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히 일부러다. 여지껏 방탕하게 앞섬을 풀어헤쳐놓고 이제 와 단정하게 단추를 잠가? 너무나도 뻔히 보이는 의도에 기가 찼다. 헛웃음도 나오지 않을 지경. 미약하게 불어오는 바람들이 유달리 서늘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제 기분 탓이겠지. 핏기가 가시며 입꼬리가 움찔거린다. 살려달라 외는 내 불쌍한 와이셔츠.
"이, 미친……. 뭐하는 짓이야?"
기어코 튀어나온 속어. 새된 소리가 반사적으로 물었다. 귀찮을 뿐이었던 전과 달리 이젠 좀 진심으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약간의 불량은 금방 고칠 수 있다. 하지만 비명을 지르는 저 단추들과 천 조각이 산산이 찢어지기라도 하면 새로 주문하고 그걸 또 배송 완료일까지 기다려야 할 테다. 교복 부재할 동안엔 교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체육복으로 대체해 다녀야겠지. 오, 상상하니 정말 끔찍하네.
"흥, 피비린내와 인간 냄새보다야 덜하지."
한 마디로 무신과 사토 류지까지 싸잡아 건드린다. 일족 특성을 집었으니, 이쪽도 그리했을 뿐. 차마 터지기라도 할까 섣불리 손도 대지 못한 채 눈썹만 찡그리는데 말하는 게 영 거슬린다. 결국 속으로 혀를 차며 생각하고 만다. 이래서 신들이란!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는, 그야말로 '신'의 애티튜드란 스미레가 딱 질색하는 것이었으니. 이젠 결단코 물러설 수 없게 됐단 소리다. 심지어 저 열받는 딴청까지. 핏대 선 이맛살을 꾹꾹 펴곤 짐짓 상냥하게 웃는다.
"사토 놈의 탐욕이 어디서 왔나 했더니 인간이라서가 아니라 당신 때문이었군. 퍽 훌륭한 인간을 곁에 두셨어. 어쨌든 그걸 원한다면 못할 것도 없어. 겨우 인간 의전 하나만으로도 만족함이 가능하신 씀씀이 겸허한 무신께 감히 청컨대, 스미레의 옷가지. 돌려주시렵니까?"
부드러운 어조, 의미 해석만 안된다면 그저 예의 바르다 느꼈을 투. 그러나 의미는 명백하다. 속 좁은 무신 놈아, 얼른 내 옷 내놓고 꺼져.
히나주이자 하나주입니다. 먼저 미안하단 말부터 하겠습니다. 새벽엔 욕설을 해서 미안합니다. 단지 상황이 너무 즐거워 너무 과몰입을 하는 바람에 혼잣말처럼 뱉은 것이었어요. 자고 일어나 올려보는데 본인도 상당히 놀랐습니다. 즐겁게 놀러 온 어장에서 눈살 찌푸리게 해서 정말 죄송해요.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리고 시로사키 하나라는 캐릭터는 내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러모로 번거롭게 해서 다시 한번 미안합니다.
허구적인 망상보다는 현실의 공포가 더더욱 무서운 법이다. 귀신이나 요괴의 존재를 믿지 않는 네코바야시라도 칠흑 같은 암실 천장에 거미줄처럼 얽힌 붉은 실에 수없이 매달려 내려온 나무 패들, 그리고 빨갛게 적힌 이름과 인적 사항. 그에 초췌히 붙었는 사진들을 바라보면 저것이 무언가 주술적인 행위였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개중에는 자신의 이름과 사진도 달려있었고. 네코바야시는 단지 주술적인 행위가 무섭고 두려운 것이 아니라, 이런 것을 행한 사람 자체가 위험한 것이라고, 바짝 곤두선 머리털이 말해주었다.
밝게 빛나는 플래시로 붉은 실 얽힌 어둔 천장을 가만히 비추고만 있는 휴대폰은 저 방 한가운데에 떨어뜨렸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암흑이라 안쪽으로 몇 걸음 걸어온 기억을 되짚어 바닥을 기다시피 하여 들어온 문의 문고리를 잡으려 하면 문을 톡톡 두드리는 소리가 바깥에서 들려온다.
"아뇨, 아무 일도 없어요. 옷을 갈아입으려고..."
밖 들려오는 소리에 나름 침착하게 대꾸하던 네코바야시의 말문이 턱 막힌다. 품에 안고 있던 기모노가 어디로 갔지. 지금 들어왔는 방 안도 무섭지만, 문밖의 저 사람도 두렵다. 상냥한 목소리지만, 문을 열면 분명히 큰일을 당할 거야.
1 ― 웹박수 안 옴. 이누주 웹박수는 29일 시트 바꿔도 되냐는 문의가 마지막. 그마저도 얼마 후 시트를 유지하겠다고 했었고. 2 ― 웹박수가 제대로 왔더라도, 본스레에서도 따로 웹박수 보라고 나한테 언질을 남겼다면 좋았음. 웹박수를 내가 항상 확인할 수는 없잖아. 3 ― 앞으로 시트 올리고 내리는 일은 확실하게. 당장 시로사키 하나와 네코바야시 히나가 동시에 시트 목록에 든 황당무계한 사태가 벌어졌고 시트를 관리하는 입장에서 이런 일은 반길 수 없음. 4 ― 그래도 입장은 알겠으니 이 일은 여기서 매듭짓겠다. 히나주로 다시 온 것을 환영한다.
아, 물론 개인 사정에 따라 시트 가는 건 마음 편히 하라는 내 입장은 여전하니까 혹시 이번 일로 누구라도 시트를 바꾸고 싶을 때 눈치보지는 말고. 내가 경계하는 건 인원 통제가 내 손에서 벗어날 때니까.