력한 목소리로 당신에게 물었다. 그러나 당신도 대답을 이미 알듯, 마찬가지로 긍정적인 대답을 기대하거나 질문의 답을 몰라 물어보는 것은 아닌게 분명했다.
"완패라니 놀랍네용... 그럴 만하긴 하지만요." 레벨이 그정도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찰을 했을 때 놀랐다...도 있지만. 순간적인 불안감과 또 다른 가라앉음을 느꼈을지도 모르는 일이군요. 여선은 물을 좀 마시는 시윤이 목을 겨우 축이자 물컵과 빨대를 다시 테이블로 회수합니다. 물을 많이 마시게 하는 것도 지금은 힘들 걸요? 자주 조금씩 줘야 합니다. 말을 하게 한 다음에 주거나요.
"상태이상이 굉장히...." 세게 걸려있는 것 같다는 요지의 말을 합니다. 이러이러한 상태이니 일단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처치는 했지만, 저런 상태이상을 해제하는 것은 경험은커녕 들어본 적도 없어서 어려울 것이라고 말합니다.
"예엣날 괴담 사이트나 그런 쪽으로는 열린 걸 닫거나.. 그런 거라던데. 그쪽은 (저는 전문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당신이 여선의 말에서 미묘한 불암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여선의 서브 특성 중 하나의 근본은 예전에는 신탁이라는 이야기로써 많은 것을 이야기했다는 식이 많았으니까요. 접신이라는 단어의 뜻 자체를 모르는 건 아니니까요.
//다음 답레는 업무 후에 드릴 것 같네요! 1시 45분쯤...에서 한 3시까지 업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