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situplay>1597033210>100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이럴 거 같아서 웃기다ㅋㅋㅋㅋㅋ 리라 그런 한이 볼때마다 😒😒 할 듯... 너는 입이 문제야 입입 이러고(?) 리라: 핫하 잡아보시지!(그리고 잡힘) 언제나 이길 수 없는 레이스를 신청하는 이리라... 하지만재밌기때문에멈출수없다
리라주 연성 봤다. 저장 완.료♥️ (주접 아니다 진짜다) 하아아 리라주 그림 선 강단있고 확실해서 너무 좋다... 둘다 포인트 너무 잘 잡아준거 옷 매무새나 얼굴 윤곽에서 너무 잘 드러나서 수고가 보여져... 태진이 눈썹 굵기나 콧등~코끝 라인 날카롭고 경진이보다 길게 그린거나 얼굴형이 더 각진 것, 눈 그 검은자도 비교시 더 작게 그린 부분에서 남성적으로 그렸다는 것도 너무 잘 보이고 캐해 천재고... 경진이 곱상하게 그려준것도, 눈매에 신경 써준것도 와... 리라주는 캐릭터성 하나하나 신경 써준다는게 느껴져...(복복복복박박) 너무 좋아서 말이 ㅋㅋㅋ 많아졌는데 영양가는 없네 쏴리;; 헤헤 경진이 화려하게 생긴거랑 태진이 전통적인 남성미 너무 잘 보여줘서 디테일이 너무 예쁘고 좋다 흐흐흐
고맙다 나 지금 절하는 중인데 느껴지지???? 당장 받아줘. 그리고 후후 이건 tmi지만 리라주 턱선묘사 굉장히 좋아해 확실하게 긋는거 너무 부럽고 이쁘고 사랑스럽다. 얼굴 인체 이해도 너무 잘해서 보는이로 하여금 아! 저 캐릭터들은 존나 잘생겼구나!! 하는 황금비율의 이해 엄청나 칭찬해 부러워. 디테일에 신경 써주는 것도 2인 이상 그릴때 모두 캐릭터성이 돋보여서 너무 부럽다 아름답다 리라주는 신이다.
아지주 그림도 너무 잘 봤다!!! 수경이랑 청윤이 메이드복 귀엽고 포즈도 구도 되게 잘 잡아서 두 캐릭터 성격이 너무 잘 보였다!! 청윤이 묘~하게 부끄러워 하는듯 하는거랑 수경이 대놓고 창피해하는거 너무 귀여웠다!!! 러프하게 그렸담서 완성도 높아보이게 하는거 댕부럽네 명암처리 깔끔하니 맛있었다 헤헤헤헤 아지주 선 깨끗하고 부드럽게 긋는거 부럽당
할머니 연성도 잘 봤어요~ ^^ 흉부는 큰데 허리는 가는 남성의 흉통이 옷 너머로 비치는 걸 보니, 그 선이 배 쪽으로 말려들어가는 묘사가 좋네요 헤헤 인체 이해 부럽당 개인적으로 태오 퍼 입은거 마피아같고 좋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테크웨어는 맛있네요 후후후후.... 영상미도 자막 깔끔하고 색조합 부드러우니 눈이 즐거웠습니다 할머님! 자막 넣거나 특히 이펙트 넣을때 멀미나는 사람으로서 저 개쩌는 영상을 보고 블루투스 눈건조를 느꼈습니당!! 추후 완성본을 올리신다면 딴사람은 몰라도 난 봐야겠어. 나만 보여줘. (벽쾅)
아지가 너무 감동을 받은 나머지 당장이라도 울먹일 것 같은 얼굴이 되었다. 냅다 끌어안으려 하는 것이다.
"여로야아 너 왜 이렇게 착해애~" "정말 고마워어어~"
그리고서 여로가 다시 머리를 맡기자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는 것이다. 이번에는 더 잘할 수 있어~!
"아까 게 마음에 들었다고 했으니까~ 삐죽삐죽 튀어나온 부분만 정리해서 다시 묶어줄게에" "......"
아지는 빗으로 여로의 머리를 살살 풀어 빗어주다가 멈칫하더니 그 상태로 한참 있는 것이다. 사실 아지는 머릿속 칩을 통해 반칙을 쓰고 있었다. 머리 잘 묶는 영상이 아지의 최근 검색어 목록에 올랐다.
"으음~ 좋은 건가아" "아하하~"
잘 모를 때면 웃어버리는 것이다. 그러고서 여로의 머리카락을 조심조심 빗질해 한손에 모은다. 집중한 아지 앞에서 가만히 있으면 한쪽은 나름대로 정성스럽게 땋아올려지고 (조금 머리카락 뭉치의 크기가 들쭉날쭉하다거나 그런 부분은 내버려두자) 다른 한쪽은 같은 위치에서 포니테일로 묶어 늘어뜨린 머리가 완성될 것이다. 아지가 이마를 훔친다.
눈 묘사 캐릭터마다 어울리게 그려줘서 늘 감탄한다!!! 아지주 그림체 개인적으로 되게 좋아하는 류라 그 부류 그림 늘 북마크 삼는 사람으로서 올릴 때마다 좋다 흐흐흐흐,,, 실사인체류 그림 특유의 그 분위기가 좋다 늘 남들 연성해주는거 줏어먹을수 있을때마다 다 주워먹고 있어 평생 그림만 그리고 살아 돈 내가 벌게
아니 젠장 이게 아니지!!!!!!!!! 내가 열심히 공들여 그렸을때 다시봐주라 나 창피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차 지나가는 소리)가 어색하다든가 (비행기 오르는 소리)가 넓다든가 (새가 짹짹대는 소리)를 다시 그리고 싶고 내 고질병인 얼굴 묘사 부족(;;)이 다 보여서 부끄럽단말이야 제발 다시 기회를줘(??????)
[사과는 잘 받을게요] [.....] 라는 말만을 남긴 채. 전화는 뚝 끊겼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케이스 리포트에요. -글쎄요.. 분명 순리대로라면 고인이어야 했죠... -즉사하지 못한 것으로 인해 고통받아가면서... 문이 부드럽게 열리면서 케이스라고 불리는 소녀가 들어와 수경을 내려다봅니다.
-안타깝게도 안데르님 덕분에, 살아있게 되었지만요. -그래서 제게는 안데르님이 로벨님보다 우선시되어요. 참으로 애석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케이스는 수경의 장갑을 낀 손을 부여잡고는... 어휴.. 로벨님이 지배해놓은 게 깨지려 하는 게 몇번째일까요?라고 생각하며 계속해서 손을 잡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겉으로는 그저. 손을 잡고 있는 것에 불과합니다.
"...케이스.. 너무 많이..." -티 언니. -...불신이 당신께 말했답니다. 당신께서는 전부 티라는 이름 뒤에 던져버릴 거라고요. 싫은 것이나 아픈 것은 묻어버리고 외면하는 거에요. 수경은 그런 말들이나. 손을 잡고 있는 것에 점점 안정을 느끼는 것처럼 진정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말이지요. -말할 거라도 있어요? 케이스가 수경을 안아서 눕힌 다음에 수경이 앉았던 의자에 앉아서 유한을 바라봅니다. 지금까지의 말을 전화상이 아니라 와서 말한 것은. 어째서였을까요?
>>14 ㅋㅋㅋㅋㅋㅋㅋㅋ맞아... 참을수없어 서로 놀려먹기 서로의 반응이 재밌을 걸 알아서 치는 장난 후 이게 친구지 넘 뿌듯하고 웃기다...(?)
>>24 헉 경진주 봤구나!! 오면 앵커 걸어주려고 했는데 잘 찾아서 봤군 다행이다~~(복복) 히히히 히히히 내가 신경쓴 부분 다 알아주니까 아주 기분이 좋군 경진주는 어쩜 칭찬도 잘하고(복슬복슬) 고마워 좋아해주니까 넘넘 기쁘네🥹🥹 태경진 그리기 최고 재밌었다~~ 이 형제. 짱이야.
유준이 아마 간호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더라면, 아까 오후쯤에 병원 입구 어귀에서 내장을 토해내기라도 할 기세로 울어대던 하얀 머리 학생에 대해 나누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스스로 도로 타일에 몇 번이고 머리를 처박아, 이마가 깨져 피가 난 것을 다시 끌고 들어와서 외상 처치를 해주고 보냈다고. ─믿고 맡겼다만, 이 녀석도 결국 평범한, 아니 좀더 나약하고 심약한 어설픈 꼬맹이였을 뿐인 모양이다. 그리고, 유준은 그 꼴사나운 꼬맹이에게 다시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
네가 보낸 메시지 옆에서, 숫자 1이 사라졌다. 그리고 핸드폰에서는 한동안 아무 반응도 오지 않았다. 그렇게 몇 분이 흘렀을까, 몇 분이 지났을까.
<[ (영상 메시지입니다) ▶️ ]
재생 버튼을 눌러보면, 어느 형편없이 무너진 폐허에 성운이 앉아있는 모습이 보인다. 후드를 푹 눌러쓰고 있어서 턱과 입 정도밖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그 영상 속의 소년이 네 연인임을 알아보는 데에는 충분했다. 그늘 속에 드리운 흐릿한 안광의 색채도, 팔뚝에 걸린 팔찌도 네가 잘 아는 것들이었으니. 천장의 뜯어져나온 철골에 걸어둔 LED 조명 아래, 성운이 몇 번인가 보여준 적 있던 먼지투성이 고물 업라이트 피아노가 한 대 놓여있고, 성운은 의자를 잡아끌고 그 업라이트 피아노에 앉아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으로 뚜껑을 열고서는 건반 위에 손가락을 올려두는 것이다. 그리고는 차분히, 두 손으로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카메라를 비스듬히 등지고 연주하고 있어서 피아노 앞에 앉아있는 그의 얼굴은 네게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연주하는 곡은 오늘 너와의 실패한 면회를 보내고 나와서 성운이 내지른 울부짖음과 그 결이 똑같은 소리였다. 다만 그것이 건반을 거쳐 훨씬 세련되고 듣기 좋은 선율로 정제되어서 네게 전해지고 있을 뿐. 영상 속의 그는 명백히 울고 있었다. 그는 너와 함께 울고 싶어하고 있었다.
업라이트 피아노를 둥실 띄워서 원래 거실에 내버려뒀던 자리에 놓아두고, 성운은 테이블이었던 것과 탁자였던 것, 의자와 소파였던 것, 플레이스테이션이었던 것, 책장이었던 것을- 이제는 대형폐기물 잔해에 지나지 않는 것들을 가볍게 띄워올렸다. 철물점에 가서 구해온 커다란 망태기에 그 파편들을 죄다 쓸어넣고, 지정된 매수만큼 대형폐기물 스티커를 망에다 붙인 다음에, 성운은 그것들을 들어다 공장 부지 입구에다 부려놓았다. 그리고 밭은 기침을 몇 번 했다. 피 섞인 가래가 나와서, 탁 뱉어버리고, 성운은 다시 거실로 돌아왔다.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휑해진 거실에, 성운은 헛웃음을 웃었다. 다음에는 이 정도로 스트레스받을 일이 있으면 적어도 뭔가 부수는 걸로 스트레스 풀지는 말자, 지갑 아파······.
그나마 아직 멀쩡한 거울을 보며, 성운은 그 컨실러라는 걸 사서 눈밑에 좀 발라야 하나 생각했다. 엉망진창이다. 눈밑은 시커매졌고, 눈가는 온통 벌겋게 부어있고, 마빡에는 더러워진 거즈가 붙어있고, 머리카락은 산발에 먼지투성이다. 성운은 머리를 팍팍 흔들어 털어서 머리에서 먼지를 덜어냈다. 문득 다시 눈물이 왈칵 치솟으려는 것을 억누른다. 혜우 면회 가야지.
성운은 일단 세수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거즈는 의무실에 있으니까 대충 갈아붙이면 되겠지.
분명 어제 그 자세 그대로, 그 사람 그대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모습은 왜 이리 다를까. 힘겹게 다시 묶은 꽁지머리는 산발이 되어있고, 다크서클에, 벌겋게 부어있는 눈가에, 이마에 붙어있는 커다란 거즈 등 몰골이 말이 아니다. 하룻밤 사이에, 성운은 많이 마모되어 있었다. 어제처럼 「평소」 뒤에 숨어있지 않은 정직한 모습이었다. 성운은 뭐라고 입을 열려 했다. 그러나 네가 몸을 던져오는 게 먼저였다. 성운은 뭐라 말을 하지 않고··· 그냥 너를 팔뚝으로 들어올렸다. 능력같은 건 사용하지 않고, 그냥 힘으로. 구조법 교본도 봤으니 사람을 들어서 운반하는 다른 법도 알지만, 이게 편했다. 너는 이렇게 옮겨주고 싶었다. 조금 흔들리는 발걸음으로, 성운은 너를 다시 병상에 뉘어주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뉘어주고, 너를 받쳤던 팔을 빼고, 허리를 다시 세워야 한다─
그러나 성운은 그러지 못했다.
무엇 하나 그럴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없었다. 그의 마음에 가득 들어차있는 돌덩이들의 무게가, 아직도 옷깃을 잡고 있는 네 손의 무게가, 네 말의 무게가, 도저히 물리학 공식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능력을 동원하더라도 단 한 치도 들어올리지 못할 무게감을 갖고서는 성운을 붙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거.”
어제와 달리, 이게 그의 목소리인가 싶을 정도로 형편없이 쉬어있는 목소리였다. 그래서 이것은 전적으로, 지금 이 순간 네 앞에 모든 것을 솔직히 내려놓은 성운의 목소리였다. 입을 열려니 어제 내내 울부짖느라고 찢어지고 쉬어버린 목이 콱 조여오며 비명을 지른다.
“그거 네 탓이 아니잖아. 네가 잘못한 게 아니잖아··· 네 잘못이 아니잖아··· 너한테 고민을 안겨준 그놈들 잘못인걸···”
형편없이 쉰 목소리가 파르르 떨리기까지 했다. 덜덜 떨리는 목소리를 붙잡고 성운은 말을 이어가려 했으나,
“······할 수 있는 게 같이 있어주는 것밖에 없어서 미안해. 내가 멍청하고 약해서 널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해······.”
마침내, 네가 어제 했어야만 했던 말들을 털어놓았을 때, “으으윽, 우으, 우으으으으······.” 성운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네 위에 와르르 무너져내려버리고 말았다. 어제 네 면회를 마치고 나왔을 때 못다 울었던 울부짖는 소리가, 다시금 터져나왔다. 엉망진창으로 눅눅한 말들이 와르르 네 위로 쏟아져내렸다.
“그래서였잖아. 그래서였다고.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냥 생각도 하지 말자고 웃었던 거였는데. 내가 괴로워하는 모습 너한테 보이면 네가 혹시나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괴로워하는 거라고 슬퍼할까 봐 어렵게 어렵게 멀쩡한 척했는데, 그런데, 그런데, 그것 하나도 제대로 안되고 어설펐어. 세상이 내 마음대로만 돌아가는 건 아니라지만, 좀 좋게좋게 되는 게 단 하나도 없는 건 너무하잖아. 그 단 하나도, 그 하나도, 어느 하나도·········.”
어디에건, 고개를 처박았다. 시트에 처박건, 네 품에 처박건, 어디에도, 이제 더이상 목구멍이나, 혓바닥이나, 이빨이나, 턱이나 입술 따위로는 속에서부터 해일마냥 몰려오는 이 울분을 닫아걸어잠구기에 역부족인 것만 같아서, 손은 움직이지도 않아서, 성운은 어디에건 고개를 기대고, 있는 대로 목을 놓아 엉엉 울부짖었다.
“이제 싫어, 더 이상 ■신같은 선택으로 누군가를 잃어버리기 싫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이대로 쓸모없이 내버려지는 것도 싫어, 그래서 고민하고, 그래서 노력하고, 그래서 강해졌는데, 이제 충분히 강해졌는데, 이만큼 강해졌는데도 왜 충분치 않은 거야, 왜, 왜, 왜, 뭔가 하나도 제대로 되어먹는 게 없는 거야. 이제 충분히 손도 커졌는데, 힘도 세졌는데, 왜 내 손으로 붙들고 잡아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 거야. 너만큼은 붙들고 싶은데, 너만큼은, 너만큼은, 너만큼은······.”
“두 사람이 서로 언제까지고 같이 있는 정도면, 그렇게 많이 욕심부린 것도 아니잖아······ 4레벨이 되는 걸 굳이 바라지 않았어······ 키가 이렇게까지 크는 것도 굳이 바라지 않았어······ 지원금이 많이 나오는 것도 바라지 않았어······ 그냥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같이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왜 단 하나도 제대로 되어먹는 게 없냐고···.”
네가 그러하듯이, 이 소년도 난파하고 있었다. 때마침, 하나의 흐름 사이에서, 서로 가까운 위치에서 휩쓸리며 표류하고 있었기에, 너와 그는 지금 표류중인 줄도 모르고, 인첨공의 격류 사이에서 때로는 떨어지고 때로는 부딪혔다. 서로와 서로의 어느 부분이 얽히고, 어느 부분은 걸렸다. 이 얽힌 부분이 어느 날에는 상대의 어느 부분을 부서뜨렸고, 이 걸린 부분이 어느 날에는 상대를 긁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세게 부딪혔다. 서로에게 서로의 자국이 남았다. 서로에게 걸려있던 몇 돌출부가 부서졌다.
“그런데도 나는 결국 너를 포기할 수 없어······. 지켜주는 것도, 하다못해 포기하는 것도 하지 못해서 미안해······.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네 손을 잡아주고, 내 품을 내주는 것뿐이야······.”
어느 것 하나 장담할 수 있는 게 없다. 너와 그는 과연 어디로 흘러가게 될까. 언제까지 이렇게 가까이 흘러갈 수 있을까.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그러니까, 적어도 우리 그것만큼은, 같이 하자······ 네 옆에 있어줄게, 너도 내 옆에 있어줘. 우리가 한 약속을 잊지 말아줘······.”
그러나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히 할 수 있겠다. 이제 두 사람간의 거리는 조금 더 가까워졌고, 서로 부딪힐 때마다 긁히던 어떤 돌출부도 오늘의 충돌로 다 부러져버려, 다음 번의 충돌과, 다음 번의 고통은 그나마 한결 더 견딜 만한 것이 되리라는 사실을.
많이 지쳐버린 탓일까. 성운은 왠지 네게 좀더 친숙했다. 친밀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태도며, 어조며, 네가 원래 기억하고 있던 작달막한 소년과 좀 많이 비슷해졌다고 해야 하나. 소년은 오늘 네 앞에서 연기하는 것을 죄다 포기해버렸고, 그 중에는 전혀 자신이 연기를 한다고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하는, 자신의 지금의 몸에 맞춰서 하는 연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너를 혜우야, 하고 불렀고, 널 쓰다듬기보단 쓰다듬어달라고 많이 표현했다. 널 끌어안고 쓰다듬지 않는 것도 아니었지만, 지쳐버린 채로 네게 어울리지 않는 어리광을 부리는 것이 많았다.
성운은 조금씩 소모되어가고 있다. 너는 오늘 그 소모를 한결 크게 늦췄다.
어느 운명의 날이 지나면 그는 더 이상 그러한 소모에 구애되지 않게 되겠지만, 그 운명의 날을 그는 얼마나 자신을 남긴 채로 마주하게 될까. 그 운명의 날을 넘길 수 있을까. 그 운명의 날을 어떻게 넘기고,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까.
그러나 지금은, 그는, 그와 너는, 서로가 서로와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있을 뿐이다. 같이 있어주는 것. 그뿐이었다.
-그렇죠? 그래서 저는 좋아하지만. 동시에 싫어해요. 모두를 구할 수 있었을까 같은 생각은 해선 안되지만. 가끔 하게 되니까요. 라는 생각은 전해질 리 없지만. 미묘하게 침잠하는 표정이란. 사실 안데르와 케이스가 안 가까워보인 건... 안데르가 체력이 너무 쓰레기라서 만났을 때에도 배터리가 간당간당하셔서 그런 거일지도?
-다아 답해줄 순 있죠. -대신 듣고 나서 그건 '없던 일'이 되어서 아무것도 기억 못하시겠지만요? 유한의 질문 아닌 말들에 장난스러운 것처럼 표정을 띄우고 말을 하는 케이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안 될 법한 것은 적절하게 고르는 게 좋을지도 모릅니다. 메타적으로도 ■난무라던가 될수도 있는걸.
-기숙사는 보는 눈이 많아요. -아무리 텔레포트 장치를 쓴다고 해도요... -그리고 티 언니랑 같이 사는 건 아니라도 손님방에서 묵는 건 해보고 싶었다구요? 의외로 순순히 답하는군요. 그리고 꽤 어린애다운 이유도 있습니다.
>>68 단발여캐 취향이구나 난 베요네타가 좋아 유재석 여체화라고 밈이 되어도 좋아해 샌즈는 여성도 아니고 털도 없어서 0/2네...
>>67 (탕) 아아 서운주,,,,, 픽크루 하나의 그림체에 맞추는 노고를 내가 무시할줄 알았던가.... (총 불기) 게임 일로같은 픽셀아트도 채도 높은 명암구분도 인체 칼같이 지키는것도 너무 좋 아 해........... 성운주 원본 그림체가 그 친칠라 원본 픽크루체랑 비슷한지 아님 완전히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그림체 따라하는게 얼마나 어려운데 일단 난 누가 머리에 총 겨누고 하라해도 못함
>>71 생업은 절대 아니고 내가 그냥 변태야 아이고 이사람아
감으로 해서 그정도면 재능이다 이인간아 월주는 수돈퍼의 삶을 꿈꿀수 있어 상상해봐...
>>74 우는게 주정인데용 (세상에서 제일 술자리 같이하기 싫은 유형) 헤헤 죽지마 밈미 썰 훈련 맨날추러도
-저는 정말로 생각해서 말한 거니까요.. 좋은 선택이에요. 라는 목소리가 닿습니다. 하지만 유한의 질문에는 눈을 동그랗게 뜹니다. 질문이 의외여서였을까요?
-제가.. 언니를요? -저는.... 티 언니를 좋아해요. 하지만 밉기도 해요... 망설이는 듯하다가 그렇게 말하는 케이스입니다. 좋아하는 건 부정하지 않지만, 그로 인해 촉발된 애증적인 것을 스스로가 말하거나 알아차리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나마 좋아하지만 미워. 정도면 충분히 큰 표현일지도.
-이런... 행위들은 로벨 님 선이니까요. 안데르 님은 표현하지 않았기에 로벨 님의 의사에 따라야 한다.. 같은 뉘앙스로 목소리가 잔해집니다.
>>97 내 안의 여로는 여우야... 귀여운 여우야.. 꼬리는 한 세 개 정도(?) 여로는 옷을 아예 희게 입고 다니는 데 이경이는 포인트로만 보라색 두고 다닌다 아니면 파란색(눈색)... 얘네 커플룩은 같은 디자인의 후드티 색만 바꿔서 입고 다닐까? 여로는 흰색 이경이는 보라색!
(오랜만에 빙을 다시 건들 때가 왓나) 근데 여로 앞머리는 이마가 보이도록 갈라진 건가요 내려온건가요 그냥 기분따라 달라질 거 같기도 한데
>>104 그 흰선 말이죠... 제가 설명은 가능한데... 쵸-TMI인데 괜찮으려나요 그런데 잘할놈은 우리 애꿎은 껄룩이가 아니라 그 뒤에 검머놈이랑 칼찌맨들일 텐데? 뒷사람 아직 원한 만땅 상태다... 행동 잘하는 게 좋을 거야...... 첨부한 곡은, 가사도 첨부하고 싶었지만 우선 멜로디만 들어보시라고 피아노 커버만 뒀어요. just the two of us인데, 갑자기 유튜브에서 똑같은 노래로 흑백사진 인물이 애니메이션 캐릭터랑 같이 있는 썸네일들만이 바뀌어서 주구장창 올라와서 밈으로 인지도가 생겼지만, 노래 자체도 좋은 노래니 언제 한번 들어보시길 바라요.
situplay>1597033210>690 .oO(아무리 봐도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 상호간 감정적 합의를 기반으로 한 평범한 순애인 것 같은데.) (나리에게 간접적으로 설득당하는 중...)
“이제 절 왜 싫어하시는지 이해는 하는데···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할 날이 아닌 것 같다, 그렇죠.” (혜우에게 들었던 이야기와, 아지가 자기 꼬락서닐 보고 자기 붙들고 울었을 때, 이때 만일 상황을 오해한 제삼자가 난입하면 어떤 기분이겠구나 하고 느꼈던 과거를 회상하고 있는 것이 읽힘) (일단 사과를 하고 싶어하는 것은 진심인 듯) (그런데 자기 기억하기로 그 당시에 자신은 그래도 일단 무너지는 건물에서 태오와 혜우를 구해줬고, 그 뒤엔 깍듯이 선배대접 잊지 않고 태오를 앰뷸로 모셨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미움받고 있는 거 아니냐고 섭섭해하고 있는 것도 느껴짐) (이 녀석은 그 '목소리'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음이 분명함) “···어느 어르신인진 모르겠지만, 시간 닿는다면, 감사하다더라고 말씀 좀 전해주세요.” (어르신이 누구인지 궁금해하는 건 느껴지는데 굳이 그 어르신이 누군지는 내가 알면 안되는 거냐거나 하는 둥 귀찮게 굴지는 않으려 함)
뭔가 갑자기 다가온 태오 때문에 성운이 마음속에 대량의 의문이 새로 발생하긴 했는데, 그건 태오 신경쓸 바가 아니고, 성운이도 긁어 부스럼 안 만드는 캐릭터라 일단은 그런가요 하고 넘어가리라 생각해요.
꽌시 문화가 국내에서는 그렇게 받아들여지고 있었군요...!
그냥 의형제인지, 아니면 그 뒤틀린 꽌시인지 고민이 되는데, 아무래도 이 인첨공에서 같은 보육원 출신으로 엮인 스킬아웃들은 그런 뒤틀린 꽌시 관계가 되기 쉽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한번 더 꼬아서, 일단 이 인첨공에서 서로 가장 믿는 게 서로긴 한데 이 바닥에서 사람이라는 단어 앞에 신뢰라는 단어가 붙을 수 있나? 라는 기분으로 그런 꽌시들끼리도 얼마든지 통수를 칠 수 있다- 하는 느와르적 서사를 깔 수도 있지만, 이건 추후 전개를 써보고 난 뒤에서야 진짜 서로를 끔찍이 위하는 범죄자들인지, 아니면 일단 서로 가장 위하는 타인이 서로인데 통수는 언제든지 칠 수 있는 신세계 꼬라지인지 정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게 >>>어긋난 꽌시로 엮여있다면 당연히 '가족보다 더 중요한 자'의 일이니 그 배후가 명확해질 수 있다<<< 고 제시해주신 말씀에 영향을 끼칠 것 같지는 않으니까요.)
“그러다 나중에 강목이도 사실 억울한 피해자였다고 하면 어쩌── 그래, 뭐, 학기초에 내가 당한 거 때문에라도 네가 화가 나기야 하겠다. ···그렇게 살다 보면 뭐 천벌 한두 번쯤 받을 수 있고 그런 거지.”
성운은 결국 체념했다는 듯, 리라의 어깨으쓱에 맞춰서 거의 동시에 어깨으쓱을 했다. 그러잖아도 저번에 혜우가 강목의 다리신경을 건드려서 강목이 계단에서 자빠지도록 앙갚음을 한번 했던 참인데, 또 한번 더 계단에서 낭패를 볼 강목씨에게 짧게 묵념. 얘, 코뿔소를 건드린 업보스택은 종종 1+1 행사를 하기도 한단다. 그러려니 받아들이렴. 성운은 리라가 딸기라떼를 마시는 것을 가만히 보다가, “입에는 좀 맞고?” 하고, 한 마디 조심스레 덧붙인다. 딸기향과 단맛, 우유맛의 비율이 딱 맞아서, 카페에서 마시는 것보다는 좀 조촐하다만 그래도 마시기 썩 괜찮다.
어깨를 톡톡, 하고, 리라의 손길이 성운의 어깨에 닿는다. -분명히 성운의 어깨는 이것보다 훨씬 자그맣고 말랑했을 텐데, 이젠 커다란 바윗돌같은 게 되어있다.
“따뜻한 사람이기만 해서는 아무 소용 없는 일을 너무 많이 겪었어. ······지금도 겪고 있고. 헛소리라고 해야 되나, 말 그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없어. 누가-언제-어디서-무엇을-어떻게-왜 중에서··· 내가 알고 있는 게 ‘무엇을’ 밖에 없어. 내가 이걸 이야기해도 되는지도 모르겠고.”
성운은 무언가 입을 떼려다가, 혜우 후배님이 너에게 많이 소중한 사람이 됐나 봐- 하는 지적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뭐, 걔나 나나, 너만큼이나 감출 생각 없으니까 너라면 알아챘겠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냉장고에서 자기 몫으로 마운틴듀 페트병을 꺼냈고, 그걸 머그컵에 따라서 자기 몫으로 가져와서 한모금 마셨다. 목이 탔다. 뭐라도 마셔야만 했다. 그래야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입을 열려고 했다. 그런데 눈물이 먼저 나왔다. 덜컥, 하고, 성운의 눈가에 물방울이 왈칵 고였다. 성운은 착잡한 한숨을 쉬었다. 걔의 병상에서 걔를 부여잡고 그렇게 하루종일 울어제끼고 왔는데도 아직 흐를 눈물이 남아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소중한 애가 무엇 때문인지도 모를 고통을 겪고 있는데, 이렇게 키가 큰 것도, 대능력자까지 된 것도 하나도 소용없는 게······ 속이 좀 많이 상하네.”
그래도 이번에는 리라의 앞에서까지 와르르 무너져서 목놓아 울어버리는 대참사는 면했다. 이미 요 4년간 못 울었던 울음을 요 며칠 사이에 다 울어버린 참이라, 눈물이 빠져나간 자리에 감정을 제어할 여유공간이 그나마 조금은 생긴 덕이다.
“······아무튼, 그래, 그것에 대해서는 너한테 이야기해주고 싶어도 말 그대로 이야기해줄 게 없어. 아직 혜우가 겪고 있는 게 무슨 현상인지 조사결과도 안 나왔으니까. 누군가가─ 혜우에게 어떤 최면이나 세뇌를 걸고 있는 것 같아. 혜우가 어떤 기억에 접근하려고 하니까, 코피를 심하게 쏟으면서 거진 까무라칠 수준의 두통을 일으켰어. 혜우네 담당 연구원 선생님의 조사도 그렇게 잘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고.”
“─여기까지만 이야기할게.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아는 게 여기까지뿐이기도 하고, 걔랑 약속했거든. 지금 시점에서 어쩔 수 없는 이야기는 그냥 잠깐 잊어버리자고, 없는 이야기인 셈 치자고.”
성운은 그렇게 말하고 잠깐 침묵했다. 그 짧은 침묵의 일순간, 리라는 성운의 얼굴에 극한에 다다른 분노가 서리어 마치 괴물처럼 일그러지는 것을 보았다. 문득 리라가 너무 잘 아는 목소리- 성운이 이렇게 커지기 전의 성운의 목소리가 까르륵 하고 웃는 소리가 리라의 귓전에 울리는 것만 같았다. 언제까지, 언제까지··· 하고 성운이 이빨 사이로 씹어뱉는 소리가 났다. 그러고 난 뒤에야 성운은 표정을 가라앉히고, 다시 그 낙담한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그러니 너도··· 뭔가 제대로 된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방금 내가 한 이야기는 못들은 셈 쳐줘. 특히 혜우 앞에서는. ···기껏 털어놓는답시고 이런 싱거운 이야기밖에 안돼서 미안하게 됐지만. ···그래도 뭔가 밝혀지는 날이 오면, 그때 나나 혜우가 위기에 빠지게 된다면··· 그러면, 날 도와줘.”
그리고 성운은 전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화제를 확 꺾어버렸다.
“···그래서 넌 요즘 좀 어떻냐, 잘 지내고 있어? 학기초부터 좋아하는 거 다 보이길래 나까지 다 조마조마했는데, 잘된 것 같아서 다행이네.”
딱히 누구 들으라는 목적 없이(누구 들을 이도 없긴 했다만), 성운은 중얼거렸다. 문득 한줄기 습기찬 바람이 콘크리트 냄새를 머금고 싸늘하게 성운의 어깨를 스친다. 그는 원래 잘 열지 않는 폐공장의 창문을 열고, 창틀에 손을 짚은 채로 창문 밖을 내어다보고 있었다. 밤하늘은 구름으로 가득 덮여있었다. 현대의 밤하늘에 낀 구름이 다 그렇듯, 인첨공의 각종 화려한 조명의 광공해가 난반사되어 마치 진흙탕 같은 색이 되어, 낮게 깔린 구름이었다.
사실 진짜 덜걱덜걱되는 노래가 두개쯤 더있긴 한데 그건 파-국이다- 같은 상황에서나 나올법한 노래고... Never fade away나 Major crimes도 있는데 전자는 지향하는 분위기랑은 좀 달랐고, 후자는 피아노커버가 없어서 재깠(?)어요.
음, 그러니까 이게 짤을 그려서 설명해드리려 했는데 하필 밖에 나와있는중에.. 설명을 드리자면, 브러시툴이라는 게 선을 그으면 완전히 깔끔한 단색 선이 아니라 미세하게 주변에 번지면서 그어지거든요. 그런데 페인트통 툴로 색을 그냥 툭 찍어버리면 페인트통이 그 미세하게 번진 부분은 인식을 안하고 완전 깨끗한 부분에만 색깔을 채워서 그렇게 하얀 모서리가 남는 거에요.
사용하시는 툴에 따라 다르지만 페인트통의 인식범위를 넓히는 설정이 있을 텐데, 사용하시는 툴이 뭔가요?
동월은 자신의 앞에 쌓여있는 자재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별모양? 별 모양? STAR!? [진짜 별모양으로 자르믄 안됨다.] 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동월은 나무통 하나를 허공으로 휙 던지더니, 만화 속 검객처럼 발도하여 그것을 별모양으로 썰어냈다. ...꼭짓점이 5개인 완벽한 별모양이었다.
뿌듯한 표정으로 그 별을 바라보던 동월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그것을 애린의 머리 위에 얹으려 하고서 작업에 착수했다.
여러 테마의 작은 놀이터나 집이라고 했던가. 그 주문에 맞춰 여러가지 크기의 재료들이 썰린다.
써는 과정은 생각보다 요란했다. 마치 검술 훈련이라도 하는 듯이, 거의 날아다니면서 자재들을 썰고 있는데 그게 딱딱 썰린다는게 신기할 따름이다.
머릿속으로 미리 그려놓고 썰어버리기에 대충 자재들이 모여있는 것을 보면 무엇을 만들 수 있을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작은 집부터 작은 시소라던가.... 절단면이 굉장히 깨끗했기 때문에 사포질도 딱히 필요 없을 듯 하다.
" 이건 자연 친화적인 테마. " " 이건 도시 테마. " " 이건 그냥 놀이터 테마. " " 이건 시골 목장 테마. " " 이건 SF 테마.(?) " " 이건 괴이. "
그런것들을 굉장히 알뜰살뜰하게 썰어내고서, 남은 재료들은 동월이 한데 모아서 나이프로 무언가 조각을 하기도 했다.
" 저번에 나랑 갔던 곳 기억나? "
장식품인건지, 작은 마인카트 모양의 나무 조각품이 바닥에 놓여졌다. 어째 마인카트 외부에 누군가가 매달려있고, 안에서 그걸 붙잡고 있는 사람의 형상이 보이고 있다. 남은 자재들은 그런 식으로 공룡의 모양도 되고, 저지먼트 관련 물품의 모양도 되는 등. 추억할 수 있을만한 것들의 장식품도 되었다. 완성된 곳에 이래저래 장식하면 꽤나 볼만할지도 모른다. 과거에 정교함을 위한 훈련을 한 것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동월도 몰랐을테다.
" 그리고 이건 선물. "
그렇게 장식품으로 주변이 꽤 뒤덮였을 무렵에, 동월은 마지막까지 남겨놓았던 사람 크기의 자재를 가져왔다. 그리고 나이프를 들고 느긋하게 조각을 하기 시작했다. 작업은 꽤나 길었다. 만약 구경하고 있었다면 지루해서 잠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동월은 중간에 물마시는 것 외에 딱히 쉬는 시간 없이(아마 놀아달라거나 도와달라고 했으면 잠시 멈췄겠지만)작업에 몰두했고,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 조각상은.... 머리에 정교하게 조각한 오레오를 얹고있는 애린의 모습이었다.
" 혼자면 외로울까봐 토끼 얹어줬음. "
만약 아보카도(유라)가 함께 있었다면, 조각된 애린의 손에 반으로 썰린 아보카도(과일)가 들려있었을 것이다.
반칙이라는 말. 그 말을 하게 만드는 주체인 하얀 소년은 몸을 움직여 여로를 보았다. 여로의 얼굴은 쉽게 빨개졌다. 소년의 앞에서만. 평소보다 조금 더 소년의 눈에 힘이 풀렸다.
"내 행복과..." "네 행복은... 크게.. 멀지 않을 거야."
순수하게 행복에 즐거워할 수 있다면 소년은,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그는 잊지 않을 테니까. 자신을. 깊게 남겨두고, 떠나가지 않은 채.. 손을 잡아주겠지.
"..밤까지는 여기 있을까.."
여기의 대관람차에도 어떤 징크스가 있는 지는 모르지만.. 이 곳의 야경은 아름다울 것 같으니까. 높은 곳에 올라서 함께 보는 것도 좋을 듯하였다.
".."
소년은 딱히, 관심 있는 놀이기구가 없었다. 스릴을 준다는 것들도 소년에게는 감흥이 없었으며, 휘황찬란한 놀이공원에 감탄할만한 동심도 넘쳐나지 못했다. 소년의 입장에서 놀이공원이라는 장소는 그런 즐길거리보다는.. '누구'와 가느냐가 훨씬 중요한 곳이었다. 그렇기에, 어디로 가고 싶냐는 질문에 소년은 쉬이 대답하지 못했다. 이곳에 무엇이 있는지는 대략 알고 있지만... 개 중에서 끌리는 게 있었냐면,
>>223 제 분노가 성운이 행동에 안 옮겨가도록 항상 조심하고 있지만, 제 개인적인 감정을 빼놓고 온전히 성운이 감정에 이입해도 성운이가 이정도로는 화낼 것 같은걸요. 혜우야, 네가 선택한 친칠라가 좀 많이 코뿔소란다, 잘 말려보렴. 성운: “아오 혜우시치···! 야, 셀러리 그만 좀 쌔벼가라! 그거 말고 판모밀 어때 오늘?”
하아니 진짜 누구 밥챙겨주는건 잘하는데......
>>224 호오? 해보자는것인가? (농담임)
>>225 동월이도 뭔가 로맨틱 시작하면 되게 그럴싸하게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전 오히려 저 로맨틱을 로맨?틱으로 만든 건 애린이 비중이 크다고 보는데 👀
-티 언니가요? -조오금 달라요~ -여러분들이 '수경'이라고 부르는 상태는 본질에 가깝고요~ 그 본질을 침해하는 걸 '할페티' 에 던져넣는 느낌이니까요. 말하자면 '숨기기' 같은 전략이니까요. 라고 나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케이스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악용하여 인식했음에도 인식하지 못하게 숨기는 걸 돕는 것이 약품과 심리적 지배 같은 로벨님이 사용하는 것들... 이겠죠.라는 생각을 하고는 자신을 흘긋 바라보는 것에 애매한 표정을 짓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는 텔레파시는 아니라구요?
"...게임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에요." 눈을 피하고는 그래도 너무 피곤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말을 한 다음. 조금 둘러본 바로는 여기는 꽤 괜찮은데.... 라고 약간 미련을 가진 듯 둘러봅니다.
"유한 씨는 어떻다고 생각하세요?" 물론 이 매물은 아니고 다른 곳에 언젠가 자취를 하겠지만.. 일단 간단하게 의견을 물어봅니다.
가오리 상태에서는 맛없는 사료를 먹었습니다.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같은 이유였으니까요.
"으으윽..." 그래서 가오리 상태에서 돌아온 수경은. 달콤한 것이 조금. 먹고싶어졌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와 같이 가야 먹을 수 있는 데 말이지요. 그 이유인즉슨. 수경은 혼자 카페에 들어가면 뭘 시켜야 할지도 모르니까 위쪽을 시키고 그럼 보통 잘하면 시그니처. 아니면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인걸요. 그래서 업무용 폰에 저장된 연락처를 만지작거리다가 자신이랑 같이 가도... 싫어하지 않을 만한 분을 골라봅니다. 정말로 싫어하지 않는다면 다행이기 때문에 실제로 보내진 않을 것 같지만요.
'아지씨 죄송합니다. 하지만 일단 진짜로 보낼 것처럼 적다보면...' 그리고 아지 씨에게 한번 연습하듯이 해보자고 생각하는 수경이군요.
[카페를 같이 가는 것에 대한 허가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에 대한...] 이건 아닌데.. 하고 지우다가.
[카페를 같이 가는 것] 에서 터치미스로 보내져버리고 만 겁니다.
[아니 잘못 보냈습니다. 카페를 같이 가는 것에대한 거의 질문을..] 아니 이것도 터치미스가..! 업무용 폰이 제일 새건데 왜 이렇게..(*원인: 장갑) 당황한 수경이지만 아지는 메세지를 너무나도 빠르게 읽어버리고 맙니다...
>>0 부실로 돌아와서 순찰완료 보고를 하려던 혜성의 시선이 자리에 엎드려 있는 은우를 발견했다. 에어컨 바람이 찰까 싶어서 어깨에 담요를 걸쳐주고, 혹시나 싶은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보고서를 중간 저장까지 해준 뒤 부실을 나서려다가 혜성은 잠시 천장을 보며 가늘게 눈 뜨고 흐릿하게 웃었다.
딱, 경쾌하게 손가락을 튕긴 뒤 혜성은 곧장 부실을 벗어났다. 초음파가 된 소리가 자리에 엎드린 은우의 다리부분에 강한 자극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눈부신 과학 기술의 발전이라 한들 열대야는 이길 수 없고, 나날이 늘어가는 환경 파괴와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도 내놓을 수 없었다. 인류는 파멸을 향해 한걸음 더 힘찬 도약을 시작했고, 환경 뿐만이 아니다. 인간들은 파멸이 다가오자 위기의식을 느끼기는커녕 한 걸음 더 야성적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무더운 여름, 흉포한 낯가죽 뒤집어쓰고 인간이라 칭하는 존재들은 한 걸음 더 죽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 소규모의 닫힌 사회가 질쏘냐, 인첨공에도 나날이 문제가 늘어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샹그릴라, 그 이후에는 캐퍼시티 다운, 15주년 테러, 그리고 유토피아 프로젝트까지. 암부만이 추악한 낯가죽을 드러내며 인간이라 칭하는 것이 아니었다. 박호수, 표해준……. 목화고 학생 개인을 향한 위협도 늘고 있었다. 태오는 그 상황에서 마땅히 느껴야 할 정의감을 느낄 수 없다 생각했다. 단지 후일을 기약하는 명분 하나를 더 챙기고자 하는 행위에 가까웠다. 인간의 삶은 늘 무상하기에. 그리고 명분 하나를 챙기기 급급한 사람이 하나 더 있다.
태오는 부실에 들어섰다. 순찰이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없으면 부실에 영 들어오지 않는 현태오가 어쩐 일인가 싶더니만, 서류를 작업하고 있거나, 쉬고 있거나, 혹은 연락을 먼저 받고 기다렸을 당신이 앉은 책상 가장자리에 느긋하게 걸터 앉으려 들었다. 이 무더운 여름에도 태오의 옷차림은 달라지지 않는다. 목과 팔을 덮는 달라붙는 재질의 옷, 긴 바지, 그리고 빼놓지 않는 외투. 그나마 더위를 피하려 든 수단은 머리의 변화였다. 오늘은 머리를 길게 땋아내려 목 주변을 덮지 않게끔 들었다.
작은 체구의 동급생을 무자비하게 때리고 오즈한테 인력까지 엮어준 놈이 마냥 억울한 피해자일 수가 있을까. 어쨌거나 성운이 그에 대해 마찬가지로 무난히 넘어갔기에 리라는 가볍게 웃을 뿐이다. 딸기라떼의 맛을 묻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고 나면 단단해진 어깨만큼이나 단단히 경직된 것 같은 말들이 흘러나온다. 눈물과 함께.
"마음 고생이 심했나 보네. ......그럴만도 하지. 최면, 세뇌에 두통과 코피라."
분노하는 얼굴, 그리고 때에 맞지 않게 귓가에 울리는 웃음소리. 리라는 잇새로 씹어뱉듯 흐르는 소리를 조용히 듣다가 허리를 숙이고 턱을 괴었다. 어느새 바닥을 드러낸 머그컵은 가만히 곁에 놓인다.
"대체 누가? 혜우 후배님은 공인도 아니고, 모르긴 몰라도 다가가기 조금 어려울지언정 누군가와 깊이 원수 질 만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는데. 어쨌든 잘 알았어. 뭔가 제대로 밝혀지기 전까지는 조용히 있을게. 그래도 지금처럼 갑갑하면 꼭 말해. 해결되지 않아도 털어놓으면 나아지는 것들이 더러 있잖아. 언제가 됐든, 뭐가 됐든지 당연히 도와줄 테니까."
수첩에 그려진 보석이 제 색깔을 찾았을 무렵, 리라는 물방울 모양 참을 실체화 시켜 성운에게 건넸다. 보석은 단순한 모양을 띄고 있었지만 푸르게 반짝인다.
"다치지 말고! 필요한 거 있으면 바로바로 얘기하고! 나야 요즘 적당히 잘... 지내니까 걱정 말... 뭐... 어?"
[그. 생각했다기보다는.. 죄송합니다..] [사실 터치미스로 잘못 보냈습니다..] [그.그래도 진짜로 같이 가기로 해주시면 같이 갈 수 있어요...] 문자에 있는 이모티콘들을 톡 건드려보지만 쓰는법.. 굳이 알려 하지 않으니까요. 애초에 업무용 폰이니까요(*개인 폰이라고 해도 안 쓴다는 점은 넘어가자)
[그런건.....] [잘 모르겠어요] [달달한 거를 먹고싶다는 생각만 해서요] 이럴 때에는 솔직한게 좋을 것 같습니다. 수경이는 단 걸로 스트레스를 푸는 타입은 아니고 스트레스를 쌓기만 하지만. 그래도 단 것이 끌릴 정도라면 대단했다는 걸까요.
[그렇지만.. 커피보다는.. 다른 느낌이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어요] 디저트에 곁들이는 거 이상은 아니면 좋겠다는..?
진짜 모르겠는게 전에 말했듯 이경이의 여로에 대한 감정은 여로가 원하는 방향이 되었을 거고, 그날 밤 대화를 통해 정해지기 이전까지는 명확한 형태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오래된 우정에서 나아갔다고 볼 수도 있죠. 다만 고백 때 나왔듯 '연애 행위의 대상'이라고 한다면 여로 말고 딱히 생각나지 않았다는 말 처럼 아예 그런 게 없었다고는 못해요. 애초에 얘, 사랑을 몰랐으니까. 사랑이라 해도 몰랐겠죠.
다만 여로를 좀 더 오래, 진중히 바라보게 된 것은 진실캔디 때 여로가 울린 사건 이후니까... 어쩌면 이 때가 의식한 시점일수도? 근데 그 의식이 연애감정보다는 물가에 자진해서 뛰어들려는 어린애를 바라보는(..)
아무튼 점진적으로 감정이 변화하다 이름도 없이 흐릿한 감정이 여로의 고백을 계기로 명확해졌다고 보면 될 거예요!
저지먼트 활동 중 그럭저럭 자신 있는 게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거의 망설이지 않고 서류 작업이라는 대답을 내놓을 수 있었다. 물리력을 동원하는 순찰에 거부감을 느끼는 무능력자가 최대한 현장에 투입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활동이기 때문에 제법 열심히 최선을 다했던 기억과 경험은 어디 가지 않는 법이니까. 게다가 요즘처럼 밖에 나가기만 하면 숨이 턱턱 막혀오는 끔찍한 더위가 장악하고 있을 때는 더더욱.
말하자면 맡았던 간단한 비품에 대한 서류작업이나 인계한 스킬아웃들에 대한 정보를 적은 보고서들을 핑계로 부실에 남아 키보드와 씨름을 하며 쾌적한 여름을 즐길 수 있는 편법이라는 것이다. 차게 냉침해둔 디카페인 음료가 담겨 있는 텀블러를 쥐고 막 마무리 지은 보고서를 출력하기 직전, 화면을 들여다보며 실수하거나 빼먹은 것이 없는지 확인하던 차분하기 짝이 없는 눈동자가 느릿하게 도르륵 굴러갔다. 부실 문이 열리는 소리 덕분이었다. 이 시간에 부실에 올 사람은 없다는 걸 이미 확인했기 때문에 갑작스레 방문한 이가 누구인지 살피기 위해 움직인 눈이 한쪽만 슬그머니 치켜올라가며 의아함이 스쳤다.
쟤가 왠일이야. 쭉쭉 걸어와서 제 책상에 걸터앉으려는 부실에서 얼굴보기 힘든 제 동기의 걸음에 따라 고개를 위로 치켜올려서 물끄러미 바라보며 떠올린 유일한 의문이었다.
"서류작업할 게 좀 밀려서 정리하러 왔는데, 무슨 일이야? 오늘 부실에 볼 일이라도 있었어? 그리고 남의 책상에 걸터앉는 거 아냐. 먐미."
동기와 다르게 혜성의 옷차림은 러프하기 짝이 없었다. 금방이라도 부실을 뛰쳐나가 놀러가도 무방할 정도로 여름에 알맞은 짧은 옷, 여름이 되자마자 끼기 시작한 온갖 종류의 피어싱까지. 태오의 시덥잖은 농담에 눈살한번 찌푸리지 않고 부드러운 어조로 받아치는 목소리는 아직까지 이상함을 느끼지 못한 것 같았더랬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캡틴이 임의로 아무거나 능력리스트에서 능력을 가지고 온 다음에.... 그야말로 랜덤으로 배분하는 식으로 할 거라서...
정말 생각도 못한 능력이 나올지도 모르지요!
아게우시아(Ageusia) 맛을 통해 성분을 분석하는 능력. 단지 맛을 보는 것 만으로도 독이 들어있나 확인할 수 있다. 이걸로 상한 음식을 먹을 걱정은 없다. 실질적인 활용방안은 거의 없지만, 독 관련 대책으로는 쓸 수 있다. 전투계에서는 거의 실용성이 없고, 비전투계에서도 활약할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 능력을 살려 미식가로는 대성할 수 있을 듯. 일단 5까지 성장하면 핥아서 사이코메트리처럼 활약할 수는 있긴 하다.
하이퍼오스미아(Hyperosmia) 후각 강화. 단순히 냄새를 잘 맡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땀 분비 정도나 페로몬같은 희미한 것마저 파악하여 상대를 분석할 수 있다. 심지어 능력이 섬세하게 발전할 수록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질병에 걸렸는가까지 알아낼 수 있다. 설령 시각을 잃어도 후각을 통해 자신의 주변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므로 시야 조종으로는 무력화할 수 없다. 역시 응용이 중요한 능력.
그냥 쓴.. 빌런 청윤 vs 안티히어로 정하 (situplay>1596990068>118, situplay>1596989085>944) 정하주 오시면 공개할까 했는데 정하주께서 정황상 학교에 잡혀계신 것 같기에 그냥 지금 공개하려고요! 원래 정하가 절대 먼저 나서는 법은 없었다. 자신을 빌런이라고 하는 정하이나 그저 기분에 따라 움직일 뿐, 빌런들도 자신의 기분을 해친다면 쓰러트린다, 그 뿐이었다. 마치, 지금 같은 상황처럼 말이다. 청윤, 최근 유력 정치인들을 암살하며 빠르게 슈퍼 빌런으로 부상한 사람. 그런데 정하가 주로 다니던 구역에 아예 자리를 잡았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만약 그렇다면 이곳은 히어로들과 빌런의 대규모 전장이 될수도 있을 터였다.
"...쳇."
그것만큼 겪기 싫은 일은 없었다. 정하는 그래도 몇몇 빌런 모임에서 만난, 안면식도 있는 청윤을 말로 쫓아내보고 영 안되면 적당히 손봐줄 생각으로 청윤이 목격되었다는 버려진 공사장으로 향했다. 해가 진지 오래였기에 어두운 푸른 하늘과 공사가 중단되어 방치된 공사장은 마치 공포영화의 도입부를 보는 것 같았다.
'언니, 좋게 좋게 가자구요. 왜 이 구역에 자리를 잡으신거죠?'
뭐라고 소리칠지 생각하며 길을 걷던 정하는 주변의 습기를 꿰뚫는 무언가를 감지했다.
"..!"
정하는 급히 지어지다 만 벽돌담에 몸을 숨겼다. 팡팡하는 소리와 함께 벽돌담에 계속해서 충격이 느껴졌다. 애초에 허술하게 지어진 벽돌담이라 금새 공기탄이 관통하고 있기에 정하는 입술을 씹었다.
"벌써 써버리긴 아까운데.."
벽돌담을 넘어 뭔가가 던져졌다.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철조각들이 이리저리 날아갔다. 청윤은 수증기와 날아들어오는 철조각들 때문에 제대로 앞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알아채고 말았다. 정하는 이 건물 안에 들어왔다. 망가진 스코프를 던져버리고 청윤은 건물 아래로 내려갔다.
벽돌담에서 청윤의 위치를 대강 파악했던 정하는 급하게 청윤이 있을 층으로 올라가려고 했다.
"찾았네?"
하지만, 청윤과 거의 동시에 마주치고 말았다. 청윤은 공기탄을 정하의 가슴을 향해 발사했고 정하는 자신의 왼손에 있는 수분을 증발시켜 장갑을 폭발시키는 방식으로 원거리 공격을 했다. 하지만 총알을 빗겨가게 하는 정도에 그쳤고 우측 배에 총탄이 스쳐지나갔다.
"크윽.."
청윤은 공기탄을 한발 더 발사하려고 했기에 정하는 오른손으로 건물 바닥을 내리쳤다. 바닥이 급격히 건조해졌다. 바닥에서 스팀이 뿜어져올라왔다. 그 자리를 벗어나 청윤은 정하를 쫓아가려고 했지만 모든 습기를 빼앗긴 바닥은 무너져내렸다. 정하는 오른배를 붙잡곤 건물의 한쪽 끝으로 향했다. 그곳엔 청윤이 설치해놓은 것인지 봉이 있었다. 이를 이용하면 빠르게 건물 바닥으로 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청윤과는 대화 자체가 통하지 않을 것이니 건물 자체를 무너뜨려버릴 생각으로 정하는 아래로 내려갔다.
청윤은 바로 아래층에 떨어졌지만 생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진 셈이기에 고통스러운 기침을 내뱉으며 손을 덜덜 떨었다. 그때, 건물 반대편에서 정하가 봉을 타고 내려가는 것을 보았다. 봉은 자신과 가까운 곳에도 하나 더 설치되어 있었다.
떨어지듯 용캐도 내려온 정하는 기둥의 수분을 모조리 증발시키려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때, 공기탄이 날아와 발에 박혔다.
"으윽..끄앗!"
정하는 갑작스러운 고통에 넘어졌다가 급히 몸을 굴렀다. 자신이 있던 자리에 공기탄들이 날아와 박혔다.
"..천장에서? 얼마나 강한거야!"
청윤은 정하가 타고 내려간 봉으로 향해 정하가 있을 자리에 공기탄을 난사했다. 다만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수전증이 발생하고 말았던 것이 정하를 맞추긴 했지만 죽이진 못한 것 같았다. 정하가 만약 살아서 돌아가면 지금 같은 어드벤티지도 얻기 힘들 것이었다. 뭐, 감을 잡기 힘든 녀석이라 정하를 싫어하는 빌런 몇명을 데려온다면 쓰러트릴 순 있겠지만 지금이 가장 맞는 기회일 것이라 생각하니 당장 정하에게 공기탄을 박아넣어주고 싶었다. 청윤은 정하가 탄 것과는 반대 방향으로 봉을 타고 내려갔다. 떨어지면서 내상을 입은 건지 등이 계속 비명을 질렀지만 애써 무시하며 공기탄을 준비한 청윤은 정하가 보이면 바로 발사할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청윤의 사각지대에 숨은 정하가 달려들자 청윤은 무심코 공기탄을 쏴버리고 말았고 정하는 기둥에 처박아버릴 생각으로 물을 모아 장갑을 통한 수증기 탄을 쓰려고 했지만 청윤을 건물 바깥으로 날려버리고 말았다.
"콜록..콜록..이 위치라면.. 내가 유리하겠네.."
청윤은 건물 바깥으로 던져진 것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손끝에 공기탄을, 아니 드라이아이스탄을 만들기 시작했다. 정하는 발에 부상을 입었지만 이를 악물고 청윤에게 달려들었다.
팡팡! 정하는 허벅지와 어깨에 드라이아이스를 맞고 쓰러졌다.
"역시.. 손이 떨린단 말야.. 이 몸상태로는 말이지?"
청윤은 정하의 상태가 더 이상 일어나지 못할 것이라 판단해 쓰러진 정하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피를 흘리고 있다고 해도 드라이아이스가 네 피를 얼리면서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될거고. 어때? 엄청나게 아프지 않아? 쇼크사 하지만 않으면 좋겠네."
청윤은 미소를 지으며 정하의 머리에 공기탄을 쏘려고 했다.
"..!" "..?!"
정하가 일어나 청윤의 손을 잡아 수증기를 빼앗았다.
"지금만을 기다렸어요.. 언니!"
"피를 끓여서.. 드라이아이스를 기화시켰다고..?
정하는 자신의 허벅지에서 흐르는 피를 손에 잔뜩 묻힌 뒤 이를 단숨에 증발시켜 수증기 폭발을 일으켰다. 청윤은 공사장 입구까지 수십미터를 날아가 벽돌 담에 처박혔다. 청윤은 잠시 머리를 일으키나 싶더니 금세 뒤로 고꾸라졌다.
"역시.. 너무 무리..한걸까.."
피를 상당히 많이 흘린 상황에서 피를 끓게 하는 도박수까지 감행한 바람에 만신창이가 된 정하는 몸을 덜덜 떨면서 겨우 공사장을 벗어나고 있었다.
>>612 요컨대 소원이 일주일에 3개 한정이라거나, 타인의 소원만 들어줄 수 있다거나, 레벨이 낮으면 소원이 많이 하찮게 이루어진다거나, 누군가를 죽여달라 같은 소원은 5레벨이나 되어야 이룰 수 있다거나 같은 거려나요? (그저 호기심 본위의 질문일 뿐이니 귀찮으시면 스루하셔도 좋아요.)
"성공이란 단어는 하루의 것이 아니지. 그걸 가지고 싶었으면서, 아무것도 잃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 "에이, 어쩔 수 없지. 내가 도와줄게. 이번 한 번만 더.. 아니, 어쩌면 두 번 더?" "짚을 금으로 만들어줄게, 내 이름만 말해봐."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대가는.. 어쩔 수 없어. 내 마음대로가 아니라서." "그래도 미안하다는 말은 필요 없지? 네가 원했잖아."
부실은 조용하고 시원했으며, 쾌적했다. 태오는 시선을 넓게 던져 주변을 보다 당신의 옷차림을 발견했다. 왜 여기에서 굳이 서류작업을 맡아서 하는지 알겠다. 아무래도 자취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더위는 쥐약이지 않은가? 당신 또한 딱 그 상황인 것 같았다. 태오는 책상에 걸터앉은 채 당신에게 농담을 던지곤, 물끄러미 시선을 던졌다. 저해장치 특유의 노이즈가 몇 번 지직거리다가 이내 맥없이 꺼지고 만다. 스스로 손목을 더듬은 탓이었다.
"먐미가 앉는 걸 가지고 밈미가 뭐라고 하면 어쩐담. 서류는, 오늘도 철현이가 떠맡기고 간 걸까요……."
느릿하게 서두를 뗀 태오는 말만치나 느긋하게 자리에서 일어나고는 근처의 테이블로 걸어갔다. 희야가 준비해둔 간식 상자를 뒤적거리더니, 상자 바닥에 몰래 숨겨둔 은우의 초콜릿 칩 박힌 코뿔소 쿠키를 용케 찾아내곤 당신이 있는 곳으로 다시 걸어왔다. 아마 희야는 오늘이나 내일 부실에 와서 쿠키를 찾다 없음을 깨닫고 동서남북으로 엉엉 소리 내어 울 테다. 다만 제가 알 바인가? 불만이었으면 쿠키를 숨기지 말았어야지.
"최근에 많이 흉흉해서, 바깥 사람인 네가 섞이려는 시도를 보았는데 어떻게 지나치겠나요……. 혹시나 해서 여기 왔는데 정답이었군요."
자취방에 함부로 갔다간 큰일났을 테지. 태오는 농담을 한 번 건네곤 당신에게 쿠키가 담긴 조그마한 봉지를 건네주며 근처의 의자를 끌어 오더니, 등받이를 앞으로 하게끔 앉았다. 등받이에 아무렇게나 팔을 걸치고 기댄 태오는 잠시 피어싱에 시선을 두다, 느긋하게 팔에 뺨을 기댔다.
"먹으면서 대화하게. 자."
그리고, 적어도 네가 먼저 하고 싶을 것 같은 얘기를 내게 꺼내주었으면 하는데. 태오는 느긋하게 입 벌려 벙긋거리고 당신의 대답을 기다렸다.
“···걔도 가정사가 꽤 복잡하긴 해. 하지만 인첨공 밖의 일은 인첨공 안에 두고 왔다고 했는데··· 이 이야긴 여기까지. 뭔가 더 알아낸 게 있으면 알려줄게. 너도 혹시나 뭔가 알게 되는 게 있으면 알려줘.”
성운은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리라가 내미는 참을 내밀어 받고는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이거, 초커에 채우려면 역시 초커를 잠깐 끌러야 하나. 성운은 참을 손에 쥐고 리라에게 무언가 말을 꺼내려 했다. 잠깐만 시선 다른 데로 좀 돌려줄래─ 하고 입을 떼려 했는데, 자신이 화제를 바꾸려고 핸들을 꺾은 게 너무 과도하게 꺾였나, 리라가 거지반 고장나다시피 하자 뺨을 긁적였다.
“학기초라고 해도, 나 올해 1학기를 커리큘럼 때문에 다른 애들보다 좀 늦게 시작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처음에는 그냥 서로 이야기하는 모습 보고 지레짐작하는 얄팍한 가설 정도에 불과했어. 내가 그런 거 함부로 가십거리 삼으면서 수다떠는 걸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그런 가십거리 같은 데 신경을 많이 쓰기엔 인생이 너무 빡세기도 했고.”
성운은 어깨를 으쓱했다. 빡센 인생. 문득 리라의 눈앞에, 엉망진창 두들겨맞은 몰골로 저지먼트 부실을 기웃거리다 리라가 부르는 소리에 마치 도둑놈이 발각되기라도 한 것처럼 죄책감 가득한 경악을 얼굴에 띄우던 조그맣고 볼품없는 소년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역시 그래도 그 때에 비해서 많은 것이 나아지긴 했다. 이걸 나아진 거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말이다.
“음, 그건 있다. 15주년 페스티벌 전후해서 네 주변 공기의 색깔이 확 바뀌었더라고.”
참으로 얄궂게도, 성운은 뭐라 하기도 애매모호한 기준을 내세웠다. 그러면서도 시기도 상당히 정확하게 맞추고 있지 않나.
“무언가를 바라는 간절한 눈에서, 무언가를 소중히 아끼는 눈으로 바뀌었다고 해야 하나.”
하며, 성운은 어깨를 으쓱했다.
“무엇보다 이명을 그렇게 둘이서 나란히 맞춰놓고 있으면 싫어도 알게 된다고.”
─그 이명을 누가 추천해줬는지를 생각하면, 참으로 얄궂은 언사라 아니할 수 없다.
“아직 무엇 하나 장담할 수 없는 시기지만, 그래도 네가 잘 시작하게 된 것 같아서 다행이야, 이리라. 정말로. ···그러면 잠깐 눈 좀 감던가 어디 딴데 좀 보고 있을래. 초커를 잠깐 풀어야 돼서.”
재단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 그 말인즉슨 뭐든 잘 썰어낼줄 안다는 것이었다. 사실 당신에게 부탁하자니 어째 좀 '안그래도 이래저래 바쁜 사람을 부려먹는건 아닐까?' 라는 묘한 죄책감 비스무리한게 들긴 했지만... 손을 빌리기 위한 부탁을 할만한 대상이 극히 적다는 것도 사실이었고, 완제품을 바라는 것이 아닌, 어디까지나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가조립품을 만드는걸 도울 사람이 필요했으니 말이다.
"엩."
다만 진짜로 별모양으로 자르면 안된단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무섭게 공중에 붕 뜬 나무통이 마치 만화에서나 볼법한 순간발도로 인해 공중에서 깔끔하고 완벽한 별모양으로 떨어져나온 것도 모자라 당신이 머리 위에 얹어주기까지 하자 그녀는 잠깐 벙찐 표정을 짓다가도 이내 키득거리며 웃어보였다.
"크리스마스는 아직 멀지 않았슴까~?"
트리 꼭대기에는 항상 별이 올라가야 했다. 그것이 어떤 형태든간에, 다만 그녀는 특유의 풍성함을 빼면 트리의 녹색과는 거리가 제법 멀었지만... 저기 한켠에서 그네를 만들기 위해 구조물 위에 올라 말 그대로 '줄타기'를 하는 여학생과도 거리가 멀겠지만 말이다.
다만 더욱 기묘한 것은 당신의 움직임일까? 말 그대로 무언가 썰어낸다는 훈련에 가까울 정도로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음에도 나오는 결과물은 놀라우리만치 깔끔했기에 감탄과 함께 물개박수가 나오는 것은 당연했을테다. 다만... 온갖 기술명을 외치다 못해 '파티원끼리 던전 공략을 하던 도중 치킨뜯으러 자리를 비우다 중요한 이야기를 듣지 못한 한 길드원이 호기롭게 함정을 밟아버리는' 기합을 듣자 그곳에 있던 두 소녀는 뜨끔했고, 여학생쪽이 당신을 가리키며 무언가의 수신호를 보내자 그녀는 당신에게 슬쩍 눈길을 주다가 끄덕여보였다. 그러자 여학생도 무언가 이해했다는듯 당신의 주의깊게 지켜봤을까? 뱅글뱅글 돌아가던 눈이 오늘따라 더욱 말려있는듯 했다.
"...왠지 그것두 만들거 같았슴다."
자연 친화적 테마, 도시 테마, 그냥 놀이터, 시골 목장, SF, 그리고 괴이까지... 다른 동물들은 몰라도 분명 한 작은 토끼는 그것을 확실히 좋아했을 것이다. 그걸 증명하듯 벌써부터 주변에서 우다다다 달리기 시작했으니까,
"'그런 일'이 있었는데 어떻게 까먹겠슴까~"
부러 얼굴을 붉히며 이를 드러낸 웃음, 입가에 살며시 가져다댄 손에 저쪽에서 바라보던 여학생은 말 그대로 토끼눈이 되어서 그녀와 당신을 번갈아 보았을까?
꽤나 익스트림 해보이는 마인카트 모양의 나무조각품, 바깥에 대롱대롱 매달린 사람과 그걸 어떻게든 잡으려 하는 사람의 모양새를 보면 지금도 그때의 감각이 알게모르게 되살아났으려나?
다만 깔끔하게 잘라내는 당신의 능력 덕분에 충분히 남은 짜투리들로도 무언가를 만들수 있는건 확실히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었다. 뭐, 남은건 뭐든 해도 좋다고 얘기는 했었지만 설마 그걸로도 또다른 장식품을 만들줄이야. 이정도라면 보상으로 무언가를 해주는 것에 더해 웃돈이라도 얹어주어야 하는게 아닐까? 물론 당신이 그걸 원할지는 그녀로선 잘 모르겠지만...
온갖 추억거리들이 하나하나 조각되어 나오는동안 그녀가 구상했던 것들도 차츰차츰 모양을 맞추어가고 있었고, 그것에 더해 장식할만한 것도 늘어났으니 이거야말로 일석이조라 할수 있었을 것이다.
"포에?"
다만 그렇게 만들다 남은 자재를 열심히 깎던 당신이 완성해낸 것이 머리 위에 토끼를 얹고 있는, 무엇보다 꽤나 정교한 털복숭이 오레오를 완성해낸 것을 보았을 때는 꽤나 놀랐을까? 설마하니 등신대까지 만들줄이야.
"hoeee~~~"
평소라면 눈동자 안에서만 맴돌았을 반짝이는 별빛이 더욱 크게 산란되어 눈 주변까지 빛을 흩뿌리고 있었을까? 놀란 나머지 모국어까지 반쯤 잃어버린 그녀는 상당히 감동한듯 한동안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옆에 있던 여학생은 반으로 썰린 아보카도를 보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널 연기하려면 뭘 따라하는 게 제일 중요할까?" 성운: “굳이 날 연기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는데.”
(상대가 세은이라면) 성운: “그냥 평소의 너처럼 굴어도 딱히 별 위화감 없을 거야. 다만 자기 행동에 뭐라 사족 붙이지 말고, 용건만 간단히. 얼굴표정은 그냥 무덤덤하게 아무 표정 짓지 말고, 그냥 얼굴에서 힘을 빼. 금방 익숙해질 거야.”
"평생의 목표를 처참하게 실패했다면 그 다음엔 어떻게 돼?" 성운: “·········” (성운의 눈빛이 죽었다.) (그는 뭐라 말을 하려 했다.) (그러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을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시선을 떨어뜨렸다.) (이내, 고개도 떨어뜨렸다.) (그의 얼굴이 그늘에 잠겼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그늘 속에서, 그의 눈동자만이 다시 눈꺼풀을 젖히고 보라색 인광을 그리는 것이 보인다.) (아니, 그것은 그늘보다 더 빛나고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그 눈동자는, 그늘보다도 어두운 색으로──) “보복.” “···철저한 보복.” “대가를 치러야 할 모든 놈들이 대가를 치르게 해줄 거야.” “어떤 식으로든.”
"너의 의외인 부분을 설명해 줘." 성운: “─뭐, 피아노를 배우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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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장르의 음악을 좋아해?" 서성운: “몰소프트. 앰비언트. 로파이. 때론 일렉트로니카, 락.” “어쩌다 보니 요즘은 클래식도 조금씩 듣게 됐네. 첼로 소리를··· 좋아하게 됐거든.”
"용건이 있는데, 시간 있어?" 서성운(시간이 없을 때): “일단 지금 길게 이야기나눌 시간은 없는데, 어떤 이야긴데 그래?” 서성운(시간이 있을 때): “음, 지금은 시간이 있어. 뭔데?”
"네가 극도로 화가 났을 때 하는 행동은?" 서성운: “···일단 주변 집기나 가구를 때려부수지는 않기로 했어.” “지갑이 아파.”
예전이라면 익숙하지 않았을, 이제는 귀에 익숙한 -제 다리 하나가 어디에 처박혀 있는지 상기시키고 마는- 저해장치가 종료되는 소리에 양손은 여전히 키보드의 자판을 일정하게 두드리며 치켜올렸던 눈가를 천천히 접은 뒤 혜성은 반대편으로 젖히듯 기울여냈다. 의외다. 자신이 얕게나마 알고 있노라 주장할 수 있는 사실에 따르면, 저걸 끄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으니까.
"책상은 의자로 사용하는 곳이 아니니까 하는 말이야. 먐미. 철현이가 서류를 떠맡기는 건 한양이나, 은우 정도일걸. ─ 이건 내거. 자리를 잠깐 비웠을 때 쌓인 분이랑 그 외 비품 사용 보고 정도?"
여전히 자판을 일정하게 두드리는 소리와 같이, 부드럽고 다정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가 느긋한 태오의 걸음마다 느릿하게 떨어졌다. 몇번의 검토를 거친 서류에 고칠 점 따위 없지만 일부러다. 그마저도 잠시 멀어졌을 때와 똑같은 변함없는 걸음으로 한손에는 봉투까지 들고 돌아온 모습에 결국 무의미하게 자판 위에 맴돌고 있던 양손에 얼굴을 꾹 묻을 수 밖에 없었다. 손바닥에 묻고 한숨을 길게 내쉰 뒤 들어올린 제 얼굴이 어떤 꼴인지 보지 않아도 알 것만 같아서 쓴웃음도 짓지 않았다.
"무서운 소리 하지마. 상상만 해도 벌써부터 골치가 아프니까."
등받이에 툭 비스듬히 기울이듯 기대 반으로 접은 다리를 의자 위로 끌어올리며 혜성은 태오의 말에 농담처럼 대답을 흘려냈다. 정확하게는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양, 흉흉하다는 문장과 바깥사람이라는 단어를 못들은 것처럼 군 것일테지만.
잠깐, 태오에게서 바깥사람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잠깐 흐릿한 그늘이 새파란 눈동자에 파리한 피로감이 스쳐지나갔을 뿐 모르는 척 넘겨내며 봉지를 받아 책상 위에서 먹기 좋은 크기로 쪼개냈다.
>>749 물론 세은이도 그런 컨틴전시 플랜은 항상 생각해두고 있을 테고, 그 점에 대해서는 조금 안심이지만 아무래도 진단에서 저런 지문이 나왔다 보니 세은이가 불가피하게 당장 변장을 해야 되는데 은우의 피는 모종의 사정으로 못쓰게 됐고 근처에 성운이밖에 없다거나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쓰긴 했어요 👀
>>754 아뇨저는 오히려 이런 소소한 tmi(그리고 어쩌면 때에따라 중요한정보가 될수도있는)를 먹을수있어서 좋습니다!(엄지척)
>>755 늘어지는 걸로 미안해하시지 않으셔도 돼요...! 무슨 문제 있으신지 걱정이 될 뿐이에요. 우선 푹 쉬시고, 답레는 더 나중에 주셔도 좋으니 쓰고 싶으실 때 천천히 써주시며, 혹시 제가 쓴 레스에 이런 부분이 잇기 어렵다거나 이런 부분은 고쳐주었으면 좋겠다거나 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주저없이 말씀해주세요. 오늘 하루도 같이 놀아주셔서 고마웠어요.
지금으로부터 옛날이라고 불릴 만하다. 의 기간은 인첨공에서는 최대 15년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5년 전도 옛날이라고 불릴 수 있으며, 10년 전도 옛날이겠지. 그리고 세대교체가 외적, 내적으로든 빠른 스트레인지에서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 한동안만 돌았다가 사그라든 꺼림칙함을 느끼게 하는 소문 혹은 전설은 당연하지만 옛날에... 이런 것도 있었다나. 정도의 말일 것이 분명하다.
지금으로부터 약 다섯 해쯤. 아니 여섯 해쯤 전이던가.. 대충 그정도의 일이다. 스트레인지의 어딘가에서는 기묘한 존재가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사그라들었습니다. 스트레인지의 어딘가를 비집고 들어간다면 마치 그림에 그린 듯한 곳이 존재하고 그 곳에서....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고 하는... 참으로 허황되고 비웃음을 받을 만한 소문이었지만 그 소문을 전해들은 이들 중 일부는 어딘가 기묘한 위화감을 느꼈기에 그 소문을 불길하게 여겼으며, 혹은 전설이라 인지한 이들은 무언가 다른 것을 담고 있다고 여겼을지도 모른다. 그 이야기의 기반이 된 진실을 잡은 이들은 희소하게 기묘한 위화감만을 남겼을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것을 붙잡아 결국 소문을 사그라뜨리고 스트레인지를 떠난 것은 인첨공에서 망령된 낙원을 만들려는 이였을 것이다.. 그렇게 한때의 소문은 여러 소문이 그렇듯 져버렸다. 그러나 어느 누군가는 아직도 그 소문을 희미하게나마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 그 일이 일어나기도 몇 년 전. 합하면 사오년 정도는 되었을까? 불신은 그것과 함께 복도를 걷고 있었다. 작은 건물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스트레인지 한 구석에 있었지만 불신은 거침없이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아침 햇빛이 어슴푸레 드는 공간 중앙, 의자에 앉아있는 이를 바라봅니다
".....안녕. 공리이자 화수분같은 존재야." 그것은 눈을 감고 있었다가 떴습니다. 이 스트레인지에서 그런 모습은 비현실적이지요. 불신에게 그를 만나는 이들에게 의례적으로 말하는 말을 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아니. 난 겨우 단발성을 원하는 게 아니란다." 불신은 그 말을 끊었습니다. 그것이 말을 끊긴 것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보통의 이야기를 끊는, 무례하고 욕망을 투사하려는 이들처럼 붙잡으려 한다거나 하지 않았기에 얌전히 말을 들으려 합니다... 꽤나 다른 인물상이니까요. 배움이란, 포장지를 잘 꾸미는 데에도 필요한 일이지 않을까요?
이야기는 길지 않았지만. 길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께서 제게 줄 수 있는 건 낙원을 볼 수 있다라는 건가요? 설명을 들을수록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그것을 만들어도 결국 의미는 없을 것임을 알게 될 것이면서도. 그것은 웃었습니다. 화면 너머처럼 너무도 먼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지요. 그것은 나중에 조금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럼. 그것을. 제게 주세요" 그래서 그것은 충동적으로 말을 내뱉었습니다.
"친딸인가요? 머리색은 비슷하네요?" "글쎄. 설령 친딸이라고 해도 의미는 없단다." "얘. 이름이 뭔가요?" "여기서는 앨리어스를 쓰니까. 할페티라고 부르지 않겠니?" 그것이 들은 것을 기반하여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얌전한 소녀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러나 결국. 놓음을 배우고 말 것입니다.
1. 참으로 헛된 소문답게 그 어딘가는 항상 달라졌으며, 무언가 또한 당신이 원하는 것, 재물, 계수... 뭐 이런저런 다양한 범위의 것이 존재했다.
태오는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새삼 은우와 한양이가 고생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아무리 양아치 소리를 듣긴 하지만 자신도 서류 작업은 다 하고 가는 편이었으니, 이러면 양아치 소리를 누가 들어야 할지. 괜히 실없는 생각을 한 태오는 설렁설렁 자리로 돌아갔다. 벌써부터 쿠키의 단내가 봉지 너머로 흐르는 것 같았다. 자리에 앉을 적엔 이미 얼굴이 드러난지 오래였다. 특유의 피로감에 찌들어 감정도 제대로 담을 수 없는 고요한 표정과 조각난 듯, 세로로 쭉 찢어진 동공까지. 어지간하면 태오는 재머를 끄는 일이 없었다.
"새삼…… 언제는 안 아팠다는 듯 말하기는."
달리 말하자면 그저 의성어로 붙였던 별명을 대고 있지마는, 농담과 달리 재머를 끌 정도로 진중한 이야기가 하고 싶다는 뜻이리라. 하물며 인간은 서로 얼굴이란 것을 마주하기 때문에 신뢰감이 형성되기 마련이니. 태오는 당신의 행동을 가만히 바라보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느릿하게 팔에 파묻은 고개에서 시선만 들었다. 바깥사람이라는 말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 건지, 뭐, 바깥이라면 다 그렇긴 하겠다. 인첨공 바깥에서 온 사람들은 어떻게든 섞이려고 노력하고, 자신도 어떻게 보면 외곽 스트레인지에서 들어온 이방인이나 마찬가지니.
"그래서…… 싫을까요. 내가 묻는 건 흔치 않은데……."
느릿하게 손만 뻗어 쪼갠 쿠키를 받아든 태오는 바로 입에 물지 않고 당신을 향해 질문했다. 그래서, 자신이 당신에게 무언가 묻는 것이 싫냐고. 동시에 무언의 의미 또한 담겨 있었다. 네가 지금이 되었든, 나중이 되었든 내게 물어야 할 것이 필히 존재할 텐데 그 기회는 잡아채야 하지 않겠냐고.
"칩을 이식해준 건 달리 묻지 않겠다마는… 명분 삼는 걸 굳이 걷어차는 이유를 잘 모르겠거든요……."
이내 대답을 기다리듯 쿠키 한 조각을 잇새로 베어 물었다. 초코칩 부분만 입에 물어놓고 뚝 떼어서 느릿느릿 씹으니 새삼 아무리 맛있는 것이라도 맛없게 먹는 재주가 있었다.
짧게 잘 다듬어진 손톱이 제 키보드를 별 의미없이 건드리며 태오보다야 훨씬 사정이 좋아보이는 얼굴로 저장하겠냐는 확인 메세지가 뜬 모니터를 가만히 응시한다. 흐릿하게나마 부드럽고 다정한 웃음이 애매하게 걸려있는 것과 다른, 파리한 피로감이 덧대진 새파란 눈동자가 모니터를 비춰 반사했다. 그러다, 혜성은 문득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모니터 전원을 끄고 등받이에 머리를 파묻듯 기대고 몸을 움츠린다.
밖에서 들어온 사람은 이곳에 섞여들어간다고 해도 끝까지 이방인이라는 건 변함없을 것이다. 이곳의 생활방식에 익숙해진다해도, 이곳의 사고방식을 받아들이기에 너무 머리가 커서 들어온 이상. 아마 끝까지 이방인일테지.
"태오 네가 누구한테 뭘 물어보는 행동이 흔치 않은 일이라서 의외라고 생각했어. 전혀 안그러던 애가 갑자기 부실로 찾아온 것도 그렇고."
제 손을 떠나 상대의 손으로 넘어가는 쿠키에서, 여전히 제 손에 남아있는 쿠키 조각을 입에 가져가며 태오의 말에 썩 다정하게 답했다. 물어볼 게 있지 않냐는 뉘앙스로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하는 말은 덧붙히지 않은 채로. 입안으로 쿠키가 바스라지듯 부서졌다. 다리 하나를 세워 의자 위에 올리고 몸을 웅크리듯 앉아있는 피로감이 느껴지는 자세와 다르게 태오를 가만히 넘겨보는 그늘진 눈동자는 그렇지 않았을까.
"누군가를 위험하게 만드는 건 사양하고 싶어서."
예전이라면 어렵지 않게 이어갔을 잡담이, 지금은 왜 이리도 힘에 부치는지 모르겠다고 혜성은 생각하며 다른 쿠키 조각을 입에 밀어넣는다. 부드러운 단맛이 혀끝에 퍼졌다.
"명분이라는 건 언제든지 그 목적이나 이유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 뭐─ 네가 말해준 명분 덕분에, 후배님을 구하러 갈 수 있었지만 말이야."
여름이 되어서야 활동할 때가 되었다니. 태오는 속으로 실소를 삼켰다. 제가 한 변명 치고도 퍽 우스운 발언이다. 그동안 조용하게 살아왔더니 세상은 기어이 내가 조용히 있을 수 없게 만든다니! 뭐, 인간은 다 그런 법이면서. 타인이 보기에 현 상황은 신이 있다면 꼭 사람의 속을 이렇게 조급하게 만들어야만 성에 차니 그리 염병에만 온 심혈을 쏟느냐 묻고 싶을 정도이나, 태오는 그저 인간이 다 그렇지 뭐. 로 넘길 수 있는 사안이었다.
태오는 대답 없이 입안에서 굴러다니는 초콜릿 칩을 마저 씹어 녹였다. 혀에 남는 단맛이 썩 나쁘지 않다. 태오는 당신을 향해 눈만 들어 올렸다. 의자의 등받이에 배를 대고 팔을 괸 채, 그 사이에 고개를 파묻고 쿠키를 야금야금 씹어대는 불량한 자세였다. 그렇지만 눈은 당신의 발언을 경청하듯 시선이 올곧았다.
"실로…… 놀라운 발언이에요."
인첨공에서. 끝말은 부러 하지 않는다. 위험 속에 내던져진지 15년 차,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지만 당신의 뜻이 그러하다면 그런 법이다. 바깥사람들은 저런 생각을 하는구나, 도 아닌 인간의 뜻이 그렇다면 그런 법이지에 가까운 태도였다. 태오는 쿠키를 한입 베어물었다. 초콜릿 조각이 아닌 쿠키 도우 부분을 잇새로 깨물자, 단맛이 입안에 가득 퍼진다. 초콜릿은 그나마 괜찮게 달았다지만 쿠키까지 달콤하니 건강한 맛은 아니다. 그래도 기분은 썩 괜찮아지는 듯싶어 태오는 얌전히 마저 쿠키 조각을 입으로 밀어넣었다.
"바뀐다, 라……."
쿠키를 삼킨 태오는 손가락 끝으로 입가에 묻은 부스러기를 툭 털었다. 그 바뀐 점을 명분으로 새로 삼아 언제든 손에 쥘 수 있거늘, 눈앞의 당신이 지나치게 순수한 건지, 아니면 필사적으로 외면하는 건지. 그것도 아니라면 아직 배우지 못한 건지. 어느 쪽이든 인첨공에서 그 성정을 오래 유지하면 인정하고 박수 쳐야 할 사람이리라.
"사람이 그렇게 선하면…… 2학구에서 장기 떼여요……. 너는 그걸 알고도 유지할 것 같지만요……."
4학구 미술관의 <비탄>. 레이브의 복귀작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지만 미술관 내부에는 비탄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자신이 기증한 작품도 있었거니와, 4학구에서 자체적으로 경매에 나서 자신의 작품을 사들이기도 했다. 태오는 미술관 안에서 걸음을 멈추고 수조를 바라보았다. 레이브가 칩셋 프로그래밍만이 아닌 연출과 예술성 자체로도 극찬을 받는 이유라고 비평가들이 입에 수도 없이 오르내리는 작품이었다.
정사각형의 아크릴 수조 안에는 마치 해파리의 촉수를 닮은 듯 여러갈래로 찢어진 드레스를 입었으나, 하반신이 인어처럼 비늘로 뒤덮인 여성형 안드로이드가 담겨있었다. 더는 작동하지 않는지 수조 안에서 흐릿한 눈을 뜨고 가라앉은 모습은 마치 포르말린에 절인 해부학적 신체 표본을 떠올리게 해 생리적인 불쾌감을 일으키기 충분했으나, 눈을 뜬 안드로이드의 표정은 정작 평온하여 이질감을 불러 일으켰다. 태오는 저 순간을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평온한 표정을 만들고 자신이 직접 그 표정대로 평생 남겨지길 바라 안드로이드의 뒷머리를 강하게 망치로 후려쳤던 것을.
"허허, 참 심오하지요?"
누군가 작품을 가만히 보고 있던 태오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태오는 눈을 느릿하게 굴렸다.
"……예." "레이브는 이 작품을 세상에 내놓을 적, 영원한 것과 영원한 것을 섞었노라 말했지요. 대단한 시도입니다. 지금까지 포르말린에 절인 것은 동물이나 식물, 사람의 신체였는데 영원히 남을 수 있는 안드로이드를 포르말린에 절이는 시도를 하고 그걸 바다라고 명하다니." "……." "그래서 학생은, 어떤 느낌이 드나요?" "참……. 무모한 사람이네요." "그렇군요, 그렇지요. 새로운 시각이군요." ─ 참 대단한 사람이야. 어떻게 이런 시도를 했지? 다시 봐도 끝내주는군.
태오는 들려오는 속내에 천천히 말을 삼켰다. 레이브에 대한 찬사가 가끔은 버거울 때가 있었다. 그리고 애써 안드로이드에 다시 시선을 고정했다.
"……사람을 담그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학생, 범죄를 아무렇지 않게 말하네요." "아, 그러니까, 제 말은 의학적인…… 여기 근처에도 있지 의학 박물관이 있지 않았던가요. 그런 느낌으로요." "그런 느낌도 신선했겠지만, 지금도 선에 걸친 예술가라 윤리적 문제가 크게 두드러졌을 거예요." "그렇군요."
실로 유감스러운 사람이다. 작품의 의도는 해석하기 마련이라고 하나, 당시의 자신이 저 안에 대신 담겨버렸으면 하여 만든 작품이었다. 아니,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 담긴다면…….
키득거리며 자신이 짓궂었던 것이라고 도로 문자를 보내려 했다. 그러나 쓰던 중 날아오는 답장인 것이다.
[하지만.. 아지 씨라면 나쁘게 보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
아지가 눈을 멀뚱히 떴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 답장이 갔을 것이다.
[나쁘게 안 봐~ 엄청 반가운걸~ ૮₍ ˶´ ꒳ `˶ ₎ა]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수경이가 카페 가자고 할 때 나쁘게 생각 안할거야~ ✧⁺⸜( •⌄• )⸝⁺✧]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만나서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기침을 토해냈다. 그리고 밝게 수영부 사람들에게 약속이 생겨서 먼저 가본다고 한 아지는 깨끗하게 단장을 하고서 평소의 아기 냄새에 수영장 염소 냄새를 약간 풍기면서 가게 앞으로 뛰어오는 모습인 것이다. 10분 정도 늦었다.
"수경아아~"
수경이를 발견하자마자 곱게 접히는 눈가다. 한손을 흔들며 반가움을 어김없이 표한다. 수경에게 가까이 가자 아지가 숨을 빠르게 들이마셨다 뱉는 것이 꽤 전부터 뛰어온 것 같다.
"기다렸지이~ 여기야~!!"
가게 이름은 <미스터 초코>. 복고풍이면서도 세련되고 테마가 초콜릿으로 통일된 인테리어들이 돋보이는 가게 내부가 유리창 전면으로 보인다.
"수경이가 먼저 가자고 해줘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아~" "잘못 보낸 거였지만~?"
히히 웃으며 또 수경을 조금 난처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그리고 들어갈까? 물으며 문을 열면 초콜릿 향기가 풍겨온다.
어두운 밤. 한 괴한들이 도서관에서 나오는 어린여학생 한 명의 입을 막으며 납치를 하기 시작했다. 여학생은 저항을 해보려고 하지만 미리 입부터 막아서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고, 거구의 남성에게 뒤에서 완전히 잡혔기에 저항은 의미가 없었다.
" 이게 다 너네 아버지 때문이야. 우리처럼 높은 분들의 더러운 일도 수행하는 스킬아웃도 있는데, 떡고물은 내려줄 수 있는 거 아니야? "
" 그런데 너네 애비는 우리를 쓸 생각도 없고, 돈도 안 내려줘. 우리가 뭐로 먹고 사는지 뻔히 알면서 말이야. 꼬마야. 아버지는 다른 높은 분들이랑 사이가 안 좋아. 너가 납치되어도 도움을 줄 사람은 없어. 혼자 정의로운 척이나 하더니..크큭.. "
" 듣다보니깐 어이가 없네요. "
어디선가 한 청년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 청년의 모습은 어둠에 가려져서 잘 안 보였지만, 청년이 그들에게 걸어오면서 실루엣이 점점 보이기 시작했다. 흰 반팔티에 붉은색 트레이닝 바지. 서한양이었다. 괴한들은 한양의 보기 시작했고, 방금까지 말을 하고 있었던 리더격인 인물이 한양에게 말을 걸었다.
" 뭐야? 너 지금까지 이거 보고 있었어? 곤란한데.. 목격자는.. "
" 제거해야지. "
괴한은 소음기가 결합된 권총을 꺼내고 한양에게 조준을 해서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긴다. 그러나 총알은 한양을 맞추질 못했다. 피한 거냐고? 날아오는 총알을 피한 것은 아니었다. 괴한이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에 염동력으로 괴한의 두 손을 잡아서 하늘 위로 옮기게 한 것. 그대로 총만 빼와서 자신의 손에 총을 쥔 한양이었다.
" 아저씨. "
" 초면에 X같이 반말하지 마세요. "
총을 뺏겨버린 괴한들은 이 시점부터 한양은 본인들의 상대가 아님을 직감했다. 여학생을 잡은 괴한은 여학생의 목에 단검을 들이대면서 한양을 협박하기 시작했다.
" 여기서 조금이라도 움직이ㅁ.. 어..어엇? "
단검을 든 괴한은 두 팔이 만세하듯이 벌려지고, 그로 인해서 여학생은 포박에서 풀려난다. 긴장이 풀려서 바닥에 주저앉은 여학생. 한양은 여학생을 잡아서 자신의 뒤에 있게했다. 완전한 희망이 없어졌다고 판단한 괴한들은 도망을 치려고 했다. 그러나 한양은 이들을 전부 잡아서 공중에 띄우기 시작했다.
" 너..지금 이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는 알아?! "
" 이 아저씨가 또 반말이네. "
" 우리는 인첨공이 돌아갈 수 있게 온갖 더러운 일을 너네들 대신해서 해주는 사람들이야. 명색이 스킬아웃이지만 엄연히 인첨공을 위한 거라고. 그런데 그런 우리를 너가 건든다? 높으신 분들이 가만히 있을까? 인첨공의 숨은 영웅인 우리들을 건드려놓고? "
" 아저씨. "
" 오글거리니깐 작작 좀 해요. 거 어디 좌천을 보내든 모가지를 자르든 퇴학을 시키든 지원금을 끊든 마음대로 하라고 하세요. "
" 정신이 단단히 나간 녀석이냐?! "
" 범죄자 새X가 자칭 숨은영웅 이러는 건 정신이 안 나간 거고요? 됐고, 안티스킬 가서 설렁탕 먹으면서 조사받을 준비나 해두세요. 아, 나도 이 놈들 잡으니깐 나도 배고프네. "
한양의 옆에는 살짝 붉어진 얼굴의 여학생이 한양을 보고 있었다. 한양은 무덤덤하게 여학생을 보더니, 말을 걸었다.
" 저기요. "
" 네..네?! "
이어서 한양은 여학생에게 가까이 다가갔고, 귓속에다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 혹시.. 쟤네들 진짜 건드리면 큰일나나요? 진짜로 지원금이라도 끊기면 저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안 된다고요. 혹시 뭔 일 일어나면 아버님께서 커버가 가능한지.. "
"아하하~ 괜찮아 괜찮아~" "뭐어 실수였어도 그 덕에 같이 맛있는 것도 먹으러 왔잖아아"
아지는 어깨가 부드럽게 떨어지는 흰색 반팔에 통 넓은 반바지 차림이다. 눈에 띄는 것이라면 아지의 티셔츠 중심에 박힌 밝은 색감의 프린팅 이미지이다. 머리는 평소와 달리 위로 높게 질끈 묶고 왔다. 수영장에 다녀오느라 머리가 덜 말라서 그렇다는 뒷사정이 있었다. 덕분에 달릴 때마다 머리가 오른쪽 왼쪽으로 흔들렸다.
"자리도 봐뒀구나아~ 여기가 좋아~? 그럼 여기로 하자~"
외진 곳을 딱히 선호하지는 않는 아지였지만 구석진 자리를 일부러 찾는 친구도 많았으니까 싫냐고 물으면 그렇진 않다. 딱히 짐이 없는 아지는 수경과 함께 앉아서 무언가 고민하는 듯하더니 테이블 위의 버튼을 누른다. 그러면 메뉴판이 등장하는 것이다.
커피 메뉴가 모여있고 라떼, 스무디, 차 메뉴가 모여있는 것은 다른 카페와 다른 게 없지만 초콜릿 메뉴가 모여있는 것은 조금 신기했을 것이다.
"아주 달달한 게 먹고싶을 때는 여기 초콜릿 쉐이크를 추천해~ 휘핑크림에 초코칩을 잔뜩 추가해서~!" "그냥 밀크 쉐이크도 충분히 맛있지마안~ 그러고 보니 수경이 민트는 좋아해~?"
그 외에 초콜릿 라떼나 스트로베리 초콜릿 프라페, 민트 초코 프라페 등 초콜릿에 관련한 음료는 세세할 수준으로 많다.
푹푹 찌는 바깥과 달리 서늘한 냉기 감도는 거실을 가로질러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침대에 엎어졌다. 손 안 탄 지 며칠이나 됐다고, 먼지 냄새 옅게 올라왔다. 그게 묘하게 안심 되는 느낌이라 잠시 눈을 감고 묻혀 있었다. 그러다 엎드린 자세가 불편해 꾸물꾸물 움직여 살짝 웅크렸다.
냉랭한 방에 차가운 이불 위에 둥글게 웅크리고 있으니 이대로 나와 세상의 경계가 허물어져 무너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훌쩍 다시 일어났다. 그새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하곤 작은 클러치백을 꺼내 폰이며 이것저것 담았다. 그리고 그 차림 그대로 훌쩍 나갔다.
4학구로 가는 순환선은 금방 오고, 금방 도착했다. 후덥지근한 역 바깥으로 나와 손으로 눈가에 차양을 만들었다. 뭘 타야 미술관으로 가는지 지도를 확인하면서 톡을 보냈다.
>[집 갔다가 다시 나왔지롱] >[지금 4학구 왔다?] >[미술관 가려구]
도도하게 걷는 고양이 이모티콘도 하나 보내주고 마침 도착한 버스를 탔다. 4학구 내 순환선이었다.
- 다음 정류장은 미술관, 미술관입니다.
삐익-
정차 버튼을 눌러 멈춘 버스에서 내렸다. 그대로 멈추지 않고 타박타박 걸어 미술관으로 들어갔다.
"안녕, 라임."
제일 먼저 레이브의 <비탄>을 찾았다. 고통스러운 안드로이드는 오늘도 고통에 휘감긴 표정을 하고 있었을까. 조명빛이 드리우는 자리에 서서 조금 떠들었다.
"오늘도 바깥이 많이 더워. 여기는 시원해서 좋다." "저번에 보고, 얼마나 지났더라. 그 사이 사람들 많이 만났어?" "나는 꽤 여러 일이 있었어. 라임아. "이렇게 널 보고 있으니까, 문득 너와 같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럼 이렇게 고통스럽지 않을 텐데."
하지만 그래도 그 애가 좋아해 줄까?
"......"
자문했으나 자답하지 않았다. 조금 더 조명 아래 안드로이드를 바라보다가 한 발짝 물러났다.
"그럼 라임아, 다른 거 보고 올게."
그렇게 말하고 총총히 걸어 미술관 안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저번엔 가볍게 훑고 갔지만, 오늘은 제대로 하나 하나 들여다보며 다녔다. 혼자 온 데다 개장 시간 역시 낭낭하게 남아 있었으니 서두를 필요 없었다.
"흠, 흠, 흐음-"
유독 사람이 적은 날인지, 저번보다 조용한 미술관 안을 작게 허밍하게 돌아다녔다. 그러다 발견했다. 레이브의, 다른 작품을.
<Mare>
"마레...?"
그 명패가 달린 작품엔 거대한 수조에 담긴 여성, 아니, 안드로이드가 있었다. 비탄과 달리 평온한 표정으로, 그래 그 표정 그대로 수조에 가라앉은 모습이었다.
"......"
깜빡이지 않는 눈을 한참 바라보았다. 정사각형의 수조는 분명 좁고, 갑갑하고, 답답할 것이 분명한데 안드로이드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그렇지 않을 것 같았다. 저 안이라면, 저 조각난 <바다> 안이라면, 분명히-
"!!!"
흠칫 놀라며 눈을 깜빡였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자, 미술관의 직원이 내 팔을 잡고 있었다. 나도 모르는 새에 저 수조를 향해 팔을 뻗고 다가가려 하고 있었다고 했다. 얼른 죄송하다고 하며 물러서자 직원이 조심해달라고 하며 내 팔을 놓아 주었다.
"수조에 잘 못 닿으면 깨져서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요. 감상은 눈으로만 해주세요." "네에, 주의할게요."
그렇게 말하고 다시금 고개를 숙였다. 직원이 가버린 뒤, 다시 작품을 보았다. 폰을 꺼내 사진 한 장을 찍고 조금 더 감상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물러나, 다른 작품을 보러 갔다.
그 날의 관람은 가볍게 한 구역을 보고 나오기 전에 <비탄>에게 인사 하는 것으로 끝이었다.
>[이제 집 간다아]
3학구로 돌아가는 순환선 안, 멍하니 창 바깥을 바라보다가 <Mare>의 사진을 켜 또 한참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