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situplay>1597033250>947 응... 은우는 둘째치고 세은이가... 사실 좀... 응...🫠
예전에 은우가 곤충을 통해 유니온이 미행? 하고 있다는 걸 알아낸 글이 있었는데 으음... 인식 개찬⬅️나는 이거 일리있다고 생각해 이름이 유니온인 것도 그렇고... 인첨공 내부에 있는 건 뭐든 정신조작 내지 간섭이 가능하다던가 이건 너무 먼치킨인가... 하지만 퍼클은 다 먼치킨이자나
사실 그게 있는데. 어떻게 수습할지. 라면... 그냥 나머지도 다 증발시킬 수 있다는 공포정치를 하면 되는거 아닐까? 증발자가 내정되어있다면, 그사람들에게 정보를 뿌리고 그사람들 위주로 집단을 꾸려 단체시위에 들어간 다음, 시위를 할 때 내정자 싹 다 증발... 어차피 인첨공 외부는 차단이니까. 내부만의 이야기인거지
"아니, 선배...아니 이제 선배도 아니구나. 그래서 XX오빠/언니/ 그걸요? 저보고요?...아니 씨 민중의 지팡이가 그러라고 있는 단어가...아 좀!"
"보고드립니다. 하아아...'익명의 신고'로, 마약을 거래하던 중견조직, 불개미들이 3학구 인근 화학공장, 모카캐미컬에 전치 2주의 부상과 함께 포박되어있다고합니다."
"아니, 과장님 그게아니라 아니 누군진 알죠. 근데 내가 내입으로 아 걔네들이라고 해요? 익명보장 해달라고하는데? 그러면 내가 어 뭐가돼요... 아니 말대꾸가 아니라!!! 아니 과장님 진짜!! 아 다음 인사이동때 진짜 초능력 특수과 나갈거에요 진짜!!!"
"...보고는 했어요. 진짜 내가 꼬와서 인사발령 신청 하던가 해야지. 저는 못가요. 따로 하던거 있어서. 이번엔 진짜 들쑤시지 마요! 저번에 겨우 아지트 잠입수사하려했더니 밖에서 벽부서지고! 안에서 다 부수고! 능력써서 내 몸 챙겼더니 추억생각나고 한대 더패질않나!...네 몸조심하고. 들어가세요~"
짤막한 웃음. 대꾸할 필요도 없는 말이었는지, 아니면 대꾸하고 싶지 않았던 건지. 그다지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재단하기엔 후자인 듯싶다. 필요도 없었더라면 자리를 떴을 성정이노라 지레짐작한 탓이다. 태오는 쿠키를 손대지 않았다. 쪼개진 쿠키를 가만히 보다가도, 다시 시선을 당신에게 돌리고는 피하는 모습에 느릿하게 그러려니 생각하며 눈을 굴렸다. 부실은 아무도 없었다. 누군가 들어올 기미도 없거니와 혹여 들어온다 한들 대화를 끊을 생각은 없다. 들을 테면 들으라지, 어차피 제멋대로 선택하고 휘말리다 거리를 두게 되는 건 타인이 감당할 몫이다.
"……저런, 썩 즐겁지 않은 말인가 보네요. 다만 사과는 하지 않을게요… 실로 유감이라."
피로감이 묻은 목소리에 태오는 돌연 처음 보는 듯한 행동을 취했다. 눈꼬리가 희미하게 호선을 긋는다. 찡그리는 건지, 아니면 웃는 건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희미한 감정의 조각이다. 보듯 태오는 불타버린 건지, 아니면 스스로 불태운 건지 알기 어려운 잿더미 같은 성정을 가진 자였다. 타인의 일은 타인, 자신 또한 타인으로 두어 누군가에게 일 떠맡기지도, 그렇다고 일에 뛰쳐들지도 않는 기묘한 사람. 무엇을 선택하든 그것이 인간이라며 가만히 관망하고 개입하지 않던 존재가, 당신이 변했다는 이유 하나로 이렇게 개입하려 드는 건 드문 일이었다.
"그렇지만 말이죠, 네가 그 성정이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무엇보다 강력한 명분이 될 수 있지 않겠나요……."
태오는 쪼개진 쿠키 한 조각을 당연하다는 듯 집어가고는 입에 물었다. 초콜릿 조각이란 것도 없는 부분이거니와 그마저도 녹아버린지라, 부드러운 반죽 부분은 쉽게 잇새로 부스러지고, 입에서 씹을 틈도 없이 조금만 짓눌러도 녹아내리고, 기분 나쁘게 버터기름을 짜내며 입천장에 달라붙는다. 혀로 슥 밀어 덜 녹아 아직 껄끄러운 질감이 남은 덩어리를 삼켜냈다. 목이 껄끄러운 듯하나 금세 그 감각도 사그라든다.
"내가 왜 네게 갑자기 개입하는지…… 궁금하지요. 현태오라는 새끼가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엄지에 묻은 부스러기를 혀로 훑다가도 눈을 슬쩍 들어 당신을 쳐다봤다. 세로로 길게 찢어진, 맹수보다는 파충류에 가까운 눈동자가 당신을 빤히 쳐다본다. 어쩌면 개입하려 드는 게 아니라 어떠한 것을 막아세우거나 조언하러 왔을지도 모르리라.
"클라우드는 상관없어요, 대신 유용하게 쓸 것이 무엇인지 들어야겠는데요……. 그 결과에 따라서…… 내가 개입할 상황이 달라지거든요."
성운은 뺨을 긁적이더니 새 컵을 꺼내서 생수 한 잔을 따라다가 리라 앞에 놓아주었다. 리라가 그 bad라는 단어에 대해 투덜대면, 성운은 영미권에서 bad란 단어는 이제 거진 ‘멋있는’이라는 속어로 쓰이는 경우가 더 잦다고 말해주겠지만 이건 if의 이야기이니 뒤로하고. 얼굴에서 그렇게 티가 나냐며 묻는 리라를 성운은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 마디 툭 던졌다.
“내가 좀 관심있게 보긴 했어.”
─그냥 그렇다고. 성운은 그렇게 말을 끝맺었다. 한편 성운은 얼마나 티가 났을까- 그래, 성운 이 녀석도 어느 순간부터 별안간 티가 나는 순간이 있었다. 원래 희야만 덜렁 끌어안던 혜우가 갑자기 성운이를 덜렁 끌어안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더라? 그래, 초여름, 은우의 섬에서 휴가를 보낼 때 펜션에 잘못 배달된 특제 음료수 때문에 생겼던 전원 만취 해프닝 당시부터였다. 그때는 그냥 혜우가 독보적으로 죄그만 선배가 신기해서 그러나 보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부터 두 명의 이야기가 두 사람의 이야기로 엮이기 시작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3레벨 중반대부터. 초여름 휴가 전후해서 커리큘럼이 다음 과정으로 접어들었는데, 뭐 기구 써서 하는 건데 목에 자국이 좀 남더라고.”
생각보다, 꽤 시원스레 의문이 풀렸다. 뭐 그렇다니 그런 거겠지. ─그런데 자국이 뭐 얼마나 남길래 저런 초커같은 것까지 차서 가리는 건지는 의문이다. 리라가 고개를 돌리고 있는 동안, 버클 짤랑거리는 소리가 잠깐 들리고, 잠깐 뭔가 부시럭대는 소리가 더 들렸다.
“됐다, 이제 봐도 돼.”
그렇게 말하며, 성운은 일단 테스트삼아 버클에 달린 참을 딸깍 눌러보았다.
─하얗고 푸른 나비들의 날개가, 성운의 머리를 온통 뒤덮어 가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거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에서 본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거기에서 본 것보다 더 마음에 든다. 꽤 마음에 들었는지 그걸 끄지 않은 채로, 성운은 리라를 돌아보며 웃어보였다─ 그런데 장치가 켜져있어서 웃어도 보이지 않는다.
4학구엔 사람이 없었다. 개성 가득한 학생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계약, 커리큘럼을 진행 이후, 다양한 '능력개발'에 협조하여, 뇌 이외의 부분을 전부 제거, 뇌의 원본은 연구소에서 연구중이며 밖에 있는건 모두 계약 시점에서 백업해둔 기억을 넣어놓은 데이터 기계인간이다 설. 초능력이 전뇌상태에서도 쓸 수 있느냐가 쟁점이네요. 과연 뇌가 없어도 초능력이 발현 가능하려나?
4학구의 인간은 모두 대체될것이다 설. 저 위 가설의 시간순서를 거꾸로 할 뿐. 모두 기계가 되어 살아간다. 어찌보면 영생과 높은 삶의 질, 망가지지 않는 신체를 손에 넣었다. 육체라고 보긴 힘들지만.
4학구의 소멸 방식은. 사실 4학구 자체를 없애는것. 말장난 같은 이야기지만, 이러면 4학구에 존재하는 인간은 하나도 없이 사라진다. 아마 땅이 통채로 하늘로 떠오른다던가 하는 그런거 아니려나?
수경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열감기에_걸렸다 놀랍게도 무단침입한 케이스쨩이 병가신청을 해줄수도 있어요(?) 혼자서 앓아눕고... 그럴 것 같네요.(?) 이미 이런상황으로 일상도 했잖아(?) 대충 그럴것 같기도 하고요
자캐가_납치당한다면 수경이가 납치당하면... 하이리스크로리턴이니까 웬만하면 안당할것 같긴 해도 일단 당했다면 텔레포터를 완전히 구속해둘 수단이 있단 얘기네요. 그냥 납치당한 이들의 목적을 들어주고(hear) 죽일테면 죽여보세요....? 안 구하러 와도 되는 걸 모르셨나 보네요.
경위가 어떻게 되냐면 1. 딸깍이를 2월 1일에 밀린 거 정산해서 함 2. 그런데 딸깍이가 2월 1일이 9회라고 표기를 함 < 여기서부터 뭔가 이상했음 위키에는 4회라고 내가 표기를 해뒀는데 왜 4회지? 3. 처음부터 다시 계산해보니 값이 안 맞음 4. 딸깍이 누르니까 계수가 더 올라가는 현상 발생
은우의 해산령이 떨어지고, 저지먼트 부원들이 저마다 삼삼오오 부실을 떠나고 있었다. 성운도 그 예외는 아니라, 혜우에게 넌 이제부터 뭐할 거냐고 물어보면서 자리를 뜨려 하고 있었다. 그때 성운을 불러세우는 목소리가 있었다.
잠깐만, 하고 성운이 눈을 돌려 그 목소리의 주인을 마주할 때, 성운의 눈빛에 움찔, 하고, 대하기 어려워하는 사람에게 불러세워진 기색이 있다. 혜우는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기류를 보더니 매점으로 쏙 빠져나갔고. 두 사람 사이에 도는 날카로운 어색함이 두 사람의 심적 거리를 대변해주는 것 같다.
“네, 선배님.”
시선 관리하는 법은 잘 배운 듯하나, 상대가 태오라 어림도 없다. 무슨 일이지, 또 혜우 관련해서 뭔가 있었나, 뭔가 다른 걸 요청할 게 있는 건가, 그 암부 이야기인가? 아니면 내 태도 문제? ─선배들한테 깍듯이 대해드린다고 대해드리고 있는데.
일단 태오가 지금부터 성운에게 할 이야기가, 성운에게는 전혀 예기치 못한 뜻밖의 이야기가 될 것이라는 건 분명하겠다.
서성운: 033 휴대폰의 잠금은 어떤식으로? “─최근에 우리 연구소에서, 0레벨이라도 일단 능력자이기만 하면 사용가능한 고유인증 잠금방식을 만들었다길래, 그거 테스트로 써보는 중이야. 균열 잔영 스캔식이라던가. 나는 아예 아무 잠금 없는 것처럼 쓸 수 있는데, 다른 사람이 잠금 풀려고 하면 잠금을 푸는 방법 자체가 없는 거야. 괜찮던데.”
027 TV를 틀었는데 볼 만한 프로그램이 없을 때의 반응은? “애초에 TV에 우리 세대가 볼 만한 게 있었던가? 우리보다 최소 20살, 보통 30살 더 먹은 어른들이 나오는 것밖에 못봤는데.” “우리 집에도 TV가 있긴 한데, 넷플릭스나 유튜브, 아니면 콘솔 하려고 산 거라.”
129 가지고 있는 신발은 몇 개인지? “크록스, 슬리퍼, 운동화 두 켤레, 워커 한 켤레. 무난하네.” “실내화 네 켤레는 손님맞이용이니까 빼도 되지?”
관심 있게 봤다는 건 결국 티가 났기에 그리했다는 것이겠지. 리라는 문득 소파에 모래목욕하는 친칠라 마냥 몸을 묻고 몸부림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남의 집에서 이러면 거대한 민폐인데다 꼴불견이니 당연히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지만... 조금 부끄러운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것도 물 한 모금에 금세 씻겨내려갔으니 성운의 소중한 소파가 모양을 망칠 일은 없었겠다.
"기구를 어떻게 쓰길래 목에 자국까지 남는대? 아픈 건 아니었으면 좋겠다."
의문은 그대로 바깥으로 분출된다. 다만 고개는 돌리지 않았다. 가리고 다니는 것이라면 뭐든 이유가 있는 법이다. 당장 그런 사람이 한둘이 아니지 않은가. 사소한 것에서도 신뢰는 오르내리는 법이다. 그리고 리라는 성운과의 신뢰관계에 금 갈 법한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버클이 끌러지고 채워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윽고 봐도 된다는 허가가 떨어지자 리라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너 그러고 있으니까 꼭 요정 같다. 나비 요정. 아니면 성화에 그려진 천사 같기도 하고... 생각보다 더 괜찮네, 역시 이런 건 직접 착용해봐야 태가 나는지 안 나는지 알 수 있다니까. 내가 만들어 준 것들 잘 써주니까 좋다."
네 눈에도 멋지다니 다행이야! 그렇게 말하며 웃어보인 리라는 컵 안의 생수를 단숨에 해치웠다.
"후! 시원하다. 집중했더니 목말라서. 그럼 이제 슬슬 돌아갈 시간이네... 마음 같아선 좀 더 놀다 가고 싶지만 너도 알다시피 저번주에 목화고 학생 전원이 동물이 되는 대사건이 있었잖아. 슬프게도 그때 밀린 일들을 좀 해치워야 하거든~"
이를테면 집 보기라던가, 방 정리, 여기저기 방문하는 것 등등. 자리에서 일어난 리라는 잘 정리된 내부 풍경을 한번 눈에 담은 후 빗자루를 들었다.
"다음에는 맛있는 거랑 보드게임도 가지고 올게. 그때는 더 오래 놀자!"
그리고 성운이 마주 인사해주었다면, 왔던 그대로 빗자루를 탄 채 저 하늘 너머로 날아갔을 것이다.
만약 태오주가 8의 오차가 신경쓰인다면... 어쩔 수 없이 손계산을 30까지 참다가, 15때 한번 리셋할 수 도 있어. 계수 보너스는 30회마다 초기화니까. 그런데 그래도 계산식의 차이상 오차는 나올 수 밖에 없으니까... ㅠ 특히 특수 계수가 늘어날수록 더더욱, 더더욱 오차는 커질거야.
해산령이 떨어졌다. 부원들이 자리를 떠날 적, 태오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평소에도 인파에 섞여 쉬이 사라지곤 했지만 오늘은 제법 오래 부실에 남을 생각이었는지 걸음이 조용하지 않다. 성큼성큼 긴 다리로 몇 걸음 걷더니, 나지막이 입술을 벌렸다.
"서성운 학생. 나 좀 보죠……."
후배님도, 성운아, 하는 살가운 태도도 아닌 지극히 공적인 태도였다. 대하기 어려운 당신의 눈과는 달리 태오는 태연했다. 당신과 자신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지나치게 태연하다 못해 뻔뻔할 정도였다. 혜우가 자리를 빠져나가고, 태오는 당신의 불안과 달리 손을 앞으로 느릿하게 모았다. 외투의 소매가 손등을 덮어 가린다.
"내 아직 네게 가진 호오의 균형이 맞지 않답니다……."
당신의 불안이 하나 들어맞는다. 태도 문제인가? 그러나 반절만 정답이었다. 당신이 좋지 않다는 뜻을 부드럽지만 확실한 의미를 담아 돌려 말하고는, 눈을 흘겼다. 주변의 사람이 충분히 빠져나가고 조용해지고 나서야 입 벌리려 들었다.
"다만…… 네 최근 외곽에서 날뛰는 모습으로 보아 단명할 상이라 손을 빌려주고자 하는데, 어찌 생각할는지."
외곽, 스트레인지를 돌려 말하는 은어이리라. 당신도 아마 스킬아웃들이 쓰는 이 은어를 들어보았을 테다. 그것도 제법 많이.
로벨: 이번 연구 주제는 텔레포트의 완전한 차단이랍니다. 칼리스: 오.... 안데르: 나는 왜 불렀어요? 로벨: 핸드폰 정도의 크기로, 일종의 역장을 씌워서 그 공간 내에서는 텔레포트를 차단하는 거나... 좌표를 인식 못하게 하는 종류도 괜찮아 보입니다. 아니면 장식처럼 보이게 하는 거나.. 봉인부적과 비슷하게 붙이는 이런 형식같은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이미지 보여주기) 칼리스: 당장이라도 만들고 싶네! 이 이미지에 들어가는 기술의 기반은 어디 있을까나? 로벨: 그건 여러분들이 이제부터 연구해서 만드셔야죠. 칼리스: 장난 아니네... 붙어볼만한가? 안데르: (세상에나요)
칼리스가 의욕넘치는 것처럼 보이는데 정작 기기같은 거 프로토타입은 죄다 안데르가 만든 거여도(그리고 병원행)이어도 웃길 것 같긴 하네요
쿠키가 쪼개지며 나는 소리와 짧게 웃음을 짓는 것으로 대신했다. 톡, 하니 부드럽게 부서지는 걸 알고 있지만 힘조절을 못한 탓에 귀퉁이가 산산히 박살난 쿠키가 조각조각 되어 흐트러진다. 혜성은 언제부터인가, 타인과의 대화에서 피로감을 느끼는 중이었고, 지금 나누고 있는 대화는 훨씬 신경써야하는 게 많은 일임이 분명했다.
언제 다른 부원들이 들어올지 모른다는 긴장이라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대화를 끊을 생각이 없어보이는 배려없는 상대가 그러했다. 산산히 박살난 쿠키 부스러기가 남은 손으로 조각낸 쿠키를 입안에 넣은 뒤 혜성은 팔걸이에 기댄 팔로 턱을 괴는 자세로 바꿔 앉았다. 부스러기를 털어내며,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혜성은 중얼거렸다.
"너, 보기보다 되게 무례하구나."
느린 어조로 중얼거리다가 문득 스스로의 꼴이 우스워서 흐릿하게 웃고 말았다. 제 알고 있는 현태오라는 사람이 그런 소리를 했다고 무례하니 뭐니 하는 게 웃기는 소리라는 생각이 스쳤기 때문이었다. 사과를 하지 않겠다는 것또한 그럴 법하니, 그것에 대해 내가 뭐라고 지적을 하겠나.
다만 의문인 점은 그저 관망하기만 하더니 갑자기 다른 사람도 아닌 내게 관심을 두냐는 것이다. 파리한 피로가 묻은 새파란 눈동자에 이채가 돌았다.
"명분을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그게 태오 네 말대로 확실한 무기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왜, 나만 그런 명분을 찾아야할까."
저들도 명분을 찾았던가. 누군가를 도와줄 때, 명분을 들었나. 이제껏 겪어왔던 큰 사건들은 명확한 명분이 있었지만 그 외는 명분이랄 게 없었다. 아니 있다고 해도 설명을 했던 적 있었던가. 냉침한 디카페인 차가 들어있는 텀블러를 기울여 차를 마시며 눈가를 찡그린 채 혜성은 툭 내던지듯 말을 쏟아냈다. 곧 한숨을 크게 내쉬며 눈과 눈 사이를 지그시 누르긴 했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래. 네 관심을 끌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 아니잖아?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애한테 갑자기 관심을 두고 개입하는지 모르겠거든."
부드러운 목소리로 천천히 이야기하던 혜성의 눈동자가 도르륵, 굴러서 태오에게 향했다. 쿠키를 한개 더 입에 집어넣어 씹고 있으나 눈가를 찡그린 그늘진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날 잡아 사과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긴 한데, 쉽지가 않네요. 성운은 내심으로 한숨을 푹 쉬었다. 곤란한 오해를 한 것도 사과드리고, 혜우와 태오에 대해 들었음에도 혜우가 태오에게 가는 것을 볼 때마다 제로전 당시 일이 생각나 마음 한켠이 켕기게 되는 밴댕이 소갈딱지도 고쳐먹어야 되는데 이거고 저거고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다. ─거기에다 태오가 성운에게서 연상하는 ALTER의 이미지도 한 몫을 하고 있는데, 태오가 한때 ALTER에 있었다는 것마저도 모르는 성운에게는 산 너머 산이지만, 아직 서로간에 혜우가 빚어놓은 오해도 못 풀고 있는 판에 이 이야기를 풀기에는 아직 정말로 멀디 멀었으므로 넘어가도록 하자.
그래도 앞으로는 단정하게 예의 차린 말 하면서 뒤로는 미운 생각을 속으로 씹어삼키는 이들과 달리, 성운은 꽤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고 담백하게 말을 내어놓을 줄 안다. 그러나 그것도 곧 태오가 내어놓은, 성운이 전혀 예기치 못한 말 때문에 흔들렸지만.
“어떻게 아신 건가요?”
손을 빌려주겠다는 말에 일단 태오가 자신이 최근 스트레인지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적대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은 알겠다만, 어, 어떻게? 애린이나 유한이나 금이한테서 들었나? 애린이나 금이는 그럴 애가 아닌데. 유한 이자식이? ···아, 이거 태오에게는 손 안 대고 코풀 수 있겠다.
“···이래봬도 도망은 잘 치니 단명 걱정은 좀 내려놓으셔도 되겠습니다만, 저야 삽질 덜 하면 좋죠.”
2학구 연구소 데 마레, 연구소장 승환은 연구소 한복판에서 우뚝 서 혼자 사색에 잠긴 든 어떤 차트를 노려다보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희야는 서휘를 대동하고 곁에 다가갔고, 승환은 고개를 돌려 희야를 마주했다. 그렇게 노래를 부르더니 결국 레몬 탕후루를 샀구나. 뒤에 있는 서휘의 표정이 오만상인데다 서휘의 손에 들린 건 한 조각이 없는 걸 보니 희야의 기미상궁 해달라는 떼쓰기에 실컷 고통 받은 모양이다.
"……태오 생각." "응? 걔는 왜요?" "희야 너도 아니무스의 연구원이 태오의 커리큘럼을 담당하는 건 알지?" "알지!" "……저만 모릅니까?"
그제야 희야는 뒤를 돌더니 눈을 깜빡였다.
"희야랑 같이 있던 연구소 동기예요." "아, 걔도 혜우인가 뭔가 하는 그 남색 머리 여자애랑 같은 애야?" "응. 그런데 12살에 먼저 ALTER로 갔다가 행방불명 됐어요." "오." "……이제 말 해도 됩니까?" "예."
승환은 차트에 다시 시선을 두었다.
"아무튼 그 연구원이 박 교수 병원에 대신 가서 태오의 건강검진 결과표를 가져왔는데……." "알려줬는데?" "지나치게 작위적이야." "응? 연구원이 조작한 거예요?" "아니, 박 교수도 연구원도 그럴 깜냥은 못 되는데, 이상하게 모든 게 평균치에 맞춰져 있어." "그만큼 안정된 아이라는 뜻 아닙니까?" "그게 아닙니다. 희야야."
"므에." "태오가 저지먼트에서 어떤 아이니? 잘 활동해?" "므으엥." "그래, 다 먹고 말하렴." "……으!!"
몸서리를 치던 희야는 고개를 기울였다.
"잘 움직이는 것 같던데-? 비전투원이라도- 순찰 때마다 시말서 쓰는 거 보면 팔팔해요." "희야야." "응?" "그런 태오가 너랑 검진 결과가 똑같다."
희야는 그제야 표정을 굳혔다.
"우와- 그건 기분 나쁜데요……." 태오는 부들부들 떨다 몸을 웅크렸다. 이 빌어먹을 몸뚱이, 요 며칠 조용하나 싶더니 또 타는 듯 아프다.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어 침대에서 꼼짝을 못하던 태오는 허억, 하고 숨을 크게 들이 마시더니 그대로 상반신을 튕기듯 벌떡 일으키며 고통을 참고자 침대 시트를 꽉 쥐었다. 입술을 꽉 깨물고 고개를 숙이다, 부르르 떨더니 다시금 몸이 무너져내렸다.
"이 빌어먹을, 몸뚱이 같으니라고……."
머리카락이 잔뜩 흩어진 고개를 들자 시트가 한 방울씩 젖어간다. 코에서 흐르는 피 탓이다. 태오는 마지막으로 숨을 후, 하고 길게 뱉더니 시트를 꽉 쥐었던 손에 힘을 풀었다. 먹먹한 귀 너머로 들려선 안 될 소리가 들렸다. 아니, 어쩌면 들어야만 하는 소리일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자신이 지금 당장 듣고 싶은 건 아니다. 태오는 욕을 짓씹으며 고개를 시트에 처박았다. 흐르는 피가 멎을 기미가 없으니 먹먹하게 욕하면서 앓는 소리 시트 너머로 새어 나온다.
─분명히 서로간의 신뢰나 우애를 지키기 위해서, 아끼거나 하지 말아야 할 말도 있는 법이다. 하지만 이건 리라와의 신뢰관계를 지키기 위해 딱히 감춰야 할 필요가 있는 일이 아니라 그냥 말로 하자니 좀 끔찍하게 들릴 것 같아서 그냥 말을 안하고 있는 거라. 팔뚝만한 호스 끝에 젓가락만한 바늘을 갖다가 목뼈 사이에 꼽아넣는다는 소리가 친구 사이 유쾌한 근황나눔 토크에 올릴 만한 소리는 아니잖은가.
“뭘 목에다 꽂는다고만 해둘게. 더럽게 아파. ─그래도 인첨공에서 이 정도면 되게 무난한 커리큘럼 아닌가?”
하며 성운은 초커를 마저 채우고 주얼을 눌러보았다.
“공치사같은 거 되도록 안하려고 하긴 하는데, 네가 잘 만들어서 잘 쓰는 거야. 저번에 EMP 만들어준 거, 해준이 잡을 때 잘 썼다.”
좀 더 따라줄까? 하는 듯이 생수병을 잡아보이던 성운은, 리라가 슬슬 떠날 기미를 보이자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어주었다. 그러다가 리라가 보드게임을 언급하자, 한결 예전같은- 십대 청소년에게 어울리는 웃음을, 희미하게나마 얼굴에 걸었다.
“다음번에 노래방 가자는 건 어떻게 된 거야.”
하고 웃어넘긴 성운은, 리라에게 손을 흔들어보였다.
“─안전하게 지내.”
니어 스트레인지식 작별인사였다.
# 찐막레를 써왔습니다! 리라와 만나보는 건 언제나 즐거워요. 함께 놀아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오늘 이 생각을 하면서 자야지.. -B는 ...자용을 구분짓지만 얼핏 봤을 때 구분하기는 힘들까...? -케이스는 팀으로 일했을 것 같고... -그에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으며 피를질질 흘리는 걸 감수하면서라도 빌어본 적 있겠지... -수경은 건강상태 기복이 좀 있는 편이겠지..
보기보다 되게 무례하다라. 당신의 반응에 날이 서있음을 태오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리고 날이 섰음을 깨닫고 스스로를 우습게 보고 있다는 것도. 다만 이 점에 대해서 굳이 지적할 생각은 없었다. 당신의 상태를 이해하기 때문은 아니다. 친절하지만 상냥하지 못한 성정은 당신이 그렇다면 그렇겠지, 따위의 으레 끔찍한 '인간이 그렇지 뭐'를 착실히 적용하고 있었으니.
"내가 보기보다…… 상식이 없는 사람이라서요. 배우는 거 없이 자랐거든."
자조적인 농담인지, 아니면 진심인지 모를 말을 툭 뱉고는 태오는 느긋하게 자세를 바꿨다. 의자를 빙글 돌려 제대로 된 자세로 앉고는, 다리를 꼬며 등받이에 푹 기댄 채, 잠시 봉투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대화를 하며 다과를 곁들이는 건 좋지만, 지금 당장 또 버터와 설탕, 초콜릿 덩어리가 입에 필요한가 고민하는 듯했다. 그리고 고민은 길지 않았다.
"왜 너만, 이라. 재밌는 소리네요……."
먹지 않는 편이 좋겠다. 당신과 대화를 할 때 저런 불건강한 덩어리가 방해를 한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조금이라도 흐름이 끊기면 질릴 것이 뻔하다. 태오는 더 이상 쿠키에 관심을 갖지 않겠다는 듯 시선을 떼더니, 당신의 모습에 다시금 표정에 변화를 주었다. 이번에도 희미하게 호선을 긋는 눈이지만 감정은 명백하게 드러났다가 삽시간에 흩어진다. 흥미.
"……달리 말하자면 거래를 하자는 거죠, 너. 실로…… 흥미로워라. 오래간만에 살아있는 것에 흥미가 생기네요……."
태오는 고이 깍지를 낀 손을 배 위에 올렸다. 등받이에 흐르듯 기댄 자세하며, 꼬아낸 다리 하며 사뭇 불량한 자세였다. 살아있는 존재에 흥미를 가진 게 얼마 만이더라, 포르말린에 일단 담가보고 싶단 생각 말고 다른 생각이 드는 것도. 태오는 눈을 느릿하게 들었다.
"본디 거래라 한다면 내 쪽에 유리하게 끌곤 하는데, 이번에는……. 그래요, 답해줄게요."
옅은 비색 눈동자가 당신을 똑바로 마주한다. 명백한 거래자의 태도다.
"너, 선에 걸쳤잖아요……. 여기에 섞일지, 아니면 겉돌지. 나는 그게…… 이 도시에서 좋지 않다고 판단했을 뿐이에요. 무엇보다……. 네가 알게 되어버린 정보 때문에."
태오는 손가락 하나를 들어 손등을 일정한 박자로 두들기더니, 이내 입을 벌렸다.
"좋든 싫든 인간이란 무덤까지 가져가겠노라 선언하지만, 기어코 새로운 상자를 열지요……. 그렇지만 이 도시에서 희망 따위는 없는데, 잃는 것만 있으면 쓰나……. 네가 선인으로 살고자 한다는데, 악인만 가득한 곳에서 왜 나만 명분이 필요하냐 얘기하는 것도 그렇고……. 그래, 쓴소리는 싫을 테니, 망 봐준 값이라고 해줄까요?"
>>245 다른 것도 지금 찌고 있어요~ 피아노연주, 이런 것도 좋아해줄까요? 성운: (거울을 가리킨다) 성운: (그리곤 혜우를 복복 쓰다듬는다) 성운: “그래도 이제, 차근차근 화해해보려고···” 성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라니까, 하나둘씩, 응.”
한숨이 들린다. 직고하자면 당신과 지금 평온히 얼굴 맞대고 있지만 영 내키지 않는다. 여전히 그 당시 있었던 당신의 행동을 이해하고 싶지 않았거니와 당신은 묘하게 기분이 나쁘기 때문이다. 익숙하고, 낯설며, 무언가 깊숙하게 끌어당기는 것이 있다. 그러나 매력은 아니다. 조금만이라도, 당신의 속내를 깊이 읽어보고 싶지 않은 거부감이 든다. 형용할 수 없는 것이 자신의 발목을 부여잡고 다시금 어딘가로 끌고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시선을 마주하는 것도 꺼림칙하다. 다만 거래한 것이 있거니와, 행하지 아니하면 나리께서 직접 나설 테니 그 사람과 얼굴 맞대게 하는 건 한사코 사양하고 싶었다.
"……네 생각한 것이 정답일 수도 있지요."
이대로면 당신이 가장 의심하는 양아치 하나가 희생 당하겠지만 알게 무언가? 남의 집에 처들어와 침대를 뺏어가 기어이 자고간 대가 치고는 싸지 않은가. 태오는 느긋하게 외투의 안주머니를 뒤적거렸다.
"비단 도망이 문제가 아니지요……. 네게 이어진 명줄이 하나만 있는 건 아닐 텐데요……."
품에서 꺼낸 것은 검은색의 우편봉투였다. 단조로운 검은색에, 기분 나쁠 정도로 붉은 필기체로 伏 써있는 것을 당신을 향해 건네주려 하니, 그 어떤 의문도 갖지 말라는 듯 자연스러운 태도였다.
"외곽 지하에는 펍이 하나 있지요……. 미성년자인들 뭐 어떤가요, 술만 마시지 않으면 되는 일이니……. 한때 오즈를 제압했던 폐건물 근처, 푸른색으로 깜빡이는 네온사인 밑이 입구."
스트레인지의 음산한 거리. 길거리에는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고, 다수의 스킬아웃들이 담배를 피거나 취한 채로 고성방가를 하고 있었다. 한 후드티를 입은 청년은 거리에 있는 건물로 들어간다. 건물의 안에는 스킬아웃으로 추정되는 녀석들이 테이블 앉아서 낄낄대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 엥? 너는 누구냐? "
" 3학구 목화고 저지먼트 부부장 서한양이라는 사람입니다 - 3학구의 레벨 제로나 저능력자들의 돈을 강제로 수금해간 사람이 맞지요? 폭력과 협박을 동원해서요. 조사해보니깐.. 조직이름이 '정의사회' ? 찾아보니깐 아지트에도 대놓고 정의사회라고 써있어서요 - "
얼굴에 흉터가 난 껄렁한 녀석이 일어난다. 껄렁거리며 한양에게 다가갔고, 그를 비꼬기 시작한다.
" 하하.. 저기 그쪽에게 볼 일이 있는 게 아니고, 이 조직 두목에게 볼 일이 있어서요. 그리고 반말은 삼가하시죠? "
" 싫어. 어쩔래? "
스킬아웃은 한양의 뺨을 짝짝치며 낄낄 웃어대기 시작했다.
" 그만해요. "
" 왜? X같아? "
" 응. X같아. "
한양의 뺨을 때리던 팔을 왼손으로 막고, 오른 손바닥으로 녀석의 울대를 탁 친다. 녀석은 기침을 하며 주저 앉아버렸다. 이어서 다른 놈이 손에 회칼을 들고 한양에게 쇄도한다. 오른손에 회칼을 쥐고 한양의 복부를 노린다. 한양은 칼로 찌르려는 녀석에게 오히려 바짝 다가가서 거리를 좁히고, 오른손으로 녀석의 안면을 붙잡고 왼손으로 칼을 든 회칼을 붙잡는다. 그대로 녀석의 얼굴을 밀면서 뒷통수를 벽에 박아버리면서 기절시킨다. 한양은 녀석의 회칼을 쥐고, 두목으로 보이는 험악한 인상의 마주 앉는다. 그리고는 녀석이 안주 삼아서 먹던 생선회 하나를 회칼로 푹 찍어서 먹는 한양이다.
" 그..왜..3학구에 와서 행패요.. 깍두기듵은 깍두기들 세계에서만 놀면 아무도 간섭 안 한다니깐..됐고, 뺏은 돈이나 돌려주세요. "
" ...... "
" 뭔 말을 해봐요. "
곧 덩치는 자리에서 일어난 뒤 빠르게 소주병을 쥐고 한양의 머리를 내려치려고 했다 - 하지만 한양은 염동력으로 녀석의 움직임을 멈춘 뒤에 바닥에 내팽겨친다.
" 아저씨- 나도 참 이러기 싫어요. 그러니깐 우리 좋게좋게 갑시다? "
" 그 돈.. 없어... "
" 벌써 다 썼나 , 그 돈을? 그렇다면.. "
" 우리가 쓰는 돈이 아니라고. "
" 그게 무슨 소리죠? "
남성은 바닥에 앉으면서 무덤덤하게 담뱃불을 붙이며 말했다.
" 우리는 그저 협박을 당해서 녀석의 지시대로 따랐을 뿐이야. 안 그러면 우리를 전부 죽이겠다고 했거든.. 하지만 너가 나서준다면.. "
한양은 표정을 찡그리면서 코를 막고 말했다.
" 걔가 누군데요? "
[ 이틀 뒤 ]
4학구의 한 폐건물. 검은 올백 스타일에 창백한 인상의 남성이 자신의 부하들로 보이는 녀석들과 함께 돈을 세고 있다. 폐건물로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고, 녀석들은 시선을 입구로 돌린다.
" 제 4학구 소속.. 19살 이동호 학생 맞으시죠? "
" .... 뭐 하냐? 연장 들어. "
이동호라는 이름의 남성은 자신을 위협하러온 녀석임을 예상하고, 부하들에게 지시를 했다. 부하들은 각종 둔기류로 무장했지만..
" .....! "
순식간에 한양의 염동력에 의해 제압될 뿐이었다.
" 스트레인지 스킬아웃을 협박해서 우리 학구의 학생들에게 수금을 했다면서요 - 그래서 잡으러 왔지. "
" 잠깐잠깐 그게 무슨 잘못이라는 거지? 약한 것이 죄가 아닌가? 그 녀석들과 나는 격 자체가 다르다고. "
한양은 녀석의 어이없는 논리에 잠시 벙찌더니, 푸핫 웃으며 대답했다.
" 그래요. 격이 다르긴 해요. 국가에도 격이 있죠. 그걸 국격이라고 부르고요. 그런데 인간들한테 비슷한 격이 있어요. 우리는 그걸 '인격'이라 부르죠. "
" 내 보기에는 우리 동호씨 격이 엄청 낮은 것같아. 그래서 저 서한양과 동호씨의 인격 차이도.. "
" 뭐? 너가 서한양? "
" 네. 4학구에도 소문이 났나요? "
" 이 개X끼야아아아!!!!!! "
이동호는 서한양이라는 이름에 매우 격분하면서 능력을 발동하기 시작했다. 그의 능력은 특이하게도 전투 때 상대하는 사람이나 물체 혹은 동물마다 어떻게 효율적으로 제압하거나 죽일 수 있는지 직감적으로 알게해주고, 몸이 이를 로봇처럼 수행하게 해주는 능력이었다. 이동호는 나이프를 들고 한양에게 돌진하지만... 이 나이프를 든 효율적인 살인도 결국 거리가 가까워야 가능한 것.
" 크헉..크허억.. "
염동력으로 접근전조차 허용하지 않는 한양이에게는 쥐약이었다.
" 제가 뭐 잘못했나요? 엄청 열이 오르셨네.. "
" 쿨럭.. 너는 모르겠지.. 너네 애비라는 인간 때문에 우리집이 완전히 박살났는데! "
" 어.. 혹시 가족분이 간첩이신지.. "
" 너네 애비가 육군교도소로 넣어버린 녀석.. 이제 기억나겠어? "
" 아아-! 그 감빵 간 분의 동생이시구나. 근데 그게 왜요? 당신네 아버지 재선 실패해서 정치자금 끊기고 파산한 건 우리 아버지 잘못이 아니잖아요. 그런 걸로 따지면 당신네 아버지 때문에 우리 아버지도 전역하셨다고. "
" 닥쳐-!!! 개돼지들 손 봐준 것이 뭐가 잘못인데?! 그리고 그거 알아? 너네 애비 반골이라서 윗 사람들이 원래부터 존X 싫어했어. 안 그랬어도 나갈 양반이었다고.. 크큭.. "
" 국회의원 아들이라는 권력을 이용해서 후임을 자살까지 몰고 간 게 잘못이지, 잘 한 겁니까? 그리고 당신네 아버지도 말 많았어요. 조폭하고 유착하고... 예산 횡령의혹도 뜨고.. 힘은 얼마나 좋은데 양다리에- "
" 아- 그래서 동호씨와 동호씨네 형 어머니가 다른 거구나. 그나저나 인연이네 - 여기서 그 분 동생을.. 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인첨공 오셨겠다, 그치? 그래도 좀 잘됐네. 레벨도 나름 높고.. 애들 모아서 삥이나 뜯는 건 벌 받아야겠지만. "
" 뭐?! 뭐라 그랬어, 이 개돼지 새X야!!! "
" 뭐요. 사실이잖아요. 어머니가 다른 걸 다르다고 부르지, 같다고 말해ㅇ... "
그렇게 설전을 펼치다가, 갑자기 자욱한 연기가 건물 안을 채우기 시작했다. 이동호의 부하가 연막탄을 터뜨린 것.
" 어서 형님부터 챙기고 도망가 -!! "
" 쿨럭..서한양..너는 내가 꼭 죽인다.. "
" 에이씨..해볼 테면 해봐요. 아, 왜 이렇게 안 보여... "
얼마나 독한 연막탄인지 한양 역시 기침을 해대느라 이동호를 놓쳤고, 연기가 다 빠진 폐건물에는 한양 외에 아무도 없었다.
"네 일기 한 장을 찢었어. 거기에 뭐라고 적혀 있을까?" 태오: "그걸 굳이 찢고 무엇인지 맞춰보라는 당신의 격에 대한 평론이 쓰여있지 아니할까, 생각한답니다……." "……돌려주시겠나요, 당신이 사생활을 침해할 만큼 무례한 사람이다마는, 더 평판 깎이는 건 싫잖아요."
[20xx년 8월 12일. (배경과 인물 크로키. 집 창문 밖으로 내다본 풍경을 간단히 그린 듯하다.) 나가지 않음. 바깥의 날씨가 더운 듯하다. 조용한 하루.]
"24시간 후에 죽는다면 뭘 하고 싶어?" 태오: "……굳이 기다리며 마지막을 셈하는 이유를 알 수 없네요. 희망을 얻고 싶은가요." "……." "밧줄이나 예쁘게 꾸며볼까요."
"누군가를 어떻게 나락에 빠뜨릴 거야?" 태오: "……아하하!" (드문 웃음이었다.) "그런 것은 미리 계획하거나 마음에 담는 게 아니에요……." "……어느 순간 정신 차리면 벌어지고 난 이후겠지." "그게 나락인 거예요, 그러니 쉬이 입에 담지 말아. 그건 절대 가벼운 단어가 아니야……."
"네가... 네가 뭔데 그 사람들을 없애?" "내가 그렇게 해달랬어? 어? 내가 해달랬냐고!" "그들이 없으면, 없으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데." "이 죽일 듯한, 미칠 듯한 감정을, 어디다 쏟아야 하는데!!!" "...네가 받아내. 서성운. 네가, 내 증오, 분노, 이 광기, 전부 감당해." "아, 그래, 이제 네가 제일 증오스러워. 미워. 그러니까 절대 내 곁에서 떨어지지 마." "나보다 먼저 죽을 생각도 하지 마. 내가 살아있는 한 죽음조차 허락하지 않을 거야." "그래도 그 말은 해줄게. 네가 견딜 수 있게, 나보다 더, 오래 살 수 있게."
인첨공이 아닌 서울특별시였다. 슬슬 모두가 퇴근하려는 저녁 -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날씨였다. 한 호화로운 영어유치원 앞. 왼쪽 가슴에 'LEE DONG HO'라고 써진 명찰을 단 어린아이가 누군가를 기다린다. 곧 아이 앞에 한 리무진이 왔고, 운전석에서 한 중년의 남자가 비를 맞으며 뒷 좌석을 연다. 뒷 좌석에서 나오는 남성에게 우산을 씌여주는 중년-
" 동호야~ 아빠 왔다. "
그렇게 두 부자는 리무진의 뒷 좌석에 타서 귀가를 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갑자기 급브레이크로 멈추는 리무진 - 동호의 아버지는 성질을 내기 시작한다.
" 어이- 김기사! 운전 똑바로 안 해? 나이 50이나 처먹고 운전은 잘해서 뽑아줬더니만.. 가족들 굶는 거 보고 싶냐? "
" 죄송합니다, 의원님.. 그런데 앞에 갑자기.. "
리무진 앞에는 한 모자를 쓴 남성이 리어카를 끌고 느리게 걸어가고 있었다. 남성은 이를 보고 쯧 혀를 차며 동호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 동호야. 약해지기 시작하면 저렇게 되는 건 시간문제란다. 너는 저렇게 되면 안 된다? "
아까의 영어유치원보다는 좀 허름하고 덜 깔끔한 군 어린이집이었다 - 어린이집 앞에서는 '서한양'이라고 써있는 목걸이를 찬 한 어린아이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어딘가를 보더니 환하게 손을 흔들며 달려간다.
" 아빠아아아아아-!!!!!!! "
" 아이고, 이 녀석아. 비 맞는다. "
육군 전투복에 대위 계급장. 양쪽 어깨에는 초록색 견장이 달려 있었다. 왼쪽 가슴에는 '서한성'이라고 써져있는 명찰과 명찰 위에는 '군사경찰' 병과 마크가 붙어 있었다. 왼쪽 팔에는 대한민국 국기 마크가 붙어있고, 오른쪽 팔에는 '특수임무대'라고 써진 패치가 붙어 있었다. 대위 철제계급장이 박힌 베레모와 안경을 쓴 남성은 한양에게 우산을 씌워준다.
" 오늘 선생님 말 잘 들었어? "
" 응! 엄마는? "
" 엄마는 오늘 야근한대~ 그래서 아빠가 아들 데리러왔어. "
" 오오오... 그러면 엄마 늦게 오니깐... "
" 오늘은 아빠랑 실컷 게임하자. "
" 와아--!!!!!! "
그렇게 한양과 한성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걸어가고 있었다. 우중충한 날씨임에도 분위기가 밝아질 정도로. 그런데 한양은 우산으로부터 안 맞는 비를 맞기 시작한다. 머리에서 느껴지는 축축한 물기. 자신의 손을 잡고 있던 아버지의 손도 느껴지지 않는다.
" 아빠? "
한성을 올려다보는 한양. 한성은 정중한 표정으로 누군가에게 경례를 하고 있었다. 한성이 경례를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아까 동호가 보던 리어카를 끌던 노인이었다. 노인의 모자에는 ' 6.25 전쟁참전용사 '라는 글씨가 박혀 있었고, 노인은 한성의 경례에 멋쩍은 듯이 모자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한성은 한양에게 우산을 다시 씌워주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 아들- 갑자기 놀랐지? 아빠가 미안해. 그런데 말이야 아들. "
" 응. "
" 저분들에게 감사해야 되는 거야. 저분들 덕에 우리가 있는 거고. 아빠는 아들이 그거 알았으면 해. "
정보의 불균형에서 강제로 지나치게 우위에 놓여있다는 게 태오에게는 대개 불쾌하고 힘든 일이긴 하다만, 이따금 이렇게 유쾌한 순간도 온다. ···그러면 너도 아니란 거야? 그러면 누가 태오 선배에게 말했지? 같은 흐름이 될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만, 할 수 있는 게 고작 주변의 저지먼트 동아리 친구들에게 도움 청하기인 유치한 일개 쥐새끼가 진상을 알 수 있을 리가 없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진상에 닿지를 못하고 수박 겉핥기만 하고 있는 꼴이 자못 골계롭다. 뭐, 지금에서야 딱 이 정도가 적당하긴 하다.
“······알고 있습니다.”
자신이 죽으면 안될 이유 같은 거, 굳이 누구 입으로 채근받지 않더라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죽음을 피할 대책만큼은 마련해둘 수 있을 만큼 마련해두고 있다. 자신에게 무리겠다 싶으면 포기할 생각도 만만이다. 하지만 섣불리 무리겠다 싶은 생각을 하고 싶지도 않다. 금교와 윤강목에게로 눈을 돌려보면 태오의 말마따나 그들에게 쥐여있는 명줄이 그야말로 하나가 아니니까. 그러니, 아무 것도 되묻지 말고 그냥 받아라, 고 내미는 복자가 적힌 까만 봉투를, 성운은, 그 껄끄러운 호의를 소중히 품안에 넣어 챙겼다.
“알겠습니다.”
하는 성운의 말끝 말미에 무언가 회상하는 기색이 분주하다. 오호라, 이 녀석 보아라. 몇 년 전 것이긴 한데, 스트레인지 지도를 갖고 있잖은가. 태오만큼 빠삭하지야 않다만, 적어도 어느 초록머리 삼도류 길치마냥 엄한 잡구석에서 길 잃고 헤맬 걱정은 좀 덜어도 좋겠다. 낡은 것이긴 하나 적어도 성운이 이번에 가야 할 장소를 찾아가는 데에는 별 지장 없으리라.
“···감사합니다.”
잠깐 뜸을 들이다, 성운은 그렇게 답을 내어놓았다. 그 「어르신」이 누구인지 여쭤봐도 괜찮겠습니까? 하는 말이, 입밖으로 나오지 않고 머릿속으로 끝났다. 대신 다른 말이 나왔다.
“이대로 품 속에 넣기만 하기에는, 박수한테 복채 안 치르고 나온 기분이라··· 혹시 제게 뭔가 바라시는 게 있을까요.”
ver. 절망편 시화방조제를 지나 방아머리해변의 방아머리공원 모서리의 산울타리에, 낡은 오토바이 한 대가 처박혀 뒤집어져서는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할 몰골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참으로 입에 담기에도 구접스러운 몰골을 하고서, 새하얀 머리터럭도 온통 구중중해진 꼬락서니가 된 어느 비참한 무언가가 비틀비틀 일어서려고 하고 있었다. 일어서려다 말고, 그것은 더 이상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다시 풀숲 위로 무너져내렸다. ─실패했다. 이번에도,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무엇 하나 지키지 못했고, 무엇 하나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했고, 무엇 하나 원하는 것 이루지 못했다. “저기. 미안해.” 그리고는 입을 열어서, 누구도 들을 이 없는 무가치한 고해를, 지껄이기 시작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믿어주지 못해 미안해. 함께하지 못해 미안해··· 뭐라도 잘하고 싶었는데··· 함께 행복하고 싶었는데···” 눈앞이 흐려져온다. “잘 안됐어.”
ver. 희망편 “······” 솔직히 말해, 지금 어떻게 자신이 두 다리로 버티고 서 있는지 모르겠다. 부르튼 입가에 새하얀 김이 흐른다. 지평선이 푸르게 백열하기 시작하는 것이 멀리서부터 보인다. 어둠이 서서히 건물들 사이로 흘러나가고, 정적을 깨고 들리는, 새 지저귀는 소리. 마치 여느 평범한 겨울 아침날처럼. 많은 것을 잘못했다. 많은 길을 잘못 들었다. 많은 결정을 잘못 내렸다. 하지만, 그 모든 길들을 거쳐서, 끝없을 것만 같던 밤의 끝에, 소년은 너희와 함께 도달했다. 너희가 청구한 너희의 미래가 지금 이 순간 참으로 평범하고 조용하게도 너희들의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성운은 너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활짝 웃으며, 너에게로 달려왔다. 굳이- 수고했다느니, 그 쪽은 어땠냐느니, 다음은 무엇이냐느니, 그런 골치아픈 이야기, 이제 더 안해도 되는 거겠지? 이제, 우리는 자유야. 그러니까, 그러니까 말야, “저기, 집에 가자. 그동안 못했던 거, 하고싶어─ 아침밥 차려먹고, 늘어지게 잤다가, 만화방에서 만화라도 한가득 빌려서, 오는 길에 치킨도 한 마리 사고, 음료수도 페트병으로 크게 사서, 오늘 하루, 그냥 실컷 놀아버리는 거야, 그리고 그 다음에는─”
2. 『못 믿겠어』 ver. 친칠라 “······저기.” “그렇게 말해도 곤란한데.” “지금 네가 한 말들만 가지고서는,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이기 힘들어.”
ver. 친칠라(특수상황) “···저기, 나랑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 떠올려볼래?” “······그래도 내가 왜 이렇게 고집부리는지 모르겠어?” “이건, 믿느니 마느니 하는 단계를 넘었어. 난 너와 같이 가야겠어.”
ver. 설표 “내가 그 말을 믿어야 할 이유가 없는데.”
ver. 설표(특수상황) “···그래. 못 믿어.” “내가 지금까지 널 군말없이 믿어줬던 건 그 편이 네가 행복할 거라 생각해서였어.” “그런데, 이번에는 좀 내멋대로 굴어야겠어.”
3. 『지옥으로 떨어지길』 “나는 잘 모르겠다. 너는 좀 더 나은 인간일 수 있었을 텐데. 좀더 스스로 행복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좀더 나은 삶을 선물하고, 평범하게 행복한 삶을 살아갈 기회가 있었을 텐데─ 어째서 그 너절하고 거지같은 짓거리들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고통받게 했는지.” “그 짓거리들로 네 스스로 충족시킨 게 네 그 정신나간 계획인지, 아니면 구질구질한 탐욕인지, 추잡스러운 욕망인지는 모르겠는데, 그게 너를 여기까지 이끌었다는 것만은 알아두었으면 좋겠어.” “여기가 선의 끝이고, 이 지옥이 네 보상이야. 네가 다른 이들에게 안겨준 무력함만큼, 너도 네 무력함을 충분히 맛보기를 바라.” “네가 여기서 나를 죽이더라도, 무슨 짓을 하더라도······” “결코 네가 바라는 낙원 따위는 오지 않아.”
>>302 말 그대로 끝이라는 느낌이네요. 개인이벤트는 완료했으나 메인스토리가 대폭발, 저지먼트가 거의 전멸까지 몰린 마당에 위기에 빠진 혜우를 냅다 오토바이에 태우고 도망쳤는데, 도주 과정에서 혜우 사망, 성운이도 치명상을 입고, 오토바이 연료도 다 떨어져가는데 앞바퀴에 펑크까지 나서 조향도 제대로 못하고 마지막 충돌과 함께 맞이하는 비참한 최후라는 느낌으로 썼어요. 다시 못 일어나는 게 저거 지금 유언이라
희망편, 친칠라로 저럴지 설표로 저럴지는 혜우주 상상에 맡길게요. (방금 깨달은 사실이지만) 「저기」가 친칠라의 시그니처 말버릇(?)이긴 한데, 설표도 말씀드렸다시피 무의식적으로 그런 연기를 하고 있을 뿐이지 내면은 별로 바뀐 게 없으니까 엄청 기쁘면 기쁜 대로 친칠라 튀어나올지도 몰라요?
입맛에 맞으신 것 같아 기쁩니다.
3번이요? 어 혜우한테 하는말은 절대아닌데 메인스 빌런이나 혜우 개인스 빌런들한테 해주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썼는데
왜 듣고보니 혜우랑 관계 파-국이다 됐을 때 혜우한테 해도 그럴싸할 것 같지.........? (흐릿)
리라는 아침 해가 뜨는 걸 보며 상자에 그려낸 것들을 차곡차곡 넣고 쪽지를 작성한다. 블랙 크로우 전과 유사한 구성이지만 레벨이 오른 만큼 조금씩 업그레이드된 물건들. 그나마 미리미리 구상하고 짜 둔 것들이 조금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하룻밤만에 다 만들어 낼 수 없었을 것이다.
슬슬 카페인의 힘도 다 떨어져간다. 아... 오라, 달콤한 잠이여. 그렇게 중얼거리며 가방을 대충 베개 삼아 부실 소파에 드러누우려는데, 문득 앞주머니에 기묘한 감촉이 느껴진다. 딱딱하지 않지만 꽤 두께감 있어 푹신한 것. 이게 대체 뭔가 싶어서 꺼내보면 얼마 전 무심코 구매해두었던 고양이 발 모양 수면양말 두 쌍이다. 성운의 집에 방문한 이후 생필품 충당을 위해 장을 보러 갔다가 발견한 아이템이었다. 그러고보니 이거 주는 걸 잊었었네. 어쩐다. 잠시 고민하던 리라는 비척비척 일어나 성운과 혜우의 책상으로 다가갔다. 어쩌긴 뭘 어째, 주면 되지. 그리고 장비들이 빼곡히 담긴 상자 옆에 잘 접힌 수면양말을 하나씩 놓아둔 후 포스트잇을 들었다.
[꼼짝 마라! 고양이 습격이다!]
의미 모를 메모를 남긴 후 다시 소파로 돌아온 리라는 등받이와 시트의 연결부에 몸을 구겨넣고 무릎을 당겨 동그랗게 말렸다. 문득 기숙사에 고이 놓여있는 검은 고양이 양모펠트 인형이 떠오른다. 고양이와 커플의 상관관계는 무엇일까... 보고 있으면 꽤 귀엽다는 것인가...
그런 쓸데없는 생각이나 하다가 그대로 딥슬립 했다. 아무래도 모두가 도착하는 오후 2시에나 일어나겠거니 싶다.
인위적으로 닫기 위해서는 뭔가 다른 조치가 필요한 모양, 한번 연 건 닫힐 때까지 내버려 두는 게 기본인 것 같다. 그러면 비상시 사용하기에는 그렇게까지 유용하지 않은 것 같다고, 수경의 설명을 들은 랑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어느새 수상한 남성은 포탈을 넘어 부실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왔다.
"?"
아니, 상식적으로 갑자기 담벼락에 생긴 포탈을 별 망설임 없이 넘어오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너머에 뭐가 있는지 보였으니, 그렇게 위험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평범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지극히 자연스럽게 넘어오는 남성을 보며 랑은 대체 뭐 하는 인간인가 생각했다.
그러다가 남성이 수경을 향해서 곧바로 다가가자 아는 사람인가? 했으나. 수경이 작게 신음을 흘릴 정도로 손을 세게 붙잡는 것부터, 옆에서 듣기에도 석연찮은 말과 질문들을 해대고 있으니 아는 사이라고 해도 좋은 관계는 아니겠구나 하는 결론에 이른다.
"뭐냐 이 새낀."
그러나 랑은 바로 개입하는 대신, 수경을 쳐다보며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이미 마음에는 안 드는 게 잔뜩이었지만, 여기서 내쫓으려면 온건한 방식으론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포탈이 아직 열려있었다면 그냥 포탈로 걷어차 버리면 됐을 것 같은데, 포탈은 타이밍 좋게 닫혀버렸다. 이래서는 꼭 저 기자가 작정하고 포탈을 열고 들어온 것 같지 않은가.
>>372 히 히히 고마워... 자동번역 성능 죽여주잖아~👍 컨디션... 약 있던 거 먹으니까 인후통이나 그런건 괜찮긴 한데 코막힘이 죽어도 안 사라진다... 나 억울해~ 자고 일어나서 배터리 충전 안한 것 같은 몸뚱이 때문에 설마설마 했더니 선명하게...🫠 랜선 스벅(리라주의 마음) 받았으니 걱정 말어...😋
그 모든 단점을 쌈싸먹는 이유 중 하나는 이거 프로토타입이에요... 일단 이런 작은 거에 꾸역꾸역 집어넣은 것만 해도요... 하지만 그걸 말해줄 이는 없었다.
"돕다니요? 저는 그저 참기자로써 당사자에게 공익을 위한 질문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인첨공의 사람들이 이런 사건에 대해서 알아야지 저희들이 이런 일을 알렸다는 게 공공연하게 드러나지 않겠습니까? 라고 랑을 향해 말을 하면서 재차..
"그래서 대답은 언제 하실 건가요? 질문이 꽤 많아서요." "저..는.. 저...는...." "연구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제가 그 때 죽었으면.." 랑의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기자의 밀어붙이는 것에 손을 뿌리치려 하지만 기자와의 완력차이는 어쩔수가 없습니다. 더듬더듬 말을 하는 얼굴에 핏기가 원래도 많지 않앗ㅎ지만 지금은 백지장같군요. 결국 대답을 다 하지 못하고 맙니다.
"좋았을 거라고요? 안 좋았을 거라고요?" 기자가 채근합니다. 전자로 대답하면 정신적 문제가 생긴 거라고 적을 거고 후자로 대답하면 뻔뻔하게도 생존한 이는... 그렇게 적을 것이라는 걸... 지금까지의 태도로 봐서는 잘 알 수 있을지도요..
"그럼 안 좋았던 걸로 치고 기사를 적도록 하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까요?" 수경이 말을 잇지 못하자. 기자는 제멋대로 다음 질문을 입에 담습니다.
"뭐.. 저희는 정당한 언론이라서 괜찮겠습니다만 할페티 양께서 언론 일부를 고소하겠다는 연구소의 입장에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은데 맞죠?" "하... 이런 고소를 남발하는 이들 때문에 언론이 자기 입장을 밝히기 쉽지 않아지고 주춤하는 건데. 할페티 양이 그런 짓을 하려 했다면 솔직히.. 기사를 잘 써드리긴 어려울 것 같죠? 당연히 관계가 안 좋아질 것 같은데 말이지요?" 손가락이 창백하게 질리는 걸 보면 피가 안 통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세게 잡은 것 같습니다. 협박에 가까운 말을 하는 기자로군요. 랑이 옆에 있음에도 기자와 수경 둘만 있는 듯한 걸 느끼나 봅니다. 도와달라는 말도 하지 못하는군요.
이 상황이 도움이 필요할 만한 상황이라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기자의 반응에 랑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리 이야기했다. 그럼 이제 어쩐다... 자신의 물음에 대한 답이 돌아오기도 전에, 기자는 거의 폭포처럼 질문을 쏟아내고 있었으며 수경은 그 질문에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로 우물쭈물하고 있다. 누가 보면 갑작스러운 인터뷰나 손이 붙잡힌 것에 대한 당황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할 수 있겠으나. 질문의 내용과, 제대로 나오지 않는 답, 의도가 다분한 대화의 흐름을 듣고 아예 새하얘진 수경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단순히 당황이라는 말로 설명될 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랑은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자신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건지(아마 들리긴 했을 것이다, 인식하지 못했을 뿐) 새하얗게 질린 채 있는 수경을 보며 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리고 한숨 소리가 멎자 마자. 랑은 손을 펼쳐 남성의 턱과 뺨을 감싸듯 올려붙이려고 했다.
"밖의 엘리트주의보다 인첨공의 엘리트주의가 얼마나 심한지 알고 있는데. 현태오가, 배우는 것 없이 자랐다는 말을 누가 믿을 것 같아?"
농담이라면 질 나쁜 농담이고, 진담이라면 웃기지도 않는 소리지. 불과 몇분, 혹은 몇십분 전까지 날선 반응을 보인 것과는 사뭇 다르게 눈 사이를 지그시 누르며 평탄히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탈력감과 피로감이 드러난다. 피곤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대화를 나누더라도 바뀌지 않을 대화를 나눈다는 행위 자체에 대한 피로감이다. 버터와 초코가 엉킨 진득한 단맛이 불쾌하게 혀끝에 남아서 차로 입안을 헹군 뒤 서랍에서 대중 잡아 뽑아낸 물티슈를 태오에게 건넸다.
물티슈로 손을 닦던 혜성의 잠시 이채가 깃들었던 새파란 눈동자에 짙은 그늘이 드리웠다. 잠시나마 호선을 그렸던 태오의 눈동자와 사뭇 다른 지독하게 차가운 눈동자. 혜성은 기껏 깨끗하게 닦은 손으로 다시 조각낸 쿠키를 집어 한입 깨문다.
똑바로, 혹은 노려보듯 응시하던 눈동자는 이내 도르륵- 방향을 틀며 굴러간다. 혜성의 자세는 편하게 취하던 방금의 자세와 달리 단정하고 반듯했다.
"─거래라는 건 동일한 목적이나 동일한 가치를 가진 것들을 상호간의 협의를 통해 하는 행동이잖아? 내가 네 흥미를 끌만한 가치를 지닌 것들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동등한 거래는 불가능할 것 같은데."
조용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하고 남은 쿠키까지 입안에 집어넣고 나서야 쿠키를 쉴틈없이 조지던 행동이 멈췄다. 도륵 굴러갔던 새파란 눈동자가 태오에게 향하고 혜성은 흐릿하게 입꼬리를 치켜올려 미소를 지었다.
"..내가 선택한 게 얼마나 *같은지 이야기할 생각이면 하지 않아줬으면 좋겠어. 지금은 어떤 말을 듣더라도 곱게 받아들일만큼 심적인 여유가 없어서."
손바닥 위로 굴러떨어진 알약 두개를 물도 없이 삼키며 중얼거렸다. 분명 이러면 안되는 일에도 의문을 가지지 않고, 능력으로 사람을 공격하는데 거리낌이 없는, 숨이 붙어있다면 살릴 수 있다는 말이.
"하..." 랑을 무시하는 것처럼 고개를 돌리고는 수경에게 질문을 또 나불댑니다. 아직은 찌라시에서나 나올 법한 건 아슬아슬하게 피해가지만. 언제나올지 모르는 일이군요.
"기자들을 적으로 돌리면 얼마나 힘든지 할페티 양도 당연히 잘 알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얽!!!" 랑의 싸대기에 순간적으로 수경의 손목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 수경이 윽! 하는 소리를 냈지만 그보다 기레기의 얽 소리가 더 커서 묻혔습니다. 손을 놓치고 뺨을 감싸안은 기자가 랑을 노려봅니다.
"대체에. 이게 무슨 겨우업눈 짓입니까?" 경우없는 짓을 왜 하냐는 듯이 랑을 보는 기레기. 수경은 손을 덜덜 떨고 있습니다. 피가 안 통하다가 통해서 저릿거림과 손목에서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요즘 애들은 기자를 존경하지는 못할망정..." 뺨을 때려요? 기자가 무섭지도 않습니까? 네? 후배도 맞고 왔다는데. 저지먼트의폭력행위.. 같은 말을 나불나불
대화를 하려는 성운과 태오를 두고 간만에 학교 매점을 갔다. 모임 중에 아이스크림을 먹긴 했지만, 그걸로 간식배가 찰 리가 있나. 혼자겠다 입맛도 돌겠다 이것저것 신나게 고르다가 성운이 생각이 나서 멈칫했다.
내일까지 같이 있자고 할 건데, 저녁배까지 과자로 채워서 밥 안 먹는다 그러면 시무룩해져서 서운한 표정을... 아니다, 또 그러지 천혜우, 하면서 미간을 구기려나.
"......"
조용히 집었던 거 다 내려놓고 초콜릿 들어간 슈과자 하나만 집어들었다. 양은 많지만 배도 거의 안 차고, 이거 하나는 괜찮겠지. 계산하고 나와서 운동장이 보이는 현관으로 나갔다.
방학인데도 운동장에는 운동부로 보이는 학생들이 왁자지껄했다. 그런데 부활동보다는 그냥 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운동장을 구경하면서 슈과자를 하나씩 집어먹었다. 이리저리 튕기는 공을 따라 눈만 휙휙 굴리다가 두 학생이 서로 부딪혀 바닥에 나뒹구는 걸 보고 참 나, 하고 중얼거렸다.
"기운도 좋네. 이 더위에."
서로 머리를 부딪힌데다 한 명을 바닥에 제대로 굴러 다리를 부여잡고 있길래 슬쩍 그 둘을 타겟으로 능력을 전개했다. 그러자 금방 아픔이 사라진 것에 두 학생은 놀라더니 이내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금 떠들며 놀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시금 그들을 구경하며 과자를 먹는데 그 중 한 명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하?"
혹시나 싶어 주변을 두리번 거렸지만 그 자리엔 나 밖에 없었다. 뭔가 찜찜해서, 마주 손을 흔드는 대신 중지 하나를 빳빳이 세워 내보였더니 넉살좋게 웃으며 가는 것 아닌가.
"이상한 X끼네..."
뭐야 몰라 저거 무서워요. 몸서리를 한 번 치곤 마저 과자를 먹었다. 대화는 언제 끝나려나-
언젠가 자신이 양아치 하나를 팔아먹은 걸 들킬 수도 있지만 이미 말하지 않았는가? 당신의 생각이 정답일 수도 있다고. 그 생각이라는 것을 읽지 않았다는 조건 하에 당신이 때려맞추는 게 맞으리라 조언했을 뿐이라며 뻔뻔히 넘어가면 될 것이다. 유치한 발상이지만 어쩌겠는가? 착각한 쪽의 잘못이노라 생각할 수밖에 없는 속좁은 위인인데. 태오는 당신이 봉투를 받자 금세 손을 떼었다. 손등의 일부도, 그리고 손바닥도 보이려 하지 않는 태도가 가상할 지경이다.
그리고 들려온다. 또한 보인다. 어디로 가야 하고, 무엇을 보는지 가늠하는 소리가 얕게나마 머리를 스친다. 적어도 길잡이 스킬아웃을 보낼 필요는 없겠구나 싶기에 감사하단 말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는 침묵했다.
어르신에 대해 묻지 않는 걸 보니 썩 되먹지 못한 녀석은 아닌데, 대가를 받겠노라 하는 것도 보니 괜찮은 거래 태도를 가진 녀석이기도 한데. 왜 이렇게 껄끄러운지. 태오는 잠시 고민하다 쉬이 답을 내렸다. 바깥것 특유의 알량한 정의감 때문일 것이라고.
"내가 요구하고자 하는 것은…… 네가 익히 알 수도 있는 사실이랍니다……."
태오는 가지런히 손을 모았다. 소매가 손등을 다시금 덮어 가린다. 평소 같으면 내 시야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는데, 라고 말했을 게 뻔하지만 이번엔 좀 달랐다.
"이번 일은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녀석들이니 예외지만……. 외곽은 외곽이고, 바깥은 바깥이랍니다……. 더 깊이 발 들이지 말아요……."
그리고 슬슬 좀 이야기를 하자면... 자신의 캐릭터가 쓸모없다고 생각하진 말아주셨으면 해요. 결국 어떻게 하기 나름인거고... 저는 지금까지 그 누구도 쓸모없게 처리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결국 여러분들이 어떻게 하기 나름인거고, 스레 초기부터 말했지만.. 레벨0여도 이것저것 많이 시도하고 열심히 움직이며 그만큼 활약하는거고, 레벨이 높아도 그냥 꿍하게 있으면 활약을 못하는 시스템이기도 하고... 일단 최대한 모두에게 분량을 주려고 하고 있거든요.
결국엔 쓸모없는 캐릭터는 없으니까 그냥 이것저것 뭐라도 하면서 시도하고 움직이면 결국 다 도움이 되고 뭐라도 나오기 마련이라고 생각해요.
단적으로 이야기해서 제일 무력한 캐릭터는 철현이지만... 철현이는 충분히 조커로 활동하고 있고... 이것저것 파훼한 것도 많잖아요? 이런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자기 캐릭터가 쓸모없다는 생각은 하지 말기. 사실 활약성으로 따져보면 은우와 세은이가 제일 활약한거 없습니다. 지금까지 한게 뭐 있어. (흐릿) 맨날 어디 처박혀있거나 나오는 것도 없고 나와도 땅에서 으아아악 하면서 구르고만 있는데...(눈물)
"눈을 제대로 안 뜬 건 그쪽도 마찬가지 아닌가?" 저지먼트같은 이들의폭력성... 이라고 중얼거리다가
"저지먼트가 아니라면 스킬아웃인가?" "스킬아웃이 저지먼트를 감싸요? 그럴리가 없지 않나?" "저지먼트에 정식으로 취재요청을 넣어야겠군요. 아니면... 할페티 양이 밖에 나올 때를 노려야 하겠군요." 비틀린 웃음을 짓는 기레기. 물론 비틀린 이유는 뺨이 좀 부어서 그렇습니다.
손의 저릿저릿함과 손목 통증을 참으면서 일단 포탈건에 좌표를 입력하려 합니다. 조금 느리긴 하지만 아픈 걸 참고 입력하려 합니다.
"하. 멱살까지 잡다니. 요즘 어린x들은..." 기레기가 랑의 멱살을 마주 잡으려 하고는 쌍방으로 흔드려 시도합니다. 수경은 벽을 향해 쏠까말까 약간 흔들리는 걸까요?
"어딜..." 기레기가 그걸 눈치챈 것처럼 랑을 뿌리치려 합니다. 성공한다면 수경의 손목 중 하나를 부러뜨리기라도 할 것처럼 홱 꺾으려 했을 거고. 실패한다고 해도 랑을 심하게 흔들어서 뿌리치려는 시도는 계속합니다.
>>513 🤔🤔 다른 애들도 그렇지만 태오도 어느 쪽에 가도 좋을 거 같은데... 태오가 있으면 상대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이 가능하다보니... 으음 근데 그림자 쪽에서는 태오의 능력에 대응책을 세워놨으려나? 크크큭맨은 충분히 대응했으니까 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한다고 치면 불렛 쪽이 좀 더 효과적일지도
"마음에 들던 사람에게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이리라: "그 사람에게 직접 '네가 싫다' 내지는 '필요 없다' 라는 말을 듣지 않는 이상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보이는 태도만으로도 내가 싫어진 게 뚜렷하게 보이는 상황이라면 이 대처 자체가 현실 도피인 걸 모르진 않지만, 그냥... 버려졌다고 생각하면 너무 슬프잖아요. 좀 미련한가요?"
"어떤 초능력을 얻고 싶어?" 이리라: "이미 얻긴 했지만... 굳이 더 골라야 한다면 뭐든지 막아줄 수 있는 능력이요. 방어막이라던가?"
"어떤 맛을 좋아해?" 이리라: "과하지 않고 익숙한 맛. 부드러운 거." "요즘 특별히 관심이 가는 맛이라면 계피 맛. 생각보다 더 맛있었어."(?)
>>514 첫번째는 회고하는것도 같고 그래서 싱숭생숭하네... 리라가 정반대로 대해줘서 다행이다 아기대장늑대 온전히 사랑받아라. 랑이도 사람 좋아하는 편인거 같아지는 답이다 흐흐 아무것도 필요없다는 것에서도 이것저것 연상되는데 평범한 삶을 원하는 것도 같고 자기 능력 좀... 꺼려하는것도 같아서 어... 랑이야 행복하자...(랑이 코뽀쪽) 매운건 유일하게 느껴지니까 그쪽으로 먹는구나! 식감 좋은것도 비슷한 이유로 좋아하려나?
>>51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계피맛!!! 첫키스의 맛은 계피맛이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귀여워!!! 미련할지도 모르지만 난 그게 긍정회로라고 생각해 리라야..... 남들이 자기 뒷담 하는거 들어도 못들은척 신경 쓰던게 생각나서 쓰다 참... 최대한 밝게 생각하려 하면서도 이런 부분에선 성숙하게 대하는게 느껴지네...
"기삿거리는 중대사항이니까 말이지요?" 하. 하면서 포탈 너머로 떨어지면서도 웃는 기자입니다. 기자가 어떻게 되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기삿거리를 잘 물고 왔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포탈이 사라지자. 수경은... 조금 과호흡스러운 기분을 느끼며. 소파에 웅크리듯이 앉으려 합니다.
>>541 이제 닥치고 밥 마저 먹으려 했는데 이런 꿀맛을 ㅠㅠㅠㅠㅠㅠㅠ 아악 여로 슬픈 과거일 말하면서도 가벼운거 너무 쓰린데 어이거능청스럽고맛있다(?) 콕 집어 부모 잘못 말하는 부분에서 능글맞음이 넘쳐흘러......... 이경이 능력 갖고싶어 하는건 과연 능력이 좋아서일까 사람이 좋아서일까....... 소원 들어주는 능력이 있었다면 여로 버림해로 써달라고 더 날뛰었을거 같아 무서워진다 여로야 자존감 당장풀로채워와 강력한 맛 좋아한다니 언제 여로랑 매운거 같이 먹으면서 콧물 찔찔 흘리고 싶다 (더러움) 단건 이경이랑 많이 먹어라 우리 여로~~
>>545 경진이가 잊어서 미안하다 이자식 뇌에 힘좀 빡 주고 다닐것이지 이경이는 자기 능력 쎄해하는거 들을때마다 너무 불쌍하다 이 애샛기들 왜 능력 갖고 애를 따돌려 못된놈들 (그리고 티민데 경진이는 오히려 이경이 능력 부러운것도 없잖아 있어서 말 걸고 그랬다! 단맛 좋아하는거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귀여워~~~~ 늘 귀여워!!!!!!!! 여로랑 단거 많이 먹고 다녀라!!!!
situplay>1597033293>583 이거1번질문캡사이신폭탄이라고생각해. 나눈물난다. 하지만 그만큼 캐릭터성 잘 볼 수 있어서 좋아...🤔 태오야... 노코멘트라고 하니까 더 궁금하네 흐으음 뭘까... 다이스 배틀 이기면 풀어주나요?(드릉드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질문 섬세한거 봐 역시 태오도 여고생이야(이런발언)
@저지먼트 전원 [부실에 장비를 만들어뒀어요. 출발 전에 필요한 만큼 챙겨가세요.] [다들 몸조심 하시고요!]
출발 전 그런 메세지를 받고 부실에 도착했다면, 모두의 책상 위에 여러가지 장비들이 상자에 담겨서 주의사항이 적힌 쪽지와 함께 놓여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필요한 것만 골라서 가져가면 될 거 같다.
(이하 memo)
[모든 물건은 불에 약합니다. 불 조심!]
팔 다리 각반: 검은색. 단단한 재질. 공격력 강화, 외상으로부터의 보호
코뿔소 팔찌(업그레이드 버전): https://ibb.co/zSGg2qk 방어 아이템. 치명상에서 몸을 보호해준다. 형태는 이미지 하단 좌측 디자인 참고. 참은 은색. 줄은 검정색. 코뿔소의 눈 부분에 캐릭터들의 상징색이 담긴 보석이 박혀 있다. 참과 함께 작은 녹색 구슬 3개가 줄에 끼워져 있다. 공격 한번을 막아낼 때마다 구슬이 하나씩 검은색으로 변한다. 총 3번의 방어가 가능. 사용 후 달빛이 잘 드는 곳에 하룻밤 동안 놓아두면 구슬이 다시 녹색으로 돌아오며 방어 능력이 충전된다.
이어플러그: 캐퍼시티 다운 방어용. 음파를 차단할 수 있는 이어플러그.
음파 흡수 기계: 카페 진동벨 크기의 정육각형 모양 기기. 기존 진압방패(방패의 윗부분을 검지와 중지로 두 번 두드리면 일반적인 진압방패의 크기로 돌아온다. 오른쪽 측면을 같은 방식으로 네 번 두드리면 다시 카드 크기로 작아진다)의 앞면에 부착한 후 세 번 두드리면 음파 흡수가 가능해진다.
오늘은 작전 날입니다. 저지먼트의 절반은 제 4학구의 포인트. 즉, 그림자의 연구소로 향했고 다른 반은 3학구 문화센터로 향했습니다. 각각 자신들의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서 말이죠. 어느 쪽이 더 힘들진 아직 알 수 없었습니다. 어쩌면 의외로 쉽게 마무리가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 모든 것은 이제 두고 보면 알 수 있겠지요.
<연구소> 은우는 자신을 따라오는 이들을 데리고 4학구의 스트레인저 구역으로 향했습니다. 다행히 스킬아웃이 나타나서 공격하진 않았습니다. 아직 오후 2시를 조금 넘은 시간이기에 날씨가 어둡거나 하진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분위기는 꽤 음침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포인트. 그 앞에는 얼핏 봐도 헐렁하기 짝이 없는 하얀색 컨테이너가 놓여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그것을 연구소라고 판단하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되는 문은 일반 컨테이너의 문이 아니었습니다. 카메라 같은 것이 달려있고, 전자 자물쇠가 달려있는 것으로 보아 평범한 컨테이너가 아닙니다.
"왔냐. 코뿔소들아."
그리고 옆 골목에서 씨익 웃으면서 아라가 등장했습니다. 어제도 말했다시피 아라도 이곳에 동행을 하기로 했고, 이렇게 막 합류하는 모양입니다. 이어 은우는 아라에게 인사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은우는 모두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 컨테이너처럼 보이는 것이 바로 포인트야. 내부는...솔직히 모르겠어. 안에 들어가진 못했거든. 저 근처로 지나가면... 바로 캐퍼시티 다운이 울려. 그래서.. 들어가려고 몇 번 시도했지만 도저히 뜷울 수 없었어. 문은..."
"내가 부숴버릴 수 있어! 하지만... 그 머리 아픈 음이 울리면... 도저히 나로서는 어떻게 할 수 없단 말이야. 그거...어떻게 해 줄 수 있어? 너희들이?"
<문화센터> 아직 문화센터 안에는 사람들이 그다지 모여있지 않았습니다. 일단 모이는 장소는 문화센터 지하 1층. 바로 그곳에서 팬사인회가 있을 예정이었습니다. 정확히는 그 안에 있는 대강당이었습니다. 어쨌든 대강당 근처에는 여러 사람들이 꽤 모여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월광고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일단 모이는 곳에 도착을 하면, 조금 너저분한 느낌의 회색머리를 지녔으며, 진한 녹안을 가지고 있는 남학생이 싱긋 웃으면서 다가왔을 것입니다. 월광고 저지먼트의 부부장인 '김민우'입니다. 이전부터 저지먼트 활동을 한 이들은 봤겠지만, 올해 처음 들어온 이들은 아마 이번이 처음 목도하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안녕. 목화고. 좋은 오후야. 이번에 이렇게 같이 활동하게 되어서 잘 부탁하고... 음. 그리고... 지난번 일. 그러니까 호수에 대해서는 미안해. 부부장인 내가 조금 더 빨리 파악을 했어야 했는데. 너희들을 고생시킨 것 같아서 말이야. ...정말로 미안."
세은은 그런 그의 얼굴을 바라보긴 했지만 특별히 무슨 말을 하진 않았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민우는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우리쪽 부장인 아라는 오늘은 조금 일이 있어서 말이야. 여기에는 오지 못했는데... 너희 쪽 부장도 그래?"
하얀 소년은 방긋 웃는 낯을 그려내며 말했다. 리라가 만들어준 대응책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좋은 효과를 내느냐, 이것이 버텨주는 동안 캐퍼시티 다운을 처리할 수 있느냐는 다른 이야기였다. 캐퍼시티 다운 방어용으로 받은 이어플러그를 매만지던 소년이 흘깃, 하얀 컨테이너를 바라보았다.
..그냥 외부에서 터트리면 안되나. 통째로. 안에 무엇이 있을 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그림자가 있다면 터트려도 될 거 같은데.
이것저것 많이도 만들어뒀네. 은우한테 만들어진 것들을 참고해서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은 만들어두는 게 어떤지 의견을 꺼낼까 생각이 들었다. 사용할 애들은 유용하게 사용하지만, 자신처럼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도 하니까 말이지. 뭐 어차피 졸업이니까 상관없지만. 혜성은 예비로 챙긴 플러그만 주머니에 쑤셔넣을 뿐이다.
컨테이너를 바라보던 눈길을 졸려 아라를 보고 까딱 고갯짓으로 인사를 한 뒤 다시 시선을 돌렸다.
감사인사는 생에 수도없이 해 온 것이니 그 문장을 치는 손짓도 흐름이 잽쌌다. 단언컨데, 경진은 고등학교 올라와서 동급생이나 교사진들보다 이리라에게 더 많은 고마움을 표했을 것이다. 당장 리라와의 개인 톡을 올려 읽어보아도 감사합니다, 수고 많으십니다. 등. 그런 진부한 것으로 도배되어있지 않은가...
팔찌와 진압방패를 챙기고 나섰다.
문화센터에 도착하자 모르는 얼굴이 사람 좋은 미소를 띄며 다가왔다. 일이 생길거란 긴장감에 판단은 방어적으로 튀기 마련이였으나, 그것조차 배제시켜줄 첫인상과 잘못의 인정에 경진은 침묵을 지켰다. 리라의 일에 대한 사과에 그는 할 말이 없으니, 곁눈질로 그 사건의 피해자만 슬쩍 보고선 이어진 민우의 질문에 대한 다른 이들의 답변만 경청했다.
라고 남긴 후 연구소로 향했다. 아라에게 공손히 인사를 한 후 연구소에서 문을 열 수 없다고 하자 청윤은 일단 조금 신중하게 가기로 했다. 문을 부숴버리는 것은 쉬운 일이다. 다만, 캐퍼시티 다운이 나오는 것이 문제였다. 그렇다면 캐퍼시티 다운이 나오는 것을 부숴버리는 쪽이 가장 맞을 것 같았다.
"혜성 선배가 스피커 위치를 파악하면 바로 부숴버리는 쪽이 가장 맞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몸이 좀 뻐근하다. 리라는 가볍게 몸을 푼 뒤 핸드폰으로 날아온 메세지들에 전부 웃는 얼굴 반응을 남겼다. 그리고 그 자신도 제 몫의 장비를 전부 챙긴 뒤 하얀 방독면들이 가득 들어있는 박스를 들고 부실을 나섰다. 헐렁하고 커다란 스포츠 반팔 티셔츠에 짧은 반바지, 운동화는 이동에 용이하다. 다크서클 드리운 얼굴은 캡모자를 눌러 써서 가린다. 리라는 오늘따라 유독 아무렇게나 헝클어지고 뻗친 머리를 대충 하나로 묶고 도착 장소인 문화센터의 대강당 주위를 둘러보다가 누군가가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고 눈을 깜빡였다. 아, 이 사람이 그 사람이구나. 부부장.
"......월광고 부부장님이 사과하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일단 저한테는요. 그 일로 월광고 저지먼트 분들도 많이 골치 아프셨을 걸 아니까요. 박호수 개인의 문제였던 만큼 다른 분들에 대한 유감은 없습니다. 당연하게도요."
물론 우리 쪽 사람들이 엄청나게 고생하긴 했지만 그걸 저쪽에서 어떻게 알고 대처할 수 있었겠는가. 그가 알기로 월광고 교내에서 박호수의 평판 자체는 괜찮은 축에 속했기도 하고. 지금에 와서야 의미없는 일이 되었지만.
패러사이트가 퍼질 것을 예상해서 만든 방독면들. 이것은 저지먼트가 쓸 것이 아닌, 팬미팅을 온 민간인들이 써야되는 것들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아무것도 모르는 민간인들이 피해를 입으면 안 되니깐. 저지먼트 작전 중 가장 1순위로 판단해야 되는 건 작전의 성공유무가 아닌 민간인의 피해규모 최소화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양은 리라가 만든 방독면들의 수가 충분한지 검수를 하고 있었다.
' 팬싸인회는 취소하거나 미루면 될 것을.. 굳이 이렇게 강행해야 될 필요가 있는 거야? 민간인의 피해를 감수하고도? '
' 제정신이 아닌 놈들이네. 왜 강행해야 되는 것이냐. 레드윙.. 혹여나 이 자리를 통해서 무언가 얻어야 되는 것이 있는 거냐? 누구한테 무엇을 얻어내려는 거냐. '
' 일단 우리 저지먼트에게서 얻어낼 것은 없어. 정말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세은이겠지.. 하지만 지금까지의 행동을 봤을 때 레드윙은 의심이 될 만한 정황은 있어도, 그녀가 배신자라는 확실한 정황 역시 없었어. '
' 일단 그런 경우의 수를 제외한다면 얻어낼 만한 것이 있는 대상은.. '
' 월광고 저지먼트. 사고의 폭이 좁았던 걸까? 왜 레드윙이 무언가를 얻어내야 되어서 싸인회를 강행했다고 생각한 거지? '
' 의심이 될 만한 정황이 있어. 레드윙과 월광고는 껄끄러운 관계야. 레드윙 역시 이 사태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서도 월광고의 지원을 받기를 원하지 않았어. 월광고 역시 이를 원하지 않는 눈치였고. 그렇다면 이 모임에서 주목해야 될 것은.. 레드윙과 월광고의 관계라는 건가.. '
그런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월광고 저지먼트의 부부장 '김민우'였다.
" 어. 오랜만이야. 그건 파악하고 싶다고 해서 빨리 될 것도 아니었어. 걔 잘못이지, 너네 잘못은 아니잖아. 그 얘기는 거기까지 하고. 은우 역시 일이 있어서 오지를 못 했어. "
' 어쨋든 여기서 머리로 계속 생각해도 진전은 없어. 제대로 판단해야 될 상황은 레드윙과 월광고의 접촉이 발생하는 상황. 일단 이와 별개로 레드윙보다 더 안전을 확보해야 되는 대상은 최세은. 레드윙은 사실 개인 전투력이 상당하기에 어떤 위험이 와도 대부분은 혼자서도 처리가 가능해. '
' 반면 세은이의 경우 개인의 화력이 강한 능력도 아닐 뿐더러 , 이 자리에서 사망하면.. 은우 역시 끝난다. '
하필이면 지하 1층이다. 사건이 벌어진다면 대피가 어려운 장소이거니와 저지먼트의 대처도 어려운 곳이다. 그렇지만 연구소 보다는 낫다 생각하며, 태오는 노이즈로 얼굴을 덮어 가렸다. 누군가 자신을 알아보는 것도 보고싶지 않거니와 월광고 학생들과 맞대며 큰 마찰 일으키고 싶지 않은 탓도 있다. 다가오는 남학생을 보던 태오는 낯익은 얼굴이라 생각하고는 머리를 굴렸다. 누구더라……. 아, 그래. 민우였나?
"……."
당사자가 들어야 하거니와 사과를 직접 입에 담아야 할 사람은 따로 있지 않나. 다만 그 점을 짚진 않기로 했다. 태오는 민우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노이즈가 지직거리며 끄덕임을 만든다.
"……예."
그리고 눈을 흘겼다. 듣는 건 괴로운 일이지만, 임무가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소리를 들어야 하기 때문이리라.
<연구소> 대응책을 받아왔다는 말에 아라는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였습니다. 음파 흡수 기계라던가, 컨테이너를 뽑아서 던져버린다던가, 누군가를 안 쪽으로 데리고 들어간다던가, 소나키네시스가 있다라던가... 그런 말들을 들으면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던 아라는 살며시 시선을 방독면을 쓰고 있는 이 쪽으로 바라봤습니다.
"근데 쟨 뭐야? 어디 피폭당했어? 우리 나중에 피폭 검사해야 하는 거 아니지?"
"...일단은 신경쓰지 말아줘. 나도 이유를 모르겠으니까."
"하하하!! 에어버스터! 부원들 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구나! 이런 허접한 자식 같으니라고!"
"...방독면 벗어!"
아라의 비웃음에 순간 움찔했는지, 은우는 로운에게 방독면을 벗을 것을 지시했습니다. 물론 그녀가 말을 들을지, 말지는 별개였습니다. 아무튼 모두의 말을 조용히 곱씹고, 청윤의 생각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 와중에 여로의 말에 은우는 찌릿 여로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습니다. 그리고 은우는 입을 열었습니다.
"안쪽을 다 뒤집어 엎는 것은 어때. 필시 저 안에는 다른 곳으로 통하는 장치나, 혹은 지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나 계단이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거든. 보다시피 저 컨테이너는 연구소라고 하기엔 너무 작아. 저건 입구일 뿐이고... 다른 곳이 메인일 것 같거든. 뭐... 저 자체가 메인이라고 치더라도 일단 우리들은 연구소를 엎는 것도 엎는거지만, 안의 자료를 최대한 빼내고 정보를 캐내는거야. 기기가 박살이 나기라도 하면 골치아파져."
메인은 어디까지나 위크니스의 해방법을 찾는 것. 그리고 4학구에서 일어날 재앙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 그렇기에 은우는 일단 다 엎어버리며 안된다고 분명하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아라는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습니다.
"너네. 정말 코뿔소로구나. 물론 늑대인 내가 할 말은 아니긴 한데 말이지! 아무튼 이 몸이 저 입구는 박살내줄 수 있어. 그 사이에 너희들. 그 음파 흡수인지 뭔지로 최대한 음파 흡수를 시도한 후에 어떻게 해보는 것은 어때?"
"확실히 나쁘지 않아. 그렇다면 일단 문을 뚫고 혜성아. 네가 내부를 파악해. 그리고 수경이 네가 텔레포트로 누군가와 안으로 잠입한 후에 스피커가 있다면 그것을 다 박살내버려. 일단 그렇게 가자."
덧붙여서 주변을 바라보는 이도 있었겠지만 특별한 풍경 차이는 없었습니다. 그저 이곳은 다 죽어버린 거리. 그 자체였습니다. 딱히 이곳을 향해서 오는 이도 없었습니다.
한편 은우가 지시를 내리자 아라는 피식 웃으면서 은우에게 도발적인 목소리를 냈습니다.
"핫. 나에게 명령하지 마! 어디까지나 이건 내 생각이기도 하거든?! 자. 그럼...시작해볼까?! 여기서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순 없으니 말이야!!"
이어 아라는 오른손을 높게 들었고 이내 펼쳤습니다. 그러자 천장에서 무수히 많은 물이 쏟아지듯 땅에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이내 커다란 파도가 되어 문을 몇번이고 내리쳤습니다. 순식간에 문이 박살이 나버렸고 그와 동시에 은우가 외쳤습니다.
"움직여!"
아마도 카메라는 컨테이너 네 벽에 각각 2개씩. 즉 8개가 달려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내 캐퍼시티 다운의 징조. 칠판을 긁는 소리의 전조가 천천히 울리려는 것을 그들은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문화 센터>
"알고 있어. 아라와 같은 곳에 간 거지?"
랑과 철현, 한양의 말을 들으며 민우는 싱긋 웃으면서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어쩌면 그도 두 사람이 어디로 갔는지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아라가 이야기를 해준 것일까요?
한편, 리라의 말을 들으며 민우는 다시 한번 고개를 조용히 숙였습니다.
"그래도 사과할게. 그 애는 조금 쌔한 느낌이 있었거든. 그래서 조금 경계를 하고 있었는데, 설마 뒤에서 그런 일을 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 덕분에 너희들도 꽤 고생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거든. 어찌되었건 아라가 없는 이곳에서의 월광고 책임자는 나야. 그러니까 그 점에 대해선 역시 미안하다고 사과해둘게."
그와 동시였습니다. 아마도 랑은 민우에게도 아주 살짝 쌔한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건 위험한 느낌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세은과 비슷한 부류의 느낌입니다. 정확히는 심장 쪽입니다.
"세은이도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네... 뭐..."
이어 세은은 살며시 시선을 회피하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민우는 작은 목소리로 세은에게 뭐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귀를 기울인 이는 '신중하게 생각해줘.' 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어 민우는 눈웃음을 지은 후에 모두에게 말했습니다.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까 조금 더 조용한 곳에 가서 이야기할까? 우리? 너희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말이야. 그건 그렇고... 그 노이즈는... 얼굴 별로 보이고 싶지 않은거야? 기분 나쁘게 한 것이 있다면 미안해. 아무튼..."
따라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민우는 안쪽으로 천천히 들어갔습니다. 강당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오른쪽으로 3번째 방입니다. '대기실'이라고 적혀있긴 하지만 안에서 인기척은... 1명 있었습니다. 일단 들어가면 좋을까요?
바깥것 특유의 알량한 정의감! 어떻게 내린 정답이건, 그것도 또 하나의 정답임을 누가 부인하랴. 그래, 알량하다. 그걸 정확히 정의감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알량하다는 것은 확실하다. 성운의 말에서 묻어나오는, 성운이 지금 머릿속으로 톺아보고 있는 기억들. 윤강목을 집단구타하려는 스킬아웃들을 제압해서 죄다 경찰차에 태웠더니, 그 다음날 조그만 꼬마가 와서 성운에게 책임지라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그런다고 그 꼬마 말을 덥석 들어주는 것이야말로 어리석고 꼴같잖은 알량한 정의감의 소치라고 일컫지 않는다면 뭐라고 일컫겠나?
원래 좀더 정상적으로 반응한다고 하면, 그 꼬마를 더러 나는 저지먼트로서 집단폭행을 저지르는 불량학생들과 현행범들을 업무대로 처리했을 뿐이다. 너도 소년원에 가고 싶지 않거든 입조심해라, 하고 쏘아붙여 주고는 제 갈 길을 가는 것이, 어떤 거대한 무심함의 끄트머리가 되어 억울함을 호소하는 작은 목소리를 법대로 처리했노라고 묵살해버리고 가는 것이, 훌륭한 이 사회의 한 부품이자, 공권력의 편리한 도구, 치안 유지의 최말단으로서 훌륭하고 모범적인 태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 놈은 그러지 않았다. 대신 번거롭게도 마차 앞에 뛰어드는 사마귀마냥 감당도 하지 못할 일에 뛰어들어 스트레인지까지 휘젓고 다니다가 나리의 눈에까지 거슬려버리고 말았다. 그는 지금 인첨공의 아이들을, 인첨공 전체를 담담하게 내리누르는 거대한 무심함의 하나가 되기를 온 몸으로 거부하고 있는 것이었다. 굳이 태오가 아니더라도 그의 마음속에 몇 겹이고 겹쳐있는 다른 목소리들이 그에게 태오와 비슷한 논지의 말을 하며 그를 조롱하고 비난하며 단념시키려 하고 있었건만, 그는 그 모든 것을 거부하고, 그 알량하기 짝이 없는 무소의 뿔 같은 의지 하나를 거머쥐고는 나아가고 있었다. 그것은 정의감일까, 반항심일까, 분노일까, 호기심일까······.
“일단은 금교 건만 딱 해결할 생각입니다.”
하고 성운은 말했다. -이건 진실이다. 이 녀석은 정말로 금교 건만 해결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어디까지 들어가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네요.”
-이것도 진실이다. 이 금교 일만 해도, 성운은 자신이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스트레인지의 어디까지 들어가게 될지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금교 일을 해결하다가 다른 쓸데없는 일에 엮여들 수도 있는 것이고, 살다 보면 또 스트레인지에 얼굴 들이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염치를 대가로 받아낸 나으리의 봉투가 이 가당찮은 녀석이 한시빨리 스트레인지에서 볼일 마치고 꺼지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일단 도움은 확실히 실제로 크게 되긴 할 테다. 원래같았으면 이 녀석이 스킬아웃 집단이나 스트레인지에 위치한 가게 두어 군데 뒤집어엎으면서 말썽부렸을 부분을 편지 한 장으로 넘어가게 됐으니.
그렇게 은우를 변호하는 아지다. 그리고 수경을 바라보다가 싱긋 웃는다. 수경과 함께 가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스피커를 부수는 데에 자신의 능력은 크게 도움이 안 될 것이다. 도움이 더 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 같이 가는게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쏟아지는 물을 감탄하며 바라본다.
언뜻보면 별 긴장감이 없다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이런 편이 나았다. 근데 로운 선배는 왜 마스크를 벌써 쓰고 있는 것일까. 미묘하게 숨소리도 들리는 거 같고. 소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론, 그런 고민을 할 시간은 오래 있지 않았다. 곧 소년은 가방에서 활과 화살을 꺼냈다.
하얀 소년은 활과 화살을 들고, 귀에는 이어플러그를 꽂은 뒤 활시위를 당겼다. 문이 열리고, 돌입. 파도가 후려친 문은 곧 열렸고 소년은 목표를 확인했다. 과연, 스피커가 있었다.
하고, 성운은 아라의 구령에 맞춰 파도가 몰아치는 컨테이너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다가, 아라가 부원 관리 운운하는 말에 성운은 짜게 식은 눈으로 아라를 바라보았다. ···다른 학교 저지먼트랑 친하게 지내라는 부장님 말씀이 있었으니 내가 한번 참는다. 하고, 성운은 박호수 언급하려던 걸 눌러참고 방패를 펴들며 수경에게 다가갔다.
“수경아. 안으로 돌입하려면 나도 데려가.”
그러나 수경의 양손이 꽉 차있었기에, 성운은 일단 수경이 시키는 대로 여로의 손을 잡고 같이 돌입했다.
“잠깐 실례.”
-그리고 수경이 성운을 데리고 연구소 내로 진입했다면,
“쉽네.”
하고 손가락을 딱 튕겼을 것이다. 스피커에는 모두 아주 강한 역중력이 걸렸고, 그게 일반적인 방법으로 설치된 스피커라면 그것들은 순식간에 천장으로 뽑혀떨어져올라가 천장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말하는 거 하고. 로운을 향한 아라의 말에 혜성은 툭 하고 말을 뱉었다. 리라에게서 받은 음파흡수를 꺼내며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뱉은 말은 꽤 차분했고 부드러웠지만 흘끗 바라보는 눈동자는 그리 착해빠지지 못했다. 로운의 행동까지 봤지만 여전히 눈가를 찡그리고 아라를 똑바로 응시하던 혜성은 곧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가 떴다. 은우가 안을 파악해달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미 은우와 아라는 같은 곳에 갔다는 걸 알고있는 모양인 민우. 한양은 속으로 알면서 굳이 왜 물어보냐고 살짝 불평을 부렸지만, 그 뿐이었다. 이어서 민우는 리라에게 다시금 사과했고, 한양은 그것을 말없이 볼 뿐이었다. 이어서 민우는 세은이에게 인사를 했지만.. 영 분위기가 좋다고는 할 수 없다. 둘이 무슨 관계가 있는 건가?
'신중하게 생각해줘.'
?
도대체 뭐를? 뭐를 신중하게 생각하라는 거야?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한 무언가가 있는 것인가? 이어서 민우는 얘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서 저지먼트 부원들을 다른 곳으로 부르려고 하지만..
" 아직 시간이 남고, 불렛과 민간인들도 안 왔지만 비상사태 때 민간인들을 보호할 구조물자는 여기에 있어. 우리가 이 현장에 남아 있으면 이 구조물자들을 지킬 사람은 없어지겠지. 혹여나 녀석들이 예정시간보다 더 빠르게 급습해서 물건에 손을 쓸 수도 있으니깐. 녀석들이 더 빨리 온다는 가정도 해두자는 생각이라. "
" 할 얘기가 있다면 너네들끼리 해. 난 여기서 남아야겠다. 굳이 내가 있어야 된다면.. "
한양은 이어셋을 귀에 끼고 부원들 중 한 명에게 한양에게 전화를 걸어달라고 한다.
" 나도 여기서 실시간으로 들으면서 듣거나 답해줄게. 이어셋이라서 대화내용이 밖으로 흘러나갈 일은 없을 거야. "
구태여 사과를 하겠다면야 막아세울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사과를 해야 할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사과해오는 것도 조금 미묘한 건 사실이다. 어쨌든 이 사람들은 죄가 없지만. 때문에 리라는 가만히 고개를 마주 숙인 뒤 한발짝 물러났다. 그리고 세은에게 다가가는 모습, 세은이 시선을 회피하는 모습 등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귀를 기울인다. 신중하게, 무엇을?
"네, 그럼 가죠."
무엇을. 리라는 잠시 그들을 바라보다가 은근슬쩍 세은의 곁에 가서 섰다. 그리고 딸기맛 알사탕 두어 개를 꺼내 내밀었다.
"선물~"
그리고 살짝 웃어보인 뒤 장비들을 챙겨서 지하로 내려갔다. 대기실이라. 레드윙이 대기하고 있는 걸까. 리라는 한 발자국 물러선 채 다른 사람들이 먼저 발을 들이길 기다린다.
은우와 아라가 서로 신경전 비스무리하게 하는 걸 보다가 주변 한 번 보고 벌써부터 방독면을 쓰고 있는 로운을 보다가 팔찌 한 번 만지작거리고 어떻게 할지 방침이 정해지자 주섬주섬 리라가 만든 방패를 꺼내 들었다. 전면에 음파 흡수 장치를 붙이고 대기하다가, 다들 진입하면 뒤를 따르려 했다.
이미 은우와 아라는 같은 곳에 갔다는 걸 알고있는 모양인 민우. 한양은 속으로 알면서 굳이 왜 물어보냐고 살짝 불평을 부렸지만, 그 뿐이었다. 이어서 민우는 리라에게 다시금 사과했고, 한양은 그것을 말없이 볼 뿐이었다. 이어서 민우는 세은이에게 인사를 했지만.. 영 분위기가 좋다고는 할 수 없다. 둘이 무슨 관계가 있는 건가?
'신중하게 생각해줘.'
?
도대체 뭐를? 뭐를 신중하게 생각하라는 거야?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한 무언가가 있는 것인가? 이어서 민우는 얘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서 저지먼트 부원들을 다른 곳으로 부르려고 하지만..
" 아직 시간이 남고, 불렛과 민간인들도 안 왔지만 비상사태 때 민간인들을 보호할 구조물자는 여기에 있어. 우리가 이 현장에 남아 있으면 이 구조물자들을 지킬 사람은 없어지겠지. 혹여나 녀석들이 예정시간보다 더 빠르게 급습해서 물건에 손을 쓸 수도 있으니깐. "
" 할 얘기가 있다면 너네들끼리 해. 난 여기서 남아야겠다. 굳이 내가 있어야 된다면.. "
지나치게 선한 사람. 아니, 이게 평범한 삶을 영위하는 학생다운 반응일까, 목화고의 저지먼트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렇게 정상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드물다 못해 그런 사람마저 나사 하나가 빠져 있거나 묘하게 정상인데 과거사에 우환이 있었다는 느낌을 차마 지울 수 없었기에* 대하기가 껄끄러웠다. 신중하게 생각해달라,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태오는 능력을 사용해보려 하며, 동시에 자신을 향한 발언에 공손히 손 모았다.
"아…… 평범한 낯짝에 대고 사과하는 버릇이 없었으면 한답니다…. 그 월광고가…… 지나치게 눈치 볼 존재는 아니잖아요……."
싸가지! 요즘 애들 저해장치 안 쓴다! 태오는 들어갈까 고민하다 결국 노크하는 걸 기다리고 허락이 들어오면 들어가고자 했다. 능력은 상시 발동한 상태였다. * 전적인 태오의 의견이며 태오주는 이 사상에 동의하지 않는다.
>>899 아니 호러물까지 찍을일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더 척지기 싫거니와 그렇게 하면 캐붕이라 (은근 뭐 할때 이렇게 했으니 이렇게 해야지 하고 도리라던가 국룰이라던가 잘 지키는 타입) 안 하겠지만, 그런 상황은 나중에 태오랑 좀더 코믹하고 가벼운 트러블로 겪어보고 싶네요.
>>903 일단 펍 주인이 먼저 강짜부렸을 때 성운이가 그렇게 할텐데 반응이 미리 나온다구요? 맛있겠다
[연구소] 아지, 청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성운, 특히나 자신에게 말을 하는 혜성을 각각 바라보며 아라는 피식 웃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어 은우는 로운을 바라보며 미안하다는 말을 살며시 꺼냈습니다. 아마도 은우도 반사적으로 한 행동이 아니었을까요. 일단 두 사람은 라이벌이었으니까요. 분명하게 그는 로운에게 사과했습니다.
어쨌든 문이 박살나자 저지먼트 멤버들은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수경은 아지와 여로의 손을 잡고 단번에 안으로 먼저 진입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캐퍼시티 다운이 발동했습니다. 이번에는 퍼스트클래스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영향을 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부원들이 움직였습니다. 아지, 성운, 이경, 수경, 여로는 스피커를 공격했고 이내 스피커는 하나둘 박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나마 들려오는 음파는 혜성의 초음파를 시작으로 청윤과 혜우가 방패를 이용해서 막아냈습니다. 덕분에 모두가 캐퍼시티 다운을 바로 격파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혜성의 초음파는 혜성에게 더욱 많은 경치를 보여줬습니다.
컨테이너 내부엔 여러 기기가 있었으나 가운데 있는 커다란 바닥의 아래로 긴 유리 통로가 놓여있었습니다. 그리고 지하에는 커다란 복도와 방이 총 3개 있었고 커다란 홀이 있었습니다. 홀에는 기계가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낯익은 알약 형태의 무언가 같은 이미지도 잡힙니다. 하지만 방 안에 뭐가 있는진 알 수 없었습니다.
더 나아가 아래에서 돌아다니는 안드로이드의 기척도 느껴집니다. 그 수는 어림잡아 50...아니. 100체가 넘습니다. 두 팔에 총이 달린 이도 있고, 칼이 달린 이도 있으며, 뭔가를 발사하는 장치 같은 것이 달린 것도 느껴집니다. 그 모든 것이 혜성의 머릿속에 이미지처럼 그려지고 있습니다.
"수고했어! 목화고! 그럼 보자..."
"일단 안을 보아하니... 이 컨테이너 안에는 특별한 것은 없어보이는데..."
물론 공간 가운데에 누가 봐도 수상한 커다란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고, 그 옆쪽에는 패널 같은 것이 달려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게 무엇인지 두 사람은 바로 짐작은 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문화 센터] 경진처럼 남아있는 이도 있겠으나, 따라간 이들도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리라가 세은에게 딸기 사탕을 주자 세은은 두 눈을 깜빡이며 리라를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조용한 목소리로 고맙다는 말을 하며 딸기 사탕을 바로 입에 물었습니다. 덧붙여서 완전히 들어가기 전에 경진에게 민우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괜찮아. 안 끊어도. 들을 권리가 있으니까. 너도 말이지."
어쨌든 대기실 안으로 들어가면 철현의 기대를 배신하듯이 보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조금 퉁명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분홍색 머리 여성이 서 있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어려보였습니다. 머리에 붉은색 머리띠를 하고 있으며, 옆머리가 조금 걸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단발머리이며 노란 눈동자를 가진 여성의 어깨에는 작은 새 한마리가 앉아있었습니다.
"민우 오빠. 누구에요? 이 사람들?"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오자 여성은 의아한 표정으로 민우를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그러자 민우는 싱긋 웃으면서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평온한 웃음을 지은 얼굴을 한 채, 혜성은 쯧 하고 짧게 혀를 찼지만 그 뿐이었다. 더 이야기를 해서 기운을 빼는 건 하고 싶지 않았다.
스피커가 박살나면서 위력이 감소된 캐퍼시티 다운의 음파는 이미 한번 상쇄해봤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상쇄시켜버릴 수 있었다. 그와 별개로, 혜성은 자신의 초음파가 헤집어놓은 풍경이 멀미할 때처럼 급작스레 머릿속에 이미지처럼 쏟아지는 감각에 손을 벽에 대며 비틀거리는 걸음을 바로잡았다.
바닥. 유리통로. 지하의 복도와 세개의 방. 기계가 돌아가는 홀. 낯익은 알약.
몇십번을 해도 이건 익숙해지지 않는다니까. 혜성은 심호흡을 했다.
"아래야."
지독한 현기증에 숨을 몰아쉰 혜성이 툭 말을 뱉었다. 탐지를 통해 이미지처럼 남아있는 컨테이너 아래의 풍경들을 설명해줬을 것이다.
대기실 안에는 보라가 아니라 선혜라는 이름의 여자아이가 있었다. 중학교 3학년이고, 보라의 소꿉친구인 동시에 매니저인 강선혜.
랑은 사실 그런 이야기들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냥 이야기를 하니 듣고 있는 정도였지. 그보다는 민우에게서 느껴졌던 위화감이 선혜에게도 느껴지고 있었다는 것.
"...난 나가 있으마."
대기실 안에는 딱히 뭐가 더 느껴지지 않는다. 대기실을 통째로 없애버리거나 하는 게 아니라면 바깥 쪽에 뭔가 있어도 있겠지. 민우가 뭔가 심각한 이야기를 꺼내려는 것 같자. 랑은 다른 사람들에게 그리 이야기하곤 대기실을 나서려고 했다. 제지가 딱히 없다면 그대로 대기실 바깥으로 나와, 마지막으로 들었던 말과 자신이 느꼈던 위화감을 통해 간단한 가설을 만들어 본다.
"흐음."
굳이 자신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뭔가 꺼내려는 듯한 분위기였기에, 일단은 침묵하면서 대기실 바깥에 뭔가 위화감이나 위협이 있지는 않은지 살펴 본다.
컨테이너 안의 기기 같은 것.. 소년은 그것들을 보고서도 뭔가를 떠올리지 못했다. 기계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잘 다루는 것도 아닌 소년으로써는 잘못 건들지 않으면 다행이었으므로. 잠시 주변을 살펴보던 소년은, 혜성이 숨을 몰아쉬는 것을 보고, 그녀가 하는 말도 귀에 담았다.
"잠시 실례할게요~"
다만... 언어만으로는 전달에 한계가 있다. 그러니, 소년은 혜성이 본 것에 대한 '기억'을 모두와 공유하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