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있었던 소란이 그냥 한순간의 꿈이었다고 느껴질 정도로, 다시 조용한 날이 찾아왔다. 회진이 끝난 후, 낮의 병실은 조용하기만 하다. 점심 쯤이라 가게는 많이 바쁘겠지. 마마랑 파파는 저녁쯤 오려나. 창가를 통해 멍하니 하늘을 보거나 의미도 없이 핸드폰을 들여다 보고 다시 놓기를 반복하며 지루한 시간을 보낸다. 잠이라도 잘까 싶었지만, 낮잠도 너무 많이 자면 지루한 법이라.
"....."
지루한 눈길이 병실 안을 훑다가 바닥에 덩그러니 놓인 러닝화에서 머무른다. 마음이 복잡하다. 넘어져서 무릎이 깨진 거랑은 차원이 다른 문제니까, 이게 전부 나아도 분명 나는 다시 달리지 못하겠지. 그러니까 러닝화 같은 건 꼴도 보기 싫어. 그러면서도 미련이 남아 치워달라는 말도 꺼내지 못하고 때때로 이렇게 눈으로만 더듬는다. 이제 다시는 레이스에 나갈 수 없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는데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바보 같아."
그렇게 툭 중얼거리고 다시 핸드폰으로 시선을 돌린다. 딱히 하는 것도, 틀어둔 것도 없이 멍하니 잠금화면만을 보면서.
피곤했다. 3일째 강행군이었기 때문이다. 일하다가 연락을 받고 밤새워 츠나지에 도착하고, 수액걸이로 맞고 난 날 다시 도쿄로 돌아갔다. 급한 가족 사정으로 휴직계를 제출한다고 했다. 나 말고도 대체할 사람은 얼마나 있었으므로 큰 문제 없이 수리됐다. 그리고 집에서 급한 짐만 들고 나와 다시 츠나지로. 여기까지 거의 이틀 밤을 샜다. 비행기에서 한 두시간 잔 게 다인가.
그리고 오늘 아침에 하야나미로 찾아갔다. 가자마자 카운터에서 차분하게 걸어나오신 어머님께 뺨을 맞았다. 그리고 머리를 처박고 간곡히 부탁드렸다. 담당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싶다고. 재활까지만이라도.
- 이미 달릴 수 없는데 재활이 무슨 소용...... 어머니는 잠깐 우마무스메로서 짓씹듯 말했다가, 다시 메이사의 보호자로서 이야기했다. 난 앞엣말은 못 들은 셈 치기로 했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그런 법이다.
- ...그건 제가 결정할 일이 아니죠. 메이사에게 허락을 받으면 모를까. 일단 부모님께는 허락을 받아낸 셈이다. 반쯤의 성공이랄까.
코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닦아내면서 보니 뺨이 뭐... 꼴이 말이 아니었다. 수염에 거무죽죽한 멍에 짙은 다크서클까지. 공항 흡연실에 처박혀있다시피해서 풍기는 냄새까지. 예전의 몬다이로 돌아갔대도 믿을 법한 꼬라지. ...메이사가 불쌍하게 봐주면 좋겠는데. 수염을 깎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깎지 않았다. 그게 더 잘 먹힐 거 같아서. 쓰레기 같다고? 아니 아니, 간절한 거라고www
...아무튼. 후,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에 잠시 숨을 가다듬고. 조심스레 열고 들어갔다. 창가의 빛을 흠뻑 받고 있는 메이사는 좀 멍해보였다. 나는 침대 옆 의자를 끌어다 앉고선 말을 건넸다.
핸드폰을 두고 다시 창가로 시선을 돌린다. 맑은 하늘이다. 흐린 날이 많은 츠나지에선 드문 일이지. 이대로 밤까지 맑으면 별이 잘 보이겠네. 자연스럽게 밤에 별을 보러 나갈까 하고 생각하다가 이불 아래로 덮인 다리에 시선이 간다. .....아, 그렇네. 이젠 별을 보러 마음대로 나가는 것도 못하겠구나. 묘하게 덤덤한 생각을 곱씹던 그 때 문이 열린다. 흘깃 바라본 끝에 서 있는 건 점심 장사를 끝마치고 온 부모님이 아니라, 한바탕 소란을 피우게 만들었던...
"....."
진짜 꼴도 보기 싫어. 저 러닝화처럼. 고개를 다시 창가로 돌린다. 시야에 들어오지 않으면 무시할 수 있다고 주장하듯이. 그러나 거침없이 다가와선 부탁이 있다고 늘어놓는 말에 미간이 쩔로 찌푸려진다.
그대로 무시하고 있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창문에 비친 모습이, 꼭 예전의 그 모습 같아서. 병실을 소란스럽게 했던 그 날 봤던 모습하고는 달라서, 얼굴에 멍까지 들어있는 꼬라지를 보니 뭔가, 모르겠다.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고 할까, 그냥....
일단 신경은 쓰인다는 소리지. 얼굴보자마자 수액 던질 정도로 화난 건 아니라는 소리고. 건드리지만 않으면 잘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겠다. 게다가 지금 내 얼굴 꼴은 꽤 대단하니까 손이 올라가도 멈출걸. 내 머리도 깨보고 날 좋아하기도 한 메이사라면 그럴 것이다. 메이사는 성격은 안 좋아도 모질지는 못한 녀석이니까.
그런 계산이 나오자 과감해진다. 메이사의 마음에 또 흙발로 들어가 헤집을 준비중. 나야 원체 그런 녀석이라 어쩔 수가 없다.
가버리라고 하는 말을 들어 넘기고는 나의 용건을 계속 말한다.
"내가 재활을 도와줘도 될까?"
고개를 돌린 채인 메이사. 하지만 창문에 흐릿하게 비친 메이사의 얼굴은 꽤 혼란스러워 보여서... 나는 전날 메이사의 버튼을 눌렀던 그 말을 다시 꺼내들었다.
"나는 네 담당이잖아."
이게 부탁하는 사람의 태도인가? 어이가 없겠지. 무슨 염치인가 싶겠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외면하는 메이사를 보면 어쩐지 마음이 마취라도 된 듯이 무뎌져서 나를 그렇게 남 보듯 볼 수 있었다. 정말이지 충분히 쓰레기 같다. 왜 사귀었던 녀석들마다 나한테 화를 냈는지 알 만도 했다, 지금만큼은. 그래서 나는...
"...돕고 싶어. 내가 너를."
날 계속 돌아보지 않는 네 표정을 보고 싶어서. 옥상에서 했던 그 말을 다시 했다. 어쩐지 웃음이 났다. 화내도 좋으니까 돌아봐주면 좋겠다.
입술을 꾹 깨문다. 재활이라고? 어차피 이제 달리기는 글렀는데, 재활을 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다고. 복귀하지 못할 거라는 건 누구보다도 네가 제일 잘 알고 있을텐데, 뻔뻔하게 그런 말이나 하려고 온 거냐고. 그것도 다시 담당이라는 말을 들먹이면서. 이불을 쥔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간다. 수액 라인을 잡은 왼손이 찌릿하게 아파온다.
".......뭐가 담당이야... 이제와서."
담당이었던 적이 있긴 하지. 하지만 그것도 편지만 남겨두고 사라지기 전까지의 이야기였다. 그 이후로 나는 담당 없이 혼자서 뛰어왔으니까. 그렇게 반년 정도를 뛰었는데 이제와서, 이렇게 되고 나니까 이제와서 담당이라고? 돕고 싶다고?? 과거를 자극하는 말에 울컥하고 무언가가 치민다. 아아 진짜... 짜증나. 한껏 찌푸린 얼굴이 창가에 비쳐 보여서 고개를 숙였다.
"필요없어. 어차피 이제 레이스도 못나가고." "너같은 건 꼴도 보기 싫으니까 빨리 가버려."
저번처럼 소동을 일으키고 싶진 않아서-라기보다 뒷수습을 떠올리면 엄두가 안 난다-오늘은 뭔가를 던지진 않겠지만, 어쩌면 주먹질은 해버릴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미 누구한테 맞고 온 모양이니 또 때리긴 좀 그런가. ...아냐 그래도 헛소리를 계속하면 때리는 수밖에.
나를 마치 남처럼 '너' 라고 부르는 메이사. 각오는 했는데 실제로 들으니까 좀... 마음이 좋지 않았다. 찡그려지는 눈가 때문에 볼이 당겨 아프다. 꽤 열받는 이야기만 골라 했다고 생각했는데 여길 봐주지 않기까지 해서 섭섭하다. 내가 서운해할 처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니, 이해는 해. 나야 잠수 이별이라던가 이것저것 당해봤으니 그렇지 처음에는 이해도 안 되고 영문도 모르겠고 그랬다고. 그래도 황당한 감정이 앞서긴 했지만, 나를 제법 좋아하던 메이사에게는 십대 때의 몇 없는 큰 충격이었겠지 하는 생각은 있다. 언제까지고 같이 있자고 해놓고선 사라져버렸으니까.
그래도 그 때의 기억은 다 아무는 법 아닌가. 메이사는 그래봬도 꽤 굳센 녀석이고 그래서 내 빈 자리 쯤은 잘 채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 말고 다른 녀석에게 마음을 털어놓지 않는다면, 털어놓지 않고서는 못 배길 일을 만들어주면 그만이라고, 그렇게 새 절친을 사귀고 나 없이 살아가면 그게 메이사에게 잘 된 일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러니까, 그건 다 널 위해서였다고. 알아? 나도 아무렇지 않았던 건 아니야.
그렇게 올라오는 말을 애써 눌렀다. 여기를 누르면 저기가 튀어나오듯, 대신 나온 말은... 프리지아 전매 특허인 그거.
"너, 다치기 전까지만 해도 프리지아로 뛰었잖아."
서늘하게 정곡을 후비는 말. 서로에게는 의도적으로 감추고 있던 날선 혀. 네가 돌아봐 주지 않으니까 이렇게 말하는 거야. 조금은 달래진 섭섭한 기분, 하지만 동시에 '저질러버렸다' 하는 생각.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슬쩍 웃고 있었다.
😸 "유우가 그때 왜 나 버리고 간 거야?" 🙄 "...버린 게 아니라." 😒 "나는... 너한테서 거리를 두면 네가 더 잘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단 말야. 새 친구도 사귀고, 더 좋은 사람도 만나고..." 😾 "아니라고 말했었잖아." 🫠 "아무튼 그랬었다고. 네가 나랑 너무 오래 지내서 나처럼 되는 건 싫었어. 그래서 간 거야." 😒 "...나 잘래. 잘자."
내가 남이구나, 하고 들린 소리에 울음 섞인 소리로 중얼거렸다. 누가 먼저 버렸는데. 날 두고 가버린 건 너잖아. 고개를 잡아 돌리는 손길에 마지막으로 저항하듯, 숙인 고개는 끝까지 들지 않았다. 당기고 버티는 실랑이 끝에 결국 고여있던 눈물은 아래로 떨어져버렸다. 들키지 않게 훔쳐낼 시간도 없이 와락 끌어안겼다. ...짜증나, 진짜로 짜증나.
어차피 또 거짓말일게 뻔한 말도 짜증나고, 그런 거짓말쟁이인 주제에 품은 따듯한 너도 진짜 짜증나고. 그런 너한테 끌어안겨서 어딘가 그리움을 느끼고 있는 나도 짜증나 죽을 것 같았다. ....진짜 짜증나.
".......어차피 재활해도 더는 못 달리잖아." "이제 아무것도... 못 한다고...."
억누르지 못한 오열이 꽉 다문 잇새로 새어나온다. 이제 아무것도 못 한다고. 재활해봤자 예전의 그때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거,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고 있으니까. 삼관이니 반다나니, 중앙이니 하는 목표가 아니라, 더 근본적인 것. 땅을 박차고 바람을 가르면서 달린다는 우마무스메의 본능이라 할 수 있는 그것을 앞으로 영원히 하지 못하게 됐다고 선고당한 이 기분은, 넌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테니까.
...누굴 끌어안는 게 오랜만이다. 품과 품이 맞닿고 따듯한 체온이 옷 너머로 느껴지는 느낌. 메이사의 머리 위에 볼을 조심스레 기대고 그대로 가만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야 많지, 버린 건 아니었다던가. 달리지 못해도 살아갈 수 있다던가. 달리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던가. 나도 그랬다던가. 내 신세가 그랬다보니 진심으로 안타까운 것도 있었지만 애써 참았다. 나도 이 시기를 거쳤기 때문에 아는 것이다. 지금은 그냥 한탄하게 냅두는 게 맞다고. 지금 이야기해줘도 머리에 전혀 들어오지 않을 거라고.
그러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훌쩍거리기 시작하는 메이사를 꼭 끌어안는 것. 그리고 등을 두들기며 달래주는 것 뿐. 울면서 한숨을 내쉴 때마다 가슴팍이 따듯해지는 걸 느끼고, 등을 쓸어내리며 천장을 바라봤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한 건 이쪽도 마찬가지라고. 내색할 수 없지만.
...그렇게 몇십 분 정도가 지나고, 나는 울음이 잦아들은 메이사를 품에서 꺼냈다.
"...이제 좀 괜찮아?"
한참 울고 난 메이사의 얼굴은 솔직히... 나 못지 않게 엉망이라서 웃음이 새어나올 뻔 했다. 아, 이러면 안 되긴 하는데... 봐주라. 나도 마음이 안 좋아서 지금 긍정적인 생각하려 애쓰고 있다고.
"괜찮아진 것 같으니까 하는 말이지만... 재활은 필요해. 무릎은 달리는 데에만 쓰는 게 아니잖아 메이사." "네가 앞으로도 잘 걷고 생활하고, 하물며 두 다리로 잘 서있으려면 재활이 필요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말야. 난 그걸 잘 안 해서 아직까지도 좀 그러니까. 알지?" "메이사 네가 달리지 못하더라도 행복하게는 살았으면 좋겠어. 나는."
한참을 그렇게 안겨서 울고나니 다른 건 몰라도 조금 시원해진 것 같긴 하다. 손으로 눈가에 남은 눈물을 훔치다가 어쩐지 웃음기가 있는 듯한 네 얼굴을 보고 살짝 발끈했다. ...힘도 제대로 안 들어가는 주먹을 쥐고 가볍게 네 팔뚝을 치려고 했다. 그리고 들리는 말은, 뭐 솔직히 알고는 있지. 무릎은 달리는 데에만 쓰는 게 아니라는 거. 달리지 않더라도 그냥 움직이기 위해서는 필수인 기관이라는 것도 알고 있고. 하지만 본능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가장 큰 요소인 달리기를 못하게 된 이상, 다른 건 아무래도 좋다는 자포자기라고 표현해도 좋을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아서....
".....재활 같은 거, 혼자서도 할 수 있어."
그리고 네가 떠난 이후, 지금껏 혼자서 해왔으니까 이번에도 그럴 수 있다고. 쓸데없는 고집이, 자존심이 너를 노려보게 만든다. ...혼자서 하다가 이런 꼴이 됐는 데도. ...그렇게 생각하니 좀 우습긴 하네. 자조 섞인 웃음이 피식 나왔다. 참 웃기지. 지금은 혼자서 별을 보러 가는 것조차 제대로 못하는 신세인데. 진짜 바보 같아....
잠도 못 자 얼굴도 상하고 맞고 메이사에게 정신공격도 당해... 이젠 팔뚝까지. 퍽 때리는 손길을 막지는 않았지만 엄살은 좀 부린다. 이런 거 원래는 내색하고 싶지 않지만... 이마도 찢어지고 마음도 서운하니까 이 정도는 괜찮지 않겠나.
재활에 내 도움도 필요 없다고 하고. 정말이지 또레나는 마음이 안 좋다. 웃음기 있던 얼굴이 좀 지쳐가는 게 느껴진다.
아― 그래 그래, 나 너 때문에 여친이랑도 헤어지고 왔다고. 중앙에서 그런 제정신인 사람 찾기 힘들었는데... 괜찮은 인간이었는데. 젠장. ...내가 먼저 떠나온 입장에서 이런 거로 생색내고 싶지는 않지만 마음 속에서 하나 하나 되짚어보니까. 응, 이정도 엄살은 괜찮...
...아니야. 원래는 엄살도 부리지 않아야 하는 거 알지. 따지고보면 전부 내 과실 아닌가. 한숨을 쓰게 삼켰다.
"...알겠어. 메이사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강요는 않겠지만."
눈을 내리깔았다. 나는 메이사를 꽤 안다고 자부한다. 내가 없는 사이 어떻게 변했는지까지는 몰라도 그 성격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겠지. 때로는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좋아할 때가 있는 녀석이지만, 근본적으로 아닌 건 아니다. 따지고 보면 날 싫어할 일 뿐인데 내심 좋아할 리가 있겠나.
...그야 이마도 찢어지고 얼굴엔 멍까지 들어왔으니 꽤 아프긴 아파 보이네. 때리던 손을 멈추고 그대로 침대 위에 툭 던지듯 내려놓았다. 자업자득이니까 내 알 바 아니지, 하는 마음이 반. 그래도 좀 심했나 싶은 마음이 반이라서... ....역시 모르겠다. 강요는 않겠다는 말 뒤로 이어진 침묵에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래. 빨리 가버리라고. 날 두고 간 지도 꽤 됐으니 다른 담당도 생겼겠지. 그 녀석한테나 가서 잘 해주라고. ...이제 츠나지랑, 나랑은 연도 없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한 게 무색하게, 네 입에서 나온 말은 떠난다는 말이 아니었다. .....진짜 어이없어. 편지 하나 남겨두고 떠난 사람이 다시 할 말이냐고 그게. ...진짜 짜증나. 그래도 손끝에 닿는 그리운 온기를 차마 떨치진 못해서, 그냥... 마음이 복잡했다. 복잡한 마음을 담아 중얼거리듯 답했다.
"......맘대로 하던가."
손 잡아본 지도 꽤 됐네, 그러고보니. .....달리기로 떨쳐내지 못하게 돼서 그런가, 네가 와서 그런가. 어쩐지 오늘은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 예전엔 못 잡아서 안달이 났었는데 말이지. 지금은 마주 잡는 일도 없이 그냥 가만히 두고 있을 뿐이지만.
".....우미야 푸딩." "다음에 올 거면 빈손으로 오지 말고 그거라도 사 와. ...무릎 박살나서 먹으러 못 가고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슥 돌려 다시 창가를 본다. ...창에 비치는 내 얼굴은 엉망진창이었다. 기쁜 건지 슬픈 건지 영 알아볼 수 없는 표정에 울어서 퉁퉁 부은 눈이라니... ...진짜 짜증나.
여담) 멧쨔 러닝화 시야에서 치워주는 거 묘하게 멧잘알이라 더 열받는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 유우가는 평소엔 멧잘알이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개똥볼을 차는 게 둘 사이를 엄청 갈라놓는 거 같죠 여기서도 😞멧쨔는 이제 나 싫어해 하고 있어서 앞으로 정말 건전하게 재활 도와줄 거 같고... 🫠 하지만 머릿속의 천사가 악마에게 질 때는 멧쨔에게 플러팅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