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목점 주인장이 '불공정 계약'이라는 말을 언급하면, 네코바야시 입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탄성이 튀어난다. 그 얼굴에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하고 쓰여있다. 와중에 상대방이 했던 말 중 '인간의 단어'라는 것이 이질적이다. 보통은 저런 표현을 쓰지 않지 않나? 이게 말로만 듣던 사이코패스인가. 인신매매 등의 험한 꼴을 당할 것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온전한 모습으로 거실에 앉아있진 않겠지. 들어가지 말라는 곳에 들어갔단 것으로 책을 잡아 포목점의 일을 시키기라도 하려는 걸까- 같은 순진한 생각을 하며 불쾌한 표정으로 주인장을 응시하고 있으면, 귀를 의심하게 되는 말이 이어진다.
꿇어.
주인장의 손길이 네코바야시 머리를 스치면, 어떤 강압적인 힘에 의해 몸이 앞으로 쏠리는 듯한 느낌에 이어 위에서 아래로 빙글 돌아내려온 시야에 비치는 것은 마룻바닥을 짚은 제 두 손등. 처음에는 손가락에 발린 약물 때문인가? 하고 네코바야시는 생각했다. 무릎을 꿇었다는 것을 인지하면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무언가에 꼭 붙들린 것처럼, 혹은 가위에 눌렸을 때처럼. 그런 것들은 그저 네코바야시가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이유를 찾아내기 위한 뇌 활동이었을 뿐이지만. 방 안에서 있었던 일들도 꼴사납지만, 생판 모르는 남에게 아랫것 취급을 당하며 머리를 조아리게 된 것은 있을 수 없는 굴욕이고 치욕이다.
확인이라는 말에 아까 말하려던 것들을 입 밖에 내어보려 하는데 또다시 목이 죄어오는 느낌에 입을 다물 뿐이고.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려 하고는 있지만, 네코바야시는 바닥을 짚은 작은 어깨만 바들바들 떨고만 있다. 땅으로 처박힌 고개에 위에서 내려보는 주인장에겐 보이지 않았겠지만, 개탄스러운 얼굴로 마룻바닥만 노려보면서 꾸역꾸역 분한 울음을 참아내는 것이다.
"당신, 아야카미 학원의 학생인가요? 저는 풍기위원이라고요. 풍기위원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 건 아니겠죠? 대체 제 몸에 무슨 짓을 한 거예요. 약이라도 먹인 건가요?"
어이가 없는 일이 발생했다. 이것은 무슨 말을 의미하는 것일까? 옥상으로 따라오면 개구리반찬을 해먹겠다는 선전포고인 것일까? 카와자토 아야나는 신발장에 들어간 [ 결투장 ] 을 보고 지금 한창 어이가 없어하는 중에 있었다. 그것도 다른 누구도 아닌 사토 류지에게로부터 보내진 결투장을 말이다. 아니아니 학생쨩들? 잘 보시와요. 이거 아무리 봐도 결투장 맞다니까요?
모 월 모 일! 옥상으로 나와라! 이거 아무리 봐도 결투장이잖아!
하 ,하고 답지않게 조소가 흘러나왔다. 이런 결투장이라면 얼마든지 승부해주지. 이왕이면 갈고닦은 선전포고력으로 대 차 게 승부를 보고와줄 것이다! 이 날을 위해 필살기를 준비할테다!!!! 그렇게 해서 큰 마음 먹고 카와자토 아야나가 향한 곳은.....
드럭 스토어였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평소에 화장은 스킨로션선크림립밤만 하는 편인 아야나이기 때문에 인간들의 화장품을 보고 카와자토 아야나는 진심으로 신기해 할수밖에 없었다. 헌데 맞짱준비를 한다는 아야나가 대체 왜 이곳! 하필이면 드럭스토어를 찾아왔느냐고? 간단하다.
이곳에........ 비 장 의 무 기 가 있으니까!!!!!!
"후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가판대에 걸린 붉고 진한 립스틱을 집어든채 카와자토 아야나는 미소지었다. 테스트에 테스트를 거듭해 찾아낸 초 울트라 born to be RED 컬러다. 이것만 있으면 결투에서 이기는 것은 시간문제!!!!! 아야나는 큰 마음 먹고 가판대를 향하며 호탕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ー 1200엔 되겠습니다~ "계산인 것이와요! " ー 감사합니다 고객님. 좋은 하루 되세요~!
"후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결전병기를 무려 10가지 종류나 사가지고 나온 카와자토 아야나는, 드럭스토어 입구에서 킬킬킬(killkillkill) 하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이기 시작했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제 남은 건 실전 뿐!
기다려라, 사토 류지류지! 절대로 잊지 못할 최고의 결투를 선사해 줄테다!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선사하고 올테니까 인것이와요!!!!!!! "
카와자토 아야나의 큰 결심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다음 시간에 밝혀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