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situplay>1597037093>1000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본심 중얼거리고 짜증스런 눈치로 보면 태오 그 순간 눈 마주치면서 평소랑은 다르게 길쭉하니 아까 연성에 올린 것 같은 어딘가 쎄하니 달관한 듯한 미소 지으면서 "욕망에 충실해지러 갈래?" 하고 제 손목 툭 터니까 무슨 마술처럼 담뱃갑 손에 쥐여져 있고 그럴듯 머선 악마여 부원들을 딴배의 길로 인도함...
본인도 그렇고 앞의 금이도 그렇고 저기 저 지나가는 모르는 사람들도 다 그렇다. 사람의 어깨는 살면서 계속해서 무거워지는 법. 심지어 동물들도 그래. 하지만 금이의 생각처럼 그 책임 하나 못 지키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 당연한 행동 하나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언제부턴가 '당연한 일'이 '멋진 일'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한양은 속으로 씁쓸하게 웃고 있었다. 한양은 금이에게 더 달려드려는 금랑이를 뒤에서 팔로 몸을 감아서 안아들면서 말렸다. 한양의 팔에 감겨안긴 금랑이는 몸을 털며 물기를 털어내고, 한양은 그 물기에 다 맞아버린다.
" 아, 알바하신 거였구나. 강아지들만 아니였으면 저도 해보는 건데. "
금랑이가 털은 물에 젖은 채로 웃으면서 말했다. 아 - 결국 물에 젖었구나. 안 젖으려고 했는데. 그래도 페이보다는 일의 보람이 더 커서 이 일을 고른 것 같은데. 말에서 느껴지는 농담조도 그렇고, 저 푸른 눈빛은 단순히 돈을 보고 일했다고 하기에는 너무 진심이어 가지고. 그냥 그렇다고.
" 얘네들이 처음부터 착한 것도 있어요~ 그리고 저도 마냥 잘해주지는 않아요. "
한양은 적어도 개들을 '상전'으로 모시지는 않았다. 안 그러면 버릇 나빠져서 다른 사람들 물고 막 짖고 이러더라고. 근데 반려견들한테 무조건 좋게 대해주기만 하면 되는 줄 알고 상전 모시듯이 키우는 견주들이 많더라고.
" 저 리트리버 금랑이는 고등학교 입학하고나서 키웠어요. 저 흰 믹스견 설향이는.. 한 달 조금 안 됐네요. "
자신의 팔에 안긴 금랑이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금랑이는 여전히 혀를 내밀고 헥헥거리며 금을 보고 있었다.
>>20 반팔 셔츠를 목 끝까지 채웠지만 평소와 달리 붕대 일절 없었다. 시선을 내리니 어째서 붕대로 감고 다녔는지 알 것 같았다. 어깨부터 드문드문 시작해 상박과 하박을 수놓는 정교한 묵빛의 비늘 입묵은 사람을 인간 외적의 존재의 경계선까지 뚜렷하게 끌어올렸다. 그 정교함이, 그리고 뚜렷함이, 하물며 손등에는 과학기술을 최대한 끌어올려 실제로 이식한 비늘 일부가 길가에 널린 흔한 양아치와는 궤를 달리했다. 이는 하나의 예술이자 광기의 결정체이며, 작품이었다. 당장이라도 인두겁을 벗어던지고 긴 혀를 날름거려도 손색이 없을!
>>47 아프다가 오래 쉬고 다시 오면 그런 법이지 어장 번아웃이 온 거면 천천히 정주행을 하거나 내 캐릭터 설정을 보다가 갈피를 잡아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나는 어장 번아웃 오면 한 걸음 물러서서 정주행 하면서 불타오르면 그대로 이어가고, 이도저도 아까운데 당장 하고싶지 않다 싶으면 그렇다면 내 캐릭터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만 추스르고 나머지는 싹 틀을 바꿔버리는 편인데 도움 됐음 좋겠다.
그게 아니라 현생쪽이면 휴가가 옳음 회사나 일거리는 여럿이라 나 없어도 돌아가지만 나는 망가지면 돌이킬 수 없다
커리큘럼을 하다보면 별의 별 영상물을 다 보게 된다. 그리고 마침 오늘은 모 초콜릿 팩토리의 괴짜 사장 이야기가 화면에 흘러나오고 있었다. 작은 소인들도, 초콜릿의 강도, 초콜릿 꽃과 나무, 솜사탕 구름도.
......다 그릴 수 있지 않나? 목화고 달콤 총공격 대작전은 그런 사소한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옥상에 올라간 리라는 파스텔과 오일파스텔을 펼쳐두고 다양한 색깔의 그림을 그려나간다. 둥둥 떠다니며 별사탕을 내리는 분홍색 설탕 타래 구름, 나비처럼 날아다니는 화이트 초콜릿(먹으면 10초 정도 몸이 둥둥 떠오를 것이다), 그 외에도 사탕과 초콜릿으로 만들어진 지팡이를 들고 교내를 활보하는 작은 설탕 요정, 거대한 밀크 초콜릿 달팽이 같은 것들을.
>>64 아구구(쓰담쓰담) 나는 일상 텀은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돌리는 사람 입장에선 좀 신경쓰일 수밖에 없지 아무래도🤔 그래도 우리 아직 놀 시간 많이많이 남았으니까 천천히 들러서 잡담하고... 놀고... 가끔 훈련도 하고 그러면서 지내보자 쉬고 싶으면 푹 쉬어도 좋고! 더 괜찮은 조언들은 다른 사람들이 해줬으니까 나는... 복복을 하겠다 헤헤 복복
>>67 귀여워... 랑이 웃는거봐 세상 다가진 웃음이다 이라도 상콤해 서로 하나씩 먹여주기 당장
ㅋㅋㅋㅋㅋㅋㅋ 스디 못그린다니 이사람이 기만을 (보글보글)
여로주도 태진주도 몸 잘 추스르고... 여로주는 집 가서 최대한 누워있어라 약 있음 먹고 밥도 잘 챙기고!!
태진주는 여행 다녀와서 앓고 이게 뭐야 억울하겠다 ㅠ 번아웃 되게 잘 풀어나려는거 같으니까 닥칠겡 몸 잘 챙기고 현생엔 부담 갖지 말라곤 못하겠지만 어장 일엔 부담 너무 크게 갖지 마 결국 다 즐기려고 오는건데!! 푹 쉬고 현생 나아졌음 좋겠네 어떻게 여유 낼 시간이라도 생기면 좋을텐데 :(
>>67 블랙 초코렛과 화이트 초콜렛 같아!! 한입 깨물면 마시멜로 맛 나는 초콜렛인 리라와 다크 초콜렛 랑 같아!!!!
>>64 일상 텀 같은 경우는 먼저 상대에게 말만 해준다면 이해해줄거에요. 일단 저는 그래요. 일상 텀 길다고 확실히 밝혀주면 멀티 돌려도 되고요. >>69 ???? AI나 픽크루, 커미션이 아니라 수제???? >>70 혜우주 안녕!! 같이 묻힐게!!!! >>72 여로주 몸은 괜찮아?? >>78 청윤주도 안녕!!!!!
연구소에서 나와 2학구로 가기 전에, 학교에도 잠시 들렀다. 언뜻 보면 바리바리 싸든 쇼핑백들의 도착지가 목화 고등학교, 저지먼트 부실 같았지만 막상 도착해서 풀어놓은 쇼핑백은 하나 뿐이었다.
제일 큰 것이었지만.
"옳지, 역시 이 시간엔 아무도 없다니까. 그럼 어디 보자..."
일단 손바닥만한 종이상자 두 개를 은우와 한양의 책상에 각각 두고 (견과류 토핑한 스틱 초콜릿) 테두리가 레이스인 포장지는 리라의 책상에 (딸기 초콜릿 토핑한 브라우니) 납작하지만 크기는 제법 큰 것은 월의 책상에 (아델리펭귄 모양 거대 초코쿠키) 뭔가 올록볼록 해보이는 건 한의 책상에 (시리얼 초코범벅) 크기도 포장지도 같지만 리본만 각기 다른 색으로 멘 것은 각 1학년들의 자리에 (아망드 쇼콜라 딸기/밀크/다크 맛 랜덤)
"아우, 단내."
하나 하나 꺼낼 때마다 올라오는 초콜릿 단내에 몸서리를 치면서도 그 많은 걸 있어야 할 자리에 두고 맞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일 소박하게 포장한 걸 태오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아홉가지 맛 위스키 액이 들어간 봉봉쇼콜라)
"......"
정사각 상자 위로 덮은 엷은 녹색 포장지를 한 번 슥 어루만져보곤 이내 흥, 하고 돌아섰다.
지가 먹고 싶으면 먹고 싫으면 버리던가 하겠지.
그리고 총총 걸어서 부실을 나갔다. 이제 데 마레에 가서 남은 거 나눠주고 사진 받아올 일만 남았네-
#붉은색 1.익명이 유한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코카콜라로 정했다 꼬우면 먹지 말고 버려.
2.익명이 금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고마워. 표현하지 않아도 늘 좋아하고 있어.
3.익명이 혜성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구성: 올리브색 박스 안에 들어있는 큐브 모양의 파베 초콜릿. 다음번엔 꼭 수제로 만든 걸 드릴 테니까요.
4.익명이 여로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내가, 너에게] [이름은 일부러 남기지 않았어. 최근, 깨달은 지 얼마 안 된 것인데, 나는 네가 나를 안다는 것이 기쁜 것 같아. 무엇보다 네가 나 말고 다른 사람의 진지한 초콜릿을 받지 않았을 거라는 믿음이 있으니까. ...혹시 다른 사람에게도 받았다면 어쩔까... 질투라도 해볼까.] [저지먼트에 들어오고 다소,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 중에는 당황스럽거나 달갑지 않은 일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해. 이에 대해서 말을 좀 더 길게 하는 건, 부끄러우니까 그만할까] [...내 마음의 형태는 네가 정했어] [네가 정한 모습이 나는 마음에 들어.] [너에게, 내가.]
5.여로가 이경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언제나 너에게만큼은 진실 된 한 마리의 길들여진 여우야. 내 어린 왕자.
7.익명이 태오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마음을 담아도 결국엔 초콜릿일 뿐이니까요. 닿지 않도록. 묻히도록. 향하는 것이 없어보인다면 노력한 거겠지요.
8.익명이 청윤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구성: 동그란 다크 페레로로쉐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건 좋아할지 모르겠네 싫어하면 미안
9.익명이 성운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구성: 잘 구워진 퐁당쇼콜라 5개가 든 박스 I, ♥, U (고양이 얼굴 ), (표범 얼굴) 각 메세지와 그림이 순서대로 데코되어 있음
10.익명이 애린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구성: 토끼 모양 초콜릿
11.랑이 리라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구성: 화이트&다크 초콜릿 네가 나에게 줬던 진심만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너와 보내는 시간이 주는 따스함이 나에게는 많이 소중하다는 건 알아줬으면 한다. 하나만으로는 너무 달콤하거나, 너무 쓴 두 가지가 함께 있으면 어떻게 될까. 완벽해지거나, 이도 저도 아니거나? 난 처음은 이도 저도 아닌 것이라도, 시간이 지나며 분명 완벽해질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12.리라가 랑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구성: 약간 높은 4×4 정사각형 상자에 하트 메세지 카드. 기본적으로 다른 곳에서 파는 초콜릿보다 더 달다. ㄴ1단: 시제품으로 보인다. 밀크 봉봉 쇼콜라(4pc) 시나몬 앤 화이트 봉봉 쇼콜라(4pc) 마카다미아 브리틀 with 다크 초콜릿(2pc) 캐러멜 앤 커피 초콜릿(2pc) 붉은색 하트 모양 밀크 라즈베리 초콜릿(4pc) ㄴ2단: 직접 만든 듯 묘하게 못생긴 초콜릿들. 아마도 눈사람과 크리스마스 트리 모양인 것 같다. 생긴 건 별로지만 맛은 있다. 진한 밀크초콜릿 맛.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랑이 언니! 선물 잘 받았어요?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다! 사실 제가 다 만들려고 했는데요... 너무 못생겨서 위쪽에 있는 건 샀어요. 그래도 맛은 있으니까 아래쪽에 있는 못난이 초콜릿들도 먹어줄거죠? 사실 사탕으로 할까 고민했는데, 이번엔 초콜릿을 주고 싶어서 이걸로 골랐어요. 다음에는 사탕 선물상자도 줄게요! 그럼 오늘 하루도 잘 보내요! 추신. 감기는 다 나았어요?
#푸른색 1.익명이 동월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2.익명이 성운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유한이자식한테 줬다간 혼자 다 먹거나 전부 부숴버릴 것 같으니 너한테 넘긴다. 하나는 초콜릿 크림이고 하나는 다크 초콜릿인데, 초콜릿 크림 만드는데 생크림을 넣었는지 마늘크림을 넣었는지 기억이 안나네. 알아서 하나는 한이한테 전해줘라.
3.리라가 청윤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구성: 4×4 정사각형 상자에 클로버 메세지 카드. 다크 봉봉 쇼콜라(4pc) 에스프레소 앤 다크 봉봉 쇼콜라(4pc) 오렌지 크리스피 with 다크 스퀘어 초콜릿(4pc) 묘하게 못생긴 곰돌이 모양 다크 초콜릿(4pc. 생긴 건 별로지만 맛은 있다.) 차기 부장 된 거 축하해! 발표 났을 때도 축하했었지만 이런 거 줄 때 한번쯤은 더 말해줘야 할 거 같아서 제일 먼저 써 봤어. 청윤이는 단 걸 별로 안 좋아하니까 최대한 안 단 것들로 골랐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네. 언제나 힘내고, 힘든 일 있으면 나한테 꼭 말해. 옆에서 힘껏 도와줄 테니까. 방학 잘 보내고!
4.익명이 이경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5.익명이 태오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저번의 보답.
6.익명이 정하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요즘은 어때? 잘 지내고 있어?
7.여로가 정하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룸메이트 분들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이건 그냥 평범한 우정 초콜릿이니 믿어주길!
8.여로가 청윤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룸메이트 분들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이건 그냥 평범한 우정 초콜릿이니 믿어주길!
9.청윤이 정하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10.청윤이 리라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11.리라가 금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구성: 4×4 정사각형 상자에 클로버 메세지 카드. 밀크 봉봉 쇼콜라(4pc) 카페 크림 앤 다크 봉봉 쇼콜라(4pc) 마멀레이드 앤 화이트 스퀘어 초콜릿(4pc) 묘하게 못생긴 고양이 모양 밀크 초콜릿(4pc. 생긴 건 별로지만 맛은 있다.) 금이 안녕! 우리 짝꿍 된 지도 벌써 이만큼이나 됐다! 요즘 방학 즐겁게 보내고 있어? 또 학교에 이상한 초콜릿이 돌았잖아. 그래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초콜릿으로 따로 준비해봤어! 고양이 초콜릿은 내가 만든 건데... 생긴 건 저래도 맛은 괜찮아. 네가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다. 참. 그런데 네 양모펠트 고양이 인형 짝은 누구야?
12.익명이 아지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13.익명이 한양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14.익명이 혜우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혜우의 표정이 요즘 밝아 보여서 나도 좋아~ ૮꒰ིྀ˶꜆´˘`꜀˶꒱ིྀა 늘 좋은 친구로 지내 줘서 고마워~꒰ ੭ '‧̫'꒱੭ ᰔᩚ 앞으로도 즐거운 일 가득 생길거야~₍♡•͈ᴗ•͈♡₎
15.익명이 태오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구성: 라임 과즙 등이 들어간 화이트 가나슈와 캐러멜 가나슈가 든 초콜릿 열 개입 박스 예전 초콜릿바의 보답입니다. 엔지니어.
16.익명이 수경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수경이는 세계 최고의 장화야~ ૮꒰ ྀི𓂂ɞ̴̶̷ ·̮ ɞ̴̶̷𓂂꒱ა ⌯♡ 지난번에 같이 카페에 가서 즐거웠어~໒꒰ྀི ៸៸៸៸ ก꒱ྀི১ 앞으로 더 친하게 지내자~(*˘︶˘人)♡*。+
17.익명이 리라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구성: 새콤달콤한 딸기와 블루베리 가니슈가 들어있는 초콜릿 열 개입 박스 너와 짝꿍이 될 수 있다니 얼마나 영광인지.
18.익명이 아지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구성: 동그란 쉘 초콜릿에 여러가지 맛을 넣은 수제 봉봉쇼콜라 한 상자 한알 한알 리본사탕처럼 포장되어 있음
19.은우가 철현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구성: 까마귀 모양의 수제 초콜릿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직 저지먼트에 있어줘서 고마워. 친구.
20.익명이 세은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구성: 다크, 밀크, 화이트, 딸기 초콜릿 베이스에 각종 건과일과 견과류, 쿠키 크러스트 등등을 뿌린 바크 초콜릿 한 다스 하나 하나 은박지로 잘 감싸고 맛별로 다른 색 리본을 묶었음
21.익명이 은우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네가 짊어진 짐이 무겁겠지만, 지나치게 버거울 적엔 우리가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해.
32.세은이 혜우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구성: 가게에서 파는 ABC 초콜릿+은우가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혜우의 모양을 딴 수제 초콜릿 ...그...나름 잘 나가는 상품이래. 필요없으면 어쩔 수 없고.
23.익명이 로운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선배에게 드립니다
24.익명이 경진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선배님의 드롭킥을 맞느라 네가 수고가 많다. 심심한(지루한) 사과의 말과 함께 초콜릿을 전해준다. 사과 끝. 내일도 드롭킥 날리러 감. 수고.
25.익명이 세은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초콜릿을 주고 싶었으니까... 그런 거에요....... 안에 술이 들어간 초콜릿을 만들자는 분이 있었지만 거절해서 평범해요
26.이경이 경진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네가 처리해야 할 초콜렛을 하나 더 늘려봤어. 배 터지게 먹으렴.
27.랑이 혜성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구성: 쿠키 앤 크림 초코볼 세트 가끔, 불안해지거나 기분이 가라앉을 때 하나 챙겨 먹으면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맛있게 먹어라, 내 짝꿍.
28.랑이 경진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구성: 아몬드&초코, 아몬드 초코가 아니라 아몬드와 초콜릿이다. 아몬드만 먹든, 초코만 먹든, 둘 다 같이 먹든. 선물 하나로 세 가지를 즐긴다라... 좋지 않나?
29.익명이 동월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코코아밤 안에 펭귄이 갇혀 있어요. 녹여먹으면 펭귄을 녹이는 거고, 그냥 먹으면 펭귄을 씹어먹는 거에요.
30.익명이 리라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리라에몽!! 언제나 고마워!!! 네 덕분에 목숨을 몇번이나 구했는 지 몰라!!
31.익명이 한양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한양아.. 수능만 끝내고 일할게...
32.은우가 태진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구성: 고릴라 모양의 수제 초콜릿 한때 혼자서 일한다고 고생 많았지? 답례라고 하기엔 조금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늦게나마 널 생각해서 만들어봤어. 맛있게 먹어! 친구!
33.세은이 수경에게 초콜릿을 보냈습니다. 구성: 가게에서 파는 ABC 초콜릿+은우가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수경의 모양을 딴 수제 초콜릿 ...이거 맛있다고 해서. ...뭐, 먹기 싫으면 말고.
코를 통해 느껴지는 노즈, 입에서 느껴지는 경중을 바디, 다 마시고 비강을 통해 흐르는 여운을 피니시, 머금을 때 혀에 느껴지고, 입천장에 붙는 느낌을 팔레트... 어쩌구. 근데 이런 걸 다 외울 필요는 없고
그냥 향(아로마), 맛(테이스티), 여운(피니시)만 외워도 됨 어차피 마시는 건데 경중 그런거 따질 거면 소믈리에 해야지 굳이 따질 필요는 없다.
뭐 가장 흔하디 흔한 잭 다니엘로 표현하자면
아로마: 달콤하고 스파이시함 테이스티: 캐러멜, 향신료 특유의 그윽함 피니시: 달콤하고 그을림, 여운이(코에 남는 잔향이) 길다.
이렇게 되는 법이야...
그런고로 초콜릿과 어울리는 애들도 있거니와, 기본적으로 위스키 도수가 높기 때문에... 위스키 봉봉은 위스키를 시럽으로 만드는 방식이나 독한 애들, 혹은 페어링이 잘 되는 애들을 차용하거든.(일단 기본적으로 꿀 혹은 설탕으로 농도를 짙게 만드는 편이라 단거+단거 조합은 불호로 쓰인다.) 그래서 눅진한 단맛이 특징이지만, 이따금 그게 싫거나 난 독하게 만들래! 하면 그냥 위스키를 넣어버리는 방법도 있지만 이건 정말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이다마는...
어쩔티비? 현태오는 그냥 여러 종류의 위스키를 처드십시오. 적폐임. 그냥 내 취향표라고 보면 될듯
그리고
>>주관적이다!!!!!!!!!!!!!!<< 내 주관 개-많이 들어있음 나도 마셔본 거 노트에다가 하나하나 적어둔 거 꺼내온 거임... 그래서 엥 나는 아닌데? 님 위알못임? 해도 어쩌겠냐 나는 이렇게 느꼈다 취ㅈ하지 말어라...
1번째 봉봉: 맥캘란 12년 더블 캐스크 > 정석 중의 정석. 피트(속된말로 병원맛이 있음...)가 덜하고 오크향이 좋다. 피니시가 달콤하고 테이스티는 캐러멜의 눅진함이 있음. 뚜따(뚜껑 따는 것에 대한 얘기) 직후면 매콤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에어링(뚜껑 따고 별도의 진공포장이나 향 날아가는 방지를 안하고 자연스럽게 중화시키는 과정이라 보면 됨) 안 해도 부드러운 목넘김이 특징. 도수 40%
2번째 봉봉: 글렌모렌지 시그넷 > 면세점 3대장. 대체 어떻게 이런 맛이 나지? 싶을 정도로 진한 다크초코와 모카향이 특징. 숨을 뱉을 때 느껴지는 그 커피향이 이루 말할 수 없음... 아마레또나 특유의 살구 향은 안 느껴지는 듯한데 입안에 남는 느낌에 어느 정도 섞이는 것 같기도 하고. 디저트류와 함께 하면 말모. 도수 40%
3번째 봉봉: 일리악 CS > 짭짤한 바다 내음. 입에 대면 짭짤한 해초 내음이, 매콤함이, 그리고 은은한 단 여운이 있음. 피트는 취향 많이 타는 편인데 그래도 이 특유의 짭짤한 스파이스에 한 번 빠지면 못 빠져나올듯. 내가 예전에 랑이가 생각난다 생각했던 술 맞음. 독한 감이 없잖아 있으나 초콜릿은 뭐다? 단짠이다. 도수 58%
4번째 봉봉: 보모어 12년 > 태오주 최애픽. 피트 좋아하는 태오주는 병원맛이라는 악명에도 그저... 마신다... 노즈는 옅은 시트러스 느낌. 상큼하고 꿀 특유의 부드러운 듯 눅진한? 그런 냄새가 난다. 혀를 툭툭 쏘아내는 느낌이 거의 없는 스파이스, 라이트하게 즐길 수 있지만 역시 병원맛. 초콜릿으로 응급처방 해야만... 도수 40%
5번째 봉봉: 글렌드로낙 12년 > 셰리 입문은 이녀석이란 말이 있다. 물론 셰리 위스키는 알아서 취향따라 흘러가는 게 맞음 이것저것 도전하는 게 위스키의 참맛이지. 셰리가 뭔가요? 에 답하자면 셰리 와인을 숙성하던 셰리 오크통에 위스키 숙성하는 거라고 쉽게 답해줄 수 있답니다. 아무튼 글드12는 건포도 특유의 프루티하며 눅진한 단맛과 여운도 길다. 꾸덕꾸덕한 느낌이 뭔지 잘 알려줌. 도수 43%
6번째 봉봉: 발베니 더블우드 12년 > 바닐라와 초코를 같이 먹듯이. 더블우드라는 이름만 보아도 2가지 오크통에 숙성하는 놈이다. 셰리와 버번 두 오크통에 숙성하는 미친 녀석. 부드럽고 오크향 특유의 스파이시함도 그윽하니 셰리 특유의 눅진함이 같이 녹아있다. 여운 길고 요즘 엠-지들이 사마셔서 그런가 작년에 몸값 개많이 뛰어서 인간들아!를 외친 적이 있는 개빡친 술... 근데 마시면 용서됨 40%
7번째 봉봉: 라이터즈 티얼즈 더블 오크 > 작가의 눈물. 싱글몰트 사이에서 갑툭튀한 아이리시 위스키. 바로 위의 발베니 더블우드가 셰리, 버번이라면 얘는 오크가 둘, 즉 버번과 꼬냑의 오크를 사용함. 말린 과일 향이 그윽하고 상당히 달큰하지만, 특유의 묵직함에 호불호가 갈린다. 도수 46%
8번째 봉봉: 벤로막 10년 > 셰리셰리해. 노즈, 즉 아로마가 독특하다. 피트향(병원 냄새라고 그만 듣고싶음) 나고, 서양 배 특유의 냄새도 나는데 나는 잘 모르겠고 새콤한 냄새도 난다. 베리? 그래, 베리류. 입에 머금으면 상반되는 셰리함. 끝맛이 살짝 알싸하니 스모키도 품고 있어서 아~ 이자식 글드로 입문하고 여기로 정착하란 소린가? 싶을 때가 있는데 둘 다 먹으면 될 것을... 피니시가 스모키해서 호불호 갈림. 그치만 맛있다. 도수 43%
9번째 봉봉: 발렌타인 30년 (사실상 사심이다.) > 내가 돈이 없어서 시@봉방거... 하... 아름다운 술이고 단 한 번도 내 돈 주고 마실 수 없던 놈... 혀에 닿는 순간 우아함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여운도 길고, 내가 먹어본 적이 손에 꼽아서 마시는 날마다 노트에다 '미친놈 씌앙럼' 이딴 거 쓰면서 비싼 거 먹었으니 혀야 이제 일 잘 하자 이런 발언을 뱉었는데 현태오도 좀 마셔줘야 할 거 아니니 그치? 도수 40% 가격 얼마냐? 60 넘을걸?
>>160 크아아아악 맛있다-!!!!!! 납작해졌군 진짜 너무 웃겨...ㅋㅋㅋㅋㅋㅋㅋ 농담 진짜 너무 좋고... 시공의 폭풍도 그런데 용과 함께 < 이거 진짜 ㅋㅋㅋㅋ 스스로를 고릴라로 만드는 군요... 결국 고릴라이팅 성공(?) 파아멸의 일격~!!!! 이것도 좋아... 희희... 리스폰 미쳐요... 아.. 사망이랑 엮인 거 보니까 눈물 나는데 와중에 만우절 너무 좋아....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 초콜릿을 먹었더니 말이 반대로 나오거나. 능력이 바뀌거나 뭔가 이상해지거나 같은 일이 벌어졌기 때문에 조심했지만..
"이 초콜릿을 먹고 싶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어요." 의외지만, 수경은 속마음을 죽어도 안 말하는 타입은 지금쯤은 아니기 때문에 사태를 알아차리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습니다. 그것도 있는데..
"....초콜릿이에요. 이건 산거고. 이건 만든 거에요" "...책상에 넣는 게 좋겠죠" 초콜릿을 사거나. 제조해서, 누군가에게 준다는 것도 나쁘지 않아보였다 라는 것도 영향이 있겠지요. 그래서 조금 사거나 한 걸 들고 긴장하면서 사람들에게 슬쩍 나눠주거나 책상 위에 몰래 올려놓고 있던 차에... 수경은 세은을 마주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초콜릿을 먹고 난 뒤로 자신의 오빠가 이상해졌다고 세은은 진지하게 생각했다. 아니. 늘상 부리는 싸움이 아니라 정말로 이상해졌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생각해보자. 바로 어제만 해도 갑자기 '사랑하는 우리 동생아. 이 오빠가 늘 걱정하고 있어. 오늘은 오빠랑 둘이서 집에서 이것저것 하면서 같이 놀지 않을래?' 라는 말을 하지 않았는가. 자신이 아는 은우라면 절대로 그런 말을 할 이가 아니었다. 자신도 비슷한 현상을 당한 적이 있기에 특히나 더...
어쨌든 그녀는 교내 순찰을 혼자서 조용히 돌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녀는 수경을 마주했다. 정확히는 순찰이 끝난 후에 부실로 돌아온 후의 일이었다. 자신의 책상 위에 뭔가를 올리고 있는 것이 보여서 세은은 가만히 수경을 바라봤다.
"뭐 해?"
아주 자연스럽게, 평소의 그 툴툴거리는 목소리가 자연히 세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녀는 제 자리에 있는 컴퓨터를 바라보다가 주머니 속에 있는 핸드폰을 괜히 손으로 꾸욱 쥐면서 물었다.
"모니터 본 거 없지? ...아니. 뭐, 딱히 특별한 것은 없지만... 그래도 혹시나 해서."
초콜릿을 올려놓고 있다는 그 말에 세은은 괜히 시선을 옆으로 치우면서 그렇게 물어봤다. 내심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 티가 다 나지 않았을까. 아닐 수도 있었지만.
어쨌든 봤으면 어쩔 것이냐는 말에 세은은 움찔하더니 이내 고개를 홱 돌려서 수경을 바라봤다. 봤다고? 이어 그녀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물론 본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었지만... 거기에는 자신의 메신저가 떠 있었다. 설마 메신저 내용을 본 것은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입을 열려는 찰나, 수경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리고 그 말을 들으며 세은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뭐, 뭐야!! 안 봤으면 놀래키지 마! 보...본다고 해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지만... 사, 사생활이 걸려있으니까! 사생활! 응! 사생활이야!"
뭔가 변명하듯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세은은 한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그리고 자신의 자리로 천천히 다가간 후에, 의자를 꺼냈고 그 의자에 풀썩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래서 지금 넌 또 무슨 현상을 겪고 있는건데? 이야기해봐."
초콜릿 때문에 난리난 거 다 알고 있거든? 그렇게 새초롬하게 이야기하면서 세은은 수경을 가만히 올려다봤다.
보여줄 수 있냐는 물음에 세은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단순히 사생활만은 아니지만... 어쨌든 메신저는 보여줄 수 없다는 듯이 그녀는 거부하면서 으르렁 소리를 살짝 냈다. 수경에게도 이런 모습을 보일 정도면 아마도 정말로 보여주기 싫은 것이 아니었을까. 이어 그녀는 컴퓨터를 조작해서 메신저를 꺼버렸다. 다시는 볼 수 없도록.
어쨌든 수경의 답을 들어보니 속에 있는 것을 다 말하는 것 같은 기분이라는 말에 세은은 가만히 수경을 바라봤다. 그리고 싱긋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섰고 수경에게 다가간 후, 그녀의 어깨에 조심스럽게 손을 올렸다.
"그럼 내가 무슨 질문을 해도 모두 진실게임처럼 진실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거지?"
숨기려는 것도 안될 것 같은 느낌. 즉... 모든 것을 다 알려준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장난기와 짓궂음이 그녀의 미소 속에서 서서히 녹아가며 그 형태를 갖추려고 했다.
발렌타인 데이. 화이트 데이. 빼빼로 데이. 데이란 데이와는 모조리 담을 쌓아놓고 살던 동월이다. 그런 동월이, 초콜릿을 세개나 손에 쥐고있는 중이었다. 아무리 파란색 초콜릿이라곤 하지만... 난생 처음 받아보는 기념일 선물에, 조용히 초콜릿을 바라보던 동월은 포장지를 하나씩 뜯었다.
익명 2개, 그리고 정하가 하나.... 정하가 초콜릿을 보내올줄이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정하가 초콜릿에 뭔가 장난을 쳐놨을 것 같진 않으니, 입에 그것을 털어넣는다. 냠냠. 시원달달한 맛이구만.
다음은... 그저 익명의, 쪽지도 없어 누가 보냈는지도 모를 초콜릿 하나. 괴이가 보낸거 아냐? 에이, 설마. 아무리 동월이 괴이와 365일을 함께 한다고 해도... 말도 안되는 일이다. 맛있게 먹도록 하자. 냠냠. 다크초콜릿인가?
마지막은.... 에? 코코아밤? 아마 이 위에 뜨거운 우유라던가를 부어서 코코아를 만들어먹는 그런 초콜릿이었던 것 같은데.... 쪽지가 예사롭지 않다. [코코아밤 안에 펭귄이 갇혀 있어요. 녹여먹으면 펭귄을 녹이는 거고, 그냥 먹으면 펭귄을 씹어먹는 거에요.] 흐음.... 확실히, 동월은 동물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그 순수한 애들이 뭔 잘못이 있다고 때리긴 때려. 하지만 이건 동물이 아니야. 심지어 안에 펭귄이 진짜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슈뢰딩거의 펭귄이다!!!!! 그러므로 코코아밤을 반으로 썰고, 내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로 반은 뜨거운 우유 속에 퐁당, 나머지 반은 동월의 입 속으로 퐁당.
아무리 친한 친구라고 해도 공개할 수 없는 것도 있었다. 이를테면... 딱 거기까지만 생각하며 세은은 굳이 더 생각을 떠올리지 않았다. 이 이상 생각을 떠올려봐야 좋을 것이 없었으니까. 때로는 모르는 것이 나을 때도 있는 법이었다. 자신의 메신저 내용처럼. 그것은 그 누구에게도 공개되어서는 안되는 내용이었다. 공개하기엔...너무나도 사적인 내용이었으니까.
이어 그녀의 말이 이어지자 세은은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수경을 바라봤다. 아니었으면 좋겠다. 속에 있는 것을 솔직하게 말하는 느낌이라고 하면서 시선을 피하는 모습. 지금이라면 뭘 물어도 다 답해주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세은은 일부러 수경의 옆구리를 톡톡 치려고 하면서 질문을 던졌다.
"나에게 돈을 빌려준다면 얼마까지 빌려줄 수 있어? 우리...친구지?"
싱긋. 진지하게 묻기보단 조금 얄궂게 묻는 것에 가까웠다. 실제로도 그녀의 표정에는 장난끼가 춤을 추고 있었으며, 나 장난으로 묻는거야..라는 분위기를 팍팍 풍기고 있었기에.
성실하게 대답을 하지만 세은은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겨~~우? 라는 느낌으로 그렇게 말을 이었다. 그리고 찌릿하는 눈빛으로 수경을 잠시 바라봤다. 하지만 이내 장난이라는 듯이 그녀는 웃음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당연히 수경을 괴롭히기 위해서 물은 것이 아니라 그냥 장난으로 가볍게 물은 것이었으니까. 딱히 수경을 괴롭히거나 곤란하게 할 생각은 그녀에겐 없었다.
"장난이야. 장난. 그리고 억울하다니. 이런 거, 친구끼리 물어볼 수는 있는 거잖아."
일부러 얄궂게 웃어보이면서 세은은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수경을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이게 은근히 궁금했어. 혜우는 연애 중인 것 같고... 그렇다면...
"연애하고 싶은 상대 있어? 넌?"
구체적인 이름은 대지 말고 그냥 상대가 있어? 없어? 딱 그 정도로만 답하라고 하면서 그녀는 2번째 질문을 던졌다. 과연 여기엔 뭐라고 대답을 할까. 정말로 궁금한지 세은의 표정은 정말로 얄미운 느낌으로 바뀌어있었다.
"그렇지만 돈을 모아야 기숙사를 나갈 수 있는걸요." 눈을 슬쩍 피하는게 이게 좀 어 하는 것인가 봅니다. 장난이라는 것에 매우 안심한 듯한 표정이 됩니다. 그러다가 연애라는 말을 하는 세은에게 아. 하는 표정을 짓습니다. 어째서 이런 질문을 하세요. 라고 물어보려 하는 수경입니다. 역시 장난인가요.. 같은 표정도 또?
"연애요?" "아니요..." 솔직합니다. 연애를 하고 싶나? 라고 물으면 그건.. 고개를 젓는 게 맞잖아요. 본인에게 연애가 가당키나 한가. 인 만큼요.
"그...그러니까. 일단 초콜릿을 일단 받으세요." 이거라도. 라고 생각하면서 주머니에서 잡히는 초콜릿을 건네려 하는 수경입니다.
고급적인 집은 아니더라도 기숙사를 나와서 자신만의 작은 집을 얻기에는 충분한 돈이 있지 않나 생각하며 세은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면 다른 쪽으로 돈이 많이 나가는 것일까? 아무리 못해도 레벨4는 백 단위의 돈이 지원금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걸 생각해보면 지금이라도 나올 수 있지 않나...라는 것이 세은의 생각이었다.
한편 연애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딱 잘라서 이야기를 하는 모습에 세은은 수상하다는 눈빛을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성향이나 평소 모습을 생각해보면 그것도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하며 이내 재미없다는 듯 쳇- 소리를 내며 세은은 다시 의자에 앉았다.
한편 초콜릿을 주는 것에 세은은 관심을 보이면서 그것을 받았다.
"땡큐! 역시 수경이야!!"
이어 그녀는 두 팔을 활짝 펼친 후에, 수경을 와락 끌어안으려고 했다. 이렇게 초콜릿을 주는 것이 그녀로서는 상당히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만약 수경이 끌어안겨졌으면 이내 수경을 놓아줬을 것이고 아니라면, 뻘쭘하게 가만히 바라보다가 그녀는 자신의 책상 서랍을 열었고 그 안에서 상당히 고급적인 우주 사탕을 몇 알 꺼내서 그녀에게 내밀었다.
"바꿔봐. 레벨4의 돈이면 이상한 곳이 아니라 정식으로 들어갈 수 있어. ...대신에 나 초대해줄거지?"
어디로 갈지 궁금하네?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세은은 어깨를 으쓱했다. 친구가 독립을 하면 한번은 집들이 명목으로 놀러가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그때 저지먼트 업무가 너무 바쁘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세은은 자신도 모르게 살며시 속으로 기도했다. 물론 초대해주지 않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기에 그녀는 딱 그 정도로만 생각하기로 했다.
어쨌든 그녀를 끌어안자, 그녀 쪽에서도 토닥토닥을 시전했다. 그 토닥토닥을 얌전히 받아주다가 세은은 싱긋 웃으면서 수경을 완전히 놓아주었다. 어색해하면서도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것이 참으로 이질적이라고 생각하나 굳이 그 생각을 밝히지 않으며 세은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했다.
"그렇지? 너 주려고 아껴둔거야. 다음에 정하나 혜우에게도 줘야겠지만..."
기회가 안 나네. 저지먼트 일 힘들어. 그렇게 괜히 투덜거리면서 세은은 고개를 돌려 제 오빠의 자리르 흘겨봤다. 하지만 주인 없는 자리였으니 그렇게 본다고 한들 그야말로 시간낭비였다.
"아.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너... 우리 오빠에 대한 불만사항으로 뭐가 있어? 나만 아는 비밀로 할게."
"아니 씹다만 껌이 안되는건 좋은데 그냥 손으로 잘라도 되잖아?! 그 접시 집들이 선물로 받은거란말야!!"
왜 하필 접시란말인가! 이런 잡다한 대화를 나누다, 나타난 저 입의 머리에 당황하지 않고 대처한다. AIM 확산역장이 없는 물체라면, 이렇게 간단히 휘저을 수 있다. 아무래도... 생물이 아니라는건 진짜인 모양이네, 뇌파와 비슷한 두뇌 활동의 산물. 그런게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이렇게 스무스하게 원거리에서 제압하지 못했겠지.
뭐...물고기라는점에서 능력에 상성이 좋았던것도 있고.
"...그래도 고맙긴 하다. 드립도, 저...구어? 그것도, 깔끔하게 받아줘서."
허공에서 죽처럼 흘러내리는 무언가를, 접시에 받아내는 동월, 너무나 당연하게도 악취가 진동한다. 당황해서 일단 찌부라트렸지만, 바닥에 닿을걸 생각 못했네.
"잠깐 들고있어봐."
그렇게 말하고, 비닐봉투를 여러개 가져와 물을 담아두었던 병, 그리고 접시를 조심스레 넣고 나서, 능력으로 안에서 가루곤죽을 만들고, 그 안에 흩어졌던 괴이 내부의 바닷물까지 깔끔하게 담는다. 그 뒤 꽉 묶는다.
"대충, 무슨 느낌인지 알겠어. 인간형...이여도, 결국 사람은 아니고, 능력도 통하면... 아슬아슬하게 양심의 가책이 없을지도."
아니, 직접 만나보면 이야기가 다를지도 모른다. 그야... 사실 생각해보면, 뇌파가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였던건... 이미 죽고난 시체도 마찬가지니까.
"그..그럼요." 그래서는안될지도 모르지만 초대하고 싶어요. 라고 말을 합니다. 왜 안될지도 모른다고? 그건 스스로도 이유를 알 수가 없을 겁니다.
"저를 주려고요?" 놀랍다는듯이 사탕을 내려다보는 수경입니다. 저지먼트 일이 힘들다는 것에.. 약간 계절이 계절이기도 한 만큼... 그럴지도. 라고 생각합니다. 질문에 살짝 동공지진이 일어나긴 합니다.
"전...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아니. 어쩌면 혼자서 무언가를 해결하려 하는 것..이 불안해보인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쩌면 그게 신뢰를 못 받는다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저는.. 신뢰받을 만한 타입은 아니지만요.. 라고 말을 하지만 진실로 말을 하게 되어버리는 것이니까요.
사탕은 먹어야 가치가 있는거야.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톡 쏘듯이 이야기하며 세은은 다른 우주 사탕 하나를 꺼낸 후에 자신의 입에 쏙 집어넣었다. 신비하면서도 오묘한 맛. 그것이 우주 사탕의 특징 아니겠는가. 물론 그 안의 모습도 매우 중요했지만. 천천히 혀를 굴려 녹여서 먹는 와중에 자신의 물음에 당황하는 것 같은 수경의 모습에 세은은 작게 소리없이 웃었다.
별로 없지만 혼자서 무언가를 해결하려 하는 것이 불안해보인다. 그 말을 조용히 곱씹으며 세은은 눈을 감았다. 수경이 뭘 말하고 싶어하는지 알고 있었고, 자신도 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불만이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 그에 대해서 완전히 부정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 제 오빠가 혼자서 하려고 하는 이유는...
"저지먼트가 너무 좋아서일걸? 신뢰와는 관계없이? ...은우 오빠는 답답하고 바보 멍청이라서 소중할수록 위험한 일에서 빠지기를 원해.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도움을 요청할 때도 속으로 괴로워하고 죄책감을 느끼는 그런 멍청이야."
조금은 뻔뻔해져도 되는데. 그런 혼잣말을 조용히 하면서도 세은은 딱히 은우의 행동 자체에는 크게 쉴드를 치지 않았다. 이어 잠시 생각을 하더니 한숨을 내쉬면서 그녀는 수경을 제대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이해해. 실제로 오빠가 모두가 끼이지 않았으면 하는 일은 대체로 위험한 일이 대부분이었잖아. ...나라도 솔직히 그렇게 했을 거고... 다른 이들도 비슷할걸?"
정말로 위험한 일.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일에 남이 끼이는 것을 좋아하는 이가 어디에 있을까. 그렇기에 그녀는 이해할 수 있다는 듯이 어느 정도 이해를 하다가 이내 피식 웃으면서 말을 꺼냈다.
"그러니까 신뢰 못 받는다고 생각하지 마. 그냥 오빠가 바보 멍청이에다가 답답이고, 꼰대에다가 앞만 보고 사는 얼간이라서 그런거야."
...사실 훈련도 뭣도 아니지만, 초콜릿이나 만들어보자. ABC 초콜렛은 뭉텅이로 사오긴 했다만... 일단, 다 꺼내서 녹여볼까. 일일히 꺼내기 귀찮으니까, 커다란 채와 깨끗한 스테인리스 양푼을 준비한 다음, 채 위로 abc 초콜릿을 비닐채 마구마구 담아 능력으로 녹인다.
체에 걸러진 초코 투성이 비닐은... 뭐, 쓰레기통에 버리자. 묻은 초코 안아깝냐고? 으음...귀찮잖아? 그리고, 5kg짜리 초콜릿이라, 그렇게 버린게, 1kg이라도 되지 않는이상, 4kg이상 남는다. 이걸론 8명이 모여도 배터지게 먹을거야.
조심스레 체를 능력으로 씻어내고, 냉장고에 있던, 저번 푸딩 만들다 남은 생크림을 가볍게 데우면서 섞는다.
능력이면 30초면 되지만 손으로 하려면....족히 3~5분은 걸렸겠지. 휩은 아니니까, 적당히 거품만 안지게 섞어넣으면 돼. 커다란 쟁반과 손바닥 크기의 쟁반 위에 넓게 펴낸 다음, 아까 전에 사놓은 체리와 블루베리, 그리고 땅콩을 가볍게 말려 쟁반 위에 뿌려낸다.그리고 나서... 아 능력으로 말리기 전에.
아, 청윤언니는 단거 별로 안좋아한댔나.
싱크대 아래에서 아침에 꺼내먹는 오트밀 견과류를 꺼내서, 가볍게 바라본다. 이걸...활용해 볼까?
양푼안에 남아있던 초콜릿을 가볍게 한덩이 덜어내고, 능력으로 만든 물의 배리어 위에, 탁 턴다, 그리고 초콜릿 안 수분의 조작으로 공중의 초콜릿을 얇게, 아주 얇게 펴내 접시 정도 크기가 될떄까지 펴낸 다음, 접시 위 견과류에 떨어트린다. 얇은 초콜렛 막이 견과류에 닿자마자, 닿는 부분을 건조, 초콜렛을 굳혀내고, 갈라진 부분은 다시 초콜렛으로 채워낸다. 이 과정을 3~4회 반복하면서 접시 위 견과류를 잘 섞어주면, 얇은, 아주 얇은 초콜렛 코팅이 된 견과류가 접시 한가득 완성!
쟁반위에 펴놓은 초콜렛도, 능력을 병용한 결과, 맛있어보이게 잘 말라냈다. 냉장고에 넣고서 말렸으려면...한 6시간 걸렸겠네. 다들 오기 전까지 못맞췄겠다.
@여로 @이경 @청윤
[집에와서 알아서 깨먹어. 다들 초콜릿 땡큐!(사진)]
[아, 그리고 최이경. 넌 나한테 초콜릿 안줬으니까 먹지마. 여로한테 구걸해서먹어!]
@혜성 그리고 자그마한 쟁반에 덜어놓은 판 초콜릿은, 가볍게 두드려 깨서 선물 봉투 안에 담는다.
[초콜릿, 언니 맞죠? 이거. 부실에 놔둘게요. 지금도 잘 지내고 있어요. 주변사람덕분에 확신이 생겼거든요. 인복은 많아서 다행이에요.]
사탕으로 자랑질이라니. 어린애가 할 법한 짓이잖아! 그렇게 따지듯이 이야기를 하며 세은은 새초롬한 표정을 지으면서 흥! 소리를 내며 고개를 반대편으로 홱 돌렸다. 한편 그녀가 뭔가를 말하려다가 말을 마는 것에 세은의 시선이 빠르게 수경을 향했다. 어. 뭔가 효과가 빠지는 거 아니야? 안되는데! 안되는데! 그녀는 속으로 그렇게 외쳤다.
이후에 수경이 뭔가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것이 들려왔지만 세은은 그에 대해서 크게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지금 그녀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수경의 효과가 다 빠져서 이제 더 속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최대한 빨리, 많이 캐내야만 해. 그렇게 생각하며 세은은 수경에게 말했다.
"그래도 오빠가 이런저런 이야기는 다 해주긴 했잖아. 뭐... 정말로 알면 안되는 사안은 말 안해주긴 하겠지만, 그건 솔직히 다른 이들이 이해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 솔직히 다른 이들도 오빠에게 이런저런 자신의 개인적인 것들을 모두 이야기해주진 않잖아. 안 그래?"
일단 그녀의 말에 대답을 하면서 세은은 살며시 생각을 하다가 수경을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물어보려는 듯, 심술궂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물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세은은 살며시 시선을 회피했다. 그리고 당연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물론 정확하게 들은 것은 아니지만 너도 있지 않느냐고 묻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에 대해서 세은은 그 어떤 말도 꺼낼 생각이 없었다. 혹시나 초콜릿의 효과로 모든 것을 진실로만 답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고 하더라도... 자신은 입을 꾹 다물 생각이었다. 그만큼, 자신은 그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할 생각이 없었다.
"왕게임... 아아..."
어떤 것인지 이해가 간다고 생각을 하면서 세은은 살며시 등을 토닥였다. 그러고 보니 전에 했을 때, 엄청 걸렸었지. 그건 확실히 부끄러울만 하다고 생각하며 세은은 계속해서, 정확히는 수경이 피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등을 토닥여주려고 했다.
"그건... 확실히 인정해. 뭐... 나라면... 대수롭지 않게 했겠지만 말이야."
물론 그 말은 거짓이었다. 자신이라도 비슷하게 부끄러워했겠지만, 괜히 허세를 부리듯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세은은 애써 태연한 척 하려고 했다.
수경의 푹 찌르는 말에 세은은 시선을 회피하며 그렇게 항변했다. 물론 수경의 말이 맞기에 세은은 뭐라고 더 말을 할 수 없었다. 괜히 얼굴을 붉히며 세은은 수경의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고 쭈욱 다른 곳만 바라보려고 했다. 물론 그것이 누군가의 눈에는 수상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지금 수경의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왕은 결국 운이잖아.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니까."
생각해보면 자신도 왕과는 인연이 없었던가. 그렇게 생각을 하니 괜히 시무룩해졌는지 세은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다음 번에는 걸릴 수도 있겠거니 생각하며 그녀는 애써 기운을 내면서 다시 사탕을 천천히 녹이다가 이내 꿀꺽 삼켰다.
"응? 초콜릿 주러 가게?"
꽤 부지런하네? 그렇게 생각하며 세은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다른 곳으로 가겠다고 하는데 자신이 잡을 순 없지 않겠는가. 이어 그녀는 잠시만이라고 이야기를 하다 서랍을 열었고 수경의 손에 뭔가를 살며시 쥐어줬다. 그녀가 확인을 한다면 ABC 초콜릿이 여러개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자. 이건 내 초콜릿. 후훗."
발렌타인데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줄게.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녀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건 정말로 친하게 지낸 3명에게만 보여주는 미소가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래요..." 그래도 한번쯤 왕이었다면... 이라고 생각하다가 청윤의 바니 대참사를 기억해내고는 음. 하는 표정을 짓습니다. 자신은.. 그러진 않았을 것 같지만. 확신은 못하나 봅니다.
"감사합니다.." 알파벳이 뭐가 들어있는지 슬쩍 바라보는 수경이네요. 세은의 S라던가 있을까요?
"발렌타인데이였으면 조금.. 흔들릴 것 같은 멘트트....." "그리고..." 아니에요.라고 말을 얼버무리는 게 확실히 효과는 끝난 모양입니다. 하지만 미소에 가까운 걸 보면 기쁨에 가까운 감정이네요. 그래도 아쉽군요. 물론 메타적으로는, 미소를 보고 기쁘다는 것에 가까운 말이니 걱정하지 마시길(?)
동성애는 못해. 그렇게 장난스럽게 이야기를 하며 세은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한편, 아니에요라고 말을 얼버무리는 것에 효과가 끝났다는 것을 직감하며 세은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끝난 것은 끝난 것이었다. 그래도 그녀의 미소로 보아 지금 그녀가 행복해하거나 기분 좋게 생각한다는 것이 느껴졌기에 세은은 덩달아 기분 좋게 웃었다.
"줄 것은 다 줬어. 빨리 초콜릿 주러 가."
다 돌리려고 하면 생각보다 바쁠 거 아니야. 그렇게 새초롬하게 이야기를 하면서도 세은은 싱긋 웃으면서 손을 훠이훠이 저었다. 제 친구의 일을 방해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스트레인지 골목, 팔자 좋게 다가와 뒤통수를 노리던 스킬아웃 하나는 어느덧 바닥에 대자로 뻗어 일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굽 신은 신발이 가슴팍을 밟고 있었다. 짓누르는 무게가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어째서인지 일어설 수 없었다. 다른 동료는 어디갔지? 아, 젠장, 분명 쨌을 거다. 그 새끼는 그러고도 남았다. 아니다, 희망을 가지자. 무리를 부르러 갔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아직 솟아날 구멍은 있다. 하지만 이렇게 꼴사납게 기다리자니 새삼 억울했다. 분명 저 분홍색 머리에 대해 들은 적 있었다. 얼굴 가린 분홍색 머리는 제압 능력이 전무한 녀석이고, 3학구의 엘리트 중에서도 가장 별볼일 없는 녀석이라고 했는데! 그런데 왜? 움직이지도 못하고 제 표정만 연신 바꿔대도 얼굴을 가린 노이즈는 미동도 없어 더 속이 답답했다. 이 정도 되면 안티스킬에 인계하려고 연락이라도 취하는데, 이 답답한 녀석은 벌써 2분 째 자신을 짓밟고 있었다.
"너."
목소리가 들리자 퍼뜩 고개를 빼 들었다. 노이즈 섞인 목소리는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그리고 저것이 한 짓은 안티스킬에 신고하는 것도, 더 제압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 후덥지근한 여름, 반팔 셔츠의 단추를 목끝까지 채우고 팔에 붕대를 칭칭 감고선 땀 하나 흘리지 않고 자신을 제압하는 기이한 녀석이 붕대를 풀기 시작했다. 미치지 않고서야 저런 여유를 보이지 않을 텐데! 그리고 붕대가 땅에 온전히 떨어졌을 때, 손가락을 움찔 떨었다. 어째서 저 새끼가 붕대로 감고 다녔는지 알 것 같았다. 상박과 하박을 수놓는 정교한 묵빛의 비늘 입묵은 사람을 인간 외적의 존재의 경계선까지 뚜렷하게 끌어 올리고 있었다. 그 정교함이, 그리고 뚜렷함이, 하물며 손등에는 과학기술을 최대한 끌어올려 실제로 이식한 비늘 일부가 길가에 널린 흔한 양아치와는 궤를 달리함을 알려주고 있었다.
"어, 어 *발."
그 사실을 깨닫기가 무섭게 도망친 새끼가 무리를 데려오지 않기를 간곡히 빌었다. 온몸이, 그리고 이성과 본능이 소리치고 있었다. 이대로 무리가 오면 다 죽는다! 혼나는 의미로 뒤지는 게 아니다. 저 새끼는 분명 죽일 것이다. 저지먼트든 뭐든 이곳은 스트레인지고, 증거만 없으면 되니까! 그는 이 바닥에서 통하는 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비늘 가진 사람을 본다면 눈 마주치지도 말고 피해라, 누군가 비늘을 드러낸다면 너는 다음 날 뜨는 해를 보지 못할 것이다!
"자, 잘못-" "이 총은 말이죠."
비늘 달린 놈이 허리춤에 꿰찬 것을 꺼냈다. 역사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고전적인 디자인이지만 저건 총이다. 발포하면 죽는 총! 그는 입을 재깍 다물었다.
"제법 대단한 총이랍니다. 안티스킬에도 납품되는 건데요……. 철저히 제압만을 위해서…… 일렉트로키네시스 능력자들의 기술을 순수하게 접목시킨 총이지요……." "어, 어어, 으." "쏴도 죽지 않아요. 출력을 최대한으로 높이면 총에 맞은 듯 관통하는 감각이 들지만 정작 뚫린 상처는 없지요. 그렇다고 진짜 총에 맞는 감각은 아니고, 다른 차원의 감각일지도 모르겠어요…."
비늘 달린 팔이 움직였다. 그는 공포에 질린 시선으로 자신을 향하는 느릿한 총구를 마주했다.
"나도 스스로 몇 번 쏴봤지만 그런 느낌을 받았답니다. 이건 총이랑은 다르구나……를 말이죠. 하물며 순간적인 전기로 제세동기 역할도 하니……. 얼마나 두려운 무기인가요. 널 절대 죽이지 않겠다는 의도가 명백하니."
소음기를 단 총기 특유의 퓩, 소리가 들리고 꺽꺽대며 숨 쉬지 못하며 발버둥치는 소리가 들렸다.
"어지간하면 저도 쓰지 않는답니다……. 하지만 당신만큼은 예외군요. 숨 쉬어요, 명 달리하기 싫으면."
다시금 격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평범히 순찰중인 나를 귀찮게 했잖아요. 그렇죠?"
다시. 제 발밑의 상대가 고통에 눈물과 타액이 범벅이 될 때까지.
"끅, 꺼윽, 윽-" "이 와중에도 나를 향한 공포 말고 다른 게 느껴지네요…… 이거, 앎의 공포일까. 다 들린다니까."
발에 힘이 들어갔다. 총에 충전된 에너지를 전부 소비할 때까지 격발은 멈추지 않았다. 한 번의 격발마다 한 단어가 입 밖으로 새나갔다. 그러니까, 왜, 나를, 건드려서, 화를, 자초할까요. 무릎을 굽혀 가슴 위에 올린 발에 체중을 싣고, 상체를 기울였다. 마지막 한 발의 에너지탄이 남은 총을 머리를 향해 겨눌 적, 노이즈가 온전히 흩어졌다. 세로로 찢어진 동공이 좁아지고 격발음이 울린다. 거품을 물며 기절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상하게 학교에서 진한 단내가 도는 하루였다. 한양은 1년에 한 번 , 초콜릿을 나누는 날이 왔나보다 생각하며 부실에 들어갔다. 본인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거든. 아니, 이야기일 줄 알았다. 한양의 책상 위에누 푸른색 포장지에 감싸진 초콜릿들이 있었다. 당연히 이번 년에도 당연히 초콜릿이랑은 인연이 멀 줄 알았었다. 자신의 책상에 올려진 초콜릿들을 보고서는 옅게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 하나는 정하고.. 둘은 익명인데. 한 명은 분명 철현이네.. "
염동력으로 어떤 초콜릿인지 포장을 뜯어보고서는 한 조각 깨물어먹기 시작한다. 분명 초콜릿은 달달한 음식인데, 입안에서 단맛이 별로 안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 외의 초콜릿에 이미 마음까지 달달해졌기 때문이었을까?
" 다크초콜릿이었네.. "
아, 진짜로 달지 않은 걸 줬구나. 단 걸 별로 안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아가지고 말이야.
사람들은 제 팔자가 꼬일 적이면 흔히 그런 말을 했다. 제 인생을 어떻게든 살아보고자 하는데 꼭 세상이 지랄하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그 또한 되는 일이 없었다.
정확히는 제 부모가 남긴 삶이 남은 팔자를 싹 꼬아버렸다. 아버지는 어디 무슨 조직폭력배였다. 어디 파인지 알 게 뭔가? 그 파인지 뭔지에 눈 뒤집힌 작자는 그 엿 같은 의리가 더 우선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퍽 의리 좋다 싶은 사람이지만 그 당시에는 아니었다. 사실 지금 생각해도 아버지는 썩 머리 좋은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다. 시체라도 숨겼으면 이런 일은 안 벌어졌는데, 피도 안 이어진 제 형님을 공격했단 이유로 병원에 실려간 상대 조직원을 병실까지 쫓아가더니만 기어이 배때기에 칼침 놓고 사형을 선고받았다. 아버지 돈으로 도박하던 어머니는 선고 당일 동생과 자신을 두고 야반도주했다. 신문 배달을 다녀왔더니 집안 살림과 동생이 꼬박꼬박 저금한 돼지 저금통까지 야무지게 싸 들고 튄 걸 깨달았을 때는 기가 차서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동생이 자다 부스스 일어나 어머니의 행방을 물었을 때, 그는 난장판이 된 집 속에서 한 마디로 답했다.
"나가 뒤지러 갔겠지."
그와 동생만을 남겨둔 세상은 꼴좋다는 듯 지랄맞게 활기찬 아침 햇살을 비췄다. 그때 그의 나이는 17세, 동생의 나이는 13세. 누구도 그를 돕지 않을 것임을 깨닫는 어느 평범한 날이었다. 하여튼 인생은 단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깨달았으면 이제 알아서 하라는 듯 바로 그를 실전에 내던졌다. 연 끊고 산 아버지와 어머니라 도와줄 친척은 없고, 살던 집은 집주인이 야멸차게 둘을 내쫓았다. 보육원? 그 개 같은 곳에 갈 리가 없잖은가! 그는 상자에 짐을 싸 들며 욕을 씹어뱉었다. 씨발, 왜 나한테 지랄이야! 집에서 쫓겨난 지 일주일, 그리고 달동네의 작은방을 싹싹 빌어 얻은 날, 그는 학교를 그만두었다. 앞으로 돈을 벌려면 더 많은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자퇴서를 낼 적, 선생님은 부모 잘못 두어 앞날이 박살 난 꿈 많은 소년 가장이 안타깝다는 듯 손에 만원 한 장을 쥐여주며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우리 반에서 제일 영특하던 앤데. 선생님의 푸념은 사실 들리지도 않았다. 신문 배달 일 말고 또 뭘 해야 하는지 생각하느라 여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무슨 일이든 했다. 그 험하다는 노동판에도 들어가고, 새벽마다 신문 배달을 했으며, 동생의 공부에도 신경을 썼다. 인부 하나가 그에게 특유의 억센 말씨로 전생에 나라 팔아먹었어도 이런 삶은 못 살 거라며 위로를 할 적엔 그저 웃고 말았다. 그도 이런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아니, 누구도 이런 삶을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그 또한 한때 꿈이 있었고 목표가 있었는데 어떻게 이 개 같은 삶이 좋겠는가? 그러니 여기에서 끊고 싶었다. 그의 어린 동생은 영특했고, 동생이라도 꽃피워주고픈 마음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나이 17세에 거창히 잡은 꿈은 동생 훌륭히 먹여 살리기였고, 개 같이 일한 지 2년 동안 세상은 변했다. 마침내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인천 첨단 공업단지. 누구든 꿈을 쥘 수 있다며 거창히 소개하는 별세계!
그렇게 그가 일을 다 내팽개치고 동생의 손잡고 인첨공에 처음 발 들인 나이는 19세였다. 아직 15살밖에 안 된 동생 머리가 영특하고 자신은 글러먹었으니 동생이라도 한 번 날개 펼쳐보게 만들겠다 싶거니와 입에 풀칠이라도 하고 먹여살리고 싶었다. 하물며 아직 돋아나는 곳이면, 일자리도 많을 것 아닌가? 그는 새 삶을 기대했다. 아니, 자신을 아는 저 개 같은 판에서 떠나고 싶었다. 세상은 여전히 그를 '살인자의 아들'로 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제 동생이 여기에서 날개를 펼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꿈의 공간이라 누가 그러던가. 누군진 몰라도 그 아가리를 여러 갈래로 찢고 말 것이다.
학교도 못 가고 머리도 나쁜 19세 애새끼가 할 수 있는 것은 대가리를 따서 길운을 점치는 일밖에 없었다. 대흉이면 평생 손가락질에 대길이라도 연구원 발밑에서 기는 일밖에 없다니, 이 미친 세상은 저 바깥보다 더 개 같구나! 심지어 나갈 수도 없으니 인생 팔자 제대로 꼬였다. 그는 인부가 했던 위로를 떠올렸다.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은 게 분명하다. 그는 이곳에서 운의 결과를 보고 싶지 않아 그는 커리큘럼을 계속 미뤘다. 그리고 다시금, 절실히 깨달았다.
세상은 씨발 내 뜻대로 되는 일이 단 하나도 없다.
동생이 의외의 곳에서 재능을 발견했다. 인첨공이 아니면 절대 펼칠 수 없는 재능이었다. 영특한 머리로 학구 전체에서 수석을 차지했거니와 여러 연구소에서 동생이 졸업만 하면 스카우트하고 싶다며 아우성이다. 하물며 동생이 가고 싶어 하는 학교는 사립 학교였다. 등록금이 어마어마하지만 거기만 다니면 그 앞날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학원도 다니면 앞날을 보장할 확률이 높아지겠지……. 작은 월세방에서 육개장 라면 하나로 끼니를 채우던 중 나왔던 대화에 눈이 번쩍 뜨였다. 지금 노동판에서 일하는 돈으로는 어림도 없다. 돈, 더 많은 돈이 필요했다.
"그 학교, 진짜 가고 싶어?" "……선생님들이 추천해 주긴 했어." "그러면 형이랑 약속해." "뭐?" "너는 ─기로." "응?" "약속해. 할 거야, 안 할 거야." "아, 응……. 근데 형, 어디 가?" "연구소." "거긴 왜?" "사과 깎아뒀으니까 먹으면서 기다려."
그는 반도 먹지 않은 라면을 내팽개치고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주섬주섬 외투를 꿰입었다. 길운을 점치면 운수의 결과에 따라 지원금을 준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는 몇 번이고 고민했지만, 동생이 우선이었다. 운이 좋든 말든 커리큘럼 결과에 따라 수고비라도 주겠지. 연구소에 몸 몇 번 팔면 동생 학비도 댈 수 있을 것이다. 그날 밤, 그는 대가리를 땄다. 심히 불쾌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새하얀 머리와 붉은 동공을 지니게 된 낯짝을 불쾌하게 쳐다보다 대뜸 물었다.
"지원금은 언제부터입니까?"
동생은 그가 돌아오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단숨에 바뀐 그의 모습도 있지만 손에 쥔 돈 봉투가 두둑했다. 심성 여리고 착한 동생은 목 놓아 울며 미안하다 했지만 그는 냉장고에 있던 사과에 손도 대지 않았다며 꾸중하기만 했다. 눈이 퉁퉁 부은 동생이 사과를 물며 너덜너덜한 문제집에 펜을 들 때, 그는 돈 봉투를 노려다 보며 고민했다. 수중에 돈이 들어와도 이 욕망이 끝날 기미가 없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이 엿 같은 곳에서 살아남고 싶었다. 다음 날 연구소에서 다시금 대가리를 딸 때도 그랬다.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그는 동생의 날개를 펼쳐주고 싶었다. 자신의 대에서 이 개 같음의 연쇄를 끊고 싶었다. 하지만 연구원이 툭하면 그의 성질을 긁고, 지원금이 끊길까 바짝 엎드려야만 하며, 어느 순간부터 새 삶이 아닌 같은 삶을 살고 있음을 깨달았을 적 그의 속내는 생전 처음 보는 형태로 뒤틀리기 시작했다. 그는 엎드리고, 기고, 팔자 꼬이고 나라 팔아먹은 전생의 업보 대대로 물려받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자신은 자존심 꺾어가며 몸 굴리고 바짝 길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비록 납작 기고 있었지만 실상 앞길을 막는 것이 있다면 부수고, 저항하는 것은 발밑에 두며, 붙잡는 것 없이 맹렬히 삶을 움켜쥐어야 직성에 풀리는 인물이었다. 그 속에서 우연찮게 연구원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생긴지 얼마 안 된 곳에서 슬럼이 생겼단다. 폭력과 팔자 꼬인 인물들이 지랄하는 장소, 온갖 범죄가 득실대는 곳……. 집에 돌아왔을 때, 그는 난생처음으로 자신의 삶에 대해 고민했다.
사람들은 팔자가 엿 같게도 꼬이면 흔히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었노라 아가리 놀리곤 한다.
그렇지만 내가 왜 고통을 받아야 했나? 지금의 나는 착하게 살지 않나. 내가 기억도 안 나는 전생에서 나라 팔아먹었으면 지금까지 역사에서 기록되어 욕 대대로 처먹는 걸로 족하지 왜 지금의 내가 고통받아야 하냔 말이다. 내가 이대로 열심히 살아서 뒤지기 전에 내 전생에서 나 좆 되게 해달라고 했던 새끼들 때문에 내 삶이 지나치게 고통스러웠으니, 부디 그 새끼들의 다음 생은 좆 되게 해주십시오 하면 해주나?
그는 스스로 답을 내렸다. 신이 있다면 그럴만한 대인배는 못 된다. 옹졸한 속가지고 네 잘못이라 떠넘기는 것밖에 못 하는 주제에 감히 제게 나댔노라며 더 엿 같게 만드는 거면 몰라도.
"■■아. 형 믿어?" "응? 어…… 응. 형 믿어. 왜?" "형이 잘 생각해 봤는데, 형이 전생에 나라 팔아먹어서 인생이 좆 된 것 같아." "응……?" "그런데 내 인생 좆 되게 해달라 한 새끼들을 다음 생까지 못 기다려줄 것 같거든. 그래서 싹 좆 되게 하러 갈 건데, 형 없어도 잘할 수 있지?"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야. 형이 돈 벌어와서 너 하고 싶은 거 다 하게 해줄게. 너 곰 존나 좋아하잖아. 곰이 뭐야, 씨발. 곰 박제까지 사게 해줄게." "형!"
동생은 펜을 내려놓고 그를 붙잡았다. 이대로 제 형을 가게 내버려 두면 안 좋은 일이 벌어질 거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 안 좋은 일이 뭔가?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거대한 운명의 소용돌이가 제 형을 빨아들이는 게 보이는 것 같았다. 고개를 마구 저으며 가지 말라고 했지만, 이미 형의 시뻘건 눈동자는 먼 이상을 향하고 있었다. 동생은 옷깃을 잡은 손을 스르륵 놓았다. 저 눈을 하고 있으면 형은 절대 뒤를 돌지 않는다. 문을 열기 전, 동생이 마지막으로 물었다.
"형." "어." "영영 못 보는 건 아니지?" "절대 아니야. 약속하자. 형이 존나 성공해서 형 이름 모르는 사람 없게 해줄게." "형." "말해." "그, 그 사람들 다 좆 되게 하면, 돌아오는 건 맞지?" "……냉장고에 사과 깎은 거 넣어뒀다. 그거 먹어."
그는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암암리에 배운 이 약간의 돈 굴리는 재주와 능력이 그나마 쓸모 있다는 스캔 결과 하나만 들고, 그는 새 삶을 위해 스트레인지에 발을 들였다. 스트레인지의 꼴같잖은 놈들이 환영식을 치를 적엔 거세게 주먹을 후려 조졌다. 스킬아웃인지 뭔지의 눈에 들었을 때, 그는 보다 높은 곳을 바라며 여러 조직을 갈아탔다. 그러면서도 족족 돈 굴리는 재주를 드러냈다. 한때 배운 것이다. 바깥 공사판에서 소장의 눈에 들었을 때, 그는 예산을 주머니로 조용히 넣는 법을 배웠다. 이따금 제 일이 아닌 제 소장님 친구의 도시가스 시공에서 가짜 인력을 작성해 손에 돈 굴려오는 편법을 대신 써주었고, 실제로도 여러 돈을 손에서 굴려보았다. 사실 그때, 그는 좀 웃었다. 노동과 가스판 말이다, 씨발. 그쪽도 전직 현직 조폭들이 아주 꽉 쥐더라. 여기도 다를 바 없어 돈 굴리는 일이 무엇보다 쉬웠다.
그렇게 그가 스트레인지에서 한자리 제안받은 나이는 고작 21세였고, 그 사람들을 모조리 팽하고 정점에 오른 나이는 24세였으며, 손아귀에 잡고 휘두를 수 있게 된 것은 28세였다. 비상식적인 속도였으나 약간의 돈 굴리는 재주와 능력이 그나마 쓸모 있다는 스캔 결과는 레벨 0 앞에서는 굼벵이 재주 한 번 굴리는 것으로도 크게 다가왔고, 그를 한 구역의 어르신으로 올려주는 계기가 됐다. 제 아비의 피를 몽땅 물려받은 건지 그 뒤의 삶은 폭력이 지당히도 익숙했다. 움켜쥐고, 부수고, 무릎 꿇리고, 시체를 버렸다! 스트레인지의 사람들은 이제 그의 이름만 들어도 몸서리를 쳤고, 그는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그간 동생의 학비는 물론이고 남는 돈으로 이 작은 패배자들의 영토를 뒤흔들었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욕망했다. 손에 쥐고 싶어 하고, 꿈을 키웠다. 뒤는 단 한 번도 돌지 않았다.
"나리." "무슨 일이니?" "전생에 죄를 지었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래서 내 인생이 망했다느니 하는 말이요……." "그래. 그런 말이 있지." "근데 제 인생 망하게 만들어달라 한 사람들도 똑같지 않나요?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런 사람들이라면 내 인생이 한 번 망한다 한들 만족하지 않을 테니, 차라리 지금 싹을 자르는 게 낫지 않은가 하는 거요."
그러나 이 진흙밭에 어울리지 않는 조그마한 애새끼가 말을 걸었을 때, 그는 처음으로 제 삶을 되돌아보았다. 수많은 삶이 스치고, 그는 결론지었다.
선 아녜스 아동 청소년 복지 센터의 1층 카페테리아는 적정 온도의 냉방 가동으로 기분 좋게 시원한 텐션을 유지하고 있었다. 리라는 오전 내내 커리큘럼실에 틀어박혀 설계도면을 그리느라 조금 욱신거리는 손목을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풀어준 뒤 랩탑을 연다. 포스트잇 위젯은 이제 4개로 늘어나 있었다.
★로벨 - 로벨 내부 고발 파동 사건 - 리라, 소형, 케이스, 할페티 - 안데르, 로벨, 강경파 연구원, 암부? - 불법 커리큘럼, 테러, 실종자, 약물 살포 - 연지
★데 마레 - Y씨 - 태양의 아이들, 종교 단체+차일드 에러 후원 재단 - 솔리스, 파생된 테러 단체, 인첨공 최악의 테러 단체? - 자금 횡령, 스트레인지, 인신매매, 약물 유통, 암거래, 1년간의 강도 높은 테러 - 데 마레 연구소 자체에는 별다른 게 없는 듯? - 극야의 서. 도서관에서 찾아보기
★ALTER - 커리큘럼 중 고레벨 발현 빈도가 유의미하게 높음 - 인첨공 초창기 연구소 중 하나, 꾸준히 인지도 높음 - 외부와 격리된 채 진행되는 커리큘럼이 존재
★SHIZ - 인첨공 초창기 연구소 중 하나. 8년 전 문을 닫았음.
리라는 한층 복잡해진 랩탑의 배경화면을 바라보다가 내려두었던 인터넷 창을 다시 켰다. [연구소 알터] 라는 글자가 입력되어 있는 검색창 아래로 해당 기관에 대한 설명이 연이어 뜬다. 2학구에 본 연구소를 두고 3학구와 4학구에 능력계발센터가 설치되어 있는 대형 연구소. 인첨공 초창기부터 그 역사를 함께했음은 물론 고레벨 능력자의 발현 정도가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특히나 이름 드높은 곳. 리라가 알기로 이곳은 성운의 아버지가 소장으로서 자리잡고 있는 연구소였다. 때문에 그동안은 딱 그 이름값 만큼. 친구가 커리큘럼을 받는 연구소, 친구의 가족이 있는 연구소. 그 정도로만 알고 있어도 충분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커서가 알터의 공식 사이트로 통하는 링크를 클릭하려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성운이 커리큘럼을 받는 곳. 꽤 오랜 기간 격리되어서 커리큘럼을 받았던 곳. 그것까지는 인천첨단공업단지라는 사회의 특성상 그럴 수도 있겠거니 싶었다. 이곳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레벨 좀 올려보겠다는 연구원들의 관리 하에 별의 별 커리큘럼을 다 시도해보지 않나. 하지만 어느날 생겨난 목의 초커는 의아했고, 갑작스러운 목걸이 착용의 연유를 묻자 친구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보기 좋지 않은 자국이 있어서' 였다. 커리큘럼 도중에, 보기 좋지 않은 자국이 생겼다는 말을 한 거다. 그것도 목에. 인간 신체에서 목이란 것은 예민한 기관이 밀집되어 있는 부위이자 산소가 오가는 통로다. 다시 말해서 잘못 건드리는 순간 사람 하나를 골로 보내는 건 일도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커리큘럼 도중에 그런 곳에 보기 좋지 않은 자국이 생긴다고. 그전까지 생각하지 않았던 여러 불길함이 보글보글 끓어오른다. 물론 이 모든 것이 그저 기우일 수도 있다. 최근 케이스라는 아이를 통해 로벨이라는 연구소의 속사정과 이력, 뒤따르는 어두운 면에 대해 알아버린 후로 리라의 신경은 이쪽에 꽤나 많이 쏠려 있었으니까. 어쩌면 그간 잘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갑작스럽게 집중적으로 뒤집고 다닌 탓에 과민해져서 애먼 곳을 붙들고 엉뚱한 추측을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차라리 그런 거면 좋을 텐데.
"에휴." "그렇게 해서 땅이 꺼지겠냐." "......시현 선생님. 제발 기척 좀 내 주세요. 저 이번에는 진짜 소리 지를 뻔 했어요." "본인이 둔한 걸 내 탓을 하네. 어디, 그래서 뭐 때문에 그렇게 한숨을 쉬고 있었어? 와~ 그새 배경화면 꽉 찬 거 봐라." "아잇, 정말." "컴퓨터에 정리하지 말고 종이에 정리하라니까? 랩탑 훅 가는 거 한순간이야."
이 선생님은 컴퓨터랑 무슨 원수라도 졌나? 의자에 기대 앉아 고개만 제낀 채 시현과 눈을 마주치고 있던 리라는 같은 레퍼토리로 지속되는 잔소리에 밉지 않게 눈을 흘겼다. 그러자 곧장 "눈 곱게 떠라." 한 마디와 함께 탁, 하고 이마 정중앙을 향해서 묵직한 수첩 표지가 아프지 않게 날아든다. 으악. 예의상 비명을 질러 준 리라는 가볍게 웃으며 수첩을 밀어냈다. 수첩 우측 하단에 음각으로 새겨진 'SHIZ' 라는 문자를 보지 못했다면 그랬을 것이다.
"어?" "왜."
밀어내던 손이 갑작스럽게 수첩을 잡아당기자 시현의 눈에 옅은 의아함이 서렸다.
"선생님, 이거 어디서 나셨어요?" "갑자기 뭐를 어디서... 아, 수첩? ...옛날 직장. 그래서 그건 왜." "아뇨, 별 거 아니에요. 그냥 신기해서요. 제가 아는 사람 중에도 이거랑 똑같은 수첩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거든요."
짧은 침묵이 흐른다. 그러나 그 침묵에 대한 의아함을 미처 표현할 틈도 없이 시현이 먼저 끊어졌던 대화를 재개했다.
"아는 사람 누구? 이름이 뭔데." "저희 담당 연구원님이요. 윤정인 이라고." "정인이가 목화고에 있어?" "연구원님이랑 아는 사이세요?" "어."
또다시 침묵.
"걔한테는 내 얘기 하지 마라." "왜요?" "왜요는 일본 담요고. 그냥, 그쪽이 날 별로 안 좋아해." "......어째서요?" "그만 물어보라는 뜻이었는데. 글쎄. 흠~... 나도 잘 모르겠지만, 아마 내가 걔보다 존X 잘나서 그런 거 아닐까?"
......이번엔 좀 다른 의미의 정적.
"쌤들한테 일러야지. 시현 쌤 센터 안에서 비속어 사용했다고." "봐줘라. 뭐 먹고 싶어? 아이스크림?" "제가 어린애에요? 아이스크림으로 입막음이 되게?" "18살짜리가 애지 그럼. 경 선생님 상담은 몇 시야?" "20분 뒤요." "그럼 가자. 아이스크림 사 줄게."
집들이 선물... 그거라면 아낄만 하겠지. 아무래도 이 1학년즈가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된게 얼마 안된 모양이니까. 그럼 나름 새 접시였던건데... 나중에 좋은거로 하나 사줘야겠다. 이런건 아무리 깨끗하게 닦는다고 해도.... 괴이를, 그것도 괴이의 사체를 담았던 건데 다시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겠지.
" 다음번엔 접시 말고 쟁반으로 할게. "
다를게 없다. 아무튼 정하는 잔해들(물론 접시도)을 모두 봉투에 담고서, 후환까지 없애버리겠다는 듯이 전부 찌부러트려버렸다. 이걸로 이 구어는 다시 살아날 가능성따위 없겠지.
" 양심의 가책.... "
동월은 그 말을 굉장히 오랜만에 들었다는 듯, 조금 놀란 반응이었다. 그 뒤에 잠깐 생각에 잠긴듯한 모습을 보이는데,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쩌면 이제 괴이와 다를바가 없다고 해도 좋을 소년은, 그렇게 잠시 침묵을 지켰다.
" 뭐... 확실히 그렇겠지. " " 그래도 뭐, 막상 만나면 확실히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 정도니까? "
괜찮지 않을까 싶다. 인간의 언어를 쓴다지만 그저 의미없는 단어의 나열일 뿐이다. 가끔 의사소통이 가능한 개체도 있긴 한데... 얘네는 지능에 스탯을 투자하느라 외모 스탯이 부족하다. 예컨대, 밸런스의 문제라는거지.
코코아의 달짝지근한 냄새, 혀 끝을 감도는 인위적인 체리향. 단맛을 각오하고 씹은 것이였으니 그것만이 크게 느껴졌다. 육각과 오각의 끄트머리에 가시 돋은 줄기가 이토록 눅진히, 미각에 스며드는 것이 생소해 경진은 잠시 저작을 멈췄다.
요리부 선배가 손에 쥐여준 시판 초콜릿을 음미할 의도는 일절 없었다. 파동치듯 입 안쪽으로 굴러들어왔다 도로 밀려나가는 분자의 결합이 너무나 선명해, 화학 수업 도중 칠판에 비친 것이 각막에 다시금 맺히는 듯한 기분이였다. 이젠 무시 못할 정도로, 성분의 분석이 뇌로 흘러들어왔다. 결합과 구조만으로도, 그 작은 간식거리에 비례해 커다란 정보량이였다.
"트랜스지방..."
나트륨 소량, 탄수화물, 프럭토스, 락토스. 설탕의 종류만 해도 거의 세개가 떠오르나, 제 입으로 소리 낼 만큼 존재감 강한 성분이 하나 있었다. 살찌는 맛이다, 문자 그대로의 뜻으로!
그래도 조화롭지 못한 단맛부터 집중을 덜 수 있어,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진짜 나쁜 결과는 능력이 바뀌었다는걸 인지 못하고 커리큘럼을 받으러 갔을때 나왔지만, 경진이 하루아침에 다시 무능력자로 변한줄 알고 마음 졸이던 일은 그만 아는 것으로 충분하다.
>>0 "누군진 몰라두 초콜릿을 받았었슴다." [헤에~ 짐작가는 사람은 없구?] "몰?루"
단것은 집중력을 강화시켜준다고 누군가 그랬던가? 그게 당분섭취로 인한 일시적인 각성이던지, 단순히 기분만 그런 것인지까지는 생각할 겨를이 없으니... 그녀는 고이 모셔두었던 토끼모양 초콜릿을 낼름 먹어치우고선 여느때와 같이 금속배트를 들어 보였다.
"그 누군가가 누군진 몰라두 분명 아는 사람 중에 있겠지여. 그 사람이 뭘 원하는지도 모르지만, 꼭 찾아내서 초콜릿을 먹일 검다." [왠지 끝부분은 사람 한명 잡을듯한 뉘앙스인거 같거든...] "기분탓임다?" [그나저나 준 사람이 초콜릿을 싫어한다면?]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하지만... 괜찮아여. 즈는 항상 예측하지 못한 결과에 대비하는 버릇을 들였으니까여."
이젠 가속을 받아 다가오는게 아니라 아얘 던져지는 수준의 더미들을 받아치는 광경은 무기로 막고 방패로 공격하던 그녀만의 해괴한 전법이었을 것이다.
[사실 이쯤되면 나도 잘 모르겠거든... 쟤한텐 실드친다는건 말 그대로 방패로 치겠다는 거니까,]
169 자캐의_그림_그리는_실력 : 태머시깽이 의외로 안드로이드만 잘 다루는 게 아니라 그림 그리는 실력도 좋은 편이야... 손길이 섬세한 편이라 보다 정교한 묘사가 가능하지만 뭉개서 덩어리감을 주는 것도 꽤 괜찮게 하는 편. 그런데... 그림을 그리라고 하면 주로 펜화만 그려. 가끔 수분화도 그리고.
395 자캐가_구사할_줄_아는_언어 : 한국어 그리고 광동어와 < 헤이커 설정 때문에 공부했음 현재 커리큘럼 때문에 수어手語 공부중
260 자캐의_기억_속_최초의_순간은 : 제일 오래된 기억이라면, 인첨공 바깥에서 부모님이랑 손잡고 동물원에 갔던 날.
>>0 아지트의 대대적인 이사가 이뤄졌고 마무리 지은 시간은 뉘엿뉘엿 해가 지는 시간이었다. 방학이라서 다행이지 하고 혜성은 자신이 쓸 작은 단칸방의 한쪽 벽면을 채우는 긴 창으로 의자를 끌어다가 앉으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땀으로 옷이 젖었지만 그 반대로 새로 옮긴 아지트는 생각보다 괜찮은 곳이여서 다리 하나를 접어 의자에 올리고 방안을 가득히 메우는 익숙해진 향을삼키며 혜성은 눈을 감았다.
플레어는 세은이가 위크니스로 지정이 되고 나서 정확하게 3일 뒤에 은우를 죽이기 위해서 모습을 보였어요. 그러니까 정확히 세은이가 14살, 은우가 16살때의 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플레어는 당연히 17살때의 일이고요.
"...스스로가 죄인이라고 느끼고 있지?" "...그렇다면 왜 살아있어?"
그렇게 한번 제대로 은우를 정신적으로 압박하고 몰아붙인 적이 있었답니다. 그때 구해준 것이 레드윙과 디스트로이어였어요. 레드윙은 은우에게 호감이 있었기에 당연히 구해줬고.. 디스트로이어는 돌발행동 막으라고 위에서 보냈었답니다. 그리고 둘 다 전치 2달 정도의 부상을 입었고 플레어는 결국 학구장의 장의 명령으로 인해 공격을 포기하고 돌아갔었답니다.
오늘의 순찰에서, 성운은 패싸움을 벌이고 있던 열두어 의 스킬아웃을 다시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아버렸다. 언제나 그렇듯 성운은커녕 스킬아웃들도 손끝 하나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제압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제압 과정에서 스킬아웃이 성운에게 각종 글로 옮기기 힘든 폭언을 퍼부어대며 부당한 처사라고 성운의 행동을 비난할 때, 원래같았으면 그래 넌 떠들어라 나는 내할일 할란다 하고 무시하고 넘겼을 성운이었는데─ 그날따라, 성운은 그 말을 그냥 넘기지 못하고 탁 뱉어버렸다.
“에어버스터가 우리한테 한 말만 아니었어도 너희들 전부 아스팔트 위에 껌딱지로 만들어주고 싶은 심정이니까 좀 닥쳐줄래.”
순찰 나가기 직전에 먹은 초콜릿이 문제였던 걸까, 얼마 전에 심한 꼴을 당한 청윤의 모습이 눈 앞에 스쳐서였을까. 문득 자신이 그들을 얼마나 혐오스럽게 여기고 있는지 말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고 스킬아웃은 옳지 잘 걸렸구나 하고 각종 신랄한 도발과 조롱을 성운에게 퍼부어댔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퍼붓지는 못했다- 입 밖으로 일단 한 마디 꺼냈는데, 그 한 마디를 다 끝마치기도 전에 윗턱과 아랫턱이 위아래로 꽉 짓누르는 마냥 잠겨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킬아웃은 난생 처음 느껴보는, 전신에서 아찔하게 쥐가 나는 감각에 있는 힘껏 비명을 질러댔다. 그러나 턱이 위아래로 꽉 잠겨있었기에, 그것은 이빨 사이로 억눌려 새어나오는 신음소리에 지나지 않았다.
“연산을 잘 조절하면 이런 것도 되더라고. 몸에는 어떤 치료가 필요한 부상도 남기지 않으면서, 전신에 끔찍한 근육통을 유발하는··· 내가 좀더 말을 잘하거나 그럴듯한 논리가 있어서 너희들한테 이런 고통이나 억압을 가하지 않고도 반성을 시키고 마음을 돌릴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안됐네, 너희들에게 해줄 만한 게 이런 것밖에 없어서.”
성운은 이윽고 자기 혓바닥에 역중력을 걸어 입천장에 붙여버렸다. 이대로 계속하다간 쓸데없는 소리가 더 나와버릴 것 같아서. 한동안은 그냥 이렇게 입다물고 있으려고.
>>0 요즘들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저번에 갑작스럽게 연결되었던 괴이, 난데없이 나타나 동월을 죽일듯이 때려패던 그림, 최근들어 자주 일어나는(그것도 저지먼트 부원들에게) 실종 사고, 그리고 잠깐이라지만 흘러들어갔다가 다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정하.... 이것은 우연인가?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자신의 주변인인 저지먼트 사람들에게 일어난 이 일들이? 그딴 우연이 있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이건... 우연이 아니라 필연. 무언가 좋지 않은 징조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것에 대비해야 하는데, 어떻게? 동월은 그저 울리지 않는 무전기를 만지작거리며 고민에 잠겨있을 뿐이었다. 어쩔 수 없다. 뭐라도 해야 한다면,
- 혜우 보면 희야처럼 와바박 달려오더니 안고 빙그르 한바퀴 돌려주고 착지시켜줌 - 은우한테 같이 순찰가자 함 - 혜성이에게 칩 개조 도와줄까요? 하고 활짝 웃음 - 성운이를 걱정함 - 유한이만 보면 양아치가 아니라 한아! 하고 부름. 오늘 우리 집에서 게임 하다 갈래요?를 시전함 - 리라랑 죽 잘 맞을 것이 확실함 - 수경이한테 저번 순찰 이야기 꺼내면서 그때 경황이 없었는데 다치진 않았냐 물어봄(늦었지만) - 로운이랑 같이 특별을 외치고 다님 - 경진이랑 맞담 못하는 대참사 발생 - 금이한테 초콜릿 마구 주기 - 크크큭맨에게 "그건 옳지 못한 일이에요!"를 정면으로 외침
초콜릿을 제법 많이 받았다. 붉은 포장으로 된 것은 편지를 읽고나서 자리에서 남김없이 먹어치운 것으로 예의를 보였고, 스트레인지의 작은 쥐와 누군지 대충 알 것 같은 초콜릿은 따로 챙겼다. 문제는 딱 봐도 수상쩍은 봉봉이다. 정확히는 태오의 감이 '부실에서 먹었다간 이유는 모르겠지만 은우의 레이더에 잡힐 게 뻔하다'고 외치고 있었다. 태오는 초콜릿 상자에서 옅게 묻어 나오는 내음을 느끼곤 확신했다.
여기서 먹으면 죽는다!
그렇기에 먹어치운 초콜릿의 포장까지 깔끔하고 고이 차곡차곡 모시고는 집으로 향하기로 했다. 태오는 내심 제 레벨이 4나 되었으니 기대 한 번 해보며 능력을 사용했지만 세상은 태오에게 상대의 흔적을 읽는 독심술까진 윤허하지 않았다.
"그놈의 목소리."
사이코메트리? 그쪽 부류는 능력 응용해서 독심술도 하던데 내 능력은 상대 때려패서 비명 지르게 만들어야만 속을 읽지. 태오는 실없는 중얼거림과 함께 부실을 나섰다.
>>975 근데 진짜 그거 해보고싶긴 해요. 진짜 극악무도한 범죄자가 청윤이를 계속 도발하거나, 아니면 누군가를 인질로 잡고 있거나 혹은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려 하고 있는데 그걸 확실히 제압하려면 무조건 전치 2주 이상의 부상을 입혀야만 하는 상황에서 청윤이가 도덕적 딜레마에 빠져 고민하고 있는데 성운이가 나서서는 범죄자를 순식간에 꺾어버리고는 “넌 그런 고민 안해도 돼. 넌 저지먼트의 모범이 되어줘. 칼 노릇은 내가 할 테니까.” 같은 말 하는 거... (몹쓸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