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역사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그런 일이 있었는 줄은 몰랐어요. 너무 잔혹하고 미스터리해요. 흔적이 그렇게나 남았는데 사체가 남지 않은 거라면... 살해 후에 사체를 '처리'한 것이 아닐까요? 어쩌면 '먹혔다'는 표현이 어울릴지도 모르겠네요. 당신 말대로 신과 요괴가 존재했다면. 그래서, 그 요정이 있던 자리가 이곳인가요?"
네코바야시가 이해한 정보를 요약하자면, 이 상점가는 메이지 시대에 '앵화루'라는 요정이 있어왔고, 같은 시기에 '코노하나노유우카히메'라는 신흥종교 또한 존재했다.
묻고 싶은 것이 많지만 그것 또한 입 밖에 낼 수 없으니 답답한 표정으로 입을 벙긋거리고만 있다.
이곳에서의 일을 발설할 수 없으니 5ch에 질문하는 것은 무리겠지. 저만큼 큰 사건이었으면 옛날 신문이나 인터넷에 정보가 나와있을 법도 하다.
"시체를 처리했다 라고 표현하는건 50점정도 라고 해둘까. 결과는 맞지만. 과정은 정답이 아니니까."
그게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범위의 이야기겠지만, 결과만 같고 과정은 다르다. 그래서 조금은 지혜로운 판단을 내리기 위한 단서를 하나 더 여기에 둔다.
"네 말대로. 여긴 그 벚나무의 경관이 보기 좋았던 요정의 자리가 맞지. 시체는 분명 발견되지 않았지만. 시체가 있다고 가정을 해보자. 사라진 시체들은 하나같이 '서로' 찔리거나 베인 흔적이 가득했다고. 불탄 사체를 제외한 모든 시체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없었다. 이러면 사건의 경위가 달라지겠지."
정답을 다 알려주기엔 이 녀석의 머리 회전을 조금은 보고싶기도했다. 멍청한 녀석은 도구로서의 쓰임새가 적으니까.
"내릴 수 있는 가정은 여러가지 일테니. 생각나는대로 몇번이고 제시해보는 과정을 거쳐볼까."
정답으로 유도하는 듯한 답변에 이쯤 와서는 정답을 맞히고 싶다는 오기가 생긴 네코바야시는 머리를 굴려 이야기에 조금 더 살을 붙여본다.
"아무리 메이지 시대였다지만, 요정 한복판에서 대규모의 칼부림이 일반적으로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사체가 '모두' 사라진 것이라면 일개 적대적인 두 세력의 싸움이었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하나 더 신경 쓰이는 것은, 불탄 사체의 몸에는 그런 자상이 없었고, 흑골이 되도록 새까맣게 타버린 것이 나무 아래 덩그러니 놓여있는 것은, 꼭 보란 듯이 '효수'를 해놓은 것 같아요. 서로 싸웠던 이들 외에도 불탄 사체를 그렇게 만든 또 다른 인물이 존재하지는 않았을까요? 정리하자면 칼부림의 원인은 불탄 사체이고, 그것이 다른 사체들을 처리한 이후에 또 다른 존재가 불탄 사체를 저렇게 만들어 버려둔 것이 아닌지요."
더군다나 메이지 시대에 이르러서는 칼부림이 날 요소가 오히려 급격히 줄어든다. 왜냐하면 폐도령이 내려지기 때문에 일반인은 칼을 착용하고 다닐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두세력의 다툼이 아니였다라고 추론 할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이 녀석 머리에서 나온 추측이다.
"채찍이 있으면 당근도 줘야하는 법이지."
부채를 탁하고 접었다. 그것으로 머리를 조아라던 제약은 없어졌을 것이다.
"거의 잘 맞추고 들어갔지만. 타버린 시체는 처음부터 그자리에서 탄채로 있었다. 라는 말을 덧붙이지."
그외에는 거의 얼추 맞아 들어간다.
"그럼 어떻게 타버린 시체를 놓고 칼부림이 일어났으며, 제 3자. 여기선 범인이라고 해두는게 좋겠지. 네 머리속에도 그렇게 이미 정해놓고 추론하지 않았겠어? 범인이 타버린 시체를 이용해 칼부림을 일으킨건 사실이지만 타버린 시체는 칼부림의 원인이 아니야. 모순이라고 생각하겠지? 그야 그럴 것이 여기서부터는 추리의 영역이 아니라 비현실의 영역이니까."
네코바야시는 처음으로 들은 칭찬에 잠시 기쁜 성취감이 들었다는 것이 또 수치스럽다. 부채 접히는 소리가 들리면, 무언가에 강제되던 고개가 드디어 움직인다. 꿇은 무릎은 그대로지만. 불편한 자세로 오랫동안 머리를 조아리고 있어 숨이 갑갑했는지, 그대로 고개를 치켜들며 숨을 깊이 들이마신다. 채찍과 당근이라는 말에 기분 나쁜 티를 내며 주인장을 아래에서 위로 노려보지만, 정답을 맞히는 것은 계속해야겠지.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는 건가요."
이곳에서의 상황을 반복해서 그릴수록 점점 더 많은 것이 보인다. 이제는 요정의 풍경과 그 안의 참혹한 모습, 불에 타버린 시체가 머릿속에 상세히 그려질 지경이다.
"새까맣게 타버린 벚나무와 불에 탄 사체. 신이 존재한다고는 믿지 않지만, 그 사체는 코노하나노유우카히메인가요? 요정 안에서는 그 신도들이 칼부림을 일으킨 거고요. 신이 자신의 신도들을 해할 일은 없을 테고, 칼부림과 화재 모두 제 3자인 범인이 일으킨 것이겠네요. 앵화루의 상징인 벚나무 밑에 그 주인의 사체를 처참히 놓아둔 것을 보면, 범인은 코노하나노유우카히메와 그 신앙을 상상할 수 없도록 증오하지 않았을까요? 신의 사체를 본 신도들은 패닉에 빠져 서로를 범인으로 의심하며 칼부림을 했거나, 진짜 범인에 의해 서로를 죽이도록 강제되었던 것이 아닌가요.
"정확히는 처음부터 그자리에 있었지만. 그 누구도 바닥에 널부러진 타버린 시체따위는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겠지. 그게 가능한 사람이 범인일테고."
쿡쿡거리며 웃고는, 추론에 살을 붙여주는 행위를 더했다. 머리가 좋았으니 살아남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는게 좋을거야.
"범인이 그 빌어먹을 종교의 신을 싫어했다는 것은 정답. 그렇지만 시체로 인해 패닉은 부가적인 요소야. 그럼에도 거기서 참극은 일어났다. 따라서 참극에 있어서 범인은 범인이 될수가 없어. 애초부터 시체가 원인이지만. 시체가 원인이 아니다라는 모순적인 말을 한 시점에서 그걸 알아맞추는 건 어렵겠지."
부채를 펼친다. 그것으로 사건의 진상을 환각으로서 보이게한다. 그날 일어났던 일을 동영상으로 재생하듯. 단순히 거실이던 공간은 옛건물의 별채마냥 풍경이 바뀌었다.
사람하나 들어갈법한 나무 관짝 위로 지금의 내 모습과 똑같이 생긴 신이 오만방자한 자세로 서있고 머리를 조아린 신도들이 여신의 말을 듣는다.
여신이 내뱉은 말은 하나같이 신도 하나 하나의 추악한 부분을 읆고, 당황하는 것으로 시작해 어느새 그곳에는 광기가 서려있었다. 시샘. 분노. 슬픔. 탐욕. 기만. 신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하나같이 자기 욕망을 위해 신앙을 하는 척 하는 것 일뿐. 서로를 같은 신도로서 존중하는 태도 따위는 전혀 없었다.
한 사람의 욕망이 다른사람의 것을 채가려한다는 사실을 알았을때 처음에는 주먹이 오가는 것으로, 언제 주방에서 꺼내왔다는 듯 날붙이를 들고와 서로를 증오하고 참극은 시작되었다.
그러니까. 여신은 신도들의 추악한 부분을 끄집어 냈을뿐.
그 참극의 혼란속에서 누군가 물었다.
당신은 코노하나노유우카히메가 맞느냐고.
여신은 웃었다.
바보중에서도 하나정도는 머리가 똑똑한 녀석이 있었구나. 라며, 깔고 앉아있던 나무 관짝의 문을 열어 신도에게 보여준다.
그것으로, 참극에 있어서는 기름을 부은 셈이었다. 광란의 현장의 패닉은 절망속에서 스스로의 생명을 끊는 이도 있었겠지.
모두가 그렇게 죽었다.
여신의 모습을 한것은 그저 그 자리에 방화를 저질렀을 뿐이다. 허무하게도 불을 저지른 죄를 제외하고 범인이 한 것은 고작 세치혀를 놀린 것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